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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새내기 성공학/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CEO 칼럼] 새내기 성공학/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1927년 토요일 오후, 미국 필라델피아 시베파크 경기장에선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관중의 야유를 뒤로 한 채 타석에 들어섰다. 삼진 아웃을 두 번이나 당한 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베이브 루스. 그의 홈런 한방이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투 스트라이크로 몰린 데다 팬들의 야유는 하늘을 찌를 듯 거셌다. 이윽고 그에게 날아온 세 번째 공, 야유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은 베이브 루스는 야구장 밖으로 공을 날려 보냈다. 베이브 루스의 이야기를 빼곤 메이저리그 역사를 쓸 수 없을 만큼 야구사에 화려한 발자취를 남긴 그가 홈런으로 날려 보낸 공은 모두 714개였다. 하지만 그 화려한 기록 뒤엔 1330번이나 삼진아웃을 당한 쓰라린 역사도 숨어 있다. 이제 내일이면 3월의 시작이다. 언 땅을 녹이고 새 봄이 시작되는 3월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달이다. 기업에선 수습이라는 딱지를 떼고 새내기들이 정식 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는 달이기도 하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듯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여 이른바 ‘낙바생’이라고 불리는 올해 신입사원들에게 먼저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회사 역시 지난해 말 신입사원들을 새 가족으로 맞았다. 그간 회사는 이들에게 밤 10시부터 이른 새벽까지 강원도 오대산을 한숨도 자지 않고 오르내리는 무한 극기 훈련을 받게 하거나 거리에 나가 회사 상품을 홍보하는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얼마 전 신입사원들과 호프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는 그들의 기지와 자신감에 놀라며 ‘선배’로서 성공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두 가지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패기’와 뜨거운 ‘열정’이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는 데까지 147번의 시도가 있었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무려 805번의 낙하가 있었다. 앞서 말한 베이브 루스 역시 군중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스윙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바로 포기할 줄 모르는 패기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람의 95%는 진짜 실패한 게 아니라 도중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이란 어떤 어려운 역경에 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자만이 얻게 되는 인생의 프리미엄이다. 또한 열정과 패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열정이 없는 패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기의 경영인’이라 불리는 잭 웰치는 “모든 승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열정이다. 너무 사소해서 땀 흘릴 만한 가치가 없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실현되기를 바라기엔 너무 큰 꿈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가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예비 대표 선수’라 할지라도 뜨거운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세상을 변화시킬 우리 사회 대표 선수들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가 성공과 실패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고 실패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괜찮다고 등을 두들겨줄 수 있는 관용,“다시 한번 해봐!” 라고 격려해 주는 넉넉함, 실패의 결과를 새로운 창조 과정으로 이해하는 지혜로움 등을 갖고 이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신입사원 그대들이여, 뜨거운 열정과 도전으로 매일 매일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시라.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 “채찍질·배고픔… 지금도 치떨려”

    “나라에서 진작 조사를 했어야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힘이 더 있었다면 진작 보상을 받았을 거시여….” 21일 오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피해 신고자들을 직접 방문한 전북 익산시 황등면 죽촌리 화농마을 경로당. 이미 80이 넘은 고령자가 돼버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60년 넘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통한의 세월에 대한 진실을 하나씩 밝혀나갔다. 진상규명위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물로 남겨놓기 위해 캠코더로 녹화작업을 벌였다. 1942년 남태평양 남양군도로 끌려갔다가 해방과 함께 돌아온 임득규(84·죽촌리 633)씨는 “배고픔과 공포에 떨며 3년동안 비행장 건설, 선착장 하역작업을 해야 했다.”고 그날을 회고했다. 당시 이 마을에서 5명이 함께 끌려가 2명은 귀환후 사망하고 3명만 생존해 있다. 아들 종석(53)씨는 “아버님께서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시면 치를 떤다.”면서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과 각기병을 앓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죽촌리 최술량(85)씨는 “시모노세키항에서 어디론가 끌려가 벽돌공장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면서 “가장 큰 고통은 배고픔이었다.”고 증언했다. 또 당시 한달에 120원을 준다고 했지만 처음 두달만 월급이 지급됐고 나머지는 모두 떼어먹었다고 밝혔다. 율촌리 조용섭(82)씨는 64년 전 일제강점기에 노무자로 강제동원됐던 그날을 회고하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18살 되던 해인 1942년 11월 당시 고향인 전남 여천군 남면 두라리 구장의 지시를 받고 무작정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다가 2년6개월만에 돌아오기까지 어두웠던 시간을 돌아보는 조씨의 눈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매일 12시간씩 밤낮을 번갈아가며 규슈의 탄광 막장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던 세월들. 조씨는 안남미와 소금에 절인 무로 연명하며, 굴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 시절을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몸서리쳤다. “언제 막장이 무너질지 몰라 매일매일 먹는 밥이 제삿밥 같았습니다. 게으름을 부리거나 도망치다 걸리면 무지막지한 채찍질을 받아야 했고 월급을 주긴 했지만 이런저런 명목으로 모두 떼어갔지요.” 화약이 터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다 철사줄에 왼쪽 발목이 걸리는 바람에 큰 상처를 입어 평생 다리를 절고 다니는 조씨는 친구와 함께 목숨을 걸고 탄광에서 몰래 도망쳐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조씨는 “그 당시의 강제노역비라도 돌려받았으면 원이 없겠다.”며 “정부가 보상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당시 한·일회담대표 김종필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위원회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과 서류, 첨부자료 중에서 사료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관련자료는 국가기록 영구보존문서로 분류해 피해신고와 진상규명절차가 끝나더라도 영구히 보존할 방침이다. 강제동원 피해신고는 지난 18일까지 전국에서 2만 5334건이 접수됐다. 익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KT&G 프로배구] ‘무적함대’ 삼성 울었다

    마침내 ‘하얀 태양’이 네트 위로 튀어올랐다.20일 프로배구 원년 V-리그 개막전이 벌어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7000석 가까운 관중석을 꽉 메운 배구팬들은 프로의 옷으로 말끔히 갈아입은 백구의 열기로 올 겨울 마지막 추위를 녹였다. 선수들이 어깨를 휘두를 때마다, 공이 코트에 꽂힐 때마다 환호와 한숨을 뒤섞어가며 향연을 만끽했다. 대전 삼성블루팡스와 천안 현대스카이워커스의 라이벌전으로 벌어진 이날 개막전에서는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가 풀세트 혈전 끝에 ‘무적함대’ 삼성을 3-2로 침몰시키고 원년 첫 승리의 감격을 안았다. 실업 시절이던 지난 시즌 11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번 승리에 그친 현대는 프로배구 첫 경기에서 대역전승을 나꿔채 올시즌 프로배구의 지각변동을 예감케 했다. 현대는 초반 두 세트를 내리 빼앗겨 패색이 짙었지만 높이를 바탕으로 한 끈질긴 승부욕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반면 김 감독과 ‘40년지기’ 신치용 감독의 삼성은 김세진과 석진욱의 부상으로 전력이 약화된 데다 후반 체력의 열세와 현대의 투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쓴 잔을 들었다. 첫 세트부터 양 팀의 대결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현대는 한 점 주고 한 점 얻는 랠리가 삼성 장병철의 속사포에 멈추고 세터 권영민의 토스가 덩달아 무뎌지면서 1세트를 내줬다. 2세트 현대는 장영기와 후인정이 왼쪽과 오른쪽에서 분전했지만 최고 득점(25점)을 올린 장병철이 펄펄 난 삼성의 무차별 공격에 발마저 느려져 개막전 승리의 꿈은 날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높이로 승부를 건 현대는 5개의 블로킹을 앞세워 한 세트를 만회한 뒤 4세트에서도 장영기의 왼쪽 공격과 군에서 돌아온 센터 신경수의 중앙 속공으로 체력에 열세를 보이기 시작한 삼성과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세트까지 예측할 수 없던 승부는 송인석의 손에서 갈렸다. 송인석은 3-3으로 팽팽하던 고비에서 천금 같은 ‘다이렉트 킬’로 대세를 바꾼 뒤 막판에는 대포알 같은 대각선 오픈공격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삼성화재의 노장 센터 김상우는 1세트 후인정의 손을 스치는 번개 같은 속공으로 프로배구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윤봉우(현대)는 신진식의 강력한 오픈공격을 차단하는 첫 블로킹을, 장병철(삼성)은 첫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여자부 첫 경기에서도 명승부는 이어졌다. 장소연 강혜미가 은퇴, 전력 약화가 예상되던 현대건설은 도로공사에 초반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정대영 윤혜숙을 앞세워 동률을 이룬 뒤 마지막 세트에서 네 차례의 듀스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낚았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한숨 돌렸다 했더니 걱정스런 일 생겼다”

    오는 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을 방문해 취임 2주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17일 재외공관장과의 만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한숨 돌렸다 한 상황이, 그렇게 긴박한 상황으로까지 반전된 것은 아니지만,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다. 경우에 따라 긴장되고 긴박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벌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마르탱 파스 ‘나는 어떻게…‘

    갓 벼린 칼날처럼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프랑스산 장편소설이 날아 왔다. 올해 서른살인 작가 마르탱 파스가 쓴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용경식 옮김, 작가정신 펴냄)는 요즘 젊은 독자들의 소구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작품이다. 일상을 떨쳐내지 못하는 국내 사실주의 소설들과는 또다른 맛의 유쾌하면서도 지적인 여운을 남긴다. 파리의 낡은 건물에서 최저 생계비로 살아가는 스물 다섯살의 주인공 앙투안은 책속에 파묻혀 산다. 해마다 도서관에서 주는 ‘올해의 독서왕’에 선정되지만 사회부적응자처럼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앙투안은 그런 자신의 증세에 스스로 ‘지성’이란 병명을 붙인다. ‘아는 게 병’이라는 우리 속담은 주인공의 고민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지적으로 충만하되 사회적으로는 전혀 유용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앙투안은 삶의 돌파구를 찾아 변화를 시도한다. 알코올 중독, 자살, 뇌 절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카드는 바로 ‘바보 되기’다. 앙투안은 이제 온갖 방법으로 바보되기에 매달린다. 독서를 낙으로 삼던 지난날엔 바보짓으로 여겼던 행위들을 하나둘씩 익히며 ‘사회화’돼가고, 소설은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속속들이 나열한다. 책은 한 줄도 읽지 않으며, 최신유행하는 옷과 음식만 탐닉하고, 사람들의 입맛을 획일화하는 맥도널드 가게를 들락거리고, 게임센터를 전전한다. 주인공의 변화를 유쾌한 터치로 그려내는 소설은 한 시간이면 후딱 읽어낼 만하다. 하지만 그것은 편안한 전개방식 때문. 독자로서 건져낼 메시지는 여간 톡톡한 게 아니다. 작가는 획일화를 다그치는 현대사회, 진정한 지성인으로 살기엔 너무나 제약이 많은 현실에 비판의 화살을 내리꽂는다. 한 예로 표지모델 같은 몸매를 다듬기 위해 헬스클럽에 들어간 주인공의 시선은 그곳 풍경을 이렇게 까발린다.“찌르는 듯하고 최면을 거는 듯한 음악은 근육질의 갤리선 노예들에게 노를 젓는 박자를 맞추게 해주고 있었다.”(141쪽) 악동처럼 느물느물한 지적 냉소가 여러 갈래의 책읽는 맛을 전해준다. 가슴 한켠을 후련하게 씻어줬다가 이내 각성의 한숨을 몰아쉬게 하는, 아주 요령이 많은 소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누드 브리핑]이명박시장 “경제가 살아난다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떠드니…. 바닥 경기가 진짜 문젠데 말이오.”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해 또다시 정부 쪽 심기를 살짝 건드렸다. 이 시장은 설날을 앞두고 오전 11시30분부터 한 시간 남짓 서울 강동구 상일동 179에 있는 지체장애인 시설 ‘주몽재활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하루 전 재래시장을 찾아간 느낌을 전하며 “체감경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재활원을 운영하는 재단 관계자들이 “요 며칠간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오늘은 따뜻해서 다행입니다.”라고 하자 이 시장은 “어제가 입춘이었죠, 아마.”라고 인사를 건넸다. 주몽복지법인 장선옥(62·여) 이사장이 “오늘 입춘입니다.”라고 고쳐주자 이 시장은 “다른 때면 ‘입춘대길’이라고 써붙였겠다.”라면서 “하지만 겨울은 겨울다워야 ‘추위 장사’를 하는 분들에게 좋을 텐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걱정이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마침 동행한 신동우 강동구청장도 한마디 거들었다.“얼마 전 관내 천호시장을 둘러봤는데 마찬가지로 경기가 아주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장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경제가 살아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처럼 좋은 말이 오가지만 실제로는 백화점만 보고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기업체를 운영할 때의 일을 떠올려가며 사례를 들어보기도 했다. “오래 전이지만 현대그룹에 재직할 때 백화점 대표를 5년간 겸직한 적이 있는데, 보통 부풀려 실적을 올리거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입니다. 이를 그대로 믿어서 그처럼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이 나오는 게지요.” 신 구청장이 웃는 얼굴이기는 하지만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아니, 신문사 기자까지 지금 현장에 와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셔도 괜찮은 것인지…. 그럼 최근 경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도 ‘뻥’이란 말입니까?” 이 시장은 “(지금 경기가 그나마 좋다는 것은) 정부에서 선물을 돌려도 괜찮다고 한 데다,(지난해 추석 때 경로당 등에 위문품을 돌렸다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두고) 구청장은 줘서 안된다고 하지만, 설 쇠러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반짝’하는 것”이라고 받았다. 일행의 경제 분석은 한창 재활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둘러보러 사무실을 나가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녹색공간] 숲을 숲답게/조연환 산림청장

    “공무원 같지 않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가끔 듣는 말이다.‘공무원 같지 않다.’는 말이 칭찬일까 흉일까? 말하는 사람의 표정으로 보아 흉 같지는 않다. 공무원은 공무원다워야 하는데 공무원답지 않다는 말이 칭찬이라면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학교마다 교훈이 있다. 초등학교의 교훈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사람다운 사람이 되자.’였다.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다. 모름지기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하듯이 공무원은 공무원다워야 하고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며 제자는 제자다워야 한다.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나무는 나무다워야 하며 나무들이 모여 이루어진 숲은 숲다워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녹화 성공 국가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는 ‘애국가를 부르며 산으로 가자.’라고 외치며 산에 나무를 심고 또 심었다. 나무를 심고 기르는 것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과 같다. 자식에게 때에 맞게 교육을 시켜야 훌륭한 인재가 되듯 나무도 때에 맞게 가꾸어 주어야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다. 나무는 한 평에 한 그루 정도를 심는다. 하지만 나무가 커 갈수록 보다 많은 햇빛과 양분이 필요하므로 심은 지 10년 정도 지나면 솎아주기를 시작하여 30년이 되면 세 그루 중 한 그루 정도만 남겨 두어야 제대로 생장할 수 있다. 왜 처음부터 세 평에 한 그루만 심지 않고 한 평에 한 그루를 심는가. 나무는 빽빽하게 심어야 서로 경쟁을 하며 위로 곧게 자라기 때문이다. 드문드문 심으면 가지를 옆으로 뻗어 과수나무같이 자란다. 어느 정도 키를 키운 다음 굵게 하는 것이 나무를 키우는 기술이다. 그리고 질 좋은 목재를 얻기 위해서는 나무가 어릴 때 잔 가지를 잘라 주어야 한다. 자식을 키우면서 잘못된 버릇은 어릴 때 고쳐 주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우리는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아 30년이 지난 지금도 한 평에 한 그루씩 빽빽이 들어 서 있다. 마치 만원 버스 안에 끼인 것처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햇빛마저 넉넉히 받을 수 없어 밑가지부터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나무들이 한창 자라는 청년기에 이르렀는데도 왕성하게 자라지를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형편이 어려워 아들만 공부시키고 딸은 교육을 시키지 못해 한숨짓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똑똑하고 어여쁜 딸자식을 가르치지 못해 안타까움에 늘 한숨을 쉬던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요즈음 자꾸 어머니가 생각난다. 숲은 숲답게 가꾸어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고 미루면 우리 숲은 쓸모없는 숲으로 버려지게 될 것이다. 잘 가꾸어진 숲은 좋은 목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공기를 깨끗하게 해 주고 홍수를 막아 주며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된다. 며칠 후면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하여 숲을 숲답게 가꾸어야 한다.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숲이 숲다울 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나라의 격(格)에도 걸맞아질 것이다. 다행이 올해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숲가꾸기 공공정비사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우선 2000명의 실업자를 고용해 숲을 숲답게 가꿀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숲을 가꾸며 목재도 생산하는 1석3조의 사업이다. 새해에 듣고 싶은 인사말이 있다.“우리 숲이 숲답습니다. 그 속의 한 그루 나무 같으십니다.” 조연환 산림청장
  • 靑·정치권 “환영”…일부 “공사지장” 우려

    지율 스님이 정부측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단식을 푼 데 대해 청와대와 정치권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극한 상황을 피한 것엔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사가 지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핵심 관계자는 “협상내용을 떠나서 단식을 푼 것은 다행”이라면서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나름대로 고민도 있는 만큼 앞으로 합리적으로 해결돼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합법적으로 진행중이던 공사가 이번 일로 지장을 받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한목소리를 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 한고비 넘겼다는 분위기였다. 김현미 대변인은 “향후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도 “다행스러운 일이다.”면서 “만약 지율 스님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면 한국 사회가 후진 사회라는 징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함께 드러냈다. 전 대변인은 “한 사람이 100일이 넘게 단식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정현 이종수기자 jhpark@seoul.co.kr
  • 시민단체 반응 “생명구해 다행… 대안 함께 고민해야”

    지율 스님이 단식을 풀기로 결정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했다. 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국책 사업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녹색연합 김재남 사무처장은 “사태가 악화일로로 접어들면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스님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면서 “벅차고 기쁜 마음에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단체 서재철 생태부장은 “환경운동 차원을 넘어 한 인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늦게나마 정부가 대승적으로 대응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녹색대안국장은 “그간 환경단체들이 지율 스님에게만 부담을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정부가 타협점을 내줘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면서 “앞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경문제를 고민하길 바라며 스님도 건강을 챙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도롱뇽소송 시민행동 박영관 공동대표는 “공동조사를 해야 하지만 지율 스님 쪽에서는 솔직히 정부와 맞설 전문가 집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조사와 논쟁과정에서 겪을 어려움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부장도 “정부의 결정이 단순히 위기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면서 “스님과 정부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공정하고 정확한 환경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홍진표 정책실장은 “무엇보다 지율 스님이 단식을 풀고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대안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정치운동본부 이영조 본부장은 “지율 스님의 목숨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정책의 일관성도 잊어서는 안 될 문제”라면서 “이미 정부가 환경조사를 마친 만큼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정책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유영규 박지윤기자 whoami@seoul.co.kr
  • 생활쓰레기 줄어 수거업체 울상

    쓰레기 수거운반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 이후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급감하면서 수입도 덩달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남구 생활쓰레기를 수거ㆍ운반하고 있는 N업체가 지난달 28일까지 수거한 생활쓰레기는 1200여t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같은 기간의 1800t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 ●단독주택지역 직격탄 인천 부평구 B산업도 생활쓰레기 수거량이 1019t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 1488t에 비해 32% 감소, 수입이 4000만원이나 줄었다. 서울도 인천보다는 덜하지만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양천구 강남구 서초구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자치구는 3,4년 전부터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가 비교적 잘 돼 타격이 적은 편이다. 반면 단독주택이 많은 곳을 담당하는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1월 한달 동안 구로구와 계약한 6개 업체가 거둔 생활쓰레기는 겨우 3290여t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의 4270여t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송파구 업체인 평화기업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400t 거두던 수거량이 지난달 20% 이상 급감한 300t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이 바닥을 드러냈다. 동작구 사당동의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늘푸른환경 백흥순(46) 대표는 “올 들어 수거량이 1000t에서 700t까지 급감, 월 매출도 1000만원 이상 떨어져 근근이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면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몇 년 안에 도산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급방식변경요구에 지자체는 손사레 이에 따라 쓰레기 수거업체들은 현재 무게를 달아 수수료를 지급하는 총량제 방식을 가구별ㆍ가족수별로 일정액을 부과하는 총액제로 바꿔줄 것을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또 몇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쓰레기 봉투 가격을 올려 줘야 한다고 말한다. 업체에서는 봉투 가격의 20∼30% 정도를 쓰레기 수거비 등으로 가져가고 있다.N업체 관계자는 “단가를 현실화하든지 아니면 부천시처럼 수수료지급 방식을 총액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의 경우 지역별 가구수에 따른 단가를 매겨 수거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지자체들은 그러나 “총액제는 쓰레기 발생량에 따라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종량제 취지에 어긋나고 단가를 올리는 것은 주민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업체측이 자체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도 “겨울철은 쓰레기 절대량이 적은데다 가정에서 불경기의 여파로 먹을거리를 줄이다 보니 생활폐기물 양이 떨어지는 요인도 있는 만큼, 요금 인상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 김학준 서울 이두걸기자 kimhj@seoul.co.kr
  • 네티즌 “볼권리 침해” 비난 봇물

    SBS가 야심차게 선보인 두 작품이 시청률 부진속에 연출자가 교체되고 조기종영이 결정되는 등 잇따른 악재로 한숨짓고 있다. SBS는 가수 이효리라는 ‘빅카드’를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 작업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이끌어낸 월화드라마 ‘세잎클로버’의 장용우 프로듀서를 27일 전격 교체했다. 장 프로듀서는 ‘왕초’‘호텔리어’ 등을 만든 스타 연출자. 드라마 제작사인 DSP엔터테인먼트는 “장 프로듀서의 빈자리는 이재원 프로듀서가 채울 것”이라면서 “장 프로듀서가 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 부득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송가 안팎에서는 방영 이주일 만에 시청률이 한자리대(6.8%)로 추락하는 등 시청률 부진에 따른 문책성 조치로 보고 있다.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프로듀서가 드라마 방영 중간에 교체되는 경우는 유례 없는 일이다. 앞서 SBS는 월화시트콤 ‘혼자가 아니야’를 다음달 21일자로 조기종영키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6개월 예정으로 방송을 시작한 ‘혼자가 아니야’는 신동엽·공형진·변정수·남상미 등의 화려한 출연진을 대거 출연시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평균 시청률 9.3%라는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인 끝에 예정보다 한 달여 앞서 막을 내리게 됐다. 후속으로는 박경림 주연의 새 시트콤 ‘귀엽거나 혹은 미치거나’가 방영된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해 조기종영케 됐다.”고 해명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방송사 홈페이지에 항의의 글을 올리고, 포털사이트 등에 조기종영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SBS 관계자는 “시청률이 부진하다고 프로그램을 조기종영하는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무시하고 볼권리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연출자 교체보다는 스타 한 명에만 의존하는 진부한 제작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문화마당] 행복의 빈곤국가/전경린 소설가

    오하이오에서 2년 동안 살고온 지인을 만났다. 인사차 돌아온 소감을 물었더니 그녀는 한숨을 폭 쉰 뒤 대답했다. “여긴 정말, 전쟁통 맞아요.” 그 말을 듣자 신문에서 보았던 사진 두 장이 불쑥 떠올랐다. 야윈 겨울 햇빛이 비치는 한낮에 녹슨 철로를 베고 침목 위에 웅크려 누운 어린 소녀와 평양 공원 바닥에 쓰러져 방치된 소년의 사진이었는데 둘다 11살 전후로 보였다. 언제부터 떠돌았는지 색깔을 알 수 없게 옷은 해지고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작은 뺨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엔 흙더께가 앉았다. 북한의 꽃제비라는 제목이었다. “여기서 40년을 살고 그곳에 갔을 때, 적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겨우 2년 살고 돌아왔는데, 이곳에선 6개월이 지나도록 심각한 부적응증을 겪고 있답니다. 하루하루가 아귀다툼이고 감시라도 당하듯 매사에 눈치를 봐야 해요. 그리고 빈틈없이 시야를 막고 선 시멘트 건물들, 온갖 구조물들이 너무 공격적이에요. 여기 비하면 오하이오는 초록의 천국이죠. 길을 나서도, 말하는 거나 옷 입은 거며 행동하는 데에 긴장이나 얽매임이 없어요. 더구나 이탈리아로 넘어가면,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애정을 나누는 연인들의 티없는 모습에서 존재적 열등감마저 느끼게 되죠. 우린 야유하고 눈살 찌푸리고 심지어 떼어놓고 훈계까지 하잖아요. 매사 너무 많은 감정을 안 보는데서 폐쇄적으로 억눌린 채 처리해야 하니, 행동과 욕망과 인격이 다중화되고 돈 자랑만 하게 되고…. 국민소득과 상관없이 우린 행복지수 극빈곤국일 거예요.” 그러자 나의 일상적인 감정이 혐오에 가까운 불안감인 것도 납득이 되었다. “실제로 세계 유일의 휴전국이잖아요.” “곧 없어진다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주제를 가져온 나라이기도 하죠.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외정사를 개인프라이버시가 아니라 공공의 범죄로 규정하는 나라일걸요.” “그런 것들이 우리 일상생활을 엄청나게 왜곡하고 있는데도 근본 이유는 망각되고, 결코 습관이 될 수 없는 불안과 부자유와 기만과 혼란만 심화되죠.” 우리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다가 동시에 내뱉었다. “우리 아이들은 더 안됐어요!” “당장 청년 실업도 큰 문제지만, 지금 10대들이 자라면 경제 인구 1인당 노인 4∼5명을 세금으로 부양해야 하는 노령국가가 된다잖아요. 한 국가가 그런 착취구조를 가지다니…. 엄마들이 아이들 피난시키듯 외국 보내고 가능하면 돌아오지 않고 정착해 살기를 비는 마음이 이해도 되고 밉기도 해요.” “아이 못 내보내는 우리는 그 아이들이 늙은 엄마 아빠 잊지 않고 모셔가기만을 바랄 수밖에요.” 농담 반 진담 반 끝에 다시 한번 절망적인 북한 사진 두 장이 떠올랐다. 휴전이 임시방편이니 그 위에서는 무슨 방법을 써도, 어떻게 살아도, 임시적이고 불구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한 현실에 너무 오래 휘둘리느라 불행의 근본 원인인 자기고통을 다들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문제와 고통들을 정직하게 수긍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갖게 되면 바르게 발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막연한 불행 의식도 한결 덜할 것 같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점은 휴전국에서도 우리 모두의 삶은 소중하다는 진실이다. 전경린 소설가
  • ‘한국판 소칼 어페어’ 김동수씨 이메일 인터뷰

    ‘한국판 소칼 어페어?’ 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카를 마르크스는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 그의 부활을 꿈꾸는 이가 있다. 지난해 ‘자본을 넘어선 자본’을 펴낸 소장학자 이진경(연구공간 수유+너머)이 대표적인 예다. 서문에서 “나는 마르크스가 ‘죽지 않는 사람’임을 믿는다.”고 해, 책을 쓴 이유가 마르크스의 부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포스트모던 사상가 들뢰즈의 시선을 빌려 마르크스의 대표작 ‘자본론(Das Kapital)’을 재해석했다. 이에 대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진경식 재해석을 탄핵하는 주장이 나왔다.‘자본의 두 얼굴’(한얼미디어 펴냄)을 낸 재야학자 김동수다. ‘우파 중에 국부론 제대로 읽은 사람 없고, 좌파 중 자본론 제대로 읽은 사람 없다.’는 게 김동수의 문제 의식이다. 그래서 자본론 원전을 집어들고 직접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작업이 바로 ‘자본의 두 얼굴’이다. 이 때문에 인용문이 줄잇는 600쪽짜리의 버거운 책이 됐지만 이 작업을 통해 이진경식 재해석이 마르크스를 되살리기는커녕 외려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주장했다. 마르크스가 한 철 지난 유행가처럼 되어 버린 지금, 그래서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김동수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식 독점자인 양 행동하는 지식인” 이렇게 많은 분량으로, 정면돌파하듯 반박하는 이유는. -마르크스 왜곡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많다가 90년대 초반 이후 감쪽같이 사라진 이론적 논쟁을 다시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지식인이라는 현학적인 사람들이 지식의 독점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이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진경식 재해석의 맹점은 뭔가. -재해석하면서 고전파와 헤겔을 비난하는데 문제는 그가 고전파와 헤겔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다. 진보진영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킬 정도다. 이런 주장에 뉴라이트니 하는 움직임은 ‘구좌파’라고 비판하는데. -‘뉴’,‘네오’,‘포스트’ 등의 수식으로 장식된 이론은 대개 수식을 제외하면 별 내용이 없다. 좌파에 대한 비판은, 어쨌든 사회주의는 망했다는 것인데 이는 논리와는 별개다. 망했으니까 나쁘다면 모든 역사는 나쁜 것의 역사다. 구좌파라는 비판에는 관심 없다. 개인적으로 소련이나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지도 않다. 그건 좌파가 아니어도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지금 다시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예전부터 마르크스는 잘 읽히지 않았다. 어렵다, 혹은 방대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임금 강요와 대량해고, 자본가에게는 제한책임을 묻고 노동자에게는 무한책임을 지우는 주식회사제도의 골간은 바뀌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굳이 ‘새로운’이란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마르크스는 여전히 현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마르크스 이론은 여전히 유효 그렇다면 마르크스를 되살리자는 뜻인가, 아니면 비판할 점은 있지만 이진경식 재해석은 안 된다는 말인가. -이 책의 주제를 벗어나는 질문이다. 그래도 답하자면 일단 혁명이나 변혁의 꿈은 유효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장기적 전망만큼 현실적 대응도 중요하다. 사실 ‘혁명’은 레토릭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진보운동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민주노총이나 민노당의 주장은 지지자들을 한숨짓게 만든다. 진보진영이 어떤 대안이나 이론이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사회주의권 붕괴 뒤 포스트모던이 유행인데 어떻게 보나. -항상 문제의식은 이론이 아닌 실천에 있어야 한다.‘포스트’ 이론의 문제의식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이럴 때는 개인적 반항이 저항으로 미화된다.‘자유로운 개인의 자유로운 연대’라는 코뮤니즘은 멋있기는 하지만 아나키즘 이상의 의미는 없다. 물론 역사·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폭로는 희망이라는 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맹아는 어디까지나 맹아일 뿐이다. ●문제의식은 이론아닌 실천에 있어 그런 주장은 96∼97년의 ‘소칼 어페어’와 비슷한데 그 사건을 어떻게 보나. -참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소칼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프랑스 형이상학과 같은 유의 서술이 사회적으로는 수구의 기반을 다져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결론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통쾌하게 생각하고 소칼과 같은 입장이다. 소칼의 경우 또 다른 상업주의라는 비판도 받았는데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나. -그렇게 보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런데 이런 책이 얼마나 팔리겠나. 마지막으로 ‘자본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자본론은 노동자의 중요한 무기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는 재벌 남자 주인공이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지적 과시, 지식 장사용으로 탁월하다. 그러나 그건 자본론의 박제에 불과하다. 자본론이 이용되는 두 방식을 지적하고자 그런 제목을 정했다. ●소칼 어페어(Sokal Affair)란?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던 사건. 미국 물리학자 앨런 소칼이 96년 최첨단 물리학 이론이 해방이론으로 쓰일 수 있다는 논문을 학술지 ‘소셜 텍스트(Social Text)’에 발표한 뒤 사실 그 논문은 짜깁기 엉터리였다고 고백했다. 포스트모던 이론이 얼마나 겉멋에만 찌들어 있는지 폭로하기 위한 도발이었다. 소칼은 이어 장 보드리야르, 자크 라캉, 줄리앙 크리스테바 등 쟁쟁한 포스트모던 계열 학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최신 물리학 개념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고 있다는 내용의 ‘지적 사기’를 출간, 유럽 지성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올해에 이루고 싶은 꿈/김민숙 소설가

    지난주 미국 여행에서 돌아왔다. 마지막 한달반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냈는데 공교롭게 내가 묵은 곳이 한인타운 언저리였다. 처음 온 탓인지 말로 듣던 것보다 한인타운이 너무나 비대해서 놀랐고(거의 도시를 점령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멕시칸을 빼고는 온통 한인 천지라서 이상스러웠다. 한국어와 한글로 모든 것이 통하고, 한인방송도 있다. 한국의 그날 뉴스와 드라마도 본다. 한국에 있는 유명 식당의 간판은 여기 다 있다. 심지어는 내가 사는 시골 해장국집 간판까지 있다. 옷가게에 걸린 옷이나, 슈퍼마켓의 식품도 한국 것이다. 물론 그 유명한 부동산값 올리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부동산 값이 최고로 올랐고 더 오를 전망이란다. 이 낯선 땅에서 그들이 이룬 것은 어찌보면 사뭇 대견하기도 하고 고무적인데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 고립된 것은 아닐까? 백인 사회에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있던 집 어머니가 여기서는 약에 쓰려해도 백인은 구경할 수가 없다고 해서 우리는 함께 웃었지만 그리 산뜻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미국이라는 땅에 살면서 꼭 이렇게 몰려서 가재 제살 파먹듯이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자동차로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한인 방송을 듣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신랄한 한인비평을 하고 있었다. 백인들 앞에서는 제대로 얼굴도 못 들면서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에게는 너무나 무례하고 난폭한 언사를 일삼는 한인들이 많다면서 자성을 촉구하고 있었다. 또 빌딩이나 아파트를 소유한 한인들이 임차인들을 자기집 하인 대하듯 무례하게 대하고, 임대료만 챙기고 제대로 관리조차 안 해줘서 고소 당해 조사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반성은커녕 괜히 시끄럽게 전화질을 해서 말썽이라며 화를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래 살던 백인들이 이 지역을 떠났고, 결국 다른 데로 가려야 갈 수 없는 히스패닉과 한인만이 남게 되었다는데, 사실 이 또한 그리 낯선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 교포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히스패닉이나 흑인을 잡종이라 부른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심사가 편치 않아서 한번은 참지 못하고 백인들도 우리를 그렇게 부를 거라고 찔렀다. 언젠가 20년 넘게 여행사를 경영했다는 사람의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한국 남자들은 대개 우리보다 못사는 동남아를 선호하고 여자들은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을 택하는 수가 많다고 했다. 남자들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 가서 거들먹거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자 여자로 나눌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동남아에 가서 저지르는 갖가지 추태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게 외국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하는 온갖 무례와 악행과 후안무치한 처우를 일일이 여기서 열거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예의와 체면을 중시한다고 배웠는데,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혹시 돈만 좇아서 아등바등 정신없이 뛰어온 지난 60년이 우리를 이렇게 황폐하고 부끄러운 몰골로 변하게 한 것은 아닐까? 자고 나면 듣는 소리가 경제, 경제다. 대통령도 연두회견에서 온통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다짐을 했고 모두들 다행이라며 한숨을 쉬는 눈치다. 대통령이 나선다고 그리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지만 지금까지 못된 것은 모두 대통령 탓이라고 난리였으니 두고 볼 일이다. 새해랍시고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는 으레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고,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인심 좋게 뿌려준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에게 속으로 질문을 하게 된다. 올해는 정말 희망이 있어 보이는가, 내 꿈은 무엇인가. 거의 백수나 다름없는 나도 이제 이 한해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겠지만 그래도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지 자꾸 다른 꿈을 꾼다. 올해에는 우리가 좀더 사람답게 살게 되기를. 남을 해하지 않고, 자기보다 힘든 사람을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알고 의젓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를. 김민숙 소설가
  • [26일 TV 하이라이트]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인터넷 게시판에서 지혜와 아기의 행복을 비는 내용의 글을 본 희수와 진국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드디어 민섭과 진수의 전시회가 열리고, 모두 때묻지 않고 순수한 진수의 그림을 칭찬한다. 상담실로 갑자기 찾아온 지혜 아기의 생모 경아 때문에 성애는 깜짝 놀라고….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연예계 X-파일 파문.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이젠 관련 연예인들이 직접 전면에 나섰다. 연예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전대미문의 위기, 연예계 X-파일 파문의 진상을 추적한다. 또한 진지한 연기파 배우로 변신한 차승원의 색다른 모습도 공개한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휴대하고 다니는 디지털 카메라. 개인 홈페이지의 발달로 온라인상에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치는 문화가 전성기인 지금, 그 문화에 가속을 붙인 것이 바로 디지털 카메라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놀이문화로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 알아본다. ●일과 사람들(EBS 오전 7시10분) 양약과는 또 다른 효과와 장점을 갖고 있는 한약의 매력에 대해 한약학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 서초구에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아씨를 만나 알아본다. 또 약업사를 찾는 일반 고객들과 외국인들에게 한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한약재 전문가 이창희씨도 만나본다. ●슬픈연가(MBC 오후 9시55분) 혜인은 건우의 도움으로 재즈클럽의 가수가 된다. 건우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밝고 꿋꿋한 혜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혜인은 돈을 모아 준영을 만나러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린다. 건우는 혜인이 자신의 생일파티에 다른 남자의 파트너로 나타나자 오해를 해 혜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해신(KBS2 오후 9시55분) 장보고를 마음에 담아두었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그로부터 벗어나려 하던 정화는 위험한 원행길에서 살아 돌아온 장보고와 재회를 하고, 이제 장보고를 버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설평은 차츰 상단의 살림을 재정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중, 장보고가 상업에 호기심을 가졌음을 눈치챈다.
  • 금연하실 분 보건소로 오세요

    금연하실 분 보건소로 오세요

    직장인 이상욱(41·서울 방이동)씨는 ‘상습금연자’다. 십수년 전부터 새해 계획에 금연이 빠진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서너달을 못 가 ‘악마의 유혹’에 굴복하곤 했다. 금연 도구도 소용 없었다. 가족들의 따가운 눈길을 피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한숨 섞인 담배 연기를 내뿜는 일상이 계속됐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오는 3월부터 구청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연다는 ‘희망의 소식’을 접했다. 이씨는 “고 1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애인’을 떠나보내는 게 조금 아쉽지만 아빠가 금연한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외동딸을 봐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담당의사 배치… 보조제 제공·약물치료 금연클리닉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담배와의 전쟁’. 전국 246개 모든 보건소에서 시행된다. 전체 예산만 건강증진기금과 지자체 예산 등 230억여원이 소요되는 국가적 사업이다. 정부 차원의 금연클리닉을 실시하는 것은 영국에 이어 전세계적으로 두번째다. 대상 인원은 전체 흡연 인구의 1%인 10만명. 서울시내 25개 보건소는 모두 2만 3000여명을 금연클리닉에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금연클리닉에는 금연상담사 2명과 금연 담당 의사 1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6개월 동안 흡연자들을 상담하는 것은 물론 약물 공급과 금연 체크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첫 방문 때 니코틴 의존도 평가, 복부 둘레 측정 등을 받는다. 특히 니코틴, 타르와 함께 담배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인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적혈구의 비율을 측정하는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을 통해 담배로 자신의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게 된다. 이후 상담사와 함께 맞춤형 금연 프로그램을 짜게 된다. 금연일을 정한 등록자는 금연클리닉을 방문할 때마다 금연 껌과 몸에 붙이는 금연보조제(금연 패치) 등을 제공받는다. ●도심에 이동클리닉도 운영돼 심각한 ‘골초’ 들에게는 금연 담당 의사가 금단 증상을 덜어주는 부프로피온 등의 약물이 처방된다. 실제로 담배를 끊었는지 알 수 있는 일산화탄소 검사도 정기적으로 실시, 어느 정도 금연의 의무감도 부여한다. 모두 6주 동안 방문 상담과 약물 치료가 병행되고, 금연에 성공하면 기념품도 나눠주기로 했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광화문이나 강남 등 도심에서 이동클리닉도 운영된다. 전화, 이메일 뿐 아니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흡연자는 2월 한달동안 해당 보건소에 신청하면 된다. 치료비는 물론 금연껌이나 패치 등 모든 의약품도 무료다. 소득 및 연령에 관계 없이 등록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평균 금연율 30% 넘어 금연클리닉은 몇년 전부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층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참여를 꺼려 사회적인 효과는 미미한 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성북구, 부산 부산진구, 전남 해남군 등 전국 10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금연클리닉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모두 78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금연율은 6개월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은 흡연자의 비율을 뜻한다. 시범사업 참여자의 평균 금연율은 3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당초 등록한 140명 가운데 122명이 두 달 넘게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귀띔했다. 금연 사업은 강북구보건소 등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도 운영돼 왔다. 여기에 체계적인 상담과 치료가 가능한 금연클리닉은 금연 사업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복지여성국 건강도시추진반 이조영 주임은 “지속적인 금연클리닉의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57.6%의 성인 남성 흡연율뿐 아니라 급증하는 청소년 흡연율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잘못된 상식·나홀로 금연법 ‘금연하면 살이 찌니까 건강에 더 해로운 게 아닐까….’ 금연을 시작하면서 흔히 하게 되는 고민이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오.’다. 이런 잘못된 상식 탓에 쉽사리 포기하기 일쑤다.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지만큼 올바른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흡연자가 담배를 끊은 뒤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금연 이후 남자는 평균 2.8㎏, 여자는 3.8㎏ 정도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욕이 느는 게 주 원인. 그러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체중 증가를 줄일 수 있다. 또 흡연은 복부비만을 유발, 몸매뿐 아니라 건강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것은 체중이 20㎏ 증가하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 또 다른 오해는 담배를 줄이거나 순한 담배를 피우면 낫다는 것. 그러나 몸에서 흡수하는 니코틴과 타르의 양은 별 차이가 없다. 신체는 물질들을 일정하게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더 깊게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말이다. 담배를 50년 이상 피워도 건강한 사람들을 보며 위안 삼는 흡연자들도 있다. 물론 사실이다. 다만 이들은 흡연에 의한 합병증으로 조기에 사망할 확률인 3분의1에 속해 있지 않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흡연자들은 6발이 들어가는 권총에 2발의 실탄을 넣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연으로 인한 과민 증세도 길어야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도 금연자의 화를 일시적으로나마 받아줄 아량이 필요하다. 혼자 할 수 있는 금연법도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연 껌과 금연 패치 등을 활용하는 것. 각종 통계에 따르면 의지만 갖고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5% 미만이지만 보조제를 사용하면 35% 가까이 높아진다. 또 원래 항우울제로 쓰이는 부프로피온 등 약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단 금연을 하려면 시작 일주일 전부터 금연 이유와 흡연 습관을 분석한 뒤, 주위에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 시작 뒤에는 금연 이유를 적은 메모를 틈틈이 들여다보자. 식후 양치질과 흡연 장소를 피하는 것은 기본. 금단증상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때는 일주일 직전. 금연 패치를 항상 붙이고 있으면 금단증상이 덜해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들의 조언이다. 금연 2주일에 들어서면 금단증상의 고비는 넘기게 된다. 그렇다고 술자리에 참석하는 등 일부러 자신을 지나치게 시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한 달을 넘기면 안정권에 들어서게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보건소 맞춤형클리닉 덕분 53년만에 담배 끊기에 성공 “몸에 암세포가 생겨도 담배를 끊을 수 없더라고요. 우연히 금연클리닉을 접해 50여년의 ‘악연’을 끊을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죠.” 함택영(74·서울 돈암동)씨는 요즘 몸이 가뿐하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밥맛도 다시 돌아왔다. 가래도 더 이상 끓지 않는다.21살부터 곁에서 떼놓지 못했던 담배를 성북구 금연클리닉을 통해 53년만에야 끊은 덕분이다. 함씨는 반세기 동안 매일 한 갑 이상씩 피웠다. 술도 적잖이 마셨다. 그러자 60줄에 들어서자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간경화에 이어 5년 전에는 간암 초기 판정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의사가 ‘담배를 안 끊으면 죽는다.’고 했지요.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안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어떻게 합니까. 담배가 없으면 못 살겠는 걸.” 함씨에게 희망의 햇살이 비친 것은 지난해 10월. 성북구 보건소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혹시나 싶어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상담사들의 권유에 따라 함씨는 11월부터 담배와의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위기는 금연일 일주일 이후에 찾아왔다. 무의식 중에 담배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하루에도 서너 차례 했다. 담배 피우는 꿈을 꾸다가 깬 뒤 입맛을 다신 적도 있었다. 사실 함씨는 그동안 금연을 10여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니코틴의 마수(魔手)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금연침 등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클리닉의 체계적인 상담과 금연 도구가 큰 힘이 됐다. 무료로 받은 금연 껌과 패치가 신기하게도 금단 증상을 싹 없애줬다.3주째가 되자 끽연욕과 금단현상도 함께 사라졌다. 함씨는 결국 3개월 동안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요즘은 담배 연기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 함씨는 “담배는 자신에게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건강도 해친다.”면서 “요즘은 아들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담배 끊기를 권하는 ‘금연 전도사’가 됐다.”고 밝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깔깔깔]

    ●철학 시험 한 학기 내내 ‘존재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선한 것이 선한 것이냐?’ 등의 아리송한 명제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신 백발의 우리 철학 교수님. 기말고사로 딱 한 문제만을 출제하셨다. ‘용기에 대해서 논하라.’ 오픈북 시험이었기 때문에 강의실 안은 한숨 소리 반과 책 넘기는 소리 반으로 채워져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얼마 안된 시간에 강의실 저편에서 한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고 당당히 나갔다. 당연히 조교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완전히 포기했나 보군. 뭐라도 좀 쓰지.’ 나중에 그 학생에게 성적을 물어보니 놀랍게도 A학점을 받았다는 게 아닌가. 그 때 쓴 답은 딱 한 줄. ‘바로 이런 것.’
  •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 기업에 맡겨야/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신입사원 채용공고만 냈다 하면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학원 졸업자가 지원했다는 보도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싸늘하게 식은 취업전선과는 달리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잘 나가는 수출기업이나 정유, 통신 등 내수호황기업에서는 최고수준의 임금에 더하여 종업원들의 복리후생 요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년 직장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일처리도 더 빠르고 힘도 더 센 자녀들이 직장을 못 잡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을 쉬고 있다. 자신의 월급의 절반만 주고 자녀들을 대신 채용한다면 언제라도 직장을 떠나겠다는 근로자들도 많이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고용조정이 어려워 신규채용을 못 하다 보니 종업원 연령구조도 극히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고용인원을 계속 줄여가는 기업의 경우는 근로자 평균 연령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고임금 부담뿐만 아니라 순조로운 업무승계까지 걱정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두고도 신규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매출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산된 제품의 판매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당연히 기업투자가 몰릴 것이다. 그러나 매출예상이 불투명한 것이 일반적이고 투자 실패로 확정될 경우 이를 정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면 일부라도 원금회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을 고용할 경우 해고가 쉽지 않고 명예퇴직금 등의 해고관련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투자실패시 고용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추가비용을 우려하여 투자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따라서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서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비정규직을 활용해야 한다. 투자가 성공하여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서면 숙련된 근로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할 것이고 기업 스스로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노동부장관이 이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는 데 비해 정치권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정체불명의 제자집단으로부터 노동자 죽이기에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라는 주장을 입에 달고 사는 여야 정치권은 경제살리기의 핵심과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근로자들의 표를 의식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조 4000억원을 투입하여 청년 및 취약계층 46만명에게 직업훈련 및 장단기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임시방편 대책은 자칫하면 청년들이 평생직장을 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실업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신규 투자를 결정한 기업이 당해 투자안의 성패에 따라 고용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신규고용 촉진을 위한 세제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특히 청년층 인턴사원 채용시는 지급된 급여 총액을 모두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획기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제활동의 주역은 기업이 돼야 하고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정도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 [21일 TV 하이라이트]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영화를 본 덕배는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상념에 젖는다. 집에 돌아온 진국을 가만히 안아준 덕배는 희수에게 친정에 맡긴 아기들을 데려오게 한다. 진국은 지혜가 출연하는 작품 계획을 세우지만, 인터넷에 지혜의 불임과 아기 출생에 관한 비밀이 폭로되는 사건이 터진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부들의 한숨과 고민은 늘어만 간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단돈 몇 백원, 몇 천원을 아껴가며 더욱 알뜰한 살림솜씨를 발휘하는 주부들. 전기, 수도, 재활용 등 물 샐 틈 없는 오순옥 주부의 알뜰살림 노하우, 신세대 김선미 주부의 절약·저축 노하우를 배워보자.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지난 17일 공개된 한·일협정 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한·일 수교협상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경제개발에 쓰겠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개인보상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일 수교협정 문서 공개를 둘러싼 파장을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본다. ●문화센터-창의성 중심의 생동감 넘치는 음악동화 학습을 통해 음악적 상상력을 키워보자(EBS 오전 11시) 집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꾸밀 수 있는 동화음악 이야기를 소개한다. 직접 육성을 들려줌으로써 부모와 자녀간의 벽을 허물고, 동화를 꾸미거나 음악을 듣는 활동을 통해 온 몸으로 표현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배워본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김 여사와 몰래 점심약속을 한 용빈에게 전화가 오고, 홍섭은 이를 강극과의 약속인줄 알고 오해한다. 약속 장소로 나간 용빈은 김 여사로부터 과부 언니 용숙과 바람둥이 동생 용란 때문에 용빈은 홍섭과 결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담해 한다. 한편, 한돌은 심한 감기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오랜만에 들어보는 김현철의 히트곡(춘천가는 기차),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노래 ‘슬픈 연가’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조은의 무대를 꾸민다.‘김제동의 리플해 주세요’에서는 ‘짝사랑 하고 있는 여인에게 멋지게 깜짝 공연을 해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 “자살 SOS” 40대 최다

    “자살 SOS” 40대 최다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광역정신보건센터. 위기상담팀 강정선(28) 전문요원의 수화기 너머로 50대 실직 가장의 한숨소리가 새어 나온다. “용기내서 전화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힘드네요. 집에서 밥을 먹어도 눈치가 보이고 애들도 건성으로 인사하는 것 같고…. 이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울 게 뭐 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약해지네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그는 순간순간 자살 충동을 억누르려고 “속으로 운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자살 등 위기상담 전화’에 막다른 길로 내몰린 우리 이웃의 지친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지역을 총괄하는 서울광역정신보건센터에 접수된 상담만 140여건. 성별에 상관없이 40대의 상담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다는 20대부터 40대 주부,50대 실직 가장, 노숙자,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60대 여성까지 사연도 제각각이다. ●서울만 140여건… 경제비관 늘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이 전체의 20% 정도. 실직은 급작스럽게 삶의 의미를 상실케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특히, 재취업이 어려운 40∼50대는 위기관리 능력에 취약하다. 전준희(34) 팀장은 “카드빚과 금융문제, 실직으로 충동적 자살을 상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경제적 문제로 우울증과 심리적 위축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전체의 60%는 우울증이나 피해망상 같은 정신과적 상담이다. 지난해 말 이혼했다는 50대 여성은 “남편의 허물을 덮어주며 살았는데도 경제권을 빼앗아가고 위자료마저 한푼도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40대 남성은 “아내와 매일 싸운다. 수면제도 효과가 없고 2∼3일씩 뜬눈으로 보낸다. 이젠 가정을 버리고 싶다.”고 괴로워했다.“죽고 싶어 칼을 몇 번이나 손에 쥐었다.”(40대 여성),“지하철 철로만 보면 뛰어 내리고 싶다.”(20대 남성),“애들이 울고 화가 나면 감당이 안돼 죽고 싶다.”(30대 여성)는 등 실제로 강렬한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전화도 많았다. ●전문요원 24시간 상담 치료로 연결 위기상담 전화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그저 들어주는 수준에 머무르던 기존의 상담전화와 달리 상담에서 진단, 치료로 연결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복지사 또는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1년 이상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전문요원이 24시간 전화상담에 나서고 있다. 서울지역은 11개 지역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가정방문, 전문가 진단과 치료요법 등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지난 12일 전화를 걸어온 40대 남자는 알코올중독으로 전문요원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케이스. 곧바로 이 남자가 살고 있는 강북지역 정신보건센터에 의뢰, 가정방문 상담에 이어 정신사회재활프로그램에 등록시켜 약물치료교육을 받도록 했다. 13일 상담한 남자 대학생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 학생이 살고 있는 곳은 정신보건센터가 없는 구로구. 서울광역정신보건센터는 구로보건소에 요청해 이 대학생이 사회성 및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센터장 이명수(37)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위기상담 전화처럼 상담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주위에서도 이들을 나약한 사람으로 취급하기보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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