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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미 모빌리티 업계 만난 날, 울고싶은 ‘타다’ 뺨때린 국토부

    김현미 모빌리티 업계 만난 날, 울고싶은 ‘타다’ 뺨때린 국토부

    홈피에 ‘타다가 더 많아진다’ 홍보 문구 이재웅 “금지시켜 놓고 이용, 조롱하나” 金장관, 타다 뺀 13개 업체와 첫 간담회 규제샌드박스·혁신위 등 당근책 제시국토교통부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처음으로 모빌리티 업계와 만나는 날에 ‘타다 조롱 논란’에 휩싸였다. 여객운수법 통과로 사업을 접게 된 타다를 언급하며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다’는 홍보 문구를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이 울고 싶은 타다의 뺨을 때린 격이 됐다.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 “국토부 홈페이지를 보고 밤새 잠을 못 이뤘다”면서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특정 서비스를 콕 집어서 못하게 법을 개정해 놓고서는 그 서비스명을 사용해 부처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하루아침에 법 개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천명의 국민과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손해 본 국민들을 상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조롱을 했다”면서 “국토부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지난 6일 여객운수법이 통과돼 불법 서비스로 전락한 타다는 다음달 11일부터 주력 상품이던 ‘타다 베이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타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국토부는 여객운수법에 대해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법’이라는 내용의 홍보 문구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의 KST모빌리티 사무실에서 타다를 뺀 13개 모빌리티 업체와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개정안 통과의 긍정적 요소를 부각하며 ‘여객운수법 홍보’에 열을 올렸다. 김 장관은 “제가 1962년생인데 여객운수법도 1962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미래를 위한 큰 파도를 넘을 준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불안해하는 업계를 달래기 위해 ‘당근책’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고, 영세 스타트업엔 운송 면허 기여금을 감면해 주며, 가맹사업 면허 최소 개수 기준을 완화하고, 기사 면허를 1~2일 내에 받게끔 하도록 했다. 또한 4월 중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여객운수법을 구체화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정부가 국민 조롱한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이재웅 분노

    “정부가 국민 조롱한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이재웅 분노

    “국토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하루 아침에 법개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천명의 국민들과 수백억의 투자금을 손해본 국민들을 상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조롱을 하다니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타다금지법이 아니라고 홍보한 국토교통부에 대해 격분하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정말 역사상 이런 적이 있었는 지 모르겠다”며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 특정 서비스를 콕집어 못하게 법을 개정해놓고서는 그 서비스명을 사용해 부처 홈페이지에 이렇게 올려놓다니 국민을 조롱한다”고 토로했다.이어 “타다는 이미 현행법에서 대여자동차업으로 등록해서 기사알선 서비스로 합법적으로 제도권내에서 제공하고 있었고 국토부도 1년 4개월동안 인정하고 있었으며 사법부도 인정했다”며 “그것을 금지시켜서 서비스를 문닫게 해놓고서는 금지법이 아니라는 강변도 모자라 이제는 조롱을 한다”고 한탄했다. 또 “‘타다’를 금지하면서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다니 ‘타다’가 문을 닫아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드라이버들, 불편해지는 수많은 ‘타다’이용자들, 수백억을 손해보고도 아무말 못하는 ‘타다’ 투자자들을 위로해주지는 못할 망정 국토부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라고 분개했다.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타다를 고유명사로 쓴 게 아니라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 형태의 서비스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상징적으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제도권 밖에 있었던 타다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의 모회사 쏘카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타다는 법원에서 합법이라고 인정한지 2주 만에 6일 국회에서 사실상 렌터카로 하는 콜택시 영업을 금지하면서 조만간 서비스가 중단될 처지다. 이 대표는 “정말 잘봐주면 유사타다서비스가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나올 수도 있지만 타다는 이번법개정으로 서비스가 금지되었다”며 “정부가 금지시켜서 대폭 축소하는 서비스명을 그대로 따서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다고 하는 것은 조롱”이라고 강조했다. 또 “‘택시’가 보호되고 다양해진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민망했던 모양인데, 그래도 자기네 때문에 문을 닫는 서비스고 일자리를 잃는 드라이버들이 있는데 이러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우리가 꿈꾸던 것, 평범한 ‘일상’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우리가 꿈꾸던 것, 평범한 ‘일상’

    제주도 신화를 읽다 보면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등장한다. 머나먼 서쪽 어딘가에 있다는 그 신비로운 공간은 ‘서천꽃밭’이라 불린다. 천상인지 지상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서천강을 건너가면 존재하는 그곳은 신에게만 속한 공간은 아니다.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이 그곳에 가서 뼈살이꽃과 살살이꽃, 환생꽃 등을 가져다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려낸다. 서천꽃밭은 또한 아이를 점지해 주는 삼승할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삼승할망은 그곳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을 기르는데, 아이를 원하는 집에 그 꽃을 가져다주면 그 집에 어여쁜 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니까 서천꽃밭은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생명의 공간이다. 그런데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이러한 공간은 우리에게 ‘에덴동산’이나 ‘파라다이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고대 서아시아 지역에서도 꽃들이 만발하고 맑은 물이 있으며 푸른 나무가 우거진 공간을 생명의 공간, 즉 ‘낙원’으로 상정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서남부 윈난성에 거주하는 여러 소수민족의 신화에도 그들 생명의 기원이 되는 공간이 등장한다. 나시족이나 이족, 하니족 등 고대 강(羌) 계통의 여러 민족은 아득히 먼 서북쪽에서부터 이주해 왔다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전승하는 창세서사시에는 세상의 시작과 인간의 기원에 대한 창세신화뿐 아니라 그들이 이주해 온 노선과 정착해서 살아가게 된 과정 등이 들어 있다. 이러한 민족 이주의 노선은 사람이 죽은 후에 망자를 위해 사제들이 음송해 주는 ‘지로경’(指路經)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불멸하고, 불멸의 영혼은 민족이 이주해 온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했기에, 사제들은 망자가 길을 잃지 않고 그들 민족 시원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로경’ 즉 ‘영혼의 길을 밝혀 주는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도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실 우리가 잊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에게도 망자의 영혼이 돌아가는 곳이 있었을 것이다.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서천꽃밭’이 그 영혼의 귀착지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망자를 보내는 상여를 그토록 고운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리라. 소수민족의 신화에도 영혼이 돌아가는 곳이 나온다. 바로 ‘조상들의 땅’이다. 사람이 죽은 뒤 화장을 하면 푸른 연기를 타고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고, 그 영혼은 조상들의 땅으로 간다. 그런 후,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고 언제나 봄날 같은 그곳에서 밭 갈고 씨 뿌리며 지상에서와 같은 생활을 한다. 티베트 사람들의 이상향 ‘샹그릴라’도 바로 그런 곳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낙원이란 금은보화가 가득 쌓여 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놀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꽃들이 피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며 낯익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들이 꿈꾸었던 낙원의 모습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지금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있다. 맑은 햇살 아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새삼 깨닫고 있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소수민족 사람들은 일찍부터 그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낙원’을 한결같이 평범한 일상의 공간으로 묘사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물러간 뒤 언젠가는 우리도 일상을 회복하게 되겠지만, 그때는 정말 잊지 않으면 좋겠다. 잿빛 하늘 아래 돈더미가 가득 쌓여 있는 곳이 아니라 맑은 물과 푸른 나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는 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바로 낙원임을.
  • 통합당 “‘코리안’이 ‘코로나’ 취급받아…中도 조롱” 비판

    통합당 “‘코리안’이 ‘코로나’ 취급받아…中도 조롱” 비판

    심재철 “中 제한 불필요 오판…측근 교체하라”주호영 “유시민 사실 왜곡…제발 입 좀 다물라” 미래통합당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놓고 여권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특히 ‘대구·경북 봉쇄조치 시행’ 발언 파장으로 비판여론이 들끓자 이 부분에 공세를 집중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 후 기자들과 만나 “봉쇄를 해야 할 것은 대구가 아니다”라며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그런 분들에 대해서 봉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부분(대구·경북 봉쇄 발언)에 관해선 정말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감독 책임이 있는 분들이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을 겪고 계신 대구 시민, 경북 도민께 이 무슨 망발이냐. ‘대구 코로나’라는 표현으로 이미 대구 시민의 마음을 찢어놓지 않았느냐”며 “더이상 국민을 욕보이지 말라”고도 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우리나라가 발원국인 중국에 이어 코로나19 발생 세계 2위가 돼 버렸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아픔이 곧 우리의 아픔’이라더니 말이 씨가 됐다”고 꼬집었다. 심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봉쇄’ 표현은 이 지역을 발병지로 취급하고 지역민을 모독한 것이라며 “중국인 입국 제한이 불필요하다며 잘못된 조언으로 오판하게 만든 소위 측근 그룹을 즉각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원산지 : 우한, 수입 : 문재인, 배급 : 신천지’라는 3행시가 인터넷에 회자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 정부야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가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곽상도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이라면 국가적 재앙 상태서 ‘대통령직을 걸고 코로나 사태를 막겠다’, ‘막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하야하겠다’ 선언부터 하고 대구·경북 시민에게 봉쇄에 대한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통합당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한국인 혹은 한국 경유자에 대한 입국 금지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는 점도 공세 소재로 삼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코리안’이 ‘코로나’로 취급받고, 세계 20여 국가가 국민의 입국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도 외교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며 “외교부가 국민 보호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윤 의원은 정부가 방역 원칙이 아닌 정치선전 효과에 집중해 ‘정책 결정 농단’이 발생했다며 “그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이 총선 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염두에 두고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며 “국민들은 문 대통령을 중국 대통령으로 안다. 화난 국민들이 문 대통령 당신을 중국으로 쫓아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입장문에서 “중국으로부터 조롱받는 현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모”라며 “세계로부터 삼류 국가 취급을 받는 대한민국의 명예와 국민의 자존심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의 코로나 19 대응을 비판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유 이사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권 시장과 이 지사를 거론해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도 애를 태우고 피땀 흘리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격려해 주지는 못할망정,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언행은 도저히 용서하기 힘들다”며 “제발 그 입 좀 다물라”고 비난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도저히 입에 올릴 수 없는 패륜적인 망언”이라며 “범여권이 대구·경북에 혐오와 비아냥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은, 보수 궤멸을 공공연히 외치며 끊임없이 증오와 국론 분열을 일으켜 온 현 정권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통합당, ‘TK 봉쇄조치’ 논란에 총공세 “지역 주민 모독한 것”

    통합당, ‘TK 봉쇄조치’ 논란에 총공세 “지역 주민 모독한 것”

    심재철 “시민 자존심에 상처 주는 말 삼가야”전희경 “해명했지만 이미 가슴 무너진 다음”미래통합당은 25일 여권의 고위 당정청 협의회 브리핑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대구·경북(TK)에 대한 최대한의 봉쇄조치 시행’이라는 표현이 쓰인 데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지역적 봉쇄가 아닌 코로나19의 전파·확산의 최대한 차단’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역민들이 술렁이는 등 파장이 확산하자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대구 봉쇄’라는 단어를 꺼낸 것이 우한 봉쇄처럼 대구시를 차단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대구 코로나’란 표현으로 대구 시민에게 큰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대구 봉쇄’라는 말까지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대구·경북 시민과 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용어 사용은 삼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중국 ‘봉쇄’는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봉쇄’ 들먹이며 대못질하는 못된 정권”이라며 “출입 자체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이미 대구·경북민의 가슴은 무너진 다음”이라고 했다.전 대변인은 “우한 코로나에 제대로 대책 마련도 못하는 당정청이 이제는 일말의 조심성과 배려심도 없는 절망적 형국”이라며 “이미 들불 같은 분노가 정권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마치 대구·경북 주민들이 우한 코로나를 옮기는 것처럼 봉쇄를 운운하며 대구·경북에 대한 혐오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제안해도 중국 눈치를 보면서 꿈쩍도 안 하던 문재인 정권이 대구·경북이 발병지라도 되는 것처럼 봉쇄하겠다는 것은 국민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15 총선에서 대구 지역에 출마하는 통합당 예비후보들 역시 “위로는 못 할망정 봉쇄를 고려했다는 데 경악”(대구 달서병 남호균 예비후보), “그 입을 봉쇄하라”(대구 동구갑 천영식 예비후보)며 공세 대열에 가세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원희룡 “제주 항공편 중단 철회… 대구 시민께 죄송”

    원희룡 “제주 항공편 중단 철회… 대구 시민께 죄송”

    제주도는 항공기를 통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 차단을 위해 정부에 건의했던 대구~제주 항공기 운항 중단 요청을 철회했다고 23일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구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다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대구시민에게 더한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며 제주도민과 함께 대구시민을 응원하며 당면한 어려움을 조속히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도는 제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대구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자 대구와 제주를 잇는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해 줄 것을 22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이 같은 제주도의 처사가 알려지자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도는 하루 만에 요청을 철회한 것이다. 이용호 영남대 교수는 “대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앞장서서 대구포비아(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구시민들이 김해나 김포공항을 이용할 수도 있어 운항 제한은 실효성도 없는 대책이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SNS 등에서 ‘대구 폐렴’, ‘대구코로나’ 등 용어가 쓰이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권 시장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 앞서 “우한폐렴이 아니듯이 ‘대구폐렴’도 아닌 코로나19”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2020 제주비엔날레 6월 17일 막 오른다

    2020 제주비엔날레 6월 17일 막 오른다

    제주도립미술관은 6월 17일 개막하는 2020 제주비엔날레의 일정과 주제,참여작가를 19일 공개했다. 올해 제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할망,크고 많고 세다’(Halmang is too big,too many,too strong)로 확정됐다. ‘할망’은 할망 그 자체로서의 ‘여성’,제주에 독특하게 형성된 ‘지역성’,상상력이 가미돼 구전된 ‘이야기’로서 변화무쌍한 성격을 동시에 가지며,제주의 창조신과 과거와 현재의 제주 여성을 뜻한다. 참여작가들은 ‘할망’이라는 키워드를 상상력을 통해 제주의 생태,공동체,이야기들을 현대미술과 연결한다. 선정된 참여작가는 15개국 70여명으로 설치,영상미디어,평면,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거장 조안 조나스(미국),아드리안 파이퍼(미국),타오 응유엔 판(베트남),로르 푸르보스트(프랑스) 등 세계적으로 최근 주목받는 유망 작가의 작품들이 국내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를 대표하는 강요배와 배광익에 더해 이수경,장민승,구민자 등이 참여해 신작 29점을 선보인다. 이들은 제주 지역의 콘텐츠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지역 연구자 및 작가,아카이브 기관 등과 협력해 새로운 시선으로 제주예술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모색한다. 비엔날레 장소는 도립미술관과 제주시 원도심,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의 제주현대미술관 및 약용작물유통센터 등이다.올해 비엔날레는 6월 17일부터 9월 13일까지 89일간 열린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산천어축제 놓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환경부장관 발언에 강원도민들 뿔났다

    산천어축제 놓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환경부장관 발언에 강원도민들 뿔났다

    화천산천어축제를 두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환경부장관의 말이 강원도민들 사이에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강원도의회와 화천군의회·번영회·사회단체 등은 산천어축제를 놓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환경부 장관의 사과 요구, 규탄 성명서에 이어 상경집회까지 벌이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화천군번영회는 이날 긴급이사회를 열고 화천군민에게 사과하지 않는 환경부 장관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군민궐기대회와 상경 집회를 결의했다. 군번영회 이사들은 “장관의 발언은 군민의 생존권과 자존심을 짓밟은 막말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며 17일 환경부장관 사퇴 군민궐기대회에 이어 추후 상경집회까지 열기로 했다. 임영준 군번영회장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축제에 대해 장관으로서 격려는 못할망정 폄훼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금철 화천군의회 의장도 “장관의 발언은 군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지역 사회단체와 연대해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화천지역 번영회 등 12개 사회단체는 지난 12일에도 장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고,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화천군본부 등 12개 단체도 지난 10일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환경부 장관을 규탄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강원도의회 의원들도 지난 11일 ‘환경부 장관의 무책임한 발언 및 강원도 현안 해결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원들은 “화천산천어축제는 겨울축제 가운데 최초로 글로벌 축제로 지정되는 등 정부가 육성하는 축제”라면서 “최근 국방개혁 2.0에 따라 접경지역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관료인 환경부장관의 산천어축제에 대한 발언에 강원도민은 비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산과 기상이변에 따른 산천어축제의 개최 연기,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등으로 경제파탄 직전의 상황에 빠져있는 지역 실정을 외면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태도를 비판했다. 도의원들은 또 “강원도 핵심 현안인 오색케이블카 설치, 정선 알파인경기장 생태복원, 한전 송전선로 철탑 설치 반대, 원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등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부실로 매번 발목이 잡힌다”며 “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우려와 분노를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천 감성마을 촌장인 작가 이외수씨도 최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산천어축제 폄훼 발언에 강하게 반박하고 나서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2003년 시작된 화천산천어축제는 지난해에 18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 데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글로벌육성축제로 선정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올 산천어축제는 현재 수상낚시와 얼음대낚시가 가능하며 16일 오후 6시 30분 폐막된다.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참여연대 “민주당, 임미리 교수 고발은 ‘입막음 소송’…취하해야”

    참여연대 “민주당, 임미리 교수 고발은 ‘입막음 소송’…취하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한 대학교수와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하며 누리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막음 소송’”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14일 논평을 내고 “허위사실을 쓴 기사도 아니고 자당을 비판한 칼럼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당 대표 명의로 기고자와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과잉대응”이라면서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라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선거 운동도 아닌 기간에 민주당을 뽑지 말자고 쓴 것은 선거법 위반이며 언론 공정성을 위배한 것”이라면서 임 교수와 신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칼럼의 주요 내용은 집권당인 민주당과 집권 세력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서 결코 공직선거법으로 규율할 영역이 아니다”면서 “당 차원에서 반박 논평을 내거나 반대 의견의 칼럼을 기고하면 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직선거법의 각종 제한 규정은 그간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제약해왔다. 스스로 ‘민주’를 표방하는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악법 규정을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하라”고 지적했다. 당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이날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면서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하늘도 경제도 지키는 KFX… 무기 국산화·수출 함께 뜬다

    하늘도 경제도 지키는 KFX… 무기 국산화·수출 함께 뜬다

    미래 우리 영공을 책임지게 될 ‘한국형 전투기’(KFX) 실물모형이 지난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5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이 전투기의 길이는 16.9m, 높이 4.7m, 폭 11.2m로, 미국산 F35A 전투기보다 크기가 좀더 크고 모양은 비슷한 형태입니다. F35A는 5세대, KFX는 4.5세대 전투기이지만 KFX의 운영비용은 F35A의 절반에 불과한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목표 최대 추력은 4만 4000lb(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 5600㎏, 최대 속도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입니다. 최대 속도 마하 1.8인 F35A보다도 높은 기동력을 노립니다. ●‘4.5세대’이지만 운영비 F35A 절반 최대 탑재량은 7700㎏으로 기체 바닥과 날개에 10개의 파드(미사일·연료통 등을 달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최신 공대공 미사일과 우리가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무기 ‘한국형 타우러스’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저피탐 능력’(스텔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공대공 미사일 4발을 기체 내부로 수납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성능과 목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FX를 비판하는 여론은 적지 않으며, 5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으로 완전히 선회해야 한다는 극한 주장까지 나옵니다. 사업이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됐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도 보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 보지 못한 사업의 이면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FX 사업은 올해로 4년 차에 착수했는데, 만들어진 일자리가 6800개에 이릅니다. 기업, 연구소, 대학 등 112개 기관이 참여해 일으킨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현재 2조 1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거제, 통영 지역은 조선업 침체로 지역경제 붕괴 수준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KFX를 개발 중인 KAI는 올해 초부터 7월까지 경력근로자 193명 중 55명(28.5%)을 조선업계에서 채용했습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도 200명이 넘는 조선업 숙련인력이 KAI로 이직했다고 합니다. 전투기 개발사업이 실업인력을 빠르게 흡수해 지역경제를 안정화시키고, 조선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7년이 남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있습니다.●“경제성 적은 분야 빼고 모두 국산화” KFX의 국산화율은 65%입니다. 이것을 들어 “왜 국산화율이 100%가 아닌가. 그렇다면 차라리 수입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지적이라고 말합니다.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엔진, 착륙장치, 기총 등과 같이 아직은 기술이 부족하거나 경제성이 적어 개발을 제외한 것들을 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전투기 개발 능력은 이제 걸음마를 막 뗀 수준입니다. 우리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경공격기 ‘FA50’도 외국산 부품이 많아 핵심 장비 수리는 외국 업체에 맡기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것으로, 완벽한 국산화로 부르긴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KFX는 ‘독자 플랫폼’으로 개발돼 언제든 무기체계와 전자장비를 국산 제품으로 장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블록1’부터 ‘블록3’까지 성능 개선을 거치면서 기체 표면의 스텔스 성능을 보강하고 무장과 센서, 레이더 기능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단번에 스텔스 기능을 갖추는 것이 낫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는 이제야 초기 단계의 ‘능동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출 정도로 항공전자장비 기술력을 키워 나가는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더 높은 기술을 고려한다면 8조 8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입해야 하고 개발 기간도 늘어나게 돼 국산 전투기 개발 꿈은 현재 예정된 2026년보다 멀어지게 됩니다. 예산 확보 과정에서 ‘네 탓’ 정쟁이 벌어지며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100% 스텔스’ 고집, 사업 포기하자는 것 세계 최초로 AESA 레이더를 개발했고, 전투기 스텔스 기술도 이미 확보한 일본조차 개발비로 17조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포기하고 무조건 단번에 스텔스로 가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사실상 사업을 그만하자는 주장과 같습니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방위산업 통계 및 경쟁력 백서’ 자료에 따르면 항공 분야 방산기업 매출액은 2016년 3조 4720억원으로 고점에 도달했지만 2017년에는 2조 4177억원로 1조원이나 급감했습니다. 수출액도 같은 기간 8553억원에서 3041억원으로 줄었습니다. 항공 분야는 2017년 기준 국내 방위산업 매출액의 17.2%를 차지, 화력(33.2%) 다음으로 큰 분야여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KFX 사업입니다. 항공 분야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은 36.9%로 전년 대비 6.8% 포인트 증가했는데, KFX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업에 힘을 실어 주지는 못할망정 이제 첫 발걸음을 뗀 개발팀의 사기부터 꺾는 행위는 전환기를 맞이하려는 우리 방위산업을 위축시키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재찬 영남대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KFX의 기술 파급효과는 국산화율 65%를 기준으로 1조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다른 항공기 설계와 장비 개발, 조종사 훈련 등 거의 모든 항공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발판으로 육성해야 이는 전투기는 물론 항공장비의 해외 수출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비록 T50 미국 수출과 수리온 헬기 필리핀 수출에서는 좌절했지만 기술 수준을 계속 고도화하면 기회는 다시 올 겁니다. 특히 KFX는 F35A의 절반, 우리 주력 기종인 F15K 수준의 저렴한 운영비가 장점이어서 제대로 개발한다면 동남아 시장 공략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에 장보고급(1200t) 잠수함 3척을 1조 1600억원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장보고함은 20년 전 독일에서 전수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잠수함입니다. 우리 방위산업의 미래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기간에, 머릿속으로만 뚝딱 만들어지는 기술은 없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아프리카돼지열병, 신화 속의 ‘돼지’를 생각하다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아프리카돼지열병, 신화 속의 ‘돼지’를 생각하다

    1992년 내몽골자치구 츠펑 지역의 싱룽와(興隆?) 유적지에서 발굴된 무덤 하나가 눈길을 끈다. 사람의 유골과 함께 돼지 두 마리의 뼈가 발굴된 것이다. 먹은 후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은 돼지 뼈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묻은 것임이 분명한 돼지의 유골이었다. 8000여년 전 사람들이 돼지를 영혼의 인도자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1969년에 러시아 학자가 발굴한 칭수린(靑樹林) 유적지에서는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암퇘지의 유골이 나왔는데, 그 위에 뼛조각이나 뼈바늘 등을 얹어 놓았다. 마치 암퇘지에게 부장품을 넣어 준 것과 같은 형태였으니 당시 사람들이 특히 ‘암퇘지’를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농경이 시작된 초창기뿐 아니라 이후 만주 지역에 거주했던 많은 민족이 돼지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숙신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고 돼지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읍루나 말갈도 마찬가지였다. 돼지는 영혼의 인도자였으며 그들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춥고 거친 땅이라서 농사를 지어 봐야 옥수수나 좁쌀 등을 얻을 수 있었을 뿐이었던 그곳에서 돼지는 그들에게 고기를 주었다. 돼지기름은 북방의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돼지가죽은 옷의 재료가 됐다. 그런 돼지가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가축으로 여겨졌을 법하다. 앞서 소개한 싱룽와 문화는 농경이 막 시작된 때였다. 돼지의 사육이 농경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 시절의 그들도 야생의 돼지를 집에서 기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고대사회에서 농경은 주로 여신과 관련된다. 그리고 그 여신은 종종 돼지와 연관성을 갖는다. 아마도 돼지의 왕성한 번식력이 그런 관련성을 만들어 냈을 터. 그리스신화 속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도 그러했다. 지하세계에 갔다가 돌아온 페르세포네는 식물의 생장과 죽음, 부활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런 페르세포네를 상징하는 동물이 돼지다.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잡혀 지하세계로 갈 때 돼지들이 함께 갔다던가. 아테네 인근 엘레우시스에서 성행했던 비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데메테르에게 바치는 제물로 돼지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돼지가 여신이나 농경, 풍요와 연결되는 신화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제주도에도 전승된다. 제주도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남편의 금기를 어기고 돼지고기를 먹는 여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와흘본향당의 서정승따님애기는 임신을 하여 돼지고기를 간절하게 먹고 싶었지만 고기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돼지털을 뽑아 냄새를 맡았다. 임신한 뒤 허기가 져서 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먹을 방도가 없어 돼지털 냄새를 맡으며 그 욕구를 해소했는데, 남편은 그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돌아온 남편이 냄새가 난다면서 여신을 쫓아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서정승따님애기는 본향당의 동쪽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서정승따님애기는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과 관련된 삼승할망의 역할을 하고 있다. 월정본향당의 서당할마님 역시 마찬가지다. 사냥꾼 남편이 돼지고기 먹는 것을 말렸지만, 서당할마님 역시 돼지털을 그을려서 먹었고, 결국 일곱 딸과 함께 쫓겨난다. 여기서 돼지고기를 먹는 여신들은 대체로 생육 능력이 뛰어나다. 아이를 낳는 능력은 농경사회의 경우 특히 풍요와 연관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먹는 여신들은 생육신의 역할을 하며 동시에 아이들의 병을 치료하는 치병신의 역할을 겸하게 된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돼지는 농경이나 풍요와 관련될 뿐 아니라 영혼의 인도자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가축이었다. 지금도 제사에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소중한 돼지가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치명적 질병으로 죽어 가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방역이 걱정이라는데, 무사히 돼지들을 지켜 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사설] 북한 지뢰 부상자 ‘전상’으로 바로잡고, 법령도 손봐야

    국가보훈처가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의 국가유공자 재심의 절차때 전상(戰傷) 대신 공상(公傷) 판정 근거로 삼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한 법률 해석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에 큰 부상을 입었다. 육군은 지난 1월 전역 당시 군 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하 중사를 전상자로 판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전상 근거가 없다며 공상으로 변경했다. 이에 하 중사는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보훈단체 등은 나라에 몸 바친 군인의 명예를 폄훼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군 인사법 시행령에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상이(傷痍)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는 이 같은 조항이 따로 없다. 그런 까닭에 보훈심사위는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뢰 사고에 대해 공상 판정을 해 왔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조해 왔다. 주무 부처인 보훈처가 유공자 예우에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경직된 법령에 얽매여 정당한 대우를 받을 기회를 빼앗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보훈처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군대에 보낸 자식들이 무탈하게 귀가하기만을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 부모의 애달픈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군 복무 중 적의 도발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병사에 대한 예우는 한 점 소홀함이 없어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전상에 대한 군 인사법 시행령과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이 차이가 나는데도 이를 고칠 생각은 않고 복지부동식 소극 행정으로 일관한 보훈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 [사설] 청년 일자리 볼모로 한일 신경전, 개탄스럽다

    고용노동부가 다음달 24일과 26일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글로벌 일자리 대전’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러면 한국 학생들이 곤란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대응했다고 한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우리 청년 일자리를 놓고 벌인 감정싸움이 한심할 따름이다. 고용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일자리 대전은 매년 상·하반기에 일본과 아세안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취업박람회다. 씨가 마른 일자리 현실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한 가닥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취업 창구다. 그런 절박한 행사를 한일 관계 악화를 이유로 정부가 느닷없이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것이다. 일본 기업의 참여 비율이 절반을 넘으니 정부가 나서 우리 청년들의 일본 기업 취업을 독려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다. 한마디로 빈정 상한다는 얘기다. 공직자들의 현실 인식 수준이 어디까지 바닥을 드러낼 것인지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싫건 좋건 일본은 2017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정부 취업지원 사업을 통해 고용이 가장 많이 성사된 국가다. 국내 청년 실업과 일본의 구직난이 맞물린 결과다. 2년 전 국내의 일본 기업 구직 등록자는 1400명대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4000명으로 급증했다. 딱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청년 일자리 문제라면 정부는 백번 신중해도 모자란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교류에까지 고민 없이 재를 뿌리는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취준생들은 정부의 방침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느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비판을 의식했는지 어제 고용부는 11월에 미국, 유럽을 포함한 취업박람회를 열겠다고 뒷수습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 확전은 자제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마당이다. 두 나라 정부는 민간 교류가 더는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물로야 뱅뱅 돌아진 섬에 - 제주 성읍 민속마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물로야 뱅뱅 돌아진 섬에 - 제주 성읍 민속마을

    #성읍민속마을 #제주도_삶의_원형 “여자로 사느니 쉐로 나주” 제주 속담이다. 뜻을 알면 슬프다. 제주에서 ‘여자로 태어나는 것보다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다. 숨구멍 뚫린 현무암 돌덩이만 가득한 척박한 땅, 바람만 불면 풀풀 하늘로 날리는 화산회토에서 논농사는 애당초 꿈도 꾸지 못한다. 보리, 메밀, 조 농사를 지어야 했고, 물숨 먹어가며 전복, 해삼 캐는 일은 전부 여자의 몫이었다.그러다보니 제주의 집들은 살림살이 맡은 여자들의 힘든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덜(아들)이 아니라 지집아이(여자아이)로 태어나면 비바리(처녀)가 되어 시집가고 아주망(아주머니)이 되어서 할망(할머니)으로 늙어도 물 긷는 항아리인 물허벅을 놓지 못한다. 물질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육지의 아궁이같은 화로모양의 ‘부섭’에 불을 붙이고, ‘돌방에’에 곡식을 찧어 ‘고래’로 보리를 갈아 껍질을 떼내어 가족들을 먹였다. 물이 귀한 화산섬이다 보니 부엌 입구에는 한라산 중산간부터 지고 내려온 물허벅을 놓는 자리인 ‘물팡’이 있고 항상 물이 채워진 허벅이 있어야 했다. 제주의 옛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성읍 민속마을이다.1984년에 국가민속문화재 제 188호로 지정된 제주 성읍민속마을 시작은 이러하였다. 1423년(세종 5년) 제주도를 세 군데의 행정 구역으로 나눈다. 현재 제주시가 있는 중심은 제주목으로, 지금의 중문관광단지로 가는 서쪽은 대정현으로, 성산일출봉이 있는 동쪽은 정의현으로 구분하였는데 성읍 민속마을이 바로 정의현의 중심, 즉 도읍지였다.마을은 한창 제주 개발 바람이 지나가던 2000년대 이후에도 고스란히 옛 마을 형태를 보존하였는데 지금도 770m에 이르는 성곽을 포함하여 동헌을 비롯한 향교, 돌하르방 등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특히 제주 가옥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현무암 돌담으로 둘러싼 ‘새(볏집)’가 올려진 초가지붕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해서 제주 민속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답사지이기도 하다. #여자들의땅 #올레길유래는 사실 우리나라에는 성읍처럼 이름난 민속 마을은 지역마다 있다. 경주의 양동마을, 고성의 양곡마을, 천안 아산의 외암마을, 안동의 화회마을, 영주의 무섬마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육지에 있는 이들 마을들은 이리 오너라를 서너 번 외치면서 헛기침 한 두 번씩 뒷짐 지며 돌아다닐 수 있는 마을이다 보니 양반이나 유림이 아니고서야 대문간에 이름 석 자 감히 붙이지를 못하는 곳이 많다.하지만 성읍마을은 애당초 양반님들 에헴하며 돌아다니는 담길 뻗은 마을이 아니라 팍팍한 삶을 고스란히 살아내야 했던 제주민들의 힘든 시간이 보존된 곳이어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예로부터 마을 주변에서 논농사를 짓지 못하고 한라산 오름에 올라 검은 돌덩이 치워가며 만든 돌랭이(밭)에 심은 곡식을 돌봐야 했다. 돌랭이에서 캐낸 구멍 숭숭 뚫린 돌들은 돌담이 되어 집집마다 밭의 경계를 이루었는데 한라산 꼭대기에서 보면 이런 밭담이 만든 올레길이 제주 전역에 9천 7백리에 이른다고 하여 흑룡만리(黑龍萬里)라고도 불렸다. 지금 외지 사람들이 그리 열광하는 우아한 올레길의 실상은 제주 아주망들이 산짐승으로부터 밭을 지키고 바람 막을 방풍용도로 쌓은 고된 노동의 흔적인 셈이니 돌덩이 하나하나 허투루 볼 일은 아니다.삶이 이러하다보니 마을에 한가로이 남아 있는 사람은 없어 성읍 민속마을에는 집집마다 ‘정주석’과 ‘정낭’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정주석은 세 개의 구멍이 뚫린 돌로 ‘정낭’이라 불리는 통나무 세 개를 끼울 수가 있다. ‘정낭’이 하나만 걸쳐져 있으면 잠시 외출, 두 개가 걸쳐 있으면 반나절이상, 세 개 다 걸쳐져 있으면 하루 종일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지금도 그 역할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성읍 민속마을에는 사라져가는 제주의 시간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방문객들에게 제주의 삶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제주도 방문의 횟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 제주 역사에 인문지리학적인 관심이 있다면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마을이다 보니 천천히 3. 가는 방법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정의현로 29길33 - 제주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720번, 720-1번 버스를 타고 '성읍 민속 마을(성읍 1리)'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 - 표선에서 '표선면 사무소'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720번, 720-1번 버스를 타고 '성읍 민속 마을(성읍 1리)'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 4. 특징은? - 제주의 역사를 품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잘 알려져 있지도 않으며 관람객들도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성곽, 동헌, 제주 화장실인 통시, 올레길의 구조 7. 관람시 주의사항은? - 마을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물품을 판매하려는 호객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살펴 보자.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s://www.jeju.go.kr/culture/folklore/samda/showPlace/placeStone.htm?act=view&seq=60025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표선 해수욕장, 섭지코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제주는 삼다(三多)라 하여 돌과 바람, 여자가 많았고 삼무(三無)로 도둑, 대문, 거지가 없었으며 가뭄과 홍수, 태풍 등 삼재(三災)의 땅이다. 관광지로서의 제주와 고단한 삶의 흔적을 지닌 역경의 땅으로서의 제주도 함께 바라보자.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임정욱의 혁신경제] 스타트업은 약탈자가 아니다

    [임정욱의 혁신경제] 스타트업은 약탈자가 아니다

    한 행사에서 한 발표자가 “스타트업은 약탈자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음식 배달을 가능하게 한 ‘배달의민족’은 ‘죄악’이라고 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올린 3200억원의 매출은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빼먹은 것이란다. 충격을 받았다. 과연 그런가. 배달의민족은 불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중간에 통행세를 걷는 새로운 약탈자인가. 음식을 스마트폰으로 배달 주문하는 것은 세계적 트렌드다. 짜장면을 전화주문해 배달해 먹는 것이 옛날부터 일상화한 한국에서는 일찍 시작된 트렌드였지만, 이제 미국ㆍ유럽ㆍ동남아ㆍ남미 등에서도 ‘우버이츠’, ‘도어대시’, ‘딜리버루’ 같은 음식 배달 회사들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이다. 한국 2위 업체인 ‘요기요’는 독일의 다국적 음식 배달 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에 만든 회사다. 배달의민족이 일찍 시작하지 않았다면 다른 누가 똑같은 서비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업체가 하지 않았어도 해외 서비스가 들어와서 국내 시장을 장악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이런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좋은 음식을 편리하게 주문해서 집에서 먹고자 하는 고객을 섬기는 것이 이런 음식 배달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고객을 음식점과 연결해 준다. 그런데 그 일을 공짜로 해주기는 어렵다. 전국의 음식점 데이터베이스와 메뉴를 디지털화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실시간으로 식당에 알려 주고 또 음식값을 대신 받아서 식당에 지불해 줘야 한다. 이렇게 해서 배달원이 가서 제대로 집을 못 찾거나 음식값을 못 받아 와서 식당이 손해 보는 일을 방지해 준다. 임대료가 비싼 좋은 상권에 있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가게가 더욱 많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것을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고용해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배달의민족을 알려야 하니 광고도 해야 한다. 꽤 큰 투자가 들어간다. 음식점에서 받는 수수료나 광고료는 이렇게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는 것이다. 이것을 왜 약탈자라고 하나. 광고료를 받거나 6~12%대의 수수료를 받는 국내 업체들에 비해 우버이츠나 도어대시 등 글로벌 음식 배달 서비스는 수수료율이 20~30%이다. 심지어 한국 TV홈쇼핑 채널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은 38~54%에 달했다. 새로운 시도를 해서 기존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회사들이 모두 죄악이라면 스마트폰을 만들어 사람들이 종이책에서 떠나게 만들고, 앱스토어를 통해 역시 판매가 이뤄질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애플과 구글도 죄악인가. 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은 통행세를 걷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남들이 안 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도전하는 창업가에게 투자해 주는 자본이다. 실패하면 돈을 잃는 것을 감수하고 그렇게 한다. 담보를 잡고 돈을 대출해 주는 은행과는 다르다. 배달의민족처럼 성공해서 벤처캐피탈에 큰 수익을 올려 주는 회사도 있지만, 그보다는 실패해 돈을 잃는 경우가 더 많다. 투자 실패가 쌓여 조용히 사라져 가는 벤처캐피탈도 많다. 탐욕스럽다고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실패를 감내하고 투자해 주는 이런 투자 자본이 있어야 혁신이 나온다. 이런 벤처캐피탈이 없었으면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혁신 회사는 나오지 못했다. 창업가를 응원하기보다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분위기도 아쉽다. 25세에 한국에 돌아와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신현성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다. 폭풍성장해 회사를 미국 리빙소셜에 매각했는데 첫 기사가 “천억 벌고 먹튀했다”여서 속상했다는 것이다. 박수쳐 주지 못할망정 이렇게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막는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나와서 젊은이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기보다 자꾸 뒤로 숨게 만든다. 항상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면 이런 대기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그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약탈자가 아니다.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이다.
  • “北어선 입항 당일·다음날, 軍 6558명 골프 쳤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2일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입항한 당일과 이튿날인 지난달 15~16일 우리 군 관계자 6558명이 골프를 쳤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북한 선박입항 은폐·조작 진상조사단’ 소속인 김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골프장 이용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15일에는 군 관계자 3308명, 16일에는 3250명이 각각 골프를 쳤다. 이틀 동안 골프장을 이용한 장성급은 132명, 영관급은 2728명, 위관급은 337명, 준사관은 660명, 부사관은 1686명, 군무원은 1015명이다. 김 의원은 “북한 해상 노크 귀순 사건으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데 대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군이 안보는 나 몰라라 하고 골프를 쳤다”며 “군의 기강 해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더위야 가라…양천, ‘쿨 썸머 시네마’ 운영

    서울 양천구는 7~8월 두 달간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줄 무료 영화관 ‘쿨 썸머 시네마’를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30분, 구청 지하 1층에서 상영된다. 7월 3일 ‘춘희막이’를 시작으로, 10일 ‘덕혜옹주’, 17일 ‘동네사람들’, 24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31일 ‘나는 왕이로소이다’, 8월 7일 ‘해적’, 14일 ‘흥부’, 21일 ‘아이캔스피크’, 28일 ‘계춘할망’ 등 9편이 선보인다. 박종균 총무과장은 “무더운 여름 구민들이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모든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작품들을 마련했다”며 “많은 구민들이 영화를 보면서 무더위를 잊고 가족들과 좋은 추억도 남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어린이 책]이부자리에 실수한 아이 3대가 발칵 뒤집혔는데…

    [어린이 책]이부자리에 실수한 아이 3대가 발칵 뒤집혔는데…

    오줌싸개 시간표/윤석중 글/권문희 그림/여유당/32쪽/1만 2000원신나는 꿈 속, 불을 끄려고 오줌을 갈겼다. 아뿔싸, 깨보니 바지춤이 흥건하다. 키를 쓰고 소금을 받아 오라는 불호령에 아이는 억울하다. 게다가 할아버지·아버지·엄마·누나 그 누구도 꿈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대책회의 끝 뜻밖에 ‘오줌싸개 시간표’를 만들어 벽에 써붙인다. 전날 밤, 아이의 오줌을 미리 챙겨 뉘지 않은 데서 생긴 일이라는 결론에서 나온 극약 처방이다. ‘퐁당퐁당’, ‘졸업식 노래’ 등의 ‘국민 동요’를 지은 윤석중(1911~2003) 시인의 동화시가 87년 만에 시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오줌싸개 시간표’는 1932년 동아일보에 처음 발표되고 1933년 출간된 우리나라의 첫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시 중 하나다. 간밤, 이부자리에 ‘실수’한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들의 반응과 아이의 마음을 아이 시점에서 풀어냈다. 생생한 아이의 입말 속에서 삼대가 함께 사는 가족 사이에 흐르는 웅숭깊은 정과 사랑이 느껴진다. ‘동요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인의 동심에 그림을 그린 권문희 작가의 상상력이 꽤 알맞게 더해졌다. 제주 설화 ‘설문대할망’을 연상케 하는 첫 장부터 흰 여백으로 끝내는 마지막 장까지 구성이 버라이어티하다. 한지에 동양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다정다감하다. 마치 ‘실수해도 괜찮아’ 하는 것처럼. ‘그래 그 뒤론 여태 한 번두 안 쌌어요. 쉬, 쉬, 오줌 싸는 아이들은 다 자기 전에 쉬-.’(32쪽) 잠들기 직전, 자연스럽게 아이의 오줌을 누이기 직전 읽어주기 좋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화마당] 무참한 오월/김이설 작가

    [문화마당] 무참한 오월/김이설 작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씨가 성접대를 요구받은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사 실무를 담당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은 “‘명단’이 기재된 문건, 즉 ‘리스트’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혀 석연치 않은 결론이라는 것만 명명백백해졌다. 승리, 최종훈, 정준영, 이종현 등과 함께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음란물을 공유ㆍ유포한 혐의를 받아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던 가수 로이 킴이 미국 조지타운대를 우등 졸업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버닝썬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를 폭행한 경찰관이 동료 여경을 성추행한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그뿐인가. 인천의 한 구청 남자 공무원들이 산하 공기업 직원들과 단체로 성매매에 나섰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최악의 뉴스는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일일 터이다. 5·18 39주년을 맞은 18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부산시의 상징적 노래인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5·18 기념일에 광주를 능욕하며 폄훼 시위를 벌이다니. 지역감정을 부추겨 충돌을 유발하려는 수작이었다.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비참함은 충격적이었다. 단식을 하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던 무리들과 오버랩되며, 과연 이들을 보수단체라고만 부르고 외면하면 그만인 것일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길을 잃고 우는 아이가 있다면 길을 찾아 주진 못할망정 눈물이라도 닦으라고 손수건을 내밀어 줘야 한다. 손수건 한 장마저 아깝다면 어깨를 다독이며 안심시켜도 된다. 손끝 하나 닿는 것이 싫다면 그저 옆에서 울음이 그치기까지 기다려 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면, 아니 우는 아이가 성가시고 싫다면 그냥 가던 길 가면 된다. 우는 아이를 챙기지 않았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니 못 본 척 그저 가시던 길 가시라. 길을 잃은 것도 서러운 아이에게 왜 주먹을 휘두르며 겁을 주고, 혀를 내밀어 조롱을 하는가. 그런 쌍스러운 행동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이 소식들은 모두 지난 일주일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다시 읽고 생각하니 또 부아가 치민다. 무능력을 가장한 무책임하고 방만한 검경의 행태, 나라 일을 하는 공무원들의 저속한 행동거지, 잘못을 저지른 자들의 뻔뻔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파 없이 공고히 지켜질 것이 뻔한 그들만의 세계가 나는 몹시 불쾌하다.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치들의 만행을 끊임없이 목도하면서 분노하지만 정작 이 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연된 사회 부조리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정의에 대해 무기력해질까 봐 두렵다. 시인 김수영은 ‘옹졸하게 욕을 하’는 자기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지 자조했지만, 시인 신동엽은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김수영은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분)고 했으니 신동엽처럼 ‘알맹이는 남고’,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 부분) 껍데기는 모두 가버리라고 소리쳐 보는 것이다. ‘옹졸하게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맞서 보는 것이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야 한다. 해결되지 않거나 미루거나 덮으려는 문제들이 유야무야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록하고 떠들고 공유해야 한다. 인간의 시대에 살기 위해 야만의 죄를 지은 이들을 걸러 내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더이상 가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무참한 5월에는 말이다.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제주도의 진안할망과 아기업개, 그리고 ‘폭력’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제주도의 진안할망과 아기업개, 그리고 ‘폭력’

    제주도 성산읍 수산리에는 조선시대에 쌓은 성벽이 있다. 자주 출몰하는 왜구를 막고자 쌓은 성이라고 하는데, 그 오래된 성벽에는 슬픈 이야기가 서려 있다. 성벽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것이다. 당시 성벽을 쌓을 때 마을 사람들이 불려나가 일을 했는데, 남편을 잃은 여인이 홀로 아이 다섯을 키우며 살다 보니 성벽 쌓는 곳에 부역을 제공할 여력이 없었다. 하필 그때 성벽이 자꾸 무너져 내렸고, 지나가던 승려가 그곳에 ‘처녀제물’을 바치면 성벽이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들은 홀어머니의 막내를 탐냈고, 결국 여섯 살 여자아이는 ‘처녀제물’이 돼 성벽 쌓는 곳에 바쳐졌다. 홀어머니를 위해 그것을 막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성벽은 튼튼하게 완성됐지만, 밤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관리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에 ‘진안할망당’을 만들고 아이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여기 ‘할망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할머니’를 모신 곳이 아니다. 제주도 신화에서 ‘할망’은 ‘여신’의 다른 이름이니 ‘진안할망당’은 ‘수산진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여신을 모신 신당’이라는 뜻이다. 진안할망당을 만든 이후 가장 먼저 그 당에 가서 기도를 했던 사람들은 이례적으로 남성들이었다고 하니, 성벽을 위해 ‘처녀제물’을 바쳤던 그들의 죄책감 때문이었으리라. 한편 제주도 대정읍 마라도에는 ‘업저지’(아기업개)에 관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아가 된 어린 소녀를 어떤 부인이 거두어 길렀다고 하는데, 그 부인이 아이를 낳으면서 소녀는 아기를 돌보는 업저지가 됐다. 그 소녀가 부인 가족과 함께 마라도에 갔는데, 사람들이 배를 타고 돌아오려는 순간 풍랑이 심하게 일었다. 그런데 부인의 꿈에 신이 현현해 ‘처녀제물’을 바쳐야 바다가 잔잔해질 것이라 했고, 계시를 받은 부인은 어쩔 수 없이 ‘업저지’를 제물로 바치기로 암암리에 결정했다. 전승에 따르면 부인이 아니라 물질을 하러 마라도에 갔던 잠녀(해녀)들이 그렇게 결정했다고도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같다. 배가 떠나기 직전 부인이 업저지에게 기저귀를 걷어 오라고 해놓고 그냥 배를 타고 떠나 버린 것이다. 마라도에 홀로 남겨진 가엾은 소녀는 나중에 유골로 발견됐다 하고, 사람들은 ‘처녀제물’이 된 소녀를 위해 ‘아기업개당’을 만들어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제주도에 전해지는 두 명의 ‘처녀제물’에 관한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이 처했던 절박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어린 소녀를 제물로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잘 보여 준다. 이야기에는 왜구의 거듭되는 침입 앞에서 생존을 위해 단단한 성벽을 쌓아야만 했던 마을 사람들의 절박함, 풍랑이 거듭 되는 외딴섬에서 반드시 벗어나야만 한다는 강박 심리가 잘 반영돼 있다. 제주도의 열악했던 환경이 배경에 깔려 있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어린 소녀들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저항할 능력이 없는 어린 소녀, 강한 힘을 가진 아버지나 오빠가 없는 외롭고 고단한 소녀만이 제물로 선택됐다. 소녀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거대한 ‘폭력’이다. 소녀들이 죽은 뒤에 강한 힘을 보여 주는 신이 돼 할망당의 주인이 됐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이 겪은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 줄 뿐이다. 마을이나 잠녀들의 수호신으로 좌정하여 많은 사람들을 너그럽게 품어 주고 있는 그들에게 고통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일상으로 일어나는 폭력 사건의 대상자가 주로 ‘약자’라는 통계가 나왔다. 기댈 곳 없는 ‘약자’들에게 발현하는 ‘폭력’이 그저 신화적 사건으로만 그치기를 바라는 것은 과연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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