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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 흐름에 뒤처진 칠레 한가족의 일상

    시대 흐름에 뒤처진 칠레 한가족의 일상

    도시에서 떨어진 칠레의 시골 마을.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 손자까지 네 명의 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할머니는 치즈를 만들어 도로변에서 팔고 엄마는 관광농원 주방에서, 할아버지는 큰 농장 일꾼으로 일한다. 손자는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닌다. 영화는 커다란 사건 없이 가족의 일상을 쫓는다. 할머니는 이웃 농장에서 우윳값을 올린다는 소리에 치즈 가격을 올린다. 하지만 영리한 도시 사람들은 가격이 비싸다며 지갑을 열지 않는다. 엄마는 밀린 전기료를 내려고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한 원피스를 환불한다. 손자는 반 친구의 게임기가 부럽기만 하다. 할아버지는 종일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을 먹고 뿔뿔이 흩어진 가족은 저녁 무렵 함께 돌아와 식사한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는 끝난다. 8일 밤 12시 EBS 금요극장에서 방영하는 ‘후아초’는 칠레에서 ‘나쁜 녀석’이라는 속어로도 쓰이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칠리안 지역에서는 버려진 물건이나 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 제목처럼 영화 속 가족은 시대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사람들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옛날처럼 대지주의 농장에 의지해 살아가고, 딸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관광농원 주방 직원으로 일한다. 반면 손자만 도시 학교에 다니며 컴퓨터, 게임기를 접한다. 낙후된 구세계와 빠르게 변해가는 신세계의 경계 속에 끼인 사람들. 별다른 자본이나 지식, 토지가 없는 가족은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다. 이들에게 노동은 충분한 보상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비참한 생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네 사람의 평범한 하루를 따라가며 세상이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즈 알멘드라스 감독은 2003년에 만든 첫 단편 ‘라 오프렌다 ’(제물)가 여러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때부터 일반인을 배우로 기용했다. ‘후아초’의 주인공 역시 보통사람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작농 캐릭터의 전형성을 피하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영화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동하는 장면을 담으려는 뜻도 있었다. 감독은 태어나고 자란 칠리안 지역에서 모든 장면을 찍었다. 영화에서 가족이 사는 집은 할머니로 출연한 클레미라가 25년째 사는 집이다. 관광농원 주인으로 출연한 마리아는 영화에 등장한 관광농원의 진짜 주인이다. 2009년작 ‘후아초’는 알멘드라스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선댄스영화제에서 NHK상을 받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신냉전’ 동북아가 가야할 길/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신냉전’ 동북아가 가야할 길/박정현 논설위원

    그들은 평화보다는 긴장으로 먹고 산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그랬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승계했으며, 손자 김정은 국방위 1부위원장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참이다. 슈퍼파워 미국을 상대로 하는 핵게임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지 21년째 3대에 걸쳐 진행 중이다. 핵게임 무대의 뒤에서 북·중 간에 또 다른 게임이 보이지 않게 진행 중이다. 미국에 다가서려는 북한을 중국은 으르고 달래 왔다. 중국은 북한이 빠진 한반도에서 미국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고, 그래서 북한에 원유와 식량을 대주고 있다. 이런 중국의 속내를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다’는 김정일의 유훈은 중국을 믿지 말라는 당부다. 북한이 가장 믿고 의지할 것 같은 형제국 중국을 믿지 말라는 말은 북한을 실제로 움직이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을 이용한 게임에 북한은 아주 능숙해 보인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벼랑 끝 전술이 가장 잘 먹힐 때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동시에 바뀌면 어김없이 주변 정세가 불안하고 긴박하게 전개된다는 사실은 세계사의 교훈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미국에서는 오바마 2기 행정부가 갓 출범했고, 남한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교체되는 중이다. 김정은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김정은은 이미 정해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긴장감을 단계적으로 높여 왔다. 유엔이 그들에게 제재를 결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2시간 뒤에 외무성 성명을 내 물리적 대응조치를 예고했고, 다음 날에는 국방위 명의의 성명에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예고했다. 이제 김정은이 핵실험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 선택만 남아 있다.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북한군은 핵실험의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핵실험은 즉각적으로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급상승시킬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에 나설 테고, 제재 수위는 북한 핵실험의 폭발력에 정비례할 전망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력 15㏏의 절반수준인 8㏏을 넘어서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체감할 위기감과 제재 수위는 증폭될 것이다. 1차 때는 0.4~0.5㏏, 2차 때는 4㏏으로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 정세를 급격하게 얼어붙게 만들면 한반도는 신냉전으로 돌입할 태세다. 벌써부터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목줄 죄기로는 북한의 핵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북핵 대응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엔 헌장 7장 42조(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치)에 근거한 군사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섬뜩하게 들린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결의하면 북한이 다시 반발하는 수순은 정해진 레퍼토리다. 6자회담은 유명무실해졌고, 그 대체제는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면 북한의 비타협성은 커지고, 미국과 중국이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북한이 게임을 할 여지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을 함께 엮어 힘의 균형을 이뤄내는 이니셔티브를 기대해볼 법하고, 그것은 한국만이 가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동참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내면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신냉전 기류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의 또 다른 화약고인 센카쿠열도에서는 중·일이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간신히 넘겨온 센카쿠에서 두 나라 간 갈등이 언제 분출할지 모를 판이다. 2차대전 이후 불안이 지속되던 유럽에 평화를 가져다 준 것은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아니었던가. 동북아에도 신냉전을 몰아내고 평화를 가져다줄 안보협력체의 태동을 기대해 본다. jhpark@seoul.co.kr
  •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무솔리니의 손녀들까지 할아버지를 비호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또다시 강조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AP·UPI통신에 따르면 무솔리니의 손녀 에다 네그리 무솔리니(왼쪽)는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말라리아가 창궐한 로마 인근 지역을 수습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무솔리니가 반유대인법을 제정해 유대인들을 폭압한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무솔리니의 또 다른 손녀이자 자유국민당(PDL) 의원인 알렉산드라 무솔리니(오른쪽)는 지난 29일 방송에 출연해 녹화를 하는 도중 다른 출연자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촬영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안드리아 스칸지는 “(파시즘을 비판한) 언론인 피에로 고베티, 사회주의자 자코모 마테오티를 비롯해 그녀의 조부에 의해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확실히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해 무솔리니 의원의 화를 불렀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에 “무솔리니가 제정한 반유대인법은 최악의 실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잘했다”고 편을 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현장 행정] 관악구 어르신 자서전 제작 지원

    [현장 행정] 관악구 어르신 자서전 제작 지원

    “한평생을 되돌아보면서 눈물로 책을 썼습니다.” 29일 관악구청 강당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나온 권춘도(73) 할아버지는 지난 삶을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1941년 경북 고령군에서 태어난 그는 식당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포목, 가마공장, 농기구수리센터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6남매를 키우며 기반을 잡을 때쯤 부도를 맞았다. 포장마차마저 실패한 뒤 태백산에서 3년간의 수도생활을 거치며 안정을 찾은 그는 지금까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그의 기구한 인생은 관악구의 ‘어르신 자서전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빗자루와 같은 인생길’로 묶였다. 관악구는 독서문화 진흥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노인들의 자서전 제작을 돕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인생을 회고·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음 세대들이 노인들의 지혜를 배워가자는 취지다. 권 할아버지를 포함, 지금까지 총 15명의 노인들이 구 지원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자서전으로 묶었다. 사업은 만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으로 선정되면 구술·녹취, 자료 수집, 집필, 발간 등을 위해 1인당 200만원의 제작비가 지원된다. 제작은 전문기관이 맡아 진행한다. 발간된 자서전은 구립도서관 등에 비치돼 지역사료로 활용된다. 이번에는 권 할아버지를 포함해 총 9명(남자 6명, 여자 3명)이 자서전을 냈다. 김광영(82) 할아버지는 ‘봉사로 꽃피운 인생’을 통해 6·25전쟁 당시 중부전선에서 훈장을 받았던 얘기를, 김기선(74) 할아버지는 ‘서울 토박이의 현대사 여행’을 통해 4·19혁명 참가 경험담 등을 담았다. 방성열(69) 할아버지는 ‘외길 인생’을, 양상진(67) 할아버지는 ‘구원받은 나의 영혼과 삶’을, 우선경(75) 할머니는 ‘반딧불은 별이 되었다’를, 이청자(70) 할머니는 ‘그분의 뜻을 따라’를, 장영헌(87) 할아버지는 ‘노시인의 삶과 신앙의 시’를, 최옥희(78) 할머니는 ‘그래도 아름다운 인생’을 냈다. 구는 올해는 10명의 노인에게 자서전 집필·발간 비용으로 1인당 25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100세 이상 노인에게는 3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유종필 구청장은 “유명한 사람뿐 아니라 모든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분 한분의 역사가 모두 우리의 삶과 현대사가 녹아 있는 귀중한 역사”라며 “어르신 자서전 지원 사업은 다른 자치구에는 유례가 없는 사업으로 관심이 큰 만큼 계속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DB를 열다] 1963년 서울 치룽 둘러멘 넝마주이들

    [DB를 열다] 1963년 서울 치룽 둘러멘 넝마주이들

    버려진 폐지나 빈 병 등을 주워서 파는 사람을 넝마주이라고 부른다. 넝마란 원래 낡고 해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나 이불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싸리나무나 대나무로 엮어 만든 큰 망태기를 등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집게로 폐품을 주워서 담는다. 큰 망태기의 올바른 우리말은 ‘치룽’이다. 아이들은 옷을 남루하게 입고 집게를 휘두르며 다니는 넝마주이를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고 보채면 “망태기 할아버지 부른다”며 겁을 주었다는 넝마주이를 망태기 할아버지에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넝마주이들은 행인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범죄를 저지르기도 해 기피 대상이 되었다. 당국은 밑바닥 계층인 이들의 자활을 유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5·16 이후 넝마주이 직업제도를 만들어 등록제를 실시하고 집단합숙소를 만들었으며, 복장을 지정하고 작업구역도 정해 주었다. 당시 등록한 넝마주이는 882명에 이르렀으며 신분증도 만들어 주었다. 등록하지 않은 사람까지 더하면 서울에 1000명이 넘는 넝마주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지역마다 근로재건대를 만들었는데, 1963년 1월 18일 촬영한 사진에는 ‘근로재건대 남대문지대’라는 간판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근로재건대는 나중에 자활근로대로 바뀌어 1980년대까지 있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3살 손녀 성폭행한 66세 할아버지 쇠고랑

    3살 손녀 성폭행한 66세 할아버지 쇠고랑

    손녀를 성폭행한 인면수심 노인이 수갑을 찼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66세 노인이 손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이 아니었다면 노인은 길에서 맞아 죽을 뻔했다. 경찰은 발렌시아의 라플로리다 동네를 순찰하다 일단의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가운데 있는 남자를 집단폭행할 기세였다. 순간 긴급상황임을 직감한 경찰은 순찰차에서 내려 포위돼 있는 노인을 구출했다. 하지만 범죄자는 그를 에워싸고 있던 주민들이 아니라 한복판에서 떨던 노인이었다. 주민들은 격분한 목소리로 “남자가 손녀를 성폭했다.”고 소리쳤다. 경찰조사 결과 노인이 손녀를 성폭했다는 증언은 사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택을 찾아가 노인의 혐의를 확인하고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할아버지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손녀는 올해 3살이었다. 사진=발렌시아 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노자가 언제, 자연에 묻혀 살라 했나 왜 엉뚱하게 배우냐고

    노자가 언제, 자연에 묻혀 살라 했나 왜 엉뚱하게 배우냐고

    노자(혹은 도덕경)를 상하 두권에 나눠 담은 ‘노자타설’(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부키 펴냄)은 노자의 여러 얼굴 가운데 황로학(黃老學)으로서의 노자를 보여준다. 동양 고전을 읽는 재미의 반은 해석 놀음이다. 전문가들이야 어느 해석이 더 옳으냐를 두고 싸우겠지만 독자들은 그냥 즐기면 된다.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니까. 황로학으로서의 노자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한학자인 저자는 한문제 유항의 권력 장악을 예로 든다. 유항은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의 아들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정치적 자산이 없었다. 거꾸로 그 덕분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유방 사후 황후가 권력을 휘두르다 죽자 유방의 측근들은 황후 일가를 제거한 뒤 유방의 아들인 유항을 불러들인 것이다. 건국 대신들이 즐비하고 강력한 지방 세력이 여전한 가운데 권력을 받게 된 유항이 어떻게 황제에 올라 통치해 나갈 수 있었을까. 이 과정을 저자는 노자의 무위지도(無爲之道), 용이불용(用而不用), 겸덕(謙德)으로 설명해 나간다. 조금 더 극적인 것도 있다. 따뜻하고 정적인 수묵화 한 폭에 적당히 어울리는 문구를 넘어 이젠 정수기 광고에까지 널리 쓰일 정도로 일반화된 노자 8장의 ‘상선약수’(上善若水). 겸손하게 어울렁 더울렁 살자는 교훈, 혹은 협동과 조화의 공동체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걸 두고 ‘세금과 부역을 줄여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면 부국강병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노자 80장에 등장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도 있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는 이 구절을 두고 현대 도시 문명에 넌더리 내는 사람들은 소규모의 생태주의 공동체를 떠올린다. 반면 완벽한 통치를 위해 백성을 철저히 분할 통치하라는 뜻으로 읽어내는 이들도 있다. 같은 구절을 두고 극좌 아나키즘도, 극우 전체주의도 가능한 것이다. 황로학으로 읽는 노자가 주는 재미는, 노자 하면 자연에 숨어 사는 은자로서의 삶에 대한 찬양을 떠올리고 그래서 자꾸 근대 서구 문명의 대안으로 꼽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깨는 데 있다. 물론 저자는 황로학을 내세우되 극단적으로 권력 지향적인 해석 대신 온화한 해석을 택한다. ‘상선약수’는 적당한 삶의 자세로, ‘소국과민’은 지방자치제 정도로만 읽어낸다. 아니, 노자를 극단적 정치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도가를 음모가로 오해하고 나아가 노장사상을 음모학이라고 오해라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지 왜 엉뚱하게 배워 놓고 노자가 그리 가르쳤다고 떠들어대느냐 호통도 쳐 놨다. 세상을 등지거나 세상을 속이려 한 게 아니라 세상에 나름의 쓰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해석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이 해석의 문제를 뛰어넘는 책의 매력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술이다. 1918년에 태어나 지난해 사망한 저자는 1950~60년대부터 유불선 3교 강의로 이름을 떨치면서 타이완의 국사로까지 불렸던 사람이다. 오래 고민하고 공부하며 답을 찾았던 사람인 만큼 각 구절마다 방대한 중국 역사에서 무수한 사례와 얘기들을 길어 올려 설명하면서도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는다. 가령 유불선을 비교하면서 재미있게도 이렇게 풀어놨다. “유가는 곡물 가게와 같아서 결코 타도할 수 없습니다. 유가를 타도했다가는 먹을 밥, 즉 정신적 양식이 없어집니다. 불가는 잡화점입니다. 돈이 있으면 사서 돌아오고 없으면 구경만 해도 아무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도가는 약국입니다. 병이 나지 않으면 평생 상대할 필요가 없으나 일단 병이 나면 제 발로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번 책은 출판사가 내놓는 ‘남회근 저작선’의 5, 6권에 해당한다. 앞서 ‘금강경강의’ ‘불교수행법강의’ ‘주역계사강의’ ‘중국문화민담’ 등이 나왔다. 노대가의 푸근한 서술 방식 때문에 고정 독자층도 있고 매년 500~1000부씩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라 한다. 각 권 2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팍팍한 삶, 꿋꿋한 아이들의 뭉클한 이야기

    제 손으로 상수리를 주워 할아버지 내복을 사준 남수, 들일 하러 가는 엄마 대신 동생을 등에 업고 공부하는 정임이, 우리 오빠는 장애인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초등학교 1학년 민지, 조금 모자란 친구 곁에서도 자연스럽게 함께 놀고 장난치는 형범이…. ‘우리 반 일용이’(양철북 펴냄)는 아동문학가인 고(故) 이오덕 선생이 설립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가 창립 30년 만에 처음 펴낸 글 모음집이다. 그동안 회보에 실린 글을 가려 뽑아 교사들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로 꾸몄다. 1부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는 중·고교생 이야기이고, 2부 ‘달팽이’는 초등학생 이야기다. 아이들이 뿜어내는 선한 마음이 언 가슴을 따뜻하게 녹인다. 초등학교 1학년 유경이 이야기를 살펴보자. “‘우리 엄마’란 책을 읽었다. 진짜 우리 엄마는 병원에 있지만 내 엄마다….” 유경이의 어머니는 수개월째 서울의 큰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다른 곳에 머무른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유경이는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꾹 참고 씩씩하게 ‘비오는 미장원 놀이’를 한다. 중학생 남수는 아버지가 결핵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홀로 남은 남수는 먼 친척뻘 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추석을 얼마 앞두고 남수는 여러 날 조퇴를 했고, 뒷산 상수리를 땄다. 할아버지께 내복 한 벌을 사드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같은 동네 아이가 남수의 돈을 훔쳐 서울로 도망가고 나서 남수는 눈물만 줄줄 흘린다. 황금성 부여여고 교사는 “남수는 성인이 돼 당당하게 살아가면서 지금도 내게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인 김중미 작가는 “아이들에게는 아직 순정이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1만 2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만원의 행복극장

    2만원의 행복극장

    오는 3월 3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과 별오름극장에서 ‘따뜻한 공연’이 줄줄이 열린다. 국립극장과 문화예술협동조합 행복충전소가 마련한 ‘2013 행복한 겨울극장’은 관람료 2만원으로 공연을 즐기고, 수익금 일부를 새터민 청소년과 예술인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 좋은 일도 하는 기회다. 행복한 겨울극장은 힐링콘서트, 국내외 아동극, 클래식 공연, 뮤지컬 갈라 등 7개 공연으로 꾸몄다. 창작뮤지컬 ‘거리 위에 빨간모자’(2월 17일까지)로 겨울극장의 문을 연다. 1930년 미국 뉴욕의 어느 광장에서 늙고 병든 할아버지와 눈이 맑고 예쁜 소녀가 벌이는 인형극이다. 할아버지가 늑대와 사냥꾼으로, 소녀가 빨간모자와 할머니로 변신하면서 코믹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극단 야의 대표작으로, 김수진이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해 8월 김천가족연극제에서 대상과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2월 1일과 2일에는 ‘월드뮤직-세계를 가다’에서 테너 류정필과 4인조 라틴음악 연주팀 코아모러스가 한국인이 선호하는 세계음악을 선사한다. 피아졸라의 ‘리베로탱고’, 영화 ‘연인의 향기’ 테마곡 ‘포르 우나 카베자’,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마폴라’ 등 다양한 음악을 세계일주하듯 들려준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음악을 모은 ‘멀티앙상블 뮤(Mu)-씨네뮤직’(2월 6, 7일)도 준비했다. 기타리스트 배장흠, 바이올린 김여진·안소영, 비올라 우주현 등이 참가한 뮤가 영화 ‘미션’을 비롯해 ‘디어헌터’, ‘인생은 아름다워’, ‘맘마미아’ 등에 수록된 음악을 개성 있게 연주한다. 단 하루만 열리는 주옥 같은 공연도 있다. ‘힐링 콘서트’(2월 17일)는 시인 정호승과 뮤지컬 배우 박해미가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와 음악을 나누는 자리다. 비올라 연주자 에드가 노가 이끄는 크로스오버 음악그룹 클래지 프로젝트가 클래식하게 편곡한 재즈를 연주한다. 뮤지컬팀 더 뮤즈가 선보이는 ‘뮤지컬 갈라’(16일)에서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오프닝 곡부터 ‘원 나잇 온리’(드림걸즈), ‘지금 이 순간’(지킬 앤 하이드), ‘댄싱 퀸’(맘마미아) 등을 노래와 춤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도 마련했다. 이스라엘 오나포랏극단의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2월 14, 15일)는 동생이 생기는 아이의 속마음을 그린 연극이다. 동생을 낳기 위해 병원에 가고 없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방 안에 있는 옷과 장난감 등을 만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변화를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영어 노래와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뮤지컬 ‘구름빵’은 2월 23일부터 3월 3일까지 공연한다.(02)2280-411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예산지원 부족하고 시설은 비좁아… 센터 운영하려 사재 털어

    예산지원 부족하고 시설은 비좁아… 센터 운영하려 사재 털어

    지난 22일 오후 찾아간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매여울 배움터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거실을 뛰어다니는 등 활기가 넘쳐났다. 다른 방에서는 5~6학년 여학생 5명이 모여 얘기꽃을 피우고 일부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2011년 3월 문을 연 92.88㎡(30평) 규모의 매여울 배움터 지역아동센터는 이 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공부방이다. 정원은 29명인데 입소문을 타고 학생 22명이 추가로 들어오겠다고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유는 공부를 못하거나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던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그야말로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라는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근 임대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차상위 계층 자녀들이거나 한 부모가 없는 경우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과외나 학원 수강은 엄두도 내지 못할뿐더러 가정에서조차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보니 상당수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갖고 있었다. 일부는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다툼이 잦아 ‘문제아이’로 통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석현·관희(이하 가명)군도 그랬다. 1년 전만 해도 성적이 밑바닥에서 맴돌았으나 센터에 들어온 후에는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서 반에서 3~4등 하는 등 성적이 껑충 뛰었다. 중학교 1학년인 혜윤양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선행 학습 등의 프로그램 덕분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독서논술 지도를 받고 있는 서형(3학년)양은 학교 건강일기 쓰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수원시장상까지 받았다.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화성시 휘호대회에서는 센터 학생 4명이 참가해 모두 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센터 김복희(58) 시설장은 “아이들을 가슴으로 따뜻하게 대해 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재능 기부 활동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시설장은 입소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6학년 아이들이 “중학생이 돼도 계속해서 센터에 나올 수 있냐”고 물을 때면 안쓰러움에 눈물이 핑 돌곤 한다. 마음 같아선 모두 안고 가고 싶지만 시설이 열악한 탓에 그럴 수도 없다. 김 시설장은 센터를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 설립 신고 후 2년이 지나야 평가를 통해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 66만원과 교재비(학기당) 50만원, 난방비 월 50만원 등 운영 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보육교사에게는 기름값 명목으로 월 40만~50만원을 사비로 지급하고 있다. 김 시설장은 그동안 센터를 운영하며 1년에 6000만원가량 썼다. 지원금이라고는 1인당 하루 4500원꼴로 나오는 급식비가 전부다. 오는 3월 평가를 거쳐 정부지원 대상이 된다 해도 지원금이 워낙 적어 센터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시설장은 “아이들이 좋아 이 일을 계속하고 있으나 솔직히 힘에 부친다. 무엇보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의 꿈을 살려 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아동센터도 비슷한 실정이다. 23일 울산 남구 A아동지원센터에서 만난 어린이들도 여느 아이들처럼 구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떤 게 필요하냐’라는 등 민감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고등학교 1학년 영수군은 “집에 혼자 있을 때 할 수 없었던 (기타, 바이올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센터에서는 돈 안 들이고 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수군은 초·중·고등학생이 다목적 학습장에 모여 공부를 해 산만하다며 시설을 넓혀 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털어놨다. 옆에서 떠드는 초등학생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학교 3학년 현수군도 식당이 좁아 저녁 급식 때 혼잡하다고 거들었다. 단체 수업을 제외한 학년별 과목수업 땐 별도의 방을 이용했으면 하는 희망을 얘기했다. 이 센터는 남구의 거점센터라 다른 곳보다 시설이 넓다. 하지만 129㎡의 공간에 다목적 학습장과 도서실, 식당(주방), 사무실 등이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용 아동도 29명에 달해 복잡하다. 센터장과 생활복지사 등 종사자는 부모나 상담사 역할도 한다. 대부분 어린이가 결손가정 자녀라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재은양은 부모의 이혼으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1년 전부터 센터를 찾고 있다. 재은양은 할아버지가 남동생(초등 4년)만 챙기면서 상대적 소외감에 시달려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잦았다고 한다. 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성적 정체성 극복은 물론 학교 성적도 오르고 있다. 아동센터 지원금은 월평균 400만원 안팎으로 시설 운영·관리와 생활복지사 인건비, 프로그램 운영비, 종사자 처우개선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많은 일에 비해 월급은 100여만원에 불과해 생활복지사의 이동도 잦다. 지역아동센터와 학교 방과후 수업의 교류가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이모(47) 센터장은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이뤄져 시설 운영에 도움은 되지만 여전히 어렵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어린이를 센터가 맡은 만큼 현실에 맞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학부모는 센터가 어린이를 보호하면서 학습 효과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학부모·아동 모두를 만족시켜 줄 전문가가 월 100여만원의 급여를 받고 센터에서 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센터장은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한 내부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점차 개선되면서 센터를 찾는 어린이들이 늘어나 지역아동센터 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산하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조사 결과 2004년 895곳이었던 아동센터가 8년 만인 지난해 4003곳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센터가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기업으로 인식되면서 농어촌 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경기도 729곳을 비롯해 대부분 도 단위 지역의 수가 200곳을 훌쩍 넘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을 기업과 공동모금회 등에서 대신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사회복지시설 지원 우선순위에 밀려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복지사 이모(43)씨는 “아이들이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집중력을 키워 주는 등 학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학습 동기를 부여하려면 시설과 교재 등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모(24·여)씨는 “아이들이 좋아서 그냥 참고 일하지만, 월급을 받을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주은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 예산지원·민간운영 형태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역아동센터와 학원으로 나뉘는 구조가 아이들 간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도 있어 학교의 방과후 수업을 대폭 확대하는 등 아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잠자던 부모에게 눌려 갓난아기 압사 ‘충격’

    갓태어난 아기가 곤히 자다 세상을 하직했다. 부모와 함께 자던 아기가 부모에게 깔려 죽은 끔찍한 사고가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지방 미시오네스의 오베라라는 도시에 사는 부부 아드리안과 다니엘라는 2013년 새해를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이하 현지시각) 기다리던 첫 아기가 태어난 것. 두 사람은 끔찍하게 사랑하는 마음에 아기를 한 침대에서 재웠다. 21일 저녁 부인 다니엘라는 여느때처럼 젖을 먹인 후 아기를 침대에서 재웠다. 22일 아침 잠에서 깬 두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기가 시신처럼 누운 채 도무지 움직일 조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 걸 확인하고 인공호흡을 하는 등 아기를 살려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아기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부는 이 사실을 남자의 아버지에게 급히 알렸다. 할아버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달려가 조사한 결과 사인은 압력에 의한 질식사였다. 잠을 자던 부부가 아기를 눌러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사고로 보이지만 부모에게 과실이 있는지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엄마는 옷장에 숨었다고 공안에 순순히 말했다 그 길로 북에 끌려간 엄마… 열에 여덟, 공포의 생이별

    엄마는 옷장에 숨었다고 공안에 순순히 말했다 그 길로 북에 끌려간 엄마… 열에 여덟, 공포의 생이별

    북한과 맞닿은 중국 동북3성 지역에 사는 A(13)군은 8년 전 겪은 악몽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 다섯살 되던 그해 어느 날, 중국 공안이 A군의 집에 들이닥쳤고 탈북자였던 어머니는 옷장 안에 숨었다. 공안들이 “엄마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상황을 파악 못 한 A군은 “옷장에 숨었는데요”라고 순순히 답했다. 공안은 어머니를 잡아 강제 북송했고 A군은 그날 이후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굶주림 등을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은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탈북 2세 아동’(19세 미만)이 2만~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 여성 대부분은 중국 남성과 결혼해 정착하지만 불안한 신분 탓에 예고 없이 자녀와 생이별하는 일이 많다. 어머니가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되거나 가출해 중국에 남겨진 A군 같은 아동들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외롭게 살아간다. 국제사회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 연구팀이 지난해 7~9월 동북3성 등 중국 4개 성 14개 지역에서 탈북 2세 100명의 가정에 대해 심층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아이들 중 96.0%가 9~15세인 성장기에 있었다. 북한에 대규모 식량난이 덮쳐 대량 탈북이 발생한 1998~2000년과 출생 시기가 일치한다. 당시 탈북했던 여성 상당수가 반강제적으로 중국 남성과 매매혼을 해 아이를 낳은 결과로 보인다. 중국 내 탈북 2세 아동 10명 중 8명가량은 어머니와 이별한 채 살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머니가 강제 북송돼 가정이 해체된 경우가 많다. 중국에 사는 탈북 2세 B(14)군의 어머니는 7년 전 강제 북송됐다. 원래 정신질환이 있었던 아버지는 탈북자 어머니를 만난 뒤 안정을 되찾았지만 아내가 끌려가자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탈북자 어머니가 불안정한 신분을 떨쳐 내려 한국행을 택해 홀로 남은 아동도 적지 않다. 탈북 2세 C(13)군은 2007년 이후 어머니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당시 공안이 탈북자들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자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한국으로 가자”고 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후 어머니는 가출했는데 2년 뒤 전화를 해 “한국행에 성공했다”고 알려 왔다. 어머니의 부재,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성장기 탈북 2세 아동들은 극심한 정서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매매혼 등을 통해 탈북 여성과 결혼한 중국인 아버지는 가난하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탈북 2세 가정의 경제적 수준을 조사해 보니 58.6%가 ‘못사는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 2세 D군이 이런 경우다. 아버지는 한쪽 팔이 없는 상태로 쉬는 날 없이 농사일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팔마저 아파 일하기가 어려워지자 하루하루를 술로 보낸다고 한다. E(11)군은 용접일을 하는 아버지와 조부모를 모시고 단칸 셋방에 산다. 어머니는 2008년 교회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떠났다. 중풍을 앓는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 내는 생활은 E군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그는 어머니를 무척 그리워했다. E군처럼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아동 중 76.3%가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헤어진 친모와 연락이 되는 아동은 23.0%에 불과했다. 어머니와 헤어진 뒤 아버지나 친척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고아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 상태이거나 산골에서 아이를 키울 여유가 없는 등 자녀를 챙기기 어려운 경우다. 고아가 된 탈북 2세들은 주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북3성 지역에는 탈북자 아동을 돌보기 위해 현지 기독교 시설이 집중돼 있다. 교회는 홀아버지 등과 사는 탈북 2세들에게 양육비 지원도 한다. 탈북 2세 가정 중 23.0%는 교회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탈북 고아 중 교회 시설이 아닌 중국 고아원에 살거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면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북 2세 아동 중 심각한 폭행, 성폭력 등에 시달리는 아동은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또 중국의 호구(한국의 주민등록)를 취득한 아동 비율도 95.8%나 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아동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탈북 2세를 대상으로 한 심각한 인권 유린이 실제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호구를 얻기 위해 뇌물을 건넸다고 응답한 비율도 61.8%나 됐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인도 총리 셋 배출한 정치 명가 4대손 라훌, 네 번째 총리 될까

    인도 총리 셋 배출한 정치 명가 4대손 라훌, 네 번째 총리 될까

    인도의 정치 명문 ‘네루-간디’ 가문의 4대 자손인 라훌 간디(42)가 집권당인 국민회의당(INC)의 2인자 자리에 오르면서 차기 총리직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훌은 2014년 예정된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설 전망이다. 자나르단 뒤베디 INC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라훌이 전날 부총재직에 임명돼 어머니이자 총재인 소냐 간디에 이어 당을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라훌은 1947년 인도 독립 후 초대 총리를 지낸 증조 할아버지 자와할랄 네루와 할머니 인디라 간디 전 총리, 아버지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뒤를 이어 네루-간디 가문의 4번째 총리감으로 거론돼왔다. 인디라의 성이 네루에서 간디로 바뀐 것은 남편 페로즈 간디의 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페로즈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와 성만 같을 뿐 혈연관계는 없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총리 재임 중 암살당한 경험 때문에 어릴 때부터 테러위협을 피해 미국에서 숨어지낸 라훌은 대학 졸업 후 런던과 뭄바이 등에서 회사를 경영하다 2004년 어머니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국회의원으로 처음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소냐 간디는 정치인 대신 관료 출신인 만모한 싱 현 총리를 발탁, 아들 라훌이 총리직을 맡을 때까지 섭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훌은 2009년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내며 정치적 자질을 인정받았으나 내각 경험이 전혀 없어 야당 등에서는 총리감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퇴계 17대 종손, 할아버지 철학 연구로 박사된다

    퇴계 17대 종손, 할아버지 철학 연구로 박사된다

    “종손이란 자리가 어릴 때는 무거운 짐이었지만 이제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입니다.” 다음 달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이치억(38)씨는 차분히 웃는 입가와 가느다란 눈매가 1000원권 지폐에 담긴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을 닮았다. 그는 퇴계의 17대 종손이다. 1528년 성균관에 유생으로 들어가 1552년 대사성(정3품·현 총장)을 지낸 퇴계의 뒤를 이어 그도 곧 성균관대에서 학위를 받는다. 경북 안동 도산서원 인근 종가에서 태어난 이씨는 종손이란 이유로 남들과 다른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의관을 갖추고 사당 참배를 한 후에야 아침 식사를 했고 사당에 제를 올린 후 외출을 할 정도였다. 친구들과 똑같은 장난을 쳐도 가장 많이 꾸지람을 들었다. 숨이 막혔다. 부담감을 못 이겨 이씨는 고향을 떠났다. 일본 메지로대학에서 아시아 지역문화를 공부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택한 유학이었다. 이씨가 유교에 마음을 연 것은 2001년 안동에서 열린 ‘퇴계 탄신 500주년’ 기념 행사 때였다. “세계 석학들이 유학자 퇴계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종손으로서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로소 유학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알게 됐죠.” 이듬해 이씨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2005년 학위를 받은 후 바로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박사논문 주제는 ‘퇴계의 주리철학’. 하지만 아버지 이근필(82)씨는 아들이 택한 화두에 반대했다. 논문을 쓰려면 비판이 필요한데 굳이 선조의 사상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대의 대학자가 40여년을 공부하고 50세가 넘어서야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했던 철학을, 겨우 10년 남짓 공부한 제가 논한다는 것이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마음을 채찍 삼아 더욱 배움에 정진하려 합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깔깔깔]

    ●생각났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동차 여행 중에 한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나왔다. 한참 달리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선글라스를 식당에 두고 왔어요.” 할아버지가 짜증을 내면서 할머니를 나무라고는 다시 휴게소로 돌아왔다. 할머니가 휴게소에 내리려 하자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할아버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멈! 들어가는 김에 내 모자도 얼른 좀 집어 와!” ●난센스 퀴즈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사 2명은? 띵해. 핑해. ▶햇빛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욕은? 일광욕.
  • “김정은, 김일성 닮기 수차례 성형수술”

    “김정은, 김일성 닮기 수차례 성형수술”

    중국 언론 매체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성형수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20일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선전(深圳)위성TV는 전날 중견 언론인 2명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닮아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인 관야오(管姚)는 방송에서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외교관의 전언을 소개하며 “북한 외교관이 북한을 방문 중인 우리 외교관에게 사적인 대화에서 ‘(김 제1위원장이) 조부(김일성)와 똑 닮지 않았느냐’고 물은 뒤 ‘성형수술을 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방 언론은 김 제1위원장이 조부와 닮아 보이기 위해 2~3차례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언론인 류허핑(劉和平)도 “북한 권력 승계의 정통성은 혈연에서 비롯되며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모두가 신처럼 떠받드는 김일성의 혈통을 이어 받아 외모는 물론 정신까지도 닮았다고 여긴다”며 특히 “그(김정은)의 행동거지와 말투가 김일성과 유사한데 이러한 것들이 권력 승계의 합법성을 높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현 국회의원)는 2011년 6월 “김정은이 2007년 초 후계자로 내정된 뒤 3년여간 모두 6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현직 북한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씨줄날줄] 손자 보는 할머니/임태순 논설위원

    흑인인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인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가 미국 시민으로 성장,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의 힘이 컸다. 던햄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딸을 대신해 오바마를 1971년부터 1979년까지 키웠다. 사고와 감성, 가치관이 형성되는 10~18세 때의 민감한 사춘기 시절이었다. 던햄은 오바마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흑인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준 것은 물론 애국과 근면, 이웃 사랑 등의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 주었다. 오바마가 2008년 11월 한창 선거전이 치열한데도 하와이로 가 임종을 앞둔 외할머니를 위문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주와의 관계는 유별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에게 아끼던 쌈짓돈을 용돈으로 선뜻 내주는 게 조부모들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주를 잘 가르쳐 번듯한 인물로 키운 경우도 많다.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의 딸 이렌을 교육한 사람은 외할아버지 외젠이었다. 그는 손녀에게 빅토르 위고의 책을 읽어주고 식물학, 박물학 등 다양한 학문에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이렌 부부 역시 193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해 어머니와 딸이 대를 이어 노벨상을 타는 진기록을 남겼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도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 도움으로 독서 습관을 들였다며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토로했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 이황이 손자 안도에게 서신을 보내 교육시킨 것도 유명한 일화다. 부모를 건너뛴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주 간의 ‘격대(隔代)교육’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것과 달리 조부모들은 한결 여유있고 너그러운 자세로 손주들을 사랑으로 양육하기 때문이다. 대가족시대엔 흔했던 격대교육이 핵가족으로 사라졌다가 고령화 시대와 양육난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손주 양육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나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주간 노동시간은 47.2시간이었다. 주 5일 근무로 치면 하루 9.44시간이니 노인들에겐 격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손주를 돌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걸린다는 할머니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부모·자식 관계도 좋지 않게 되고 찰떡 궁합인 조손(祖孫)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황혼 육아의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도록 자식들이 근로조건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잘 키운 손주가 대통령 되는 걸 보지 않겠는가.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소외층 보듬는 약손

    소외층 보듬는 약손

    “이제 나이가 들어 어디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멍이 들고 약해진 관절 때문에 오래 걷지도 못해. 그런데 한방봉사단 덕분에 치료를 받고 나면 몇 개월쯤 몸이 편하니까 언제 오나 하고 기다려지지 뭐야.”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김모(70) 할아버지는 17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슈바이처 팀’으로 불리는 대학생 의료봉사단 ‘언재호야’(焉哉乎也)를 가리킨 것이다. 중랑구와 가천대 한의대가 방학 때마다 자원봉사를 펼치는 관·학 협약을 맺은 결실이다. 봉사단은 전담교수와 지도 한의사 2명을 포함해 35명으로 짜였다. 여기에는 “네 글자 모두 어조사로, 글이 뜻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도움을 주는 것처럼, 무료한방 자원봉사를 통해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자”는 뜻을 담았다. 이들은 18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구청 2층 대회의실에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을 비롯한 저소득 주민 및 다문화 가족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료를 돕는다. 신내1동, 신내2동, 상봉1동 30~40명 등 주민 생활형편을 잘 아는 각 주민센터 협조를 얻어 대상자를 선정해 복지 사각지대 틈새계층 주민들을 적극 발굴하도록 했다. 이번 겨울방학 봉사는 다음 달 15일까지 주 1회씩 모두 여섯 차례 예정돼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131회에 걸쳐 1만 3629명이 혜택을 봤다. 특히 일회성 진료로 그치지 않고 2개월에 걸쳐 주 1회 반복 진료로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애쓴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구는 이번에 한약대금 200만원과 활동경비 100만원, 간담회비 50만원을 합쳐 350만원을 지원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유대인은 에스파냐 사람처럼 허영심이 강하고, 크로아티아 사람처럼 무지하며, 근동 사람처럼 탐욕스럽고, 몰타 사람처럼 배은망덕하며, 집시처럼 뻔뻔하고, 영국인처럼 더러우며, 칼미크 사람처럼 기름기가 많고, 프로이센 사람처럼 오만하며,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 사람처럼 험담을 잘할 뿐만 아니라 발정을 억누르지 못해 간통을 쉽게 저지른다.”(1권 17쪽) 6년 만에 접하는 움베르토 에코(81)의 신작 소설 ‘프라하의 묘지’(열린책들 펴냄·2권)는 첫 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19세기 유럽에 팽배했던 인종, 종교, 여자에 대한 편견들이 뒤섞여 역겨움을 한껏 자아내더니 어느새 예리한 칼날이 유대인을 겨누고 있다. 작가는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증오와 음모가 어떻게 발생해 번져 나가는지를 추적한다. 에코의 표현처럼 시모니니는 ‘세계 문학 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19세기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론의 ‘비조’(鼻祖)격에 해당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시모니니는 무신앙과 냉소주의를 몸에 익혔고 사르데냐, 프랑스, 프로이센 등을 오가며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한다. 그가 내놓은 일생 최악의 위작은 바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란 허위 문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조세프 발사모’의 천둥산 회의 장면은 유대인 랍비들의 프라하 묘지 회의 장면으로 바뀌고, 외젠 쉬의 ‘민중의 신비’에 나오는 예수회 신부의 글은 랍비의 연설문이 된다. 실존했던 이 문서는 1921년 허위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문서는 ‘유대인들의 세계 지배 음모’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며 20세기 유대인 학살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코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은 속임수에 바탕을 둔 전쟁이었고 CIA조차 이를 인정했다. 사담 후세인이 평생에 걸쳐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그 짓만은 하지 않았다. 하나의 거짓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에코는 2010년 이 소설을 고국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했다. 이탈리아에선 65만부, 스페인에선 초판만 200만부가 팔렸다. 에코는 출간 전 번역자들에게 19세기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1910년대 신문에 연재되던 번안 소설의 문체가 활용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마지막까지 온기 남기고 떠난 ‘당산동 봉사왕’

    마지막까지 온기 남기고 떠난 ‘당산동 봉사왕’

    “건강했던 양반이 돌아가시다니 실감이 안 나요. 그날 아침도 추우니까 그냥 집에서 쉬라고 말렸는데….” 지난 7일 아침 김계순(75·서울 영등포구)씨의 휴대전화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발신자는 ‘남편’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며 남편이 집을 나선 지 한 시간여 만이었다. 그런데 수화기 건너로 들려온 것은 남편이 아닌 낯선 남성의 목소리였다. 경찰관이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입고 나간 옷 색깔을 확인하더니 “머리를 조금 다치셨으니 병원으로 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머리를 조금 다쳤다는 것은 김씨가 받을 충격을 걱정한 경찰의 거짓말이었다. 병원에서 김씨를 기다린 것은 남편 임득실(81)씨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임씨는 이날 당산동 일대에서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고 귀가하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는 버스에 치였다. 임씨는 당산동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 유명해졌다. 5년 전 동네에서 쓰레기 줍기나 아이들 등굣길 건널목 안전도우미 등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선행을 시작했다. 왜 봉사활동에 빠져들었는지 부인이나 자식들에게는 설명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영등포구 노인봉사대’라고 적힌 노란 조끼와 모자를 장만하더니 아침마다 그것을 챙겨 들고 나갔다. 둘째아들(47)은 13일 “젊은 시절 너무 고생하셔서 나이 들고 웬만큼 살 만해지니까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1932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임씨는 젊은 시절 무작정 상경해 영등포에서만 50년 넘게 살며 서울 가락시장에서 농산물을 팔며 가정을 꾸려 왔다. 당산동 주민들은 묵묵히 쓰레기를 줍던 그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했다. 이웃 신유리(38·여)씨는 “한번은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할아버지를 알아보고 ‘봉사왕’이라고 부르면서 반갑게 인사했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활짝 웃으셨다”면서 “정 많던 할아버지인데 그렇게 돌아가시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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