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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경영 이야기] (31) 등산용품 31년 외길 강태선 동진레저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1) 등산용품 31년 외길 강태선 동진레저 사장

    동진레저의 강태선(55)사장은 산을 오르면서 난관에 부딪힌 경영의 해법을 찾는다. 대기업과 수입 브랜드의 거센 공세에도 쉼없이 30년 외길을 걸어 국내 등산용품 전문기업의 최고봉에 올랐다. 경영자로서보다 히말라야 8000m 이상의 고봉(高峯)을 5곳 정복한 산악인이라는 점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좌절과 기사회생의 반복 강 사장은 제주도 서귀포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농사도 제대로 안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문관광단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집에서 8㎞나 떨어진 초등학교를 가려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천지연 폭포를 지난다. 그는 “하루 2시간씩 등하굣길을 뛰고 달리며 친구들과 멱을 감는 게 하루 일과였다.”고 소개했다. 한라산도 수없이 오르내렸다.“나이가 들어서도 거뜬히 산을 오르는 것은 이때 다져진 체력 덕분”이라며 웃는다. 대학을 나와 은행에 취직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일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 대신 그를 잡아끈 것은 주말마다 빼놓지 않았던 산행이었다.20대 중반이던 1973년 서울 종로에 2평짜리 배낭 공장을 차렸다.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1만 5000원. 직원이래야 미싱사 한명과 자신뿐이었다. 당시에 등산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고, 대학산악부의 활동이 전부였다. 코펠, 텐트, 배낭 등 등산장비라는 게 중고 군용품을 수리해서 쓰는 수준이었다. 이를 파는 곳도 전국 20곳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잘 살게 되면 건강을 위해 등산을 즐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년만에 보기 좋게 망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 기술이 없고 장사에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 군용 배낭을 본떠 면 배낭을 만들었다. 면이 최악의 배낭 소재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재질이 약한데다 등에 흐르는 땀을 그대로 흡수해 버려 무겁고, 등산객의 체온을 빼앗기 때문이다. 또 ‘초짜’를 알아본 상인들이 그의 배낭을 납품받고도 물건값을 떼먹기 일쑤였다. 공장을 이웃으로 옮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그는 “등산용품을 만들려면 등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마음을 읽으려면 내 자신이 직접 산을 올라야 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물건을 만들어 팔고 밤이나 주말에는 산에 올랐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산에 오르다 보니 과로로 병이 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루에 두개의 산을 연이어 오른 적도 있다.‘등산객에게 가장 필요하고 편안한 물건이 무엇일까.’만 골똘히 생각했다. 시제품을 주변에 돌려 의견을 구했다. 우리나라는 70년대 후반부터 대한산악연맹을 중심으로 마나슬루(해발 8164m) 등 해외원정 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도 78년 ‘거봉산악회’를 결성하고 엄홍길(산악인) 등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강 사장이 질 좋은 장비를 만들자고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80년대에 들어서 야간통행금지도 해제됐다. 장거리 등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등산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강 사장은 “전국의 산을 누비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 산에 가면 이 장비가 필요하고, 저 산에 가면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는 요령이 쌓였고 이는 단골 고객들에게 중요한 산악 정보가 되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등반훈련을 시작했다.83년 몽블랑(4807m) 등정에 성공했다. 그러다 1991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사형선고’와도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산에서 취사 및 야영을 금지한 것. 그때까지 사람들이 산에 가는 이유는 맑은 공기를 쐬며 고기를 구워 먹고, 술도 좀 마시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업계의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다. ●산에도 패션이 있다 회사 규모를 줄인 뒤 괴로움 때문에 해외 원정에 더욱 몰두했다.93년 8월 엄홍길 등을 데리고 티베트의 초오유봉(8201m)과 네팔의 시샤팡마봉(8027m) 등정에 원정대장으로 나섰다. 강 사장은 “산을 오를 때 반드시 정복하겠다고 해서 정상에 서는 것이 아니라 한발한발에 힘을 주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그동안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발상을 전환했다고 한다.‘상품군을 바꾸자.’‘의류로 가자.’‘산에 패션이 있다.’ 등산복에 눈을 돌렸다.96년 국내 고유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이렇게 탄생했다.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고아텍스’ 소재를 등산복에 적용, 특허도 받았다. 그때까지 등산복은 청바지나 운동복이 고작이었다. 외국 유명기업의 브랜드도 쏟아져 들어왔다. 결국 우리나라 등산복의 역사는 10년도 채 안 된 셈이다. 시장 판도가 급격히 정리되면서 블랙야크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98년 1월 중국 베이징에 직영 1호점을 개설했다. 브랜드는 ‘풍우설(風雨雪)’. 강 사장은 94년 산악연맹 부회장을 맡고 중국 등산협회와 자매결연을 맺으며 중국 사정에 익숙해졌다. 중국에는 히말라야 등정을 위한 외국인 원정대가 모여들어 전문 장비에 대한 요구가 어느 곳보다 큰 곳이다. 순식간에 직영·대리점이 19곳으로 늘었다.98년 10월에는 돈을 빌려 경기도 곤지암에 대규모의 등산의류·용품 물류센터도 지었다. 그런데 그만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회사 전체가 휘청거렸다. 그는 “두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이력이 붙었는지 곧 안정을 유지했다.”고 회고했다. 간신히 한숨을 돌려 2000년대를 맞자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이 산을 더 찾게 만들었다. 특수 소재에 대한 관심도 일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면서 가정주부들의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는 “현재 등산복의 55%는 주부들을 겨냥한 제품”이라면서 “그만큼 주부들은 멋과 기능성만 갖추면 기꺼이 돈을 쓴다.”고 설명했다. ●산에서 배운다 “산이 왜 좋은가.”라고 묻자 강 사장은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훤히 트여 매력적”이라고 대답했다. 산에 대한 말이 나오면 그는 얼굴까지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웅장하고 장점이 많은 산은 역시 설악산”이라고 말했다.‘악(嶽)’산이 다 그렇지만 작은 위험도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산을 우습게 여기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고 충고했다. 귀찮아도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행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지난 84년 4월 북한산 등정에 나선 대학생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비바람과 우박을 맞고 집단 동상을 입은 적이 있다.“초봄에 동상이 웬말이냐 하겠지만 날씨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71년엔 설악산에서 훈련중이던 등반팀은 눈사태를 당했다. 강 사장은 “서울 근교의 산에 가도 배낭에는 오리털 파커, 비옷, 보온병에 따뜻한 물 등을 꼭 갖고 다닌다.”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산에서 청하는 낮잠이 피로회복제”라고 권했다. 사람은 잠을 잘 때 눈 떠 있을 때보다 5배의 산소가 더 필요한데, 오전에 1∼2시간 산행을 한 뒤 가벼운 도시락을 먹고, 신문지에 싸서 들고온 차가운 캔 맥주를 마신 뒤 바위 등에서 1시간 정도 잠을 자면 일주일의 피로가 다 풀린다는 것이다. ●국산 브랜드로 대기업의 수입 브랜드에 맞선다 고유 브랜드 ‘블랙야크’의 야크는 티베트 등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작은 덩치의 검은 소다. 겉모습은 어리숙해 보이나 60㎏ 이상의 짐을 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자유자재로 다니는 강인한 동물이다. 고산족들에게 살아서는 운송을 도맡고 죽어서는 고기, 우유를 제공한다. 긴털은 로프로 쓰인다. 히말라야 원정대에게도 믿음직스러운 짐꾼이다.93년 시샤팡마 원정때 눈병을 앓다가 발을 헛디뎌 절벽으로 추락한 작은 야크 한마리가 강 사장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브랜드로 삼았다. 온순하면서 주변 환경에는 강인한 야크를 본뜬 블랙야크를 강한 토종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강 사장은 대기업들의 태도에 불만이 크다.70년대 후반 해외원정 붐을 타고 국내에도 등산열기가 일자 선경, 삼성, 대우,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등산용품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등산용품에는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고 2년만에 코오롱만 남고 나머지는 손을 들고 말았다. 그뒤 20년후인 90년대말에도 등산의류가 새로운 패션시장으로 등장하자 대기업들이 또 앞다퉈 수입브랜드를 도입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강태선 사장은 동진레저의 강태선(姜太善) 사장은 거의 맨몸으로 등산용품 생산에 뛰어든 지 31년만에 국내 최고의 토종기업을 키워냈다. 등산의류 브랜드 ‘블랙야크’를 비롯한 150여종의 등산용품을 생산, 연간 매출 800억원을 올리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에는 곳곳에 산이 묻어 있다. 좌절의 벽이 높을 때마다 산에 올라 기업경영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등반가 엄홍길 등과 함께 초오유, 시샤팡마, 안나푸르나, 캉첸중가,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高峯) 5곳을 등정했다.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19곳의 직영·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으나, 앞으로 지구촌 곳곳에 한국인의 발길과 함께 국산 토종 등산용품 브랜드가 퍼지길 바라고 있다.
  • 초선의원들 첫 국감 소회

    “저녁 9시,10시까지 국정감사장에 머물려면 대단한 인내와 체력이 필요하다.…하루 15분씩의 질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식사 시간에는 당을 초월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며칠전 버스 속에서는 마이크 잡은 모 의원이 ‘애실 누나, 말 좀 빨리하세요.’라고 말해 순간 폭소가 터졌다.”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의 국감 일기 중에서- 17대 국회의 첫 국감이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금배지를 달고 처음 국감을 치른 187명 초선 의원들은 우선 “시험 끝났다.”며 기쁜 표정이다.2∼3일 달콤한 휴가를 즐기면서 ‘국감 증후군’을 털어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게 영 섭섭하다고 했다. 열심히 했는데도 ‘구태’라는 화살이 돌아오면 울컥 언짢아지기도 했단다. 문화관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정치부 기자로 10년 가까이 지켜본 국감을 직접 치러보니 소회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헌신적으로 일하는 동료 의원을 보면서 (정치입문 전)밖에서 평가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느꼈다.”면서 “그런데 전반적으로 국감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았고, 특히 언론 평가는 너무 인색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처음 다짐한 대로 투쟁·폭로·정쟁의 구태는 버리고, 희망·대안·미래로 가득찬 정책국감을 끝까지 고집한 것은 큰 위안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카드대란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던 정무위 국감을 마치고 “정책 질의를 하다가도 정쟁과 관련된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몇 달 밤을 세우며 준비한 것은 모두 정쟁으로 비화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보좌진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하며 준비했는데 공(功)보다 과(過)가 많다니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네바 대사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지낸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친정’인 통외통위 국감을 마치고 나니 벌써부터 다음 국감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는 “아직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익숙지 못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서 “건설적인 비판으로 피감기관인 외교부의 역량을 키워주고 대안도 제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의 수행비서 도기천씨가 쓴 ‘보좌후기’는 정쟁에 휘말려버린 국감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다음은 한 대목.“오늘(23일)은 국감 마지막 날. 대통령비서실 국감을 보좌했습니다. 국감을 위해 정 의원과 보좌진들은 여러 날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동안 주고받은 자료만 해도 책 몇권 분량은 될 겁니다. 바쁜 와중에 준비했는데, 정작 행정수도 이전 위헌논란에 휩쓸려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렇게 첫 국감을 끝낸 의원회관은 대부분 짧은 휴가에 들어갔다. 앞으로 남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상임위 활동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국회에서 마주친 보좌관 A씨는 “난 이제 시작이야. 의원 눈초리가 심상찮으니 다른 방 찾아야지.”라고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었다.‘첫 국감의 추억’이 막을 내린 ‘여의도 극장’에는 곧 ‘일자리를 찾아서’가 개봉될 모양이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좌초 위기 민속씨름 해법은

    올시즌 마지막 정규 체급 씨름대회가 열린 구리체육관. 많은 기록들이 쏟아졌다. 신창건설이 단체전 6연패를 이뤘고, 무명의 최성남이 생애 첫 금강장사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잡초’ 모제욱(이상 LG투자증권)은 결혼 전날 한라장사에 오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모래판에는 신명이 넘쳐나지 않았다. 올해로 출범 스물 두해를 맞은 민속씨름이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 진원지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명가 LG씨름단. 최근 모기업 LG투자증권을 인수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씨름단을 유지할 의사가 없고 LG스포츠단이나,LG에서 분가한 GS스포츠에서도 씨름단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미 60여개가 넘는 기업에 인수의향서를 보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그냥 공중에 붕 뜬 상태”라는 허양도 LG단장의 한숨이 더없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한때 8개팀이 각축하면서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민속씨름은 현재 고작 3개팀으로 ‘연명’하고 있다.LG마저 해체되면 민속씨름 존립 자체가 뒤흔들리게 된다. 이번 해체 위기는 엉뚱하게도 LG카드 사태에서 비롯됐다.LG카드가 쓰러지자 LG그룹 대주주 등은 LG투자증권 지분을 채권단에 넘겨줬고 업계 2위를 달릴 정도로 건실했던 투자증권은 매각이라는 ‘유탄’을 맞았다. 어찌보면 씨름의 절체절명 위기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LG그룹 측에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 LG측이 매몰차게 민속씨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경제 한파로 모든 프로 스포츠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이익이 나지 않는 스포츠단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서 국내 유일한 민속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씨름의 상징적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얘기다. 22년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LG일가였던 허완구 현 승산 회장이 민속씨름위원회 초대 회장을 맡을 정도로 LG측은 민속씨름 출범에 열정을 쏟았다. 초심을 되찾았으면 한다. 현재로서는 그것이 민속씨름의 좌초를 막는 최선의 길인 것 같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주일을 기다리며/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백두대간에 단풍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로 어제가 일요일 같았는데 벌써 토요일 아침을 맞는다. 주말이면 교우들은 한숨 돌리는 여유를 가질 것이지만 우리 같은 교직자들은 도리어 몹시 분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지난 한 주간 처리해야 할 서류와 컴퓨터 앞에서, 생산과 매출 현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마치 전사처럼 살았을 것이다. 오르지 않는 성적과 석차의 비교, 열성을 다했으되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 자금 조달과 상환 독촉으로 쌓이는 스트레스, 근심 걱정으로 잠 못 이룬 밤…. 그렇게 상처받고 신명 없이 한 주간을 버텨온 우리 교우들이 주일미사에 참여하러 성당을 찾아온다. 마치 부상당한 다리를 끌고 귀향하는 병사의 모습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밝은 얼굴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도하며 주일미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 주간 상처받고 주눅든 몸으로 하느님 앞에 나왔으되, 미사성제의 은총이 그들의 몸과 나머지 6일의 삶을 거룩하게 축성해서 의미가 충만해지기를 온 마음으로 축원하는 것이 사제의 소명이요 직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긴장과 고뇌의 상념들을 내려놓으라! 삶이란 자판기 커피 한잔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거래이고 계산처럼 보이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아무 대가없는 무상의 은혜가 너무도 많다! 승패 갈리는 경쟁만이 아니라 서로의 행복을 존중하며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길도 있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어 기도하고 기운차게 살아가자!”라고 독려하려 한다. 거룩한 제단에 나아감은 일상을 새롭게 일으키는 걸음이 된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자신의 종교 공동체의 경신례를 소중히 여기고 참여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앙에는 삶의 위안과 축복,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자기 생활이 하느님의 정의에 합당하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물질적으로 부유한 가정이고 부강한 국가라 할지라도 그들의 행복이 타자의 행복을 침해하여 얻은 것은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정한 뇌물이나 무력으로 위협해서 빼앗은 것이라면 그것은 하느님의 정의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자기 생각과 방식만 옳다고 여기는 신념도 역시 그렇다. 카인과 아벨이 한 형제로서 함께 살면서 누리는 행복이라야 하느님의 정의에 맞는 진정한 축복이다. 그래서 스승이 필요하고 종교가 필요하다. 종교란 ‘으뜸가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으뜸된 가르침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인생관과 세계관을 얻는 자가 종교인이다. 문제는, 가르침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사회적 처지나 이해에 따른 현실적 장애들이 만만치 않아서 타협하게 되고 그 관행이 신념화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 입맛에 맞지 않은 사목자의 강론을 배척하는 것이다. 복음정신을 모든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이다. 자기 신념이 복음정신에 맞는 것인지를 비추어 판단하고 맞지 않는 것이라면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회개이다. 내일은 진실로 회개하는 마음을 모아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싶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살인의 추억’ 경찰의 죽음

    ‘살인의 추억’ 경찰의 죽음

    “사건 해결에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귀에 박히도록 가르쳐 주신 게 엊그제 같은데 가시다니요….” 22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다보정사의 납골당 앞에 선 경기 포천경찰서 창수파출소 강성호(30) 경장과 허재원(27) 순경은 고인을 기리며 눈시울이 젖어갔다. 이들은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같은 경찰서 윤석명(47) 강력1반장의 영정을 향해 절을 올린 뒤 울먹이는 윤 반장의 아들 여직(17)군의 어깨를 두드렸다. 윤 반장이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체로 발견된 지 일주일째. 그를 추모하려는 동료들의 발길은 이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윤 반장은 지난해 11월5일 엄모(당시 14세)양이 실종된 직후 후배 형사 2명과 사건을 맡았다. 하굣길에 감쪽같이 사라진 엄양의 행적을 종잡을 수 없어 불길한 예감이 들던 96일째, 엄양은 실종현장에서 6㎞ 정도 떨어진 한 배수로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잔뜩 찡그린 표정이 죽음의 순간이 고통스러웠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는’ 미지의 살인범과 윤 반장의 지루하고도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실종 현장과 시체 발견 현장에 남겨진 작은 흔적과 물증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갈무리했다.“현장에서 꼭 무엇인가 나온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떨어진 휴지조각 하나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다. 지난 7월엔 배수구에서 엄양 시신을 가린 TV포장용 종이상자를 버렸다는 물류업체 직원 2명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윤 반장은 그들의 고등학교 동창들까지 일일이 행적을 파악하기도 했다. 최근엔 범인의 예상 도주로 근처에 살고 있는 20대를 수사하기 위해 집이나 직장으로 하루 평균 3∼4명씩 찾아다녔다. 하지만 단 하나의 특이점도 손에 잡히지 않는 답답한 수사의 반복이었다. 윤 반장의 어깨가 점점 처지기 시작했다. 같은 조원 김웅태(33) 경장은 “힘들게 만난 용의자들에게서 아무 것도 나오는 게 없을 때 길게 한숨 쉬며 하늘을 바라보던 반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훔친다. 술 한잔 하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인 윤 반장은 하루하루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죽은 엄양에 대한 죄책감이 커지면서 애꿎은 술만 늘어갔다. 수사를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된 엄양의 아버지(44)와도 술잔을 기울이며 친해졌다. 엄씨 앞에서 술에 취한 채 “저도 중학교 1학년 딸이 있어 그 심정을 압니다. 빨리 잡아서 한을 풀어드려야 하는데 엉킨 실타래처럼 잘 안 풀리네요. 미안합니다.”라며 절망했다고 엄양의 아버지는 전했다. 엄양이 발견된 지 246일째인 지난 11일 오전 윤 반장은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닷새만인 16일 오전 그는 포천시 신곡리 한 등산로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인 안춘옥(47)씨는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꼭 잡아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을 땐 그렇게 절박한 심정인 줄 몰랐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내에게)포천에 와서 휴가 한 번 제대로 갔다오지도 못하고 누구에게 화도 내지 못하고 내 스스로 이를 삭이느라 술을 먹어야했소.”,“(아들에게)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는데 그게 사실이구나. 한번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데 그렇게 힘이 드는구나.”(윤 반장의 유서에서) 1년 가까이 한 여중생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수사반장은 결국 그렇게 저 세상으로 떠났다. 포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빚내 대체농토 샀는데 웬 날벼락…

    빚내 대체농토 샀는데 웬 날벼락…

    “대통령더러 우리 땅 사가라 그래유.” 충남 연기군 남면 갈운리의 김옥태(48·여)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털썩 주저앉으면서 울음부터 터뜨렸다. 김씨와 남편 임재호(50)씨는 행정수도가 들어와 토지가 수용될 것이라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이웃들과 서면 아촌리에 8억원을 들여 집과 축사를 사들였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떠안은 채 살아갈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땅과 집 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하고, 설령 싸게 내놓는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을 테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자를 물어내며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대유. 뭐 이런 게 다 있슈.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여유.” 김씨는 연방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가 땅을 사들인 것은 신행정수도 예정지가 결정되고 대통령이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힌 직후인 지난 8월. 김씨는 “처음엔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아 반대하다가 정부 의지가 워낙 강력해 어쩔 수 없이 고향과 가깝고 수용이 안 되는 서면에 앞으로 살아갈 땅을 샀다.”면서 “우리가 돌았어….”라고 되뇌었다. 김씨네가 이웃과 함께 산 부동산은 주택과 축사가 딸린 2600평짜리 논·밭이다. 평당 30만원으로 주변보다 조금 비쌌지만 집과 축사가 오롯이 지어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김씨와 이웃집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집, 축사, 논·밭과 새로 사들인 부동산까지 모두 담보로 잡히고 농협에서 3억원씩 빚을 냈다. 나머지 1억원은 직장에 다니는 딸들이 빚을 냈다고 한다. 김씨는 “내년 1월부터 보상이 나오면 이 정도 빚은 너끈히 갚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가슴을 쳤다. 김씨 부부는 700평의 논·밭을 일구고 소 20마리를 기르며 알뜰하게 살아와 그동안에는 누구에게도 빚을 져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남편 임씨는 2년전 틈틈이 건축일을 다니다 다리를 다친 뒤에는 농사에만 전념했다. 김씨도 식당에 나가고 있다. 김씨는 “우리처럼 열심히 산 사람도 없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눈물을 쏟았다. 남편 임씨는 전날 한숨도 못자고 “소 먹일 짚 가지러 간다.”며 아침 일찍 나가서는 소식이 없었다. 김씨 부부는 지난 3월 폭설로 축사 지붕이 무너졌지만 ‘행정수도가 온다는데 뭘 고치냐.’는 이웃의 얘기에 일부만 고치고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김씨네와 함께 땅을 산 성기정(54·여)씨도 “난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와 TV를 봐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제 무슨 토론인가를 보니까 헌법에 대해서만 얘기하던데 그게 문제라면 진작에 얘기를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성씨와 남편 임정철(55)씨는 대지 1000평의 집과 축사,1200평의 논·밭을 갖고 있다. 이것과 서면에 산 부동산도 모두 농협에 부채 담보로 잡혔다. 농협에서 얻은 3억원 말고도 나머지 1억원은 사채를 얻어 충당했다. 두 집이 내야 하는 이자만 매달 5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소 20마리를 기르고 있는 성씨는 “조상 대대로 살던 고향인데 행정수도가 오지 않으면 왜 다른 곳에 땅을 샀겠느냐.”면서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작은아들 보내주느라고 이전에도 8000만원의 빚이 있었는데 큰 일”이라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성씨는 “이웃 마을에 사는 친척을 비롯해 부여 등에 농토를 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성씨는 “떨어진 콩 한톨이라도 모두 주워 된장을 만들어 팔고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1년에 겨우 천만원밖에 벌지를 못하는데 이 많은 빚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성씨는 “이자를 못내 전 재산이 경매에 넘겨지면 우린 죽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성씨는 “강아지도 몰아대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며 이같은 일을 자초한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 해결해줄 것을 바랐다. 연기군 남면 한문수 면장은 “농민들이 더 오르기 전에 다른 곳에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려 빚을 내면서 우리 면에서만 지난해 말 이후 300억원이 대출된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 땅과 새로 산 땅을 모두 날릴 판”이라고 걱정스러워 했다. 22일 오후 충남 공주시 장기면. 마을 입구와 면사무소, 농협에 내걸렸던 ‘행복 1번지로 통하는 행정수도 이전’,‘아름다운 행정수도 이전 운동’ 등의 플래카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면 직원은 “주민들이 속이 뒤집어진다고 해서 아침 일찍 떼어버렸다.”면서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계속 놔둬 본들 비웃음밖에 더 사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면사무소 주변에 밀집한 부동산 중개업소 20여곳 가운데 문을 연 곳은 1곳뿐이었다. 그나마 중개업자는 기자가 접근하자 “서울에 계신 높으신 양반들은 순진한 사람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느냐.”면서 “외지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다.”고 문을 닫아걸었다. 이날 면사무소 직원들은 하루종일 각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위로해야 했다. 이주를 준비하다 낭패를 본 주민들은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꼴을 당하느냐.”며 공무원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면직원들 마을돌며 주민 위로 장기면 당암리에서 태어나 25년 동안 돼지와 소를 키워온 윤종환(50)씨는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옮겨 가기 위해 지난달 이웃한 의당면에 축사부지 3000평을 사들였다. 이전하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땅값이 뛸 것이 걱정돼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고 쌈짓돈까지 모두 털어 5억여원을 마련했다. 이주 보상금을 받고 새 축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빚은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산된 지금은 당장 대출이자를 갚을 일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대출받아 새축사 마련했는데… 윤씨는 “배운 것이 소·돼지 치는 일밖에 없어 미리 준비를 한 것인데 이 일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우리가 수도 이전을 원한 것도 아닌데 왜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근처 축산농가들도 우리와 사정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면서 “이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장기면 봉안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최은철(48)씨는 논 옆에 농가주택을 지으려고 형질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가 지난 6월17일 정부가 개발행위와 건축허가 등의 제한을 고시하는 바람에 12월 말까지 허가를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집을 짓기 위해 준비를 하다 형질 변경에서 가로막혀 반년 가까이 땅을 놀렸다.”면서 “애들 장난 같은 수도이전 싸움에 괜한 손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당암리 토박이 김모(60)씨는 행정수도 이전 소식에 욕심을 내 봄부터 채소 비닐하우스를 5동에서 15동으로 늘렸다. 은행에서 6000여만원을 대출받았으나 보상금을 받으면 어떻게든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 하지만 꿈은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그는 당장 대출금과 이자 상환금 마련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은 물론이고, 이웃들로부터 “한몫 잡아보려 투기를 했다가 저 지경이 됐다.”는 뒷말까지 듣는다고 했다.●“정부서 모른 척하지 않을것”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정부가 우리를 완전히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 정부가 ‘미안해서라도’ 다른 공공기관을 옮겨주지 않겠느냐는 것. 장기면 도계1리 토박이인 박모(65·상업)씨는 “주민들이 크게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돌아가는 마당에 적어도 대전으로 옮겨갔던 도청이라도 공주에 되돌려주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그만큼 후속조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공주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유족들 성수대교 10주기 추도식

    유족들 성수대교 10주기 추도식

    “가족을 잃은 상처가 아물기에 10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 한강둔치의 ‘성수대교 희생영령 위령비’앞. 지난 94년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참사 1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족 10여명과 당시 참사로 8명의 학생을 잃은 무학여고 후배 학생 10명, 교사 4명이 참석해 영령을 위로했다. 10년의 세월에도 유족들의 한숨섞인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 소식이 계속될 때마다 10년 전 그날을 떠올린다며 가슴아파했다. 묵념으로 추도식을 시작한 유족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면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 유족은 “10년 동안 이곳에 와서 명복을 빈 것은 우리 유족들뿐이었다.”면서 “꽃 한송이 바치지 않던 사람들이 10주기라니까 갑자기 찾아와 생색을 내려 난리법석”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사고로 친형을 잃었던 유족대표 김학윤(39)씨는 추도사에서 “슬픔의 상처는 세월이 지날수록 조금씩 아물고 있지만 이땅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면서 “32명의 무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성수대교가 튼튼한 교량으로 다시 태어나 제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슬픔을 나누는 사람은 유족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부실투성이인데 정부에서는 성수대교 참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이 추도식을 갖기 직전 붕괴지점인 성수대교 중간부분에서는 대형 붕괴사고에 대한 자성과 재해유자녀 지원 등을 위해 2000년 발족한 ‘건설교통연대’ 회원 40여명이 별도의 추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붕괴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승영(여·당시 서울교대 3년)씨의 외삼촌 김갑순(58)씨가 참석했다. 김씨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이곳을 10년만에 다시 찾았다.”면서 “다리는 말끔하게 고쳐놨지만 여전히 아픈 사연들이 서려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같은 아픔을 겪어온 다른 유족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김씨는 “아직도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족들을 보니 안타깝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수도이전 위헌 파장] “땅값 폭락하나” 충청권 부동산시장 패닉

    [수도이전 위헌 파장] “땅값 폭락하나” 충청권 부동산시장 패닉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의 위헌결정 파장이 산업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올 연말부터 충청권에서 아파트를 본격 분양하려던 건설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연말까지 충청권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무려 1만 5000가구에 이른다. 특히 충청권에 아파트 사업지를 사두었던 건설업체는 손실이 불가피해졌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또 행정수도 이전을 겨냥해 충청권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던 업체들은 한숨을 짓는 반면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호재라며 반색하고 있다. ●분양 앞둔 주택업체 울상 위헌 결정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업종은 건설업계. 건설경기 연착륙 수단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연구결과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건설투자 효과는 41조원에 달할 것으로 밝혔었다. 건설업계가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충청권 아파트 분양의 어려움이다. 올 연말부터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권에서 1만 5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려던 21개 건설업체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호재 덕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이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오는 12월 충남 계룡시에서 1038가구의 아파트 분양 계획을 세웠던 포스코건설은 이번 위헌 결정으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역내 자체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행정수도 위헌판결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대책을 숙의 중”이라고 말했다. ●손익계산 분주한 산업계 건설업계와 달리 제조업계는 위헌 결정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주히 손익계산을 하고 있다. 타격이 예상되는 기업은 충청권으로 공장을 이전했거나 이전을 고려중인 업체다. 서울·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공장 이전을 위해 지난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지방이전기업 지원자금(총 2068억원)을 받은 업체는 14곳으로 이 가운데 12곳이 충청권을 이전지로 낙점한 상태다. 안양의 유유와 부천의 쉐프네커풍정, 시흥의 포커스전자는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로 입주했거나 입주를 준비 중이다. 화성의 세화피앤씨와 서울의 한우티앤씨도 충북 진천으로 사업장을 옮기기로 했지만 행정편의 등 반사이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부동산 시장, 충청권 공황-수도권 희색 신행정수도이전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땅값을 날리게 됐다며 헌재 결정을 믿으려 들지 않고 있다. 투자자 이명희씨는 “정부 발표만 믿고 모든 재산을 쏟아부었는데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망연자실해했다. 이씨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뒤늦게 투자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면서 “누가 보상해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은 매수인들은 부동산 계약을 당장 해지하기 위해 땅주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충남 연기군 금남면 영티리 땅 900평을 2억원에 사기로 하고 계약금 2000만원을 건넨 투자자는 “계약금을 날릴 각오가 됐다.”면서 “하루종일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땅주인을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해약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행정수도 이전 호재를 안고 지난해 초부터 급등한 충청권 땅값은 폭락,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전 아파트 시장과 천안, 아산, 오송, 오창 등 주변 지역 땅값·집값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면 서울·수도권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수도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충청권 부동자금이 수도권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에서 22일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인 S사에는 이날 위헌 결정이 나자 분양계획을 묻는 전화가 수요자와 중개업소 등으로부터 많이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서울·수도권에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집값 급등보다는 심리적으로 하락세를 둔화시키는 정도일 것”이라며 “신규분양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찬희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길섶에서] 삶의 빛/신연숙 논설위원

    콘서트장에서 동창과 마주쳤다. 아내와 아들, 딸과 함께였다. 장성한 아들의 얼굴이 동창을 빼닮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향까지 같았나 보다. 음악을 좋아해 아이들에게 여러 악기를 가르쳤다는 것은 전에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를 다녀온 아들이 음악으로 전공을 바꾸겠다고 하더란 것이다. 그것도 대중성이라곤 없는 재즈 베이스 연주자로.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란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됐듯, 베이스는 외로운 악기다. 뒤에서 묵묵히 저음을 만들어 주는 게 주역할이다. 재즈에서는 좀 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화려한 각광을 받거나 돈을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건만 아버지는 아들의 선택을 지지했던 모양이다. 콘서트 티켓 값만도 감당하기 벅차다고 한숨을 쉬었지만 동창은 정말 불행한 표정은 아니었다.“이게 다 내가 뿌려놓은 일인데 뭐.” 하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아버지는 스스로는 놓쳤던 ‘삶의 빛’을 아들에게는 꼭 잡게 해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편한 길을 버리고 ‘삶의 빛’을 선택한 부자에게 축복이 있기를, 생각날 때마다 빌게 된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파란하늘. 비가 온 후 가을하늘은 파랗다 못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럴 때는 하늘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항공 레포츠의 메카라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어섬으로 갔습니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약 5만명이 항공레포츠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초경량 항공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파란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초경량 항공기에 도전했습니다. 어땠느냐고요?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자, 이제 파란 하늘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안전벨트 매시고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출∼발. 아름다운 10월 초순, 날개클럽의 윤청(43)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뜻 윤회장은 “언제든 오세요. 하늘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을 느끼기엔 하늘이 최고죠.”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며칠간은 새가 부럽지 않았다.‘나도 너희들처럼 푸른 하늘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야!’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난다는 것은 원초적인 본능인가. 내가 도전할 종목은 초경량항공기. 속도는 다소 느리고, 위험해 보이지만 온몸으로 푸른 하늘의 신선함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울트라 라이터 모터,ULM이다. D-데이는 14일. 내 들뜬 마음을 시샘하듯 전날 저녁무렵부터 뇌성벽력과함께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졌다. 날씨때문에 밤잠을 설치다니….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아무 시름없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돌아간듯 행복감이 밀려왔다. 늦게 잠든 탓인지 평소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창가로 달려가보니 아침햇살이 눈부셨다.“아자, 하늘이 나를 기다리는구나!” 한껏 흥분을 누르고 취재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은 차에서 김밥으로 때운채 막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자 전화기가 울렸다.“바람이 심상치 않아요. 비행이 어려울 것…”황급히 나는 윤회장의 말을 잘랐다.“안돼요. 전 오늘 꼭 타야해요.”내 굳은 결심이 느껴졌는지 윤회장도 더이상 만류하지 않았다.“일단 어섬에서 만납시다. 오후엔 바람이 잘 수도 있으니까….” 어섬엔 바람이 먼저 도착해있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초짜’가 이런 날씨에 비행이라∼.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난 후에도 바람은 잠잠해질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오후 4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더 늦으면 사진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어쩌랴. 일단 하늘의 뜻에 맡기고 어섬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4시, 윤회장과 일행들은 어섬의 마산포 비행장 활주로로 나가 바람을 체크했다. 내 침 넘어가는 소리가 소음처럼 내 귀를 울렸다. 순간 윤회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야 바람 좋다!”나도 모르게 “야!”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기 격납고로 이동해 우선 ULM 조립에 들어갔다. 윤회장, 김용진(42)총무, 한윤진(33) 패러글라이딩 교관 등 세명이 능숙한 솜씨로 조립했다. 행글라이더보다 두배정도 큰 날개를 만들고 그 밑에다 엔진을 결합했다. 그리고 손으로 줄을 당겨 시동을 걸었다.‘쿠릉쿠릉’소리를 내며 시동이 걸렸고,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막상 비행체를 보니 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말이 좋아 초경량 비행기이지 행글라이더에 모터를 부착해 시속 120㎞까지 낼 수 있다지만 덮개는커녕 손잡이도 없는 게 아닌가. 오직 안전벨트만으로 몸을 고정한다는 것이다.‘혹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불안한 생각, 아들과 아내, 부모님 생각까지 났다. 망설여졌다. 순간, 하늘을 날고싶다는 욕심을 접고 싶어졌다. “빨리 헬멧 쓰고 무전기 테스트하고 준비하세요. 곧 해가 질 텐데….” 먼저 조종석에 앉은 윤회장이 채근하는 통에 ULM에 올랐다. 윤회장의 뒤편에 앉으니, 무전기를 통해 윤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혹시 엔진이 꺼져도 행글라이딩이 가능한 안전한 비행체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수백번 비행을 했는데도 이렇게 멀쩡합니다!!!””“넵!”내 불안한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큰소리로 답했다. 출발이다. 윤회장은 엔진 출력을 높이는가 ‘부∼릉 부∼릉 왕∼’소리가 들렸고, 몇m를 달리는가 했더니 순간 맞바람을 맞으며 기체가 솟구치듯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황홀했다.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발아래 펼쳐지는 시화호, 햇살을 맞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했고 저기 멀리 물결치는 황금들녘과 작은 산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바로 이거구나, 자유. 목숨을 바쳐서라도 느끼고자 했던 것이구나.’갑자기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그만 날개가 녹아버려 목숨을 잃은 이카루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트 형제등 하늘을 나는 꿈을 꿨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엔진이 퍼득 퍼득 소리를 내며 꺼지는가 싶더니 비행체가 10여m 아래로 쑥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으악!”‘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몇 초에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윤회장의 허리를 꽉 잡았다.“하하하.”윤회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엔진을 꺼도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많이 놀라셨죠.”그가 장난을 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엔진 시동을 걸었다.‘휴∼’한숨이 나왔다. 시화호 일대를 몇 바퀴 돌고 나는 내려왔다. 사진촬영을 위해서다. 이번에는 김총무가 모터패러를 타고 이륙했다. ULM의 경우는 가속기를 밟으면서 행글라이더의 컨트롤 바를 위로 치켜들면 기체가 하늘 위로 치솟았고, 당기면 아래로 한없이 떨어진다. 좌우 방향 조정도 마찬가지로 간단해 보였지만 모터패러는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일단 패러글라이더를 한손으로 조정하고 다른 손에는 가속기를 손으로 누르며 속도를 조절해야 하므로 이륙하기가 더 어렵다. 패러글라이딩을 완전히 마스터한 사람만이 모터패러를 탈 수 있다했다. 사진장비를 챙겨 어섬 활공장으로 올라갔다. 밑에서 무전으로 한윤진씨가 교신을 하며 도와주었다. 몇 차례 사진을 찍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그때 거위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는 소녀 안나 퍼킨과 거위 떼의 환상적인 비행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포스터가 생각났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붉은 노을과 날고있는 사람들…. 너무 아름다웠다. 허리둘레 34인치의 ‘아저씨’, 내 눈에 눈물이 흘렀다. 땅에서 아둥바둥 살고있는 내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봤고, 지는 해를 배경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초경량비행기란 자체 무게가 225㎏ 이하, 연료용량 38ℓ 이하의 비행기를 일컫는다. 방향타를 이용해 조종하는 타면조종형과 몸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체중이동형으로 나뉘는데 초경량 항공기로는 국내 가장 먼저 도입된 ULM(울트라 라이트 모터의 약자, 행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 모터패러(패러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와 흔히 말하는 조그마한 경비행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보다 엔진의 힘을 이용하는 비행체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씨와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연료를 한번 채우면 보통 시속 70∼80㎞로 2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 이곳에서 배우세요 ●배울 곳:항공레포츠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칠 곳을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사항 등을 미리 체크하는게 좋다.날개클럽(02-927-0206)은 항공 레포츠의 대표주자. 체험비행은 물론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 무동력 부문과 ULM, 모터패러 등 동력 부문 모두를 체계적이고 책임있게 교육한다.(www.nalgaeclub.co.kr) ■ 버섯집서 별헤는 밤 시골밥상에 인심도 흠뻑 어섬은 시화호를 끼고 있는 항공 레포츠의 메카.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등 다양한 항공 레포츠뿐 아니라 원드서핑, 카이드 서핑,MTB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 바다를 끼고 있어 계절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와 고급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즐길 게 집약된 곳이다. ●버섯모양의 집, 해피하우스 해피하우스에 들어서면 만화 ‘스머프’의 마을이 연상된다. 집을 버섯모양으로 만들어 연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 나무로 지어진 펜션은 하나하나 독채라 다른 사람의 방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이 가수 서태지가 시화호에서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고 하루를 묵고 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섯집은 원룸형태로 되어 있으며 보통 4∼5평 수준으로 실내에 싱크대와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가족들은 독채에 묵는 편이 좋다. 운영자의 아내가 시인이라 펜션 곳곳에 자작시를 써놔 운치를 더 해준다. 바비큐 시설과 족구장까지 갖춰져 있다.(031)357-3908,www.ehappyhouse.com. ●시골집 밥상 어섬에서 송산쪽으로 10여분을 나가다보면 오른편에 간판이 있다. 점심은 12시부터 2시까지 저녁은 6시 30분터 7시30분까지, 식사때만 영업한다. 말 그대로 시골밥상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 반찬도 매일 바뀐다. 주문할 필요도 없이 앉으면 밥을 가져다 준다.5000원.(031)357-1859 ●어심 어섬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집. 계절에 맞는 음식을 판다. 지금은 한창 대하를 많이 판다. 굵은 소금을 깔고 그 위에 올려 구운 대하를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1㎏ 보통 30미 정도에 3만 5000원. 요즘은 농어도 많이 난다. 농어회는 3만원. 이집의 별미인 얼큰해물칼국수는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바지락, 새우 등 해물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룬 별미. 메뉴에는 없고 특별주문하는 사람들에게만 끓여준다,5000원.10월 말부터는 굴밥도 판다. 자연산을 고집하는 주인 때문에 평소에는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믿음직스럽다.(031)357-2109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원자재급등 中수출업체 한숨

    낮은 가격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휩쓸어온 중국 수출업체들이 수출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유가를 비롯해 철강과 플라스틱 등 원자재 값의 급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크지 못한 중국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대폭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넷판은 19일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인 칸톤(廣東)무역박람회에 참여한 중국 수출업체들의 이같은 고민을 전하면서 이로 인해 중국 당국에 대한 위안화 재평가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선 유가도 문제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철강 값은 두 배로 올랐습니다. 플라스틱 값도 90%나 뛰어 두 배 가까이 됩니다. 정말 끔찍합니다.”광저우(廣州)에서 조명기기 생산업체 ‘탁푸홍 트레이딩’을 운영하는 수니 찬 사장은 원자재 값 급등으로 수출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원자재 값 상승분을 모두 가격 인상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점. 구매업자들이 판매업자보다 힘의 우위를 보이는 구매자시장이 형성된 지금의 시장 여건하에서는 대형 구매업체들의 가격 인하 압력을 중국 수출업체들이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탁푸홍 트레이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CD롬에서부터 전기소켓, 변기, 전자레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중국 수출업체 모두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상승하고 있고 중국 경제의 호황은 반사적으로 전기와 용수 부족을 불러 기업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동타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년간 국제 원자재 값은 평균 43% 올랐지만 중국 제품의 수출가격은 불과 2% 올랐다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가격 인상으로 악화된 채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중국 당국이 결국 위안화 재평가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고교등급제 학부모의 두 얼굴/윤청석 사회교육부 부장급

    작년까지만 해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유명 사찰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치면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그런 광경이 생소하기만 했다. 그러던 내가 올 3월부터 ‘고3자녀를 위한 새벽 예배’ 모임에 나가고 있다. 처음 예배에 참석할 당시에는 빈 좌석이 많았는데 찬 바람이 불고 수능시험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빈 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침 잠을 설쳐가며 교회에 나와 “수능시험 때까지 건강을 지켜달라.” “수시전형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기도 내용이 더욱 간절하게 들린다. 요즘 술자리에서는 물론, 주변에 학부모 몇명만 모여도 화젯거리는 온통 고교등급제 문제다. 서울 강북에 사는 사람들은 무기력과 허탈감을 토로하며 ‘강남 사람’을 시샘한다. 반면 상당수의 강남 사람들은 “등급제 실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특목고에 다니는 3학년 딸을 2학기 수시모집에 넣어 놓고 마음 졸이고 있는 아내는 등급제에 관해서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강남·강북 가릴 것 없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적 부풀리기는 마찬가지여서, 대학측이 특목고를 우선 배려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강변한다. 그러다 성적이 좀 처지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대입제도가 또 바뀌는 오는 2008년까지는 등급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선 내 자식은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대학에 넣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배어 있다. ‘이해찬 세대 1기’인 딸아이는 “중학교때는 무엇이든지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서점에 가보면 나와있는 EBS방송교재만 60권이 넘는다.”고 한숨을 짓는다. 학교에 안 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EBS방송만 들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2008학년도의 새 대입제도에 따라 시험을 치르게 될 아들의 경우에는 ‘딸아이 때 갈고닦은 입시 노하우’는 아무 쓸모가 없게 돼 아내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3년후에는 등급제가 완전히 없어지고, 아들에게 딱맞는 대입제도를 바라는 아내의 말을 들을 때마다 교육정책 입안자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고교등급제를 전형에 적용한 일부 사립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시민·여성단체 대표들의 모습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할 때마다 “저분들은 집이 강남일까, 강북일까, 자녀들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하는 묘한 호기심이 생긴다. 여하튼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이 등급제를 맹렬히 비판하는 목청을 높인 덕인지 몰라도 ‘변두리 강남권’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도 2학기 수시 발표때는 이들 대학의 예비합격자가 몇명이나 나왔다. 비강남권에 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강남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강남이 아니다.1학기 수시 발표때 변두리 강남권 고교는 비강남권과 매한가지로 명문 사립대의 합격자를 거의 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동네에서는 한때 중3자녀와 부인의 주소지를 ‘핵심 강남’으로 암암리에 옮겼으나 고교등급제가 없어질 조짐을 보이자 또다시 되돌아오는 해프닝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었다. 대입제도에 관한 한 국민 모두를 만족시켜 줄 해법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과거의 예비고사처럼 전국단위의 시험을 실시한 뒤 대학별로 시험을 치렀던 것이 그나마 지역차별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3자였을 때는 이상을 얘기하던 교육제도이지만, 당사자가 되자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에 놀라고 있다. 윤청석 사회교육부 부장급 bombi4@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42)중국 표준이 세계 표준(끝)

    [차이나 리포트 2004] (42)중국 표준이 세계 표준(끝)

    표준은 또다른 기술전쟁의 소재다. 특히 기술표준이 기술우위보다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은 시장우위를 내세워 자체 기술표준을 중요한 시장방어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1976년에 있었던 소니와 마쓰시타의 VTR 표준전쟁은 웬만한 경영학원론에서 중요한 사례로 다뤄지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 전자업계의 양대 라이벌이었던 소니와 마쓰시타는 베타(Beta)와 VHS라는 VTR 기술표준 규격을 시장에 내놓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니의 베타방식이 마쓰시타보다 앞섰지만 마쓰시타는 기술의 호환성을 강조해 자사의 기술을 다른 가전업체들에 공개함으로써 VTR시장을 석권하였다.80년대 말에는 PC의 표준을 놓고 IBM과 애플이 혈전을 벌였다.90년대 중반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와 선발주자인 ‘네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놓고 표준 경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홈네트워크 운영체계를 놓고 MS는 칩 분야의 인텔과 반도체·가전 분야의 삼성을 묶어 진용을 구축했다. 소니는 NEC·마쓰시타 등 일본의 16개 전자업체들과 IBM의 연합체를 결성, 리눅스의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DVD 레코더를 둘러싸고 도시바,NEC의 HD DVD와 소니, 마쓰시타, 델, 삼성 등 12개사의 ‘블루레이’ 연합군과의 한판 승부도 예고돼 있다. 이처럼 특정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상호운용성 확보 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최근 첨단기술간 경쟁에서 표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으며, 표준화 역량이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이동통신은 크게 유럽 방식과 미국 방식으로 구분된다. 기술도 진화하기 때문에 1세대,2세대,3세대 등으로 구분한다. 유럽방식은 GSM→GPRS→WCDMA로, 미국방식은 CDMA(IS-95A/B)→CDMA2000(1x)→CDMA2000(1xEV-DO)→CDMA2000(1xEV-DV)로 단계별 발전을 한다. 이른바 제3세대 이동통신은 WCDMA와 CDMA2000을 말하는데, 초고속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통합하여 차세대 핵심 네트워크로 부각되고 있는 제3세대(3G) 이동통신서비스는 문자, 음성, 그래픽, 동영상 등의 다양한 정보를 이동성을 지닌 광대역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복합적으로 전달, 표현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3세대 이동통신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이동통신 시장의 확대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관련 국가는 물론 이통업체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64% 정도가 유럽식인 GSM 단말기를 소유하고 있다.9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중국시장에서 중국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기술이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모토롤라, 노키아 등 유럽식 단말기 및 장비 제조업체들만 배를 불리는 꼴이 된 것이다. CDMA방식을 도입하면서 중국은 철저히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모토롤라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은 반드시 중국기업들과 합작으로 입찰에 응하도록 했다. 여기에 성이 덜 찬 중국은 다음단계로 자체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앞에 내세운 것은 “많이 쓰는 것이 표준”이라는 모토였다. 여기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회사가 다탕통신이다. 다탕통신의 본래 이름은 다탕전신과기주식유한공사인데 중국신식산업부 산하 전신과학기술연구원을 주 발기인으로 설립한 하이테크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다탕을 중국측 개발자로 선정하고, 기술지원을 해줄 해외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에릭슨, 모토롤라, 노키아 등 유수 이통장비업체들은 모두 협력을 거절했다. 구세주로 나선 것은 독일의 지멘스였다.120여명의 연구자들을 다탕에 파견, 드디어 TD-SCDMA(시간분할코드분할장치)를 완성하였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제3의 표준으로 인정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제3세대(3G) 이동통신 표준인 이른바 TD-SCDMA 기술이 시험 통화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즉 그동안 중국 독자기술 개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외국 통신 업체들까지 TD-SCDMA 기술 및 장비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키아, 모토롤라, 필립스세미컨덕터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삼성전자,LG텔레콤 등의 업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다탕과 3G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합작회사 ‘T3G’를 설립한 것을 계기로 TD-SCDMA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연기하고 있는데 TD-SCDMA의 상용화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다탕에 시간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중국 이동통신 시장을 더 이상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다탕을 중심으로 난방가오커, 화이, 화웨이, 롄샹, 중싱, 중궈디안즈, 보치엔 등 중국 내 단말기 및 장비개발자들이 참가하는 TD-SCDMA산업연맹을 발족시켜 이동통신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 중국이동통신, 중국전신, 중국연통 등 통신운영 사업자와 모토롤라, 퀄컴, 지멘스, 노텔 등의 외국기업 등 400여개의 기관이 참여하는 TD-SCDMA 포럼을 발족, 외연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전 세계 사업자, 장비 제공업체, 연구기관, 교육기관, 표준화 조직 및 기타 관련 기업 혹은 단체에 기술교류 및 합작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정부가 오는 2006년까지 3세대(3G) 이동통신사업에 총 2520억 위안(295억 달러)을 투자하게 되고, 중국정부가 3세대 표준을 결정하는 시점부터 중국 내 3세대 단말기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며 이로 인한 새로운 경제적 수요창출 효과는 한해 1000조 위안(120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2002년 2억 6900만명이었던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오는 2006년까지 4억명을 돌파할 것이다. 최근 중국 신식산업부 산하 연구소가 발표한 이동통신 시나리오다. 중국 정부가 왜 독자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지 수치가 그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베이징 홍성범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sbhong@stepi.re.kr ■ 새 DVD 독자표준 개발 지난 3월, 삼성전자 쑤저우(蘇州) 공장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주력 수출제품인 센트리노 노트북 PC의 생산과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중국과 미국의 기술표준 ‘전쟁’. 중국에서 판매하는 PC, 휴대전화, 무선데이터 제품에 대해 독자개발한 무선랜 기술표준(WAPI)을 지난 6월1일부터 의무화한 데 반발, 인텔이 중국에 센트리노 칩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맞서면서 불티가 엉뚱한 곳으로 튀었던 것이었다. 칩 공급이 중단되면 노트북 PC의 생산원가가 뛰어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 양국 간 무선표준기술 협상이 4월21일 타결됨으로써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이제 첨단시장에서 중국은 기술표준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기 시작하고 있다. 무선랜만 해도 철회가 아니라 시행기간의 연기이다. 이미 차이나이운콤은 WAPI프로토콜을 개발했고, 중국 1·2위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롄샹이나 파운더테크놀로지도 독자규격을 채용한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국이지만 핵심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DVD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은 기기당 3.50∼5달러씩의 로열티를 일본, 유럽 등 특허 보유국에 지불하고 있다. 로열티 지불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독자표준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세계 동영상 압축표준인 ‘MPEG2’를 대신할 새로운 DVD 독자표준을 내놓았다. 중국의 E월드와 미국의 On2가 공동개발한 ‘EVD(Enhanced Versatile Disc)’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로써 독자적인 동영상압축 표준을 가진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지난 2월, 중국은 디지털TV의 표준 채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신문은 원래 2003년 말까지 DTV 표준방식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ATSC 방식과 유럽의 DVB-T 방식, 그리고 칭화대와 상하이자오퉁대가 각각 개발한 방식 등 4가지 가운데 표준전송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칭화대 방식으로 결정하려고 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해 연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2005년까지 DTV 가입자 3억명,2010년까지 전국으로 디지털 방송을 송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같은 달 중국 표준화위원회(SAC)는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태그(RFID) 분야 국가 표준을 만들기 위한 워킹그룹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유통·물류 혁명의 핵심기술인 전자태그에 대한 중국의 독자기술 표준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2003년 여름 레전드와 TCL, 콩카 등 22개 중국 가전업체들이 결성한 홈네트워크 표준단체 ‘IGRS’는 기초작업을 끝내고 올해 초 가전용 프로토콜 버전 1.0을 발표했다. 중국정부가 홈네트워크 분야 국제표준을 위한 ‘디지털 홈워킹 그룹(DHWG)’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가전용 통신 프로토콜을 추진하고 있다. 홍성범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 ‘국보법 대체입법 가능’ 발언 파장

    국가보안법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현행 형법의 내란죄 조항을 보완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관철시켰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당내 ‘파열음’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7일 당론 채택 과정에서 수세에 몰려 ‘대체입법론’을 양보했던 중도보수파가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장외에서 ‘사령부’를 겨냥해 포격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내란의 주역은 당내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회원 13명·간사 안영근 의원) 소속 의원들이다. 현 단계에서 이들이 조직적으로 반발을 모의한 흔적은 감지되지 않는다. 아직은 전방을 조심스럽게 탐지하면서 각개격파식으로 움직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론의 추이에 따라서는 일거에 화력을 집결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선발대를 자임하고 나선 사람은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조성태 의원이다. 조 의원은 당론 채택 바로 다음날인 18일 천정배 원내대표를 찾아가 “형법보완으로는 안보공백과 국민불안을 메우기에 부족하다.”면서 대체입법안도 포함해 야당과의 국보법 협상에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17일 밤 당론 채택 직후 기자회견 석상에서 천 원내대표의 바로 옆에 앉아 “당론에 따르겠다.”고 꼬리를 내렸던 안영근 의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는 19일 “우리는 천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통과시킬 자신이 있다.’고 해서 당론 채택을 묵인해준 것이다. 천 대표가 12월9일까지 법안통과 약속을 못 지킬 경우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지연될 경우 기존의 당론 합의는 없었던 일이라는 논리다. 유재건 의원도 “당론에는 따르지만 당이 교만해선 안 된다.”며 “국회 절충 과정에서 폐지안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계속 대체입법을 주장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종률 의원은 “국민들의 안보 불안심리를 의식해야 한다. 국회내 합의 도출 과정에서 대체입법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이처럼 내우외환이 고조되자 지도부는 급히 진압에 나섰다. 천 대표와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보법 폐지시 처벌 공백’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수석부대표는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대체입법이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답변, 형법보완 당론이 대야 협상용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지금 그곳은] 유영철이 살던 원룸

    “딸랑 딸랑 딸랑….”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한적한 골목을 따라 방울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진원지’는 희대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유영철이 체포 당시 머물렀던 원룸. 유씨가 붙잡힌 지난 7월18일 이후 지속됐던 검찰의 현장보존 명령이 이날 풀리면서 건물주가 가장 먼저 굿판을 벌였기 때문이다. 건물주의 친척이라고 밝힌 중년 여성은 기자의 방문에 부리나케 손사래부터 친다. 이렇듯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석달이 지났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씻겨지지 않은 앙금이 남아 있었다. ●맛집 소문났던 1층 음식점, 손님 80% 줄어 ‘썰렁’ 유씨가 살았던 원룸은 4층짜리 건물의 2층으로 지하에 노래방,1층에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다. 걸어서 3∼5분이면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닿을 수 있고, 대형 상가건물과도 인접해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곳이다. 특히 이 건물에서 13년째 문을 열고 있는 음식점은 입소문이 번져 방송 등을 통해 여러차례 소개된 맛집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유씨 체포 이후 단골손님의 70∼80%를 차지하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발길이 끊겨 매상이 이전의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다. 박영자(50) 사장은 “사건이 터진 뒤 예약이 취소되고, 왔던 손님들도 수군거리다가 다시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사건이 나기 며칠 전에는 방송사에서 맛집으로 소개하겠다며 취재약속까지 받았지만, 그 뒤로 깜깜무소식”이라고 울상지었다. 이같은 사정은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최옥자(50) 사장은 “손님이 하루에 1∼2팀이 고작이라 가게세도 내지 못할 정도”라면서 “지금은 아예 골목에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다.”며 한숨지었다. 이처럼 드물게 찾아오는 손님 대신 골목길은 유씨 사건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에 이어 최근에는 무당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박 사장은 “스스로 용하다고 말하며 얼마를 주면 굿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무당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건물주 월세 깎아 세입자 붙잡아 유영철 사건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일대는 뛰어난 지리적 여건 때문에 방을 구하려는 사람이 꾸준했지만, 최근에는 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J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못한 데다 유영철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방을 내놔도 빠지지 않고, 빈방도 상당수”라면서 “간혹 이곳에서 집을 구하려고 오는 사람들은 유영철이 살던 집이 어디냐고 먼저 확인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 탓에 유씨가 살았던 건물의 주인은 15가구에 이르는 세입자들의 월세를 깎아주는 등 고육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월 임대수입이 150만∼200만원 줄었지만, 세입자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막은 셈이다. 여기에 ‘죽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고,‘살아가야 하는 자’들의 시름을 없애주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날 굿이 벌어진 것. 최 사장은 “이곳을 ‘폐가’ 또는 ‘흉가’라고 부르는 동네 주민들과 말다툼을 벌인 일도 여러번”이라면서 “하루빨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건물주는 유씨의 원룸을 뜯어고쳐 다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삼성월드챔피언쉽] 박지은 사흘째 선두

    박지은(나이키골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별들의 전쟁’ 삼성월드챔피언십(총상금 82만 5000달러)에서 사흘째 선두를 지키며 시즌 2승을 눈앞에 뒀다. 박지은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골프장 캐니언코스(파72·6437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단독선두를 유지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크리스티 커(미국) 등 공동2위와는 3타차. 첫날 10언더파 62타로 대회 18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전날도 5타를 줄인 박지은은 이날은 초반부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3번홀(파5)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으며 앞조에서 5개홀 연속 버디를 낚은 커에게 선두를 빼앗기는 등 불안하게 출발한 것. 5번홀(파4) 버디로 곧바로 선두를 되찾은 박지은은 11번(파4),12번홀(파5) 줄버디로 상승세를 타는 듯 했다. 그러나 14번홀(파4)에서 다시 한번 3퍼트로 1타를 까먹은 박지은은 15번홀(파5)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한숨을 돌렸으나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덤불 속에 빠져 벌타를 받는 우여곡절 끝에 보기로 홀아웃,2위 그룹을 확실하게 따돌리지 못했다. 이날의 히로인은 미셸 위(15).1·2라운드에서 경기 운영 미숙으로 쩔쩔 맨 미셸 위는 코스 적응이 끝난 듯 버디 6개를 쓸어담고 보기는 단 1개만을 범하며 5언더파 67타의 데일리베스트샷을 뿜어내 합계 3언더파 213타로 최하위에서 15위로 뛰어 올랐다. 한편 박세리(CJ)는 버디 없이 보기만 8개를 쏟아내며 8오버파 80타를 쳐 합계 9오버파 225타로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꼴찌로 처졌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사노 요코 글·그림

    ‘어디 두고보자’. 아저씨는 오늘도 나무를 걷어차며 씩씩거린다. 남들은 그의 집앞에 우뚝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를 모두 부러워하지만 아저씨에겐 성가신 존재일 따름이다. 아저씨가 나무를 싫어하는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침마다 ‘쪼로롱 쪼로롱’지저귀는 작은 새들 때문에 잠을 깨고, 나무 아래에서 차를 마실 때면 찻잔 속으로 새똥이 떨어지니 오죽하겠는가. 참다 못한 아저씨는 도끼로 나무를 싹둑 베어낸다. 눈치챘다시피 반전은 이제부터다. 귀찮기만 하던 나무가 사라져 만사가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저씨의 ‘쯧’하는 한숨 소리만 늘어간다. 아침마다 늦잠을 자고, 나뭇가지가 없으니 빨래도 못 널고, 가을이 와도 열매를 못 보게 된 아저씨는 그만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항상 곁에 있다 보면 그 가치와 소중함을 잊어 버리기 쉽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는 그림책. 단순하면서도 유머와 재치가 배어나는 글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초등생용.6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정쟁에 속타는 여야초선

    [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정쟁에 속타는 여야초선

    국정감사가 여야간 정쟁(政爭)의 무대로 전락하면서 대다수 여야 의원들도 한숨짓고 있다.지난 몇 달간 밤 새워 국감을 준비했건만 여야 지도부의 정쟁에 가려 누구 하나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특히 첫 국정감사를 맞아 각오를 다져온 187명의 초선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이거 어떻게 준비한건데….아휴 속이 터져요,터져.”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10일 기자 전화를 받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지난 두 달간 공 들인 국감 질의가 정쟁에 묻혀 언론에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내용은 외교통상부와 한국조폐공사의 불량여권 제작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의원은 “1998년 이후 400만개의 불량여권이 제작,배포됐는데 외교부와 조폐공사가 지금껏 쉬쉬하면서 은폐해 베트남에서 불량여권 때문에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당 지도부가 좋은 정책자료를 취합해 홍보하지는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언론도 그래선 안된다.정책국감 하라면서 왜 정쟁만 보도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공들인 자료가 대부분 정쟁에 묻혔다.벽을 느낀다.”고 한숨지었다.한국수력원자력(주) 국감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의 지연으로 1가구당 매달 1만 7000원씩의 부담금이 발생하는 사례를 들어 국책사업 지연에 대한 본질적 해법으로 대상 지역주민을 상대로 의견을 묻는 ‘글로벌 메커니즘’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고 동강의 오염된 물을 녹차로 오해하고 마신 가십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교육위의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 5일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친북 교과서 파동’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지난 석달 동안 심혈을 기울인 ‘학제 개혁안’이 몽땅 묻혀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보건복지위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진보국감,정책국감을 표방하며 일찌감치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준비했던 내용이 두 거대정당의 싸움에 모두 휴지조각이 돼버렸다.”고 원망했다.그는 “언론 역시 정책은 철저히 외면한 채 공방만 보도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감이 끝나면 언론은 분명 구태 운운하며 또다시 정치권을 비판할 것”이라고 언론에도 화살을 돌렸다. 진경호 박록삼기자 jade@seoul.co.kr ●초반 구태 사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정책 국감이 활성화되고 문답 방식을 도입해 국감이 밀도 있게 진행되는 등 이전에 견줘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하지만 한편에서는 기선제압용 고성과 고압적 질의는 물론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무성의한 자료 제출 등 여야 의원과 피감기관들 사이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파이 발언’ 논란과 설전으로 12시간 이상 공전된 7일 국방위는 ‘소모전’이라는 구태의 전형적 사례로 꼽는다.여야의 싸움 때문에 답변하러 온 군 장성 십여명은 하루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다.회의 시한을 넘기기 5분 전인 밤 11시55분에 상임위를 속개해 15분 만에 얼렁뚱땅 진행하고 끝낸 것도 이전 국감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5일 문화관광위 국감을 치른 한국관광공사는 노사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고 한다.상대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1급 이상 임직원들을 일어서게 한 뒤 3분 동안 나이·월급·업무 등을 묻고 ‘능력’운운하며 ‘인격 모독’에 가까운 내용을 질의했다.노조 차원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6일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질의를 하던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마이크가 잘못돼 스피커에서 굉음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에게 “너희들 이래도 돼,사장 너 죽을래.”라고 고함쳐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4일 문화관광부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국정홍보처가 문화관광부의 산하기관인 줄 알고 잘못 질의했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8일 ‘감기환자 항생제 처방률이 99%라니’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하지만 3개 의원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5만여개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율인 것처럼 과대 해석한 것으로 나타나 구설에 올랐다. 피감 기관의 무책임한 자료 제출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지난해 열린 제주평화축전을 실패한 남북협력 행사로 판단,축전준비위원회와 문화방송의 계약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종수 김상연기자 vielee@seoul.co.kr
  • [MLB 디비전시리즈]양키스·보스턴 AL챔프 격돌

    전통의 맞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미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을 놓고 맞붙게 됐다. 양키스는 10일 미네소타 메트로돔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6-5,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5전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에서 3승1패를 기록한 양키스는 애너하임 에인절스에 3연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결승에 선착한 보스턴과 리그 우승컵을 다툰다. 양키스의 승리는 루벤 시에라의 동점 3점포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에서 나왔다.2-5로 뒤진 8회초 1사 1,3루에서 시에라는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를 통타,우측 펜스를 넘는 3점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로드리게스는 연장 11회초 1사에서 2루타를 친 뒤 게리 셰필드 타석 때 3루를 훔쳤고,투수 폭투까지 끌어내며 홈을 밟아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내셔널리그(NL)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킬러B’ 카를로스 벨트란의 2점 홈런과 선발 브랜든 베키의 역투에 힘입어 8-5로 승리,2승1패를 기록했다. 휴스턴은 정규시즌을 포함,최근 홈경기에서 19연승을 기록하는 한편 1승만 보태면 구단 사상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같은 리그의 LA 다저스는 다저스돔에서 열린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호세 리마의 완벽투와 숀 그린의 홈런 2방을 묶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4-0 승리를 낚으며 1승2패로 한숨을 돌렸다.지난 5일 1차전에 대타로 출장,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처음 출전한 LA의 최희섭은 이날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儒林(196)-제2부 周遊列國 제3장 황금시대

    儒林(196)-제2부 周遊列國 제3장 황금시대

    제2부 周遊列國 제3장 황금시대 어쨌든 이로서 공자는 5년 동안에 걸친 정치가로서의 황금시대를 스스로 마감하고 노나라를 떠나 열국을 순회하는 고난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대사구의 재상 직을 버린 것은 55세 때였고,자기의 이상을 정치적으로 실현할 나라와 임금을 찾아 국외로 여행길에 오른 것은 56세 때였다.그 뒤 다시 노나라로 돌아온 것은 기원전 484년,노나라의 애공 11년.공자의 나이 68세 때였으니,공자는 실로 13년 동안이나 열국을 주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13년 동안의 세월은 공자의 황금시절과는 전혀 다른 문자 그대로 가시밭길이었다.대 사상가 공자가 어째서 13년 동안이나 훗날 자신의 신세를 ‘상갓집의 개’인 ‘상가지구(喪家之狗)’로 표현할 만큼 초라한 신세로 주유천하를 하였던가는 실로 미스터릭한 일로 느껴진다. 노나라를 떠나면서 태사 기에게는 ‘모름지기 군자는 멀리 (속세를 떠나) 도망가서 여생을 한가롭게 지낼 뿐’이라고 노래하면서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세상의 바다 속에 뛰어들어 모진 고초를 받았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화광동진(和光同塵)’,즉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함께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마치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그 본색을 숨기고 인간계에 나타나고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사람의 아들이 되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여 인간이 죽음을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듯이 공자가 13년 동안의 가시밭길을 주유열국 하였던 것은 속세의 티끌과 같이하려는 구법행위가 아니었을까. 아이로니컬하게도 ‘화광동진’이란 말은 공자 당대의 최고의 라이벌인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그 이목구비를 막고 그 문을 닫아서 날카로운 기운을 꺾고 혼란함을 풀고 지혜의 빛을 감추고(和其光),속세의 티끌과 함께하니(同其塵) 이것을 현동(玄同)이라고 말한다.그러므로 친해질 수도 없고 멀어지지도 않는다.이롭게 하지도 않으며 해롭게 하지도 못한다.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그러므로 천하에 가장 귀한 것이 된다.” 무릇 성인들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형극(荊棘)의 가시밭길 끝에 완성되는 것. 13년에 걸친 주유열국의 고난시절은 공자의 사상을 완성시킨 부처의 설산(雪山) 고행과 예수의 무거운 십자가와 같은 것이 아닐까. 노나라를 떠나 홀연히 자취를 감춘 공자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 사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공자를 전송하였던 태사 기가 돌아오자 계환자가 물었다. ‘어떻게 되었는가.’ 이에 기가 대답하였다. ‘떠나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기어이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래 뭐라고 하던가.’ 그러자 태사 기는 공자와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자초지종을 들은 계환자는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선생은 예기들의 문제를 걸어서 나를 질책하신 것이다.’” 공자가 떠난 후 노나라는 공자의 예언대로 기울어진다.이것을 상징하듯 사기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 여름에 노의 환공(桓公),이공(釐公)의 무덤에서 불이 났다.남궁경숙이 그 불을 껐다.” 남궁경숙은 공자와 함께 노자를 만나러간 사람.공자의 노래 ‘나라의 기둥들이 저 꼴이라면 남은 것은 오로지 파멸일 뿐’이라는 구절처럼 노나라는 마침내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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