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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한길 “미국이 망명 제안” 주장하더니…일본서 ‘대한민국 살려주십쇼’

    전한길 “미국이 망명 제안” 주장하더니…일본서 ‘대한민국 살려주십쇼’

    미국 체류 중이던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55)이 일본에서 ‘대한민국을 살려주십시오’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근황이 전해졌다. 전한길은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후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전한길은 ‘1905년 을사늑약’ ‘1910년 한일병합’이라 적힌 손팻말과 ‘2025년 친중 이재명’이라 적힌 손팻말을 함께 들고 서 있었다. 전한길은 “을사늑약, 한일병합조약을 통해 우리는 길고 긴 35년의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는 큰 고통을 당하는 역사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2025년 이재명 정권이 친중화 돼가고 있다”며 “결국 대한민국을 망하게 만든 이재명 정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해외 교민들께 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 한미 동맹을 튼튼히 해야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외침을 끊임없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한길은 신주쿠 한복판에서 1인 시위를 한 사진도 공개했다. 전한길은 ‘일본 교민 여러분! 대한민국을 살려주십시오!’ ‘이재명=히틀러’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전한길은 “이재명 정권의 민낯은 해외 교민들이 더 객관화해서 볼 수 있지 않겠나 해서 국내에 좀 알려달라고, 도와달라고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에 와 있는 교민 여러분께 이재명 정권 치하 속에서 민주주의가 망해가고 있고 친중화 되어 가는 것을 알려서 ‘교민 여러분, 대한민국을 살려주고 힘을 내주십시오’(라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 이후 미국에 머물던 전한길은 “저보고 현재 망명하라, 미국 내부에서 저보고 망명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런 제안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미국에서 여러 차례 방송을 진행하며 신변의 안전을 위해 정확한 거처 위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씨는 결국 미국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15일 일본에 입국했다는 전씨는 17일 호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 수원특례시, 주택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후보지 30곳 선정

    수원특례시, 주택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후보지 30곳 선정

    수원특례시(시장 이재준)가 17일 ‘2024년 주택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후보지 30곳을 선정했다. 재개발 후보지는 ▲장안구 연무동 61 ▲송죽동 462 ▲정자동 328 ▲송죽동 385-7 ▲조원동 741 ▲조원동 566-2 ▲송죽동 277-64 ▲파장동 569-3 ▲파장동 622 ▲파장동 421-4 일대와 ▲팔달구 지동 110-15 ▲지동 475 ▲매교동 161 ▲우만동 477 ▲우만동 503-7 ▲우만동 300 일대, ▲권선구 세류동 97 ▲서둔동 188-2 ▲호매실동 405-1 일대, 그리고 ▲영통구 매탄동 130-50 ▲매탄동 196-80 일대 등 20곳이다. 재건축 후보지는 ▲영통구 매탄동 1211-1 ▲매탄동 1217-7 ▲매탄동 1199 ▲매탄동 1162 ▲매탄동 197 일대와 ▲장안구 정자동 313-1 ▲정자동 395 ▲조원동 510 일대, ▲권선구 권선동 1185-1, ▲팔달구 우만동 300 일대 등 10곳이다. 북수원역 파장동 569-3 일대, 우만동 477 일대, 세류동 97 일대 등 3곳은 정비계획 입안 제안이 필수적인 ‘입안 제안형’ 구역으로 조건부 선정됐다. 수원시는 행정이 주도하던 기존 정비 방식을 주민 중심으로 전환한 ‘정비구역 주민제안 방식’을 도입해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 10년 이상 걸리던 신규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해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 공모 공고일부터 투기 방지 장치를 강화해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수원시는 내년부터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 절차에 들어가 약 2만 5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권리산정기준일은 2024년 9월 25일, 건축허가 제한일은 2025년 10월 17일이다. 수원시는 11월 6일 오후 4시 수원벤처밸리Ⅱ B동 6층 수원시 기업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후보지 선정 이후 절차와 정비계획 기본방향(2030 수원시 주거생활권계획)을 안내할 예정이다.
  • ‘친한파’ 이시바, 야스쿠니에 공물 봉납…외교부 “실망과 유감”

    ‘친한파’ 이시바, 야스쿠니에 공물 봉납…외교부 “실망과 유감”

    ‘친한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유감을 표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되는 추계 예대제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과 기우치 미노루 경제안보담당상도 각각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는 않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해왔다. 8월 15일 패전기념일에는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신사 봉납물) 대금을 봉납했다. NHK는 이시바 총리의 후임을 노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오는 19일까지인 이번 추계 예대제 기간 참배를 보류한다고 전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재는 자민당 내 극우 성향 인사로 각료 신분일 때를 비롯해 봄과 가을 예대제나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때도 “국책(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참배 의사를 내비쳤다. 이번 일과 관련해 외교부는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국가 간, 국민 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여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약 213만 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 김동욱 서울시의원 “게임·AI가 외교의 언어로”… 한중일 문화협력 선언 제안

    김동욱 서울시의원 “게임·AI가 외교의 언어로”… 한중일 문화협력 선언 제안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김동욱 의원(국민의힘, 강남5)이 중국 장쑤성 옌청에서 열린 ‘장쑤성인민대표대회(장쑤성인대) 한일 지방의회 원탁회의’에서 AI와 e스포츠를 매개로 한 새로운 한중일 문화협력 선언을 제안했다. 이번 회의는 장쑤성인대의 초청으로 열린 국제 지방의회 교류 행사로, 한국과 일본의 지방의회 대표단이 참석해 문화·환경·청년정책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다. 서울시의회도 대표단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지방의회 간 실질적 교류 확대와 상호 이해 증진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김 의원은 ‘인문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와 협력 기반 마련’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AI 시대의 청년세대가 이미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같은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e스포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교류가 한중일 관계를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국·중국·일본의 청소년들이 같은 게임 화면 앞에서 함께 환호하며 소통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유된 경험이 정치적 갈등보다 강한 연대의 기억을 쌓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 기술 발전이 인간의 주체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 나라가 공동의 윤리 기준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의원은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추진할 ‘2030 East Asia Cultural Innovation Pact(동아시아 문화혁신공동선언)’을 공식 제안했다. 이 선언이 e스포츠·AI·디지털문화·데이터협력을 하나의 틀로 통합해 단순한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문화외교 협력체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치적 합의보다 문화와 기술을 통한 신뢰의 복원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2030세대와 미래세대가 게임과 AI를 통해 평화와 협력의 언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서울시의회도 한중일 지방의회 간 실질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번 교류를 계기로 환경, 스마트시티,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끝으로 김 의원은 “지방의회 간 문화외교는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협력의 과정이며, 궁극적으로는 세 나라의 소프트파워를 함께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작은 성과를 꾸준히 쌓아 동아시아가 함께 중장기적 미래를 설계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원화로 대미투자’ 우회 카드…한미 관세협상 타결 가시화

    ‘원화로 대미투자’ 우회 카드…한미 관세협상 타결 가시화

    구윤철 등 3인방 현지서 막판 총력美베선트 “10일 안에 뭔가 나올 것”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2주 앞두고 한미 무역협상 최종 타결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약 497조원) 투자액 조달 방식을 놓고선 ‘원화’를 활용한 대미 투자 카드가 급부상한 모양새다. 미국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맺는 통화 스와프로 투자액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 협상단 장관급 협의가 진행 전이고 백악관이 어떤 변덕을 부릴지 불확실한 터라 신중론도 나온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이번 방미 목적은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가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스와프 방식이 무제한일지, 한시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협상단의 최대 목표가 ‘통화 스와프 체결’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한국의 외환시장을 많이 이해하고 있고, 저희가 제안한 것(통화 스와프)을 받아들일 것 같다”면서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향후 10일 이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통화 스와프 방식과 규모다. 현재 거론되는 미 재무부와 한국은행 간 ‘원화’ 중심의 통화 스와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자산이 아닌 재무부의 외화안정화기금(ESF)으로 원화를 구매하고 달러를 내주는 방식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우회로’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베선트 장관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를 내고 ESF에서 조달한 달러를 마스가(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등 대미 투자에 활용해 한국 외환시장에 가해질 수 있는 달러 유출로 인한 충격을 줄이는게 핵심이다. 미국은 유사한 방식으로 지난 9일 아르헨티나와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다만 3500억 달러 전액을 원화 스와프로 투자하기는 어렵다. 미 재무부가 공개한 올해 2월 기준 ESF의 자산 총액은 2108억 달러였다. 한국도 아르헨티나처럼 백억 달러 단위를 얻어내는 데 그친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양국이 전격 합의해도 걸림돌은 남는다. 수백조 원 규모의 대미 원화 투자는 국내 외환시장과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투자를 달러로 하면 달러 수요가 증가해 외환위기 때처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원화로 해도 원화 유출에 따른 약세 흐름이 나타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1261조원(8월 기준)으로 집계된 국가채무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497조원은 내년 정부 예산안 728조원의 68.3%에 이른다. 일각에선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역시 국가부채를 활용한 자금 조달 방식이어서 한계가 있다. 3500억 달러 자체를 축소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트럼프가 언급한 ‘선불’의 의미는 3500억 달러를 확보했다는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면서 “총액 자체가 머릿속에 박혀 있고, 세일즈 됐기 때문에 줄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협상 결과를 단언하긴 이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통화 스와프를 제시했지만 그건 무제한이었고, 미국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와프가 체결되더라도 필요조건일 뿐이다. 충분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와의 통화 스와프에 큰 의미를 두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진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 실장의 발언이 김 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협상대표단의 언급과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이자 대통령실은 “위 실장의 통화 스와프 관련 발언은 아직 양측이 합의하지 않았고 협의 중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협상 내용이나 상대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며 “일부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을 찾되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 실장과 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구 부총리도 합류한다.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OMB는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 B급정서와 밀덕력으로 가득찬 고품질 만화책이라니 [세책길]

    B급정서와 밀덕력으로 가득찬 고품질 만화책이라니 [세책길]

    한중일, 지겹지만 닮았고 꺼리지만 떨어질 수 없는지금은 꽤 낯선 얘기가 돼 버렸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응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자는 논의가 한중일+아세안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던 때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대응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한중일 정상이 모여 공동협력을 다짐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김대중은 그 과정에서 꽤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관계를 업그레이드했고 한중관계도 튼튼하게 다져놓았다. 중국 주석이었던 장쩌민이 사석에선 김대중을 ‘형님(大哥)’이라 불렀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20년 가량 지난 지금으로선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한중일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에 설립한 ‘한중일 협력 사무국’은 유명무실해지고 한중일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선 중국인들 몰아내자는 혐오시위가 난무한다. 한중일 모두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이웃나라라는 걸 생각하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현실이다. 동아시아 정세에서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세기 초반 한국은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한중일은 물론 북미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했다. 2025년 현재 남북관계는, ‘관계’라고 할만한 것 자체가 없다.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뱃지를 달고 나온 사람들과 마주 앉아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통일부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주도권은 언감생심이고 ‘페이스 메이커’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이런 와중에 한중일을 한묶음으로 묶어서 고민하는 책이 나온 건 여러모로 고맙다. 1839년 아편전쟁부터 1910년 한일 병합에 이르기까지 한중일을 휩쓴 격동의 세월을 무려 20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묶은 <본격 한중일 세계사>다. 첫번째 책이 나온 게 7년 전인 2018년이었고 2025년 8월에 스무번째 책으로 완결이 됐다. 전체 분량이 7032쪽이나 된다. 다행히 만화책이다. 쉽게 쉽게 책을 넘길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대충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무척이나 심오한 통찰력을 만화에 담은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저자는 김선웅, ‘굽시니스트’라는 필명을 쓰는 시사만화가다. 굽시니스트를 처음 알게 된 건 2009년부터 시사IN에 연재하기 시작한 ‘본격 시사인 만화’ 덕분이었다. 각종 시사 현안을 엄청난 통찰력으로 풀어낸 시사만화를 보며 단숨에 팬이 됐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으론 하위문화에 조예가 깊어서 오타쿠 문화 패러디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게 가끔 난해하게 느껴지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했을 만큼 역사 지식이 해박하다. 그런 장점들이 <본격 한중일 세계사> 곳곳에서 잘 드러난다. 격동의 시대를 다루려면 등장인물이 수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굽시니스트는 호랑이와 판다, 고양이 얼굴로 한중일을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실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은 특징을 살렸는데, 그러다 보니 뚱뚱한 고양이나 무섭게 생긴 호랑이처럼 개성이 드러나는 걸 보는 묘미가 있다. (물론 청나라를 다루면서 만주족과 한족을 똑같은 판다로 표현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청나라 지배를 받았던 몽골을 말로 표현한 것처럼 만주족은 용 정도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다.) 20권 410쪽에서 425쪽에 걸쳐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가 나누는 가상 대화 역시 저자가 동아시아 역사는 물론 현실 국제문제를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드러내는 동시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깊이있게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간단치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로 끄덕거리게 된다. 고종의 표정과 얼굴에서 드러나는 ‘망국의 길’그런 통찰력은 고종에 대한 묘사에서 잘 드러난다. 어린 시절 이후 시간이 갈수록 고종 얼굴은 총명함을 잃고 우유부단한 얼굴이 도드라진다. 을사늑약 이후 밀려드는 반대 상소에도 뚜렷한 답조차 없이 어물쩍 넘어가면서 “내가 곧 대한제국인데, 내가 무너지면 어찌 나라가 보전되겠는가. 내가 아니면 누가 더 뒷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20권 251쪽)”라고 변명하는 모습에서 시대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고종을 잘 표현했다. 의병을 일으켰다가 포로로 잡혀 일본 쓰시마에서 숨진 최익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최익현의 유령이 “제가 보내드린,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나라 망할 때 자결했다는 내용의 상소문은 잘 받으셨사옵니까?”라고 하자 고종은 “난, 아직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요”라고 얼버무린다. 이에 최익현의 유령은 곧바로 “뭐? 황손 몇 명 더 만들기요?”라며 고종의 무책임함을 정면으로 꼬집는다. 을사늑약 체결 직전 이토 히로부미와 대화하는 장면은 국내 애국심을 갖고 있던 정치세력을 참고 넘어가질 않았던 고종에 대한 뼈 때리는 비판으로 읽힌다. 고종은 이렇게 말한다. “거, 그런 중대사는 원래 중추원과 백성 일반의 뜻을 물어 결정하는 것인지라…;;;” 이토는 이렇게 반격한다. “한국은 전제군주정으로, 군주가 만기를 오롯이 홀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정체가 아이옵니다까. 쓸데없는 소리 마시고 얼른 결정 내리시옵소서.” 그 다음 고종의 한탄. “아오;; 중추원 의회 걍 놔둘걸;;” <본격 2차세계대전 만화>를 통해 밀리터리 매니아라는 걸 드러냈던 굽시니스트는 <본격 한중일 세계사>에서도 전쟁사 분야에 상당한 내공이 있다는 걸 과시한다. 아편전쟁이나 태평천국의 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을 다룬 부분은 구체적인 전투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묘사해서 전투상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사실 태평천국의 난 부분은 너무 상세해서 오히려 분량조절에 실패한 느낌마저 있다) 언어유희를 잘 활용한 풍자와 촌철살인도 도드라진다. 1905년 2월 혁명을 묘사한 대목을 보자. 십자가를 들고 차르에게 ‘먹을 빵을 달라’며 청원하던 시민들은 “차르 우라~! 차르께서 오늘 점심 쏘신다고” 하다가, 군인들의 총격에 쓰러지며 “차, 차르 우…라…질(20권 18~20쪽)”이라고 한다. 곧이어 발생한 총파업에서 노동자들은 “차르 짜르자!(20권 27쪽)”라고 외치고, 총파업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트로츠키는 “트로트 키로 한 곡 뽑아봐요(20권 28쪽)”란 응원을 듣는 식이다. 언젠가 군인들 행태를 풍자한 만평을 보고 한참 웃었던 적이 있다. 국군장병들 시선과 민간인 시선으로 나눈 두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장병들 시선, 지하철에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린다. ‘저 부대는 전투화도 다림질했구나’ ‘야상을 세 줄로 다리다니 대단한데’ ‘아 우리도 모자에 불광 낼 걸’ 하면서 다른 부대와 자기 부대 휴가복을 비교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다음 일반인 시선. 그냥 다 똑같은 옷을 입고 군복 위에 달린 게 머리라는 것 정도만 기억나는 군바리일 뿐이다. 과장섞어 말한다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이 한중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한중일은 수천년을 얽히고 설켜왔다. 미워하며 협력하며 수천년을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다.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진 이런 인연 혹은 악연을 피해 갈 도리는 없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국 사람들 습관이나 문화, 자연환경과 가장 닮은 건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다. 중국이나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지겹게 닮은 서로를 이해하고 되돌아보는 데 이바지하는 게 <본격 한중일 세계사>가 아닐까 싶다. 사족[蛇足]14권 144쪽에 함경도 원산이라고 나오는데 원산은 사실 함경도가 아니라 강원도다. 20권 381쪽에 등장하는 함경북도 경홍군은 사실 경흥군이다. 경흥군 위치도 책에 나온 것보다 실제론 더 남쪽에 있다. 이 정도면 존경하옵는 굽시니시트가 쓴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인증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굽신굽신.
  • 이민석 서울시의원, ‘한중일 지방의회 원탁회의’서 동북아 경제협력 비전 제시

    이민석 서울시의원, ‘한중일 지방의회 원탁회의’서 동북아 경제협력 비전 제시

    서울시의회 이민석 의원(국민의힘, 마포1)은 지난 15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서 개최된 ‘장쑤성인민대표회의와 한일 지방의회 원탁회의‘에 참석해 ‘경제 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 실현’을 주제로 의제 발표를 했다. 이번 회의는 장쑤성인민대표회의 초청으로 열렸으며, 서울시의회를 비롯해 경기도의회·충청남도의회·전라북도의회, 일본 홋카이도의회·지바현의회 등 한·일 지방의회 대표단 64명이 참석했다. 장쑤성(江蘇省)은 인구 약 8500만명, GDP 약 1조 9000억 달러(2023년 기준)로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지역이다.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중앙정부 간 거대 담론만으로는 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지방의회가 기업과 인재가 체감할 수 있는 협력의 실행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 AI·스마트시티 기술 교류 정례화 ▲미래세대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 ▲ 혁신 인프라 연결을 통한 창업 생태계 확장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시의 ‘스마트라이프위크(Smart Life Week)’ 행사를 한·중·일 지방정부 간 첨단 기술 협력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며, 각 지방정부가 보증하는 ‘동아시아 청년 인재 펠로우십’ 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을 다지자고 강조했다. 또한, 세 번째는 각 지역의 창업지원 허브를 연계해 다자간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공동 성장의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끝으로 “한중일 지방의회가 상호주의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협력의 실핏줄을 놓는다면, 중앙정부의 외교적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 세대에겐 갈등이 아닌 협력의 유산을, 불확실성이 아닌 번영의 기회를 물려주기 위한 약속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이번 회의는 정치·외교를 넘어, 지방의회 차원에서 기업과 인재, 지역 혁신을 잇는 실질 협력의 새 장을 연 중요한 계기”라며 “서울시의회가 한중일 지방 간 상생 협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서울시의회에서는 최호정 의장을 단장으로 이민석 의원 등 6명이 대표단으로 참석했으며, 장쑤성인민대표회의와 우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신창싱(信长星) 장쑤성 당서기와 공식 면담 및 환영 만찬에도 참석했다.
  • 땅끝 그린 주인공은 ‘바람’잡이

    땅끝 그린 주인공은 ‘바람’잡이

    세계 1위 지노 티띠꾼(태국)과 2위 넬리 코르다(미국)가 불참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에서 김효주를 비롯한 한국 선수 22명과 신흥 강자 야마시타 미유 등 일본 선수 8명이 운명의 한·일전을 벌인다. 김효주와 유해란, 김아림, 야마시타 등은 15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서 저마다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유일 LPGA 투어 개인전으로 16~19일 펼쳐지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모두 78명이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우승 경쟁을 벌인다. 김효주는 “한국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 보다 크다”면서 “일기예보 상으로 주말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는데 캐디와 상의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끝나면 흰머리가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포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김효주는 최근 끝난 롯데 챔피언십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상승세가 무섭다. 대회장 인근 영암 출신인 유해란은 미국 무대 진출 3년 차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3주 휴식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유력 우승 후보인 그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세계 6위로 메이저대회인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투어 신인왕 수상이 유력한 야마시타는 “경기장 잔디가 일본이랑 비슷해서 마치 일본에서 플레이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다케다 리오와 이와이 아키에와 치사토 쌍둥이 자매 등이 우승을 노린다. 디펜딩 챔피언 해나 그린(호주)은 “지난해 퍼팅이 잘돼 우승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나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두 대회 연속 톱10 진입으로 정상급의 샷감을 유지하고 있는 김아림은 “주말 예고된 강한 바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 정몽준 “한일, 채워지지 않은 물컵 반 잔…일본이 채우는 노력해야”

    정몽준 “한일, 채워지지 않은 물컵 반 잔…일본이 채우는 노력해야”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15일 한일 관계를 두고 ‘채워지지 않은 물컵 반 잔’이라며 “일본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나머지 반 잔을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일본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아산정책연구원과 일본 민간연구소 아시아퍼시픽이니셔티브(API) 공동 주최로 연 ‘2025 한일 정책 대화’에서 “급변하는 지역안보 상황에 따라 보다 긴밀한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 이사장은 “미국 펜실베니아대 이정식 교수에 따르면 위안부는 20만명, 강제징용은 200만명, 강제 징병은 2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며 “일부 일본 정치인이 강제징용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질적인 보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고 진심을 다하는 노력, 미래세대에도 올바른 역사의 교훈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이야말로 양국 관계의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북한의 핵 위협과 북러 군사 밀착 등 지역 안보 상황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도전 속에 한일 양국의 협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며 “양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협력 틀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한때 주장한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설립 제안에 공감한다고도 말했다. “역내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집단안보 체제 구축이 절실한데, 한국과 일본이 함께 이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강조도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또 “한국에서는 핵 잠재력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핵 잠재력을 강화해 인도태평양 지역 핵전력을 구축한다는 대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윤덕민 전 주일 한국 대사 등도 참석해 북핵 대응을 위한 한일 및 한미일 협력, 한일 협력의 도전과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축사에서 자신이 재임할 때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돼 12차례에 걸쳐 대면 회담이 이뤄졌으며 지난 8월 방일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7년 만에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며 “양국 정부가 긴밀히 의사소통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 환경이 점점 더 엄혹해지는 가운데 협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신동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생 대응을 위한 가족친화정책 한일 포럼’ 참석

    신동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생 대응을 위한 가족친화정책 한일 포럼’ 참석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원 부위원장(국민의힘, 노원 1)은 1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국제회의장 피움서울에서 열린 ‘2025 SFWF 국제포럼: 저출생 대응을 위한 가족친화정책_한일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 일본의 저출생 대응 정책과 가족친화 문화 조성을 중심으로 인구절벽 시대를 대비한 지속 가능한 정책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 일본은 1.15명이다. 두 나라 모두 초저출생 위기에 직면해 있으나, 일본은 기업 중심의 근로 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러한 한·일의 정책 차이를 공유하며, 서울시의 현실에 맞는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포럼에는 일본 아동가정청 오구라 마사노부 초대 장관, 일본 내각관방 야마사키 시로(전 지방재생총괄관), 일본여자대학 나가이 아키코 교수, 닛세이기초연구소 김명중 수석연구원 등 양국의 정부·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인구감소 대응 및 가족친화정책 사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기조 강연에서 오구라 마사노부 전 장관은 일본의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육아 지원,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등 가족친화적 제도가 장기적 출산율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하며, 사회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나가이 아키코 교수는 “기업이 ‘잔업 없는 근무제’를 정착시키면서,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출산율 또한 완만하게 회복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라며, 워라밸(Work-Life Balance) 중심의 노동문화가 저출생 해결의 중요한 요인임을 역설했다. 신동원 부위원장은 포럼 폐회 전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기업문화의 혁신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과 다른 지역 간의 출생률 차이를 단순히 정책의 효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라며 “출산과 육아가 가능한 사회 구조, 즉 민간기업의 근무 환경 개선과 가족친화적 조직문화 확산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 부위원장은 “한·일 포럼을 시작으로 덴마크, 프랑스 등 복지 선진국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국제협력을 통해 서울시의 가족친화정책이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시 및 관련 기관·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한·일 양국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출산율 하락이라는 인구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문화적 공감대 형성의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 한일축제한마당 빛낸 한복과 기모노

    한일축제한마당 빛낸 한복과 기모노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1회 한일축제한마당 2025 자원봉사자들이 한일 양국 전통 의상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433년만의 사죄..왜장 후손들 한국 찾아 의병 위령탑에 헌주

    433년만의 사죄..왜장 후손들 한국 찾아 의병 위령탑에 헌주

    임진왜란 당시 조선 땅을 짓밟은 왜장의 후손들이 한국을 찾아 조상들을 대신해 사죄했다. 10일 충북 옥천의 조계종 사찰인 가산사에서 열린 ‘광복80주년 기념 한일 평화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일본인 히사다케 소마(24)씨와 히로세 유이치(70)씨는 의병·승병을 추모하는 위령탑에 술잔을 올리고 머리를 숙였다. 이들은 이종학(이순신 장군 후손)씨 등 조선 장수의 후손들과 만나 손을 맞잡고 용서와 화해도 구했다. 두 일본인은 왜군 5진 후쿠시마 마사노리 부대 소속의 쵸소 가베모토치카 왜장과 6진 모리 데루미츠 부대 소속 도리다 이치 왜장의 17대 후손으로 전해졌다. 소마씨는 “임진왜란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많은 일본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평화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한국방문은 김문길 박사(부산외대 일본학과 명예교수)의 역할이 컸다. 김 박사는 “가산사가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조헌 의병장과 승병장 영규대사의 초상화를 모신 절이란 사실을 알고 평소 알고 지내던 왜장 후손들과 논의해 용서와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가산사는 조계종 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로 신라 성덕왕 대인 720년에 창건됐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의승군이 군영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전란 중 불탔으나, 1624년 인조 때 중건됐다. 이후 숙종 때 호국사찰로 지정돼 영규 대사와 조헌 의병장의 진영을 봉안하고 제향을 올리고 있다. 2019년 의·승병을 기리는 호국충혼탑을 세웠고, 2022년에는 호국문화체험관도 열었다.
  • “공소시효 끝났죠?” 양궁선출 살인범의 치명적 착각…. 20년 도피 후 자수의 결말은?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공소시효 끝났죠?” 양궁선출 살인범의 치명적 착각…. 20년 도피 후 자수의 결말은?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 전국부 사건창고]

    2015년 11월, 중국 상하이 한국 총영사관. 스스로 ‘불법 체류자’라 밝힌 40대 남녀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20년에 걸친 도주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계산과 달리, 이는 스스로 판 무덤의 입구였다.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치명적 착각은, 20년 전 묻어버린 진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신호탄이 되었다. 합숙소 근처 슈퍼마켓 여주인과 눈 맞아남편에 ‘이혼 요구’하다 목 졸라 살해20년 만에 중국서 ‘밀항’ 자수해 등장사건은 1996년 대구의 한적한 동네에서 시작됐다. 당시 21세의 주모 씨는 구청 소속의 촉망받는 양궁선수였다. 그의 화살은 과녁뿐만 아니라, 합숙소 인근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7살 연상의 여주인 A(당시 28세)씨의 마음도 꿰뚫었다. 미모의 여주인에게 빠져든 젊은 운동선수. 둘의 관계는 위험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다 그해 7월, 돌이킬 수 없는 불륜으로 발전했다. 영원할 것 같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A씨의 남편 B(당시 34세)씨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챘다. 가정은 파탄으로 치달았다. B씨는 아내에게 “그놈과 헤어지라”라고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와 주 씨를 떼어놓기 위해 슈퍼마켓마저 정리하고 15km나 떨어진 외딴곳으로 이사를 감행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비극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결과를 낳았다. 1996년 12월 8일 밤 10시. 주 씨는 B씨를 직접 찾아갔다.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마주 앉은 두 남자 사이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21세의 청년은 34세의 남편에게 당돌하게 요구했다. “당신 아내를 사랑하고,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으니 이혼하라.” B씨는 당연히 거세게 거부했다. 언쟁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주 씨는 결국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주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B씨의 시신을 트럭에 싣고 11km 떨어진 구마고속도로 인근 배수로에 유기한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한 남자의 목숨과 한 가정이 송두리째 불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범행 다음 날, 주 씨는 파출소에 근무하던 친누나에게 “사람을 죽였다”라고 털어놓았다. 누나는 ‘돈이 필요해 동생이 거짓말을 하나’ 여기고 용돈을 쥐여주었지만, 이후 연락이 끊기자 불길한 예감에 동생의 행적을 경찰에 알렸다. B씨의 아버지 역시 아들 부부의 행방이 묘연해지자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주 씨와 A씨의 불륜’, ‘사라지기 직전 주 씨와 B씨의 다툼’ 등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지만, 사건의 세 주역이 동시에 사라져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중 6개월이 지난 1997년 6월, 장맛비에 쓸려 나온 B씨의 시신이 등산객에 의해 발견되면서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주 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전국에 공개 수배령을 내렸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시각, 주 씨와 A씨는 이미 치밀한 도주 계획을 실행에 옮긴 후였다. 1년 4개월간 경주, 군산 등 국내를 떠돌며 숨어 지내다 1998년 4월, 위조여권을 손에 넣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 씨는 일본 파친코에서 브로커로 일하며 억대 돈을 모았고, 두 사람은 도쿄 디즈니랜드를 관광하는 등 잠시나마 평온을 누렸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이들의 평온을 깨뜨렸다. 일본 전역에 검문검색이 강화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이들은 또다시 위조여권을 구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일본에서의 호화로운 생활과 달리 중국에서의 삶은 고됐다. 주 씨는 트럭에 채소를 싣는 막노동을, A씨는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었다. “시효 끝났다” 범인의 착각과 결정적 증거시간은 흘러 2010년대. 기나긴 도피 생활에 지치고 향수병이 깊어진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이들이 믿는 구석은 ‘공소시효’였다.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 자신들의 범행 시점인 1996년을 기준으로 2011년 12월 7일이면 모든 죄가 사라진다고 확신했다.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한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라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전혀 몰랐다. 그들은 밀항 죄로 잠시 처벌받으면 자유의 몸이 될 것이라는 계산 아래, 2015년 상하이 총영사관에 자수했다. 심지어 중국 공안에 억류된 기간이 길어지자 “빨리 한국으로 추방하라”며 단식투쟁까지 벌이는 대담함을 보였다. 2015년 12월 30일, 마침내 한국 땅을 밟은 주 씨는 수사관 앞에서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얼굴에 묘한 미소를 띠며 회심의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거 아닌가요?” 수사팀은 아연실색했다. 범인이 자백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할 위기였다. 주 씨와 A씨는 “2014년에 중국으로 밀항했다”라고 말을 맞추며 해외 도피 기간을 최소화하려 했다. 금융기록도, 공과금 납부 흔적도 없는 두 사람의 행적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그때, 검경은 A씨 가족의 행적으로 수사 방향을 틀었다. A씨 친언니 부부가 2010년과 2013년, 숙소 예약 없이 중국 칭다오를 다녀온 사실을 포착했다. 검경은 언니의 집을 압수 수색을 했고, 마침내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바로 만리장성 등에서 주 씨와 A씨가 찍은 사진 10여 장이었다. 사진 뒷면에는 ‘2000년 O월 O일’이라는 촬영 일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은 2013년 A씨가 언니에게 “한국에 돌아가려고 살림살이를 정리하는데 이것만큼은 아름다운 추억이라 버릴 수 없으니 잘 간직해 달라”며 건넨 것이었다. 과거의 추억을 버리지 못한 미련이, 20년간의 도주 행각에 마침표를 찍는 족쇄가 된 셈이다. 양궁선수 주 씨 징역 22년, 내연녀 2년주 씨 “장기 도피 고초로 일부 죗값 치렀다”재판부 “법에 따른 떳떳한 처벌 아니다”결정적 증거 앞에 주 씨와 A씨는 무너졌다. 1998년부터 해외에 도피한 사실이 입증되면서, 살인죄 공소시효는 13년 넘게 남아있었다. 결국 주 씨는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A씨는 살인 공모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여권 위조와 밀항 관련죄로 징역 2년을 살고 출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 씨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했다”라고 지적하며, “그는 장기간 도피 생활로 고초를 겪어 일부 죗값을 치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떳떳하게 법에 따라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20년에 걸친 도피 극은 범인의 어설픈 법률 지식과 버리지 못한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막을 내렸다. 법망을 피해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착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그리고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이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살인죄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 디아스포라로 산 60년… 시인을 갈망하는 노시인의 노래

    디아스포라로 산 60년… 시인을 갈망하는 노시인의 노래

    치유의 시학 펼친 의사이자 시인1966년 이후 평생 미국에서 살아詩, 절망과 싸우고 희망 말하는 것22일 두 번째 ‘마종기문학상’ 시상 강제로 뿌리 뽑힌 채 평생을 떠돌아야 했던 노시인의 노래가 도착했다. 거기에는 지난날의 꿈이 깃들었다. 그저 거침없이 시인이 되는 것, 그것만이 그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살아서나 죽어서나 그는 시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더더욱’ 시인이기를 갈망한다. 의사이자 시인으로 평생 치유의 시학을 펼친 마종기(86)의 새 시집 ‘내가 시인이었을 때’를 펼치기 전 이런저런 생각이 피어오른다. ‘내가 시인이었을 때’라는 말은 ‘지금은 시인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시인이었다가 시인이 아닐 수도 있을까. 시인에게도 ‘은퇴’가 있을까. 절필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절필 이후로도 시인은 시인이다. 시인은 시인이 된 이상 시인으로 죽어야 할 운명이다. 그럴진대 ‘내가 시인이었을 때’라는 제목은 어째서 가능한가. “지난밤 긴 꿈이 아침까지 남아서 / 해변에는 지키지 못한 약속들 흩어지고 / 아침은 하늘까지 올라가 / 맑고 따뜻한 천지를 만드는데 / 이승에는 얼마나 많은 이가 이런 날 / 숨죽이며 아예 고개를 숙여 버리는지 / 늦가을 전라도 순천만에 와서야 / 두 손에 묻은 비린 바람이 / 위로의 말을 내게 전해 주네.”(‘해변의 디아스포라’ 부분·9쪽) ‘디아스포라’가 해변을 서성인다. 마종기는 디아스포라다. 공군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인 1965년 한일회담 반대 성명서에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모진 고초를 겪은 뒤 고국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났다. 이듬해 도미(渡美)한 마종기는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요즘은 1년에 한 번씩은 꼬박 한국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의 집은 미국이다. 고국에 들어오는 길이 그에게는 여행길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뿌리를 뽑힌 자의 슬픔, 발 없는 새의 슬픔은 마종기의 생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래 이제 나는 농담 한마디로 끝나는 몸, / 그러나 아들아, 한 가지만은 믿어 다오. / 나는 절대로 고국에 죄짓지 않았다. / 옳은 길을 가야 한다고 믿었을 뿐이다. / 내 사랑이 언제나 밝기를 바랐을 뿐이다. // 가거든 가슴 펴고 아비의 나라를 즐겨라. / 그곳에는 고운 꽃들이 많이 핀다더라. / 싱싱하고 새로운 인연도 많이 만나라. / 젊은 날 내가 받았던 상처의 미친바람들, / 믿어라, 그런 회오리는 다시 오지 않는다.”(‘바람의 이름으로’ 부분·27쪽) 전도유망한 의학도이자 마음속에는 순수한 시심(詩心)을 품었던 젊은이를 할퀴었던 ‘미친바람’은 정말로 다시 불지 않을까. 그러리라고 확신하며 ‘믿어라’라고 말하는 시인의 문장은 비장하다. 하지만 알 수 없다. 생의 풍파는 언제고 불어닥칠 것이며 우리는 상처받을 것이다. 다만 시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상처를 당연시하고 절망하며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품고 기어이 한 걸음 더 내디디는 것이다. 의사로서 병마와 싸웠던 것처럼 시인으로서 마종기는 절망과 싸운다. “얼마나 가야 이웃에 이를지 모르지만 / 그 무인도에 대해 한마디만 남기자면 / 나는 거침없이 시인이 되고 싶었을 뿐 … 좋은 시를 찾아 평생을 헤매 다녔지만 / 목 축일 것 하나 없이 무얼 했던 건지”(‘고군산군도에서’ 부분·96~97쪽) 마종기가 문단에 나온 것은 195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서다. 미국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시집을 발표했다. 이번 시집은 앞선 ‘천사의 탄식’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것이다. 등단한 지 65년이 됐던 지난해에는 마종기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연세대 의대 총동창회가 ‘마종기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첫 수상자는 이병률, 올해 두 번째 수상자는 심보선 시인이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연세대에서 열린다. 지난해 문학상 제정을 계기로 진행됐던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종기는 “제 안에서 동거하는 문학과 의학이 하나가 되길 바라면서 살아왔다”고 말했었다. 독자를 상념에 잠기게 한 표제작 ‘내가 시인이었을 때’의 첫 연은 이렇다. “내가 시인이었을 때 / 그러니까 내가 초록이었을 때 / 가는 곳마다 꽃향기가 넘치고 / 바람은 빈 들판을 요란하게 달리면서 / 평생의 꿈까지 흔들며 춤을 추었지.”(115쪽)
  • ‘강경 보수’ 차기 日총리, 야스쿠니 참배는 보류

    ‘강경 보수’ 차기 日총리, 야스쿠니 참배는 보류

    다카이치 사나에(64)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오는 17~19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서 열리는 추계 예대제 참배를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단독 국정 운영이 어려운 만큼 보수 일변 노선의 한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재가 17~19일 야스쿠니신사에서 열리는 추계 예대제 때 참배를 보류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고 당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8일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패전일(8월 15일)과 춘계·추계 예대제 때마다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온 대표적 보수 강경파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는 “국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겠다”며 계속 참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올해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변화에는 여소야대 정국과 북중러 밀착, 미중 경쟁 격화 속에서 외교적 실용주의를 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연장선에 있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지닌 인물로, 그 이념에 기반한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재도래와 북중러 밀착, 여소야대 정국 등 국내외 환경이 아베 시절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의 견제도 거세다.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전날 다카이치 총재와 회담을 갖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자금 스캔들, 외국인 배척 문제를 지적하며 “지지자들의 불안이 크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연립 정권은 없다”고 압박했다. 오랫동안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했던 공명당에서는 오히려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 보수 성향을 우려해 연정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공명당과의 연립이 흔들릴 경우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은 안갯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전 총리의 ‘계승자’로 불리며 헌법 개정, 자위대 강화 등 보수 진영의 숙원을 대변해 왔다. 역사·외교 현안에서도 이념적 일관성을 보였다. 특히 1990∼2000년대에 일본 정부 역사 인식,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매파’ 성향의 발언을 쏟아냈다. 사석에서는 “불고기와 K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최근까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장관급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우익 성향의 언행을 이어 왔다. 자신의 저서에서는 1997년 위안부 관련 기술이 실린 중등 교과서 논란을 언급하며 “자학적인 좌파 사상에 가까운 내용일수록 잘 팔린다”고 적기도 했다. 첫 여성 총재의 탄생에도 일본 정치권의 관심이 보수 재결집과 권력 재편에만 쏠려 있는 이유다. 일본에서는 잇따른 선거 패배로 참정당과 국민민주당으로 이탈한 보수층을 되찾기 위해 자민당이 ‘아베 전 총리의 계승자’인 다카이치 총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당선 후 당내 요직 인선에서도 보수 회귀와 파벌 안배가 두드러졌다. 부총재 자리에는 결선에서 자신을 지원한 아소 다로(85) 전 총리를, 간사장에는 그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72) 전 총무회장을 기용했다. 총무회장에도 아소파인 아리무라 하루코(55) 전 여성활약상을 기용했다. 특히 그는 비자금 사건으로 1년 당직 정지 처분을 받았던 구 아베파 중진 하기우다 고이치(62) 전 정조회장을 스즈키 간사장을 보좌하는 간사장 대행으로 복귀시켰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반 국민의 눈에는 이번 인사가 명백한 후퇴이자 파벌 정치의 부활로 비칠 것”이라며 “자민당이 다시 과거의 권력 구조로 되돌아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다카이치 총재 당선과 관련해 “(총리 선출이 끝나면) 한일 간 셔틀외교 복원 기조 속에서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일측과 적절한 소통방식, 시기 등을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사설] 日 강경 보수 차기 총리… 한일 협력·공존 흔들림 없어야

    [사설] 日 강경 보수 차기 총리… 한일 협력·공존 흔들림 없어야

    일본에서 강경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오는 15일쯤 첫 여성 총리가 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에서 자국 중심의 극단적 주장과 헌법 개정 및 자위대 군사력 강화에 앞장서는 등 강성 우익 입장을 고수해 온 인물이다. 일본의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비판하고, 독도에 자국 시설물을 설치하자고 주장한 전력 등이 있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이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3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서로 상대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역대 정권마다 한일 관계는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으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 반도체·전략물자 공급망 협력, 북핵 대응 등 현안에서 꾸준한 진전을 이뤘다. 과거를 직시하되 경제·안보·문화 교류 등에서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누가 지도자가 되더라도 두 나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더욱이 국제사회가 지정학적 불안과 경제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과 공존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다카이치 차기 총리는 한일 관계의 경색을 초래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그는 각료 시절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는 17~19일 추계 예대제 때는 참배를 보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참배를 중단한다면 외교적 긴장 완화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한중 양국의 강한 반발을 샀던 점을 반면교사 삼았으면 한다. 우리 정부도 감정적 대응을 하기보다는 원칙을 견지하되 실용적 협력을 병행하는 냉철하고 차분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일제강점기, 애기똥풀 등 토착 식물에 우리말 이름 붙였던 식물학자… 훈장 받는다

    일제강점기, 애기똥풀 등 토착 식물에 우리말 이름 붙였던 식물학자… 훈장 받는다

    일제강점기 어려운 여건에서도 토착 식물에 바람꽃·애기똥풀 등 우리말 이름을 붙였던 식물학자, 고 장형두 전 서울대 교수가 보관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과 국어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매우 큰 국내외 인사 9명과 단체 1곳을 ‘2025 한글발전유공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에 대한 포상은 9일 열리는 ‘579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진행된다. 올해 수상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르완다,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오랜 기간 한글과 한국어 발전에 힘써온 인물들로서 한글・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식물학, 국문학, 정보화, 예술, 특수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과 한국어의 가치를 넓혀왔다. 문체부는 그 공로를 인정해 보관문화훈장 2점, 문화포장 2점, 대통령 표창 3점, 국무총리 표창 3점을 수여한다. 보관문화훈장은 장 전 교수와 함께 마크 알렌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가 수훈한다. 피터슨 교수는 오랜 시간 한국어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어교육자협회와 한국교사협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어 교육 발전에 힘써왔다. 한국 관련 다수의 저서도 집필했는데 특히 시조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시조를 영문으로 번역·소개하기도 했다. 문화포장은 워드프로세서와 한일자동번역시스템 개발 등으로 한글, 한국어 정보화에 기여한 이기식 아이티젠 고문, 러시아에서 10여 년간 한국어 교수로서 한국어 학술논문 발표, 세종학당 유치 주도 등 한글, 한국어 보급에 기여한 다리마 쯔데노바 러시아 부랴트국립대학교 교수가 받는다. 대통령 표창은 조종숙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신은경 서귀포온성학교 교사, 최창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돌아간다. 국무총리 표창은 잭슨 앤드류데이비드 호주 모나쉬대 교수, 저스틴 무르와나시야카 르완다 지에스(GS) 부가루라 학교 교장, 몬트리올 한인 학교(단체)가 받는다.
  • 트럼프, 日 신임 총재 인정…극우와 극우의 만남, 한국 영향은?

    트럼프, 日 신임 총재 인정…극우와 극우의 만남, 한국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일본 총리 취임이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일본이 첫 여성 총리를 막 선출했다”면서 “(다카이치는) 큰 지혜와 강인함을 지닌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적었다. 이어 “(다카이치의 총재 선출은) 훌륭한 일본 국민에게 대단한 소식”이라며 “모두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의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 당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되며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예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SNS를 통해 “여성 신임 총리”를 언급한 것은 총재 선출 사실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당수가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총리를 맡는다.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5일쯤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 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별다른 이변이 없을 경우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후임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정당성 주장해 온 다카이치자민당 내부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해 ‘아베 걸’이라고도 불려 온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특히 한국과 중국이 민감해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강경한 역사의식을 드러내 왔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재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 경제안보상을 지내던 2023년 현직 각료로는 이례적으로 봄 예대제, 패전일, 가을 예대제에 모두 참배했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당시 집권 1년 차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참배가 마지막이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한 극우단체 행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언급하며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버릇없이 건방지게 구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난 총재 선거 당시 그는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해 극우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질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전몰자 위령을 위한 시설”이라며 “어떻게 위령할지, 어떻게 평화를 기원할지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불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이것은 외교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다”라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내에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경제 안보 논쟁을 이끌어 온 다카이치 총재가 빼앗긴 보수층을 탈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참배를 단행한다면 개선 기조에 있는 동아시아 외교에 반드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언론에서는 다카이치 총재를 ‘강경 보수’, ‘극우 성향’의 정치가로 표현하면서 한일 관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논조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대미 투자금 재협상도 가능”…트럼프와의 관계는?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숙제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달 28일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5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미일 무역 합의에 국익을 해치는 불평등한 부분이 나오면 확실히 말해야 한다”라며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지금 당장 합의를 뒤집는다든가 그런 일은 없다”라면서도 “투자 운용 과정에서 일본과 미국이 협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며 이 자리에서 나오는 의견을 미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에 제언하는 구조로 안다. 일본의 국익에 맞지 않는 일이 있다면 이 협의 틀에서 확실히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협정이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아시아의 강력한 파트너인 일본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NBC방송도 “일본 차기 총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 협정의 이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日 ‘극우 총재’ 인정한 트럼프…‘한국 버릇없다’라던 다카이치 시대 열렸다 [핫이슈]

    日 ‘극우 총재’ 인정한 트럼프…‘한국 버릇없다’라던 다카이치 시대 열렸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일본 총리 취임이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일본이 첫 여성 총리를 막 선출했다”면서 “(다카이치는) 큰 지혜와 강인함을 지닌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적었다. 이어 “(다카이치의 총재 선출은) 훌륭한 일본 국민에게 대단한 소식”이라며 “모두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의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 당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되며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예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SNS를 통해 “여성 신임 총리”를 언급한 것은 총재 선출 사실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당수가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총리를 맡는다.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5일쯤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 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별다른 이변이 없을 경우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후임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정당성 주장해 온 다카이치자민당 내부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해 ‘아베 걸’이라고도 불려 온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특히 한국과 중국이 민감해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강경한 역사의식을 드러내 왔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재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 경제안보상을 지내던 2023년 현직 각료로는 이례적으로 봄 예대제, 패전일, 가을 예대제에 모두 참배했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당시 집권 1년 차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참배가 마지막이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한 극우단체 행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언급하며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버릇없이 건방지게 구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난 총재 선거 당시 그는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해 극우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질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전몰자 위령을 위한 시설”이라며 “어떻게 위령할지, 어떻게 평화를 기원할지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불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이것은 외교 문제로 삼을 일이 아니다”라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내에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경제 안보 논쟁을 이끌어 온 다카이치 총재가 빼앗긴 보수층을 탈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참배를 단행한다면 개선 기조에 있는 동아시아 외교에 반드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언론에서는 다카이치 총재를 ‘강경 보수’, ‘극우 성향’의 정치가로 표현하면서 한일 관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논조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대미 투자금 재협상도 가능”…트럼프와의 관계는?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숙제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달 28일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5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미일 무역 합의에 국익을 해치는 불평등한 부분이 나오면 확실히 말해야 한다”라며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지금 당장 합의를 뒤집는다든가 그런 일은 없다”라면서도 “투자 운용 과정에서 일본과 미국이 협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며 이 자리에서 나오는 의견을 미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에 제언하는 구조로 안다. 일본의 국익에 맞지 않는 일이 있다면 이 협의 틀에서 확실히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협정이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아시아의 강력한 파트너인 일본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NBC방송도 “일본 차기 총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 협정의 이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한 일본’ 강조 다카이치…극우 당선에 한일관계 파장 촉각

    ‘강한 일본’ 강조 다카이치…극우 당선에 한일관계 파장 촉각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4일 일본 첫 여성 총리 자리를 예약하면서 한일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보수파 지지를 바탕으로 이날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오는 15일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사상 첫 여성 일본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일본 총리 선거에 해당한다. 일본 총리는 일본 국회의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후보자를 내고 국회의원 투표로 선출한다.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기 다른 후보자를 지명할 경우 중의원 후보가 우선한다. 이런 구조에서 전통적으로 일본 중의원을 쥐고 있는 자민당 총재가 총리 후보로 오르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일본 총리 선거로 인식된다. 현재 일본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이지만, 야권이 분열해 제1당 총재인 다카이치의 무난한 총리 입각이 예상된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당권을 거머쥔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 색채를 희석시키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책 계승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여자 아베’라 불리는 만큼, 앞으로도 보수층을 겨냥한 국정 운영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 협력 분위기로 기울었던 한일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보내는 일본 정부 대표를 기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이번 선거 중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낸 바 있다. 그가 선거 기간 줄곧 내세운 건 ‘강한 일본’이다. 그는 총재 선거 당시 홈페이지에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를 표어로 제시하고 “일본의 저력으로 성장의 미래를 열자”고 주장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본격 시작된 지난달 22일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겠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헌법 개정 추진, 재정 지출 확대 등 아베 전 총리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언급한 강한 일본, 전통, 개헌은 모두 일본 보수파들이 강조하는 개념이자 정책이다. 특히 헌법에 자위대 개념을 명기하는 것은 극우 세력의 숙원으로 꼽힌다. 아울러 그는 방위 관련 연구·개발비와 무기 조달 비용도 확실히 늘려 나가겠다고 했고, 일본 정부의 정보 수집 능력 강화를 위해 ‘국가정보국’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우익 성향의 참정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스파이 방지법’ 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자민당은 1985년 스파이 방지법안인 국가비밀법안을 제출했지만, 국가 비밀에 대한 해석과 범위가 확대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해 폐기된 바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에 관해 “외국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법률이 없는 것은 곤란하다”며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카이치 총재의 경제 정책 골자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다. 그는 반도체 등 경제안보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고물가를 잡기 위해 필요할 경우 적자 국채 발행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했던 아베 전 총리처럼 대담한 공적 투자로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명확하게 반대했던 만큼 총리 취임 이후에도 금리 인상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다키이치 총재는 아울러 정책 실현을 위해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 때까지 약 열흘동안 일본유신회 등 일부 야당과 정책 협조, 정계 개편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상 첫 여성 총리냐, 역대 최연소 총리냐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얻어 156표에 그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1981년생인 고이즈미 농림상은 역대 최연소이자 첫 40대 일본 총리가 될 뻔했지만, 결선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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