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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피플+] 할머니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목소리 선물한 손녀

    [월드피플+] 할머니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목소리 선물한 손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의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마저도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이런 마음을 아는 17세 소녀가 할머니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 스코틀랜드 남부 웨스트로디언 주에 사는 17세 소녀 클로에 보일이다. 클로에는 얼마 전 자신의 할머니인 일레인 갤러웨이에게 곰 인형 한 개를 선물했다. 손녀딸의 선물을 받은 할머니는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인형을 받아들고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인형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인형에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손녀딸의 설명에 따라 인형을 누르자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여보 안녕, 여보 사랑해”라는 짧은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고, 이내 할머니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인형을 눌러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고,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반려견도 다가와 곰인형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손녀딸인 클로에는 할머니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에가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어디서 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곰인형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음성 또는 영상 데이터에서 소리를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시간으로 24일 올라온 이 영상은 클로에의 SNS에서 33만 3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많은 이들이 “슬프지만 감동적인 영상”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결혼식 앞두고 파혼한 여성, 다른 커플에게 결혼식장 기부

    결혼식 앞두고 파혼한 여성, 다른 커플에게 결혼식장 기부

    결혼식 몇 주 전, 연인과 헤어진 한 여성은 다른 커플이라도 그 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예약했던 결혼식 장소를 통크게 기부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ABC, NBC 등 외신은 텍사스 주 타일러시 출신의 콜비 샌더스(24)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예비 신부 핼리 힙셔(22)와 힙셔의 신랑 맷 존스에게 깜짝 선물을 주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지난 20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샌더스는 결혼식을 올리기 일주일 전 파혼했다. 결혼식 행사 주최측은 예식 장소와 결혼 장식품에 들인 비용을 환불해 줄 수 없다며 샌더스에게 차후 일정을 잡도록 권했다. 자신의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게 됐지만 샌더스는 좀 더 대담하고 후한 이벤트를 계획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난주 초 페이스북을 통해 기부 받을 자격이 있는 커플에게 자신이 그토록 꿈꿨던 결혼식장을 무료로 선물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녀가 결혼식장과 실내 장식에 들인 비용은 3500달러(약 400만원)상당이었다. 샌더스는 수백 통의 메시지를 받았고, 일부 이야기는 그녀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힙셔의 이야기가 샌더스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였다. 힙셔의 할아버지 에드윈이 췌장암 4기로 투병중이라 손녀딸의 결혼식장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힙셔는 원래 내년 가을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2년 전 할아버지를 잃은 샌더스는 힙셔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고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선뜻 힙셔에게 자신이 갖지 못한 기회를 양보했다. 덕분에 힙셔와 존스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예정보다 빨리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샌더스는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해 함께 사진도 찍으며 축복을 빌어주었다. 힙셔는 “기대를 하지 않으려했지만 내가 선택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내게 기부한 결혼식장은 평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이상적이었다”면서 진심이 통해서 다행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샌더스도 “내가 그런 결정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나왔다”면서 “그녀의 행복한 반응이 내 결정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식은 굉장했고, 만감이 교차했다. 내게 특별한 날이 되지는 못했지만 여러 방면에서 특별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사진=페이스북(콜비 샌더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김정은 위원장에게 최인훈의 ‘광장’ 읽기를 권함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김정은 위원장에게 최인훈의 ‘광장’ 읽기를 권함

    확실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자신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같은 이전의 북한 지도자들과는 달랐다. 그것은 스스로 속한 체제의 한계와 부족한 점을 깨달은 자의 시선이자, 남한의 복잡한 정치적 지형을 이해한 자의 자세였다.이를테면, 그가 북한 인프라의 미비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거나 “많은 사람이 답방을 가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가겠습니다. 태극기부대(가) 반대하는 것 조금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라며 서울 방문을 수락하는 대목이 그렇다. 적어도 그의 이런 발언에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배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상대방의 마음과 입장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면에서는 여느 정치가보다도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그의 지난 평양 연설(2018년 9월 19일)은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평화를 향한 강렬한 소망을 드러낸 기념비적인 시간이었다. 두 사람의 이런 마음과 노력이 2018년 남북평화와 대화의 획기적 진전을 가져온 중요한 요인이리라.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실 ‘역지사지’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어떤 환상도 가질 필요가 없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깊게 각인된 상대에 대한 선입견과 맹목적 분노에서 탈피하는 결단과 용기도 필요하다. 서로 문화적 차이, 전통, 역사에 대한 밀도 깊은 이해, 바로 그만큼만 남북대화와 평화도 진전될 수밖에 없을 테다. 그런 과정에 비약과 공짜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남북한의 지도자에게 올해 여름 밤하늘의 별이 된 이 땅의 귀한 작가 최인훈의 대표작 ‘광장’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북한의 김 위원장에게 ‘광장’을 간곡한 마음으로 추천한다. 이 작품만큼 해방 직후 남과 북의 현실에 대해 서늘하게 성찰하고 깊게 사유한 소설은 달리 없다. 당시 남북의 문화적 차이가 생성되는 역사의 기원과 생생한 풍속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과 북의 현실에 모두 절망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중립국행을 선택한다. 그에게 당시 남한은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은 곳이며 친일파가 “인민들을 호령하”는 곳이다. 동시에 그는 북한에서 “잿빛 공화국”을 목도하며 “이게 무슨 인민의 공화국입니까? 이게 무슨 인민의 소비에트입니까?”라고 반문한다. 그곳은 “개인적인 ‘욕망’이 터부로 되어 있는 고장”이었던 것이다. 결국 ‘잿빛 광장’(북)과 ‘부패한 밀실’(남)에 모두 깊은 환멸을 느낀 이명준은 “부드러운 가슴과 젖은 입술을 가진 인간”, 즉 연인과의 사랑에 기댄다. “이 다리를 위해서라면,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모든 소비에트를 팔기라도 하리라”고 되뇌는 이명준의 독백은 남과 북의 현실에 절망해 연인의 품과 육체를 선택한 자의 쓰라린 실존을 참으로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명준의 고뇌와 절망, 저 도저한 개인주의의 표정을 김 위원장이 각별한 마음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은 자신이 속한 체제의 현황과 한계, 남과 북의 차이에 대해 또렷이 인식하는 시간이기도 할 테다. 이러한 상호이해의 도정을 통해 이 땅의 평화는 한 걸음 더 진전하게 되지 않을까. 지난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멈추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서로의 차이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광장’ 읽기는 그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창문이 될 수 있다. 저세상에 계신 최인훈 작가가 때로 설레는 마음으로, 때로 불안한 심정으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 [월드피플+] 30년 간 모은 팁 전부 기부한 한 구두 미화원의 죽음

    [월드피플+] 30년 간 모은 팁 전부 기부한 한 구두 미화원의 죽음

    작은 선행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한 남성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은 펜실베니아 주 모네센시 출신의 구두 미화원 알버트 렉시(76) 할아버지가 2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지난 1981년부터 2013년 은퇴하기까지 렉시 할아버지는 피츠버그 대학병원(UPMC) 아동 전문센터에서 구두를 닦아왔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 5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서 버스를 수 차례 갈아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향했다. 고등학생때 구두 미화원 일을 시작한 할아버지는 매년 TV에서 방영하는 자선 모금 행사를 보고 자원봉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 30년 간 그곳 직원들과 병원 방문객 구두를 닦아주고 받은 팁을 모두 모아 아픈 아이들을 위해 전액을 기부했다. 기부금 액수는 자그마치 20만 2000달러(약 2억 2800만원)로, 신발 한 켤레당 2~3달러(약 2300원~3400원)를 받고 번 1년 수익보다 팁으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 돈은 해당 아동병원의 ‘프리 케어 펀드’(Free Care Fund)에 쓰일 예정이며, 기금은 의료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사용된다. 병원장 게스너는 “일부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선행을 알고, 구두를 몇켤레씩 가져다주곤 했다”면서 “그는 작지만 꾸준한 선행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완벽한 예”라며 칭찬했다. 실제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돌본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거나 상을 받았다. 그러나 평소 어린 환자들을 자식처럼 생각한 렉시 할아버지는 “내 아이들을 돕기 위해 팁을 기부했다”며 명성이나 수상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할아버지 마음속에 단 하나의 목표는 바로 ‘아이들의 병이 낫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행복이었다. 애석하게도 렉시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낫는 모습을 다 지켜보지 못하고, 지난 16일 지병으로 숨졌다. 병원장은 “선행과 관용이라는 유산을 남겨두고 그는 이곳 피츠버그에서 고이 잠들었다”며 “그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는 한 그의 유산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며 슬픔을 위로했다. 사진=엔비씨, 피츠버그포스트가젯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사람이 동물과 관계하는 방식

    [이도헌의 돼지농장 주인으로 살기] 사람이 동물과 관계하는 방식

    ‘워낭소리’, 한 농부와 늙은 소의 오랜 인연 이야기를 담으며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영화다.영화가 주는 잔잔한 감동을 잠시 뒤로하고, 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관찰해 보면 어떠할까. 늙은 소는 한평생을 농부와 함께하면서 연민과 같은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소가 농부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을 수 있던 이유는 농부의 힘든 노동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늙은 소는 농부에게 경제 동물이면서 반려동물이다. 요즘 승마 체험이 아이들 교육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말 한 마리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승마가 체험 교육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유는 한 마리 말을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타며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말을 소유한 부자는 전용마와 인간적 교감을 나눌 것이다. 부자의 말은 반려동물이다. 이 운 좋은 말은 자신의 등에 가끔씩 주인을 태우면서 안락한 평생을 살 것이다. 체험 승마장의 사정은 다르다. 승마장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말도 중요하지만 경제성도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승마 체험을 한 아이에게 말은 반려동물로 기억될 것이다. 같은 말이 운영자에게는 경제 동물이고 아이에게는 반려동물인 셈이다. 사람은 동물과 관계 맺는 자신만의 방식을 기준으로 타인을 바라보기도 한다. 자신의 말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돈 많은 마주에게 ‘워낭소리’에 나오는 늙은 소는 노동 착취를 당하는 노예로, 어린이 체험 승마장의 말은 짓궂은 아이들에게 고통받는 불쌍한 존재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한발 더 나아가 동정심과 정의감 넘치는 돈 많은 마주는 동물학대를 이유로 그 농부와 소의 관계 단절을 요구할 수도 있고, 어린이 체험 승마장 폐쇄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30년 전,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서울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나서며 우리나라는 발칵 뒤집혔다. 그 여배우로서는 개고기를 먹는 야만스런 한국 사람이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반론이 흥미로웠는데,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 사람이 소고기 먹는 프랑스 사람을 이교도나 야만인 취급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각 나라의 문화적 고유성을 무시한 프랑스 여배우의 교만함을 꼬집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개고기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배달앱 회사의 치킨 먹는 행사에 동물보호단체가 뛰어들어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농촌 지자체의 아이들 말 태우기 체험 행사도 일부 동물 애호가의 거센 반대로 행사 진행에 곤란을 겪었다. 우리에게 타인이 동물과 관계하는 방식을 실력으로 저지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동물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늙은 소와 사별한 농부의 회한이 아무리 깊더라도, 소를 함부로 매장해서는 안 된다. 자기 땅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죽은 가축을 땅에 매장하면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공원이나 길에 싼 분뇨는 개주인이 수거해 집에 가져가야 한다. 똥은 평등하다. 돼지농장의 돼지똥이나 반려견의 똥이나 똑같이 환경 오염원이다. 우리는 사회가 허락하는 통념과 법질서하에서 동물과 관계할 책임과 권리가 있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워낭소리’의 할아버지도 소와 한평생 인연을 맺고, 아이들도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 “아시나요, 北전쟁고아 키워 준 폴란드 교사들을”

    “아시나요, 北전쟁고아 키워 준 폴란드 교사들을”

    오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한국전쟁 중 폴란드에 보내졌다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전쟁고아와 이 아이들을 돌본 폴란드 교사들의 자취를 좇는다.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 이야기는 배우이자 단편 영화 두 편을 연출한 추상미(45) 감독에 의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잊혀진 역사’를 세상에 꼭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는 추상미.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으르렁거릴 때만 해도 이 작품이 세상에 못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최근 시국이 기적적으로 바뀌면서 전 국민 중 가장 기뻐한 사람이 나였을 것”이라며 웃었다.추상미는 4년 전 지인이 일하는 출판사에 갔다가 누군가 말해 주지 않았더라면 끝내 몰랐을 이야기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1951년 북한이 한국전쟁 중 고아가 늘어나자 동유럽 국가에 아이들을 돌봐 줄 것을 요청했고, 그중 1500명이 폴란드 남서부의 작은 마을 프와코비체의 한 양육원에 보내졌다. 아이들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1500명 중 절반은 남한 출신이었다. 전쟁 중 전선이 이동할 때마다 북한이 수시로 점령 지역의 고아들을 데려갔기 때문이다. 생김새도 쓰는 말도 달랐지만 양육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봤다. 아이들 역시 새로운 가족의 정을 느끼며 새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8년 뒤인 1959년 교사들과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이별한다. 북한이 경제 발전 운동인 ‘천리마운동’을 본격화하면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이 아이들에 대한 송환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추상미는 이를 소재로 한 폴란드 소설 ‘천사의 날개’와 폴란드 국영방송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김귀덕’, 관련 논문 등을 보며 조사를 시작했다. 폴란드 전쟁고아 중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북한 소녀 김귀덕을 소재로 한 장편 영화 ‘그루터기들’을 만들기로 결심한 추상미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2016년 폴란드로 떠났다. 준비 과정 중 당시 아이들을 돌본 교사 300여명 가운데 살아 있는 사람은 단 10여명이고 생존 교사들의 나이도 80~90대라는 소식을 접한 추상미는 그들의 육성과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먼저 선보이게 됐다.“유제프 보로비에츠 양육원 원장님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난생 처음 보는 까만 머리, 까만 눈의 동양 아이들인데도 그 아이들이 자신의 유년시절의 일부 같았다’고요. 실제로 당시 양육원 교사 중 상당수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고아 출신이더군요. 교사들은 선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복하기 위해 혈육의 정을 나눈 거죠. 이분들의 상처가 다른 나라 아이들을 사랑하는 데 선하게 쓰였던 반면 우리는 증오의 프레임을 만들고 이데올로기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사용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상처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싶었어요.”추상미는 ‘그루터기들’의 배우로 캐스팅한 탈북민 출신 배우 지망생 이송씨와 함께 폴란드로 갔다. 평소 적극적이고 활발하지만 자신의 상처나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리던 이씨는 폴란드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송이는 평소에 ‘북한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런 송이가 폴란드 교사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빗장을 풀더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폴란드 선생님들이 자신을 꼭 안아 주니까 어찌나 울던지요. 남한에선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이상하게 쳐다봐서 북한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안 했대요. 폴란드에서 처음으로 북한에서 태어난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을 때 참 인상 깊었어요.” 2009년 드라마 ‘시티홀’ 이후 한동안 연기를 쉬었던 추상미는 “오래되고 낡은 꿈”이었던 연출을 하면서 배우 이상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유년 시절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상처가 컸어요. 그래서인지 전 늘 상처에 관심이 많았죠. 감독이 되니 개인의 상처가 사회의 상처나 문제로 확장되더라고요. 전쟁고아들을 돌본 선생님들처럼 모성이 사회의 분열과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5세 중학생, 길러준 80대 할아버지 살해…범행동기에 일본열도 ‘충격’

    15세 중학생, 길러준 80대 할아버지 살해…범행동기에 일본열도 ‘충격’

    가정과 학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중학교 3학년 남학생(15)이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할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이 중 할아버지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본에서 일어났다. 손자는 학교에서 어떤 친구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는데, 이 일로 인해 가족 전체가 살인자의 집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일본을 경악에 빠뜨렸다.지난 18일 저녁 7시 25분쯤 사이타마현 와코시의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 남성(87)이 흉기에 마구 찔려 숨지고 그의 아내(82)도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부부의 딸 A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지금 빨리 좀 와달라”는 어머니의 급한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와 현장을 목격했다. 경찰은 A씨의 아들로, 피해자 부부와 함께 살고 있던 중학교 3학년 손자가 사건 현장에서 보이지 않자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다음날인 19일 오전 사건 현장에서 20㎞ 정도 떨어진 인근 가와고에시에서 손자를 체포했다. 손자가 소지하고 있던 가방에서는 흉기가 4개 발견됐고, 일부에는 혈액이 묻어 있었다. 경찰은 손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했다. 손자는 경찰에서 “학교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아이가 있어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살인자가 되면 우리 가족 전체가 ‘살인자의 가족’이 된다. 그런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우선 가족을 모두 죽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지금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가족관계나 친구관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는 이번 남학생의 범행을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손자가 다니는 사립중학교의 교감은 요미우리신문에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며 “2주일쯤 전에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하는 3자 면담을 위한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학생의 가정에서 특별히 상담이 필요한 부분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중상을 입은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온 이웃 여성(80)은 “어렸을 때 매일 학교에 배웅을 해주고 시험을 잘 보면 기뻐하는 등 할머니가 손자를 대단히 귀여워 했다”고 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조부모 재산 물려받은 ‘금수저’ 5년간 약 2배

    조부모 재산 물려받은 ‘금수저’ 5년간 약 2배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재산을 물려받는 이른바 ‘금수저 손주’들의 수와 액수가 최근 5년 동안 각각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재산을 나눠주면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18일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세대 생략 증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 건수와 액수는 8388건, 1조 4829억원에 이른다. 5년 전인 2013년(4389건, 7590억원)과 비교할 때 각각 91.1%, 95.4% 증가했다. 세대 생략 증여는 과거에도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다. 조부모에서 자녀를 거쳐 손주에게 증여할 때보다 한 단계가 생략돼 증여세를 줄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4년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30% 더 내도록 법을 바꿨다. 법 개정 이후에도 세대 생략 증여가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는 증여세가 할증되더라도 전체적으로 세금을 덜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조부모는 물론 자녀의 나이도 많아 상속 후 다시 손주에게 재상속하려면 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두 번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할증되더라도 한 번만 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미성년자들이 건물주가 되고 주식 배당소득으로 수억원씩 받아가는 상황”이라면서 “건물이나 주식에 대한 증여는 재산 증식뿐만 아니라 실제 수익이 부모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은 만큼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 증여세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현장 행정] 시바타 도요는 98세에 등단했어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현장 행정] 시바타 도요는 98세에 등단했어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100세를 지나 140세 시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내 나이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새로운 꿈을 가져야 합니다. 꿈을 가지면 현실이 됩니다.” ●양천장수문화대학서 50분간 열정 강의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이 ‘어르신들 꿈 전도사’로 나섰다. 지난 11일 오후 3시, 목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제27기 양천장수문화대학’에서다. 김 구청장은 노인 200여명에게 ‘어르신들이 꿈꾸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50분간 꿈의 종류, 꿈꾸는 노인, 꿈을 이루는 방법 등에 대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PPT)을 활용, 관련 사진과 동영상도 보여 주며 노인들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김 구청장은 “젊은 사람들만 꿈을 꾸는 게 아니다. 꿈을 꾸며 목표를 이룬 어르신들이 있다”며 65세에 KFC를 설립한 커넬 샌더스, 98세에 등단해 베스트셀러 시인이 된 시바타 도요, 70세에 아마 5단으로 바둑학원 강사로 취업한 고중석씨, 20년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75세에 빵집을 개업한 안국희씨, 82세에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고 대학에 진학한 장일성씨 등 꿈을 이룬 노인들 사례를 들었다. 김 구청장은 “이분들처럼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인생 2막을 열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시작하면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일자리 등 사업 추진 고령 친화도시로 김 구청장은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고령친화도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양천구는 고령친화도시를 위해 쾌적한 생활환경, 편리한 교통수단, 안정된 주거환경, 존중과 세대통합, 맞춤형 일자리 등 8개 영역 138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양천구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2008년 3만 2148명에서 2018년 5만 7338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고령친화도시 조성이 시급하다. 올해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80대 할머니 “죽기 전에 작품 남기고 싶다”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는 한 80대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했지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진 못한 것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화가의 꿈을 꾸고, 죽기 전에 멋진 작품을 하나 남기고 싶다”고 했다. 한 70대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꿈꿨던 문학도의 꿈을, 이제라도 이뤄야겠다”고 했다. 양천장수문화대학은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생활과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한 평생교육 특화프로그램이다. 김 구청장은 다음달 14일까지 목1·5동, 신월3·5·7동, 신정2·4동 등 8개 동 자치회관에서 차례로 강의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할아버지·할머니 재산 물려받은 ‘금수저 손주’ 5년간 2배 늘어

    할아버지·할머니 재산 물려받은 ‘금수저 손주’ 5년간 2배 늘어

    최근 5년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주에게 재산을 물려준 건수와 금액이 각각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거치지 않고 손주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를 30% 더 내야하지만 그래도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세대 생략 증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8388건으로 총 1조 4829억원에 이른다. 2013년 4389건, 7590억원보다 각각 91.1%, 95.4% 늘었다. 세대 생략 증여는 과거에도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다. 조부모에서 자녀를 거쳐 손주에게 증여할 때보다 한 단계가 생략돼 증여세 부담도 줄어들어서다. 이에 정부는 2004년 세대 생략 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30% 더 내도록 법을 바꿨다. 세대 생략 증여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세금이 할증되더라도 자녀를 거쳐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증여세를 덜 낸다는 납세자들의 판단이 있어서로 보인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조부모가 상속 또는 증여를 할 때 자녀의 나이도 많아 상속 후 손주에게 재상속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면 손주에게 바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최근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 두 번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할증되더라도 한 번만 내는 것이 세금이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미성년자들이 건물주가 되고 주식 배당소득으로 수억원씩 받아가는 상황”이라면서 “건물이나 주식에 대한 증여는 실제 수익이 부모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은 만큼 미성년자에 대한 세대 생략 증여에는 증여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여순사건 70주년] 항쟁 vs 반란… 끊이지 않는 ‘정명 논쟁’

    예술계 “본질 흐려져… 표현 자유 침해” 여수시 “통합 차원 공식명칭 권고한 것” 지난 1월부터 ‘여순항쟁 그림전’을 준비해 오던 박금만씨와 동료 2명은 최근 미술관 전시를 포기했다. 여수시가 ‘항쟁’이 아닌 ‘사건’으로만 표기를 해야 한다고 알려 왔기 때문이다. 여순사건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박씨는 “여수가 반란이 아닌 항쟁의 도시임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작품에 그런 생각을 반영할 수 없으면 더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순사건을 다룬 오페라 ‘1948년, 침묵’의 팸플릿에서도 ‘항쟁’이라는 표현이 지워졌다. 여수시가 ‘항쟁’ 표현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이후 여수 심포니오케스트라 측은 ‘여순항쟁’을 ‘여순 10·19’로 고쳤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외압에 의해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면서 “여순사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합’을 우선시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여순사건’을 여전히 ‘반란’으로 보는 시선도 많기 때문에 ‘항쟁’과 ‘반란’을 모두 제외하는 것이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한해 ‘여순사건 70주년 기념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회’와 합의한 공식 명칭을 따를 것을 권고한 것일 뿐”이라면서 “시가 시민사회에 개입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모사업 시민추진위원인 황순경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항쟁이라는 표현에 대해 경찰유족회 등 안보·보훈 단체들의 반발이 크다”면서 “70주년을 맞아 올해만큼은 화합에 더 의미를 뒀다”고 말했다. 여수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겸재 금강산 그림 7점 새로 발굴

    겸재 금강산 그림 7점 새로 발굴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5~1759)의 알려지지 않은 금강산 그림 초본이 경북 영양 주실마을에서 발굴돼 미술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가로 30cm, 세로 40cm 크기에 비로봉과 마하연, 정양사 등 내금강 7곳을 각각 묘사한 정선의 금강산도(圖) 7점을 새로 발굴했다고 17일 밝혔다. 각 폭의 왼쪽 또는 오른쪽 윗부분에 ‘비홍교’, ‘보덕굴’, ‘구룡폭’, ‘단발령’ 등 그림 제목과 ‘겸재초(謙齋草)’라는 서명이 적혀 있으나 창작 동기와 감상 등을 표현한 화제나 인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굴된 금강산도는 채색을 하지 않은 초본 형태이지만 겸재의 거칠고 활달한 화풍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달 영양 주실마을 월하 조운도(1718~1796) 선생의 집안에서 기탁했다. 조 선생은 당시 정약용, 금대 이가환 등 남인의 실학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던 선비였다. 금강산도는 진경산수화 양식의 성립 과정이나 겸재 그림의 구도와 필법 내지 표현에 대한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조운도 선생의 집안에 겸재의 금강산 그림이 전래된 경위에 대해서는 문헌 기록이 전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면서도 “강원 도사(都事)를 지낸 조 선생의 할아버지 옥천 조덕린(1658~1737)이 옛날에 그닐던 금강산이 그리워 영양 주실을 방문했던 겸재에게 그림을 부탁하여 소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청준부터 고미숙까지… 올 가을 작가와 데이트

    이청준부터 고미숙까지… 올 가을 작가와 데이트

    유명 출판사들이 인근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출판문화 공간으로 떠오른 서울 홍대입구역 ‘경의선 책거리’에서 대규모 책 행사가 열린다.한국출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경의선 책거리는 ‘책거리 2주년 기념 저자데이 책축제’를 26~28일 연다고 16일 밝혔다. 경의선 책거리는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250m 구간을 가리킨다. 올해 행사 주제어는 ‘2018 이청준’이다. 본 행사에 앞서 23일부터 문화산책 갤러리에서 ‘책 곁에서 걷다’ 기획 전시가 열린다. ‘한국의 이청준 존’에서는 ‘판소리 동화’, ‘프랑스 빅토르 위고 존’에서는 ‘할아버지가 되는 법’, ‘영국 셰익스피어 존’에서는 ‘셰익스피어 전집’을 전시한다. 유명 작가와 출판인,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고미숙 작가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신현림 작가의 ‘우리가 꼭 보아야 할 명화로 시 읽고, 상상력 키우기’, 최수민·최은경의 ‘1인 출판, 그 과정과 가능성에 관하여’ 등 강연이 열린다. 김탁환 작가와 정용실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당신의 고통이 내 문장이 되었을 때’ 북 콘서트도 눈여겨보자. 권대웅, 권미강, 김밝은, 김산 등 시인 11명이 낭송하는 ‘詩장보기’와 그림책 작가 30인의 낭독회 ‘그림책이 흐르는 가을밤’도 볼거리다. 27·28일 북 도슨트와 함께 책거리를 산책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주최 측은 “지난해 행사에서 4만명 이상이 몰린 만큼 이번 행사에서도 많은 이들이 책거리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gbooks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월드피플+] 입양된 지 72년 만에 친형제와 재회한 할아버지

    [월드피플+] 입양된 지 72년 만에 친형제와 재회한 할아버지

    72년 만에 자신의 핏줄을 처음 만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미국 ABC 소속의 라스베이거스 지역방송 KTNV-TV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70대 남성 테드 하드만은 어린 시절 입양된 지 몇 십 년 간 자신의 생물학적 가족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 백발노인이 되고 난 후에도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는 유전자 정보 분석 기업인 23앤드미(23andMe)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구매했다. 이 키트는 침을 2㎖ 정도 뱉은 후 이 안에 포함된 세포 속 DNA를 검사하는 기구다. 이후 이 정보를 23앤드미에 등록한 뒤 혹시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물론, 그의 가족들은 그가 입양됐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실제로 하드만의 형제들은 자신에게 첫째 오빠 또는 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하드만의 동생 중 한 명인 엘렌 크리머가 우연히 23앤드미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하던 중 자신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크리머는 또 다른 동생인 다이아나 코르친스키에게 같은 유전자 검사를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하드만의 존재를 확인한 코르친스키는 “(나와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하드만의 이름이 컴퓨터에 떴을 때, 나는 너무 놀라 컴퓨터를 꺼버렸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는 그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자랐다”고 당시 기분을 털어놓았다. 하드만과 그의 형제 중 두 여동생은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침내 재회했다. 무려 72년 만에 자신에게 5명의 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드만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동생들이 나와 닮은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며 이들과 따뜻한 포옹을 주고받았다. 하드만의 친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가 입양된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드만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많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이미 친형제들을 얻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노인 취업자 증가의 그늘/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인 취업자 증가의 그늘/임창용 논설위원

    영화 ‘인턴’은 노인의 삶과 노동의 가치를 곱씹어 보게 하는 미국 코미디극이다. 주인공은 인턴으로 패션회사에 취업한 70세 은퇴 노인 벤(로버트 드니로). 벤은 수십 년 동안의 직장생활에서 터득한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무기로 차분하고 사려 깊은 모습으로 유감없이 능력을 발휘한다. 열정적이지만 어설픈 30세 CEO 줄스(앤 해서웨이)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70세 노인이 패션회사에서, 그것도 인턴으로 일한다는 설정은 일단 참신해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노인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영화 속 설정과 내용을 찾기보다는 그 반대 사례를 찾는 게 훨씬 쉬울 것이다. 오래전 미국에서 연수생활을 할 때 운전면허를 따러 자동차등록사업소에 갔을 때의 일이다. 민원 데스크에 몇 명의 직원이 앉아 등록업무를 처리하는데 내가 선 줄이 유독 줄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데스크 앞에 가니 일흔은 넘은 듯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같은 질문을 몇 번씩 하는 데다 컴퓨터 작동이 서툴러 일처리가 눈에 띄게 느렸다. 나중에 한 교민으로부터 “미국에선 공무원 정년이 없다 보니 종종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한데 그다음 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마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야 해 그렇게까지 일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이 아니라 생계 때문에 노인이 일에 나서는 모습은 비록 고령시대라고 해도 개운치 않다. 땡볕 아래서 광고전단을 나눠 주는 할머니나 축하화분을 전달하려고 헉헉대며 계단을 오르는 할아버지를 볼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도 택배나 안내, 검침 등 단순한 육체노동이 대부분이다. ‘인턴’에서 보는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의 ‘이상’일 뿐이다. 일하는 노인에 대한 청년들의 시각마저 곱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초 19~39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인 일자리 증가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청년들의 눈총까지 받아 가며 생업전선에 나서야 하는 게 노인 신세인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3만 3000명이 늘었다고 한다. 30·40대 일자리가 역대 최대폭으로 준 것과 대조적이다. 노인 빈곤율이 OECD 38개국 중 단연 최고인 현실을 고려하면 노인 취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고령사회의 그늘이 갈수록 깊어지는 듯해 입맛이 쓰다.
  • “간디가 흑인 멸시” 말라위서 동상 반대 움직임 격화

    “간디가 흑인 멸시” 말라위서 동상 반대 움직임 격화

    아프리카 말라위 국민들이 인도의 독립 영웅 마하트마 간디(1869~1948) 동상을 자국 내에 세우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간디가 흑인을 멸시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이유 때문이다.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말라위 정부가 경제중심 도시 블랜타이어에 간디 동상을 세우려는 계획을 반대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현재 3000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간디는 인도인들이 아프리카인들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아프리카인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간디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활동가 음코타마 카텐가-카운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라위와 아무 상관없는 간디를 기리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말라위 정부는 인도와의 외교관계를 염두에 두고 두 달 전부터 간디 동상을 세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인도 정부가 말라위 남부 최대 도시인 블랜타이어에 1000만 달러를 투입해 아트콘퍼런스센터 건설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말라위 정부가 이에 화답해 간디 동상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말라위 정부는 간디가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식민주의에 맞서 투쟁한 역할을 인정해 동상을 건립하는 것일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간디는 아프리카에서만큼은 논쟁적인 인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의 애쉰 데사이 교수와 쿠아줄루 나탈대의 굴람 바헤드 교수가 공동 집필한 ‘남아공 사람 간디’는 간디가 21년 간 남아공에 거주하며 남아공 흑인을 ‘검둥이’라고 폄하하는 등 흑인을 차별했다고 적고 있다. 간디의 손자이자 전기작가인 라즈모한 간디도 “할아버지가 흑인에 대해 무지했고, 편견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런 이유로 앞서 가나에서도 간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2016년 가나대 교수들은 간디가 흑인을 차별한 점을 문제 삼으며 교내에 세워진 간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에스컬레이터서 추락할 뻔한 노인 구한 역무원

    에스컬레이터서 추락할 뻔한 노인 구한 역무원

    중국의 한 역무원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뒤로 넘어지려는 노인을 붙잡아 사고를 막았다. 10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상하이스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영상 하나를 소개했다. 영상은 우한시 지하철역 CCTV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 노인 부부가 위로 향하는 왼쪽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에스컬레이터 속도에 노인 부부는 균형을 잘 잡지 못한 듯 비틀댄다. 그때 오른쪽에서 내려오던 한 역무원이 두 노인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노인들 뒤로 다가간다. 이어 할아버지가 비틀대며 뒤로 쓰러지기 직전, 역무원은 할아버지 뒤를 받치며 큰 사고를 막아낸다. 우한시 지하철역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역무원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순찰 도중에 노인 두 명을 발견했다”면서 “두 노인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을 보고 다가가 도왔다”고 말했다. 역무원은 노인 부부를 도울 동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두 사람을 기차역까지 바래다준 것으로 알려져 누리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사진·영상=Shanghaiist/유튜브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 17일 회고록 출판기념회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 17일 회고록 출판기념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90) 회장의 회고록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 출판기념회가 오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3·1 운동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을 앞두고 출간한 김 회장의 회고록을 소개하는 자리다.김 회장 가족의 독립운동은 1919년 대한제국 대신이었던 할아버지 동농 김가진의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망명으로 시작돼 아버지 김의한(건국훈장 독립장)과 어머니 정정화(건국훈장 애족장)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석오 이동녕, 성재 이시영,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주역의 품에서 자란 ‘임시정부의 손자’였다. 그러나 광복은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졌고 김 회장은 백범 김구의 서거와 아버지 김의한의 납북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2004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립한 김 회장은 2006년 재북애국지사후손성묘단을 조직, 평양을 방문해 아버지 김의한이 묻혀 있는 재북인사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고아를 ‘투명인간’ 취급… 인권단체 한 곳은 있어야죠”

    “고아를 ‘투명인간’ 취급… 인권단체 한 곳은 있어야죠”

    33년 만에 가족 찾았지만 과정 어려워 인권 사각 발생하지 않도록 연대 설립 “1시간 거리에 살던 가족을 33년 만에 만났습니다. 가족을 찾으면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고아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결심했죠.” 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만난 장성한 아들은 연신 눈물을 닦았다. 이날 가족을 만난 주인공은 전윤환(39) 고아권익연대 대표였다. 전 대표는 여섯 살이던 1985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모님과 헤어진 뒤 18세 때까지 충청도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부모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하루하루 힘든 보육원 생활에 실천에 옮길 틈은 없었다.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살던 전 대표가 가족을 찾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것은 지난 2월 납골당에서였다. 장애인 콜택시 기사로 일하던 중 손님을 기다리다 우연히 무연고자 납골묘를 봤는데 “이름도 없는 이 사람의 생일은 언제일까”라는 궁금증이 스쳤다. 이어 “국가는 내 흔적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그 길로 병무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기록을 찾았다. 모범운전자회 활동을 하며 알게 된 구로경찰서에도 3월 실종가족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출생연도와 이름을 근거로 추린 1만 8000개의 명단을 6개월간 뒤진 끝에 부친 전모(69)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한 살 터울인 누나도 함께 찾았다. 택시 운전사였던 그가 지난 4월 고아권익연대를 만들게 된 계기는 고아를 위한 단체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였다. 전 대표는 “고아는 통계도 없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이들이 기댈 곳이 한 곳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전 대표는 단체 이름에 고아라는 단어를 앞세운 것에 대해 “고아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사회 분위기와 낙인을 지워야 이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가족을 만나 새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두 딸에게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고, 가족들과 밤새 이야기하며 흩어져있던 어린시절 기억을 하나씩 맞췄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자신을 숨기며 사는 고아들이 새 삶을 찾도록 대상자 발굴과 상담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월드피플+] 남친 묘지에 웨딩드레스 입고 나타난 여성의 사연

    [월드피플+] 남친 묘지에 웨딩드레스 입고 나타난 여성의 사연

    최근 미국에서 한 여성이 남자친구의 묘지에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찾아가 오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많은 사람을 눈물짓게 했다.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州) 에미츠버그에 있는 국립 순직소방관 추모공원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던 한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인디애나주(州) 에번즈빌에 사는 25세 여성 제시카 패지트는 묘지에 잠들어 있는 남자친구 켄들 제임스 머피와 이날 원래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이날 그녀는 남자친구를 추모하기 위해 묘지를 찾았고 사진은 남자친구 어머니의 요청으로 한 사진사가 촬영한 것이었다. 머피와 4년 넘게 사귀었다는 패지트는 지난 2016년 꿈에 그리던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날을 결혼식 날짜로 잡고 신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머피는 고등학교 농구부 코치를 지낸 뒤 보험 판매원으로 일하면서도 직업 소방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역 소방서에서 자원봉사 소방관으로 활동했다. 작업치료 보조사로 일하고 있는 패지트는 시간을 쪼개 소방관으로 활동하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10일, 패지트는 머피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을까 등을 논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왔다. 그러고나서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답장은 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녀는 남자친구가 피곤해 먼저 잠든 줄로 생각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몇 분 뒤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는 남자친구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머피는 그녀가 집을 나선 뒤 지역 몽고메리 자원봉사 소방서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았다. 인근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머피는 즉시 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이는 그의 마지막 출동이 되고 말았다. 그는 요청을 받고 출동하던 또 다른 자원봉사 소방관 콜비 브레이크의 차에 의한 충돌 사고로 현장에서 즉사한 것이었다. 사고를 낸 동료 봉사자는 다치지 않았지만 경찰 조사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21%로 법적 제한치인 0.08%의 두 배 이상인 만취 상태로 확인됐다. 이 봉사자는 이 사고로 기소됐지만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 한편 머피는 미국 순직소방관재단(NFFF)에 의해 순직을 인정받아 국립 순직소방관 추모공원에 안장된 인디애나주 출신 소방관 5명 중 1명이다. 그의 묘비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 신의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사진=러빙 라이프 포토그래피/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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