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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다나스’ 한반도 관통…경로 변하면서 강도 변화 관건

    태풍 ‘다나스’ 한반도 관통…경로 변하면서 강도 변화 관건

    기상청 “소형 태풍…강풍보다 폭우 피해 주시” 북상 중인 제5호 태풍 ‘다나스’의 경로가 기상청의 17일 오후 예보와 달리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8일 밤 태풍 강도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다나스는 18일 오후 3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약 2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7㎞로 북진하고 있다. 소형 태풍으로, 중심기압은 990h㎩이다. 다나스는 20일 오전 3시 서귀포 서쪽 약 150㎞ 부근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현재 다나스는 수온이 약 30도인 해역을 지나며 강도가 세지고 있다. 그러나 북상을 계속하면서 28도 미만의 수온이 낮은 해역에 들어서면 다시 약해질 전망이다. 다나스가 강하게 발달할수록 북진 속도는 떨어진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다나스의 속도에 변동이 생기면 한반도에 접근할 때 다나스에 영향을 주는 기류가 달라져 태풍 이동 경로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기상청은 17일 오전에는 다나스가 수도권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오후에는 제주도를 관통해 부산을 스쳐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 먼 바다에서 태풍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나스의 강도가 의외로 세지고 속도가 떨어지면서 한반도 주변 상공에 부는 서풍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다나스의 예상 진로도 좀 더 북쪽으로 치우쳐 남부 지방을 지나게 됐다. 그러나 다나스는 어디까지나 소형 태풍인 만큼 한반도를 관통하더라도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넓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강원도, 충청도 등 중부 지방은 다나스의 영향권에 들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나스가 강한 태풍은 아니기 때문에 강풍 피해는 그렇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비 피해인데 내일 오전에 태풍에 따른 강수량 관련 전망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스의 북상으로 19일 낮 12시 무렵부터 제주도에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0∼30m인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20일에는 남부 지방에도 이 정도의 강풍이 불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18일부터 주말까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날부터 토요일인 20일 자정까지 남해안, 지리산 부근, 제주도의 예상 강수량은 150∼300㎜다. 제주도 산지의 경우 700㎜에 달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을 제외한 전라도와 경상도, 강원 영동의 예상 강수량은 50∼150㎜이고 서울과 경기도, 강원 영서, 충청도, 울릉도·독도는 10∼70㎜다. 기상청은 “오늘과 내일은 장마전선, 내일 오후부터 모레까지는 북상하는 태풍 다나스에 동반된 많은 수증기와 지형적인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이어 “산사태, 축대 붕괴, 토사 유출, 침수 등 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기 바라며 계곡이나 하천에서는 급격히 물이 불어 범람할 수 있으니 안전사고에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다나스가 한반도에 접근하면 태풍 특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19일 아침 제주도 남쪽 먼바다를 시작으로 태풍 특보가 발표돼 20일에는 경상도 지역에 발표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나스의 접근은) 남부 지방에 걸린 장마전선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장마전선은 조금 북상했다가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KEB하나은행, KSQI 고객접점부문 4년 연속 1위 차지

    KEB하나은행, KSQI 고객접점부문 4년 연속 1위 차지

    KEB하나은행(은행장 지성규)이 ‘2019년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은행산업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9월 통합은행 출범 이후 4년간 고객접점부문 은행산업 부문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아 그 의미가 더욱 크며, KSQI 4년 연속 1위 선정을 기념해 16일 전국 영업점과 부서에서 선정된 111명의 ‘손님칭찬 우수직원’ 및 ‘우수 CS리더’ 등을 본점으로 초청해 인증식과 시상식을 가졌다. 특히 해당 은행은 올해 ‘손님행복 함께 비상(飛上)’이라는 가치하에 ▲영업점별 매월 1회 ‘손님 행복의 날’ 제정/운영 ▲손님의 소리를 담은 CS와 민원 콜라보 ‘손님응대시리즈’ 연재 ▲손님응대 우수직원, 우수영업점을 선발하는 ‘CS명인(名人), CS명가(名家) 제도’ ▲보다 적극적이고 생생한 현장의 소리 청취를 위해 서울/경기지역에 한해 운영했던 KEB하나 직원 자문단을 충청/호남/영남지역으로 확대해 총 45명으로 운영 ▲칭찬손님의 로열티를 제고하기 위한 ‘칭찬손님감사이벤트’ 실시 ▲매월 1회 은행장이 직접 주관하는 손님행복(불편제거) 위원회를 통해 영업현장의 직원뿐 아니라 손님의 관점에서 개선점을 찾아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손님 중심의 행복한 금융 실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금융권 최초 3000여 개 사고 패턴을 AI로 학습시켜 이상 거래를 분석 및 탐지하는 AI기반 신 FDS(Fraud Detection System)를 도입해 금융사기근절을 선제적으로 대응 ▲홈페이지 내 ‘KEB하나 소비자세상’을 통한 소비자보호활동 및 생활정보가이드 제공 ▲청각/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ARS’, QR코드 활용 음성전환서비스, 점자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점자 보안카드 ▲금융취약/소외계층의 서비스 이용 편의를 위한 ‘행복동행금융창구’를 전국 746개 점포에 설치/운영 ▲보건복지부와 ‘저소득층의 자산형성 지원’ 업무협약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소비자권익보호 및 소비자보호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금융감독원에서 주관하는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에서 2년 연속 전 항목 ‘양호’ 등급 이상을 달성해 소비자보호 종합 역량 최상위 은행으로 평가받았으며, 한국경제 주관 제7회 금융소비자보호 대상에서 은행부문 최우수상(금융감독원장상)을 수상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손님과 직원의 다양한 생각과 관점이 KEB하나은행을 한 단계 성숙하게 할 것이다. 손님으로 하여금 훌륭한 경험을 어떻게 하게 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직원 모두가 염두하고 실천할 때, 손님이 찾아오고 싶은 은행, 손님이 머물고 싶은 은행, 손님이 행복한 은행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손님행복은행 계승, 발전을 강조했다. 또한 손님가치중심 경영의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하는 ‘2018년 소비자중심경영(CCM, Custo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획득했다. CCM 인증은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경영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관련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인증하는 국가공인제도이며, 이번 인증 취득으로 손님 지향적인 경영문화 확립과 소비자 관련 시스템 구축 및 정비를 통해 대내외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KSQI 4년 연속 1위, 서비스 최고 은행이라는 칭찬은 손님이 주신 큰 상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라며 “손님 중심의 일하는 방식 혁신과 배려로, 손님과 하나되어 글로벌 리딩은행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KSQI-MOT는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손님들의 체감 정도를 매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지수로 서비스 평가단이 31개 산업, 109개 기업 및 기관을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 방식으로 방문 후 서비스 품질을 평가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00자 인터뷰 22]남기정 “일본의 저강도 복합전술, 잘 읽어야”

    [2000자 인터뷰 22]남기정 “일본의 저강도 복합전술, 잘 읽어야”

    한일 총성없는 전쟁 본격화 7·4 조치, 고강도 단일전술로 오독 안돼 참의원 선거 후에도 대한국 공세 지속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日 존재 각인 의도 남북관계 개선 브레이커 역할 가능성 1+1 민간해결에 한국 단독의 피해자 보상돼야 65년 체제 안정화 위한 외교노력 필요“한국과 일본 양국이 백기를 들고 양보하는 일은 없다. 무기를 들지 않은 총력전에 대비해야 한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저강도 복합전술을 고강도 단일전술로 잘못 읽어서는 안된다”면서 “강제동원 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밀려난 일본이 존재를 각인시키고, 남북관계의 브레이커를 할 수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도 포함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Q: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들이 법원에 신청한 일본 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일본 경제산업성이 7·4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기습적으로 단행한 배경은 무엇인가. A: 첫째 이유는 현금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조치를 취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보복이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둘째는 7·4 조치를 보면 경제보복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그레이존 같은 조치들을 던져 놓고는 강제동원 문제 등에 대해 일본 정부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조치를 내렸고, 한국에는 위기의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실질적인 보복조치라기보다는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넘어가는 데 90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금화 되는 시기에 맞춘 조치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일본이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청한 상태에서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간다고 하는데 실은 일본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소리가 있다. 일본으로서도 사태 해결을 한국에 촉구한 뜻도 담겨 있다. Q: 일본 외무성은 18일로 설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에 대한 답변이 한국 측에서 없을 경우, 대항조치를 취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중재위 구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았다. 일본 측 대항조치가 예상되고, 거기에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까지 내달 이뤄지면 그야말로 한일의 총성없는 전쟁이 본격화된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이 최악의 파국을 달리고 있다. 향후 전망은. A: 양국이 백기 들고 양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타협의 가능성과 진전을 기대한다면 당사자 간 화해가 최선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금화가 진행되고 일본이 보복으로 나서게 되면 무기만 들지 않은 총력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Q: 21일의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낙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대한국 공세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A: 한마디로 ‘저강도의 복합전술’로 규정하고 싶다. 우리는 그것을 ‘고강도의 단일전술’로 오독(誤讀)하고 있다. 실질적인 위협보다 우리는 위협의 강도를 세게 보고 있고, 강제동원 문제에 국한해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일본은 저강도로 시작한 것이고,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포석을 갖고 있다. 일본의 수를 읽어야 한다. 따라서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통일·여가·교육·복지부 등 관련부처가 다 모여 대응해야 한다. 참의원 선거라는 시점을 아베 신조 총리와 그 측근들이 고려했겠지만 결정적인 타이밍은 아닐 것이다. 한국 내의 ‘참의원 용’이란 해석은 단락적이다. 오히려 7·4 조치로 아베는 재미를 못 보고 있는 게 실상이다. Q: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 포석’의 의미는. A: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밀려난 일본이 동원가능한 자원을 가지고 일본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고 본다. 대북 제재를 걸고 나왔고, 사린 가스를 들고 나왔다. 이런 대응은 치밀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아베와 아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평소 생각이 여과없이 분출된 측면은 있다.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와 관련한 일본의 메시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리스트 유지에 필요한 통상협의에 한국이 성실하지 대응하지 않았다는 게 일본 논리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일본이 우리 측에 요청한 협의가 있었던 모양인데 대응하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되었던 것 같다. 과거 중유제공 거부 사례를 생각해보면, 일본이 남북미 협상 구도에 끼어들어 오면 껄끄럽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일본이 협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에 우리가 응할 경우 일본은 대북 제재라든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한국이 일본을 거치지 않고 남북화해로 갈 수 없다는 메시지, 앞으로 남북관계의 브레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 의도는 2017년 미국과 일본의 안보경험자, 정치인, 학자들로 구성된 ‘후지산 모임’이 펴낸 전략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에 나온 거지만, 한국이 한미일 공조체제를 깨고 너무 급속히 일방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 미국과 협력해서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런 인식이 아베와 아베 측근에 있다. 여러가지 포석의 의미란 단기적으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에 대한 일본식 메시지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일본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경제적이면서도 군사안보적이고 정치외교적인 파장을 갖는 수를 구사할 가능성이 있으니 여기에 준비하고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Q: 정부는 ‘1+1’(일본기업+한국기업의 출연금에 의한 배상) 방안을 내놓고 일본 측에 협의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곧바로 거절했다. 지금의 한일 갈등을 푸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1+1 방안, 즉 6·19 제안은 한국 정부의 역할이 명시돼 있지 않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1+1+알파’는 한일 기업의 출연금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것과 분리해서 한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책임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1+1이라는 민간 영역은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고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년이란 역사 해석에 입각한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임시정부가 채택했던 임시헌법 1조에는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의 강점하에서 국민이 고통받고 있었고, 국가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다해 임시정부의 명맥을 이으려는 현 정부가 책임을 다 하라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일부분이다. 모든 피해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책임을 이행한다는 태도로 나간다면, 우리 스스로도 명예롭고 일본에도 떳떳할 것이다. 다만 일본이 공세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이런 방안은 마치 일본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어 곤란하다. 전세를 역전시키는 한 수가 있어야 한다. 일본은 청구권 협정 1조와 2조가 법률적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청구권 협정을 통해 지불된 자금은 한국의 독립축하금 명목의 경제협력이고, 이와는 별도로 대일 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일본 측 요구를 읽어보면,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는데, 그게 덫이었다. 왜 한국 정부가 이런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지 의문이다. 반박 논리를 내세워 국제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2조 위반이라는 일본 논리를 잘 따져보면 사실 위반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에 빗장을 걸어놓고 화해에 응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 일본 스스로 포기한 외교보호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어서 2조를 위반하여 국제법 위반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Q: 지금의 제반 문제가 불완전한 1965년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즉,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협정에 담지 못했는데, 65년 체제의 보완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보완이라기보다는 ‘65년 체제의 안정화’라고 말하고 싶다. 한일관계가 발전하면서 협력과 갈등이 동시에 증대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65년 체제, 즉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상 해석의 불일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민지배의 합법, 불법을 놓고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봉합하는 형태로 불완전한 협정이 생겨났다, 한일이 결단해야 한다. 당시 협정 체결에 참가했던 당사자들조차도 이러한 불안정한 봉합 상태가 영구히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국 관계가 성숙해지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봉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봉합이든 미봉이든 언젠가는 터지는 건데, 지금은 하도 많이 기워서 더 기우지 못할 정도로 깊게 벌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조약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게 아니다. 65년 체제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즉 불일치했던 해석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협정 1, 2조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일본의 해석이 무엇인지 물어야 하고,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2010년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의 첫머리에는 ‘한국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식민지지배에 의해 나라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긍지에 깊은 상처를 냈다’라는 대목이 있다. 풀어쓴 말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증명하는 핵심 문장이기 때문에, 법률적인 용어로 ‘불법성’을 인정하도록 하는 외교적 압박을 가해 나아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 만에 올해 목표 80% 달성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 만에 올해 목표 80% 달성

    해외여행자보험 스마트폰 앱으로 가입 수소충전소 도심내 설치도 대표적 사례 11월부터 신용카드로 경조금 송금 가능 사업화 이어지게 특허심사 기간도 단축1년에도 몇 차례 해외 출장을 다니는 회사원 A씨는 출국 때마다 사고 등을 우려해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한다. 그렇지만 보험상품 설명을 듣고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늘 짜증이 났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해외여행자보험을 연간 단위로 가입한 뒤 여행 시에는 ‘ON’으로, 국내에 돌아오면 ‘OFF’로 설정하면 해외여행자보험의 가입과 해지가 손쉬워진다. 또 심장 수술을 받은 B씨는 이제 병원을 가지 않고도 손목용 심전도장치를 활용해 심장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원격의료 행위 전면 제한에 따라 4년간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던 손목용 심전도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가 ‘위급 시 내원 안내’ 등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된 덕분이다. 이처럼 편리한 여행자보험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면서다. 정부가 신산업·신기술의 출시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한 지 6개월이 됐다. 올해 목표 100건 가운데 81건의 과제를 승인했다. 80%의 목표 달성률을 보이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승인된 81건 중에는 혁신금융과 관련한 사례가 46%(37건)로 가장 많았고 산업융합(32%), 정보통신기술(ICT) 융합(22%) 등이 뒤를 이었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주요 사례를 보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혁신 금융으로 실생활에서 불편을 겪던 환전 절차 등이 손쉬워졌다. 환전·현금 지급 등은 은행의 고유 업무였지만 이제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공항 인근의 주차장 등에서도 환전, 현금인출(100만원 미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용카드 모바일 앱의 경우도 물품 판매나 용역 제공 등에 한정됐지만 이제는 경조사비나 축의금 등 개인송금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오는 11월부터 개인이 청첩장이나 경조사 안내문에 QR코드를 담으면 신용카드로 경조금을 보낼 수 있다.공유주방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가 풀린 대표적인 사례다. 공유주방 허용으로 창업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최소화해 청년, 취약계층 등의 창업의 길이 보다 쉽게 열리게 됐다. 임상병리사로 일했던 C씨는 출산 후 카페 등의 창업을 생각했지만 억대의 비용이 부담돼 포기했다가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의 한 주방을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호두과자 등의 간식류를 팔 수 있게 됐다. 도심 내 수소충전소는 규제 샌드박스 1호다. 수소충전소는 토지용도제한 등 입지 규제로 이용자가 많은 도심에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회 등 4곳에 예외를 인정했다. 택시의 합승운행 금지도 앱 기반의 자발적 택시 동승 중개서비스에 한해 허용된다. 이 밖에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5세대(5G)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분야의 규제도 혁신했다. 신산업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규제만 푸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특허 심사기간도 기존 평균 13개월에서 앞으로 2개월 등으로 단축하겠다고 했다. 자금·판로 개척 지원, 공공조달 자격 허용 등의 사후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성장의 날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안양시, 텐트·침구 갖춘 무더위쉼터 운영…소외계층 200여명 밤새 이용

    안양시, 텐트·침구 갖춘 무더위쉼터 운영…소외계층 200여명 밤새 이용

    경기도 안양시가 밤새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를 한 달간 운영한다. 시는 구청 2곳에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간쉼터를 마련해 오는 22일부터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냉방기가 없거나 사용료가 부담스러운 소외계층이 무더위를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냉방기를 가동하는 쉼터는 만안구청 강당과 동안구청 대회의실에 각각 운영한다.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해 거주지 동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시는 쉼터에 텐트와 침구류를 마련하고 이동을 위한 차량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많으면 쉼터를 확대할 방침이다. 시는 이와 함께 냉방시설을 갖춘 경로당 96곳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고 있다. 냉방비는 경기도와 시가 지원한다. 불볕더위를 잠시나마 피할 수 있는 횡단보도 착한그늘막도 확대설치했다. 지난해 99개소에서 올해 30곳을 추가해 총 129개소에 설치했다. 지난 6월에는 특수노즐로 안개를 분사해 열섬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줄여주는 ‘쿨링포그’를 버스정류장 두 곳에 설치해 폭염을 대비하고 있다. 시는 9월 30일까지 폭염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독거노인 등 폭염취약계층 건강관리와 위급상황에 대비해 각 동을 연계한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했다. 방문간호사로 구성한 비상근무반을 가동해 정기적으로 안부를 살피고 있다. 취약계층에 쿨토시와 부채, 양산 등을 지급해 온열질환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올해도 폭염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독거노인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무더위로부터 안전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병사 휴대전화 1년 허용해보니 기밀유출 ‘제로’

    병사 휴대전화 1년 허용해보니 기밀유출 ‘제로’

    국방연구원 설문조사 공개병사 36만여명 휴대전화 이용80% “군 적응에 도움”사용 규정 위반행위는 0.2%군, 사용시간 1시간 줄이기로 부대 안에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한 결과 군 생활 적응과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했던 기밀유출 등 보안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불법도박 등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극소수 있었다. 군 당국은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평일과 휴일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각각 밤 9시까지로 제한해 지금보다 1시간씩 줄이기로 했다. 국방부는 16일 ‘병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지난해 4월~올해 5월) 결과와 한국국방연구원이 진행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일선 부대에서는 훈련병을 제외한 36만여 명의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방연구원이 병사 4671명, 간부 2236명, 상담관 2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대부분 SNS(38.4%)와 전화·문자(23.2%)에 사용했다. 병사 대부분(96.3%)은 외부와의 소통 여건이 현격히 개선됐다고 인식했고, ‘병-간부 간 소통이 활성화됐다’는 응답률도 67.4%로 나타났다.휴대전화 사용이 군 생활 적응과 자기 계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병사들의 응답률은 각각 79.1%, 83.7%에 달했다. 연구원은 특히 휴대전화 사용 병사들의 우울, 불안, 소외감은 그렇지 않은 병사들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야전 부대에 배치된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대부분(79%)은 병사들의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고,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 빈도가 감소(42.5%)한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2018년 이후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상담에서 복무 부적응, 심리·정서 상담이 각각 29%, 8.5% 감소했고, 국방헬프콜센터 상담에서도 이성, 진로, 부적응 상담이 각각 55%, 27%, 1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됐던 병사들의 체력 저하 현상, 군사비밀 유출 등의 보안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규정·지침 위반 행위의 발생비율은 사용 인원 대비 0.2%로 분석됐다. 다만 휴대전화를 통한 도박 및 유해 사이트 접속 등 일부 문제점이 식별됐다. 최근 경기도에 있는 모 부대에서는 일부 병사들이 휴대전화로 수억 원대 불법도박을 한 사실이 적발돼 군 당국의 조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국방부는 지난 15일 ‘군인 복무정책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현재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점호 준비 등에 일부 영향을 준다는 야전부대 의견을 수렴해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평일은 현행 ‘18∼22시’에서 ‘18시∼21시’, 휴일은 ‘7∼22시’에서 ‘8시30분∼21시’로 각각 조정키로 했다. 평일·휴일 오후 9시부터 오후 10시, 휴일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 30분까지는 지휘관 재량 하에 사용 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국방부는 또 장기간 외부와 소통이 제한되는 해외 파병부대에 대해서는 심리적 안정과 사기 진작을 위해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서 영상 통화를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된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지난 4월 1일부터 모든 국군 부대에 적용되고 있다. 국방부는 향후 일부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 전면시행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광진, 키즈클린·대체조리사 지원…보육교사 돕고 일자리 창출까지

    광진, 키즈클린·대체조리사 지원…보육교사 돕고 일자리 창출까지

    서울 광진구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과중한 업무 경감을 위해 ‘어린이집 키즈클린’과 ‘대체조리사’ 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어린이집 키즈클린 사업은 신청한 어린이집에 한해 화장실과 계단, 유희실 등 공동이용 공간을 청소해 쾌적한 보육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키즈클린 근로자는 어린이집 규모별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까지 하루에 총 4시간 동안 어린이집 두 곳을 청소한다. 어린이집은 청소용품의 구입 등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월 2만원에서 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대체조리사 사업은 어린이집 조리사의 휴가 등 공백이 있을 경우 조리인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보조조리사가 없는 소규모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우선으로 한다. 다음으로 조리사 인건비를 지원받는 어린이집, 원장이 조리사를 겸하는 어린이집 순으로 지원한다. 키즈클린·대체조리사 사업은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구는 50+세대(50세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력이 단절된 50+세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키즈클린 근로자 35명, 대체조리사 5명이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이 사업은 보육교사의 부수적인 업무를 경감함으로써 보육교사에게 좋은 보육환경과 복지를 지원하고 50+세대에게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는 일석이조 사업”이라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아킬레스건을 콕 찍어 공격하는 미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아킬레스건을 콕 찍어 공격하는 미국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가 지난 1일 일본 고쿠사이 일렉트릭(國際電氣)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2500억 엔(약 2조 716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쿠사이는 반도체 웨이퍼에 전기회로 기본 막을 만드는 장비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AMAT는 올해 말까지 미 사모펀드인 KKR로부터 고쿠사이 주식 전량을 취득할 계획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반도체 및 장비업체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며 “AMAT가 고쿠사이 인수를 결정한 것은 중국에 기술유출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2015년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발표한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중국이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하는 규모가 원유 수입량보다 훨씬 더 많은 만큼 반도체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한 규모(금액 기준)는 3000억 달러(약 358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중국의 해외 원유 수입 규모(중국 국가통계국 통계 2017년 기준)는 반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 1623억 달러에 그쳤다. ‘산업의 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입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직접 겨냥해 미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 반도체 기업인 퀄컴과 인텔, 마이크론 등으로부터 110억 달러어치의 부품을 구매했을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다. 이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미국 상무부가 곧바로 화웨이를 거래금지 리스트에 올렸다. 미 업체들은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도체 등 부품을 화웨이에 공급할 수도 없게 됐다. 인텔과 마이크론 등은 일제히 대중 반도체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업체인 ‘하이쓰(海思)반도체’(HISILICON)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하이쓰반도체가 화웨이의 반도체 수요를 감당하에는 역부족이다. 런정페이(任正菲)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도 이를 시인했다. 런 회장은 “그동안 화웨이는 반도체의 절반을 자체 제작하고, 나머지 절반은 미국산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품질 반도체는 아직 생산할 능력이 없는 탓에 미국산 제품의 더욱 의존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미국 브로드컴은 화웨이가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하고, 엔비디아는 화웨이 랩톱 컴퓨터에 들어가는 그래픽 반도체를 제공하는 식이다. 미 업체가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면 중국으로서는 이를 단시간에 만회할 길이 거의 없는 셈이다. 미 행정부가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금지한 것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겨냥한 영리한 조치이며, 화웨이가 미국산 반도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NYT가 지적한 이유다. 사실 화웨이는 미국의 지식재산권 문제를 우려해 수년 전부터 하이쓰반도체를 통해 자체 기술을 활용한 부품 생산 비중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자체 기술이 가장 집약된 제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2018년 스마트폰 모델 ‘P20 프로’의 경우 하이쓰반도체가 설계해 만든 반도체칩 비중은 27%이고 미 반도체 회사 생산 비중은 7%에 그쳤다. 중국 내 경쟁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ZTE)의 미 반도체 제품 사용 비율이 대부분 50%를 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화웨이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하면서 하이쓰반도체의 매출 규모도 2013년 20억 달러에서 지난해 79억 달러로 5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의 자체 생산 역량 강화의 첨병인 하이쓰반도체의 지재권 사용 규제로 묶어 화웨이의 ‘비상’(飛翔)을 막는다는 복안이다.반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 국내 반도체 간판 기업을 육성하는 데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1980∼1990년 일본과 한국, 대만이 강력한 반도체산업의 주자로 떠오르자 중국도 자체 반도체 역량 개발을 위한 국가주도 계획을 세웠다. 중국 정부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 2016년 D램 업체 두 곳과 낸드업체 한 곳을 설립했다. 허페이창신(合肥長鑫)과 푸젠진화(福建晉華)가 D램, 칭화쯔광(淸華紫光)은 낸드업체다. 이중 허페이창신은 D램 생산 준비에서 ‘제법’ 진척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정부의 ‘2019년 성급(省級) 중대 프로젝트 조정 계획’에 따르면 허페이창신이 추진 중인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프로젝트 1기 연구·개발(R&D) 단계는 모두 마무리됐으며 테스트 결과도 좋아 양산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12인치 웨이퍼를 연간 150만장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까는 이 프로젝트는 534억 위안(약 9조 1600억원)이 투입됐으며 올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대만 기술자 400여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D램 양산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선 허페이창신이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의 23㎚(1㎚=10억분의 1m)급인 ‘100S’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들이 자사와 라이선스계약도 없이 이용료 한 푼 내지 않고 공정을 배껴가는 것을 두고 볼 리 없다. 마이크론의 28㎚급 ‘90S’공정을 베낀 것으로 전해진 푸젠진화가 지재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되는 제재를 당해 존폐의 기로에 몰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 10년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이저 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향후 4년이 지나더라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른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조만간 생산량과 기술 측면에서 삼성, SK, 마이크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페이창신이 올해 안에 D램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장 ‘톱3’ 업체에 전혀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업체의 직원이 수천 명 수준이다. 4만명을 훌쩍 넘는 삼성전자(메모리 사업부문)는 물론 각각 3만명 이상인 마이크론과 SK에도 훨씬 못 미치고, 한해 설비투자 규모도 15억 달러에 불과해 ‘빅3’(462억 달러)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보고서는 이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매출(1550억달러) 가운데 15.5%(240억 달러)만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고 그나마 중국 업체가 생산한 것은 65억 달러에 불과해 자급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삼성과 SK, 인텔, 대만 TSMC 등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어서 상당 기간 이들 업체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 규모는 오는 2023년에 452억 달러에 그치면서 글로벌 점유율이 8.4%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웃는 아파트, 우는 아파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웃는 아파트, 우는 아파트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하자, 서울의 신축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서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자금이 재개발·재건축에서 신축 아파트로 방향을 바꾸는 분위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잡는 대신, 인기 지역의 신축 아파트 가격을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발언 이후 강남 재건축으로 향하던 수요가 서울의 인기 주거지 신축 아파트로 돌아서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26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25억5000만원 거래 이후 2주만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하면서 강남권 신축 아파트로 투자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라면서 “강남 신축 아파트를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8일 기준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5~10년차 아파트 가격은 0.09% 상승했다. 이들 아파트는 전 주에는 재건축 아파트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0.01%가 떨어졌었다. 강남뿐만 아니라 용산, 마포, 성동 등 강북의 인기 주거지와 강북의 뉴타운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 조짐이 가시화 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실행이 되면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축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지금도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적용 기준이 너무 높아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상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우선 충족해야 한다. 이런 지역 가운데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1을 초과, 또는 국민주택 규모(85㎡) 이하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1을 초과한 지역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등 세 가지 부가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하는 곳에 한해 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들 조건을 낮추는 방식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우선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하는 지역’의 기준을 ‘물가상승률 초과’ 또는 ‘물가상승률의 1.5배 초과’ 정도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현재로선 상한제 대상 지역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분양가가 16~29% 떨어졌다는 점을 토대로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현재 분양가보다 30%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분양가와 시세와의 격차가 커 일명 ‘로또 아파트’가 늘어나고 청약 과열이 일어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 과열 현상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상한제를 적용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이 시행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이익은 줄고, 분양을 받는 사람들의 이익은 늘게 된다. 최근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문의는 큰 폭으로 감소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연하게 주는 분위기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격이 낮아지면, 조합원들이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내야하는 돈이 크게 늘어나고,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갖는 시세 차익은 커진다”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함께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강화, 국토교통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겹치면서 물건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급변하는 문화콘텐츠산업… 들쭉날쭉 ‘영상물 등급 규제’ 개선돼야

    급변하는 문화콘텐츠산업… 들쭉날쭉 ‘영상물 등급 규제’ 개선돼야

    영화 ‘독전’, ‘마녀’는 마약 흡입, 여성 신체 노출, 잔혹한 살해 장면 등 수위가 높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있다는 지적에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반면 비슷한 수준이던 ‘신세계’와 ‘아수라’ 등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부여되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2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가, 일부 장면을 삭제한 다음에야 개봉이 가능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결정하는데, 성인물 전용관이 없는 한국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은 곧 상영금지에 해당한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영화제와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그것도 영화제에 출품된 경우에 한해서 잠시 선보이는 데 만족할 수 있을 뿐이다. 영상물에 대한 납본과 검열의 악몽은 여전히 존재한다.한때 한국 영화사들은 공보처 사전 검열을 받으려고 필름 통이나 비디오테이프, CD와 DVD를 들고 충무로며 광화문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때 그 시절 영상물 납본의 억압이 지금 2019년 대한민국에서 새삼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영화를 비롯하여 뮤직비디오, 웹툰, 웹드라마 등 웹콘텐츠, 스마트폰 모바일 숏컷 클립 등도 원시적인 납본 행위를 연상케 하는 등급 규제를 계속 받도록 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1922년 ‘흥행 및 취체에 관한 법률’로 시작된 영화에 대한 검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사전심의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존속되다가 1996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막을 내렸다. 1997년 ‘영화진흥에 관한 법률’(영진법)이 개정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와 비디오를 대상으로 전체관람가부터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로 구분된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이런 분류체계는 지난 20년 동안 그 나름의 역할을 해왔으나 극장상영을 전제로 한 ‘구 영화진흥법’과 비디오물을 수록한 음반의 오프라인 유통을 전제로 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서 기원한 등급분류제도는 콘텐츠 시장의 급속한 변화 탓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비디오, DVD 등으로 유통되던 콘텐츠는 인터넷망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환돼 OTT(Over-The-Top)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아마존과 애플,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올드 미디어 제국인 디즈니도 이젠 OTT 방식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설정하고, 플랫폼 기반 사업자로 변모하는 중이다. 유통되는 콘텐츠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콘텐츠의 형태도 과거의 정형적인 구분이 적용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 영화, 뮤직비디오, 1인 방송 콘텐츠 등이 각각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이 서비스되는 것이 오늘날 콘텐츠 유통과 소비의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급분류라는 제도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등급분류 대상은 영화, 비디오물, 예고편·광고영화, 광고·선전물 등이고, 영화와 비디오가 주 대상이다. 2017년에 영화는 2286편, 비디오물의 경우 8189편이 등급분류를 받았다. 특히 비디오물은 2015년 4339편, 2016년 6580편, 2017년 8189편으로 급증하였다.([그림 1] 참조) 등급분류 대상이 급증함에 따라 일차적으로 독점적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등급분류가 지연돼 출시 지연 및 해적판 불법 사전 유통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동일한 영상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나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은 사전등급분류를 받는 반면, 유튜브의 경우 이러한 절차 없이 바로 소비자에게 공급된다는 형평성 문제다. 향후 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의 양은 폭증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독점적 등급분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특정 영역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콘텐츠의 증가도 등급분류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상현실(VR) 영화로 취급받는 ‘화이트 래빗’의 경우 PC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게임으로 분류되어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을 받지 않아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니 앞으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사실 현행 등급분류제도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념을 적용하지만, 실제로는 독점적인 지위를 지닌 특정 조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국제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국가는 등급분류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림 2] 참조)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은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규제의 유형은 명령적 자율규제, 승인적 자율규제, 조건부 강제적 자율규제, 자발적 자율규제 등 다양한 형태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발적 자율규제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는 형태이며 국가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개입과는 전혀 관계없이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규제방식을 말한다. 자발적 자율규제는 콘텐츠 생산자들의 자발적 책임에 기초하여 최대한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으며, 현행 등급분류 제도는 결국 자발적 자율규제로 이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상적인 구조는 국가별로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인도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양대 글로벌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보여준 모습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래로 OTT 플랫폼을 통해 인도 및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지 않고 방영하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예술 표현의 자유를 부여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세이크리드 게임’(Sacred Games)은 폭력 및 욕설이 자주 등장한다는 이유로 인도 내에서 비난 여론이 제기되었으며, 특히 이 드라마가 라지브 간디 전 총리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봄베이 고등법원에 소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넷플릭스는 2019년 1월 인도인터넷모바일연합회(IAMAI)의 ‘온라인 큐레이팅 콘텐츠 공급자 시행 규정’에 합의 서명했다. 인도의 주요 플랫폼 업체들도 동참한 이 규정은 인도 형법 제도에 어긋나거나 사회적 및 종교적 분노를 살 수 있는 폭력, 테러, 아동 성(性) 문제, 외설적 내용, 인도 국가에 대한 모욕 그리고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을 담은 내용의 경우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유통시키지 않도록 하는 자율적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아마존 프라임은 이미 관련 정보기술법안규정과 형사법의 관리를 통해 충분한 통제를 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규정의 시행은 창작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콘텐츠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였다. 대신, 콘텐츠에 일반(Universal Viewership), 보호자 지도(Parental Guidance), 성인(Adult Viewership) 범주로 구분된 시청코드를 부여하여 연령에 따른 시청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자율적인 시청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시청자의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는 콘텐츠는 게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함으로써 그 나름대로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기술적 진보의 속도와 사회적 수용성이 충돌하는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 역시 확산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사전 검열이나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과 확산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논의를 불러일으켜 왔다.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속도의 변화는 이용자 계층의 변화는 물론 이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콘텐츠를 둘러싼 기존 질서와 관행을 변화시켰다. 현재 벌어지는 OTT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관행과 패턴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변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정보유통 속도와 방식의 변화는 음악과 영상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영원할 것만 같던 대형 음반회사들은 대부분 몰락하여 사라졌으며, 수동적 존재로 머무르던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제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고 있다. BTS의 세계적인 인기 역시 ‘아미’로 대표되는 팬들이 만들어내는 자발적 콘텐츠의 활발한 유통에 힘입은 바가 크다.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되는 방식은 크게 변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도는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는 이미 영화관이나 비디오 등 특정 미디어와 공간을 떠나 이루어지고 있지만, 등급분류를 비롯한 각종 제도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으며,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어린이들을 포함한 10대들은 더이상 TV도, 포털과 음원사이트도 찾지 않고 모든 필요한 것을 유튜브에서 찾고, 즐기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규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영역으로 맡겨놓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영화와 비디오물, 그리고 뮤직비디오 같은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단일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케이팝의 뮤직비디오가 아직도 사전심의를 통해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팬들이 안다면 뭐라고 생각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다행히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기존 등급분류제도를 신뢰도가 높은 민간을 중심으로 한 자체등급 분류제도로 전환하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공적 완충장치로서 일정 역할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분류기준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함으로써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주체에게는 자체등급제를 허용하되, 사후 관리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공존시키는 방안으로 이루어지는 논의는 OTT를 둘러싼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자율성과 책임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때가 되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한국문화경제학회장 ■심상민 교수는 현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장으로 재직한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위싱턴대에서 MBA,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이해’와 ‘컬처 비즈니스’ 등이 있다.
  • 美, ‘佛 디지털세’에 관세보복 카드 만지작… USTR 조사 착수

    애플·아마존 등 30개 기업 과세대상 美행정부, 유럽 다른 국가 확대 우려 화웨이 제재 완화 두고 갈지자 행보 재무부 므누신 “수출면허 신청” 촉구 상무부 입장과 대치하며 업계 혼란 미국이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맞서 관세 보복에 나섰다. 미중에 이어 미·유럽연합(EU)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은 내일 프랑스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디지털세가 미 기업을 불공평하게 겨냥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의 효과를 조사하고 그것이 차별적이거나 비합리적이거나 미국의 교역을 제한하는지 판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법안은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프랑스 이용자들에게 특정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올린 매출 일부를 징수하는 방안이다. 연수익이 7억 5000만 유로(약 9941억원)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500만 유로(약 331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IT 기업들에 한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이에 따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 기업을 포함해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약 30개 기업이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주 디지털세 법안을 가결했으며 상원은 11일 표결을 진행한다. 의회 통과 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명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정부하에서 이러한 조사는 새로운 관세 부과의 전주곡이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디지털세가 프랑스뿐 아니라 EU 전반으로 퍼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안착한다면 EU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곧 애플과 아마존 등 미 글로벌 IT 기업 피해로 이어진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계산”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하는 상황이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조치를 둘러싸고 트럼프 정부 내에서 내분이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중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달리 ‘비둘기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미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하도록 허가하는 수출 면허를 신청하도록 권유했다. 상무부는 여전히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다루고 있는 반면 재무부는 오히려 거래 재개를 독려하면서 관련 업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통제 품목 1100여개… 업계 “우리도?” 긴장

    일본이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관련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한 데 이어 추가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이 추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감행할지, 감행한다면 대상 품목의 종류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보 파악에 나섰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공식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코트라 도쿄무역관 등에 한국 기업들의 질의가 많이 제기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규제를 받게 되는 대상과 개별 수출 허가 신청방식,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이 주요 문의 대상이다. 한국의 전략물자관리원도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일본의 통제 대상 품목을 한글로 번역해 게시했다. 전략물자관리원 측은 “국내 전략물자 관리를 하는 게 기관의 업무일 뿐 일본의 전략물자 품목 모니터링·관리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쳐 기업이 참고할 수 있도록 일본의 전략물자 리스트를 번역해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면 포함될 것으로 추측됐던 탄소·유리·아라미드 섬유도 이 리스트 안에 포함돼 있다. 티타늄 합금, 지름 75㎜ 이상 알루미늄관, 비파괴 검사 장비, 대형 발전기, 미세분말 제조용 분쇄기, 인공 흑연, 대형트럭, 크레인, 분무기를 탑재한 무인항공기(UAV) 등 1100여개 품목이 망라됐다. 산업용으로 쓰이지만 핵무기, 미사일, 생물무기, 화학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소재·부품이다. 수출무역관리령을 통해 이 품목들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 온 일본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26개국의 백색국가에 한해 수출 우대 조치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하지만 지난 1일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다음달부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한국이 백색국가 지위를 잃게 되면 해당 전략물자를 수입할 때 매번 개별허가를 받아야 된다. 이미 수출 규제 조치가 단행된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은 90일 내 개별 수출 허가를 받도록 조치했지만 품목과 수출 지역에 따라 수출 허가 소요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2020 광주비엔날레, ‘1980 5월 광주’ 40주기 맞아 메시지 강화

    2020 광주비엔날레, ‘1980 5월 광주’ 40주기 맞아 메시지 강화

    내년 9월 개막하는 2020 광주비엔날레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아 예술의 사회적 메시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을 방문 중인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들은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을 받았던 광주 전일빌딩 등 광주의 역사와 흔적이 담긴 현장 곳곳을 답사했다.11일 서울 정동에서 기자들을 만난 공동 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는 “2020년은 광주 5·18민주화운동 40주기가 되는 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논제들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두고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두 감독은 또 “1980년대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저항 운동이 있었던 점을 의식하면서 그와 관련된 분들을 비엔날레에 모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아야스 감독은 “나는 터키 출신이라 독재정권을 알고 있고, 진발라 감독도 인도 변두리 지역에서 나고 자라 정치 생태계를 (부정적으로) 체험해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80년대 전 세계에서 일어났던 저항운동의 ‘점들’을 광주가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민주화 운동 동맹의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020 광주비엔날레 1차 연구·조사를 위해 지난 8일 방한한 두 감독은 먼저 광주를 찾아 전일빌딩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민속박물관 등을 답사했다. 이들은 근대 기독교 유적이 많은 양림동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진발라 공동 예술감독은 독일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협력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아시아 저항 운동을 다룬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모스크바 사립미술관 ‘V-A-C 재단’ 총괄큐레이터인 아야스 공동 예술감독은 베네치아비엔날레 터키관 큐레이터 등 많은 비엔날레를 거친 중견 기획자다. 13일 출국하는 두 감독은 9월 다시 방한해 비엔날레 참여작가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힘 잃은 병무당국, 유승준 입국길 터준 대법원에 “판결 존중”

    힘 잃은 병무당국, 유승준 입국길 터준 대법원에 “판결 존중”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43)씨에게 내려진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11일 대법원 판결과 관련, 병무청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도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회피 사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7년 타이틀곡 ‘가위’로 데뷔해 가요계 정상에 오른 유씨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고 입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2년 1월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다. 유씨가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는 비난 여론 속에 병무청은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 법무부에 입국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유씨에 대한 입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병무청은 2003년 유씨의 입국 허용 여부와 관련한 법무부의 의견조회에 대해서도 입국 금지 해제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유씨는 이제 병역 대상자가 아니어서 향후 유씨가 국내에 입국하더라고 병무당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앞서 대법원은 병역 회피로 입국이 금지된 유씨에게 비자발급에 대해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국내적 효력을 갖는 입국금지 조치 만을 근거로 구체적 판단 없이 비자발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대법원은 유씨 패소 판결한 항소심 판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행정처분이 적법한지는 상급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인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적합한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 하지 않은 채 처분을 했다면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만을 이유로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행정청이 재량적 판단으로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유씨가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LA 한국 총영사관은 유씨가 신청한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 경우 총영사관은 대법원이 제시한 고려사항을 구체적으로 판단해 발급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은 우선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자라도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연령인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도록 한 재외동포법 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재외동포법 취지를 고려해 무기한 입국이 금지된 유씨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고려사항에 따라 비자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하면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38세가 지나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유씨에 대해 비자발급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행정소송이 유씨의 승소로 확정되면 총영사관 측은 대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하자를 보완해 비자발급 여부를 다시 처분해야 한다”면서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해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외동포 체류자격(F4)을 제한해오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한국 국적을 이탈·상실하는 외국 국적 동포에게는 만 41세가 되는 해까지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국토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범위 확대된다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도 포함 “서울 분양가 10~13% 낮아질 가능성” 아파트 공급 부족·품질 저하 우려도 정부가 그동안 요건이 까다로워 유명무실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건축·재개발 업계에서는 2007년도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상한제 도입 때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현재보다 30%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나, 실제로는 10% 수준 인하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0일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적용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도입 취지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손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상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우선 충족해야 한다. 이런 지역 가운데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1을 초과, 또는 국민주택 규모(85㎡) 이하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1을 초과한 지역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등 세 가지 부가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하는 곳에 한해 상한제가 적용된다. 우선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초과하는 지역’의 기준을 ‘물가상승률 초과’ 또는 ‘물가상승률의 1.5배 초과’ 정도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현재로선 상한제 대상 지역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분양가가 16~29% 떨어졌다는 점을 토대로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30%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분양가와 시세와의 격차가 커 일명 ‘로또 아파트’가 늘어나고 청약 과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긍·부정적인 면을 모두 보고 있고,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지 않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현재보다 10~13% 낮은 지난해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기준을 변경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서울에 신규 주택공급이 차단되면서 집값이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자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돼 아파트 품질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집주인이나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을 포기해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美국무 동아태 차관보 아시아 순방…한일 갈등에 중재 메시지 낼지 주목

    美국무 동아태 차관보 아시아 순방…한일 갈등에 중재 메시지 낼지 주목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0일부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방문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정식 임명돼 아시아 방문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방문에서 북핵 해법뿐 아니라 악화하는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중재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스틸웰 차관보가 10~21일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 등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11~14일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및 방위성, 국가안전보장국의 인사들과 만난 뒤 15~16일 마닐라를 방문한다. 이어 17일 서울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스틸웰 차관보의 방문을 계기로 미 정부가 모종의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조야에서 한일 갈등이 자칫 동아태 지역 안보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동아태 지역에서 두 핵심 동맹국인 한일 관계 악화를 마냥 방관하기 어려운 만큼 스틸웰 차관보가 이번 방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일본 밀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에서 3박 4일간 머무르지만 한국에서는 단 하루만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어느 때보다 일본과 밀착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균형 외교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일본의 강제징용자 8000명 수장학살 사건 다룬 ‘우키시마호’ 포스터 공개

    일본의 강제징용자 8000명 수장학살 사건 다룬 ‘우키시마호’ 포스터 공개

    일제의 만행, 우키시마호 폭파 침몰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영화 ‘우키시마호’가 일본 아베 총리를 전면에 내세운 티저 포스트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개된 티저 포스터에는 ‘독도는 일본 땅이다, 위안부는 보상했다, 강제징용은 없었다, 생체실험은 증거가 없다, 그리고 우키시마호는 사고였다’와 같이 오랜 시간 반복된 일본 측의 파렴치한 주장들이 나열돼 있다. 영화는 우리나라 국민이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조선인 수장학살사건의 한가운데 있는 ‘우키시마호’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고발한다. 절대로 진실을 밝힐 생각이 없는 듯 비열한 표정을 지은 일본 아베 총리의 표정은, 무역 보복을 일으킨 일본과 한국의 현재 관계가 맞물려 궁금케 한다.1945년 8월 25일 부산항에 도착했어야 할 제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24일 대한해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망자가 500여명이라고 밝혔을 뿐 정확한 탑승자 명단과 사고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후 일본은 수년 동안 선체 인양과 유해 수색을 미루는 등 부실하게 대응했다. 뒤늦은 2014년, 일본 외무성 기록에 충격적 진실이 있었다. 우키시마호에 탑승한 인원이 애초 일본이 발표한 3700여명이 아니라 8000여명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이 배에 폭발물이 실린 정황을 기록한 일본 방위청 문건이 드러났다. 영화 ‘우키시마호’는 1945년, 강제징용 조선인을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가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한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9월 개봉 예정.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관광도시 전주 만족도 하위권

    한해 10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전북 전주시의 관광객 만족도가 전국 최하위권이고 재방문 의향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최근 주최한 ‘전라북도 관광산업 현황과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밝혀졌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2년간(2016~2017) 국민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을 찾은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4.09점으로 전국 평균 4.07점 보다 0.02점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만족도 조사는 문화유산, 자연경관, 숙박시설, 편의시설 등 12개 항목이다. 재방문 의향과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도 각각 4.04점과 4.03점으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북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전주시의 만족도는 4.01점으로 전국과 전북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재방문 의향도 전국 평균 4.02점 보다 낮은 3.93점에 머물렀다. 낮은 점수를 받은 주요인은 비싼 물가와 혼잡한 교통 문제가 꼽혔다. 특히, 40대 이하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전 연령층에서 4점을 밑돌았다. 반면 순창(4.29), 남원(4.26), 정읍(4.21), 무주(4.20)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은 전북본부 김수진 기획조사팀 과장은 “전북지역 관광산업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맛있는 음식 등은 강점이지만 부족한 볼거리와 혼잡한 교통이 약점으로 지적됐다”면서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강화해 만족도를 높이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소셜네트워크에서는 호평 보다 혹평이 관광객들의 의사결정에서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온라인과 모바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아뜨랑스, 네이버 브랜드데이 진행

    아뜨랑스, 네이버 브랜드데이 진행

    여성의류쇼핑몰 ‘아뜨랑스(ATTRANGS)’가 7월 10일(수) 단 하루, 네이버 브랜드데이 감사제를 통해 전품목 3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뜨랑스와 네이버의 콜라보 행사인 이번 감사제는 ‘아뜨랑스’의 네이버 공식 브랜드관에서 단독으로 진행 되며, 19SS 신상품과 인기상품, 바캉스 아이템 등 다양한 상품들을 모두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행사 품목은 원피스, 블라우스, 바캉스 아이템과 자켓, 가디건, 다운패딩, 코트 등 역시즌 상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특가로 만나볼 수 있어 고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뜨랑스 관계자는 “그 동안 고객들이 보내온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아뜨랑스의 다양한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모션”이라며 “네이버에서 아뜨랑스를 검색하신 후 브랜드데이 배너 통해서 접속하시면 전상품 30% 할인받을 수 있다. 또한 스토어찜 등록한 회원에 한해 4000원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뜨랑스의 브랜드데이 감사제는 7월 10일 단 하루 동안만 진행돼 이날 동시 접속자 증가로 접속이 어려울 수 있으니 사전에 미리 아뜨랑스의 공식 브랜드관에 방문 후 스토어찜 및 톡톡 친구를 추가해 놓으면, 행사 당일 오픈되는 쿠폰을 다운로드 해 빠른 행사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뜨랑스는 2030 여성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다양한 상품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벤트 관련 자세한 사항은 네이버 브랜드관 ‘아뜨랑스’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다섯 번 떨어지면 끝… 로스쿨 나와 ‘오탈자’ 낙인만 남았네요

    “변시 낭인 안 돼… 응시 제한해야” 사시처럼 낭인 양산하는 폐해 막아야 “일정 기간 안에 능력 갖추는 것도 평가” 헌재도 합헌 판단… 미국도 기회 제한 “직업 선택의 자유 막혀… 위헌이다” 현행 로스쿨은 장기 수험 생활 불가피 임신·질병 등 예외없는 적용도 지나쳐 변시 전 예비시험 제도 도입 목소리도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0년의 그림자, ‘오탈자’(五脫者)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오탈자는 로스쿨 졸업 뒤 5년 내 5회 이상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더이상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 지금의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응시 횟수 제한이 합헌이라고 봤지만, 법조계 내에서는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마련한 ‘변호사시험 오탈자 해결 방법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자신을 오탈자라고 소개한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로스쿨 1~3기 졸업생 중 441명 ‘오탈자’ 신세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9~2011년 입학한 로스쿨 1~3기 졸업생 가운데 변시 오탈자는 441명으로 추산된다. 변시 합격률이 50%가 되지 않아 오탈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오탈제(制)를 도입한 이유는 사법시험(사시)의 폐해를 극복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간 사시는 대한민국 국가고시의 ‘끝판왕’으로 군림했다. 합격만 하면 단박에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시에 수차례 낙방해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놓친 ‘낭인’도 다수 생겨났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는 지적이 컸다. 이 때문에 로스쿨은 변시에 통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무기한 격리되는 것을 막고자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했다. 당초 변호사시험법안을 제출할 때 5년 내 3회로 제한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응시 횟수가 2회 늘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 일정하게 유지 적절”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어떤 직업을 꿈꾸든, 그것을 위해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든 선택의 몫은 개인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오탈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사시험법 7조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됐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를 인정했다. 정부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고 로스쿨 교육이 끝난 때로부터 일정 기간만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에 법조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주하(법무법인 혜인) 대한법조인협회 대변인은 오탈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현행 로스쿨 제도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학부와 로스쿨까지 포함해 최대 12년이 걸린다”면서 “제도 자체가 이미 장기간의 수험 생활을 전제하면서 ‘응시 기회를 제한해 오랜 시험공부를 차단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탈제 체제에서 변시 응시 횟수와 기간을 놓치는 게 두려운 일부 변시생이 휴·복학을 반복하거나 아예 새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례도 나온다”면서 “로스쿨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음에도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수현(법무법인 승우) 대한법조인협회 공보위원회 위원장은 헌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변시 응시 기간을 제한한 것은 응시자가 일정 기간 안에 변호사로서 필수 요소인 법률사무 수행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시 기간을 제한해야 로스쿨 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로스쿨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응시 기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내 5회로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적게는 2회… 35곳은 응시 제한 없어 현행법에서도 예외 조항은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는 기간과 횟수를 유예해 준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신·출산·질병 등 병역의무 외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변시 기회를 유예해 주는 내용의 법안(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계류돼 있다. 로스쿨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개별 주마다 응시 횟수를 달리 부여한다. 제한을 두고 있는 곳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20곳이다. 기회를 가장 적게 주는 곳은 아이오와(2회)다. 가장 넉넉하게 주는 곳은 노스다코타·유타·푸에르토리코로 총 6번의 기회를 준다. 제한을 두는 주에서는 대부분 응시생에게 3~5번의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사우스다코타는 총 3번의 기회를 주는데 추가로 시험을 보려면 대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4번의 기회를 주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재응시를 위해 변호사시험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곳을 제외한 나머지 35곳(자치령 포함)에서는 응시 횟수에 제한이 없다. ●“로스쿨 안 가도 누구나 변시 기회 줘야” 오탈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비싼 등록금 탓에 ‘돈스쿨’이라는 오명이 커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리와 입학 특혜 의혹도 불거지면서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 자체가 일부 학생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면서 원래 도입한 취지는 흐려지고 부작용만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 외에도 법학 능력 검증을 통해 누구나 변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오탈자 등 로스쿨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해결할 열쇠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비시험 제도란 로스쿨을 가지 않더라도 법학 지식을 검증하는 별도의 시험을 치르면 변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예비시험 제도를 운영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통제하고 법조인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제도가 아니다”라면서 “꼭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시를 볼 수 있는 우회 통로가 마련돼야 기회의 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비시험이 로스쿨 무력화시킬 수도” 하지만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예비시험 제도가 로스쿨 제도와 양립하려면 지금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새로운 방식의 법학능력검정시험을 도입해 일정 성적 이상이 되면 로스쿨 2학년 이상으로 편입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로스쿨에서 실무 교육을 받게 되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전문 분야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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