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수 우경화
일본의 우경화 바람이 심상치 않다.일본 우익단체가 태평양 전쟁을철저히 미화한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검정 신청하고 패전 55주년을 맞아 10명의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경화의 길을 걷고있는 것이다.일본은 지난해부터 국기·국가를 법제화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보수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교과서 문제 일본 우파 학자들의 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지난 4월 문부성에 검정을 신청한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근·현대사를 철저히 왜곡하고 있다.핵심은 일본의 침략전쟁 미화.
문제의 교과서는 한일합방을 강점이 아닌 구미열강의 지지를 받은합법적 조치로 묘사하고 있다.또 태평양 전쟁을 대동아(大東亞)전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일제의 한반도 식민지화에 관해서만 간단히 언급할 뿐 한국인들에게 강제로 일본어 교육을 받게 하고 일황에게 충성을 바치도록 강요한 사실은 슬그머니 빼버렸다.
이 교과서는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과 관련,일본이 그곳에 진출한서방 강대국들에게 승리를 거둠으로써 동남아 국가들의 전후 독립 달성을 가능하게 했다며 침략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가미카제 공격으로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편지를 인용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사참배 우익단체는 매년 8월15일이면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군의‘위대함’을 알리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패전 55주년을 맞은지난 15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우익들로발디딜틈이 없었다.태평양 전쟁에 대한 향수와 일황 숭배주의,역사미화의 복고풍 구호가 신사 안팎에서 물결쳤던 것이다.그러나 이날의 신사참배는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다.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법무상을 비롯한 10명의 각료와 78명의 중·참의원이 참배하는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도 신사에서 머리를 숙였다.도지사로는 처음으로 신사를 참배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는 “도민의 80%가 참배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공인으로서 참배하는게 뭐가 잘못됐냐”고 반문했다.
우익단체들은 가미카제 특공대가 자폭하고 진주만이 불타는 그림들을 신사를 찾은 중고생들의 교육자료로 이용하고 있다.특히 이날 신사곳곳에서는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하는 자는 반일(反日) 조센징(朝鮮人)이다.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인을 몰아내자”라는 우익단체들의 구호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지난해 제정된 법률에 따라 공식 식순에 들어간 ‘기미가요’제창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처럼 여겨졌다.
◆우익단체 활동 4년전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타이(釣魚台) 군도(일본명 尖閣列島)에 등대를 설치해 외교분쟁을 일으켰던 우익단체 청년사(靑年社)가 지난 4월 이곳에 다시 50㎝ 높이의 목재로 된 신사를 설치,양국간 갈등을 다시 재연시켰다.중국은 중·일관계를훼손하는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성토했음은 물론이다.
홍콩의 댜오위타이군도 수호행동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일본 군국주의의 도래를 상징하는 것이며 일본정부가 과거 침략행위에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년사 대변인은 이 조형물이 2차 대전 당시 무명의 작은 섬들에서 숨진 주민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아키타(秋田)현 가나자와(金澤)시의 이시카와(石川) 호국신사에지난 4월 일제의 침략전쟁을 찬미하는 ‘대동아 성전대비(聖戰大碑)’가 건립됐다.높이 12m의 이 석비는 전 광동군 작전참모가 중심이돼 1억엔을 들여 설립했으며,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전 농수상도 기부금을 냈다는 후문이다.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는 지난 4월9일 육상자위대 네리마(練馬) 주둔지의 부대창설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재일 한국인과 타이완출신중국인을 겨냥,“3국인,외국인의 흉악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지진이 일어날 경우 소요사건이 예상된다”면서 자위대의 대응을 강조,물의를 빚었다.
이처럼 일본 우익단체나 우익인사는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으며 우경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최근 2년 日 우경화 일지.
◆1999년 6월23일 가메이 시즈카 의원,“일본은 2차대전때 주변국 침략안했다”고 주장◆ 〃 8월9일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국기와 국가로 하는 법 제정◆ 〃 8월15일 일본 정부가 주최한 ‘전국 전몰자추도식’에서 기미가요 공식 제창◆ 〃 11월 니시오 간지 전기통신대 교수,한반도 식민통치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부인하는 ‘국민의 역사’ 발간◆2000년 1월12일 보수-우익 성향의 잡지 ‘사피오’,일본의 핵무장론 거론◆ 〃 1월23일 일본 우익단체,‘20세기 최대 허구 난징 대학살 철저검증’ 집회 개최◆ 〃 4월 ▲우익단체 태평양전쟁 미화하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신청 ▲우익단체 ‘청년사’,댜오위타이에 신사 설치 ▲아키타현에일본의 침략전쟁 미화하는 비석 건립◆ 〃 5월15일 모리 요시로 총리,‘신의 나라’ 발언 파문◆ 〃 6월 청년사 회원,일본 황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한 월간지 사무실에서 난동◆ 〃 8월15일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와 야스오카 오키하루 법무상 등 일본 정치인 80여명 야스쿠니 신사 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