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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그 길에서 나를 찾다

    [커버스토리] 그 길에서 나를 찾다

    가을이다. 걷기 좋은 계절, 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같이) 가는 제주 올레길이 손짓한다. 올해 10살이 된 제주 올레길은 도보여행 바람을 일으키며 전국 곳곳에 수많은 올레길을 탄생시켰다. 도시의 가파른 속도에 지친 사람들은 간세다리(게으름뱅이)가 돼 꼬닥꼬닥(천천히) 올레길을 걸으며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랬다. 제주올레 10년이 바꿔 놓은 세상을 들여다봤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2007년 9월부터 지난 10년 동안 걸어서 여행하는 길 26개 코스를 제주 땅 위에 냈다. 길이만 해도 425㎞에 이른다. 그동안 800여 만명의 올레꾼들이 찾았다. 제주올레가 일으킨 도보여행 열풍은 거셌다. 도보여행 통합사이트(www.koreatrails.or.kr)에 등록된 올레길만 1539곳에 이른다.올레길이 생기자 사람들은 하나 둘 차를 버리기 시작했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두 발로 걷는 도보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제주 올레길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름과 바다, 아름다운 원시 자연과 내세울 것 없는 소박한 마을들, 물질하는 해녀들, 감귤 따는 농부들, 제주의 일상을 가만히 보여준다. 바쁠 것 없는 슬로 제주 풍경에 올레꾼들은 빠져들었다. 차이나머니의 화려한 리조트가 아닌 안티 콘크리트 제주의 진짜 가치를 제주올레가 재발견했다. 혼자여서 더 좋은 올레길, 아무런 간섭과 눈치 볼 것 없이 나 홀로 터벅터벅 걷는 게 올레길 여행의 매력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 제주 올레길에는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 홀로 도보여행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여행. 올레길이 생긴 후 혼밥, 혼술에 이어 혼행이 크게 늘었다. 혼행 올레꾼은 호텔과 펜션이 전부였던 제주에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를 탄생시켰다. 이 바람은 전국으로 퍼졌고 도보여행, 혼행족,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여행문화를 창출했다.●1600여명, 26개 올레길 전 코스 여행 반나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떠날 수 있는 게 올레길 여행이다. 동행자를 구할 것도 호텔과 렌터카를 예약할 필요가 없다. 올레길 주변 값싼 게스트하우스에 하룻밤을 의지하면 된다. 도보여행은 거창한 계획도 많은 돈도 필요 없는 저비용 여행. 2013년 제주 땅에 26개 올레길이 모두 들어선 이후 1606명이 올레길 전 코스를 여행했다. 언제든지 부담 없이 혼자서라도 떠날 수 있는 도보여행, 제주 올레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었다. 제주 올레길에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입대를 앞둔 아들과 아버지, 암 선고를 받은 가장을 둔 가족들, 취업에 실패한 청년, 첫 사랑에 실패한 청춘 등. 일진을 아들로 둔 아버지는 올레길을 걸으며 난생처음 자식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제주 올레가 10주년을 맞아 공모한 올레이야기에는 다양한 사연이 넘쳐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올레길이 내게, 우리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모든 게 잘될 거야’라고. 올레길에서 상처 난 마음을 치유했고 서로 소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마음을 달랬다. 2015년 민주당 분당 사태가 터지자 다시 제주 올레길을 찾았다. 혼행족들은 더러 눈이 맞아 부부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마법 같은 올레길은 수많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었고 다시 용기를 일상으로 돌아갔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만 6000명 제주로 이주 제주 이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입소문을 타고 제주 올레길 여행이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올레길 걸으면서 빨리빨리 속도전을 벌여야 하는 도시의 일상과 사뭇 다른 제주의 일상에 반했다.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며 다운시프트 이주족이 늘기 시작했다. 다운시프트는 자동차 기어를 고속에서 저속으로 낮춘다는 뜻이다. 돈벌이와 성공에 쫓기는 도시 일상을 거부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자연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삶을 살아 보겠다는 이주민들이 몰려들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만 6000명이 제주 이민을 감행했다. 제주의 농촌 마을도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노인뿐이였다. 하지만 올레길이 농촌 마을을 지나면서 올레꾼들이 생기를 불어 넣었다. 손님이 없어 닫았던 동네 상점은 다시 열었고 할머니가 혼자 살던 시골집은 할망민박으로 변신, 골목 경제가 다시 깨어났다. 손님 걱정하던 재래시장인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은 2007년 10월 제주올레 6코스에 편입된 뒤 해마다 매출이 30%씩 늘어났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이 됐다. 신한은행 빅데이터 센터와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분석한 결과 주요 올레길이 지나가는 구좌읍, 성산읍, 서귀동, 안덕면, 애월읍 등지에서 관광객 카드 이용이 해마다 늘어나 ‘올레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올레 6코스’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매출 매년 30% 증가 돌하르방이 전부였던 제주에 올레는 간세(게으름)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간세인형은 최고의 제주 기념품이자 상징 디자인이 됐다. 제주 올레길 인기가 치솟자 일본은 2012년 제주올레에 도움을 요청했고 규수지역에 올레길을 수출했다. 규수 올레는 현재 19개 코스 220.1㎞가 개장됐다. 규슈 올레는 제주올레의 표지인 간세와 화살표, 리본을 그대로 사용한다. 규수 관광추진기구는 매년 제주올레에 자문비와 로열티 등을 낸다. 제주올레는 지난 6월 몽골에도 2개 코스의 몽골 올레길을 만들었다. 가을에 열리는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울타리가 없는 축제이지만 유료 축제다. 해마다 3000여명이 기꺼이 2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찾는다. 일본 등 외국인 참가자도 10%에 달한다. 참가비를 내지 않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올레길을 번갈아 가며 열리는 올레축제는 트레킹과 수준 높은 전시·공연, 올레길에 사는 주민들이 정성껏 내놓은 토속 먹거리 등이 어우러져 힐링을 선사한다. 올레꾼들은 ‘내가 바로 축제의 주인공’이라며 즐긴다. 세금을 쏟아붓고도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는 수많은 전시성 축제와는 다른 새로운 축제 모델을 만들었다. 올해 축제는 11월 3~4일 제주올레 3, 4코스에서 열린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하루 두 번 호통친 하태경…이유가?

    하루 두 번 호통친 하태경…이유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4일 하루 두 번 호통을 쳤다. 한 번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한 번은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피켓시위를 이어가는 자유한국당을 향해서였다.이날 추 대표는 연설 도중 “우리 정부는 북·미 간 대화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중재해야 한다”며 “동시에, 끊어진 남북 대화의 채널을 가동시키기 위한 전 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느 순간 북·미 간 대화가 열리고 남북 간 대화가 열리는 장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추 대표의 연설 내용에 바른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항의가 시작됐다. 하 의원은 추 대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적극적으로 항의 의사를 내비쳤다. 하 의원은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있는데 무슨 대화냐”는 식으로 소리를 쳤다. 추 대표는 계속 연설을 이어갔지만, 하 의원의 항의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약 2~3분 동안 소란스러웠던 장내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마무리됐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두 번의 호통치기가 있었다”며 자신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추 대표에 “여전히 튀고 싶어 안달”이라며 “문대통령까지도 극한의 대북 응징을 주장하는데 추대표는 핵실험 바로 다음날 또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대통령 방침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뚱땡이 김정은이 장마당 신세대라고 얼토당토않은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장마당 세대는 고난의 행군 시기 기아를 겪은 북한의 젊은층을 말한다. 최고급 다랑어 뱃살과 캐비어 먹는 김정은이 어떻게 장마당 신세대인가? 차마 계속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추대표에게 호통 치고 일어났다”고 적었다.이날 하 의원은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피켓시위를 이어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도 호통을 쳤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안보를 최고의 기치로 하는 한국당이 국란 상황에 국회 보이콧하는 것은 보수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고 호통을 좀 쳤다”며 “그 과정에서 저한테 한국당 의원들이 저급한 욕설을 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호주서 다친 캥거루 잔인하게 죽인 중국 남성 논란

    호주서 다친 캥거루 잔인하게 죽인 중국 남성 논란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리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최근 호주의 한 지역에서 다친 캥거루를 돕지는 못할망정 칼로 십여 차례 공격해 죽인 한 남성의 모습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공분을 일으켰다. 데일리메일 호주판 등 현지언론은 28일(현지시간) 최근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 공개된 논란을 일으킨 해당 영상을 소개했다. 문제의 영상은 한 중국인 남성이 다리를 다쳐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캥거루 한 마리에게 접근해 잔인하게 공격하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옆에서는 이 남성의 친구로 추정되는 한 사람은 웃으면서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남성은 영상에서 캥거루가 자신을 피해 달아나려고 할 때마다 손에 들고 있던 사냥용 칼을 휘둘렀다. 이어서 그는 캥거루의 꼬리를 붙잡고 발로 몸통을 밟아 움직이게 못 하게 한 뒤 캥거루의 목을 칼로 18번이나 찌르고 긋더니 멈췄다. 고통스러워 신음을 내던 캥거루가 결국 숨을 거두고 축 늘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자랑하는 것처럼 죽은 캥거루 옆에 웅크리고 앉아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뭐라고 말하며 영상은 끝이 난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그가 지옥에 떨어지길 바란다”, “그가 관광객이라면 다시는 호주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구역질 난다. 그는 동물 학대로 감옥에 가야 한다”, “그가 잡혀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좋겠다”고 분개했다. 한편 뉴사우스웨일스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NSW RSPCA)는 이번 사건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증거가 되는 영상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용의자의 신원 제보를 촉구했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물난리 유럽 외유’ 민주당 도의원 ‘사퇴’…한국당 사퇴 요구 거세질 듯

    ‘물난리 유럽 외유’ 민주당 도의원 ‘사퇴’…한국당 사퇴 요구 거세질 듯

    충북 사상 최악의 수해 속에 유럽으로 외유성 연수를 가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병윤(음성1) 충북도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자유한국당이 한발 앞서 함께 연수에 나선 소속 도의원 3명을 제명하는 강경 징계를 하자,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로 선명성을 살렸다는 분석이다. 최 의원은 이날 민주당 충북도당의 윤리심판원 전체 회의에 출석해 “수해를 당한 주민의 아픔을 챙기지 못할망정 유럽연수를 떠나 도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의원직사퇴를 통해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최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결정을 했다고 보고 별도의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최 의원의 사퇴로 이번 연수에 참여했던 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한 사퇴 압박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지난 20일과 21일 당무감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외유에 나선 소속 도의원 3명을 모두 제명하는 강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당 김학철(충주1) 의원의 ‘레밍(쥐의 일종)’ 발언까지 겹치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들 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24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충북 여성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재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외유성 해외연수와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도의원 4명은 자진해서 사퇴하라”며 “피해 복구 봉사로 책임을 면하려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퇴진운동까지 나설 태세다. 자체 징계에 소극적인 도의회도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 한 명이 스스로 사퇴를 결정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도의회가 징계 없이 넘어간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양의 도의회 의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연수에 나섰던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 등 후속 대책은 절차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모든 의원이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도의회가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고 상황을 넘긴다면 김 의장의 이날 발언은 ‘여론 무마용’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물난리 외유’ 최병윤 충북도의원, 자진 사퇴…“용서 구한다”

    ‘물난리 외유’ 최병윤 충북도의원, 자진 사퇴…“용서 구한다”

    사상 최대의 물난리 속 해외연수에 나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1) 충북도의원이 의원직을 자진 사퇴한다.최 의원은 25일 열린 민주당 충북도당 윤리심판원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런 뜻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수해를 당한 주민의 아픔을 챙기지 못할망정, 유럽연수를 떠나 도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의원직사퇴를 통해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윤리심판원은 애초 제명 수준의 징계를 검토했다. 그러나 최 의원이 의원직을 자진 사퇴 함에 따라 ‘징계의 건’은 기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물난리 속 외유’와 관련된 당 차원의 징계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4일 최 의원과 함께 해외연수에 나섰던 소속 의원인 김학철(충주1)·박한범(음성1)·박봉순(청주8) 의원을 모두 제명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인 이들은 지난 16일 청주 등에 최고 300㎜의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난 가운데 지난 18일 8박 10일간의 유럽연수에 나섰다가 논란이 되자 지난 20일과 22일 조기 귀국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당 ‘수해 외유 충북도의원’ 3명 제명… 민주당은?

    추미애 “조기 귀국·공개 사과 참작”… 낮은 수준 징계 땐 비난 여론 거셀 듯 자유한국당이 최악의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 외유성 출장에 나선 충북도 의원을 제명하는 강수를 두면서 선수를 뺏긴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징계를 내릴지도 관심이다. 유럽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에 나선 이는 자유한국당 김학철·박한범·박봉순 도의원과 민주당의 최병윤 도의원 등 4명이다. 이 중 박봉순 의원과 최 의원 등 2명은 20일 귀국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들 3명을 모두 제명키로 결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징계위 회부부터 제명까지 불과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정주택 윤리위원장은 “지역 주민이 물난리로 큰 고통을 받는데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난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제명 사유를 밝혔다. 한국당이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징계를 내리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지난 19일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 해당 의원을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당은 25일 도당 윤리심판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지만 최 의원에 대해 제명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수해현장을 방문한 추미애 대표는 21일 “최 의원이 현지에서 조기 귀국하자고 다른 의원을 설득하고 서둘러 귀국했다”며 “도민에게 사과한 뒤 주민과 함께 (수해복구활동을 벌이기로) 한 점도 참작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한국당이 해당 의원에 ‘제명’이라는 강수를 둔 마당에 민주당이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리면 비난 여론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음성군수 후보로 거론되던 참이라 이번 외유성 출장 파문으로 당이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제세 충북도당위원장은 “최 의원 징계 수위는 외부인이 과반 참여하는 윤리심판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며 “여당으로서 수해 주민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충북도의회에 똥물 투척” 보수단체 퍼포먼스, 경찰 제지로 무산

    “충북도의회에 똥물 투척” 보수단체 퍼포먼스, 경찰 제지로 무산

    사상 초유의 수해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유럽 출장을 간 것과 관련, 한 보수단체 대표가 도의회에 똥물 테러를 하려다 경찰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20일 오전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는 “충북도의회 사무실 벽에 똥을 칠하고 해외 여행 나간 도의원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도의회 사무실로도 “똥물 테러를 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과 도의회 사무처 직원 등이 출입문을 봉쇄하고 경비를 강화했다. 오 대표는 오후 2시쯤 충북도의회 앞에 나타났다. 그는 당초 도의회 사무실에 소똥과 흙탕물을 바르려 했지만, 경찰 제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삽과 토사를 바닥에 내던지며 도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오 대표는 “국민을 설치류에 비유한 도의원의 발언을 듣고 참지 못해 서울에서 왔다”면서 “수해가 났는데도 삽을 들고 복구 작업을 하지 못할망정 외유성 유럽 연수를 간 도의원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1) 도의원은 전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충북 도의원들, 최악의 ‘물난리’에 수해 복구 대신 해외연수 떠나

    충북 도의원들, 최악의 ‘물난리’에 수해 복구 대신 해외연수 떠나

    충북 도의원들이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를 당한 청주 주민들을 두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비난을 받고 있다.충북도의회에 따르면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은 18일 오후 인청공항을 통해 8박 9일간의 유럽연수를 떠났다. 이번 연수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의 문화·관광 산업 등을 벤치마킹하겠다며 관광지와 문화유적을 탐방하는 일정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날인 지난 17일 충북도의회는 수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도의원들은 “이번 폭우로 충북 사상 초유의 재난 피해를 남겼고, 정밀조사가 이뤄지면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의 심각성을 인식해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복구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일부 도의원들은 목소리만 높였을 뿐 수해 복구에 참여하지 않고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 김모씨는 “폭우로 6명의 도민이 숨진 데다 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직접 복구를 지원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수에는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6명 가운데 김학철·박봉순·박한범·최병윤 의원 등 4명이 참여했다. 이언구·연철흠 의원 등 2명은 불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역사 앞에 다시 호명되는 윤이상/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역사 앞에 다시 호명되는 윤이상/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윤이상이라는 이름이 역사 앞에 다시 호명되고 있다.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그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그의 묘소를 찾아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됐다. 윤이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시대와 불화했다. 그는 왜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가. 그 신산한 삶의 한복판에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이 있다. 한국에서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의 유학생·교민 등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며 간첩 교육을 받고 대남 적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윤이상, 재불 화가 이응로, 물리학자 정규명, 시인 천상병 등이 포함됐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윤이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2년 만에 석방했다. 윤이상은 1971년 독일 국적을 취득했고 이후 입국이 금지돼 1995년 베를린에서 세상을 떠났다. 동백림 사건은 반세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윤이상을 둘러싼 이념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문화의 탈정치화를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정치 예속화를 부추기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 부인이 참석한 독일에서의 윤이상 추모 행사에 대해 “국민 정서와 매우 동떨어진 행사였다”며 “아직 윤이상에 대한 평가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향한 반국가적인 행동을 했는데도 마치 사면하는 듯한 행동을 한 데 대해 비판한다”고 했다. 그 말에도 일면의 진실은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런 경직된 자세에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통찰이나 시대에 대한 고민을 읽어 내기는 어렵다. 윤이상에 대한 평가가 확립돼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논의의 계기를 마련하고 국민적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역사가 된 윤이상을 언제까지 괄호 안에 넣어 둘 것인가. 개인을 넘어 민족의 불행이다. 국민 정서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지역, 계층, 세대, 이념 어느 것 하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게 정치인이다. 2006년 1월 참여정부는 동백림 사건에 대해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사건의 외연과 범죄 내용을 확대·과장했다”고 발표했다. 권력자의 명령일하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공포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반민주의 시대, 납치와 고문이 난무하던 지독한 야만의 시대가 낳은 비극이 동백림 사건이다. 그 진실의 일단이 밝혀지기까지 39년이 걸렸다. 그리고 또 10여년이 흘렀다. 윤이상은 복권되었는가. 윤이상에 대한 재평가는 이루어질 듯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에게는 여전히 ‘국가반역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윤이상평화재단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윤이상평화재단을 올려 기념사업조차 제대로 못 하게 만들었다. 윤이상과 친분이 있던 백남준은 “예술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 자체가 애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남과 북 ‘경계인’의 삶을 산 윤이상은 남에도 북에도 예술적으로 애국을 한 셈이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역사의 정리가 필요하다. 예술가와 그의 세계에 대한 진정한 사면은 국민의 몫이다. 정치적 성격이 다분한 ‘윤이상 문제’는 사실 ‘영부인 어젠다’가 아니라 언필칭 합리적 보수를 내세우는 바른정당 같은 데서 나서서 풀어야 할 과제다. 극우가 아닌 참다운 보수를 지향한다면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고 진보도 아우를 수 있는 일로 이보다 더 맞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윤이상에 대한 역사적 자리 매김이 확고하지 못하다 보니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민간도 어정쩡한 상태에서 그를 기려 온 측면이 없지 않다. 윤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윤이상 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세상은 변했다. 서푼도 안 되는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부여안고 보수니 진보니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며 공연한 허세를 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무엇이 중한가. 이제라도 윤이상을 정위치에 올려놓아야 한다. 정명(正名)을 찾아 주어야 한다.
  • 국민銀 상임감사 ‘낙하산 방어막’ 조항 신설

    내부 규범 개정… 금융관련 경력 필수 KB국민은행이 2년 6개월째 공석인 상임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해 ‘낙하산 방어막’ 조항을 내놓았다. 이른바 ‘제2의 신동철 논란’을 막기 위한 취지다. 국민은행은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고 30일 공시했다. 32조 2항에 ‘감사위원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상임감사위원의 직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등의 감사 또는 재무업무 등에 일정기간 근무한 경력을 고려해 후보를 추천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금융 이해도가 없으면 감사를 맡을 수 없다는 의미로, 대표적인 금융권 낙하산 자리에 방어벽을 친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 감사 자리는 2015년 1월 정병기 전 감사 사임 이후 2년 6개월간 공석이다. 상법상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있으면 감사를 꼭 두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KEB하나·우리·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상임감사를 두고 있다. 감사직에 대한 논란은 특히 지난해 4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내정됐다는 설이 금융권에서 나돌면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박근혜 정부가 반성은 못할망정 낙하산 인사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벌여선 곤란하다”고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높아지는 비난 여론 속에 ‘정치권 출신 감사 내정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 이사회의 이번 규범 개정이 금융 관련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고 평가하며 환영하는 눈치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재직 기간이나 전문성 요건과 같은 규정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추후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공공성이 짙은 금융사에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를 보내는 것은 국가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도심서 즐기는 초여름밤의 시네마

    도심서 즐기는 초여름밤의 시네마

    내일 세종문화회관 뒤뜰서 ‘무비 인 더 가든’ 꿈의숲아트센터 9일부터 3주간 ‘꿈의숲 시네마’초여름 밤 도심 속 힐링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잇따른다. 꿈의숲아트센터는 오는 9일부터 3주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라포레스타 앞 잔디밭에서 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꿈의숲 시네마’를 개최한다. 올해 2회째다. 지난해 5000명 안팎의 관객이 다녀갔다. 매주 금~일요일 오후 8시, 요일에 따라 다른 테마의 영화가 상영된다. 금요일에는 로맨스물 ‘나의 소녀시대’, ‘말할 수 없는 비밀’, ‘이터널 선샤인’이, 토요일에는 예술을 소재로 한 ‘빌리 엘리어트’, ‘미드나잇 인 파리’, ‘오페라의 유령’이, 일요일에는 가족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계춘할망’,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이 준비된다. 자세한 일정은 센터 홈페이지(www.dfac.or.kr) 참조. 앞서 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의 정원에서도 야외 상영회 ‘무비 인 더 가든’이 열린다. 2013년 시작한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다음달 개봉 예정인 에단 호크 주연의 로맨스물 ‘내 사랑’을 무료 상영한다. 사랑에 서툰 남자와 모든 것에 솔직한 여류 화가의 사랑 이야기다. CGV도 같은 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잔디언덕에서 ‘그린 시네마’ 행사를 연다. 라이브 공연과 미개봉 영화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올해 3회째로, 해마다 1000명 안팎이 참여하고 있는 행사다. 오후 2시부터 행사의 애피타이저 격으로 시원한 맥주와 아이스크림, 햄버그스테이크 등을 즐길 수 있는 부스가 꾸려진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싱어송라이터 홍대광 등이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이후 이달 말 개봉 예정인 ‘난리발광 17세’(가제)가 상영된다. 사춘기 소녀의 고민과 사랑, 우정을 그린 코미디다. 전체 입장료는 3만원. 19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제주 고령 해녀 월 20만원 수당 받는다

    제주 고령 해녀 월 20만원 수당 받는다

    제주도가 70살이 넘은 고령 해녀에게 월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지난 17일 제351회 임시회에서 좌남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녀어업 보존·육성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이날 심사에서 조례안 제6조(수당 및 정착지원금 지원)에 해녀수당과 정착지원금에 대한 상한액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고령해녀 수당은 월 20만원, 신규 해녀 정착지원금은 월 50만원 이내로 정했다. 고령해녀는 70세 이상, 신규 해녀는 40세 미만이다. 조례안이 1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제주도는 해녀들에게 지원할 수당 및 정착지원금과 관련한 세부시행규칙을 마련해 실시한다. 제주 해녀문화는 자연친화적인 작업 방식과 독특한 문화 등으로 지난해 11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제주 해녀는 1970년대 1만 4000명이 넘었지만 해마다 줄어 지난해 4377명으로 조사됐다. 70세 이상이 전체의 59.9%다. 한편 오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주포럼에서 제주 해녀를 주제로 한 문화세션이 열린다. 제주 해녀 세션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애기바당에서 할망바당까지, 제주 해녀문화 세계화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제주 해녀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과제를 놓고 토론한다. 또 법환 해녀학교를 방문해 현직 해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해녀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제주포럼 행사장 내에서는 제주 해녀 특별전시회도 열린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알고 계셨나요] 망신스럽게 왜 자꾸 들춰?… 질병관리본부의 ‘이유있는 고백’

    [알고 계셨나요] 망신스럽게 왜 자꾸 들춰?… 질병관리본부의 ‘이유있는 고백’

    “감추지는 못 할망정 굳이 왜 자꾸 알리느냐고요?”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KCDC)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초라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이 조사 결과에 근거해 청사가 위치한 오송역에 단어의 철자 앞뒤와 위아래가 일부 바뀐 게시물을 공개하자 여기저기서 나온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에서도 질병관리본부의 소통방식이 다소 파격적이라는 의견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조직이건 잘한 점을 알리려고 하지, 부끄러운 부분이나 못한 부분을 스스로 들춰내려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라면 굳이 그런 일을 들춰내서 나중에 이슈화되는 것을 본디 싫어하고, 기업이라면 매출이 떨어질 소식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질병관리본부라고 해서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왜 나중에 혹시라도 비판적 시각을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특히 공무원의 세계에서는 열 개 잘 해도 한 개 잘못하면 그 한 개에 결국 발목을 잡히는 것이 그간의 전통적인 관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질병관리본부가 인식조사결과에 자기고백을 지속하고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른 어느 정부기관이나 기업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소통은 오히려 역효과만 낳는다. 마치 전쟁 상황에서 누군가가 의약품을 내밀었을 때 시한폭탄인 줄 알고 받는 사람이 이를 내던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뢰는 생명인 것이다.자기고백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현재의 위치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그 바닥 위에서 하나하나 다시 벽돌을 쌓아가면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신뢰를 쌓았을 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위기상황이 다시 닥치더라도 보건당국의 메시지에 국민들이 귀 기울이고 질병 조기 차단과 확산 방지에 적극 동참해 조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인식에 근거해 ‘신뢰에 바탕을 둔 신속·정확·투명한 소통’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한순간이다.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질병위기상황에 대비해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같이 날카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의 자세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기수 명예기자(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
  • 정유라에 ‘F학점’ 준 교수 “최순실, ‘네가 뭔데’ 화내”

    정유라에 ‘F학점’ 준 교수 “최순실, ‘네가 뭔데’ 화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두 과목에서 낙제점인 ‘F’ 학점을 준 지도교수에게 전화해 ‘내 딸을 제적시키겠다고 했다’며 화를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씨의 지도교수였던 함모 교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1일 열린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의 재판에 나와 이같이 진술했다.그는 2015학년도 1학기에 정씨가 수강한 체육학개론, 건강과학개론 과목에서 F학점을 준 이유로 ‘성의 부족’을 꼽았다. 함 교수는 “(정씨가) 한 번도 안 나와 연락을 했더니 최순실씨가 전화를 받아서 독일에서 승마 훈련 중이라고 사정을 말했다”며 “훈련 사진 몇 장을 보냈을 뿐 학교에 못 가니 과제물이나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나 학부모가 학사관리를 위해 협조적으로 성의를 표현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며 “이런 상태에서 학점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 F를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씨는 F학점을 받고도 2016학년도 1학기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함 교수는 교무처로부터 정씨와 면담을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함 교수가 면담을 위해 정씨에게 연락했지만 처음에는 사촌 언니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고, 이후엔 최씨와 통화하게 됐다. 함 교수는 “정씨가 계속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학사경고를 받으니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최씨가 ‘내 딸을 제적시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평교수가 학생을 제적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제 얘기를 하나도 듣지 않았다”며 “저에게 (정씨를) 제적시키면 고소하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부연했다. 함 교수는 통화 이후 최씨가 학교까지 찾아와 ‘이따위 교수가 다 있느냐’라는 등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김 전 학장으로부터 ‘정윤회 부인이 찾아갈 텐데 잘해서 보내줘라’는 연락을 받았고 얼마 후 최씨가 학교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함 교수는 “(최씨가) 모자와 선글라스도 안 벗고 찾아와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설명을 다시 드렸는데 잘 듣지 않았고 ‘네가 뭔데 제적을 시키느냐’라는 얘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최씨가 ‘내 딸은 이대 졸업을 안 해도 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지도교수라는 사람이 학생을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딴 식으로 제적을 시킨다’라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씨가 자기 말만 하고 저를 굉장히 모욕했다”며 “‘지난번 통화에서 고소한다고 했으니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고 하자 벌떡 일어나서 나갔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포츠&스토리] 40일간 40개 마라톤 ‘철녀’… 물의 소중함 전한 1687㎞

    [스포츠&스토리] 40일간 40개 마라톤 ‘철녀’… 물의 소중함 전한 1687㎞

    나일강 등 대륙별 대표 강변 달려… 수자원에 대한 경각심 알리기 초점 작년엔 7대륙 사막 1688㎞ 대장정… “모두 충분한 물 공급받는 세계 되길” 호주의 여자 울트라마라톤 마니아 미나 굴리(46)가 40일 동안 6대륙의 40개 마라톤 대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영국 BBC가 2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굴리는 다음달 1일 영국 런던의 템스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1687㎞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인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에 의해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리더 50인에 뽑힌 인물. 2012년에 젊은이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글로벌 자선재단 ‘서스트’(thirst·갈증)를 출범시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주 동안 7대륙에 걸쳐 사막 1688㎞를 횡단하며 물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처럼 올해 ‘40일-40마라톤 프로젝트’도 수자원의 소중함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먼 거리를 달리는 데 목표를 맞춘 게 아니라 고통에 맞먹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굴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쁜 나날만은 아니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겨냈다”며 “즐기려고 달린 게 아니라 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어 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정에서 소비하는 물은 우리에게 주어진 양의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물의 족적’에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발에는 온갖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신발을 벗으면 발톱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양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고 방송은 그의 몰골을 전했다.그는 세계 물의 날인 지난달 22일 출발해 미국과 멕시코를 흐르는 콜로라도강, 브라질 아마존강, 호주 머리강, 중국 양쯔강, 이집트 나일강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마지막을 런던 템스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으로 장식할 생각이다.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이 물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약속인 유엔의 ‘글로벌 골 식스’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했다. 사실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지난해 성탄절 뜻밖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출발 3주 전까지 하루 15분 이상 달리지 못했다. 굴리는 “처음 몇㎞를 뛰고 나니 완전히 늙은 할망구처럼 보이더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다리를 엄청 절뚝거렸다. 우리 지원팀에게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처음 몇몇 대회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냈다”고 덧붙였다. 휴식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달리지 않을 때는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느라 비행기를 타거나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대회에 참가할 땐 늘 토착민 지도자들, 관광업 종사자들, 농민들과 만나 물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굴리는 많은 나라들이 자연이 보전해 주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을 써버리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점점 힘들어지는 건 다음 세대”라며 “난 모든 이들이 영원토록 충분한 물을 공급받는 세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40일-40마라톤 완주를 달성한 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어지면 축하의 의미로 충분하다”며 웃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완주한 미나 굴리 “물의 소중함 알리려 달렸다”

    40일 동안 40개 마라톤 완주한 미나 굴리 “물의 소중함 알리려 달렸다”

    호주의 울트라마라톤 마니아 미나 굴리(46)가 40일 동안 육대륙의 40개 마라톤 대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어 놀라움을 안긴다. 굴리는 다음달 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템즈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1687㎞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라고 BBC가 27일 전했다. 변호사 출신 환경운동가인 그는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위대한 리더 50인에 뽑혔던 인물. 2012년에 젊은이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글로벌 자선재단 ‘더스트’를 출범시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주 동안 칠대륙의 사막 1688㎞를 횡단하며 물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처럼 올해 40일-40마라톤 프로젝트도 수자원의 소중함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엄청난 거리를 달리는 데 목표를 맞춘 것이 아니라 고통에 맞먹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굴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쁜 나날만은 아니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이겨냈다”며 “즐기려고 달린 것이 아니라 물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길 원해 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정에서 소비하는 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양의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물의 족적’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세계 물의 날에 출발해 미국과 멕시코을 흐르는 콜로라도강, 브라질 아마존강, 호주의 머리강, 중국의 양쯔강, 이집트 나일강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마지막을 런던 템즈강 주변을 달리는 마라톤으로 장식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이 물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약속인 국제연합(UN)의 ‘글로벌 골 식스’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했다. 사실 준비는 충분히 하지 못했다. 지난해 성탄절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해 하루 15분 이상 달려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굴리는 “처음 몇 ㎞를 뛰고 나니 완전히 늙은 할망구처럼 보이더군요“라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다리를 엄청 절뚝거렸다. 우리 지원팀에게 내가 얼마나 상태가 나쁜지 보여주고 싶지 않아 처음 몇몇 대회는 나혼자 모든 것을 해냈다“고 털어놓았다. 휴식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달리지 않을 때는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느라 비행기를 타거나 운전을 해야 했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늘 토착민 지도자들, 관광업 종사자들, 농민들과 만나 물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굴리는 많은 나라들이 자연이 보전해주는 것보다 훨씬 빨리 물을 써버리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었다고 했다. 굴리는 ”점점 힘들어지는 건 다음 세대“라며 ”난 모든 이들이 영원히 충분한 물을 공급받는 세계가 됐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40일-40마라톤 완주란 목표를 달성한 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어지면 축하의 뜻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제주 고사리 좀 꺾어수과?

    제주 고사리 좀 꺾어수과?

    제주의 봄나물은 고사리다. 봄이 찾아온 제주 들판과 숲에는 요즘 야생 고사리 채취가 한창이다. 고사리를 찾아내는 눈맛과 툭툭 꺾는 손맛에다 직접 꺾은 햇고사리를 먹어 보는 고사리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관광보다는 고사리만 꺾으러 다니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육지 사람들까지 고사리 꺾기 행렬에 가세했다.고사리가 뭐길래, 4월 제주에서는 마치 수렵 채취하던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 너도나도 들판으로 숲으로 야생 고사리를 찾아 나선다. 제주 자연이 봄이면 아낌없이 주는 노다지 야생 고사리. 제주섬은 요즘 온통 고사리앓이 중이다. ●해녀들도 잠시 물질 멈추고 바다 아닌 들판으로 “고사리 좀 꺾어수과?” 4월 제주의 봄 인사는 고사리다. 진료실의 의사도 연구실의 교수도 휴일이면 한번쯤은 고사리꾼으로 변신한다. 심지어 해녀들도 잠시 물질을 멈추고 바다가 아닌 들판으로 향한다. 노인들로 넘쳐 나던 시골 동네 병원은 갑자기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비수기를 각오해야 한다. 시골동네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개점휴업이다. 할망(할머니), 하르방(할아버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매일 고사리 사냥을 떠난 탓이다.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를 꺾을 수 있는 시기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딱 한 달간. 5월 하순이면 고사리 잎이 펴 버리고 줄기가 단단해져 맛도 없다. 야생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린 새순을 꺾는다. 고사리를 잡아채 톡톡 툭툭 꺾는 손맛은 느껴 본 사람들만 안다. 들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록색의 가늘고 긴 고사리는 백고사리, 가시덤불 등 그늘에서 자란 진한 갈색의 통통한 고사리는 흑고사리다. 고수 고사리꾼는 흑고사리만 고집해 곶자왈 가시덤불로 뛰어들고 초보 고사리꾼은 들판의 백고사리에도 만족해한다. 조상 모시기에 유별난 제주의 제사상에는 반드시 고사리가 올라간다. 집집이 그해 꺾은 햇고사리를 잘 보관했다가 정성껏 제사상에 올린다.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16일 “봄에 제사상에 올릴 고사리를 미리 충분히 꺾어 놓아 보관해 두는 게 제주사람들의 오랜 풍습”이라며 “가시덤불을 헤쳐서라도 봄에 질 좋은 고사리를 좀 꺾어 둬야만 조상들 볼 면목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야생 고사리 줄기는 꺾어도 아홉 번까지 새순이 돋아난다. 4월 중순부터 제주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이 비는 고사리를 땅속에서 쑥쑥 키워내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 고사리 장마철이면 앞사람이 지나간 곳을 뒤따라 가도 금세 자란 새 고사리를 만날 수 있다. 제주에는 ‘고사리는 아홉 성재(형제)다’는 속담도 있다. 고사리처럼 자손들이 강하게 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제주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사리 꺾기 고수는 혼자, 하수들은 몰려 다녀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귈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바친 진상품으로 쫄깃하고 뛰어난 맛과 향기를 자랑한다. 곶자왈이며 오름(기생 화산) 등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이 키워내 제주산 고사리는 명품 대접을 받는다. 최고의 품질답게 소고기보다도 비싸다. 1㎏ 제주 한우 등심이 7만원여원인데 잘 말린 제주 햇고사리는 12만~13만원을 호가한다.시골의 할망들은 고사리 철이면 한 달 동안 부지런히 발품 팔아 200만~300만원을 거뜬히 번다. 제주 오일장에 내다 놓으면 관광객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최근에는 고사리 꺾기에 관광객도 가세했다. 관광은 뒷전이고 고사리만 꺾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다. 박미정 제주올레 홍보팀장은 “봄이면 어느 올레길에 고사리가 많이 있는지 문의 전화가 온다”며 “올레길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사리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어 올레길도 즐기고 고사리도 꺾는 올레길 고사리 투어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제주 이주민들은 고사리철이면 신바람이 난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야생 고사리 꺾기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즐겁다. 이주민 김민희(52)씨는 “제주 토박이들은 어디선가 크고 굵은 고사리를 수북이 꺾어 오지만 고사리 꺾기 초보 이주민들은 작은 고사리에도 만족해한다”며 “고사리 꺾기에 푹 빠져 꿈에도 고사리 꺾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했다.제주 토박이에겐 나만이 알고 있는 고사리 포인트가 있다. 할망들은 며느리에게도 고사리 포인트를 안 알려준다고 한다. 야생 고사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는 요즘 고사리꾼들로 넘쳐난다. 남원 토박이 김만수(53)씨는 “여행객까지 가세하면서 요즘 남원 들판에는 고사리보다 고사리꾼들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며 “고사리 꺾기 고수들은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 혼자 가고 하수들은 여럿이 몰려 다닌다”고 말했다. 조선 중기 제주에서 10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정온(1569~1641)은 야생 고사리를 즐겨 먹었고 인조반정으로 제주에서 풀려난 후 병자호란을 겪은 뒤 그의 은거지도 고사리를 캐는 집이라는 뜻의 채미헌(採薇軒)이라 지었다. 고사리철이 되면 119도 바짝 긴장한다.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고사리 채취객 등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 홍보에 발 벗고 나선다.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 75건(8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5건(48명)이 고사리를 채취하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사고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숲속에서 고사리를 꺾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깊은 숲속으로 자꾸 들어가게 돼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고 더구나 제주 지리에 밝지 않은 관광객이나 이주민들은 주의해야 한다”며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와 호루라기 등 연락 가능한 장비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9~30일 한남리서‘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야생 고사리가 절정을 이루는 이달 말이면 제주에서는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오는 29~30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국가태풍센터 인근)에서는 ‘생명이 움트는 남원읍, 몽클락헌(몽특한) 고사리와 함께’라는 주제로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가 열리는 한남리 일대는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고사리 꺾기와 고사리를 삶고 말리는 제주 고사리 풍습, 고사리를 넣은 흑돼지 소시지 등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염색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고사리 축제를 기념해 머체왓 숲길 걷기대회도 열린다. 머체왓 숲길은 남원읍 한남리 공동목장 일원에 야생화 숲길, 돌담쉼터, 머체왓 전망대, 산림욕 숲길, 목장 길, 머체왓 집터, 서중천 숲 터널 등 6.7㎞ 코스다. 머체왓 숲길 중간지점에는 40~50년 전에 마을주민들이 거주했던 머체왓 마을집터와 올레 등을 부분적으로 복원해 놓았고 방목 중인 소와 말들을 구경하면서 목장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축제 기간 오토캠핑장도 운영한다. 남원읍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제주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으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봄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축제여서 관광객도 잠시나마 고사리 삼매경에 빠져 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2017 제1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소비자 안전’이 대전제… 전안법 방향·범위 공감대 찾아야

    [2017 제1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소비자 안전’이 대전제… 전안법 방향·범위 공감대 찾아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시행이 1년 유예된 가운데 대안 마련을 위한 여론 수렴이 한창이다. 전안법은 생활용품 인터넷 판매에 대해 ‘KC 인증’(국가통합인증) 게시 등을 의무화한 것으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동대문상가나 온라인쇼핑몰 등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고,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 권익을 위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법 적용 시점을 올 1월에서 내년 1월로 미뤘다. 그사이에 상공업계와 소비자 쪽의 의견을 더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회의실에서 올해 첫 ‘서울신문 정책포럼’을 열어 이 문제를 다뤘다. ‘4차 산업혁명과 전안법… 소비자 권익 보호인가, 과도한 규제인가’(주관 한국제품안전협회)를 주제로 열린 좌담 형식의 포럼에서 각 부문을 대표해 나온 전문가들은 전안법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은숙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소비자),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유통업계), 이재길 한국의류산업협회 총괄본부장(제조업계),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학계)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사회는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맡았다.1. 전안법 논란 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나. -김윤태 부회장 인터넷 쇼핑은 해마다 10~20%씩 성장하는 신산업이다. 미국 ‘아마존’ 등 해외 사이트 판매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배달해 주는 구매대행 시장도 폭발적으로 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 주지는 못할망정 사전 인증이라는 강력한 규제법을 정부가 만들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상 상품고시를 만들어 온라인 판매 제품에 대한 안전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추가로 전안법을 통해 KC 인증 인터넷 게시 의무화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재길 본부장 2015년에 제정된 전안법이 올해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인식되며 극심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1차적으로 정부에 책임이 있다. 상공인들과의 소통이나 공감대 형성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및 유통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영향 평가도 부족한 상태에서 법률이 강제, 의무화되다 보니 생긴 문제다. 업계가 실제로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문은숙 대표 전안법은 기존의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을 통합했을 뿐 새로운 법으로 보기 어렵다. 기존 안전관리제도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온라인 사업자도 오프라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안전정보(KC 마크)를 제공하는 것을 추가한 정도다. 그럼에도 마치 민생에 해가 되는 악법처럼 알려지는 데는 정부 역할과 기업 책임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화학적 변화 없이 물리적으로만 통합됐다는 얘기다.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규제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이 마땅히 져야 할 부담을 불필요한 영역, 고비용 규제라고들 상공인들이 주장하는데, 예전에 안전관리를 안 했던 비용을 당연히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비용은 물론 소비자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2. 소상공인 법적용 어떻게 →소상공인에 대한 법 적용을 어떻게 해야 ‘규제’와 ‘보호’의 절충점이 찾아질까. -김주찬 교수 소상공인의 명확한 규정이 참 어렵다. 하지만 소상공인이라는 개념보다는 원칙적으로 규제가 엄격히 들어가야 할 대상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대상을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를 정리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인증 비용 부담이 생기면 일정 수준의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텐데,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실을 감내할 만한 수준의 안전 이슈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안전 문제는 제품 자체의 유해도도 중요하지만 어린이 등 누가 사용하고, 누가 구매하고, 제품 사용주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정부 안전관리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김윤태 부회장 소규모 사업자들은 상품 회전율이 빠른 제품을 취급하면서 저가의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생활용품의 KC 인증에 대한 품목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생활에 밀접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까지 인터넷 게시 의무를 부과해 소상공인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기보다는 상품 정보 고시의 틀에서 현상을 유지해도 문제가 없다. 특히 영세 상인들은 인증 부담이 큰 만큼 유해 가능성이 미미한 품목은 제외하고 그 제품들에는 자율적인 정보 표시를 유도해야 한다. -문은숙 대표 안전 책임에는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돼야지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 다만 제조자, 유통업자, 판매업자의 책임은 각각 다르다. 중소·영세 소상공인은 책임의 면제, 축소가 아닌 인증 절차의 간소화나 공동실험과 같은 인프라 공유 지원 등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재길 본부장 소상공인의 범주는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섬유 패션산업은 90% 이상이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매출 10만원 이하짜리를 10개도 못 파는 상인이 있는가 하면,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사업자도 있다. 권리금 2억~3억원짜리 동대문 상가 매장을 가진 사람과 집에서 단순 물건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의 경제활동 능력이 다른데 소상공인이란 이름으로 묶어 버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통, 제조, 원사 등 독립된 권리 주체와 복잡다단한 공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그 과정에서 책임 규명도 쉽지 않다. 3900원짜리 양말 2개 세트를 파는 상인이 소비자와의 접촉점이라는 이유로 전체를 책임져야 하나. 완제품만을 겨냥한 전안법의 적용 대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3. 소비자 안전 보호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비자 안전 보호와 산업발전 해법은. -김주찬 교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섬유 제품은 한류문화 확산 등에 힘입어 후방 연관 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전의 원칙과 함께 우리나라 규제 제도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야 한다. 온라인 쇼핑은 국경의 경계를 허물고 가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제품이 국제적으로 비슷한 기준과 규제의 틀 속에서 거래될 때 비로소 유통업체든, 제조업체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세계시장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안전기준과 규제 방식이 뭔지 확인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윤태 부회장 소비자의 해외 제품 구매에 있어 편의를 제공하는 구매대행의 경우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KC 인증 등을 받기 어려운 만큼 해당 판매국의 인증정보로 대체하는 한편 일부는 KC 미인증 제품임을 밝히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오픈마켓의 경우 6000만~7000만개의 상품이 다뤄진다. 전안법은 벼룩 하나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이 될 수 있다. 시장 환경에 맞게 풀어 주고 온라인 시대에 맞게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은숙 대표 전안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모든 거래를 뒤흔드는 엄청난 새 규제가 아니다. 필요한 정보인데도 여태껏 공개하지 않았던 제품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첨단 기술력이나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라는 게 아니다. 수많은 광고형 정보 속에 정말 안전에 대한 소비자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홈쇼핑과 오픈마켓에 사업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 조항이 만들어졌듯이 이전과 같은 자유는 줄어들겠지만 초가삼간 태우는 정도의 부담은 아니다. 물론 생산부터 유통까지 과정에서 맨 말단에 있는 업체가 모든 책임을 다 질 수는 없다. 섬유제품은 물질 관리와 완제품 관리 등 다른 법규들과 연계돼야 한다. -이재길 본부장 온라인 환경에 대한 규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에 안 해 오던 걸 이제 지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기보다 온라인 유통 환경을 어떻게 적절히 양성화할지 방법을 찾는 게 맞다. 사후 규제를 강화하고 KC 검사를 받은 제품과 받지 않은 제품을 자율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KC 마크는 없지만 한철 짧게 입을 5000원짜리 면티 2장을 사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능할 텐데 그런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어떨까. 특히 시장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절대 부족한 KC 검사기관 등 인프라 부족 문제와 오랜 검사 기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4. 법 유예기간 보완점은 →정부는 내년 1월까지 법 시행 유예기간 동안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나. -김윤태 부회장 이왕에 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라면 아예 2년 정도 미뤄 시행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 좀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 시행 때처럼 좀더 사회적으로 부산을 떨어야 한다. 공론화와 적응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거쳐 불필요한 위법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주찬 교수 논의의 중심에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학적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인증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비용 부담의 주체는 누가 되는지, 비용에 따른 기대 편익은 뭔지, 장기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올지, 산업구조의 국제 경쟁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유예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줄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이 제도와 방향에 공감할 수 없다면 방향이 아예 잘못됐거나 혹은 너무 앞서가 시장이 쫓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재길 본부장 혼란이 더 길어지기 전에 어느 정도 논의된 것들을 종합해 빨리 방향을 제시해 혼란을 줄여 줬으면 좋겠다. 법률 개정 방향이 빨리 나와야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인프라, 인증 방식, 단계별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보 전달이 현재 너무 부실한 만큼 정부 차원의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문은숙 대표 기본적인 안전 인증은 기업의 책임이지만 안전을 확인해야 할 품목을 무엇으로 할지 등은 정부가 정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에서 유통까지 각각의 단계마다 더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시행되기보다 제품 안전관리에 소비자와 사업자와 정부가 동의하는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소비자 신뢰는 사회적 자산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보듯 소비자 위해 문제는 아무리 큰 보상을 받는다 할지라도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제품안전기본법에 나오듯 책임 수행 방법을 기업이 제시하고 정부가 효율적인 감독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리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전안법은… KC 인증 적용대상’ 공산품 →생활용품 ‘가습기 살균제’ 이후 안전성 부각… 인터넷에서 의류·잡화 팔 때도 인증마크 표시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제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마련된 것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다. 전안법은 전기용품과 공산품에 따로 적용하던 법(전기용품안전관리법,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이다. 2015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통과됐다. 우선 법 적용 대상에 대한 용어부터 ‘공산품’에서 ‘생활용품’으로 바뀌었다. 국가통합인증인 ‘KC 인증’의 분야는 ▲안전 인증 대상 생활용품(재생타이어, 라이터 등) ▲안전 확인 대상 생활용품(건전지, 도어록 등)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 생활용품(의류, 잡화 등)으로 구분됐다. 생활용품을 생산할 때 업체는 반드시 KC 인증을 보유해야 하며, 인터넷에서 판매할 때도 홈페이지에 KC 인증 마크를 표시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매대행업자들도 생활물품에 대해 KC 인증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예컨대 해외 제조업체가 KC 인증이 없을 경우 그 회사의 제품은 국내에 수입해 들여오면 안 된다.
  • [씨줄날줄] 로봇세 논쟁/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로봇세 논쟁/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로봇세.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될 로봇의 노동에 매기는 세금이다. 취지는 로봇 탓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이나 노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금의 확보를 위해서다. 부담은 로봇이 아닌 로봇을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의 몫이다. 소득세를 징수하려면 납세자가 인격이 있어야 하는 까닭에서다. 실제 도입된 사례가 없는 이유다. 다만 유럽연합(EU)에서는 로봇에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올 1월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으로 지정한 결의안을 통해서다.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세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뜨거운 찬반 논쟁의 시작이다. 게이츠는 “기술적으로 로봇이 살아 있지 않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로봇에 대한 세금 부과는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간주한 것이다. 프랑스 대선 후보인 사회당 브누아 아몽은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재원 충당을 위해 로봇세 도입을 공약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게이츠를 반박했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으로 로봇만을 지목할 논리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항공기 탑승권 자동 발권이나 모바일 뱅킹 등도 인간의 노동력을 줄였지만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세금을 내야 하면 로봇 자체가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허의 실패’ 저자인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제임스 베슨은 “로봇세가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게이츠의 견해에 반대했다. 로봇 기술의 혁신에 보조금은 주지 못할망정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이다. 1994년 당시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근로자의 기술 연수 확대 및 실직 수당을 위해 로봇세를 고려하겠다”며 처음 언급했을 때 ‘로봇세 구설수’로 깎아내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3년 만이다. 지난 2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에서 로봇세가 등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로봇세 도입의 질문에 “과도한 생산성에 따른 일자리 축소에서 로봇세를 걷어야 한다는 게 요즘 추세”라며 필요성을 밝혔다. 로봇세는 실현 가능성이 작아 먼 미래의 이야기로 들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마냥 남의 일처럼 치부할 수 없다. 일자리와 기술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로봇세, 논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여자라서 붙은 꼬리표… 숨어 있는 편견의 역사

    여자라서 붙은 꼬리표… 숨어 있는 편견의 역사

    그런 여자는 없다/게릴라걸스 지음/우효경 옮김/후마니타스/356쪽/1만6000원미국 뉴욕에서 결성된 페미니스트 행동주의 그룹으로 1985년부터 30년 넘게 활동 중인 게릴라걸스가 여자들을 따라다니는 고정관념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찾아 분석했다. 파파걸, 말괄량이, 팜파탈, 노처녀, 할망구 등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존재하는 고정관념은 물론 여성을 성적으로만 대상화하는 시각을 통해 창녀, 레즈비언, 색녀 등에 대해 분석한다. 또한 교육에 열성적인 사커맘이나 여성 임원들처럼 여성이 담당하는 일과 관련된 고정관념, 특정 민족이나 종교 집단별로 파생된 편견 등을 바비 인형 패러디를 통해 풍자적으로 다룬다. 더불어 국민여동생, 롤리타, 노처녀들, 제3의 성 아줌마, 공순이와 식모 등 한국인의 고정관념에 대한 분석도 덧붙여 국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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