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짓이다? 드라마마다 동거·계약결혼 바람
안방극장에 ‘계약 결혼·동거’가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방영중이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전 계약 하에 거리낌 없이 결혼이나 약혼,동거를 하는 설정이 앞다퉈 그려지고 있는 것.최근 넘쳐나는 ‘백마탄 왕자와 신데렐라’식 설정만으로는 더이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좀더 자극적인 소재가 차용되는 분위기다.물론 남녀 주인공의 ‘신분차이’와 ‘삼각관계’는 기본 공식이다.
‘황태자의 첫사랑’ 후속으로 새달 1일 방영 예정인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아일랜드’(극본 인정옥,연출 김진만)에서 해외 입양아 출신 여자 주인공 이중아(이나영)는 한국으로 돌아와 강국(현빈)과 사랑을 하게 되고 합의하에 동거를 시작한다.이후 이들은 또 다른 동거 커플인 이재복(김민준)-한시연(김민정)을 만나게 되고,서로 교차된 사랑을 한다.
현재 방영중인 SBS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극본 진수완,연출 이창한)과 KBS2TV 수목 드라마 ‘풀하우스’(극본 민효정,연출 표민수)에서는 각각 ‘계약 약혼’과 ‘계약 결혼’이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이다.‘형수님은 열아홉’의 남자 주인공 강민재(김재원)는 정략 결혼을 시키려는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도구로 열아홉살짜리 고등학생인 한유민(정다빈)과 계약 약혼을 한다.‘풀하우스’의 여자 주인공 한지은(송혜교)은 아버지가 남긴 전재산인 집(풀하우스)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 상황에서,어쩔 수 없이 비(이영재)와 계약 결혼을 한다.
이밖에 KBS1TV 일일연속극 ‘금쪽같은 내새끼’(극본 서영명,연출 이상우)에서도 비슷한 설정을 엿볼 수 있다.여주인공 고희수(홍수현)가 자신의 집이 경매처분당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돈줄을 쥔 사채업자 집 아들과 자청해 결혼을 하는 것.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과 방송 관계자들은 “현실에서는 신성시되는 남녀간의 결혼이 픽션인 드라마를 통해 너무 가볍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풀하우스의 표민수 프로듀서는 “남녀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를 강조하기 위해 ‘계약 결혼’이란 장치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