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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세 금감원장 “금융범죄 강력 단속”

    권혁세 금감원장 “금융범죄 강력 단속”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선동, 대출사기, 보험사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4가지를 서민에 대한 대표적 금융범죄로 지목하고 강력한 단속을 주문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서민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미 피해자가 많아 소송이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들에 대해 금융 당국이 뒤늦게 대응,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뒤늦은 대응… 사후약방문 비판도 4가지 금융범죄 중 테마주 선동 범죄와 관련, 권 원장은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는데 감독 당국이 방치하면 선량한 투자자 피해가 계속 증대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재·보궐 선거 국면에서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이 함께 찍은 것이라는 사진이 돌면서 해당 주가가 급등하는 등의 이상과열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이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합동 루머단속반을 꾸려 일부 증권전문방송,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사실검증 없는 소문의 유포·재생산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정치인 테마주 폭락 한편 이날 각종 테마주들은 하한가로 추락했다. 솔고바이오와 대현은 각각 전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안철수 연구소도 전거래일보다 10.83% 폭락한 7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관련 테마주였던 한창도 7.80% 떨어졌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지자체 통폐합 득과 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올 2월 설치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자율통합이라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대원칙에 대해서는 24명 위원 모두 합의했지만, 이 외 부분에 대해서는 위원들 간 의견 차가 크다. 우선 ‘통합만이 능사냐.’는 통폐합을 통한 개편이라는 방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위원인 이기우(왼쪽 사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방자치단체의 비효율적인 운영 해결책이 통합만이 아니다.”면서 “행정권과 생활권이 맞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문제는 읍·면·동을 조절해 경계를 바로잡으면 되고 공공요금이 다른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강화해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다른 위원인 박승주(오른쪽 사진) 광주발전연구원장은 “(이 원장의 제안으로는)쓰레기매립장 등 혐오시설 설치 등의 땅 소유로 인한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고 일부 동의했지만 “여천시·여천군·여수시가 통합되면서 공무원 간의 고등학교 학연관계가 느슨해지고 낙후됐던 읍·면 지역에까지 양질의 행정서비스가 제공되는 점은 통합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 세계가 국가 간의 경쟁뿐 아니라 도시 간 경쟁으로 경쟁구도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 도시와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얻으려면 통합으로 적정한 규모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달 공포될 예정인 ‘지방행정체계 개편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도 의견대립이 팽팽하다. 이 안이 시행되면 국가가 보조금 및 광역지역발전 특별회계를 지원할 때 통합 자치단체를 우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다른 지자체의 희생으로 통합 지자체에 특혜를 주는 것을 정당화할 사유를 찾기 어렵다.”면서 “또, 효율성을 높이려고 통합한 것이라면 인력·조직도 줄여야 할 텐데 오히려 통합조직에 돈을 더 들여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 원장은 “발전하려고 애쓰는 지자체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재정운영”이라면서 “재정을 낭비하든 말든 모든 지자체를 똑같이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 이 원장은 “통합 시·군이 대도시 특례를 받게 되면 ‘준 광역시’가 탄생하게 되며, 이렇게 되면 잔여지역은 더 황폐화될 것이다. 창원시 통합의 경우만 봐도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창원 등이 빠져 경상남도 다른 지역들의 소외감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나머지 지역을 고려하면서 통합을 논의하면 현행 유지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현재처럼 자율통합방식으로 각 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 재정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군·구의 크기나 능력 등에 따라 권한을 차등 배분하는 문제는 두 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8) 지방행정체계 개편

    [테마로 본 공직사회] (28) 지방행정체계 개편

    도청이 있는 춘천시까지는 350㎞. 당시 교통형편으로 도청에 다녀오려면 3일을 꼬박 들여야 했다. 경상북도 동북단 울진군은 50여년 전엔 강원도에 속했다. 주민들의 언어·풍속도 강원도보다 경상북도에 가까운데다 경북도청이 있는 대구까지는 하루에 오갈 수 있는 거리였다. 생활용품을 사거나 마을에서 생산한 물건을 팔 때도 영양이나 안동으로 발걸음을 했다. 1963년 ‘서울특별시·도·군·구의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이 발효돼 울진군이 경북으로 편입되자, 강원도민인 것이 어색했던 당시 울진군 주민들은 오랜 숙원이 풀린 듯 기뻐했다. 인천시 강화군과 경기도 김포시, 충청북도 청원시와 청주군 등등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 통폐합 논의가 한창이다. 경우에 따라 주민투표도 실시될 수 있는 자율통합방식이다. 1997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주민발의로 여수시로 통합되고 나서 통폐합이 이뤄진 사례는 지금까지 창원과 제주 단 2건에 불과할 만큼 실제 통합으로 가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중앙정부가 계획에 의해 신속하게 행정체제를 개편했던 1980년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통폐합의 이유도 과거 인구증가나 산업화·도시화 촉진 등에서 효율성 추구와 경쟁력 강화로 달라졌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위원인 박승주 광주발전연구원장는 “이제 지자체의 통폐합은 중앙 정부에서 억지로 재촉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의견을 조정, 만족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1950년대 시승격은 지역주민의 자랑 1950년대까지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주로 지리적 차이나 인구증가 같은 자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이었다. 1954년에는 ‘수복지구 임시행정조치법’에 따라 6·25전쟁 전에 북한에 있던 연천·양양군 등 8개 군이 강원·경기도에 편입되고 개성시와 연백군 등 4개 시·군이 빠진 것이 이때다. 또 전후 인구가 급증하자 1955년 제주시 등 6개시 승격, 1956년 충주·삼천포 시 승격 등 50~60년대에는 1~2년 단위로 군이 시로 승격되기도 했다. 당시 군이 시가 되는 일은 ‘승격’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큰 자랑거리가 됐다. 1963년 1월 1일은 부산시가 부산직할시로 승격된 날이다. 이날 서울신문은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부산 역사상 가장 대규모 경축대회’가 열려, 부산포(현 부산항)부터 긴 가장행렬과 여고생 480명으로 구성된 ‘미(美)의 행진’까지 이어졌고 집집이 태극기를 내다는 등 지역주민들은 직할시 승격을 기뻐했다고 보도했다. 이때 전북 금산군은 충남으로 편입됐고, 의정부 등이 시로 승격됐다. 당시 정부관계자는 ▲자연·지리·인구·재정 ▲대규모 도시를 적은 규모로 확장 ▲주민불편 제거를 행정체제 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1960~80년대 부동산 투기 단초되기도 산업화·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1960~80년대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주된 관심사는 효율적인 도시관리와 산업발전이었다. 도에서 시를, 군에서 읍을, 농촌지역에서 도시지역을 분리시키는 이른바 ‘도농분리정책’이 정부의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이유였다. 개편은 때로 지역사정이나 주민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강행되기도 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도농분리정책이 도시개발을 촉진하고 도시민들의 편의시설·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민의 생활권·역사성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이고 행정편의적인 개편일 때가 많아 주민 간 갈등이 생겨났고, 농촌이 황폐화되고 도농 간 위화감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1980년 4월, 동해·창원·제천·영주시등 4개 시 신설이 그 예다.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합쳐 동해시가 됐는데, 거리는 8㎞밖에 안 떨어져 있었지만 고려 이후 행정구역상 강릉과 삼척으로 나누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언어·풍속·혼인 등 생활관습이 달라 시 승격 초부터 갈등이 있었다고 당시 언론들은 보도했다. 특히 명주군 연간 세입의 30%를 묵호읍이, 삼척군 연간 세입의 50%를 북평읍이 차지해, 시 승격으로 나머지 지역이 소외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주·제천시에서는 변두리 땅값도 50% 이상 뛰어 부동산 투기도 극심했던 점도 문제였다. 또 창원출장소가 창원시가 되면서 남은 창원군은 지역이 4조각으로 나뉘어 일부 지역에서는 군청에 가려면 2개시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1990년대 이후 효율화 때문에 개편 이런 도농분리정책이 폐기된 것은 1990년대 들어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을 앞두고 군지역 행정·재정력 약화, 생활권·행정권 분리, 경상경비 과다지출 등 도농분리방식의 비효율성이 비판을 받으면서부터다. 1994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돼 시에도 읍·면을 둘 수 있도록 해 시 중심부에는 동을, 주변 농촌지역에는 읍·면을 그대로 존속시킬 수 있게 됐다. 당시 통합대상 선정기준은 ▲역사적 동질성 ▲생활권의 동일성 ▲지형적 조건 ▲지역균형발전 가능성 등이었다. 주민의견조사·지방의회의견 수렴을 거쳐 일방적인 하향식 개편도 벗어났다. 그 결과, 도농통합은 1994년 경기도 남양주시 통합결정을 시작으로 1997년 여수시 통합결정까지 불과 3년 동안 84개 시·군이 41개 시로 재편성됐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된 통합이라 농촌지역 소외 등 문제점도 드러났고, 이후 지자체의 입지도 강화돼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전까지 도농통합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대상지역이 상당수 통합된데다, 지방자치제가 본궤도에 올라 중앙정부나 국회가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강하게 지자체 통합을 압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실세 보좌관에 고급시계 전달” 이국철 로비 창구 문씨 구속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의 구명 로비 창구로 지목된 렌터카 업체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42·구속)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고급시계를 여권 실세 의원 보좌관 박모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씨를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에 이어 문씨도 19일 구속 수감되면서 이 회장의 폭로 및 SLS그룹의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19일 이 회장에게서 7억 8000만원을 받고, SLS그룹의 120억원대 선박을 빼돌리는 데 공모한 문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강제집행면탈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문씨는 이 회장과 짜고 SLS그룹 계열사인 SP해양에 80억원을 빌려준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만든 뒤 이 회사의 120억원짜리 선박을 담보로 잡아 채권자들이 자산을 강제집행하지 못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현금 7억 8000만원과 함께 200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시계를 여당 실세 의원의 보좌관 박씨에게 건넸다가 이 회장의 폭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최근 돌려받았다는 혐의도 추가로 밝혀졌다. 문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돈과 시계를 받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로비 시도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금 7억 8000만원을 문씨가 챙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규명을 위해 현금의 행방도 쫓고 있다. 또 박 보좌관에 대해서도 2009년 초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고만 진술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금품을 건넨 2009년이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가 한창이던 시기임을 감안, 문씨를 통해 정권 실세에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과 문씨를 상대로 현금과 시계 외에 다른 금품을 건넸는지, 또 실제 로비로 이어졌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이번 주 보좌관 박씨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국철(49·구속)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21일 오전 네 번째 소환조사한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을 불러 금품수수가 SLS그룹의 워크아웃 대상 제외에 대한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 대한 조사에서 금품수수의 대가성이 드러나면 이 같은 혐의를 추가해 이번 주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23일 ‘포격 1년’…잘 지내나요! 연평도

    [커버스토리] 23일 ‘포격 1년’…잘 지내나요! 연평도

    해가 수평선 너머로 막 잠긴 지난 16일 저녁, 연평도 중부리 주민 김영길(49)씨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며칠 전 이사 온 새집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1년 전, 북한의 포격으로 김씨네 집은 지붕이 내려앉을 정도로 참혹하게 파괴됐다. 그 자리에 붉은 벽돌집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들어섰다. 김씨는 “국민의 성원으로 지은 집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며 허허허 웃었다. 평화롭던 연평도가 북쪽 포대에서 날아온 포탄 170여발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것이 지난해 11월 23일. 벌써 계절이 네번이나 바뀌었다. 한순간에 ‘피란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옷가지도 챙기지 못한 채 섬을 빠져나와 도회지의 찜질방과 임대주택을 전전하다 섬으로 돌아왔지만 한동안 절망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랬던 연평도가 겉으로는 빠르게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선착장은 외투와 모자로 감싸고 이른 아침부터 잰걸음으로 일터로 향하는 주민들로 붐볐다. 집 앞 계단이며,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정자 근처에서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갓 따온 굴을 까고 있었다. 꽃게잡이도 한창이어서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물에서 꽃게를 떼어내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마을회관에서는 부녀회원들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드릴 김장을 담그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주민들은 바닷가 쓰레기를 줍거나 도로를 청소하고 일당 3만 5000원을 받는 일자리사업에도 참가하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 후 생긴 또 다른 풍경이다. 이 일을 하는 한 할머니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외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 일도 하고 서로 얘기도 나누니 포격을 기억할 틈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겉으론 평온했지만 상처가 다 아문 것은 아니었다. 포격에 대한 공포심은 여전히 주민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듯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또 도발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져 있었다. 바다 건너 북쪽 황해도 강령군 해안가에 해안포 진지 수십곳이 새로 구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어디선가 큰 소리만 들려도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김상숙(80) 할머니는 “군인들 사격훈련은 물론 누가 문만 세게 닫아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포격 이후 국민과 정부의 도움과 지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고 치유할 수는 없었다. 관심이 시든 뒤에 남은 것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주민들의 고달픔이다. 꽃게와 굴을 따서 생계를 잇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생산량이 부쩍 줄었다.”며 한숨을 토했다. 안정적 수입원인 일자리사업이 다음 달에 끝나는 것도 고민이다. 달리 먹고살 방법이 없어서다. 뭍보다 물가는 비싼 데다 뭍에서 공부하는 자녀들의 학비까지 대야 하는 섬사람들은 겨울을 날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 실향민이나 낚시꾼들이 종종 찾던 연평도는 이제 통일교육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연평중·고교 교사들은 포격 당시의 흔적을 한번에 돌아볼 수 있는 ‘연평 통일올레길’을 조성, 9월에 개장했다. 김영호 연구부장은 “올레길을 걷는 이들이 다시는 포성이 들리지 않는 평화의 세상을 기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평초등학교 복도에 걸린 통일 포스터 아래에 누가 비뚜름한 글씨로 이렇게 써놓았다. ‘남북이 통일해야 포격 같은 일이 사라진다.’ 연평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오바마 독트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오바마 독트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독트린’은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아시아 지역 전체 차원에서 미군 배치가 조정되거나 재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아시아 지역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이 지역 국방예산을 한 푼도 깎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주한미군의 감축과 같은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만 하더라도 주한미군을 중동에 차출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거론됐으나 지금은 거꾸로 아·태 지역의 중요성이 부상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망의 최전선에 해당한다. 북핵이나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더 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호주 의회 연설에서 북핵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국익 극대화를 천명한 이상 앞으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개입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제는 미·중 간의 갈등이 첨예해질 때다. 경제적·군사적으로 양국 중 어느 한쪽에 서야 하는 상황이 강요될 때 한국으로서는 난처해질 수 있다. 미·중 간에 긴장이 고조된다면 그것은 한국의 안보에 ‘피로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또 미국의 공세적인 대중국 정책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적극적인 안보협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예컨대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지금보다 강력히 요구할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게 뻔하다. 한편으로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라고 요구할 개연성도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서 급파되는 미군 전력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 해병대의 호주 배치가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의 이전을 의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미 해병대의 재배치에 따라 아·태 지역에서 미군 배치가 전면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미군의 호주 주둔이 재일 미군 재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을 미국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 “區 관통 경원선 통합 저해 지하화 사업은 주민 숙원”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 “區 관통 경원선 통합 저해 지하화 사업은 주민 숙원”

    “철로가 도봉구의 중심을 관통하면서 도시의 통합적 발전에 매우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원선의 지하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경원선의 지하화는 도봉구에 필수불가결한 사업임을 힘줘 말했다. 경원선 구간의 지하화와 우이동부터 방학역까지 경전철 연장이 도봉구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경원선 구간(의정부∼창동∼성북∼청량리)은 1974년부터 40여 년 동안 수도권 동북부 지역과 도심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철로 주변이 주거지로 변모하게 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분진, 진동으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이 구청장은 17일 “경원선 구간은 정부에서 이미 추진하기로 발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제3노선(의정부∼금정)구간과 일치하기 때문에 지하화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두 사업을 병행, 추진한다면 경원선 지하화에 따른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를 공동운영하게 돼 운영의 효율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울러 경원선 지하화의 결과로 남게 되는 지상 부지는 수도권 동북부지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므로 서울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구청장은 “교통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경전철 사업은 지금 신설동에서부터 우이동 구간의 공사가 한창이지만 경전철 연장이 확정된 우이동부터 방학동까지 구간은 추진이 미미하다.”면서 “경전철을 민자투자사업에서 정부재정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이제는 재정을 투입하는 일만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와 국토해양부가 분담해 사업을 진행하게 되어 있는 만큼 서울시 예산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치인 테마주 주가조작 의혹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관련 주가가 들썩거리고, 심지어는 정치인과 상장사 대표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허위 사진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금융당국은 상당수 정치인 테마주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정밀 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지정책을 화두로 던지고 사회보장기본법을 대표발의하자 유아전문기업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 등이 상한가를 치며 급등했다. 안철수연구소, 웅진홀딩스, 풀무원홀딩스, 휘닉스컴, 한창, 오텍 등의 주가가 여론에 일희일비하며 널뛰기를 했다. 의료기기업체 솔고바이오도 최근 사외이사와 안 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퍼지면서 주가가 나흘간 30% 가량 폭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솔고바이오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자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한가를 쳤다. 감독당국은 정치인 테마주의 난립에 작전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솔고바이오 등의 주가 급등과 관련해서 사진과 글을 유포한 인터넷 증권게시판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안철수연구소에 꾸준히 투자해 온 한 개인투자자는 최근 주가 급등으로 80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개인투자자 원종호(39)씨는 108만 8994주(10.8%)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는 8월 1만 6500원에서 최근 1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올해로 연출 50년을 맞은 한국 연극계의 대부 김정옥(79) 연출가. 우리 나이로 팔순인 그가 요즘 ‘젊음의 거리’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새달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 100번째 연출 작품이자 50주년 기념작인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이하 ‘흑인 창녀’)을 올리는 것. 공연 준비에 한창 바쁜 그를 지난 16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인 베레모를 멋지게 눌러쓰고 나타난 그는 국내 아이폰 최고령 사용자로 조사됐을 만큼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즐기는 이다. 그런 그가 100번째 작품에서는 유난히 고집을 피웠다. 여주인공 캐스팅을 두고서다. 그는 배우 김성녀(61)를 고집했다. ‘템플’은 과거에 얽매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런데 환갑을 넘긴 김성녀라니, 주위에서 곤혹스러울 만도 했다. ●美 포크너 소설을 佛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 “내가 인생을 80년 살았지. 그중 50년을 연극했고…. 그런데 겪어 보니까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한 50~60대 배우들밖에 없더라고. 젊은 연기자들은 매력적으론 보일 수 있지만 성숙한 재미를 보여주지 못해. 인생의 전성기는 예순부터야. 안팎으로 성숙함이 깃드는 시기거든. 여배우도 50~60대 때 가장 아름다워. 무대 위에서 아주 빛나고 우아하지. 그런 면에서 김성녀만 한 적임자가 또 어디 있겠어.” 그렇다면 왜 하필 ‘흑인 창녀’를 100번째로 선택했을까. “99개의 작품을 연출해 봤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문학과 연극의 만남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작품이지. 배역도 중요한데 작품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산만해져. 배우 구하기도 어렵고…. 알맹이가 있으면서 압축된 무대를 만드는 데 이 작품이 제격이었어.” ‘흑인 창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소설가 월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상류층 백인 여성 템플이 자신의 아기를 죽인 흑인 하녀 낸시를 구명하기 위해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내용의 추리극이다. 1969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한 이가 다름 아닌 김정옥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이후 1978년까지 배우를 달리하며 여러 번 무대에 올렸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제목이 다소 파격적이다. “원작 제목은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었지. 그런데 작품에 수녀는 나오지 않아. 포크너와 카뮈는 작품 속 흑인 창녀를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수녀라고 생각해 그런 제목을 붙인 거 같아. 하지만 연극은 흥행성도 생각해야지.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는 다르거든. 그래서 고민 끝에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이라고 제목을 바꿨지.” 그 과정에 ‘시련’도 많았단다. “서슬이 시퍼렇던 1960년대 말 아니야. 어느 날 검열에서 창녀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흑인 수녀를 위한 고백’으로 바꿨지. 그랬더니 관객이 확 줄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 공연땐 ‘흑인 O녀의 고백’으로 고쳤어. 검열에 대한 내 나름의 저항 의미도 있었지. 하하.” 당시에는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1978년 이후 무대에서 사라진 만큼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노()연출가는 그런 관객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줬다. “사랑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이 결코 겉치레가 아니라는 게 주제야. 난초는 추위를 겪어야 제대로 꽃을 피운다고 하지 않나. 인간도 고통과 고뇌를 겪음으로써 향기를 갖게 되지. 주변을 보게나. 사람들이 점점 거짓에 포장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어.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을 되돌아 보게 해줘.” 그는 여러 번 연출한 작품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다고 했다. 그때마다 연극의 성숙한 맛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국내 최고령 스마트폰 애용자?… 베레모 즐겨 써 그에게 있어 연극은 ‘삶’ 그 자체이자 ‘종합예술의 결정체’다. 1932년 광주광역시의 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서울로 올라와 수도극장 등에서 영화와 쇼를 보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서울대 문리대 재학 때는 문학 동인회에서 활동하며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도 공부했지만 최종 종착지는 ‘연극’이었다. “내 유년기는 일본강점기 때였어. 광주에선 동맹 파업, 좌익 독서회 사건 등 많은 일이 있었지. 나름대로 그때 내가 건방졌어. 서울에 와서 혼자 공부도 하고 그랬지. 연극을 하나 만든다는 건 한 세계와 한 인생을 만드는 거잖아. 영화는 스폰서가 있어야 했지만 연극은 동호인들끼리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게 됐지.”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학장을 거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지낸 그는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을 세 차례나 연임했다. 예술가에서 예술경영인으로, 그리고 다시 예술가로 돌아온 그다. 그래서일까. 공연을 향한 열정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뜨고 싶다면? 나이를 파괴하라

    뜨고 싶다면? 나이를 파괴하라

    요즘 대중문화계의 화두는 ‘나이 파괴’다. 70대 노인과 10대 여고생의 삼각 멜로를 다룬 영화가 개봉 대기 중인가 하면 4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연애담을 그린 작품이 잇따라 개봉된다. 서너 살 차이의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얘깃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흔한 소재가 됐다. 흥미 끌기 위주의 자극적 접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여러 색깔의 사랑이 변주되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중문화의 핵심 소비층이 2030(20~30대)에서 3040(30~40대) 여성으로 옮겨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와 흥미롭다. ●70대 노(老)시인이 10대 소녀와 삼각관계?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은교’는 70대 시인 이적요(박해일)와 17세 여고생 은교(김고은), 30대 제자 서지우(김무열)의 삼각멜로를 그린 영화다. 박범신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해피엔드’, ‘사랑니’ 등 파격적이되 섬세한 멜로에 강한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7일 나란히 개봉하는 ‘완벽한 파트너’와 ‘사물의 비밀’은 20대 남성에 대한 40대 여성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영화다. 남자들이 어린 여성에게 갖는 ‘롤리타콤플렉스’는 여러 번 다뤄졌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전면에 드러난 예는 드물었다. ‘완벽한 파트너’에서 40대 요리연구가 희숙(김혜선)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아들뻘인 후배 민수(김산호)와 연애를 한다. ‘사물의 비밀’에서 마흔 살 여교수 혜정(장서희)이 스물한 살 제자 우상(정석원)과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앞서 개봉한 ‘너는 펫’(김하늘·장근석)과 ‘티끌모아 로맨스’(한예슬·송중기)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티격태격 사랑 이야기다. 안방극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8일 종영하는 MBC 일일연속극 ‘불굴의 며느리’는 남편과 사별한 오영심(신애라)과 재벌 2세 연하남 문신우(박윤재)의 로맨스로 시청률 2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극 중 나이 차이는 4살이지만, 실제로는 신애라가 띠동갑 연상이다. MBC 주말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서영희·지현우)과 ‘애정만만세’(이보영·이태성)는 이혼녀와 연하의 총각이 극의 중심축이다. ●넘쳐나는 ‘드메 커플’, 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세태 변화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0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14.9%로, 10년 전(10.7%)보다 크게 늘었다. 사회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산물이란 얘기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3040 여성의 경제력에서 또 다른 이유를 찾았다. 강씨는 “영화 보는 비용마저 부담스럽게 느끼는 20대에 비해 어느 정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40 여성들이 대중문화의 주된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3040 여성의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40 여성 경제력·얇은 여배우층도 한몫 한 영화사 프로듀서도 “과거에는 영화나 드라마 속 여성들의 판타지 대상이 백마탄 왕자였다면, 지금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연하 남성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배우층이 얇은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자칫 막장으로 흐를 소지가 있고 비슷한 소재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라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20대 여배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연상·연하 커플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용어 클릭] ●드메 커플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 연상의 여성만을 상대로 사랑 고백을 하는 드메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쇼팽의 연인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상드에게 “사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상드는 “샘 속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 말을 믿은 드메는 샘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서 유래해 연상·연하 커플을 지칭하는 사회학 용어로 자리 잡았다.
  • 선승 진제스님이냐 율사 고산스님이냐

    선승 진제스님이냐 율사 고산스님이냐

    차기 조계종 종정은 누가 될까. 조계종 종정 추대권을 가진 원로회의가 제39차 원로회의를 소집, 다음 달 14일 종정을 추대한다고 밝혀 제13대 종정을 둘러싼 불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맞물려 각 문중과 제자인 상좌들의 종정 추대를 위한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불교계 최고의 어른 누가 될까 조계종 종정은 한국불교의 맏형 격인 조계종단의 신성과 법통을 상징하는 불교계 최고의 어른. 종단 안에서 전계대화상 위촉권과 중앙종회 해산권을 가진 위상이다. 그런가 하면 법어를 통해 불가는 물론 세속에도 가르침을 전하는 위상 때문에 모든 불자와 국민의 정신적 지주이자 수행자며 공부인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11대 종정에 이어 한 차례 연임한 현 종정 법전 스님의 임기는 내년 3월 25일 끝난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종정 후보는 대략 6명. 원로의장 종산 스님과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고산(쌍계사 조실)·고우(금봉암 조실)·진제(동화사 조실) 스님과 용화사 선원장인 송담 스님의 이름이 회자된다. 이 가운데 지관 스님은 지난 추석 무렵 지병이 악화돼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이고 송담 스님은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수행에만 정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는 그런 상황을 들어 사실상 진제 스님과 고산 스님으로 후보가 압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진제 스님은 오랜 기간 참선 수행을 이어 온,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이고 고산 스님은 2008년 ‘스님들의 면허’로 통하는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대화상에 추대돼 계단의 최고 어른으로 추앙받는 전 총무원장 출신의 율사(律師)다. 이에 따라 불교계는 차기 종정의 자리를 놓고 선승과 율사의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로회의 의원 24명과 총무원장, 종회의장, 포교원장으로 구성되는 추대위가 만장일치로 추대해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차기 종정의 자리가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역대 조계종 종정은 선승이 압도적으로 많다. ‘절구통 수좌’로 이름난 현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성철, 효봉, 청담, 고암, 서옹, 월하, 혜암 스님이 모두 한국 선불교에 큰 족적을 남긴 대표적인 수행자들로 평가된다. 결국 차기 종정의 낙점은 조계종이 선 불교의 수행 전통을 이어갈 것인지, 행정과 경·율·론 삼장에 밝은 법사를 택할 것인지 결정짓게 되는 셈이다. ●역대 종정은 선승이 많아 불교계는 아직까지 종정 선택을 위한 대립이나 집단의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종정 추대를 놓고 문중 간 혹은 종단 실력자 간 불협화음이 종종 있었던 사실을 들춰볼 때 추대에 임박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총무원 관계자는 “현재 종단 차원의 자정과 쇄신 결사운동이 한창이고 원로회의에서도 종단의 위의(威儀)를 훼손시키지 않고 종정을 바르게 모시자는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정 추대와 관련해 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국영수만 교육 아냐…인성 위한 유소년 축구교실 눈길

    국영수만 교육 아냐…인성 위한 유소년 축구교실 눈길

    한국의 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 같은 주요 과목 만이 주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조기교육 역시 영어와 수학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창 어린이 조기교육 열풍이 불던 2005년 당시 KBS2에서 방영한 ‘해피선데이-날아라 슛돌이’(이하 슛돌이)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프로그램이었다. 7~8세 어린이로 구성된 슛돌이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협동심과 경쟁력을 몸소 배우며, 건강하고 성숙하게 변하는 모습은 많은 학부모로 하여금 주요 과목만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슛돌이의 회가 거듭해갈수록 어린이 축구교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슛돌이 멤버들과 같은 성장 효과를 꾀했던 학부모들의 성원으로 어린이 축구교실은 늘 만원사례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KBS와 달리 추세에 편승하려 급하게 준비한 많은 어린이 축구 교실은 부실했다. 전문 강사진의 부족으로 축구 전문 강사진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축구를 가르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로부터 6여 년이 지난 지금의 축구교실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축구 한 종목에서 벗어나 어린이스포츠를 통한 창의력 개발 및 개개인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인지발달을 돕는 곳으로 발전했다. 분당에 있는 팀식스 스포츠 클럽은(이하 팀식스) 현 대학 교수진을 포함한 선수출신 강사진과 SK 프로농구단이 함께하여 성장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맞춤형 체육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팀식스는 유아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키 크는 농구교실’, ‘축구교실’, ‘B.I.Gym(유아체육)’, ‘수영’, ‘스키’, ‘생활체육’의 여섯 가지 종목을 지도하고 있다. 그 중 팀식스를 대표하는 팀식스F.C는 학업에 충실하고 축구를 사랑하는 재능있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대표팀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담당강사들의 추천과 감독 및 코치들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팀식스F.C는 전국대회 및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으로 입상한 기록이 있어 유소년 축구팀으로써 명성이 자자하다. 그 바탕에는 15년 이상 어린이 축구를 지도해 온 강이용 팀식스 스포츠 클럽 대표팀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승리보다는 팀 구성원을 위한 인성을 더욱 중요시하며 팀워크를 가장 우선으로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뛰어난 주축선수 한두 명을 내세워 승리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 경험을 쌓으며 돈독한 팀워크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도록 교육 철학을 펴고 있다. 진정 뛰어난 선수는 자신의 소중함을 알며,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회성과 통솔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스포츠는 운동신경 발달을 돕고, 단체 속에서 협동심과 자립심을 길러준다. 또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모든 교육이 책상 위에서 이뤄지는 시대는 끝났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며 곧은 인성을 갖고 자라날 미래의 꿈나무들을 기대해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곶감 흉년’ 상주, 지원책 마련되나

    곶감 주산지인 경북 상주에서 감 말리기 작업이 한창인 요즘, 곶감 생산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상주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작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상주시에 따르면 올해 상주지역의 2800여 농가가 6000여t(2000여억원)의 곶감을 생산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곶감 생산농가들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감을 건조시키고 있다. 상주는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곶감 최대 주산지다. 그러나 올해 기온이 너무 높은 탓에 곶감 건조대에 걸린 감의 겉껍질이 제대로 마르지 않은 채 속이 너무 빨리 홍시화돼 문제가 되고 있다. 곶감걸이와 맞닿은 감꼭지가 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다. 곶감걸이에 매달린 감이 바닥에 떨어지면 대부분 못쓰게 된다. 떨어지면서 감이 터지거나, 모양을 유지한 채 떨어지더라도 정상적으로 건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년 이맘 때면 큰 일교차와 적당한 햇빛과 건조한 바람으로 인해 감 말리기가 수월했다. 곶감걸이에 매달린 감의 겉이 먼저 마르고, 속은 홍시가 됐다가 서서히 젤리처럼 부드러워지는 것이 상주 곶감의 특징이었다. 상주기상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평균기온은 14.5도로, 예년 9.7도보다 4.8도나 높았다. 박경화(55·상주시 서곡동)씨는 “올해로 12년째 곶감 농사를 짓지만, 올해 같은 이상기온 피해는 처음”이라며 “피해 정도가 심한 농가의 농민들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등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상주시는 곶감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한편, 산림청에 대책 마련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창희 상주시 산림공원과 곶감담당은 “현재 곶감 농가들의 피해액을 2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보상이나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지자체 재정 ‘주의’땐 지방채 제한

    지자체 재정 ‘주의’땐 지방채 제한

    정부는 지난달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재정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최근 무리한 투자로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는 지자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시행령을 통과시킨 뒤 지난달 운영규정을 만들어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 재정관리과 관계자는 14일 “일단 각 지자체로부터 수입에 비해 지출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 최근 3년동안의 지방세 징수액 현황, 예산대비 채무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공기업 부채비율 등 재정 지표를 취합하고 있다.”면서 “내년 1월 정도면 전국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 등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방재정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한 지자체가 나오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주의’ 또는 ‘심각’ 기준을 나타낼 경우 다시 한번 구체적인 서면 분석에 들어간다. 세입 분야, 세출 분야, 채무 상환, 지자체 출연 공기업 채무 상태 등을 꼼꼼히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심층 분석을 진행한다. 이후 민관이 공동으로 꾸리는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주의’ 등급 단체를 지정할지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주의 등급을 받은 지자체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고, 위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만약 채무가 너무 많다면 채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 행안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에 따라 신규사업, 지방채 발행 한도 등을 제한받게 된다. 민간기업으로 치면 사실상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정건전화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금 집행에 불이익을 받거나 중앙행정기관 등에서 행하는 사업 참여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 안착, 무엇보다 실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시행하는 법과 제도인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와 지자체 일부에서는 “이 제도 역시 궁극적으로는 지자체의 경영을 사후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지자체 스스로가 불필요한 토목사업, 전시행정을 자제하는 등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막고 건전 재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독버섯과 고구마/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독버섯과 고구마/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자본주의 사회는 버섯 모양이다. 큰돈(자본)이 작은 돈을 흡입하는 까닭에 부의 대부분이 위층으로 쏠리고 아래는 가늘어지는 버섯 모양이다. 자본주의를 세계에 퍼뜨린 미국에서조차 버섯모양 속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상위 1%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나머지 99%가 말라간다.’고 자본주의 상징거리 뉴욕 월가에서 데모한다. 자본주의는 중산층을 만들어내기 어렵지만 잘만 하면 버섯처럼 쑥쑥 덩치가 커지는 특징도 있다. 이런 유혹에 지구촌 곳곳에서 버섯 덩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중국과 인도가 쑥쑥 크고 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ASEAN+6(한·중·일·인도·호주·뉴질랜드) 등으로 텃밭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거대한 움직임에, ‘이래선 안 되겠다. 나도 끼겠다.’하고 태평양 저편 미국이 중심이 되어 내세운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 참가예정 10개국 중 미국과 일본이 전체 경제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은 일본을 참가시켜 구색을 갖춘 TPP로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의 참가를 종용한다. 이에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 11일 TPP 협의 참가를 발표했고 그로 인해 일본은 정치 싸움이 한창이다. ‘미스터 엔(円)’으로 알려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TPP는 미국이 안달하여 일본을 끼워넣고자 하는 것이니 TPP 참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일본을 흔들고 미국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아시아의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일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자.’고 일본에 타진한다. 한국은 한국대로 한·미 FTA 체결 문제로 갈등이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의 재정파탄 가능성이 불거져 있다. 그 여파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도 7%를 넘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자금 지원을 할까 말까 하는 위험수준이다. 미국은 실업률이 9%를 넘으니 제 코가 석자이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요동치니 글로벌을 지향하던 한국경제도 어지럽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회는 중산층이 살찐 통통한 고구마 모양이다. 불행히도 자본주의에는 버섯 모양 사회를 고구마 모양으로 바꾸는 자율적인 힘이 없다. 불어난 상층의 부를 덜어내 가운데를 크게 하여 고구마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우리의 욕망이 너무 이기적이다. 언제 어떻게 순간적으로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신의 재산을 움켜쥐게 만든다. 이런 정체 모를 불안감에 가위눌려 있으면서도 ‘경쟁! 필승!’이란 함성을 지르며 구보하고 있다. 이미 올려진 욕망의 닻이 너무도 높고 내달리는 속도도 엄청 빨라 멈춰서지 못한다. 브레이크를 걸 수도 없고 걸었다가는 파열될 수도 있다. 한국의 분위기도 ‘빨리 자유무역의 물결에 휩쓸립시다.’이다. ‘어! 어!’ 하면서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FTA나 TPP로 파이는 커지겠지만, 부가 위층으로 쏠려 버섯 모양으로 커질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를 보면 잘 살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위층만 번지르르하고 아래층은 각박하게 마르고 있다. 돈 버는 경쟁 욕망을 너무 키워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간과 아래가 마르다가 자칫하면 위층도 쓰러진다. 미국도, 유럽도, 한국도 젊은 층 실업률은 10%를 훨씬 넘는다. 가운데가 통통한 고구마형 사회를 창출해 내지 못하면서 버섯 모양으로 커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걱정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욕망이 소망을 누른다. 돈 벌고 출세하겠다는 욕망이 사랑하는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싶은 소망을 덮으려 하니 말이다. 사람을 돈 벌기 욕망으로 채워 소박한 소망을 가리는 악성코드가 숨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조용히 살고 싶어도 생존경쟁이란 네 글자가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인간도 동물인 이상 생존경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좀 더 현명한 생존경쟁은 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는 할머니가 쪄준 통통한 고구마를 그리워한다. 자본주의는 그런 따뜻한 정경을 부숴 버리는 무자비함이 있다. 요즘 취업 준비하는 젊은이한테 고구마를 쪄주면 ‘나 바빠. 안 먹어. 경제학 공부해야 돼!’ 라고 할지 모르겠다. 참 죄 많은 경제학이다.
  • MB·오바마, APEC회의 ‘동석’… ISD 재논의?

    1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하와이로 떠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어깨가 한층 무겁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언질’이라도 받아오라며 11일 영수회동을 거부한 민주당의 ‘버티기’에 한껏 가슴이 눌릴 형편이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것인가. 만나서 FTA 얘기를 꺼내고, ISD 문제에 대한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답변은 단연코 ‘절대불가’다. 우선 APEC 회의 기간 두 정상 간 양자회담 일정이 잡혀 있지 않고, 설령 만난다 해도 이미 미 의회의 비준까지 마친 협정을 다시 손 보자고 얘기를 꺼내는 자체가 국가 간 외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측은 이미 한·미 FTA 협정의 효력이 발효된 뒤 한쪽이 문제제기를 하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협정이 발효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재재협상을 요구하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아주 거친 요구이며, 외교 관례도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비준안이) 통과됐는데 돌아서자마자 정상 간에 그렇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국제사회에서 나중에 그런 것들이 한국 정부에 줄 악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APEC 회의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데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양자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 이 대통령은 당초 태국, 파푸아뉴기니 두 나라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현재 파푸아뉴기니하고만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는 지난달 국빈방문 때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만났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참가국 정상 몇몇과만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ISD 논의의 또 다른 변수인 미 행정부의 기류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까지나 한국 내정의 문제라는 점에서 철저히 함구한 채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ISD 관련 재재협상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의회를 설득한 끝에 지난달 가까스로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았는데, 재재협상안을 들고가 비준동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부가 재재협상을 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정치 일정상 내년 말까지 비준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 의회는 지금 한창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FTA가 발효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한국 정부가 재재협상을 요구할 때는 미 정부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미 발효돼 가동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칠레도 한때 한·칠레 FTA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성수기자·워싱턴 김상연특파원 sskim@seoul.co.kr
  • 제주감귤 2006년 이후 제일 달다

    올해 제주산 노지 감귤의 당도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 1일 노지에서 일반 조생 품종을 재배하는 감귤원 28곳을 표본으로 품질 조사를 한 결과, 평균 당도가 9.6브릭스로, 2006년 9.7브릭스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노지감귤 당도 8.6브릭스보다 1브릭스나 높은 것이다. 2007년은 8.0브릭스, 2008년은 8.6브릭스, 2009년엔 9.0브릭스였다. 올해산 노지감귤의 산 함량은 평균 1.37%로 2009∼2010년 1.19%보다 약간 높았다. 일반 조생 품종은 당도가 9.4브릭스를 넘으면 맛이 달아 상품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이번 주에 비가 내리면 산 함량은 확실히 떨어지는 반면 당도는 일시적으로 낮아졌다 날씨가 좋아지면 3∼4일 후 바로 회복돼 감귤 맛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상철 제주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한창 열매가 익어가는 9월 이후에 비가 내리지 않고 일조량이 많아 감귤의 당도가 높아졌다.”며 앞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 당도는 더 높아지고 산 함량은 낮아져 여느 해보다 좋은 상품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올해 서남해 바다는 조기가 풍년이다. 그물을 걷기 무섭게 조기들이 한가득 올라온다. 조기는 예로부터 우리 밥상의 귀한 생선이었다. 풍부한 수산자원 덕분에 보물섬이라 불리는 제주도에 위치한 추자도는 바다가 곧 농사다. 조기가 한창인 요즘, 추자도 사람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조기요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호루라기(KBS2 밤 8시 55분) 술로 하루를 보내느라 딸을 끈에 묶어두고 방치했던 무책임한 아빠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매일 끈에 묶인 답답한 생활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가출을 일삼았던 딸 지희. ‘인권 수사대’는 알코올 중독 아빠 밑에서 방치된 지적 장애 소녀, 지희를 만나 아이가 보다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을 방법을 알아본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MBC 오후 7시 45분) 종석은 학교에 붙은 ‘D-2’의 뜻이 낼모레 수능 시험일이란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가족들과 같은 반 후배들은 종석이 수능을 본다며 챙겨주고, 그게 은근히 좋은 종석은 수능이 싫지 않다. 한편 야자감독을 맡은 하선이 학교에서 귀신 울음 소리를 듣고 무서워하자, 지석은 무서움을 이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스캔 2고(SBS 오후 4시) ‘스캔2고’팀에 속해 있는 주인공 새찬과 친구들은 최강의 레이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드넓은 우주로 모험을 떠난다. 한편 그라오 입학 후 첫 훈련날, 교관인 다일은 새벽부터 훈련생들을 깨운다. 트레드는 다일이 훈련생들을 쫓아내기로 유명한 악명 높은 코치라고 충고해주고, 다일은 당장 혹독한 훈련에 들어간다.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여기 가장의 역할이 버겁기만 한 두 명의 남편이 있다. 한 명은 결혼 24년 차, 다른 한 명은 결혼 3년 차다. 결혼 24년 차 남편은 자신을 늘 채근하는 아내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밤 시간 대리운전을 시작했고, 결혼 3년 차 남편은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밤낮없이 계속되는 싸움에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데…. ●검색녀(OBS 밤 11시 10분) ‘Ref’ 멤버 이성욱은 활동 당시 소복 귀신과 조우했던 오싹한 경험을 털어 놓는다. 늦은 밤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을 가는 길에 어디선가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룸미러를 통해 소복 귀신이 보였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문희준은 영혼과 대화를 통해 해체시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국토부 차관급 하마평 무성

    청와대의 일부 부처 차관급 인사를 앞두고 국토해양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재임 기간이 1년 넘은 차관들이 대상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일각에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조만간 청와대의 차관급 인사가 이뤄지면 국토부에선 최대 2명이 용퇴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희국(행정고시 24회) 제2차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데다 최민호(차관급) 행복도시건설청장도 내년 4월 치러지는 초대 세종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청장은 행안부 출신으로, 차기 청장은 관례대로 국토부 몫이 될 예정이다. 물밑에선 벌써부터 적임자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부처 내에선 행시 27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재홍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과 이재붕 중토위 상임위원, 박기풍 기획조정실장 등이 모두 거론된다. 이 비서관은 2012여수엑스포 사무차장 등을 지냈으며, 올 5월 제1차관 인사에서도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충남 예산 출신으로, 대전 출신인 한만희 제1차관과 동향이라 지역 안배의 벽을 뛰어넘는 게 관건이다. 이 상임위원은 대변인과 4대강본부 부본부장을 지내 강점이 있으나 최근 10년간 중토위 상임위원에서 본부로 복귀한 인사가 단 1명뿐이라는 게 약점이다. 교통·해양쪽 몫인 제2차관 임명에서 이번에는 해양쪽 인사가 배려를 받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행시 26회인 주성호 물류항만실장이 1급 인사 가운데 거의 유일한 해양쪽 인맥이다. 부산 출신으로 해양정책국장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등을 거쳤다. 일각에선 행시 25회인 곽인섭(전 물류항만실장)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과 행시 23회인 홍순만(전 교통정책실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정일영(전 항공정책실장)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도 거론되지만 모두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은행권 연말 큰폭 인사할 듯

    은행권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초 은행장이 새로 부임한 곳들을 중심으로 조직 쇄신을 위한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한 은행도 있다. 64일간의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단행했던 SC제일은행에서는 대규모 명예퇴직이 단행됐다. 이 은행은 지난달 말 12명의 임원을 명퇴시킨 데 이어 연내에 8명을 추가할 방침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파업과 관련된 문책성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파장이 직원 인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SC제일은행 안팎에서는 연말에 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명퇴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조직 재편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일단 소매금융본부·기업금융본부·인사부·재무부 등 SC금융 본점 부서들의 하부 조직을 통폐합하거나 재편성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이다. 본점 직원 가운데 160여명은 고객 대면 업무로 재배치된다. 이들은 12월 말까지 운영되는 경력전환 프로그램을 거쳐 SC제일은행, SC증권, SC캐피탈, SC저축은행, SC서비스 등 자회사에 재배치된다. 우리은행에서는 임원 23명 가운데 7명의 임기가 연말까지다. 이순우 행장 취임 뒤 첫 정기인사여서 인사 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에서는 김정한 전 전무가 지난달 임기를 마쳤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인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행장이 각각 취임한 뒤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를 미뤄 왔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부행장 10명 가운데 3명의 임기가 연말에 종료된다. 하나은행은 부행장 9명 가운데 8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조직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과 협회에서는 수장 인사 일정이 남아 있다.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차기 사장 후보 인선이 한창인데, 서종대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등이 후보로 거명됐다. 이달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는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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