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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나이가 어때서”… 지구촌 지도자 ‘70대 시니어’ 전성시대

    “내 나이가 어때서”… 지구촌 지도자 ‘70대 시니어’ 전성시대

    네타냐후·스가·두테르테·수치 모두 70대77세 우드워드·90세 버핏 현장서 맹활약유럽은 젊은 편… 마크롱 등 30~40대 여럿 다양한 경험과 경륜이 위기 대처에 도움변화·혁신 약하지만 극단 안 치우쳐 장점세대 격차 줄여 조화로운 공존 여부 관건70대 지도자 전성시대다.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인, 언론인까지 70대가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거의 70대다. 더욱이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민주당 후보 모두 70대여서 도널드 트럼프나 조 바이든 중에서 누가 당선되든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세우게 됐다. 민주당 경선에 나왔던 버니 샌더스(79)와 엘리자베스 워런(71)도 모두 70대다.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나이와 리더십의 상관관계로 관심이 옮겨 가고 있다. ‘나이 70이 세계 지도자들에게는 50세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등장했다. 70대가 50대처럼 아무 문제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2차대전 후 美베이비붐 세대 정부·의회 장기 포진 70대 정치 지도자는 미국만이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71) 이스라엘 총리, 스가 요시히데(72) 일본 총리,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75) 필리핀 대통령도 모두 70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3년 뒤면 70대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한국의 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팔순이고, 2022년 대선 출마가 유력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년 뒤면 70세다. 이에 반해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확실히 젊은 편이다. 30대·40대 총리와 대통령이 여럿 있다. 또 51살에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60대 여성 지도자 3명이 유럽의 정치와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다. 20~30년 전에 비하면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철저한 체력 관리에 교육수준까지 높아져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길어졌다. 관건은 할아버지와 손주만큼이나 벌어진 세대 격차와 문화적·사회심리적 차이를 줄여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지도자 평균 연령대가 1990년대와 비교하면 많이 올라갔다. 세대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한국에 ‘386세대’가 있듯이 미국에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포진하고 있다. 1992년 47세의 빌 클린턴과 45세의 앨 고어가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하면서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보다 20년 이상 젊어졌다. 이어 빌 클린턴과 1946년생 동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0대에 대통령이 됐고, 이어 2008년에 1961년생인 버락 오바마가 48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보다 한 살 적은 69세의 힐러리 클린턴과 70세의 트럼프가 맞붙어 트럼프가 당선됐다. 이로써 1946년에 태어난 미국 대통령은 세 명으로 늘어났다. 정치인이 제대로 활동하려면 체력과 판단력, 사고의 유연성과 포용력이 중요한데 과연 70~80대가 이런 자질을 유지하고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현실 앞에서 이 같은 추정은 힘을 잃었다. 트럼프는 현재 74세이고, 바이든은 78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959년생 61세로 젊은 축에 속할 정도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80세이고,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두 살 적은 78세다. 펠로시는 2년 전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8시간이나 쉬지 않고 발언한 기록도 세웠다. 젊은 의원들도 따라오지 못할 강한 체력을 보여 줬다. 지난 3일 선거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10월 말 현재 미 연방 하원의원 36명과 상원의원 14명의 나이가 75세 이상이라고 한다. 만약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신설할 ‘기후변화 차르’를 존 케리(76) 전 국무장관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힐러리 클린턴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72)가 맡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美 70대 지도자 공통점은 고학력 백인 남성 경제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90세이고, 루퍼트 머독은 89세다. 임원급 헤드헌팅회사인 크리스트콜더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새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나이가 15년 전보다 20% 높아졌고, 주요 기업 CEO 중 40%가 60대 이상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국장은 77세로 50년 가까이 취재 현장에서 특종 보도와 책을 매년 펴내고 있다. 미 대선 후보 토론회를 진행했던 CBS방송의 레즐리 스탈도 79세다. 전문가들은 이들 70대를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물결로 보고 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 평균 나이는 미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43)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49) 캐나다 총리는 40대다. 핀란드 여성 총리는 35세이고 테러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갓 마흔을 넘었다. 미 테네시대학이 수집 분석한 세계 지도자 자료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들의 평균 나이는 1950년대 이후 꾸준히 높아진 반면 유럽 지도자들의 평균 연령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떨어지기 시작해 세계 평균에 크게 밑돈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의 총리나 대통령의 중간 나이값은 52세이고, 8명은 45세 이하라고 한다. 70대는 딱 한 명이다. 포린폴리시 최근호에 나이와 세계 지도자에 관한 글을 기고한 잭 골드스톤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국의 70대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공통점으로 고학력의 백인 남성을 꼽았다. 미국 남성들은 확실히 윗세대보다 오래 건강하게 활동적으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DC와 뉴욕에 거주하는 남성의 2015년 기준 기대수명은 1990년보다 13.7년 늘어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미국인들의 75%가 자신의 건강이 좋거나 매우 좋다고 답했다. 1991년에는 66%에 그쳤다.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 조직의 경직화 초래 우려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70대가 넘으면 가장 큰 걱정이 치매다. 트럼프나 바이든 모두 치매에 걸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미 하버드대 의대가 올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75세가 넘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995년 25%에서 18%로 크게 낮아졌다.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조기진단과 예방활동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골드스톤 교수는 여러 근거를 종합해 볼 때 70대 고령의 대통령이라고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다양한 경험과 경륜이 현재 미국 사회가 맞닥뜨린 여러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젊은 세대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단을 내리고 변화와 혁신에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극단으로 치우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차이가 있다지만, 최고 지도자의 고령은 주요 리스크 요소이고, 경험에서 나온 확고한 신념은 변화와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조직을 경직되게 할 수도 있다. 인구 구성상 밀레니얼과 포스트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젊음과 변화,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지도층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과 포스트밀레니얼 세대는 나이나 성, 정체성보다는 개인 그 자체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또한 기존의 정당이나 정치 조직에 대한 불신이 강한 편이다. 정당보다는 시민 사회단체에 더 관심이 많고 이데올로기보다는 기후변화와 같은 특정 이슈에 천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젊은 세대를 제대로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70대의 기성 정치·경제·사회 지도자들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경험을 공유할 때 간극을 좁힐 수 있다. 세대마다 전성기가 있고 역할이 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도쿄서 자라나는 14개의 꿈

    [그 책속 이미지] 도쿄서 자라나는 14개의 꿈

    오랜 세월 기술을 갈고 닦아 보통 사람들을 저만치 따돌린 이에게 붙이는 이름, ‘장인’. 왠지 나이 지긋한 노인을 떠올릴 법하지만, ‘이요시 콜라’를 운영하는 30대 코라 고바야시의 모습은 조금 의외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크래프트 콜라’ 장인인 그는 할아버지 약방에서 만든 탄산음료를 작은 차에 싣고 판매한다. 어느 도시보다 바쁜 일본 도쿄에서 나름의 기술로 진득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청년 14명을 만났다. 출판사나 디자이너에게 책방을 임대하는 서점 운영자, 최고의 수제 노트를 만드는 제작자, 유럽 채소를 키우는 도시 농부, 편견과 맞서는 여성 스시 장인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활동 중인 ‘밀레니얼 장인’들이 흥미를 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출근의 위대함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출근의 위대함

    남다르게 산만하고, 아직 귀까지 밝은 나는 어디 가서 혼술이라도 하고 있으면 옆자리 사람들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자꾸 듣게 된다.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포텐이 터지는 순간이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어느 일요일 밤, ‘언니네 삼치집’에서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일요일, 일요일 밤이 가지는 의미를 이 땅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수많은 이들은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삼치집에서 앉은자리 대각선에 내 나이 또래 남자 네 명이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나도 한 사발, 두 사발 꼴깍꼴깍 마시다 보니 이미 가게가 문 닫을 때가 다 된 모양이다. 손님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딱 두 테이블만 남았다. 그때 저쪽에서 들리는, 피곤에 폭삭 절은 목소리! “아아~ 내일 출근 모더겄다(못하겠다)~.” 십오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궁금하다. 과연 저들은 내일 아침 월요일 출근에 성공했을까? 나 또한 1999년부터 2013년도까지 아침 9시까지 꼬박꼬박 회사에 나가는 직장인이었다. 아침 일찍 내 몸을 일으켜 세워 정확한 시간까지 나가야 하는 칼출근 생활은 아무리 십년이 넘어가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회사 생활에 엄청난 염증을 느끼던 어떤 날 아침, 출근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러나, 당일 휴가신청이라니, 우리 사장님에게는 절대 먹히지 않을 터. 당시에는 연차니 생리휴가니 있어도 눈치 보여 쓸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다. 침대에 잠시 누워 ‘출근을 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옛날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다시 호출했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조부께서 오늘 새벽 돌아가시어 급하게 휴가를 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뭔가 찜찜했다. 잠시 후, 까다롭기 짝이 없는 사장님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도 없다. “황 차장, 조부상이니까 회사에서 조화 보낸다. 병원 이름 대.” 아뿔싸, 좀 먼 친척 핑계를 댔어야 했다. 가장 적절한 친척이 대략 이모부, 고모부 정도였는데……. 모두 살아 계신 분들이라 차마 그분들 장례라고 댈 수가 없었고, 생각도 못 했다. 그 길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 주변의 모든 병원 장례식장을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천운으로 우리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병원에서 한참 상을 치르고 계신, 같은 성의 황씨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만세! 잠시 후 그 집안 식구들은 영문 모를 회사에서 조화를 받기에 이르고…. ‘언니네 삼치집’의 그 청년들은 분명히 다음날 월요일 아침, 얼굴이 벌겋게 부어서 회사에 기어이 출근했을 것이다. 출근의 위대함! 그들은 출근이 썩 위대한지 뭔지는 전혀 모를 상태로 옷 챙겨 입고 꾸역꾸역 집을 나섰으리라. 또 하나, 사장님은 거짓말을 눈치 다 채고 이 조화 엉뚱한 데 갈 것 알면서도 보낸 것, 나도 알고 있다. 여하튼 오늘 아침도 입 벌려 하품하며, 변함없이 출근하는 여러분들에게 굿 럭!
  • 6·25 끝나지 않은 전쟁을 기억하며

    6·25 끝나지 않은 전쟁을 기억하며

    한국전쟁 70주년의 해가 저문다. 전쟁 세대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끔찍한 참상도, 트라우마도 희미해진다. 경기도미술관이 올해 마지막 전시로 기획한 ‘흰 밤 검은 낮’은 기억에서 멀어지는 전쟁의 흔적들을 현재로 불러내 희생자와 실향민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건네는 자리다. 전시는 ‘겨울나무집 사람들’, ‘흰 도시’, ‘함께 추는 춤’ 등 3개 소주제로 나눠 작가 14명(팀)의 작품 41개를 배치했다. ‘겨울나무집 사람들’은 전쟁 세대의 이야기다. 텍스트의 흔적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는 고산금 작가는 전쟁 발발 당시 신문 지면을 인공진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금순 작가의 그래픽노블 ‘나목’은 박완서의 동명소설에서 묘사한 1950년대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전후 1세대 화가 하인두(1930~1989)의 대표작 ‘만다라’와 ‘묘계환중’ 등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흰 도시’는 경기도 접경 지역에 남아 있는 분단의 현실을 조명한다. 가장 오래된 주한미군 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의 장교 숙소를 모형으로 설치한 정정주의 작품과 파주 적군묘를 촬영한 전명은의 사진 작품 ‘적군의 묘’ 시리즈 등이 전시된다. ‘함께 추는 춤’에서는 기억과 애도의 방식을 담는다. 한석경 작가는 실향민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한 사운드 설치작품 ‘늦은 고백’을 내놨고,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은 젊은 시인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모음집 ‘금단의 서재’를 선보였다. 전시 제목은 한강의 소설 ‘흰’에서 따왔다. 구정화 경기도미술관 학예사는 “과거로 소환되는 과정을 완전한 빛도 완전한 어둠도 없는 하루로 은유한 데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70년 전 사건을 마주하기에 적절한 태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14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

    한국전쟁 70주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끔찍한 참상도, 트라우마도 희미해지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이 올해 마지막 전시로 기획한 ‘흰 밤 검은 낮’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기억에서 멀어지는 참혹한 전쟁의 흔적들을 현재의 시공간으로 불러내 희생자와 실향민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건네는 자리다. 전시는 ‘겨울나무집 사람들’, ‘흰 도시’, ‘함께 추는 춤’ 등 3개 소주제로 나눠 작가 14명(팀)의 작품 41개를 배치했다. ‘겨울나무집 사람들’은 전쟁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모았다. 텍스트의 흔적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는 고산금 작가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신문 지면을 인공진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금순 작가의 그래픽노블 ‘나목’은 박완서가 원작 소설에서 묘사한 1950년대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전후 1세대 화가 하인두(1930~1989)의 대표작 ‘만다라’와 ‘묘계환중’ 등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흰 도시’는 김포, 파주, 연천 등 경기도 접경 지역에 남아있는 분단의 현실을 조명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군 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의 장교 숙소를 모형으로 설치한 정정주의 작품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적군묘를 촬영한 전명은의 사진 작품 ‘적군의 묘’시리즈 등이 전시된다. ‘함께 추는 춤’에서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전쟁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한석경 작가는 실향민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한 사운드 설치작품 ‘늦은 고백’을 내놨고, 업셋프레스_안지미+이부록은 젊은 시인들과 함께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모음집 ‘금단의 서재’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한강의 소설 ‘흰’에서 따왔다. 구정화 경기도미술관 학예사는 “과거 속으로 소환되는 과정을 완전한 빛도 완전한 어둠도 없는 하루로 은유한 데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70년 전 사건을 마주하기 위한 적절한 태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14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팬케이크 아저씨’에서 ‘히틀러’까지… 두 얼굴의 스가 총리

    ‘팬케이크 아저씨’에서 ‘히틀러’까지… 두 얼굴의 스가 총리

    스가 요시히데(72·자민당 총재) 일본 총리는 다른 정치인에 비해 친근한 느낌의 별명이 많다. 지난해 나루히토 일왕 즉위에 맞춰 새 연호(레이와)를 공개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얻게 된 ‘레이와 아저씨’, 술을 전혀 못 하는 그가 즐겨 먹는 달콤한 음식과 조합된 ‘팬케이크 아저씨’, 휴대전화 요금을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생겨난 ‘가격인하 아저씨’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지난 9월 16일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에는 ‘아저씨’의 이미지를 뒤엎는 부정적 수식어들이 부쩍 늘었다. ‘신자유주의의 화신’으로 공격받는가 하면 나치 독일의 ‘히틀러’에 비유되기도 한다. 8년 가까이 집권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로부터 일본의 조타수 자리를 물려받은 지 약 50일. ‘총리 스가’를 7개의 특징으로 알아본다. ①“열심히 해서 보여 주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자민당은 지난달 13일 새로운 총리 홍보 포스터를 공개했다. 붉은색 바탕에 큼직한 스가 총리 사진을 넣어 정권의 캐치프레이즈인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강조한 이 포스터는 17만장이나 인쇄됐다. 기존 물량의 1.7배다. 스가 총리는 이 포스터를 가리키며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우리의 신념이 전국에 퍼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일을 열심히 한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현재 자리까지 온 그가 아베 전 총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가장 현실적인 포인트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총리와 외무상을 지낸 최고의 ‘금수저’ 정치인인 아베 전 총리는 물론이고 과거 총리 시절 컵라면 가격에 대한 질문에 “400엔?”이라고 터무니없는 답변을 했던 아소 다로 부총리 등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장점이다.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가 주도한 문제투성이의 ‘고향세(稅)’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일본 언론인은 “스가 총리는 시골(아키타현) 출신이면서 태생적 연고도 없고 부동표가 넘쳐나는 대도시(요코하마시)에서 중의원 8선을 한 사람”이라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유권자들이 박수를 치는지 선천적·후천적으로 매우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②민생과 개혁… 실용주의 속도전 드라이브 스가 총리는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불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등 생활체감형 민생 정책을 간판으로 내걸고 정권 출범 직후부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디지털 후진국’ 문제를 총괄할 ‘디지털청’ 설치를 비롯해 중앙부처 간 칸막이 행정 타파, 낡은 도장 문화 혁신 등은 개혁의 핵심 과제들이다. 헌법 개정 등 아베 정권의 이념적 구호에 지쳐 있던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 큰 박수를 보냈다. 첫 달 내각 지지율이 조사기관별로 60~70%대를 기록했던 데는 ‘민생’과 ‘개혁’을 앞세운 정권의 실용주의가 한몫했다. ③순풍의 돛 꺾어 버린 학술회의 임명 거부 파문 하지만 10월이 되면서 정국 분위기가 급변했다. 취임한 지 불과 2주일 만에 일본학술회의 임명 거부 파문이 터졌다. 지난달 1일 학술회의 신규 회원을 임명하면서 이 단체가 추천한 후보 105명 중 6명을 탈락시키고 99명만 임명한 게 화근이 됐다. 특히 제외된 6명은 모두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을 지내던 때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했던 인물들이었다. 학계와 야권은 행정관료에 이어 학자들까지 길들이려는 정권의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아베 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임명에서 제외된 한 교수는 “히틀러 같은 독재자가 되려는 것이냐”라고 했다. ④강권적 권력 행사는 결코 아베 못지않아 이번 일은 관방장관으로서 내각인사국을 장악하며 정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료를 해임과 좌천으로 찍어 눌렀던 그의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켰다. 그가 총무상 시절 NHK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담당 과장을, 관방장관 시절 ‘고향세’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담당 국장을 멀리 한직으로 쫓아내 버린 것은 유명한 일이다. 요라 마사오 마이니치신문 전문편집위원은 “전후의 역대 총리들은 ‘권력은 억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자세를 지켰지만, 아베 전 총리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일본이 정체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만큼 이념을 앞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권력을 (강하게) 휘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같다”고 평가했다. 권력자로서 “어떠한 일본을 만들어 갈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평가는 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체적인 조화와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개별 정책의 묶음만 갖고서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갈 것인가”라는 목소리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동일하다. 특히 강경 우파들은 “국가관이 확고히 서 있지 않은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⑤독단적 판단과 만기친람형 통치 지향 꼼꼼한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권의 안살림을 총괄하는 관방장관을 8년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역대급 ‘만기친람형’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는 초기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총리 원맨 정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전 총리는 큰 그림을 좇다 보니 세부 정책은 관방장관이나 비서관 등에게 일임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스가 총리는 반대다. 모든 걸 자기가 꼼꼼히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여기에다 수틀리면 거칠게 인사권을 행사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관저 안팎에서 “스가 총리에게 제대로 간(諫)하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⑥“흙수저 출신이 더 무서워”… 신자유주의 논란 현재 진행 중인 임시국회에서 주요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스가 총리의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과 정책 방향이었다. 지난 9월 총재 선거 과정에서도 ‘자조(自助)→공조(共助)→공조(公助)’의 3단계 개념을 새 정권이 지향하는 사회상으로 강조한 게 큰 시빗거리가 된 바 있다. 개인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 개념에 대해 야권은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확산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국회에서 “총리의 이념은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라며 “이는 쇼와시대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시골 흙수저’ 출신인 스가 총리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사회의 생존 본능이 몸에 뱄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고향세’ 정책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스가 당시 총무상에 의해 밀려났던 히라시마 아키히데 전 국장은 아사히신문에 “지방을 중시한다면서 거꾸로 지방교부세 제도의 개편을 주장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간 재정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가 주는 지원금 성격의 돈이다 보니 지자체의 살림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스가 당시 총무상은 “경쟁하고 노력해 잘살게 된 지자체가 보답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전형적 신자유주의 발상을 보였다. ⑦내년 9월에 한 번 더…3년 풀타임 총리 재도전 스가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아베 전 총리의 사퇴에 따라 갑작스럽게 치러진 선거에서 뽑혔기 때문에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적용된다. 당내 7개 파벌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그가 앞으로 10개월 남짓 동안 파벌들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지금도 1등 개국공신에 해당하는 ‘니카이파’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소파’ 등을 중심으로 경계와 불만의 시선이 가득하다. 내년 9월 풀타임 3년 임기(2024년 9월까지) 총재 당선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국민들의 응원이다. 가시적인 정책 성과를 통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내년 여름 이전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의원선거에서 대승해 자신의 장기 집권으로 이끌고 가는 것. 당분간 스가표 정치·행정의 수렴점은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우리카드 알렉스 “가족 잃는 아픔 있었지만 나아지고 있다”

    우리카드 알렉스 “가족 잃는 아픔 있었지만 나아지고 있다”

    우리카드가 나경복과 알렉스 활약으로 3연패에서 탈출했다. 우리카드가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어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로 마무리했던 우리카드는 처음으로 무실세트 승리를 가져왔다. 지난 시즌 V리그 MVP 나경복은 이날 공격시도 28개 가운데 17개를 성공(공격성공률 60.71%)시켰고 블록킹 득점 1개를 보태 팀내 최다 득점인 18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리시브 효율에서 80%로 팀 리시브효율인 32.69%를 상회했다. 우리카드 외국인 알렉스는 16득점에 공격성공률 42.42%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카드 세터 이호건은 ‘알렉스 살리기’라는 신영철 감독의 특명을 잘 수행해냈다. 이호건은 이날 세트 성공률 50.7%, 세트 성공 38개로 안정적인 역할을 보여줬다. 신영철 감독은 “호건이가 수비나 2단연결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서도 “속공 토스에서는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다음 경기에도 이호건을 선발에 낼 것”이라면서 “상황이 안 맞으면 하승우 선수도 준비시키겠다”고 했다. 이호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속공 토스가 약하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다”며 “3세트 성공시킨 속공 토스가 한전에 있을 때부터 제일 약한 토스였는데 보완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다”고 했다. 이호건과 함께 수훈 선수로 선정된 알렉스는 “한국에 오기 전에 오랫동안 코로나19로 배구를 하지 못해 제 리듬을 찾지 못했다”며 “또 최근 4개월 이내에 할아버지와 외사촌이 연이어 사망하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기도 했다”고 아픔을 고백했다. 이어 “이전 경기도 그랬지만 우리 팀은 나경복과 함께 4인 리시브 라인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며 “저희가 시작이 안좋았는데 오늘 이겨서 기분이 매우 좋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스트레스가 풀렸을 것 같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3경기에서 V리그 남자부 최다득점을 올리며 쾌조의 활약을 보여준 바르텍의 몸이 무거웠던 점이 아쉬웠다. 바르텍은 이전 경기와 달리 실책도 많았고 공격득점 12득점, 공격성공률 32.26%에 그쳤다. 범실도 9개로 많았다. 바르텍은 경기가 잘 안풀리자 자신감 없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장충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美 5세 여아 살인범, 46년 만에 찾아… “범인 DNA 보관 덕분”

    美 5세 여아 살인범, 46년 만에 찾아… “범인 DNA 보관 덕분”

    46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았던 미제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밝혀졌다. 수십 년 동안 보관되고 관리돼왔던 DNA 데이터 덕분이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46년 전인 1974년 2월 5일, 몬태나주에 살던 시오반 맥기네스(당시 5세)는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집 근처 고속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뒤 칼에 찔려 사망했다고 결론 내리고 범인을 찾아 헤맸지만 오래도록 범인은 검거되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해 온 몬태나주 미줄라 카운티 경찰서 측은 오랫동안 사건을 쫓던 중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데이비스를 주시해왔으나 그가 과거 유죄 판결 또는 다른 범죄의 혐의를 받지 않았던 탓에 범행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경찰은 미줄라주에 거주했던 리차드 윌리엄 데이비스라는 남성의 차량이 사건 당시 목격된 차량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용의자로 지목하고 재수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용의자인 데이비스는 34세였던 사건 당시, 피해 소녀가 살해된 지역을 여행하던 여행객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채취했고, 무려 46년 간 사건 해결을 위해 이를 보관해 왔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용의자의 가족으로부터 샘플을 받은 뒤 46년간 보관했던 DNA와 비교했고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범인으로 확인된 데이비스는 2012년 70세의 나이로 사망해 법의 심판은 받을 수 없게 됐다.경찰은 “우리는 DNA 증거 외에도 살해 당시 데이비스의 차량과 그의 신체적 특징이 목격자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여행 도중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이 남성은 유유히 범죄 현장에서 사라진 뒤 평범한 남편이자 네 딸의 아버지, 할아버지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비스의 사망 당시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며 야외활동을 즐기고 동물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서 “그의 범죄에 대해 재판을 할 수는 없게 됐지만, 범인을 밝힘으로써 피해자와 가족이 치유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 소녀의 아버지는 “범인을 찾았다는 사실과 오랫동안 보관돼 온 범인의 DNA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면서 “범인의 DNA 증거는 오랫동안 오염되지 않은 채 보관돼 왔다. 이것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역사를 감추지 말라”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의 울림

    “역사를 감추지 말라”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의 울림

    “여기에 그들이 살았다” 슈톨퍼슈타인의참회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된 한국과 달리 유럽은 10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아일랜드는 다시 록다운이 시작됐고 프랑스는 신규 확진자 수가 4만명을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독일도 하루 확진자 수 1만 4000명을 찍으며 가장 심각했던 지난 4월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고 수치다. 이러다 진짜 2차 팬데믹이 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요즘이다. 상황은 지난 4월보다 심각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그때만큼 크지 않다. 일단 겪어 본 일이 됐고,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며, 무증상으로 넘기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온갖 음모론, 예를 들면 5G 네트워크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이라든지, 혹은 전혀 위험하지 않은 병이라는 루머까지 더해져, 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과 극우들이 베를린 거리로 쏟아져 나온 후로(인파가 어마어마했다), 크고 작은 집회들이 다시 생겼다. 얼마 전엔 도심 재정비를 이유로 오랜 기간 버려지거나 빈 건물을 점거해 살아온 스콰터(무단 점유자)들을 정부가 내보내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크게 열렸다. 이번 집회엔 스콰트를 옹호하는 좌파 중심 세력과 시위자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길에 세워져 있던 몇몇 차량이 전소되고 부상자도 많이 나왔다. 요새는 밤에 도통 나다니질 않으니 시내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다음날 아침 트위터에 올라온 여러 영상들을 보며 시위가 상당히 거셌음을 뒤늦게 알았다.●소녀상 지키기 위한 집회는 계속 그런가 하면 한국과 관련된 집회도 있었다. 베를린 모아빗 지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집회였다. 소녀상은 설치된 지 일주일 만에 철거 위기에 놓였다. 비문의 내용이 문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간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여성들과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리는 내용이 독일과 일본의 외교 관계에 부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미테구청장은 베를린에 사는 일본 시민들로부터 소녀상에 반대하는 서한을 많이 받았으며,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철거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소녀상이 설치된 첫날부터 일본 외교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일 역사를 잘 모르는 독일 사람들도 일본이 진짜 잘못한 게 있으니 저렇게 첫날부터 막으려 드는 게 아니겠냐는 쓴소리를 했다. 소녀상을 설치한 독일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바로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거리 집회를 했다. 다행히 철거 명령은 중지됐다. 베를린 시민과 교민들의 집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교민들의 작은 음악회도 열리는 중이다. 법원은 아직 중재 중에 있다. 소녀상 설치 기간은 원래 1년이었는데 법원 결정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집회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소녀상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잠시 서서 동상을 둘러보고 있었고, 어떤 터키계 아저씨는 무슨 동상이냐고 물었다. 남자친구가 자기가 아는 선에서 열심히 독일어로 설명을 해 주었다. 직접 본 소녀상은 왠지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대단한 애국심을 가지고 들른 게 아닌데, 소녀상을 보는 순간 계속 이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소녀상 뒤편에 그려진 할머니가 된 소녀의 그림자와 나비에 더욱 마음이 아렸다. “일본이 왜 아직까지 감추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돼. 독일도 일본과 똑같은 전범국가이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잖아. 만약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해 왔다면 한국도 일본을 용서하지 않았을까?” 독일인 친구가 물었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 일어난 일에 대해선 유감스럽지만 우리 세대의 잘못이 아니니 죄책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일본이 한국에 저질렀던 일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면 우리도 용서하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우러난 사과를 100년이 돼 가도록 못 받고 있으니, 그 상처와 아픔이 트라우마와 적대와 보이지 않는 반감 등의 형태로 우리에게도 대물림되고 있는 게 아닐까.●베를린 한복판에 유대인 추모 공간 물론 독일에도 여전히 히틀러를 숭배하고 나치를 추종하는 네오나치 세력과 극우들이 존재한다.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부채감도 남아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와 국민들은 그릇된 역사를 인정하고 학살된 유대인들을 위한 참회와 보상을 분명히 해 왔다.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말이다. 12년 전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도시 곳곳에 새겨진 그 노력들을 보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관광명소인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가는 길에 맞닥뜨렸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언제 가도 인상 깊다. 주변 건물에 둘러싸여 낮고 넓게 유대인 추모의 공간을 이루고 있는 곳. 우리나라로 치면 시청 광장 같은 위치라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이곳을 한국과 일본의 상황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도쿄 요요기공원 같은 곳에 학살한 한국인을 기리는 추모 공간을 엄청 크게 만들어 놓았다고 상상하면 된다.●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떠난 유대인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멀리서 보면 검은 사각의 돌들이 광장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각기 다른 높이의 직사각형 기둥들이 낮은 땅 밑에서부터 세워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검은 기둥들이 2711개나 있다. 가장 긴 사각기둥은 사람 키의 3배가 될 만큼 높다. 사방이 보이지 않는 검은 기둥 사이를 걷다 보면 갑자기 길을 잃을 것 같은 불안감과 갇힌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처음 갔던 날은 어둡고 추운 날씨여서 더 음울하게 느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 느낀 불안감은 전쟁 당시 유대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하게 해 준다. 그래서 비석처럼 차갑고 검은 사각기둥 사이에서 숨을 멈추게 된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학살당한 유대인 희생자들의 침묵이 모여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처음 간 이후, 여러 번 다시 갔다. 날씨와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은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날씨가 쨍쨍할 땐 아이들이 뛰노는 밝은 공원으로, 날씨가 흐리고 사람이 없을 땐 거대한 공동묘지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한결같이 느껴지는 게 있다. 잘못된 과거를 기억하고 반성하려는 독일 정부와 사람들의 의지다. 그 의지가 베를린 한복판에 드러나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이 베를린에서 그 어떤 명소보다도 가장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베를린이 과거를 기억하는 법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거리 곳곳에 새겨진 유대인 추모의 흔적은 또 있다. 돌바닥 사이에 새겨둔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이다. ‘걸림돌’이라는 뜻의 이 작은 황동도금판에는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의 이름과 출생일, 사망일이 적혀 있다. 그리고 이 도금판은 그들이 살던 마지막 주거지 혹은 마지막 일터 건물 앞에 박혀 있다. 그 오래된 건물들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미테 거리를 걷다 보면 이 작은 도금판을 종종 보게 된다. 도금판은 하나나 두 개씩 박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건 여덟 개가 한꺼번에 박혀 있다. 독일군이 들이닥쳐 한꺼번에 잡혀간, 그래서 사라진 가족의 이름이리라. 슈톨퍼슈타인은 독일의 한 예술가에 의해 시작됐다. 베를린에서 나고 자란 군터 넴니히 작가가 1992년 쾰른에서 선보였고 4년 뒤에 베를린에 왔다. 현재 이 금판은 유럽 1200개 도시로 퍼져 나갔다. 각 도시의 건물 앞에 사라진 유대인들의 이름이 새겨지고, 총 7만 5000개(2019년 말 기준)가 넘는 슬픈 명패가 만들어졌다.‘여기에 ○○○가 살았다.’ 세계 20개국의 언어로 도시마다 다르게 새겨진 기념판은 모두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은 아우슈비츠 같은 강제 수용소로 사라진 유대인들의 이름이지만 집시, 성 소수자, 흑인, 공산주의자 등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사람은 이름을 잊었을 때만 잊혀진다.’ 평소 탈무드의 글을 자주 언급한 군터 작가가 28년 동안 이 작업을 지속해오는 이유다. 베를린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은 이처럼 개방돼 있다. 과거를 숨기기에 급급한 일본과 과거를 지우려고 모든 걸 새로 짓기에 바빴던 한국을 보고 자란 터라 그 개방된 방식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전쟁으로 파괴된 많은 부분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 카이저 빌헬름 교회나 무너진 장벽의 일부를 야외 갤러리로 만든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이제는 너무 유명한 관광지가 된 국경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 장벽박물관까지, 도시 곳곳에 열어 둔 반성과 성찰의 공간에서 독일인들의 용기를 본다.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일상으로 접하는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 하루는 남자친구와 아이들을 데리고 기술박물관에 다녀왔다. 미술 갤러리나 박물관 가는 걸 좋아하는 내가 스스로 찾아갈 일은 거의 없는 박물관이지만(기술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건조하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동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즐거웠다. 점심 먹은 것까지 포함해서 서너 시간은 있었지만 반도 못 볼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0세기 중반까지 베를린에서 가장 중요한 기차역이었던 ‘안할터 반 호프’의 화물 창고 부지가 박물관 땅으로 쓰였다. 전체 7800평이나 된다. 원래의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이 이어져 있고 내부에는 수십 척의 실제 항공기와 배, 기차, 선로 등이 전시돼 있다. 그 밖에 자동차와 카메라, 인쇄기 등 기계로 만들어진 모든 구조물의 내부와 원리도 볼 수 있다.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곳은 오래된 선로와 기차의 변천사를 전시해 둔 공간이었다. 빌헬름 황제의 고습스러운 증기기관차부터 베를린 S반(지금도 다니는 지상철)의 초창기 모습과 역까지 실물로 남아 있다. 당장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픈 마음이 드는 순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유대인을 실어 나르던 기차가 동시에 보인다.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영화에서나 보던 그 기차 칸, 아니 화물차 한 칸이 실제로 있었다.저 안에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벌벌 떨면서 갇혀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안내판엔 1941년부터 3년 동안 184대 기차가 유대인을 실어 날랐고, 그 수는 총 300만명에 달한다고 쓰여 있다. 기차칸 앞에는 히틀러의 사진과 이 화물칸에 탔다가 죽은 12명의 유대인 이야기도 전시돼 있다. 아이들도 그 기차칸을 보았다. 여덟 살짜리 사내아이는 자연스럽게 나치와 히틀러에 대해 궁금해했고, 사람들이 다들 싫어하는데 왜 히틀러를 빨리 못 죽였냐고도 물었다. 유대인 박물관과 같은 특별한 곳이 아닌, 일반 박물관에서도 어두운 역사의 한 부분으로 솔직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니 이곳의 아이들은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그들의 잘못된 과거를 마주하고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가질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어려운 일이 베를린에선 일상의 경험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 점이 자주 부럽고, 가끔은 여전히 놀랍다.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여기는 동남아] 71세 할아버지·18세 소녀 결혼…인도네시아 깜짝

    [여기는 동남아] 71세 할아버지·18세 소녀 결혼…인도네시아 깜짝

    인도네시아에서 18살 소녀와 71살 할아버지가 백년가약을 맺은 사연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온라인 매체 트리뷴뉴스는 무려 53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식을 올린 아바(71,남)와 노니(18,여)의 사연을 전했다. 소녀가 할아버지의 재력을 보고 결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는 이가 있겠지만, 아바는 평범한 농사꾼이다. 그는 아내와의 사별 후 자녀들과 한집에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경지를 경작하던 그는 농기구에 쓰일 기름을 사기 위해 종종 마을의 기름 가게에 들렀는데, 이곳에서 사랑의 싹이 텄다. 당시 노니는 부모의 일을 돕기 위해 기름 가게에 나와 있곤 했던 것. 아바가 기름을 주문하면 노니는 아바의 농경지로 기름을 가져다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이 열리고 익숙해지면서 야릇한 감정이 싹텄다. 53살의 나이 차이는 숫자에 불과했고, 결국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노니의 부모는 두 사람의 교제를 극구 반대했다. 어린 딸을 할아버지뻘 되는 남성에게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딸의 강경한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마침내 둘의 교제를 허락했다. 한편 아바의 자녀들은 부친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성을 만난 사실에 기쁨으로 결혼을 찬성했다. 그리고 이달 중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결혼식을 올렸다. 52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고,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도 이들의 삶을 축복했다. 아바는 어린 아내를 위해 금 11g과 840만 루피아(한화 65만원 가량)를 신부 측 집에 선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월드피플+] 부부 합산 나이 214년…세계 최고령 부부에게 찾아온 이별

    [월드피플+] 부부 합산 나이 214년…세계 최고령 부부에게 찾아온 이별

    합산한 부부 나이 214세, 결혼생활 79년 등 숱한 화제를 뿌린 에콰도르 노부부의 잉꼬부부생활이 막을 내렸다. 세계 최고령 부부로 기네스에 등재된 부부의 남편 훌리오 세사르 모라 타피아가 22일(이하 현지시간) 숨을 거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110세. 자식들은 "아버지가 22일 밤 11시쯤 어머니 곁에서 주무시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고 밝혔다. 유족은 23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에콰도르 키토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최근 깊은 우울증에 시달렸다. 딸 세실리아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모임도 갖지 못하고, 가족과의 포옹까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가 우울증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하셨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 할아버지는 지난 16일 사랑하는 부인 왈드라미라 킨테로스의 105번째 생일을 함께하지 못했다. 부인은 "남편이 입원하면서 '이제 그의 인생의 끝이 시작되는구나'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나 떠나기 마련이지만 남편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게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1910년 3월 10일생인 할아버지와 1915년 10월 16일생인 할머니가 처음 만난 건 1930년대 중반. 7년 열애 끝에 두 사람은 1941년 2월 7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가족의 반대로 비밀결혼을 올린 부부는 보란 듯 잘살아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다짐대로 유복한 가정을 꾸렸다. 장장 79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자식 4명, 손자 11명, 증손 21명, 현손 9명 등 화목한 대가족을 이뤘다. 지난 8월 25일엔 세계 최고령 부부로 기네스에 올라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기네스가 최고령 부부로 공인한 당시 부부의 합산 나이는 정확히 214년 358일이었다. 할아버지가 기네스 공인 후 2달 가까이 더 살면서 부부의 합산 나이는 215년을 돌파했다. 부부는 당시 인터뷰에서 79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행복의) 비밀공식 = 사랑 + 성숙 + 상호존중'이라고 답해 훈훈한 감동을 준 바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北 찬양·미화 버젓이” “어린이 책, 정치 이용”

    “北 찬양·미화 버젓이” “어린이 책, 정치 이용”

    북한 출판물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전시회”라 지적하고, 여러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의원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출판계가 “어린이 책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을 소재로 색깔론을 덧칠하는 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배현진 “대한민국 한복판서… 말도 안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전시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지난 9~18일 진행한 ‘BOOK(北) 읽는 풍경 전시회’로, 출판 및 독서 문화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배 의원은 전시장 입구에 적힌 문구를 들어 “북한의 출판 활동 모습이 남한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소개한다”면서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에게 “북한의 조선노동당 지도하에 진행하는 출판과 남한의 출판 문화가 같은가”라고 물었다. 전시 자료 가운데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선전문구 앞에서 찍은 어린이들의 사진을 게시한 것을 두고는 “무비판적으로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문구를 우리 아이들이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배 의원은 특히 전시한 책 가운데 ‘남북 통일 팩트체크 큐앤에이(Q&A) 30선’(박영사)을 지목해 “북한의 체제를 미화하고 어린이 독자들에게 남한과의 동일시를 유도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또 책에 ‘김정은 위원장이 당당해 보이려고 살을 찌웠다’는 부분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고충을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남한과 북한은 모두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어 비슷한 점이 있다. 선거방식 또한 간접선거로 미국과 비슷하다’는 데는 “우리나라 문화를 담당하는 문체부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우리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을 동일시하는 내용에 전혀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찬양 전시회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버젓이 전시되는 실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밖에 책 속 남자아이가 “(우리 아버지가) 회사 가까운 쪽으로 이사 가시길 바라시지만 돈이 부족하다”라며 남한에서의 힘든 삶을 말하고 “그걸 생각하면 평양이 꿀이구나”하는 부분도 문제로 거론했다. ●문체부 “북한 체제 오히려 강도높게 비판” 문체부 측은 23일 자료를 내고 배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북한의 출판 활동 모습이 남한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소개한다”는 지적에는 “전시를 소개하는 부분과 섹션2 소개문을 조합해 자의적으로 만든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사진에 관해서는 “북한의 모든 유치원에는 이 문구가 다 써 있다”면서 “아이들이 오히려 북한 체제를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의원이 ‘문제의 책’으로 지목한 박영사의 책에 관해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대학교수들이 공동 집필해 북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라며 배 의원이 생략한 자료를 덧붙여 반박했다. 우선 배 의원이 제기한 ‘김정은 위원장이 당당해 보이려고 살을 찌웠다‘는 부분에 관해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비슷해 보이려고’, ‘개인적인 스트레스 때문에’라는 두 가지 이유가 빠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독재자니까 혹시 누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고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전쟁한다 압박하고, 경제 제재를 걸어오고 하니까 긴장이 더 되니 스트레스가 엄청 쌓여서 그걸 먹고 마시는 걸로 풀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 위원장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북한 체제를 오히려 강도 높게 비난하는 셈이다. ‘남한과 북한은 모두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선거방식 또한 간접선거로 미국과 비슷하다’는 내용 역시 생략한 부분을 자세히 수록했다. 북한의 대의원 선거에 관해 ‘선거구마다 대의원 후보가 이미 정해져 있고, 공개된 장소에서 관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를 한다’는 설명과 함께 ‘대의원들은 자율성이 없고, 그러다 보니 2017년에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북한은 167위, 그러니까 꼴찌를 차지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평양이 꿀이구나’라는 부분에서는 ‘그렇게 모든 걸 국가가 정해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살라는 건 너무하다. 좀 힘들고 복잡하더라도 개인의 자유에 최대한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부분이 빠져 있었다.●출판계 “검열관 행태 배 의원 사과해야”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24일 ‘어린이책으로 정치를 하지 말라’는 성명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출협 측은 “그 옛날 출판 탄압의 시대에 검열관들이나 하는 행태를 현직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버젓이 보여준 것”이라며 “의원 개인의 ‘이념 편향적’ 독서법을 통해 문체부의 출판 정책을 ‘사상 검증’의 방편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이 과거처럼 예술 작품에 이념 딱지를 붙여 종북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최근 사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씨가 있다. 이 대표는 2009년부터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기 위해 ‘노동자의 책’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적 표현물로 분류되는 사회과학·노동 관련 서적 70권을 반포, 22권을 판매, 37권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폭력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이 이씨의 진정한 목적”이라며 그에게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지만, 2017년 서울남부지법은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민중화가 신학철의 ‘모내기’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 화백은 1987년 제2회 통일미술전에 이 작품을 출품했다. 그러나 1989년 서울시경 대공과가 신 화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 그림을 한반도 지형으로 보고, 그림 위쪽의 사람들은 춤추며 음식을 먹고, 아래쪽 사람은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작품이 북한을 찬양했다는 것이다. 신 화백은 구속 3개월 뒤 보석으로 풀려났고, 1·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10년 뒤인 1999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0개월, 선고유예 2년 형을 확정하고 그림을 몰수당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책에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내용도 담겨 있는데, 그런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색깔론 공세에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 전시회에 출품된 다수의 도서를 문제 삼고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에게 남북의 화해를 가르치지 않고 적대의식을 부추겨야 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회장은 이와 관련, 배 의원에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전시회 주관 기관인 출판문화도시입주기업협의회와 박영사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피격 공무원 아들 “아빠 명예 찾아준다던 대통령, 약속 어겨”

    피격 공무원 아들 “아빠 명예 찾아준다던 대통령, 약속 어겨”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24일 오후 6시쯤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 앞에서 열렸다. 꿈꾸는청년들 등 청년단체의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A씨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대독했다. A씨의 아들은 전날 자필로 작성한 편지에 “공부 잘되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는데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고 썼다. 이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한다”며 “아빠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은 아빠와 20년을 함께해 온 엄마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고통스럽겠지만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며 “대통령 할아버지가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했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로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또 “내가 살기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빠가 남긴 숙제다”며 “아빠가 남긴 숙제를 큰아빠와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형 이씨는 유족 대표로 기자회견을 열어 “군의 오락가락 입장 번복과 해경의 부실 수사로 더 이상 값진 희생을 욕되지 하지 말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히 동생의 유해 송환과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편지를 낭독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래진씨와 연대해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북한의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이씨를 포함해 30여명의 청년단체 회원이 참가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보이스피싱 검거왕 “말 한마디에 노후자금 빼앗기는 노인들…답은 예방”

    보이스피싱 검거왕 “말 한마디에 노후자금 빼앗기는 노인들…답은 예방”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 <4>금융사기 표적된 노후자금신동석 서초서 경제범죄수사과장 인터뷰“고객님 당황하셨세요?” 한때의 유행어처럼 어색한 말투로 걸려오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왜 속아넘어갈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그 우스워 보이는 말 한마디에 평생을 모아온 노후자금을 잃어버린다. 자녀에게 꼬박꼬박 받아 모아온 용돈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보이스피싱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걸려오지만, 판단력이 흐린 노인은 특히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을 가능성이 커진다. 10년도 넘게 보이스피싱과 싸워온 신동석 서초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장은 “납치 협박을 할 때 노인들이 자녀나 손자·손녀를 아낀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노리고 접근한다. 이미 모든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당해낼 수가 없다”라며 “결국 보이스피싱 범죄를 이해하고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 과장이 들려준 노인을 호시탐탐 노리는 보이스피싱의 행태와 예방법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노인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은 주로 어떻게 일어나는가 “대부분 자식이나 손자손녀, 가족들을 납치했다고 얘기해서 당황하게 만들어놓고 돈을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실제로 ‘친구 보증을 섰는데 이자도 갚지 않았다, 지금까지 너무 밀려 있다. 납치해서 장기라도 팔아야겠다. 목숨을 살리고 싶으면 당장 돈을 입금하라’고 협박을 한다. 구타당해 신음하는 목소리도 들려준다. 당연히 연기지만, 당황한 상태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진짜로 착각한다. 신고도 하지 못하고 보이스피싱범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게 된다.” -이미 정보를 다 알고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건가 “그렇다. 금융기관 등을 통해 들어온 개인정보를 활용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 이름까지 꿰차고 접근한다. 특히 최근 자녀들이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하던 집안일수록 보이스피싱의 협박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인이 특히 범죄대상이 되는 이유가 뭘까 “다른 연령대보다 노인이 더 대처하지 못하는 편이다. 사회적으로 이슈 되는 내용도 모르고 있다. 특히 자식이 없고 손자·손녀를 대신 키우는 집안일수록 잘 당한다. 보이스피싱범도 손자·손녀만 있는 노인을 일부러 노리는 경우도 많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애착이 생각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협박에도 더 많이 당황하게 된다.” -젊은 사람과 노인이 보이스피싱을 당할 때 차이가 있다면? “젊은 사람은 처음에 속더라도 의심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스스로 예방하고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노인은 한번 당황하면 끝까지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는데, 노인이 경찰을 믿지 못하더라. 오히려 ‘우리 애가 죽어가는데 책임질 거냐’라며 화를 내기도 한다. 다행히 자녀와 통화연결이 되어서 사건을 해결했다.”보이스피싱을 당한 노인은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크게 받는다. 평생을 모은 돈을 한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끝없는 상실감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보이스피싱 노인 피해자들도 있다. -노인이 특히 심리적으로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인일수록 피해회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금전을 되찾기 매우 어렵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대부분 중국에서 활동하는데, 피해액이 해외로 송금되면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도 크게 다가온다. 대부분 노후자금이거나 자녀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모아놨던 돈인데, 전화 한 번에 날려버리게 되면 심리적 공황상태에 놓인다. 젊은 사람과 같은 피해를 보더라도 회복하기 쉽지 않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경제범죄가 있는지 “홍보관 사기가 대표적이다.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해놓고 노인이나 주부들이 언제든 와서 쉬고, 안마도 받을 수 있게 갖춰놓는다. 자녀는 직장에 가 있으니까 오히려 홍보관 직원들한테 동화가 된다. 노래도 가르쳐주고, 가끔 휴지 같은 사은품도 주니까 계속 찾아가는 것. 그렇게 편안한 상태가 되면 물건을 가지고 홍보한다. 예를 들어 싸구려 옷을 가져와선 ‘한번에 700만~1200만원하는 수의인데, 특별히 120만원에 팔아주겠다’면서 바가지를 씌운다. 정작 물건도 주지 않고 ‘이건 모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집에 놔두면 곰팡이 슨다. 내가 보관해주겠다’면서 보관증을 써주고선 잠적해버린다.”보이스피싱이 본격화된 2007년부터 수사에 뛰어들어 200여명을 구속해온 신 과장은 수사뿐만 아니라 예방 교육에도 매진했다. 신 과장은 동작서 수사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보이스피싱 예방 문구가 담긴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경로당에 방문해 노인들에게 보이스피시에 당하지 않는 방법을 직접 설명하고, 은행에도 찾아가 보이스피싱에 당한 걸로 의심되는 피해자를 발견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 과장은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경로당에서 예방교육을 하면 반응이 어떤가 “이미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본 노인분들도 많더라. 조목조목 설명해 드리니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고들 하신다. 아무래도 한번 교육을 받으면 보이스피싱 전화가 왔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는 근절될 수 있을까 “해외에서 끊임없이 걸려오는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전화를 받았을 때 당황하지 말고 112에 신고해서 경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납치했다는 전화는 100에 99는 보이스피싱이다. 무조건 경찰에 협조요청을 해야 한다. 장난이라 생각하지 말고 주변 노인들에게 계속해서 알려줄 필요도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할아버지, 아들은 합의서 제출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할아버지, 아들은 합의서 제출

    초등학생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등 수차례 추행한 8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2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모(81)씨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실형 선고 직후 오씨는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오씨는 “손녀가 귀여워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강제추행을 했다. 죄책이 대단히 무겁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씨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손녀(13)를 상대로 수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특히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누가 손녀한테 그러냐, 반인륜 범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아들인 아버지 이름으로 합의서가 제출됐는데, 피해자가 진정으로 용서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정당한 합의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최근 대법원 판례도 그렇고, 이번 사건처럼 친족 관계이거나 피해자 연령이 어리면 진정으로 합의했는지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며 “귀여워서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는데, 어느 누가 손녀에게 그런 행동을 하느냐. 반인륜 범죄 아니냐”고 일갈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거장 7인, 7색 홍콩을 말하다

    거장 7인, 7색 홍콩을 말하다

    훙진바오(홍금보), 안후이(허안화), 패트릭 탐(담가명), 위안허핑(원화평), 린링둥(임영동), 조니 토(두기봉), 쉬커(서극). 홍콩의 전설적인 감독 7인이 한 영화로 뭉쳤다. 제25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다. 1950년대부터 근미래를 배경으로 각 감독이 10여분 남짓 만들어 낸 ‘홍콩 송가’를 엮었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수련’의 감독을 맡은 훙진바오는 직접 출연해 호되게 무술을 배우던 소년기를 회고하고, 안후이의 ‘교장선생님’은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1960년대 초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을 불러온다. 패트릭 탐은 ‘사랑스러운 그 밤’에서 영국 이민으로 헤어지게 되는 연인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위안허핑은 ‘귀향’에서 쿵후 마스터 할아버지와 손녀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다룬다. 린링둥의 ‘길을 잃다’는 홍콩의 과거를 고집스레 사랑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추억한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영화의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던 조니 토의 ‘보난자’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아시아 금융위기와 닷컴 버블, 사스 위기 등을 거친 극적 반전의 시대에 주식 투자에 열중했던 청춘들의 모습이 부동산 버블, 코로나19를 겪는 현대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는 홍콩의 옛날을 추억하면서도 새로운 세계, 세대와의 소통 가능성을 놓지 말자고 말한다. ‘꼰대가 되지 말자’는 거장들의 다짐 같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쉬커 감독의 ‘속 깊은 대화’만 유일하게 미래를 상정한 작품이다. 소통 불가능성이 지배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감독들이 직접 출연해 익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웃음, 그 자체가 인간성이 살아 숨쉰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영화가 암울하지 않다.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개막일인 21일 오후 8시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로 상영한다. 올해 개최가 무산된 칸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칸 2020’ 작품이다. 부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프랑스 경찰, 참수 교사 누구인지 지목해 준 학생 넷도 구금 조사

    프랑스 경찰, 참수 교사 누구인지 지목해 준 학생 넷도 구금 조사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만평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프랑스 중학교의 역사 선생 사뮈엘 파티(47)가 참수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1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네 명의 학생도 포함됐다고 영국 BBC가 19일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살해 용의자 압둘라크 A(18)의 네 가족, 그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한 학부모,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이슬람 급진주의자 등을 구금했다. 급진주의자로 알려진 이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는데 무려 40군데나 됐는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네 명의 학생은 사건 당일 파리 근교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의 중학교를 찾아온 압둘라크에게 파티가 누구인지 지목해 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이 아닌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사법부에 정통한 소식통이 AFP 통신에 털어놓았다. 압둘라크는 파티의 수업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돼 연락을 주고받았고, 학생들을 매수해 고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그는 범행 당일 친구의 차를 타고 파리 근교 콩플랑 생토노린에 도착,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가 오후 4시쯤 학생 2명에게 150유로(약 20만원)를 건네며 파티의 인상착의를 알려달라고 했다. 한 학생(14)은 용의자가 풍자만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의도가 불순하다는 점은 눈치챘지만 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용의자가 건넨 돈을 나누어 가진 다른 학생들도 함께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압둘라크가 범행 직전 과거 파티에게 항의한 학부모 브하임 C와 통화한 흔적을 발견했다. 다만, 브하임과 함께 학교를 찾아갔던 급진 이슬람주의 활동가 압둘하킴 세프뤼와 연락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 FM 방송도 SNS에 파티를 향한 불만을 올린 학부모가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용의자와 왓츠앱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범행이 알려진 직후 압둘라크의 할아버지, 부모, 한 살 아래 동생도 일단 구금됐다. 학부모는 처음 파티의 신상을 공개하고 그를 응징하자고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한 혐의로 연행됐으며 급진주의자로 알려진 설교자도 범행 다음날 연행된 6명에 포함됐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두 남자가 파티를 대상으로 한 파트와(fatwa, 이슬람 율법해석)를 행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날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내일은 경찰을, 모레는 기자를 겨냥한 파트와가 온라인에서 계속 생기도록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트와는 이슬람 율법에 나오지 않는 행위에 대해 권위 있는 이슬람 율법학자가 내리는 유권해석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슬람 신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다르마냉 장관은 또 증오 발언이 넘쳐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규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슬람 단체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SNS를 규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내무부 시민권 담당 부장관은 20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틱톡, 스냅챗 등 프랑스에서 많이 사용하는 SNS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르마냉 장관은 앞으로 일주일간 정부 차원에서 51개의 이슬람 연관 단체 조사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슬람혐오주의 반대단체(CCIF) 등 일부 단체의 실명을 거론하며 “프랑스의 적으로 규정할 만한 요소를 갖고 있다”며 정부에 해산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2003년 설립된 CCIF는 프랑스에서 ‘이슬람 혐오주의’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단체다. CCIF가 소환된 이유는 참수된 파티에게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파티를 비난하며 올린 글에 이 단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마르완 무함마드 전 CCIF 국장은 이번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문제의 영상이 올라왔을 때 오히려 작성자에게 삭제를 권고했다고 BFM 방송에 해명했다. 무함마드 전 국장은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며, 극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다르마냉 장관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책방에서 꿈을 찾다

    [김금숙의 만화경] 책방에서 꿈을 찾다

    거의 2년을 여행하지 못했다. 중국에 작품 취재, 답사 겸 한 번 다녀왔고 일본에 책이 출간돼 행사 차원에서 며칠 다녀온 게 전부다. 20년 전부터 마음속에 품어 왔던 작품이 있었다. 2018년에 취재를 더 하고 자료를 더 읽고 하여 작년에 시작, 올해 책을 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자료들과 녹취를 정리해 시나리오를 쓰고 책 출간까지 꼭 1년 걸렸다. 작품을 끝내면 최소 한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인터넷 없이 한 달간 산책도 하고 그동안 지쳤던 심신을 다독거린 후 돌아와야지 생각했다. 웬걸. 코로나19로 여행의 문은 닫혀 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20대 초에 유명가수 컨서트에 갔다가 사고로 죽을 뻔한 경험이 있다. 이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아프다. 눈을 감는다. 나의 모습이 보인다. 젊다. 무언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걷는다. 지금이야 인터넷 세상이라 검색만 하면 가 볼 곳, 맛집 등을 금방 알 수 있다. 편하다면 너무 편한 세상이다. 핸드폰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 청년이었던 나는 파리에 살았다. 외국생활을 혼자 하다 보면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진다. 최고의 놀이는 걷기다. 답답할 때도 걷고 심심할 때도 걷고 화날 때도 걷고 속이 복잡할 때도 걷는다.파리는 걷기에 좋은 도시다. 파리를 사랑한 이유 중 하나는 동네 책방 때문이기도 했다. 파리엔 구마다 작은 서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번은 생미셸 거리 근처였을까? 세 평 남짓한 책방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 아니었을까? 입구부터 바닥, 벽, 천장까지 온통 책으로 가득했다. 그 안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있었다. ‘책을 사는 사람이 올까? 원하는 책이름을 말하면 이 안에서 손님이 원하는 책을 찾아줄까?’ 싶었다. 책 위에 쌓인 먼지가 언제부터 그대로인지 백만 년은 된 것만 같았다. 안 나올 기침도 나올 것만 같았다. 손님이 한 명 왔다. 그는 이러이러한 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나는 설마 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한쪽 구석을 뒤집더니 책 한 권을 꺼내 손님에게 내밀었다. 사람이 서점에 와서 책을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곳에서는 신비하게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그 공간에서는 가장 평범한 일이 마술 같고 뭐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어느 해 여름, 알자스 지방의 ‘아그노’라는 작은 도시에 들렀다. 오래된 책방이 시내에 있었다. 당시 나는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고 있었다. 여성의 성에 관한 만화를 만들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고 자료를 구하기로 했다. ‘아그노’ 근처에 머물고 있던 터라 아그노의 시내에 있는 책방에 갔다. 목조로 된 건물은 최소 200년은 됐을 것 같았다. 그곳을 지키는 책방지기는 젊었다. 전혀 예상 밖이었다. 알고 보니 4대째 이어져 온 책방이었다. 나는 그에게 여성의 성에 관한 책이 있는지를 문의했다. 그는 내게 모파상부터 몇 권 추천해 주었다. 마침 손님이 별로 없던 터라 우리는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나는 만화가라고 말했다. 그가 책방에서 사인회를 하자고 제안해 왔다. 한 달 후, 나는 그 책방에서 프랑스에서 출간된 내 책 사인회를 가졌다. 그 작은 도시에 사람들이 사인을 받으려고 꽤 왔다. 나를 위해 왔다기보다는 그 책방을 사랑하며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책방은 책방지기만의 독자 리스트들이 있다. 독자들은 책방지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이처럼 사인회가 있으면 오고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도서를 구입한다. 동네 책방은 사람이 소통하는 곳이며 작가들과 독자들을 만나게 해 주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동네의 문화를 지키는 곳이다. 때문에 내가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이 바로 동네 책방이다.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에도, 몬테비데오ㆍ옌볜ㆍ도쿄와 교토에서도, 스위스 알프스산 아래 아주 작은 마을에 갔을 때에도 나는 동네 책방에 들렀다. 언젠가 다시 여행이 가능해지는 날, 나는 떠날 것이다. 낯선 도시에 있는 책방에 놀러가는 꿈을 꾼다. 그 꿈들을 지키고 싶다. 그건 나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 “보고싶어서 그만...” 이혼소송 중 아이들 데려온 아빠, 법원 판단은?

    “보고싶어서 그만...” 이혼소송 중 아이들 데려온 아빠, 법원 판단은?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당한 40대 남성이 아내가 데리고 간 아이들을 처가 측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강제로 데려왔다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선처를 받았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A(41)씨의 부인 B씨는 시가와 사이가 나빠지자 지난 2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곧 돌아올 줄 알았던 B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던 A씨는 아버지(71)와 함께 지난 4월 처가를 찾아갔다가 집 앞 놀이터에서 처남과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이들을 데리고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을 데려가려는 A씨를 처남이 막아서자 A씨는 처남의 목을 잡고 바닥에 쓰러뜨린 뒤 움직이지 못하게 다리를 붙잡았다. 그 사이 A씨의 아버지가 아이들의 손을 잡아끌어 주차장에 있던 차로 데려가 태우고 떠났다. 이 일로 A씨는 미성년자 약취와 상해 혐의로, A씨 아버지는 미성년자 약취 공범으로 나란히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B씨가 잠시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아이들을 보지 못하게 돼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며 “피고인들로서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려오는 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김호춘 부장판사는 A씨와 A씨 부친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그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을 참작할 수 있으므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열린세상] 1학기 같은 2학기는 거부한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1학기 같은 2학기는 거부한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진짜 후회 없는 거야?” “백번 생각해도 잘했다 싶어.” 1학기 내내 아이와 답답한 아파트 안에서 발뒤꿈치 들고 살던 A는 결국 시골에 사는 친정엄마네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아이와 이사를 갔다. 코로나19가 만든 신종 ‘기러기 가족’이다. 결정적 이유는 하나였다. 친정엄마 집 근처 작은 시골 초등학교는 1학기에도 매일 전교생이 등교를 했다는 것. 기약 없고 들쭉날쭉한 도시 학교의 정상화를 기다리기에는 엄마도 아이도 우울하게 지쳐 갔고, 특히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온 가족이 내린 결단이라고 한다. 요새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른바 ‘코로나 전학’이다. 맞벌이 가정은 이미 할머니 찬스, 할아버지 찬스는 물론 고모, 삼촌, 이모 찬스까지 모두 소진한 지 오래이다. 지난 5월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고 대답한 여성노동자는 전체 응답자의 10%로 나타났다. 설상가상 여성노동자의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돌봄노동은 60%나 더 증가했다고 한다. 추석을 지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있다. 영 멈춰 서 있던 방과후 수업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방과후 수업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1학기에도 방과후 수업 신청만 받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모두 없었던 일로 됐던 경험들 때문이다. 즉 학생들의 보호자들은 학교에 가는 지금의 상황이 며칠 안에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A에게는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지인 B가 있었다. A의 이야기를 듣던 B는 “코로나랑 학교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되물었다. B의 아이는 A의 아이와 같은 나이인데, 이미 개학 후 일주일 정도 적응기를 거쳐 ‘실질적 대면수업’이 온라인으로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자세히 물어보았단다. B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학기 초에 디지털로 학생들이 연결되고 참여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해, 아이들이 스스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장시간 집중이 어려운 온라인 수업인지라 일방적 강의 수업은 전면 폐기하고 아이가 스스로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수업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체육이나 음악은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소수 정예 그룹과외 방식으로 진행돼 아이들이 더 좋아한단다. A는 이 모든 것이 현실로 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며 듣다가 ‘같은 나라 다른 세상’이라 정신승리하는 것으로 시끄러운 속을 달랬다 한다. 공교육에 아이를 맡긴 대부분의 보호자는 그런 명문 사립학교와 같은 수준의 교육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저 공교육 아래 안전한 ‘돌봄’, 그리고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사회성’이 적절히 발달하는 정도가 소박한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제대로 된 돌봄과 적절한 사회성 발달은 ‘일관성’이 핵심이지만, 지난 학기 널뛰듯 들쭉날쭉한 등교 상황은 일관성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었다. 임시 대책으로 ‘등교인원 제한’이 시행됐지만, 코로나 시대임에도 재택근무는커녕 근태 평가를 더 삼엄하게 당하는 수많은 노동자는 아이가 아예 등교하지 않는 상황보다 퐁당퐁당 등교하는 상황이 더 고통스럽다. 코로나19 아래 공교육은 맨몸 그대로를 드러냈다. 교육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의 돌봄 기능과 사회성 발달도 내팽개친 형국이다. 학생 없는 텅 빈 학교를 매일 방역하고 서류 만들고 출입 금지하는 사이, 2020년 1학기는 아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한 반에 고작 20명 남짓인데 한 학기 내내 선생님의 전화 한 통 받아 본 적이 없다는 아이, 학원은 다 가는데 왜 학교만 못 가는 거냐고, 또는 학교는 대체 왜 가는 거냐고 묻는 아이에게 그 이유를 쉽사리 대답할 수 있는 보호자는 드물다. 7개월이나 공적 교육체계가 학생을 가정에 떠넘기는 것은 제대로 된 시스템이 아니다. 무능이고 무책임이다. 방역을 이유로 아이들을 방치하던 1학기를 거부한다. 이제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아이들에게 일관성 있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는 옵션일 뿐’, ‘기왕 망하려면 확실히 망해야 한다’ 등 공교육을 향한 원망 섞인 자조로 관망하기에는 아이들의 현재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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