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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행정] 피서지처럼 쿨하게… 경로당은 제2의 집

    [현장 행정] 피서지처럼 쿨하게… 경로당은 제2의 집

    노현송 서울 강서구청장이 지난 4일 화곡4동 무지개경로당을 찾았다. 지난달 시작한 ‘여름철 안심 경로당’ 사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돼 지역 어르신들이 쾌적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50여명의 어르신이 노 구청장을 반가이 맞았다. 노 구청장은 할머니, 할아버지 한 분 한 분의 손을 꼭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무더위에 건강은 괜찮은지, 힘든 점은 없는지, 경로당에 좀더 지원을 해 줘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르신 생활 전반에 대해 묻고 세심하게 살폈다. 80대 한 할머니는 “구민을 위해 할 일도 많은데, 노인네들도 일일이 찾아 챙겨 주니 친아들이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노 구청장은 “인생 백세시대를 말하는 요즘 경로당은 어르신들에게 제2의 가정이나 다름없다”며 “무더위 속에서 어르신들이 시원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부모를 섬기는 마음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여름철 안심 경로당은 강서구가 지역 내 204곳의 경로당을 밀착 관리하며 어르신들이 무더위를 이겨 내고 편안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6억 100만원을 투입, 경로당 환경과 시설을 개선해 여름철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구는 우선 관절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43곳의 구립·개방형 경로당에 소파와 의자, 탁자를 설치했다. 대부분 경로당이 의자가 없는 온돌바닥으로 돼 있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앉고 일어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70대 한 할아버지는 “관절염이 있어 경로당 방바닥에 앉을 때마다 통증이 심했는데 이제는 한결 편하다”며 “작고 사소한 것까지 배려해 주는 이런 행정이야말로 생활밀착형 행정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강서구는 여름철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는 경로당 60여곳에 냉방기도 지원한다. 에어컨 성능이 떨어지는 10곳의 경로당은 신형 에어컨을 새로 설치하고, 다른 경로당은 부품 교체와 냉매 점검을 할 예정이다.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역 전문가인 ‘깔끔기동반’도 꾸렸다. 주민들로 구성된 깔끔기동반은 경로당을 돌며 모기, 파리, 바퀴벌레 등을 없애는 방역 작업을 한다. 구는 또 ‘식생활지킴이 봉사단’을 구성, 어르신들의 여름철 먹거리도 안전하게 챙긴다. 식중독 예방과 저염식 교육 등도 한다. 노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무탈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세세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챙기겠다. 경로당 맞춤 지원책도 다양하게 마련해 어르신들이 가고 싶은 경로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PD수첩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지옥섬, 탄가루로 시력 잃어”

    PD수첩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지옥섬, 탄가루로 시력 잃어”

    MBC ‘PD수첩’이 일제치하 군함도(하시마섬)에서 강제징용을 당했던 피해자들을 만나 참혹했던 실상을 밝히고,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는 일본의 속내를 들여다봤다.군함도, 그리고 아베의 역사 전쟁 일제치하 강제징용으로 군함도에 끌려가 광부로 일했던 피해자 김형석(96), 최창섭(88) 할아버지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당시의 참혹한 광경을 꿈에서 본다며 몸서리를 쳤다. ‘지옥 섬’ 군함도의 해저 탄광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고 콩깻묵 덩이를 먹고 하루를 버텨야했다. 허리도 펼 수 없는 낮고 좁은 공간에서 12시간을 내리 일해야만 했다. 귀국해서도 일을 할 수 없었다. 굴을 뚫고 들어가 길을 내는 굴진부에서 일을 할 때는 탄광 안이 너무 더워 팬티 한장에 러닝셔츠만 입고 일을 했는데 흐르는 땀을 탄가루가 묻은 손으로 눈을 닦아서 시력을 잃게 됐고, 육지로 도망치려다 잡혀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회 이복열 회장은 “가혹한 강제노역이 피해자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섬의 소유주였던 미쓰비시 기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은 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긴 시간이 흐르는 사이 800여 명의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중, 현재 단 6명만이 생존해 있는 상황. 강제징용은 한일 양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역사였다. 세계유산 군함도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유산’은 총 23개 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군함도 탄광을 비롯한 7곳에서 조선인의 강제징용 사실이 확인됐다.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이코모스는 등재 심사 전, 일본에 해당 유산의 전체 역사를 밝힐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찾아간 군함도에는 강제징용과 관련한 표지판이나 팸플릿은 없었다. 1시간 가량의 투어에서도 그에 대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군함도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는 “내용을 어디까지 게재할지 국가의 판단과 검토가 있기 때문에 확실한 부분만 게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 일본은 군함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역사를 철저하게 가리고 있었다. 강제 징용의 역사를 외면하는 아베 정부의 속내는 군함도를 비롯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아베가 2006년부터 추진한 산업유산 프로젝트였다. 그 중심에 있는 ‘쇼카숀주쿠(松下村塾)’는 아베가 존경하는 학자 요시다 쇼인의 학당이다. 19세기 일본 개혁의 선봉이었던 요시다 쇼인은 일본의 부국강병을 주장하고, 그 첫걸음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펼친 인물이다. 조선 침략에 앞장섰던 이토 히로부미,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조종했던 이노우에 가오루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다. 아베 가문과도 연관돼있다.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의 사상이 태동한 학당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아베 총리의 본심은 무엇일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는 얼음장이 되어버렸다. 그다음 취임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최악의 외교 참사인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강제징용 역사의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일본의 행보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를 묻어버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이 강제징용되었던 ‘군함도(하시마)’를 둘러싼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는 중단될 수 있을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한국 대일외교의 뼈아픈 실상에 대해 공감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팝영상] ‘내가 바로 슈퍼모델’ 워킹하는 고양이

    [팝영상] ‘내가 바로 슈퍼모델’ 워킹하는 고양이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복장으로 ‘캣워크’를 선보이는 고양이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마오 점장’. 최근 허프포스트 일본판은 고양이 호텔 ‘아마르’를 운영하는 주인 가즈키가 키우는 ‘마오 점장’에 대해 소개했다. ‘마오 점장’은 다양한 복장으로 캣워크를 뽐내는 것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고양이. 인스타그램 영상에는 해적이나 산타할아버지, 포켓몬, 슈퍼마리오 등으로 코스프레 한 ‘마오 점장’이 평형대 위에서 펼치는 다양한 ‘캣워크’가 담겨 있다. 가즈키 씨는 “2016년 3월에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면서 “그 이후로 계속 여러 가지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사진·영상= psmaaru Instagar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폭우로 불어난 청주 무심천서 실종된 80대, 숨진 채 발견

    폭우로 불어난 청주 무심천서 실종된 80대, 숨진 채 발견

    폭우로 불어난 청주 무심천을 건너다 3일 실종된 8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1분쯤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무심천 돌다리를 건너던 A(87)씨가 불어난 하천에 빠졌다. 신고자는 “할아버지 한 분이 돌다리를 건너던 중 물에 빠져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는 헬기와 인력 20여명을 투입해 사고가 난 하천 인근을 수색했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 48분쯤 실종 신고 지점에서 약 1㎞ 떨어진 사직동 서문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다리를 건너다가 실족하면서 물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3억원 기부한 98세 할아버지, 치와와 입양한 사연

    23억원 기부한 98세 할아버지, 치와와 입양한 사연

    23억원어치의 주식을 환경단체에 기부한 98세 짠돌이 할아버지가 치와와 한 마리를 입양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최근 투데이닷컴은 러스 그레멜(98)이 생을 떠나는 날까지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9살 치와와를 입양했다고 보도했다. 치와와의 원래 이름은 ‘위니’였지만 그레멜 할아버지는 ‘타이거 3세’로 이름을 바꿔줬다. 일찍이 기르다가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치와와 ‘타이거 2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떠돌이개로 지내던 타이거 3세는 마치 원래 살던 집인 것처럼 그레멜 할아버지의 무릎을 파고 들며 지내는 것은 물론 그의 이웃들, 친구들과도 스스럼 없이 잘 지내고 있어 ‘최고의 만남’이라고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가 23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선뜻 기부한 것은 주변 이들에게 모두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결혼하지 않은 채 가족도 아이도 없이 시카고 낡은 집에서 혼자 사는 그레멜 할아버지는 워낙 검소한 탓에 주변에서 ‘짠돌이 할아버지’로 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노스웨스턴대학 로스쿨을 나와 법조인으로 살다가 45세에 은퇴해 지역 공동체 봉사활동을 주로 해왔다. 퇴역군인이자 법률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60년 넘도록 보이스카우트 스카우트마스터(단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수십 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부자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와 가까이 지내던 한 이웃은 “어떤 돈도 처음부터 내 것인 것은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레멜 할아버지는 1953년 의약·화장품 유통회사인 월그린스의 주식을 1000달러에 산 뒤 60년 가까이 보유해왔다. 그러다가 지난달 초 200만 달러(약 23억 원) 가치로 치솟은 이 주식을 미국 일리노이주 야생동물보호단체인 오듀본협회에 기부했고, 오듀본협회는 그의 뜻을 반영해 일리노이주 엠보이 습지에 400에이커(약 49만평)에 달하는 야생동물보호소를 세우는 데 썼다. ‘그레멜 야생동물보호구역’이라고 이름 붙인 이 곳에는 약 200종의 조류와 거북이, 400종 이상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사람들이 와서 있는 그대로 생태를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그레멜 할아버지는 “자연보호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 일에 내 돈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밝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동율의원 “고속도 인접 세솔초 운동장 대체부지 마련”

    서울시의회 김동율의원 “고속도 인접 세솔초 운동장 대체부지 마련”

    서울시의회 김동율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4)이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민원을 강력한 의지와 집념으로 해결했다. 김 의원은 신내 3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에 의해 새솔초등학교 운동장이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와 약 25M 간격으로 인접하게 계획됨에 따라 이 학교 어린이들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주변 주민복합시설용지(3162㎡)를 활용하여 해결했다. 김 의원은 “SH공사의 주택단지 실시계획을 확인하고 현장을 점검 하던 중 새솔초등학교의 운동장이 고속도로와 같은 높이로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어린이들의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즉시 국회의원, 자치구의원들과 대책을 모색하였고, 신내3지구에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의 지정변경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통해 학교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여 국민임대주택 사업자인 SH공사와 박원순 시장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지난해 11월 주민복합시설을 학교용지로 변경함으로써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새솔초등학교의 안전한 운동장은 방학기간인 7월말에 조성공사를 착공하여 9월중으로 완료할 예정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되어 내일처럼 기쁘다”며 “손주를 키우는 할아버지이다 보니 아이들과 관련된 작은 위험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며 문제 해결의 소회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산 아래 금빛 세상, 하늘 품은 너른 쉼터

    산 아래 금빛 세상, 하늘 품은 너른 쉼터

    미국 최고의 전쟁 드라마로 꼽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의 마지막 회 첫 장면. 이지 중대를 이끌었던 윈터스 소령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진다. 재잘대는 새소리, 잔잔한 물결 등은 이제 전쟁의 피비린내를 씻을 차례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지막 10회를 대하는 시청자들은 모처럼 마음 푹 놓고, 더이상의 전투는 없는 평화로운 상황을 즐길 수 있었다. 윈터스 소령이 땀과 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은 곳,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안겨줬던 호수가 바로 첼 호수다.첼호(Zell a see)가 속한 곳은 첼암제(Zell am see) 시다. 이름을 풀자면 ‘호수(see) 아래(혹은 옆, am) 첼 마을(zell)’이란 뜻이다. 잘츠부르크 외곽의 유명한 휴양 관광도시로, 이웃한 카프룬과 함께 ‘첼암제 카프룬’이란 이름으로 곧잘 불린다. 잘츠부르크에선 100㎞ 남짓 떨어져 있다. 주민 수는 첼암제의 9000여명과 카프룬의 3000여명을 합쳐 1만 2000명 남짓. 한데 현지 관광국 직원인 크리스티안은 “1년 숙박일 수가 두 도시를 합쳐 무려 260만박에 이른다”고 했다. 첼암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 가운데 태반이 관광객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에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첼암제의 핵심 볼거리는 역시 도시 이름이 비롯된 첼호다. 둘레가 11㎞가 조금 넘는 호수다. 해발 고도는 757m. 사람이 가장 쾌적한 느낌을 갖는다는 700m 언저리에 있다. 우리의 강원 평창과 비슷한 높이다. 좀 더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평창 같은 고원의 산간마을에 깃든 너른 호수 정도 되겠다. 물도 맑아 주민들이 그냥 마실 정도라고 한다. 글쎄, 물이 맑은 건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 마시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첼호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마지막 장면 촬영 장소다. 놀라운 건 이처럼 우리에게도 알려진 이야기들을 정작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잘츠부르크 사람들조차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장소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란 사실을 잘 모른다. 이는 영화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일 수도 있다. 사연이야 어쨌든, 웅장한 산자락들이 서정적인 호수를 품고 있는 곳이 당신의 로망과도 같은 여행지라면 첼암제는 당신의 선택지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오를 만한 곳이지 싶다.호수는 역시 새벽이 정답이다. 인적 드문 호숫가를 따라 산책에 나서는 맛이 각별하다. 알프스의 설산을 휘돌아온 바람이 청량하다. 수면은 유리처럼 맑고 잔잔하다. 해가 떠오르면 공기가 순식간에 더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분란을 일으키고 유리 같던 호수에도 파문이 인다. 아침의 호수는 온전히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작은 낚싯배에 오르는 할아버지, 부지런하면서도 완고한 느낌의 출근길 가장의 표정이 정겹다. 다소 시니컬한 청년과 뻣뻣한 표정의 아주머니도 만난다. 이들의 언어는 이해하지 못해도 가벼운 눈인사 정도는 어렵지 않게 건넨다. 평온한 호수가 만드는 변화다. 호수를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50분가량 장판 같은 수면을 헤치며 호수 이곳저곳을 기웃댈 수 있다. 호수 곳곳에 공공 수영장도 조성돼 있다. 호수 주변에선 분수쇼 등의 공연 프로그램이 여름 시즌 내내 펼쳐진다. 첼암제 전경은 슈미텐산에서 감상하면 된다. 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곤돌라는 저 유명한 자동차 업체 포르쉐에서 디자인했다. 첼암제는 포르쉐 가문이 시작돼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곳이다. 시내 안쪽에 이들의 이름을 딴 작은 박물관도 조성돼 있다.산정에 오르면 ‘시시 채플’이 이방인을 맞는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시 황후가 방문했다는 작은 교회다. 시시 황후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실상의 마지막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다. 이들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시 황후가 돌아본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관광 명소가 됐는데, 슈미텐의 ‘시시 채플’도 그중 하나다. 슈미텐산은 고도 2000m 정도의 ‘비교적 낮은’ 봉우리다. 한데 주변은 알프스의 고산준봉들이 둘러치고 있다. 낮은 산에서 마루금을 좁힌 알프스의 산군들을 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알파인 로즈 등 고산지대의 야생화와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린아이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잎 몇 장 내건 꽃들이 대부분이다. 첼암제 시내는 작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졌다. 그 가운데 성 히폴리트 교회가 볼만하다. 조성 시기가 1000년을 헤아린다는 교회다. 육중한 문 때문에 거리감도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무 제약 없이 교회 안을 둘러볼 수 있다. 글 사진 첼암제(오스트리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잘츠부르크까지 직항편은 없다. 터키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잘츠부르크까지 간다. 이스탄불은 유럽의 허브를 자처하는 공항이다. 터키항공이 이를 활용한 스톱 오버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환승시간을 활용해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첼암제에서 크리믈 폭포까지 하루 1회 왕복 운행한다. 승용차로 30분 거리지만 관광열차로는 세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첼암제 출발은 오전 9시 20분, 크리믈 폭포 도착은 낮 12시 16분이다. 돌아오는 차편은 크리믈 폭포에서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한다. →첼암제 주변에 60유로(2인)의 아파트형 숙소부터 5성급 호텔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몰려 있다. →첼암제 카프룬 카드(서머 카드)는 상당히 유용하다. 각종 곤돌라와 첼호 유람선 등 첼암제와 카프룬에 속한 온갖 관광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머 카드 회원 호텔에 투숙하면 종업원들이 서머 카드를 나눠준다. →그로스글로크너산 등 고산지대는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긴소매 옷을 준비해 가는 게 좋다. →호흐알펜슈트라세는 눈 외에 폭우 등의 악천후에도 통제되는 경우가 있다.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 면도하는 여자 ‘바지씨’는 누구?…‘불온한 당신’ 티저 예고편

    면도하는 여자 ‘바지씨’는 누구?…‘불온한 당신’ 티저 예고편

    성소수자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불온한 당신’ 티저 예고편 공개됐다. ‘불온한 당신’은 70년 평생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살아가는 이 땅의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로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이영 감독의 신작이다. 공개된 예고편은 1945년생 성소수자 바지씨 ‘이묵’의 일상을 담았다. 평범한 할아버지 같은 외모로 “나를 남잔 줄 안다니까”라고 속삭이듯 읊는 대사는 극중 바지씨의 말 못 할 사연을 예고한다. 또 “내가 여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좋아, 그냥 여자가 예쁘고 좋아” 등의 대사는 그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운 면모를 동시에 자아낸다. 특히 거울을 바라보며 면도를 하는 바지씨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끝으로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찾아서”라는 카피와 함께 오랜 시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성소수자 캐릭터 ‘이묵’이 들려줄 이야기에 대해 궁금케 한다. ‘불온한 당신’은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다큐멘터리상,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및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6 도르트문트/쾰른 국제여성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1945년생 성소수자 ‘바지씨’ 이묵의 캐릭터를 공개한 영화 ‘불온한 당신’은 오는 7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9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봉준호 감독 “상영관 적어도 ‘옥자’는 큰 화면으로 보세요”

    봉준호 감독 “상영관 적어도 ‘옥자’는 큰 화면으로 보세요”

    “국내에서 찍은 네 작품이 운 좋게도 모두 디렉터스 컷이었어요. 데뷔 때도 힘 있는 프로듀서를 만나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행운이었죠. 처음 벽에 부딪힌 건 ‘설국열차’ 때였어요. 북미 배급을 맡은 곳 대표님이 ‘가위손’으로 유명했죠. 1년 가까이 밀고 당기다가 다행히 디렉터스 컷, 소규모 개봉으로 결론 났지요. ‘옥자’는 5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라 한국이나 아시아, 유럽에서 감당할 규모는 아니었고, 미국 회사를 노크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분 몇 장면을 없애거나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 한 줄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넷플릭스가 유일했습니다.”왜 작은 화면, 온라인 스트리밍이 기본인 넷플릭스였을까, 궁금했다. 자신의 구상 그대로 ‘옥자’를 완성하는 외길이었다는, 봉준호(48)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도 많고 화제도 많았던 ‘옥자’가 개봉박두다. 29일 오전 0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격 공개되고 같은 날 일부 극장에도 걸린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봉 감독은 ‘옥자’가 어서 빨리 과거의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칸에 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인터뷰만 100여 차례 하고 있어서인지 재개봉 느낌입니다. 배급 방식이나 영화의 본질 등 외적으로 화제가 집중됐고, 내용 노출은 상대적으로 덜 된 점은 좋은 것 같아요. 모든 감독들이 비슷한데 다음 영화 생각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개봉을 앞두고 여전히 심적으로 불안하고 떨리고 그렇습니다.”‘옥자’는 산골 소녀 미자가 식구나 다름없는 슈퍼 돼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동화 같은 판타지에 담긴 메시지는 다소 무겁다. “인류가 동물이랑 같이 살아온 지 오래됐는데 우리 편의에 의해 가족으로서의 동물과 음식으로서의 동물을 구분 짓고 있죠. ‘옥자’는 이런 것을 불편하게 합쳐 놓은 작품이에요. 그렇다고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동물을 존중하며 자연의 흐름 속에 이뤄지는 육식은 상관없다고 봐요. 대량 생산으로 이윤을 얻으려고 동물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지요.” 전작들에 견줘 ‘깨알 재미’가 줄었다는 평도 있다. “워낙 무대 스케일이 넓기 때문에 연극으로 치면 소극장이 아닌 대극장용이라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변희봉 선생님의 자질구레한 행동들이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논의하는 미 행정부를 풍자한 장면 등 숨겨진 깨알이 적지는 않아요. 하하하.” 작은 화면으로 볼 때와 큰 화면으로 볼 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봉 감독의 설명. “아빠 엄마 무덤 앞에서 할아버지와 싸운 뒤 집으로 달려가는 미자를 잡은 롱샷 장면이 있어요. 미자가 점처럼 나오는데 스마트폰이나 PC로는 제대로 볼 수 없죠.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장면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콘지와 농담을 나누기도 했어요. 집에서 보실 때 당연히 큰 화면이 좋고요, 극장도 4k(초고화질) 스크린이면 최고죠. 지구상 어디선가 대형 화면으로 꾸준히 상영하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초청하겠다는 영화제가 많거든요.” 한국 대표 감독이라는 소리에 불과 여섯 편만 찍었을 뿐이라며 큰 덩치를 한껏 웅크린다. “뉴욕에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분 나이가 일흔다섯 정도일 거예요. ‘택시 드라이버’ 40주년 모임을 했다고 하니 연세가 얼마나 많으시겠어요. 그런데 다음 작품 이야기를,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로버트) 드 니로의 동작까지 직접 재현하며 열정적으로 해 주는 거예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죠. 저도 그 나이 때까지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옥자’는 전국 83개 극장, 10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가장 작은 규모다. 어쩌면 멀티플렉스 등장 이전의 극장가 풍경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을 보려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그 모습 말이다. “보조 출연자라도 풀어야 할까 봐요. 하하하. ‘살인의 추억’ 때만 해도 서울극장 2층 커피숍에 모여서 줄을 선 관객들을 내려다보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어 어느 시골의 한 50대 여성 관객이 버스터미널에서 시간이 남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옥자’를 보고는 ‘재미있네, 그 동물 귀엽네’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으면 정말 짜릿할 것 같아요. 영화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그런 분들이 어딘가엔 있겠죠? 하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6월 30일 영등포 특별한 달이 뜬다

    6월 30일 영등포 특별한 달이 뜬다

    6월 마지막 날 영등포에 특별한 ‘달’이 뜬다.서울 영등포구가 오는 30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앞마당에서 올해 두 번째 영등포 달시장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영등포 달시장은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 판매와 홍보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마을장터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예술가, 지역 주민 등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구는 2011년부터 서울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적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개발·운영하는 특화시설인 하자센터와 함께 달시장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 달시장의 주제는 ‘가까운 곳에서 여름나기’다. 때 이른 무더위로 지칠 수 있는 주민들을 위해 시원한 여름나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라이프존’에서는 여름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가족 모두가 가까운 시골 할아버지댁을 방문하는 콘셉트로 꾸미고 장난감과 여름소품 판매, 수박화채 판매, 아이스크림 화분 만들기, 화관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마켓부스에서는 ▲천연비누, 수공예 액세서리, 패브릭소품, 아동용 옷, 가죽제품 등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달달아트’ ▲모기 퇴치 석고밴드, 휴대용 미니향수 만들기, 앙금 떡케이크 만들기, 양말목으로 찻잔 받침 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달클래스’가 기다리고 있다. 달시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더해 줄 음악공연도 한다. 달시장은 8월 25일, 9월 29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이른 무더위를 날려 줄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이 마련된 달시장에 와서 장도 보고 놀이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진짜 72세?”…20대 몸 가진 근육질 할아버지 화제

    “진짜 72세?”…20대 몸 가진 근육질 할아버지 화제

    대만의 한 70대 노인이 젊은이들 못지 않는 근력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6일(현지시간) 최근 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위와 같은 모습으로 화제를 모아 ‘대만 최강 할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72세 남성을 소개했다. 후앙칭신 할아버지는 대만 남서부 핑둥현에서 농사를 짓고 살며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체육관에 가서 운동에 매진한다. 이 체육관 소속 트레이너들은 “후앙 할아버지는 대만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미스터 머슬’과 같은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는 전문가들과 똑같이 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앙 할아버지가 이런 대회 준비자들과 다른 점 하나는 바로 운동을 재미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개된 영상에서 후앙 할아버지는 턱걸이 10개를 가볍게 하고 이내 복근을 단련하는 운동 기구인 AB롤러를 12개까지 성공한다. 상반신을 드러낸 할아버지의 근육은 단순히 보기에만 그럴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 할아버지는 현재 벤치프레스를 무게 111.5㎏까지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후앙 할아버지는 영상이 공개된 이후로 외모가 인기 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한 인물과 닮았다고 해서 무천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사진=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역삼역 칼부림’ 뛰어든 의인 김용수씨 “얼떨결에 달려들었다”

    ‘역삼역 칼부림’ 뛰어든 의인 김용수씨 “얼떨결에 달려들었다”

    ‘역삼역 칼부림’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즉각 달려들어 피해자를 구한 시민 김용수씨가 화제다.26일 오전 역삼역 앞에서 피의자 김모(63)씨가 흉기로 결혼정보업체 대표 A(57,여)씨를 수차례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모씨는 해당 결혼정보업체 가입했으나 업체가 적극적으로 이성과 연결에 나서지 않아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을 지나던 한 금융업체 대표 김용수씨가 달려들어 A씨를 구하고 피의자를 붙잡고 있다가 경찰에 넘겼다. 김용수씨는 연합뉴스를 통해 “지나가다가 보니 어떤 남자가 여자를 칼로 막 찌르고 여자 분이 살려달라고 하시더라”며 “나도 모르게 달려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볼일을 보고 잠시 병원에 가기 위해 오전 11시 40분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5번 출구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피의자 김모(63)씨가 결혼정보업체 대표 A(57·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씨는 “정신없이 끼어들어서는 옆에 있던 저보다 훨씬 연배가 높으신 한 할아버지와 함께 그 남자를 붙잡았다”며 “그분이 (피의자의) 목을 잡고 있는 사이 저는 팔을 비틀어 손목을 꽉 잡고 있다가 칼을 빼앗아서 옆으로 던졌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얼떨결에 그랬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저는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피의자)의 손에 난 피가 제 양복과 셔츠에 묻어서 옷을 버렸다”고 말했다. 용감하게 흉기를 든 범인에게 달려들었지만, 김씨는 자신이 평범한 시민이라고 했다. 김씨는 “원래부터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며 “딸에게 ‘아빠 좋은 일 했다’고 알렸더니 오히려 왜 그랬느냐고 난리가 나 저는 혼만 났다”고 웃었다. 이날 피해자 A씨를 도왔던 다른 한 시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사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주변의 무관심을 아쉬워했다. 김씨는 “그 상황이 저도 조금 이해가 안 되기는 한다”면서도 “사실 거기서 제대로 뛰어들기는 어려웠을 거다. 급박하고 위험하니까 ‘어어’하면서 그냥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피의자 김씨를 붙잡고 있다가 경찰에 넘기고는 간단한 목격자 진술을 하고 떠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김모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녀에게 문자 보내려는 할아버지의 부탁…시민들 반응?

    손녀에게 문자 보내려는 할아버지의 부탁…시민들 반응?

    “오늘이 내 손녀 생일이라 그러는데, 여기서 (내) 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내주고 싶어요. 도와줄 수 있어요?”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젊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어르신 부탁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도 따뜻했습니다.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딩고는 ‘할아버지가 문자 보내는 방법을 물어본다면?’이라는 제목의 실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손녀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도와달라는 콘셉트입니다. 부탁을 들은 한 여성은 “좀 더 웃으시면 멋있게 나오실 것 같아요”라며 따뜻한 마음씨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남성은 “다리 길게 나오시게 찍어드릴게요”라며 사진 한 장 찍는 데에도 정성을 담았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어르신을 대신해 손녀에게 고운 메시지를 보내주었습니다. 특히 한 여성은 문자가 잘 안 보인다는 어르신의 말에 “그러면 글자 크기를 크게 해놓을까요?”라며 “저도 어릴 때 할아버지가 계셔서 글자 크기 크게 해드리니까 읽기 편하다고 하셨거든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이라며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따뜻해서 울컥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 영상=딩고 유튜브 채널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할아버지와 슈렉 물고기의 25년 우정 화제

    할아버지와 슈렉 물고기의 25년 우정 화제

    사람이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오랜시간 우정을 나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2일 미국 보어드판다 등 해외언론은 일본의 한 할아버지와 혹난 놀래기(Asian Sheepshead Wrasse)의 25년 우정을 보도했다. 이미 지난해에도 보도돼 화제가 된 주인공은 올해 79세의 히로유키 아라카와와 혹난 놀래기종인 요리코. 지바현 타테야마만에서 스쿠버다이빙 클럽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이곳의 수중 신사(神社)를 지키며 요리코와 25년 우정을 나누고있다. 오랜 친구가 만나는 과정은 간단하다. 할아버지가 바다에 들어가 신사 구조물을 망치로 치면, 이 신호를 받은 요리코가 헤엄치며 다가온다. 이에 할아버지는 마치 연인이 키스하듯 산소호흡기를 떼내고 요리코와 입을 맞추고 쓰다듬는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이를 구경하는 관광상품까지 나올 정도.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슈렉’을 쏙 빼닮은 외모 탓에 ‘슈렉 물고기’란 별명을 가진 혹난 놀래기는 한국·중국·일본 근처 바다에서 종종 잡히는 어류다. 다 자라면 몸 길이가 1m에 달하는 대형어종으로 바다 바닥에 살면서 패류와 갑각류를 먹이로 삼는다. 험상궂은 외모와는 달리 온순한 성격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고려 재상이 원나라서 들여온 호두, 천안 명물로 키워낸 천년고찰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고려 재상이 원나라서 들여온 호두, 천안 명물로 키워낸 천년고찰

    충남 천안시는 서북구와 동남구라는 두 개의 행정구로 나눠져 있다. 유서 깊은 땅에 역사성이 결여된 행정편의적인 구 이름 짓기는 조금 아쉽다. 어쨌든 성환읍, 직산읍, 입장면이 있는 서북구는 백제의 역사가 짙게 서려 있는 고장이다. 동남구도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구청의 홍보문구가 조금도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동남구의 병천읍은 류관순 열사의 고향이다. 그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아우내장터가 바로 여기다. 아우내장터를 ‘순대거리’로만 알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병천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은 그만큼 크다. 이웃한 목천읍에는 독립기념관이 있다. 류관순 열사와 아우내 의거의 상징성이 이곳에 독립기념관을 들어서게 했던 결정적 이유였을 것이다. 천안이 과거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성남면의 천안예술의전당은 ‘21세기의 천안 문화’를 상징한다. 1642석의 대공연장과 443석의 소공연장. 미술관과 야외공연장으로 이루어진 천안예술의전당은 서울 예술의전당 인프라가 크게 부럽지 않다. 특히 수신면의 홍대용과학관은 과거를 어떻게 미래로 이어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다. 천안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 담헌 홍대용의 고향이자, 영원히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천안시의 서남쪽 끝이자, 동남구의 서남쪽 끝인 광덕면으로 간다. 광덕면이라는 땅이름은 아마도 이곳에 자리잡은 광덕사의 존재와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불교적 의미의 광덕(廣德)이란 부처의 따뜻한 마음을 세상에 널리 실현해 간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광덕사란 그 불덕(佛德)의 발신지(發信地)다. 불심(佛心)이 천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푼 수단은 호두다. ‘천안명물 호두과자’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주 젊은 세대를 빼놓고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과거 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난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오시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것은 사실 호두과자 때문이었다. 경부선이든, 호남선이든, 전라선이든, 장항선이든 기차가 천안을 지날 때면 호두과자를 팔았다.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호도과자가 인기 품목인 것은 맛도 맛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추억이 담긴 먹거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천안시에서 세종시로 이어지는 1번국도에서 광덕사가 있는 광덕면으로 가려면 풍세면을 거쳐야 한다. 풍세와 광덕을 잇는 길이 광풍로다. 지금 이 길에서는 가로수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호두나무다. 천안시는 2008년을 전후해 광풍로에 2700그루 남짓한 호두나무를 심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두과자에 이은 또 하나의 천안명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호두는 이란·이라크와 터키,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같은 러시아 남부 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일찌감치 중국에도 전해졌는데, 실크로드를 이용한 동서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한나라(BC 202~AD 220) 시대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려시대라고 한다. 류청신(?~1329)이 충렬왕을 호종하여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왔다고 대부분의 역사책은 기록한다. 류청신이 처음 호두나무를 심었다는 곳이 바로 광덕사다. 광덕사는 이제 한국 호두의 역사를 증거하는 거대한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하촌 주차장에서 광덕사로 오르다 보면 왼쪽에 근년에 세워진 ‘호두 전래 사적비’와 ‘고려 승상 영밀공 류청신 공덕비’가 눈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성역(聖域)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일주문을 지나면 곧바로 ‘광덕사 사적비’가 나타난다. 일주문 뒤편에 ‘호서제일선원’(湖西第一禪院)이라는 편액이 붙은 것은 이 절이 가진 간단치 않은 역사를 짐작케 한다.광덕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불치(佛齒)와 사리를 승려 진산에게 주어 도량(道場)을 열도록 한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모두 불타 버렸다고 하는데, 개창 시기를 짐작케 하는 유물이나 유적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다만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추정되는 고려사경(高麗寫經)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절의 역사와 위상의 일단을 알려준다. 고려사경은 불교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광덕사 사적비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왼쪽에 제법 규모 있는 절집이 보이는데, 광덕사의 산내 암자인 안양암이다. 이름처럼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도량인데, 당당한 겉모습은 독립된 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광덕사는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나타난다. 놀랍도록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는 절집이고 마당이건만, 그 앞에 심어진 호두나무 한 그루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호두나무는 나이가 400살 정도라고 한다. 높이가 18.2m에 이르니 호두나무라기보다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앞에는 ‘류청신 선생 호두나무 시식지(始植地)’라는 비석이 보인다. ‘호두나무를 처음 심은 곳’이라는 뜻이다. 물론 아주 오래된 호두나무인 것은 분명하지만 류청신이 살았던 고려시대 말과는 시간적 거리가 적지 않다.천안 사람들은 호두의 역사가 시작되고, 호두과자가 명물로 자리잡은 데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호두를 우리나라에 들여오고, 천안 땅에 심었다는 사람이 류청신이라는 데는 다소 복잡한 심사도 엿보인다. 심지어 지역 일각에서는 류청신과 호두나무의 전래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류청신은 고려 말 원나라 간섭기에 이른바 입성론(立省論)을 제기한 인물이다. 고려를 원나라의 한 성(省)으로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자칫 국체(國體)를 소멸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었던 때문인지 고려사는 류청신을 ‘간신전’에서 다루었다. 물론 최근에는 고려왕조의 안녕을 도모하는 외교적 노력이었다는 학계의 연구도 없지 않다. 그는 원래 이름은 비(庇)였지만, 원나라에 억류되어 있던 충선왕을 환국시키고자 노력하면서 원나라 황제로부터 ‘올곧게 충성하는 신하’라는 뜻을 가진 청신(淸臣)이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몽골어가 능통했다는 류청신은 역관으로는 드물게 재상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게다가 류청신의 고향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집단거주지였던 장흥부 고이부곡은 고흥현으로 승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청신이 천안에 살았던 기록은 전혀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류청신의 손자인 류장이 천안으로 내려가 일찍이 할아버지가 가져온 호도나무의 번식에 힘썼다는 이야기가 고흥 류씨 문중에 전한다. 오늘날에도 천안에는 고흥 류씨가 적지 않게 살고 있다. 류관순 열사 역시 고흥 류씨이니 류청신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광덕사 아래는 지금도 호두나무 농장을 일구고 있는 고흥 류씨들이 있다. 류청신이 직접 광덕사에 호두나무를 심지는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천안을 호두의 고향으로 만드는 데 그의 후손들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터미네이터처럼… 마윈 “AI발 3차대전 올 것”

    터미네이터처럼… 마윈 “AI발 3차대전 올 것”

    30년내 하루 4시간·주4일 근무…“인간, AI와 싸움서 승리할 것”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 마윈(馬雲) 회장이 인공지능(AI)발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했다.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게이트웨이 2017’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1차 기술혁명은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2차 기술혁명은 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다”며 “지금은 3차 기술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각국 정부가 신속히 움직이지 않으면 축적된 정보와 자동화 설비의 유무에 따라 돈 많은 자와 가난한 자, 근로자와 사용자 간 격차가 심화돼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의 발전과 기계화의 진전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국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3차 세계대전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그는 향후 30년간이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자동화에 따른 고통을 피하려면 교육 시스템에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 회장은 그러나 인간이 AI와 싸움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계는 인간과 겨룰 지혜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혜는 마음에서 나온다”며 “AI는 두뇌에 의한 것으로 기계가 지식을 배우게 할 수는 있어도 기계가 사람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의 목표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기계가 하게 하는 것이지, 인간 같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는 기계가 강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은 정보와 AI 물결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AI 덕분에 노동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시간이 30년 안에 하루 4시간, 1주일에 4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는 하루 16시간 들판에 나가 농사를 지으며 아주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느낀다”며 “30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주당 4일만 일하고 하루 4시간 노동을 해도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보다 훨씬 다양한 휴가를 즐기게 될 것이라며 “요즘은 30곳 정도를 휴가로 다니는데, 30년 뒤에는 300곳을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손녀 같아서 포옹, 강제 추행 아냐” 주장한 60대 남성, 징역형

    “손녀 같아서 포옹, 강제 추행 아냐” 주장한 60대 남성, 징역형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의 손녀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인천지법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설날인 올해 1월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인천에 있는 지인 B씨의 집에서 B씨의 손녀인 중학생 C(15)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 살며 B씨 가족과 친하게 지냈다. 명절날 술을 마시다가 할아버지 집에 인사하러 온 C양을 만났다. A씨는 B씨와 그의 가족이 잠깐 외출한 사이 혼자 남은 C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B씨에게 “내가 미쳤었나 보다”고 사과했고, B씨 형에게도 “나를 때려죽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서는 말을 바꿨다. A씨는 법정에서 “C양이 손녀처럼 생각돼 ‘많이 컸구나’라고 말하며 포옹한 적은 있지만, 강제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으로 신빙성이 있고 C양이 허위로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신 후 오랜 지인의 손녀인 피해자를 추행했다. 만 15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와 부모도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소중한 사람을 웃게 하기 위해 쓴 소설/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소중한 사람을 웃게 하기 위해 쓴 소설/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언젠가 은행에 환전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백만 원을 유로화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더니 창구 담당 직원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었다. “유럽여행 가시나 봐요. 어디 가세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분의 자세는 ‘당신이 어디에 가는지 궁금하다기보다 이건 그야말로 고객 응대 차원에서 묻는 겁니다’에 가까웠다. 물론 대놓고 업무 매뉴얼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정으로 물은 건 아니다. 다만, 환전하러 오는 고객에게 늘 웃는 얼굴로 이런 것까지 물어봐 주려면 저분도 나름대로 귀찮겠구나 싶어서 “프랑스요” 하고 짧게 대답하고 말았다.그러자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사진 꼭 찍으세요(웃음)”라는 다소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재차 묻는다. “프랑스만 가세요?” “네?” “비행기로 그렇게 멀리 가면 다들 주변에 다른 나라들도 돌아보고 오시던데.” “네에.” 이 대목에서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망설였지만 가만히 있으면 뭔가 비싼 비행기값 내고 고생하며 날아가서 달랑 프랑스만 구경하고 돌아올 한심한 인간 취급을 받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행사에 초대받아 가는 거라고 변명 비슷하게 덧붙였다. 아까의 매뉴얼에 가까워 보이는 자세가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궁금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무슨 행사요?” “도서전요.” “무슨 도서전요?” “파리 도서전…”까지 얘기했을 때 내가 마주한 표정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가만히 바다의 물길을 응시하던 노인이 거대한 청새치를 발견했을 때의 눈빛 같았다고 하면 짐작이 가실지. 움직이던 손을 멈춤과 동시에 눈이 동그래지더니 “에에? 작가세요?” 하고 진심으로 감탄한 듯 활짝 웃으며 묻는다. 이런 표현은 실례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우시던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속으로는 ‘당신을 웃게 할 수 있다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왜 이런 얘기를 꺼냈느냐면 오늘 소개할 남자가 그런 이유로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설탕 공장이 있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하버드대에 진학해 자연과학을 공부하다가 글쓰기를 시작한 마이클 르윈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내 아내가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소설은 마침내 첫 번째 앨버트 샘슨 시리즈인 ‘인디애나 블루스’로 완성되었다”고 적었다. 실제로 작가 마이클 르윈은 자상하고 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그가 창조한 탐정 또한 작가의 심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데 그 특징을 대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술을 즐기지 않는다. (2) 술맛보다는 커피맛에 더 까다롭다. (3) 담배는 일절 피우지 않는다. (4) 하물며 마약 따위야 더더욱 사절. (5) 탐정 주제에 권총을 무서워한다. (6) 대신 책을 좋아한다. (7) ’율리시즈’부터 ‘법률과 가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간만 났다 하면 책을 꺼내 든다. (8) 미인에게 유혹받아도 깨끗하게 거절할 줄 안다. (9) 오직 한 사람만을 마음에 두고 있는 순정파. (10) 여성에 대한 태도처럼 스포츠도 오직 농구만을 사랑하지만 모든 스포츠에 관해 박식하다. 즉, 앨버트 샘슨이라는 인간은 그야말로 성실함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탐정인 것이다. 이 모습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샘슨을 모델로 ‘행복한 탐정’ 시리즈를 네 권이나 썼을 정도다. 이제 슬슬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천연사이다 같은 바른생활 탐정을 한번 만나보시면 어떨지.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등대야 이젠 외롭지 않지?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등대야 이젠 외롭지 않지?

    어느 곳이나 오랜 시간 꼭꼭 숨겨둔 장소가 있게 마련입니다.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는 충남 태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태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어도 덜 알려진 곳은 여전히 있습니다. 옹도는 그중 하나입니다. 여태껏 태안이 숨겨둔 보물 같은 여행지이지요. 옹도가 개방된 것은 2013년입니다. 그 이전까지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지만 ‘등대지기’가 외로이 섬을 지키는 동안 소문은 계속 번졌습니다.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2012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섬 20선’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방 전부터 섬과 등대에 관한 소문이 섬 밖으로 향하고 있었던 거지요. 100여년 만에 개방됐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사실 섬은 대단한 절경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웃한 가의도 등을 돌아보며 선상 유람을 즐기고, 안면도 등 태안 안쪽의 명소들을 묶어 돌아보는 재미만큼은 꽤 쏠쏠합니다.●독을 닮은 섬… 측면에서 보면 작은 고래도 닮아 옹도를 상찬하는 가장 일반적인 표현은 ‘106년 만의 개방’이다. 그동안 일반에 빗장을 풀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원인은 등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한국의 여러 섬에 등대를 세운다. 자국 상선의 안전 항행이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속내는 강제 병탄을 뒷받침할 군함들이 원활하게 오가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인천의 팔미도 등대가 1903년 가장 먼저 불을 밝혔고, 1907년 옹도 등대가 뒤를 이었다. 이후에도 군사적 이유 등으로 일반의 출입을 제한하다 팔미도 등대가 106년 만인 2009년에 개방됐고, 옹도는 2013년에 빗장을 풀었다. 옹도의 경우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포함됐던 것도 개방이 늦어진 한 요인이었지 싶다. 옹도는 이름에서 보듯 독을 닮았다는 섬이다. 옛사람들은 뿌연 해무 속에서 드러나는 섬의 모습에서 옹기의 모습을 떠올렸던 거다. 측면에서 보면 작은 고래를 닮기도 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선 등대는 고래가 숨 쉬며 내뿜는 분수를 빼닮았다. 옹도로 가는 뭍의 들머리는 안흥외항이다. 옹도는 예서 12㎞ 정도 떨어져 있다. 안흥외항을 떠난 배는 가의도를 지나 옹도에 닿는다. 옹도 여정은 다소 아쉽게 진행된다. 유람선이 하루 한 차례 오가고, 섬에 내려서는 1시간 정도 머물 뿐이다. 가의도를 슬쩍 둘러보는 것까지 포함해도 3시간 정도의 여정이다.●가파른 270여개 계단 오르면 저멀리 보이는 가의도 옹도 선착장에 내려서면 갯메꽃이 이방인을 맞는다. 이맘때면 갯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암벽 사이에 핀 모습을 보자니 제법 절해고도의 느낌이 난다. 섬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목재 데크로 조성한 길이다. 거리는 채 400m가 못 된다. 산책로 초반은 가파른 계단이다. 모두 270여개라고 한다. 섬 중턱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동백 잎을 본뜬 초록빛 차양 사이에 장승이 섰고, 옹기 포토존도 조성했다. 옹기 포토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한 조형물이다.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전망대에 서면 시원한 풍경이 두 눈에 가득 찬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그 사이로 배들이 장난감처럼 오간다. 동백 터널을 지나면 곧 섬의 정상이다. 제법 너른 공간에 등대와 광장, 숙소 등이 들어찼다. 광장에는 옹기와 고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섬이 옹도, 혹은 고래섬이라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듯하다. 등대 아래는 전시관이다. 전시물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종과 DGPS다. 무종은 이름에서 보듯 종이다. 등명기가 없던 시절, 해무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소리로 섬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DGPS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오차를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옹도 등대는 그러니까 항로표지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등대 아래로 산책로가 나 있다. 목재 갑판을 따라 섬 가장자리까지 갈 수 있다. 멀리 바다 너머로 중국이 탐낸다는 격렬비열도가 있다는데, 아쉽게도 짙은 해무 탓에 이를 볼 수는 없었다.●갯바위가 빚어낸 이웃섬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옹도까지 들어가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나올 때는 1시간 남짓 걸린다. 가의도와 일대의 풍경들을 돌아본 뒤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의도는 봄꽃으로 이름난 섬이다. 갯바위들이 만든 풍경도 빼어나다. ‘독립문 바위’가 대표적이다. 커다란 갯바위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모양을 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마귀할멈바위’라고 부른다. 오래전 마귀할멈이 조류 거세기로 악명 높은 ‘관장목’을 건너다 속곳이 젖자 홧김에 소변을 봤는데, 그때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가의도에는 중국 장수에 얽힌 고사가 전해져 온다. 현지 관광해설사가 전한 내용은 이렇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가씨 성을 가진 명나라 장수 3대가 조선에 파병됐다. 임진왜란 때는 1, 2대가, 정유재란 때는 3대가 함께 왔다. 이들이 태안으로 들어가기 전 머물며 전열을 추스른 곳이 가의도다. 당시 이들의 수행원 가운데 주씨 성 가진 이는 전란 뒤에도 귀환하지 않고 아예 가의도에 터를 잡았다. 한데 정유재란 때 문제가 생겼다. 손자만 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전사한 것이다. 손자는 둘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기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현재의 태안 남면에 숭의사를 짓고 정주하게 됐다고 한다. 가의도에서 뱃길을 재촉하면 사자바위가 나온다. 태안의 바닷길을 지킨다는 바위다. 수사자가 갈기를 날리며 앉아 있는 모양새다. 사자바위 앞은 관장목이다. 전남 진도의 울돌목처럼 조류가 거세기로 악명이 높은 수로다. 사나워 보이는 검푸른 바닷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다. 안흥항 옆 마도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보물선도 관장목을 건너려다 침몰했다고 한다.●사막처럼 펼쳐진 국내 최대 규모 신두리 해안사구 안흥항에서 태안 쪽으로 들어가면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가 나온다. 길이 3.4㎞, 폭 0.5∼1.3㎞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다.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벌판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지금은 많이 육지화된 상태다. 갯완두, 초종용, 금개구리 등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구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목재 갑판길을 벗어나 사구 쪽으로 발을 디디면 안내센터에서 곧바로 방송이 나온다. 목재 갑판 안쪽으로만 다니라는 얘기다. 사구 주변을 다 돌아보려면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린다. 여정이 촉박하다 해도 가급적 천천히 돌아보길 권한다. 태안까지 와서 안면도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조류가 거센 관장목에서 조운선의 침몰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조선 조정에서 이를 피하기 위해 운하를 건설하려 했고, 그러다 찾은 곳이 안면곶이었다. 1638년 무렵 현재의 남면과 안면도 사이 200m 정도 구간에서 운하공사가 시행됐고, 그 결과 뭍이었던 안면곶이 안면도라는 섬이 됐다. 뱃길은 수월해졌지만 안면도 주민들은 안면교가 건설된 1970년까지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산책을 부르는 삼봉해변 곰솔숲… 걷는 재미 쏠쏠 백사장항과 꽃지해변 사이에 삼봉, 밧개 등 아름다운 해변이 숨어 있다. 특히 삼봉해변 곰솔숲은 정말 일품이다. 산책을 부르는 솔숲이다. 바닷가 쪽에는 ‘천사길’이 조성돼 있다. 장애인과 어르신 등 여행 약자를 위해 만든 길이다. 거리는 1004m다. 다소 짧지만, 순비기와 해당화 핀 해안길을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한국관광공사의 김세만 대전충남지사장은 “태안은 낭만적 해안여행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아 다양한 체험과 이채로운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며 “올여름 휴가지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옹도까지는 하루 한 번 유람선이 오간다. 오후 2시 안흥외항을 출발해 오후 5시쯤 돌아온다. 휴가철 성수기에는 하루 두 차례로 증편된다. 선비는 2만 3000원이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맛집 : 딴뚝식당(673-4171)은 굴밥을 잘한다. 돌솥밥 위에 굴을 잔뜩 얹어 끓여낸다. 안면도 꽃지해변 앞에 있다. 태안 읍내 바다꽃게장(674-5197)은 꽃게찜과 꽃게장, 태안등기소 앞 토담집(674-4561)은 우럭젓국으로 각각 이름났다. angler@seoul.co.kr
  • [공희정 컬처 살롱] 지도를 따라가면 길이 보일 것이다

    [공희정 컬처 살롱] 지도를 따라가면 길이 보일 것이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한 드라마에는 흥미로운 뇌 이야기가 나온다. 뇌의 한 부분이 과도하게 발달하여 작은 소리에도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 아이는 뇌의 일부분을 제거한 후 고통에서 해방됐다. 물론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됐지만, 뇌도 일반 장기처럼 제거를 통한 치료가 가능한가라는 생각에 뇌과학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푸른 눈의 시간여행자, 그는 왜 매일 아내와 이별하나’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든이 넘은 영국인 할아버지. 그분의 아내는 한국인이다. 항공 기관사였던 그가 한국에 들렀을 때 아내를 만났고 두 사람은 결혼했다. 세계를 여행하며 행복하게 살아온 부부는 남편이 은퇴한 뒤 한국에 정착했는데, 몇 달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은 매일 아침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며 불안한 마음으로 아내 찾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파트 경비실도 가고, 동네 지구대도 가고, 심지어 아내가 다녔던 병원에도 가보지만 아내는 없었다. 아내가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아내와 이별했던 그 순간처럼 서럽게 울었다. 밤이 지나 아침이 오면 처음 있는 일인 듯 보이지 않는 아내를 찾아 그는 또 집을 나섰다. 도대체 그의 기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내를 찾고 기다리고 이별하기를 반복하는 영국 할아버지의 순애보는 애절했다. 얼마 전 이런 일도 있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아는 사람이었다. 얼굴도 낯익고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닌 듯했다.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 나랑 무슨 일로 알고 지낸 사이였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은 아는 척 환한 웃음과 조금은 큰 목소리로 별일 없냐고 인사를 건넸다. 상대방도 잘 지내고 있다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잠시의 침묵. 그쪽도 나를 명료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답답하다.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헤어지고 한참 뒤에야 그 사람이 누군지 생각났다. 일 때문에 만나 함께 회의도 몇 번 했고, 심지어 밥도 먹었던 사이인데 이렇게 깜깜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사람 이름은 명함첩을 뒤져 간신히 찾아냈다. 기억은 이렇게 소멸되거나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때론 다르게 저장되기도 한다. 현직에서 은퇴하신 선배님들과의 모임에 가보면 지난 시절 무용담이 꽃을 피운다. 대부분 결과가 좋은 일에는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그렇지 못한 일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듣게 된다. 하지만 다른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새로운 사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일인데도 기억의 편차는 컸다. 무의식속 보호 본능이 만들어 낸 자기중심적 기억의 왜곡이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원본이 무엇이었는지 찾을 수 없는 것처럼 기억도 그렇게 사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때로는 왜곡이, 거짓이 진실이 되고, 때론 자신까지 속는 경우도 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길을 잃는 것과 같고, 기억을 왜곡하는 것은 길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다. 잃어버린 길은 찾으면 되지만, 망가진 길은 복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급한 마음에, 이기적인 마음에 걸어온 길을 망가뜨리지 말자. 그 길에 이어 만든 새 길의 끝이 낭떠러지일 수 있다. 지도를 펼쳐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가야 할 길이 분명히 보일 것이다. 기억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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