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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우월한 유전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아론 지브 지음, 김순미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생물학자인 저자는 이종(異種)간 결합을 통해 우월한 유전자가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인간도 ‘인종 간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좌우균형이 뛰어난 후손을 얻는 데 유리하다는 주장을 편다. 1만 4000원. ●지상아와 새튼이(문국진 지음, 알마 펴냄) 법의학자인 저자가 전작 ‘지상아’와 ‘새튼이’에 실렸던 사건 현장 뒷얘기를 추려 한 권으로 펴낸 책.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법의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추리 소설처럼 범죄 사건의 사연을 들려준다. 1만 3500원.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하야시 나오미치 지음, 유승민·양경욱 옮김, 그린비 펴냄) 원로 경제학자인 저자는 실업과 임금 삭감 등 대중이 겪는 생활 불안의 고통을 함께하며 경제 위기의 원인과 타개책을 끈질기게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학의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1만 5000원. ●이블플랜; 당신의 가치를 높이는 40가지 발칙한 계획(휴 매클라우드 지음, 김미희 옮김, 호미하우스 펴냄) 스스로 무능함을 자책하고, 초라함을 한탄하며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사는 ‘평범 병’에 걸린 이들에게 자기 확신과 가치를 일깨워 주는 마법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성공한 블로거이자, 마케팅 컨설턴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1만 3000원. ● 공부 잘하는 비결: 이재록 목사 자기 주도 학습법(이재록 지음, 우림 펴냄) 각 분야에서 사명을 더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식을 쌓으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 말씀을 확실하게 양식 삼고 활용하면 목표하는 바를 무엇이나 이룰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만원.
  • 지혜로운 30대 길 찾기

    인생의 어느 순간 고민이 없을까마는 특히 20대와 30대의 고민을 다룬 책이 눈에 많이 띈다. 그만큼 청춘들의 고민 강도가 어느 세대보다 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30대 성장통 묻고 답하다’(다사키 히로시 지음, 박인용 옮김, 한언 펴냄)는 질문과 답을 통해 불안한 30대에게 인생의 가능성을 일러준다. 저자인 다사키는 일본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두뇌집단 ‘소피아뱅크’를 설립했으며, ‘세계현인회의’의 일본 대표이다. 30대 대부분은 직장이나 직업을 갖고 있다. 책에서는 직업인으로서의 성장에 대해 ‘일을 한다는 것은 동료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 지식이 풍부하거나 그 수준이 높다고 해서 동료를 편하게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일을 통해 많은 사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비로소 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전문 지식뿐 아니라 직업적인 지혜를 익히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지혜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혜는 ‘경험’과 ‘인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지혜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스승을 찾는 것이다. 주변에 스승이나 본보기로 삼을 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 스승은 찾으려는 마음만 있으면 반드시 나타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겉으로는 “됐어. 나는 승진에는 흥미가 없네. 그런 건 속물들이나 연연하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동료와의 승진 경쟁에서 패해 분하다. 분한 마음으로 가득 찬 무의식의 자아는 언젠가 문제를 일으킨다. 무의식의 자아를 다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차분하게 자아를 응시하는 것’이라고 책은 답한다. 9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문의 만난사람] 이중섭 55주기… 그를 추억하는 원로 시인 김광림

    [김문의 만난사람] 이중섭 55주기… 그를 추억하는 원로 시인 김광림

    가을 끝자락이다. 창덕궁의 나무들도 겨울을 맞이할 요량으로 나뭇잎마저 무겁다는 듯 후드득 털어낸다. 한 노(老)시인은 백발을 만지작거리며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시집을 뒤적인다. 돋보기를 꺼내 들고 책장을 넘기던 노시인은 “그래 바로 이 시야, 이거!”라고 탄성을 터뜨린다. 어떤 시일까. ‘팔삭둥이 첫 아들이 죽었을 때/그는 곤드레만드레가 되어/죽은 애 또래의 살아 있는 애들을/그리고 있었다/저승동무 길동무로/천도 따는 애며/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애들이랑/학 타고 날아가는 애도/상기도 애비 목 틀어잡는 녀석이며/여직 애미 젖가슴 뒤지는 녀석/오오라 게한테 물린 고추녀석이 제일 늦구나/개구쟁이 코흘리개 오줌싸개 울보랑 모두 모이자/그는 잠자코 붓을 놓았다/그리고 죽은 애 목덜미에 그림을 그려주었다/십자가보다 더 빛부신 동심(童心)을’ 지난 16일 오전 창덕궁 바로 옆 바움갤러리에서 원로 시인 김광림(82) 선생을 만났다. 그는 천재 화가 이중섭과의 추억을 새삼 떠올린다. ●‘시전집’에 이중섭 연작시 8편 담아 “17살 때 함경남도 원산에서 이중섭 화가를 처음 만났어요. 그의 첫애가 죽어 애도할 때였지. 하루는 이중섭의 집에서 같이 잤는데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온데간데없어요. 그래서 옆방에 슬쩍 가 봤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뭘 그리나 어깨너머로 봤더니 애들이 하늘에서 새를 타고 다니는 거, 천상의 복숭아를 따는 아이들, 학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이들, 아버지 목에 매달려 있는 애들, 게가 아이의 아랫도리를 물고 있는 모습 등을 그리더군요.” 노시인은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추억의 편린들이 가을 낙엽과 함께 머릿속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올해가 이중섭 화가 탄생 95주년이고 작고 55주기가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노시인은 “아, 그렇게 됐나요. 나보다는 13살 위였는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얘기 도중 가끔 백발을 쓰다듬는 모습이 어쩌면 천상의 복숭아를 따러 날아가 버린 이상한(?) 새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는 시, 그는 시인이 부러워 시처럼 그림을 그렸지…. 은박지 그림이 생각나. 내가 군 장교로 있을 때였어. 외출을 나올 때마다 군보급품 박스에 있던 양담배 럭키스트라이크 은박지를 수집해 갖다주었어요. 아주 좋아했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그 그림들을 죄다 불태워 달라고 했어. 참으로…. 은박지 그림만 200~300장 됐어.” 이중섭 화가는 1955년 서울 미도파백화점과 대구 미공보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과 충격으로 대구에서 만난 김 시인에게 “내 그림은 다 가짜야.”라고 하면서 불태워 달라고 했다. 이중섭 화가는 그렇게 그림을 던지고 확 가 버렸고 김 시인은 은박지 그림과 소품들을 보관했다가 이중섭 화가와 같이 머물고 있던 친구이자 소설가 최태응에게 모두 돌려줘 가까스로 은박지 그림을 살려냈다. 이 그림들은 지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한다. 노시인은 2006년 이중섭 화가에 대한 추억의 글과 시를 모은 ‘가짜와 진짜의 틈새에서’라는 책을 펴내면서 “그의 그림을 불사르지 않고 세상에 남아돌게 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중섭 작품에 대한 순수한 평가보다는 그림값을 올리려는 상업적 행태가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을 했던 것. 노시인은 지난해 1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김광림 시전집’을 펴냈다. ‘이중섭 생각’이라는 연작시 8편도 담았다. 여기에서 노시인은 ‘왜 그는 자신의 그림을 가짜라고 우겼을까/그가 진정 진짜로 그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꿈틀대는 어기찬 생명력을 더 지켜보지 않았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다하지 못한 정을 엽서에다 그리고/ 은박지에 또 그려서/고통을 환희로 바꿔 찬 한 사내가/거뜬히 시의 수렁 속을 가고 있다/갈증도 모르고 허기도 저버린 채’라고 그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을 토해냈다. “이중섭은 시인의 마음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또 그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다수의 시를 쓰게 됐어요. (다시 백발을 만지작거리다가) 연작시 말고 또 뭐 있더라….” 옆에 있던 딸 김상미씨가 얼른 기억을 돕는다. 노시인은 요즘 병원에 다니느라 딸 집에 기거하고 있다. “아마 ‘사막’일 겁니다. (딸이 시를 읊는다) ‘화가 이중섭은 사막으로 걸어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아랫도리를 게의 예리한 발톱에 찝힌 것이다. 물린 순수의 피나는 이적(異蹟)을 담배 은종이에 나타내었다’ 아버지 맞죠.” 노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나.”라며 활짝 웃는다. 화제를 바꿨다. 문단 데뷔 시절을 물었다. “전쟁 2년 전인가 그래요.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을 때 새벽녘에 문득 낡은 문풍지를 보고 시를 하나 썼어. 그랬더니 친구가 ‘안양에 박두진 시인의 문하생 동인(청포도)들이 있는데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갔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쓴 시를 박두진 시인에게 보여줬더니 ‘10년 후면 우리나라의 시가 달라지겠네’라고 하면서 구상 시인한테 가보라고 하더군. 그때 구상 시인은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있었지. 구상 시인과는 원산에서 만났던 사이였지. 어쨌든 찾아갔어.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나를 아래층으로 끌고 내려가 우동 두 그릇을 시키면서 ‘배가 고플 텐데 두 그릇 다 먹으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시를 읽더니 ‘관념적이긴 하지만’이라고 말을 하더군. 그 2~3일 뒤에 ‘문풍지’라는 제목으로 시가 발표됐어. 그래서 데뷔작이 ‘문풍지’야. ●“그의 그림에서 詩 영감 많이 얻어” 이후 6·25전쟁이 끝난 1957년 전봉건, 김종삼 등과 함께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라는 3인 시집을 내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펼쳤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시작으로 2009년 제10회 청마(靑馬)문학상을 수상한 ‘버리면 보이느니’까지 통산 18권의 개인 시집을 펴냈다. 그러는 동안 평양 출신의 박남수(1918~1994) 시인과 친하게 지냈으며 문덕수(83)·홍윤숙(86) 시인 등과 절친 문우로 교류했다. 1990년 제12차 세계시인대회 때였다. 일본의 저명한 국제적 여류 시인 시라이시 가즈코가 ‘오늘의 율리시스’라는 시를 낭독하기 직전 노시인이 “나는 북에서 온 한국의 율리시스입니다.”라고 말해 장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낸 일화는 지금도 문단에서 회자된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문화 교류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6·25전쟁 때는 9사단 29연대에 배속(소위)돼 백마고지와 저격 능선 전투에 참가했다. 이때 전우의 죽음을 다룬 시 ‘진달래’가 ‘국방’지에 게재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으며 후에 은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슬하에 김상수(사업가)·김상일(조각가)·김상호(중문학자)·김상미(주부)씨 등 3남 1녀를 두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노시인에게 시 한편을 부탁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죽음이란 걸(주제)로 병원에 있을 때 써보긴 했는데….”라는 대답이 나지막이 돌아온다. 다음은 그가 최근에 쓴 미발표작 시.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광림은 김광림은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충남(忠男)이다. 원산공립중학을 거쳐 평양종합대 역사문학부 외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48년 12월 한탄강을 거쳐 단신으로 월남했다. 그해 안양에서 ‘청포도’ 동인과 어울리다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만났고 그의 권유로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있던 구상 시인을 만난 것이 인연이 돼 ‘문풍지’라는 시를 처음 발표했다. 경기 여주군 북내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중 6·25전쟁을 만나 육군 소위로 9사단 29연대에 배속돼 전쟁에 참가했다. 1959년 첫 시집 ‘상심하는 접목’을 펴냈으며 1961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듬해 두 번째 시집 ‘심상의 밝은 그림자’, 1965년 세 번째 시집 ‘오전의 투망’ 등 지금까지 18권의 시집을 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83년 장안대 교수, 한양대 강사 등으로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쳤으며 1985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인대회 서울대회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1999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2001년 국가유공자증서 등을 받았다. 2009년에는 ‘허탈하고플 때’로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 “한국 약자 과소대표 문제 비례대표제 확대가 해법”

    “한국 약자 과소대표 문제 비례대표제 확대가 해법”

    정치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언제나 맹점을 갖는다. 유엔 결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역사교과서 논란도 결국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다. 국내적으로든, 국제적으로든 막대한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한 정권의 통치 수준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 수준 이하라면? 혁명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집권한 나치가 저지른 죄악은 이를 가장 잘 드러내 준다. 그래서 절차적 정당성 못지않게 실질적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창간한 계간지 ‘민주’에 실린 논문 ‘실질적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진전한다’를 통해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이 실질적 정당성보다 앞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절차적 정당성을 잘 구축한다면 실질적 정당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법에 있어서 최 교수가 쥐고 있는 카드는 ‘비례대표제 확대’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약자들이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점이 흔히 꼽힌다. ‘진보정치의 부재’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선거 때만 되면 늘 ‘비판적 지지’라는 이름으로 진보진영의 골치를 지끈거리게 해 왔던 이슈다. 이는 또 정당에 자신의 지지기반에 대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국민들에겐 계급배반투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뻔한 교훈으로 끝난다. 또 한국에서는 정당정치가 미숙하다거나, 당내 공천 싸움만 잘 이겨내면 당선되는 선거풍토에서 정책대결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대안이 바로 비례대표제 확대란 게 최 교수의 견해다. 정당정치의 부재만 한탄할 게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이 조직될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 그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승자 독식의 선거제다. 여기서는 누가 다수당을 차지하느냐의 싸움에 모든 힘이 집중된다. 그래서 정치는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사회 갈등을 오히려 더 키우는 구실을 한다. 탄돌이니, 타운돌이니 하는 말이 나오고, 선거가 네거티브전으로 치러지고,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나듯 건전하고 상식적인 외부인사 바람에 정치권 전체가 흔들대는 이유다. 반면 비례대표제를 도입, 당에 대한 지지율로 의석을 분배하게 되면 누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지지율도 고스란히 이에 반영된다. 그리고 압도적 다수당이 존재하기 어려워지고, 동시에 소수당이라 해도 일정한 지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함부로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해서 배제보다는 합의의 정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전망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대학 구조조정 일회성으로 끝내선 안 된다

    전남 순천의 4년제 대학인 명신대와 전문대학인 강진의 성화대학이 퇴출된다.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얼룩져 비리·부실 대학의 대명사로 낙인찍힌 학교들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들 대학에 대해 한 차례 청문 절차를 거친 뒤 다음 달 중순 폐쇄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쏘아진 셈이다. 설마했던 대학들은 교과부의 조치에 크게 술렁이고 있고, 퇴출이 확정된 대학들은 행정소송으로 맞서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반발과 저항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인 만큼 구조조정의 속도를 늦추거나 일회성 조치로 끝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무늬만 대학’인 대학이 어디 이 두 대학뿐이겠는가.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이 수두룩하다. 간판만 걸어 놓고 교육은 뒷전인 채 학위 장사에만 몰두하는 대학이 한두 곳이 아니다. 교비 횡령 등 탈·불법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이사장·총장·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전리품인 양 일가족이 나눠 먹는 모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니 대학이 아니라 ‘대악’(大惡)이라는 한탄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설사 돈이 넘쳐 난다고 해도 이런 대학까지 정부가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리를 일삼고 부실투성이인 대학에 정부가 지원금을 쏟아붓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이런 대학에 줄 돈이 있으면 정부의 등록금 인하 정책에 앞장서 노력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늘려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이 장관은 명신대와 성화대학 폐쇄가 대학 구조조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분명히 했다.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대학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엄격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의 상시 퇴출 언급은 당연하고 지나치지 않다. 남아 있는 대학들도 뼈를 깎는 자성과 체질 개선으로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한다. 명문대도 예외가 아니다.
  • [지금 대전청사에선…] 물먹는 승진에 떠나는 ‘非고시파’

    [지금 대전청사에선…] 물먹는 승진에 떠나는 ‘非고시파’

    정부 외청에서 공직자조차 이해 못 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조직을 위해 침묵했던 ‘불편한 진실’이 속속 드러나자 힘없는 기관, 공무원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고시의 좌절, 고공단 승진은 ‘꿈’ 최근 대전청사 A청의 B과장이 공직을 떠났다. 고위공무원단 승진이 있을 때마다 후보로 거론됐지만 사실 그는 고공단 교육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고시 출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으로 특히 1954~57년생 과장들이 많다. 이들은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국장 승진의 ‘꿈’을 포기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국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나이 어린 고시 출신 ‘장수국장’이 건재한데다 고시 출신 과장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비고시 출신 국장이 빠져야 승진 기회가 부여되는 것도 좌절감을 깊게 한다. 한 관계자는 “고위공무원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게 됐다.”면서도 “한편으론 기회도 없는데 내가 이걸 왜 받고 있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국장에서 과장으로 영전(?) C청 공무원들은 얼마 전까지 청에서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본부로 복귀한 간부 D씨가 이사관이 아닌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는 사실을 알고 다들 놀랐다. 서기관급인 D씨는 청 고공단직위에 응모, 2년간 근무했었다. 결국 본부에 그대로 근무하면 부이사관 승진이 여의치 않을 것을 감안해, 외청 고공단 자리를 승진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 때문에 D청 공무원들은 분개했고 내부의 승진 후보자들은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 상급부서의 인사 전횡이 최근 일은 아니다. 각 기관마다 본부에서 대놓고 내려오는 자리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전도가 유망한 간부라면 ‘우군’을 확보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본부에서 밀린 인사들이 내려오면서 외청을 ‘공직의 종점’으로 활용한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외청 관계자는 “규정위반 여부를 떠나 대단히 잘못됐고 어이없는 인사”라고 한탄했다. ●직제없는 투명 간부, 기관장 ‘마음’ E청에는 직제에 없는 투명 간부가 있다. 외부의 지적과 내부 비판이 제기됐지만 기관장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간부회의에서 국장석에 자리를 배치하는 대범함을 보여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조직관리의 기본이 ‘인사권은 기관장의 고유권한’이라는 고집에 묻혀버렸다. 최근에는 타 부처에서 서기관이 지방청으로 소리 없이 전입했다. 사무관만 돼도 부처 이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박영석 원정대’ 해맑은 영정만 가족 품으로…

    ‘박영석 원정대’ 해맑은 영정만 가족 품으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가족과 산악인들의 오열 소리로 가득했다. 1일 오후 5시 공식 분향이 시작되면서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을 비롯해 산악계 관계자,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영화배우 송강호씨와 유지태씨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원정대의 실종을 한탄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장례는 첫 ‘산악인장’으로 치러지며, 이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가족과 함께 현장까지 가서 그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이 회장과 박 대장의 장남 성우군 등 가족·친지들은 새벽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이들과 달리 그 손에 들린 탐험대의 영정 사진은 너무 해맑아 슬픔을 더했다. 공항에 나온 박 대장의 부인은 “어떡하니… 어떡해.”라며 아들과 영정을 한꺼번에 끌어안고 오열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800m)와 카트만두에서 위령제를 지내며 이미 많은 눈물을 흘린 성우군도 어머니를 보자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 회장은 “눈사태와 낙석 때문에 2단계 수색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적은 내년 5~6월쯤 다시 수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탐험대의 친지들과 마주 앉아서는 구조작업을 통해 드러난 정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암벽 30m 지점에 로프가 정리돼 있었다. 암벽을 모두 내려왔다는 뜻”이라며 “그곳에서 임시캠프(해발 5370m)까지 250m만 더 가면 되는데 눈사태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3명이면 소지품 하나라도 나올 텐데, 그런 것도 없는 걸로 봐서 아주 깊이 묻혔을 것이다. 새벽부터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산악계의 별이 떨어졌다. 셋은 최고의 알피니스트이자 휴머니스트다. 다 꿈인 것 같다.”고 슬퍼했다. 3일 오전 10시에는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다. 조은지·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시집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최돈선 시인

    [저자와 차 한 잔] 시집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최돈선 시인

    ‘지금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얼굴이/비 오는 날 파밭을 지나다 보면 생각난다.(중략)/그대는 하이얀 파꽃으로 흔들리다가/떠나는 건 모두 다 비가 되는 것이라고/조용히 조용히 내 안에 와 불러보지만/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후략)’ 굳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가을은 ‘시’라는 단어와 궁합이 잘 맞는다. 하지만 막상 찾으려고 하면 마음에 와 닿는 시집 한권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최돈선(왼쪽) 시인의 시집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해냄 펴냄)가 더욱 반갑게 다가선다. 세상을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시인이 독자들에게 사람과 사랑, 인생에 대해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일상의 평범한 단어를 잘 깁기만 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로 바뀔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 최돈선 시인을 소설가 이외수(오른쪽)의 문학촌인,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에서 만났다. 춘천에 산다던 그가 왜 화천에 가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이외수와 최돈선이란 두 작가의 관계를 먼저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수가 “내 운명을 바꾸어 준 사람이 최돈선”이라고 단언할 만큼 그들의 인연은 깊다. “춘천교대에 다니던 어느 날, 제대 뒤 복학한 이외수가 저를 찾아왔어요. 그날부터 죽이 맞아 붙어 다녔지요.” 이미 등단해서 이름을 날리던 최돈선과 화가를 꿈꾸던 이외수의 만남은 그 자체가 ‘사건’이었다. 숱한 일화를 남긴 그들의 인연이 ‘백수’ 이외수를 소설가로 만들었고 결국 노년을 함께 할 만큼 질기게 이어진다. “이번 시집은 친구 이외수가 준 선물입니다. 치매가 깊어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허전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이 친구가 느닷없이 그동안 써 놓은 시를 내놓으라는 겁니다.” 시를 고르는 것은 물론 삽화를 그리고 표지 글씨를 쓰는 일까지 친구가 ‘알아서’ 했다. 그래서인지 이미 여러 권의 시집을 낸 그도 이번 시집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 최 시인의 이력은 조금 복잡하다. 대학 재학 중 신문사 2곳의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월간문학 신인상까지 받은 그였지만 시를 밥으로 바꿀 능력은 없었다. 결국 7년 동안 다니던 교대를 그만두고 공무원이 됐다. 5년 뒤에는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전남 완도와 강원 춘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학교도 최종 정착지는 아니었다. 교사 생활 10년이 지날 무렵 홀연히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흐르고 흐르다 회귀하는 연어처럼 친구 곁으로 돌아왔다. 그런 삶의 궤적이 그의 시편들에 촉촉한 언어로 투영돼 있다. “시가 뭐냐고요? 먹다 남은 술병 같은 것이지요. 술을 마시다 보면 술병 속에 한탄과 한숨과 이야기가 고이기 마련이잖아요.” 그의 시는 결이 곱다. 현학적 언어나 누굴 가르치겠다는 의도 따위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주변의 사람과 사물에 내재돼 있는 리듬을 끌어내는 게 제가 할 일이지요. 그래서 묘사보다는 자연적인 울림을 중시합니다.” 한때 사회 참여 시도 써 봤지만 체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오로지 서정시에만 마음을 뒀다. 그러다 보니 서정시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시절에는 외로움도 컸다고 술회한다. 그의 시집에는 서문이 없다. “시인이 시로 이야기하면 됐지요. 나 자신을 설명하는 건 변명 같아서….”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탈색을 거듭한 그의 눈에는 온기가 강물처럼 흐른다. 시인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 언뜻 시선을 들어보니 잘 익은 시들이 그의 손길이 닿은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다. 글 사진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 설렘·애정·이별·옛사랑의 추억… 느껴보세요

    사랑 말고 우리가 노을 아래 엎디어 울 일이 또 무엇이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다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테다. 사랑의 감정은 그만큼 뜨겁고 깊다. ‘처음 본 날 웃었지요/먼데서 웃었지요’라고 시작된 사랑은 ‘너 없이도 가을은 오고/너 없이도 가을이 가는구나’라고 한탄하며 사랑의 끝을 읊조린다. 연애시의 정수(?)를 보여 준 ‘연애시집’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김용택 시인의 사랑 시집 ‘속눈썹’(마음산책 펴냄)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섬진강 시인 특유의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울림 큰 솔직한 언어로 사랑에 대한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하여 그는 “이번 시집은 사랑의 길이 써준 시의 집이다. 바람 부는 들길을 지나 해질녘에 찾아든 따뜻한 새 집, 속눈썹이 떨렸던 날들, 그 연애의 기록이다.”라고 말한다. 제목 시 ‘속눈썹’에 ‘산그늘 내려오고/창밖에 새가 울면/나는 파르르/속눈썹이 떨리고/두 눈에/그대가 가득 고여 온답니다’라고 했듯이 말이다. 이별의 아픔에 해 지는 강화에서 목놓아 울기도 하고 사랑은 순간임을 알면서도 가는 연인을 끝내 놓지 않겠다는 다짐도 한다. 그러면서 이내 ‘너는/내 마음 속/가장 어두운 곳을/살짝 치켜세운/속눈썹 같은/한송이 꽃이었다’라고 아련한 옛사랑을 추억한다. 그의 시집은 자신이 직접 쓴 친필 시 ‘바람’으로 시작한다. ‘바람도 없는데/창문 앞/나뭇잎이 흔들리네요/나를 안아주세요’라고 독자들과 인사를 한 뒤 ‘그러면’에서는 ‘바람 부는 나무 아래 서서/오래오래 나무를 올려다 봅니다/반짝이는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그러면/당신은 언제 오나요’라고 노래한다. ‘사랑은 떠나고/빈집에서 나와 노래한다’라는 대목에서는 차라리 슬프기까지 하다. 그의 시집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른 감잎처럼/바스락거립니다/세상이 이리 넓은데/앉을 곳도/서 있을 곳도 없습니다/당신은 어디 있나요’라고 해 더욱 그렇다. 사랑이 시작되는 설렘, 농도를 더해가는 애정, 그럼에도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연인, 그리고 남은 옛사랑의 추억 등 다른 듯 같은 모든 사랑의 과정을 한눈에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누구에게든 푸근하게 다가간다. 옛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소중히 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막걸리 친구인 시인 안도현은 “이 시집이 그려내고 있는 사랑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사랑의 대상을 향한 잔잔하고 수더분한 고백의 목소리가 있고 사랑에 빠진 자가 어쩌지 못하고 터뜨리는 과격하고 무모한 신음 소리가 있다. 앞은 사람의 목소리인데, 뒤는 짐승의 울부짖음이다. 나는 김용택 형의 시에 깃들어 사는 그 무지막지한 짐승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3) 신고포상금

    [테마로 본 공직사회] (23) 신고포상금

    흔히 ‘신고포상금’을 줄여 포상금이라고 부른다. 주로 정부가 단속해야 하는 분야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증거를 제시하여 신고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액수의 돈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예컨대 범죄, 간첩, 산불, 마약 등 위법 사실에 대해 신고한 사람에게 대가성 금전을 주는 것이다. 범죄나 경찰행정 분야에서는 신고보상금 제도로, 환경 및 경제 분야에서는 신고포상금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포상금 예산 내역에는 신고포상금뿐만 아니라 주로 공무원에게 일을 잘했다며 인센티브식으로 주는 성과 포상금 등도 함께 합해져 있다. 부처는 물론 지자체마다 신고포상금을 천차만별로 운영하고 있으며, 신고포상금의 개수나 내역, 근거법령의 유무 여부 등 기본적인 사항을 종합해 관리하는 곳도 없다. 각종 개별 조사들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 정부 부처가 운영하는 신고포상금 규모는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정확히 부처별로 어떤 이름의 포상금이 얼마나 운영되는지 모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전금 항목 속에 조금씩 들어 있고 부처마다 운영하는 것이어서 별도로 종합 분류해 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상금 개수·내역 등 대충대충 관리 미래희망연대 소속 김정 의원실이 지난해 각 부처별 전수 조사를 통해 밝힌 국내 포상금 현황 연구에 따르면 국내 39개 부처에서 총 336개 포상금 제도를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국민을 상대로 하는 신고포상금의 경우 49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부처들의 전체 포상금(성과포상금도 포함) 규모는 2007년 165억원에서 2008년 168억원, 2009년 182억원, 2010년 199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김 의원은 “조사 결과는 문의에 회신한 39개 정부 부처가 운영하는 포상금만을 종합한 것이어서 정부의 모든 신고포상금에 대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조사 당시 포상금 제도 운영 자체에 대한 보고를 허위로 하거나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답변하는 부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상금이 유독 우리나라에만 과도하게 많다고 말한다.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하지 않고 ‘포상금 제도’가 마구 양산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상금이 양산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행정 편의주의가 지목된다.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혹은 ‘문제가 있으나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을 때’ 그 해법을 포상금 제도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양곡 부정유통 고발 및 검거 포상금,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신고포상금, 성매매 신고자 보상금 등도 그 같은 예로 분류된다. 서울대 행정학과 임도빈 교수는 “신고포상금이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현재 상태로서는 너무 과도하고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면서 “결국 신고당한 사람이 낸 벌금을 받아서 신고하는 사람에게 주는 식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진짜 편하게 사는 것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국민에게 맡기고 보상금으로 ‘손 털어버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돈 미끼 公務 민간에 떠넘긴 꼴 신고포상금이란 법집행 부문에 대한 일종의 민간위탁으로 볼 수 있다. 주로 효과적인 규제 집행이 어려울 때 돈을 대가로 국민들의 손과 발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고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돈을 준다는 점에서 자원낭비라는 시각도 있고, 파파라치(전문 신고꾼) 양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이 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주로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신고 포상금 중에서도 공무원들이 함께 지급 대상으로 설계된 것들이 논란의 대상이 된다. ●공무원 수입·징계 감경 수단 활용 예컨대 최대 2000만원이 걸린 문화재청의 문화재 도난·도굴 신고 포상금의 경우 범인이 검거됐을 때 포상금의 절반은 제보자에게 나머지는 절반은 범인 체포에 공로가 있는 자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그러나 체포는 검찰·경찰 등 공무원이 할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포상금 절반을 나눠 주지 않으면 누가 열성적으로 문화재 도굴 범인을 잡겠느냐.”고 한탄했다. 이 밖에도 마약사범 검거 신고 포상금, 병무부조리 신고인 포상금, 부정의료업자 검거 포상금, 공무원비리 신고자 포상금, 야생동물밀렵밀거래방지 포상금, 예산낭비사례 신고 포상금 등도 그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앞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자신들이 운영하던 원산지 표시 신고포상금의 절반이 공무원들에게 돌아갔던 사실이 국감장에서 밝혀져 비난을 받으면서 지금은 지급대상을 일반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포상금이 공무원들의 징계 감경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징계 포상감경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소속기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지방공무원 5097명이 표창 등으로 징계감경을 받았는데, 이 중 4067명이 견책에서 불문경고 등으로 경감받아 사실상 징계가 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1980년, 부산 민주화 투쟁 소설로 재조명

    1980년, 부산 민주화 투쟁 소설로 재조명

    요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찌질’한 가장(家長) 연기를 탁월하게 해내는 배우 안내상씨는 토크쇼에서 충격적인 과거를 밝혔다. 1988년 광주 미국문화원에 사제 폭탄을 설치했던 골수 운동권이었다는 것. 정치인을 제외한다면 운동권 출신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안씨가 그 시절을 완전히 떠났다면, 소설 ‘1980’(산지니 펴냄)을 펴낸 노재열(53)씨는 “나는 아직 현역이자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1980’은 부산 녹산공단의 노동상담소장으로 일하는 노씨의 첫 소설이다. 1980년 5월 17일 전국 비상계엄령 확대가 선포되자 부산 남포동에서 ‘성전 포고에 즈음하여’란 유인물을 뿌린 주인공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5·18 30주년을 맞으면서 관련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관련 자료가 너무 없고 글이 부정확하며, 특히 당사자의 글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써놓은 게 있다’고 말했다. 글을 써놓은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남에게 보이기 겁나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노 소장의 소설은 1979년 10월 부마항쟁부터 1981년 3월까지만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인 부림사건(대학생, 교사, 직장인 등을 반국가단체 찬양 혐의로 구속하여 고문한 사건) 당시 1차로 구속돼 꼬박 2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전두환 군사정권 8년 동안 세 차례나 구속돼 20대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내거나 수배 상태로 있었다. 노 소장은 “소설에서 부림사건은 다루지 않았다. 5·18 이후의 사건을 담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맞아 죽은 사람, 깡패 두목 등의 이야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하려면 한계가 있었다.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름도 없이 고통당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로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가상의 인물도 없다. “물고문을 하려면 사람을 꽁꽁 묶어야 해. 통닭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은 머리가 거꾸로 서면서 하늘을 향해 입과 코가 벌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어씌우고 물을 부으면 항우장사라 해도 버티기가 힘들어.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만 해도 죽을 고통인데 거기다가 공기 대신 물을 들이마시게 되면 급기야 폐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 들면서 토하게 되지.” 저자의 체험에 기반을 둔 감방 구조, 내부의 자체 규율, 고문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끔찍함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노 소장은 당시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개인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다. 그 사람도 군부세력의 지시를 받아 끔찍한 일을 자행했던 하나의 희생자다. 뺨 한 대 때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그들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1990년대에는 ‘80년대식 글 나부랭이들’ ‘우려먹기식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이란 평들이 있었다. 노 소장은 “내가 볼 때는 아직 더 해야 하고 지금까지 나온 문학은 주변부 이야기일 뿐이다. 평론가들이 벌써 문을 잠그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학적 재미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이 우직한 소설의 저자는 “20대 젊은 대학생이 이 책을 봐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특히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 지역에만 국한된 투쟁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광주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이뤄진 투쟁이었지만 의미가 축소됐고, 민주화 투쟁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국가유공자는 장례 비용이 나라에서 나오지만 5·18 민주화 유공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친 노씨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계층 간의 내용으로 보면 변한 게 없다.“며 “우리 사회가 빨리 변해 소외된 사람이 늘었다.”고 한탄했다. 30년 전 빛났던 청춘의 아픈 기록을 소설로 풀어낸 저자의 목소리는 뜻밖에 담담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만리장성, 무너지고 있다?

    중국의 자랑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 일부가 불법 채굴로 손상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1일 중국 인민일보의 보도를 따르면 허베이성 라이위안현을 지나는 만리장성 일부분이 불법 채굴업자들에 의해 완전한 폐허로 변했다. 피해 지역은 약 150km에 달하며, 만리장성에 포함된 철이나 구리, 몰리브덴, 니켈 등의 값나가는 광물을 노린 일부 파렴치한 불법 채굴업자들의 소행으로 전해졌다. 허베이성을 지나는 만리장성 80% 이상이 관광과 부실한 관리로 훼손되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는 불법적인 채굴 때문으로 현지 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허베이성 고대건축 보호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불법 채굴이 얼마나 진행됐고 앞으로 얼마나 더 진행될지 알 수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인력과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 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도쿄에서의 나흘은 조금 불편했다. 대지진의 후유증 때문은 아니었으며, 서울보다 평균 2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곳이 도쿄였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전쟁이 마치 국가대항전이라도 되는 듯 중계되고,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명이 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의 눈에, 이 도시는 깊이 들여다볼수록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날로그의 세계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지킬 것을 지키는 ‘진득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도쿄와 그곳 사람들의 차분한 일상에 잠시나마 깃들어 있었다. 조바심에 길들여진 서울의 디지털적 일상이 왠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호텔스닷컴 kr.hotels.com 1, 3, 4,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여행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도쿄를 여행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으며, 도쿄 사람들은 덤덤하고 의연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2 서울 명동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부야의 밤거리는 여전히 복작복작했다. 전통 복장을 한 거리의 예술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쿄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하네다공항에 내려 모노레일을 탔다. 일본 전역에서는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의 냉방시설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지만 실내 공기는 견딜 만했다. 사람들은 차분히 책을 읽고 있었고, 더러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며, 빈자리가 있는데도 20분 가량을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긴팔옷을 끼어 입어야 할 정도로 싸늘한, 한여름의 서울 전철과는 사뭇 달랐다.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도쿄의 중심가, 아카사카로 향했다. 공항 리무진버스의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기다릴 수 없어서 이용한 전철이었는데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수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나흘간 도쿄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역설적으로 도쿄의 촘촘한 전철망은 가장 큰 불편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리 도쿄 메트로와 JR라인이 경쟁회사라지만 도무지 어느 역에서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명확한 정보를 찾기란 어려웠다. 역무원들도 헷갈리는지 전화번호부만한 책을 꺼내 질문에 답해 주기도 했다. 그나마도 한참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스마트폰을 찾아보고 알았다. 세계 최대의 전자기술을 가진 나라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의외의 풍경을 나흘간 매일 마주쳤다. 직장인들이 많은 시오도메 지역에는 금권金券숍이 많았다. 겉모양은 우리의 복덕방과 흡사한데 신칸센 탑승권부터 공연 관람권, 야구경기 입장권, 맥도날드 할인권까지, ‘별의별’ 티켓이 다 있었다. 도쿄에는 온라인 쇼핑몰이며, 소셜커머스며, 할인 혜택 풍성한 카드며…, 이런 것들이 없는 세상인 것만 같았다. 아날로그 도쿄의 면모는 거리를 지나면서, 사소한 식사 한 끼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은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카페라고는 도통 찾아볼 수 없고, 웬만한 가게들은 신용카드를 내밀면 ‘No, Sorry’라고 답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신용카드로 껌 하나까지 살 수 있는 것이 과연 ‘글로벌’한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해 봤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지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큰 재난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는 무지MUJI 매장 1층에 비치된 재난 대비 구호용품 세트가 전부였다. 도쿄인들은 평범하고 담담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호들갑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에노 시장에서는 늘상 그러하듯 고소한 다코야키의 향이 풍겼고, 젊은 예술가는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밝은 그림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말 벼룩시장, 거기 사람이 있었네 토요일의 정오, 하네다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서둘러 찾아간 곳은 센다가야역. 도쿄의 곳곳에서 열리는 주말 벼룩시장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메이지공원이었다. 유행과 첨단의 도시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이면의 풍경을 만나고 싶어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곳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의 풍경은 얼핏 보기엔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듯한 아이템부터 장인정신이 담긴 수공예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목이 없는 기타가 있는가 하면, 고급 자기제품도 있었다. 아이템이 다양하다는 것은 천차만별의 상인들이 이곳에 운집해 있다는 증거다. 한국 아이돌 공연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어울릴 만한 여대생들부터, 시내에서 번듯한 중고 전문 가게를 운영하다가 경제난으로 가게를 접고 주말마다 벼룩시장을 돌며 근근이 살고 있다는 영어를 잘하던 중년 사내, 자신이 직접 만든 안경은 명품 안경보다 좋다며 호기롭게 20만원짜리 안경테를 팔고 있는 30대 남성, ‘뼛속까지’ 장사꾼인 터키인도 케밥을 팔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사람 풍경인가. 굳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정겨운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조금만 발품을 팔고, 두 눈을 부릅뜨면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용 캐리어에 한 살림을 채울 수도 있다. 필름카메라, 자기 제품, 앤티크 장식품, 구제 가방 정도는 믿고 구매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80년대 초반 태생의 탐나는 필름카메라가 있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장 마감 시간을 기다려 상인과 약간의 실랑이 끝에 구매한 가격은 1,800엔(약 2만4,000원).나름대로 ‘득템’에 성공했다. 도쿄 재활용 운동 시민 모임은 1992년부터 메이지공원, 오이경마장, 세이부돔, 요코하마 등 수도권 근교 및 미야기현에서 벼룩 시장을 주최하고 있다. 입점비용 2,500~3,500엔을 내면 누구나 자신만의 제품을 들고 나와 ‘주말 장사꾼’이 될 수 있다. 시장 정보는 홈페이지(www.trx.jp)에 상세히 나와 있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위치, 운영 시간 등 핵심 정보를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다. 1 도쿄에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주말에 벼룩시장을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쓸 만한 제품을 헐값에 건질 수도 있으며, 정겨운 사람 풍경을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2 주말 벼룩시장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자리를 깔고 생활용품을 판매할 수 있다 3, 4 벼룩시장에는 의외로 건질 만한 아이템이 많다. 반면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물품들도 적지 않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골목길을 걷다가 느긋하게 커피 한 잔 일본인들이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기치조지와 지유가오카의 공통점은 느긋한 분위기의 아날로그적 매력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번화한 긴자, 신주쿠, 롯폰기 등 중심가에 있다가 이곳으로 오면 시간마저 절반의 속도로 흐르는 듯하다. 사실 기치조지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브리 미술관’ 때문이었다. 헌데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또한 ‘아날로그적’인 미술관의 정책 탓이었다. 버젓이 인터넷이 있는데도 미술관은 지정 여행사와 로손Lawson이라는 편의점에서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입장일이 가까워지면 구하는 것도 어렵다. 나의 정보 부재를 한탄하며, ‘지브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치조지로 향했다. 기치조지 전철역과 이노카시라 공원 사이에는 수많은 앤티크 숍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가득했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주요 배경이 된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을 맞아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연인들과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 예술가들로 활기가 넘쳤다. 폐품을 활용한 기괴한 모형의 장식품부터, 시중의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수공예품들로 가득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지유가오카로 향했다. 커피숍 2층에 앉아 전철역 앞 작은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나마 권태를 즐겼다. 갓 구워낸 빵 한 조각과 커피를 즐기고,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오밀조밀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며, 필름카메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메라 가게를 배회하는 시간 동안 나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우 재믹스’로 조악한 게임을 즐기던 시절. 내게는 ‘닌텐도 패밀리’가 있었으며, 일본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는 물론 국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교한 일제 학용품도 많았다. 도쿄에 살던 이모가 보내주는 선물 꾸러미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동네에서 영웅이 되었다. 지유가오카의 문구점과 장난감 가게, 낡은 건물 간판들까지…. 이 낯선 도시는 묘한 힘을 갖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을 살포시 끄집어내 미소짓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5 지유가오카의 명소인 라비타는 작은 쇼핑거리로, 물의 도시 베니스를 연상케 한다 6, 7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마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장이 선다. 폐품을 활용한 예술품과 일본인들의 정교한 손기술을 보여주는 실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8 지유가오카에 위치한 뽀빠이 카메라. 필름 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people] 호텔스닷컴 피터 요시하라 한·일 마케팅 총괄이사 “도쿄 자유여행, 안심하고 오세요” 호텔스닷컴에서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 이사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안심하고 도쿄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자유여행 인구가 놀라울 정도로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본, 호주보다도 그 성장세가 빠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의 계열사인 호텔스닷컴Hotels.com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 맘대로’ 호텔을 선택하는 자유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다. 3월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도쿄를 중심으로 서서히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한국이름 양성호) 이사를 만나 최근 동향을 들어 봤다. Q. 대지진으로 한국에서는 일본 여행이 급감했는데 얼마나 체감하고 있나. A. 호텔스닷컴 한국 사이트에서 도쿄는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도쿄 호텔은 방문객 감소로 영업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많은 호텔들이 방문객이 줄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는 여행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지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객이 느끼기에 위험하거나 불편한 요소는 없으니 한국인들이 안심하고 도쿄를 여행했으면 한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오사카, 후쿠오카, 규슈, 오키나와 등의 호텔 예약이 가장 활발했다. 오사카는 올 여름, 호텔스닷컴 한국사이트에서 예약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호텔스닷컴이 전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 이상이 일본 여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일본은 3대 선호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본 관광산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Q. 여름 휴가철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역은? A. 오사카, 뉴욕, 상하이, 홍콩, 파리 등이 인기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필리핀의 예약률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강점을 가진 미국 지역의 예약도 많은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의 예약이 꾸준한 편이다. Q. 호텔스닷컴은 최근 3년간 한국에서 매우 공격적인 모습이다. A. 한국어 사이트(kr.hotels.com)를 개설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세자리 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기본적인 온라인 키워드 광고 외에도 케이블 및 공중파 TV 채널에도 광고를 진행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골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인들이 그만큼 호텔스닷컴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다. Q.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반응은 어떠한가. A. 호텔스닷컴은 지난 5월 새로운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였으며,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서인지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폰을 통해 8~9건 예약될 때, 안드로이드를 통해 4~5건 예약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아이패드를 통한 예약도 적지 않다. Q. 최근 모회사인 익스피디아도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A. 호텔스닷컴의 강점은 ‘현지화된 서비스’다. 지금 익스피디아의 한국 사이트를 보면, 호텔스닷컴의 처음 모습처럼 어색하다. 호텔스닷컴은 ‘한국 웹사이트보다 더 한국스럽게’ 만든다는 목표로 변화를 이뤄 왔다. 현재는 웹사이트에 대한 고객불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호텔스닷컴의 큰 경쟁력이다. 이외에도 올해 내에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항공사 마일리지 개념의 ‘보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호텔스닷컴 Hotels.com’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의 자회사로서, 전세계 13만5,000개의 호텔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사이트이다. 2~3일간 반짝 할인, 마감 임박 할인, 주요 도시 40~50% 할인 이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콜센터에서는 한국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lace] 여전히 매력적인 도쿄, 고급 호텔을 노려라 도쿄의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해외여행객이 크게 줄어들어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여행의 호기”라며 한국인들의 방문을 당부했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호텔도 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도쿄의 5성급 호텔 두 곳을 들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일본 전통에 서양의 미를 가미하다 캐피톨 호텔 도큐 Capitol Hotel Tokyu 수수무 토가시 총지배인 일본의 명성 높은 호텔 그룹인 도큐Tokyu는 지금의 캐피톨호텔을 2010년 새롭게 공개했다. 4년간의 대공사는 ‘개보수Renovation’의 개념이 아닌 ‘재건축Rebuliding’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됐다. 관공서, 기업체가 많은 아카사카 중심 지역에 위치한 만큼 출장자들이 많고, 한국 기업들도 주변에 많아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은 편이다.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최대한 일본식으로 꾸몄다. 최근 리츠칼튼, 페닌슐라 등 해외의 특급 체인 호텔들이 일본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과 비교해도 객실 넓이는 45m2 수준으로 매우 넓은 편이다. 음식과 차도 일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특히 식사 후에 일본식 다도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난 3월 대지진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국에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오히려 지금은 호텔 가격이 많이 내려간 만큼 출장 목적뿐 아니라 레저 여행객들도 캐피톨호텔도큐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www.capitolhoteltokyu.com 최고의 전망 자랑하는 디자인호텔 파크 호텔 도쿄 Park Hotel Tokyo 마코토 엔도 영업 이사 파크호텔은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디자인 호텔Design Hotels의 유일한 일본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이 강점이다. 시오도메 미디어 타워의 25층부터 34층까지 호텔로 사용하고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행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익스피디아의 직원들이 우수 호텔로 선정한 바 있으며,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도 보유하고 있다. 긴자 지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오도메역에 위치한 호텔은 오다이바로 갈 수 있는 유리카모메(전용열차)를 탑승하기에도 편리하다. 객실이 전부 고층에 자리한 만큼 전망도 좋다. 도쿄타워가 가까이 보일 뿐 아니라 맑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 친환경적인 객실 디자인은 물론 삼각형 모양으로 34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로비 등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일본 교토식 레스토랑,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바텐더가 있는 펍, 아로마 테라피 등도 파크호텔의 강점이다. 현재 한국인 직원도 1명 있어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ww.parkhoteltokyo.com 1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일본 전통식으로 꾸몄다 2 파크호텔은 일본 유일의 디자인 호텔의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문화마당] 가이아(땅의 여신) 한반도/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가이아(땅의 여신) 한반도/신동호 시인

    어린 시절 나는 북한강에서 자맥질을 하며 놀았다. 발가락 끝으로 물고기의 비늘이 스쳐 지나갔고 한 바가지 물을 들이켜 혼절한 적도 있었다. 강물은 살짝 비린내를 전하며 흘렀다. 간혹 밑바닥을 훤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깨끗함을 시위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곳에서 산천어 축제가 열리고 강물은 도시들 곁을 흘러 시민들의 목을 적시고 서해로 간다. 그 물이 오염되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세계은행은 21세기가 물 분쟁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향후 인류의 대부분은 물 공급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세계 214개의 하천이 2개국 또는 다수국에 의해 공유되고 있고 세계 인구의 40%가 인접국의 물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지금도 요르단강을 두고 이스라엘과 시리아, 팔레스타인이 분쟁하고 있으며 나일강과 유프라테스강, 갠지스강은 물론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그란데강도 물을 둘러싼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이맘때 헝가리에서는 납과 수은 등이 포함된 독성 슬러지가 유출되어 다뉴브강으로 흘렀다. 다뉴브 강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하여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12개국의 영토를 관통하여 흐른다. 다뉴브강의 지류인 마르칼강은 이미 생명체가 사라졌고 강 하류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는 비상이 걸렸다. 일찍부터 다뉴브강의 관리를 위해 국가 간, 도시 간 협력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면 큰 재앙으로 이어질 사건이었다. 우리 국토에도 물 분쟁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용담댐, 영천댐 건설 등으로 전북과 충남, 포항과 대구가 충돌했고 서울과 경기도는 강원도의 상수원보호구역 유지관리비 부담 문제로 오래도록 갈등 관계에 있었다. 또한 수질환경보전법에는 상수원보호구역 안에서 오수, 분뇨, 축산 폐수를 버리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건축의 제한이 있어 늘 지방자치단체 간 다툼의 소지가 있다. 가축을 놓아 기르는 행위나 목욕과 세탁 행위도 제한한다. 남과 북 사이의 강은 대부분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함경남도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한 임진강과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한 한탄강, 금강산에서 시작되는 북한강이 대표적이다. 때로 홍수 피해가 남쪽까지 미치거나 수공 위협으로 난리법석을 떤 적이 있을 정도로 우리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강들이다. 그러나 이 강들이 언제까지, 당연히, 아무런 고민도 없이, 맑은 물줄기로 흐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이 강 상류에 축산단지를 조성하거나 대규모 공단을 건설한다고 해서 거기에 우리의 법을 적용하거나 국제기구에 호소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늘 핵무기 개발을 문제 삼아 북한을 고립시키고 비난해 왔다.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분쟁의 그늘에 가려 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분쟁은 염두에도 없다. 하물며 그들은 인도적 지원의 대상일 뿐 그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으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산다. 하지만 단 하나를 꼽는다면… 아직 임진강, 한탄강, 북한강이 맑게 흐른다는 걸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이아(Gae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이다.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규정하면서 가이아라 부르고 있다. 한반도는 일찍이 압록강, 두만강 이남으로 민족 전체가 공존해 왔다. 김제평야와 호남평야의 쌀이 한반도 전체의 국민을 먹였고 남쪽은 북쪽의 지하자원과 산림자원을 이용해 왔다. 그런 적당한 구조가 국경을 형성했고 하나의 생명체로 남과 북이 존속해 왔으리라 생각한다. 한쪽은 쌀이 남아돌고 한쪽은 지하자원을 중국에 헐값으로 넘긴다는 소문이다. 배고픔을 벗어나려는 북한의 노력이 강의 오염으로 이어질까도 걱정이다. 수자원을 공동이용하고 산림자원과 해양자원을 함께 나누는 노력조차 없는 현실이 걱정을 부추긴다. 사실 남과 북의 관계 개선은 이념적인 문제만이 아니며 북한에 일방적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를 하나의 생명체로 되살리는 일은 우리의 생존문제이기도 하다.
  • 한국 고대인의 ‘통치·생활·사상’ 문자로 만나다

    한국 고대인의 ‘통치·생활·사상’ 문자로 만나다

    광개토대왕비 원석 탁본 등 고대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문자, 그 이후:한국고대문자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한국의 고대 문자자료 5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보 126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 연가7연명 금동불상(국보 119호), 진솔선예백장 인장(보물 560호) 등 널리 알려진 국보급 문자자료는 물론이고 광개토대왕비 원석 탁본과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인 정창원(正倉院) 문서 등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문자 자료의 수용과 발전 과정을 통해 고대인의 통치, 생활, 사상을 조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자료인 광개토대왕비 원석 탁본은 일본 역사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석회를 바르기 전에 뜬 탁본(돌비에 종이를 대고 먹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 탁본은 5세기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1차 자료인 광개토대왕비의 원모습을 전해주는 일급자료다. 지금까지 10여종의 원석 탁본이 알려졌는데, 이번에 전시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지린성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는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일본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했다는 설)의 근거로 삼고, 석회로 훼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고대사 연구의 뜨거운 감자였다. 일본 정창원의 문서는 신라 호적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일컬어지는 미노국(御野國) 호적 등이다. 문자로 파악 가능한 고대인의 생활은 다양하다. 신라 궁중에서는 가오리, 돼지, 사슴, 노루, 간장, 젓갈 등을 먹었다. 백제인은 거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튼튼한 품종의 벼인 적미를 개발하기도 했다. “돈이 없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다.”는 한탄, 죽은 가족이 극락 왕생하기를 비는 가족들의 바람, 가뭄에 비를 애타게 기다리며 용왕에게 기도하던 절박한 심정 등 전시 자료에는 옛 사람들의 내면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7세기 백제 목간(木簡·글씨를 써넣은 나무조각)에는 이자가 5할이나 되는 고리대가 존재한 사실이 나와 있다. 신라 촌락 문서에서는 뽕나무를 심고 삼밭을 일구던 농촌 백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문자 수용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던 문방구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낙랑지역의 봉니(封泥·문서를 봉함할 때 쓴 점토)와 인장, 경주 석가탑에서 출토된 먹, 안압지에서 출토된 종이자료 등 희귀 자료와 여러 종류의 벼루 등도 전시된다. 이용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문자 자료 속에서 옛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헤아려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 영화]

    ●호우시절(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건설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섦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는 메이.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미룬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누구나 한번 쯤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음 직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이었더라면.”이란 사랑에 관한 진부한 질문에 대해 상큼한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 ‘호우시절’을 만나 본다. ●메밀 꽃 필 무렵(EBS 일요일 밤 11시 40분) 장돌뱅이 허생원은 장이 서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다. 평생을 함께 지내온 조선달, 윤봉운과 함께 오늘도 봉평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하루에도 몇 십리 길을 다녀야 하는 처지다. 평생을 장돌뱅이로 지내다 보니 모아 놓은 재산조차 변변치 않은 이들. 신세를 한탄하며 술이나 한잔 하기 위해 충주집에 들른 세 사람은 충주댁이 젊은 장돌뱅이인 동이와 놀아나는 것을 보게 된다. 괜스레 마음이 뒤틀린 허생원은 동이의 뺨따귀를 후려치고는 내쫓아버리고 만다. 한편 메밀꽃 밭을 지나던 세 사람은 우연히 옛 추억을 떠올리다 허생원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천군(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 비격진천뢰가 미국 측에 양도되기로 결정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장교 강민길은 핵 물리학자 김수연을 납치하고, 비격진천뢰를 연구소에서 빼내 탈출을 시도한다. 지구를 지나는 엄청난 혜성이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고, 강민길 일행과 그를 추적하던 남한장교 박정우 일행은 압록강에서 대치 중인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회오리 돌풍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신을 차린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여진족들의 도끼와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이다. 일행은 본능적으로 총을 들게 된다. 최첨단 현대무기의 위력에 놀란 여진족은 물러가고 일행은 동굴로 숨어든다. 그날 밤 동굴로 잠입해 무기들을 훔쳐가는 괴사내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 이순신. 그들이 만난 이순신은 그해 무과에 응시했다 낙방한 채 허랑방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내였다.
  •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이냐, 通涉이냐. 최재천(57)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지식대통합을 위한 방편으로 제안해 한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용어 ‘통섭’ 얘기다. 거느릴 통에 몰아잡을 섭을 써서 무언가가 중심에 서서 한데 몰아잡아 거느리느냐, 아니면 통할 통에 건널 섭을 써서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건네주고 받느냐다. 쉽게 말해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계열화냐, 아니면 수평적이고 대등한 융합이냐다. 통섭이라는 단어가 널리 힘을 발휘하게 된 근원은 후자에 가깝다. 통섭이란 단어가 대개는 분과학문의 벽을 뛰어넘은 소통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또 대개 그런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한 가지 의문을 낳는다. 통섭을 그런 의미로 쓸 경우 분과학문의 폐쇄성과 비효율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간(間)학문적 태도, 혹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트랜스(Trans)적인 태도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다. 단지 조금 더 멋져 보이는 단어일 뿐인가. 최근 나온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펴냄)은 이 의문을 둘러싼 논쟁이다. 최 교수 주도로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 분야 학자들이 2009년 발표한 학술논문들을 담았다. 발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논거들이다. 명쾌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통섭이란 용어, 그리고 사회생물학이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통섭이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82)이 썼다. 원어는 ‘콘실리언스’(Concilience)다. 모든 학문에 공통되는 사실을 언급하는 19세기 때 단어를 복구한 것이다. 윌슨의 제자로 이 개념을 번역한 최 교수도 스승의 예를 따라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통섭’(統攝)이란 단어를 골랐다. 주목할 점은 윌슨이 ‘Concilience’를 상위개념인 사회생물학이 다른 인문사회과학을 하위 분야로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생물학제국주의, 유전자결정론, 우생학으로 연결되면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덕분에 윌슨은 학술대회장에서 마이크를 빼앗기고 물세례를 맞는 수모까지 당했다. 최 교수는 이런 논란에 애매한 태도를 유지한다. 우선 윌슨의 관점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번역자로서 원저자의 의도에 맞는 단어를 고르다가 ‘統攝’을 선택했을 뿐, 자신의 견해는 通攝(두루 소통하며 쥔다), 혹은 通涉에 가깝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내보인다. 인간에게는 유전자 수준을 뛰어넘는 창발성(Emergence)이 있다는 반론에 대해 그는 “창발성 자체도 언젠가 분석되고 설명될 개념이라는 내 입장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과학이 가장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앞에선 부인해 놓고 뒤돌아서서는 ‘도로 윌슨’을 외치는 격이다. 이쯤 되면 ‘대논쟁’이란 말이 자가발전적이라는 ‘의심’이 슬쩍 든다. 때문에 시선을 제대로 자극하는 것은 통섭반대론자들의 논거다. 전통적인 문화론 입장에서 통섭을 통한 지식대통합에 부정적인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통섭이란 개념은 자연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를 화해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대립시키기 때문에 차라리 영국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의 합생(合生·Concrescence) 개념을 쓰자는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의 제안이 눈에 띈다. 가장 결정적인 비판은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의 통섭 논쟁의 특징은 ▲번역어가 무슨 뜻이냐에만 관심이 쏠렸지,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 하는 논란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회생물학 논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정작 생물학자들은 논쟁에 그다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다위니즘(진화론)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다는 점을 한탄하지만,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에서 오히려 부족한 것은 우생학에 대한 논의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또 그 이야기인가 하고 손사래를 치겠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얘기를 시작하는 김 교수는 “서구에서는 오랜 기독교적 전통에 홀로코스트(대학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학으로 위장된 정치사회적 주장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가 강하다.”고 상기시켰다. 윌슨이 통섭을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반감을 뚫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즉, 일반대중이나 인문사회과학도가 아닌, 사회생물학 후예들에게 걱정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과학이 곧 경제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로 인식되면서 독특한 국가주의적 성격”이 짙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때문에 과학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보다는 쉽게 열광으로 휘몰아쳐 간다는 것이다. 과학적이라고 말하면 곧 중립적이고 위해가 없으리라는 판단,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몰아친 ‘안철수 바람’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밤 가진 TV 간담회에서다. “스마트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평소 지녔던 ‘여의도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즉각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직설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들이 정치를 극도로 불신하게 된 원인은 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데, 한가하게 “네 탓이오”만 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이런 비난과는 무관하게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정치보다는 국정운영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히고 있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다가 떠나겠다는 것이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은 없다.”, “친인척 비리, 권력비리는 없다.”는 발언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인 신념과 함께 자신감도 묻어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권력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둘씩 불거지면서 이미 적잖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지난 1월엔 함바비리 연루 의혹으로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물러났다. 2월에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5월에는 2007년 대선 때 ‘BBK대책반장’을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급기야 지난 21일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에 불려갔다. 이런 와중에 현 정권의 또다른 실세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차관으로 일하던 시절을 포함해 지난 9년여 동안 한 기업인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사실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져 낙마했다. 입각에 실패한 이후에도 인사철마다 청와대 정무수석, 민정수석 후보에 꾸준히 거론됐을 만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결국 검찰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런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집권 4년차이지만 우리는 다른 정권처럼 무슨무슨 게이트는 없지 않으냐.”는 청와대의 자신감도 급속히 무너지면서 빠르게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는 ‘레임 덕’(절름발이오리)이 아니라 ‘다리가 없는’(legless) 오리가 된 지 오래됐다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주변의 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가 속속 드러난다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썼던 사람만 다시 돌려쓰고, 자기사람만 챙기는 인사를 반복하다 보니 몇몇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됐고, 이런 인물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인사검증 시스템 등을 통해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15개월여가 남아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측근 비리를 이참에 서둘러 뿌리 뽑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했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공적들도 측근 비리에 묻힐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서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기왕에 드러난 비리는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밝혀서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불식시켜야 한다. 그것이 사태의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면서 동시에 정권의 부담도 더는 일이다. 책임을 진 정권이 잘못한 일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좌고우면만 한다면 결국엔 올 것이 올 수밖에 없다. sskim@seoul.co.kr
  • 수백명 인출 러시… 토마토 2 ‘봉변’

    19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제일저축은행 본점 앞. 문을 열기 전부터 영업정지처분 소식을 듣고 몰려온 고객 100여명이 길거리를 장악하고 있었다. 출근을 미룬 채 한달음에 달려온 회사원들도 눈에 띄었다. 건물 안에서 직원의 모습이 보이자 한 중년 남성은 “내 돈 무사하냐. 당장 내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고객들은 문을 두드리며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은행 측은 고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인근 빌딩에서 예금자보호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주부 최영모(56·여)씨는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일반 은행에 있던 예금을 빼서 옮겨왔는데 웬 날벼락이냐.”고 한탄했다. ●직원들 “정상영업” 동요막기 진땀 비슷한 시각 토마토저축은행 경기 수원지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급순서 번호표를 받으려고 몰려든 고객 500여명은 “번호표는 20일 오전부터 나눠준다.”는 은행 측의 말에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부터 이곳을 찾아 밤을 지새운 100여명은 항의와 함께 고성을 질렀다. 한 젊은 부부는 “출근도 못하고 어제부터 밤을 새웠는데 언제까지 생계를 버리고 여기에 몰두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경찰 10여명이 은행 출입구에 배치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파랑새저축은행 부산 해운대 본점 앞에는 경영개선공고명령과 영업정지 안내문만이 붙어 있었다. 한 50대 남성은 “지난 2월에 터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됐는데 부산에서 또 이런 일이 있어 황당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자 몇 푼 더 받으려다 날벼락” 한편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토마토2저축은행 선릉지점 로비에도 이른 아침부터 번호표를 받으려는 수십명의 고객들로 혼잡을 빚었다. 이곳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토마토저축은행과 별개의 법인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저축은행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예금 인출을 서둘렀다. 한 직원이 “이곳은 정상영업 중입니다. 신문에 나온 그 은행과 다릅니다.”라고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창구상담을 위해 오전 9시부터 나눠주기 시작한 번호표는 30분 만에 200번대를 넘어섰다. 부산 김정한·서울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사설] OECD 2위 고액등록금 대책 서둘러라

    국·공립대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라는 ‘2011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싼 등록금에 세계 꼴찌 수준의 정부 지원이라는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OECD 교육지표가 2009년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했고,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 추이를 감안할 때 등록금 세계 1위는 단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독보적인 대학진학률을 보이는 것은 대학이 계층 이동의 거의 유일한 통로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기본적인 대접조차 못 받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지 않은가. 요즘 학부모들이 허리가 휘고 등골이 빠질 정도로, 심지어 노후까지 포기해 가면서 자식교육에 올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뿌리 깊은 관행과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상황 개선이나 반전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엄연한 우리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교육의 국가책임’이라는 국·공립대 설립취지에 보다 충실했어야 했다. 고물가로 악명 높은 영국·일본보다 비싼 등록금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학 등록금은 2002년 정부가 국·공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한 이후 급등했다. 2001년만 해도 4.9%였던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2002~2008년 7.4~10.3%씩 치솟았다. 5.1~6.9%씩 오른 사립대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지만 장학금 등 정부의 공교육비 지원은 다른 나라 보기에 창피할 정도로 인색하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비율은 0.6%로 OECD 평균 1.0%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OECD 회원국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자녀 사교육비로 허리가 휜 학부모들은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빚을 늘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쫓기는 학생들은 공부하러 대학에 온 건지, 빚을 갚으려고 온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한시바삐 등록금 인하 요인을 찾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늘리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언제까지 대학과 정부, 정치권이 소모적인 반값 등록금 논쟁만 계속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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