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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를 닮은 듯 처연한 거리… 하이얀 위로가 나빌레라

    그를 닮은 듯 처연한 거리… 하이얀 위로가 나빌레라

    ‘하얀 나비’ 광주 김정호 거리를 가다 광주광역시에 ‘김정호 거리’가 조성된다는 신문 기사를 접했다. 2019년 6월의 일이다. 손가락 꼽아 가며 기다렸던 완공 소식은 지난해 11월 들려왔다. 서울의 ‘배호 길(道)’, 대구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다. 광주가 고향인 김정호는 1970~1980년대를 풍미했던 싱어송라이터다. 젊은이들에겐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배우 심은경이 불렀던 ‘하얀 나비’의 원작자라고 해야 더 알기 쉬울 법하다. 그는 ‘음유시인’이라 불릴 만큼 서정적인 노랫말과 비장미 가득한 목소리로 당시를 살아내던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안겨 줬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광주와 전남 담양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각각 ‘육신의 탯자리’와 ‘음악의 탯자리’였던 곳이다. 정열적으로 활동하던 당시처럼, 지금도 그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였다. 그를 추모하는 공간들이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구석지고 쓸쓸하던지. 코로나19 탓에 소외되고 덜 알려진 곳들을 찾아가는 발걸음들이 늘고 있다던데, 김정호 추모 공간 역시 그런 점에서 각별히 보듬어야 할 공간인 듯했다.담양과 광주를 찾던 날, 눈이 펑펑 내렸다. 김정호(1952~1985·본명 조용호)의 부인 이영희의 생전 회고에 따르면 “남편이 돌아가던 날(11월 29일)에도 흰 눈이 펑펑 내렸다”고 한다. 그는 역시 화사한 호랑나비보다 어딘가 처연한 느낌의 하얀 나비가 어울리는 사내이지 싶다. 그를 뭐라 불러야 할까. 우리 음악계엔 그를 표현할 적당한 문구가 없다. ‘국악에 바탕을 둔 신고전주의 포크 음악의 창시자’ 정도가 맞을까? 담양의 명창 ‘이날치’가 소환되고 ‘범이 내려온다’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현재의 대중음악 지형에서조차 국악과 접목한 대중음악은 여전히 비주류다. 차갑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김정호는 스물한 살이던 1973년에 ‘이름 모를 소녀’로 데뷔했다. 그 이전에 포크 듀오 ‘사월과 오월’의 멤버로 잠깐 활동하긴 했지만, 음악계에선 솔로 데뷔를 공식 데뷔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한 그는 폐결핵으로 요절할 때까지 ‘하얀 나비’, ‘저 별과 달을’, ‘날이 갈수록’, ‘님’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당시 인기 남성 듀오였던 어니언스의 ‘작은새’와 ‘편지’, 투에이스(금과 은)가 히트시킨 ‘빗속을 둘이서’ 등 서정성 짙은 곡들도 그의 오선지에서 탄생했다. 김정호는 아주 강렬한 인상의 뮤지션이다. 갓 입학한 초등학생 시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하얀 나비’를 부르던 그를 ‘브라운관’(TV)을 통해 잠깐 본 게 전부였지만, 그 첫인상은 화인(火印)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 아마 당대를 살아낸 이들 가운데 그의 음악적 문신이 새겨진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1세대 싱어송라이터였다. 얼추 60곡에 달하는 자신의 노래 대부분을 스스로 만들었다. 록에 국악을 접목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서태지의 ‘하여가’(1993)류의 노래를 이미 20여년 전에 만들어 내고 있었다. ‘천재 뮤지션’이란 상찬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다만 그를 포크의 범주에만 묶어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몇몇 음악계 인사들은 “그의 음악이 동시대의 통기타 음악을 주도한 김민기의 음악세계와 달랐고 한대수나 송창식, 윤형주 등 포크 스타들의 지향점과도 달랐다”고 했다. 단지 그가 활동하던 시기가 포크의 시대였을 뿐이란 거다. 그의 음악 밑바닥엔 당시를 살아냈던 세대들의 서글픈 달관, 정한 같은 것이 깔려 있다. 그는 이를 아리랑과 국악에 가까운 음조로 풀어냈다. 포크의 신고전주의라 할까.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천세진은 그를 “미국 포크의 주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한국 포크의 장을 연 한국적 포크의 창시자”라고 했다. 김정호가 활동하던 1970년대 당시 대중가요 시장은 트로트와 포크가 양분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트로트, 학생 등 젊은이들은 포크였다. 그런데 김정호의 노래는 달랐다. 포크 팬들은 물론 어른들의 감성까지 휘어잡았다. 김정호 헌정앨범을 기획, 제작한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그의 노래는 학생층만 선호했던 포크 음악을 온 국민이 공감하도록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호가 태어난 곳은 북구 북동이다. 그는 생가와 인접한 수창초등학교를 2학년까지 다닌 뒤 서울 교동초등학교로 전학 갔다. 그가 어린 시절에 즐겨 찾았을 공간들은 지금 나라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그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광주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이 튀어나온다. 광주시는 김정호가 남긴 문화자산을 도심 재생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정호 거리’에서 대인시장~예술의 거리~5·18민주광장~아시아문화전당을 거쳐 무등산까지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수창초등학교와 북동성당 뒤 생가터 등으로 이어지는 1.3㎞를 ‘김정호 거리’로 조성한 건 그의 일환이다.‘김정호 거리’는 수창초등학교 뒤 담벼락에 붙어 있다. 정확히는 그의 동상과 조형물들이 조성된 ‘김정호 동산’과 ‘김정호 거리’가 합쳐진 공간이다. 김정호 동산은 작다. ‘중앙동산’이란 곳에 옹색하게 세들어 있는 모양새다. 곤궁했던 그의 삶과 판박이다. 동산 가운데엔 그의 동상이 있다. 다리를 꼬고 앉아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동상 주변엔 다양한 형태의 나비 모형과 ‘하얀 나비’ 악보로 만든 조형물, 그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음악상자 등이 설치됐다. 그의 생가터가 있는 북동성당 방향의 담벼락엔 다양한 벽화도 그렸다.생가터 바로 앞은 북동성당이다. 어린 김정호가 수시로 드나들었을 법한 공간이다. 지번은 북동 33번지. 분당 33과 3분의1 회전하는 레코드판 속도와 같은 지점에서 멈춘, 그의 33년여의 삶과 닮은 숫자다. 북동성당은 1938년 세워진 광주 최초의 성당이다. 5·18 등 역사의 고비마다 지역의 아픔을 보듬어 온 곳으로 유명하다. 2015년 3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5·18 시계탑,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5·18 항쟁 관련 기록물’이 보관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옛 가톨릭센터) 등을 지나면 ‘전일빌딩245’다. 벽면에 5·18 당시 총탄 흔적이 245개 남아 있다는 건물이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건물 옥상은 전망대 ‘전일마루’다. 옛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압도적인 건물 규모가 인상적인 곳이다. 지면 아래에 세워진 것도 독특하다. 건물 안팎에서 열리는 전시 등도 볼만하지만, 건물만 둘러봐도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난다. 외부 시설이긴 해도 밤 10시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김정호 ‘음악의 탯자리’ 담양 광주가 ‘육신의 탯자리’라면 이웃한 담양은 ‘음악의 탯자리’라 해도 틀리지 않을 곳이다. 담양은 김정호의 외가다. 그가 가졌던 외가의 기억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지만, 그의 음악적 바탕이 외가에서 생성된 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현대 판소리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 박동실이다. 이날치 등을 거쳐 내려온 남도 서편제의 법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김정호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던 가수 하남석은 “(김)정호가 평소 어린 시절 이야기는 거의 안했는데, 자신의 외할아버지만큼은 ‘국악계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렀다”며 “우리나라 국악의 혼은 담양에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어릴 때 접했던 외가의 음악적 분위기가 그의 음악 세계 형성에 깊은 영향을 줬다는 의미일 터다. 어머니 박숙자(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는 박희숙이라 표기돼 있다) 역시 담양을 대표하는 소리꾼 중 한 명이다. 그가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화한 ‘서편제’의 주인공인 ‘송화’의 실제 모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모도 명창이었고, 외가 쪽 아저씨 뻘인 박종선은 아쟁 산조를 체계화한 명인이다. 평소 “외가의 DNA가 나의 음악적 토양이었다”고 했다던 김정호의 말 이면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국악에 대한 그의 관심이 잘 녹아든 노래 중 하나는 ‘하얀 나비’다. 그는 이 노래를 통틀어 도레미솔라 다섯 음계만 썼다고 한다. 우리 가락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궁상각치우’와 같은 음계다. 그가 의도했던 건지, 자신이 생전에 말했던 것처럼 “여지껏 음미했던 나만의 그 적은 테두리”가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분명한 건 정통 국악에서 보면 장르의 변질일 수 있지만 대중음악계에서 보면 자생적인 새 음악의 탄생이었다는 것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에 김정호 노래비가 세워진 건 이런 사연들 때문이다. 노래비는 2014년 완공됐다. 호남기후변화체험관 옆, 일부러 찾지 않으면 쉬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서 있다. 담양 군민들이 앞장 섰고, 유족들과 가수 하남석, 이필원, 백순진, 임창제, 홍민, 채은옥, 소리새 등 김정호와 인연이 깊은 가수들이 노래비 조성에 참여했다. 노래비 가운데엔 그의 동상이 앉아 있다. 광주에서처럼 다리를 꼬고 통기타를 치는 모습이다. 각진 턱 탓에 더 차갑게 느껴지는 입에선 금방이라도 ‘하얀 나비’ 노랫말이 울려나올 듯하다.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음’ 광주의 ‘김정호 거리’는 아직 썰렁하다. 대중문화가 ‘과거의 시간’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전 고인이 된 가수를 ‘현재의 무대’로 불러오는 건 더더욱 쉽지 않을 터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의 김정호 노래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가수를 추모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건 예산만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완성하는 건 시민들의 발걸음이다. 여럿의 온기가 모여야 추모 공간이 따스해지고, 주변에도 온기를 나눠줄 텐데 아직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남도의 혼을 가진 가수를 남도 스스로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거다. 추모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던 듯하다. 이제 김정호도, 그의 첫사랑이던 아내도 2019년에 가고 없다. 두 딸만 남았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앞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에선 유족들의 참여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요계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절실하다. 평소 김정호와 친분이 있었던 가요계 인사들은 ‘김정호 거리’에 대해 적잖이 서운한 감정이 쌓여 있는 듯하다. 조성 과정에서 받은 소외감 때문이지 싶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김정호 거리’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요계 선후배 동료들의 참여는 활성화에 필수 자양분이다. 최규성 평론가는 “배호, 김광석 등과 달리 김정호는 팬덤이 두텁지 않은 편”이라며 “독특한 그의 음악세계가 후대에 이어지고 ‘김정호 거리’가 활성화 되려면 주민뿐 아니라 가요계 선후배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가요제를 만드는 게 필수”라고 충고했다. 아, 가수 하남석 소식 하나 더. 그가 최근 14집 앨범을 새로 냈다. 무려 8년간 공들인 앨범이다. 정규 앨범 제작을 꺼리는 요즘 풍토에 비춰보면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앨범 제목은 ‘황혼의 향기’다. 신곡 10곡에 자신의 히트곡 ‘밤에 떠난 여인’의 리메이크 버전 등 총 11곡을 담았다. 신곡은 모두 자작곡이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을 추모하는 ‘천화’ 등 사회성 짙은 노래도 담겨 있다”며 은근하게 자부심을 드러냈다. 글 사진 광주·담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글로벌 In&Out] 코로나 회개/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코로나 회개/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코로나는 거의 한 달 넘게 우리의 메인 주제가 됐다. 갑자기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승해 우리 삶이 많은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헬스장 관계자들이 이 과정에서 제일 고생이 많았다. 필자도 거의 한 달째 매일매일 멍 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을 이렇게 회색으로 보낸 적이 없다. 스타벅스에서 시간도 못 보내고, 친구들이랑 밤에 놀지도 못하고, 원래 매주 몇 회 정도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도 못 하고 있다. 삶의 맛이 갔다. 그냥 싱거운 맛으로 매일매일 견디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가족이 없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받지 못했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질문한다. 간혹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나왔던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 영상 명단에 올라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댓글들을 읽고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느낌이 됐다. 이 좋아진 기분으로 몇 가지 깨달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 위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했다. 가족! 결혼하든 말든 간에 우리에게 가족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인간의 심리는 통상적으로 약하다. 가족이라는 그 강하고 든든한 요새 안에 있어야 우리의 약한 심리는 죽지 않는다. 부모님, 배우자, 자식, 혹은 가족 같은 친구들. 무조건 그런 관계들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언급하고 싶은 것이 ‘방심’. 코로나가 이렇게 심해지기 전에 우리가 방심하고 있었다. 백신이 나온다고 하고, 확진자 수도 얼마 안 돼 우리가 방심했다. 그 방심의 결과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코로나뿐만 아니고 인생이 다 이렇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방심은 항상 잔인한 결과를 일으키는 인간의 약점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제일 많이 떠오르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전에 우리의 삶은 얼마나 재미있고 좋았나. 지금이랑 비교도 안 된다. 얼마 전에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생일을 어떻게 보내야 되는지 1주일 전부터 논의 대상이 됐다. 무슨 세계 2차대전 당시 유럽도 아닌데, 분위기는 거의 똑같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외식업체들이 운영을 못하고 5인 이상 집합 금지이다. 아들 하룬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올해 할아버지 할머니 없이 생일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전의 삶에 엄청 감사하게 된다. 목금토 저녁에 홍대 근처 공연이 감사하고, 가족끼리 양꼬치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는 것도 감사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같은 행복들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 ‘후회’이다. 이 시기에는 야외 활동이 줄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두 가지를 깨닫게 됐다. 하나는 아들이다. 매일매일 커가고 이제 말을 잘하는데, 필자는 그동안 함께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옛날에 비해 아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이고, 화장실 일을 볼 수 있게 해 주다 보니 둘이 너무 친해졌다. 아들과 아빠의 관계가 이렇게 좋아지려고 코로나가 터졌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은 책이다. 하룬이랑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동안 필자의 제일 친한 친구였던 책들을 무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오늘날 필자가 이런 칼럼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그 친구들 덕분이었는데, 방송 좀 타고 대외활동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 책들에게 큰 배신을 한 것이다. 독자 여러분, 저는 이번 주 내내 일종의 회개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회개’. 그러다 보니 많은 깨달음을 얻고 나의 정신세계에서 누적된 수많은 잘못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려고 합니다. 저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글이 그런 도움을 준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습니다.
  • 66세 친할아버지 성폭행으로 임신한 11세 태국 소녀 끝내 사망

    66세 친할아버지 성폭행으로 임신한 11세 태국 소녀 끝내 사망

    태국에서 친족간 성폭행으로 임신한 11살 소녀가 사망했다. 더네이션타일랜드는 친할아버지 성폭행으로 임신한 11살 소녀가 15일(현지시간)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태국 칼라신주 사하타칸 지역 출신인 소녀는 지난해 11월 자궁외임신 진단을 받았다. 이후 날이 갈수록 소녀의 건강은 악화됐다. 심한 입덧으로 음식과 약을 모두 토해냈다. 다양한 치료제를 주사로 투여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두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던 소녀는 지난 15일 자궁외임신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했다. 현지언론은 입덧으로 마지막까지 고생하던 소녀가 어머니 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사망한 소녀는 5년 전 부모 이혼 후 조부모집을 오가며 살다 친할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진단 후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신고를 받고 관련 증거를 수집한 경찰은 66세 친조부를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소녀의 할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자신이 손녀를 얼마나 아꼈는지 아느냐며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조만간 나올 소녀의 부검 결과를 종합해 할아버지를 기소할 방침이다. 유죄 판결시 소녀의 할아버지는 최고 20년의 징역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태국 팡응아주 지방법원은 7세에서 12세 아동 5명을 유인해 성착취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판매한 30대 남성에게 아동 인신매매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74년을 선고한 바 있다. 태국 일간지 ‘타이랏’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소녀의 할아버지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사건이 벌어진 마을 이장은 “할아버지가 예전에 학교 관리인으로 일한 적 있었는데, 그때도 여학생 한 명을 성추행해 해고됐다”고 밝혔다. 사망한 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종종 조부모집에 가곤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남편과 이혼 후 조부모집에 매달 양육비도 보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딸이 자신과 떨어져 지내게 돼 슬퍼했다는 말을 나중에서야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도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중국] “밥 먹어라” 휴대폰 뺏자…친할아버지 살해한 손자

    [여기는 중국] “밥 먹어라” 휴대폰 뺏자…친할아버지 살해한 손자

    저녁을 먹으라며 10대 손자를 꾸짖은 할아버지를 살해한 15세 손자가 붙잡혔다. 중국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 안이(安义)현에 거주하는 이 소년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난창시 안이현 공안국은 지난 15일 난창시 주택에서 휴대폰으로 게임 중이었던 10대 청소년 A군이 “저녁밥을 먹으라”며 휴대전화를 뺏으려 한 친할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17일 이같이 밝혔다. 당시 A군은 모바일 게임 중 휴대전화를 강제로 뺏고 잔소리를 한 할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특히 A군은 할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이후에도 사건 현장에서 휴대폰 게임에 열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관할 공안국 조사 결과, 10대 손자 A군은 평소에도 함께 거주하는 조부모와 장시간의 게임 문제로 잦은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사건 당일이었던 지난 16일 A군은 “게임을 그만하고 저녁밥을 먹으라”는 친할아버지를 목졸라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는 하루 7시간 이상을 게임에 매달리면서 가족들과 잦은 다툼을 빚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의 게임 중독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평소 매일 게임에 매달렸고, 주말에는 새벽 2~3시까지 게임을 하다 잠드는 문제로 가족과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게임 머니 비용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족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공안국은 적발된 A군에 대해 이미 만 14세 이상의 피의자라는 점에서 현행 형법 규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공안국 관계자는 “A군의 사건은 고의 살인 행위에 해당하는 사례”라면서 “피의자의 연령이 어리다는 점에서 가벼운 처벌을 할 수 없는 악의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연령의 10대들이 저지르는 중범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령에 따른 형사 책임을 낮춰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15세라는 나이는 이미 기본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을 만한 연령이다. 잘못한 이이 있다면 반드시 그 잘못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게임 금지 등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 누리꾼은 “사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는 10대 초반의 청소년들에게 모바일 게임 등을 전면 금지해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면서 “사실 이번 사건은 모바일 게임에 중독된 10대 청소년이 과도한 폭행행위를 벌인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게임을 하면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온종일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은 어린 청소년들과 아동의 학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청소년은 중국의 미래인데, 모바일 게임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어머니가 눈 감기 전 외삼촌들·이모와 연락 닿게 도와주세요”

    “어머니가 눈 감기 전 외삼촌들·이모와 연락 닿게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저희 어머니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계세요.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이 필요해요.” 미국 공군에서 근무하다 퇴역해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살고 있는 이사벨레 현 두샤르메(DuCharme)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어머니 황현추 두샤르메(50)가 지난해 성탄절에 사고로 입원했는데 다음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용태가 나빠져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의료진으로부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국의 외삼촌들, 이모와 연락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아는 이들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했다. 인터넷 매체 넥스트샤크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이사벨레는 15일 (아마도 주한 미국) 대사관이 서울 중구 황학동 122번지가 어머니와 연결된 주소란 사실을 확인해줬다며 어머니가 이곳에서 자랐으며 나중에 가족과 함께 강원 춘천시로 이사 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에 따르면 1970년 9월 24일이 생일인 어머니는 1989년 1월 20일 서울에서 아버지와 결혼해 같은 해 4월 미국으로 이민 왔다. 외할머니는 한때 춘천에서 청화다방을 운영했으며 1995년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 황영부씨의 생년월일을 1941년 5월 4일(4월 5일일수도)이라고 밝혔다.2012년까지 어머니는 두 살 위 오빠 황세민씨 등과 가끔 연락을 하고 지냈으나 그 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오빠는 창호 설치하는 회사에 다녔고, 4~6년 터울의 여동생으로 1월이 생일이며 1남2녀를 둔 황현미씨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일식집을 운영했는데 아홉 살 아래 남동생이며 9월이 생일인 황세원씨는 요리사로 일한 것으로 어머니는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이사벨레는 성조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가 형제자매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다 연락이 끊기자 아주 낙담해 하셨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연결이 되면 마지막 한마디라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한글까지 병기하는 절실함이 엿보이고 조부모와 어머니가 외삼촌들, 이모와 어울려 찍은 사진까지 실었다. “만약 당신이나 누군가 어머니의 가족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가능한 빨리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면서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많이 공유하거나 유명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환기할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트위터 팔로어가 많지 않았지만 이사벨레의 트윗은 15일 아침만 해도 3만 6000회 리트윗됐는데 이날 저녁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포함해 5만 1000명이 리트윗했다고 성조지는 전했다. 또 세계적인 팝 밴드 방탄소년단(BTS)의 한국말 아는 팬들이 그녀의 트윗을 한글로 번역하는 한편, 아시아 전역의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시태그 #현을 도와주기(HelpForHyon)가 유행하고 있다. 이사벨레의 이메일은 belle.hyon@gmail.com 인스타그램은 @belle.hyon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北 김정은, 3개월만에 열병식 또 한 이유는?

    北 김정은, 3개월만에 열병식 또 한 이유는?

    北 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 개최 북한이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행사로 심야 열병식을 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다시 열병식을 강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당대회 기념행사로 열병식을 연 것은 처음인데, 군사력 과시를 통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용도로 풀이된다.김정은, 김일성 떠올리는 털모자 쓰고 등장 북한은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하며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러시아식 털모자 샤프카를 쓰고 긴 가죽 재킷과 장갑차림으로 주석단에 등장해 열병식을 지켜봤다. 당대회 기념행사로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되는데, 열병식 자체가 일종의 군사적 행위로 대미 메시지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도 핵무력 고도화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군사력을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극복을 위한 내부 결속 차원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과시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사력 강화 선전이 이번 당대회의 목적”이라며 “우리식 사회주의, 주체혁명 위업 달성 등을 강조하며 체제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열병식을 연 것은 이번 당대회가 갖는 중요성과 무게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보여주기에 열병식이 가장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조선중앙통신이 15일 공개한 열병식 사진에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신형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 등 전략·전술무기가 등장했다. 신형 SLBM ‘북극성-5ㅅ’(추정)은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에 동원한 ‘북극성-4ㅅ’보다 탄두부가 길어져, 다탄두 탑재형이거나 사거리 연장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발표한 신무기 개발 계획은 대부분 초기 단계로 개발 및 완성에는 상당 시간과 기술적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이 과장이나 허풍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사일 외부에 ‘북극성-5ㅅ’을 노출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75주년 열병식 때 나온 ‘북극성-4ㅅ’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보여 실제 개발된 것이 아닌 모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北 ‘핵보유국’ 또 강조...“핵군축 협상 하자는 뜻” 북한은 이번에도 ‘핵보유국’, ‘핵무장력’ 등과 같은 표현을 나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 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 주었다”고 전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ICBM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미국과 한국에 위협이 되는 핵무기를 소개함으로써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봤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뼈와 가시 바르기

    [배민아의 일상공감] 뼈와 가시 바르기

    낭만이나 로맨스 따위는 내 것이 아닌 양 지내던 청춘을 어여삐 여긴 선배의 주선으로 이십대 중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소개팅을 나갔다. 어색하게 시작한 만남이 차츰 편해지자 90년대 핫했던 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의 대표 메뉴인 훈제족발에 생맥주까지 곁들이며 유쾌한 대화를 이어 갔고 성공적인 첫 소개팅을 마쳤다. 다음날 연락을 기다리던 남자가 아닌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어제 족발 뼈다귀 들고 발라 먹었다며?” 원체 뼈나 가시는 속살 하나 남지 않게 잘 바르는 신공이 있던 터라 나름 우아한 손놀림으로 발라 먹었는데 그 모습이 남자에 대한 비호감의 표현으로 비쳤나 보다. 호감 있는 남자 앞에서는 족발을 발라 먹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그날 눈물의 족발을 뜯으며 생각했다. 족발을 끊느니 남자를 끊겠다고. 15년이 지나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세 명의 남자들과 식사할 기회가 생겼다. 혼자만의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러 요리를 접할 수 있었기에 즐겁게 어울리며 다양한 맛을 섭렵했다. 그중 하나의 닭요리에 목과 발 부위도 있었는데 눈치를 보니 아무도 손을 안 댈 모양새였고, 다시 만나지 않을 여행객들이었기에 거리낌 없이 닭의 목과 발을 야무지게 발라 먹었다. 잘 발라 해체된 뼈들을 보고 골격 표본을 만들어도 되겠다고 경탄하며 웃던 셋 중 한 남자는 그다음 해에 여자의 남편이 됐고, 여전히 뼈나 가시를 잘 발라 속살만 건네주는 아내의 덕을 톡톡히 보며 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뼈와 가시 바르기 신공의 시작은 어릴 때부터였다. 방학이면 내려갔던 고향 집에는 새벽 시장에서 구한 식재료를 자전거로 싣고 오신 할아버지와 그것으로 정성 가득한 밥상을 차려 주신 할머니가 계셨다. 먹성 좋은 손주들이 좋아했던 할머니 요리의 주재료는 오리, 닭, 꼬막, 생선이었는데, 식사 때마다 할머니는 손으로 꼬막을 까시며 손주들이 어설프게 뜯어 놓은 뼈나 생선의 가시를 씹다시피 발라 드셨다. 그것이 제일 맛있어서 드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철부지 손녀는 할머니를 시샘하듯 따라 했고, 철이 들어 손주들 더 먹이기 바랐던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챈 후로는 할머니보다 먼저 독차지해 먹던 것이 발라 먹기 고수의 비법이 됐다. 뼈나 가시 바르기는 귀찮거나 번거롭고 때로는 볼썽사나운 일이다. 그래서 회식 자리에서 누구나 선호하는 부위 대신 닭목이나 닭발을 집어 가거나 생선의 등을 젓가락으로 꾹꾹 누른 뒤 머리부터 꼬리까지 이어진 중앙 뼈를 단번에 들어 가져가면 모두가 고마워하지만 사실 뭐든 뼈에 붙은 살이 더 맛있다는 건 아는 비밀이다. 이렇게 뼈와 가시 바르기 신공이 있어도 아직 잘 발라내지 못하는 것이 말속에 담긴 뼈와 가시다. 우리는 살면서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우울할 때도 있다. 이런 감정의 기복은 내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통제하기 어려워서 그것이 말로 표현됐을 때 자칫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에둘러 감싼 뼈 있는 말로 오해가 쌓이고 오래전에 박혔던 말의 가시가 이따금 속살을 쿡쿡 찌른다. 부드럽고 우아한 순살 같은 말만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세상사가 어디 다 그런가. 특히 가까운 사람이나 잘 이해해 줄 거라 믿었던 사람의 서슴없는 말 한마디는 두고두고 생채기를 남긴다. 그러나 뼈나 가시 주변의 살이 더 차지고 식감이 좋듯 모든 것에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니 뼈가 있는 말과 가시 돋친 말의 속내를 잘 바를 줄 안다면 그것은 상처가 안 된다. 오히려 그 말을 해준 이에게 감사하게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고 한다. 올해도 후회 없을 한 해를 위해 서로의 말속에서 가시와 뼈를 잘 바를 수 있는 신공을 좀더 터득해야겠다.
  • 3대가 현역 복무 ‘병역명문가’ 모집

    병무청이 2021년도 병역명문가 선정을 위해 1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신청을 집중 접수한다고 밝혔다. 병역명문가란 할아버지부터 그 손자까지 직계비속 등 3대 가족 모두가 현역 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뜻한다. 현역 복무 범위에는 장교와 준사관, 부사관, 병사뿐만 아니라 전투·의무·해양경찰, 경비교도대원, 의무소방원, 상근예비역도 포함된다. 군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친 여성도 해당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코로나 시대, 나의 치료약은 ‘평범한 사람들 일상’ 입니다

    코로나 시대, 나의 치료약은 ‘평범한 사람들 일상’ 입니다

    엄혹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따뜻한 연대로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들이 눈길을 끈다.EBS 1TV는 11~13일 밤 9시 50분 코로나19 속 일상을 버티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는 신년기획 ‘듣고 보고 라디오’를 방영한다. 총 3부작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코로나19로 변화한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 수집가로는 배우 김현숙과 권혁수가 나선다. 1부 ‘그대여서 고마워요’는 절망 속에서도 울타리가 돼 주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폭주족이었지만 4형제를 키우며 달라진 모습으로 ‘투잡’을 뛰는 가장, 비대면 면회에 생이별하게 된 노부부,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아빠, 희소병 근이영양증을 앓는 오빠와 그를 지켜주는 동생도 서로의 버팀목이다. 2부 ‘아름다운 사람’은 얼어붙은 사회 분위기에도 계속되는 이웃들의 온정을 주제로 한다.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 주고자 출발한 푸드트럭, 생활 터전인 복싱 체육관을 지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관장, 31년째 교도소에 있는 여성의 사연, 수해로 집과 소를 잃은 할머니, 국제시장에서만 50년 역사를 가진 가게를 정리하게 된 이들을 조명한다. 3부 ‘나에게 물어본다’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모두가 힘든 시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부터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고 귀농한 사람, 10년간 항공 조종사의 꿈을 위해 노력했으나 위기에 놓인 청년, 6년차 취업준비생의 취업난과 생활고 등 가슴 아픈 사연까지 다룬다. 앞서 9일 밤 11시 40분 KBS 1TV ‘다큐ON’은 ‘감염병 시대 사회적 의료를 말한다’를 주제로 온정 넘치는 의료계 현장을 보여 줬다. 코로나19가 집어삼킨 지난해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더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가 요양원 등 집단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위험에 더 노출됐다. 방송은 내가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지역사회 돌봄 현장을 소개했다. 분절된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사람 중심으로 통합해 지원하는 서비스로, 지역 주민들이 출자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마을건강 돌봄 현장과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범사업 현장을 보여 줬다.복지 사각지대 속에 숨은 독거노인들을 찾아 긴급 돌봄을 실시하는 부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방문 진료 현장, 의료와 복지를 통합해 마을건강을 돌보는 협동조합, 소모임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독거노인과 취약 계층을 위해 발로 뛰는 안산 의료 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모습도 담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백년 어묵의 성지

    백년 어묵의 성지

    “어묵 하면 부산 아입니꺼.” 일찍이 국민 대표 간식으로 자리잡은 어묵. 요즘 대량생산으로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먹는 어묵이 최고다. 겨울철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입김을 호호 불며 먹는 꼬치 어묵과 뜨끈한 국물 한 잔은 몸속 냉기를 싹 가시게 한다. 어묵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 들어 최강 한파가 시작되는 등 겨울철 추워진 날씨 탓에 따뜻한 어묵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부산의 한 어묵제조업체 관계자는 “겨울철은 평소보다 30% 이상 판매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어묵의 성지인 ‘부산’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어묵 소비가 30~40%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부산 어묵의 출발지인 중구 부평동시장에는 어묵 가게 20여개가 한데 모여 고객들을 유혹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맛볼 수 있다. 이제는 부산의 어엿한 특화식품으로 자리잡고 향토음식으로도 지정된 ‘부산 어묵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어묵의 원조 부산어묵 세월 따라 어묵도 어린이와 젊은층 입맛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치즈어묵, 매운맛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땡초 어묵, 채소류인 깻잎은 물론 우엉, 버섯, 게맛살, 오징어 등 종류만도 300여개에 달한다. 어묵의 용도도 다양하다. 반찬용은 물론 꼬치, 어묵탕용에 이어 한끼 식사 대용으로 가능한 간편식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묵은 전국에서 모두 생산하지만 유독 부산에 제조업체가 많다. 이는 어묵이 전해진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연근해 바다가 있어 원재료인 생선살(어육) 조달이 손쉬웠기 때문이다. ●부산어묵, 전국 시장 점유율 30%· 생산량 1위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현재 삼진어묵, 환공어묵, 고래사어묵, 영진어묵 등 중소 어묵제조 업체 61개(2018년 기준)가 성업 중이다. 전통시장 등에서는 손수 만든 수제 어묵을 만들어 팔고 있다. 즉석판매가공업체는 207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어묵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어묵은 전국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고 생산량은 1위이다. 부산의 대표적 업체 중 하나인 삼진어묵은 1953년 설립된 삼진식품의 어묵 브랜드이다. 2014년에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 입점했다. 현재 현대·신세계 등 3대 백화점 20여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는 “숙련된 장인들이 질 좋은 연육을 재료로 어묵을 만들고 있다”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1963년 창립한 고래사어묵도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개발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프리미엄 반찬용 어묵부터 건강식 어묵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어묵사’ 자료 등에 따르면 부산어묵의 역사는 1876년 부산 개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음식인 오뎅과 가마보코가 첫선을 보였다. 당시 부산에서는 바닷가와 인접한 중구 부평시장에 첫 어묵 가게가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부산구(부산시의 전신)의 부평시장 월보에 따르면 시장 내 주요 점포 중 어묵(가마보코) 점포 3곳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또 1924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시장’에는 부평시장은 전국 최초의 공설시장으로 쌀, 어묵, 채소 청과물 등을 주로 판매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어묵의 역사가 확인되는 최초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1945년 첫 어묵공장… 36곳 모여 조합 설립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최초의 어묵 공장은 1945년 부평동시장에 지어진 동광식품(창업주 이상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이 일어나 피란민이 대거 부산으로 유입되면서 부산의 어묵 생산은 호황을 맞게 된다. 비교적 값싸면서도 돈이 없는 피란민 노동자 등의 주린 배를 채우는 데에는 더없이 좋은 음식이었다. 대부분 어묵공장은 재료의 선도를 지키고자 수산시장 근처인 부평동과 초량 등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사하구 장림동에 현대식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어 1950년대 부평시장에는 환공어묵, 영도 봉래시장엔 삼진어묵, 1960년대 들어서는 부평시장의 미도어묵, 초량시장 영진어묵·효성어묵·대원어묵, 부전동 고래사어묵 등이 속속 생기면서 본격적인 부산 어묵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당시 어묵 재료는 부산 앞바다 등에서 잡힌 풀치(갈치 새끼), 깡치(조기 새끼) 등을 주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국내산 연육과 수입산 연육을 사용하고 있다. 2009년 12월에는 지역 36개 어묵제조 업체들이 참여해 부산어육제품공업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부산어묵이라는 공동상표를 특허 등록 사용하고 있다.이후 부산어묵 공장들은 어묵베이커리를 통한 차별화로 수제 어묵 등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반찬과 부식재료 개념에서 간편·건강식품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부산시도 어묵산업발전법 제정, 어묵장인 발굴 및 육성, 어묵 국제 규격화 품질 인증, 어묵축제 개최 등 지역 어묵산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부산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에서는 어묵을 향토음식으로 선정했다. 부산어육제품공업협동조합 김종범 상무는 “부산어묵은 질 좋은 연육을 사용해 맛이 구수하며 국내 어묵의 대명사로 70년 이상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묵과 오뎅의 차이 흔히 어묵을 오뎅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나 엄연히 구분된다. 오뎅은 일본 냄비요리의 하나로, 그 시초는 두부를 꼬치에 끼워 구워 먹던 덴가쿠(田樂)에서 유래했다. 이후 18세기에는 이 덴가쿠에 국물을 붓고 무, 우무(곤약) 등을 함께 넣어 먹는 요리가 탄생했는데 일본 음식인 오뎅으로 진화했다. 또 다른 어묵을 뜻하는 가마보코는 생선살을 잘게 갈아 밀가루 등을 섞어 찌거나 튀겨 먹는 음식이다. 일본 무로마치시대(1336~1573) 중기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주로 의식용 음식으로 사용됐다. 1700년대 조선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어묵은 으깬 생선살에 소금, 설탕, 녹말 등을 넣어 반죽한 것을 응고시킨 음식이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된다. 또 생선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 제거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생선살이 50% 이상이며 고급 어묵은 70%를 넘기도 한다. 좋은 어묵은 순백색으로 광택과 탄력이 좋다. 어묵의 품질은 색·향미·탄력성으로 구분되는데 원료의 선도와 어종, 부원료의 종류와 첨가량, 수분함량 등으로 정해진다. 가열 방법에 따라 크게 증자법(찐어묵, 판붙이 어묵), 배소법(구운 어묵), 탕자법(마어묵, 어육소시지), 튀김법(튀김어묵, 어단) 등이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부산 오시면 어묵 맛집 어때요? 어묵은 지역 어묵 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에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어묵 국물(육수)은 가게마다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각자 고유의 맛을 낸다. 대부분 멸치 육수에다 다시마, 무, 대파 등을 넣어 푹 우려낸다. 부산에서는 부전동 마라톤, 남포동 범전오뎅, 대연동 미소오뎅 등 유명 어묵 맛집이 여러 곳 있다. 이들 가게 대부분은 술과 함께 안주거리 등을 곁들여 팔고 있다. 마라톤집은 1959년 문을 열어 올해로 62년째 성업 중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2층 규모로 그리 크지는 않다. 어묵탕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부산사람뿐 아니라 전국 미식가들,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며느리인 조광희씨가 가게를 이어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어묵 마니아인 김상재씨는 “코흘리개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노점에서 먹었던 어묵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요즘도 친구들과 자주 어묵집을 찾아 옛 추억을 회상한다”며 입맛을 다셨다. 마라톤집은 닭뼈와 다시마, 새우, 멸치 등으로 24시간 우려낸 씨 육수를 사용한다. 여기에다 어묵, 우무, 소힘줄, 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과 무, 버섯, 두부, 잡채 유부주머니, 계란 등을 넣어 탕을 끓인다. 소고기를 기본 바탕으로 육수를 만들어 맛을 차별화하기도 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14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미소오뎅 주인 양재원(57)씨는 “어묵 국물은 크게 한국식과 일본식으로 나뉜다”며 “우리 가게는 소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멸치, 다시마, 무 등을 넣어 담백한 맛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부산 자갈치시장 범전오뎅도 유명 어묵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주 메뉴는 꼬치 어묵이며 비빔국수, 냄비우동, 유부초밥 등도 취급한다.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아들 임영철씨는 “외할아버지가 부산진구 범전동에서 50년 전 가게를 열었는데 돌아가셔서 15년 전 어머니가 이어받아 가게를 남포동의 현재 자리로 옮겨 2대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지난해 경기도민 가장 많이 읽은 책 ‘여행의 이유’· ‘아몬드’

    지난해 경기도내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일반도서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아동·청소년 도서는 손원평의 ‘아몬드’였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은 일반도서와 아동·청소년 도서로 나눠 지난해 도내 229개 공공도서관 대출 이력 2775만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일반도서는 외출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반영한 ‘여행의 이유’가 1위를 차지했고,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2위로 나타났다. 이어 3~5위는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각각 차지했다. 아동·청소년 도서는 손원평의 ‘아몬드’에 이어 필립 C.스테드의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이분희의 ‘한밤중 달빛 식당’, 송도수의 ‘수학도둑’,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 2~5위에 자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내 공공도서관 도서 대출 건 수는 지난해보다 33% 감소했으나, 도서관 방문 이용이 어려운 임산부와 영유아,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무료택배대출 서비스는 2개월의 휴관기간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비슷한 2만1474건의 이용 횟수를 기록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도서관 방문 대출이 줄어든 반면 비대면 서비스 이용량은 꾸준했으며 전자책 대출량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전자책 확충과 비대면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통해 올해도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박찬호 은사‘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 93세로 타계

    ‘박찬호 은사‘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 93세로 타계

    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은사인 토미 라소다 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감독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93세로 별세했다고 AP 통신이 다음날 보도했다. 다저스 구단은 라소다 전 감독이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자택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도중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건강 문제로 입원한 뒤 두 달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며칠 전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는데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76년 다저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라소다 전 감독은 1996시즌 중에 심장병을 이유로 사퇴할 때까지 21년 동안 다저스를 지휘했다.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를 지도하며 남다른 인연을 쌓았다. 라소다 전 감독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명예의전당에 올랐고, 다저스 구단 부사장과 고문으로 그라운드를 자주 찾는 등 많은 애정을 드러내 왔다. 다저스와의 인연은 무려 71년 이어졌다. 1954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투수로 데뷔한 고인은 빅리그 마운드에서 세 시즌만 던지고 은퇴한 뒤 다저스 스카우트로 시작해 감독까지 올랐다. 총 3040 경기를 지휘하며 1599승 1439패 승률 .526를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2회, 내셔널리그 우승 4회, 서부지구 우승 8회의 굵직한 업적을 쌓으며 다저스의 레전드가 됐다. 등번호 2번은 다저스에서 영구결번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 우승을 일궈내 미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열정적 리더십과 선수들과의 스스럼없는 소통으로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 마이너리그의 많은 선수를 발굴해 메이저리거로 키워내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아홉 명이나 길러냈다. 다저스 구단주 마크 월터 회장은 “라소다는 훌륭한 야구 홍보대사였고, 선수들과 코치의 멘토였다. 그는 항상 팬들을 위해 시간을 내 사인을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모두가)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스탠 카스텐 다저스 사장은 “라소다만큼 다저스 정신을 구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그는 결정적 순간에 팀을 승리로 이끄는 챔피언이었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처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을 때도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며 그의 정착과 성공에 든든한 배경이 됐다. ‘박찬호의 양아버지’를 자처해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일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 “내 몸에는 파란 피가 흐른다” 등의 명언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달성한 박찬호도 지난해 6월 미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할아버지뻘인 라소다 감독은 마치 동년배처럼 친구같이 대해줬다”고 회고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코로나19 긴 터널…얼어붙은 마음 녹이는 이웃들 모습

    코로나19 긴 터널…얼어붙은 마음 녹이는 이웃들 모습

    9일 KBS ‘다큐 ON’ 사회적 의료 다뤄11~13일 EBS ‘듣고 보고 라디오‘서로 도우며 이겨내는 사람들 소개길어지는 코로나19에 힘들고 지친 시기,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말과 다음주에 걸쳐 방송된다. 9일 밤 11시 40분 KBS 1TV ‘다큐ON’은 ‘감염병 시대 사회적 의료를 말한다’를 주제로 대안적인 의료 현장을 찾아간다. 코로나19가 집어 삼킨 지난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더 고립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사망자 중 35%가 요양시설 고령자일 정도로 기저질환이 있고 요양원 등 집단 생활을 하는 노인들은 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방송은 내가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지역사회 돌봄 현장을 소개한다. 분절된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사람 중심으로 통합해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 주민들이 출자힌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마을건강 돌봄 현장과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범사업 현장도 영상에 담는다. 복지 사각지대 속에 숨은 독거 노인들을 찾아 긴급 돌봄을 실시하는 부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방문 진료 현장, 의료와 복지를 통합해 마을건강을 돌보는 협동조합, 소모임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독거 노인과 취약 계층을 위해 발로 뛰는 안산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모습도 소개된다.EBS 1TV는 오는 11~13일 밤 9시 50분 코로나19 속 일상을 버티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는 신년 기획 ‘듣고 보고 라디오’를 방송한다. 3부작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코로나19로 변화한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 수집가로는 배우 김현숙과 권혁수가 나선다. 1부 ‘그대여서 고마워요’는 절망 속에서도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폭주족이었지만 4형제를 키우며 달라진 모습으로 ‘투잡’을 뛰는 가장, 비대면 면회에 생이별하게 된 노부부,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아빠, 희소병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오빠와 그를 지켜주는 동생도 서로의 버팀목이다. 2부 ‘아름다운 사람’은 얼어붙은 사회 분위기에도 계속되는 이웃들의 온정을 주제로 한다.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주기 위해 출발한 푸드트럭, 생활 터전인 복싱 체육관을 지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관장, 31년째 교도소에 있는 여성의 사연, 수해로 집과 소를 잃은 할머니, 국제시장에서만 50년 역사를 가진 가게를 정리하게 된 이들을 조명한다. 3부 ‘나에게 물어본다’는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모두가 힘든 시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부터 코로나19로 직장을 잃고 귀농한 사람, 10년간 항공 조종사의 꿈을 위해 노력했으나 위기에 놓인 청년, 6년차 취업준비생의 취업난과 생활고 등 가슴 아픈 사연까지 다룬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월드피플+] 코로나 걸린 할아버지 위해 머리카락 잘라 판 10대 소녀

    [월드피플+] 코로나 걸린 할아버지 위해 머리카락 잘라 판 10대 소녀

    "할아버지를 잃는 것보다는 긴 머리카락을 포기하는 게 낫죠." 할아버지를 위해 긴 머리카락을 자른 16살 멕시코 소녀 아나 파올라 로메로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로메로는 언제부터 기른 것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다.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빗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로메로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지만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니까..."라면서 마음을 모질게 먹고 단발로 변신했다. 싹둑 자른 머리카락의 길이를 재어보니 73cm. '이 정도면 돈은 부족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SNS에 '머리카락 팝니다' 광고를 냈지만 현실은 달랐다. 로메로가 머리카락을 건네주고 받은 돈은 2500페소(약 13만7000원), 필요한 돈의 절반에 불과했다. 로메로는 "머리카락이 이렇게 짧은 건 난생 처음이라 낯설지만 그래도 돈을 보탤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애써 웃어보였다. 모든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로메로의 가족은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19 때문에 쑥대밭이 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 등 가족 10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걸리면서다. 방학을 맞아 톨루카에서 잠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로메로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로메로는 "가장 먼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아마도 삼촌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후 가족들이 줄줄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지난달 30일 나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로메로는 후각과 미각을 잃었고, 가끔은 심한 두통에 시달리지만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68살 할아버지다. 당뇨환자인 할아버지는 경제적 이유로 입원을 못해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호흡곤란이 찾아온 할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건 산소탱크다. 로메로가 머리카락을 판 건 할아버지의 산소탱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4시간 사용이 가능한 산소탱크의 가격은 5700페소(약 31만원) 정도다. 로메로가 머리카락을 팔아 손에 쥔 2500페소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로메로는 "그간 산소탱크 충전, 약 등을 사는 데 가족이 쓴 돈만 4만 페소(약 220만원)에 이른다"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 가족을 돕기 위해 머리카락을 팔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카락을 잘라 팔면 산소탱크 1개는 장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이 부족했다"면서 "가족을 위해, 할아버지의 완치를 위해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산소탱크, 산소농축기 등이 크게 부족해지고 있다. 가격까지 치솟아 집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돌아가신 아버지, 구글 어스엔 아직 살아 계십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구글 어스엔 아직 살아 계십니다”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 프로그램인 ‘구글 어스’에서 7년 전 별세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 일본의 네티즌이 고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리면서 훈훈한 반향이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온라인 미디어 위드뉴스는 7일 “돌아가신 아버지를 구글 어스에서 보았다는 글과 사진이 트위터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TeacherUfo’라는 트위터 계정을 쓰는 일본인은 지난 4일 다음과 같은 글을 2장의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구글 어스에 나온 본가(군마현 다카사키시) 사진에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찍혀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어떤 분이 걸어오고 계셨는데, 바로 어머니셨다. 아버지는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아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과묵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셨다. 이곳 사진을 (구글이) 이대로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트윗에는 지금까지 67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TeacherUfo’를 따라 구글 어스나 구글 스트리트뷰에 접속, 본가나 조부모 시골집 등을 확인하며 소중한 가족의 생전 모습과 만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한여름 땡볕에 강아지 집에 양산을 받쳐 주고 있는 생전 모습을 위성사진에서 찾아냈다. 이 네티즌은 “할머니도 강아지도 이제는 없지만, 이곳에서는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적었다. 4년 전 별세한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밭일을 나갔다가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한 사람, 이제는 저세상으로 간 남편이 일하고 있던 생전 모습을 찾아낸 사람도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구글 어스에 계셨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 작은 화면 속에서 아직도 살아 계시는구나.” 지금은 볼 수 없는 가족을 발견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훈훈한 릴레이 트윗의 단초를 마련한 ‘TeacherUfo’는 위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구글어스 사진에서 발견하자 당시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당시 어머니는 근처에 있는 손자의 유치원에 다녀오시던 길이었습니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를 대신해 부모님이 손자를 돌보고 계셨거든요. 어머니가 손자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는 10분 정도가 걸렸는데, 아버지는 문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이 때로부터 얼마가 지난 후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급성 심부전으로 65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는 “내 트윗에 뒤따라 올려진 다른 분들의 사연들이 더 감동적인 것 같다”며 “SNS상에서 비방중상의 나쁜 글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7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구글어스에”…日 트윗에 ‘뭉클’

    “7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구글어스에”…日 트윗에 ‘뭉클’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 프로그램인 ‘구글어스’를 통해 7년 전 별세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 일본의 네티즌이 고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띄우면서 훈훈한 반향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못만나게 된 소중한 사람들을 모니터상의 지도 속에서 찾아낸 낸 사람들의 릴레이 사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온라인 미디어 위드뉴스는 7일 “돌아가신 아버지를 사진에서 보았다는 내용의 글이 트위터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에서 ‘TeacherUfo’라는 계정을 쓰는 이용자는 지난 4일 다음과 같은 글을 2장의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구글어스(사진)를 통해 본가를 보러 갔더니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서 계시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저 앞쪽에 또다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어머니셨다. 아버지는 담배를 한 대 피우시면서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셨구나. 과묵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였다. 이대로 이 장소의 사진을 (구글이)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트윗에는 현재 67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또 많은 사람들이 ‘TeacherUfo’를 따라 구글어스나 구글지도 스트리트뷰에 접속, 자신들의 본가나 할아버지·할머니의 시골집 등을 확인하며 “나도 가족을 만났다”며 사연을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구글어스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을 보러 갔다가 할머니가 한여름 땡볕에 강아지 집에 양산을 세워주는 생전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네티즌은 “할머니도 강아지도 이제는 없지만,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적었다. 4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밭일을 나갔다가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한 사람, 지금은 돌봄시설에 수용돼 있는 할머니가 건강하던 시절 밭일을 하는 장면을 찾은 사람, 이제는 저세상으로 간 남편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다. ‘설마’ 하며 반신반의로 구글에 접속했다가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구글어스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계셨다.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계시면 어떨까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 작은 화면 속에서 살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 훈훈한 릴레이 트윗의 계기를 마련한 ‘TeacherUfo’는 위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구글어스 사진에서 발견하자 당시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당시 어머니는 근처에 있는 손자의 유치원에 다녀오시던 길이었습니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를 대신해 부모님이 손자를 돌보고 계셨거든요. 어머니가 손자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는 10분 정도가 걸렸는데, 아버지는 문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이 때로부터 얼마나 지난 후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급성 심부전으로 65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는 “내 트윗에 리트윗으로 올려진 다른 분들의 사연들이 더 감동적인 것 같다”며 “SNS상에서 비방중상의 나쁜 글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내가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내 불륜에...휘발유 들고 처가 찾아간 남편 ‘징역 5년’

    아내 불륜에...휘발유 들고 처가 찾아간 남편 ‘징역 5년’

    항소심 징역 5년 실형 선고 아내의 외도사실에 불만을 품고 처갓집에 찾아가 폭행을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는 최근 특수존속협박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34)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아내의 외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아내의 목을 조르거나 여러 차례 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3월 처갓집에 휘발유가 담긴 기름통을 들고 찾아가 “같이 죽자”고 협박했다. A씨는 어린 자녀들에게 “할머니·할아버지도 죽이겠다”고 소리 지르며 가위를 꺼내 위협하거나, 장인·장모가 탄 차량을 견인차로 들어 올리기도 했다. 또 둔기로 장인의 머리·차량 등을 내리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처와 장인·장모 등을 폭행·협박하거나 상해를 가하고 자녀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가한 사안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인륜에 반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A씨는 지금까지도 죄를 반성하기보다는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며 아내에게 책임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이 사건 각 범행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현주건조물방화가 예비에 그쳤다. 장인이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1월1일0시 태어난 아기”···신축년 ‘새해둥이’ 탄생

    “1월1일0시 태어난 아기”···신축년 ‘새해둥이’ 탄생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아기 탄생“이런 축하 처음”…비대면 축하 1월 1일 0시. 경기 고양시 일산차병원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에서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여는 첫아기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났다. 정송민(34)·임상현(37)씨, 박세미(33)·김형모(38) 씨 부부가 각각 ‘하트’와 ‘봉이’라는 태명을 지어준 흰 소띠 아들이다. 하트의 엄마, 아빠는 “새해 벽두에 태어난 우리 아이가 흰 소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태어나 씩씩하고 밝게 자랐으면 한다”고 덕담을 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분만실 밖 대형 모니터를 통해 손자를 지켜본 하트의 할아버지 임성빈(63)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첫 손자 얼굴을 제때 못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로나마 볼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웃었다. 봉이 아빠는 “건강하게 태어난 봉이와 아내에게 고맙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나 사회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해둥이’ 탄생 소식에 네티즌은 “새해둥이 너무 축하합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힘들지만 올해는 모두 사라져 아이들이 편하게 숨쉬는 세상이 왔으면”, “너무 귀엽다”, “새 생명은 우리 희망”, “새해둥이 비대면 축하라도 너무 축하해”등 축하를 전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월드피플+] 104살에 박사논문…콜롬비아 할아버지의 무한도전

    [월드피플+] 104살에 박사논문…콜롬비아 할아버지의 무한도전

    코로나19 대유행이 그에겐 오히려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00살을 훌쩍 넘긴 남미의 할아버지가 유럽의 한 유명대학에 박사논문을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유명 기업인이자 공학자인 루시오 치키토 카이세도(104)는 지난 9월 맨체스터대학에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수력발전을 위한 최적 유량(물의 양)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이다. 지난 200년간 누구도 명쾌하게 정답을 내놓지 못한 문제라고 한다. 멘체스터대학은 외부 교수 2명이 포함된 3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논문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할아버지는 "논문이 심사를 통과하기까지는 아직 긴 여정이 남아 있다"면서 침착하게 심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1916년 콜롬비아 칼리에서 태어나 이제 내년이면 105살이 되는 카이세도 할아버지는 어릴 때 철도회사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공학자의 꿈을 키웠다. 콜롬비아 국립대학을 졸업한 할아버지는 1943년 영국으로 건너가 맨체스터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우연히 신문에 실린 장학금 광고를 보고 지원하면서 열린 유학의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영국에 건너가 보니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라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곳곳에 널려 있고, 추락한 비행기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등 현장은 처참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래도 학업에 열중한 할아버지는 1947년 맨체스터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한동안 영국에 살다 모국 콜롬비아로 돌아간 할아버지는 기업인으로 변신,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공기업 메데진, 인테그랄 주식회사 등이 모두 그를 통해 탄생한 기업이다. 인재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할아버지는 1978년 안티오키아 공대를 공동 설립했다. 분주하게 살면서 어느 새 100살을 훌쩍 넘겼지만 열정적인 할아버지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일 뿐이었다. 할아버지는 박사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강의 경제적 활용은 30년간 관심을 갖고 연구한 주제였다"면서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논문을 제출한 할아버지는 이제 또 다른 계획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할아버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논문을 쓰기엔 최적의 환경이었다"면서 "덕분에 논문을 마쳤으니 이젠 초등학교 때 배운 독일어를 복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아침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하루를 잃어버리게 된다"면서 후배들에게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을 당부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한 해의 끝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한 해의 끝

    잊기 힘든 한 해를 보낸다. 끝이라는 시간은 삶의 행로들, 특히 그 행로의 마지막인 죽음을 사유하게 만든다. 최근에 그런 작품 둘을 읽었다. 황동규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는 노년의 시각에서 포착한 감각적 구체성의 세계를 보여 준다. 시인은 죽음의 기척을 느끼지만 삶의 생기를 아예 외면하진 못한다. “그러나 잠깐, 지금도/ 마음 홀리는 와인 한 병 잡으려/ 주머니 사정 살펴가며 마트의 와인 부스를 뒤지고/ 늦저녁 전철에서 빈자리 놔둔 채 꼭 껴안고 서 있는/ 젊은 남녀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죽음이 없다면/ 세상의 모든 꽃들이 가화가 되는 건 맞다.”(‘죽음아 너 어딨어?’ 부분) 죽음을 생각해야 세상의 꽃들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쉽게 죽음의 시각에서 삶을 논할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 날이 오면 나비나 벌처럼 조그맣고 가벼운 것/이 되어/ 꽃잎들에게 바쁘면 먼저 자리 뜨게! 하고/혼자 천천히 날아갈 텐데.”라고 초탈의 꿈도 꾸지만, “삶의 짐 다 부려놓고 홀가분하게 누워 있는 꽃잎들”(‘날개 비벼 펴고’ 부분)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삶의 짐은 벗기 힘들다. 황정은의 단편 ‘파묘’는 삶과 죽음의 밀착된 끈을 사유한다. 이순일과 둘째 딸 한세진이 “찾아오는 이도 없이 버려진 듯 산속에 남을” 외조부의 묘를 파묘하는 과정을 다룬다. 죽은 자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파묘라는 사건은 사람들의 내면에 숨겨진 사연들,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갈라짐의 지점을 땅 위로 드러나게 한다. 어린 이순일을 거둬 기른 외조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모녀관계, 그리고 다른 가족들을 둘러싼 상념들이 파묘의 과정에 적절하게 끼어든다. 파묘되어 망각의 세계로 들어가는 존재와 각자의 생활을 꾸려 가야 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또렷하게 부각된다. 삶과 죽음의 거리다. 그래서 한세진은 “아무것도 빌지 않고 절을 올리면서, 그쪽 방향엔 그의 뼈가 이미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순일은 다르게 느낀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 마지막 장면에는 언어로 채 담을 수 없는 마음의 격동이 전해진다. 얼마 전 선산을 이장해야 했다. 선산이 도로공사 부지로 수용된 탓이다. 몇 달에 걸쳐 이장 준비를 하면서 황정은의 ‘파묘’를 떠올렸다. 묘를 개장하면서 드러난 어머니의 유골을 수습하면서 어쩌면 나도 이게 “마지막 인사”일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득 죽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이장 과정에서 많이 불거진다는 가족이나 친족 사이의 해묵은 감정들이 뾰족하게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미묘하게 부딪치는 감정들이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힘든 결정은 어떻게 이장할 것인가였다. 여러 논의 끝에 가장 자연친화적이라는 수목장으로 모셨다. 좁은 나라에서 그나마 자연을 덜 훼손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장례 방식이 수목장이라는 의견,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장례 방식을 원하는 의견 사이에서 설왕설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말들은 ‘파묘’가 보여 주듯이 영원히 망각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도 들었다. 살아 있는 이들이 내놓은 말과 의견들은 다른 곳으로 영원히 떠나가는 이들을 위한 것처럼 짐짓 들리지만, 실은 어떻게든 삶을 각자 꾸려 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죽음을 ‘돌아가셨다’라고 종종 표현한다. 우리는 언젠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어디로 돌아가는가? 어느 철학자는 ‘우리는 우주에서 왔으니 우주로 돌아간다’라고 썼다. 그렇게 우리는 바다에서 왔으니 바다로 돌아간다. 흙으로 돌아간다. 혹은 불교에 기대면 원소(흙, 물, 불, 공기)의 결합이 생명체이니 때가 되면 다시 흩어져 원소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렇게 떠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죽음을 떠올리고 그런 죽음을 사유한다 해도 삶의 중력을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든 붙들고 살아야 하는 삶과 현실에 대한 애착과 욕망을 초월하지는 못한다. 손쉬운 초탈을 허용하지 않는 삶의 무거운 중력이다. 한 해의 끝은 삶과 생활이 지닌 무게를 예민하게 느끼는 때다. 새해에는 올해보다는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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