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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기업 주가하락 몸살

    코스닥시장의 주가 하락으로 등록기업들이 몸살을 앓고있다.주가가 폭락한 기업들은 소액투자자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되는가 하면,일부는 금융당국에“작전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투서를 보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투기적 자금이 특정기업의 주식을 몰래 매집해 경영권을 간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잘나가던 C사는코스닥 시장이 고점대비 20% 하락하는 동안 주가가 3분의1 토막이 났다.이 지경이 되자 C사에는 “주가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는 소액투자자의 항의성 전화가 빗발쳤다.이 회사의 홍보실장은 “지난 한달동안 직원 20여명이 항의전화를 받느라 일을 할 수 없었다.”며 한숨을내쉬었다.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A사의 경우는 투자자들이 회사로 직접 찾아와 “사장을 면담하겠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직·간접 시위는 ‘투서’보다는 골치가 덜아프다.모 회사의 간부에 따르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 “대주주가 작전세력과 짜고 주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금융당국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조사를 받기 일쑤라고 한다.이런 소액투자자들의직·간접 항의는 사무집기를 훼손하는 등 난동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등록기업들이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주식 수가 많지 않는 등록기업들은 주가하락기에 경영권 방어도 큰 과제다.IT관련 B사의 경우 지난 3월 주총에서 소액투자자들이 공동 경영권을 요구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이들은 시장에서 B사 주식을 은밀하게 사들여온 대주주였던 것이다.증권거래법에 따르면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주식매매 내역을 금융감독원에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해 규정을 적용할 방법이 없었다.문제는 B사가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데,돌연 주가가 연 사흘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난조를 보이는 것이다.B사 관계자는 “공동 경영권을 요구한 사람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시세차익을 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그러나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질 경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것 같아 법적 대응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위원회는 “투자자들이 ‘5% 룰’에 걸리지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돈을 가진 전주가 따로 있고 나머지는 이름만 빌려준 ‘차명계좌’의 경우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문소영기자 symun@
  • 건설업계 ‘잠못 드는 밤’ 오나

    경기도 분당 파크뷰 편법분양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건설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에 이어 용인과 분당까지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자 건설업계는 ‘앞으로수도권 분양은 끝났다.’며 한숨짓고 있다. 또 파크뷰 분양대행사인 ㈜MDM의 회계자료가 국세청에 건네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른 대행사들도 세무조사 공포에 떨고 있다.시행사 역시 세무조사의 불똥이 튈까봐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분양 끝?=정부가 용인과 분당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에 문제가 된 주상복합아파트와오피스텔의 편법분양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들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사전분양 금지는 물론 서울처럼 일반아파트도 분양권 전매 등의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외에 분양 전망이 좋은 곳은 사실상 용인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각종 규제를 가하면주택경기 냉각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택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대형주택업체 임원 이모씨는 “용인과 분당까지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주택경기 등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전분양은 분양붐 조성에 유용한 수단으로 주상복합아파트 등의 임의분양이 금지되면 판촉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대행·시행사 세무조사 공포=파크뷰 편법분양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업체가 분양대행업체다.검찰이 MDM에서 압수한 회계장부 등을 국세청에 넘김에 따라 세무조사의 칼끝이 다른 업체를 향할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회계장부 등을 재점검하고 영수증을 챙기는 등 분주하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특정 업체 때문에 다른 업체마저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그래도 자료를 제대로 갖춘 큰 업체는 사정이 낫지만 작은 업체는 세무조사가 실시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땅을 매입,아파트 등을 지어파는 시행업체도 세무조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분양가 상승 파문 때 ‘과도한 시행마진때문에 분양가가 오른다.’고 비난받는 등 세무조사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은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됐다.”며 “이번 일을 건설업계가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상전벽해’ 상암동 명암/ “”강남 안부러워””, “”내쫓기는 신세””

    오는 31일 밤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지구인의 이목이 집중된다.월드컵 축구대회는 ‘저주의 땅’으로 불렸던 난지도 일대를 ‘노른자위 땅’으로 바꿔 놓았다.반듯한 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렸고지하철 노선도 생겨났다.야트막한 구릉은 고급 택지로 바뀌었다.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신흥 갑부들도 생겨났다.오랜 세월 악취 속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강남이 부럽지 않다.”며 즐거워한다.하지만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도 짙다.많은 세입자들은 하루 아침에 철거민으로 전락,정든 마을을 떠나야 했다.개발에서 제외된 구시가지 상권은존폐 위기에 놓였다.월드컵 경기장 주변의 상암동이 지닌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본다. ◇ 明-“강남 안부러워” “마을에 차량이 이처럼 많이 몰리기는 처음입니다.몰려드는 관광객만큼이나 땅값도 많이 올랐어요.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점이라도 미리 차리는 건데….” 난지도 월드컵공원 개장식이 열렸던 지난 1일 상암동 토박이 박상규(57)씨는 몰려든 15만 인파에 벌어진 입을다물지 못했다.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마포구 난지도 일대 성산·상암지구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지난해 말 경기장이완공되고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난지도가 생태공원으로바뀌자 주민들은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난지도 일대에 터를 잡고 살아온 많은 주민들이 택지개발과 함께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다.지난 96년 서울시는 농지는 평당 50만∼60만원,택지는 평당 360만원까지 보상금을지급했다. 이곳에서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K씨 일가 가운데는 ‘벼락부자’가 적지 않다.100억원대 재산가로 변신했는가 하면,4500cc짜리 외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마포구가 고시한 올 2월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상암동의 땅값은 1년 전보다 12% 남짓 올랐다.서울지역의 평균 공시지가 상승률에 비해 최고 6배 가량 높다.부동산업자들은 “월드컵 경기장과 인접한 성산2동의 22평짜리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30% 오른 값에 거래된다.”면서 “지난해부터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과 주요 도로가 잇따라 개통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진(31·주부·성산 2동)씨는 “널찍한 8차선 도로가 뚫리고 근사한 공원도 생겨 강남 아파트촌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교육 여건만 좋아지면 강남·분당도 부럽지않다.”고 자랑했다. 주민들은 내년 7월 난지도 월드컵공원에 들어설 골프장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최명일(51)씨는 “최경주가 미 프로골프투어(PGA)에서 우승한 뒤 골프장 이용가격 등을 묻는 주민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3월말현재 마포구의 지방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늘었다.마포구청 관계자는 “난지도에 월드컵 경기장이들어서면서 자동차세 수입은 118%,부동산 취득세와 차량등록세는 각각 36%,54% 늘었다.”고 밝혔다. 난지도 일대에 내리쬘 ‘빛’은 아직도 많다.현재 마포구청 자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다세대주택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건설업체들의 수주경쟁도 뜨겁다. 박모(34·주부·성산2동)씨는 “2007년쯤 제2성산대교가완공되면 강건너 수색아파트 지구와 곧바로 연결돼 이곳은 ‘제2의 강남’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세대 도시공학과 김홍규(46) 교수는 “상암동 월드컵지구 개발은 버려진 땅을 쾌적한 주거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세계적인 모범사례”라면서 환경문제나 이주민 보상문제등이 제대로 마무리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나아질것으로 내다봤다. ◇ 암-“내쫒기는 신세”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우리더러 ‘떼부자’가됐다고 하지만 돈을 번 사람은 땅을 가졌던 사람들뿐입니다.십수년간 정 붙이고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는 마당에 살기 좋아지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난지도 주변의 화려한 변신 뒤에는 수많은 주민의 고통과 절망이 감춰져 있다.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고향을 잃은 토박이,한뼘의 땅도 없이 살아온 세입자들에게는 수십억원의 보상금을 챙겼다는 이웃의 얘기가 딴 세상의 일처럼 여겨진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96년 택지개발예정지에서 제외된상암동 일대를 구시가지로 부른다.구시가지에는 아파트 건립을 위해 철거된 지역과 허름한 판자촌이 공존하고 있다. 18년간 난지도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온 김모(48)씨는 지난 99년 아파트 건립공사가 시작되면서 무허가 판잣집이 강제 철거당한 뒤 고양시 덕은동의 보증금 200만원,월세 23만원짜리 집으로 이사갔다.김씨는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기는 했지만 하루벌이 생활로는 임대보증금 20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들어 살던 집이 헐리면서 이사비용 30만원만 달랑 쥐고 2년 전 상암동을 떠났던 정철진(34·고양시 덕양구)씨는지난 5일 상암동 월드컵 공원을 찾았다.파지 재생공장에서 일하는 정씨는 “이웃에 살던 집주인들은 요즘 3000cc짜리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더라.”면서 “논밭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는 바람에 수십억원을 챙긴 사람이 많다.”고푸념했다. 구시가지의 철거지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옷가게를 열고 있는 양모(38·여)씨는“하루 1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월세도 내기 힘들어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 도로공사를 이유로 노선버스 배차가줄어들면서 구시가지의 교통사정도 급격히 나빠졌다.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이 개통됐지만,출구가 월드컵 경기장과 성산동쪽으로만 나 있는데다 구시가지쪽으로는 차량전용 터널이 가로막혀 있어 주민들은 월드컵 경기장역의 두배 거리인 수색역까지 20분을 걸어야 한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주변 ‘상암동 2통’ 주민 700여명은 도심과 월드컵 경기장을 잇는 5∼6m 높이의 ‘월드컵로’가 신설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김현경(45·여)씨는 “구시가지의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월드컵로’와 마을 사이에 2m 높이의 차단벽이 설치됐다.”면서 “햇빛이 막혀 한낮에도 전등을 밝혀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지난 3월 빗물이 주변 도로 공사장을 통해 마을로 쏟아져 들어와 침수피해를 입은 이후 올 여름 장마 걱정이 태산이다. 철거민을 돕고 있는 목양교회이청산(40) 목사는 “20년동안 악취와 먼지에 시달려온 대다수의 주민들은 개발의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먼지와 소음공해로 고통받고있다.”면서 “개발에서 소외된 이들의 사정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난지도 '流轉 30년' 여류 소설가 정연희씨는 지난 84년 펴낸 소설 ‘난지도’에서 70년대 초반의 난지도를 ‘예쁘게 가꾼 시골여인과도 같은 모습’으로 묘사했다.당시 난지도는 갈대가 무성하고 사시사철 철새가 날아들어 학생들의 소풍장소와 청춘남녀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던 섬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78년부터 쓰레기를 매립하면서 난초(蘭草)와 영지(靈芝)의 ‘난지도(蘭芝島)’는 악취가 진동하는 ‘난지도(亂地島)’로 전락했다.잠실과 장안동,상계동의 쓰레기 매립장을 용량 초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서울시가 시내 외곽지이면서 교통이 편리한 난지도를 새로운 매립지로 선택한 것이다.난지도에는 93년까지 9200만㎥의 각종 폐기물이 매립됐다.그 결과 인접한 상암동과 성산2동은 난지도가 초래한 ‘삼재(三災)’,즉,악취와 먼지·파리에 시달리는 ‘저주의 땅’으로 불리게 됐다.서울시는 93년 쓰레기 매립량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쓰레기의 추가 반입을 막는 한편,쓰레기 더미 위에 1m 높이로 흙을 쌓는 복토작업에 들어갔다.그후 월드컵 공동유치에 성공하면서 난지도는 지층 안정화공사와 대규모 조림사업을 거쳐 지난 1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연계된 ‘월드컵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늘공원,노을공원,난지천공원 등 5개 공원으로 이뤄진 이곳에는 생태녹지와 자연학습장 등이 마련돼 있다.내년 7월에는 9홀짜리 대중골프장이 들어서 서울 시민의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다. ◆ 특별취재반 이창구기자 window2@ 이세영기자 sylee@ 정은주기자 ejung@
  • 집중취재/ 신용카드 ‘범죄 온상’인가 (1)마구잡이 사용이 낭패 부른다

    서울시 공무원인 김모(32)씨의 하루일과는 생활정보지를 뒤지는 일에서 시작된다.카드대금 결제일에 맞춰 속칭 ‘카드깡’으로 연체된 카드대금을 대납해 줄 사채업자를 구하기위해서다.그는 틈나는 대로 전당포를 기웃거리는 버릇까지생겼다. 그의 비극은 2년 전 카드사의 집요한 권유로 무심코 발급받은 신용카드 한 장에서 비롯됐다.1500만원이었던 빚이 지금은 7500여만원으로 불었다.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려고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하다보니 그의 지갑에는 어느덧 8장의 신용카드가 쌓였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월 150만원에 이르는 이자를 갚기란 불가능했다.김씨는 요즘 공무는 제쳐둔 채 하루종일 돈을 구하러 뛰어다닌다.연체사실이 알려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될까봐 동료들에게 도움도 청하지 못한다.아내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씨는 ‘해결사’까지 동원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한때 자살도 생각했고,영화에서 본 것처럼 ‘은행털이’도 생각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원 진모(34)씨는 카드빚으로 인해 아내를 형사고발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진씨의 아내 최모(35)씨는 지난해 4월 남편 명의로 신용카드 2장을 몰래 발급받아 3200만원을 끌어썼다가 최근 남편에게 발각됐다.최씨는 남편에게 “이혼하겠다.”는 쪽지 한장만 달랑 남기고 가출해버렸다.연체금을 대신 갚지 않으려면 아내를 고발해야 한다는 카드사의 충고에 진씨는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진씨는 “카드빚 3200만원 때문에 이혼하는 것도 모자라 아내를 고발까지 해서야 되겠느냐.”면서 “나중에 자식들이알면 나를 어떻게 보겠느냐.”며 아내와 카드사를 원망했다. 박모(23·여·서울 논현동)씨는 카드빚 3000만원을 갚기 위해 낮에는 의류판매원,밤에는 보도방을 통해 테이블당 8만원씩 받는 룸살롱 접대부로 일하고 있다.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빚이 늘어나자 팁을 많이 받는 ‘쇼’와 ‘2차’도 마다하지 않는다. 1년전만 해도 박씨는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미술학도였다.박씨가 이처럼 나락에 빠져든 것은 카드빚 때문이었다.박씨는 지난해 3월 학교 앞 가판대에서경품을 제공한다는 말에솔깃해 신용카드 1장을 만들었다.카드가 생기자 평소 사고싶었던 옷과 화장품,구두 등을 마음껏 구입했다.다음달 날아든 카드대금은 무려 400여만원.며칠간 고민하던 박씨는 또다시 카드를 만들어 ‘돌려막기’를 시도했고,빚은 5개월만에1000만원을 넘어섰다. 한순간 요술방망이처럼 느껴졌던 카드가 악몽이 돼 버린 것이다.고민을 거듭하던 박씨는 어느날 ‘월수입 300만원 보장’이라는 생활정보지의 광고를 보고 무작정 직업소개소를 찾아갔다.“눈 딱 감고 한달만 일하면 쉽게 1000만원을 벌 수있다.”는 소개업자의 꼬임에 빠져 접대부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선금으로 1000만원을 빌려 카드빚을갚은 뒤 일을 하면서 그 돈을 갚기로 했지만 서너달이 지나자 선이자와 옷값,화장품값,소개료 등이 합쳐져 처음 빌린 1000만원에 500여만원이 더 붙어 있었다.예정된 수순대로 박씨는 경기도의 한 윤락업소로 팔려 갔고 그곳에서 1500만원을 빌려 지난번 업소의 빚을 갚았다.이런 식으로 윤락업소 3곳을 전전했지만빚은 오히려 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월 천신만고 끝에 윤락업소를 탈출했지만 ‘이미 망가졌다.’는 자포자기 심정에 얼마전부터 또다시 접대부의길을 찾아나섰다.박씨는 매일 아침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학교에 간다고 거짓 전화를 한 뒤 자취방을 힘없이 나선다. 카드빚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어린이 유괴,동반 자살,강도,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림대 사회학과 한준(韓準·37)교수는 “카드빚으로 인해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자칫하면 극단적인 범죄로까지 내닫게 된다.”면서 “관계당국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카드 소지자들이 ‘빚은 내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것’이란 생각부터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한 교수는 또 “어린시절부터 계획성있는 생활습관과 자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영표기자 tomcat@ ■20대 남녀2人 패가망신 사례 ◆20대 여성=“카드를 쓰고 사채를 얻은 것이 이렇게 인생을 망칠 줄 몰랐습니다.” 지난 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구속된 K씨(27·여·광주시 북구)는 사채를 막기 위해카드빚을 내고 이를 갚기 위해 다방업주를 상대로 이른바 ‘탕치기’를 상습적으로 해오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광주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피아노 강습을 하면서 평범한 사회인으로 활동했다.그러던중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지자 돈을 더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병원비라도 보태려고 서울에 왔으나 막상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는 ‘신분증만 있으면 대출해 준다.’는 신문광고만 믿고 사채업자에게 100만원을 빌렸다.당시 손에 쥔 돈은 선이자 명목으로 20만원을 뗀 80만원이었다.이자도 열흘만에 20만원씩 불어났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그는 광주와 보성 등지의 다방에 취직했다. 선불금으로 200만∼300만원씩 받았으나 빚갚기에 급급했다.길거리에서 카드사의 권유로 카드를 몇개 갖게 되고 카드 빚을 또다른 카드로 막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1년새 빚은 2500여만원으로 늘었다.카드 빚과 사채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해 11월 전북 김제의 모다방 업주(30)에게 종업원으로 일할 것처럼 속이고 선불금 300만원을 받은 뒤 달아나는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2700만원을 가로채는 ‘탕치기’ 전과자로 전락했다. ◆대학생=인천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G씨(26·3학년)는 신용카드를 3개 갖고 있다.한도액은 모두 2800만원.군대를 다녀온 뒤 지난해초 복학했을 때만 해도 신용카드는 하나로 한도액도 280만원에 불과했다.그러나 총학생회 일을 맡으면서 카드를 2개 더 발급받았다. 공무에 비례해 개인 씀씀이도 덩달아 커졌다.처음 식사비에서 점차 유흥비·쇼핑비 등으로 카드 사용영역은 확대되어갔다.월 20만원이던 개인용 카드사용액이 50만∼60만원으로늘었다.1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월 30만원으로는 카드대금을 감당할 수없자 A카드사로부터 현금서비스를 받아 B카드사 빚을 갚는‘돌려막기’에도 능숙해져 갔다.카드사가 사용한도액을 마구 늘려 주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했다.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금리로 연체를3번이나 했다. 그는 “신용카드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괴물”이라며 카드를 마구 쓴 일에 대해 후회했다. 인천 김학준·광주 최치봉기자 kimhj@ ■본인 확인않고 멋대로 발급 지난 3월 중순 금융감독원 인터넷 홈페이지(fss.or.kr)에는 금감원의 조치를 크게 환영하는 네티즌의 글이 많이 떴다.당시 금감원은 삼성·LG·외환카드에 1.5∼2개월간 업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늘 욕만 먹던 금감원이 칭찬을 받은 건 이례적이었다.금융이용자들이 카드업계의 영업행태에 대해 그만큼 불만이 많았다는 방증이었다. [무자격자에게 발급] 카드사가 신청인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멋대로 발급한 경우다.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한사람이나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 등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지난 3월 전체 25곳의 카드사를 상대로 검사한 결과,본인여부 확인을 제대로 하지않고 995명에게 멋대로 발급해준 사실이 드러났다.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검사에서는 삼성카드가 무자격자 292명에게 카드를 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LG는 265명,국민·외환은 152명씩,다이너스카드는 36명이었다. [멋대로 정보유출] 카드회원의 신용정보나 금융거래 정보를회원의 서면동의없이 제멋대로 업무제휴를 맺은 보험사 등에 제공했다가 681건이 적발됐다.지난해 12월 검사에서는 비씨·국민·현대카드가 이같은 탈법행위로 적발됐고,지난 3월에는 삼성·LG카드가 추가로 적발됐다. [감독당국도 무섭지 않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도 우습게 봤다.지난해 12월 검사결과,카드업계를 대표하는 삼성·LG카드사는 업무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상습적으로 늦게 제출해 대표이사가 각서를 내야했다. [신용불량자 110만명 양산] 카드업계의 무분별한 영업행태는 신용불량자 숫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지난해 12월말 104만여명이던 카드 신용불량자는 지난 3월말에는 6만 5400여명(6.3%)이 증가한 110만여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지난 3월에 신규 카드회원 모집 및 발급업무를 정지받은 회사의 신용불량자등록이 많았다.LG카드가 지난해 말에비해 3만 6940명이 증가했고,삼성은 2만 8459명,외환은 2만5450명,국민은 2만 4988명이 각각 늘었다.대부분 전업카드사의 미성년자 신용불량자 수가 줄었는데 LG카드는 1145명에서 1389명으로 오히려 244명이나 증가했다. 박현갑기자 ■올바른 카드 사용법 신용카드는 ‘잘쓰면 약,못쓰면 독’이다. ◇주머니 사정에 맞게 써라. 신용카드 사용액은 대출금이나다름없어 소득수준에 맞게 써야 한다.과다한 쇼핑,증권투자등 건전하지 못한 소비나 투기목적으로 카드에 손대는 것은위험하다. ◇쓰지 않는 카드는 과감히 없애라.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폐기하는 게 좋다. 남의 권유로 마지못해 카드를 여러 장 만들었더라도 지갑에는 꼭 사용해야 할 1∼2장만 넣어두는 것이 좋다. ◇카드연체시 사채업자를 찾지말라. 카드대금이 연체됐을 때 이를 갚기 위해 연체대납업체나 사채업자를 찾아선 안된다.연체시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되나 나중에 갚으면 신용불량에서 풀린다.고리의 사채업자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부른다. ◇현금서비스를 자제하라. 현금서비스를 지나치게 받으면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하면 비싼 수수료·이자도 부담하게 된다.오는 7월1일부터는 10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금 및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용액도 은행연합회가 집중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신용에 더욱신경써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카드발급 여부를 확인하라. 자녀가 잠시 아르바이트하면서 정식 직장이 있는 것처럼 속여 카드를 발급받거나,카드사가 자녀의 소득 등을 따지지 않고 발급해주기도 한다. 신용정보업자에게 소액의 수수료를 주면 자녀들이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울 땐 부모나 금감원에 연락하라. 미성년자 등 사회경험이 적은 사람은 신용카드 연체 등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부모나 소비자보호단체,금감원 등과 상의해 해결책을 찾는게 바람직하다. ◇분실·도난카드는 쓰지 마라.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부당한 채권추심은 신고하라. 카드사가 연체대금을 빨리갚으라고 전화로 독촉하거나,가족 등을 협박하면 내용을 녹취해여신전문금융업협회나 금감원에 신고하라.당국이 카드사에 적절한 조치를 내려준다. ◇카드는 빌려주지 말라.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맡겨서는 안된다. ◇상호 확인해야. 신용카드 결제 서명시 매출전표상의 상호와 실제 상호를 꼭 확인해야 한다. 전표와 실제 상호가 다를 경우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물품대금이 청구되는 수가 있다.국세청이나 금감원에 신고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기고/ “카드사 수익금 떼내 범죄예방에 투자를”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연쇄 강도살인사건의 범인들은 한결같이 ‘카드빚’ 때문에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신용카드와 범죄 사이에는 어떤관계가 있을까? 신용카드가 없었다면 이들은 범행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카드빚 문제가 없었더라도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신용카드는 능력범위를 벗어난 소비를 가능케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범죄의 유혹’을 불러일으킨다.범죄의유혹에 넘어가는 젊은이들을 다른 젊은이들과 비교해 보면 “남들처럼 입고 먹고 놀고 쓰고 싶으나 그럴 능력이 없다.”는상황에서 이들에게는 ‘법과 윤리’가 전혀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또 이들에게는 피해자의고통과 충격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나는 잘못이 없는데 사회가 불공평하고 썩어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는강한 반사회적 심리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신용카드가 없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빚을얻었거나 그 이전에 물욕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범죄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애정결핍과 가정 불화 등으로 인한 정서 장애가 욕구 불만,감정조절 능력 부족 및 학습 부진,대인관계 문제 등으로 이어져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심리상태에 놓여 있다.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이 아닌 남과 사회 전체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일종의 ‘반사회적 성격장애’에 물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범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면 현대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회가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부,명예,권력’ 등을 얻지 못하더라도 부모 등 모범적인 주위사람과의 관계를통해 법과 규범을 지키며 나름의 자제력을 발휘하며 생활한다.반면 범죄자들은 모범적인 사람들보다는 불량한 선배나또래들과의 접촉에 경도돼 속임수와 폭력,절취 등 일탈적인방법과 습관에 보다 빨리 익숙해진다.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범죄다. 따라서 살인범들이 내세우는 ‘카드빚’은 스스로에 대한변명이자,다른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으며 스스로 꾸며낸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카드가 주어지더라도 성장 환경이나 교육 등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만 사리분별이나 경제력이없는 청소년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한 결과,100만명 이상의 신용 불량자를 양산한 신용카드 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최근 발생한 연쇄강도살인사건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희생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뼈아픈 교훈을 느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업계는 현금탈취와는 달리 ‘비밀번호’를알아내기 위해 고문 등 보다 잔혹한 범죄방식을 부추긴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범죄예방에 사용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업계의자성과 자정 노력을 기대해 본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
  • 남북경추위 무산 안팎/ 특사 합의 한달만에 ‘空約’

    북한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제2차 회의를 무산시킴에 따라 다시 남북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이에 따라 이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던 북한 경제시찰단의 남한 방문은 물론,다음달 11일부터 열기로 한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배경]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조치가 뜻밖이라면서 북한이 지난달 3∼6일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방북 이후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고,미국이 강경책으로 북한의 빗장을 열 수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달로 예정된 프리처드 미국무부 대북교섭 담당대사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 대화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금강산댐 공동조사,4대 경협합의서 발효,식량 차관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룰 이번 회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어 경의선·동해선 연결과 금강산댐 문제 등은 군부의 담당 사항인데,이에 대한 북한 내부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것도한 원인일 것으로 풀이했다. 김영수(金英秀)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임 특사 방북 이후 정해진 일정대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2000년 10월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북한에는 자유가 없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남측을 압박했듯 남북 관계의 속도도 조절하고,대화의주도권도 잡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라고 분석했다.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는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 앞서 미국의 강경책 때문에 북한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파장 및 전망] 경추위 2차회의 무산에 따라 경의선 철도·도로 연내 연결 등 5대 과제가 우리정부의 구상대로 달성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경추위 무산이 남북관계 경색 등 ‘장기 한파’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고있다.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이날 독일의회 대표단과 만난자리에서 “특사 방북 때 합의한 것이 있는 만큼이번에 경추위 북측 대표단이 오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남북관계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교수도 “북한이 ‘들숨날숨’을 고루 쉬기 위해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2∼3주 안에 경추위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폈다. 그러나 북한이 노골적으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선 만큼 우리 정부가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주적론’에 이어 최 장관의 발언을 계속 문제삼으며 남북관계를 소강 국면으로 끌고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영우기자 anselmus@ ■외교부 입장 “북측이 저렇게 나오는 데는 뭔가 다른 내부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교부는 북한이 6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 제2차회의를 거부하면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8일 미국 방문때 워싱턴포스트지 간부들과 만나 한 발언을 빌미로 삼자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그러면서 “발언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해명한 만큼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조평통 성명과 금강산에서열린 제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때 공개적으로 이를 거론한것으로 전해지자 북측이 남북대화 중단 등의 구실로 삼지않을까 노심초사했으나 지난 3일 제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사히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최 장관은 이날 북측의 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의 진의에 대해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충분히 설명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곧 재개될 북·미대화와 더불어 남북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미 워싱턴포스트지 간부들과 최 장관의 면담 자리에 배석했던 김성환(金星煥) 북미국장도 “발언의 큰 맥락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데 미국이 좀더 유연한 입장을 갖고 대북정책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특히 “최 장관이 ‘큰 채찍을 들고 있더라도 부드럽게 말하라.’라는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것을 프레드 하이어트 논설실장이 ‘채찍’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교부 일각에서는 “진의가 왜곡된 것도 사실이지만,설사 그런 뜻으로 말했더라도 외교장관이 못할 말을 한것도 아니지 않으냐.”면서 “‘남측 장관의 자리’가 북측의 상투적인 트집잡기에 이용되는 남북관계의 현실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전국 축산농가 표정/ 돼지고기 판매 줄어 양돈농 ‘한숨’

    구제역 발생 사흘째인 5일 경기도 안성시의 축산 농가가다소 평정을 찾은 가운데 충북 진천에서도 돼지 구제역이발생하면서 전국 축산 농가와 방역 당국은 구제역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일본이 이미 한국산 우제류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제주도에서도 타지역 우제류반입을 금지시켜 관련 업계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충북도와 도내 자치단체들은 진천군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우제류 이동을 금지하고 소독과 임상 관찰을 강화하는 등 5일 방역 작업을 강화했다.그러나 충북 음성에서의콜레라 유사 증세가 음성으로 드러나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도는 또 각급 기관과 단체의 어린이날 행사와 동문 체육대회 등을 연기토록 권고했다. 2000년 4월 홍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한바탕 홍역을치른 충남도내 양돈농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도내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정육점 등의 돼지고기 판매가 크게 줄어 롯데 마그넷 대전점의 경우 지난 3일 매출액이 400만원으로 전월에 비해 27.2% 감소하는 등 유통업계도 구제역의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하루 돼지 2200마리,소 30∼50마리를 도축하던 경기 이천시 부발읍 신영축산은 지난 3일 오후부터 폐쇄조치돼 기존 도축육조차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이천시 양돈농가들은 “돼지 구제역은 소와 달리 확산이빠르고 폐사율도 높다.”면서 “철원 돼지콜레라 여파로돼지값이 15%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서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돼지 콜레라에 이어 구제역 방역까지 겹친 강원도는 대대적인 도살처분에다 18개의 이동통제소를 운영하느라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철원축협육가공공장 도축물량은 30% 수준으로 떨어졌고경계지역 밖에서 생산되는 돼지도 인체에 무해함에도 소비자들이 철원산을 기피,양돈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일본 통관 불허 조치로 수출용 냉장·냉동육 가공을 중단한 데 이어 4일부터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관련 규정에 따라 소·돼지·사슴 등 우제류와 부산물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전국 자치단체가 초비상 방역체제에 돌입했다. 전국종합
  • 금강산 2차상봉/ 또 생이별…한숨·통곡

    3일 오전 남측 이산가족 466명과 북측 가족 100명의 작별상봉이 벌어진 금강산 온정각휴게소 옆 운동장은 또 다시눈물바다로 변했다.남측가족들은 이날 오후 속초항으로 귀항했다.이로써 지난달 28일부터 두차례 나눠 진행된 제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남북 이산가족 848명(남 565명,북 283명)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진한 혈육의 정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하직이다.내가 몇 살인데 다시 만날 수 있겠니.” 남측 가족중 최고령인 안순영(93) 할머니는 52년만에만난 북측 아들 조경주(71)씨와 또 헤어져야 한다는 아득함에 온몸을 떨며 통곡했다.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감추던 경주씨는 “어머니,정신만 차리면 다시 볼 수 있습니다.곧 통일이 돼요.”라며 20여분 만에 상봉을 마치려 서둘렀다.여동생 순주(55)씨는 오빠의 심사를 헤아리면서도 “어머니 말도 좀 들어 보세요.”라고 쏘아 붙였다. ●북측 맏아들 이춘식(70)씨의 손을 꼭 잡은 김분달(87)씨는 “어째,떼버리고 갈꼬.”라며 한숨만 쉬었다.밤새 울어 눈이 충혈된 춘식씨는 남측 동생들에게 “어머니 잘 모시고,나를 대신해 아버지 산소에 술 한잔 올려드려라.”라고 울부짖었다. ●북측 오빠 전선풍(79)씨는 “언제 다시 만나겠느냐.”면서 여동생 선례(67)씨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선례씨는 ‘엉엉’ 울면서도 허리가 아프다는 오빠의 호주머니에 신경통약을 넣어 주었다. ●북측 형 성하(77)씨를 만난 김민하(69)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오열하는 형제들을 달래며 “우리 형제는 처절한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성스러운 평화통일 운동에 어느 정파,어느 나라도 반대해선 안된다고 선언한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작별상봉 도중 운동장 한쪽에선 남북 적십자사 관계자들이 말싸움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북측 요원들이 이산가족들에게 “너무 울지 말고 차분하라.”고 하자,우리측 적십자사 관계자들은 “우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항의,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그러나 오전 9시45분쯤 버스에 오르라는 안내방송에 이어 오전 10시쯤 남측 가족들이 탄 버스가 출발하자 작별 상봉장은 통곡의 장으로 변했다.북측가족들도 눈물을 흘리면서 “잘 가세요,다시 만나요.”라는 노래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버스에 탄 남측 가족들은 차창 밖으로 목을 내민 채 “형님,아버지,오빠” 등을 외치며 오열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 책/ 어머니는 우리를 25단어로 키우셨다

    월급봉투가 남아나지 않는 술주정뱅이 남편에 대책없는말썽꾸러기 10남매.팔을 걷어붙이고 직업전선에 나서보려해도 변변한 졸업장 하나 없다. ‘어머니는 우리를 25단어로 키우셨다’(테리 라이언 지음,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는 더이상 나빠질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쳤던 어머니를,여섯째 딸이 회상한 얘기다.50년대 미국과 세부사항들은 조금씩틀릴지라도 적잖은 우리 어머니들도 겪어봤음직한 어려움들이기에 공감대 이끌어내기에 무리없을듯하다.한때 문학소녀였던 어머니가 찾은 부업거리는 콘테스트.온갖 회사의 상품 홍보를 위한 4행시,5행시 짓기에 닥치는 대로 응모하는 ‘콘테스트 중독자’가 된다.그래서 따낸건 덩치큰자동차,가전제품,현금부터 소소한 농구공,접시세트까지.25단어 내외의 ‘생활시’들이,살림살이에 반짝 광을 내는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이들을 먹여살린 것이다. 무릇 ‘시’의 원동력은 현실의 괴로움일 터.어머니도 거의 몸으로 그걸 알고 있다.남편이 속썩일 때,아이들이 사고칠 때,쓰레기 분쇄기가 제멋대로 돌아갈 때 한숨쉬고 주저않긴 커녕 어머니는 거기서 더 유머러스한 글감을 찾아낸다.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좇아 언제든 수첩앞으로 뛰어갈 준비가 된 어머니에게 슬퍼할 겨를이란 없다.어머니가 쓴 시들을 우리말로 옮기느라 그 위트를 푹 맛볼수 없게 된게 아쉽다.9800원 손정숙기자jssohn@
  • “주5일 근무제 싫어요”일용직근로자 수입 20%나 줄어 타격

    “일용직 근로자들은 주5일 근무제가 달갑잖습니다.” 주5일 근무제 시범실시로 대다수 노동자가 기대에 부푼 가운데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근무일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 일용직들은 당장 근무일수가줄어들면서 생계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에다 생계 걱정까지 겹쳐 새일자리를 찾는 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강원도내 자치단체 일용직은 강원도 280여명,춘천시 200여명,원주시 90여명,강릉시 280여명 등 모두 2000여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12.4%를 차지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그동안 일당 3만∼3만 5000원씩 한달에25일 근무기준으로 월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근무일수가 한달에 20∼21일로 줄면서 일당은 물론 수당도 함께 삭감돼 급여가 많게는 20% 가량 줄어들게 됐다. 춘천시 일용직 안모(46)씨는 “현재 임금으로도 일용직 대부분의 생활이 빠듯한데 근무일수가 줄어들면 사정은 더욱나빠질 것”이라며 “쉬는 날 다른 부업을 할까궁리중”이라고 한숨지었다. 이같은 처지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할 예정인 도내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비슷하며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못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출근일 만큼 계산해 월급을 주는게 원칙인데다 별도의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일용직근로자들이 휴일에도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이산자매 눈물로 만나던 날 어머니 한줌 재되어, 상봉 사흘만 앞당겼어도…

    ■이신호·부자씨 안타까운 재회 “언니,나 부자야.” “그래,얼굴 상처를 보니 부자가 맞구나.” 저녁 노을이 외금강 온정리 서북쪽의 수정봉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28일 저녁 금강산여관.남측 이부자(李富子·61)씨는 반세기 만에 만난 언니 신호(66)씨에게 상봉을 이틀 앞둔 지난 26일 한 많은 세상을 뒤로 하고 저 세상으로떠난 어머니 어병순(93·전북 남원시 아영면)씨의 소식을전하며 통곡했다. 제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남측 방북단 99명중 최고령자였던 어씨는 한달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어씨는“건강해야 둘째 딸을 만난다.”며 보약을 먹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10여일 전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도 하루 종일 “신호를 만날 날이 며칠 남았느냐.”고 물으며 달력의 날짜를 지워갔다.하지만 상봉일을 이틀 앞두고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제사를 모실 아들이 없는 어씨는 둘째·셋째 딸이 금강산에서 반백년 만에 만나 통곡하던 이날 한줌의 재로 변해지리산 자락에 뿌려졌다. 오후 5시27분쯤부터 시작된 단체상봉에서 “너라도 왔으니 됐다,그만 울라.”며 동생 부자씨를 달래던 신호씨는“이제나 저제나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며 살아온 세월이 50년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무슨 날벼락이냐.”고끝내 울음보를 터뜨렸다.부자씨는 “어머니가 저를 언니와만나게 해주시려고 가신 것 같아요.”라고 애타는 모정(母情)을 되새겼다. “며칠만이라도 일찍 상봉이 이뤄졌더라면….” 신호씨는 동생과의 만남의 기쁨보다 어머니에게 따뜻한밥 한그릇 차려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 슬하에 네 딸만 둔 어씨가 신호(당시 15세)씨와 생이별한것은 50년 8월 초. 한양여중 2학년이던 신호씨는 어느 날“북한 의용군에 자원입대했는데 지금 북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옷가지를 챙겨 떠났다.부자씨는 “어머니는 그때언니를 붙잡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하루에도몇십번씩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고 전했다. 신호씨는 태어날 때부터 목젖이 없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젖도 제대로 빨지 못해 어머니가 유난히 안쓰러워한 딸이었다.어머니 어씨는 해마다 신호씨의 생일인음력 7월7일이면 주인없는 밥상을 차려놓고 한숨만 쉬었다. “지난해라면 엄마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던 신호씨는 화장을 해 어머니 묘소도 없다는 동생의설명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분단이 빚은 냉혹한 현실을 체감하며 끝내 서러운 눈물을떨구는 60대 늙은 자매의 머리 위로 수정봉의 밤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 이산상봉 이모저모/ “”내가 죄인…”” 한숨·회한

    금강산에서 처음 이뤄진 이번 제4차 이산가족 상봉에서도눈물겨운 사연들이 흘러 넘쳤다.반세기 만에 만난 부부와부모·자식 등은 한숨과 회한으로 점철된 지난 세월의 아픔을 눈물로 씻어냈다. 부부상봉 ■6·25때 부인 이영희(73)씨와 다섯살배기 아들(창근·57)을 두고 평양을 떠나온 길영진(吉永鎭·82)씨는 백발의부인과 아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여보,내가 죄인이구려,죄인.”이라며 어쩔줄 몰라 했다.평양의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길씨는 당시 북측의 토지국유화 조치로 땅을 빼앗긴데다 전쟁이 나자 “곧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화물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몸을 피했다. 월남 후 재혼한 길씨는 “나도 없는데 창근이를 이만큼키웠으니… 할 말이 없소.”라며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못한 채 아내의 손을 쓰다듬으며 눈물만 흘렸다. ■안용관(安龍官·81·경기도 안산시 사동)씨도 반세기 만에 만난 아내와 딸을 마주하고는 “그 곱던 피부에 주름이많이 패었구려.”라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 없이딸과 아들을 키운 아내와 아버지없이 힘든 생활을 견뎠을딸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어깨를 감쌌다. 안씨는 전쟁 막바지인 53년 인민군을 피해 황해도에서 서해 앞바다의 수니도로 아내 윤분희(75)씨와 함께 피란했다.당시 두 살이던 아들 희복(53)과 100일도 안돼 이름조차없던 딸(안복순·51)은 부모에게 맡기고 움막을 짓고 피란생활을 했다.그러나 인민군이 갑자기 섬으로 들이닥치는바람에 아내와도 생이별을 한 지 50년이 지났다.아들은 건강이 나빠 금강산에 오지 못했다. 부모·자식 상봉 ■“필순아 미안하다.” 51년 만에 딸(55)을 만난 오정동(吳鼎東·61)씨는 복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오씨는 어느덧 주름이 가득한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헤어질 당시 세살배기의 잔상을 찾으려 애썼다.“고모를 많이닮았구나. 아니야 할아버지를 닮았어.”라고 혼자 되뇌이기를 여러번하다 끝내 끌어안고 울었다.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오씨는 51년 1·4후퇴 때 동생 관동씨가 국군으로 참전해 전사하자 인민군의 보복이 두려워야반도주했다.“며칠만 숨어있다 돌아올 생각으로네 어머니와 너를 두고 떠났는데….”라며 울먹이던 오씨는 “어머니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는 딸의 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남측 가족 가운데 최고령인 권지은(權志殷·88) 할머니는 막내 아들 이병립(62)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살아있어 고맙다.”는 말만 되뇌였다. 47년 5월 먼저 남쪽으로 간 남편 이석주(36년전 사망)씨를 찾아 3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온 권 할머니는 “너무 어려 나중에 데리고 올 생각으로 두고 온 일곱살짜리 막내아들이 눈에 밟혀 57년동안 죄책감 속에 살았다.”면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아들 이씨도 노모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 이산가족 근본적 해결책 언제/ 아직은 시기상조…화해 분위기 관건

    오는 28일부터 엿새 동안 금강산에서 제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항상 그러하듯 이번에도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눈물 50년,한숨 반백년’의회한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눈물의 드라마를 연출할 것이다.그러나 이산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은 이제는 이런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생사 확인,서신 교환,면회소에서의 만남,자유 왕래 등과 같은 근본적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입을 모으고 있다.이에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과 절차,북한이 상봉장소로 금강산을 고집하는 이유 등을 알아본다. 생사·주소지 확인,서신·선물 교환,면회소 설치 및 정기적 상봉,고향 방문,자유 왕래….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들이다.가능할까. 한마디로 정부는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얼마든지 실현이 가능하다.”면서 “서신·선물 교환만 이뤄져도 남쪽의 가족들이 북쪽피붙이들에게 ‘달러 송금’을 시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도 경제난을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생사확인.남·북 당국이 적십자사 등을 통해 접수한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확인 작업에 들어가면 된다.남한은 3∼4일,북한은 한달 정도면 생사와 주소지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이봉조(李鳳朝) 통일정책실장은 “한꺼번에 모든이산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고령자 순으로 매달 수백명 정도의 명단을 교환,생사 및 주소지를확인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엔 서신과 선물 교환에 들어가면 될 것이다.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규모 서신 교환이 이뤄졌을 때 그 내용을 일일이 검열할 수 없다는 점이다.그래서 정부는 북측에 ‘공개된 편지’,즉 엽서 교환을 제의한다는 방침이다.북한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선물 교환이 시작되면 북한의 이산가족들에 대한 ‘달러송금’이 이뤄질 것이다.‘퍼주기 논란’ 등을 잠재울 수있는,민간 차원의 자발적인 대북 경제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다음 단계는 면회소 설치다.물론 면회소 설치가 생사·주소지 확인보다 앞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면회소가 우선설치돼야 남·북간 다른 논의들도 힘을 받기 때문이다.정부는 28일부터 엿새동안 열리는 제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북 적십자회담을 열어 면회소 설치 문제를 적극 제기할 방침이다. 남북간 ‘이산가족 교환상봉’ 모델이 처음 등장한 것은85년이다.당시 도입된 ‘고향방문단’은 2000∼2001년 3차례 실시된 ‘이산가족 상봉단’과 형태가 거의 같다.우리정부는 이번 금강산 상봉을 ‘면회소 설치’로 가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실제로 이번에 그동안의 교환상봉 방식에서 벗어나 남북 가족들이 삼일포를 함께 둘러보는‘참관상봉’이라는 새로운 만남형식이 생겼다.정부는 이를 ‘동숙(同宿)만남’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고향 방문은 남쪽 실향민들이 가장 바라는 사항이다.“고향에 있는 부모 묘소에 술이라도 한 잔 올려야 다소나마불효를 씻을 수 있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고향에가족·친척들이 남아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다.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남북간 화해·협력관계가 상당 정도로 진척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북한이 경제난과 체제붕괴의 우려에서벗어나 개혁·개방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뜻이다.나아가 자유 왕래는 최종 단계이고,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이뤘을 때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봉조 통일정책실장은 “우리 정부와 북한이 바라는 ‘관계개선의 속도’가 매우 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신뢰를 쌓는다면 생각보다 일찍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우기자 anselmus@ ■평양서 딸 상봉 노범석옹 “편지라도 주고받았으면…” “한번 만나고 오면 뭐해.편지라도 주고 받을 수 있어야지.” 2000년 8월 제1차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때 평양으로 가딸 노순복(54)씨를 만나고 온 노범석(盧範錫·77)씨는 상봉 때 건네받은 북녘 아내와 딸의 빛바랜 사진을 가슴에꼭 품고 산다.반백년만에 만난 딸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방과 마루에 걸었다. 열여덟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온 아내는 이미 10년 전 ‘저세상’ 사람이 됐다고 들었고,헤어질 때 세살배기던 딸은 50대 초반에 접어들었지만 죽기전 만난 것은 더없은 행운이었다.노씨는 1·4 후퇴 당시 고향인 함남 갑산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는데 큰 눈이 내려 풍산 근처에서 아내와딸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아내에게는 “눈 길을 뚫고가다가는 모두 죽을 것 같다.”면서 “두 달 뒤에 집으로돌아가겠다.”고 약속하고 홀로 남행길을 재촉했다.자신은 읍사무소 공무원이던 탓에 북한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딸 순복씨가 만나자마자 “아바이,왜 나랑 오마니를 버리고 가셨습네까?”고 물었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50년 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회한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딸을부여안고 말없이 통곡만 했다. 노씨는 “요즘 매일같이 사진을 통해 딸을 만난다.”면서 “남한에서 결혼한 부인이 이런 사정을 이해해 줘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씨는 “지금도 고향마을 앞을 흐르는 허천강이 눈에선하다.”면서 “고향 선산에 있는 부모님의 묘에 술이라도한잔 올리고 불효를 빌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마지막 소원은 고향에 가서 죽는 것”이라면서 “통일까지야 바라지도 않지만 편지 왕래,전화 통화라도 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전영우기자 ■北 왜 금강산에 집착하나 북한은 지난해 10월 6차 장관급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장소로 줄곧 금강산을 주장해 왔다.북한이 왜 금강산을 이산가족 상봉장소로 고집하는 것일까. 우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서울과 평양에서 열리는데 대해 큰 부담을 갖고 있다.북쪽 이산가족들이 서울등 남한의 발전상을 직접 보고는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때문에 북한 당국은 남한을 다녀온 이산가족들을 상대로 1주일 가량의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즉 남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인도적차원’으로 생각하지만 북한 당국에게는 심각한 ‘정치적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북한은 정치적인 부작용 없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둘째 문제는 남쪽 출신으로 북한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바닥났다는 점이다.정부 당국자는 “그 동안 서울을 방문한 북쪽 이산가족은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면서 “이제 그런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다만 남측이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관계 진전의 ‘처음이자 끝’인양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이를 모른채 외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이에 따른 대안이‘조용한’ 행사이고,최적의 행사장으로 금강산이 떠오른것이다. 게다가 금강산은 북한이 이미 남한 기업에 개방한 장소다.북한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 자신들도계속되기를 절실히 원하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은 북한이 개방한 지역이면서 지리적으로 백두대간 너머에 자리잡은 ‘고립지역’”이라면서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행사를 계속하면서도자본주의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금강산을 이산가족 상봉장소로 선뜻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북한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이를 계기로 금강산 육로관광의 길을 트겠다는 뜻인 것으로보인다.나아가 금강산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는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최근 “금강산에 하나,도라산역에 하나,이렇게 두 개의 면회소가 생겨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정부가 이번 금강산 상봉에 ‘면회소’ 설치 추진이라는 의도를 깔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장외투쟁화 한나라 경선/ 경선+비리규탄 ‘盧風사냥’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규탄하는 장외투쟁의 장(場)으로 뒤바뀌어 가고 있다.한나라당은 23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지역 대선후보 순회경선이 끝나자 곧바로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대행 등 주요당직자와도지부 관계자,당원 등 1000여명이 규탄시위에 나섰다.대회장인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석사동 사거리까지 약 600m에 이르는 거리를 행진하며 대통령 세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대통령의 내치(內治)중단 등을 촉구했다.이회창(李會昌) 후보 등 경선후보 4명은 이날 밤 대구에서 열린 TV토론회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24일 대구·경북지역(대구) 경선은 물론 27일전북지역 경선(전주) 등 향후 경선 때마다 가두 규탄집회를갖는다는 방침이다. 대선후보 경선을 겸해 사실상 전국순회장외투쟁에 돌입한 셈이다. 당초 이회창 후보의 독주로 경선이 국민들의 관심권에서비켜서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경선중단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여(對與) 총공세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양상이다.다음달 9일 서울대회까지 경선과 장외투쟁을이어가 전국적으로 대여공세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이회창 후보측 관계자는 “지역순회경선에 규탄시위가 결합되면서 당과 이 후보에 대한 지역의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경선이 계속 되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대여공세와 경선 독주가 이 후보의 지지도 상승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규탄행사와 별개로 경선 자체는 이회창 후보의 독주로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이 후보는 ‘영남후보론’을 앞세운 최병렬(崔秉烈) 후보의 필사적 추격에도 불구하고 24일 대구·경북,28일 부산·경남 경선에서도 압도적승리가 점쳐지고 있다.최 후보측조차 “영남권에서조차 30%득표가 어려울 듯하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측근의원은 “이회창 후보측이 지구당위원장들을 좌지우지하며 나머지 후보들의 득표율을 조절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사실상의 줄세우기 불공정 경선이지만 여권에 대한 반감과 이회창 보호심리가 당 저변에 팽배해 있어 맘껏항변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춘천 진경호기자 jade@
  • 中여객기 추락 참사/ 유가족 표정·탑승객 사연

    ■이번 대형참사를 빚은 중국 여객기의 한국인 승객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국제항공공사 부산지점에 따르면 탑승객 155명중 한국인은 136명이며,이중 94%인 128명이 단체여행객이었다. 부산 성심병원으로 이송된 김보현(27·경북 안동시)씨 부부를 포함해 16명이 경북지역 단체여행객으로 밝혀졌고,온누리여행사 8명과 롯데관광 4명으로 구성된 부산지역팀 등모두 8개팀의 단체관광객들이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영주지역 퇴직 교육자 부부 22명과 안동 LG화재 직원 및 설계사 16명 등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이 38명으로 많았다.이들 가운데 LG화재 직원 김보현씨의 부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라히모바 아지자는 임신 7개월의 임산부였으나 남편과 함께 극적으로 구조됐다.태아도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에 사는 부림홍씨 집안 사람들과 친척 19명 등 단체여행객이 주로 탑승했다.특히 박영부(63)씨 부부 등 영주지역 관내 퇴직 교장·교감 11명은 부부동반으로 중국 여행을 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사망자와 생존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김해지역 병원에는 유족들과 가족들이 몰려와 가족과 동료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해 복음병원에서 정모(49·경남 창원시 대방동 대동아파트)씨는 “칠순 부모와 막내 동생 부부,동생의 자녀 등3대 6명이 이 비행기를 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정씨는“부모님과 동생 부부가 함께 5박6일간 중국으로 효도관광을 갔다가 귀국길에 이 비행기에 탄 것으로 연락받았다.”며 “김해시내 병원을 모두 다녔는데 찾을 길이 없다.”고말했다. 복음병원에는 5구의 시체가 들어왔지만 불에 심하게 타신원확인은 물론 남녀 확인도 안될 지경이어서 병원으로달려온 30여명의 가족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계로 중국여행을 떠난 일가족 16명의 생사를 확인하러 온 홍모씨는 생존자 명단에서 홍씨라고는 홍난희(58·여)씨 1명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자 넋을 놓는 모습을 보였다.홍씨는 여행을 떠난 가족들이 고모와 사촌 등 모두여성들로 한꺼번에여자가족 모두를 잃게 됐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추락한 중국 여객기에는 경남 창원의 부부 의사가 칠순을 맞은 양가 부모를 모시고 효도관광을 떠났다가 자녀 등8명이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이 부부는 창원시 상남동 세란병원정상화(37) 원장과 근처에서 치과를 개업하고 있는 부인양진경(37)씨.정씨는 지난 10일 아버지 정섭(76)씨,어머니남판임(73)씨와 장인·장모, 부인, 아들 형제와 함께 중국관광에 나섰다. 정씨 부부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대신해 양가 부모를모시고 중국 관광을 다녀오기로 하고 3대가 관광길에 나섰으나 이날 탑승한 중국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변을 당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정씨의 친형제와 이종형제 등 20여명이김해시내 병원과 부산시내 병원을 샅샅이 뒤졌으나 생존자명단에도 없고 시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조선족 처녀와 결혼을 앞둔 문두성(35·부산 남구대연동)씨와 예비 신부 최준영(22)씨는 최씨 부모 최광호(48·옌볜)·박성녀(47)씨를 초청해 이들이 사고 여객기에탑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김해 성모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생존자 명단에 이름이 없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오는 5월5일로 결혼 날짜를 잡고 최씨 부모를 초청한이들 예비부부는 들뜬 잔칫집에서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했다. ■승객 홍길애(69·여·부산 남구 용호동)씨 일가족 11명이 중국 관광에서 돌아오다 사고 여객기를 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아들 김모씨는 “어머니 홍씨가 외가쪽 친척 11명과 함께 중국 단체관광을 다녀오면서 사고가 났다.”며 생존 여부를 확인하느라 발을 동동굴렀다. ■어머니 강말세(65·경남 통영시 도산면)씨가 탄 여객기사고 소식을 들은 아들 황순규(38·마산시 내서읍)씨는 창원공단내 사업장에서 일하다 말고 곧장 입원중인 김해 성모병원을 찾아 생존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황씨는 “지난 12일 어머니가 고향 주민 10여명과 중국관광을 갔다가 귀국하던 중 사고를 당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부부 동반해 마을 주민 10여명과 중국 관광을 갔다가사고를 당해 김해 복음병원에 입원중인 김모(51·여·대구시 달성군)씨는 목과 허리에,남편은 팔 등을 다쳤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부상자와 사망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부터 상황실이 마련된 김해시청에 몰려와 “사고가 발생한 지 10시간이 지났는데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시청 청사 2층 계단에 앉아 밤샘농성을 벌였다. 사망자 유족들은 “시신 확인이 가장 중요한데 대책본부는 아무런 설명이 없고 누구 하나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밤샘 농성을 통해 대책회의를 가졌으며,조속한 시신 확인 촉구,장례 절차,보상 등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특별취재반
  • 월드컵 D-50/ ‘중국 특수’ 지필 ‘불씨’를 찾아라

    ■예약 저조…업계 긴장. 한국관광공사는 월드컵 기간 35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고 이 중 6만∼7만명의 중국인이 우리 땅을 밟을 것으로예상하고 있다.한국관광연구원에서는 중국인을 8만명,외국관광객을 53만명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전망 모두 ‘중국특수’를 염두에 둔 것은 분명하다.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데다 본선 1차전 3경기(6월4일 코스타리카전-광주,8일 브라질전-서귀포,13일 터키전-서울)가 모두 국내 경기장에서 치러짐으로써 ‘중국 특수’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려졌다. 짧은 이동거리,비교적 안정된 여행상품, 게다가 문화적 정서적 괴리감이 없는점이 ‘매력’으로 보태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 특수’의 중심에 서있어야 할 여행업계의 표정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코오롱TNS 정일한 중국실장은 “중국 현지의 모객 움직임이 의외로 썰렁하다.”고전했다. ‘중국 특수’를 다시 지펴 돈으로 연결시킬 방법은 없을까. ◆불투명한 티켓, 월드컵관광에 먹구름=여행사를 상대로입장권 판매를 허용한 98년 프랑스월드컵과는 달리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2월드컵부터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개인 대상 판매만을 허용했다.FIFA는 중국 축구협회에 1만 2000여장(1경기 4000장씩)을 배정했는데 중국 안에서는 5만장 이상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대회 개막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행사들은 티켓을 매개로 한 여행상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정일한 실장은 “한달전에 예약을 완료해야 하는 여행상품의 특성상,티켓이 없는 상태에선 어느 것 하나 확정지을 수 없다.”며 국내 여행사들은 ‘닥치면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킴스여행사 장수령 중국 담당도 “월드컵 기간 예약한 중국인이 2000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당초 목표의3분의 1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일부 여행사가 1000∼5000장의 티켓을 확보했다며관광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가 경기장 입장때 ‘선별적으로’ 실명을 확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이 점도 걸림돌이다.특히 ‘치우미(蹴迷)’로불리는 중국 축구팬들의 응원열기가 알려지면서 웃돈을 바라며 티켓을 손에 쥐고있는 내국인들이 많아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 중국전담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도 하루 2∼3차례 티켓을 사라는 은밀한 전화가 걸려온다.”며 10배까지 부르는 이도 있으나 최근들어 2∼3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티켓만 있으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유럽과 달리 비행기와 호텔을 이용해야하는 우리 실정을 FIFA가 이해하지 못했고 KOWOC도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관광객 씀씀이는 “별로”=중국 관광객들은 지난해 5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외국인 입국객 중 40%를 차지하는 일본 관광객에 이어 미국을 제치고 2위의 여행시장으로 떠올랐다.불과 3∼4년 사이의 일이다. 지난해 12월 6%의 성장세에 이어 올 1월 잠시 -21.2%로떨어졌다가 2월 50.6%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회복했다. 김상태 한국관광연구원 연구3팀장은 “7∼8년후에는 연 300만∼400만명의 중국인이 방문해 우리나라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가장 전망있는 여행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여행객들의 씀씀이가 워낙 작아 월드컵때 많은 중국인이 찾더라도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우려도 있다.여행업계에선 중국인 1인당 10만원 쓰고 돌아가면 많이 쓴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더욱이 치우미들은 여행상품과 티켓에 많은 돈을 써서 쇼핑이나 옵션에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창스여행사 장유재 사장은 “중국인들은 인삼 자수정 의류 전화기 캠코더 MP3 정도에 돈을 쓰고 있다.”며 “좀더 다양하고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라는 것인지,말라는 것인지’=현지 공관들은 불법체류를 염두에 둔 월드컵 방문을 차단하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문화관광부는 더 많은 중국인들을 유치하겠다고현지에서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현지에서 헷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한 여행사 대표는 “불법체류 이탈자가 발생하면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돼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현지여행사들이 모객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불법체류를 걸러낼 수있는 현실적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한국 관광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태 팀장은 “정부가 정책 초점을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호텔이나 식사도 문제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중국인들의 높은 문화적 자긍심을 짓밟는 것”이라며 “월드컵을 계기로 큰 이익을 내겠다는 자세보다는 ‘씨앗’을 뿌린다는 인식을 국민 전체가 가질 필요가 있다.”고강조했다. 국내 전담 여행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화교들이 중국 관광객의 소비활동을 극히 제한시킨다는 지적도 있다.이에 따라 이들 여행사 대표와 30%씩을 차지하는 조선족과 화교가이드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임병선 안동환기자 bsnim@ ■전춘섭 수송관광사업단장 “제대로된 상품 만들것”. “제대로 된 가격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월드컵 관광상품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오는 2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질 한국과 중국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 맞춰 월드컵 모의관광 프로그램인 ‘익사이팅 코리아’를 운영할 예정인 전춘섭 한국월드컵조직위 수송관광사업단장(호도투어 사장)은 의욕에 가득찬 계획을 소개했다.이번 행사는 한·중 평가전을 관람하기 위해 내한하는 2000여명의 중국 축구팬들을 재우고 먹이고구경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월드컵 관광’의 리허설 성격을 띤다. 전 단장은 “당초 3500명 정도 규모로 기획했으나 중국의 최대 연휴인 5·1절 직전에 경기가 열리는 탓에 예상보다 열기가 저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의 참가비용은 2박3일 3600위안(55만원)으로 파격적이다.행사 참가자들은 24일(4박5일)과 26일(2박3일)로 나뉘어 입국한다.27일 한·중 평가전을 관람한 뒤 2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할 계획이다. 전 사장은 “한국관광공사 협찬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고 소개했다.관광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중국 관광객이 다치거나 아플 경우 24시간 운영되는 콜 센터를 통해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 전 단장은 사업단의 장점으로 “전세버스 등 운송수단과콘도 등 숙박시설 2만실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노하우를지닌 여러 업체들이 포진해 있어 경쟁력을 갖춘 점”이라고 자랑했다.전 단장은 월드컵 수송관광사업단이 대회기간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 관광객 35만명 가운데 10만명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이미 폴란드,남아공,브라질 관광객들과 다국적기업 ??컴의 물량을 맡기로 돼있으며 국제축구연맹(FIFA) VIP의 숙박과 관광도 책임질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한화준 관광공사 중국팀장 “여행업계 제값 받는 계기로”. “제값을 받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월드컵 입장권을 못 구해 여행상품을 확정지을 수 없는데다 호텔요금과 가이드 비용 등이 치솟아 여행업계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이 기회를 이용해 중국인상대 여행상품의 적정 가격대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제기됐다.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선양(瀋陽)에서 열린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남쪽 지방 사람들까지 70만∼8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모여들었다.”며 관광상품 가격이 치솟더라도 중국인들의 월드컵 방문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팀장은 중국 여행업계가 최근 보이는 냉랭한 태도는가격 협상을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 6만명 이상은 월드컵때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지에서 중려국제여행유한공사가 판매하는 3박4일 월드컵 상품이 8800위안(145만원),4박5일 1만 800위안(178만원)으로 통상 가격의 3배에 이른다.국내 여행사들도 비슷한가격대의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모객이 안될까봐 초조해 하는 가운데 나온 그의 주장은 엉뚱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그동안 국내 여행업계는 중국측의 지상비 인하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 적정 가격대를 포기한 측면이 많았다.이런 가격인하가 양적 팽창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거기에 안주할 수 없다는 한 팀장의 주장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임병선기자.
  • IMF 지나자 이번엔 지원 연령제한 억울한 실업 7만명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취업 연령제한 철폐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과 장애인의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학계와 재계에서도 연령제한을 한시적으로나마 철폐해 외환위기 사태 등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청년실업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연령차별 뿌리뽑기 시민 캠페인’을벌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는 보름 남짓 피해 사례가 30여건이나 접수됐다.경실련은 이 가운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의 취업 연령차별 사례를 골라 이달중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피해 사례=대학 졸업과 동시에 외환위기가 찾아와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한 91학번 최우규(30)씨는 연령 제한 때문에 행정고시로 눈을 돌렸지만 연거푸 시험에 떨어졌다. 최씨는 “91학번은 저주받은 학번으로 불린다.”면서 “일반기업에 취업하려 했지만 정작 경기가 좋아진 다음에는 연령제한에 막혀 뜻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애인 김철우(35)씨는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지만‘만 35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 때문에 걱정이다.지난 3일 경실련 연령차별 제보센터를 찾은 김씨는 “장애인에대한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나 연령 제한이 큰 걸림돌”이라면서 “구직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 악습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기독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정모(28)씨 등 3명은 지난 2월 해고됐다.‘사환의 정년은 만 25세이고,3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는 병원 규정 때문이었다.이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시키고도 임금을 적게 주고,정년을 임의로 정해 해고하는 행위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은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방노동사무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개선 움직임=학계와 재계 등에서는 법률 제정과 기업의채용풍토 개선 노력이 한창이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이 누적돼 연령초과로 입사원서를 낼 수 없는 인력이 7만여명에 이른다.”면서 “이들이 공정 경쟁을 통해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5년 정도의 한시법(限時法)으로 연령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2000년 2월 당시 재경부장관과경제 5단체장이 신입사원 채용때 연령제한 규정을 삭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취업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있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기회 균등을 실현하기 위해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사회복지팀장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능력·성과 중심의 인력운영 시스템과 획일적인취업연령 제한은 모순된다.”면서 “업종과 지역,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채용문화를 바꿔가야 한다는 공감대가젊은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오늘의 눈] 발전파업 37일이 남긴것

    37일이나 지속된 발전파업이 어렵사리 해결됐다.노정이장기간 대치하면서 공권력 투입없이 대화로 풀어낸 것은우리 노동사의 진기록일 것이다. 그렇다고 총파업 직전,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고 쌍수를들고 환영하고 싶은 심정은 아니다.이번 파업을 통해 한국 노동운동의 경직된 현주소와 정부의 초라한 대응능력이한꺼번에 표출됐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현정부의 실적주의와 이에 따른 미봉적 대처를 지적해야겠다.속내를 보면 지난해 항공파업과 이번 공공파업 등 불법파업을 양산시킨 것은 정부 자신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기보다는 그때 그때 이면계약을 남발하면서 노조를 달래는 편의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2년전 한전 파업이 그랬다.적지않은 공기업들도 ‘좋은 게 좋다.’는 편법 타협에 손을 내밀게 됐다. 강경투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만높였다.노동계를 강경투쟁으로 이끈 것은 바로 정부의 무원칙 때문이었다.늦게나마 ‘민영화 철회 불가’라는 원칙을 시종일관 유지한 정부 대처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정부 출범 이후 침이 마르도록 외친 노사간 ‘대화해결 원칙’도 허울뿐임이 증명됐다.지난해 7월 발전노조 출범 이후 사측은 노조측의 주장을 고의로 회피한 흔적이 많고 지난 2월 중노위로 무대가 옮겨져서야 대화다운 대화가시작됐다고 한다.분규가 일어나면 사측은 정부의 강경책뒤에 숨어버리는 식의 무사안일은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번 파업을 지도한 민주노총의 ‘정치투쟁 노선’도 궤도 수정이 필요한 대목이다.노동계를 대변할 정치세력이미미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길거리 투쟁’을 무조건 백안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노조 본연의 임무를 뒷전으로 돌리고,불법파업을 넘나드는 투쟁노선은 점차 국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투쟁’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제 발전 노조원들은 직장에 복귀하겠지만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또 한 차례 진통이 불가피하다.불법파업과 사법처리를 오가는 악순환이 언제나 끝날지,국민들의 한숨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오일만 행정팀기자 oilman@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성적의 ‘포로’가 된 인생 행로

    여섯살배기 큰 딸 현주는 보름전부터 발레학원에 다닌다. 어찌나 좋았던지 학원에 가는 첫날,하루종일 발레슈즈를신고 다니고 학원가방을 어깨에 멘 채로 밥을 먹었다.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발레 타령을 그동안 ‘저러다 말겠지’하고 모른 척했다.엄마로서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우리 딸은 ‘춤꾼’기질은 없어보인다.춤출 때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다. 덕분에 한 달에 8만원이라는 부담이 더 생겼어도 아이의행복한 표정을 보니 나도 흐뭇하다.발레에서 재미를 느끼든,좌절을 맛보든 딸 아이는 그렇게 슬슬 자기의 적성을찾아나가는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리라. 한편으로는 딸이건만 솔직히 샘이 나기도 한다.이른바 ‘컨츄리’ 출신으로서 발레는 ‘딴나라’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어릴 때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탓에 학원들을다니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미술시간이나,무용시간에는 괜스레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슬그머니 좀 억울해진다.무심코 흘려보낸 그 시간이 숨겨진 재능을 탐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는데 말이다.조건이 갖춰졌다면 지금쯤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 누가알겠는가. 경제적인 이유든,사회적 상황에 의한 선택이든 이런 아쉬움은 아마도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우리나라는 대학뿐 아니라 학과까지도 수능점수로 줄을 선다.우등생들은무조건 의대,법대로 향하고 학부모들도 서울대·고대·연대 등 ‘스카이(SKY)’를 보내는 데 목매는 현실에서 적성을 찾아 살기란 보통 용기로선 힘들다. 영화,음악쪽에 꽤 재능이 있었던 한 후배는 고3때 ‘고만고만한’ 대학의 예술학과를 지망했다가 엄마로부터 “너미쳤니?.니 점수가 아깝다.”는 꾸지람을 듣고 포기했다며 한숨을 지은 일이 있다. 다양한 진로 선택을 터준다는 취지로 시작한 ‘문·이과교차지원’조차 여러 이유로 올해부터 문이 닫혔다.고교에서도 학과점수 올리는 보충수업에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인생 행로를 좌우하는 진로 지도는 외면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고교생들을 조사한 결과,자기 적성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이 14%에 그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대부분 직업이라는 ‘삶의 텃밭’을 갈며 살아간다.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계와 자아실현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지만,점수만 따져 적성을 팽개친 사람들은 평생퍽퍽한 땅만 갈다가 지쳐갈 지도 모른다. 남들의 이목과 겉만 번지르르한 신기루에 매달리는 우리사회,불행한 인간들을 낳는 산실(産室)이다. 허윤주기자rara@
  • ‘좋은교사운동본부’ 손은정교사 방문 르포/ 가정방문으로 교육불신 허문다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학부모들은 학교를불신하고,교사들은 가르칠 의욕을 잃은채 겉돌고 있다.이런 가운데 오래 전 사라진 ‘교사 가정방문’ 캠페인을 주도하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기독교사연합의 전국 16개 회원단체 로 구성된 ‘좋은교사 운동본부’가 주인공이다.좋은교사 운동본부는 회원 교사 3000여명을 주축으로가정방문을 실시,교사와 학생·학부모 간의 대화통로를 잇고 있다. “엄마,선생님 오셨어요.” 올해 고교에 입학한 최창혁(16·인천 인평자동차정보고)군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벨을 눌렀다.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인천 가좌 1동 삼영아파트 창혁군의 집에 담임 교사인 손은정(孫恩貞·38)씨가 찾아왔다.올해 첫 가정방문이었다.창혁군은 카센터를 하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특성화고교로 진로를 결정했다. 창혁군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수줍은 미소만 지을 뿐 선생님의 가정 방문이 영 내키기 않은 표정이었다. “어서 오세요,선생님.” 창혁군의 어머니인 김정남(金貞男·43)씨는 며칠 전부터 연락을 받고 있었지만 막상 담임 교사가 찾아오자 어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꿀차 한 잔을 놓고 마주앉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어색한 시간이 흐른 것도 잠시,손 교사가 창혁군의 학교 생활을 꺼내자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창혁이가 요즘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누나는 말썽없이 사춘기를 보냈는데 남자 애라 더욱 걱정이 되네요.공부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나쁜 친구를 사귀지나 않나 걱정도 되고….” 김씨는 창혁군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남학생은 여학생과 달라요.학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겠지만 집에서도 신경을 써주세요.여자친구를 사귄다고무조건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올바른 교제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집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이가장 좋은 방법입니다.학교 생활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손 교사는 창혁이 어머니의 고민을 훤히 꿰뚫고 있는듯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김씨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아들이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고 있다는 담임 교사의 말에 다소 안심이 되는 듯 김씨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배어나왔다. 그는 창혁군의 방과 후 생활을 손 교사에게 의논했다.“밤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날이 많아 걱정이예요.시간을 정해 하도록 하지만 말처럼 되지 않습니다.” 손교사는 “아침에 눈이 충혈돼있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다.”면서 “학교에서도 이에 대해 지도하겠다”고약속했다. 오후 6시20분.다음 학생 집을 방문할 차례다.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나 지났지만 김씨는 얘기를 더 나누지 못하는것이 못내 아쉬운듯 손 교사의 손을 놓지 못했다.집안 형편과 평소 약한 체질의 창혁군의 건강과 진로 문제 등 의논하고 싶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김씨에게는 3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학교에 자주 연락도 하고 찾아주세요.창혁이를 조금 더 알게 된 만큼 더 관심 갖고 지도하겠습니다.” “선생님만 믿겠습니다.정말감사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둘의 가슴 속에는 이미 깊은 믿음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정병오 상임총무 인터뷰.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뀝니다.” 가정방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좋은교사운동본부 정병오(鄭丙午·37) 공동 상임 총무는 가정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주장했다.아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교육을 살리는 밑거름이라는 설명이다. 가정방문 캠페인은 94년 그가 한 학생의 집을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다.서울 청운중 3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다. “교사로서 첫 부임지였습니다.결석과 지각을 밥먹듯이하는 한 남학생이 있었지요.큰 문제는 없었지만 말 수 적은 아이였습니다.하지만 어느날 손목에 칼로 벤 상처를 발견하고 가정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들려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형이 함께 사는 그 아이의 집은 그야말로 ‘돼지우리’였다.그나마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허다했다. “손목에 난 상처는 사는게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는 그아이의 최후의 선택이었습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지도 않고 ‘지각하지 마라’‘공부해라’라는 등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교사 생활을 헛되게 보내고 있구나.’하는 괴로움에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가정방문이었습니다.그 때 그 아이의 집을 찾지 않았더라면 한 아이의 삶은 영원히 불행해졌을 것입니다.” 그는 이후 그 아이와 꾸준히 연락하면서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도록 도왔다. 현재 모 기업에 취업해 성실하게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그 아이는 지금도 그와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곤 한다.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가정방문에 부담을 갖기도 하고‘봉투’를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미리 학부모들에게 취지를 알리고 촌지를 거절하다 보니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나 자연스럽게서로 믿는 분위기가 생기더군요.” 그는 “아이를 이해하지 않은 교육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희망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좋은교사운동본부는…95년 기독교계 교사단체들모여 출범. 좋은교사운동본부(www.goodteacher.org)가 펼치고 있는’가정방문’ 캠페인은 9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사 모임과 교사선교회,기독교사회 등 기독교 계열의 교사 단체들이 모여 시작됐다. 2000년 8월 16개 회원 단체들을 중심으로 좋은교사 운동본부를 만든 뒤 3년째 가정방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아이를 이해해야 제대로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사들의 ‘가정방문’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와가정을 엮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촌지’ 등 불미스러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대도시 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금지하거나 교사 스스로 자제하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운동본부측은 “아직도 가정방문이 불법이라고 생각해 주저하는 교사들이 많지만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출장으로처리할 수 있는 등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효과적인 가정방문을 위해 방문의 취지를 미리 알려 가정에서 촌지나 음식 등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학생 자기소개서와 가족사진등을 상담에 활용할것 등 지침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가정방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안양고 이병주 교사는 “한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을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성의를 보이면 교사를 신뢰한다.”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올해 가정방문이 끝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학생 1명을 선정해 가족처럼 도와주는 ‘1대1 결연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 명암 엇갈린 10대그룹/ 현대車 순익 59% 늘어 ‘흐뭇’

    삼성·현대·LG 등 10대 그룹이 지난해 실적(당기순이익)때문에 명암이 엇갈렸다.현대자동차·롯데그룹은 웃었다.삼성·LG·SK·포항제철은 고개를 떨궜다.현대·한진·금호·한화는 ‘적자지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차그룹은 당기순이익 2조 427억원을 기록,전년대비 59%의 신장세를 보였다.현대차가 1조 1653억원(전년대비 74%)을 벌어들였고,기아자동차는 5522억원(67%)의 순이익을 냈다. 롯데그룹은 1946억원으로 10% 순이익증가율을 기록했다.롯데삼강 240억원(8.8% 증가) 롯데제과 658억원(38.8%) 롯데칠성음료 972억원(34%) 등 ‘롯데3인방’의 활약이 컸다. 매출 82조 2978억원으로 업계 1위인 삼성그룹은 순이익이3조 8024억원으로 전년대비 45.3% 감소했다.반도체가격의하락으로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2조 9469억원으로 전년대비51%나 줄어든 탓이다. 포항제철도 8193억원으로 전년(1조 6370억원)보다 무려 59% 감소했다.SK그룹 역시 SK글로벌과 SKC의 순손실 규모가각각 1310억원,1122억원에 달해 당기순이익(1조 653억원)이전년대비(1조 2101억원) 12% 감소했다. LG그룹은 데이콤(-687억원·적자지속)과 LG산전(-163억원·적자전환) 때문에당기순이익이 전년(8488억원)보다 5.3%% 감소한 8038억원에그쳤다. 현대는 5483억원,한진 6500억원,금호 3912억원,한화가 4465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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