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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장석 기자의 아시아 창] 필리핀에 때아닌 살생부 파문

    필리핀에 때 아닌 ‘살생부’ 파문이 일고 있다. 살생부를 작성한 단체는 필리핀공산당(CCP)이며 표적이 된 10여명은 CCP의 강경 노선에 반대해온 인사들로 그 가운데 수명은 이미 암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작성된 이 살생부에 포함된 인물들의 제거 임무는 CCP 산하 무장조직인 신인민군(NPA)이 맡았다. 살생부에는 필리핀대학 사회학과 월든 벨로 교수가 포함돼 있다. 벨로 교수는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항의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을 만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며 자신을 좌파로 소개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를 CCP가 암살하려는 것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체제 전복이 아닌 합법 투쟁을 전개하며 시민사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 가고 있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CCP는 5%의 상류층이 80%의 토지를 소유할 만큼 필리핀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된 이유를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패 정권의 이익을 보장해준 미국과 그에 동조한 정부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의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필리핀 현지 신문에 한탄과 분노가 교차하는 심정을 담은 벨로 교수의 기고문이 실렸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때 혁신적 변화의 주체였던 그들이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마피아가 됐다는 생각에 서글프다.”면서 “그들은 (누군가를)라이벌로 간주하면 반혁명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암살자를 보내고 처단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치적 차이는 암살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20세기 초 대지주의 토지 독점에 항거한 빈농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았고 마르코스 독재에 맞서 투쟁도 했지만, 폭력적 강경 정책으로 기반이 무너져 버린 CCP를 위한 조문(弔文)인 셈이었다. surono@seoul.co.kr
  • [대정부 질문] 野 “국책사업 표류… 혈세 낭비”

    여야는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16일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와 호남고속철도 조기 착공 등 주요 국책사업의 표류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또 ‘한국형 뉴딜 정책’의 재원이 될 연기금 투자 문제와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원칙·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여야 의원들은 천성산 터널공사와 새만금 간척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의 장기 표류에 따른 예산 낭비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천성산 터널공사를 비롯해 수많은 국책사업이 표류하면서 천문학적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정부가 천성산 터널공사 문제를 계기로 ‘사전환경성검토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제도 시행 전에 원전수거물관리센터나 한탄강댐, 경인운하 등과 같은 주요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환경문제에 발목 잡힐 경우 또다시 공사를 중단할 것이냐.”고 따졌다. 자민련 김낙성 의원도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것은 원칙이나 일관성이 없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며 “새만금 간척사업과 천성산 터널공사 등 대형 국책사업 표류에 따른 막대한 세금 낭비에 대해 누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추궁했다.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은 호남고속철의 조기 착공을 거듭 주문했으나 이해찬 총리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자 “호남고속철 건설은 국가균형 발전과 새로운 성장축 발굴 차원에서 필요하며,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경제성을 이유로 조기 착공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몰아세웠다. ●연기금 투자·신용불량자 대책 논란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형 뉴딜정책’의 재원이 될 연기금 투자 확대와 의결권 허용 문제도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서병수·이혜훈 의원 등은 연기금 투자 확대와 관련,“국민의 노후자금을 경기 부양에 동원하는 꼴”이라며 투자의 안전성에 집중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2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을 국채로만 운용했다가는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블루칩(대형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맞섰다. 의결권 허용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신종 관치(官治) 전주곡”이라고 비판하자 정부측에선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이에 “투자의 전문성과 객관적 판단능력을 갖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의 민생국회 표방에 따라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 ▲청년 실업 등 일자리 창출 대책 ▲서민·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 민생 문제와 관련한 추궁도 봇물을 이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송두율칼럼] 사회자본의 미래

    [송두율칼럼] 사회자본의 미래

    한국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표출된 때가 대략 15년 전쯤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의 영향력은 그동안 대단히 커졌다.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라 생긴 환경, 양성평등, 평화, 교육, 정보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는 당연히 새로운 문제의식과 이에 근거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일어난 ‘민중’운동의 자리에 시민사회운동이 들어선 배경에는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변화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보안법의 철폐문제를 둘러싸고 표출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시민사회운동도 ‘남북갈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족쇄로부터 여전히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남북갈등’은 빈부, 지역, 세대간의 ‘남남갈등’과도 서로 뒤엉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기까지 한다. 유럽과 미국의 사회학계는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90년대에 사회적 갈등을 억제시키고 사회성원간의 연대성을 강화시키는 규범이나 사회적 연결망, 개인과 집단 사이의 상호신뢰성과 같은 무형의 자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회자본은 계산될 수 있는 경제적 자본과는 달리 깨끗한 공기처럼 좁은 의미의 공공의 자산으로서 사회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보았다.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어 ‘세계은행’도 사회자본의 축적을 후진사회개발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강한 스웨덴,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서유럽형 시민사회,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시민사회와 가족·교회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관계가 공존하고 있는 남유럽형 사회, 교회나 클럽, 자치단체의 공익활동이 활발한 미국의 사회자본 분석과 함께 일본이나 한국과 같이 혈연, 지연, 학연에 기초한 연고집단의 뿌리가 깊은 사회의 사회자본과의 비교연구도 활발해졌다. 연구결과는 대체로 서유럽형이 개인보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며 사회복지정책으로 인해서 사회자본이 감소되었다고 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하여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결과로 빚어진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해 미국의 사회자본은 그동안 상당히 손실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으며 가족과 친지중심의 비공식적인 연결망에 오히려 국가나 정당, 교회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사회적 유대와 연대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한탄과 자성의 소리가 여러 곳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연대’라는 단어를 조직이름의 앞이 아니면 뒤에 붙인 사회운동단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양질의 사회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보는 데 대해 물론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른바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 대한 지적이 바로 그러한 시각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난 시기의 압축적 성장이 남긴 사회적 문제와 세계화와 정보화의 충격이 끊임없이 몰고 오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 속에 갇혀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거한 폐쇄적인 연고집단의 ‘신뢰성’이나 노동자나 농민조직의 ‘집단성’에만 기대어 사회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힘들게 되었다. 또 뿌리깊은 정치불신과 신앙생활의 굴절된 세속화 때문에 정당이나 종교적 자성(自省)에 의지한 사회적 연대에 거는 기대도 어렵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끼리끼리의 닫힘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림으로 다가서는 건강한 시민사회운동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이 뒤섞인 한국적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서 열려 있으면서도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은 사회자본의 축적에 있어서 앞으로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토요영화]

    [토요영화]

    ●어바웃 슈미트(KBS1 오후 11시) 보험회사 중역이었다가 현역에서 은퇴한 슈미트. 자선단체를 통해 후원을 시작한 한 탄자니아 어린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지만 자신의 한탄 섞인 독백이 대부분이다. 젊은 시절에는 포천지의 500대 기업인 리스트에 오르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이제 그는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이 잡히고, 목살이 처진 추한 모습의 노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편지에는 삶을 잘 꾸려가고 있다고 쓰지만, 실제로 그의 삶은 얽힌 실타래처럼 엉망이 되어간다.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친구와 주고 받은 연애편지를 발견하고 상심한 그가 마지막 의지처로 찾은 딸 제니(호프 데이비스)에게서도 퇴물 취급을 당한다. 게다가 딸이 결혼하려는 사위 렌달(더모트 멀로니)이 맘에 들지 않아 속만 태운다. 슈미트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캠핑카를 몰고 자신의 고향 마을과 모교 등을 돌아다니며 옛 추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고…. 인생의 낙오자라며 절망에 빠진 그에게 어느날 아프리카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의 그림 편지에 슈미트는 감격해서 울음을 터뜨린다. 심술 가득한 슈미트와 결혼을 앞둔 딸의 팽팽한 신경전 등을 위트 넘치는 유머로 표현하는 동시에, 미국 중산층 가정의 본질을 현실감있게 포착해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힘도 있다. 배불뚝이 뚱보에 대머리인 슈미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잭 니컬슨의 연기가 볼 만하다. 루이스 베글리의 소설을 영화화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2002년 작품. 골든글러브 남우 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125분 ●오! 브라더스(MBC 오후 11시40분) 불륜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근근이 살아가는 상우(이정재)에게 어느날 예기치 못한 비보가 전해진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의 빚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상속됐다는 것. 상우는 빚을 떠넘기기 위해 또 다른 상속인인 이복 동생 봉구(이범수)와 그의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수소문 끝에 봉구를 찾아내지만, 상우를 반기는 건 12살 어린 동생이 아닌 30대 중반의 아저씨. 알고 보니 봉구는 빨리 늙는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있었다. 상우는 어쩔 수 없이 봉구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는데…. 가족애에 기반한 휴머니즘과 코미디를 적절히 버무려 흥행에 성공했다. 김용화 감독의 20003년 추석 개봉작.110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儒林(279)-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9)-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나는 알고 있었다. 조남두란 원로시인은 원래 이곳 단양 출신이었다. 단양 출신이었으므로 누구보다 이곳의 단양팔경과 그 팔경에 얽힌 유래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 도입구에 나오는 ‘퇴계선생 기침소리’와 시 종장에 나오는 ‘미기 두향 옥가락아’는 서로 깊은 연관이 있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팔짱을 낀 채 자연석에 새겨진 시를 다시 한 번 읽어 보면서 생각하였다. 이퇴계가 노래하였던 ‘푸른 물과 붉은 산’의 단양에서 맺었던 ‘진실된 인연’이란 퇴계와 미기 두향과의 인연을 말함이 아닐 것인가. 그러므로 단양의 군수로 있을 무렵 이퇴계가 ‘꽃과 달이 어울려 시름은 한이 없다.’라고 노래하였던 것은 함께 술을 마시며 꽃과 달을 보던 두향과의 애틋한 추억 때문이 아닐 것인가. 순간 내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항간에 떠도는 이퇴계에 대한 소문 때문에. 율곡(栗谷)은 여색에 매우 근엄하였지만 퇴계는 여색에 매우 호탕하여 ‘낮 퇴계와 밤 퇴계는 다르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퇴계는 이율곡과는 달리 남녀의 섹스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율곡은 아내와 합방할 때도 의관을 정제하고 들어가 지극히 근엄하게 접했다고 했는데, 이 말을 전해들은 퇴계는 ‘만물이 제대로 생성(生成)하려면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하는 법인데, 율곡이 범방(犯房)시에 그렇게 준엄하다면 어찌 자식이 있겠느냐.’하고 한탄하였다고 ‘퇴계언행록’은 기록하고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퇴계는 남녀간의 교접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인간본연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만물이 생성되는 음양의 조화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퇴계는 이율곡과는 달리 비록 근엄한 스승이며 학자이긴 하였지만 남녀간의 상애(相愛)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록 때문에 이퇴계가 비교적 여색에 대해 호방하였다는 과장된 소문이 나돌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퇴계는 평생 동안 병약하였다. 단양군수를 거쳐 풍기군수에 재임하였다가 마침내 감사의 허락 없이 임지를 떠나면서 제3기인 말년기를 열었던 이퇴계는 이때 감사에게 올린 글에서 자신의 병환을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는 몸이 허약하고 파리한 데다가 심기의 병까지 겹쳐 기침이 몹시 나고, 가래가 끓으며, 허리와 갈비뼈가 당기고 아픈가 하면 트림이 나고, 신물이 오르며, 등에는 한기가 가슴에는 열기가 번갈아 발작하며, 때로는 눈이 아찔아찔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넘어질 것만 같았으며 숱한 일을 그르치고, 또 어제 일을 오늘 잊고, 아침의 일을 저녁에 잊으며, 밤으로 걸핏하면 악몽에 시달리며, 기혈이 마르고, 정신이 흐리며, 헛땀이 줄줄이 흐르고, 눕기를 좋아하며, 곯아떨어지곤 하였습니다.” ‘풍기군수가 감사에게 올리는 벼슬을 사양하는 상소문’이라는 글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퇴계의 그 무렵의 건강상태는 심각하였던 것처럼 보이는데, 물론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고향에 머물 때는 이렇게 심한 병증을 호소하지 않은 데 비하여 벼슬에 나오면 이렇게 상세하게 증상을 호소하는 것은 어쩌면 벼슬에서 물러나려는 칭병(稱病)의 측면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여성포털사이트 명절증후군 호소 급증

    여성포털사이트 명절증후군 호소 급증

    “여성들의 골칫거리 설날이 돌아오네요. 조상님께 죄송하지만 올해 차례는 ‘휴무’하면 안될까요?” 설이 다가오면서 인터넷 여성 포털사이트에는 ‘명절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글이 흘러넘치고 있다. 시댁에 대한 불만을 무작정 털어놓는 한탄조에서부터, 선물에 대한 고민까지 인터넷 게시판도 설 대목을 맞았다. ●부모님 용돈 상담 줄이어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의 김문희씨는 “불황탓인지 유난히 시부모에게 드릴 용돈과 선물에 관한 상담이 보름 전부터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이트 게시판에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명하며 조언을 청하는 글이 빼곡했다. 아이디 ‘tns’는 “지난해 설엔 시부모님께 용돈으로 20만원을 드렸는데 올해는 형편이 어려워 10만원을 드리기에도 벅차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자 곧바로 “저도 어려워서 올해는 10만원밖에 못드리는데….10만원 드리고 과일이라도 한 박스 사시면 어떨까요.”“아무리 힘들어도 액수가 줄면 섭섭하기보다 자식 걱정을 더 하실테니 무리해서라도 20만원을 채우는게 낫지 않을까요?” 등 다양한 충고를 담은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직장에 따라서는 최대 9일 동안 이어지는 긴 연휴도 여성에게는 큰 스트레스다.“어머니가 올해는 전전날 시댁에 오래요.”라고 울상짓는 며느리의 호소에는 30개가 넘는 답글이 달렸다.‘8년차 며느리’는 “시댁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는 집에서 전과 식혜 등을 만들어 시댁에 간다.”면서 “명절에 일을 안할 수는 없으니 요령껏 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대안없는 명절 증후군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름대로 명절 증후군 해소법을 터득한 고참 주부들은 여유를 보였다. 지난 30일 설 준비를 위해 서울 구로동의 대형할인점을 찾은 최모(42)씨는 “직장에 다니는 맏며느리로 명절마다 전업주부인 동갑내기 동서와 갈등이 깊었다.”면서 “지난해부터 나물과 과일은 내가 준비하고 전과 산적은 동서가 만들게 한 다음 나중에 재료비를 동서에게 전해준다.”고 털어놨다.TV를 보고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는 최씨는 “이렇게 하니 지난해 설에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시댁에 가서도 가족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다.”면서 “올해는 차례 음식 뿐 아니라 동서가 좋아하는 갈치조림도 미리 만들어 고마운 동서를 감동시킬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최상진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을 전체 세계로 보는 경향이 있어 명절 일을 노동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른과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문제를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儒林(277)-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7)-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이퇴계가 청송군수를 자원했던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청송은 경상도에 있었으므로 그곳은 자신의 고향인 안동으로 직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단양과 청송은 지척 지간이었지만 단양은 충청도에 속해 있었으므로 단양군수를 제수 받았을 때 이퇴계는 적잖이 실망하였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의 심정이 이 무렵 지은 이퇴계의 시에 다음과 같이 드러나고 있다. “푸른 소나무에 흰 학과는 비록 연분이 없지만 푸른 물 붉은 산과는 진실로 인연이 있었네.” 청송은 ‘푸른 소나무’를 가리키는 말이고, 붉은 산은 단양을 가리키는 ‘단산(丹山)’이므로 이퇴계는 처음에는 단양군수로 내려오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듯 보인다. 그러나 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불과 9개월간의 짧은 재임기간 동안 이퇴계는 뜻밖에도 ‘진실한 인연’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진실한 인연. 이것이 소위 불교에서 말하는 숙세(宿世)의 인연이라는 것일까. 열차는 어느덧 제천역에 멈춰 섰다. 한 떼의 승객들이 우르르 열차에서 내렸다. 아마도 제천에는 치악산이 있어 그 산을 등반하려는 등산객인 모양이었다. 불과 1분 남짓의 짧은 정차 시간이 끝나고 다시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나는 내릴 준비를 서둘렀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 벗었던 코트를 껴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그렇다. 내가 단양을 찾아온 것은 군수로 있었던 이퇴계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단양으로 내려온 것은 이퇴계가 노래하였던 진실한 인연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퇴계는 단양에 군수로 있을 무렵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읊는다. “꽃에 해가 지고 동녘에 달이 뜨니 꽃과 달이 어울려 시름은 한이 없다. 달은 만월인 채 꽃도 지지 않는다면 술 못 마실 걱정은 없으련만.(花光迎暮月昇東 花月淸宵意不窮 但得月圓花未謝 莫憂花下酒杯空)” 이 시의 내용은 이퇴계가 지은 시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평소 매화를 좋아하여 매화를 노래한 시는 여러 수 지었지만 풍류객과 거리가 먼 이퇴계가 꽃과 달을 노래하고, 그뿐인가 ‘꽃이 지지 않으면 술 못 마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하고 한탄함으로써 꽃이 져 낙화(落花)함을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퇴계가 단순히 지는 꽃을 슬퍼하였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내릴 준비를 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이퇴계가 단순히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였을까. 이퇴계가 단순히 달이 지는 것을 시름하였을까. 아니다. 이퇴계가 시름하였던 것은 꽃이 지는 사연 때문이며, 이퇴계가 시름하였던 것은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과의 작별을 슬퍼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꽃과 달과 술이 시름되는 것은 그 꽃을 함께 보던 사람과의 추억 때문이며, 그 달을 함께 보던 사람과의 인연 때문이며, 그 술을 함께 마시던 사람과의 이별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이퇴계가 노래하였던 푸른 물 붉은 산인 단양에서 ‘진실된 인연’을 맺었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단양으로 내려온 것은 이퇴계가 달과 꽃과 술로 은밀하게 숨겨 놓고 있는 이퇴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인 것이다.
  • [나눔세상] ‘교도소 장벽’ 녹인 사랑의 인술

    [나눔세상] ‘교도소 장벽’ 녹인 사랑의 인술

    교도소의 높은 담을 넘어 인술(仁術)을 전하는 ‘독수리 5형제’. 안동교도소에서 전국 유일의 ‘종합병원’식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전문의 5인이다. 지난주말 교도소로 왕진을 나가는 이들을 따라 나섰다. ●강력범도 이들 앞에선 순한 양 금속탐지기와 소지품 검사대, 굳게 닫힌 철문 세개를 차례로 지나서야 복도 끝 의무과 진료실에 도착했다. 낮 1시지만 교도소 복도에는 냉기가 흘렀다.‘철커덩.’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진료를 기다리던 재소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에서 치료받은 건데, 영 시원찮더니 결국 보철이 빠졌어요.”힘깨나 쓸 법한 폭력사범 권모(45)씨가 어린 아이처럼 칭얼거렸다.“위생관리를 잘못해서 조금 헐거워진 것뿐이에요. 손봐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송현치과 김남수(42) 원장이 권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였다. 손거울로 입속을 살피던 권씨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덟평 남짓한 공간에 진료 의자 2개를 나란히 놓은 좁은 진료실. 조금 겁나게도 느껴질, 덩치 큰 재소자들을 치료하는 김 원장의 몸동작과 손놀림은 날렵하기만 하다. 김 원장은 1993년 안동에서 개업한 직후 재소자 진료에 참여했다. 벌써 10년이 넘은 의료봉사단의 맏형이다. 매주 김 원장에게 이를 치료받는 재소자는 20명 가까이 된다. 봉사활동 시작한 계기를 묻자 “교도소에서 병원이 가까워서 그랬나 보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복도 건너편 또 다른 진료실에선 성모안과 이종관(36) 원장의 진료가 한창이다. 올해 말 출소하는 백내장 환자 김모(32)씨가 “수술해야 하느냐.”고 걱정하자, 이 원장은 “아직은 괜찮다.”며 교도소에 구비된 약품으로 처방을 내렸다. ●폐쇄된 환경 탓에 치료 한계 안타까워 법무부에 따르면 질병을 앓고 있는 전국 46개 교정시설의 재소자는 2500∼3000명. 그러나 재소자 진료를 맡은 전문의는 67명, 공중보건의는 86명에 불과하다. 안동교도소에서도 의무과장과 공중보건의 2명이 있지만 재소자 1000여명의 건강을 책임지기엔 힘이 달린다. 고혈압, 당뇨, 심장발작, 천식 환자 등 큰 병을 가진 재소자만 90명을 웃돈다.2003년 10월 안동교도소는 지역 의사협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안동류병원 내과 전대형(37) 과장, 신경정신과 염형욱(34) 과장, 가톨릭 피부과 윤영묵(34) 원장이 흔쾌히 합류했다. 매주 혹은 격주로 교도소를 방문하는 이들의 봉사는 ‘가뭄에 단비’다. 의사들은 “재소자들이 집단생활과 폐쇄된 환경 탓에 병을 얻지만, 맞춤식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아쉬워했다. 윤 원장은 “건조한 환경 때문에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많은데, 자극이 덜한 면 침구류를 사용할 수 없어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식이요법이 필요한 당뇨나 고혈압 등 환자들에게는 짠 교도소 음식을 물에 씻어 먹으라는 충고에 그친다.‘가진 것은 몸뿐’인 재소자들은 건강관리에 유난히 신경쓴다. 특별한 병도 없이 ‘건강염려증’에 걸린 재소자들에겐 비타민을 처방한다. 특히 ‘신참’들은 가벼운 증상에도 약을 찾는다고 한다. ●“재소자 교화해 재범 막는 게 진정한 치료” 내과를 맡은 전 과장은 “처음 진료기록부를 펼치니 살인, 폭력 등 죄명이 먼저 들어와 섬뜩했다.”고 털어놓았다. 가끔 처방에 불만을 품고 ‘돌팔이’라고 욕을 하거나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신경정신과 염 과장은 “교도소에 오기 전 ‘지위’를 내세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재소자를 만나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에게 의료 검진을 받는 15분은 바깥 세상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의사들에게 신세를 한탄하거나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부탁하는 재소자들도 있다. 치료를 받고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재소자들은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오후 3시, 텅빈 진료실을 뒤로 하며 의사들은 “진정한 치료는 재소자들을 교화해 재범을 막는 치료가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안동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신연숙 칼럼] 팽이와 역사의식

    [신연숙 칼럼] 팽이와 역사의식

    한·일협정 문서공개를 계기로 또 한번 과거사가 우리들의 관심권 안으로 들어왔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상은 반갑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에도 냄비처럼 한바탕 들끓다 잦아들어버리는 역사의식을 보여주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과거사를 소화하는 방식 중 베트남의 방식은 독특하다. 미국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과감하게 미국과 화해하였다. 도이모이 정책에 따라 한국과도 과거사 집착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베트남은 국제사회에서 무시의 대상이기는커녕 경의의 대상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전쟁에서 물리치는 용기와 끈기를 보여준 데다 내적으로도 자신들의 기억을 단속하여 분발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곳곳에 있는 월남전 피해 증오비, 위령비 등이 그것을 말한다. 한국인의 과거사 소화방식은 어떤가. 한 역사교육 문제 토론회에서 한 고교 교사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왜곡을 계속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였다. 우리 국민은 중국이나 일본이 역사 망언을 해주어야만 생각났다는 듯이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지피므로 우리 국민이 깨어있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망언이 자꾸만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역사학자가 우리 국민의 역사의식이 타율적이라고 한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의 주체적 결단 없이,‘때리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팽이’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의 자극 없이도 스스로 역사의식에서 깨어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학교를 통해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게 우선 시급하다. 이 부분은 역사망언이 나올 때마다 제기됐지만 한때 논의로 끝났을 뿐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회교육을 통한 끊임없는 기억과 실천이다. 학교교육을 넘어 생활속에 역사의식을 체질화하여 판단과 행동의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돕는 곳은 각종 박물관이나 기념관이다. 가까운 곳에 역사의 발자취를 보존하고 역사적 사실들을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곳이 있다면 주체적 역사의식은 자연스럽게 내면화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추진하고 있는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은 의미가 있다. 십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강제 동원돼 일본군의 성노예노릇을 하고도 위안부 피해의 역사는 사죄와 보상은커녕 우리 사회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져갈 뻔했다.1990년 정대협의 발족과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잇단 증언으로 일본의 만행은 국제사회에까지 알려지게 됐지만 국내엔 아직도 이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길 만한 공간이 없다. 정대협은 박물관 건립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실천행위란 판단 아래 국민적 모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여의치 않다. 오히려 피해 할머니들이 “다시는 우리가 겪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나온 생활안정자금을 쪼개 눈물어린 기부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그 할머니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 우리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는 것과 함께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같은 기억 작업을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규모가 크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 세계 어디 가나 수없이 볼 수 있는 유태인들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처럼 작고 많을수록 좋다. 우리보다 뒤늦게 위안부 박물관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타이베이의 경우 시가 건물을 기증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해국가인 일본마저도 시민운동가인 마쓰이 야요리의 유산을 토대로 박물관 건립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의 해다. 가장 많은 위안부피해자를 냈던 한국의 역사기억 작업이 올해는 추진력을 갖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물론 서울시 등 지자체의 자각도 긴요하다.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儒林(255)-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55)-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재여의 말을 모두 듣고 나서 공자가 물었다. “그러면 너에게 묻겠다. 너는 일년만에 복상을 끝내고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네 마음에 편하겠느냐.” 스승의 질문에 재여는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대답했다. “편하겠습니다.” 감히 공자 앞에서 ‘편하다.’고 대답한 재여를 통해 그 무렵 공자를 스승으로 하는 유가들이 얼마나 주위사람들로부터 허례허식만을 숭상하는 비생산적인 형식주의자로 손가락질당하고 있었던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음인 것이다. 실제로 훗날 ‘묵자(墨子)’는 공자를 비롯한 유가들을 다음과 같이 공격하고 있을 정도였다. “유가들은 예와 음악을 번거로이 꾸미어 사람들을 어지럽히고, 오랜 기간 동안 상(喪)을 입고 거짓 슬퍼함으로써 부모를 속인다. 운명을 믿고 가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고상하게 잘난 체하고, 근본을 어기고 할 일을 버리고서 편안하고 게으르게 지낸다. 먹고 마시기를 탓하면서 일하는 데는 태만히 하고, 헐벗고 굶주린 것에 빠지고 얼어 죽고 굶어 죽는 위협에 놓여도 이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거지와도 같으니, 두더지처럼 숨어서 숫양처럼 찾다가 발견되면 멧돼지처럼 튀어나온다. 군자들이 이러한 행동을 비웃으면 성을 벌컥 내면서 ‘시원치 않은 자들이 어찌 훌륭한 유를 알아보겠는가.’하고 무시한다. 그들은 여름에는 곡식을 구걸하다가 오곡이 다 거두어지면 대갓집 초상들을 찾아다니는데, 자식과 식구들을 모두 거느리고 가서 실컷 먹고 마신다. 몇 집 초상만을 치르고 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의 집 재물을 근거로 하여 충분히 살고 남들에 의지하여 부를 쌓는다. 부잣집에 초상이 나면 곧 크게 기뻐하면서 ‘이것이야말로 먹고 입는 꼬투리다.’라고 말한다.” 물론 묵자의 공격은 후대의 일이었지만 공자 당대에도 이러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1년으로 복상을 끝내자는 재여의 제안은 지나치게 허례에 빠지기보다는 현실과 타협하자는 절충안이었던 것이다. 재여가 서슴지 않고 ‘편합니다.’라고 반발하자 공자는 분노하며 말한다. “네가 편하거든 그렇게 하라. 원래 군자는 상중에는 맛있는 걸 먹어도 달지 않고,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고, 편히 지내도 편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너는 그렇게 해도 마음이 편하다니 그렇게 하도록 하라.” 마침내 재여가 나가자 공자는 한탄하여 말하였다. “어질지 못하구나, 재여는. 자식은 3년이 되어야 부모의 품을 벗어난다. 따라서 3년의 상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례인 것이다. 재여도 자기 부모로부터 3년 동안은 품속에서 사랑을 받았을 터인데.” 이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자는 변명이나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말재주꾼을 몹시 싫어함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공자의 언변에 대해서 사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향리에 있을 때에는 부형장로(父兄長老)들에게 너무나 공손했던 나머지 말을 잘 못하는 바보처럼 보였으나 종묘나 조정에 있을 때에는 달변으로 사리를 따지고 조목조목 시비를 가렸다. 그러나 결코 함부로 말하는 법은 없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아꼈던 공자. 너무나 공손한 나머지 ‘말을 잘 못하는 바보’로 보였던 공자. 이것이 바로 공자가 지닌 위대한 덕목인 것이다.
  • [30일 TV 하이라이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성형 부작용으로 얼굴을 잃어버린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 씨.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2개월.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녀에게 하룻밤의 외박이 허락되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스무 살 시절 같이 가수 활동을 하던 친구와 함께하는 그녀의 크리스마스를 따라가 본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3시10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시도와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 이라크 파병에 따른 김선일씨의 안타까운 죽음, 최근 국가보안법 존폐를 둘러싼 문제까지 올해는 여느 해보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와 사건들이 많았다. 핫이슈가 아닌 2004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책, 내게로 오다(EBS 오후 11시40분)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삶을 조화시키며 살아온 이해인 수녀.64년부터 40년간 인내와 기다림의 수도생활을 통해 갖게 된 ‘기쁨’. 그 ‘기쁨’을 담아 총 95편의 시와 산문을 엮어낸 작품집 ‘기쁨이 열리는 창’을 잔잔한 영상과 낭독으로 만나본다. ●국토체험 서바이벌(청춘예찬)(iTV 오후 4시20분) 싱그럽고 열정적인 청춘들의 아름다운 도전. 우정과 사랑 사이, 내가 살아남느냐, 네가 살아남느냐의 갈림길에 선 남자 참가자 9명과 여자 참가자 9명의 승부가 펼쳐진다. 제7관문은 민족의 성지 임진각에서, 제8관문은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부천에서 이어진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혜선. 경준과 승기는 혜선이 화를 낼지, 안 낼지를 두고 내기를 한다. 한편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상한 용만은 지우와 상의 끝에 아이들을 하나 둘 이정의 다락방으로 쫓아낸다. 춥지만 다락방에서 도란도란 다정하게 지내는 아이들. 용만과 지우는 점점 외로워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순복은 인영에게 짐도 다 싸 놓았으니 세찬을 데리고 나가라고 한다. 형우가 말려 겨우 방안으로 들여 보내지만 순복이 신세한탄하는 걸 보는 형우의 마음도 괴롭다. 하지만 형우가 나간 사이 인영이 나가지 않으면 자신이 나가겠다는 순복의 서슬에 인영은 결국 세찬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고 만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술을 마시는 홍기.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는 홍기가 걱정돼서 찾아 나선 미란은 홍기의 술친구가 돼준다. 일기장을 통해 인경의 사연을 알고 있는 미란은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정우가 두 부부 사이의 문제 아니냐며 아는 척을 한다.
  • [의회]서울시의원들 금배지 징검다리 구청장 노려

    “서울시의회 의원의 상당수는 차기 구청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실 보좌관조차 없는 자리에 만족하며 연임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국회의원에 진출하려해도 정당에서 공천해주지 않으니 활로가 없잖아요.” 이달초 만난 서울시 의원의 푸념어린 말이다. 그는 이어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서초구 경선에 출마했던 이성구 전 서울시 의회 의장은 4선 경력에도 불구하고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다른 광역자치단체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불평을 늘어놨다. 서울시 의회는 중앙정치무대에 가려 여타 지방광역단체 의회보다 조명받지 못한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위치는 다 알지만 태평로에 있는 서울시 의회 건물은 모르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서울을 무대로 활동하는 지역언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언론에 가려 뉴스의 초점에서 비껴나 있기 일쑤다. 이 때문에 서울시 의원들은 기초자치단체장인 구청장을 희망한다. 실례로 노재동 은평구청장과 한인수 금천구청장이 서울시 의원 출신으로 구청장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김충환 전 강동구청장이 현역 의원이었던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눌렀다. 구청장을 정치경력으로 쌓으면 중앙무대까지 진출할 수도 있는 것. 게다가 일부 시의원들은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사이에 ‘낀’ 자신들의 입지가 한탄스럽다며 하소연한다. 민원해결에는 어쩔 수 없이 매달리지만 정작 국회의원 경선에 출마하려면 “키워주니 기어 오른다.”며 제지를 받는다. 서울시 한 의원은 “‘토사구팽’이 만연됐지만 지구당 위원장은 공천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주민 민원이나 선거협조 등은 어쩔 수 없다.”면서 “외국처럼 정치신인들이 지방의회에서 경력을 쌓아 중앙정치무대로 진출하는 정치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한 서울시 의원의 구청장 동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시론] ‘환경갈등’ 부추기는 정부/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시론] ‘환경갈등’ 부추기는 정부/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에 대한 논쟁이 한창일 때 정부는 “더 이상 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최근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을 허용하였다.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하던 환경단체 회원들을 경찰이 연행까지 하면서 정부는 이해찬 총리 주재로 원자력위원회를 개최하여 중·저준위 핵폐기장 건설안을 의결하였다. 환경단체는 지금 한달이 넘도록 거리에서 단식·노숙농성 중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의 대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말뿐이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환경단체에 대화제의를 해놓고 며칠 후 계룡산 관통도로 건설을 의결하였고, 핵폐기장 건설안이 통과된 것도 이해찬 총리가 환경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가진 지 불과 이틀 후에 나왔다. 정부의 대화강조는 이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정부의 행보는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2001년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자 당시 최종 조정기구인 ‘새만금 평가회의’에서 강행 또는 중단결정 여부를 ‘대통령’이 내리도록 의결하였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수질기획단은 ‘대통령’을 ‘정부’로 둔갑시키고 갯벌 매립 강행을 결정했다. 올여름, 천성산 관통도로 건설중지를 요구하며 58일간 단식 중이던 지율 스님도 정부의 약속을 받았다. 민관으로부터 전문가를 추천받아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동조사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환경부 단독의 일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물론, 기존 노선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뿐 아니다. 수년간 환경갈등을 불러온 경인운하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정부는 최근 발표하였다.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사업계획이어서 모처럼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하는가 싶더니 방수로 건설 사업으로 대체하면서 말만 바꾼 운하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탄강 댐은 어떤가. 환경부는 물론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논의에서도 댐의 경제성과 홍수조절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도 최종 결정은 ‘한탄강 댐 건설’은 백지화하나,‘댐 건설’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기상천외한 것으로 귀결됐다. 핵폐기장에 대한 정부태도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부안사태로 빚어진 갈등을 사회적 공론화 논의 기구를 통해 해결하려던 정치권의 중재를 이번에는 총리가 나서 뒤집고 만 것이다. 이렇듯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비이성적인 태도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혹자는 환경단체들이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정책에 지나치게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를 기피하거나 방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대화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우리처럼 개발계획 직전에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 국토의 생태적 가치를 사전에 조사하여 개발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예방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전문가,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이를 반영함으로써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환경단체와의 협의를 개발사업 일정상 끼워 넣는 요식행위나 관례적 절차 정도로 여기는 우리 정부와는 딴판이다. 지금 정부중앙청사 맞은 편 공원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바람막이 천막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20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율스님은 다시금 50일이 넘도록 단식 중이다.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환경갈등은 치유될 수 없는 길로 빠질 것이다. 정부의 신뢰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 [여의도 IN] “과거 찌꺼기 털어버리자” 이철우, 여야의원에 책 선물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주인공인 이철우 의원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자신의 저서 ‘백두산 호랑이’이와 ‘한탄강에 서면 통일이 보인다’ 2권을 여야 의원들에게 선물했다. 이 의원은 직접 책을 포장하고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자필로 쓴 카드를 책갈피에 끼워 보냈다. 이 의원은 카드에서 “저무는 한 해 과거의 찌꺼기를 털어버리고 국민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서로를 용납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면서 “서로 생각은 달라도 건전 경쟁으로 거듭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나라당과 의원님들 위에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책 선물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의 가치와 변화의 원리를 인정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한다면 갈등과 대립은 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두산 호랑이’는 이 의원이 지난 1994년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투옥중일 때 당시 여섯살이던 딸에게 선물로 써보낸 편지 200여통에 실린 창작동화를 엮은 책이고 ‘한탄강에 서면 통일이 보인다’는 한탄강댐 반대 시민운동을 하면서 쓴 자서전이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시인 박인환의 고향 ‘인제’

    [문학이 머문 풍경] 시인 박인환의 고향 ‘인제’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중략)…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목마는 하늘에 있고/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가을 바람 소리는/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펑펑 눈이라도 내리는 겨울날, 찻집에 앉아 애잔한 음악과 함께 낭송되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는 대학가 감상적 낭만의 대명사였다.20∼30년전까지만 해도 찻집마다 단골메뉴로 들려주던 ‘목마와 숙녀’는 그렇게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자리잡았다. 한국전쟁이 가져다 준 허무와 절망, 시대적 불안과 애상을 노래한 전후의 대표적 모더니즘 작품인 ‘목마와 숙녀’는 애절한 한국인의 한(恨)풀이이기도 했다. 전쟁의 상처를 보듬은 31세 요절 시인 박인환(朴寅煥)은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을 인간의 비극으로 승화시켜 상처받은 시대적 감성을 달래주었다. 젊은 나이로 요절한 시인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지금도 애송되고 있다. 박인환 시인은 1926년 8월15일 강원도 인제군 상동리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출생했다. 이후 서울로 유학해 서점을 경영하며 모더니즘 시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서점을 통해 문단의 주요인사와 교분을 넓혔고 1946년 국제신보에 ‘거리’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전쟁 이후 상실과 자조의 풍조가 지배적이었던 당대의 시풍을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등으로 담아내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한때 외항선을 타기도 했던 박인환 시인은 당대 문인들 가운데 최고의 멋쟁이 ‘댄디보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입고 다닌 양복은 외국 고급천에 일류 양복점의 라벨이 붙어 있을만큼 지나칠 정도로 정장과 외투를 선호했다는 후일담이다. 시 쓰기에 몰두하던 박인환은 공교롭게도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 추모의 밤 행사때 술을 마시고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친구들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에 그가 평소에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마음껏 먹지 못한 조니워커를 쏟아 부어주며 그의 시 ‘목마와 숙녀’처럼 살다간 시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략)/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후략)” 그는 해방후 혼란의 소용돌이와 6·25 전란의 황폐 가운데서 70여편의 시를 남겨 한국현대시의 맹아를 키워 냈으며, 모더니즘 시인으로서 현대시의 토착화에 기여하였고 문학사에 큰획을 그어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인환 시인 시비건립추진위원회에서는 수십편의 주옥같은 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박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88년 남북리 아미산공원에 시비를 건립했다가 이후 도로공사로 현재의 합강정 소공원에 이전·건립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시인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박인환 문학제’도 열린다. 문학제는 추모 백일장과 문학상 시상식, 시낭송대회, 문인초청 세미나, 동화구연대회 등 다채롭게 개최된다. 인제군 문화재 담당 윤형준씨는 “생가터 복원을 위한 자료조사를 마치고 산촌박물관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2006년까지 생가터에 15억원을 들여 상징물과 동상, 시비 이전사업을 펼쳐 문학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어//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후략).” 시인이 남긴 시 가운데 ‘세월이 가면’도 지금까지 세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애송되고 있다.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儒林(243)-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儒林(243)-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제2부 周遊列國 제5장 良禽擇木 그러나 공자가 마지막 종착지인 위나라에서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추악한 정치적 현실이었다. 오죽하면 이때 공자가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고 사기는 기록하고 있을까. “노나라와 위나라의 정치가 쇠잔하고 난잡스럽기가 마치 형제와도 같구려.” 공자를 고통스럽게 하였던 것은 추악한 정치적 현실의 부도덕이었다. 그 무렵 공자는 대부인 공문자(孔文子)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공문자는 자신의 사위 태숙질(太叔疾)을 송나라로 쫓아버렸다. 본시 태숙질은 영공의 부인이었던 남자가 처녀시절부터 좋아하여 통정하였던 송조(宋朝)의 딸과 결혼을 했었다. 그러나 태숙질은 자기의 부인보다 처제를 더 사랑하고 있었다. 훗날 영공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출공은 남자를 왕비에서 폐위시키고 추문의 주인공이었던 송조를 국외로 쫓아버린다. 그러자 공문자는 태숙질로 하여금 송조의 딸을 버리고 자신의 딸에게 장가를 들도록 권유하였다. 왜냐하면 태숙질은 장래가 촉망되었을 뿐 아니라 위나라의 명망가였던 대숙의자(大叔懿子) 가문의 후계자였기 때문이었다. 태숙질은 청을 받아들여 또 하나의 명문가인 공문자의 딸과 정략결혼에는 성공하였으나 오래 전부터 사랑해오던 전처의 동생, 즉 처제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몰래 자신의 집에 데려다가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문자는 도저히 이를 참을 수가 없었다. 공문자는 태숙질과 자기 딸을 이혼시키는 한편 계속 음란한 짓을 일삼는 태숙질을 공격하려 나선 것이었다. 공문자는 공격하기 전 공자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단순하였다. “제사지내는 일에는 배운 일이 있습니다만 전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공자의 이 말은 일찍이 위나라의 영공에게 하였던 대답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이처럼 부도덕은 또 다른 부도덕을 낳고, 악은 또 다른 악을 확산시킨다. 음란한 짓은 또 다른 퇴폐풍조를 만연시키는 것이다. 질병이 전염으로 확산되듯 악행은 쉽게 창궐하는데, 결국 음탕한 여인 남자의 음란한 행동하나가 얽히고설켜 온 나라를 난마(亂麻)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저분한 일이나 상의받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 자신에 대해 공자는 견딜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공자는 사위를 죽이려는 공문자의 태도를 일단 만류하였지만 더 이상은 ‘쇠잔하고 난잡한 정치판’에 몸담고 싶지 않은 혐오감을 느꼈던 것이다. 순간 공자는 수레에 말을 채워 위나라를 떠나려 하였다. 그러자 당황해진 공문자는 이렇게 변명하였다. “저는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여쭤본 것이 아니고 위나라의 어려운 일을 벗어나기 위해서 여쭈어 보았던 것이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공자는 한숨을 쉬면서 한탄하여 말하였다. “새가 나무를 선택해야지 어찌 나무가 새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良禽擇木 木豈能擇鳥).” 공자의 대답은 자신의 처지를 새로 비유한 것이었다. 신하가 마땅히 훌륭한 군주를 가려서 섬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이 비유를 통해 공자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위나라에서 떠나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금택목(良禽擇木).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 이 말은 곧 현명한 사람은 자기재능을 키워줄 만한 훌륭한 사람을 가려서 섬긴다는 것을 비유한다는 성어인 것이다.
  • [그것이 알고싶다]4집내고 본격활동 전인권

    [그것이 알고싶다]4집내고 본격활동 전인권

    그는 이제 지천명(知天命)이라는 50줄이다. 자식 둘을 거느린 가장이자, 정기적으로 미사리 소재의 클럽 ‘엉클톰’에 출연하는 ‘샐러리맨’이기도 하다. 건강 문제로 흡연량을 하루 두 갑으로 ‘대폭’ 줄이고 술은 아예 끊은 중년남이며, 피아노 대신 태권도에 열을 올리는 아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대마초를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현역 로커이며,“아직도 세상과 거래하는데 서툴기만 한” 사회부적응자다. 더이상 싸우지 않겠다며 그룹명까지 ‘안 싸우는 사람들’로 지으면서도 “가끔 조금씩만 싸우면 안 될까.” 고민하는 천생 ‘싸움꾼’, 그는 여전히 전인권(50)이다. ●신보, 콘서트,CF…제 2의 음악인생 시작 ‘한국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전설’,‘80년대 청년 저항정신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전인권이 제2의 음악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2002년 14년만에 ‘전인권 2집’을 내놓으며 오랜 침묵을 깬 전인권은 지난해말 3집, 이달초 4집을 내놓으며 점점 음악 활동에 가속을 붙여가고 있는 것. 올여름 도올 김용옥과의 전국 투어 콘서트는 물론 지난 4일에는 제16회 인권콘서트 ‘깨어나 일어나’에 참가했고, 오는 21일,22일 양일에는 서울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올해 첫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공연 활동도 의욕적으로 늘리고 있다. 내년 8월 발매 예정인 5집 작업도 한창이다.“이제야 제대로 된 내 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는 그를 지난 3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만났다. ●“전인권 록 완성하고 죽을 터” 물 빠진 검은 진바지와 허름한 티셔츠, 뾰족한 가죽부츠…. 그는 봉두난발한 반백의 긴머리와 수염을 갈기처럼 휘날리며 등장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원숙해지고 둥그러졌어도 80년대 청년들의 문화영웅은 여전히 팔팔한 야생마였다. 전인권은 요즘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 “나이가 들어서야 제대로 할 수 있는 나의 록,‘전인권 록’이 무엇인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인권 록’이 무엇일까.“한국 록의 원류인 창을 대중적으로 규격화하는 작업이랄까요. 창의 맛 성분들을 우리 대중음악 틀 안에서 살려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여생을 바쳐서 완성한 다음에야 죽을 내 모든 것” 전인권은 지난 91년 사물놀이패의 김덕수와 이 문제로 의기투합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판소리 등 국악 연구와 접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뿌리를 찾는 국악 연구와 클럽 등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활성화. 한국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386이여, 이젠 행복해지자.” 최근 음반 계약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으며 앨범 출시를 예정일에서 1개월 정도나 늦추어야만 했던 그는 “이 나이가 돼도 세상과 거래하는 일이 여전히 힘들다.”고 한탄했다.“그러나 거래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기막히죠. 그냥 나 좋은 음악만 고민하며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나 더러워서 음악 안 한다며 집어던져 버리기도 하지만, 금방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내 모든 것, 인생 그 자체인데.(웃음)” 그는 최근 이른바 ‘7080 붐’에 대해서 중년을 위한 제대로 된 놀이 문화가 부활하는 좋은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경제성장만 좇느라 한국사회는 놀이 문화나 여유 같은 것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중년들이 가장 큰 피해자들이죠.‘동지’들에게 젊은 시절 즐겼던 록으로 다시 다가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를 다시 젊게 해주고 다시 용감하게 해주고…. 이제 좀 싸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고요. 록의 ‘러브 앤 피스’ 정신으로.(갑자기 침묵하더니)그런데 난 가끔은 안 싸우면 못 배기겠던데…. 아, 그냥 음악으로만 싸워야 하는데.” 글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한탄강댐등 8개사업 특감 청구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소위원회(위원장 김정부)는 2003년 회계연도 결산과 관련, 예산 낭비 의혹이 드러난 정부 출연기관 운영실태, 한탄강댐 건설사업 등 8개 사업에 대해 감사원 특별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소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기로 한 사업은 이밖에 ▲부산∼김해 경량전철 사업 재검토 ▲한국컨테이너 부두공단 운영실태 ▲책임운영기관 운영실태 ▲대통령직속위원회의 설치 남발과 연구용역비 계약 문제 등 예산 낭비 사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지연 문제 ▲고용안정화 사업의 집행 저조 등이다. 소위는 4일 오후 늦게까지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보고·의결한 뒤 본회의에 회부하기로 했다. 김정부 위원장은 “8개 감사청구 사업 중 책임운영기관 운영실태 등 4개 사업은 이미 감사를 완료했거나 감사중인 사업”이라면서 “기감사계획에 따른 감사 실시 후 즉시 국회에 결과를 보고토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는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구 무단 확대 문제, 인건비 과다 집행 등 예비비 사용 관련 사항, 정부의 위원회 용역비 집행문제, 재해복구비 예비비 집행 문제 등 4개 사업에 대해선 감사원이 내년도 각 부처 감사시 이를 반영해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요구하기로 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탄강댐 정부안 또 좌초위기

    한탄강댐의 규모를 줄여 홍수조절용 전용댐으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최종안이 지역 주민들간의 의견 차이로 또다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1일 경기도 포천에서 한탄강댐 건설예정지인 연천군과 포천시 주민들을 상대로 개최할 예정이던 설명회를 취소했다. 이에앞서 한탄강댐반대 철원군대책위는 “철원주민 참석을 배제시켰다.”며 설명회의 취소를 요구했다. 설명회가 갑자기 취소되자 이번엔 댐 건설에 찬성해온 연천·포천 한탄강댐수몰민대책위가 설명회가 무산되면 발전위를 항의 방문하겠다고 통보, 발전위 관계자들이 1일 오후 부랴부랴 연천을 방문 수몰민대책위원회 주민들과 면담을 가졌다. 지속가능위 관계자는 “최종안에 대한 설명회는 연천·포천 주민의 요청으로 열릴 예정이었고, 정부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천변저수지의 효과와 댐의 규모·안전성 등을 검토할 협의회 구성에 협조를 요청하려 했다.”고 밝혔다. 6년여를 끌어온 한탄강댐 건설은 정부 최종안에 대한 주민 설명회마저 파행으로 얼룩져 댐 건설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발전위는 지난달 초 한탄강댐 건설과 관련,“저수용량 3억t인 당초 댐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천변저수지 2곳과 용수기능을 제외한 순수 홍수 조절용댐을 건설한다.”는 최종안을 내놨다. 지속가능발전위는 정부 최종안이 사회적 갈등을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해결한 첫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댐 찬성주민, 반대주민과 정부, 환경단체, 전문가 등을 망라한 조정 위원회의 협의를 거친 최종안”이라고 밝혔으나 철원군대책위원회는 정부안 수용을 전면 거부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사랑에 관한 심리테스트.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 ‘아이 러브 유(I LOVE YOU)’는 시종일관 허파를 자극했다.10여분 간격으로 짧게 이어지는 사랑에 관한 20개의 에피소드는 정곡을 찌르고, 잔잔한 감동도 일으킨다. 무대 위에는 오직 여 섯명뿐. 작지만 여느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풍성한 재미를 갖췄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합주는 경쾌하고 배우들의 쉴새없는 변신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재치있는 대사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웃음 소리는 커져만 간다. 1막은 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시린 옆구리를 가진 이들을 위한 것.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고자 첫 만남에서 오래된 연인의 흉내를 내는 남녀. 군대 이야기 빼면 할 이야기가 없는 남자와 ‘내숭 9단’인 여자의 소개팅. 정말 괜찮은 사람 앞에서 소심해지는 예비 연인들. 기다리던 남자의 전화를 받은 노처녀는 아카데미 트로피가 부럽잖지만 37번째 부케를 받고 신세한탄이 늘어진다. 결혼 적령기를 넘겨버린 관객이라면 ‘어머, 저건 바로 내 얘기야.’라며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좋은 시절 끝났군.”콩깍지가 씌운 연인은 온갖 협박에도 꿋꿋하게 결혼이란 무덤에 들어가고 2막은 그 이후를 채우고 있다. 아이는 부부를 완전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육아와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은 부부 사이의 성적 긴장감도 빼앗아갔다. 운전대를 잡아야만 기가 사는 남편, 이혼녀의 홀로서기, 결혼 30년차 부부의 모습 등은 반쪽을 찾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다시 새기고 미래를 그려 보게 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뮤지컬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는 60개에 달하는 배역 속으로 완벽히 걸어들어 갔다. 호흡은 더할 나위 없다. 장면에 맞춰 최소한의 변화를 준 무대도 시각적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무대 위에 매달린 모니터에 뜬 제목을 통해 다음 장면을 유추해 보는 것도 아기자기한 재미. 내년 1월30일까지. 연강홀(02)501-7888.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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