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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니아]스트라이커스 서울시장기 야구대회 첫 정상

    [마니아]스트라이커스 서울시장기 야구대회 첫 정상

    사회인 야구단 스트라이커스(단장 최용석)가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생활체육협의회와 서울시야구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 6회 서울특별시장배 국민생활체육야구대회에서 1부리그 정상에 올랐다. 스트라이커스는 10일(토) 경기도 구리시 도농동 우리은행 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강적 엔젤스를 7대5로 제압하고 2002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 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서울을 대표하는 16개 팀이 참가해 7주 동안 치러진 이번 대회는 모두 마무리됐다. ●준결승 만회하듯 화끈한 경기 스트라이커스와 엔젤스는 준결승에서 각각 기권승과 추첨승으로 개운치 못한 승리를 거뒀다.따라서 결승만큼은 호쾌한 야구를 하겠다고 장담한 터.양팀은 다짐을 증명해 보이기나 하듯 7회 동안 한치의 양보 없는 열띤 승부를 펼쳤다. 특히 스트라이커스의 선발투수 강신성(33)은 4회까지 엔젤스의 강타선에 단 1점만을 허용하는 호투를 펼쳤다.반면 엔젤스는 막판 집중력을 보이며 대 역전을 노렸으나 내야진의 실책과 잦은 볼넷으로 벌어진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선취득점은 스트라이커스가 뽑았다.2회말 첫 타자로 나선 김병일(28)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임경목(28)과 김진억(34)이 적시타로 뒤를 받쳐 김병일을 홈으로 불러들여 중요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뒤이은 3회초,엔젤스의 반격도 매서웠다. 엔젤스는 1사후 이강연(36)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정우석(30)의 적시타,고영훈(33)의 볼넷으로 만루상황을 만들었다.그러나 엔젤스는 하헌경(30)의 희생타로 1점을 뽑는데 그쳤다. 3회초 1사 만루 위기를 1점으로 넘긴 스트라이커스는 4회부터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스트라이커스 4∼6회 6득점 선두타자 김용범(25)이 볼넷으로 1루에 진출하자 이어 김진억이 우익수 방면 적시타로 무사 1·3루 상황을 만들어 냈다.이어진 찬스에서 오치섭(27)은 유격수 쪽 땅볼로 병살 위기를 맞았으나 유격수의 실책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고 1루 주자는 3루까지 진출했다.스트라이커스는 이어진 찬스에서 고정민(27)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보탰다. 5회에 들어서도 스트라이커스는 볼넷과 안타로 진출한 선행주자들을 김용범이 우익선상을 가르는 3루타로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2점을 보탰으며,6회에는 김병일,임경목의 희생타와 적시타로 2점을 더 보태면서 크게 앞서 나갔다. 엔젤스는 5회 1점을 따라간 뒤 7회초 스트라이커스의 에이스 최용석(32)이 흔들리는 틈을 타 대거 3점을 뽑아내며 7대5까지 쫓아갔으나 최용석이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아 역전에는 실패했다. 한편 이날 대회 최우수선수상에는 스트라이커스의 2루수 임태완(28)이, 우수투수상에는 스트라이커스 선발투수 강신성이 선정됐다.최우수감독상에는 스트라이커스 최용석이 뽑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 두주역 조승우·류정한

    남자 뮤지컬배우 열에 아홉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로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의 주인공을 꼽는다.왜 아니겠는가.한 작품 안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을 동시에 표현해내야 하는 배역만큼 연기자에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또 있을까.이 때문에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가 국내에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진후 최고의 관심사는 당연히 ‘누가 지킬과 하이드 1인2역을 따낼까.’였다. 행운의 여신은 배우 조승우(24)와 류정한(33)에게 나란히 미소를 보냈다.공연을 열흘가량 앞둔 요즘,두 사람은 마치 선과 악을 숨가쁘게 오가는 극중 주인공처럼 행복과 고통의 상반된 감정을 한꺼번에 맛보는 중이다.“한번 연습을 하고 나면 온몸의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하루 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 안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19세기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1997년)는 인간의 이중성을 파헤치는 진지한 주제의식과,‘원스 어폰 어 드림(Once upon a dream)’‘섬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 등 주옥 같은 선율의 아름다운 삽입곡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국내에서도 CD와 DVD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마니아층까지 생겼다. 조승우와 류정한도 이 뮤지컬의 열렬한 팬이기는 마찬가지.99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뮤지컬 ‘의형제’‘명성황후’‘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등에 이어 이번이 여섯번째 뮤지컬이다.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는 창작 뮤지컬을 선호해온 그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디스 이즈 더 모멘트(This is the moment)’를 수없이 따라 부르며 좋아했던 작품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단다.성악도 출신인 류정한은 9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토니역으로 뮤지컬 배우로 진로를 바꾸면서 ‘언젠가 꼭 지킬과 하이드를 해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에서 발휘했던 노래 실력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빛낼 기회라는 점에서도 끌렸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뭘까.“아무래도 한 작품 안에서 두가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겠죠.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이중성을 끄집어내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얻는 데서 희열을 느끼죠.”(조) “선과 악의 극한 감정을 어떻게 연기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사실 참 어려워요.권선징악이나 선악의 대결 같은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인간의 이중성,그 자체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기회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류) 아홉살 차이인 두 사람은 무대 밖에선 형,아우하는 스스럼없는 사이.하지만 일단 연습에 들어가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동료 연기자이다.어쩔 수 없이 비교 당해야 하는 처지인 이들이 서로의 연기를 보는 심정은 어떨까.조승우는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형이 해내는 걸 보면 짜릿하다.소리를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편하게 내는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류정한은 “처음부터 동생이라는 느낌보다는 동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른스러운 친구”라면서 “배우로서의 성실한 자세 등은 내가 오히려 배울 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정폭이 큰 연기와 풍부한 성량을 요구하는 노래,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역할이라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다.조승우는 “처음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를 하고 났을 때는 하늘이 노랗더라.”며 웃었다. 한 달 연습에 조승우는 4㎏,류정한은 3㎏가량 살이 빠졌다.류정한은 “이 작품을 무사히 끝내고 나면 앞으로 어느 공연이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국내 초연인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연출가 겸 안무가 데이비드 스완이 연출을 맡았다.선을 상징하는 지킬의 약혼녀 엠마에는 김소현,도발적인 술집 여인 루시로는 최정원과 소냐가 출연한다. 24일∼8월21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02)556-855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9일 한나라 全大 ‘1强 6弱’ 흥행 걱정되네

    “누가 2등이냐.꼴찌는 누구냐.” 요즘 한나라당에선 이런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오는 19일 전당대회를 두고 하는 농담이다.‘1강(强)6약(弱)’ 또는 ‘1강3중3약’ 구도로 경선전이 전개되기 때문이다.‘빅 리그’가 ‘마이너 리그’로 축소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당대회에서는 대표최고위원 1명과 최고위원 4명을 뽑는다.득표는 대의원 8000여명의 현장투표 50%와 사전 여론조사 30%,인터넷투표 20%씩으로 배분된다.결과는 행사장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발표된다. 특히 투표는 1인2표 방식이다.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2표 중 한표는 대부분 박근혜 후보의 몫이 될 전망이다.‘박근혜+A’ 또는 ‘박근혜+B’,‘박근혜+C’ 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재신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관심은 다른 데로 쏠리고 있다.무엇보다 전당대회에서 향후 당 진로나 정국 운영 등과 관련해 무슨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아울러 득표율은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결국 2∼5위 다툼만이 변수로 남은 상황이다.여섯 중 넷이 최고위원에 오르는 ‘서바이벌 게임’이다.이강두·이규택·정의화·김영선·원희룡·곽영훈 후보간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정권 재창출 기반을 다진다는 포부다.하지만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칠 조짐이어서 우려하고 있다.무엇보다 당내 유력 인사들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했다.게다가 김선일씨 피살사건,행정수도 이전 논란,3기 의문사위 출범문제,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및 기소권 보유문제 등 잇따라 터지는 메가톤급 현안들이 행사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후보 등록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시킨 것도 흥행 감소 요인이다.원희룡 의원은 불출마키로 했다가 홍준표 의원이 나오자 약속을 뒤집었다.원 의원이 뒤늦게 출마하자 홍 의원은 후보 등록을 취소했다.번복 해프닝을 교대로 벌인 것이다. 또 지역별 나눠먹기식으로 후보들이 결정된 것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어쨌든 원 후보는 소장파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부산·경남(PK)의 이강두,경기 지역의 이규택 후보 등과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그러나 지지그룹이 같은 40대의 김영선 후보와 겹친다는 점이 핸디캡이다. 본격적인 공개 토론은 흥행을 한치라도 끌어올리려는 취지다.권역별 합동 토론회는 12일부터 15일까지 광주,수원,대전,서울 등의 순으로 매일 실시된다.6개 방송에서 TV 토론회도 갖는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그랑프리서 여자배구, 美 관록에 0-3 패

    |방콕(태국) 최병규특파원| 김철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여자배구대표팀이 9일 태국 방콕의 니미부트체육관에서 벌어진 그랑프리배구(총상금 129만 5000달러) 1차예선 첫 경기에서 강호 미국에 0-3(26-28 13-25 22-25)으로 완패했다.이번 대회는 아테네올림픽을 한달여 앞두고 열린 만큼 참가국들에는 올림픽 메달여부를 타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그러나 한국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문턱에서 미국에 당한 역전패를 설욕하는 데 실패했다.상대 전적의 균형도 깨져 23승24패.또 지난해 그랑프리와 월드컵대회를 포함해 최근 3연패에 빠졌다. 노장을 주축으로 한 탄탄한 조직력에 이동공격으로 무장한 미국은 세계 랭킹 2위답게 한국(8위)으로서는 버거운 상대였다.한국은 1세트에선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상대 주포 다니엘라 스코트와 헤더 보운의 블로킹에 맞서 장소연의 이동공격과 최광희의 왼쪽 대각선 공격으로 한 점차로 앞서 나갔다.한국은 그러나 로간 톰에게 서브에이스를 허용,17-17 동점을 허용한 뒤 세번째 맞은 듀스에서 최고 노장 프리케바 핍스(35)에게 역전타를 허용,첫 세트를 아쉽게 놓쳤다. 한국은 2세트에서의 초반 실점이 완패의 빌미가 됐다.상대 서브의 준비 동작이 늦어 3개의 서브에이스를 내리 허용한 한국은 조직력까지 무너졌다.더구나 타이밍을 빼앗는 상대의 이동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90% 이상을 허용했다.한국은 마지막 3세트에서 이정옥과 정대영이 후위공격을 거푸 성공시키며 반전을 노렸지만 승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한국은 태국과 10일 예선 2차전을 갖는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비무장지대는 신비롭다.신화의 저편에 있는 동굴처럼….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군인 외에는 아무도 가볼 수 없는 곳.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50년 넘게 숨겨진 비경이라는 생각에 일단 처녀림·원시림이라고 치부한다.이번에 나타난 하늘색 청개구리도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생물이니 ‘신화의 메신저’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를 인공위성으로 조사해 보면 산림이 뜻밖에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우리 주변에 있는 산림도 그렇게 울창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비무장지대의 숲의 양은 대략 그것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그동안 북한이 불을 놓으면 남한은 맞불을 놓고,서로 감시하기 위해 시계(視界)청소를 한 결과다. 그렇다고 비무장지대가 생태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비무장지대는 한국동란의 휴전과 동시에 철조망으로 겹겹이 싸여 사람은 물론 짐승도 맘대로 오갈 수 없었다.남방계 생물과 북방계 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한반도의 허리부분이 완전히 가로막힌 채 50년 이상 격리돼 있다는 것은 생물·지리학적인 특성이나 생물의 이동성향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현상이다.과거에 군사활동의 결과로 산불이나 시계청소가 이루어졌지만,이는 오히려 다양한 생태경관을 형성하여 진귀한 식물과 곤충,새와 짐승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기회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이한 생태계다.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비무장지대는 처녀림이거나,원시림이 아니라 ‘특이한’ 생태계다.가볼 수 없는 비경이라는 그리움이 만든 막연한 신비감보다는 제대로 알아도 정말 신비로운 것이 바로 비무장지대의 진면목이다.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아픔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가 되었다는 아이러니는,어미 말을 거꾸로 따르다가 무덤마저 잃을까봐 목놓아 울어야 하는 청개구리의 처지와 닮았다. 하늘색 청개구리가 나타난 것은 상서로운 일이다.우리의 손발이 묶임으로써 이런 귀한 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보전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또한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남북은 역사 이전에 신화를 공유하고 있었다.이제 우리는 이런 신화의 메신저를 맞이하여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이끌어내고,환경공동체로서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데 나서야 한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그룹 계열사 사활건 ‘자존심 대결’ 이끄는 선봉장들

    그룹내 동일 업종 계열사간에 사활을 건 자존심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다른 그룹 소속 회사와의 싸움보다 양상이 더 치열한 곳도 적지 않다.이들 업체의 CEO(최고경영자)들도 성패에 따라 향후 거취가 결정돼 한치의 양보없는 ‘형제간 싸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SUV경쟁 현대차와 기아차는 고유가 시대를 맞은 올해부터 승용차보다 판매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SUV) 판매에 진력하고 있다.현대차가 올해 초 자동차 판매정상을 달리고 있는 ‘싼타페’의 후속인 ‘투싼’으로 불황 탈출에 나서자 기아차도 미니 ‘쏘렌토’인 ‘스포티지’를 다음달에 출시하는 등 불꽃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전천수(58) 사장은 생산분야를 맡고 있지만 영업·관리를 책임졌던 박황호 전 사장의 임무를 일부 물려받아 기아차와의 대결에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기아차 윤국진(60) 사장은 현대차에 비해 브랜드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약점을 품질로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 ‘전자 3형제’ 혈투 삼성그룹의 ‘전자 3형제’간 경쟁도 치열하다.삼성전자 휴대전화의 핵심부품인 카메라모듈(카메라의 눈)은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이 공급하고 있다.지난해 삼성테크윈은 카메라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화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과 전기소모량에서 경쟁력이 있는 CMOS방식의 카메라 모듈을 내놓았다.그러자 삼성전기가 올 초 CMOS의 반대 방식인 CCD모듈을 채택,한치의 양보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이런 형제간 싸움은 강호문(54) 삼성전기 사장과 이중구(58) 삼성테크윈 사장이 최전선에 서 있다. PDP에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김순택(55) 삼성SDI 사장도 자칫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삼성SDI는 지난 4월 자회사인 ‘삼성OLED’를 출범시켰고 1·4분기 전 세계 OLED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최근 4세대급 OLED 시험장비 1대를 발주하는 등 사업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 ‘월드콘’ vs 삼강 ‘돼지바’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은 77년 롯데그룹이 삼강을 인수한 이래 피튀기는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롯데제과의 ‘월드콘’은 지난해 매출 450억원,올 매출 500억원을 내다보는 국내 최고의 빙과제품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롯데삼강도 주력제품인 ‘돼지바’와 ‘보석바’가 연매출 200억원대를 기록하며 맞서고 있다. 이런 계열사간의 혈투 뒤에는 롯데제과 한수길(63) 사장과 이광훈(56) 사장이 있다.롯데제과 입사시기(75년)가 이 사장보다 1년 늦은 한 사장은 제과와 빙과분야에서 ‘쌍두마차’를 이루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종락 윤창수기자 jrlee@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 [김선일씨 피살] 국회 긴급 현안 질의

    여·야는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대정부 현안질의에서 정부의 총체적 ‘무능 외교’를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의원들은 APTN 비디오 테이프를 둘러싸고 외교부의 은폐 의혹을 집중 추궁하면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인책론을 제기했다. ●“김천호 사장 귀국의사 없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AP 기자의 김선일씨 실종 문의와 관련,“한국인이라는 내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질문해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면서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피랍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면 엄청난 범죄행위”라고 쏘아붙였다.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위험지역 교민의 실종 여부를 문의했는데 그냥 넘긴 것은 직무태만”이라며 “은폐 사실이 드러난다면 중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이라크 대사관이 피랍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현지 교민들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은폐 의혹’을 거듭 제기했으나,반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진실 규명의 열쇠를 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귀국 여부를 묻는 의원들 질문에 반 장관은 “대사관이 종용하고 있으나 김 사장이 귀국 의사가 없다고 강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밝혀 답답증을 키웠다. 안일한 교민관리 시스템에 대한 질책이 잇따르자 반 장관은 “현지 교민 71명에게 여러 차례 e메일과 전화를 했지만 개인이 아닌 단체는 단체장을 통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씨에게 한번만 직접 전화했더라면 대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건 죽이라는 소리냐”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파병 철회를 못하겠다는 발표를 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미루지 않았느냐.”면서 “이건 죽이라는 소리 아닌가.”라며 ‘성급한’ 파병방침 재천명을 문제삼았다.이에 국무총리 대행인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그럼 파병을 안 하겠다고 말해야 하느냐.”면서 “파병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국가정책으로서 바른 자세”라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외교라인의 인적 쇄신도 거론됐다.맹 의원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북한 연구에만 전념해온 인물로 국제관계를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고,같은 당 황진하 의원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NSC 사무처장을 그만두면서 이 차장에게 권한이 집중됐다.”고 가세했다.이 부총리는 “그러잖아도 (외교 인적 혁신을) 국가혁신위에서 검토 중이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답변,향후 파장을 예고했다. 한편 반 장관은 “이라크 대사관 직원 중 아랍어가 가능한 직원이 몇이냐.”는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의 질문에 “아랍인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고 밝혀 중동 외교의 현실을 노출했다. ●45분 늦게 시작한 ‘구태’ 한편 이날 국회는 ‘사소한’ 의사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느라 예정보다 45분 늦게 본회의를 여는 구태를 답습했다.김원기 국회의장이 전날 여야가 합의한 질문자 외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을 끼워넣은 게 화근이었다. 한나라당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권 의원이 빠지자 이번엔 민노당 의원 10명이 본회의를 거부했다.김 의장과 여·야 원내 부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입씨름을 하는 등 긴급 현안질의를 벌여야 하는 ‘엄중한’ 사태를 잊은 듯했다. 박정경 박지연기자 olive@seoul.co.kr˝
  • 이란억류 英해군 석방될 듯

    중동에 새로운 긴장 요인이 추가됐다.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을 이루는 샤트 알 아랍 수로에서 영국 해군 함정 3척과 승무원 8명이 이란에 나포되고 이란이 이들에 대한 기소 방침을 시사한 것.이란은 국경 침범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이란의 핵사찰 비협조와 인권 탄압 등을 둘러싸고 영국이 이란을 맹렬히 비난한 데 따른 이란측 불만이 표출된,계산된 행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영국이 미국의 하수인 노릇 한다” 이란은 “영해를 침범한 외국 선박을 나포하는 것은 이란 해군의 법적 의무”라며 이들 8명 모두 이란 법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 아람 TV가 이란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이란은 지난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사찰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영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결의안 채택과 대이란 비난에 앞장섰다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그러나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억류중인 수병들에 대한 조치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알리 샴카니 이란 국방장관도 “이번 문제가 해결가능한 사안”이라면서 “이란과 영국이 서로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군 고위관계자는 “조사결과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이들을 곧 석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경제제재 등 들어 이란에 압박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를 맞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그러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의 원자력은 에너지 생산 등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될 뿐이라면서도 서방측 압력에는 결코 굴복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양측이 한치도 양보없이 대립하는 한 파탄은 시간 문제다. 이라크의 치안 불안 확산,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최근 테러의 새 온상으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란의 핵사찰을 둘러싼 마찰이 중동의 또 다른 긴장 유발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제 석유시장도 불안 국제석유시장은 21일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로 일단 하락세를 보였다.그러나 이란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특히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제2의 산유국이란 점에서 이란의 불안은 석유시장을 다시 요동치게 만들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이란의 영국 함정 나포 소식에 국제 금 시세가 크게 뛴 것도 이같은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중환자들 “언제 수술받나” 애간장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이선탁(67·회사원)씨는 “오늘도 입원실로 올라가기는 글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가 복통을 호소하는 부인과 응급실을 찾은 것은 지난 7일.검사결과 간에 물혹이 생겨 제거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파업으로 수속이 힘들어 수술은커녕 입원도 못한 채 응급실에서 발만 구르고 있다.이씨는 “며칠째 병가를 내고 병원에 붙어 있다.”면서 “파업이 언제 끝날지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걱정했다. ●“환자 아랑곳없는 연례행사에 염증” 외래환자가 가장 많은 월요일을 맞아 서울대병원에서는 오전에 진료예약을 한 환자가 오후까지 기다리는 사례가 부지기수였고,수술날짜를 잡으러 왔다가 긴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냥 돌아서는 환자도 많았다. 약을 타려고 내과를 찾은 이모(73)씨는 “10년째 이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환자 고통은 아랑곳없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는 파업에 질렸다.”면서 “노사 양쪽이 서로 양보할 생각은 않고 실력행사만 하니 당하는 환자들만 불쌍하다.”고 꼬집었다. 신장수술을 앞둔 26개월짜리 딸과 이날 새벽 속초에서 상경한 최헌정(39·여·성악가)씨는 어린이병동에서 검사비를 내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기다렸다.수납직원이 파업 이전 8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탓에 오전 내내 대기인원이 100명을 넘었다.최씨는 “어떻게 아이들에게까지 이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파업 이후 300여명의 조합원이 농성을 벌이던 로비에는 이날 20여명만 남아 자리를 지켰다.이들은 파업에 항의하는 일부 환자를 상대로 노조의 요구사항을 설명한 뒤 돌려보내기도 했다.다른 조합원들은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의료공공성 강화와 2004년 투쟁승리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하느라 점심시간 이후 삼삼오오 병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위급환자 옆에 두고 한치의 양보도 않다니”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료원도 사정은 비슷했다.잇따른 수술 연기에 환자는 입원비 부담에 시달렸다. 담석증으로 이날 오전 10시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서석중(69)씨는 수술 2시간 전 갑자기 연기를 통보받았다.서씨는 “이틀째 죽만 두끼 먹고 장세척까지 했는데,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입원비는 불어나는데 도대체 언제 수술을 하겠다는 것인지….”라며 허탈해 했다. 지난 11일 뇌출혈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남편을 면회온 오옥경(43·주부)씨는 “파업 분위기에서 환자들이 제대로 안정을 취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일반 기업도 아니고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병원이니만큼 노사 어느 쪽이든 한발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파업 이틀째 대형병원 표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파업 이틀째인 11일에도 노사 양측은 오전 11시부터 밤샘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노사 양측은 이날 협상에서 주5일 40시간 근무와 임금인상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특히 노사는 주5일제에 따른 근무시간과 관련,한치의 양보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밤샘 교섭에도 노사 이견 ‘팽팽’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필수업무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고 노조원들의 파업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번 주말 협상이 파업 장기화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파업 이틀째인 이날 환자 진료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으나,지원부서의 인력난으로 진료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환자의 불편이 커졌다.환자와 보호자들은 주말인 12일에도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겠느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노조원 300여명이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는 의무기록과와 급식영양과 등의 인력이 딸려 환자들이 애를 먹었다.환자의 의무기록차트를 보관,각 병동과 검사·진료실에 전달하는 의무기록과에는 32명의 직원 중 3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병원측은 다른 부서 계약직원 30명을 투입했지만 업무처리가 늦어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의무기록과 관계자는 “하루 5000∼6000건의 차트를 관리하는데,일이 익숙지 않으면 수십만개의 차트 가운데 필요한 자료를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다.”면서 “병동 간호사가 참다 못해 뛰어와 직접 차트를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온 김모(39·회사원)씨는 “차트도 늦게 오고 인력도 부족해 평소보다 30분 남짓 더 기다렸다.”면서 “파업이 길어지면 아예 치료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일부 도시락 거부… 보호자가 식사 준비 급식영양과 조리사들이 파업에 참여,지난 10일부터 입원환자들에게 끼니 마다 도시락으로 대신하고 있는 병원측은 이날 아침 사과문을 내고 밥값의 30%를 깎아주겠다고 밝혔다.입원환자 490명 가운데 170명은 이날 점심으로 나온 도시락을 거부,보호자들이 직접 식사를 준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30분쯤 활빈단의 홍정식 단장은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30분 남짓 “환자 고통 아랑곳없이 사회혼란 부추기는 파업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인시위를 벌이고 농성장을 방문하여 노조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유진상 유지혜기자 jsr@seoul.co.kr˝
  • [위협받는 식탁] “돈 된다면…” 내던진 식품윤리

    [위협받는 식탁] “돈 된다면…” 내던진 식품윤리

    이번에는 라면이란다. 이른바 ‘쓰레기 단무지’로 만든 불량 만두에 이어 유통기한이 지난 김치를 주원료로 한 라면이 충격을 주는 것은,한국인에게 이들 먹을거리가 밥과 다름없는 주식(主食)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라면에 만두라도 서너개 넣을 수 있는 형편인 것을 다행스러워하며 김치나 단무지를 나누어 먹었던 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10일 밝힌 단속 내용을 보면 이제 한국은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찾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의 라면에 들어간 김치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물론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시키기까지 했다.이 김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국수를 공급하는 업체에도 속여서 팔았다.뿐만 아니다.우리밀 살리기운동이 벌어지면서 전국에 설립된 국산농산물 전문매장에 공급된 ‘우리’ 통밀스낵에는 미국산 깐밀이 40%나 들어 있었다.농촌살리기단체와 대형할인매장,종교단체 매장에 공급된 통단팥빵과 팥찐빵에도 중국산 팥앙금이 40%나 쓰였다. ‘순국산고춧가루 100%’라고 표시된 고춧가루는 국산고추에 중국산고추도 아닌 고추씨만 역시 40%나 들어갔다.대형 식품유통업체에서 판매된 돼지갈비는 국산돼지고기 40%에 수입산 돼지고기 60%가 섞였다. 임산부의 산후조리에 효과가 있다는 호박액과 호박죽도 베트남과 뉴질랜드산 수입호박을 섞어 ‘신토불이’와는 거리가 멀었다.우리 몸에는 우리농산물이 좋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를 배반하고,우리농산물이 수입농산물보다 훨씬 비싸더라도 우리 농가를 살리겠다는 애국심을 철저히 능욕한 셈이다. ‘김치 사건’이 터진 이날 전북에서는 치킨집과 피자집,제과점에서 쓰는 포장용지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형광증백제란 종이나 섬유를 하얗게 보이게 하려고 첨가하는 약품으로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발암물질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볼트를 넣어 무게를 부풀린 중국산 냉동참조기가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 적발됐다.지난달 19일에는 운동장에 깔거나 얼어붙은 도로에 염화칼슘 대신 뿌리는 공업용 소금을 식용으로 유통시킨 수입업자와 이 소금으로 젓갈을 만들어 판 식품가공업자가 붙들렸다. 지난 2월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납땜과 공업용 본드가 묻어나는 불량 떡시루를 만들어 판 업소와 이 불량 시루를 다시 공업용 본드로 수리하여 떡을 만든 떡집이 단속에 걸렸다. 지난해 연말에는 공중화장실을 청소할 때 쓰는 공업용 이산화염소로 살균한 횟감용 한치와 문어가 백화점과 일식당 등에 유통되기도 했다.식품 안전 관리가 선진화하기는커녕 엉터리 식품 제조 수법이 갈수록 엽기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각 부문이 조금씩 선진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만,가장 먼저 선진대열에 합류했어야 할 식품 안전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은 부끄러움에 앞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지난해 864t의 한국산 냉동만두를 수입한 일본정부가 이날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결국 한국의 엉터리 식품 관리가 국제적 망신으로 비화했음을 뜻한다. 서동철기자 dcsuh@seoul.co.kr
  • [위협받는 식탁] “돈 된다면…” 내던진 식품윤리

    이번에는 라면이란다. 이른바 ‘쓰레기 단무지’로 만든 불량 만두에 이어 유통기한이 지난 김치를 주원료로 한 라면이 충격을 주는 것은,한국인에게 이들 먹을거리가 밥과 다름없는 주식(主食)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라면에 만두라도 서너개 넣을 수 있는 형편인 것을 다행스러워하며 김치나 단무지를 나누어 먹었던 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10일 밝힌 단속 내용을 보면 이제 한국은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찾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의 라면에 들어간 김치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물론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시키기까지 했다.이 김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국수를 공급하는 업체에도 속여서 팔았다.뿐만 아니다.우리밀 살리기운동이 벌어지면서 전국에 설립된 국산농산물 전문매장에 공급된 ‘우리’ 통밀스낵에는 미국산 깐밀이 40%나 들어 있었다.농촌살리기단체와 대형할인매장,종교단체 매장에 공급된 통단팥빵과 팥찐빵에도 중국산 팥앙금이 40%나 쓰였다. ‘순국산고춧가루 100%’라고 표시된 고춧가루는 국산고추에 중국산고추도 아닌 고추씨만 역시 40%나 들어갔다.대형 식품유통업체에서 판매된 돼지갈비는 국산돼지고기 40%에 수입산 돼지고기 60%가 섞였다. 임산부의 산후조리에 효과가 있다는 호박액과 호박죽도 베트남과 뉴질랜드산 수입호박을 섞어 ‘신토불이’와는 거리가 멀었다.우리 몸에는 우리농산물이 좋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를 배반하고,우리농산물이 수입농산물보다 훨씬 비싸더라도 우리 농가를 살리겠다는 애국심을 철저히 능욕한 셈이다. ‘김치 사건’이 터진 이날 전북에서는 치킨집과 피자집,제과점에서 쓰는 포장용지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형광증백제란 종이나 섬유를 하얗게 보이게 하려고 첨가하는 약품으로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발암물질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볼트를 넣어 무게를 부풀린 중국산 냉동참조기가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 적발됐다.지난달 19일에는 운동장에 깔거나 얼어붙은 도로에 염화칼슘 대신 뿌리는 공업용 소금을 식용으로 유통시킨 수입업자와 이 소금으로 젓갈을 만들어 판 식품가공업자가 붙들렸다. 지난 2월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납땜과 공업용 본드가 묻어나는 불량 떡시루를 만들어 판 업소와 이 불량 시루를 다시 공업용 본드로 수리하여 떡을 만든 떡집이 단속에 걸렸다. 지난해 연말에는 공중화장실을 청소할 때 쓰는 공업용 이산화염소로 살균한 횟감용 한치와 문어가 백화점과 일식당 등에 유통되기도 했다.식품 안전 관리가 선진화하기는커녕 엉터리 식품 제조 수법이 갈수록 엽기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각 부문이 조금씩 선진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만,가장 먼저 선진대열에 합류했어야 할 식품 안전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은 부끄러움에 앞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지난해 864t의 한국산 냉동만두를 수입한 일본정부가 이날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결국 한국의 엉터리 식품 관리가 국제적 망신으로 비화했음을 뜻한다. 서동철기자 dcsuh@seoul.co.kr ˝
  • 中 1000년전 브래지어 발굴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연합|중국 고고학자들이 내몽고자치구(內蒙古自治區) 아오한치(敖漢旗)에 소재한,최소한 1000년 이상 된 요(遼)나라(916∼1125년) 무덤에서 황금색 실크 브래지어와 실크 위에 말들이 그려진 그림 조각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아오한치 신후이의 한 마을에서 발굴된 이 황금색 브래지어는 우아하게 디자인되었고,스타일과 기능 모두 현대 여성들이 착용하는 것과 아주 유사하며,면으로 패드를 대었다고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밝혔다. 아오한치박물관의 사오궈티옌 관장은 “브래지어 컵 속의 면 패드 대부분은 이미 부식되었다.”고 말했다.˝
  • [사설] 주한미군 급격한 감축 안된다

    미국이 오는 2005년 말까지 주한미군 1만 2500명을 감축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차관보가 6일 저녁 우리측 대표 3인을 만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설명했다는 것이다.주한 미군 감축은 예견된 일로,미국의 GPR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충격적이다.시기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그동안 우리 정부는 2007년 이후 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동맹의 큰 틀 속에서,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양국 연합방위능력에 변화가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이를 위해 두 나라는 감축시기와 규모,한국군 전력보강대책,주한미군 역할·기능 조정,주한미군의 해외이동시 사전협의 제도화 등을 면밀히 협의해야 한다.또 미군감축 협상은 바로 끝날 일이 아니다.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도 안 될 것이다. 현대전에서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미측도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해 위기대응능력을 키우면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미국은 2006년까지 주한미군 현대화에 11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우선 미군 감축은 단계적으로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그러면서 우리도 대응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전체 규모를 줄이는 것은 어렵더라도 시기는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어떤 부대를 감축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또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개정 등 급격한 변화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는 앞으로 미측과의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국가안전보장회의(NSC),외교부,국방부가 유기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우리 정부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연출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어렵다.주한미군 감축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한치의 틈도 있어선 안 된다.˝
  • [글로벌 한국차] (3) 노사시스템 상생의 해법

    1950년대만 해도 영국은 세계 제일의 자동차 수출국이면서 미국에 이어 제2의 생산 대국이었다.그러나 지난 89년 재규어가 포드에 인수된데 이어 94년 영국의 대표기업이었던 로버가 독일의 BMW,2000년에는 랜드로버가 포드에 넘어가는 수모를 겪으며 몰락했다. 이처럼 자동차 왕국이었던 영국이 무너지는데는 다양한 해석들이 있지만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결정적이었다는데 이론이 없다. 영국 자동차산업의 쇠락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세계 제6위의 생산국으로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영국의 사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현재와 같은 소모적인 노사관계가 유지됨으로써 초래되는 고비용은 고스란히 전체 산업의 부담으로 옮겨 가기 때문이다. 6월 들어 4개 완성차 노사도 임금·단체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자동차산업이 ‘글로벌 톱5’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노사간 상생의 해법이 무엇인지를 되짚어 본다. ●기본적인 노사간 신뢰는 있지만… 국내 자동차업체 중 대표 기업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노사는 요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사측은 현대차 전천수 사장과 기아차 윤국진 사장 등이 주재하는 노무관련 회의를 수시로 열고 임단협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이에 노조측도 거의 매일 협상 실무회의를 갖고 임단협 요구사항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노사문제와 회사 고용안정에 어떤 것보다 우선 순위를 둘 것이며 노사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면 바퀴 하나가 잘못돼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자동차와 같은 처지”라며 임단협에 임하는 사측의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 정 회장의 이런 ‘친 노조’ 발언에 노조측도 우호적이다.현대차의 한 노조원은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 회장에 대해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할 정도다.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달라지는 노사 그러나 노사는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한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린다.국내 산업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자동차 노조의 위상이 크기 때문이다.자동차 노사간 협상 결과가 바로 전체 사업장 노사교섭의 기준점을 제시하게 돼 양측간 공방이 치열해진다.자동차업계 노사는 올해도 ▲노조의 경영참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사회공헌기금 조성 ▲토요일 근무수당 지급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별로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협상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회사의 계열사 분리·통합 움직임에 노사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노조는 2000년 7개이던 계열사가 17개로 늘어난 점은 노조의 힘을 분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회사측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여러 계열사가 모두 편입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이 추구하고 있는 계열사 분리·통합정책은 장기적으로 고용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생의 해법은 없는가 노동 전문가들은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출발은 노사간 신뢰 회복에 대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선행되고 노조도 경영진에 대한 대립적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여기에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도 주문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은 산업구조나 노동현실면에서 원청과 하청업체간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비정규직과 사회조성기금 조성 문제를 노사가 전향적으로 타협해 노사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해결책으로 “대기업은 원청 위주의 수익독점 구조를 탈피해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비정규직과 사회조성기금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고,노조도 자기 몫을 기금조성에 출연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원은 “외국 자동차업계 노사는 그동안 업체들의 부침과정을 보면서 위기에 대한 공통인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이런 인식이 결여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이어 “경영자측에는 노조를 진실한 파트너로 인식해 자본투자 제한 등에 응하는 사고전환이,노동조합측도 책임있는 경영·경제주체라는 점을 감안해 집행부의 반기업주의 정서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설] 勞使 타협, 형식보다 의지가 중요

    노동계와 재계,정부 대표들이 어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노사 간담회를 갖고 노사정 지도자회의 구성에 합의했다.우리는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지난 5년간 파행적으로 운영돼온 노사정위원회를 한시적으로 대체할 노사정 지도자회의 구성 합의보다는 노사정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충을 토로하고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문민정부 시절의 노사개혁위원회에 이어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노사정위가 출범했지만 대화와 타협보다는 노사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무대로 활용한 측면이 강했다. 올해 국정 최우선 과제로 ‘노사 대타협’을 설정한 노 대통령의 인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극심한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활로를 찾으려면 노사관계부터 안정돼야 한다.하지만 노사 양측은 이같은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차별철폐,사회공헌기금 조성 등 주요 현안에서는 한치 양보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말로는 분배 몫을 늘리려면 ‘파이’부터 키워야 한다면서도 서로의 몫을 쟁탈하려는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소외됐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사정 5자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적절했다고 판단된다.현재의 노사관계에서 가장 먼저 권익을 보호받아야 할 계층이 바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중재자 역할’만 자임하고 ‘공정한 룰 제정자’임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본다.노사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이 최선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정착되려면 ‘법과 원칙’이 뒷받침돼야 한다.자칫하다가는 ‘법과 원칙’은 실종된 채 ‘대화와 타협’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편의 양보만 강요하는 지난해의 전철이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따라서 노사는 요구를 하더라도 규칙을 벗어나선 안 된다.그것이야말로 노사 대타협을 향한 첫걸음이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3)흙사람이 보낸 편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4848-16,옛 김해평야의 낙동강 기슭 한 언저리에 소담재(小潭齋)라는 작은 전시실을 겸한 찻집.그 곁 창고같이 허름하고 귀신냄새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은 어두컴컴한 안쪽에는 뜻밖에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프고 서러운 배고픔의 역사가 눈 뜨고 서 있다. ●‘소담재’에서 만난 ‘역사’ 배고픔만이 아니다.여자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부대끼면서도 죽는날까지 참아야만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서 계신다.모두가 일하는 모습이다.흔히 노동이라고 표현하는,육체를 수고롭게 움직여 식구들과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있는 동작은,멈춘 상태로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짙게 느껴진다.얼핏 1900년 무렵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외세와의 갈등과 시련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한국인들의 생활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한국인을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껴안고,업고,다독여 오늘까지 데려오신 어머니 모습이다. 이같은 어머니 모습을 빚고 있는 허경혜씨도 여성이다.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전을 알리는 작은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런지 몇 해를 지나서 또 우연히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퍽 인상적이었다.그는 그의 작품을 토우(土偶)라 불렀는데,나는 토우라는 이름보다 ‘흙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겠다고 했다.토우와 흙사람은 좀 다른 세계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한국인의 역사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 미술양식이다.따라서 토우,토용(土俑),명기(名器)라고도 부르는 것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중국,한국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되어온 토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또한 희랍 로마에서 발달한 테라코타(Terra-cotta)나 일본 문화인 하니와(埴輪)와도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토우’와는 다른 ‘흙사람’의 세계 이른바 토우는 사람 모습을 갖춘 것과 여러 가지 동물,생활용구 등 모든 표상물들로서 주술적인 우상,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만든 것들이다.특히 한국과 중국 고대 사회에서의 토우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와 영혼의 미래를 상징하는 신앙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하여 지배자의 시체와 함께 노비나 하인을 산 채로 파묻던 고대 국가의 습속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이 때 토우에 나타난 인물상들은 여성의 성적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다산신앙과 풍요를 나타내거나 공예적으로 두드러진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우주관이나 사생관(死生觀)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토우의 외형이 당시의 생활상·사회상을 짐작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 토우가 주술적 우상성과 주종관계를 위한 제물로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몰인간성 이념을 유지한 채 현대사회의 한 미술형식으로 재현,혹은 답습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이런 전통사회에서 있어 온 토우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흙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인데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나한신앙(羅漢信仰)이 지닌 특징들과 일정한 소통관계를 지니고 있다.한국인들이 꿈꾼 자유로움이 나한신앙에 잘 나타나 있는데,이들 나한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엄격한 도상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바위 위에 앉거나 팔을 괴고 쉬는 자세,기분 좋게 서있는 자세 등으로 표현되는데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눈을 내리뜨고 참선하는 얼굴,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거나 빙긋이 미소짓는 모습,찡그린 얼굴 등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보여준다.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화된 성격과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적절하게 융화시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그렇게 볼 때 흙사람은 유장한 한국인의 전통신앙체계를 근간으로 삼되 종교적으로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한국인의 사랑과 믿음,갈등과 불안을 담백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는 점은 흙사람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소백산맥 이남의 흙 중에서 산화철 성분이 적고 흙 알갱이가 굵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흙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점도 좋아보인다. ●노예노동보다 고통스러웠던 보릿고개 그가 집중하고 있는 20세기 초 중반 무렵의 한국 농촌의 여성상은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로 표현되어온 기존의 미술적 혹은 역사적 평가와도 조금은 궤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 문화다.가난과 질곡으로 압축되는 20세기 초중엽 농촌 사회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고 무거운 노동과 정신적 중압감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맡아해 낸 것은 어머니였다.양반 사대부 가정과 달리 민중의 삶은 여성들의 희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였다.의료시설과 의약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명의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아 기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존 그 자체였다. 식량부족은 곧 산모와 여성들에게 영양결핍을 고질적인 일상으로 만들었고 대가족의 빨래와 식단차리기 등은 견디기 힘든 노예노동에 견줄 만했다.그 어떤 어려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보릿고개로 불려온,긴 긴 봄날의 굶주림이었다.토지 부족과 식량 부족이 일상화된 가운데서 해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는 특히 젖먹이를 키우거나 임신중인 어머니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천형과도 같았다. 그런 질곡의 세월은 적어도 보리농사가 시작된 18세기 무렵 이후부터 더욱 극심해진 한국 농촌의 비극이었다.한국 농민들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보릿고개 시절에는 하루 한 끼니조차도 제대로 거치기가 쉽지 않았었다.굶주림과 고난중에도 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만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진다. 똑같이 굶으면서도 임신하고,젖 먹이고,어린 자식 품어 키워내야 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다.따라서 한국 어머니는 한국 역사의 절반이 아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온 몸으로 도맡아왔다.그런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 바깥이나 다름없는 홀대와 차별의 불길 속에 서서 살아왔다.그러다가 현대사회라는 이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까지 와버렸다.전통적 가치와의 충돌로 생기는 늙으신 농촌 어머니의 고독,깊은 상실감,소외와 박탈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고백록을 쓰듯이 어머니의 수난사를 흙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강철문명’과 맞서는 흙의 힘 콘크리트와 강철 등 인공적 조형과 냉혈한 금속성,생명의 단절과 괴리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허경혜씨가 들고나온 것은 흙이다.흙의 부드러움과 온유함,자연성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흙 한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여성사의 한 단면을 조형해내는 그의 작업은 분명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어머니 마음으로 읽혀진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흙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가 걸어왔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 [서울광장] 勞使대타협, 길은 있다/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 직무 복귀 이후 정치에서의 화두가 ‘상생’이라면,경제에서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다.또 노사관계에서는 ‘대타협’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이런 기조에서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경제가 계속 굴러가려면 노사대타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31일 노사대표 간담회를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경제 회생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노사대타협은 가능한 것일까?지금 단위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하다.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차별 해소방안,노조의 경영 참여,임금 인상률 등 주요 쟁점에서 노사가 한치 양보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또 정부측에서는 ‘대화와 타협’,‘법과 원칙’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대화와 타협’을 권장하되 최종 가이드라인은 ‘법과 원칙’이라지만 재계는 믿지 않는 눈치다.최근 택시노조의 불법파업이나 레미콘 기사들의 시위,조흥은행 노조원의 은행장실 점거 등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공권력은 여전히 뒷짐지고 있다고 불만이다.올해에도 지난해처럼 ‘대화와 타협’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의 일방적인 양보만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재계의 주된 기류다. 개별적인 노사 쟁점과 노사 간의 뿌리깊은 불신을 근거로 평가한다면 노사대타협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우리의 산업구조와 노사관계의 근본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의외로 쉽게 노사대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노 대통령도 지난 25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지적했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왜곡된 가격구조가 산업과 노사관계를 뒤틀리게 만드는 주범이다. 쉽게 말하자면 대기업과 대기업 소속 강성 노조가 비정상적인 파견근로,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과실을 독점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 심화,비정규직 양산,사회불평등 조장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중국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근본 원인은 원청업체인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에 있다.더이상 채산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타향으로 떠나는 것이다.따라서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중립기구가 중심이 돼 불법 파견근로와 불공정 하도급거래 등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추진해야 한다.동일 라인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처우를 보장함은 물론,하청업체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불공정 행위 역시 엄격한 법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기업의 소유와 지배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개혁방향은 우선 순위에서 잘못됐다고 본다.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가격을 전가시켜 산업구조를 왜곡시키는 행위부터 단속하는 것이 순서다.대기업들이 부당거래를 통해 챙겼던 몫이 줄어들면 대기업 강성 노조의 내몫 챙기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또 대기업들은 나눠줄 몫이 줄어들면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는 맞설 수밖에 없다.고통스럽고 먼 길이지만 하청구조부터 바로잡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방적인 분배구조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그리고 이렇게 해야만 국민들로부터도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힐수록 기본에 충실하라고 했다.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미봉책만 되풀이해서는 영원히 노사관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노사정 모두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3)흙사람이 보낸 편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4848-16,옛 김해평야의 낙동강 기슭 한 언저리에 소담재(小潭齋)라는 작은 전시실을 겸한 찻집.그 곁 창고같이 허름하고 귀신냄새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은 어두컴컴한 안쪽에는 뜻밖에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프고 서러운 배고픔의 역사가 눈 뜨고 서 있다. ●‘소담재’에서 만난 ‘역사’ 배고픔만이 아니다.여자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부대끼면서도 죽는날까지 참아야만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서 계신다.모두가 일하는 모습이다.흔히 노동이라고 표현하는,육체를 수고롭게 움직여 식구들과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있는 동작은,멈춘 상태로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짙게 느껴진다.얼핏 1900년 무렵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외세와의 갈등과 시련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한국인들의 생활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한국인을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껴안고,업고,다독여 오늘까지 데려오신 어머니 모습이다. 이같은 어머니 모습을 빚고 있는 허경혜씨도 여성이다.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전을 알리는 작은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런지 몇 해를 지나서 또 우연히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퍽 인상적이었다.그는 그의 작품을 토우(土偶)라 불렀는데,나는 토우라는 이름보다 ‘흙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겠다고 했다.토우와 흙사람은 좀 다른 세계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한국인의 역사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 미술양식이다.따라서 토우,토용(土俑),명기(名器)라고도 부르는 것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중국,한국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되어온 토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또한 희랍 로마에서 발달한 테라코타(Terra-cotta)나 일본 문화인 하니와(埴輪)와도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토우’와는 다른 ‘흙사람’의 세계 이른바 토우는 사람 모습을 갖춘 것과 여러 가지 동물,생활용구 등 모든 표상물들로서 주술적인 우상,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만든 것들이다.특히 한국과 중국 고대 사회에서의 토우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와 영혼의 미래를 상징하는 신앙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하여 지배자의 시체와 함께 노비나 하인을 산 채로 파묻던 고대 국가의 습속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이 때 토우에 나타난 인물상들은 여성의 성적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다산신앙과 풍요를 나타내거나 공예적으로 두드러진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우주관이나 사생관(死生觀)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토우의 외형이 당시의 생활상·사회상을 짐작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 토우가 주술적 우상성과 주종관계를 위한 제물로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몰인간성 이념을 유지한 채 현대사회의 한 미술형식으로 재현,혹은 답습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이런 전통사회에서 있어 온 토우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흙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인데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나한신앙(羅漢信仰)이 지닌 특징들과 일정한 소통관계를 지니고 있다.한국인들이 꿈꾼 자유로움이 나한신앙에 잘 나타나 있는데,이들 나한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엄격한 도상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바위 위에 앉거나 팔을 괴고 쉬는 자세,기분 좋게 서있는 자세 등으로 표현되는데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눈을 내리뜨고 참선하는 얼굴,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거나 빙긋이 미소짓는 모습,찡그린 얼굴 등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보여준다.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화된 성격과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적절하게 융화시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그렇게 볼 때 흙사람은 유장한 한국인의 전통신앙체계를 근간으로 삼되 종교적으로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한국인의 사랑과 믿음,갈등과 불안을 담백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는 점은 흙사람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소백산맥 이남의 흙 중에서 산화철 성분이 적고 흙 알갱이가 굵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흙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점도 좋아보인다. ●노예노동보다 고통스러웠던 보릿고개 그가 집중하고 있는 20세기 초 중반 무렵의 한국 농촌의 여성상은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로 표현되어온 기존의 미술적 혹은 역사적 평가와도 조금은 궤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 문화다.가난과 질곡으로 압축되는 20세기 초중엽 농촌 사회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고 무거운 노동과 정신적 중압감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맡아해 낸 것은 어머니였다.양반 사대부 가정과 달리 민중의 삶은 여성들의 희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였다.의료시설과 의약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명의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아 기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존 그 자체였다. 식량부족은 곧 산모와 여성들에게 영양결핍을 고질적인 일상으로 만들었고 대가족의 빨래와 식단차리기 등은 견디기 힘든 노예노동에 견줄 만했다.그 어떤 어려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보릿고개로 불려온,긴 긴 봄날의 굶주림이었다.토지 부족과 식량 부족이 일상화된 가운데서 해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는 특히 젖먹이를 키우거나 임신중인 어머니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천형과도 같았다. 그런 질곡의 세월은 적어도 보리농사가 시작된 18세기 무렵 이후부터 더욱 극심해진 한국 농촌의 비극이었다.한국 농민들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보릿고개 시절에는 하루 한 끼니조차도 제대로 거치기가 쉽지 않았었다.굶주림과 고난중에도 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만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진다. 똑같이 굶으면서도 임신하고,젖 먹이고,어린 자식 품어 키워내야 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다.따라서 한국 어머니는 한국 역사의 절반이 아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온 몸으로 도맡아왔다.그런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 바깥이나 다름없는 홀대와 차별의 불길 속에 서서 살아왔다.그러다가 현대사회라는 이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까지 와버렸다.전통적 가치와의 충돌로 생기는 늙으신 농촌 어머니의 고독,깊은 상실감,소외와 박탈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고백록을 쓰듯이 어머니의 수난사를 흙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강철문명’과 맞서는 흙의 힘 콘크리트와 강철 등 인공적 조형과 냉혈한 금속성,생명의 단절과 괴리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허경혜씨가 들고나온 것은 흙이다.흙의 부드러움과 온유함,자연성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흙 한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여성사의 한 단면을 조형해내는 그의 작업은 분명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어머니 마음으로 읽혀진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흙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가 걸어왔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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