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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힘모아 위안부 문제 풀자”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하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피해자와 전 세계 활동가들이 모이는 제9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 연대회의가 23~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재일 한국 YMCA 건물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등지의 피해자와 앰네스티인터내셔널 활동가 등 300여명이 모인다.1992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린 이 회의는 일본 정부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피해국 활동가들이 만들었다. 올해는 각국 활동가들의 경과보고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 공개 심포지엄과 공동 결의문 채택 등을 할 예정이다. 올해 회의를 주최하는 일본의 아시아연대회의 실행위원회 대표 다카하시 기쿠에는 “지난해 미국·캐나다·네덜란드 하원과 유럽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과거 아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의 세계적 인권문제라는 사실이 부각됐다.”면서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하루 속히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 결의를 채택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원옥(81), 이수산(82), 이용수(81)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 곽 의원은 “필리핀, 타이완, 한국 등 결의안을 채택한 나라들이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에 맞춰 올해 연대회의의 분위기는 사뭇 뜨겁다.”면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섹시한 ‘봉 댄스’ 추는 70대 할머니 화제

    기다란 봉을 기어오르거나 유연한 춤 실력을 뽐내는 봉 댄스는 그동안 젊은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한 댄스클럽에서 60~70대 할머니들이 화려한 봉 댄스를 선보이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안 갤라허(74)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또 다른 할머니 3명과 함께 젊은이들도 하기 힘들다는 봉 댄스에 과감히 도전했다. 맨체스터 근처 댄스클럽에서 무료로 실시한 봉 댄스 수업을 수강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고. 할머니는 현란한 춤사위나 곡예를 연상케 하는 고난이 동작은 하지 못하지만 봉을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올라가는 동작을 매끄럽게 해낸다. 또 나이에 비해 유연함을 감춰 리듬을 타 주변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있다. 갤라허 할머니는 “그동안 취미로 수도쿠(일본에서 개발된 퍼즐게임)만 하다가 좀 더 활기찬 활동을 하고 싶어 봉 댄스를 시작했다.”며 “처음 봉 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지금은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 캐시 시몬드(62)는 “봉 댄스를 추니 허리 아팠던 것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얼굴에 있던 주름살도 없어지는 것 같다.”며 “조만간 할머니들의 봉 댄스 무대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고물상에서 만난 다양한 삶들

    고물상에서 만난 다양한 삶들

    제 역할을 다한 물건을 우리는 ‘고물’,‘쓰레기’라 부른다. 그런데, 그 쓸모없는 것들을 찾아 허리를 굽히며 소박한 자세로 삶을 엮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수십, 수천 가지의 물건만큼 다양한 얼굴을 지닌 ‘인생 만물상’들이 모이는 곳. 서울 신월5동 가로공원 길에 나란히 자리한 세 개의 고물상이다.KBS 1TV ‘다큐멘터리 3일’이 그곳에서의 사흘을 기록했다. 새달 1일 오후 10시10분 방영되는 ‘인생 만물상-신월동 고물상 72시간’편에서다. 고물상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진다. 고장난 밥솥, 유행 지난 헌 옷, 구식 라디오 등 고물상으로 들어오는 물건 값는 단돈 몇 백원부터 몇 만원까지. 종일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주운 물건을 싣고 고물상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굽은 허리로 고물을 수거하는 안막내 할머니. 그는 언어 장애와 청각 장애를 지닌 두 아들을 대신해 18년째 고물줍기로 살림을 꾸린다. 그의 유일한 단짝은 자신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광덕 할머니. 하지만 두 할머니들의 하루벌이는 고작 2500원이다. 먹을 것이 없어 저녁식사로 설탕물 한 그릇을 마셨다는 할머니는 고물상에서 얻은 요구르트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마신다. 그런가 하면 ‘투잡족’도 있다. 아침, 저녁에는 고물을 줍고, 오후에는 장사하는 아주머니. 페인트공으로 일하면서 일이 없을 때는 오토바이로 고물을 모으러 다니는 아저씨 등 사연도 다양하다. 이제 갓 서른인 홍근표씨는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다. 제작진이 고물상에서 만난 최연소 고객인 그는 “땀 흘린 만큼 벌 수 있는 이 직업에 청춘을 걸었다.”고 당당히 말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노래방 가사 이젠 읽을 수 있어요”

    “노래방 가사 이젠 읽을 수 있어요”

    “노래방도 가고, 버스도 맘대로 탈 수 있어 너무 좋아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수원시 우만동 우만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에서는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던 할머니들이 뒤늦은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20여명의 할머니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시집을 갔고 남편 내조와 자식 교육에 평생을 바치다 어느새 환갑을 넘겼다. 그러다 보니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노래방도 못 가고, 신문도 못 보고, 버스노선도 못 읽어 답답한 나날을 보내 왔다.2004년 수원시가 이 곳에 한글교실을 개설한 후 까막눈 할머니들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글을 몰라 혼자서는 버스도 탈 수 없었는데, 여기 오면서 심 봉사가 눈을 뜨게 됐어.” 중급반에 다니고 있는 전원자(80·우만동) 할머니는 “글을 몰라 그 동안 손주녀석 대하기도 창피했었는데 이제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길거리 간판을 읽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김진심(69·조원동) 할머니는 최근 노래교실에 등록했다. 한글교실 김민화 교사는 “결석하는 할머니는 찾아볼 수 없고 수업태도도 너무 진지해 가르치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만종합사회복지관 노소현 과장은 “의기소침했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터득한 후 자신감이 생겨나면서 사회 생활도 왕성해졌다.”고 설명했다. 노인 한글교실은 2004년 경기도 문예기금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수원시가 추진하고, 사회복지법인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글 사진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길섶에서] 호수공원의 힘/임태순 논설위원

    공간은 그곳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좌우한다. 아무리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라도 젊은 연인들이나 노년층 또는 10대 등 특정층이 독점하고 있다면, 그들에 의해 성격이 규정돼 그들의 점유물이 되고 만다. 서울 탑골공원이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곳이지만 역사와 유래의 깊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오랜만에 일산 호수공원을 찾았다. 가을비와 함께 늦더위도 물러나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부부들, 열심히 공원 산책로를 걷는 할아버지·할머니들,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젊은 연인들.50대 아줌마 군단들은 뭐가 신나는지 잔디밭 그늘에 앉아 연신 웃음꽃을 터뜨렸다. 언제 찾아도 반갑고 정겨운 모습이다. 힘차고 생기차다. 호수공원 구성원들의 사랑, 우애, 우정 등이 이곳에 다른 이물질을 끼어들 수 없게 한다. 새삼 호수공원의 힘을 느끼면서 나도 그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난 네게 반했어(KBS2 오전 9시) 제주도에 간 항구와 미경, 우진과 민선은 농업연구소에서 흑돼지 관련 연구에 대해 조사하고, 민선의 속마음을 모르는 우진은 신이 나 있다. 점순은 모두의 걱정 속에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현자는 점순에게 사과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온다. 한편, 민서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넋이 나가는데….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최근 어린이들의 시력 저하 현상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근시, 난시, 원시 등 다양한 현상과 그에 맞는 대처방법 및 치료법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동안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소아사시에 대한 원인과 치료방법, 적절한 수술 시기 등을 연세대 홍영재 의학박사와 함께 명쾌하게 풀어본다. ●춘자네 경사났네(MBC 오후 8시15분) 집을 나온 분희는 몰래 정연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한편, 주리는 정우에게 분홍을 사랑한다고 가족들에게 고백한 주혁의 행실을 보고한다. 이를 우연찮게 듣게 된 정연은 충격을 받지만 주위의 시선에 감정을 누르고 주혁을 찾아가 다시 시작해보자고 애원하는데….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이 개막된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선수단과 체육회, 서포터스로 구성된 ‘팀 코리아’를 조직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응원과 대외홍보, 선수단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몸이 불편한 선수단을 위해 통역은 물론 의료와 안내서비스를 제공한다. 팀 코리아의 역할을 들여다본다. ●미스터리 특공대(SBS 오후 11시5분) 원인도, 이유도 알 수 없는 미묘한 병, 신병. 신병의 고통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동시에 무병의 고통을 받고 있는 부부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무병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 신내림을 선택한 자들과 거부한 자들의 특별한 인생과 그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현상들을 함께 엿본다. ●사미인곡(KBS1 오후 7시30분) 지난해 11월 경남 의령군에서 전국 최초로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를 실시하면서 수십년째 혼자 살아온 여섯 명의 할머니가 함께 지내게 됐다. 서구순, 김순님, 이두석, 조삼수, 김종순, 박정연 등 여섯 할머니들이 바로 그 주인공.“‘열 영감’ 부럽지 않다.”며 서로 어깨를 다독일 만큼 이들의 우정은 돈독하다.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인간의 몰인정 반성 ‘여락 사진전’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인간의 몰인정 반성 ‘여락 사진전’

    차를 몰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를 넘어 상당히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차에 치여 죽은 짐승을 보게 될 때 특히 그렇다. 생명이 무참히 꺾인 모습도 안됐고, 바쁘다는 핑계로 화급히 이를 피해 달아나는 내 자신의 모습도 부끄럽다. 옛날 할머니들은 개숫물을 버릴 때 벌레가 데어 죽을까봐 물을 식혀서 버리곤 했는데, 그런 인정을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13위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102위의 낮은 수준이라는 사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다는 보도가 일러주듯, 우리는 더 이상 인정을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덕목으로 꼽지 못한다. 여락의 개인전 ‘삶을 위한 진혼곡’(10월5일까지,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은 그런 몰인정에 대한 반성을 담은 전시다. 여락은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 이른바 ‘로드킬(roadkill)’을 수습해 장례를 치러주고, 그 과정을 사진에 담아온 작가다. 어쩌면 길을 지나며 우리가 느끼는 미안함을 구체적인 속죄의 행위로 대변해 주는 극소수의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는 화장, 풍장, 매장 등 여러 가지 형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풍장의 예를 들면 이렇다. 동물의 주검을 솜으로 만든 깔개 위에 올려놓는다. 그 위에 물감으로 추도사를 쓴다. 한참 시간이 지나 장례 현장을 다시 찾으면 솜 깔개 위에 뼈 몇 개만 앙상히 남아 있다. 거기에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처럼 물감을 마구 흩뿌린다. 그 뒤 사진을 찍고, 사진과 물감이 덮인 솜 깔개를 함께 전시장에 내건다. 풍장을 하고 난 뒤 남은 뼈를 모아 찍은 사진도 인상적이다. 개 한 마리로부터 나온 뼈를 하나하나 늘어놓으니 우주의 신비를 담은 문자나 기호 같다. 하찮아 보이는 뼈 하나가 저런 신비를 말하는데, 살아 있는 피조물이 우리에게 전하는 신비야말로 그 얼마나 큰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우리의 욕망에 고착되어 그 신비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생명들이 우리의 욕망 때문에 스러진다. 자연이 형성한 길은 곳곳이 구부러져 있고 이리저리 감아 돈다. 인간이 만든 길은 오로지 직선을 추구한다. 그 직선의 이미지는 현대 문명과 합리주의, 테크놀로지의 이미지를 닮았다. 도로든 문명이든 곧게 뻗은 것은 기능과 효율의 가치가 큰 만큼 큰 희생을 낳는다. 동물이 희생을 당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희생을 당한다. 우리가 로드킬을 보며 동정심을 느끼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여락의 ‘삶을 위한 진혼곡’은 우리를 위한 진혼곡이기도 하다. 차를 몰고 집을 나서는 오늘, 좀 더 방어운전을 하자.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생명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 [女談餘談] ‘할머니들’의 수다/유지혜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할머니들’의 수다/유지혜 사회부 기자

    며칠 전 증조할머니뻘 되는 집안의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할머니를 모시고 빈소를 찾았다. 초저녁 무렵에 찾은 상가는 아직 퇴근 시간 전이라 머리가 허옇게 센 친척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르신들은 아흔넷의 연세에 큰 병을 앓지 않고 별세하신 증조할머니를 두고 호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모여앉아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산 자’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려니 죽음이란 것에도 친숙하게 인사할 수 있는 나이의 ‘늙은이’들이 하는 말에는 잔잔한 힘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형님이 올해 몇이유?”,“나 작년에 팔순했어. 동상은 올해 몇이지?” “나 올해 일흔하나지.”,“자네 언제 그렇게 늙었어?그런데 동상 남편은 못 일어서는 건가?” “일어서기야 하는데 옆에서 부축해 줘야지. 옆에 누구 없으면 앉아 있지도 못해요.”,“자네가 힘들겠네.”,“힘들면, 버려요?허허. 저런 늙은이를, 나같은 늙은이 아니면 누가 돌본다고.”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핏줄을 두고 밥먹었냐고 안부 묻듯이 편하게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세월이 보태준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병수발하는 부인이 젊었다면 지극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병마에 시달리는 혈육이 안타깝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함께 늙어가는 그들에게 자리보전하고 누워 자식들 고생시키는 일 하나 빼곤 두려운 일은 없는 듯했다. 이런 무덤덤함은 삶에 대한 애정이 다 되어서가 아니라, 내 삶을 이어받아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자손들을 보면서 얻는 평온에서 나오는 것이라 느껴졌다. 할머니의 수다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됐다. 오랜만에 본 친척들이 모두 너무 늙었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 손녀딸 보고 다 예쁘다니까 기분 최고네.”라고 마냥 좋아하셨다. 지금 내가 할 일은 할머니와 좀더 많은 수다를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지혜 사회부 기자 wisepen@seoul.co.kr
  • “할머니들 마음에 평화 드렸으면”

    지난해 6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일본 위안부 결의안에는 한국 출신 입양인 여성의 활약이 숨어 있었다. 태어난 지 두달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스테파니 드렌카(22·한국이름 신경선)다. 그의 활약은 다양했다. 결의안 통과를 재촉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가 하면 미국판 ‘싸이월드’에 해당하는 페이스북에서 젊은이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 지난해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품위있는 행진(Dignity March)’이라는 시위를 구상하여 위안부 할머니인 이영수 여사와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지역구 하원의원에게도 꾸준히 항의 편지를 보내 “미국은 어떤 환경에서도 여성을 성의 노예로 만들어 인간성을 말살한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드렌카는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제11회 세계한인 차세대 대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자신을 미국으로 입양시킨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자신들의 극악무도함을 감추려 하고 있다.”면서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공립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69세 할머니, 69번째 마라톤 대회 참가

    “마라톤은 나의 삶” 69세의 고령으로 생애 69번째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영국 여성이 해외언론에 소개되며 화제에 올랐다. 영국 데번(Devon)주에 사는 폴린 뉴스홈(Pauline Newsholme) 할머니는 지난 1981년부터 여러 국가를 돌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최근 에딘버러 대회에서 69번째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뉴스사이트 ‘캐나다닷컴’(canada.com) 등이 보도했다. 폴린 할머니는 뉴욕을 비롯해 헬싱키, 토론토, 더블린, 베니스, 파리 등 유명 도시의 마라톤 대회는 대부분 참가했다. 특히 런던 마라톤은 총 10회 참가했으며 몇 번은 남편인 에릭(72)과 함께 하기도 했다. 폴린 할머니는 “남편이 런던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응원하러 갔다가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처음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옥스퍼드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을 때 절반까지 힘이 들지 않아 자신감을 얻고 훈련을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폴린 할머니는 마라톤을 통해 아동복지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지금까지 2만파운드(약 4000만원) 넘는 기금이 모여졌다. 할머니는 “이제 나이로는 다른 할머니들처럼 편하게 쉬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그러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 소녀와 세 할머니의 유쾌한 에피소드

    ‘행복빌라 미녀 사총사’(유영소 지음, 김중석 그림, 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참신한 캐릭터로 신선도에서 점수를 챙기고 보는 창작동화다. 으레 동화 속 할머니의 역할이란 몇몇으로 좁혀져 있게 마련. 죽음의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게 하거나, 결손가정을 배경으로 한 성장동화를 떠받치는 주변적 인물로 그려지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아예 할머니들이 이야기의 기둥이다. 직장 다니는 딸을 대신해 손녀딸을 봐주는 할머니와 그 이웃 할머니들이 엮는 유쾌한 에피소드에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주인공 지현이는 학교가 끝나면 늘 할머니댁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할머니와 위아래층에 사는 할머니들도 언제부턴가 지현이 친구가 됐다. 아래층 할머니의 별명은 ‘뻐꾸기’, 위층 할머니는 ‘팝콘’. 할머니들과 어울려 지내는 지현이는 날마다 즐겁다. 발 냄새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겨대는 청국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할머니들 덕분이다. 이젠 지현이도 할머니들에게 좋은 동무가 돼주고 싶다. 혼자 외롭게 사시는 뻐꾸기 할머니의 생신날. 미국의 아들에게서 전화 한 통 없어 쓸쓸히 눈물을 훔치는 뻐꾸기 할머니를 위해 멋진 파티를 준비해 드린다. 지현이의 ‘마음의 키’도 쑥쑥 커나간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로 운을 뗀 동화는 그러나 갈피갈피에 판타지의 양념을 듬뿍 뿌려 놓는다. 마법사의 양탄자가 불쑥 등장해 아이들 눈을 동그랗게 만들기도 하는, 아이디어가 푸짐한 책이다. 초등저학년.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현장 행정] 용산 ‘경로당 순회 진료’

    [현장 행정] 용산 ‘경로당 순회 진료’

    “시도 때도 없이 사탕이 먹고 싶어. 손자놈 사탕만 보면 금세 입 안에 침이 고인다니까. 당뇨가 심해진 건 아닌지 모르겠어.” 10년 넘게 당뇨로 고생해왔다는 변정희(82)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순옥 용산구 방문간호사가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동안 변 할머니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혈당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나이가 들어 침샘 기능이 퇴화하면 입이 건조해져 단 것이 입에 당길 때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손자 사탕 뺏어 드시면 안 돼요. 보리차를 자주 드세요.” 이 간호사의 답변에 굳어 있던 변 할머니의 표정이 비로소 풀렸다. ●“주기적 방문에 건강 염려 덜어” 지난 5일 용산구 보건소 순회진료팀이 찾은 용산2가동 경로당.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19명의 할머니들은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로의 건강 정보를 교환하며 나름의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소변에 거품이 섞여 나온다는 민복동(80) 할머니의 토로에 “콩팥이 안 좋아서 그렇다.”는 의견부터 “수분 부족 때문”이라는 진단까지 다양한 소견이 나왔다.10년 넘게 당뇨의 고통과 싸워온 할머니들은 ‘당뇨 박사’가 다 된 듯했다. 이날 받은 검사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 등 비교적 간단한 것들이지만 할머니들로선 자신들의 건강상태를 명료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 큰 위안을 받는 듯했다. 박신자(78) 할머니는 “우리끼리 얘기하다 보면 도리어 없던 걱정도 키우게 된다.”면서 “주기적으로 찾아와 주는 보건소 선생님들 덕에 쓸데 없는 근심 걱정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보건소가 진행하는 순회진료의 특징은 개인별 건강기록부를 작성해 건강 상태의 추이를 살피며 차별화된 ‘맞춤형’ 처방을 내린다는 점이다. 기록부에는 몸무게와 혈액형 등 기본 신체정보는 물론 병력과 가족력, 날짜별 혈압·혈당 수치, 상담 및 처방 내용 등이 담긴다. 또 수면상태와 발열·어지럼증 여부, 소화기 및 호흡기 상태, 체중변화, 복약 여부 등 17개 항목의 건강평가 점검표에 날짜별로 상태를 기록한다. 이순옥 보건지도사는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 상당수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라면서 “만성질환 예방과 원활한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개인건강 요구도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관절염·웃음치료 교실도 병행 용산 보건소는 지역 내 76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순회건강관리 서비스를 2003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보건소측은 지난해에만 271회에 걸쳐 3423명의 노인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전했다. 진료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해져 지난해 ‘찾아가는 관절염 교실’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하하호호 웃음치료 교실’을 통해 치매·요실금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를 돕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분기별로 한 차례씩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실시하는 백내장·피부검진 서비스도 지역 노인들의 호평이 대단하다.”면서 “낙상예방이나 맞춤운동교육 등 서비스의 종류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영등포구 한강미디어고 영상동아리 영정사진 봉사

    영등포구 한강미디어고 영상동아리 영정사진 봉사

    “할아버지 화나신 분 같아요. 사진이 잘 나오려면 장가가실 때처럼 활짝 웃으셔야 해요.” 29일 오후 영등포구청 지하에 마련된 영정사진 촬영장. 카메라 앞에 앉은 김해식(79)할아버지와 일일 사진사로 나선 학생 사이에 정겨운 실랑이가 벌어진다. 자손들에게 남길 마지막 사진이란 생각에서인지 할아버지의 긴장된 얼굴이 잘 펴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이렇게?” “아니 좀 더 웃으세요.” “학생. 난 장가갈 때도 안 웃었어. 원래 생겨 먹은 게 그러니까 그냥 찍어.”난데없이 미소 짓기가 어색하고 머쓱한 탓도 있다. 결국 할아버지는 촬영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서야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활짝 폈다. ●봉사활동 하러 충남 당진까지 한강미디어고 영상동아리 ‘불끈’ 소속 학생들은 28일과 29일 영등포구청에서 노인들을 위한 영정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지역 노인들을 위해 학생들은 이틀간 200명이 넘는 노인들의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았다. 촬영한 사진은 얼굴에 난 잡티 등을 제거해 주는 보정 작업을 거쳐 노인들에게 액자로 전달된다. 학생들이 이렇듯 어르신들에게 영정사진 찍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즐겨할 수 있는 사진으로 남을 위한 일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학생의 반응도 노인들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날 구청을 찾은 최정숙(72) 할머니는 “손자 손녀 같은 아이들이 찍어주니까 (영정)사진도 기분 좋게 찍을 수 있었다.”면서 “보기엔 아기같기만 한데 마음 씀씀이가 기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근처인 양평동 주변 노인을 위한 사진 봉사를 시작으로 충남 당진군 영전마을까지 외연을 조금씩 넓혀 나갔다. 그사이 아이들도 차츰 변해 나갔다. ●영등포구 400만원 등 도움 이어져 오용준(19)군은 “시골 마을을 찾았을 때 눈이 안 보이는 한 할머니가 영정 사진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찾아오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하고 바래다드리는 길 내내 남몰래 눈물을 훔쳤는데 그후 봉사에 빠질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봉사하면서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났다고 학교 선생님들도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모습에 구청과 어른들도 도와주겠다며 팔을 걷었다. 영등포구는 400만원 예산을 책정해 ‘액자 만들기’를 지원하는 한편 장소제공과 노인들의 섭외 등 잡일을 도맡아 줬다. 시장 한복집 아주머니는 할머니들을 위한 새 한복을 빌려줬고 한 제과업체 사장님은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어르신들이 먹을 간식을 후원했다. 3년째 사진 봉사를 해온 조혜림(19)양은 “작고 어렵지 않은 일을 해드린 건데 받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해 오히려 미안스러울 정도”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미소를 카메라가 아닌 마음에 담을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이춘성의 건강칼럼] 꼬부랑 할머니 안 되려면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건강 챙기기 캠페인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질병에 따라서는 뒤늦게 건강을 챙겨드려도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허리가 굽어서 고생하는 꼬부랑 할머니나 평생 가사로 허리가 망가져 요통으로 고생하는 할머니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런 환자에게 뒤늦게 건강 효도를 한다고 해서 굽은 허리가 펴지는 것도 아니고, 요통을 덜어주는 뾰족한 방법도 찾기 어렵다. 척추질환은 젊어서부터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가정주부는 평소 다음 세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척추가 굽어지는 것을 예방하려면 평소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의자생활을 주로 하는 서양에는 우리나라만큼 허리가 굽은 할머니들이 많지 않다.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평소 논, 밭에서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만약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15∼20분에 한번씩 일어서서 허리를 쭉 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일할 때도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또 가급적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쪼그리고 앉은 자세는 허리를 펴주는 근육을 망가뜨린다. 쪼그리고 앉는 것만 피해도 노년에 꼬부랑 할머니가 될 위험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둘째, 평소 가정주부들이 하는 일 가운데 허리에 무리를 주는 행동이 많다. 특히 자녀나 손주들을 안아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허리를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정면에서 아이를 안아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허리에 독(毒)이 된다. 아이를 안아주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등으로 업는 것이 좋다. 셋째, 골다공증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나이들어 여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골다공증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골다공증이 야금야금 진행돼 어느날 척추뼈가 주저앉거나 팔목, 고관절의 뼈가 골절되면 비로소 병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골다공증이 진행된 뼈는 다시 강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주저앉은 척추뼈로 인해 척추가 굽은 것을 되돌릴 방법도 없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채식 위주의 식사만 하는 것은 골다공증을 더 빨리 진행시키는 위험한 행동이다. 평소 채소류와 고기류가 모두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日 우익 ‘위안부광고’에 열받아 찍었죠

    日 우익 ‘위안부광고’에 열받아 찍었죠

    김동원(53) 감독은 ‘관계맺기’로 영화를 찍어온 사람이다.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시작이 된 ‘상계동 올림픽’(1988)은 철거촌에서 5년간 살며 만든 것이다.200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표현의 자유상을 받은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송환’은 12년간 그들을 지켜본 결과물이다. ●독립영화의 아버지, 위안부 얘기를 담다 그가 다큐멘터리를 빚은 지 꼭 20년이 지났다.“다큐멘터리 만들었다는 걸 만든 다음에 알았다.”는 감독에겐 이제 ‘독립영화계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인장처럼 달린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대방동 푸른영상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다큐 감독에게 요즘 세상은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20년의 간극을 묻자 자기반성이 먼저 나왔다.“‘상계동 올림픽’은 화질은 열악해 보기 답답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울림이 있어요. 그런 열정이 지금 나한테 있을까 자문해보면 좀 자신이 없네요.” 김 감독이 이번에 유엔인권정책센터가 기획한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 ‘끝나지 않은 전쟁’(63years on제작 드림빌 엔터테인먼트)을 내놓았다. 미국 의회에서 사죄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여론조성용’ 작품으로, 해외방송사를 통해 내보낼 예정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김 감독이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 4월. 처음에는 거절했다. 먼저 상대와 친해져야 카메라를 갖다 대는 그의 작업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뀐 건 지난해 5월 초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일본 우익의 전면 광고를 보고 나서다.“‘위안부 여성을 강제로 납치했다는 증거가 없다. 그들은 고급장교보다 더 돈을 많이 받았다.’는 옛날 일본신문 기사를 보니 열이 나더군요. 그래서 영화를 만들 마음이 생긴 거죠.” 지난해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조교수로 임용된 그는 방학 내내 작업에 매달렸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일본·중국·필리핀·호주를 오가며 촬영을 했고, 겨울방학에는 편집을 했다. 목적이 분명한 작품이라 개인적인 욕심은 줄였다. 분량도 딱 60분이다. “작가적인 욕심은 원래 없었지만 여성과 전쟁의 문제로 확대하고 싶은 맘은 있었는데 포기했어요.” ●‘사죄결의안´ 통과시킬 촉매제 되고파 ‘끝나지 않은 전쟁’은 두 축으로 흐른다. 하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상처와 전후 흉터를 안고 살아온 삶의 진술이다. 한국·필리핀·네덜란드·중국인 할머니 5명이 주인공이다. 다른 축은 1991년 여름, 세상에 처음으로 위안부 사건을 알린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온 것. 바로 사죄결의안의 진행 과정이다.“임무는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할머니들의 살아온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죠. 그리고 일본이 강변하는 주장의 허구를 논리로 깨야 됐고요. 사죄결의안이 통과되는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30∼40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 (일본에 대한) 압력 강도가 달라지겠죠.” 감독은 “‘관계맺기’를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전작 ‘송환’에 등장했던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때 “카메라를 내동댕이치고 울고 싶었다.”던 김 감독이다. ●“하고픈 일, 해야만 하는 일 모두 내 몫”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앞으로 해야 할 작품도 많고 하고 싶은 작품도 많다고 했다. 줄잡아 10개는 된단다. 해야 할 작품은 전작의 속편들이다. 상계동 올림픽, 행당동 사람들, 송환 등의 속편을 계획 중이다. 하고 싶은 작품을 묻자 ‘엽기적’인 거라며 말을 아끼다 겨우 귀띔한다. 오줌을 먹는 것,‘요로법’에 대한 다큐멘터리란다. 내친 김에 “이젠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되지 않냐.”고 묻자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차이가 크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될 거고 해야 될 것도 하고 싶고….” 그건 바로 그가 다큐멘터리 감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위안부 침묵 일본인들에 분노… 역사 잊어선 안돼”

    “위안부 침묵 일본인들에 분노… 역사 잊어선 안돼”

    미국 여성작가가 한국 위안부의 육성을 담은 연극을 국내에 올린다. 30일 개막하는 2008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인 ‘특급호텔’(Hotel Splendid)의 작가 라본느 뮬러(62)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극단 초인 측은 저작권 협상을 위해 뮬러와 접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저작권료 대신 “늘 내 마음 속에 있던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가 위안부 문제에 눈을 뜬 건 5년 전. 가부키를 배우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머물 때였다.“웬 시위대가 지나가기에 주위에 물어 봤더니 다들 대답을 피하더군요. 그런데 한 남자가 슬며시 한마디 했어요.‘위안부 문제요? 당시는 전쟁상황이었잖아요.’ 그의 인식과 사람들의 침묵에 분노해 이 일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8일 내한한 그는 20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동생활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부터 찾아갔다. “수년간 집필을 위해 자료만 보고 미국 내 한인들을 취재하다가 직접 할머니들을 만나 보니 감회가 깊었어요. 한 할머니가 연극 팸플릿을 가슴에 안고 고맙다고 울먹이시더군요. 그분들이 어떻게 그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 남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강한 여성들이고 기적과 같은 일이죠.” 뮬러는 23일 일본 대사관에서 열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일본군 성 노예문제의 연극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진행한다.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층 객관적으로 상황을 그릴 수 있었다는 뮬러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린 것은 언론이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6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안네 프랑크’라는 연극 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신다고 들었어요. 제 작품을 통해 그분들이 영원히 살아계실 수 있길 바랍니다. 역사를 잊는 사람들에게 나쁜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그래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이죠.” 글 사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신작로 저편에서 버스가 달려옵니다. 군데군데 파여 불편하기 짝이 없는 흙길 위로 네 바퀴가 경망을 떨며 달려옵니다. 곧이어 희뿌연 흙먼지가 길가 코스모스꽃 위에 들이닥칩니다. 입으로 불어 흙먼지를 털어내고 나면 온갖 빛깔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잇몸을 드러낸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흙길에 대한 기억입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흙길이 있을까 싶지만, 경북 성주의 0번 버스는 그런 길을 달립니다. 군도 11번을 따라 성주 읍내와 산골마을 작은리(鵲隱里)를 오갑니다. 조금씩 포장공사가 이뤄져 현재는 편도 10여㎞ 거리 중 2㎞남짓한 구간에만 흙길이 남아있습니다. 그마저 순차적으로 포장될 계획이라 하니, 어쩌면 이번 방문이 성주 0번버스가 다니는 흙길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타보시지요. 고즈넉한 산골마을을 달리며 비포장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다면 말입니다. 요금은 2200원입니다. # 마지막 남은 비포장도로… 하루 두 번만 운행 성주군 작은리는 군 내에서도 유일하게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을 만큼 대표적인 오지 중 한 곳이다. 맨 윗동네 거뫼에서부터 아래로 덕골과 삼거리, 모방골, 개티, 배티 등 6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성주군의 대중교통은 경일교통에서 운행하는 0번과 250번 버스 등이 거의 전부다.250번 버스는 주로 대구 등 외지,0번 버스는 군 내를 오간다. 단 두 대의 0번 버스가 하루에 돌아야 하는 코스가 44개. 작은리 코스는 그 중 하나다. 오전 10시, 오후 3시 등 하루 두 번 운행한다. 오전엔 까치산과 칠봉산 사이 하미기재를 넘어 가뫼∼배티를 돌아오고 오후엔 역순으로 돈다. 군데군데 비포장길인 데다, 좁은 산길이어서 대부분 운전기사들이 기피하는 코스다. 오전 10시차. 예상대로 버스 안은 텅 비었다. 성주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나 승객이 좀 있을 뿐 평소엔 빈 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읍내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자 비포장 길이 시작됐다. 낙엽송 터널길을 지나고 나니 오른쪽으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이고 선 가야산이 펼쳐진다. 주변 산들이 시립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가야산이 저처럼 높았던가. 구비구비 산길을 돌다 보면 꼭 산자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놀이기구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짜릿하다. 하미기재(400m) 정상에서 보자니 아랫마을이 여간 까마득한 게 아니다. 그 높은 고갯마루에도 마을 사람들은 논을 일구며 살아간다. 작은리 맨 윗동네 거뫼사는 이규칠 할아버지는 차에 오르자마자 대뜸 하소연이다.“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버스 기사라고 할 말이 없을까.5년째 0번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병국씨는 “비만 오면 산길이 진흙탕으로 변해 여간 위험한 게 아니라예. 좁은 산길 오가다 주민들 차라도 만났다카믄 참 난감합니더.”라며 볼멘 소리다. 게다가 밀린 임금조차 겨우 지난 달에야 받았다는 것. # 0번 버스의 말못할 속사정 0번 버스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구불대는 산길만큼이나 애로가 많다. 대부분 노인인 주민들이 버스를 탈 일이라곤 병원가는 일과 장에 가는 일이 전부다. 성주는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주민들은 주로 고령으로 다닌다. 그나마 개티, 배티마을까지는 도로가 포장돼 있어 상황이 나은 편. 고령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윗마을 주민들은 0번버스를 타고 보월리까지 나와서 버스를 바꿔타야 한다. 버스 회사 입장에서도 0번버스는 애물단지에 다름아니다. 군에서 일정 부분 적자를 보전해 주고,205번 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수익으로 그나마 근근이 운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남아있는 비포장길은 주민과 버스 회사 모두에게 불편함 그 자체다. 한 통신사의 광고처럼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쇼(show)’를 해서라도 도로가 포장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올해 책정된 도로포장 예산은 8000만원. 겨우 몇 백m 포장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액수다. # 곳곳 고풍스러운 돌담길 풍경은 덤 0번 버스 속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차창밖만 내다 본다. 할아버지는 날씨가 안좋으면 운행하지 않는 버스 회사 측의 처사가 야속하고, 임금조차 제때 못받는 버스 기사는 행여 운행 보조금을 올려 주지 않을까 군청만 바라보며 한숨이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체감하지 못한 이방인은 서정미 넘치는 흙길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성주는 고풍스러운 풍경들이 즐비한 곳이다. 옛 건축물은 물론이려니와, 수백년 세월의 흔적이 더께더께 붙어있는 돌담길은 성주가 독특한 풍모를 지니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성주를 대표하는 돌담길 마을은 한개마을이다. 하지만 돌담길은 한개마을에만 있지는 않다. 외려 문화재 지정 후 인공미가 가미된 한개마을보다 더욱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들이 널려있다. 특히 0번 버스가 작은리를 경유해 수륜면을 돌아나오는 동안 돌담길이 예쁜 마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성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 나들목→성주. ▶주변 관광지 ▲가야산국립공원 : 소백산맥 동쪽으로 슬쩍 비껴앉은 영남의 명산. 남북으로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의 경계를 이룬다. 수륜면 백운리에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무흘구곡 : 대가천의 맑은 물과 사인암 등 주변 계곡의 기암괴석, 수목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성밖숲 : 천연기념물 제403호인 왕버들 고목 군락지. 임진왜란 이후 조성됐다. 성주군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애용하는 곳. 읍내 초입에 있다. ▲세종대왕자태실 : 1438∼42년 사이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태실지(왕 자손의 태반을 묻어두는 곳). 세종대왕의 적서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안장돼 있다. 인촌리에 있다. ▲한개마을 :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촌.150년 된 ‘탱자나무 같은 귤나무’로 유명한 교리댁 등의 문화재를 비롯, 60여가구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월항면 대산리에 있다. 성주군청 새마을 관광문화재담당 930-6063∼4. ▶맛집 : 용암면 용정리 큰나무골 궁중약백숙은 한약재가 섞인 닭백숙을 잘한다. 한마리 2만 7000원∼3만 5000원.933-3651. 예산리 혜성관가든은 소고기 숯불구이로 유명한 집. 불고기 1인분 9000원, 갈비살 1만 9000원.933-5229. ▶성주참외축제 : 25∼27일 성밖숲일대에서 열린다. 참외따기 체험, 세종대왕자 태 봉안행렬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 “대통령 방일때 사죄 꼭 받아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일출(80) 할머니는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는 말 안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일본에 가서 과거사 문제를 꼭 해결하고 사죄를 받은 뒤 사죄문서를 우리 국민에게 맡겨달라. 그래야 죽어도 눈을 감겠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옥선(82) 할머니도 “이 대통령은 미래를 강조하지만 과거가 해결되지 않고 어떻게 미래가 있나. 우리같이 ‘피 같은’ 일을 안 당해봐서 그런 말을 했을지 모르지만 일본에 가면 몇 명 남지 않은 우리 노인들 한을 풀게 해달라. 죽어서 눈이라도 감을 수 있게 꼭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이순덕(91) 할머니는 한마디도 하기 힘들다며 다음 차례에 마이크를 넘겨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정대협은 회견문을 통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외교’에 일제강점하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많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번 대통령 방일에서 국민의 인권이 실현되고 과거의 상처가 씻겨질 수 있는 진정한 국익 우선의 외교활동을 펼쳐주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딸, 아내, 어머니이기 전에 그들은 여자다

    딸, 아내, 어머니이기 전에 그들은 여자다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역대 최대규모인 140편의 영화를 쏜다. 서울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영화제(18일까지)는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출발한 여성영화제가 독자적인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되는 행사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관람 포인트를 여성영화제의 영원한 숙명같은 주제어인 ‘WOMEN’으로 짚어본다. WILD CAMERA 여성영화제가 거칠어졌다. 올해 처음 상설전으로 마련된 ‘걸즈 온 필름’에서는 소녀들의 발칙한 시선이 필름에 담겼다. 이 섹션에서는 10대 소녀들을 ‘미성년자’로 보던 시선을 거둬들이고 변화하는 주체로 끌어올렸다. 레즈비언 10대 감독의 다큐멘터리 ‘색안경을 벗어라’와 먼 미래, 한 공장 자판기에서 맞춤아기를 뽑는 소녀 이야기 ‘38호’등 8개국 20편이 소개된다.‘판타스틱 여성영화’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여성감독들의 SF·공포·스릴러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죽음을 부르는 파일, 워치 미’는 B급 공포영화 팬들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작품. 프로그래머 손희정씨는 “중국에서 자라고 일본영화의 정서를 익힌 호주감독이 ‘동양의 산물’인 귀신을 노란머리 백인 귀신으로 잘 살려냈다.”고 말했다. OPEN TO MEN 올해는 남성감독들에도 한자리 내줬다.6편이 진열된 ‘오픈 시네마’에서다. 수석프로그래머 김선아씨는 “독심술처럼 여성의 마음을 파악하고, 성적으로 소비되는 여성이 아닌 육체적으로 강한 여성을 다룬 남성 감독들의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주 문제를 다룬 ‘천국의 가장자리’를 수작으로 꼽았다. 과테말라 매매춘 여성들이 축구단을 결성하는 이야기 ‘레일로드 올스타즈’와 아이스하키 선수로 나선 히말라야 오지 여성 돌키의 좌충우돌을 다룬 ‘라다크의 아이스하키 여성들’은 여성과 스포츠를 단단히 묶은 흔치않은 작품. MEET MASTER 여성영화의 거장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올해는 중국의 펑 샤오리엔 감독을 초청해 12일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이번 영화제의 감독특별전에 선정된 펑 샤오리엔은 톈안먼 사태 이후에도 굳건한 중국 가부장제의 속내를 들춘 ‘세 여자 이야기’(1988)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여성영화제가 신설한 제1회 박남옥영화상 수상자인 임순례 감독도 16일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다. ENTER THE PAST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지난 10년간 훌쩍 자란 국내 여성감독들의 영화 11편을 다시 스크린에 불러낸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그녀의 무게’, 박경희 감독의 ‘미소’등 장·단편과 다큐멘터리를 고루 섞었다. 프로그래머 남인영 씨는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2’를 여성감독 특유의 새로운 시각을 더한 대표적 작품으로 꼽았다.“일본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민족주의와 애국심 차원에서만 논의됐으나 이 작품은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 정작 여성으로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치유해가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게 이유다. NETWORK ASIA 아시아산 여성영화들의 끈끈한 어깨동무도 이뤄진다. 여성영화제는 14일 ‘여성영화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지하1층 LG컨벤셜홀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서는 각국 여성영화의 합작과 국제적 배급망 확립 방안 등을 모색한다. 일반 상영작 5000원. 심야상영 1만원.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현장 행정] 성동구 명품 걷기 코스

    [현장 행정] 성동구 명품 걷기 코스

    꽃피는 춘삼월이 시작되자 겨우내 움츠렸던 성동의 뚜벅이들이 기지개를 시작했다. “할머니들, 동네 마실 나왔어요? 잡담은 나중에 나누시고 걷는 데 집중하세요.” ‘리더’ 조규상(81) 할아버지의 타박에 황필순(69) 할머니가 녹록잖은 말솜씨로 대꾸한다. “영감 욕에 며느리 흉 빼면 따분해서 어떻게 걸어요? 운동도 좋지만 즐겁게 걷자고요.” 3월 첫 주말인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 성동구 ‘펀펀펀 걷기동아리’ 회원 30여명이 아지랭이 피는 초봄의 흙길을 열 지어 걷고 있다. 구부정한 허리에 펑퍼짐한 몸매지만 걷기 경력 2년이 넘는 고수들이다. ●자연환경 100%활용 명품산책길 10분쯤 걸었을까. 행렬이 한강으로 이어지는 연결로 앞에 이르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발을 구르며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박장대소하기로 약속된 장소”라고 귀띔한다. “웃고 떠드는 게 젊어지는 데 직효래. 그런데 여럿이니 하지, 혼자서는 창피해서 못해.” 이날 회원들이 걸은 길은 서울숲을 가로질러 한강둔치를 지나 중랑천변 살곶이다리에 이르는 4㎞ 길이의 중급자 코스. 경사가 없고 곳곳에 숲과 강, 철새도래지, 역사유적을 고루 품고 있어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걷기에 제격이다. “봄에는 꽃길, 여름 오면 바람길, 가을엔 낙엽길, 겨울이면 억새길. 서울에 이 만큼 멋진 산책길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10년 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걷기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김우정(68) 할머니의 자랑이다. 성동구에는 이 같은 ‘명품’ 산책길이 4개나 더 있다. 청계천 고산자교에서 사근동에 이르는 청계천·중랑천 코스, 옥수동 체육공원에서 응봉동 체육공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코스, 조선시대 왕들의 사냥터로 이용되던 응봉근린 공원 코스 등이다. 청계천에서 중랑천, 한강으로 이어지는 수경축과 남산에서 매봉산, 금호산,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산경축이 뚝섬 서울숲 앞에서 만나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개발한 산책 코스들이다. 성동 보건소의 이승철 운동처방사는 “서울숲∼중랑천 코스가 갖는 접근성의 한계 때문에 지역별 코스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올해 안에 17개 동마다 동아리를 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달에 한번꼴 구청 주최 걷기대회 구가 개최하는 각종 이벤트도 걷기 붐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다음달 초 서울숲∼살곶이공원 코스에서 열리는 구민 걷기대회를 시작으로 5월에는 당뇨가족 걷기대회,6월 어린이 걷기대회 등 매달 한번 꼴로 구가 개최하는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걷기동아리 회원 모집도 연중 계속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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