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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단체장 25시] 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3세 때 광복, 8세 때 6·25전쟁 발발, 고교 3학년 때 겪은 4·19혁명과 청년기 내내 이어진 군사독재. 45세가 돼서야 찾아온 민주화와 10년 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까지. 서울 25명의 구청장 중 최고령인 박홍섭(74) 마포구청장은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았다. 역동적인 삶이었지만 무대는 늘 마포였다. 조부 때 마포에 터를 잡았고 지금은 초등학생인 손자까지 이곳에 살고 있으니 5대째 토박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칠순을 넘긴 원로 구청장이지만 박 구청장의 구정 철학은 미래를 향해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새 시대에 대비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에 맞춰 구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신축하고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관련 교육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채로운 경험 덕에 갈등 조정 능력 키워” 박 구청장의 삶은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평생 전공인 노동 분야와의 인연은 1961년 성균관대 법학과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4·19혁명 직후였던 당시 법학과에 진학한 고(苦)학생들의 목표는 한결같았다. 사법고시를 통과해 법관이 돼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사시 대신 노동법을 홀로 팠다. “경제가 발전하면 노사 문제가 가장 큰 사회 이슈가 될 것”이라는 중·고교 은사의 조언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는 노동이라는 말만 꺼내도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었다”며 어려움을 떠올렸다. 박 구청장은 대학 졸업 후 1973년 노동계에 첫발을 들였다. ‘한국노총 조직부 차장’이 첫 직함이었다.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전태일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긴 지 3년 되던 해였다. 전 열사의 희생에도 노동운동은 반정부 운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단체교섭·행동권 등이 크게 제한돼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 시대가 오면 빛을 볼 것”이라고 다짐하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생의 변곡점은 불현듯 찾아왔다. 1980년 4월 ‘사북사태’가 단초가 됐다. 이 사건은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광부들이 어용노조의 행태와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하며 일으킨 노동항쟁이었다. 당시 노총 조직부장이던 그는 “사건 현장에서 광부들이 열악하게 살아가던 모습을 보고 감정이 복받쳐 참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한 신문과의 좌담회에서 탄광 노동자의 생활상을 영국 식민지 때 노동 착취당하던 인도 하층민의 모습과 비교하며 울분을 토했다. 상식적 발언이었지만 상식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가 문제였다. 노총 지도부에 미운털이 박힌 그는 1984년 서울 성수동의 한 문구 수출업체 직원들을 선동해 노동조합을 설립하도록 했다는 명목으로 조직 내에서 좌천됐고 이듬해 동료 4명과 함께 해직당했다. 조직 밖으로 나온 그는 198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처음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마포 갑 선거구에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보름간의 짧은 선거 유세. 결과는 낙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구민이 내게 2만 5000표를 안겨준 모습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읽었고 독재 정권의 생명이 다했음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는 국회의원과 구청장 선거에서 3번의 당선과 3번의 낙선을 경험했는데 지역은 모두 마포였다. 박 구청장은 1993년부터 5년여간 근로복지공사 사장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노동운동하며 근로자의 편에 섰고 공공기관 이사장을 하면서 사용자 입장도 돼 봤다”면서 “정반대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 경험 덕에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도 발끈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경력 덕에 그는 2002년 민선 3기를 시작으로 민선 5·6기 등 3선째 마포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갈등 조정에 능력을 발휘해 왔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일 없는 마포 만들 것” 마포는 서울의 어떤 자치구보다 뜨거운 동네다. ‘신홍합’(신촌·홍대·합정) 지역에는 젊음의 에너지가 넘친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651만명이 마포를 찾아 1조 685억원을 쓰고 갈 만큼 강북 관광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한때 쓰레기 매립지였던 상암동 일대와 서민 주거지였던 아현동 등에는 아파트가 빼곡하다. 구민들이 구에 바라는 요구가 다양해지고 외부의 관심 어린 시선이 쏠리는 만큼 구청장의 머리는 아플 듯했다. 박 구청장은 “정치와 행정의 궁극적 목표는 구민이 원하는 것을 채워 주는 것인 만큼 원칙대로 하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마포구가 2006년부터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구민들에게 주거·생활환경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마포구 사회조사 보고서’를 내온 것도 구민들의 바람을 알기 위해서다. 박 구청장이 세운 올해 최우선 정책 목표는 책 읽는 마을 만들기다. 마포에는 공공 도서관이 2곳밖에 없다. 인구가 약 40만명이니 인구 20만명이 도서관 1곳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 인구 4만명당 도서관 1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사회 조사 결과를 보니 지난해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우리 구민은 10명 중 2명뿐이었다”면서 “ 마포중앙도서관을 내년까지 건립해 독서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성산로 옛 마포구청 터에서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 5층(지하 3층) 건물로 2만 153㎡(6096평)에 달한다. 이 건물에는 중앙도서관뿐 아니라 청소년교육센터도 입주한다. 485석을 갖춘 열람실과 128석의 교육실 등을 만들고 30만권의 장서를 확보할 계획이다. 청소년교육센터에는 음악·미술·무용 등 특기적성, 영어, 진로직업 교육 등을 진행할 시설이 들어선다. 지역의 교육 여건 개선도 박 구청장이 안은 숙제다. “마포가 살기는 좋은데 교육 때문에 목동이나 강남으로 떠난다는 부모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마포 교육을 살릴 특색 있는 ‘킬러 콘텐츠’로 주목한 것이 ICT 교육이다. 그는 “지금은 문명이 바뀌는 시점인데 학교에서는 여전히 10~20년 전 가르치던 내용을 교육한다”면서 “지역 대학 등과 협의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벌여 아이들이 새 시대와 맞는 방식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서강대와 함께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지역 초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벌이고 청소년 등 구민을 초대해 교수,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 등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도 꾸준히 개최할 계획이다. 마포의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바라보는 관광 분야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반영해 효율성을 높인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마포관광진흥센터에는 관광업 종사 경험이 있는 실무자와 홍보·마케팅 전문가 등을 채용해 전문성을 갖추게 했다. 그동안은 구청 공무원들이 관광 전략을 주로 짰는데 짧게는 1년 단위로 인사이동을 하다 보니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웠다. 여행·숙박·요식업 종사자가 모여 관광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마포 관광포럼’을 확대해 가기로 했다. 또 스위스의 ‘등산용 칼’처럼 관광객들이 큰 부담 없이 사 갈 수 있는 마포의 대표 기념품을 개발해 판로를 뚫을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지방자치는 주민의 의사 표현과 참여가 핵심”이라면서 “주민들이 바라는 경의선 숲길 공원과 선형의 숲 조성 사업을 2년 남은 임기 내 꼭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혈세 수백억 쓰고 10년간 연구 실패…법원 “출연금 반납하라”

    10년간 326억여원의 정부출연금을 쓰고도 연구·개발 목표를 한 건도 달성하지 못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법원이 출연금의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출연금이 국민들이 낸 세금에 나온 나랏돈인 만큼 대학이 연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조한창)는 11일 해양수산부의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 서울대 산학협력단 단장 박모 교수가 해수부를 상대로 정부출연금 환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학협력단의 ‘해양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은 10년 동안 기술 이전이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액의 정부출연금을 사용하고도 연구·개발이 실패로 끝났을 때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적정한 수행과 정부출연금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 연구·개발 참여 단체와 책임자를 제재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04년 해수부로부터 신약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목표로 ‘현대인의 3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약 후보 물질 및 신기술 개발, 2013년까지 8건 이상 기술 이전’이 제시됐다. 사업 평가를 맡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2011년 중간평가에서 ‘데이터 누락’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을 심층평가 대상으로 분류했다. 심층평가에서도 낙제점인 60.7점(100점 만점)에 그치자 진흥원은 연구 목표를 ‘2개 이상 기술 이전’으로 낮췄고 마지막 연도 연구 개발비를 20억 8900만원으로 정해 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은 사업 종료 뒤 ‘실패’에 해당하는 57.7점의 평점을 받았다. 결국 10년간 투입된 326억 8000여만원의 출연금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됐다. 해수부는 최종 연도 출연금의 70%인 14억 6000만원을 돌려받도록 하고 연구 책임자인 강모 교수에게 ‘참여 제한 2년’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흥원이 연구 체계 개선 등을 요청했지만 산학협력단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체 출연비의 4.5% 정도를 환수한 처분은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코커스·프라이머리… 美대선, 그것이 알고 싶다

    코커스·프라이머리… 美대선, 그것이 알고 싶다

    각당 대의원 과반 지지 얻어야 후보 자격… 지지 후보자 안 밝힌 ‘슈퍼 대의원’ 변수‘정치 신인’ 오바마 아이오와서 승리 발판… 대세 가를 ‘슈퍼 화요일’ 12개 州서 경선 지상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인 미국 대통령 후보를 간택하는 과정이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진행되면서 후보 간 희비도 엇갈렸다. 하지만 미 대선 과정을 쉽게 알기는 어렵다. 대선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50개 주(州)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에 따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다른 까닭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키울 수 있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봤다. ●민주 2382명, 공화 1237명 대의원을 확보해야 미국은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뽑고 민주당과 공화당도 대통령 후보를 간접선거 방식으로 뽑는다. 각 주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이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경선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한다. 지난 1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를 필두로 오는 6월까지 각 주에서 경선이 실시된다. 민주당은 7월 25~28일, 공화당은 7월 18~21일에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각 당의 전체 대의원 과반이 필요하다. 당 전국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인구를 고려해 각 주에 대의원을 배분함으로써 전체 대의원 규모를 정하는데 전통적인 지지 지역에는 대의원을 더 많이 할당한다. 올해 민주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4763명, 공화당은 2472명으로 결정됐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2382명, 공화당은 1237명 이상 대의원의 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대의원 할당 방법은 당과 주에 따라 다르다. 민주당의 경우 모든 주가 득표율에 비례해 후보에게 대의원을 할당하지만 득표율 15%를 넘지 못한 후보는 대의원 확보 자격을 잃는다. 공화당은 주별로 제도가 다르다. 비례제를 택하는 주도 있지만 일부 주는 득표율 1위 후보에게 대의원을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거나 혼용하기도 한다. 단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몰려 있는 3월 첫째, 둘째 주에 경선을 치르는 지역은 비례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공화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준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해야 대의원 확보 자격을 부여하는 주가 있으며, 기준 득표율은 주마다 다르다. ●슈퍼대의원, 민주당 주류 영향력 강해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에서 선출된 대의원은 지지하는 후보가 정해져 있기에 ‘선언 대의원’이라고 불린다. 이들과 달리 당연직인 ‘비선언 대의원’ 또는 ‘슈퍼 대의원’은 전당대회 전에 미리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공화당에서는 전국위원회 위원이 비선언 대의원을 맡으며 민주당에서는 당 지도부, 주지사, 상·하원의원, 전국위 위원 등이 슈퍼 대의원으로 임명된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당연직 대의원 수가 많아 경선에서 당내 주류 세력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2008년 경선 초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버락 오바마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슈퍼 대의원을 확보해 오바마가 프라이머리와 코커스에서 선전했음에도 대의원 확보에 고전한 바 있다. 오바마는 경선 후반에 들어서야 충분한 슈퍼 대의원을 확보함으로써 당내지명권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올해도 클린턴은 현재까지 전체 712명의 슈퍼대의원 중 357명의 지지를 확보해 14명의 지지를 얻은 샌더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번에 공화당의 비선언 대의원은 207명이다. ●코커스는 ‘토론장’- 프라이머리는 ‘투표소’ 미국 대선 경선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로 나뉜다. 당원대회를 의미하는 코커스는 대부분의 주에서 당원만 참가할 수 있는 폐쇄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미네소타 등 일부 주에서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코커스에 참가해 투표할 수 있는 개방형 코커스를 채택하고 있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개방형, 준개방형, 준폐쇄형, 폐쇄형 등 네 가지 형태로 이뤄져 있다. 개방형은 본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유권자라면 당적이나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코커스나 프라이머리에 참가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준개방형은 다른 당에 등록되지 않은 유권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준폐쇄형은 당에 등록돼 있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선언한 유권자일 경우 참가할 수 있다. 폐쇄형은 당에 등록된 유권자만 참가 가능하다. 코커스는 각 주의 당에서 주관하는 반면 프라이머리는 주 정부가 관리한다. 코커스는 주로 일과가 끝난 저녁에 몇 시간에 걸쳐 이뤄지며 교회, 학교 체육관,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개최된다. 코커스에 참가한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해 토론을 한 뒤 투표를 한다. 당의 정강, 정책 등을 논의하기도 한다. 투표 방식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다르다. 공화당의 경우 유권자가 비밀투표로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당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각 후보의 득표율을 계산한 뒤 비례제 또는 승자독식제로 후보별 대의원 수를 정한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코커스가 열린 장소에서 지지 후보에 따라 그룹을 이루면, 당의 선관위는 각 후보의 지지자 수를 센 뒤 이에 비례해 군(county) 단위 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한다. 득표율 15%를 넘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다시 지지 후보를 정할 수 있다. 지난 1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는 마틴 오맬리 후보의 득표율이 15%가 안 되자 클린턴과 샌더스 지지자들이 오맬리 지지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설득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군 단위 당대회에서는 주 단위 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뽑고 주 단위 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전당대회에 나갈 대의원을 선출한다. 프라이머리는 본선 투표와 비슷하게 운영된다. 유권자는 주정부가 설치한 투표소에 가서 비밀투표로 지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한다. 투표시간은 주마다 다른 데 보통 오전 6~7시에 시작해서 오후 7~8시에 종료한다. 프라이머리는 주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주에서 선호한다. 현재 50개 주 중 초반에 경선이 치뤄지는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의원 수가 많이 배정된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37개 주는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아이오와·뉴햄프셔·슈퍼 화요일을 주목하라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미국 대선 경선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올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 할당된 대의원 수는 비선언 대의원을 포함해 민주당이 84명, 공화당이 53명으로 전체 대의원의 2%도 안 되는 규모지만 대선에 미치는 파급력은 숫자 그 이상이다. 초반 경선의 결과가 중후반 경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와 같은 정치 신인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선전하면서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 했다. 반면 해리 트루먼이나 린던 존슨은 현직 대통령이었지만 두 경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여 경선을 포기했다. 양당 후보들은 경선 승리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한다. 두 지역민의 환심을 사고자 선심성 공약도 내민다. 다른 주들도 이러한 이점을 누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경선 일자를 앞당기려 했지만 양당의 중앙당과 미국 언론들은 오랜 전통(아이오와는 1976년, 뉴햄프셔는 1952년)을 가진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만 ‘전국 최초’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에 관심이 쏠리는 날은 많은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이다. 보통 2~3월에 열리는데 올해는 3월 1일에 텍사스주 등 12개 주가 경선을 실시한다. ‘슈퍼 화요일’보다 경선을 치르는 주의 수는 적지만 선출하는 대의원 수는 비슷한 ‘제2차 슈퍼 화요일’(3월 15일)도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슈퍼 화요일 이전에는 어느 주에서 누가 1등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면, 슈퍼 화요일에는 어떤 후보가 얼마나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오피스텔 투자자들 마곡지구 ‘마곡역’에 관심…이유는?

    오피스텔 투자자들 마곡지구 ‘마곡역’에 관심…이유는?

    - 아파트 웃돈 1억원, 내년부터 대기업 본격 입주에 오피스텔 시장도 후끈- LG사이언스파크 최대수혜 마곡역 권역,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역’ 잔여분 계약 순항 아파트에 1억원 가량의 웃돈이 붙고 공급되는 단지들마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마곡지구. 이러한 마곡지구 내에서도 마곡역 권역에 위치한 오피스텔을 잡기 위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마곡지구는 주거, 상업, 업무, 산업단지, 공원 등을 갖춘 신경제 거점 특화도시로 개발되며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의 6배, 판교 테크노밸리의 5배 규모, 향후 상주인구 약 16만 명, 유동인구 약 40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업무지구로 개발이 한창이다. 2013년 마곡지구1~7,14,15단지의 일반분양 1차 청약 당시에는 곳곳에서 미분양이 속출했었다. 하지만 입주가 시작되자 집값은 상승세를 탔다. 분양가 4억2000만~4억4000만원이었던 마곡7단지 전용 84㎡는 분양가 대비 두배 가까이 올라 작년 10월 8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을 정도다. 아파트 시장과 함께 수익형 상품 공급도 흥행을 이어갔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된 오피스텔은 모두 100% 계약됐고 작년 공급된 오피스와 상가도 단기간에 계약이 완료되는 등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남아있는 마곡지구의 오피스텔에 대해 지금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마곡지구로의 대기업 이전이 본격화 되면서 풍부한 배후수요 유입이 기대되는 반면 오피스텔 추가 공급이 당분간 중단되면서 희소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LG사이언스파크 비롯 대기업들 줄줄이 입주마곡지구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 중견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LG사이언스파크(2017년 1차입주)를 비롯해 이랜드, 코오롱, 넥센타이어 등 40여개의 대기업 입주가 진행되며 이에 따른 유입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작년 말 20곳 이상의 중견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중견기업 전용 R&D센터 건립이 논의되는 등 향후 상주인구 약 16만 명, 유동인구 약 40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업무지구로 개발돼 풍부한 배후수요를 두게 된다. □ 신규분양 없어 경쟁력 높아... 마곡역 권역 최대 수혜처로 주목풍부한 배후수요 유입에 비해 신규 오피스텔 공급이 중단되면서 희소성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6월 서울시는 마곡지구 내 추가 오피스텔 용지 매각을 올해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현재 계약을 진행 중인 오피스텔을 제외하고는 향후 1년여간 오피스텔 공급이 사실상 중단될 전망이다. 마곡지구 부동산 관계자는 “마곡지구에 대한 일부 비관적인 입장과 달리 앞으로 기업들의 입주가 시작되고 LG사이언스파크가 입주하는 내년 경에는 오피스텔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곡역 권역의 경우 오피스텔 물량이 적고 LG사이언스파크와 최단거리로 풍부한 배후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잔여분을 선착순 계약 중인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역’ 오피스텔은 LG사이언스파크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 LG전자를 비롯해 2017년 1차 입주, 2020년 2차 입주가 진행되는 LG사이언스파크는 상근 종사자 수만 3만여 명에 달해 마곡역 일대 오피스텔은 가장 확실한 배후수요를 확보한 셈이다. 또한 단지 앞으로 호텔과 쇼핑센터, 마이스(MICE) 시설이 들어서는 마곡지구 특별계획구역(계획), 여의도공원의 약 2배 규모(50만㎡)로 조성되는 보타닉공원이 올해 완공 예정으로 자족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초역세권 입지로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공항철도 마곡역(2017년 개통예정)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올림픽대로, 김포한강로 등 주요도로를 통해 서울 도심권 및 인근 지역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전용면적 기준 19~42㎡, 총 475실로 구성으로 최저 1억4000만원대부터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계약금은 10%,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힐스테이트 에코 마곡역의 모델하우스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657-4에 위치한다. 문의 : 1566-7868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납기일 맞추면 수천억 인센티브”… 도크마다 불꽃이 튀다

    “납기일 맞추면 수천억 인센티브”… 도크마다 불꽃이 튀다

    지난 3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3도크(선박 건조 시설) 현장. 축구장 6배 크기에 달하는 이곳에선 5척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과 1척의 유조선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이 중 수문에 가까이 위치한 84K급 LPG 운반선 2척은 5일 진수(바다에 띄우는 작업)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의 통행로로 쓰인 엔진룸 측면만 덮으면 끝이었다. LPG 탱크를 싣는 배이다 보니 미세한 틈도 용납되지 않는다. 선체에 결함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엑스레이 필름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업도 거쳤다. 김태협 현대중공업 건조2부 팀장은 “지난 10주간 작업의 끝이 보인다”면서도 “외국 선주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인근. 세계 최초로 건조 중인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야말 1호’가 위용을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진수식을 마친 이 배는 북극해 시범 운항을 앞두고 의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길이 299m에 너비 50m 규모로 배 한 척을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선박 앞모습(선수)은 돌고래 모양처럼 생긴 일반 LNG선과 달리 스케이트 날처럼 날카로웠다. 얼음을 직접 깨면서 항해하기에 최적화된 구조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러시아 시베리아 북단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LNG를 운반하려면 두꺼운 얼음에도 끄떡없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14척의 쇄빙 LNG선을 추가로 건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사업장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인도 예정인 모호노르드 부유식 원유·가스 생산설비(FPU), 버가딩 프로젝트(고정식) 완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전남 목포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1만t급 해상 크레인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 해양 크레인으로 1만t에 달하는 중량물도 들어 올릴 수 있다. ●해양플랜트 내부에 ‘워룸’ 설치 대우조선도 올 상반기 인도가 집중된 해양플랜트 공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일일정산회의를 통해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일부 플랜트 내부에는 자체 ‘워룸’을 설치했다. 해양플랜트는 납기 안에 인도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기면 페널티를 문다. 오는 9월 인도 예정인 인펙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경우 납기일을 맞추면 3500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 부실 요인을 제거하면서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해양플랜트 사업장은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어딘가로 이동하는 작업자들과 트럭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여기저기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고 ‘위험 신호’를 알리는 깃발이 나부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올해 9건의 해양플랜트가 예정대로 인도된다면 회사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국내 빅 3가 1개월 내내 수주를 못 한 것은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2001년 10월, 2009년 9월 이렇게 두 차례다. 그래도 두 번 다 곧바로 원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는 과연 어떨까. 예년처럼 다시 정상적인 수주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지난달부터 강화된 환경규제(Tier3), 저유가로 인한 발주 지연, 최대 해운선사 머스크발 구조조정 여파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수주 환경이 어느 때보다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상선, 해양 동반 침체로 2009년 이후 최악의 시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수주 ‘제로’ 실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공격적인 수주 형태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전 세계에서 16척이 발주됐는데 이 중 10척을 중국이 싹쓸이했다. ●1980년대 日 실책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들은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국내 조선업계가 전열을 정비하고 내실을 다지면 2년 뒤 올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벌크선 등 일부 선종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그 외 LPG·LNG 운반선, 탱커,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크슨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LNG선 점유율은 68.9%(지난해 말 기준)로 압도적이다. 그러면서 1980년대 일본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 조선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을 때 일본은 대형 조선소를 폐쇄하고 인력 양성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 표준선형 정책을 도입한 까닭에 설계 인력을 키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전국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가 모두 다른 과로 통합되거나 폐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엔저 효과에 힘입어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해외에 ‘SOS’를 청하는 실정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불황이라고 절망감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1990년대 국내 조선사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 도크를 더 지은 것처럼 다시 찾아올 호황기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 해도 설계 등의 핵심 인재를 계속 키워 ‘인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발주가 없는 게 다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기존 해양플랜트 물량을 처리하면서 해양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새롭게 그려 나갈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배경에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설계·구매·시공(EPC) 일괄 도급 계약을 무리하게 맺은 데 있다. 설계 책임마저도 선주가 아닌 조선사가 지는 구조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시공 부문만 수주해 위험을 최소화했던 것처럼 국내 조선사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의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래도 믿을 구석은 마진이 높은 해양 쪽”이라면서 “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선을 넘어가게 되면 발주처에서도 본격적인 물량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유가 전망을 80달러 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주 물량이 그 전에라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수주 목표 초과 달성할 수도 올해 조선 3사의 수주 목표는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지만 모두 1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167억 달러로 가장 많고 삼성중공업 12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100억 달러(추정) 순이다. 보수적으로 접근한 목표치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변하면 초과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이제는 수주 과정에서 국내 3사 간 과당 경쟁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부가가치 선박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배 건조 기술은 우리나라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도 국내 조선사들이 자기네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통에 저가 수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양종서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의 가장 큰 ‘적’은 외부(중국)가 아닌 내부(빅 3)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올해와 내년을 잘 버티면 국내 조선업의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송파 문정지구 첫 관문에 위치한 브랜드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

    송파 문정지구 첫 관문에 위치한 브랜드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

    - 송파 문정지구 시작되는 첫 관문 핵심입지- 약 축구장 3배 규모의 근린공원과 탄천에서 누리는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 총 56만㎡ 규모로 개발되는 송파 문정도시개발지구가 신흥 업무지구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수서발 고속열차인 SRT 개통을 비롯해 문정 법조타운 완공이 가시화되면서 이 일대가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 특히 강남권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 드문데다 사업들이 빠른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송파 문정지구 첫 자리 프리미엄에 2만여㎡ 크기의 녹지까지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미래형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10-4,5,6,7블록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있다. 분당~수서간 도로에서 이동 시 문정지구내 첫번째 단지로 최고의 입지에 위치한다. 문정법조타운과 문정미래형업무지구, SRT 수서역도 가깝다.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는 지하 4층~지상 14~18층 2개동 규모로 오피스텔 464실과 오피스 264실, 67개 상업시설이 한 단지를 이루고 있다. 지상 1~2층은 상업시설이고 오피스와 오피스텔을 각각 1동씩 분리배치 했다. 오피스는 지상 3~14층, 오피스텔은 지상 3~18층에 들어선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1㎡ 448실, 34㎡ 16실로 구성된다.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는 투자 선호도가 높은 원룸타입의 소형면적(21, 34㎡)으로 설계했다.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관과 복도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수납 공간을 배치했다. 일반 오피스보다 10cm 더 높은 2.4m 설계로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입주자의 편의를 위한 냉장 냉동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천장형 냉방기 등 빌트인 가전제품이 제공된다. 단지 지하1층에는 휴게실, 코인세탁실, 무인택배실, 대형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세대수납창고 등 입주민 편의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 서울외곽순환도로와 분당~수서간고속화도로 등이 가까이 있는 등 편리한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특히 분당~수서간도로에서 문정지구로 연결하는 진입로 개설(예정)로 접근성은 더욱 좋아진다. 단지 내 조성되는 섹션오피스(264실)의 배후 주거지 역할뿐 아니라 문정법조타운과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문정미래형업무지구 핵심 입지에 위치해 있어 관공서 직원과 기업 근로자를 배후 수요로 두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쾌적한 주거환경도 장점이다. 단지 서쪽으로 2만여㎡ 규모의 근린공원이 조성되고 공원 옆으로는 탄천이 흐르고 있어 자전거나 조깅, 산책하기에도 좋다. 특히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는 문정지구에서 유일하게 탄천이 조망되는 단지로 공원 조망 프리미엄도 기대된다. ▣ 수서발 고속열차 SRT 8월 개통 등 대규모 개발 ‘순풍 돛’ 달다송파구 문정지구의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을 하고 있다. 우선 수서발 고속열차인 SRT가 오는 8월에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새로 신설되는 고속철도 구간은 수서에서 평택까지 61.1km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동탄과 판교, 분당 등 수도권의 교통 편의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수서발 SRT가 개통되면 서울 송파 수서역에서 경기 평택 지제역까지는 2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해진다. 문정지구는 SRT 뿐만 아니라 미래형업무단지와 법원, 등기소, 검찰청 및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문정 법조타운 입주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문정지구 미래형업무단지 내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올해부터 속속 입주를 시작해 기업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문정 법조타운은 지난 2005년 6월 추진이 결정된 이후 8년 6개월 만인 지난 2013년 연말에 공사를 시작해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문정 미래형업무단지 및 문정 법조타운과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은 고용창출 효과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준공된 동남권 유통물류단지도 3만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업무단지, 법조단지가 완공되면 문정역 일대는 예상 상주인구만 3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준공이 되는 제2롯데월드와 26년 만에 리모델링을 하는 가락 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른 고용 효과는 각각 2만명이 예상된다. 최근 문정지구는 대형 개발호재를 하나 더 만났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세종시 장군면을 잇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대표적인 수혜지로 송파구 문정지구가 꼽힌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 경부선과 중부선의 혼잡구간이 60% 정도 감소해 서울~세종간 통행시간은 7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문정지구는 교통난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도로를 따라 물류 허브는 물론 신흥 주거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힐스테이트 에코 송파 분양 관련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hillstate-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양 홍보관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51-4, 2층(지하철 8호선 문정역 2번 출구)에 위치한다. 문의 (02-6081-0425)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설 앞두고 월동 배추 수확 한창

    설 앞두고 월동 배추 수확 한창

    설을 앞둔 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의 배추밭에서 명절 대목에 팔 월동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진도 연합뉴스
  •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 “北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지 말라”

    여야 정치권은 3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북한에 대해 한목소리로 즉각적인 중단 및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북한이 4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지 한 달여 만에 미사일 발사로 또다시 국제사회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면서 “만약 도발을 감행한다면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을 언급하며 “북한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오판을 저지르지 않도록 중국은 설득 노력과 함께 안보리 제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번 북한의 핵실험 때 국제사회의 경고 조치가 미약했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가 말만이 아닌 제대로 된 제재를 해서 다시는 무력 도발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전술핵 배치와 관련, “핵을 살 수만 있다면 사서라도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화 요구에 호응할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한반도 및 국제적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위”라며 “정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한반도의 긴장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북한의 즉각적인 중단과 남북대화 재개를 동시 요구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北 미사일 발사로 자멸 재촉할 텐가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 예고로 동북아에는 또다시 긴장의 격랑이 일고 있다. 북한은 그제 국제해사기구(IMO)를 비롯한 관련 국제기구에 오는 8~25일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인공위성을 빙자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겠다는 속셈이다. 설령 북한이 진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해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므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기술 사용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이런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자멸의 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김정은 정권의 무모함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 혹독한 대가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움직임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장거리 미사일 도발까지 목도한다면 더이상 북한을 두둔할 명분도 이유도 없게 된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도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강성대국’ 치적을 안팎에 과시하려는 김정은의 허황한 욕심일 수도 있겠고, 국제사회의 어떠한 제재 위협에도 끄떡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전격 방북 시점을 노려 공표했다는 점에서 협상전술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유가 어찌 됐든 장거리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다면 그 찰나의 환호성은 얼마 안 가 탄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위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대를 17m 정도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1만 3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물체도 500㎏까지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다면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해 워싱턴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여서 북핵은 이제 가상의 위협이 아닌 실체적 위협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탄과 성명 등 선언적 경고만으로는 결코 북한을 멈춰 세울 수 없다. 국제사회가 단호하고도 일치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 때마침 방북한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정상회담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는가. 중국은 이번에야말로 북한을 설득해 미사일 발사를 중지시켜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길이다. 북한도 자멸을 재촉하는 악수(惡手)를 거둬야만 할 것이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만화가 이현세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만화가 이현세

    갓 태어나서 큰집에 양자로 갔다 10대의 나는 연좌제에 떨었다 20대의 나는 까치였다 30대의 나는 최고 작가였다 40대의 나는 영화를 말아먹고 심의·검열과 싸웠다 50대의 나는 내 시대는 갔다고 생각했다 60대의 나는 웹툰을 배웠고 처음 신인상도 받았다 70대의 나는 동화를 쓰고 싶다 20년 동안 ‘삼촌’과 ‘숙모’로 알아 왔던 분들이 실제로는 나를 낳아 준 사람들이었다. 나 자신의 우둔함에 질식할 것 같았고, 아무 말도 안해준 식구들이 야속했다. 방황하기를 한 달여, 그 숙모가 조용히 말했다. “친자식에게 더운 밥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인 나만큼이나 아프겠니. 나를 봐서라도 이래선 안 된다.” 어머니는 눈빛으로 아들의 마음을 읽으셨던 것이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박찬호가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자기가 이긴 게임에서 던진 공들, 경기장 입장권을 다 갖고 있는 친구예요. 미국 생활에서 여러 번 위기가 왔는데, 그때마다 자기 자신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서 포기를 못했다더군요.” 화실 창가에 놓인 박찬호 투구 모습 모형(피규어)을 유심히 들여다보자 그가 말했다. 그는 박찬호를 매우 좋아하고, 또 친하다고 했다. 그의 등번과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사러 미국 LA 다저스 구장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자기를 정말 사랑합니다. 자유, 독립, 자존이라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3가지 가치를 가장 확실히 실현한 친구죠.” 그건 어떻게 보면 자신과 닮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화실. 이현세(60) 만화가는 아무런 준비 없이 평소처럼 앉아 있었다. 눈가의 주름과 희끗희끗한 머리만 빼면 영락없는 ‘까치’였다. -‘현세는 자기 아버지가 누군지 아직 모르나 봐요.’ 친척들이 하는 나직한 수군거림이 대형 스피커 음량으로 내 귀에 꽂혔다. 경주 시내로 나가 재수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20년 동안 ‘삼촌’과 ‘숙모’로 알아 왔던 분들이 실제로는 나를 낳아 준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참석한 문중 시제(時祭). 엄마와 숙모, 누나들 모두 나에게 비밀로 해 왔던 ‘천기’를 집안 어른들이 누설하고 말았다. 내가 갓난아기 때 큰집에 양자로 들어갔고, 생부는 내가 아홉살 때 돌아가신 삼촌이었다는 사실. 나 자신의 우둔함에 질식할 것 같았고, 아무 말도 안 해준 식구들이 야속했다. -수험서를 덮고 매일 술만 마셨다. 왜 그렇게 20년을 꽁꽁 숨겼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혼자서 끙끙 앓으며 방황하기를 한 달여. 어느날 밤 술에 취해 ‘숙모’의 품에 안겨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그 숙모가 조용히 말했다. “친자식에게 더운 밥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인 나만큼이나 아프겠니. 나를 봐서라도 이래선 안 된다.” 어머니는 눈빛으로 아들의 마음을 읽으셨던 것이다. -그 일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대학을 포기하고, 만화의 길을 걷기로 했다. 혼자서 서울로 왔다. 경주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서울은 또 달랐다. 생활은 만만치 않았고 정착할 곳도 찾아지지 않았다. 문하생으로 받아 달라고 무수한 만화작가 화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내가 제법 ‘성공’을 한 뒤 그분들 중 한 분을 뵀는데 “눈빛에 반항기가 줄줄 흘러 부담스러웠다”고 당시 얘기를 하셨다. 처음 자리잡은 곳은 순정만화로 유명한 나하나 선생님 화실이었다. 그다음은 개그만화의 하영조 선생님 화실. 액션만화를 추구했던 나에게 두 분 선생님과의 작업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순정만화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미학과 개그만화의 익살맞은 표정 연기 등이 합쳐져 까치를 비롯한 내 만화의 등장인물 라인업이 구축될 수 있었다. -분단의 비극을 오롯이 간직한 우리 집의 가족사를 떼어 놓고는 나와 만화를 말할 수 없다. 일제 때 만주에서 살던 할머니는 해방 직후 서른 언저리에 아들 셋을 데리고 경북 울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향이라고 해도 먹고살 게 없었다. 얼마 후 둘째 아들은 “내가 돈 벌어 오겠다”며 다시 만주로 나갔다. 그러다 38선이 그어지면서 둘째는 졸지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6·25가 터지고 북한 인민군이 남쪽까지 밀고 내려오면서였다. 둘째는 인민군이 돼 나타났다. 형제가 어울리는 모습이 마을 사람들 눈에 띌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인민군이 퇴각한 후 첫째 아들이 괴뢰군 부역자로 몰려 헌병대에 끌려갔다가 죽임을 당했다. 큰아들은 처형되고 둘째 아들은 월북. 할머니는 차라리 만주에 계속 있는 게 나았다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1956년 셋째 아들의 장남으로 내가 태어났다. 할머니는 나를 큰며느리에게 양자로 보냈다. 종가의 대를 잇기 위해서였다. -우리 일가는 내가 태어나기 전 전쟁 직후에 흥해(현재 포항시 북구 흥해읍)로 터전을 옮겼다. 부역자 가족이란 딱지를 달고서 울진에 계속 머물 수는 없었다. 길러 준 어머니는 잡화점을 냈고, 낳아 준 아버지는 자갈땅을 사서 밭을 일궜다. 그 덕에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됐을 때 ‘삼촌’이 경주역의 기차 수리 공장에 취직했다. 어느 날 삼촌에게 “크레파스를 사 달라”고 졸랐다. 선뜻 돈을 주셨다. 하지만 나는 극장에서 서부영화를 보고 만화책을 빌려 보느라 그 돈을 다 써 버렸다. 다음날 저녁 삼촌이 집에 들러 새로 산 크레파스로 그림 한번 그려 보라고 하셨다. 엉겁결에 나는 “저한테 돈 주겠다고만 하시고 그냥 가셨잖아요”라고 둘러댔다. 삼촌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가 착각했다”며 다시 돈을 주셨다. 아들이 거짓말하는 걸 다른 가족들이 알게 되는 게 싫으셨던 것이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음날 수업을 받는데 작은누나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교실로 왔다. 아버지가 일하던 공장으로 뛰어갔는데 할머니와 큰어머니, 숙모가 통곡을 하고 있었다. 앞에는 아버지가 하얀 무명천에 덮여 누워 있었다. 전기 감전이라고 했다. 삼일장 내내 나는 학교에 있었다. ‘삼촌은 나를 거짓말하는 아이로 알고 돌아가셨겠구나’ 생각하니 죄스럽기도 했지만, 억울하기도 했다. 10여년 후 그가 나의 진짜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게 그 일이었다. -학교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그럭저럭 공부를 잘해서 지역 명문인 경주중에 입학했지만 줄곧 형사들의 감시 속에 살았다. 연좌제에 걸려 인생이 막혀 있다는 생각이 점차 커져 갔다. 경주고에 들어가면서 원래 좋아했던 술이 더 잦아졌다. 방과 후에 당시 경주오거리에 있던 막걸리집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열성이었던 건 미술부 활동이었다. 고1 때 유도에 빠져 2학년 때는 경북 대표로 전국체전까지 나가기도 했지만, 미술만큼은 아니었다. 특히 스케치는 어렸을 때부터 꽤 소질이 있었다. 미대 진학을 유일한 길로 생각했다. 연좌제의 공포가 나를 더욱 미술로 몰아갔다. 그러나 미대 입학원서를 쓰기 위해 안과에 가서 색맹검사를 했더니 색약 판정이 나왔다. 그때는 왜 그렇게 색약에 대해 엄격했는지. 당시 입시제도하에서 나는 미대 지원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유신과 군사정부 치하에서는 노래나 영화가 그렇듯 만화에 대해서도 검열이 심했다. 이를테면 갈등이 증폭되는 스토리나 격투 장면 같은 게 들어가는 그림은 허용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액션만화를 보면 커서 데모를 하기 쉽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스포츠 만화로 방향을 돌리고 ‘공포의 외인구단’을 처음 내놓은 것이 1982년. 26세 때였다. -내가 만화를 그리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캐릭터다. 날 대신해 움직여 줄 수 있는 아바타만 구현하면 그다음부터 소재나 스토리는 부차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스토리 궁핍을 느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 낸 게 필생의 캐릭터인 ‘까치 오혜성’이다. 한(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의지로 부딪쳐 결국 파괴되는 인간이랄까. 가족사 때문에 트라우마와 핸디캡에 시달려야 했던 성장기의 아픔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기도 하다. -‘공포의 외인구단’ 이전에도 나는 대본소(만화방) 시장에서 꽤 인지도 있는 작가였다. 하지만 외인구단은 기존 작품과 차원이 달랐다. 어린이 만화만 있던 시절, 극단적이고 상처투성이인 주인공 영웅이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고난에 시달리다 결국 이를 극복하지만 최후에는 처절히 파멸하는 이야기의 만화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대략 한 달에 한 권씩 2년간 30권을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본소의 맨 앞칸에는 언제나 외인구단이 자리잡았다. ‘까치’를 이름으로 내건 만화방들이 속속 생겨났다. -나이 서른 전에 최고액을 받는 작가가 됐는데, 권투(‘지옥의 링’)든 시대극(‘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이든, 페미니즘(‘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이든 뭘 그려도 잘 팔렸다. ‘남벌’은 서울대 신입생들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하나로 선정됐다. 만화가 뜨니 나도 스타가 됐다. 맥주 등 광고 CF에까지 나올 정도였다. 돈도 정말 많이 벌었다. 돈이 나를 거쳐 밖으로 흘러나가는 게 문제였지만. 마흔을 갓 넘긴 1997년부터는 세종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나의 40대는 ‘전쟁’의 시기였다. 첫 번째 난관은 1996년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아마게돈’의 대실패였다. 한동안 영화계에서 최고의 손실액 기록을 보유했을 정도다. 총감독으로서 투자를 담당했던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손해를 많이 봤다. 돌이켜보면 그건 영화도 아니었다. 영화 문법도 모르는 총감독의 오만과 무지 탓이다. -두 번째 난관은 ‘천국의 신화’ 필화 사건이다. 대하 역사물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서른 살 때였다. 미국에 가서 광활한 그랜드캐니언을 마주하고 나니 ‘내가 왜 스포츠 만화나 그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여년간 ‘환단고기’ 등 역사서들을 공부하고 ‘100권’을 목표로 1996년 1부 3권을 내놨다. 그러나 2년 뒤 청소년 음란물 시비로 검찰에서 기소하고, 법원이 3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터무니없는 심의와 검열에 내가 고개를 숙이면 어느 작가가 이겨 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최종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은 6년이 흐른 뒤였다. 당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1남 2녀)이 끝까지 아버지를 믿어 준 데 대해 지금도 고마움이 크다. -50대가 되니 세상이 많이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예전의 인기 만화 작가 ‘이현세’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엔 ‘내 시대는 갔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지만 이게 당연한 세상의 섭리 아닌가.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그려 큰 인기를 얻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두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표현이 좀 과한가?(웃음) 완벽하다고 여긴 작품은 없다. 그리고 원래 나는 ‘옥에 티’가 많은 작가다. ‘공포의 외인구단’에도 같은 사람인데 야구 글러브가 왼손, 오른손 바뀌어 그려진 장면들이 있다. 나는 쓰레기통 속에서 수많은 ‘가짜 꽃’을 피우다가 언젠가는 한 송이 진짜 꽃을 피우는 게 작가라고 여긴다. 내 작품은 아직도 쓰고 구겨서 쓰레기통에 집어던질 습작의 연장선상이다. 난 천재형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부모님께 극단적인 집중력과 낙관주의를 물려받았다. 한창때는 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하루이틀 꼬박 밤을 새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덕분에 마감은 종종 늦었지만 펑크를 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남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어떻게 배가 고프고 화장실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얼마 전부터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천국의 신화’ 6부를 시작했다. 남녀노소 다 볼 수 있도록 수위를 조절했지만, 나로서는 무척 감사한 일이다. 작년 말에는 네이버에서 ‘웹툰 신인상’까지 받았다. “60 평생에 처음으로 신인상을 받았다”고 하니 후배 작가들이 다들 자지러졌다. -지금 연재 중인 천국의 신화는 10년 정도 더 해야 한다. 6부는 고조선 멸망으로 끝난다. 이후 여러 민족들이 군웅할거했던 시기를 지나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예정이다. 그 뒤에는 나도 70대가 된다. 그때는 동년배를 위한 동화를 그리고 싶다. 아니면 손주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큰아이가 30대 후반인데, 이 녀석들이 셋 다 결혼을 안 했다는 거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만화가 이현세(60)씨는 한국 만화의 ‘오늘’을 있게 한 대표적인 작가다. 1979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데뷔한 그는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 운명에 맞서는 열정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역동적인 그림체로 선보여 만화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나이 불과 26세였다. 이후 ‘지옥의 링’(1985), ‘야수의 전설’(1985),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1988), ‘아마게돈’(1988), ‘블루엔젤’(1989), ‘폴리스’(1992), ‘남벌’(1994), ‘천국의 신화’(1997) 등 히트작과 문제작을 내놓으면서 ‘불온’과 ‘미숙’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만화를 대중문화의 중심부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초로(初老)의 나이에도 ‘천국의 신화’ 6부를 웹툰에 연재하는 여전한 ‘현역’이다. ▲경주중·경주고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1997~) ▲한국만화가협회 회장(2005~2007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2009~2012년)
  • “고음악은 무대에 선 연극배우 말하기의 예술 같기도 하고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고음악은 무대에 선 연극배우 말하기의 예술 같기도 하고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오늘 ‘우리 시대으 바로크’ 공연  “음악 한다 하면 다 조성진, 사라 장처럼 반짝이는 솔리스트를 꿈꾸지, 조연은 되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저야 제가 선택한 악기니 반주 역할이라도 꾸준히 했죠. 그러다 보니 사명감이 생기데요. 그게 벌써 40여년이네요.”  1979년 피아노를 전공하던 한 여대생은 독일문화원에서 낯선 악기를 만났다. 14세기에 만들어진 피아노의 전신으로 건반악기지만 악기 내부에서는 하프나 류트처럼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하프시코드(쳄발로)다. 국내에 하프시코드가 고작 2~3대 있던 시절이었다. 유신으로 학교 안팎이 어지럽던 때 여대생은 이 낯선 악기에 운명을 걸기로 했다. 국내 하프시코드 1세대인 오주희(59)씨 얘기다. ●하프시코드는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 “제 체구가 작아서 피아노는 ‘열정 소나타’라도 한번 치면 드러누울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프시코드는 아담하고 차분한 것이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듯 관객들에게 말을 걸 수 있겠더군요. 화성과 리듬의 뼈대를 잡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리더 타입은 아닌데 없을 때는 새삼 존재감이 드러나는 공기 같은 존재, 약방의 감초랄까요. 저와 비슷했어요(웃음).” “선생님 말씀대로 고악기의 매력은 무대에 선 연극배우를 떠올리면 돼요. 무대 위 배우의 다양한 발성, 즉흥성과 맞닿아 있거든요. 그래서 고음악은 ‘말하기의 예술’(art of speech) 같아요. 특히 바로크 바이올린에서 쓰는 거트현(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은 자세나 가하는 압력이 조금만 달라도 변화가 곧장 나타나기 때문에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할 수 있죠.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고 할까요.” 지난 2일 오주희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만난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 사토 슌스케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토는 요즘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4일 금호아트홀의 ‘우리 시대의 바로크’ 시리즈 공연의 첫 주자인 두 사람은 이날 바흐의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연습이 한창이었다.  두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쥔 사토는 열 살 때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데뷔할 정도로 모던 바이올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독일의 엘리트 음악 코스를 거치며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노선을 바꿨다. 2010년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국제콩쿠르에서 2위 수상과 동시에 관객특별상을 수상하며 고음악계에서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현재는 고음악 연주단체인 콘체르토쾰른, 네덜란드바흐소사이어티에서 악장으로 활약하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음악원에서 바로크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다. ●고음악 연주할 때 살아 있는 음악 깨달아 “모던 바이올린을 하면서는 늘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바흐는 ‘고귀하고 깔끔하게’ 연주해야 한다는 식으로 통상 기대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거기에 동의할 수가 없더라고요. 바로크 바이올린과 만나면서 비로소 클래식도 아름다움뿐 아니라 낯설고 충격적인 면, 추한 면 등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국경과 세대, 시대를 넘어 두 사람은 “고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곡자와 연주자가 분리된 게 20세기 초부터예요. 특히 요즘 현대음악 작업하는 걸 보면 작곡자가 연주자 위에 서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하는 이상한 위계질서가 생겼어요. 하지만 바로크 음악은 작곡가가 최소한의 지시만 하면 그 안에 느낌은 연주자가 채워 넣어요. 재즈 음악처럼 정답은 없어요. 그래서 고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음악이 살아 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사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리즈, ‘슈가맨’서 15년 만에 무대…‘그댄 행복에 살텐데’ 열창

    리즈, ‘슈가맨’서 15년 만에 무대…‘그댄 행복에 살텐데’ 열창

    가수 리즈가 15년 만에 무대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밤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는 김범수와 김태우의 대결이 그려졌다. 이날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유희열팀의 슈가맨 가수 리즈의 등장이었다. 리즈는 ‘그댄 행복에 살텐데’를 부르며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뽐냈다. ‘그댄 행복에 살텐데’는 2002년 발표된 곡으로, 이별 후의 마음을 구구절절한 가사와 애절한 리즈의 목소리로 풀어내 발표 당시 큰 인기를 누렸다. 리즈는 “노래하다가 실신할 뻔했다”며 15년 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또 리즈는 “활동 당시 신비주의가 한창 유행했다. 김범수와 함께 얼굴 없는 가수를 하다가 김범수씨는 얼굴이 생기고 저는 아직도 얼굴이 없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범수가 부른 ‘2016 그댄 행복에 살텐데’는 R&B 팝 발라드였던 원곡에 하림의 아이리쉬 휘슬과 현악 사운드가 가미돼 웅장하고 팝적인 느낌으로 재해석됐다. 특히 애절하면서도 폭발적인 김범수의 무대에 리즈는 “전율이 나더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감탄했다. ‘슈가맨’은 대한민국 가요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 매주 화요일 오후 JTBC에서 방송한다. 사진·영상=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네이버tv캐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소두증에 특효”… 공포 팔아 돈 버는 사람들

    흙침대 업체는 “흙 속 효소 도움” 광고… 지카바이러스 ‘공포 마케팅’ 눈살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 공포’가 국내외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이를 이용한 그릇된 상술이 나타나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한방병원은 소두증 특효약이라며 자사 제품을 소개했다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서울 양천구의 A한방병원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자기 병원에서 처방하는 ‘인지탕’이 소두증에 특효가 있다고 소개했다. 두뇌 발달이 늦어지는 신생아에게 인지탕을 처방하면 뇌 발육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또 “인지탕 치료는 소두증 환자들의 인지 개선에도 유효성을 보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치료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비판글이 이어졌다. 한의대 학생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인지 능력이 개선된다는 근거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느냐. 만약 근거가 없다면 이런 광고는 없어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A병원 원장은 “소두증 자체를 치료한다고 소개하면 그건 사기꾼이 맞겠지만 우리는 그런 게 아니다”라며 “소두증 환자의 인지 능력 회복을 위해 한방 치료를 하는데 우리 처방이 그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하고 글을 삭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9일 A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관할 보건소에 고발했다. 한의사협회는 “현재 소두증 자체를 치료하는 방법은 한의학과 서양의학 모두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동래구에 있는 한 흙침대 회사도 지카바이러스를 앞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이 흙침대를 쓰면 지카바이러스를 포함한 유해 병원균으로부터 저항력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 나섰다. 이 업체는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지카바이러스 발생지에서 전신마비를 일으키는 길랭바레증후군 환자도 늘고 있다”며 “(이 흙침대를 이용하면) 유해 미생물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자연의 품에 눕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며 매트, 장판 등을 판매하는 한 맨땅요법 용품업체도 홍보 문구에서 지카바이러스를 언급했다. 이곳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지카바이러스? 소두증? 자연 면역력이 답이다’라는 글에서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 문제가 됐을 때도 언급했지만, 답은 역시 자연 면역력에서 찾아야 한다”며 “자연 면역력을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맨발로 맨땅을 밟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성세환 BNK금융 회장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성세환 BNK금융 회장

    영업통 부지점장 80명 뽑아 외부서 숨은 고객 찾게 할 것 모바일은행 ‘썸뱅크’ 새달 출시 “지난해 말 경남 김해시 소방서장을 만났어요. 공단이 잔뜩 몰려 있다 보니 전국에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가 김해시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화재 발생률이 적었대요. 가동을 안 하는 공장이 많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았다는 얘기죠. 올해도 대내외 악재들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비가 오기 전에 주춧돌이 젖은 것을 보고 우산을 미리 펼치는 전략(礎潤張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세환(64) BNK금융그룹 회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언급했다. “지역은행 특성상 중소·제조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부산·경남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BNK금융은 그래서 미리 우산 펼치는 작업에 한창이다. 성 회장은 “자산을 키우면 리스크도 같이 증가한다”며 자산 성장보다는 순익 확대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했다. 최대 자회사인 부산은행만 하더라도 올해 자산 확대 규모를 2조 2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자산(56조 5000억원) 대비 4%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이다. 반면 BNK금융 전체 순익 목표액은 54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모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런데 말처럼 ‘실천’이 쉽지 않다. 성 회장은 소매금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가 얘기하는 소매금융은 가계대출을 포함해 10억원 안팎의 자영업자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등이다. 성 회장은 “수백억원 단위의 기업대출보다 2억, 3억원짜리 소매대출이 예상손실을 다 포함해도 수익률이 더 높다”며 “소매대출은 예·적금 상품이나 펀드, 보험 등의 교차 판매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 회장은 올해부터 영업점에 리테일영업팀장(BRM) 직제를 도입했다.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영업을 뛰는 ‘아웃바운드’(외부) 조직이다. 대형 시중은행에서는 퇴직을 앞둔 고참 행원들이 주로 맡는 업무이지만 성 회장은 각 지점에서 영업통으로 꼽히는 부지점장 약 80명을 차출했다. ‘역발상’이다. 그는 “은행이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고객을 발굴할 수 있고 예비 지점장들이 최일선에서 영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업구역(부산·울산·경남)을 넘어 점포를 확대할 수 없는 지역은행의 한계점은 모바일 전문은행으로 극복할 생각이다. 성 회장은 “오는 3월 BNK금융 최대주주인 롯데그룹과 함께 모바일 전문은행 썸뱅크(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썸뱅크는 ‘밀당’처럼 설렌다는 의미와 금융 서비스의 편리한 장점이 결합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 회장은 “3월 비대면 계좌 개설과 중금리 대출을 시작으로 5월에는 2단계로 여러 제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멤버십 포인트인 ‘L포인트’나 롯데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L페이’와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의 전국 7000개 영업점 중 5000곳에 썸뱅크 전용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할 계획이다. BNK금융의 소형 영업점인 셈이다. 성 회장은 시중은행 간 과당 경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역에 내려와 대출금리를 후려치며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형 은행은 덩치에 맞게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금융산업이 건전하게 상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한국형 발사체 도전하는 나로우주센터를 가다

    한국형 발사체 도전하는 나로우주센터를 가다

    독자기술 올해 본격 시험 시작 “2021년까지 달 착륙 목표”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로 반드시 달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험용 우주로켓이 내년 12월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여기에 장착될 75t급 엔진 시험이 다음달부터 본격화된다. 75t급 로켓 엔진은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번째 작품이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2013년 1월 30일 2전 3기의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한 지 3년 만인 지난 1월 28일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다. 이날 여수와 고흥 일대에는 아침부터 많은 양의 겨울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당초 오후 6시에 예정됐던 7t급 액체엔진 연소시험은 한 주 연기됐다. 하지만 내년 12월 우리 손으로 개발한 75t급 액체엔진을 장착한 2단형 시험발사체 성공을 위해 우주센터의 연구원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2010년에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2021년 3월까지 총예산 1조 9572억원이 투입돼 지구 저궤도인 600~800㎞ 상공에 1.5t급 실용위성을 올려놓고, 달탐사 로버를 달까지 내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한국형 발사체는 1~3단 로켓 모두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는 본격적인 엔진 상세설계와 연소시험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75t급 엔진 시험이 완료되면 나로호처럼 2단형 시험발사체를 만들어 내년 12월 나로우주센터에서 성능을 점검하게 된다. 이를 통해 75t급 액체엔진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2019년 12월과 2020년 6월에 3단으로 구성된 한국형 발사체가 우주로 올라가게 된다. 우주센터를 찾은 이날도 75t, 7t급 액체엔진 개발과 성능시험이 한창이었다. 특히 3단에 장착되는 7t급 액체엔진은 지난해 12월 초 ‘100초 연소시험’에 성공해 사실상 3단 로켓기술을 확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핵심인 75t급 액체엔진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안정 연소’다. 불안정 연소는 연료가 완전히 연소되지 못하는 현상으로 로켓에 영향을 줘 목표 고도에 올라가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개발진이 지금까지 애먹었던 75t급 엔진의 불안정 연소 문제도 잡혀 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 12월 시험발사를 목표로 차분하게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우주 선진국들도 최초 개발한 발사체가 성공할 확률은 33%에 불과하다”며 “예정 발사 시기를 맞추는 것은 도전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현재 기술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노회찬 “창원 출마… 영남 진보벨트 복원”

    노회찬 “창원 출마… 영남 진보벨트 복원”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가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을 떠나 경남 창원 성산에서 출마한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31일 “노 전 대표가 당 차원의 전략 후보 결정을 어제 수용했다”며 “영남의 진보벨트 복원에 나서 달라는 지역의 요구와 진보 정당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곳을 되찾아오겠다는 심상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다. 창원 성산은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노조 조직률이 높은 지역구로 17, 18대에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당선되는 등 진보 성향이 강한 곳이다. 19대에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로 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49%를 얻어 당선됐다. 심 대표는 “창원에서 반드시 승리해 울산·창원·거제를 아우르는 영남권 진보벨트를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 소식통은 “노 전 대표가 지역구를 바꾼 것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총선 연대 성격도 있다”면서 “심 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덕양갑과 노 전 대표의 출마지에서 더민주가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정의당에서는 기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 전 대표의 창원 출마로 노원병은 현역인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더민주 이동학 전 혁신위원 등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사정 칼날 휘두르는 시진핑의 속내는? “집권 2기 준비중”

    천쉐펑 서기·왕바오안 통계국장 등 올 들어서만 고위관료 세 명 낙마시키고 측근에는 당중앙에 대한 절대 충성 강조 中언론 “내년 새판짜기 앞두고 권력 강화” 지난 16일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새해 첫 부패호랑이 사냥 사실을 알렸다. 비운의 주인공은 허난성 뤄양시 당위원회 서기 천쉐펑이다. 천 서기는 전날까지만 해도 빈곤퇴치 행사를 주관했다. 사흘 뒤 발표된 두 번째 부패호랑이는 국무원 대만판공실 부주임 궁칭가이였다. 궁 부주임은 시진핑 주석이 푸젠성 근무 시절부터 애지중지한 측근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컸다. 대만 총통 선거 직후인 까닭에 온갖 추측이 난무할 게 뻔한데도 시 주석은 과감히 ‘읍참마속’에 나섰다. 세 번째 부패호랑이 사냥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지난 26일 오후 3시 왕바오안 국가통계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화 급락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 상황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1시간 뒤 중앙기율위 제8순찰조가 들이닥쳤고 2시간 뒤 체포 사실을 공개했다. 통계조작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국가통계의 수장을 체포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장의 불신을 초래할 게 뻔한데도 시 주석은 중국이 자랑해 온 재정·세무 전문가의 목을 벴다. 열흘 사이에 낙마한 셋은 모두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한다. 시 주석은 왜 전도유망한 이들에게 사정의 칼을 휘둘렀을까.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2017년 시진핑 2기 체제를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내년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정치국 상무위원 5명을 전부 교체할 예정이다. 최고 지도부 교체는 정치국원, 중앙위원, 성 서기·성장, 장·차관 등 핵심 요직의 연쇄이동을 부른다. 둬웨이는 “지난해까지의 사정은 보시라이, 저우융캉, 링지화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정권의 인물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는 19대 때 승진할 인물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렴을 잣대로 일대 혁신을 이룬 뒤 2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2기 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은 최근의 ‘충성 강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의 오른팔인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은 지난 27일 열린 당 중앙직속기관 공작회의에 참석해 “사상과 정치행동에서 시진핑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당 중앙에 대한 절대 충성이 바로 최고의 기율”이라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앙 영도에 대한 충성 강조는 곧 시 주석에 대한 절대복종 요구”라면서 “새 판 짜기를 염두에 둔 기강 잡기”라고 분석했다. 리 주임의 발언은 지난 8일 황싱궈 톈진시 당서기를 시작으로 쓰촨, 안후이, 광시, 후베이성 지도자들이 잇따라 시 주석을 당 영도의 ‘핵심’으로 부른 것과 맥을 같이한다. 당 영도의 핵심이란 표현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에 사용되다가 후진타오 시대에 사라진 표현이다. 그만큼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소형 칩 내장한 전자섬유 등 ‘고부가 첨단 섬유’ 개발 산실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되살아나는 미국의 제조업] 소형 칩 내장한 전자섬유 등 ‘고부가 첨단 섬유’ 개발 산실

    대학 연구실서 쉼없는 기계소리 교수·학생·업체직원 진지한 토론 대학·업체 공동 특허 프로젝트 나이키 등 300곳과 37억원 사업 한때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던 섬유산업이 미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서비스 산업 가운데 하나인 패션산업의 출발점이다. 미국이 유행의 첨단인 이유도 섬유산업이 바탕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엔 섬유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 신성장 동력인 ‘웨어러블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인체의 건강정보를 파악하는 전자섬유와 같은 특수한 섬유를 개발하기 위한 산학 협업도 활발하다. 그 현장을 찾아봤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 롤리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 섬유대학 3층. 수십 개의 랩(연구실)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교수와 학생들, 섬유업체 직원들 간의 진지한 토론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130년 전통의 NCSU 섬유대학은 미국 내 별도로 세워진, 많지 않은 섬유대학 중 가장 유명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200년이 넘은 섬유산업의 전통을 이어가는 산학 협동의 산실이자 양질의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최근 이 지역에서 다시 이뤄지는 섬유산업의 ‘리턴’과 확장, 혁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네킹이 즐비한 ‘디지털 디자인 랩’은 여성복 등을 생산하는 패션업체와 다를 바 없었다. 랩 소속 연구원들은 한 패션업체의 의뢰를 받아 털실로 만든 천과 똑같아 보이는 프린트 직물을 컴퓨터로 제작, 마네킹에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솔기가 없는 특수천 등을 만드는 첨단기계가 가장 비싸다”고 귀띔했다. 다른 편에 있는 ‘의류 편리성 평가 랩’ 앞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300여개 이상의 섬유·패션·소매회사가 참여하는 300만 달러(약 37억원) 규모의 ‘산업 서비스 프로젝트’ 게시판이 붙어 있었다. 평소 비공개인 랩 내부에 허가를 받고 들어가니 소방복·군복 등에 대한 화기·습도 실험이 한창이었다. 랩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패션뿐 아니라 군대, 병원, 항공 등 관련 섬유 시장이 커지면서 산학 연구가 많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옷을 입어만 봐도 생체정보와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소형 칩을 내장한 전자섬유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에 본부를 둔 글로벌 의류기업 ‘해인즈브랜즈’와 원사업체 ‘유니파이’ 등은 아예 별도로 ‘패션 스튜디오 랩’과 ‘합성 원사 랩’을 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혁신적인 신제품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기자를 여러 랩으로 안내한 대학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 있다”며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건물 지하로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의 섬유공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학이 아니라 웬만한 섬유회사를 옮겨놓은 듯, 방사·가연·염색·직물·봉제 등 섬유 관련 모든 기계가 갖춰져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이곳은 학생들을 위한 연구실이기도 하지만 섬유회사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회사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한 뒤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결과가 좋으면 상품으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 측은 기업들과 기간을 정해 계약을 맺고 협동 연구 및 특허를 진행하고, 공장 시설 및 인력을 제공하면서 업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지나니 또 다른 랩들이 나타났다. ‘섬유 고문(torture) 랩’과 ‘물리적 테스팅 랩’에는 섬유회사 관계자들이 몇 주째 상주하며 최첨단 섬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섬유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모르는 최첨단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롤리(노스캐롤라이나주)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현대상선 생존 자구책은 ‘용선료 인하’

    현대상선 생존 자구책은 ‘용선료 인하’

    지난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상선이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선박 대여료) 협상에 나선다. 자산 매각, 영구채 발행 등 기존 자구안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보고 용선료 조정이란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용선료는 5년 전 대비 16% 수준이지만 현대상선은 여전히 계약 당시 용선료를 내고 있다. 용선료로 지급하는 금액만 연간 2조원대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고가에 맺어 놓은 용선 계약을 정리하지 않으면 시황이 회복돼도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조만간 용선료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5년간 현대상선 누적적자가 1조 7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이익을 내려면 자산 매각이 아닌 생존 방안을 들고 와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현대상선이 추진 중인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용선료 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자구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대상선은 2000년대 후반 용선료가 한창 높을 때 자금이 덜 들어가고 규모를 늘리기 쉽다는 이유로 선박 발주 대신 용선을 택했다. 2008년 3월 84척이던 용선 수는 2012년 3월 133척까지 늘어났다. 9000억원대 용선료는 2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이후 시황이 급속도로 꺾이면서 고용선료가 발목을 잡았다. 2010년 하루 5만 달러(컨테이너선 8000TEU급)의 용선료가 현재 800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현대상선은 기존 용선료를 내야 했다. 현대상선이 최후의 수단으로 용선료 조정에 나서지만 외국 선주와의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용선료 인하는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칫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에 성공한 사례(이스라엘 선사 ‘짐’)도 있어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영국 선주의 경우 계약서 조항 끝에 ‘분쟁이 생길 경우 영국 법원으로 간다’는 문구를 넣기도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선주의 선의에 기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생각나눔] 남이 쓴 내 이야기… 자고나니 ‘대국민 거짓말쟁이’ 됐다

    [생각나눔] 남이 쓴 내 이야기… 자고나니 ‘대국민 거짓말쟁이’ 됐다

    수십 년 만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5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홈플러스 사거리. 건널목 앞 교통섬에 자리잡은 빨간색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 예닐곱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영하의 찬바람에도 손님들은 잠자코 차례를 기다렸다. 퇴근길 시민들도 신기한 눈빛으로 이 장면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지난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었다. 얇은 비닐 포장 너머로 제법 능숙하게 붕어빵을 굽는 여학생이 보였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했다. 지난 23일 저녁부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전주 붕어빵 여중생’이라고 짐작했다. 먼발치에서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몇 장 찍었더니, 그 여학생이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전언이 돌아왔다. 줄 선 손님에게 “인터넷에 올라온 그 붕어빵 여중생이 맞느냐”고 물었다. 30대 후반 회사원은 “맞다. D카페에 실린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여학생을 돕고자 눈길을 달려왔다”고 대답했다. 차례가 왔다. 붕어빵을 주문하고 기자 신분을 밝혔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자그만 키에 얼굴을 온통 가린 여학생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는 “오늘 취재진만 20여명이 다녀갔는데 모두 거절했다. 인터넷에 유포된 글은 모두 거짓말”이라면서 불쾌하다는 몸짓을 했다. 지난 23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붕어빵 여중생’의 사연은 이러했다. ‘간암에 걸린 어머니와 정신 지체 오빠의 생계를 위해 붕어빵을 굽는 중2 여학생이 전주 인후동 거리에 있으니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그 포장마차에 가 붕어빵을 사 먹자’는 내용이었다. 이 게시물은 영하 19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라는 지난 주말, 손발을 호호 불며 풀빵을 구울 그 애달픈 여중생을 상상하며 더 열심히 공유된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확산했다. 붕어빵 포장마차를 찾는 손님들이 추위에 발을 구르면서도 줄을 서 기다렸던 이유다. ‘붕어빵 여중생’은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우울증과 간염 등 건강이 나쁜 건 사실이지만 간암에 걸린 것은 아니고, 중학교 여학생은 남학생으로 밝혀졌다. 정신 지체 오빠는 간혹 붕어빵을 얻어먹는 동네의 지적 장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이 ‘붕어빵 포장마차’는 전주의 한 교회에서 한 부모 가정을 경제적으로 돕고자 7대를 마련해 제공한 것이다. 대학생 누나와 함께 교회에서 마련해 준 붕어빵 포차 2개를 맡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생활수급 가정들의 자녀였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걷잡을 수 없게 유포된 사연은 이후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우선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년과 누나는 어머니와 얼싸안고 눈물바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형편이 왜곡돼 알려지자 학교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현실을 왜곡한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고발도 잇따랐다. 게다가 지난 25일에는 덕진구가 붕어빵 포장마차를 모두 철거하는 행정조치를 했다. 구청 공무원들은 붕어빵을 굽는 어린 학생들에게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도로 무단 점용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전달했다. 붕어빵 장사를 계속하면 소득이 잡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급비가 깎인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교회는 곧바로 붕어빵 포장마차를 모두 철거했다.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려고 엄마의 붕어빵 장사를 돕던 학생들은 더는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가난과 맞서 싸웠던 어린 학생들의 용기마저 짓밟아버린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1인 1미디어’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공유하기’와 ‘좋아요’ 등으로 전파되는 속도와 파급력 또한 막강하다. 문제는 콘텐츠의 진실성이다.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퍼 나르기에 몰두하다가 엉뚱하게 피해를 주게 된다. ‘전주 붕어빵 여중생’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유포되는 소셜미디어의 전형적인 폐해로 볼 수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붕어빵 여중생 사연이 페이스북에 뜨자마자 생계대책을 고심했다. 김 시장은 27일 “구청이 붕어빵 포장마차를 철거시킨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됐다”면서 “조만간 학생들의 생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신현택 덕진구청장도 이날 구청의 과도한 조치에 대해 긴급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대 학생들은 이미 크게 상처를 입은 뒤였다. 이들을 돕던 ‘초록우산’은 “애꿎은 가정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걱정했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고 해도 애초에 그 일을 시작한 동기는 선의였다’고 통찰했다. ‘전주 붕어빵 여중생’은 소셜미디어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드러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선의의 공유도 의도와 다르게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어야 10대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일하는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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