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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피플+] “내가 도와줄게” 흑인청년 넥타이 매주는 노신사 감동

    [월드피플+] “내가 도와줄게” 흑인청년 넥타이 매주는 노신사 감동

    “청년, 내가 도와줄게.” 세대 간의 간극이 빚는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을 ‘고지식한 사람’으로,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들을 ‘버릇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도 깊어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러한 현실과 달리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사진 한 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은 미국 애틀랜타의 한 지하철역에서 한 노인이 젊은 흑인 남성에게 넥타이를 매주는 장면을 담고 있다.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정장 차림의 젊은 흑인남성은 지하철 역 벤치에 앉아 넥타이를 매려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못해 쩔쩔매는 남성을 발견한 것은 근처에 서 있던 한 노부인이었다. 노부인은 이 젊은 남성의 모습을 본 뒤 자신의 남편에게 “당신이 (넥타이 매는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라고 말했고, 이에 이 노부인의 남편인 할아버지가 그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넥타이를 매어 줬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은 페이스북에 올라오자마자 ‘좋아요’ 30만 건, 공유 13만 건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각종 차별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백인 노인이 흑인 청년을 돕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애틀랜타에 사는 레드 데스몬드 토마스라는 남성으로, 그 역시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훈훈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부인이 청년에게 넥타이 매는법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청년이 모른다고 답하자 자신의 남편에게 알려줄 것을 권했다”면서 “나이가 든 신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넥타이 매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줬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게시물을 본 한 네티즌은 “멋지다. 이런 작은 일들이 모여 긍정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감동을 표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뒷모습 찍어 드려요~ 스펙 대신 ‘낯선 나’ 돌아보세요”

    “뒷모습 찍어 드려요~ 스펙 대신 ‘낯선 나’ 돌아보세요”

    “뒤돌아서 보세요. 자, 이제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20대 젊은이들이 신기한 듯 웃음을 지으며 벽을 응시한다. 한 40대 여성은 반대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힐끔힐끔 카메라 쪽을 쳐다본다. 서울 홍대 거리 한복판에 마련된 ‘엉뚱한 사진관’ 속 엉뚱한 풍경이다. 이 사진관에서는 촬영이 끝나면 실제 증명사진 크기로 만들어진 ‘뒷모습 사진’을 받아 볼 수 있다. 그 안에는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낯선 나’가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서교예술실험센터가 구직을 희망하는 시민들에게 증명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는 엉뚱한 사진관을 열었다. 20대 취업준비생부터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까지 직업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사진관이 특별한 이유는 앞모습뿐만 아니라 뒷모습 촬영이 이뤄진다는 것. 프로젝트를 맡은 조예인(33·여) 기획자는 “기업이 원하는 스펙만 담긴 이력서와 증명사진이 필수가 돼 버렸지만, 그것만이 사람들이 가진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을 준비하느라 자기 자신을 잊은 구직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사진관을 찾아 촬영을 마친 박보영(24·여)씨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뒤돌아서니 나를 꾸밀 수가 없었다”면서 “누군가 진짜 내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촬영을 마친 참가자에게는 뒷모습 증명사진과 함께 ‘엉뚱한 이력서’가 주어진다. 항목은 그럴 듯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딱딱한 이력서와는 전혀 다르다. 이름 대신 애칭을 적고 학력 사항에는 ‘나만 아는 삶의 지혜’를 써야 한다. 어학능력도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농담능력, 공감능력이 영어점수를 대체한다. 이날 첫 촬영을 시작한 엉뚱한 사진관은 오는 20일까지 구직자들을 맞는다. 조씨는 “백발의 할아버지부터 장애인분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사전 신청을 했다”면서 “27일부터는 사진과 이력서를 모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시회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어려운 국민 돕는 것 당연”… 노인 수레 대신 끈 장병

    “어려운 국민 돕는 것 당연”… 노인 수레 대신 끈 장병

    폐상자를 첩첩이 쌓아 올린 수레를 끄는 할아버지를 남몰래 도운 국군 장병의 모습이 국민신문고에 올라 화제다. 지난달 9일 전북 전주시에 놀러 왔던 울산의 한 관광객은 “남을 도와주는 군인들 모습, 군인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짧은 글과 함께 이 사진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육군 35사단 정비근무대 소속 김종운, 손채민 상병이다. 이들은 이날 부대가 있는 임실에서 전주로 외박을 나와 숙소를 잡으러 가던 중이었다. 숙소를 해결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두 사람은 상자 더미가 높이 쌓인 수레를 끌고 위태롭게 도롯가를 지나는 한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70세가 훌쩍 넘은 고령으로 왜소한 체격의 할아버지가 수레를 끌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할아버지 뒤편에서 수레를 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목적지인 철물점까지 20분이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수레를 도맡아 끌기 시작했다. 이 선행은 한 달여가 지나 관광객이 장병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국민신문고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할아버지는 두 장병에게 “항상 주변에서 박스를 거둬 가는데 이런 도움은 처음 받아 본다”며 두 청년에게 연방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대학 사회복지과에 다니다가 입대한 김 상병은 “전공과 상관없이 군복을 입은 사람이라면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당연한 일이 마치 대단한 일인 것처럼 화제가 돼 쑥스럽다”고 말했다. 35사단은 선행을 베푼 두 장병에게 사단장 표창과 함께 4박 5일 포상휴가를 줬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빌 게이츠·오바마를 키운 건 조부모의 사랑

    빌 게이츠·오바마를 키운 건 조부모의 사랑

    노인이 스승이다/윤용섭 등 지음/글항아리/316쪽/1만 8000원 전통사회 대가족 형태에서 할아버지와 겸상할 수 있는 권리는 오롯이 손주의 몫이었다. 손주 사랑과 함께 이뤄지는 밥상머리 교육은 자연스레 할아버지 몫이기도 했다. ‘예기’(禮記)에는 ‘군자라면 손주는 안아도 아들은 안지 않는다’(君子抱孫不抱子)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핵가족화로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울리며 푸근한 정을 느낄 기회가 현격히 줄었다. 또한 복지의 비용 측면만을 염려해 노인을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이들을 소외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책은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획하고 윤용섭 부원장, 김미영 수석연구위원, 이창기 영남대 명예교수가 집필해다. 동서고금의 문헌 및 자료, 예술작품 속에 담긴 조손(祖孫)의 모습과 그 관계가 이뤄져 온 상황과 맥락에 대해 설명하면서 격대(隔代) 교육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시한다. 퇴계 이황(1501~1570)은 15년 동안 손자 이안도(1541~1584)에게 편지를 썼다. 때로는 엄히 꾸짖고, 때로는 다정히 격려하며 글로 손자 교육을 직접 챙겼다. 과거에 합격한 손자에게 보낸 편지는 할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을 표현했다. ‘지금 안동부에서 보내온 방목을 보고 네가 입격(入格)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요행인 줄은 아나 나도 모르게 나막신 굽이 부러진 줄도 모르고 크게 기뻐했다’고 적었다. 훗날 성리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로 자란 손자가 할아버지의 학문관, 인생관을 고스란히 배웠음은 물론이다. 격대 교육의 효용성은 서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도맡아 키우다시피 한 빌 게이츠, 복잡한 가정사로 하와이 외갓집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또한 할머니로부터 엄격한 영국식 가정교육을 받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존중과 공경은 강요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년 육체의 허약함은 성숙한 연륜과 맞바꾼 대가다. 삶에 대한 지혜, 세상에 대한 혜안, 다양한 경험과 깊은 성찰을 가질 때 비로소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사회적 존경의 문화가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에만 머문 채 손주 세대에게 편향된 가치를 강요한다면 ‘꼰대’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쉼없는 자기 계발을 계속한다면 존경받는 ‘스승’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월드피플+] 호주 할아버지 직접 목격한 ‘UFO 비행접시’ 개발

    과연 증손자까지 둔 이 할아버지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최근 호주 민영방송 채널7의 아침프로그램 '선라이즈'가 이색적인 '숙원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3명의 증손자까지 둔 이 할아버지의 이름은 뉴 사우스 웨일스에 사는 올해 87세의 듀안 필립스. 할아버지가 20년 전 부터 창고에 틀어박혀 제작 중인 물건은 '무려' 실제로 하늘을 나는 UFO 비행접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나 개발 가능한 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 비행접시 개발에 나선 할아버지의 사연은 이렇다. 20년 전 지금은 작고한 부인과 함께 외출에 나선 할아버지는 우연히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하는 UFO를 목격했다. 이때부터 할아버지는 당시 목격자로서 똑똑히 관찰한 UFO를 그대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 특히 할아버지는 평생 항공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 덕에 누구보다도 비행기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다. 할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면서 "비행접시 개발은 내 목표일 뿐 아니라 부인을 위한 헌정물" 이라고 밝혔다. 방송에 공개된 할아버지의 비행접시는 일단 겉모습만 보면 영화에서나 나오는 UFO와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외형만 그럴싸한 것은 아니다. 비행접시의 특성상 지상에서 수직으로 띄워 앞으로 비행하기 위해 두개의 엔진도 장착돼 있으며 헬리콥터와 비슷한 원리라는 것이 할아버지의 설명. 할아버지는 "그동안 자식과 손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조용히 작업을 했지만 이제 대중에 공개할 때가 됐다" 면서 "내년 3월 혹은 4월 테스트 비행 예정으로 이 비행접시를 하늘에 있는 부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띄울 것" 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학교가 없어진대요… 산꽃분교 아이들의 ‘즐거운 이별’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학교가 없어진대요… 산꽃분교 아이들의 ‘즐거운 이별’

    학교야, 울지마!/오채 지음/김영미 그림/문학과지성사/196쪽/1만원 산꽃분교 전교생은 2학년 정미와 다솔이, 6학년 정희와 다은이, 강산이, 다섯 명뿐이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는 데다 마을을 둘러싼 자연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농사일을 돕는 것도 재밌고, 전교생이 어울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는 것도 즐겁다. 이런 아이들에게 슬픈 소식이 날아든다. 교육청으로부터 6학년이 졸업하고 나면 학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은 것. 재밌게 잘 다니던 학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아이들은 똘똘 뭉쳐 폐교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 학교는 없어지지만 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 학교에서 야영도 하고, 고구마를 심어 번 돈으로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도 간다. 10년 후 자신들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생각하며 타임캡슐도 묻는다. 그동안 넉넉한 품으로 자신들을 맞이해 준 학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는다. 산꽃분교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이들이 절망적인 환경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 꿈을 갖는 아이로 커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다섯 아이들의 생생한 캐릭터, 산골 마을의 포근한 풍경, 어른들과 아이들의 따뜻한 교감이 읽는 내내 감동을 자아낸다. 아이들에게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따뜻한 장도 마련해 준다. 작가는 작품마다 순하고 진실한 것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으며, ‘날마다 뽀끄땡스’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았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문화마당] 태양을 향해 달리는 시계/천운영 소설가

    [문화마당] 태양을 향해 달리는 시계/천운영 소설가

    내겐 물려받은 벽시계가 하나 있다. 그닥 특별할 것 없는 괘종시계다. 아마도 한 번 태엽을 감으면 한 달 간다는 의미일 듯한 ‘30 days’ 빛바랜 스티커가 유리 문짝에 떡하니 붙어 있다. 얼마나 단단히 붙여 놨는지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당시에는 광고할 만한 어떤 것이었나 보다. 지금은 태엽 한 번에 일주일을 채 못 버티고, 한 시에 종을 열두 번 울리기는 하지만, 나보다 늙은 시계가 작동한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특하다. 그 시계를 받아 올 때 할머니가 그랬다. 네 할아버지가 그걸 사오느라 남대문시장까지 갔단다. 세이콘가 머시긴가 고걸 사겠다고. 해룡 산골에서 남대문까지. 산길을 걸어 내려가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꼬박 하루. 처음 시계를 소유한 순간을 기억한다. 시계를 온전히 내 몸에 소유할 수 있다니. 어쩐지 성인으로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른까지는 아니어도 어린이에서 벗어난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사실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곱상한 바늘시계이길 바랐는데 전자시계였다. 시계를 읽을 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흔해 빠지고 투박한 전자시계라니. 그래도 내 첫 시계인데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시계는, 그러니까 내 시계는, 이것이 바로 태양열 충전 시계란 것이다,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빛이 날, 불사의 시계! 나는 그 투박한 시계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작정해서가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계였다. 태양빛을 쬐어 주면 시들시들했던 숫자가 서서히 되살아나는 모습이라니. 광합성을 하는 식물 같았다. 태양의 힘을 잘 느끼려면 일단 방전을 시켜야 했다. 아주 죽지 않을 정도로만. 그래서 어둠 속에 숨어 숫자가 희미해지길 기다렸다가 햇빛으로 나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곤 했다. 왼손을 번쩍 치켜든 채 햇빛 속으로 달려 나가는 나는 태양과 교신하는 우주 전사였다. 그렇게 나는 양지와 음지를 무던히도 뛰어다녔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계가 사라졌다. 싫증난 것도 아닌데, 아직 사랑하고 있는데, 우리 사랑 영원할 줄 알았는데, 사라져 버렸다. 분명히 차고 나왔는데. 어디서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쏘다녔다. 무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버려진 느낌이었다. 떠난 애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듯 왔던 길을 전부 훑었지만, 시계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결별의 원인은 가죽줄에 있었다. 가죽줄이 땀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내가 태양과 교신하는 동안 얇디얇은 가죽줄은 삭아 가고 있었다. 시계가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시곗줄에게는 가혹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버려진 것은 내가 아니라 시계였다. 내 부주의가 시계를 버렸다. 손목 위에 허연 시곗줄 자국이 한동안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할아버지의 괘종시계는 다섯 시 십오 분에 멈춰져 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태엽을 감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열쇠를 꺼내 뻑뻑해질 때까지 태엽을 감은 다음 시계추를 흔들어 깨웠다. 죽은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남대문까지 가서 장만한 괘종시계를 품에 안고, 다시 그 길을 되짚어 오는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는 쫌 멋쟁이셨으니, 백구두를 신고 그 길을 걸으셨을 것 같다. 어쩌면 해가 지고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그림자가 아주 길게 늘어지면서 저녁 시간을 알리는 해시계가 되었을 것이다. 그림자 시곗바늘이 내 심장을 가리켰다. 심장에서 댕댕댕댕 괘종 소리가 울렸다. 어쩌면 내 첫 시계도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흐려졌다 선명해지기를 반복하면서, 태양과 교신하며, 식물처럼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태양이 있는 한.
  • ‘1918~2015 Helmut Schmidt’ 헬무트 슈미트 前 독일 총리 별세

    ‘1918~2015 Helmut Schmidt’ 헬무트 슈미트 前 독일 총리 별세

    “그는 하나의 정치 기관 그 자체다. 그의 조언과 판단력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국가가 그에게 큰 빚을 졌다.” 10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전역에선 TV 생중계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추모 연설이 흘러나왔다. 전날 96세로 타계한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를 기리려는 것이었다. 독일 dpa통신은 “헬무트 전 총리가 혈전증으로 함부르크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의 자택은 조문객들이 갖다 놓은 양초와 꽃다발로 둘러싸였다. 독일인이 가장 존경하는 총리로 꼽히는 슈미트 전 총리는 서독의 경제와 안보 위기를 타개했으며, 유로화와 유럽 통합의 기초를 마련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전임자인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졌다. 빌리 브란트 내각에서는 재무장관으로서 ‘라인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슈미트 전 총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좌파 사회민주당(SPD)에 가입했다. 사민당에 들어간 후 그의 정치 인생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1953년 처음으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1974년 자유민주당(FDP)과의 연정으로 총리에 올랐다. 당시 독일은 경기 침체와 안보 불안을 겪었다. 슈미트 전 총리는 공공부문 투자를 늘려 일자리 16만개를 창출했다.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독·불 정상 협력으로 유럽 통합을 이끌었다. 이런 노력으로 1975년 세계경제정상회의(G6)가 출범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이어졌다. 안보 분야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했다. 1977년 10월, 독일 적군파(RAF)가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과 함께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납치했다. 그는 국경경비대를 급파해 승객 86명을 모두 무사히 구출해 냈다. 구소련이 유럽을 겨냥해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했을 때도 소련과 협상하면서 실패할 경우 서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1976년, 1980년 재선됐지만 1982년 연정이 해체되면서 총리에서 물러났다. 퇴임 후에도 원로 정치인으로서 독일인의 존경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와 절친한 독일계 유대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종종 “슈미트보다 먼저 죽고 싶다. 그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애도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슈미트 전 총리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유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그는 위대한 유럽인”이라며 “독일인들에게 유럽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고 그를 평가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슈미트 전 총리는 나의 아버지(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 그리고 캐나다의 위대한 친구”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지독한 애연가였던 그는 TV 인터뷰나 정상회담에서도 항상 담배를 입에 물었다. 국회 토론 중에도 욕을 할 정도로 거침없고 직설적인 성격이었던 그를 독일인들은 ‘슈미트 주둥이’라고 불렀다. 1936년까지 히틀러 소년단에 있었고 군 복무를 한 것에 대해선 ‘유대인 할아버지를 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뛰어난 피아노 연주가였던 그는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83세 패러글라이딩 할아버지 방송 출연료 30만원 장학금 기탁

    83세 패러글라이딩 할아버지 방송 출연료 30만원 장학금 기탁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80대 할아버지가 자신의 방송출연료를 장학금으로 내놨다. 10일 충북 단양군에 따르면 패러글라이딩의 전설로 통하는 지재호(83) 할아버지가 놀랍고 재미있는 인물을 소개하는 공중파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받은 30만원을 최근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군에 기탁했다. 지 할아버지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군의 장학사업에 동참하고 싶어 장학금을 냈다”며 “주위에서 한턱을 내라고 하는데 좀 더 의미 있게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 할아버지는 하늘을 날고 싶어 65세에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다. 착륙하다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다. 요즘은 단양읍에 있는 양방산(해발 650m)에서 1주일에 한 번 정도 패러글라이딩을 한다. 단독비행을 즐기기 위해 필수인 무선사 자격증까지 땄다. 단양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어르신들을 위한 빼빼로데이

    어르신들을 위한 빼빼로데이

    “할아버지·할머니, 빼빼로처럼 꼿꼿한 허리와 다리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사세요.” 충북 제천에서 3년째 노인들을 위한 ‘빼빼로데이’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제천시 영서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11일 독거노인과 여고생들이 함께하는 이색적인 빼빼로데이 행사를 가졌다. 회원들은 가래떡과 빼빼로과자, 수면양말을 노인들의 빼빼로데이 선물로 준비했다. 선물 전달에는 제천여고 학생들이 동행해 지역 독거노인 30명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읽어 드리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손편지에는 “겨울철에 감기 조심하시고 빼빼로를 의미하는 숫자 ‘1’처럼 항상 꼿꼿하게 사세요”라는 학생들의 소망이 담겼다. 지난해는 회원이 쓴 편지 한 통을 복사해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제천여고 학생 30명이 각자 쓴 편지를 읽어 드렸다. 회원들의 아코디언과 기타 연주 공연도 곁들였다. 학생들은 회원들이 학교 옥상에 정원을 가꾸며 정서를 순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 편지 쓰기 제안을 선뜻 수용했다. 협의회는 편지를 쓴 학생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선물했다. 이날 행사 경비는 회원들이 새벽에 아파트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해 받은 보상비로 충당했다. 협의회가 노인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빼빼로데이 행사가 젊은이들만의 이벤트로 전락하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소외감이 더욱 클 수 있다고 판단해 마련했다. 한종석(53) 협의회장은 “학생들이 편지를 읽을 때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었다”며 “어르신들을 위한 빼빼로데이 행사가 세대 간 소통 창구가 되는 것은 물론 복지 사각지대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지역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

    부산 동구가 북항재개발사업이란 호재와 경제 기반형 도심재생사업 등에 힘입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이상 쇠퇴하고 낙후된 동구가 아닌 것이다. 부산역세권 개발,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추진, 초량 야시장 개장, 일자리 사업 등 크고 작은 사업이 추진되면서 인구도 늘고 있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해운대 못지않다. 새로운 동구를 이끄는 ‘불도저’ 박삼석(65) 동구청장이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총대’를 멨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30분 부산 동구청 광장 채용박람회장. 가을 햇볕이 따가운 가운데 광장 한편에 설치된 30여개의 부스는 취업 상담을 하는 구직자들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대부분 60~70대 중장년층이었다. 오찬 일정을 서둘러 마친 박 청장이 박람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에서 “구청장님 오셨는교” 하며 반갑게 손을 내민다. 구직차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박 청장의 손을 덥석 잡으며 “내 일자리도 하나 구해 주이소”라며 반긴다. “여러분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챙길라꼬 제가 안왔습니꺼”라고 박 청장이 화답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청장이 노인복지관 부스에서 상담을 하던 윤정현(68) 할머니에게 “구청장입니더. 취직됐습니꺼?”라고 말하며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윤씨는 “하루 3시간 일하는 급식도우미로 채용됐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이에 박 청장은 “축하합니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이 들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습니꺼. 열심히 하이소”라고 덕담을 건넨다. 또 다른 부스에서 만난 최홍근(71)씨가 “나는 건설목공 기능공 출신인데 대부분 생산근로직이나 잡부 등 단순 일자리밖에 없다”며 푸념하자 박 구청장은 “최씨에게 맞는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수행비서에게 지시했다. 부스를 일일이 돌며 참가 업체 직원들에게 채용을 부탁하는 등 한 명이라도 더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 같은 노력 때문인지 이날 50여명이 일자리를 얻는 행운을 가졌다. 동구는 구민 9만 350여명 중 노인이 전체의 23.1%인 1만 9700여명으로 부산 기초자치단체 중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박 청장은 노인 일자리 창출에 남다른 애착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경로당 공동작업장, 이바구길 자전거 운영, 시니어 클럽 등 동구만의 특화된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일자리 창출기획단’도 운영하고 있다. 박 청장은 “지난해 56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임기 동안 30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사소한 동네 행사에도 자주 얼굴을 내민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7시 초량당산에서 치러진 ‘추계당산제’ 행사 참석도 이런 맥락이다. 주민들과 짧은 스킨십을 한 그는 바로 구청으로 출근했다. 오전 8시 구청 광장에서 출발하는 동구 통합 방위협의회 안보견학단을 환송하고 집무실에 들어와 탁자에 놓인 일정표를 들여다본 그의 눈이 오후 박람회 행사에 고정됐다. 오늘 채용박람회에는 급식도우미, 산후도우미, 경비원, 주유원 등 노인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박 청장은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찾아야 할 텐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잠시 상념에 잠겼던 박 청장은 “문화체육관광과와 기획감사실의 내년도 업무보고가 있다”는 비서의 말에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동구의회 의장과 부산시의원 등을 지내 구 살림살이를 훤히 꿰뚫고 있다. 업무보고 때 직원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업무 현황을 들은 뒤 박 청장은 “교류가 없는 형식적인 국제자매도시는 정리하고 공정한 인사 평가를 위해 성과평과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1시간 20여분의 업무보고가 끝나자 한양아파트 재개발과 관련한 민원인들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답변하느라 애초 30분으로 잡혔던 면담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는 민원인들을 적극적으로 만난다고 했다. 박 청장은 “구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뒤 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직무교육장에 잠깐 들러 어르신들을 격려하고 구청 인근에 조성 중인 ‘문화사랑방 공사 현장’을 찾았다.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문화사랑방은 젊은 작가들이 입주해 작가공방과 전시장 등을 운영하며 지역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총괄 책임자인 이동근(35) 작가에게 “지역의 문화 창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구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산복도로 르네상스 평가 결과 및 도시재생 활성화 수립을 위한 검토사항 보고회의’에서는 “1차연도 운영 성과 평가 부분에 대한 용역 결과를 부산시에 제시하고 지속적인 투자 및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내용을 보완하고 거점시설들의 자립 운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집무실로 돌아와 수북이 쌓인 업무 결재를 마친 그는 한치우 부산도시가스 사장과 저녁을 같이하면서 “동구 관내 도시가스 공급률이 66.1%로 부산시 평균 84.6%보다 낮아 주민 불편이 매우 크다”며 “도시가스 공급 규모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박 청장은 서둘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동구노인복지관 15주년 개관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 9시쯤 퇴근길에 오르면서 하루 일과를 끝냈다. 그는 취임 이후 마라톤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지난 4월 경주벚꽃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42.195㎞ 풀코스를 완주했다. 기록은 4시간 48분. 11일에는 중앙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기록 경신에 나선다. 박 청장은 “동구는 원도심 재생 및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으로 탄력을 받으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며 “구민이 주인이 되는 희망 동구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호주 할아버지 직접 목격한 ‘UFO 비행접시’ 개발하다

    과연 증손자까지 둔 이 할아버지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최근 호주 민영방송 채널7의 아침프로그램 '선라이즈'가 이색적인 '숙원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3명의 증손자까지 둔 이 할아버지의 이름은 뉴 사우스 웨일스에 사는 올해 87세의 듀안 필립스. 할아버지가 20년 전 부터 창고에 틀어박혀 제작 중인 물건은 '무려' 실제로 하늘을 나는 UFO 비행접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나 개발 가능한 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 비행접시 개발에 나선 할아버지의 사연은 이렇다. 20년 전 지금은 작고한 부인과 함께 외출에 나선 할아버지는 우연히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하는 UFO를 목격했다. 이때부터 할아버지는 당시 목격자로서 똑똑히 관찰한 UFO를 그대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 특히 할아버지는 평생 항공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 덕에 누구보다도 비행기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다. 할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면서 "비행접시 개발은 내 목표일 뿐 아니라 부인을 위한 헌정물" 이라고 밝혔다. 방송에 공개된 할아버지의 비행접시는 일단 겉모습만 보면 영화에서나 나오는 UFO와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외형만 그럴싸한 것은 아니다. 비행접시의 특성상 지상에서 수직으로 띄워 앞으로 비행하기 위해 두개의 엔진도 장착돼 있으며 헬리콥터와 비슷한 원리라는 것이 할아버지의 설명. 할아버지는 "그동안 자식과 손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조용히 작업을 했지만 이제 대중에 공개할 때가 됐다" 면서 "내년 3월 혹은 4월 테스트 비행 예정으로 이 비행접시를 하늘에 있는 부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띄울 것" 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현장 행정] 쓰레기 하루 6t 줄인 교육의 힘

    [현장 행정] 쓰레기 하루 6t 줄인 교육의 힘

    김기동(69) 광진구청장이 9일 구의동 H유치원을 찾았다. 어린이들에게 직접 쓰레기 분리배출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주제로 한 로보카폴리 동영상을 시청한 아이들은 곧바로 김 구청장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구청장 할아버지, 이건 어디에 버려요?”(구의동 H유치원 원생) “자, 여기 병 아래에 보면 노란색으로 페트 재활용 마크가 보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페트로 분류해서 버려야죠.”(김 구청장) ‘행정의 달인’이라는 김 구청장도 아이들을 상대로 한 교육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 구청장은 “로보카폴리가 나보다 나은 것 같다”고 미소 지은 뒤 “일찍부터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개념을 접하면 쓰레기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유치원 교사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엄마가 분리배출을 잘못하면 잔소리를 한다는 전화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광진구의 쓰레기 감축행정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구는 2013년부터 ‘쓰레기 제로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 문제로 인해 서울시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쓰레기 감축에 나선 것보다 2년이나 빠르다. 구는 쓰레기 제로화를 위해 먼저 ‘재활용 분리통’을 개발했다. 또 공동주택에 설치된 재활용분리함을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에도 설치했다. 구 관계자는 “주택가의 분리수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올해 6월부터는 주민 12명이 재활용분리배출 홍보요원으로 활동하며 주민과 학생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다. 구는 지역의 5800여곳의 식당과 함께 잔반 줄이기 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감자탕, 족발, 갈비탕 등을 대상으로 뼈를 수거해 무기질 비료로 만들었다. 김 구청장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해선 안 된다”면서 “시스템도 바꾸도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치로 증명됐다. 광진구의 일반쓰레기 발생량은 지난해 9월 기준 2만 5607t에서 올해 9월에는 2만 3606t으로 2001t이 줄었다. 비율로 따지면 7.8%가 준 것이다. 구 관계자는 “쓰레기가 매일 6t 정도가 줄어들게 된 것”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활용 발생량은 8907t에서 1만 333t으로 1426t이 늘었다. 그냥 버려졌던 것들이 재활용으로 분리 배출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도 20%는 더 줄일 수 있다”면서 “쓰레기 제로화를 통해 서울이 더이상 ‘민폐도시’가 되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수치, 총선 압승 전망… 군부통치 끝나나

    수치, 총선 압승 전망… 군부통치 끝나나

    “아웅산 수치(70)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하더라도 군부가 패배를 인정할까요.”(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유권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8일 25년 만의 자유 총선을 위한 투표가 일제히 시작된 미얀마에선 시민들이 한결같이 민주화 운동의 기수인 수치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틀 전 공식 선거 운동이 끝났지만 선거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국민은 수치를 ‘어머니 수’, ‘더 레이디’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유권자들 “군부, 패배 인정 안 할 듯” 미얀마 전역에는 4만 5000여개의 투표소가 설치됐고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를 품고 조심스럽게 투표소로 향했다. 수치도 양곤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한 표를 행사했다. 양곤 밍글라 다웅 늉구의 한 투표소에선 1000명 이상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가 종료된 이날 오후 4시쯤 투표율이 80%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6300여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선거는 수치가 이끄는 NLD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총선이다. 현지 소식통들은 NLD의 압승을 예상했다. 1990년 총선에선 NLD가 492석 중 392석을 얻었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NLD는 2010년 다시 치러진 총선에 부정 선거를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선 상·하원 491명과 주 및 지역 의회 의원 644명, 민족대표 29명 등 1164명을 뽑는다. 자유·보통 선거를 표방했으나 곳곳에 암초가 자리하고 있다.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테인 세인(70)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유권자들 사이에선 군부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969그룹’ 등 불교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과 로힝야족 등 이슬람교도의 선거권 제한은 또 다른 문제다. 현지 전문가들은 압도적 지지에도 NLD가 상·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미얀마에선 2008년 제정된 신헌법에 따라 정부가 166명의 상·하원 의원을 임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NLD는 전체 657석 가운데 임명직을 제외한 491석 중 329석을 획득해야 한다. 반면 여당은 163석만 얻으면 손쉽게 과반을 확보한다. ●수치-세인 대통령 ‘동갑내기 맞대결’ 이번 총선은 1945년생 동갑내기인 수치와 세인 대통령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수치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면 퇴역 장성 출신인 세인 대통령은 1962년 군정 출범 이후 50년 만의 첫 민간인 대통령으로 개방과 개혁의 기수로 꼽힌다. 15년간 가택연금에 시달린 수치와 달리 세인 대통령은 군정의 핵심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 서기와 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 초대 연방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정치범 석방, 언론자유 확대, 반군과의 휴전 협상 등을 이끌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다. 350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 결과는 9~10일쯤 1차 발표된다. 이달 중순쯤 공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참관인단을 파견했으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 전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할아버지를 대신해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중이 고전에 쉽게 다가가도록 징검다리 놓고 싶어”

    “대중이 고전에 쉽게 다가가도록 징검다리 놓고 싶어”

    일본에는 100년을 넘긴 출판사만 100개가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 역시 100년 가까운 출판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육당 최남선(1890~1957)이 1922년 만든 동명사는 국내 최고(最古) 출판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학 교재 출간 등으로 방향이 바뀌며 대중적 접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뭇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해방 직후 만들어져 창업 70주년을 맞는 현암사의 역사성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교동 현암사에서 만난 조미현(45) 대표는 오는 12일 개막하는 창업 70주년 기념전시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발간한 2500종의 책 중 20여종 빼고 다 보관하고 있어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며 일부만 추려내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우리 스스로 걸어온 길을 확인할 뿐 아니라 해방 이후 한국 출판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책 속 삽화로 들어갔던 원 그림들이 많이 보관돼 있어 이번 70주년 행사 이후 주제별 기획 전시를 진행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1959년 펴낸 대한민국 ‘법전’은 현암사의 대표 출간물이다. 초판은 내놓자마자 품절됐고, 웃돈이 얹어져 암거래되기까지 했다. ‘법전’은 지금까지 57차례에 걸쳐 매년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모든 국민들이 쉽게 법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창업자 조상원(1913~2000) 회장의 우직하리만치 굳은 의지의 결과물이 3대에 걸쳐 이어졌다. 일상화됐기에 소중함이 덜 느껴지지만, ‘법전’으로 인해 법은 그나마 ‘주먹보다 좀 덜 멀게’ 느껴졌다. 라틴어를 독일어로 번역해 성경을 민중의 품에 안긴 마르틴 루터에 비견할 만한 성과였다. 조 대표는 “평생에 걸쳐 매일 동트기 전부터 깨어나 등(燈) 켜놓고 작은 책상 앞에 앉아 법전 교정·교열을 보시던 할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더듬었다. 조 대표는 2009년부터 대표를 맡으며 할아버지, 아버지 조근태(1942~2010) 회장에 이어 3대째 현암사를 잇고 있다. 조 대표는 “막 드러내 놓을 만한 베스트셀러가 많지는 않다”며 짐짓 손사래를 쳤지만 현암사는 최초의 법률 전문지 ‘법전월보’를 만들었고, 국내 처음으로 ‘난중일기’ 한글 완역본을 펴냈다. 또한 ‘법구경’, ‘채근담’, ‘장자’ 등 동양 고전은 현암사의 창을 통해 소개돼 오늘날 인문학 대중화의 첫 씨앗이 뿌려졌고, 지금까지 꾸준히 독자들의 손때를 묻혀 가며 세월을 함께 건너왔다. 가깝게는 350만부가 팔린 공전의 베스트셀러 ‘장길산’, 전우익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이 사랑을 받았다. 그는 “돌이켜보면 이념적 성향의 책보다는 중심을 잡고 균형 감각의 지성적 기조를 유지해 왔다”면서 “1대, 2대에 걸쳐 이뤄 낸 현암사의 작지만 소중한 업적을 지켜 내는 것만도 버거운 일인 것 같다”고 ‘수성(守城)’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이내 “현암사 책이 좀 어렵고 무겁다는 평들을 바깥에서 하시는데 앞으로는 대중과의 접점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전 원서를 바로 읽을 수는 없지만, 그 정수와 흥미를 맛보기처럼 느낄 수 있는 징검다리 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100년, 200년 계속 책을 만들면서도 ‘꼰대짓’하지 않는 출판사가 되기 위해 40세 안팎의 감각과 지성, 그리고 객관적이면서도 성숙한 시선을 가진 책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DNA는 당연히 할아버지, 아버지 것의 내리물림이다. 넉넉하지 않은 회사 살림 탓에 매달 보름이면 직원들 월급 걱정에 경리과 직원과 머리를 맞대는 것도, 구멍난 양말을 모아 뒀다가 주말마다 기워서 신는 것도 모두 그런 가풍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신의와 성실, 근면검소의 미덕을 배웠다. “회사의 외형을 더 키울 생각은 없어요. 현재 23명 직원이 함께 일하는데 앞으로도 30명 이상을 넘길 생각도 없고 그저 내실 있게 좋은 책을 만들어서 직원들 월급 더 많이 주고, 출판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뿐이죠.”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직원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게 꿈이라는 출판사 대표

    직원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게 꿈이라는 출판사 대표

     일본에는 100년을 넘긴 출판사만 100개가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 역시 100년 가까운 출판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육당 최남선(1890~1957)이 1922년 만든 동명사는 국내 최고(最古) 출판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학 교재 출간 등으로 방향이 바뀌며 대중적 접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뭇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해방 직후 만들어져 창업 70주년을 맞는 현암사의 역사성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교동 현암사에서 만난 조미현(45) 대표는 오는 12일 개막하는 창업 70주년 기념전시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조 대표는 “그동안 발간한 2500종의 책 중 20여종 빼고 다 보관하고 있어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며 일부만 추려내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우리 스스로 걸어온 길을 확인할 뿐 아니라 해방 이후 한국 출판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책 속 삽화로 들어갔던 원 그림들이 많이 보관돼 있어 이번 70주년 행사 이후 주제별 기획 전시를 진행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1959년 펴낸 대한민국 ‘법전’은 현암사의 대표 출간물이다. 초판은 내놓자마자 품절됐고, 웃돈이 얹어져 암거래되기까지 했다. ‘법전’은 지금까지 57차례에 걸쳐 매년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모든 국민들이 쉽게 법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창업자 조상원(1913~2000) 회장의 우직하리만치 굳은 의지의 결과물이 3대에 걸쳐 이어졌다. 일상화됐기에 소중함이 덜 느껴지지만, ‘법전’으로 인해 법은 그나마 ‘주먹보다 좀 덜 멀게’ 느껴졌다. 라틴어를 독일어로 번역해 성경을 민중의 품에 안긴 마르틴 루터에 비견할 만한 성과였다.  조 대표는 “평생에 걸쳐 매일 동트기 전부터 깨어나 등(燈) 켜놓고 작은 책상 앞에 앉아 법전 교정·교열을 보시던 할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더듬었다. 조 대표는 2009년부터 대표를 맡으며 할아버지, 아버지 조근태(1942~2010) 회장에 이어 3대째 현암사를 잇고 있다.  조 대표는 “막 드러내 놓을 만한 베스트셀러가 많지는 않았다”며 짐짓 손사래를 쳤지만 현암사는 최초의 법률 전문지 ‘법전월보’를 만들었고, 국내 처음으로 ‘난중일기’ 한글 완역본을 펴냈다. 또한 ‘법구경’, ‘채근담’, ‘장자’ 등 동양 고전은 현암사의 창을 통해 소개돼 오늘날 인문학 대중화의 첫 씨앗이 뿌려졌고, 지금까지 꾸준히 독자들의 손때를 묻혀 가며 세월을 함께 건너왔다. 가깝게는 350만부가 팔린 공전의 베스트셀러 ‘장길산’, 전우익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이 사랑을 받았다.  그는 “돌이켜보면 이념적 성향의 책보다는 중심을 잡고 균형 감각의 지성적 기조를 유지해 왔다”면서 “1대, 2대에 걸쳐 이뤄 낸 현암사의 작지만 소중한 업적을 지켜 내는 것만도 버거운 일인 것 같다”고 ‘수성(守城)’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이내 “현암사 책이 좀 어렵고 무겁다는 평들을 바깥에서 하시는데 앞으로는 대중과의 접점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전 원서를 바로 읽을 수는 없지만, 그 정수와 흥미를 맛보기처럼 느낄 수 있는 징검다리 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100년, 200년 계속 책을 만들면서도 ‘꼰대짓’하지 않는 출판사가 되기 위해 40세 안팎의 감각과 지성, 그리고 객관적이면서도 성숙한 시선을 가진 책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DNA는 당연히 할아버지, 아버지 것의 내리물림이다. 넉넉하지 않은 회사 살림 탓에 매달 보름이면 직원들 월급 걱정에 경리과 직원과 머리를 맞대는 것도, 구멍난 양말을 모아 뒀다가 주말마다 기워서 신는 것도 모두 그런 가풍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신의와 성실, 근면검소의 미덕을 배웠다.  “회사의 외형을 더 키울 생각은 없어요. 현재 23명 직원이 함께 일하는데 앞으로도 30명 이상을 넘길 생각도 없고 그저 내실 있게 좋은 책을 만들어서 직원들 월급 더 많이 주고, 출판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뿐이죠.”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통일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열린세상] 통일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으로 이산가족 찾기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된 적이 있다. 이 방송을 통해 1만 189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무려 78%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후 32년이 지난 2015년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1년 8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이번 상봉을 통해 결혼 7개월 만에 헤어진 남쪽의 이순규 할머니는 유복자인 65살의 아들을 대동하고 북한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인 오인세 할아버지를 65년 만에 처음 대면했다. 6·25전쟁에 나가면서 울며 매달리는 딸들에게 “꽃신 사 주마”라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팔순이 다 돼 가는 딸들의 꽃신을 가슴에 품고 찾아간 98세의 구상연 할아버지 사연도 있었다. 이산가족이 생긴 배경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전쟁’(Korean War)이라고 부른다. 필자의 부친도 6·25에 참전해 큰 부상을 당한 1급 상이용사다. 필자는 상이용사인 아버지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에 경제적인 어려움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상의 후유증 등으로 고생하시다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슬픔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객지에서 고학하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6·25에 참전해 부상을 당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슬픔과 함께 전몰 유가족의 슬픔이나 65년 만에 상봉해 며칠간 얼굴만 본 채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이산가족의 슬픔은 모두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아픔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바로 남북 통일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천문학적인 분단 비용을 치러야 하는 통일 문제에 관해 관심을 잃은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는 동서 간 경제 격차를 줄이려고 25년간 2조 유로(약 2680조원)를 투입했다고 하니 걱정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통일 비용이 통일 후 10년 동안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7% 내외인 반면 통일 이득은 같은 10년 동안 남한 측만 별도로 놓고 볼 때 매년 11% 내외로,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통일한국의 GDP가 2050년까지 독일, 프랑스,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는 2009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기자회견장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하고, 3월 독일 방문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에 따라 비(非)정치적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교류·협력 확대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통일한국에 대한 긍정적 경제전망과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지하자원 활용과 평화정착에 따른 국제 경쟁력 및 국가 신인도 상승에 따른 거시경제적 승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된다. 게다가 인적자원이 우수한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미래성장 동력의 가장 큰 엔진인 콘텐츠 산업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산업에 대한 잠재력이 있다.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려면 1억명 이상의 시장 인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 계산하면 남북한이 통일되더라도 통일한국의 인구는 7500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북한이 통일돼 중국과의 국경이 군사적으로 대치돼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북한 지역과 인접한 중국 동북 3성의 인구도 우리나라의 경제권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3억명의 시장이 형성된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콘텐츠와 IT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생기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해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통일한국에서 살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정치가 무엇인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세계 무대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국민적 자존심을 세워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열심히 연구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가슴 적셔줄 우리동네 ‘이색’ 공연] 보여줄게요, 노년의 활기

    “우린 아직 청춘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연입니다.” 유재숙(67·석촌동) 할머니는 공연을 하루 앞둔 4일 마지막 연습에 한창이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맞춰 입은 어르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아름다운 노년의 하모니를 이어간다. 유 할머니는 “젊었을 때 꼭 한 번 무대에서 노래해 보고 싶었다”면서 “일흔이 다 돼서야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며 웃었다. 송파구는 5일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아카펠라뮤지컬팀 ‘시니어연가’의 ‘노래하는 두더지, 룰루’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아카펠라뮤지컬팀 ‘시니어 연가’는 오디션을 통과한 지역 내 60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공연팀이다. 지난 5월 1일부터 지금까지 ‘함께 노래하면 마을이 아름다워진다’라는 주제로 계층 간 갈등 해소와 지역 화합을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아카펠라와 연극, 라인댄스가 결합한 공연으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동화 형식이다. 구는 타 지역보다 지속적인 고령인구 증가로 지역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따라서 담배연기와 고스톱으로 대표되는 노인 문화를 바꾸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 경로당에 요가와 노래교실, 작은 영화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이번 공연은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2015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사업에 선정되는 등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공연팀 ‘시니어연가’뿐 아니라 어르신 전용 영화관 ‘송파청춘극장’ 등 다양한 노년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건강’ 도봉

    ‘건강’ 도봉

    “할아버지, 이제 몸 좀 괜찮아지셨다고 운동 안 하시고 그러면 안 돼요.”(도봉구 창2동 방문간호사 김은숙씨) “아니 그럼 이제 안 오는 거야? 너무 섭섭한데.”(창2동 주민 A씨) “안 오긴요. 중간중간에 건강하게 운동하고 계시는지 제가 확인하러 올 거니까 운동 빼먹으시면 안 돼요.”(김씨) 서울 도봉구가 전국 최초로 ‘노인건강 마일리지 시범사업’을 2년 연속 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진행하는 ‘노인건강 마일리지사업’은 동주민센터에 소속된 간호사가 몸이 약한 노인 가정을 방문해 맞춤형 운동지도와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방문간호사는 노인들이 운동을 실천하는지 점검하고, 이를 마일리지 점수화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렇게 쌓인 마일리지 점수는 쌀, 파스, 치약 등 필요한 생활용품으로 바꿀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참여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 결과 14주간 지속적으로 근력 강화 운동을 한 경우 평형성, 하지근력, 상완근력 모두 현저히 개선됐다”면서 “근육 강화가 이뤄지면 낙상 방지는 물론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우울증에 효과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 7월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마을간호사 14명을 중심으로 동별로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자 중 65세 이상 노인 42명을 선별했다. 이후 3개월간 1주일에 3번씩 14주간, 42회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1대1 개인 운동 지도를 했다. 구 관계자는 “처음에는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정기적으로 운동하면서 자신의 몸이 달라지자 신이 나서 열심히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방문복지사업의 강화를 통해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오늘은 할로윈데이, 샤이니 키·온유 “맥도날드+KFC 완벽 재연” 대박

    오늘은 할로윈데이, 샤이니 키·온유 “맥도날드+KFC 완벽 재연” 대박

    오늘은 할로윈데이, 샤이니 키·온유 “맥도날드+KFC 완벽 재연” 대박오늘은 할로윈데이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각종 할로윈 파티 및 코스튬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샤이니 키와 온유가 재치있는 코스튬을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SNS ‘바이럴’ 창립 20주년 파티 ‘SM타운 원더랜드 2015’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샤이니의 멤버 키와 온유가 각각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대표 캐릭터인 맥도날드와 ‘KFC 할아버지’를 완벽 재연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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