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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DJ 재임중 아들 구속 ‘불명예’

    YS·DJ 재임중 아들 구속 ‘불명예’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3일 대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런 한탄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인지, 서운함인지는 불명확했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서 인사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미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던 이 전 의원의 사법처리를 낙관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로 얼룩져 추락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 역시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정점을 이 전 의원이 찍게 됐다. 부인 김윤옥(65)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72)씨는 세방학원 이사로 재직하면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자리를 주겠다며 김종원(71)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옥희(76)씨도 김 여사의 사촌언니이다. 전두환 정권 이후 친인척 비리에 시달리지 않은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기환씨는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에 개입한 혐의로 전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88년 구속됐고, 동생 경환(70)씨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 시절 7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구속됐다. 전 전 대통령의 형제들을 구속시킨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다를 바 없었다. ‘6공 황태자’라 불리며 실세임을 자부하던 노 전 대통령의 처사촌 박철언(70) 전 의원은 역시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93년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돼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에는 재임 중 친인척들이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전통(?)이 세워졌다.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53)씨는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한보그룹 사태에 연루돼 6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다. 김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 손성훈(68)씨는 덕산그룹 관계자로부터 광주 조선대 운영권을 되찾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의 잇단 비리로 임기 말 곤욕을 치렀다. 세 아들 가운데 2명이 구속됐고, 나머지 한 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남 홍일(64)씨는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고, 차남 홍업(62)씨는 이권 청탁 등의 대가로 25억원를 수수한 혐의로, 삼남 홍걸(49)씨는 체육복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주식을 받는 등 모두 15억 4400만원 등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청렴함을 무기로 내세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친인척 비리에 시달렸다. ‘봉하대군’으로 불리던 형 건평(70)씨는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개입,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딸 정연(37)씨는 미국 아파트 매입과 관련해 100만 달러(약 13억원) 반출 의혹에 연루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사연따라 연예반세기(演藝半世紀)…그시절 그노래(12)

    사연따라 연예반세기(演藝半世紀)…그시절 그노래(12)

     김정구(金貞九)가 가수의 꿈을 안고「뉴코리아·레코드」사에 들어간 얼마 뒤 또 한 사람의 가수 지망생이「시애론·레코드」사의 문을 두드렸다. 남인수(南仁樹)다. 가요 사상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다 간 남인수(南仁樹). 이난영(李蘭影)이 가요계 여왕이었다면 그녀와 함께 가요계 주류를 이뤄온 남인수(南仁樹)는 가위 가요계 황제였다. 그가 등장한 것은 1934년이다.  그때 남인수(南仁樹)는 17살의 떠꺼머리 총각이었다. 검정「쓰메에리」학생복에「게다」(일본 나막신)을(를) 신고 있었다.「시애론」의 문예부장 박영호(朴榮鎬)가 찾아온 그를「테스트」해 보고 가능성을 인정하여 작곡가 박시춘(朴是春)한테 소개, 이것이「데뷔」의 계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첫 취입한 노래가 바로 남인수(南仁樹)의 대표곡『애수(哀愁)의 소야곡(小夜曲) 』이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1절)  그러나 당초의 이 노래는 제목, 가사가 달랐다. 가사는 <현해탄 푸른 물에 밤이 내리면 임 잃고 고향 잃고 우는 저 배야>로 시작되는『눈물의 해협』이었다. 시인 김상화(金尙火)의 가사에 박시춘(朴是春)이 곡을 붙였다.  처음 이『눈물의 해협』은 남인수(南仁樹)의 본명인 강문수(姜文秀)란 이름으로 취입했다. 그런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남인수(南仁樹) 자신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당초 기대를 걸었던 박시춘(朴是春)도 여간 실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 안가 남인수(南仁樹)는 전속사를 OK로 옮겨 버렸다. 여기서 처음 취입한 게 손목인(孫牧人) 작곡의『사랑도 싫더라 돈도 싫어』와『범벅서울』. 두 곡의 반응은 좋았으나「레코드」는「히트」하지 못했다. 하루 3부제 데이트에 여자끼리 싸움도  남인수(南仁樹)에 이어서 OK로 옮겨온 박시춘(朴是春)은 아무래도『눈물의 해협』이 아까왔(웠)던지 제목과 가사를 바꿔서 남인수(南仁樹)한테 다시 취입을 시켰다. 가사는 이부풍(李扶風)이 썼다. 이부풍(李扶風)은 본명이 박노홍(朴魯弘)으로『알뜰한 당신』『맹꽁이 타령』등「히트」곡의 가사를 쓴 사람이다. 똑같은 곡을 가사와 제목만 바꿔서 부른 것인데『애수의 소야곡』은「레코드」가 나오자마자「베스트·셀러」가 됐다.「시애론」을 실망시킨 노래가 OK로 옮겨와서 일약「달러·복스」가 된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여건이 좋아야「히트」한다는, 지금도 내려오는 대중 가요계의 한「징크스」로 볼 수 있다. 사실상「레코드」가요의 황금기인 30년대는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선전 방법을 썼다.  「레코드」사가 신보를 내면 신문 잡지에 광고가 실리고 가수의「브로마이드」가 수만장씩 뿌려졌다. 하늘엔「애드벌룬」이 띄워지고 창경원의 벚꽃놀이 때는 신곡의 가사를 인쇄한 가사지(歌詞紙)가 꽃잎처럼 휘날렸다. 비행기를 이용해서 이 가사지와 공연 광고지를 살포한 예도 있다.「레코드」판매점에는「아치」가 세워지고 행인들한테 가사지를 나눠줬다. 가사지를 받아든 손님들은「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서 수백명이 노래를 합창하는 광경도 일어났다.(전수린(全壽麟)씨 말)  이런「레코드」계의「붐」속에서 남인수(南仁樹)는 그 보다 먼저 나온 고복수(高福壽) 이난영(李蘭影) 이화자(李花子) 등과 함께 대중의 우상이 됐다. 가수를 딴따라라고 천대하던 시대에서 불과 10여년. 그러나 30년대 가수는 딴따라가 아니라 가장 멋있고 돈 잘 쓰고 잘 노는 인기인이었다.  까닭에 인기 가수일수록 염문이 많이 따랐다. 남인수(南仁樹)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이 끝나는 저녁 시간이면 그는 기생들이 보낸 인력거, 무대 뒤로 몰려온 여성「팬」, 여관방까지 따라오는 아가씨들을 어떻게 안배, 처리하느냐로 고민해야 했다.  오전, 오후, 저녁으로 3부제의「데이트」를 했는가 하면 시간 할당이 잘못되어 여자끼리 싸움판이 일어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가『꼬집힌 풋사랑』을 불렀을 때의 얘기.『발길로 차려무나, 꼬집어 뜯어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그 당시 유행하던 기생「엘레지」의 하나였다. 이 노래에 매혹된 산홍(山紅)이란 한 어린 기생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나머지 자살 미수.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남인수(南仁樹)가 병문안을 갔다.  뜻밖에 남인수(南仁樹)를 만난 이 산홍(山紅)이란 기생은 그에게 순정을 바쳤고 그것을 보람삼아 삶을 이어갔다. 62년 6월 남인수(南仁樹)가 죽었을 때「산홍(山紅)」이란 이름으로 꽃다발이 그의 영전에 보내졌다. 남인수(南仁樹)와 그녀의 관계를 아는 연예인들은 평생 순정을 바꾸지 않은 한 숨은 여인의 꽃다발에 애틋한 정회를 느끼기도 했다.  24살때부터 폐 앓고 「돈인수」란 별명들어  인기와 돈과 여자에 부족함이 없었던 남인수(南仁樹)에게도 어쩔 수 없는 불행은 있었다. 건강 문제였다. 그는 한창 청춘이 피어나는 24, 25세때부터 폐를 앓았다. 무대에 올라서면 9창 10창까지 터지는「앙코르」에 따라 노래의 강행군을 해야 했고 그러고 나면 각혈을 하고 몸져 누웠다. 무대에서 쓰러진 예도 한두번 아니다.  그래도 건강이 다소 좋아지면 무대에 올랐다.  그의 생활은 자연 병석과 무대의 교체. 병석에 누울 때를 대비해서 그는 번돈을 무척 아꼈는데 그 때문에 친구들은「돈인수」란 애칭을 주기도 했다.  남인수(南仁樹)의「히트」는 해방 후에도 계속되었다,  38선이 그어지자 부른『가거라 38선』은 3천만의 애원을 그대로 대변했다, 그리고 휴전 뒤의『이별의 부산정거장』은 피난살이를 청산한 환도열차의 합창곡이었다.  그의 노래는 일제 때에 약 8백곡, 해방후 2백곡으로 1천곡을 헤아린다,  그러나 역시 대표곡은 그의「데뷔」곡인『애수의 소야곡』이었던가?  62년 6월30일, 45살로 숨진 그의 장례식(연예협회장)에서는 장송곡으로「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을 연주했다.  <조관희(趙觀熙)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3월 25일 제6권 12호 통권 제232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9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저작권, 판권 등 지적재산권은 서울신문의 소유입니다. 무단 전재, 복사, 저장, 전송, 개작 등은 관련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 “틀니 선물로 조그만 효도 하고 싶었는데…”

    “틀니 선물로 조그만 효도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비록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죄인으로 살아가는 아들이지만 조그만 효도라도 하고 싶었는데….” 한 재소자의 편지가 공무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15년 장기형을 선고받고 대구에서 수형 생활 중인 청년이 최근 고재득 성동구청장 앞으로 보내온 두 번째 편지였다. 25일 성동구에 따르면 이 재소자는 ‘건강한 치아가 자식보다 낫다’는 고재득 구청장의 본지 칼럼을 읽고 ‘치아보다 못한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이가 아파 씹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지난 9일 편지<서울신문 6월 11일 자 10면>를 보낸 주인공이었다. 마침 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쓱쓱싹싹 3·3·3’이라는 양치시설 설치 사업을 하던 터였다. 고 구청장은 곧장 자신의 죄와 불효를 뉘우치는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아버지의 주소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고 구청장은 “재소자와 통화하기 어려워 편지로 가족들의 연락처를 물었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면서 “겨우 주소를 알아내 연락한 그의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지난 12일 별세해 발인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또다시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멈추고, 겨우 슬픈 마음을 추스르며 이 글을 씁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아 보기 힘든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하늘나라에서 이런 인연을 알고 좋아하실 것입니다.” 비록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재소자는 고 구청장에게 이 같은 글을 보내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치료다운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떠나 보내 드려야 하는 아버지께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면서 “진심으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돼 훗날 떳떳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만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구청장은 이 재소자와 나눈 편지의 내용을 직원 게시판에 올렸다. 고 구청장은 게시판을 통해 “직원 여러분, 풍수지탄(風樹之嘆·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곁에 있는 부모님을 한번 더 살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글을 읽은 한 직원은 “재소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은 직원들의 가슴을 울렸다.”면서 “정말 치아보다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깔깔깔]

    ●한 공처가의 한탄가 일어나서 이런 여자의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 지가 어언 삼년. 사귀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결혼까지 해서 오랫동안 함께 살게 될 줄이야. 육신이 고달파도 할 수 없지, 칠거지악이 있어 조선시대처럼 내쫓을 수도 없고,팔팔한 마누라 덩치를 보면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 내 모습. 구천을 헤매는 귀신은 뭐하느라 이런 걸 안 잡아가는지, 십년 감수할 일 생길까 봐 매일 몸 사리며 살아 왔다. 십일조를 바치고 기도해도 이 여자는 날 가만두지 않을 테니, ‘십삼일의 금요일’처럼 공포스러운 날이 1년 365일이구나. 아~ 쉽사리 도전장을 내밀 수도 없고, 십오야 밝은 달을 보며 한탄만 하는 이 내 신세여~
  • 카드·증권업계 쌍끌이 부진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로 신용카드 업계와 증권사가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10일 발표한 올 1분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KB국민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 신용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34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줄었다. 특히 지난 3년간 1%대를 유지하던 신용카드 연체율이 2% 선을 돌파해 서민경제 위기를 반영했다. 1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은 2.09%로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연체율 3.43%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초에는 소비를 줄이는 행태 때문에 카드자산 잔액은 76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6% 줄었다.”며 “경기 둔화로 신규 연체 채권이 늘어나는 등 연체율은 증가했으나 7개 전업 카드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6.2%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신용카드 수수료율 체계 개편으로 수익 저하가 예상되는 카드사에 비해 증권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유럽 위기에 따른 주식 거래 위축으로 말미암은 수익 감소에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의 무산으로 신규사업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졌다. 한 증권업계 임원은 “마른 수건을 짜다 피가 날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업 지수의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 최근 1년간 -30.62%로 의료정밀(-32.56%), 화학(-31.87%) 다음으로 저조하다. 최소 6조 5000억원은 되어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일 거래대금도 수준 이하다. 유가증권시장의 5월 말일 거래대금은 4조 6061억원으로 지난해 8월 말일의 6조 201억원에 비해 25% 줄었다. 지난주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 3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확보한 대형증권사 5곳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업종 간의 벽을 허문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한국형 투자은행(IB)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신 수익원 부재와 규제 정책으로 증권사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요 증권사들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표했던 정부의 정책에 따라 3조원까지 증자를 하며 대형화했지만 이 자금들이 방향성을 잃고 수익 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수·이성원기자 geo@seoul.co.kr
  • “수형생활 하며 모은 50만원으로 아버지 틀니 해드리고 싶습니다”

    “수형생활 하며 모은 50만원으로 아버지 틀니 해드리고 싶습니다”

    “수형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아버님께 틀니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치아보다 못한 나 자신이 한탄스럽고 후회스럽습니다.” ‘치아의 날’인 지난 9일 서울 성동구청장 앞으로 편지 한 장이 날아들었다. 대구에서 15년 장기형을 선고받고 5년째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한 재소자의 편지였다. 10일 성동구에 따르면 이 재소자는 고재득 구청장이 쓴 ‘건강한 치아가 자식보다 낫다’<서울신문 5월 24일 30면 기고>는 글을 읽고 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는 A4용지 5장 분량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난해 모범 수용자 표창을 받아 5월 14일 5년 만에 부모님을 특별면회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성인이 돼서 처음 만난 아버지께서 오래된 틀니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씹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을 떠나 보내고 돌아왔는데 신문에서 ‘건강한 치아가 자식보다 낫다’는 글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면서 “치아보다 못한 나 자신이 한탄스럽고 후회스러웠다. 그동안 불효만 저지르고 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글은 자괴감에 현실만을 탓하며 지내온 내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면서 “그동안 수형생활을 하며 50만원을 모았는데 이 돈으로 아버지 틀니를 해드리고 싶다. 제가 모은 돈으로 가능한 치의원을 소개해 주시면 이 은혜 마음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고 구청장은 “아침에 책상에 놓인 이 재소자 청년의 편지를 읽었다.”면서 “자식으로서의 죄스러움과 치아보다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스러움으로 이 청년의 가슴이 먹먹했을지 가늠이 되고도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글이 한 청년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니 보람을 느낀다.”면서 “우리 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교 양치사업 운동이 노인이 돼 치아 때문에 고생하는 국민이 없도록 전국적인 보건 증진 사업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청은 이 재소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성동구는 ‘쓱쓱싹싹 3·3·3’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내 초·중·고교 39곳 전 학교에 양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치아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기타의 神’ 12명이 뭉쳤다

    ‘기타의 神’ 12명이 뭉쳤다

    지난해 2월 영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가 숨졌다. 같은 해 4월,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12명의 기타리스트가 뭉쳐 공연을 펼쳤다. 헌정공연을 준비한 이들이나, 무대를 지켜본 팬들이나 ‘한 번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0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12g(기타)神 프로젝트’ 공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라인업을 들춰 보면 공연제목에 ‘신’(神)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등 히트곡을 쏟아낸 그룹 사랑과 평화 기타리스트이자 한국 펑키록의 시초 최이철(59), 들국화의 객원멤버로도 활동했던 기타의 구도자 김광석(57), 좀처럼 레코딩을 허락하지 않는 독특한 성격 탓에 녹음된 음원은 두 곡뿐인 이중산이 최고참 그룹이다. 한국 기타리스트 계보의 허리에 해당하는 이들도 함께한다.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1980년대 한국 헤비메탈 전성기를 빛낸 이근형, 윤도현밴드의 1~4집 기타리스트 유병렬(45), 기타리스트로 출발해 보컬리스트, 프로듀서로 보폭을 넓힌 손무현(44), 한국의 잉베이 맘스틴으로 불린 속주 기타리스트 이현석, 임재범과 오랜 파트너 관계인 타미 김, 이승철 백밴드 황제의 기타리스트 박창곤 등이다. 독특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사자’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팝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의 최우준(35), 집시기타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 박주원(32)이 막내 격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 참가한 모든 기타리스트는 록 명곡을 한 곡 이상 연주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 “조금 더 가까이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서 록음악 명곡들을 재해석으로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게 최희선의 설명. 레드제플린(‘스테어웨이 투 헤븐’)과 비틀스(‘헤이 주드’), UFO(‘트라이 미’), 산타나(‘마리아 마리아’), 잉베이 맘스틴(‘파 비욘드 더 선’), 신중현(‘미인’) 등의 명곡들이 어떤 기타리스트에 의해 변주될지도 관심사다. 연주자당 공연시간은 20분. 최소 4시간이 넘는 긴 공연이다. 5만 5000~6만 6000원. (02)3445-965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일그러진 출세간 풍경/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그러진 출세간 풍경/김종면 논설위원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선사는 참선, 염불, 간경, 의식, 가람 수호를 승가오칙(僧伽五則)으로 정했다. 출가수행자로서 그 본분을 다 할 수 없으면 하나만이라도 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중 하나도 못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 선 수행도 안 하고, 아미타불 명호도 외우지 않고, 경전도 안 읽고, 법도를 배우고 절집을 가꾸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면 하루를 도대체 어떻게 보내는 것일까. 출세간의 사정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승려도박’ 사건을 보면 승가의 삶이라는 게 저리도 추레한 것인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법랍이 만만찮은 스님들이 호텔방에 모여 판돈을 쌓아놓고 밤샘 포커판을 벌였다니 무슨 역행보살이라도 되겠다는 것인가. 승가오칙의 정신을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어느 스님이 스님에게 화투는 치매 방지 심심풀이 놀이문화라고 강변한 것 또한 어이없다. 사부대중에 대한 모독이다. 수행자의 본분을 생각하면 하루를 25시간으로 치열하게 살아도 모자랄 판이다. 치매에 걸릴 틈이 있을 수 없다. 여래좌를 하고 카드패를 쪼아 보는 ‘반승가적’ 행위는 상상만 해도 망측하다. 차라리 치매요양센터를 찾아가 외로운 이들과 함께 ‘치매 예방’ 팔뚝맞기 민화투를 하라.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속세에 섞여 든다면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말이라도 들을 것이다. 도박 파문은 불교계의 ‘감투’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세속정치판의 그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 벼슬은 닭벼슬만도 못하다는 말도 괜한 말이다. 종권다툼에 몰래카메라까지 동원됐으니 승속이 따로 없다. 도박만큼이나 참담한 일이다. 1994년 조계사폭력사태 이후 18년 만에 총무원장이 참회문을 발표할 정도로 종단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반성문을 쓰고 참회의 절을 올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108배보다 108개 개혁안을 내놓는 게 더 진정성 있는 자세다. 돈은 만악의 근원이다. 편가르기는 분란의 씨앗이다. 사찰 운영의 투명화를 위해 재정을 전문 종무원에게 전적으로 맡길 용의가 정말 있는가. 승풍 진작을 위해 계파정치의 온상인 종책모임을 완전 해체할 의향이 있는가. 두 가지만이라도 분명히 답해야 한다. 사회법이 종법을 대신하고 재가단체가 출가공동체를 흔드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사태를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뿔난’ 재가자들이 가만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옛 인도 코삼비 스님들의 예에서 보듯 승가의 갈등은 부처님 생존 당시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코삼비 스님들은 결국 공양 거부라는 수모를 겪고 나서야 잘못을 뉘우치고 화합의 길을 찾았다. 오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해법이 필요하다. 불을 낸 사람이 불을 꺼야 한다. 문제는 다시 스님이다. 내가 왜 무명초를 잘라내고 먹물옷을 입었는지, 뭘 하는 사람인지, 불교가 불교인 이유가 뭔지, 영문도 모르고 스님 노릇 하는 스님이 있다면 각성해야 한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요 깨달음의 종교다. 수행하면서 깨닫고 깨달으면서 또 수행하는 기쁨, 그것이 바로 스님 하는 맛이다. 불교의 멋이다. 도박하고 룸살롱 가고 정치하는 일이 더 재미있다면 애당초 스님이 될 운명이 아니다. 수미산 같은 죄업을 쌓지 말고 산문을 당장 떠나라. 머리를 깎는 어린 스님에게 큰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일일삼마(一日三摩)하라.” 하루에 세 번씩 깎은 머리를 만져 보라는 뜻이다. 스님으로서 본분을 한시도 잊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이다. 조계종 스님들, 지금 너나없이 머리를 만져 보며 눈물로 ‘나’를 확인해야 할 때다. 물러설 곳이 없을 때 자신을 돌아보는 법이다. 백척간두에서 한발 내딛는 절박한 심정으로 개혁불사에 나서야 한다. ‘기독교의 땅’ 유럽에서도 불교가 21세기 대안사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당에 ‘타락승’ 타령이나 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곧 초파일이다. 자신을 등불 삼고 부처님 법을 등불 삼아 서로 믿고 의지하며 세상 어둠을 헤쳐나가기 바란다. jmki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2012 대기획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10분) 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 그곳에는 초로의 사내와 젊은 사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멀찌감치 떨어진 채 말없이 앉아 있다.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다.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부모 자식 간인데도 방 안의 두 사람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과연 이들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재발견(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2015년 완공을 앞둔 경기 포천의 한탄강 댐. 인근의 여러 마을들은 댐이 완공되면 수몰된다. 이 때문에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탄강 인근에 위치해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소문났던 교동 마을 사람들은 좀 더 높은 다른 부지로 마을 전체를 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귀남에게 용서 쿠폰을 받은 양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별 통보 문자메시지를 받은 말숙은 그 길로 세광을 찾아간다. 한편 윤희 부부는 재용의 레스토랑에서 만난 수지와 재용이 각각 귀남, 윤희가 자신들의 첫사랑이라고 하자 서로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찾아라! 맛있는 TV(MBC 토요일 오전 11시)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이 출연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아내 전미라가 해주는 집밥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절친 이현우의 집요한 추궁과 생생한 증언에 결국 장모님이 집에서 해주신 밥이라고 정정했다. MC 이현우, 권오중이 ‘윤종신에게 푸드송 영감을 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요리 대결도 펼친다.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건(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동일 아빠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인 것만 같은 정치성은 이인자와 함께 섬을 떠난다. 떠나는 배 위에서 옛 추억에 잠긴 정치성은 인자에게 학창 시절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던 중 인자와 함께 왔던 수행비서가 칼을 꺼내 정치성을 향해 다가간다. 격한 몸싸움 끝에 정치성과 이인자는 둘만 남게 되는데…….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 일요일 오후 5시) 우여곡절 끝에 바누아트의 야수르 정상에 도착한 병만족에게 첫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화산에서의 야영이다. 취침은 물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야수르 화산. 과연 병만족은 첫날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OBS 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6시 55분) 4·11 총선 당선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주는 안양 동안 지역의 새누리당 심재철 당선자와 함께한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7전 8기의 오뚝이 인생 등 늘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4선의 정치인이다. 프로그램에서는 그가 앞으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본다.
  • [오늘의 눈] 연예계 ‘악마의 사슬’/이영준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연예계 ‘악마의 사슬’/이영준 사회부 기자

    흔히 연예인을 키워 내는 과정을 보면 마치 ‘악마의 사슬’ 같다고 한다. 한번 발을 담그면 좀체 헤어나올 수 없는 사슬구조를 빗대서다. 성 상납 등 연예계의 어두운 관행이 그림자처럼 여전히 옥죄고 있다. 벗어나려면 애써 쌓은 부와 명예를 모두 내려놔야 한다. 혹독한 대가가 아닐 수 없다. 확실히 연예계의 생존구조는 뒤틀려 있다. 대중의 인기와 명예를 얻고 싶은 연예인과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 간에 형성된 ‘검은 거래’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 지망생 대상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워 내겠다.”며 당찬 꿈을 꾸지만 밑천이 없다.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연예인 한 명 양성하기도 쉽지 않다. 열악한 기획사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물을 흐리는 존재가 바로 스폰서들이다. 재력가들의 연예인 스폰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연예인 지망생은 물론 기성 연예인들도 대부분 그들에게는 ‘쉬운 떡’이다. 표적이다. 돈과 권력을 바탕으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스폰서의 투자 대상이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스폰서를 위한 연예인들의 술 접대나 성 상납이 은혜갚음이라는 명분 아래 음습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스폰서들은 서슬퍼런 먹이사슬을 조장, 모른 척 편승하는 것이다. 그룹 룰라 멤버 고영욱씨가 연예기획사 소개를 미끼로 10대를 성폭행한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덫은 스타가 된 이후에도 곳곳에 쳐져 있다. 걸핏하면 터지는 ‘동영상 파문’이 그 증거다. 연예인들과의 부적절 관계를 악용,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획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다 승소하고도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연예인이 적지 않다. 연예계의 먹이사슬을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정부가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노예’라며 한탄하는 관행은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더 이상 연예인들을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apple@seoul.co.kr
  • 한탄강댐 공사로 ‘상처입은 비경’… 경기 연천 재인폭포를 가다

    한탄강댐 공사로 ‘상처입은 비경’… 경기 연천 재인폭포를 가다

    그리 밝은 곳은 아닙니다. 외려 재난이나 사고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리즘에 적합한 곳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때 경기 북부 여행지의 맹주였던 연천군 재인(才人)폭포입니다. 폭포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존재감 넘쳤던 검은 현무암의 세계가 상처입은 몰골을 한 채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재인폭포는 눈이 아닌, 가슴으로 봐야 합니다. 사람 손에 휘둘리지 않았을 옛 모습까지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타고난 자태가 어디 가겠습니까. 비록 상처투성이 몸이지만, 기상만큼은 또렷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다녀오길 권합니다.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릴라치면 폭포 앞에 발을 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요. ●광대의 슬픈 이야기 담긴 폭포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 했다. 재인폭포가 꼭 그 짝이다. 명줄이 끊긴 건 아니지만, 헤쳐나가야 할 앞날이 여간 드셀 것 같지 않다. 원인은 한탄강 댐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홍수 조절을 위해 공사중인 댐인데, 이로 인해 재인폭포가 해마다 일정 기간 물에 잠기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잠기는 기간에 대해서는 저마다 말이 다르다. 댐을 만든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일년에 5~7일 잠길 것이라 보고 있다. 연천군 측은 생각이 다소 다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물이 차고 빠지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한 달 정도는 출입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잠기는 기간 또한 들쭉날쭉할 것이기 때문에 비가 많은 계절엔 재인폭포 방문이 사실상 어려울 거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한탄강댐이 만수위에 이르면 재인폭포는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된다. 폭포 주변 민가는 이미 댐 하류 쪽으로 이주했다. 꼭 만수위가 아니더라도 접근이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다. 예컨대 재인폭포가 10분의1만 잠겨도 폭포 아래 계곡은 저수지처럼 변하고 만다. 지난해 두 차례 재인폭포를 다녀왔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계곡 초입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번은 많은 비로 불어난 물이 폭포가 있는 계곡의 중턱까지 차 있었고, 또 한 번은 계곡을 삼킨 물이 빠지면서 토해낸 진흙 때문에 도무지 접근할 수가 없었다. 재인폭포를 되살리자는 생각은 군과 수자원공사 모두 갖고 있다. 문제는 ‘온도 차’다. 양측은 상생협의체까지 만들어 계곡 양안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조성 등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검은 현무암이 만든 기이한 세계 재인폭포 초입, 연분홍 진달래꽃이 살랑거리며 피어 있다. 폭포로 향하는 계곡의 양쪽 절벽은 죄다 주상절리다. 수십만년 전, 철원평야의 위쪽, 그러니까 북한의 평강군 오리산 등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와 식으면서 만들어진 풍경이다. 계곡 전체의 길이는 대략 300~400m쯤. 조태곤 연천군 관광기획팀장은 “주상절리를 따라 지반이 밑으로 꺼지면서 절벽이 생겼고, 협곡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빼어난 폭포도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게 재인폭포다. 재인폭포는 구닥다리 여행지다. 1970~80년대만 해도 경기 북부에서는 명자깨나 날렸다. 요즘엔 다르다. 올레길, 둘레길은 찾아도 낡은 여행지는 거들떠도 안 본다. 한번쯤 들어본 듯한 관광 명소를 이제야 찾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일 터다. 재인폭포에 담긴 이야기도 이른바 ‘뽕필’(예전 트로트 분위기)난다. 오래전 연천땅에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才人)이 살았다. 재인에겐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부인의 미색에 반한 고을 원님이 폭포에 줄을 매달아놓고 재인에게 줄놀이를 시켰다. 그리고는 재인이 줄을 탈 때 줄을 끊어 재인을 죽이고 부인에게 수청을 들라했다. 부인은 원님의 코를 문 뒤 폭포로 몸을 던져 자결했다. 마을 이름 또한 코문리였다가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문리(古文里)가 됐다고 한다. 폐허와 다름없는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곧바로 계곡이다. 계곡 아래라고 위쪽과 다를 리 없다. 바위마다 30㎝는 족히 넘게 진흙이 쌓여 있고, 양쪽 절벽 끝자락까지 지난해의 침수 흔적이 남아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는 녹이 슬었고, 계곡 귀퉁이 팔각정도 허름하기 짝이 없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한 풍경이다. ●장마철 침수로 계곡은 진흙범벅 여기서부터는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 흙탕물이 누렇게 말라 버린 절벽의 뒤편은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다. 진흙 뒤집어쓴 계곡 밑자락엔 미끈한 바위들과 맑은 계류가 있을 게다. 주변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폭포는 장관이다. 높이 18.5m. 각진 형광등처럼, 줄줄이 세로로 내려 선 현무암 절벽 덕에 폭포는 실제보다 훨씬 기골이 장대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폭포 아래 연못의 물빛이 곱다. 연한 파스텔톤의 옥빛이다. 포천의 비둘기낭을 연상하면 알기 쉽다. 다른 점도 있다. 비둘기낭엔 촛농 등 치성(致誠)의 흔적이 대부분이지만, 재인폭포 앞은 작은 돌탑들로 빼곡하다. 필경 재인폭포의 ‘쾌유’를 비는 기원이 담긴 돌탑들일 게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연천엔 재인폭포와 같은 현무암 주상절리가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백미는 미산면 동이리 주상절리다. 높이 40~50m의 주상절리 절벽이 1.5㎞ 정도 뻗어 있다. 한눈에 보이는 길이만 얼추 1.2㎞에 이른다. “이처럼 직선으로 뻗은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전곡읍 은대리와 고포리, 군남면 왕림리 경계에 있는 차탄천 주상절리는 강변 바닥 근처에 절리가 형성돼 있는 것이 독특하다. 은대리 왕림교 인근의 주상절리도 웅장하다. ●과거로 가는 독특한 시간여행지 관점을 달리하면, 연천은 낡은 여행지가 아니라 학습 여행지로 손색 없다. 전곡읍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그중 앞줄에 선다. 세계 고고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1978년 한 미군 병사가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석기를 발견했는데, 이게 당시 고고학의 정설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아슐리안형 석기는 양쪽 면을 가공해 날을 세운 석기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사용됐고, 동아시아는 찍개문화였다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이한룡 전곡선사박물관 큐레이터는 “아슐리안형 석기를 사용한 유럽 쪽 선사 인류가 동아시아에 견줘 한결 진화가 빨랐다는 우월 의식이 고고학계에 퍼져 있었는데, 이게 뒤집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역사교과서도 전곡리 유적의 발견으로 모두 수정됐다는 것. 쉽게 말해 동아시아의 자존심과 같은 곳이 전곡리란 얘기다. 전곡리 선사박물관엔 이 지역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프랑스의 라스코동굴, 스페인의 알타미라동굴 등에서 발견된 구석기인들의 동굴벽화도 재현해 놓았다. 아울러 연천읍 차탄리와 통현리 백학면 학곡리에도 다양한 고인돌 유적들이 보존돼 있다. 글 사진 연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경기 북부에서는 자유로를 타고 문산에서 빠져 전곡 방향으로 가면 된다. 연천읍내 못 미처 오른쪽으로 재인폭포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5~9월은 상시, 나머지 기간은 주말에만 개방된다. 서울 동부권에서는 의정부를 거쳐 연천 방향으로 간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송추 나들목에서 빠져도 된다. 의정부를 지나 3번국도를 타면 된다. 연천군 문화관광과 839-2061. ▶주변 볼거리:열쇠전망대는 철책선 걷기 체험이 가능한 곳. 연천군 문화관광과에 사전 신청해야 한다. 출입은 주민증만 있으면 가능하다. 단, 화요일은 출입 통제다. 전곡선사박물관(830-5628)과 전곡리선사유적지에서는 구석기시대의 문화를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다. ▶맛집:한탄강 오두막골은 가물치 구이로 유명한 집. 얼큰한 민물 새우탕이 곁들여 지는데, 제법 별미다. 832-4177. 불탄소가든의 잡고기 매운탕도 맛있다. 재인폭포 아래 있다. 834-2770. 망향비빔국수는 1968년 군인들 간식 팔면서 인기를 얻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게 된 국수집이다. 삶은 뒤 급냉해 쫄깃한 맛을 살린 면발이 별미다. 531-2507. ▶잘 곳:초성모텔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굿스테이’ 업소다. 청산면 초성리에 있다. 835-2610.
  • 사대부 부인들, 춘화에 등장한 이유는

    ‘꿀벅지’와 ‘베이글’의 시대라 해서 너무 나무랄 것만은 아니다. 일부종사의 법도가 그토록 엄격했다던 조선시대에도 “규방의 부인들이 갖가지 기생 차림을 하니 부인네들은 빨리 그것을 고쳐야 할 것이다.”라는 한탄이 줄 이었으니 말이다. 증거물도 있다.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가 대표적이다. 신윤복을 포함해 18세기 미인도를 쭉 훑어 보면 머리에 쓴 큰 가체, 좁은 저고리, 길고 풍성한 치마가 특징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여성의 육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휴머니스트 펴냄)는 옛 시절 풍속에 대한 대중적인 책들을 잇따라 내 왔던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최근작이다. 제목 그대로 각종 그림에 나타난 여성의 문제를 다룬다. 처음에는 간단히 고려 문제를 다룬다. 자료가 워낙 드물어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저자는 “고려 여성이 조선 여성에 비해 지위가 높았다.”고 추론한다. 여성 초상화가 따로 있었을 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한 화면에 그려졌고 그 모습도 서로 대등하게 바라보는 형태라서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초상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조선시대 들어 차츰 사라진다. 여성 초상화가 고려 때의 불교적인 풍습이란 공격도 한몫했다. 저자는 또 숙종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언제부터인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릴 줄 아는 ‘여자’가 없다는 이유로 왕가에서 왕비의 초상화가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자 그림을 남자가 그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남녀유별이 한층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왕실에서 이는 중대한 사유로 작용했다. 사대부나 민가에서는 그나마 일부 제작되지만 제사 지낼 때 초상화 대신 신주를 모시는 유교적 풍습이 일반화되면서 사라져 간다. 조선 중기를 넘어서면서는 아예 여성의 존재 자체가 말소된 해괴한 그림들이 나타난다. 가령 임금이 연회를 베푼 것을 기념하는 그림에서 남자들은 존재하지만 여자 자리는-그들이 아주 지체 높은 가문의 고귀한 마나님들이었음에도-아예 비워져 있다. 등장도 하지만 나서 자라서 출세하는 남성을 빛내기 위한 액세서리 정도다. 그것도 아니면 일하거나 정절을 지키기 위해 죽는 모습으로만 남아 있다. 여자라고 당하고만 있을 턱이 없다. 3장 ‘길들여지지 않은 여성 주체’는 흥미롭게 읽힌다. 지식과 교양에서 축출된 여성들은 불교와 무속과 점집으로 향했다. 동시에 노골적인 춘화도 빠질 수 없다. 신윤복, 김홍도의 풍속화와 춘화가 등장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 이 그림들에서 남자의 지아비로서의 근엄함 따윈 없다. 2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또 터진 중국어선 흉기난동 엄중 대처해야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이 또 흉기난동을 벌였다. 어제 새벽 전남 신안군 흑산도 앞 해상에서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던 중국 선원들이 흉기를 휘둘러 우리 단속 공무원 4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우리 해경 특공대원이 중국인 선장의 칼에 찔려 숨진 지 다섯 달도 안돼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근절하겠다며 정부가 서둘러 종합대책까지 발표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계속 늘어나고 수법도 날로 지능화·흉포화하고 있다. 올 들어 서해어업관리단이 검거한 불법조업 중국 어선만 110척에 이른다. “서해는 이미 중국 바다가 됐다.”는 우리 어민들의 자조 섞인 한탄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부는 중국 불법어선 단속과 관련,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다른 수단으로는 공무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총기도 사용토록 하겠다고 했다. 강력한 단속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이다. 그 같은 방침대로 해경이 단속을 강화하자 흑산도 해역에선 잠시나마 중국 불법어선이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의 흐물흐물한 단속관행이 다시 되살아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5월은 어업활동이 활발한 성어기다. 그런 만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 영해를 침범해 ‘불한당 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에 대해 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압박해야 한다. 불법조업에 대한 정당한 단속행위조차 ‘야만적’이라고 공식 비난하는 게 중국이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식의 통상적이고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고질화한 불법조업을 뿌리뽑을 수 없다. 그동안 언론에서 누차 지적했듯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의 틀을 벗지 못한다면 이와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가 밝힌 대로 한·중 상설 고위급 협의체를 통한 불법조업 근절대책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만이라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과 처벌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 “동해 명칭 ‘한국해’로 바꿔야 ‘독도는 한국땅’ 설득력 더해”

    “동해 명칭 ‘한국해’로 바꿔야 ‘독도는 한국땅’ 설득력 더해”

    독도를 지키려면 동해의 영문표기를 ‘한국해’(Korea sea)로 변경해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도본부는 최근 ‘조선해, Korea sea-동해의 정식 이름’(우리영토 펴냄)이라는 책을 내고, 한국인들 대다수가 지지하는 ‘동해’라는 보통명사를 일본해와 병기해 달라고 할 경우,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한국해’로 명칭을 바꾸어 한목소리를 내자고 주문했다. 17~19세기 국제사회에 통용된 표기가 조선해인 만큼 한국해로 변경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남가주대학(USC)이 소장한 서양 고지도 168종을 살펴보면 조선해라는 표기가 127건이고 동해라고 단독표기한 것은 한 건도 없다. 일본해라는 표현은 11개다. 조선해라는 표기는 18세기 제작된 지도에는 93건, 19세기 지도에는 30건이 나온다. 반면 일본해라는 표기는 19세기부터 나타나는데 9건이다. 즉 서양의 조선 동쪽바다에 대한 주된 공인된 인식은 ‘조선해’(Sea of Corea, Mer de Coree, Gulf of Corea, Chosun Sea, Zee van Korea, 朝鮮海)라는 방증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고지도 90건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18세기 제작된 지도들은 조선해로 표기한 것이 62개이고, 동해라는 표현은 17세기 1건, 18세기 7건 등 8건에 불과하다. 일본해의 경우는 19세기 6건, 20세기 3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창용 21세기국가정책연구원장도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이 끝난 뒤 슬슬 조선해를 일본해로 개칭해 나가기 시작하더니, 러일전쟁이 끝난 뒤 1905년 주인 없는 땅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독도를 강점했고, 독도는 다케시마로, 조선해협은 쓰시마해협으로, 조선해는 일본해로 개칭했다.”면서 “동해(East Sea)라는 방위적 이름으로는 세계를 상대로 설득하기 어렵고,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의 고지도는 모두 ‘조선해’(Sea of Corea)이면서 동해 표기를 홍보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종학 전 독도박물관장은 이 책에서 ‘잊혀진 우리의 바다 조선해’라는 소논문을 통해 “독도박물관이 소장한 일본 제작 지도를 살펴보면 ‘조선해’로 표기돼 있고, 1907년부터는 ‘조선해’ 또는 ‘대한해’라고 표기됐다. 이것이 어느덧 ‘일본 서해’, ‘조선일본양해’로 바뀌더니 ‘일본해’로 굳어졌다.”고 한탄하면서 “일본은 ‘조선해’에서 ‘일본해’로 나가지만, 한국은 ‘조선해’라는 고유명칭에서 방위개념인 ‘동해’로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이돈수 한국해 연구소장도 “한국해로 표기한다고 해서 민족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 주장이 아니다.”라면서 “국제사회에서 논리적으로 ‘일본해’에 대응하려면 한국해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인간 본성 ‘귀차니즘’ 경제학 공식 통할까

    인간 본성 ‘귀차니즘’ 경제학 공식 통할까

    최신 경제·경영 이론에 흥미있다면 ‘넛지’(Nudge), ‘휴리스틱’(Heuristic),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같은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 한계에 대한 재미있는 통찰을 전달해준다. 기름값을 예로 들 수 있다. 기름값이 치솟자 한때 정부는 ‘으름장’을 놨다. 장관이란 사람이 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니 기름값 원가 내역을 직접 검증해 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쉽게 말해 원가를 분석해 보고 정유사 사장들 불러다 ‘조인트 좀 까겠다’는 얘긴데, 이 정권이 시대가 변한 줄 모르는 구닥다리라 힐난받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조금 세련된 방식으로는 ‘넛지’를 꼽을 수 있다. 욱해서 남의 집 장부를 들춰 보는 건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니 그 대신 팔꿈치로 쿡쿡 찔러 살살 꾀어내 보자는 것이다.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비교 선택이 기름값을 싸게 하리라는 복음이다. 자, 그럼 이제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주유소로 몰려갔던가. 하여 교활한 거대 정유사들은 마침내 소비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가.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이 기사를 읽는 당신도 지난 1년간 주유소에서 쓴 카드 결제 내역을 꺼내 기억을 되살려보라. 그때그때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거기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 뒤 최적의 주유소를 골라 갔던 것이 몇 번이나 되는가. 아마 대개는 동네, 회사 혹은 자주 다니는 도로가에서 비교적 싸다고 인식되거나 혹은 화끈한 사은품을 제공하는 주유소에 가지 않았던가. 뭐 이 정도면 됐지, 생각하지 않았던가. 넛지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이런 게을러터진 소비자를 봤나!’<서울신문 3월 2일 자 1면 ‘더 뛰고 더 비싼 서울 기름값, 공범은 소비자’> 하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게 사람이다. 사람은 모든 정보를 취합, 분석한 뒤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대개는 적당하게 타협한다. 인간은 누구나 ‘인지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휴리스틱한, 그러니까 상식적인 수준의 어림짐작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일이 하나하나 다 따져 가며 살기에 우리는 너무 게! 으! 르! 다! 동시에 귀! 찮! 다! 바꿔 말해 경제학이 수많은 공식과 모델을 만들어내는 토대로 쓰는 ‘무차별적 개인’과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수요·공급곡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똑같이 이기적이고 똑같이 합리적이면서 비슷한 선호를 지닌 개인 따윈 없고,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나 전광석화처럼 직장을 갈아치우고 가격 대비 성능을 순식간에 계산해 내면서 상품을 선택하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작게는 펀드·보험처럼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각종 금융상품 설계와 뭐가 뭔지 도통 모를 각종 요금 체계가 바로 사람들의 이런 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크게는 합리적인 개인이 이기적 선택으로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경제학의 전제가 허황된 소리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1970년대 ‘휴리스틱’ 개념을 만들어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며 동시에 심리학자임에도 2002년 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김영사 펴냄)은 저자가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바로 경제학으로 돌진하진 않는다. 나 스스로가 ‘나’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의식하고 추론하는 자아’, 즉 ‘리즈닝 셀프’(Reasoning Self)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세밀히 짚어 나간다. 점화효과(Priming Effect), 틀짓기(Framing Effect),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 매몰비용 오류(Sunk-cost Fallacy) 같은 심리학 용어들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와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저자 말마따나 사실 이런 내용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동네 할머니들”이 다 아는 것들이다. 끝내 아니라고 버티는 이들은 경제학자다. 4장 ‘선택’(Choices)에서부터는 경제학을 슬슬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 어느 경제학자의 논문에서 “경제이론의 행위 주체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취향에 변화가 없다.”는 구절을 읽고서는 “동료 경제학자가 내 연구실 바로 옆 건물에 있었는데 나는 우리의 지식 세계가 그처럼 심오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대목, 그 뒤 5년간 연구를 거쳐 내놓은 논문 ‘전망이론-위험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분석’을 심리학 학술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량경제학 학술지인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했고 이 논문이 자기 논문 가운데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있다는 얘기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자유’와 ‘시장’이 지닌 강력한 상징성 때문인지 본격적으로 비판에 나서진 않는다. 주류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간 논쟁을 직접적으로 다룬다거나 시카고학파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다든가 하지 않는다. 심리학 그 자체에만 치중한다. 베스트셀러 ‘넛지’(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펴냄)를 통해 행동경제학을 널리 알린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결정들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제도가 이끌어주는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의 입장을 옹호한다.”고만 언급한다. 탈러가 일명 넛지팀으로 불리는 영국 정부의 행동통찰팀 자문관에 선임된 것을 두고도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전반적인 정치 분야에 두루 매력적이라는 점”이라면서 “넛지는 건전한 심리학”이라고만 해뒀다. 경제학적인 구체적 정책 처방보다 심리학자로서 휴리스틱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더 방점을 찍는 태도로 읽힌다. 원제는 ‘싱킹 패스트 앤드 슬로’(Thinking fast and slow). 빨리 생각하는 것은 직관을, 느리게 생각하는 것은 이성을 뜻한다. 이성은 꽤 똑똑하고 쓸만하지만 행동이 굼뜬 게으름뱅이인 데다 쉽게 피로해지는 허약 체질이다. 정책 설계에는 인간에 대한 이런 이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성과 논리만 갖추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화두다. 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아파도 부당해도 잘릴까봐 쉬지도 못해… 관리자에 뒷돈도

    아파도 부당해도 잘릴까봐 쉬지도 못해… 관리자에 뒷돈도

    노인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주로 찾게 되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남성은 대체로 경비·주차관리, 여성은 청소·가사도우미·베이비시터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고령자 취업 알선센터에서 소개해주는 일자리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루 7~8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 내외에 그칠 만큼 노동조건이 좋지 않다. 서울의 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측은 “고령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한계가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노인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원해도 나이가 걸림돌이다. 정년을 1년이라도 더 보장받으려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은 65~70세가 정년인데, 일부 대학에서는 정년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는 식으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윤명순(64·여)씨는 “70세까지만 정년이 보장돼도 가슴이 안 벌렁거린다고들 한다.”고 털어놓았다. 노인들은 그나마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쇠약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다 보면 몸이 성할 날이 없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아프다고 휴가를 내지도 못한 채 참고 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자활회사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이모(54·여)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허리가 아파도 해고가 두려워 꾹 참고 일했던 언니가 있는데,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 허리디스크를 얻고 결국 해고당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뒷돈’을 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한 청소노동자는 “지하철에서 청소 일을 하는 노인들 사이에서는 재활용품을 수집해 번 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고용주 측인 청소용역회사 관리자 및 관계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일터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아도 문제 제기보다 참고 일해야 하는 처지다. 목소리를 높였다가 해고당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한선 지부장은 “부당한 일을 당한 노인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도 대부분 그저 웃기만 한다.”면서 “대부분이 쫓겨나지 않으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들을 ‘막장’이라고 여기는 노인들의 자포자기 자세도 근로 조건의 개선을 막는 데 한몫하고 있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인들은 민주노총에 전화를 걸어와도 해결을 해달라 하지 않고 푸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이 겪은 문제를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비참하게 생각하고 신세 한탄만 할 뿐 문제 삼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망에서도 소외돼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30~99명 사업장의 2.4%, 30인 미만 사업장의 0.1%만 노조가 조직돼 있으며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10년 1.9%에서 지난해 1.7%로 줄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영세업체이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라는 점에서 보호해 줄 노조도 거의 없다.”면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라·명희진·배경헌기자 mhj46@seoul.co.kr
  • 경기 곳곳 캠핑장 들어선다

    경기 지역에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줄줄이 들어선다. 27일 도에 따르면 군포시는 둔대동 반월천 하류 6960㎡를 정비해 상·하수도시설, 화장실, 샤워실, 주차장 등을 갖춘 캠핑장을 만들 계획이다. 오는 7월까지 3억원을 들인다. 개장하면 수리산 도립공원과 반월호수공원을 잇는 녹색 관광벨트 역할을 할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부천시는 2곳을 올해 개장한다. 원미구 도당동 도당산장미공원수목원과 춘의동 부천수목원에 캠핑장을 설치한다. 시는 특히 수목원에 초·중학생을 위한 캠핑장을 만들어 개방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비좁고 딱딱한 학교 운동장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게 된다. 또 내년 5월 말까지 원미구 상동 영상문화단지 야외촬영장 ‘판타스틱스튜디오’(2만 8800여㎡)의 각종 시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시민문화동산과 텃밭, 캠핑장을 꾸민다. 포천시는 영북면과 관인면 한탄강 일대 자연환경보전 지역 10.6㎢ 가운데 해제된 7.1㎢에 생태공원과 캠핑장, 자전거·산책도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경기 북부청은 동부권(남양주·구리·가평 등 8개 시·군)에 친환경 캠핑장인 아토피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세웠다. 올해 2억원을 들여 가평군 북면 다목적 캠핑장을 잣나무와 편백나무 소재로 리모델링해 클리닉센터 1곳과 숙박동 3개를 건립한다. 가평군 자라섬 캠핑장과 한탄강 캠핑장은 주말마다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자라섬 캠핑장은 통나무집 26동, 캠핑카 20대, 오토캠핑사이트 191곳, 캐러밴사이트 120곳을 갖췄다. 한탄강 캠핑장에는 통나무집 20동, 캠핑카 26대, 오토캠핑사이트 86곳이 마련돼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포퓰리즘… 방향만 잘 잡으면 ‘약’

    포퓰리즘… 방향만 잘 잡으면 ‘약’

    이 단어. 입 밖으로 내려면 어금니에 힘 한번 꽉 줘야 할 것 같다. 두 손을 선동가적인 제스처로 높이 쳐드는 확신에 찬 동작이나 경멸적이고도 냉소적인 표정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바로 ‘포퓰리즘’이다. 1930년대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요즘 툭하면 나오는 ‘잘못하면 그리스 꼴 난다.’의 원래 버전은 ‘잘못하면 남미꼴 난다.’였다. 얼마나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던지 한쪽에서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을 두고 ‘복지를 가장한 포퓰리즘’이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벌과 부자 감세야말로 더 즉흥적인 포퓰리즘’이라 맞받아치는 양상이 숱하게 벌어졌다. 찬반 진영 모두 포퓰리즘을 이 시대 악의 축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사실 학계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합의된, 뚜렷한 정의가 없다. 포퓰리즘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배척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지 않으려면 뭣하러 선거해 가며 애써 민주주의 하겠느냐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대중의 욕구 분출이 문제라기보다 이를 가다듬어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가와 관료들의 정치적 상상력과 정책 기획 집행 능력 부족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일는지 모른다. 가령 1980년 초부터 포퓰리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영국의 여성 정치학자 마거릿 캐노번은 20여 년의 연구 끝에 “포퓰리즘을 정치적, 병적인 행태로 간주해 가치가 없다고 묵살해서는 안 된다. 직접성, 자발성, 소외의 극복에 대한 낭만적인 충동이 대의제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적대자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드리운 그림자”라는 것이다. 저자가 이쯤에서 불러내는 인물은 정치학자 에르네스토 라클라우다. 라클라우는 포퓰리즘을 “모든 정치 행위를 관통하는 근원적 특성”이라 부른다. “총족되지 않은 민주적 요구와 현상 유지 간에 놓인 정치적 경계를 관통하는 정치 영역의 이분화”가 바로 포퓰리즘의 정체성이라 보기 때문이다. 국민이 뭐라 떠들어도 정치가 꿈적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좌파나 일부 불순 세력의 선동 때문이 아니라 불통(不通) 정권이 포퓰리즘을 낳는다는 얘기다. 해서 “포퓰리즘을 둘러싼 혼란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적 시대의 도래”를 뜻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무엇이든 간에 포퓰리즘이란 단어를 철썩철썩 가져다 붙이는 지금 한국의 상황은 한국이 진정한 정치적 시대에 돌입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징후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를 읽는 20개의 키워드’(홍익표 지음, 오름 펴냄)는 이처럼 지금 한국을 들끓게 하는 이슈들을 되새김질해 볼 수 있는 키워드 20개를 고르고서 이에 대한 정치·사회학자들의 이론적 논의를 덧댄다. 20가지 키워드 가운데 ‘포퓰리즘’에 이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사법부’다. 미국의 정치학자 마틴 셰프터와 벤자민 긴즈버그는 1970년대 이후 미국이 이미 이런 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선거로 인한 정권교체가 일상화되면서 권력을 완전히 잃거나 얻는 경우가 드물어지면서 격렬한 노선투쟁을 내건 정당 간 경쟁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경쟁의 장소가 투표장이나 유세장에서 사법부나 언론으로 옮겨졌고, 선거를 대신해 폭로-수사-기소가 정치적 투쟁의 유용한 수단으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쓴다는 말이 한국 사회만의 얘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또 우리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하면 재미난 이야깃거리 정도로 취급하지만 당시 미국 학자와 언론인들이 그것을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 ‘문화 투쟁’에 비유하면서 세속적 정치의 영역이 오그라들고 있다고 한탄한 배경도 짐작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몇 년간 이런 현상은 극에 달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기소, 광우병 파동 관련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기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2번의 기소와 무죄 판결, 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는 대비되는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애매한 결정 등 사례는 숱하게 많다. 이 외에도 ‘언론-시장에 종속된 공론장’ ‘교회-교회의 정치화’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이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을 둘러싼 논란을 한번쯤 정리해 보고자 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여야 공천 쇄신은 없고 욕심·구태는 있다

    새누리당 부산 해운대·기장을 지역구 공천을 기다리고 있는 설동근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스스로 ‘떴다방’으로 지칭하며 자조했다고 한다. 부산 사하을에 출마를 권유받았다가 연제→사상→북·강서을→남을→해운대·기장을 등 6곳이나 전전하고 있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것이다. ‘전략적 재배치’라는 미명 아래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여야의 ‘돌려막기 공천’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하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비례대표 배제 원칙에 걸려 부산 중·동구로 방향을 선회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했음에도 부산진갑에 공천됐다. 민주통합당의 전현희 의원은 강남을 경선에서 패했으나 송파갑에 재배치됐다. 경기 군포에 공천 신청을 했던 민주당 안규백 의원도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에게 밀렸음에도 서울 동대문갑의 공천을 챙겼다. 이러한 공천 난맥상은 특정인을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욕심 때문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땜질식 파행 공천은 새누리당이 유독 더 심하다. 부실 검증까지 겹쳐 역사 의식에 문제점을 드러낸 서울 강남갑과 을의 경우 공천을 철회한 뒤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더니 제 사람, 특히 ‘친박’ 챙기기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4년 전 ‘친이’가 주도했던 ‘친박 공천학살’에 대한 보복극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총선 이후 펼쳐질 연말의 대선전까지 염두에 두다 보니 공천 기준에 불복하는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일부 공천 탈락자의 ‘백의종군’ 선언이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며칠 전까지 공천 신청한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궂은일 마다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이던 사람이 재배치된 지역 유권자들에게 뭐라 할 것인가. 길눈이 어두워 잠시 방황했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당 간판만 보고 찍어달라고 할 것인가. 이럴 바에야 지역구를 모두 없애고 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유권자들은 지금 여야의 공천 폭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정치권의 오만에 대해서는 오는 4월 11일 표로 심판할 것이다. 민심은 지금 심판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
  • [기로에 선 슈퍼차이나] (2) 서민 고통지수 높이는 3대 악재

    [기로에 선 슈퍼차이나] (2) 서민 고통지수 높이는 3대 악재

    베이징(北京) 차오양취(朝陽區) 샤오윈루(?云路) 인근에 사는 자오쥔(趙軍·25)은 한달 평균 30 00위안(약 54만원)을 번다. 5년 전 베이징으로 와 최근까지 막노동을 하다가 그래도 벌이가 나은 택시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고향(지린성 창춘시)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그는 거실에서 자는 조건으로 500위안(약 9만원)의 방세를 낸다. “월세가 2년 전보다 30% 이상 올라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며 “가장 싼 방 하나를 얻어도 보통 내 월급의 절반인 1500위안(약 27만원) 정도는 줘야 하고 돈이 없으면 월 600위안(약 11만원)짜리 지하 방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웃는다. 방세는 그럭저럭 해결했지만 살인적인 베이징 물가는 감당이 안 된다. 자오쥔은 “지난 춘제(구정) 때 고향에 다녀오니 늘 먹던 국수값이 10위안(약 1800원)에서 12위안(약 2160원)으로 올랐다. 다른 물가도 너무 가파르게 오르지만 월급은 물가의 절반도 못 쫓아간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서민들의 아픔이 숨어 있다. 지난해 주요 2개국(G2)에 등극하며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지만 서민들은 고물가와 집값 문제, 그리고 취업난이라는 3대 악재에 짓눌린 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중국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대학 졸업자의 생활은 좀 더 나을까. 지난해 8월 베이징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장위(張玉·여·23)를 보자. 현재 외자기업에서 한달에 4000 위안(약 72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바링허우(80後·8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이자 샤오황디(小皇帝·독생자녀)답게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한다. 그는 우선 방값을 줄이기 위해 친구 한명과 1800위안(약 32만원)짜리 방 하나를 얻어 각각 절반인 900위안씩 부담한다. 저축은 하지 않느냐고 묻자 “집값이 너무 비싸 어차피 내집 마련이 어렵다. 결혼 전까지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스스럼없이 ‘웨광주’(月光族·월급을 모두 써버리는 젊은이)라고 소개하면서 “우리 세대는 보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고 귀띔했다. 졸업 이후 1년 이상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예칭(葉靑·24)은 “대졸 취업난이 정말 심각하다. 직장이 없는 친구들은 대부분 집에서 얹혀 지낼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이 때문에 이른바 중국판 캥거루족인 ‘컨라오주’(부모를 뜯어먹는 젊은이)도 급증세다. 성인이 돼도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컨라오주들은 백수 생활을 하더라도 3D업종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현재 중국인들이 직면한 가장 커다란 문제는 물가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체제 안정에 있어 실업보다 인플레를 훨씬 위협적인 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1989년 6·4 톈안먼 사태 당시 10%대의 치솟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중국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측면이 크다. 중국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류진허(劉賀) 중국삼성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성장을 다소 낮추고 물가를 잡아야 상대적 박탈감이 큰 서민들의 성난 민심을 다독거릴 수 있다.”며 “중앙정부는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기 위해 소비·소득세 인하 등의 각종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문제도 서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집값 규제에 나서면서 되레 월세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3주택 이상 매입 금지 등 당국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주택매입을 미루고 임대를 찾는 수요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선효과가 중국 서민들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베이징의 경우 평균 월세는 3250위안(약 58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정도 상승했다. 왕징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베이징 등 대도시는 전국에서 밀려오는 노동자들 때문에 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월세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집주인들이 물가 상승폭 이상을 집값에 전가하고 있어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의 대졸자 실업문제와 함께 농민공(農民工) 실업문제도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농민공이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일용근로자로,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농민공의 수는 2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대거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농촌사회의 심각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중국정부의 딜레마는 이래저래 깊어만 간다. 베이징 오일만 선전 이경주기자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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