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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6) 경북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6) 경북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

    농촌 마을에 봄이 깊어지면 농부는 유쾌함이 동반된 분주함으로 몸과 마음이 설렌다. 못자리를 살피고, 볍씨를 파종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한창 바쁘다. 길가에 줄지어 서서 꽃 피운 벚나무는 어느새 가지마다 연초록의 잎사귀를 한가득 돋웠고, 하얀 꽃잎은 봄눈이 되어 흩날린다. 농촌의 분주함은 길가의 낮은 둔덕에 아무렇게나 솟아오른 쑥을 캐는 할머니들의 손길에서도 느껴진다. 쌉싸름한 쑥개떡이라도 쪄 먹으려면 다 자라 쇠기 전의 여린 쑥을 뜯어야 한다. 환한 꽃으로 밝아온 농촌의 봄이 깊어지면서 마을의 풍요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도 만개한다. 나무에 깃들어 살아가는 농촌의 봄은 그래서 햇살뿐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까지 한없이 밝다. ●해마다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일본 노인 낙동강변의 풍요로운 농촌 마을 경북 구미 옥성면 농소리. 마을 회관 앞 도로변의 낮은 둔덕 풀밭에 마을 노인들이 쑥을 캐러 나와 앉았다. 노인들의 굽은 어깨너머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구쳐 오른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바라다보인다. 마을 회관 지붕에 놓인 대형 스피커에서는 ‘봄 노래’가 쉼 없이 흘러나온다. “나무 앞의 간판에는 저 나무를 400살이라고 해놨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실제 나무의 나이는 1000년도 넘었어. 내 고조부 때부터 그렇게 이야기했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 있지.” 이 고장에서 태어나 군대 생활 몇 년 빼고는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는 토박이 이성록(74) 노인은 나무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나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언제 심은 나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400살이라고 쓰인 문화재청 안내판의 나이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어떻게 우리 나무를 알았는지, 일본 후쿠시마에 산다는 팔순 노인이 몇 해째 거푸 찾아왔어. 그 사람 말이 재미있어. 옛날 중국에서 매우 큰 은행나무의 자손으로 자란 암수 한 쌍의 은행나무가 있었다는 거야. 그 나무 중의 딸 나무가 바로 우리 은행나무고, 아들 나무인 수나무는 일본에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일본 나무와 우리 나무가 남매라는 거야.” 지난해 가을에도 몇 사람의 동반자와 함께 찾아와서 한참 동안 나무만 바라보고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의 신분과 나무를 찾아온 목적을 또렷이 밝히지 않아 처음엔 그냥 관광객 정도로만 보았는데, 세 차례나 반복되는 그의 방문은 예사로이 여길 수 없었다고 한다. 전설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문헌이나 증거도 없다. 곁에서 쑥을 캐며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들도 그 일본 노인의 태도가 대단히 진지했다고 덧붙인다. ●안녕을 기원하는 시월 동고사 그럴 수도 있고,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를 증명할 자료는 없다. 그러나 마을에서 오래도록 전해온 이야기나 일본 노인의 이야기가 모두 나무의 나이를 1000년 넘게 본다는 주장이다. 1970년에 문화재청은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 제225호로 지정하면서 나무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제했다. 전문가의 조사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은 마을 근처의 지명 가운데에 ‘바윗골 절터 양지’라는 표현이 있어서 나무 곁에 절이나 장터가 있었고, 나무는 절집과 관계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나무의 나이를 400살 정도 된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이지만, 식물학적 생육상태로는 400살쯤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지금 나무의 키는 21.6m, 줄기 둘레는 11.9m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나무를 통틀어 무척 큰 나무에 속한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나무가 1000년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어차피 나무의 나이를 정확히 측량할 어떤 근거도 없는 이상 마을 사람들의 말을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정확한 수령의 측정보다 마을의 살림살이를 지키며 살아가는 나무의 현재적 의미와 가치가 더 중요한 까닭이다. “시월 상달에 처음 드는 오(午)일에 동고사(洞告祀)를 지내지. 마을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을 제주로 정하는데, 제주가 되면 몸을 더럽힐 일을 피하느라 바깥출입도 금하면서 제사를 준비해야 해. 옛날에는 집집이 쌀 한 되씩을 갹출해서 제수를 준비했는데, 요즘은 현금으로 40만원쯤 모아서 제수를 준비하지.” 15년 전쯤에 동고사를 지내지 않고 해를 넘겼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마을에 흉한 일이 빈발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는가 하면, 젊은 사람이 몹쓸 병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다. 궁리 끝에 다시 동고사를 올렸고 마을엔 평화가 돌아왔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가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목으로서의 의미로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가을엔 단풍이 아주 좋지. 열매가 많이 맺혀서 냄새도 대단해. 해거리를 하기 때문에 그 양이 들쭉날쭉한데, 잘 열리는 때에는 다섯 가마 정도를 거두지. 그걸 내다 팔아서 동고사 지내는 비용에 보태.” ●앞으로도 천년의 세월을 살아야 할 나무 긴 세월 속에 정확한 나이를 잊은 한 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하늘 끝에 나뭇가지를 내걸고 마을의 살림살이를 화평하게 지켜온 나무다. 1000살이든 400살이든 말없이 사람의 마을을 지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수굿이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마을 어디에서라도 하늘을 바라보면 반드시 눈길에 걸리는 한 그루의 나무를 사람들은 언제까지라도 삶의 지킴이로 기억할 것이다. 파릇이 새잎 돋우고 늘어진 가지들이 지어낸 나무 그늘의 평화가 그지없이 아름답다. 글 사진 구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구미시 옥성면 이곡1길 10(농소리). 중부내륙고속국도의 상주나들목으로 나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낙동대로를 타고 선산 대구 방면으로 간다. 10㎞ 남짓 가면 낙단교차로가 나온다. 오른쪽 도로로 빠져나가서 낙단대교 아래를 지나 700m 뒤에 이어지는 교차로에서 오른쪽 도로를 이용한다. 국도 59호선을 이용해 6.3㎞ 직진하면 농소2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도로 위에서 마을회관 뒤편으로 높지거니 솟아오른 나무가 먼저 보인다. 나무 곁에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없으니 회관 앞 도로 옆에 주차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주목되는 5월 한·중·일 정상회의/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주목되는 5월 한·중·일 정상회의/김성수 정치부 차장

    “내가 4년간 후진타오를 만나 이번에 정상회담하면 10번째인데, 원자바오를 만난 게 6번인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다녀 봤자 몇 번 만났나. 자꾸 만나면 별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이렇게 말했다. 언론사 간부, 기업인,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원의 통일정책 최고위과정 특강에서다. 과거와 달리 중국 지도부와의 만남이 크게 늘었고, 그 결과 한·중 관계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통미봉남’(通美封南)은 과거사가 됐고, 이제는 ‘통중봉북’(通中封北)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을 통해 우리를 봉쇄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우리가 중국을 통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지난 정권에 비해 한·중 관계가 이 정도로 갑자기 좋아질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최근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지난달 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의 로켓 발사 중단을 요구하며 민생을 먼저 챙기라고 강도 높게 촉구한 것이나 최근 중국이 탈북자 5명을 서울로 보낸 것이 그렇다. 하지만 60년 혈맹인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통중’(通中)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은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적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의 ‘통미봉남’이 ‘시도’에만 그치고 성과는 없었듯이 우리의 ‘통중봉북’ 역시 외교적 수사(修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북한을 제치고 한국과 손을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면, ‘나이브’한 생각이다. 실제로 중국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매번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작년 12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그랬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과 후 주석 간 전화 통화는 끝내 불발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마지막엔 결국 북한 편에 섰다. 최근 김정은 체제가 새로 들어서면서 북·중 간 ‘소통’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김정은의 방중을 염두에 두고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의 베이징 방문이 이뤄진 것만 봐도 ‘통중봉북’의 실현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시대의 출범 이후 개선된 한·중 관계를 반영하는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5월 베이징 회담에서는 한·일 간 가장 껄끄러운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논의된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18일 교토에서 가진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작심하고 강경한 어조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다음 날 바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안부 문제는 상당 기간 잠복했지만, 최근 다시 한·일 간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이토 쓰요시 일본 관방 부장관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에 위안부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이토 부장관과 천 수석의 면담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해법 모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위해서는 가장 큰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연로해서 잇따라 사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현안보다도 시급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다음 달 이 대통령을 만나는 노다 총리가 어느 정도 수위의 전향적인 발언을 할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통중봉북’의 효과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지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5월 13, 14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실질적인 임기 8개월을 남겨 둔 이 대통령의 외교력을 평가하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skim@seoul.co.kr
  • [독자의 소리] 소풍 가는 날/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초등학교 장진숙

    반평생 한글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해, 숱한 설움과 아픔을 안고 살아왔던 할머니들이 어린 시절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60~80대 할머니들은 한국 최초 학력인정 성인학교인 양원초등학교 학생이 되어 평생 처음 소풍을 경험했습니다. 무릎도 성치 않고 허리도 아프지만, 소풍 갈 때 무슨 옷을 입을까? 도시락은 어떻게 준비할까? 여덟 살 어린이처럼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1학년은 남양주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정희왕후의 능인 광릉을 찾았고, 2학년은 강화도 유적지로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또 4학년은 파주 화석정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했고, 5학년 학생들은 여주 신륵사와 세종대왕 능을 구경했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점심 도시락을 까먹고, 장기자랑 시간에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보물찾기 선물로 받은 휴지를 가족들에게 자랑했습니다. 할머니들의 미소가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초등학교 장진숙
  • 日총리 MB에 친서 北로켓 등 협력 평가

    청와대는 20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이토 쓰요시 관방 부장관이 가져온 친서에는 핵안보 정상회의의 평가와 성공적 개최에 대한 얘기, 최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공조 등 양국 간 협력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언론이 친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면서 “정상 간 친서는 공개하는 것이 아니며,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전 사이토 관방 부장관이 노다 총리의 종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친서를 지참하고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친서에는 위안부 문제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사이토 부장관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지혜를 짜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사이토 부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전향적인 인사로 알려진 만큼 직접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우리 측은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국가적 책임 인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사이토 부장관도 서울에서 일본 기자들을 만나 이번 방문이 역사문제로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다 총리의 노력을 강조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서울 김성수기자 jrlee@seoul.co.kr
  • 인간 본성 ‘귀차니즘’ 경제학 공식 통할까

    인간 본성 ‘귀차니즘’ 경제학 공식 통할까

    최신 경제·경영 이론에 흥미있다면 ‘넛지’(Nudge), ‘휴리스틱’(Heuristic),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같은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 한계에 대한 재미있는 통찰을 전달해준다. 기름값을 예로 들 수 있다. 기름값이 치솟자 한때 정부는 ‘으름장’을 놨다. 장관이란 사람이 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니 기름값 원가 내역을 직접 검증해 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쉽게 말해 원가를 분석해 보고 정유사 사장들 불러다 ‘조인트 좀 까겠다’는 얘긴데, 이 정권이 시대가 변한 줄 모르는 구닥다리라 힐난받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조금 세련된 방식으로는 ‘넛지’를 꼽을 수 있다. 욱해서 남의 집 장부를 들춰 보는 건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니 그 대신 팔꿈치로 쿡쿡 찔러 살살 꾀어내 보자는 것이다.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비교 선택이 기름값을 싸게 하리라는 복음이다. 자, 그럼 이제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주유소로 몰려갔던가. 하여 교활한 거대 정유사들은 마침내 소비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가.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이 기사를 읽는 당신도 지난 1년간 주유소에서 쓴 카드 결제 내역을 꺼내 기억을 되살려보라. 그때그때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거기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 뒤 최적의 주유소를 골라 갔던 것이 몇 번이나 되는가. 아마 대개는 동네, 회사 혹은 자주 다니는 도로가에서 비교적 싸다고 인식되거나 혹은 화끈한 사은품을 제공하는 주유소에 가지 않았던가. 뭐 이 정도면 됐지, 생각하지 않았던가. 넛지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이런 게을러터진 소비자를 봤나!’<서울신문 3월 2일 자 1면 ‘더 뛰고 더 비싼 서울 기름값, 공범은 소비자’> 하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게 사람이다. 사람은 모든 정보를 취합, 분석한 뒤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대개는 적당하게 타협한다. 인간은 누구나 ‘인지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휴리스틱한, 그러니까 상식적인 수준의 어림짐작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일이 하나하나 다 따져 가며 살기에 우리는 너무 게! 으! 르! 다! 동시에 귀! 찮! 다! 바꿔 말해 경제학이 수많은 공식과 모델을 만들어내는 토대로 쓰는 ‘무차별적 개인’과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수요·공급곡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똑같이 이기적이고 똑같이 합리적이면서 비슷한 선호를 지닌 개인 따윈 없고,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나 전광석화처럼 직장을 갈아치우고 가격 대비 성능을 순식간에 계산해 내면서 상품을 선택하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작게는 펀드·보험처럼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각종 금융상품 설계와 뭐가 뭔지 도통 모를 각종 요금 체계가 바로 사람들의 이런 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크게는 합리적인 개인이 이기적 선택으로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경제학의 전제가 허황된 소리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1970년대 ‘휴리스틱’ 개념을 만들어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며 동시에 심리학자임에도 2002년 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김영사 펴냄)은 저자가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바로 경제학으로 돌진하진 않는다. 나 스스로가 ‘나’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의식하고 추론하는 자아’, 즉 ‘리즈닝 셀프’(Reasoning Self)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세밀히 짚어 나간다. 점화효과(Priming Effect), 틀짓기(Framing Effect),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 매몰비용 오류(Sunk-cost Fallacy) 같은 심리학 용어들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와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저자 말마따나 사실 이런 내용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동네 할머니들”이 다 아는 것들이다. 끝내 아니라고 버티는 이들은 경제학자다. 4장 ‘선택’(Choices)에서부터는 경제학을 슬슬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 어느 경제학자의 논문에서 “경제이론의 행위 주체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취향에 변화가 없다.”는 구절을 읽고서는 “동료 경제학자가 내 연구실 바로 옆 건물에 있었는데 나는 우리의 지식 세계가 그처럼 심오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대목, 그 뒤 5년간 연구를 거쳐 내놓은 논문 ‘전망이론-위험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분석’을 심리학 학술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량경제학 학술지인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했고 이 논문이 자기 논문 가운데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있다는 얘기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자유’와 ‘시장’이 지닌 강력한 상징성 때문인지 본격적으로 비판에 나서진 않는다. 주류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간 논쟁을 직접적으로 다룬다거나 시카고학파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다든가 하지 않는다. 심리학 그 자체에만 치중한다. 베스트셀러 ‘넛지’(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펴냄)를 통해 행동경제학을 널리 알린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결정들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제도가 이끌어주는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의 입장을 옹호한다.”고만 언급한다. 탈러가 일명 넛지팀으로 불리는 영국 정부의 행동통찰팀 자문관에 선임된 것을 두고도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전반적인 정치 분야에 두루 매력적이라는 점”이라면서 “넛지는 건전한 심리학”이라고만 해뒀다. 경제학적인 구체적 정책 처방보다 심리학자로서 휴리스틱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더 방점을 찍는 태도로 읽힌다. 원제는 ‘싱킹 패스트 앤드 슬로’(Thinking fast and slow). 빨리 생각하는 것은 직관을, 느리게 생각하는 것은 이성을 뜻한다. 이성은 꽤 똑똑하고 쓸만하지만 행동이 굼뜬 게으름뱅이인 데다 쉽게 피로해지는 허약 체질이다. 정책 설계에는 인간에 대한 이런 이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성과 논리만 갖추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화두다. 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들의 외침이 들리시나요”

    “이들의 외침이 들리시나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면 광고가 미국 뉴욕타임스(NYT) 28일 자에 실렸다. ‘들리시나요?’(DO YOU HEAR?)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그간 독도 및 동해 광고 등을 세계 주요 신문에 실어 왔던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가 기획하고, 가수 김장훈이 광고비 전액을 후원해 게재된 것이다. 광고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사진을 배경으로 “이들의 외침이 들리시나요?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피해자들입니다.”라는 문구를 실었다. 또 “이들은 1992년 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1000회가 넘는 시위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사죄나 보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3·1절 독도광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못 내게 하겠다며 방해할 때 우리는 행동으로 위안부 광고를 집행해 전 세계인들에게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장훈은 “며칠 전 일본 노다 총리가 ‘위안부 성노예 표현은 사실과 큰 괴리’라고 표현했는데 너무나 어이가 없다.”면서 “독도 광고를 방해하고 이런 망언을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일본이 독도와 위안부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연합뉴스
  • 무용 초짜들 춤사위로 삶을 바꾸다

    무용 초짜들 춤사위로 삶을 바꾸다

    “자~, 팔을 조금 더 들면 좋겠어요. 아~, 신난다, 라는 느낌으로!” 안무가의 목소리에 맞춰 무용수 23명이 팔을 허우적거리고, 무릎을 꿇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꼬물거린다. 한 무리는 아주 천천히 공간을 돌아다니며 팔을 들었다가 귀를 막았다가 뿔을 만들어냈다가…. 하나하나 느린 동작으로 보는 이까지 숨죽여 집중하게 만든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지하 연습실. 매주 월·수·금요일 밤 이곳의 불은 자정까지 환하다. LG아트센터·두 댄스 씨어터의 공동기획 공연 ‘먼저 생각하는 자-프로메테우스의 불’(이하 ‘…프로메테우스의 불’)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무용수 23명의 몸 상태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반박자 늦게 움직이고, 어떤 이는 동작이 틀리자 겸연쩍어한다. 전문무용수였다면 다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주부, 교사, 의사 등 무용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기에 “그래도 대단하다.”라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완성도도 꽤 높다. 이 현장은 최근 무용계의 화두가 된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의 일부분이다. 커뮤니티 댄스는 춤을 매개로 정체성을 찾거나 일종의 치료요법으로도 활용하는 폭넓은 무용 활동을 일컫는다. 공연으로 확장되는 일도 많다. 안무가 안은미씨는 지난달 서울 국제고 학생 22명과 ‘사심 없는 땐쓰’를 올렸고, 지난해 할머니들과 춤사위를 펼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열었다. 충무아트홀도 지역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춤추는 꽃중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는 8월 말 공연을 계획 중이다. 커뮤니티 댄스의 핵심은 무용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에서 2인무를 하는 교사 이건학(33·과천외국어고)씨는 “현대무용 공연이라고는 지난해에 처음 본 ‘초짜’이지만 춤추는 이 시간이 즐겁다.”면서 이제는 공연이 끝나면 허전해서 어쩌나 걱정이란다. 증권사 중개인인 이은지(28·서울 신도림)씨는 “몸을 쓰는 직업이 아니라서 감각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동경해 왔다. 몸이 유연하지 않아 뻐근하고 멍투성이지만 직접 하면서 만족감을 얻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무용수로 참가한 일반인은 작품에 신선한 아이디어도 불어넣는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에서도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장면 속 모든 동작을 참가자들이 만들어냈다. “내가 듣고 보던 것, 또는 보지 못하게 되면서 더 발달하는 감각 등 기억하고 싶은 추억과 새로 만들어 내야 하는 기능들을 모두 함께 몸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이런 과정이 커뮤니티 댄스에서 중요한 것이죠.” 안무가 정영두(38·두 댄스 씨어터 대표)씨의 말이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무용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예술을 접하는 시선에 변화가 있다면 그 역시 커뮤니티 댄스가 갖는 효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오는 28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두 댄스 씨어터는 이 작품을 토대로 오는 11월 17~18일 신작을 선보일 예정. 이번 공연이 작품 개발단계를 미리 만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무료 공연으로, LG아트센터 회원가입을 하면 신청할 수 있다. (02)2005-011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위안부 피해 할머니 나흘새 두명 별세…생존자 61명으로 줄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나흘새 두명 별세…생존자 61명으로 줄었다

    “일본 정부로부터 ‘미안하다’는 진실된 말 한마디 못 듣고…. 가슴에 한이 사무쳤을 텐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 수요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두 명의 피해자 할머니가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제1013회 집회가 열린 14일,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뒤덮고 있었다. 일반 시민과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는 유명을 달리한 두 피해 할머니들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시작됐다. 9일 윤금례(90) 할머니가 타계한 데 이어 12일에는 배모(89) 할머니가 경남 양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충북이 고향인 윤 할머니는 꽃다운 스물한살 때 중국 지린성 일대에 주둔 중이던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가 숱한 고초를 겪었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배 할머니는 열여덟살 때 취업 사기에 속아 중국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등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이들이 타계함으로써 이제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4명 중 생존자는 61명으로 줄었다. 할머니들의 별세 소식을 듣고 집회에 나왔다는 한 여대생은 “1000회 집회 때 참석하고 거의 3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나와 죄송하다.”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마음과 달리 정부가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냐.”며 눈물을 훔쳤다. 참가자들은 이날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으며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말 둘러대기가 아니라 뭐든 실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집회에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3) 할머니가 나와 “밤마다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찾아와 한을 풀어달라고 울부짖는다.”면서 “아무도 해결을 안 해주니 나라도 국회로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누구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잘 안다.”면서 “위안부와 일제강점기 피해자 문제 해결에 진정성이 있다면 나를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설 곳 잃은 대구 위안부 역사관

    대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해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것은 2009년 12월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시교육청의 비협조로 그동안 장소도 정하지 못했다. 추진위는 2010년 중구 남산동 명동초등학교 부지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 역사관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위안부와 2·28운동은 역사적 의미가 다르다.”는 일부 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지난해 동구 지저동 옛 해서초교 건물에 추진했으나 시 교육청의 반발로 다시 백지화됐다. 시교육청은 당시 “초등학교 시설에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는 것은 교육 목적과 맞지 않다. 기억해야 할 역사는 맞지만 시교육청이 역사관 건립 부지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사업비 모금도 초라하다. 지금까지 추진위에 접수된 사업비는 6000만원에 불과하다. 이것도 2010년 1월 위안부 피해자인 김순악 할머니가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사용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전 재산 5400만원을 기탁한 게 대부분이다. 나머지 600만원은 시민성금인데 추진위 결성 초기에 들어온 것으로 지금은 거의 끊겼다. 이같이 역사관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시 의회가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정순천 시의원은 다음 달 중 시가 기념관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대구시 일본군 위안부 역사 기념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업은 내년에야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추진위 사무국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유품과 피해사례, 증거자료 등을 전시하려 해도 공간이 없어 상자에 담아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뜻을 모아 반드시 역사관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日 배상금 나오면 전쟁피해 여성 위해 기부”

    “日 배상금 나오면 전쟁피해 여성 위해 기부”

    “13살 때 끌려간 이후 72년 동안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우리처럼 아픔을 당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니 배상금이 나오면 그들을 위해 써주길 바랍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왼쪽·85)·김복동(오른쪽·87) 할머니는 8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으로부터 법적 배상금을 받게 되면 전쟁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이 당장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 할머니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른바 나비기금이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고치 속 누에같이 오랜 시간 고통을 받던 여성들이 나비처럼 훨훨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라면서 “할머니들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에게 릴레이 후원을 받아 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비기금이 지원할 첫 대상자로는 콩고인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가 선정됐다. 20년 가까이 내전이 계속되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2009년 한 해에만 80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 있다. 자신 역시 성폭행 피해자인 마시카는 1999년부터 피해 여성과 아동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기금은 5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개관에 맞춰 마시카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외면하는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처럼 시야가 넓어졌다.”면서 “나비기금은 할머니들의 배상 요구가 결코 돈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고통받는 콩고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조선시대 ‘日記 뱅크’ 마련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조선시대 ‘日記 뱅크’ 마련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조선시대에 살았던 조상들은 어떤 일기를 썼을까. 설명이 많으면 감동이 없는 법, 흥미로운 몇 가지 예로 직접 느껴보자. #하나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채 보름도 안 된 1592년 음력 5월 12일 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광해군의 빈궁이 해산을 했다. 광해군이 생산한 첫 자식이다.’ 이 내용은 당시 내원의 제조로 광해군의 분조(分朝)를 수행했던 정탁(1526~1605)의 ‘피난일기’에 적혀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졌던 광해군의 첫 자식 출산이 1598년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 기록은 6년이나 앞당겨져 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왕자인지 공주인지 모르며 이후로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둘 ‘1617년 6월 25일 김택룡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아들 김각이 내일 과거시험을 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시험장에 타고 갈 말을 빌리고 시험 칠 때 사용할 붓을 빌린다. 이전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 사용한 붓을 통해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목욕재계을 한 후 제물을 꼼꼼히 챙겨서 제사 준비를 마쳐둔다. 이후 시험 답안지를 정부 규격에 맞추어 꼼꼼하게 마름질하고 시험 치는 사람의 신상명세를 기록한 녹명단자도 준비한다. 온갖 기원을 담아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시험장에 가야 하는 26일 모든 가족이 모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어머니의 위패를 모셔 제사를 지낸다. 먼 길 떠나는 아이의 편의를 봐 달라고 의흥현감에게 보내는 편지도 작성한다.’ 요즘 수능 시험을 치르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심정과 비교할 수 있어 눈길을 끄는 일기 내용이다. #셋 ‘1780년 8월 15일 맑음. 어느새 명절이 되고 보니 성묘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주막 사람이 돈을 너무 많이 요구하여 노자가 거의 떨어졌다. 명절날 한번 배부르게 먹는 것도 마련할 수 없으니 진실로 한번 웃고 말 일이다.’ #넷 ‘1599년 11월 15일, 조익(趙翊)과 동지사(冬至使) 일행은 황궁의 서관(西館, 사신관)에 머물고 있었다. 이날 명나라 예부에서 관리가 공문을 가지고 와 내일 하사품을 받을 것이라 알려 주었다. 다음 날(11월 16일) 동지사 일행이 대궐로 나아갔다. 명나라 예부주사(禮部主事)는 조선의 사신들에게 하사되는 물품을 감독하여 지급하였다. 표저의(表紵衣) 각 두 벌, 흑단(黑段) 4필, 황기(黃綺) 각 4필, 청(靑, 청포) 2필 등의 물품이다. 그리고 사신의 옷에는 협금(挾金)을 사용하였고 하사품의 양도 두 배로 하였다. 수행원에게는 다만 견의(絹衣) 한 벌, 청(靑) 2필을 지급하고, 화청(靴淸) 등의 물품도 있었다. 광록시(光祿寺)에서 규례대로 일상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는 것은 5일에 한 차례, 사신과 수행원 21명에게 지급하였다. 돼지고기 52근(斤) 8냥(兩), 향유(香油) 2근 10냥, 염장(鹽醬) 각 5근 4냥, 화초(花椒) 4냥, 엽채(葉菜) 3근 4냥, 쌀 1석(石) 5승(升), 술 52병 반, 야채 2근 6냥이었다. 황제가 내리는 일상 생활 물품은 단지 한 차례 내려주는데 양(羊) 네 마리, 거위 네 마리, 닭 여섯 마리, 다식(茶食) 네 접시, 호두 네 접시, 향유 2근 10냥, 염장 각 5근 4냥, 화초 5냥, 엽채 3근 4냥, 쌀 2석 1두 1승, 술 42병, 야채 26근이었다.’ 당사자가 직접 쓴 일기도 있고 옆에서 본 사람이 쓴 내용도 있다. 얼핏 봐도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말 그대로 재미가 무궁무진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에 소장돼 있다. 200자 원고지 4장 분량의 일기 목판이 무려 6만 3000여장이나 보관돼 있다. 10만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국내 유일의 10만대장경을 기록하는 셈이다. 그저 단순한 일기뿐만이 아니다. 첫째 예에서 보듯 정탁의 ‘피난일기’는 사료적 가치가 보물급이다. 현재 번역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 말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김병일(67) 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김 원장은 국학진흥원뿐만 아니라 선비문화수련원의 이사장도 맡아 ‘선비정신’의 전파,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두루마기가 잘 어울리는 김 원장에게 먼저 국학진흥원에 수집된 자료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고문서와 고서, 목판 등과 같은 민간 소장 전통 기록 유산이 주류를 이룹니다. 기탁 수집 방식을 통해 국학 자료 33만 9000여점이 보존돼 있어 국내 한국학 관련 연구소 가운데 최대 소장량을 자랑합니다. 국보급 1종(징비록)과 보물 52종 등 고문서 16만 7000여점, 고서 10만여점, 일기류 목판 6만 3000여점 등의 다양한 문화재 자료가 보관·보존돼 있지요.” 기탁 수집 방식이란 원 소장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수집된 자료에 대한 관리와 연구 및 학술적 가공의 권리만 가지는 제도를 말한다. 이 방식은 국학진흥원에서 처음 채택했다. 국학진흥원의 보물창고라고 알려진 ‘장판각’으로 장소를 옮겨 인터뷰를 계속했다. “장판각에 보관된 일기류 기록 자료들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됩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러한 일기류 자료 가운데 사료적 가치가 높고 문화 콘텐츠 산업에 활용 가능한 일기류를 선별해 번역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요. 한문으로 기록된 자료를 한글로 옮김으로써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해소하면서 이야기 소재 뱅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00여개의 소재를 개발했고 올해도 600여개의 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향후 1만여개의 이야기 소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창작자들을 위한 최대의 창작 인프라를 구축해 우리의 이야기에 기반한 세계적인 한류의 전진 기지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장판각에 보관된 일기류들은 우리나라 선비·유교문화의 실생활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특별하다. “선현들이 남긴 거룩한 내용(일기)들이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 여러 사극도 이런 소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지요.” 최근 국학진흥원에서는 ‘조선시대 일기류를 활용한 전통문화 콘텐츠 소재 뱅크 활용 방안과 전망’이란 주제로 ‘전통문화 콘텐츠 소재 뱅크 보고 및 시연회’를 가져 창작인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다. 허구의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생생한 사실 정보를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이상의 현실 같은 이야기 소재’여서 창작자들에게는 최고의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시 말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국학진흥원의 장판각 일기 보관소인 셈이다. 세계적인 소설이자 영화인 ‘해리포터’가 영국 전통문화의 결정체라고 한다면 한국판 ‘해리포터’는 전통문화의 보고인 국학진흥원의 장판각 일기를 참고한다면 충분히 생산 가능한 일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이뿐만 아니다. 국학진흥원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손(祖孫) 세대 간의 문화 소통을 통해 미래 세대(유아 및 아동)의 인성을 함양시키고 민족적 정서가 배어 있는 이야기 구연을 통해 민족 문화를 전승하는 사업을 말한다. 3년 전 시작한 이 사업은 56세 이상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지난해 300명, 올해 600명, 내년 1000여명의 이야기 할머니들이 전국 3000여개의 유치원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래동화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이야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런 미담을 들은 아이들이 자라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김 원장은 말한다. 이어 화제를 어른들로 돌려 선비수련원 이야기를 꺼냈다. 2001년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을 맞아 설립된 선비수련원에는 그동안 10만명 가까이 다녀갔을 만큼 해마다 인기를 더해가고 있단다. 처음에는 주로 학생과 교원이었으나 최근에는 관공서 직원, 기업인과 일반인 등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점점 각박해져가는 오늘날에 선비 정신의 중요성을 새삼 체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퇴계 선생의 청량산행 시를 인용한다. ‘산봉우리 봉긋봉긋, 물소리 졸졸/새벽 여명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네/강가에서 기다리나 임은 오지 않아/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 친구 이문량에게 쓴 시로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김병일 원장은 194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63년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나온 뒤 서울대에서 사학과와 행정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를 거쳐 재정경제원 국민생활국장(1994), 국회예산결산특위 수석 전문위원(1995~1997), 통계청장(1997~1998), 조달청장(1999~2000), 기획예산처차관(2000~2002), 금융통화위원(2002~2003), 기획예산처장관(2004~2005), 한국개발연구원 자문위원(2005~2008)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황조근정훈장, 청조근정훈장 등이 있다.
  • 위안부 할머니 ‘살신성인 유언’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으로부터 법적 배상금을 받게 되면 아프리카 내전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전액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8일 104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6), 길원옥(85) 할머니가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금을 받게 되면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에서 성폭행 피해를 본 여성들을 돕는 데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하겠다고 7일 밝혔다. 길원옥 할머니는 201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주독 콩고대사로부터 할머니의 투쟁이 콩고의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격려받기도 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이 당장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할머니들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나비기금’을 만들어 오는 5월 콩고 성폭행 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콩고인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에게 일차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아울러 가수 이효리(33)씨가 나비기금의 첫 주자로서 기부금을 전달하겠다고 정대협에 의사를 밝혔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이분들 떠나면 日 영원히 기회 잃어”

    “이분들 떠나면 日 영원히 기회 잃어”

    이명박 대통령은 1일 “군대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며 일본 정부에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3·1절 제93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평생 마음에 아픈 상처를 갖고 살아온 할머니들은 이제 80대 후반을 훌쩍 넘겼다.”면서 “이분들이 마음에 품은 한을 살아생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가 일본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제기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다시 촉구함에 따라 일본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한편 3·1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군대 위안부 피해자 57명에게 편지와 함께 국산화장품과 꿀세트 등 선물을 보내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편지에서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았던 지난해 12월 작은 소녀를 조각한 평화비를 세워 일본 정부의 반성과 화해를 촉구하셨지만, 여러분의 그 간절한 소망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보고 저는 큰 실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평생 마음에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온 여러분께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이 한·일 간 다른 어떤 외교 현안보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 살아생전에 마음의 한을 풀어 드리지 못하면 일본은 영원히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양심의 부채를 지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집권 5년차 MB ‘인권’에 소리 높인다

    집권 5년차 MB ‘인권’에 소리 높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적으로 꺼내 든 것은 최근 탈북자 문제에 대해 발언 수위를 높여 온 것과 함께 다목적 포석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는 “탈북자가 범죄자가 아닌 이상 중국 정부가 국제규범에 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며 중국 정부를 향해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탈북자 북송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모두가 해야 할 일을 혼자 하고 있어서 미안하고,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지금껏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일은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 모두의 일이자, 양심을 가진 세계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는 ‘군위안부’라는 표현을 쓰면서 일본 정부에 강도 높게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뒤 두달여 만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3·1절과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었다. 2009년과 2010년엔 대일 메시지가 아예 빠졌고, 지난해 3·1절에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일본이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는 선에서 그쳤다. ●위안부 할머니에 편지·화장품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중 있게 지적했다. 대신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문제를 외면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이 대부분 고령으로 여생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급한 상황임을 감안, 양국 현안의 초점을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한·일 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촉구한 것”이라면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태세를 이달 안에라도 보이면 사전조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8·15 광복절은 너무 늦고, 지금이 지적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토문제는 우리가 굳이 먼저 꺼낼 필요가 없고, 교과서 문제 역시 일본 쪽의 결과가 안 나온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거론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영토·교과서 문제 먼저 거론안해 이 대통령이 이처럼 탈북자, 위안부 문제 등 인권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글로벌 국격 외교와 경제·자원외교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성과를 거둔 만큼 임기 마지막인 올해에는 인권외교에서 보다 진일보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이에 더해 인권 문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국민 다수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자칫 선거의 해를 맞아 우려되는 국론 분열을 최소화할 카드로 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정부 “위안부 한·일 협의 다시 제안 검토”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양자협의를 다시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답변에 따라 양자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최종 판단되면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17일 “이미 지난해 9월과 11월 일본 측에 양자협의를 제의했으며 일본 측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중재위원회에 바로 회부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양자협의 결과에 따라 중재위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측에 양자협의를 다시 제안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8월 말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차례 양자협의 제안과 한·일 외교장관회담, 정상회담 등을 통해 우리 측 입장을 충분히 전했고, 일본 측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 양자협의 제안 등을 통해 일본 측의 최종 답변이 나오고, 이것이 양자협의 결렬로 판단되면 중재위 단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은 일본 측에 양자협의 수용을 다시 한번 촉구한 것으로, 일본 측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외교부는 일본을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국제법률국 중심의 청구권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이 지난해 말 위안부 할머니들이 머무는 나눔의 집을 방문한 데 이어, 조만간 관련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쉼터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한·일 관계를 담당하는 동북아1과 관계자들도 할머니들과 만나 위로하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환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대한국제법학회 초청으로 방한한 게이 맥두걸 전 유엔인권위원회 특별보고관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日외상, 독도망언 즉각 철회하라”

    “日외상, 독도망언 즉각 철회하라”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24일 일본 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외교통상부는 2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이 같은 주장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우리 정부는 겐바 외무상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런 주장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겐바 외무상이 전례 없이 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에 관한 부당한 주장을 내세운 점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거듭 다짐해 온 미래지향적 한·일 동반자관계에 역행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우리 정부는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일본의 어떠한 기도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는 오후 가네하라 노부카쓰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강력 항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편 김성환 외교장관은 오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청사로 초청, 1시간 가량 면담을 했다. 할머니들은 면담에서 외교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에 소홀했다고 질타했으며, 김 장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양자 협의 및 중재위원회 회부 추진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봉하 찾은 한명숙… 총선행보 출발점은 최대격전지 부산

    봉하 찾은 한명숙… 총선행보 출발점은 최대격전지 부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시작했다. 출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이다. 유력한 야권대선주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최고위원 등이 출마하는 부산은 12월 대선 승리의 판도를 가늠할 정치 지형 변화의 바로미터이자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겨울비가 흩뿌린 18일 한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영남지역에 도전장을 낸 문성근·김부겸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 전원, 문 이사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 참배했다. ‘민주화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고 비석 앞에 새겨진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을 바라보던 한 대표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남기신 과제인 지역주의를 깨뜨리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기자들과 만나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 있는데 승리를 일궈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바윗덩어리처럼 누르는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2012년 승리의 역사를 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사저에서 20분간 비공개로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권 여사는 대문 앞까지 나와 한 대표를 맞았다. 한 대표는 “내일(19일) 광주에 다녀와서 채비를 갖추고 (총선을 향해)달려 나가겠다. 부산·경남 승리의 교두보를 만드는 데 최선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절망 속에 살았는데 너무 좋다.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한 대표는 이어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첫 지역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현직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첫 회의를 부산에서 연 것은 그만큼 ‘김해·낙동강 전투’에서 총선 승리, 정권교체의 파장을 최대한으로 확대하자는 여망이 담겨 있다. 부산진구는 김영춘 전 최고위원, 사하구는 조경태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한 대표는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 열풍과 지역구도 타파의 진원지”라면서 “부산에서 총선 승리 대장정을 시작한다. 부산에서 바람이 일어 전국 정치 지형의 지각 변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전시장 상인들과 한 시간가량 간담회를 갖고 시장을 돌며 바나나를 사는 등 장바닥 민심을 살폈다. 또 사하구 장림공단에서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을 들었다. 한 대표는 어려운 부산 경제를 거론하며 “여러분이 총선에서 힘을 주셔야 부산 경제를 살리는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장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도 찾아와 “11개월 동안 할머니들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발 도와 달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19일에는 광주에서 두 번째 지역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5·18 묘역을 참배하는 등 호남 민심을 챙길 예정이다. 당의 근간인 호남 유권자들을 다독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사건Inside] (16) “감히 나를 모함해?”…가양동 ‘일진 할머니’의 기막힌 복수

    [사건Inside] (16) “감히 나를 모함해?”…가양동 ‘일진 할머니’의 기막힌 복수

    서울 가양동의 조용한 임대아파트 단지가 난폭한 70대 여인에 의해 공포의 도가니로 변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이곳에 혼자 살던 정모(73)씨. 겉으로는 독거노인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선행을 베푸는 척 했지만, 뒤로는 힘없는 사람의 돈을 갈취하며 폭력까지 휘둘러댄 나쁜 노파였다. 고령의 노인들은 겨우내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정씨가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동안 보복을 두려워한 주민들은 그저 쉬쉬할 수 밖에 없었다. ●돈 뽑아 준다며 몰래…독거노인 도우미의 두 얼굴  “언니, 또 돈 뽑으려고? 몸도 성치 않은데 뭣하러 은행까지 가요. 내가 마침 근처에 나갈 일이 있으니까 대신 찾아다 줄게요. 통장 이리 줘요.”  정씨가 이곳 노인들 사이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다. 정씨는 ‘믿음직한 동생’으로 통했다. 활달한 성격과 기력으로 자신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그에게 노인들은 호감을 넘어 의지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정씨는 자식 없이 혼자 산다는 점을 내세워 비슷한 처지의 할머니들과 깊은 공감대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속임수였다. 노인들에게 믿음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자 통장 관리 등 갖은 핑계를 대며 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항의하면 갑자기 인상을 바꿔 험악한 말을 하고,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씨는 피해자들에 의해 고소당했고 절도 등 혐의로 기소돼 2010년 1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복수심에 불탄 70대 할머니, 온 동네를 공포로…  “감히 나를 모함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정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자기를 고소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며 갖은 행패를 부렸다. 아파트 기물을 파손하고 공연히 주민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정씨의 깊은 복수심은 지병인 관절염의 고통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말 우울증으로 발전했다. 폭력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졌다. 주민센터에 들어가 폐쇄회로(CC) TV를 더 설치하라며 난동을 부렸다.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노인들의 집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거의 실성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인데 문좀 열어달라.”고 거짓말을 해 노인들을 속인 뒤 문이 열리면 준비한 망치로 유리창과 신발장을 박살내고 화분을 집어던졌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경찰에 붙잡힌 이달 4일까지 20여일동안 15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동네에 노인들을 폭행하고 물건을 부수는 할머니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개 80세 안팎의 고령인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  경찰의 설득으로 결국 노인 8명이 피해자 진술을 했고, 경찰에 붙잡힌 정씨는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 “동네 노인들이 거짓진술을 해 억울하게 재판을 받은 게 너무나 억울했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 11일 재물손괴와 폭행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며 불필요한 것들은 비우고, 새것을 채울 때지요. 송구영신의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골랐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제외했습니다. 대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채웠습니다. 아울러 주변에 돌아볼 곳이 많은지도 고려했습니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해돋이 명소] ■전남 장흥 소등섬 정남진…소록도·거금도 사이 떠오르는 해 장흥은 흔히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린다.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 기준으로 정확히 남쪽이란 뜻이다. 정남진 바닷가에 소등섬이란 해돋이 명소가 숨겨져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됐던 남포마을 앞 작은 섬이다. 득량만을 붉게 물들인 해가 소등섬 위로 떠오를 때면 더없이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산읍 삼산리의 정남진 전망대(46m)에서 맞는 해돋이도 좋다. 올해 완공됐다. 소록도, 거금도 등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새해 1월 1일 떡국 무료 제공 등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맛집 남포마을은 석화구이로 유명한 곳. 해양낚시공원 내 어판장에서 사먹는 세발낙지도 맛있다. 바지락 회무침은 이 계절의 별미. 수문 해변 ‘바다하우스’가 많이 알려졌다. 주변 볼거리 억불산 아래 우드랜드가 첫손 꼽힌다. 편백숲을 거닐 수 있는 ‘말레길’이 최근 조성됐다. 찜질방 ‘소금집’은 추위를 녹이기 좋다. 보림사와 활기찬 토요시장도 둘러볼 만하다. ■경남 남해 금산 남해의 금강…38경 암봉들의 엘도라도 금산(701m)은 남해 금강, 혹은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산이다. 이른 아침이면 너른 남해를 적신 붉은 태양 빛이 보리암 뒤편 금산 38경 암봉들에 부딪치며 엘도라도를 펼쳐낸다. 금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망대. 금산을 둘러싼 만경창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일출은 나라안 절경 중 절경으로 꼽힌다. 맛집 서면 스포츠파크호텔 맞은편의 부산횟집은 회무침처럼 섞어 내는 물회로 유명하다. 주변에 횟집 타운이 형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가천리 다랭이마을은 ‘전국구’ 명소. 설흘산 자락을 타고 논들이 층계를 이루고 있다. 망운산에서 굽어보는 풍경도 시원하다. 물건마을과 미조항을 잇는 물미해안도로는 아홉 고개 아홉 구비를 돌아가며 비경을 속속들이 토해낸다. 서상면에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남면해안도로와 이동면에서 앵강만을 끼고 지족마을 창선교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도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전북 임실 국사봉 물안개 명소…그위에 ‘명품’ 해돋이 임실과 정읍 등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물안개의 명소다. 옥정호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국사봉 정상에 서면 짙은 물안개 위로 방울토마토를 닮은 빨간 해가 솟는다. 물안개 아래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위로는 철새 서너 마리가 헤엄치듯 날아가는 몽환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운암리와 쌍암리를 잇는 옥정호 순환도로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경관도로 52선에 포함될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맛집 범어리 들어가는 길의 강나루식당은 붕어찜을 잘한다. 일송정가든은 민물매운탕으로 입소문 난 집. 주변 볼거리 관촌면 덕천리 임실 치즈마을(www.임실치즈마을.com)에서는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관촌면 관촌리 사선대(四仙臺),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용암리석등(보물 267호) 등도 볼 만하다. ■경남 합천 오도산 산들의 바다…수십개 봉우리의 파도 오도산(1134m)은 크기에 견줘 참으로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덕유와 기백, 북쪽으로 가야, 남쪽은 황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그야말로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멋들어지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폭이 좁아 교행에 주의해야 한다. 맛집 해인사 아래 ‘합천명품토종흑돼지’는 토종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집. 합천초등학교 맞은편의 ‘어신민물매운탕’은 어탕국수가 일품이고, 합천호 인근 ‘고가식당’은 전통주인 ‘고가송주’로 입소문 났다. 주변 볼거리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느 세트장과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단연 앞선다. 해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명소. 가야산과 합천호도 겨울 풍경이 좋은 여행지다. [해넘이 명소] ■경남 창원 해양관광로 감동 그자체…화려함 넘어 선정적인 풍경 이제는 창원에 통합된, 옛 마산의 구산면 신촌삼거리에서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에 이르는 바닷가에 해양관광로가 조성돼 있다. 이름은 촌스럽지만, 빼어난 풍경을 품은 도로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들이 버섯처럼 바다 위에 솟아 있고, 멀리 하동 등 내륙의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마시라. 해가 진 뒤 10분여 동안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호수 같은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든다.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인 풍경이다. 맛집 옛 마산 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구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들은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주변 볼거리 국화축제가 열리는 돝섬은 옛 마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900여개의 돌탑이 신비한 팔룡산 등도 볼 만하다. ■경남 사천 비토섬 별주부전 무대…바다 열리면 붉은토끼가 사천 끝자락의 비토(飛兎)섬은 ‘별주부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서포면 선전리와 비토교로 연결돼 있다. 비토섬 동쪽 끝에 서면 월등도와 거북섬이 보인다. 그 뒤편에 토끼섬과 목섬이 있다. 비토섬은 썰물 때 찾아야 한다. 비토섬은 아무때나 찾을 수 있지만, 이어진 월등도와 토끼섬 등은 썰물 때라야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토섬 어디나 낙조 감상 포인트다. 굳이 꼽으라면 선전리 선착장을 놓치지 않는 게 좋겠다. 맛집 삼천포어시장, 선진횟집단지 등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쥐포’는 삼천포의 특산물. 비토섬 비토초등학교 앞에 비토 갯벌에서 채취한 굴을 파는 할머니들이 몰려 있다. 주변 볼거리 한용운과 김동리가 머물고 간 다솔사, 비봉내마을 대숲,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와 남일대 해수욕장의 코끼리바위,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5개 연륙교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충남 서산 황금산 적벽도…해거름이 절벽에 그린 그림 황금산은 체구는 작아도 바다와 만나는 가로림만 해안가에 ‘국립공원급’ 절경을 숨겨두고 있다. 황금산의 자랑은 해거름 풍경이다. 바닷가 절벽들이 저물녘 햇살에 활활 타오르며 적벽도(赤壁圖)를 그려낸다. 날물 때 가야 코끼리 바위 등 다양한 갯바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석유 정제 공장들의 야경은 컬트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맛집 서산시청 뒤 ‘진국집’은 토속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삼길포항에 정박된 어선 위에서 맛보는 해산물도 별미다. 주변 볼거리 동틀 무렵 삼길산에 오르면 다도해 같은 서해 너머로 해가 뜨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너른 대호방조제와 어우러지며 기막힌 풍경을 선사한다. 삼길포 바로 뒤에 산정까지 차로 오르는 길이 나있다. ■경기 안산 탄도항 풍력발전기 너머…선홍빛이 된 바다 탄도항은 최근 서정적인 일몰 풍경으로 부쩍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다. 가장 큰 볼거리는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1.1㎞의 물길 가운데에 솟은 거대한 풍력발전기다. 높이 100m짜리 3기가 들어섰다. 이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면서 주변 바다를 온통 선홍빛으로 물들인다. 누에섬까지는 썰물 때 오갈 수 있다. 누에섬엔 17m 높이의 등대와 함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어촌민속박물관(032-886-2912)에서 물때를 알려준다. 맛집 명동회관은 푸짐한 양이 자랑인 횟집. 우리밀칼국수는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로 입소문 났다. 모두 대부북동에 있다. 탄도항 초입에도 횟집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아홉개 봉우리로 이뤄진 구봉도가 독특하다. 대부도가 지척이고, 시화호 갈대습지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 ‘수사해우소’를 아십니까

    ‘경찰이 운영하는 수사해우소(搜査解憂所)를 아시나요.’ 강원 강릉경찰서가 올해 초부터 운영하는 ‘수사해우소’는 수사과장실을 일반에 개방, 수사과장이 민원인의 억울함이나 수사관의 고충을 직접 대면하며 해결해 주는 제도다. 과장실 간판이 아예 수사해우소다. 민원인이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수사과장이 수사관과의 만남을 주선해 해결을 꾀하고 있다. 민원인의 진정이 사실로 드러나면 수사관을 교체하거나 재수사도 할 수 있다. 아울러 수사관에게 복잡한 사건의 법률을 조언해 주고 자체 토론회를 통한 최신 수사기법을 공유하면서 수사관의 어려움도 해결해 준다. 강릉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3000여건의 고소·고발·진정 사건 가운데 100여건이 수사해우소를 통해 해결됐다. 소통의 장소로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수사해우소는 비상장 주식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에 수사관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하려 한다는 민원인의 진정을 접수했다. 결국 수사과장이 비상장 주식 거래에 대한 재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를 자체적으로 밝혀내 억울함을 해결했다. 또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의 ‘위안부 할머니 명예훼손 사건’은 할머니들의 거주지인 서울로 관행대로 반송하지 않고 사건이 접수된 강릉에서 수사하도록 독려해 결국 피의자를 밝혀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피해 확산도 방지하는 등 깔끔하게 해결한 것이다. 허행일 강릉서 수사과장은 “부임하면서 처음 도입한 수사해우소가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제도로 정착하니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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