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한탄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라이더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독수리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축협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적립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071
  • [길섶에서] 아버지와 구두/안동환기자

    을씨년스러운 가을이다. 마포의 한 호프집에서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금융위기에 이런저런 한탄이 터져 나온다. 반토막난 펀드며 아내 험담도 오가다 한 친구가 황망하게 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친구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구두가 떠오른다고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반신마비가 된 친구 아버지는 소일거리로 아들의 구두를 닦았단다. 아침마다 반질반질 광을 낸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아들을 보며 뿌듯해하셨다. 그런 아버지는 이태전 이맘때 산책길에 홀로 임종하셨다. 이제 친구는 수건으로 구두를 대충 훔치고 출근길에 나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10년전 첫 출근길이 떠오른다. 잔정이 없는 아버지가 이른 아침 골목길까지 따라나와 손수건을 쥐어주셨다. 유난히 땀이 많은 아들이 맘에 걸리셨나 보다.‘아버지의 눈에는/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김현승 시인이 남긴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시 한 구절이 먹먹하게 와닿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입원해 국감 피한 孔교육감에 “차라리 떠나라”

    입원해 국감 피한 孔교육감에 “차라리 떠나라”

    입시학원장에게서 선거 비용을 받았는가 하면, 국제중 허가 문제와 특혜지원 시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24일 지병을 내세워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공 교육감이 “혈당 수치가 높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네티즌들은 “국감에도 못 나올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한 최종 국정감사는 ‘공정택 국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 교육감에 대한 강도높은 질의가 예고됐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그동안 불거진 선거비 등 공 교육감 관련 의혹 외에 “공 교육감이 친척에게 학교건설 수주를 준 사실을 밝혀냈다.”며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를 공개하겠다고 별러왔었다. 안 의원은 공 교육감의 재직 시기인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교육청이 사립 중·고교에 지원한 1억원 이상 공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3년간 S학원이 소유한 S중·고교에 총 50여억원의 공사비가 지원됐다고 밝혔다. S학원의 장모 이사는 공 교육감에게 선거비용으로 3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S고교 지원은 시의회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 등 심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공 교육감과 대가성 관계를 연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식 보도”라며 “사립학교 환경개선 사업은 노후도에 따라 학교별 지원액이 차이날 수 수밖에 없어 지원액 총액을 학교수로 산술평균하여 비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게다가 공 교육감이 선거과정에서 ‘UN 산하 세계평화교육자국제연합(IAEWP) 아카데미 평화상-교육노벨상’을 받았다고 수상경력을 홍보했으나 이 역시 상이 아니라 ‘인증서’란 주장이 제기됐다.  네티즌 ‘떡장수’는 “이봉화 전 차관은 불면증으로 정신병원 진단서를 첨부하고, 공정택 교육감은 당뇨로 아예 입원까지 해 버렸다.”며 “국감에서 증인 신청만 되면 병원 신세를 지니 참으로 나라꼴 잘 돌아간다.”고 한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기] 드라마 ‘맞짱’, 닮은꼴 성공? 아류작 실패? “이봉화 전 차관 ‘농지 원부’도 허위 신청” 전직 증권사 지점장 충고 “지금 바닥 아니다” “뇌물 돌려주면 무죄?” 孔교육감 사퇴요구 빗발 이번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종교편향?
  • [특파원 칼럼] 멜라민에 묻힌 사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멜라민에 묻힌 사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류샹(劉翔)의 발목이 왜 그렇게 약해졌는지 새롭게 밝혀졌다는데 들어봤어?” 국경절 황금연휴가 한창인 주중, 중국인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베이징올림픽에서 발목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 얘기가 다시 나왔다.“‘이리(伊利) 분유’를 마셔서 그리 됐다잖아….”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리 유업은 싼루(三鹿), 멍뉴(蒙牛) 등과 함께 ‘멜라민 분유’를 제조한 회사이고, 류샹은 이 회사의 오랜 광고 모델이다. 그러자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내들더니 “재미있는 메시지가 있다.”며 읽기 시작한다. 모기가 젖소를 물었는데, 생각했던 맛이 아닌지라 ‘아, 중국에서 언제쯤에나 신선한 우유를 맛보게 될까.’하고 한탄하더라는 내용이다. 이날 멜라민 분유는 화제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이른바 ‘고위층 특별식’도 거론됐다.“특별식 먹는 고위층들은 이런 분유·우유 안 먹어봤을 거 아냐. 결국 돈없고 불쌍한 서민들만 또 당했다.”고 한 친구가 혀를 끌끌 찬다. 누군가 “당국이 얼마전 특별식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하니,“무슨 소리냐. 담배건, 술이건 모두 ‘특별히 공급한다.’는 ‘특공(特供)’ 글자가 인쇄돼있고 아예 포장 자체가 다른데 특별식이 없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친구가 “젖소가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풀을 뜯고 있더라는데, 별도로 기르는 모양이지?”라고 끼어들자 또 다시 웃음이 터져나온다. 중난하이는 국가지도자들의 집무실이 밀집한 베이징 내 별도 구역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대화는 시종 풍자로 가득했고, 때로는 ‘위험 수위’도 넘나들었다. 누군가 ‘분위기 파악’에 늦으면 “싼루 먹었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 친구들은 막상 ‘세계적으로도 큰 소동이 났다.’는 말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홍콩, 타이완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와 뉴질랜드에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까지 파문이 일고 있다는 얘기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과자·초콜릿 메이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고 하니 “왜?”라고 묻는다.‘모두들 중국산 원료를 썼기 때문’이라는 답에 그제서야 멍한 표정에 눈을 껌벅거린다. 국영기업 중견 간부에 TV사 관계자, 광고회사 사장 등 잘나가는 30대 화이트칼라인 이들도 미처 모르고 있던 ‘묻힌 사실’이다. 그제서야 타이완 출신인 한 친구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한국도 문제가 심각하냐?”고 나지막이 묻는다. 지금까지는 대륙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다.“타이완은 지금 큰 일이다. 양안 관계 개선을 원하는 마잉주(馬英九) 정권이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검사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바람에 이런 상황을 맞게 됐다는 인식들을 갖고 있다. 마잉주 정권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멜라민 파동은 어떤 식으로 정리될 것인가.“몇차례의 올림픽 개최나 우주선 발사로도 만회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적 불신에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추락까지 잃은 것이 적지 않다. 이를 되찾으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시도될 터인데,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일에 대한 세계인과 중국인 사이의 시각차 교정이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은 나라 밖에도 피해자가 있었음을 모르고 있다. 이는 훗날 중국과 세계 간에 소통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식품 안전 문제로 마찰이 빚어졌을 때 중국의 일반 국민들은 서방이 또다시 상습적으로 트집을 잡는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중화주의의 결집제로도 작용할 수 있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상상이길 바라지만, 묻힌 사실은 종종 뒷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곤란한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jj@seoul.co.kr
  • 경찰 “故최진실, 사람들에게 섭섭하다며 신세 한탄”

    경찰 “故최진실, 사람들에게 섭섭하다며 신세 한탄”

    故 최진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사건 담당자인 서초 경찰서 측이 브리핑을 갖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2일 오후 2시 서초 경찰서의 양재호 형사과장은 “최진실 씨가 매니저 안모씨와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로 귀가해 모친에게 신세 한탄을 하다 목욕탕에서 자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형사과장은 “최진실이 사망 전 모친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세상사람들이 날 괴롭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최진실이 욕실에 들어가 한 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후 새벽 4시경 최진실이 한참 동안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열쇠공을 불러 물을 열고 들어가 보니 최진실 씨가 샤워꼭지에 압박붕대를 감고 숨져 있는 상태였다.”며 “아침 7시 38분경 동생인 최진영씨가 119에 신고해 경찰과 함께 출동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故최진실은 이혼 후 자녀 양육 문제로 힘들어했으며, 연예계에서 추락할까 걱정이 많아 평소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씨는 어머니 정씨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동생 최진영이 119에 신고해 경찰의 현장 조사를 마쳤다. 또한 故최진실의 빈소는 서울 삼성병원에 마련됐으며, 입관식과 발인은 오는 3일과 4일에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경찰 브리핑 전문 “최진실 자살 확실, 우울증 시달려”

    경찰 브리핑 전문 “최진실 자살 확실, 우울증 시달려”

    故 최진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초 경찰서 형사과장이 브리핑을 갖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2일 오후 2시 서초 경찰서 회의실에서 진행된 ‘故최진실 사건 브리핑’에는 서초 경찰서 양재호 과장이 참여했으며, 약 10여 분간 조사 결과를 전했다. 다음은 브리핑 전문 금일 탤런트 최진실씨 사망 추정 시간은 오늘 새벽 6시 30분이다. 최진실씨는 매니저의 안모씨와 술을 먹고 취한 상태로 귀가해 안방 침대에 앉아 모친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와는 나랑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세상 사람들이 날 괴롭히는 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후 최진실 씨가 목욕탕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 모친이 문을 열라고 했으나 “그냥 주무세요.”라고 말해 손자방에 가서 잠을 잤다. 02시 경에 잠을 깨 최진실의 방에 들어가니 침대에 없어, 목욕탕을 열려고 하니 잠겨있어, 30여분에 걸쳐 문을 두들겼으나 안에서 일체 반응이 없었다. 이후 여러 번 시도를 했으니 실패해 이후 열쇠공을 불러 문을 였었다. 목욕탕에서 최진실 씨는 샤워꼭지 부근에 압박붕대를 감고 자신의 몸에 되감는 형태로 발견됐다. 최진실 씨 모친은 사채를 발견한 후 아들 최진영에게 연락을 하고 아들이 도착한 07시 34분 경에 119에 연락을 했다. 119경찰대는 출동시 반포 지구대에 연락해 도착이 함께 이뤄져 조사를 진행했다. 신고 접수 후 경찰서장, 형사과장 등이 참석해 정밀 검사를 실시했고, 관련자 조사를 진행했으며, 모친의 진술에 의하면 남편(조성민)과 이혼 한 5년 전부터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며 늘 “외롭다, 힘들다.”고 말해왔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다. 최진실 씨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이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려왔고, 00시 42분 경 ‘제일 사랑하는 김양아, 혹 언니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 확인됐다. 또한 이혼 후 자녀 양육 문제로 힘들어했으며, 연예계에서 추락할까 걱정이 많아 평소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검식 결과 별다른 외상이 없는 자살이라고 검식 소견을 전했으며, 유족들의 진술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참고해 타살 흔적이 없는 자살이라고 추정한다. 향후 자살동기와 평소 행적에 대해서는 관계자와 유족들을 상대로 수사를 해 명백히 밝힐 예정이다.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글로벌 시대] 내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 내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올림픽 막바지에 찾은 베이징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상하이가 자본주의를 향한 열망에 달뜬 도시 같다면 베이징은 품위와 위풍당당함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올림픽을 치르는 도시 베이징의 공기는 묘한 일체감과 일사불란한 동력으로 충만했다. 거리 곳곳을 붉게 물들인 현수막에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One Dream)’이라는 이번 올림픽 슬로건이 홍수를 이루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엔 그게 ‘One China,One Dream’으로 보일 정도였다. 우리의 88올림픽이 그랬듯 특정기간 동안 사회적 에너지가 과다하게 투입된 어젠다는 온갖 시대의 부조리를 낳기 마련이다. 올림픽으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멋진 위용을 뽐낸 베이징의 이면에도 분명 소외층의 희생과 가슴 아픈 사연들이 감춰져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그 거대한 긍정 에너지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가히 세기의 퍼포먼스로 불릴 만했던 이번 올림픽 개막식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장이머우라는 걸출한 중국감독의 영화적 상상력과 만난 중국의 눈부신 문화유산은 매혹적이었다. 동시에 세계를 향해 중국의 부상을 노골적으로 선언하는 듯한 자기중심적인 메시지는 섬뜩할 정도였다.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듯 우월감은 위험한 것이다. 세계는 이번 개막식에서 그러한 우월감을 읽었을 터였고, 그 우월감이 자신이 아닌 남의 것일 때 경계와 비판의 시선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 공연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영화나 책보다도 내게 동양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환기시켰다. 1980년대 초 ‘이머징 마켓’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만들었던 신흥시장 투자전문가 앙투안 반 아그마엘은 그의 책 ‘이머징 마켓의 시대’에서 이제 지구의 중심축은 서구에서 중국, 인도, 한국,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처럼 최근 기라성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고위 임원들이 거처를 기존의 뉴욕이나 런던에서 아시아 도시로 옮기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기회를 좀 더 적극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뉴욕 월가 중역들 사이에서는 자녀들에게 중국어 과외를 시키는 게 유행이고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딸이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아예 아시아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언론 인터뷰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우리가 영어학습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생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아메리칸 스탠더드와 혼동하며, 글로벌화를 서구화로 착각할 때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진 이들은 이렇게 앞다퉈 아시아의 저력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마인드란 타 문화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태도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인, 나아가 동양인으로서의 건강한 자의식을 가지는 동시에 서양문화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아시아의 문화, 아시아적 가치,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 아시아 이웃들과의 교류와 협력은 우리에게 커다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우선 가까운 이웃나라들부터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절호의 기회이자 우리만의 장점으로 생각하는 긍정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번 베이징여행을 마치고 난 난생 처음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현정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시사투나잇 폐지? 정부의 주구 노릇 하려나”

    이병순 신임 KBS 사장이 시사투나잇 등의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사내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거세게 반발할 조짐이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7일 취임식에서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 발언을 두고 “그동안 여권과 보수언론의 비판을 받아온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오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KBS 김모 PD는 사내 게시판에 “사회적 물의가 무엇이었는지,그러한 물의에도 불구하고 KBS는 어떻게 수년 동안 신뢰도와 영향력 1위를 고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며 해당 프로그램 폐지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김 PD는 이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주장은 일방의 생각을 사원들에게 강요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 또한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KBS 사장은 정부의 개 노릇을 하려고 하느냐.”는 등의 글을 올려 이 사장의 방침에 반대하며,프로그램 폐지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시청자 조우석씨는 “언론이 권력에 굴복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면 나라가 불행해진다.”며 “제작진 여러분,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응원했다. 최준상씨는 KBS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임을 상기하며 “이제 주차위반 딱지보다 수신료가 더 아까울 듯하다.”고 한탄했다. 백승수씨도 “프로그램을 없앤다면 이 사장 당신과 함께 KBS도 시청자들의 마음에서 ‘폐지’될 것”이라며 이 사장의 방침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20 & 30] 나의 취업 도전기

    [20 & 30] 나의 취업 도전기

    대학가에선 가을 졸업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취업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노력에는 졸업이 없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하반기 기업 공채와 공무원 채용 인원 감축 소식에 마음만 무거워진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만성화된 취업난 속에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을 ‘조기졸업’이라고 부르는 자조섞인 농담도 일반화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등록금 때문에 무작정 졸업을 미루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답답한 현실속에 희망을 접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잠을 줄이고, 살을 빼고, 자존심마저 버린 2030의 취업 도전기를 들어 보자. ●1차 관문 서류전형 영어의 벽을 넘어 대학시절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모(30)씨는 한글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나 영어와는 친하지 않았다. 아무리 공부해도 토익은 늘 700점대를 면치 못했다. 언론사의 1차 관문인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토익점수가 필요했으나 낮은 토익성적 때문에 이씨는 번번이 탈락했다. 미국에 6개월 어학연수도 다녀왔으나 귀국 후 본 토익 성적은 고작 30점 올랐을 뿐이었다. 외신기자도 아닌데 왜 토익이 중요하냐며 늘 신세한탄만 하던 이씨. 이씨는 너무나 기자가 되고픈데 영어 실력 때문에 자신의 글쓰기 실력조차 뽐낼 기회를 갖지 못한 현실을 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넉달간 토익공부만 했다. 그 결과 토익 점수가 955점이나 나왔다. 이후 그는 자신감이 붙어 여러 언론사에 도전했다. 예전에 비해 언론사 공채 1차 전형의 승률이 꽤 높아졌다. 하지만 언론사 시험엔 고득점의 토익만이 능사가 아니었다.2차 필기시험에서 떨어지기를 20여회. 드디어 한 언론사로부터 필기전형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접해본 언론사 면접과정은 그에겐 너무 낯설었다. 버벅거리기만 하다 떨어진 이씨. 이후 약 2년간 면접만 7군데를 보고 언론사 시험 준비 4년 만에 신문사 기자가 됐다. 이씨는 “7전8기 정신으로 버텼다.”면서 “한 언론사를 상대로 평균 3번씩은 원서를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시간이 걸릴 뿐, 포기하지 않으면 노력이 배신하진 않습니다.” ‘덜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회사원 김모(30·여)씨는 ‘직원과 회사는 궁합이고 팔자고 운명이다.’고 말한다. 김씨는 2년간의 백수생활 끝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김씨는 자신의 입사실패 이유를 ‘너무 꼼꼼이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어면접에는 100개가 넘는 예상질문에 일일이 영어로 답을 달아 외웠다. 최종면접에는 회사의 인지도 조사 등 시키지도 않는 발표를 했다. 시험 내내 잠도 안자고 자료를 준비했다.6개월 동안 각종 시험에 떨어지고 ‘인문학 전공자’여서 취업에 실패한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인문학도로서 공부로 끝장을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공부는 만만치 않았고 결국 1년 만에 휴학을 하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솔직히 부모님이 공부로 성공할 싹이 안 보인다고 학비를 끊었어요.” 절망의 끝에서 본 시험은 더욱 세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영어면접을 대비해 정리한 파일을 어머니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다. 김씨는 오히려 준비 없이 간 영어면접에서 더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또 ‘덜렁이’답게 최종면접에서는 발표 파일을 두고 갔다. 그리고 묻는 질문에만 충실히 답했다. 결국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왜 붙었는지 모르겠어요. 회사 선배들은 적성시험에서 영어면접·최종면접까지 비슷한 점수여서 붙었다는데 어리둥절했죠.” ●‘5당 6락´ 정신으로 끊임없이 채찍질 최근 취업에 성공한 박모(29)씨는 ‘불굴의 사나이’로 정평이 나 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죽는 것 빼고는 다해 봤기 때문이다. 박씨는 2005년 제대 후 복학했다. 졸업을 2년 앞둔 시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다 됐지만 취업 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박씨는 남다른 자세만이 취직의 비결이라 믿었다. 그는 남은 학기 동안 ‘5당6락’의 자세로 일관했다.‘5시간 자면 취직,6시간 자면 낙방’이라는 정신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알찬 나날을 보냈다. 우선 토익 성적부터 올려야 했다. 복학하던 그해 처음으로 토익을 봤지만 670점을 얻는데 그쳤던 것이다. 그는 학원 수업도 열심히 듣고, 대학 내 스터디 모임에도 활발히 참가했다.1년여가 지났을 즈음에는 900점대를 가뿐히 돌파했다. 학기 중에는 주유소, 편의점, 음식점 등 여러 곳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다. 방학 때는 기업 인턴 생활도 했다. 학교 성적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졸업할 때 4.5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졸업을 앞두고서는 전문 학원에서 면접 교육도 따로 받았다. 스피치부터 언어 교정, 옷차림 등에 대해 두루 배웠다. 그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취업 전 졸업은 자살행위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해 2월 졸업했다. 그때부터 박씨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정규직의 꿈이 요원했던 것이다. 아무리 따져 봐도 다른 입사지원자들보다 뒤지는 게 없는데 번번이 떨어졌다.1년 넘게 백수로 지내면서 심신이 피폐해졌다.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등 성격도 침울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데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자원했다. 그에게서 “어느 곳에서든 경력을 쌓아 몸값을 불린 뒤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게 요즘 추세”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박씨는 자신이 국내 굴지의 기업과 공기업에만 지원서를 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씨는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지원했고, 결국 지난 6월 취업했다.“단번에 높은 곳에 올라 모든 걸 움켜쥐려고 서두르다 보니 의욕이 너무 앞서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하나씩 밟아 나간다는 자세로 임하니 취업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더군요.” 대학생 임모(26·여)씨는 ‘한방’으로 유명하다. 모두가 어렵다는 취직의 문턱을 단 한 번 응시로 가뿐하게 넘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취업을 위한 4단계 계획과 세부 실천 사항을 면밀히 작성했다.1단계는 영어의 달인이 되는 것이었다. 토익 성적 900점대는 기본이고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1년 동안 학원과 학교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심감이 붙었다.2학년이 되던 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이를 악물고 노력한 결과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능수능란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됐다. 2단계는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인맥을 두텁게 쌓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 내 학맥을 이용했다. 대학 선배를 통해 기업 분위기, 입사 절차, 면접 방법 등을 두루 들었다. 선배의 소개로 인턴 생활도 했다.1년간 인턴으로 지내면서 회사 내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임원진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3단계는 외모 관리였다. 취업에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수입을 과감히 외모 가꾸기에 투자했다. 치아교정, 라식수술 등을 통해 얼굴을 돋보이게 했고, 헬스클럽에도 꾸준히 나가 매력적인 몸매 라인을 만들었다.4단계는 완벽에 가까운 학점 관리였다. 임씨는 4.5점 만점에 4.4점이라는 경이적인 학점을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을 깔끔하게 소화해낸 임씨는 올 2월 졸업과 동시에 바라던 대기업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다. “취업을 위해 친구들과의 어울림이나 이성교제 등 대학시절 낭만을 포기했어요.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곳에 입사하고 나니 친구들에게서도 더 자주 연락이 오고, 남자 소개도 많이 들어오더군요. 지난 세월 공들인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고 있습니다.” ●1년동안 18㎏ 몸무게 줄이며 무한도전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김모(25·여)씨의 대학시절 몸무게는 평균 63㎏이었다. 김씨의 키는 168㎝였지만 우람한 체격 때문에 ‘스튜어디스가 꿈이다.’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몸매가 안되면 실력이라도 키우자는 마음으로 어학공부에 매진했고 900점이 넘는 토익점수,4.5만점에 평점 4.0의 학과 성적을 일궈 냈다. 승무원 학원에 다니면서 반드시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김씨는 약 1년간 18㎏의 몸무게를 감량했다. 하루에 3시간씩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이후 김씨는 원하던 항공사에 입사했다. 그녀는 현재 국제선을 타고 비행하며 탑승객들에게 편안한 비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씨는 “정말 스튜어디스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줄곧 실패해 왔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면서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 소원이었던 스튜어디스가 된 것은 스스로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업을 위해서라기보다 원하는 꿈을 일궈 내기 위해선 무언가에 미친 듯이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인생, 한 번밖에 못사는 거잖아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극성을 부려줘야죠.” 2003년 입사한 이모(32)씨는 10개가 넘는 기업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는 “첫 시험에서 최종면접까지 올라가 자만에 빠졌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속되자 다른 사람들은 지상에 있고, 나 혼자만 지하에 있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토익 930점에 학점도 좋았다. 그는 자신이 기업에 합격할 결정적인 무기가 없다는 것을 ‘낙방생활’ 1년 만에야 알았다. 해외연수도 인턴 경험도 없었다. 자격증도 없었다. 단지 자신감만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뒤돌아 보니 난 무모한 돈키호테였다.”고 말했다. 지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원서 첨부 서류를 다른 회사에 내러 가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우편으로 보내지만 이씨는 성의가 없다고 비난하면서 직접 내러 간 것이다.“인사부 직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더라고요. 전 다른 회사인지도 모르고 원서 안 받는다고 항의까지 했는데 그 창피는 말로 못하죠.” 하지만 그의 합격소식은 무작정 모든 시험에 참가한 데서 왔다.S기업에 한 해에 3번이나 시험을 보게 됐고, 인사담당자 및 실무진이 그의 정성을 높이 산 것.“기업은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하지만 저 같은 무모한 사람을 뽑아 주면 인생을 구제해 준 기업에 충성을 다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황비웅 김정은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광장] 도산이 지금 살아있다면/ 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도산이 지금 살아있다면/ 오풍연 논설위원

    백범 김구(1876∼1949년)와 도산 안창호(1878∼1938년).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위인들이다. 일제에 맞서 국민의 눈을 뜨게 만들려 했던 선각자다. 때문인지 존경하는 인물에 많이 꼽힌다. 그들의 일생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덩달아 추앙한다. 정치인 역시 마찬가지다. 존경하는 인물란에 둘을 많이 적어 놓는다. 하지만 정치인 가운데 ‘백범일지’와 ‘도산 안창호’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필자는 얼마 전 대선배에게서 흥사단출판부가 펴낸 ‘도산 안창호’를 선물 받았다. 이전에 다른 이가 쓴 ‘안창호 평전’은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책은 감동이 달랐다. 무엇보다 최근 정치상황을 보면서 답답하던 터에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았다. 그가 세상을 뜬 지 만 70년 됐다. 그럼에도 도산의 행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위정자들에겐 금과옥조와 같은 구절이 많았다. 지금 정치판을 보자. 모두들 ‘네탓’ 타령이다. 진실로 “내 탓이오.”하고 나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여야는 물론 당과 청와대도 소통부재로 큰 혼란을 겪었다. 도산이 있다면 어떻게 나무랄까.“정치가 지금 엉망인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오. 이명박도 아니오. 그러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오.”라고 혼을 냈을 것이다. 그렇다.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나 자신이 책임지면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간단한 이치부터 깨닫는 게 정치권이 당장 할 일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 역시 지적받을 만하다.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그렇게 비난하더니, 회전문 인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니까 민심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도산의 지혜를 빌려보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기 위해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나 자신을 포함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당부다. 최근 정치권 인사에게서 이 대통령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었다.CEO 출신으로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측근들의 무능이 이 대통령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충성심이 부족한 정치기술자만 있다고 봤다. 동지애가 있을 리 없다.“명성, 학식, 수완이 있고, 진실하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청와대에 수완가는 있되 진실을 존중하는 이가 없다. 임기응변과 권모술수를 진실보다 소중히 여기는 이가 많지 않을까.” 도산이라면 이처럼 질책했을 법하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권을 벗어나는 것 같다.10∼20%대에 머물던 것이 30%대로 올랐다고 한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지율 상승은 국정의 안정운영과 직결되므로 반길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또 도산에게 해법을 물어본다.“학식은 배울 수도 있고, 남에게 빌릴 수도 있다. 수완도 없으면 부족한 대로 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진실이 없는 사람은 아무 데도 쓸 수가 없다.” 왜 이처럼 진실을 강조할까. 정치에 있어 최대의 적은 꼼수다. 진실을 외면한 채 꾀를 부리면 목전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자멸하고 만다. 거짓말과 거짓 행실. 우리를 망국으로 이끌었던 이 두 가지가 요즘도 판친다. 찬바람이 분다. 도산의 충고도 명심하기 바란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기상청 청개구리 예보에 뿔났다

    기상청 청개구리 예보에 뿔났다

    기상청이 6주째 ‘주말 오보’를 냈다. 기상청은 지난 1일 4차례의 공식 예보를 통해 “2일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등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천둥·번개와 함께 50∼12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2일 서울의 경우 아침부터 계속 흐리기만하다가 늦은 오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7시를 전후해 비가 왔지만 강수량은 고작 22㎜에 그쳤다. 기상청은 또 “2일 대구·포항 등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차차 흐려져 오후 늦게부터 한두차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이날 대구·경북 지역은 맑은 가운데 34도가 넘는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의 주말 예보는 지난 6월 28일부터 계속 ‘헛다리’를 짚었다. 폭우를 예보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오전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면 오후부터 내리는가 하면, 폭우 예상지역이나 강수량도 번번이 빗나갔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여지없이 누리꾼의 비난이 쏟아졌다. 박효원씨는 “6주째 기상청의 오보로 인해 여행계획을 잡았다가 취소하길 반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정수씨도 “이틀 전부터 날씨를 확인했고, 비가 100㎜ 이상 온다고 해서 휴가를 취소했다. 기상청 때문에 황금 같은 휴가가 날아갔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3일 “중부지역에 걸쳐 있던 비구름이 남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아래로 내려오지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서울은 소강상태를 보였고, 경기·강원북부 지역에만 많은 비를 뿌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4일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고, 낮 최고 기온도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웃돌아 무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0일까지는 비 소식이 없고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감사원·검찰이 말하는 ‘비리 근절’ 방안

    “재량의 범위는 무한대인데 감독 기능은 전무하다.” 지난 5월부터 공기업 비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은 드러나는 비리 실태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상상도 못했던 도덕 불감증에 어떤 때는 공분마저 느낀다는 게 수사 검사의 한탄이다. 집중적으로 감사를 해온 감사원도 한숨만 내쉬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공기업 40여곳 중 21곳 104명의 비리를 적발했다. 비리가 적발된 곳들은 하나같이 임직원의 업무재량 범위가 과도했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공기업들이 업무 재량을 많이 갖고 있는 반면 견제할 장치는 적다는 소리다. 게다가 업무 매뉴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업무 숙지도와 전문성이 떨어져 국고를 낭비하거나 손실을 내는 경우도 빈번한 데다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인 최고 경영진은 이를 파악할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사례도 많다. 방만경영이 되풀이되고 비리가 산재할 수 있는 구조적인 원인인 셈이다. 그러니 도덕 불감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사기업은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인적관리나 재무관리가 시스템화되어 있지만 공기업은 제대로 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다행. 감사원이 상시 감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그 많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전부 들여다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공기업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률상 사기업으로 되어 있는 곳들에 대해선 감사원이나 정부기관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허점도 있다. 감사원은 아무리 점검하고 지적을 해도 그 때뿐이라고 푸념한다. 일례로 무슨 수당을 없애라고 지적하면 다른 수당을 만들고 주택 무이자 융자를 없애라고 하면 회삿돈으로 사택을 사서 싸게 빌려 주니 도리가 없다. 또 해당 주무관청에 감독 강화를 주문하지만 산하 공기업의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는 주무관청 관리가 제 무덤 파는 일을 하진 않을 게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감사원과 검찰은 입을 모은 듯 공기업 노조를 비리의 한 주체로 꼽았다. 인사위원회 참여 등 공기업 노조의 사내 영향력 확대나 기관장들이 노조에 대한 온정적·소극적 태도로 인해 노조 간부가 이권에 개입하고 돈을 받는 일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낙하산 CEO가 이를 다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가 돈을 받아 챙기는 것 이상의 구조적 비리는 없다.”면서 “돈을 받아도 된다는 의식을 갖도록 여유를 주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도 “공기업 개혁주체는 결국 정부, 정권이다.”면서 “정부가 나서 개혁의지를 갖고 가야 하는 것이지 한 부처, 감사원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공기업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시스템 구축과 법률 완비를 촉구하는 제도 개선안을 법무부와 감사원 등에 건의할 예정이다. 최광숙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열린세상] 디지털 혁명과 한국 정치/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열린세상] 디지털 혁명과 한국 정치/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두 신문엔 거의 같은 사진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미국을 대표하는 두 신문은 6월11일자에 약속이라도 한 듯 그렇게 한국의 촛불집회의 장관(?)을 1면 톱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워싱턴에 있는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관계자들은 원래 예정되어 있던 의제보다는 이 흥미로운(혹은 우스꽝스러운)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결국 나는 궁금했던 것은 묻지도 못하고 졸지에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만 잔뜩 설명하다 돌아오고 말았다.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의 확산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이것이 새로운 시위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휴대전화 동영상, 인터넷 생중계 같은 기술(!)이 이러한 대규모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바야흐로 문명이 문화를 창조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혁명이다. 문화가 문명을 지배하던 질서는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맨 밑바닥에 기술이 있고, 그 위에 과학, 그 위에 철학, 그리고 맨 위에는 신학이 있던 질서였다. 신학과 철학이 절대적 힘을 갖고 있었다. 신학자들은 우주관과 세계관에 대해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었다. 철학자들은 역사에 대한 해석과 규범들을 생산해 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그 질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갈릴레오처럼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이 질서는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대중의 행동이 합리적(?)이어서 예측이 가능했다. 대중이 규범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탈은 격리를 의미했다. 이론에서의 일탈이든, 행동에서의 일탈이든 ‘이단’이 되는 순간 잔인하게 매장되었다. 그런데 보라, 지금은 어떤가. 이 질서가 물구나무를 섰다. 맨 밑바닥에 신학이 있고, 그 위에 철학, 그 위에 과학, 맨 위에는 놀랍게도 기술이 있다. 빌 게이츠와 같은 기술자들이 부와 명예,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힘도 갖고 있다. 신학의 경우 지배력은 고사하고 자기 영역을 방어하기도 힘겨워 보인다.SBS가 방영한 ‘신의 길, 인간의 길´은 어쩌면 그런 질서를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혁명은 모든 질서를 뒤엎어 버렸다. 일탈이 일상이 되었다. 집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더라도 이제는 선택권이 아이들에게 있다. 성능 좋은 것을 고를 능력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앨빈 토플러가 “이제는 65세 이상을 의무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명이 문화를 지배하는 시대에도 대중은 합리적으로 행동할까. 규범이 무력해진 시대에도 대중의 행동은 예측이 가능할까. 공중전화는 비용도 저렴하고 전자파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앞에서 왜 휴대전화를 쓰는 걸까. 문명의 지배를 받는 문화는 합리성을 상실하게 되는 걸까. 좀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숲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었다.30년 경력의 노련한 형사는 잔인한 수법으로 봐서는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이고,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범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아무나 죽이고 싶어서 죽인 사이코패스라면 형사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시위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시대에 국회는 아직 상임위조차 구성 못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세상이 100마일로 움직이는데 정치는 3마일로 움직이고 법은 1마일로 움직인다고 한탄했지만 한국의 변화속도는 그보다 빠르고 한국의 정치와 법은 그보다 훨씬 느리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민주주의, 법, 종교, 학문, 문화의 모든 질서가 도전받는데 기존의 규범은 한없이 무력해 보인다. 기술과 과학이 철학과 신학을 지배하는 무질서한 시대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을까.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 中 올 상반기 GDP, 증시에서 몽땅 날렸다

    中 올 상반기 GDP, 증시에서 몽땅 날렸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올 상반기 창출한 국내총생산(GDP)이 모두 증시에서 증발했다.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GDP는 13조 619억위안(약 2100조원)이었다. 이 기간 A증시(중국 내국인 대상의 증시)의 시가 총액은 14조 6660억위안이나 감소,“단순 데이터를 놓고 비교해보면 전국 각 경제분야에서 창출된 부(富)가 전부 사라진 셈”이라고 북경신보(北京晨報) 등 중국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말에 32조 4600억위안이었던 A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30일 현재 시가 총액이 17조 8000억위안으로 줄었다. 신문은 “반년 동안 중국 노동자는 헛수고한 셈이며 그러고도 1조위안 넘는 빚을 진 격”이라고 한탄했다.“이러다 증시가 2008년 GDP를 통째로 꿀꺽 삼키는 것 아니냐.”고까지 했다. 중국 증시는 올 들어 세계 증시 가운데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세계 증시의 동반하락 가운데서도 56.9% 하락한 베트남 증시에 이어 48%의 하락률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7월 들어 베트남이 20% 가까이 낙폭을 회복한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지금까지 중국 증시가 세계 최대 하락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16일 당시 6124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의 종합지수는 지난 6월말 2736포인트로 최고 대비 반토막 아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 증시는 올 상반기 하락폭 5%이상이 26차례나 되는 등 과도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위기로 세계 경기침체를 유발한 미국의 증시도 이 기간 하락폭 5% 이상은 한 차례도 없었고, 홍콩도 3차례에 불과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의 성장 기조에 비춰 중국 증시 하락폭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하며, 올림픽 이후 본격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jj@seoul.co.kr
  • 아테네 ‘올림픽 후유증’

    올림픽 메카 아테네가 긴 ‘올림픽 후유증’을 앓고 있다.150억달러(15조원)를 들여 만든 올림픽 시설들이 텅 빈 채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개최 1세기를 맞아 야심차게 준비했던 올림픽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21일 고대 문명의 발상지 아테네를 2004 올림픽대회를 계기로 현대적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려던 그리스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올림픽 개최 4년 뒤인 오늘날 대부분의 시설들은 텅 비었다.”며 “소프트볼 경기장엔 잔디가 푸르지만, 거대하고 텅 빈 주차장은 소용도 없이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또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여겼던 주경기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고, 부속 공공건물은 시민들이 버린 폐가구 등으로 쓰레기장이 됐으며 환경친화적 공원으로 가꾸려던 주변 광장도 잡초로 뒤덮였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올림픽 직전 문을 연 아테네 신공항이 하루 60여만명을 실어나르며 관광대국 명맥을 잇고 있는 게 위안이다. 팔리로 베이 아테네올림픽 종합경기장을 포함한 아테네 교외를 관할하는 안드리아스 에프티미우 부시장은 “대회가 끝난 뒤 도시의 얼굴을 바꾸려는 노력은 흔적조차 없다.”고 한탄했다. 주차장 활용 계획은 진전이 없고 잘못된 도로 시설은 홍수를 유발하고 교통난을 부채질만 했다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종합경기장 옆에서 살고 있는 스텔리오스 타닐라스는 “올림픽을 치른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도 가졌지만 그 많은 시설이 아무런 소용도 없고, 어떻게 쓸지 알 수도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문은 다음달 8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에 400억달러를 들여 가장 비싼(?) 대회를 준비하는 중국을 바라보며 아테네는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돌아보고 우울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대를 말하다] 인터넷의 힘… 연령초월 ‘P세대’ 등장

    ■ 문화 “서태지가 컴백한다.”는 소식에 ‘서태지 세대’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태지 오빠’의 부활에 대한 감격, 또 하나는 가버린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한탄이었다. 1992년 데뷔와 함께 한국 대중음악에 혁명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신세대로 사회 전면에 등장한 서태지 세대도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텔레비전 광고에 서태지가 나오기에 아들 앞에서 왕년의 회오리춤 실력을 뽐냈다가 ‘아빠 뭐하는 거야, 쩔어!’라는 핀잔만 들었어요. 그런데 ‘쩐다’는 게 무슨 뜻이죠?(쩐다:‘기가 막히다, 심하다’ 정도로 해석되는 은어로 상대방이나 상황이 아주 좋을 때나, 반어법으로 아주 나쁠 때도 쓰는 말)”아직 아빠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다가 아들과의 세대 차이만 절감했다는 김모(36)씨의 얘기다. 김씨는 “솔직히 그때는 왜 상표 안 뗀 벙거지 모자를 그렇게 죽도록 썼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울 뿐이지만 당시에는 지저분하다며 타박하는 부모님이 구식으로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모든 세대는 고유한 문화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 문화는 대개 성인이 될 무렵의 경험이 주가 된다. 기성세대는 언제나 젊은 세대를 별종으로 인식하지만, 그들 역시 그 순간에는 별종이었다. 젊은이들이 본격적으로 “너희 참 유별나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청년 문화가 출현했을 때부터였다. 청바지와 통기타, 포크송, 생맥주, 미니 스커트, 장발, 나팔바지 등으로 상징되는 당시 청년 문화는 유별나다 못해 독재정권의 단속과 통제로까지 이어졌다. 71학번인 오현희(56·여)씨는 대학시절을 돌아보며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시위하면서도 낭만이 있었다.”면서 “경찰과 대치하면서도 서로 고생한다는 말도 해주고, 폭력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청년문화는 대학의 운동권 민중문화로 기억된다. 자유분방함은 사라지고 비장함이 앞서던 시기였다. 이우현(48)씨는 “당시는 인권도, 자유도 없는, 저항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면서 “선배 세대처럼 낭만을 찾지도, 후배 세대처럼 물질적 풍요의 혜택을 보지도 못한, 어떻게 보면 불행한 세대지만 온몸으로 우리 역사의 격변기를 겪은 세대라는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 ‘오렌지족’과 ‘서태지 세대’ 등 이른바 신세대가 나타났다.90년대 중반에는 ‘X세대’가 등장한다. 전자매체에 의해 양육된 최초의 세대인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관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로 완전히 다른 ‘신인류’로 취급될 정도였다. 젊은 세대의 문화와 특성을 규정하려는 노력은 N세대(네트워크 세대)와 W세대(월드컵 세대)를 넘어 P세대(Passion, 열정·힘·참여의 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P세대는 다른 알파벳 세대와 달리 특정 젊은 연령층만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2003년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17∼39세를 의미한다. 이 세대는 386세대의 사회의식과 X세대의 소비문화,N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등이 융합된 특성을 지닌다. 서지현(27·여)씨는 “X세대 이후로 무슨무슨 세대라는 말로 젊은 세대를 규정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은데, 사실 20대 젊은이들은 Y세대로 정의되지만 그와 함께 N세대이고, 동시에 W세대이기도 하다.”면서 “인터넷을 다룰 수 있는 세대는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큰 세대 차이를 느끼지는 않지만, 반대로 내가 나이가 들어도 기성세대와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세대갈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1970년대 초 청년문화가 등장하면서부터인데 최근에는 2002년 대선이 계기가 됐다.”면서 “이로 인해 기성세대가 대표하는 보수와 젊은이들이 대표하는 진보의 대립양상이 격해진 측면이 있지만, 이렇게 차이가 드러나는 방식을 통해 사회가 발전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미래의 휴양자산 섬] 뭍사랑 빠진 섬사람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미래의 휴양자산 섬] 뭍사랑 빠진 섬사람

    ■ 농업이 주업… “해산물도 사다 먹어요” 섬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있다. 밭일을 하던 섬 아낙네가 선착장에 들어오는 통통배 소리에 목을 늘인다. 육지에 나갔던 남편에 대한 기다림이다. 뭍에서 온 아들의 전화를 받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이 애틋함을 더한다. 섬은 ‘고된 삶’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래서 섬의 낭만과 멋, 자유는 육지 사람만의 전유물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홀로 풍랑을 맞는 섬들의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여러 ‘태고의 흔적’과 ‘감성의 샘’을 간직하고 있다. 변한 것은 섬 사람들이 부쩍 경제·정치사에 관심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삶의 팍팍함 때문이다. 남·서해안의 전남 신안은 이 같은 섬들이 모여사는 시골 고향같은 곳이다. 자그마치 1004개다. 국내 섬 10개 가운데 6개가 신안에 있는 셈이다. 수년 전만 해도 14개 읍·면이 모두 섬이었다. 이제야 2개 섬에 다리가 놓여 그나마 섬 주민들의 발품을 덜어주고 있다. 신안의 섬들은 ‘섬 속의 육지’로도 불린다. 섬에서 해산물을 돈 주고 사먹을 정도로 주업이 어업이 아니라 논농사다. 섬 연구가들은 섬 사람들이 전통 농업사회에서 ‘뱃놈’,‘섬놈’이란 하대(下待) 풍조에 반항, 내 농토를 갖고 농사지으려는 육지 지향성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이아몬드제도 사람들 신안의 읍·면 가운데 흑산면만 고기잡이로 먹고 산다. 나머지는 농사가 생계 수단이고 어업은 부업이다. 논·밭 경작지 면적은 2만여㏊로 전남도내(22개) 시·군에서 5번째쯤 된다. 안좌도·압해도·지도는 논농사가 저마다 1000㏊를 넘는다. 다이아몬드제도로 불리는 자은·암태·도초·하의·신의·장산·비금·팔금도 등 8개 섬도 웬만한 육지보다 농토가 더 넓다. 하의도 대리 1구 양성열(55) 이장은 “마을 62가구에서 50가구가 논농사를 짓고 3가구는 농사와 어업을 한다.”면서 “섬이지만 농촌처럼 노령화가 심각하고 주민들도 순박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비금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읍동리 조탁균(44)씨는 “섬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도 주 소득원인 농산물값 안정”이라며 주업은 단연 농사일이라고 말했다. 천일염전으로 유명한 증도에는 횟집이 한 곳도 없다. 풍어제를 모시는 흔한 사당도 없다. 교회만 11개로 주민 10명 가운데 9명이 교회에 나간다. 국내 최대인 태평염전은 463만㎡(140만평)로 소금 생산으로 돈벌이를 삼는다. 한창 더운 날 만들어지는 천일염은 단순 노동력이 만들어 낸다. 오죽하면 인부 ‘땀 한 됫박에 소금 한 됫박’이라고 했을까. 최근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용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았으니 증도 섬주민들의 호주머니는 더 풍족해질 듯하다. ●토속민요에 삶을 녹여 2006년 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녹음실에는 신안의 각 섬에서 내로라 하는 소리꾼 50여명이 모였다. 토속민요 21곡을 음반에 담았다. 음반 제목은 ‘신안 섬사람들의 삶의 노래, 희로애락’.‘섬에 사는 물고기는 잡혀서 서울 구경하는데 우리들은 육지 구경 한 번 못했네’. 가거도 뱃노래다. 죽은 시어머니를 욕하지만 그리워하는 청춘가, 진도 아리랑과 흡사한 가락에 흑산도 산다이(파시에서 부르는 노래)도 있다. 이밖에 얼씨구타령, 난초노래, 물레노래, 해녀들의 놋소리, 보리타작, 연자방아 노래 등 힘든 삶에서 나온 노동요가 태반이다. 이 음반 발매를 기획한 신안문화원 최성환(37) 사무국장은 “육지 민요가 국악화된 반면 섬 민요는 삶의 애환을 실어 부르기 쉬운 노래”라며 “섬 민요는 신세 한탄으로 노랫말이 구슬프지만 가락은 아주 흥겹고 즐겁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음반 발매 이후 섬 가수들로 ‘섬들이 민요합창단(주민 40여명)’을 꾸려 3년째 운영해 박수를 받고 있다. ●열린 섬사람들 지난 6월 18대 총선에서 신안(무안군 포함) 유권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임에도 불구, 대통령 아들과 민주당 후보 대신 무소속을 찍어 놀라게 했다.2006년 4월 신안군수, 이해 10월 치러진 군수 재선거에서도 민주당 대신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섬 사람들이 품은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연구원이었던 김준(45·해양관광) 박사는 “섬은 지형상 폐쇄적이지만 주민들은 아주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라며 “이는 모든 길이 뱃길로 열려 있어 문화와 문물 흡수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섬 문화가 넘실대는 전남지역에는 1964개(유인도 276개) 섬이 존재한다. 이곳에 사는 주민만도 20만 772명. 섬 면적을 합치면 1755㎢로 서울시(605㎢)보다 3배 가까이 넓으니 섬은 주민들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주식·생필품 죄다 내륙서 ‘공수’ 가거도 사람들은 국토 최서단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소흑산도). 이곳은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136㎞ 거리다. 쾌속선을 타면 4시간30분이 걸린다. 독도에서 뜬 해가 한반도를 지나 마지막으로 가거도로 떨어지는 곳이다. 오가는 사람이 적다 보니 주민들은 때 묻지 않아 순박하다. 오죽 먹고살 게 없었으면 사람이 살 만하다고 해 ‘가거도(可居島)’라 했겠는가. 가거도에는 305가구 529명(남자 302명)이 산다. 섬 크기는 900만㎡(300만평)로 논농사는 전혀 하지 않는다. 밭농사도 텃밭에서 푸성귀 정도만 키운다. 주식과 생필품을 죄다 뭍에서 실어다 먹는다. 주민들은 요즘 “물가는 올라가고 벌이는 줄고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가게에서는 두홉들이 소주 한병이 2500원,1.5ℓ짜리 음료수가 3000원이다. 육지보다 거의 곱절이다. 조기·멸치를 빼면 바다에서도 별로 나는 게 없어 주민 생활도 궁핍하다. 섬 가운데로 독실산(해발 639m)이 심술궂게 솟아올라 길마다 가파르다. 물양장에서 가거리 2구와 독실산 군사기지까지 4∼5㎞ 남짓만 찻길이다. 나머지는 경사도 40∼60도인 골목길이다. 어찌나 가파른지 노인들은 맨몸으로 걷기조차 힘들다. 배로 생필품이 도착하면 다시 2만∼3만원을 줘야 집까지 날라다 준다. 박인영(50)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장은 “집들이 대부분 비탈면에 지어져 있어 노인들은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 주 소득원이 한약재로 쓰이는 후박나무 껍질이다.6월 한달동안 섬사람들은 후박나무 밑동을 잘라낸 뒤 껍질을 벗겨 삶고 말리는 일에 매달린다. 주민 임진욱(44·가거1구)씨는 “가장 잘 벗기는 사람이 하루에 10만원 조금 넘게 번다.”고 말했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8시30분) 민족도 국적도 다른 100여명의 ‘아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올해도 아시아 10개 국가에서 1000여명이 오디션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한국은 특히 19명이나 선발돼 가장 많은 단원을 배출한 나라가 됐다. 아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는 다음달 1일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순회공연에 나선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섬의 중앙부, 해발 1400m 고원에 위치한 수도 안타나나리보. 유럽의 여느 도시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 도시는 1895년 프랑스군에 정복되어 프랑스의 도시계획에 맞춰 건설됐다. 안타나나리보 언덕의 골목골목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유럽식 건물들은 아픈 역사의 유산이다.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민자는 애자를 통해 채린이 아버지마저 친아버지가 아닌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구나 이 모든 일을 세아가 꾸몄다고 하자, 민자는 아무리 세아가 친언니 채린을 몰라본다 해도 그럴 수 있느냐며 한탄한다. 애자는 민자에게 이럴 바에는 채린과 세아에게 서로 친자매라고 털어놓자고 말한다.   ●코끼리(MBC 오후 7시45분) 해영과 함께 수영장에 가기로 한 채아, 현지, 세영 자매는 불현듯 수영장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 돌아가신 친엄마의 기일임을 알게 된다. 세 자매는 어떻게든 해영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약속을 깰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해영은 오히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 딸들의 모습에 속이 탄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20분) 작곡가 사무실을 찾아간 찬경씨. 평소 존경했던 작곡가여서 칭찬해줄 거라 기대를 했건만, 찬경씨의 노래를 듣더니 따가운 충고만 쏟아내는 게 아닌가. 속상한 찬경씨는 집에 돌아와 엄마의 손을 잡고 푸념한다. 그래도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기로 하고, 강변에서 발성연습을 하며 다시 각오를 다잡는다.   ●사미인곡(KBS1 오후 7시30분) 두 살 때 뇌성마비로 하반신 장애가 된 김음강씨. 음강씨의 도움 없이는 씻지도 눕지도 못하는 아내 지숙씨.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장애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강씨는 자신의 인생에 버팀목이 되었던 지숙씨에게 뭔가 큰 기쁨을 주기 위해 지난 4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 “유적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에게 돌려줘 애정 갖게 하는 것”

    ‘유적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입을 막고 보존하기보다 활용방안을 세워 시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경기도 고구려 유적 보존과 정비를 위한 심포지엄’에 나서는 주제발표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경기도 지역 고구려 유적의 보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이 심포지엄은 10일 경기 수원시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열린다. 경기도의 고구려 유적은 서울시 광진구 및 중랑구와 맞닿은 구리시의 아차산보루와 용마산보루, 망우산보루를 비롯하여 모두 63곳에 이른다. 고양 고봉산성과 의정부 사패산보루, 양주 천보산보루, 파주 덕진산성, 연천 호로고루, 포천 성동리산성 등 경기북부에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은 고구려가 한강유역을 점령한 475년부터 이 지역을 백제에 다시 내준 551년을 전후하여 집중적으로 세워진 군사시설이다.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서 최종택 고려대 교수는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보루는 대부분 전망 좋은 등산로에 위치하여 지속적이고 심각한 훼손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하지만 등산로를 폐쇄하여 접근을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활용을 전제로 하는 현대적인 유적의 보존 개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각의 보루를 하나의 역사 유적으로 통합하는 공원 개념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발굴조사가 끝난 홍련봉1보루는 복원하고 이웃에는 유적전시관을 건립하여 ‘고구려 유적 수학여행 및 역사유적 답사코스’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했다. 김홍식 명지대 교수는 “임진강 유역의 군사요새인 연천 호로고루(瓠蘆古壘)와 당포성, 은대리성은 역사교육의 장으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면서 “특히 뱃길로 세 유적을 이어 고구려가 임진강·한탄강 일대에 군사시설을 세운 이유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형·신명종 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 연구원은 “양주지역에는 29곳의 고구려 보루가 있지만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못하고, 산 정상부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도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등산객이 많이 찾고 있는 만큼 안내판을 세우고 등반지도에 유적의 위치를 표시하는 한편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하여 고구려 변방의 군사유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미형 연구원은 “고구려 유적이 훼손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사유지에 위치하고 있고, 비지정문화재여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시민들이 즐겨찾을 수 있는 활용방안이 마련되어 유적에 애착을 갖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본격적인 예산지원도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79) 남한산성의 나날들 Ⅲ

    [병자호란 다시 읽기] (79) 남한산성의 나날들 Ⅲ

    왕세자를 보내지 않으면 화친은 꿈도 꾸지 말라는 청군 지휘부의 요구가 있은 직후 성안의 분위기는 복잡했다. 여전히 화친을 시도해야 한다는 부류와 화친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최후의 결전을 벌여야 한다는 부류로 나뉘었다. 결단은 쉽지 않았다.1636년 12월17일 청군이 성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도체찰사 김류는 발포하지 못하게 했다. 행여 청군을 자극하여 화친 시도를 망칠까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조선 편이 아니었다. 화친이든, 결전이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갈팡질팡할 경우 얼어 죽거나 굶어 죽기 십상이었다. ●군량 고갈·동상환자 속출로 지구전 불가 포위가 길어지면서 남한산성의 형세는 날이 갈수록 고단해졌다. 성을 에워싼 청군의 압박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러 가지 물자들이 고갈되고 있었던 점이었다. 남한산성에 몰아친 한파는 혹독했다. 갑자기 소집되어 들어왔던 병사들이 방한(防寒) 장구를 제대로 갖췄을 리 없었다. 그저 빈 가마니 하나를 방한복 삼아 두른 채 밤새도록 살을 에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이미 12월17일 성첩을 지키는 병사들이 추위 때문에 손과 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동상에 걸리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군량이 고갈되는 와중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동상에 걸리는 병사가 속출하자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군량을 비롯한 물자가 부족해지자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다. 당장 먹이를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전마(戰馬)들이 축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굶주려 늘어져 버린 말을 타고 무슨 전투를 치를 것인가? 성으로 들어온 지 닷새도 되지 않아 극심한 추위와 물자 부족 때문에 전쟁을 치르기가 도저히 곤란하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었다. 지구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퍼져가자 결전론(決戰論)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김상헌(金尙憲)을 비롯한 일부 신료들은 적과의 화친을 성공시키려면 전투를 치러 아군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었다. 시간은 이미 홍타이지와 청군 편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를 치러 어느 정도 타격을 주어야만 청군도 화친을 고려할 것이고, 화친의 조건 또한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청군과의 화의(和議)를 주도하던 최명길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은을 상으로 내걸어 용사들을 모집한 뒤, 그들을 시켜 적을 기습하자고 주장했다. 타격을 주어 곤혹스럽게 만들어야만 청군이 다시 강화를 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길은 더 나아가 적정을 세밀하게 정탐한 뒤 광주(廣州)와 이현(梨峴)에 있는 청군 주둔지를 급습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팎으로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인조는 두 사람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기습작전을 벌일 장사들을 빨리 모집하라고 지시했다. ●규모 작지만 수성 뒤 첫 승리 거둬 사기↑ 싸우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서자 인조는 성을 사수하며 결전을 벌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12월18일 인조는 친히 산성을 순시하면서 방어 태세를 점검했다. 서장대(西將臺-守禦將臺)까지 돌아본 인조는 성첩을 지키는 병사들을 위로하는 조처를 내렸다. 엄동설한에 분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중군(中軍) 이하 장졸 가운데 6품이 안 된 자는 6품 실직(實職)을 주고,5품 이상은 순서대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 또 성첩 수비군들에게 향후 10년 동안 전세(田稅)를 면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인조는 이어 행궁(行宮) 주방에서 사용하던 은기(銀器)를 모아 병사들에게 상을 내리는 데 쓰라고 지시했다. 인조는 남문으로 거둥하여 대소 신료들과 장졸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유시문을 내렸다.‘정묘년에는 종사(宗社)와 생령(生靈)들을 위해 임시로 화친을 허락하고 치욕을 감수했다. 지금 오랑캐가 황제를 참칭(僭稱)하고 우리나라를 업신여기므로 천하의 대의를 위해 그 사신을 배척했다가 이 같은 환란을 만났다. 이제 화의는 이미 끊어졌고 오로지 결전이 있을 뿐이다. 이기면 상하가 모두 온전할 것이요, 이기지 못하면 상하가 모두 망할 것이다. 저 오랑캐가 외로운 형세로 깊숙이 들어왔으니, 사방의 원병이 이어 달려오고 하늘이 돕는다면 우리는 이길 것이다. 아비가 자식을 구하고 자식이 아비를 구하는 마음으로 싸운다면 병력이 비록 적어도 적을 물리칠 수 있나니, 하물며 지금 우리는 많고 적들은 적음에랴!’ 인조는 유시문에서 결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의지는 결연했지만 청군에 대한 인식은 정확하다고 할 수 없었다. 적군이 깊숙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그들의 병력이 조선군보다 적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12월15일 남한산성 부근에 도달했던 마부대 일행의 병력은 4000여명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산성으로 몰려드는 적병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조선 조정은 청군이 증강되고 있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고립된 상황에서 적정(敵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인조가 유시문을 내린 것을 계기로 성안의 분위기는 결전의 방향으로 돌아선 것 같았다. 더욱이 인조가 남문으로 갔을 때 전 참봉(參奉) 심광수(沈光洙)가 ‘최명길을 참수하여 화의를 끊고 백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입장이 곤란해진 최명길은 거둥 행렬에 있다가 자리를 피했다. 이날 어영부사(御營副使) 원두표(元斗杓)가 정예병 50여명을 이끌고 북문을 열고 나아가 적을 기습했다. 청군은 당황했고 조선군은 처음으로 적 6명을 살해했다. 산성으로 들어온 이후 거둔 첫 번째 승리였다. 아쉬운 것은 그들의 수급(首級·적군의 머리)을 획득하지 못한 점이었다. 당시 청군은 전사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가져가는 데 결사적이었다. 동료의 시신을 적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두표 군의 승리는 성안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청의 대군 몰려와도 깜깜한 조정 12월19일부터 23일까지 조선군은 성밖으로 나가 기습작전을 벌이는 등 소소한 전투를 계속 치렀다. 총융사(摠戎使) 구굉(具宏)과 어영별장(御營別將) 이기축(李起築) 등이 출전하여 전후로 청군 100여명을 죽였다.23일에는 어영군이 청군의 수급을 가져와 성 안에 높이 매달기도 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청군에 비해 조선군의 피해는 미미했다. 전후의 전투에서 10명 이내의 전사자와 부상자가 각각 발생했을 뿐이었다. 인조는 수시로 성을 순시하며 장졸들을 위로하고, 전사한 장졸에게 휼전(恤典)을 베풀 것과 그 자손들에게 벼슬을 주라고 지시했다. 몇 차례의 작은 승리를 통해 청군과 싸워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분명 큰 수확이었다. 또 몇 차례 당한 기습에 영향을 받았는지 12월20일과 22일에는 청군 지휘부가 역관 정명수(鄭命壽) 등을 보내와서 다시 화친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12월19일 오후, 청군의 좌익(左翼) 주력군 2만 4000명이 남한산성에 도착했다. 성안의 조선 조정은 이 같은 바깥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산성 주변에 포진한 청군 진영에서 불길이 오르고, 산성 서쪽의 먼 곳에서도 불길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상황을 그저 추측할 뿐이었다. 조선 조정은 여전히 근왕병이 오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시백(李時白)은 인조에게 열흘 정도만 버티면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서 근왕병이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발언이었다.12월19일 인조는 강화유수(江華留守) 장신(張紳)과 강화도 검찰사 김경징(金慶徵)에게 납서(蠟書·밀랍으로 감싼 비밀 문서)를 보냈다. 도원수와 여러 지방의 관찰사, 병사(兵使)들에게 연락하여 근왕병을 이끌고 빨리 산성으로 오게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강화도는 남한산성과 달리 물길을 통해 다른 지역과 통신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처였다. 근왕병은 과연 올 것인가?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근왕병을 학수고대하는 사이 어느덧 병자년이 저물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저소득층 직격탄

    저소득층 직격탄

    지체 1급 장애인 하옥순(39·여)씨는 지난해 이맘때 차량유지비가 한 달에 2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30만원이 넘는다고 한탄했다. 하씨에게 승용차는 발이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서울 논현동 집에서 경기 군포의 한세대까지 오가야 하지만 LPG 가격이 너무 올라 방학기간에는 집에서만 공부해야 할 판이다. ●장애인 “보조금마저 없애면 외출 포기할 판” 부탄가스(차량용 LPG) 250ℓ 범위 내에서 200원씩(ℓ당) 할인해주는 정부 보조금도 2010년부터는 폐지된다.“월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됩니다. 가스가격이 치솟는데 보조금까지 없앤다면 장애인들은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얘기지요.” ●택시기사 “가스비·사납금 빼면 월 수입 100만” 10년간 회사택시를 운전해온 최재호(43)씨는 지난해 ℓ당 760원 정도이던 부탄가스 가격이 최근 1000원을 돌파하면서 한 달에 30만원 정도를 추가부담해야 한다. 사납금을 내고 나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월 100만원 이하가 손에 떨어진다.“회사도 방법이 없으니 가스값으로 3만원만 보조해주고 나머지는 기사들에게 전가합니다. 하루 10만원 벌어서 가스값 4만원 내고, 사납금 3만원 내는데 어떻게 근거리 손님을 태우겠습니까.” ●“경유차의 연비 절반… 개조비만 날려” 올해 경유화물차를 LPG차량으로 개조한 한모(56)씨도 실의에 빠졌다. 경유차량의 연비는 ℓ당 10㎞ 정도이지만 LPG차량은 5㎞ 안팎에 불과해 ℓ당 가격이 각각 2100원,11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국 개조비용만 날린 셈이다. 한씨는 “경유값이 오를 때 정부가 생계형 차량 구제 차원에서 개조비용을 보조해줬는데 결국 내 돈과 세금 모두 LPG 가격 상승으로 사라졌다.”고 허탈해했다. ●도시가스 없는 농촌·영세민 생활고 가중 천정부지로 치솟는 LPG 가격이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이 중산층이나 자영업자에게 큰 타격을 준다면,LPG는 장애인·빈민·택시기사 등 저소득층에게 시름을 안겨준다.LPG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정용 프로판가스와 장애인차량·택시 등에 사용되는 부탄가스로 나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당 922.56원이던 프로판가스 소매가격이 이달 들어 1445.82원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자동차용 부탄가스 충전소 가격도 ℓ당 760.11원에서 1067.24원으로 올랐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프로판가스를 판매하는 이대천(60)씨는 “지난 2월에 20㎏들이 한 통을 2만 5000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3만 7000원이다.”면서 “프로판가스는 주로 지하 월세방이나 옥탑방,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농촌 가정 등에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여름에는 보통 LPG가격이 내리는데 올해는 완전히 거꾸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이경주 김정은 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