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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나눔] 세종도서 선정 블랙리스트 논란 누가 주도하나

    [생각나눔] 세종도서 선정 블랙리스트 논란 누가 주도하나

    ‘출판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빚었던 세종도서 선정 올해 사업 계획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선정을 누가 할 것이냐를 두고 출판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잡음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29일 문체부와 출판계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단 산하 소위원회에서 세종도서 선정 주체를 두고 정부와 출판계의 공방이 한창이다. 세종도서는 문체부 산하 기관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이 학술, 교양, 문학 3개 분야별로 매년 두 차례 우수도서를 선정한 뒤 이를 사들여 공공도서관과 법무부(교정도서관), 국방부(병영도서관), 지자체, 학교 등 모두 8200여곳에 보급하는 사업이다. 진흥원은 1권당 1000만원까지 구매하며, 올해 전체 예산은 모두 142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9069종이 신청해 790종이 선정되는 등 평균 경쟁률이 10대1을 넘는다. 논란은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2015년 심사 과정에서 22종의 도서가 정부 지시로 탈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불거졌다. 출판계가 이를 이유로 민간 이양을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은 “미르재단 설립 허가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등을 담당하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사표를 냈던 문체부 공무원이 3개월 만에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이 됐다”며 “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출판계 적폐 세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가 선정 권한을 그대로 가진다면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선정 권한을 출판계로 넘기고,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관리·감독을 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제기에 관해 선정 방식을 개선했기 때문에 큰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출판인쇄산업과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술과 교양 분야 선정은 177개 단체와 학회의 추천을 받아 3~5배수의 심사위원 후보자 집단을 구성하고 무작위 추첨을 진행해 최종 심사위원을 선정했다. 심사평과 회의록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 수혜 대상이 선정 주체가 되는 일 자체에 대해서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판인쇄산업과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의 대상인 출판사가 선정한다면 되레 공정성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면서 “600여곳의 출판사가 가입한 출협이 전국 5000여곳의 출판사들을 모두 대변한다고 보기엔 어렵다. 출협이 선정한다면 오히려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현장 행정] ‘역사가 브랜드’… 100년 전 명동을 불러내다

    [현장 행정] ‘역사가 브랜드’… 100년 전 명동을 불러내다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살던 ‘명례방’에서 ‘명’을 따와 일제강점기 땐 ‘명치정’이라고 불렸습니다. 각종 상점과 백화점이 들어선 일본인 타운을 거쳐 해방 후 1950~70년대엔 통기타 음이 울려 퍼지는 ‘낭만의 거리’가 됐습니다. 군부정권 시절엔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 또는 심장’의 역할도 맡았죠.”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 이준 문화해설사는 명동 일대의 변천사를 막힘 없이 읊어 나가며 90분짜리 도로탐방 코스인 ‘명동 역사문화투어’의 시작을 알렸다.최창식 중구청장은 이날 구 관계자들과 함께 투어를 신청했다. 그는 “불과 40년 전만 해도 명동에는 숱한 다방이 밀집해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영화인, 작가, 가수 등 다수가 이곳을 찾았다”면서 “명동이 품은 역사, 문화를 되찾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명동성당 맞은편에 지난해 조성된 명동문화공원을 기점으로 유네스코빌딩까지 16개 지점을 지나는 2km 코스다. 지금은 형체 없이 사라진 조선시대 양반의 집터들이 소개됐다. 이 해설사는 “1920년 현재 가치 2조원 상당의 전 재산을 팔아 항일운동을 펼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일가가 만주로 건너가기 전 살았던 집터”라고 했다. 이에 최 구청장은 “그 당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인데 모를 수가 없다. 구청 직원들한테 이회영 선생의 삶은 담은 책도 한 권씩 선물했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인 김범우, 조선 중기 문인이자 시인인 윤선도 등이 생전에 머물던 자리를 찾았다. 투어 참가자들은 저마다 100여년 전 명동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색에 잠겼다. 근대건축물도 돌아봤다. 조선은행(한국은행 본점), 미쓰코시 백화점(신세계 백화점), 경성우체국(중앙우체국) 등이다. 1920~7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사용된 은성주점, 쉘브르, 봉선화 등 술집과 다방도 소개됐으나, 전부 쇼핑시설로 바뀌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최 구청장은 “남아 있었다면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세계인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을 수도 있는데 안타깝다”면서 “지금이라도 명동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구는 동방살롱, 문예서림, 오비스캐빈, 은성주점, 국제양장사, 명동예술극장, 명동아동공원 등 40곳을 근현대문화명소로 지정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로 옛 모습을 구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마이웨이’ 가수 현미 “82세에 월세방 살이” 화려한 모습 뒤 사연은?

    ‘마이웨이’ 가수 현미 “82세에 월세방 살이” 화려한 모습 뒤 사연은?

    ‘마이웨이’ 가수 현미가 과거 사기를 당해 월세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29일 오후 방송되는 TV조선 ‘인생다큐-마이웨이’에서는 가수 현미(82·김명선)의 인생 이야기가 공개된다. 미 8군 부대 아이돌이었던 가수 현미. 그는 1962년 ‘밤안개’로 화려한 데뷔를 치렀다. 이후 ‘보고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가요계의 디바로 자리잡았다. 현미는 이날 방송에서 작곡가 故 이봉조와의 러브 스토리를 털어놓는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현미는 ‘밤안개’의 작곡자였던 故 이봉조에게 프러포즈를 받았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현미에게 고백할 당시 故 이봉조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로, 자녀 둘을 두고 있었다. 현미는 “임신 8개월이 됐을 때 故 이봉조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본처에게 보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가 심장마비로 떠나자 큰 집에서 합장을 원한다고 해 제가 흔쾌히 승낙했다”라며 “나는 20년 동안 정말 행복하게 살았지만, 그 여인(故 이봉조 본처)는 얼마나 힘들었겠나. 같은 여자로써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현미는 “믿었던 친척에게 사기를 당해 현재 월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1500만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연체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월세를 내고 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올해 데뷔 61주년을 맞은 가수 현미의 인생 이야기는 이날(29일) 오후 10시 TV조선 ‘인생다큐-마이웨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TV조선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공사장에서 떨어진 벽돌 맞고 생사기로에 선 여성

    공사장에서 떨어진 벽돌 맞고 생사기로에 선 여성

    길을 지나가던 20대 여성이 갑작스런 날벼락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이스트 런던 마일엔드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 옆을 지나던 28세 여성이 5층 높이 크레인에서 떨어진 벽돌을 맞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침 9시 30분경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깨진 잡석과 부러진 목재 속에 누워있는 피해 여성을 발견했다. 일부 행인들과 공사장 인부들이 쓰러진 여성을 구하려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었다. 최초 목격자 앨런 해리스(72)는 “‘쿵’하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기위해 달려왔다. 한 여성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고, 그 옆에 또 다른 여성은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일행인지는 확실치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위급한 상태인 여성을 병원에 이송한 후,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보건 안전 관리국(Health and Safety Executive) 대변인은 “런던 경찰청과 함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 정황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에 더 이상의 언급을 할 수 없다. 사고가 일어난 지역 근처 도로는 현재 폐쇄됐다”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공사 현장에서는 매매가가 65만 파운드(약 9억 80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설현장 감독 스티브 보어햄은 “우리는 오늘 사고로 부상을 입은 여성의 상태가 가장 우려된다.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보건 안전 관리국과 함께 작업중이며 가급적 빨리 추가 정보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남겼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여기는 중국] 벚꽃축제서 나무 타고 흔드는 몰지각 中관광객들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봄을 알리는 벚꽃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관광객이 벚꽃 나무를 마구잡이로 꺾거나 나무에 올라타는 등의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소위 '인생샷'을 위한 몰지각한 행동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한 남성은 벚꽃축제를 즐기러 나섰다가 ‘벚꽃 비’를 내리게 한다며 나무를 마구잡이로 흔드는 관광객을 목격하고는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문제의 영상이 찍힌 곳은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대학교 캠퍼스로 알려졌으며, 이 남성은 일행들에게 벚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연출해 주겠다며 나무에 올라 가지를 마구 흔들어댔다. 이를 본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놀라자, 남성은 더 세게 나무를 흔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관광객들이 나무에 오르거나 흔드는 일을 그만하라고 말렸지만, 해당 남성은 나무에서 내려와 또 다른 나무에 오르고는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광객들은 벚꽃 나무를 억지로 잡아당기거나 끌어내린 뒤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한대학의 한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관광객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이러한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문제의 남성이 직접 사과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해당 대학에 따르면 벚꽃 축제가 시작된 뒤 주말에는 하루 3만 명, 주중에는 1만 5000명의 관광객이 우한대학 캠퍼스를 찾는다고 전했다. 한편 벚꽃축제가 한창인 요즘 비슷한 사례는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의 한 벚꽃 축제 현장에서는 나무에 자신의 옷을 걸어놓거나, 튤립 축제에서는 꽃을 마음대로 꺾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악동’ 키르기오스 “베르다스코는 밥맛 없는 녀석, 졌으면 좋겠다” 트윗

    ‘악동’ 키르기오스 “베르다스코는 밥맛 없는 녀석, 졌으면 좋겠다” 트윗

    “TK(타나시 코키나키스·호주)가 이겼으면 좋겠다. 베르다스코는 밥맛 없는 녀석이다. 그가 호주 선수들을 상대해 거둔 성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테니스 스타 닉 키르기오스(22·호주)는 늘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엔 나가도 너무 나갔다. 마이애미 오픈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코키나키스와 한창 경기를 벌이고 있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4·39위·스페인)를 겨냥해 패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트위터에 적었다. 또 과거 그의 호주 선수 상대 기록들을 들어 실망할 만한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베르다스코가 코키나키스에게 2-1(3-6 6-4 7-6<4>)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지신과 2015년과 이듬해 두 차례 만나 지는 등 호주 선수들을 상대한 여섯 경기에서 패배한 것을 들춰낸 것이다. 베르다스코는 마지막 세트 도중 자신이 서브를 넣을 때 코키나키스의 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며 코키나키스와 언쟁도 벌였다. 키르기오스는 나중에 트위터 글을 삭제했는데 베르다스코는 3시간여 경기를 마친 뒤 “다른 선수를 모략하는 트윗을 띄울 용기가 있다면 그걸 삭제하지 않을 용기도 똑같이 갖춰야 한다”고 점잖게 꾸짖었다. 그러자 이번엔 키르기오스가 가만 있지 않았다. “솔직히 페르난도의 면전에서도 얘기할 수 있다. 내가 앞선 트위터 글을 삭제했던 것은 원치 않는 주목을 받지 않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제 개의치 않으려 한다. 날 차단해준 덕에 난 많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라고 적었다. 둘이 경기보다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쓴 후유증은 그대로 27일 16강전에서 드러났다. 키르기오스는 알렉산데르 즈베레프(21·독일)에게 0-2(4-6 4-6)로 완패했고, 베르다스코는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스페인)에게 0-2(0-6 3-6)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한편 정현은 주앙 소자(포르투갈)을 2-0으로 물리치고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를 2-0(7-6<0> 6-3)으로 누른 존 이스너(32·미국)과 8강 진출을 겨룬다. 지난주 BNP 파리바 오픈을 우승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는 필리프 크라지노비치(세르비아)를 2-0(6-4 6-2)으로 제압했다.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는 제레미 샤르디(프랑스)를 2-0(6-3 6-4)으로,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는 보르나 코리치(크로아티아)를 2-1(7-6<2> 4-6 6-4)로 눌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일회성 탈피 갑남을녀 기획 인상적” “치우친 제목ㆍ보도 삼가야”

    “일회성 탈피 갑남을녀 기획 인상적” “치우친 제목ㆍ보도 삼가야”

    제104차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27일 열렸다. 박재영(광주대 부총장) 위원장과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소순창(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나연(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홍영만(서울여대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이 제기한 의견.-20일자 ‘김윤옥 3만 달러 든 명품백 받아, MB캠프 돈 주고 보도 막았다’ 보도는 단연 돋보였다. 서울신문 브랜드가 각인된 기사였다. 논설위원을 하는 선배 기자가 좋은 네크워크를 쌓아 이런 취재가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 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미투 운동 관련 보도는 일회성 기사로 그치지 않고 거의 매일 지면에서 크게 다뤘다. 꾸준한 보도로 성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 정비를 이뤄내 사회를 바꿔 보겠다는 서울신문의 불타는 의지가 보였다. 화제성을 노려 피해 여성 중심으로 끌고 가는 여타 보도와 달리 가해자를 기사의 중심에 두는 자세가 바람직했다. 특히 갑남을녀 기획은 돋보였다. 성범죄 수사가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 실태를 정확히 보여 줬다. 또 미투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성범죄 용어를 정리한 기사는 독자에게 시의적절한 정보를 준 좋은 기사였다. 한발 나아가 아이들 성교육 문제를 여러 차례의 기사로 다뤄 미투 운동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내고 해법을 제시한 보도도 좋았다.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갈등을 양쪽 측면에서 다루는 ‘생각나눔’ 코너가 인상 깊었다. 특히 2일자 ‘고령화된 어촌, 젊은이 필요’, ‘외지인에 생계터 왜 내주나’ 기사와 그 후속 보도는 일반 시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언론이 당장 필요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더라도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고 또 논쟁할 만한 문제를 공정하게 짚어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같은 코너 ‘공공부문 일자리 고무줄 통계 의미 있나’ 보도도 여의도 증권가 일상에서 꼭 한번 얘기해볼 만한 문제를 잘 짚었다. 이 코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생생한 현장을 잘 담아낸 기사가 많았다. 대학가 수강신청 애로사항이나 고용절벽 시대 청년 우울증 문제를 지적한 기사, 대통령의 언론 소통 문제를 지적한 칼럼 등은 현 시점의 각 현장 상황을 잘 꼬집었다. 복잡한 이슈를 도표ㆍ그래픽 등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기사들도 훌륭했다. 한ㆍ중ㆍ러의 북 비핵화 로드맵을 정리한 표는 오려 놓고 싶을 정도였다. 또 개헌 관련 특집 3회 연속 보도는 세부 내용을 잘 다뤄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상당히 좋았다. -퍼블릭인 기사 품질이 지속적으로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민간 경력자들이 공직 사회에 들어가 어떻게 융화되고 또 어떤 괴리를 느끼는 가를 굉장히 세부적으로 다뤘다. 민간 사회와 공직 사회의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면서도 관심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으로 마무리한 이 기사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보도였다. -대북 이슈에서 고급 정보들을 놓쳐 아쉽다. 정상회담 성사에 국정원 역할이 컸다거나 북한 고위급이 한국에 19일간 머무른 것 등 뒷이야기를 많이 담아내지 못했다. 대북 외교 문제도 현상 보도는 빨랐지만, 미국 인사가 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농밀하게 진단하지 못했다.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한쪽 취재원에게 치중한 듯한 기사가 간혹 보였다. 우리나라 출산율을 올리려면 정부 예산 20조원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다룬 기사는 기획재정부 입장에 치우쳐 정밀한 진단을 놓친 것 같다. 종부세 오해를 다룬 기사도 한 시민단체의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어 최근 급등한 부동산 현상을 반영하지 못했다. -각 면 기사 배치와 제목 선정에 좀더 신중하길 바란다. 미세먼지가 심각했던 주말이 끝난 26일자에 미국의 총기 규제 집회보다 독자들의 관심이 많은 미세먼지 사진이 전면에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제목에 기자의 색채가 너무 담긴 경우가 있었다. MB 기사에서 ‘부끄럽다 부끄럽다’는 등의 제목은 아직 피의자 신분인 전직 대통령에 대해 언론이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24일자 동국대 교수 기사의 ‘교수님 맞나요?’라는 제목도 이미 결론을 규정해버린 것과 같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그리움이 점이 되어 광활한 우주 수놓다

    그리움이 점이 되어 광활한 우주 수놓다

    ‘동양의 지혜로/가로 놓인//은하수/먼 별들의 다리//일 년에 한 번/만났다 헤어지는 사랑을 위한/하늘의 다리//이것은 사랑하는 사람 마음 사이에만 놓이는/동양의 다리다//그리움이여/너와 나의 다리여’(조병화의 시 ‘오작교’ 가운데)그리움으로 찍은 점 하나하나가 서양과 동양, 우주를 잇는 ‘초월의 화폭’이 됐다. 푸른빛을 주조로 한 섬세한 색채의 변주가 돋보이는 ‘오작교’(1965). 시인 조병화가 동명의 시를 바친 이 작품은 재불 서양화가 이성자(1918~2009)가 품었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족, 고향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과 간절함이 치밀한 붓 터치에서 배어 나온다.한국 추상회화의 거장,이성자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을 모은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전이 7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신여성 도착하다’전(덕수궁관·4월 1일까지)과 연계해 그간 우리 미술사에서 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여성 미술가들을 다시 주목하고자 기획된 자리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조망할 수 있는 회화, 판화, 모자이크, 도자 등 127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양화의 기법과 동양적 정서, 사유가 경계 없이 어우러진 이성자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우리 미술사를 살찌우는 토양이 됐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불어 한마디 할 줄 모르던 그는 프랑스로 떠났다. 남편의 외도로 12년간의 결혼 생활이 깨지고 사랑하는 세 아들, 어머니와 생이별을 한 채였다. 의상 디자인을 공부해 곧 돌아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순수미술에 대한 재능이 눈에 띄어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돌보는 마음으로 그림에 매달렸던 그는 프랑스 화단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60년 화업을 이어 가게 됐다. 개인적 불행이 미술사에는 행운이 됐다는 아이러니는 그의 화폭에 더 시선을 머물게 한다.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한 작가의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정의를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진리로 끌어내는 데 있다고 봤을 때 이성자는 그 반열에 올릴 수 있는 작가”라며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김환기, 박수근 등과도 견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30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몰두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가 새로 소개된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는 여정 속에 본 시베리아 극지의 풍경과 원, 반원 등 단순한 기호들로 채운 우주의 풍광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가 자유와 해방의 본향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02)2188-600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비행소녀’ 조미령 하차, 마지막 방송...촬영 비하인드컷 공개

    ‘비행소녀’ 조미령 하차, 마지막 방송...촬영 비하인드컷 공개

    ‘비행소녀’ 조미령의 비하인드 사진이 공개됐다.26일 방송된 MBN ‘비행소녀’에서는 배우 조미령의 마지막 방송이 그려졌다. 이날 조미령 소속사 점프엔터테인먼트는 조미령의 마지막 방송의 아쉬움을 달래줄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조미령은 ‘비행소녀’ 스튜디오 촬영에 한창인 모습이다. 강렬한 레드립과 레드 원피스로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하면, 차분한 생머리에 플라워 패턴의 쉬폰 원피스를 입고 청순미를 물씬 풍겼다. 또한 봄내음 가득한 꽃미소 퍼레이드로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들고 있다. 특히 빵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거나, 꽃다발을 안고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에서는 조미령표 사랑스러운 매력이 듬뿍 담겨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미령은 ‘비행소녀’ 1회부터 함께하며 중심을 잡고 있는 안방마님 같은 존재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한발 친숙하게 다가간 것. 무엇보다 귀여운 허당기와 순수한 면모를 드러내다가도, 요리만 하면 야무진 실력을 발휘해 ‘조장금’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조미령은 이와 관련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부담도 많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7개월 동안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비행소녀’ 식구들하고도 돈독한 정을 쌓아서 그런지 유난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조미령은 KBS2 드라마 ‘인형의 집’에서 은숙자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JT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현장 행정] A부터 Z까지 안전… 엄마표 ‘꼼꼼 행정’

    [현장 행정] A부터 Z까지 안전… 엄마표 ‘꼼꼼 행정’

    “요즘처럼 기온이 갑작스럽게 높아지면 공사 현장 곳곳에 있는 비탈면에 균열이나 침하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지표면 사이 수분이 얼었다가 녹아내리면서 부풀어 올랐던 토양이 다시 줄어듦과 동시에 지반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이동민 e편한세상 거여 현장소장)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현장. 2020년 1199가구가 입주할 아파트 12개 동이 들어설 부지에 지하 주차장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0월 착공, 현재 공정률은 10%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을 맞아 해빙기 집중관리대상시설 중 하나인 대형 공사장을 방문했다. 총공사비 50억원·연면적 1만㎡(약 3025평) 이상인 재건축 공사 현장은 안전관리 대상에 해당된다. 현장에서 건네받은 안전모, 안전화를 착용한 박 구청장은 안전설비 너머로 보이는 박스 모양의 대형 구조물을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 소장은 “저게 바로 철근과 콘크리트의 기본 뼈대가 돼 주는 ‘구조 폼’”이라며 “이미 구조물이 세워진 경우 건물에 균열이 갈 위험이 있는 반면 지금처럼 공사 초기 단계에는 사면 균열이나 지반 침하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구청장은 기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세심하게 질문을 쏟아냈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나 타워크레인 추락 사고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 있습니까.” 이에 이 소장은 “가연물질은 쌓아둘 때는 밀폐된 공간을 피하고 외부에 적치하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소화기를 비치해 놓는다”며 “흡연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하기 때문에 담뱃불 걱정은 없다”고 답했다. 이 소장은 또 “아파트 부지 30m 깊이 지하에는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점을 고려해 방진매트를 깔고 구조물 배치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이번 점검에는 2명의 민간 전문가, 구 주거재생과 등 관계자, 자율방재단 활동을 펼치는 송파구민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구는 앞서 해빙기 안전관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 1회 이상 점검에 나서고 있다. 토압이나 수압이 급격히 세지면 지반 침하나 변형을 불러와 시설물이 붕괴되거나 전도되는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는 해빙기 위험성이 높은 건설 현장 소장이나 안전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시설물 위험징후 파악과 조치 방법 등도 교육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근로자와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철저히 점검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포토] 봄소식 들려오는 도쿄…‘벚꽃 놀이’ 한창

    [포토] 봄소식 들려오는 도쿄…‘벚꽃 놀이’ 한창

    26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교엔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벚꽃 아래에서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희희낙락… 순대예찬

    [公슐랭 가이드] 희희낙락… 순대예찬

    살면서 때때로 엄습해 오는 좌절과 분노, 우울과 불안이 우릴 공격할 때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열풍이 한창인 이때 뜨끈한 국물이라도 들이켜야 속이 풀리지 않을까. 음식의 섭생에 관해서는 어릴 적 환경이 지배적이겠지만 본격적인 음식의 맛을 알게 된 때는 아마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주체적인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는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하다. 일에 쫓기다 보면 화려함보다 한가함을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사직공원 주변 맛집들은 지리상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고 봐야 한다. 낮 동안의 치열했던 궁리를 던져버리고 풀어 헤쳐진 머릿결로 편하게 고개를 내밀 수 있는 맛집이 있다.# 술잔 부르는 목포세발낙지 ‘연포탕’ 완전 새로운 맛 어둑한 저녁 무렵 경복궁역 1번 출구를 나와 길을 걷다 보면 사직동 주민센터 옆길에 자그마한 3층 건물이 있다. 곰삭은 간판에 고개를 숙여 출입문을 들이밀면 조도가 낮은 불빛에 비릿한 남녘의 갯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주인장의 말끝은 시골 아낙처럼 뭉툭하다. 투박한 교자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춧가루와 시큼한 식초 몇 방울 떨어뜨려 버무린 푸성귀와 아삭한 오이겉절이, 양념장을 두른 연한 두부가 밑반찬의 전부다. 이곳에 들를 때마다 찾는 메뉴가 있다. 3명 정도가 앉아 술 한 잔을 곁들이며 먹을 수 있는 연포탕인데 4만원 정도 한다. 그러나 흔히 먹었던 연포탕과는 모습이 완연히 다르다. 살짝 데친 부추로 감싼 큼직한 접시에는 살이 탱탱한 낙지가 굵직굵직 썰어져 있다. 몸에 좋은 부추와 낙지를 초장에 찍어 한 입 넣으면 지금껏 먹었던 낙지와는 너무 다르다. 낙지는 뭐니 뭐니 해도 신선도다. 이 집 낙지는 전남 고흥에 사는 바깥주인의 친형님이 직접 잡아서 그날 새벽 택배로 보낸다고 한다. 주인장의 낙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낙지를 다 먹고 나면 바지락이 들어 있는 매생이국수가 추가로 나온다. 이 또한 별미다. 남녘의 바다향이 가득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촌을 걸다 보면 광화문의 불빛이 어지럽다. 혼돈과 질서가 교차한 삶의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뜨끈하게 후룩… 서촌전통순대국집의 ‘순대국밥’ 서촌은 예스러움과 잘 어울린다. 그것이 한옥이든 양옥이든 족발이든 피자든 간에 묘하게 어울리는 곳이다. 세종음식문화거리를 쭉 따라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기와집이 보인다. 벽을 트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했지만 그래도 한옥에서 풍겨나오는 맛이란 콘크리트 건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집은 주로 점심시간 무렵 직장인들로 붐빈다. 저렴한 가격에 뚝배기에 가득 담긴 순대국밥을 보면 최영미 시인이 생각난다. 혼자서 국밥집에 앉아 후르르 마시는 그 민망함과 쓸쓸함, 그리고 오롯이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삶의 고통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 있기에 순대국밥이 주는 묘한 기분을 알 것 같아 이곳에 자주 온다. 순대국밥은 맛이 집집이 다르고 사람마다 즐기는 취향이 다르겠지만 이 집 순대국밥은 너무 진하지 않아서 좋다. 국물을 우려낸 비법이야 주인장의 영업 노하우라 알 수 없지만 잡냄새 없이 개운한 국물에 피순대 몇 개와 얇게 썬 돼지부속들이 섞여 있어 한 끼 식사로 만족이다.취향에 따라 송송 썬 대파나 들깻가루를 넣기도 하고 다대기를 넣어 얼큰하게 먹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순대국밥만 먹는 것은 아니다. 가끔 뼈해장국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집의 주메뉴인 순대국밥을 자주 찾는 것은 뜨끈한 국물을 후르르 마시는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성개 명예기자(여가부 권익기반과 사무관)
  • 장동건, 장동건을 버리다

    장동건, 장동건을 버리다

    자기복제 연기 벗고 새로운 도전 매일 면도해 M자형 탈모 만들고 격투 장면 찍다가 귀 40바늘 꿰매 “제일 열심히 한 영화로 남을 것”“그간 제 스스로에 대한 식상함이 있었어요. 결과물들이 좋은 평가를 못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어느 순간 연기에 재미를 못 느끼고 뭘 해도 새롭지 않을 것 같았죠.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엄습했어요. 그때 ‘7년의 밤’의 오영제 역을 제안받았는데 ‘새로운 것들이 내 안에서 나올 수 있겠다’ 싶었죠.” 영화계 안팎에서 수년간 기대작으로 꼽혀 온 ‘7년의 밤’이 오는 28일 극장가에 내걸린다. 문단에서 보기 드문 치밀한 스릴러로 50만부가 팔린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데다, ‘광해’(2012)로 1200만 관객을 모은 추창민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일찌감치 소설의 팬이었던 배우 장동건(46)에게도 ‘7년의 밤’은 연기 인생에 새로운 동력이 된 기대작이었다. 우연한 사고로 살인자가 된 최현수,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에 나서는 사이코패스 오영제. 두 사람의 통렬한 대립을 밀도 높게 쌓아 올린 소설을 읽고 그는 ‘악인인 피해자’가 ‘선인인 가해자’에게 복수한다는 플롯에 매료됐다. “소설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였어요. 오영제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도 났는데 운명처럼 제안이 왔죠. 추 감독님과 처음 만나고 나서 들뜬 마음이 걱정으로 바뀌었어요. 제가 그린 오영제와 감독님이 설정한 오영제가 너무 달랐거든요.” 그는 오영제를 예민하고 섬세한 사이코패스이자 섹시한 매력이 있는 악당으로 해석했다. 문장에서 위트 있는 묘사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님은 지역 유지 이미지를 만들자며 ‘몸무게는 10㎏ 정도 불리자’, ‘M자형 탈모를 만들자’고 제안하시더라구요. ‘그러려면 M자형 탈모가 있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쓰지 왜 나를 쓰나’ 싶었죠(웃음).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충격과 완충의 과정이 있었던 셈이에요. 하하.” 영화에서 그는 ‘잘생김’을 무너뜨리는 ‘M자형 탈모’에 서늘하고 견고한 악인의 무표정을 체화해 ‘장동건만의 오영제’를 빚어냈다. 캐릭터를 빚어내기까지 중압감은 컸다. 올해로 연기 생활 26년째지만 어린 딸을 허리띠로 매질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죄책감이 들었다. 딸의 살인범을 징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아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앗아가려는 오영제의 심리를 이해하는 과정도 힘겨웠다. 물리적인 후유증도 컸다. 9~10개월 동안 매일 면도를 해서 만든 M자형 탈모를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류승룡(최현수 역)과의 격투 장면에서는 귀를 다쳐 40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여한이 없어요. 자신이 있다, 없다 혹은 만족한다, 안 한다를 떠나 제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는 다 했거든요. 제 필모그래피에서 ‘인생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일 열심히 한 영화로 남을 것 같아요.” 지난해 선보인 ‘브이아이피’, 곧 개봉을 앞둔 ‘7년의 밤’에 이어 최근 촬영을 마친 ‘창궐’까지, 그는 줄곧 ‘센 캐릭터’를 도맡고 있다. “영화에선 악역 제안이 주로 들어와요. 말랑말랑한 캐릭터는 예전에도 섭외가 별로 없었어요. 제 스스로도 영화에선 선 굵은 역할, 극적인 감정선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저를 선한 이미지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 반대의 성정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올해는 여느 때와 다르게 다작 행보가 눈에 띈다. 요즘은 다음달 25일 KBS 2TV에서 첫선을 보일 드라마 ‘슈츠’ 촬영에 한창이다. 인기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로 변신해 가짜 신입 변호사(박형식)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달 중순에는 ‘공조’(2016)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신작 ‘창궐’ 촬영을 마무리했다. “어느 순간 연기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적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품 선택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요. 예전엔 공들이고 신중을 기해 작품을 골랐는데 그렇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상업적인 흥행을 따져봤던 것들이 잘 안 되니까(웃음). 이젠 단점이 있어도 장점이 더 크면 하려는 마음이라 작품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됐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증시 당분간 조정 국면 불가피”

    “증시 당분간 조정 국면 불가피”

    미·중 무역전쟁 갈등 확산될 듯 국내 IT기업 간접적 피해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를 잘 버텨 낸 국내 증시가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 파도는 넘지 못하면서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교역 악재가 터지자 지난 23일 수출 종목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코스피가 여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317억원, 기관은 6439억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분기 실적 국면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흐름에 따라 증시의 등락폭이 결정될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분쟁 이슈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증시에 교란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중국의 대미수출이 악화되면 국내 IT 기업도 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품목 비중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각각 28%, 10%로 1, 2위를 차지한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중국과 해외 매출이 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입장을 생각하면 ‘무역전쟁’으로 넘어갈 확률은 낮다”면서도 “내부 정치적 장악을 마무리한 시진핑이 미국의 보호무역에 바로 굴복할지는 의문이어서 언제든 무역 갈등 확산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9.26포인트(3.18%) 하락한 2416.76에 마감했다. 코스피의 낙폭은 역대 15번째로 컸다. 79.26포인트 하락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한창이던 2007년 8월 1일 76.82포인트가 하락했을 때보다도 컸다. 역대 최대 낙폭 기록은 -126.5포인트로,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16일에 기록됐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李 총리 “확실한 안보 없이 평화 없다… 서해 굳건히 지켜야”

    李 총리 “확실한 안보 없이 평화 없다… 서해 굳건히 지켜야”

    “연평해전·천안함 우리측 큰 희생 남겨…남북대화 통해 비핵화·평화 정착 기대”조국을 지키려다가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제3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23일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날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뿌리내리면 서해 북방한계선 남북 수역은 남북 교류협력과 민족 공동번영의 보고가 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우리는 서해를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서해는 6·25 전쟁 이후 북한이 가장 자주, 가장 크게 도발해 온 곳”이라면서 “평화를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음에도 서해의 긴장을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1953년 정전협정도,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도, 1998년 시작된 햇볕정책과 2000년·2007년 남북 정상회담도 서해의 평화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연평해전은 우리가 승리했지만 큰 희생을 남겼다”면서 “특히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2010년 이맘때 천안함 46명의 장병이 순식간에 바다로 잠겼다. 그들을 찾으러 간 한주호 준위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천안함 피격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해 11월에는 북한이 연평도 민간인들에 포탄을 쏟아부어 아군의 희생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최근 남북 간 대화 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두고 이 총리는 “최고위급 연쇄 대화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끌어내기를 바란다”면서 “다시는 무력충돌도, 통절한 희생도 없는 평화의 서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희망만으로 국가안보를 느슨하게 할 순 없다”면서 “우리는 변함없이 서해를 지켜야 하고, 또 그럴 것이다. 확실한 안보 없이는 평화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는 잘 알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마이애미 육교 붕괴 사고 근접 영상 공개

    마이애미 육교 붕괴 사고 근접 영상 공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발생한 육교 붕괴 사고를 근접으로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이 영상에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플로리다 국제대학교’(FIU) 옆 왕복 8차선 도로 위 육교가 순식간에 내려앉는 아찔한 순간이 담겼다. 육교는 차들이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 차들을 덮친다. 길이 53m에 950t 중량의 육교가 붕괴된 이 사고는 6명의 사망자를 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현장에 조사팀을 보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사고 당일 이뤄진 육교 외부 충격 내구도 테스트와 애초 설계와 달라진 디자인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자치광장] 봄나들이, 서울로 7017 어떠세요?/이수연 서울시 서울로운영단장

    [자치광장] 봄나들이, 서울로 7017 어떠세요?/이수연 서울시 서울로운영단장

    자동차 시대 유물(遺物)에서 보행 시대 생물(生物)로 변신한 서울역 고가의 새 얼굴, 서울로 7017이 조만간 첫돌을 맞는다. 작년 5월 20일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베일을 벗은 이후 무려 870만명이 다녀갔고, 개장 1주년 즈음엔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지금은 서울로 7017이 이처럼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지난날은 우려와 걱정이 늘 함께했다. 추우면 추워서 걱정, 더우면 더워서 걱정이었다.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했기에, 과연 7017의 식물들이 한파를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로의 봄꽃들은 푸른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폭염과 장마가 기승을 부렸던 작년 여름도 그랬다. 콘크리트 트리팟(화분) 속에서도 식물들은 보란 듯 꽃망울을 터뜨렸고 열매를 맺었다. 이런 자연의 경이로움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수많은 시민의 노력이 숨어 있다. 예컨대 겨울엔 서울시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저온에 약한 수목에 짚 싸기, 공석 덮기 등을 했다. 지금 서울로 7017을 운영하고, 식물을 관리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것도 바로 시민이다. 서울로 7017에는 전 세계 어느 자원봉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열정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개인봉사자 그룹, ‘초록산책단’이 있다. 체계적인 이론·실습 교육을 수료하고 주체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서울로 7017의 식물관리부터 환경 정화, 그리고 시민 안내까지 구석구석을 챙기며 어머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울로 7017 인근 기업·단체들로 구성된 단체자원봉사단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식물 가꾸기부터 서울로 7017 전반의 환경 정화까지 서울로의 표정을 관리한다. 열정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서울로 축제 청년봉사단’은 서울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엔터테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서울로 7017은 올 한 해 방문객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길’이라는 특색을 살려 24일부터 펼쳐지는 퍼레이드 ‘봄나팔 대행진’을 시작으로 여섯 번의 축제가 계획돼 있다. 도심 속 자연과 인근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서울로 학교’는 4월부터, 직장인 대상 휴식문화 프로그램인 ‘서울로 떠나는 쉼표’는 5월부터 각각 운영된다. 서울로 7017에 오면 도심을 바라보며 자연을 느끼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단 하루뿐인 오늘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이번 봄나들이, 서울로 7017 어떠세요?
  • [문화마당] 맨홀 주위는 깨진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맨홀 주위는 깨진다/정종홍 작가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하수도 주위마다 바닥이 다 깨져 있어요?” 젊은 엄마는 “그거야 하수구를 뚫느라 그랬지!” 말했다. 그녀의 대답이 틀렸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어른들도 간과했을 것에 세심한 관찰을 기울인 아이의 질문엔 무척 놀랐다. 맨홀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새로 아스팔트를 깨고 뚫은 것은 아니다. 설령 그리한다 해도 흔적 없이 닦아 매끈하게 포장한다. 금이 간 것은 하수구 점검 때문이다. 보통 3인 1조로 검침 작업을 하는데 두 명은 갈고리를 구멍에 넣어 뚜껑을 들어 올리고 한 명은 쇠망치로 세게 맨홀을 내리친다. 오래된 하수구는 먼지 따위 이물질로 가장자리가 딱딱히 굳어 바닥에 들러붙는다. 망치로 모진 매질을 먹여야 뚜껑이 바닥과 떨어져 그제야 쇳덩어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무심한 망치질에 맨홀 주위는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진다. 작업은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지각하기에 때론 본질을 오류하고 그 판단을 정답으로 굳게 믿는다. 맨홀 주위가 깨져 있는 것에 주목한 아이처럼 ‘그것은 다르다’ 의문한다면 소수의 검토자가 형성되고 논리는 검증을 거쳐 더 단단해졌을 수 있다. 거르지 않은 지식은 설령 그 잘못을 깨우쳐도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정보 제공자의 고집과 습득자의 확고함이 무시 못할 걸림돌이다. 귀농을 꿈꾸었다. 꿈꾼 것이라 표현함은 그것이 어찌나 말랑말랑한 각오였는지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이다. 도시에서 일용직으로 제법 굳은살이 붙었다 으쓱했지만 농부의 일은 쓰이는 근육이 달랐다. 원예 작물인 딸기는 하우스 재배를 한다. 첫날 작업한 농장은 서서 딸기를 솎는다. ‘솎아낸다’는 딸기 수확이 한창일 때 더 큰 딸기를 얻기 위해 꽃의 개수를 제한하고 익은 딸기를 따기 쉽게 곁 줄기를 쳐내는 작업이다. 반나절 쉼 없는 노동이었지만 서서 일하니 편하고 제법 재미도 붙어 손이 빨랐다. 나중에야 그것이 손해만 끼친 헛수고였고 농장주의 알고도 모른 척이었음을 알았지만. 오후에 작업한 하우스는 달랐다. 고랑을 깊게 판 땅에 딸기가 박혔다. 입구에서 보니 밭 끝이 가물가물 보였다. 고랑 사이를 그냥 걷기도 휘청휘청인데 허리를 숙여 딸기를 따려니 얼굴에 피가 몰리고 무릎은 깨져 나갈 듯 저렸다. 작업이 끝났지만 농장주는 나를 쉬게 두지 않았다. 하우스를 돌며 일일이 지켜보게 했다. 그제야 하우스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햇볕이 지면 천장을 닫고 단열재를 덮어 난방하고 열어 둔 옆문을 닫는다. 모든 동작이 모터의 힘으로 움직였기에 순서를 지켜 차근차근 않고 성급하면 과부하가 걸린다. 서서 하는 ‘고설재배’는 여러 모로 유용하지만 ‘토경재배’에 비해 몇 배의 시설비가 든다는 것도 알았다. 다 같은 비닐하우스라 치부했던 나의 우매함은 아이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선별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수확한 딸기를 크기별로 보기 좋게 담는 작업은 오랜 숙련을 거쳐야 가능하다. 선별은 가격 측정의 척도다. 공판장을 거쳐 마트에 진열된 딸기 가격에는 농부의 고된 수고의 값이 전부였다. 돌아오는 차창 밖 황량한 논 위에 덩그러니 놓인 하얗고 둥근 공을 이젠 마시멜로라 부르지 않는다. ‘곤포 사일리지’. 그리고 길게 누운 하우스의 생김새를 유심히 본다. 저기 잡초를 뽑는 시골 할매는 평생 글로만 농촌을 그려 온 나보다 백배는 땅을 더 잘 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치우쳐 모든 것을 다 안다 자만한다. 오판은 깨우침보다 돌이킴에 더 큰 용기가 따른다.
  • 美 대만여행법 통과시키자… 中항모, 대만해협서 무력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하자 중국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에 진입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대만 중앙통신은 21일 중국의 랴오닝(遼寧)함 항모 전단이 전날 대만해협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돼 대만군이 전방위에서 실시간 감시, 추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옌더파(嚴德發) 대만 국방부장은 랴오닝 항모 전단이 18∼19일 동중국해에서 군사활동을 벌이다가 20일 대만해협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랴오닝함은 우크라이나 항모를 인수해서 개조한 중국의 첫 항공모함으로 길이 302m에 전투기를 24대까지 실을 수 있다. 랴오닝함의 대만해협 진입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여행법 서명으로 본격화한 미국과 대만 간 고위급 관료 교류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대만여행법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내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로 한창 바쁜 시기에 통과됐다. 고위급 공무원의 교류를 확대하는 대만여행법의 시행과 함께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전날 3일 일정으로 대만을 전격 방문했으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최측근인 천쥐(陳菊) 가오슝 시장도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웡 부차관보는 이날 차이 총통이 참여한 미국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연설까지 했다. 랴오닝함은 지난 1월에도 두 번이나 정기훈련 명목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으며, 대만은 최근 중국군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 훈련을 늘려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난했다. 2016년 대만 독립을 강조하는 차이 총통의 당선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미국이 대만여행법으로 불을 지핀 형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3억 달러(약 1조 4000억원)어치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했다. 시 주석은 전날 전인대 폐막 연설에서 “홍콩과 대만의 완전 통일은 중국 인민의 공통 열망이며 분리 시도는 인민의 비판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씨줄날줄] 버스 음식물과 ‘시민 복종’/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버스 음식물과 ‘시민 복종’/황수정 논설위원

    말쑥한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 시내버스에 오르자 남학생들의 시선이 쏠린다. 유유히 걸어 맨 뒷좌석에 다소곳이 앉은 여학생. 그러나 반전의 순간. 버스는 급정차하고 여학생의 가방에서 나온 삶은 계란, 고구마들이 버스 안 곳곳으로 굴러 흩어진다. 시내버스와 고구마, 김치 반찬통 등은 그렇게 오랫동안 하이틴 영화나 잡지의 코믹 소재였다.버스 음식물 논쟁이 서울 도심에서 때아니게 시끌시끌하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1월부터 버스로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다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어서다. 음식물 반입을 막으려는 버스 기사들과 제지당하는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옥신각신한다. 조례의 모호한 기준은 논쟁의 불씨가 될 만도 하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 안전 및 피해 예방을 위해 음식물이 담긴 포장 컵 또는 불결·악취 물품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조례는 규정한다. 뜨거운 음료나 냄새가 심한 음식이 아닌데도 탑승이 거부되는 사례가 많아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이다. 기사마다 ‘유권해석’이 제각각이니 현장의 시비는 더 커진다. “껌이나 사탕은 허용되느냐”고 낯을 붉히는 승객도 있다. 맥락이 비슷한 갑론을박은 공중화장실에서도 한창이다. 지난 1월부터 전국의 공중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이 일제히 치워졌다. 행정안전부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적용한 결과다. 공중화장실이 청결해졌다는 찬성 여론에 반대 여론도 팽팽하다. 마구잡이로 휴지를 버리니 막힌 변기가 곳곳에서 말썽이다. 위생용품 휴지통이 따로 비치된 여자 화장실은 공간이 좁아져 불편하다는 호소도 많다. 화장지가 섞인 하수를 처리하는 추가 비용, 수질 환경오염을 지적하기도 한다. “○○회사는 왜 하필이면 지금 물에 더 잘 녹는 공중화장실용 화장지를 출시했을까?” 이런 황당한 ‘정부 짬짜미’ 음모론까지 떠돈다. 버스 음식물과 공중화장실 갑론을박의 불씨는 판박이 닮은꼴이다.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생활밀착형 공공 정책을 갑자기 바꿨는지 대부분의 사람은 깜깜하다. 실제로 행안부와 서울시의 정책 홍보는 의아스러울 만큼 부실했다. 공청회 등 대중 의견을 충실히 묻는 과정이 생략되다시피 했다. “정책이 시민의 자유의지에 일방적으로 개입해도 좋은지” 뒤늦게 따지는 이들이 그래서 많다. 다수의 동의를 얻을 만한 정책이라도 일방통행은 짚어 볼 문제다.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이 문구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이다. ‘시민 불복종’의 빨간불이 켜질 수 있으므로.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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