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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이후 포트폴리오 다시 짠다

    북핵이후 포트폴리오 다시 짠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장세에 연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일손을 거의 놓은 한씨는 지난달 증권사에서 해외펀드 투자를 권유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지 못했던 점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주목받는 해외펀드 북한의 핵 실험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펀드나 우량주, 채권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해외펀드 가운데 브릭스(BRICs)나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국내 증시와 상관관계가 적은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해 위험을 분산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전 세계 우량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충고한다. 정환 굿모닝신한증권 PB센터지점장은 “북핵 등 각종 현안에 출렁이는 국내 주식시장과 달리 해외시장은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유가가 안정세로 유지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의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실물펀드가 아닌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해외펀드는 외화자산 투자에 따른 환리스크가 있는 만큼 선물환 계약 체결 등을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국내펀드에 대한 투자는 매매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지만 해외펀드는 소득세 15.4%가 부과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량주에 눈 돌려 이번 주부터 기업실적이 발표되는 3·4분기 어닝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실적 우수 종목 위주의 투자가 두드러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문가들도 시장의 상황이 유동적일수록 일회성 등의 요인보다는 영업 실적에 주목하며 하반기 영업이익 예상치 증가율이 높은 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워질수록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해야 된다는 점은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에서도 그대로 입증된다. 외국인들은 북한이 핵 실험을 발표한 9일 5526억 8000만원,10일 1314억 9000만원,11일 425억 70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핵실험 장세가 시작된 후 증시가 열린 사흘간 무려 688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들은 포스코 주식 73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국민은행 523억원, 한국전력 512억원, 현대중공업 480억원을 사들였다. 삼성증권 양대용 애널리스트는 “북한 핵실험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옵션만기일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막연히 시장의 반등을 노리거나 개별종목의 단편적인 호재를 찾기보다는 확실한 투자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하반기 기업실적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관심을 압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권과 기업어음도 뜬다. 우량 기업의 기업어음(CP)이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채권에 대한 문의도 폭증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주식투자 수익률이 불안정한 반면 채권에선 양호한 수익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들어 9월까지 전체 채권의 수익률은 전월대비 연율로 7.4%를 기록했다. 대신증권 문병식 선임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하설이 나오면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채권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도 금융시장 혼란기에 적절한 투자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모 대기업 한모(43) 부장은 요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지난 9일 북한의 핵무기 발표 이후 보유중이던 주가가 폭락, 큰 손해를 봤다. 다행히 이튿날부터 오름폭으로 돌아서 한숨을 돌렸지만 11일 또다시 2차 핵실험설에 주가가 하락세로 치달아 부랴부랴 일부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 “사회온정 느껴 기뻐요”

    “사회온정 느껴 기뻐요”

    “효도우미로서 누군가를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윤문식)“마당놀이 전용관이 생기면 지금보다 더 신명나는 공연을 자주 보여드릴 수 있을 텐데 아쉬워요.”(김성녀)효도우미에서 마당놀이까지 그들의 대화는 다양하고도 유쾌했다.30년 지기이자 올해로 27년째 마당놀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 최고의 명콤비 윤문식(63)과 김성녀(56). 지난 3월부터 어려운 노인을 돕는 모금프로그램인 EBS ‘효도우미 0700’(토 오후 5시20분)의 공동 MC를 맡아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방송 녹화에 마당놀이 지방 순회공연, 연말 정기공연 준비까지 눈코 뜰새 없는 그들을 ‘자동차 안에서’ 만났다. 서울 EBS 스튜디오에서 안성의 마당놀이 공연장까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그들의 살가운 대화를 엿들어봤다. ●“첫 방송MC… 역시 어렵네요” 구수한 입담과 애드리브의 달인인 윤문식이 방송에서 패널이 아닌 MC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워낙 ‘자유인’이라서 짜여진 대본의 MC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김성녀씨만 믿고 시작했어요. 나만의 애드리브가 통하지 않아 답답하지만(웃음)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기쁩니다.”연극인생 40년의 베테랑인 그도 처음 도전하는 MC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ARS 모금에 십시일반 참여하는 분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도 온정이 남아있음을 느낀다.”면서 “프로그램이 자칫 어두울 수 있어 웃음과 용기를 되찾기 위해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국악방송 등에서 MC 경험을 쌓은 김성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느껴졌다.“전임 손숙 MC때 패널로 참여하면서 효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윤문식씨와 함께 진행해서 좋은데, 평소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즉흥적으로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차라리 MC와 패널로 만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옥신각신 만담이 이어진다.7살 차이가 나지만 서로 반말투다.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도 하고 욕도 하고, 야한 농담도 서슴지 않는다.“제가 외모는 세련됐는데 연기는 구수하죠.”라는 김성녀의 말에 “세련은 무슨….”이라며 윤문식이 놀린다. ●“마당놀이 마니아층 넓어져… 관객 대물림” 어느새 안성 마당놀이 공연장에 절반쯤 온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마당놀이로 옮겨졌다. 그들을 끈끈하게 묶어준 마당놀이 공연을 함께 한 것이 벌써 2700회를 넘었단다. 해마다 100회쯤 공연한 셈이다.3000회 공연도 멀지 않았다는 말에 “마당놀이의 전통을 이어온 만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횟수에 상관하지 않고 후배들과 함께 공연하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우리 문화가 서양 오케스트라나 뮤지컬 등만 선호해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이자 뮤지컬인 마당놀이가 밀리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근래 들어 마당놀이 마니아층이 넓어졌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관객이 50∼60대에서 30∼40대까지 내려갔어요. 옛날에 부모와 함께 왔던 사람들이 이제는 부모를 모시고, 또는 아이들과 함께 마당놀이를 보면서 관객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까요.”1년 내내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서 공연한다는 그들은 10일에는 의정부에서,15일 양주에서 각각 ‘마포 황부자전’과 ‘토끼전’을 공연한다. 이어 다음달 17일부터 한달여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정기공연 ‘변강쇠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당놀이 1세대로서 그들의 목표는 뚜렷했다.“마당놀이도 전용관이 생기고 지원을 받는다면 ‘난타’처럼 충분히 관광상품화할 수 있어요. 마당놀이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수출될 그 날까지 쉬지 않고 공연하렵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뱃심’의 현정은 회장 긴~한숨

    현대그룹의 한 임원은 현정은 회장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돌아가신 몽헌 회장님보다 뱃심이 더 강하다.” 바람 잘날 없는 사업가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뱃심이 보통이 아니라는 현 회장이지만 이번만큼은 고민이 깊다.‘경영권 분쟁’ 등 지금까지의 시련과 달리 ‘북핵’은 현 회장이 어찌해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10일 현대아산으로부터 금강산 관광 예약취소 현황과 북핵 사태 추이를 보고받고 “어차피 우리 손을 떠난 문제인 만큼 정부나 북한에서 별도 통보가 올 때까지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차질없이 진행하고 관광객들의 신변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10일 예약취소율 30% 웃돌아 이날 금강산 관광이 예정됐던 여행객은 모두 1263명. 이 가운데 395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취소율은 31.3%. 경남도청 등 단체예약객을 빼면 순수 개인 취소자는 145명(11.7%)이다. 개인 관광객의 취소율은 평소(5∼7%)의 2배다. 현대아산측은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지 않다.”며 애써 태연해했다. 관광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현대아산은 올해 목표를 또 한차례 하향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당초 올해 목표를 40만명으로 잡았다가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27만명으로 내려잡았었다. 이날 금강산 관광을 취소한 단체 여행객중 현 회장의 시숙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계열사가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자동차부품 등을 만드는 회사인 위아는 이날 출발 예정이었던 직원 부부 44명을 포함해 다음주까지 순차적으로 총 120명을 금강산으로 보낼 계획이었다. ●현대·기아차 계열사 ‘위아´도 관광취소 눈길 위아측은 “올해 근속 25주년을 맞은 직원들에 대한 사은선물이었으나 안전 문제가 제기돼 동남아쪽으로 행선지를 바꿨다.”면서 “현대그룹과의 의리 문제가 있어 다소 고민을 했으나 직원 안전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금강산관광을 취소한 기업체가 하필 현대·기아차 계열사여서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금강산 관광은 그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고(故) 정주영·정몽헌 회장의 필생의 역작이라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현 회장이 답답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는 1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윤이상 음악제’때 다시 한번 북한을 방문해 대북사업 협조체제를 공고히 하려던 구상도 현재로서는 차질이 예상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커피주문받고 여관방에 배달갔더니

    평소 마음씨 좋기로 이름난 부산시내 D다방 M「마담」은 며칠전 큰 봉변을 당할뻔했다고 그 날 일을 생각하며 한숨. 며칠전 저녁 7시쯤 인근 K여관에서 손님이 전화로 「코피」열잔을 배달해 달라기에 손수 들고 여관까지 간건 좋았는데… 주인이 가리키는 방에 들어 섰더니 손님은 단 한명. 이상히 여기고 주춤거리던 순간, 이 친구 덜컥 방문을 잠그고는 다짜고짜 덤벼들더라고. 주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변을 면했지만 여자 꾀는 숫법도 가지가지. <부산(釜山)> ■ 약혼 딱지맞은 스님 강원도 원주 경찰서는 얼마전 원성군 소초면 학곡리 모 사찰 스님 金용철씨(32)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 김스님은 며칠전 밤 10시께 원성군 소초면 학곡2구 김모씨(42)집 마당에서 술을 마신 다음 같은 마을 이봉옥노인(70)에게 딸과 약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 거절당하자 그만 이 노일을 때려 전치 10일의 상해를 입혔다고. 술과 여자에다 사람 때릴 줄도 아니 스님치곤 대단한 그님. (원주(原州)> ■ 의처증 낫는다 믿고 사람뼈 삶아먹어 『죽은 사람의 뼈를 삶아 먹으면 의처증이 낫는다』는 미신을 믿은 무지한 농민이 갓 사망한 이웃집 어느 여인의 묘를 파헤치고 뼈를 꺼내 삶아 먹었다가 경찰에 구속되었다. 경북(慶北) 달성(達城)경찰서는 며칠전 달성군 옥포면 금흥동 186 김덕원씨(35·농업)를 분묘 발굴및 사체 영득 혐의로 구속. 김씨는 평소 의처증환자로 인골(人骨)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말을 듣고 이웃집 이모씨의 죽은 아내의 묘를 파헤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 <달성(達城)> [선데이서울 70년 2월 15일호 제3권 7호 통권 제 72호]
  • 뮤지컬·안방극장 스타 박해미 뮤지컬 제작자로

    뮤지컬·안방극장 스타 박해미 뮤지컬 제작자로

    박해미(41)는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와 뮤지컬 ‘맘마미아’로 연타석을 날렸으니 한숨 돌릴 만도 한데 벌써 새 드라마와 뮤지컬 준비에 한창이다. 게다가 쉴새 없이 밀려드는 각종 토크쇼와 오락 프로그램 섭외에 응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와중에 일주일에 한번 대학(경기대) 강단에서 뮤지컬 연기를 가르친다. “몸은 힘든데 너무 행복해요.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을 하든 즐겁고 기쁘지요.” 박해미는 거침없고, 당당하다. 솔직함을 넘어 직설적인 성격은 때로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배우로서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런 오기와 당당함으로 오랜 무명 생활을 버텨왔고, 마침내 숨은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재주만큼 욕심도 많은 그는 이번에 뮤지컬 제작자로도 나섰다. 자신의 이름을 딴 해미뮤지컬컴퍼니에서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를 제작해 11월초 강남 소극장에서 개막한다. 결혼 서약부터 죽을 때까지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2인극이다.“개인적으로 사연이 많은 작품이에요.6년 전에 한번 제작했다가 사기를 당해서 전재산을 몽땅 날렸어요. 그때 임신 6개월이었는데 태교 한번 기막히게 했지요.(웃음)” 실패는 했지만 후회는 안 했다. 대신 ‘언젠가 꼭 다시 해서 성공하리라.’는 오기를 품었다.“로맨틱 코미디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무게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한 그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부부들을 위한 결혼식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달부터 MBC 일일 시트콤에도 출연한다. 백수 남편(정준하)을 둔 한의사 아내역이다.‘하늘이시여’에서 보여준 악독한 계모와는 판이하게 다른, 코믹한 역할이다.‘순풍 산부인과’의 김병욱 PD가 연출하는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제가 인복이 있나봐요. 평이한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이랑 많이 부딪히는 편인데 그래도 저를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분들이 꼭 있어요.‘맘마미아’의 연출가 폴 개링턴이나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가 그런 분들이에요.” 화통하고, 시원하게 입담을 과시하던 그의 눈에 슬몃 물기가 맺혔다. “연기는 무대에서 늙어죽을 때까지 할 거고요, 언젠가 인생을 진지하게 얘기하는 이야기쇼를 진행하고 싶어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해미. 그의 탁월한 가창력은 오는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신문사 주최의 ‘2006 가을밤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프로야구 2006] 오승환 46세이브 아시아기록 타이

    28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LG전은 한국야구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돌부처’ 오승환(24·삼성)은 5-4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최만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블론세이브로 연결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오승환의 얼굴에선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오승환은 8번 이학준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대타 안치용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하지만 이 틈을 노린 최만호가 2루 도루에 성공, 위기감은 고조됐다. 2사 2루에서 만난 상대는 LG의 간판 박용택. 오승환은 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박용택도 질세라 끊임없이 잘라냈다.10구째. 오승환의 ‘돌직구’가 몸쪽 낮은 곳을 찌르자 주심은 팔을 번쩍 들며 삼진을 선언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시즌 (4승3패)46세이브째를 챙기며 일본의 이와세 히토키(주니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삼성은 아직 3경기를 남겨 놓고 있어 오승환의 한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달성 가능성은 한껏 높아졌다. LG를 5-4로 꺾은 삼성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현대를 2.5경기차로 밀어냈다.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넘버는 ‘1’로 줄었다. 남은 4경기를 모두 패해도 현대가 1패라도 당하면 페넌트레이스 1위는 삼성의 몫. 지난 2경기를 모두 패해 5위 두산에 0.5경기까지 쫓겼던 KIA는 광주에서 한화를 2-0으로 셧아웃, 한숨을 돌렸다.매 경기가 결승이나 다름없는 5위 두산은 잠실에서 롯데에 1-5로 패했다.KIA와 1.5경기차로 벌어져 포스트시즌 희망도 더 가늘어졌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한나라 ‘전효숙 청문’ 저지 명분 없다

    전효숙 헌법재판관 인사청문안이 엊그제 국회의 벽을 넘는데 또 실패했다. 한나라당의 거부로 끝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한 것이다. 무기력한 여당도 문제지만 막무가내로 떼쓰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절로 한숨을 자아낸다.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그토록 중시하면서 어찌 국회법 절차는 그리도 쉽게 무시한단 말인가. 앞서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분명 절차상 흠결을 지녔으며,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지적은 타당했다. 그러나 전효숙 헌법재판관 인사청문안은 사정이 다르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저지한 지난 8일 주호영 원내공보부대표는 이렇게 말했다.“법에 따라 헌법재판관을 지명해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다시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청와대가 전씨를 헌법재판관에 지명하고,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로 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수용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임기 연장을 위해 헌법재판관을 중도 사퇴시킨 뒤 재임명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라며 또 제동을 걸고 있다. 전씨가 헌재 위상을 깎아내렸다며 자질론을 제기하고도 있다. 누가 보더라도 군색하다. 절차를 문제삼다 후보의 자질을 문제삼고, 다시 위헌론을 제기하며 좌충우돌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발목잡기식 정치쟁의에 불과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위헌 논쟁에 앞서 관련법 정비에 먼저 힘써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면서 관련법 충돌 문제를 간과해 인사청문회를 중복 개최토록 하는 등 법안을 허술하게 만든 책임을 여당과 나눠 지고 이를 개정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헌재소장 후보의 자질이 문제라면 국회 임명동의 표결에 참여,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이 당당할 것이다.
  • “여기서 애들 교육 다 시켰는데…”

    “여기서 애들 교육 다 시켰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대부분 재래시장에서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제일종합시장에선 더욱 그렇다.1977년 900평으로 시작해 한때 점포 수가 200개를 웃돌았지만 화마와 수마, 대형마트의 공세에 꺾여 몇해 전부터 폐허처럼 변했다. 남아 있는 상인 45명에게 추석은 쓸쓸함만 더해주는 불청객일 뿐이다. 그나마 이곳에서 맞는 추석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시장 정비사업으로 내년에는 주상복합건물로 개발된다. 23일 오후 제일종합시장은 대목을 앞둔 시장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추석 때 차라리 여길 뜰까 생각 중이야. 아들한테 이런 꼴 보이기 싫어서….” 25년째 시장 한쪽에서 5평짜리 미용실을 운영해온 정임순(가명·68·여)씨는 추석 때 서울을 벗어나 있을 참이다. 명절이라고 찾아온 아들에게 궁색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다. 정씨는 “저희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부모가 못 사는 거 보면 마음이 편하겠나. 차라리 안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며 한숨 지었다. ●1977년 900평 재래시장 출발 요즘엔 2,3일 가야 손님 한 명 있을까 말까 하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하루 20여명이 미용실에 줄을 섰다.“90년대 중반 넘어가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더니 7년 전에는 시장에 큰 불이 나 가게가 잿더미가 됐지. 모아둔 돈에 빚까지 얻어 가게를 되살리긴 했지만 신식 미용실로 가는 사람들 발길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 야채가게 인필순(70·여)씨는 “추석은 무슨 얼어죽을 추석이냐.”면서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겨우 담뱃값 정도 버는데 시장이 사라지면 그것마저 없어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인씨는 현재 가게터마저 팔아넘긴 상태라 재개발과 동시에 빈손으로 떠나야 할 판이다.“한때는 추석 때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 경상도에서 남편이랑 아들 셋 데리고 빈 손으로 올라와서 애들 교육까지 다 이 손으로 시켰어. 그 때가 좋았지. 하지만 지금은 돈이 돈을 버는 판이니….” ●화재·수재에 대형마트 공세로 폐허로 30년째 금은방을 하는 장모(55)씨는 말로만 재래시장 활성화를 외친 정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는 “97년 재래시장 활성화 지구로 지정됐지만 10년 동안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이 나도, 물이 넘쳐도 재개발만 기다리며 견뎠는데 이제는 너무나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다.20년간 세탁소를 운영해온 김윤자(55·여)씨는 “시장 덕분에 집도 마련하고 아이도 키웠다. 몇 평 안 되지만 새로 시장이 들어서면 다시 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장원 정씨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새 시장 건물이 지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시장이 다시 섰을 때 내가 몇 살이 돼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해라도 더 일하다가 죽는 게 소원이야.” 두 평짜리 순댓국집 주인 박귀순(가명·71·여)씨도 바람은 똑같다.“시장통에 사람이 넘쳐 음식 만들기 바빴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막 신이 나. 새 건물 지어졌을 땐 늙고 힘 없어서 장사를 못 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지금보다야 낫지 않겠어.”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4 라운드)]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4 라운드)]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최명훈 9단과 서무상 6단의 현재 전적은 모두 2승 1패이다. 최9단은 1라운드에서 강적 송태곤 8단을 물리쳤으나 2라운드에서는 이정우 5단에게 패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는 다시 이강욱 초단을 물리쳐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이다. 한편 서무상 6단은 1라운드에서 김기용 3단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김3단이 대국 장소인 영등포 바둑문화회관을 찾지 못해서 시간 내에 오지 못한 것이다.2라운드에서는 진시영 2단에게 패했고,3라운드에서는 백지희 초단에게 승리했다. 비교적 대진운이 좋았던 셈이다. 장면도(40∼41) 우상귀 정석이 계속되고 있다. 백40으로 붙이면 흑은 가에 두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서무상 6단은 흑41로 받았다. 물론 착각이다. 백 나로 죄면 손을 빼고 흑 넉점을 죽인다는 계산이었을지는 모르나 백에게는 더 좋은 수단이 있다. 실전진행(42∼50)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라는 바둑 격언을 따른 백42가 급소 일격이다. 흑이 이 수에 손을 빼면 넉점만 잡히는 것이 아니라 상변 석점까지 잡히기 때문에 절대로 손을 뺄 수 없다. 그 결과 백은 46까지를 모두 선수해서 우상귀를 확실히 살려 놓고 백48,50을 둘 수 있게 됐다. 정석과정에서 백이 큰 이득을 봐서 일거에 우세를 확립했다. (참고도) 흑1로 찌르는 것은 백4까지 백의 꽃놀이패. 실전보다 흑이 더 망한 결과이다. 270수 끝, 백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될 10가지 말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될 10가지 말

    흔히 ‘산 너머 산’라고 하지요. 힘든 일을 간신히 넘기고 이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암초에 다시 부딪혔을 때 쓰는 푸념의 말. 요즘 제 아내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입니다. 큰아들이 작년 고3 때 억세게 애를 먹이더니 이젠 고1인 둘째놈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틈만 나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고, 밤늦게까지 TV 보는 게 낙인 듯싶습니다. 저나 제 엄마가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더 기세등등해집니다. 보다 못한 제가 그놈 뺨을 철써덕 때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거의 6개월간 집안 분위기는 ‘북극’이었습니다. 제가 ‘그건 사랑의 매였다. 모두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아니겠니?’라고 사과 편지를 써서 간신히 화해(?)는 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참아야 하느니라’를 기도문처럼 외웁니다. 그런데 잘 참았다 싶으면 이제는 아내가 “왜 당신은 가만히 있기만 해요? 애는 나 혼자 키우나요?” 하며 제게 ‘불화살’을 돌리기 일쑤지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자식들을 꾸짖다가도 결국 모범模範을 보이지 못한 우리 부부의 잘못이 제일 크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마침 얼마 전에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열 가지 말’이란 책의 기획서를 받아 보았습니다. 전 그걸 복사해서 한동안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지요. 자식들에게 이런 무심하고 독한 말로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말은 매보다 백배, 천배 큰 고통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을 쏟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포기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①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②시끄러워! 너는 왜 만날 말을 안 듣니? ③내가 분명히 안 된다고 했지? ④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테니 네 마음대로 해! ⑤100점만 맞아봐. 네가 원하는 것 다 사줄게. ⑥그렇지…. 네가 그럴 줄 알았어! ⑦너 또 틀렸어. 바보같이! ⑧보아 하니 큰 인물 되긴 아예 글렀구나! ⑨너는 왜 남들처럼 못 하니? ⑩그렇게 놀기만 하고 언제 공부할래? 발행인 김성구 월간<샘터>2006.09
  • 우리 아빠 직업은요

    초등학교 때 사람들이 아빠의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난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리 아빠는요, 큰 회사에 과장님이에요” 하고 자랑했었다. 그때만 해도 난 아빠가 회사에서 편하게 일하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퇴근한 아빠의 몸에서 물씬 풍기는 향냄새를 맡았다. 안방 장롱 속 깊이 숨겨놓았던 이상한 책들도, 노란 종이 위에 그려진 이상한 그림들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난 우연히 엄마와 아빠가 하는 말을 들었다. 많이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리는 엄마와 한숨을 내쉬는 아빠가 참으로 이상했다. 며칠이 흐르고 난 친구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엄마는 점쟁이 딸이 보고 배운 게 뭐가 있겠냐며 나와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울며불며 대들었다. 아빠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가 없다고, 왜 그런 직업을 선택해서 날 힘들게 하냐고. 아빠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이었다. 나는 친구가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는 것을 보았다. 왜 지저분한 리어카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거기 우리 엄마가 하는 곳이야” 하고 대답했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가 일하는 거라고 했다. 식당일이며 파출부며 다 해봤는데 병간호하느라 제대로 일을 나갈 수가 없어 떡볶이 장사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처음엔 그 사실이 부끄럽고 창피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빠는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행복이고 그 이름만으로도 삶의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아빠의 직업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 부끄러울 게 하나도 없다. 난 이젠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다. “우리 아빠의 직업은요. 역술가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주는 행복 전도사예요.”라고 말이다. 월간<샘터>2006.09
  • [길섶에서] 그리운 금강산/우득정 논설위원

    ‘누구에 주제런∼가 맑고 고운∼산’ 잠결에 목이 말라 눈을 뜬 순간 창 너머로 ‘그리운 금강산’ 노래가 들린다. 머리맡 시계바늘은 새벽 2시30분을 가리킨다. 한잔 걸친 듯 노래가락은 중간중간 이어졌다 끊어진다. 다음날 출근길에 아파트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건너편 동에 홀로 사는 50대 중반 아저씨란다. 낮에는 누구와 마주치기만 해도 먼저 눈길을 피할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데 술만 한잔 들어갔다 하면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집에 다다를 때까지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제친다고 했다. 그것도 가을부터 겨울까지. 어느 공휴일 그 아저씨가 산다는 동 앞에 자리를 잡고 감시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간밤의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꾀죄죄한 모습의 50대 남자가 현관 입구에서 나온다. 직감적으로 그 주인공임이 느껴졌다. 거리를 두고 어슬렁거리며 따라가니 놀이터의 그네에 엉덩이를 걸친다. 그러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곤 하늘을 향해 긴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는다. 슬그머니 다가가자 이유를 안다는 듯 먼저 내뱉는다.“내 집사람이 생전에 무척 좋아했던 노래라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프로야구 2006] 구대성 공 하나로 승리투수

    구대성(한화)이 공 하나를 던지고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 오승환은 42세이브를 올리면서 한 시즌 최다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구대성은 18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2-2로 맞선 9회 초 2사 1루에서 등판, 대타 김승관을 상대로 공 하나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한화는 공수교대 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사 뒤 이도형의 끝내기 홈런으로 3-2로 승리했다. 이날 구대성의 1구 승리는 시즌 처음이자 통산 네번째. 1-2로 뒤지던 한화는 8회 김민재의 홈런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9회 이도형의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3위 한화는 3연패에서 탈출하면서 4위 기아와의 승차를 2게임으로 벌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한화 선발 송진우는 지난달 29일 개인통산 200승의 대기록을 달성한 이후 세차례 등판했지만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이날도 7과 3분의 2이닝동안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부가 막판에 갈리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롯데 이대호는 시즌 25호 홈런포를 폭발, 팀 동료 호세와의 격차를 3개로 벌리면서 홈런왕 굳히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오승환은 SK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8회 등판, 세이브를 올리면서 지난 2000년 진필중(당시 두산)이 기록한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앞으로 1세이브만 추가하면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삼성은 12경기를 남겨놓고 있다.이에 따라 오승환은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세이브 신기록은 물론이고 일본프로야구 이와세 히토(주니치)가 지난해 작성한 아시아 최다 세이브기록(46세이브)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죽여도 좋다’ 각서를 쓸때

    ‘죽여도 좋다’ 각서를 쓸때

    연약한 여자를 고위층과 친분이 두텁다고 속여 정조를 유린한 다음, 못질을 한 방에 가두고 폭행을 일삼는 등 모진 학대를 해온 파렴치한이 경찰에 붙들렸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월 16일 자칭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 화물 하역소장이라는 민병진(閔丙振)(35)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입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여심(女心)을 울린 이 사기한의 행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민(閔)은 지난해 9월 10일, 전직 국회의원 金모 여사의 중매로 알게된 신정숙(申貞淑)양(24·가명·서울영등포구 상도동)을 총각이라고 속이고 농락한 뒤 강제로 자기 집 방에 가두어 놓고 모진 학대를 하며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모여인으로부터는 돈까지 갈취했다는 것. 주로 처녀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해온 민(閔)이 행여나 다른 여자에게 또이런 사기행각을 할까 두려워 경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신(申)양은 한숨짓듯 말한다. 민(閔)의 사기극에 걸려들어 감금생활을 하면서 학대를 받아오던 신양의 입을 통해 그의 행각을 들어보면-. 신(申)양이 민(閔)을 알게된 것은 지난해 9월. 이미 작고한 신(申)양의 아버지가 어느 고을 군수로 재직때 뒤를 도와주던 전직 국회의원 김모여사의 중매로 맞선을 본 것이 신(申)양에게 인간 지옥 속을 헤매게 한 동기였다. 지난 해 9월, 신(申)양과 민(閔)이 맞선을 보는 자리에는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여인과 중매를 선 김여사가 자리를 같이 했다. 김여사의 신랑감에 대한 칭찬은 정(鄭)여인으로 하여금 딸을 맡겨도 안심이 될 정도로 홀딱 반하기에 충분했다. 소개가 끝나자 두 여인은 이 남녀들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기위해 자리를 떠났다. 민(閔)은 신(申)양에게 자신이총각이라면서 35세가 되도록 장가를 못간 것은 청년운동을 하다 때를 놓친 때문이라면서 자기 소개를 그럴듯 하게 청산유수 처럼 늘어놨다. 『그 사람 첫 인상은 별로 탐탁치 않았지만 그만 그의 감언이설에 제가 속은 것이지요』 신(申)양은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민(閔)은 신(申)양에게 『앞날의 설계를 세울 우리 집을 가보자』고 유인, 민을 따라간 신(申)양은 그 날로 그의 집에서 정조를 빼앗겼다. 그가 신(申)양에게 들려준 학력과 이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학생운동에 참여해 오다가 도덕재무장 한국본부 부총장을 거쳐 대한 국토건설단 중앙단 부단장, 전국 청년단체연합회 기획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국민도의선양회 회장에 있노라고 제법 굵직굵직한 직함들을 장광설로 늘어놓았다는것. 신(申)양은 민(閔)의 거짓말이 뻔히 들여다 보일 때도 남자의 허세이거니 생각하고 탓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민(閔)의 가면은 신(申)양앞에 하나씩 그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閔)은 자신의 가면을 벗기지 않으려고, 차차 의심을 품기 시작한 신(申)양의 어머니를 찾아가 신(申)양과 약혼식을 올려줄 것을 강요하면서 만약에 이를 거절한다면 폭탄을 들고와서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을 했다. 민(閔)의 강압에 못이긴 정여인은 지난해 10월 25일 8만원을 들여 약혼식을 올려주었다. 민(閔)은 전처의 소생이 3명이나 있는 홀아비. 신(申)양은 약혼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신(申)양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러나 민(閔)은 신(申)양의 태도가 점점 자기 곁을 빠져 도망칠 것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지난해 11월 2일부터 밖에 나갈 때는 신(申)양을 방에 가두고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민(閔)은 신(申)양을 방에 가두고 방문을 쇠창살로 굳게 못질하고 큰 자물쇠를 채워놓고는 식사는 식모를 통해 부엌으로 통하는 샛문으로 들여보내게 하고 대소변까지 방안에서 보도록 했다. 『작년 가을이었읍니다. 일요화가회에서 미술전을 열었을때의 일입니다』 그때 민(閔)은 신(申)양이 보는 앞에서 방문객 「사인」난에 「金鍾X형」이라고 쓰고는 『이래도 날 의심하느냐』고 할 정도로 지능적이었단다. 신(申)양은 68연도 M미술대학 서양화과를 나온 아가씨. 『그래도 저는 모든 것을 믿으려 했읍니다.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돌리려 했읍니다. 아마 학대만 하지 않았어도 그를 고발치는 않았을 것』이라고 신(申)양은 한숨짓는다. 그의 감시·학대벽은 점점 극에 달해 하다못해 극장에서 화장실을 가면 여자화장실까지 쫓아와 도망치려고 하느냐면서 마구 엉덩이를 구둣발로 차기도. 이런 날은 집에 들어와 단도를 빼어들고 『배반하면 죽여버려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하기가 일쑤였다. 만일 신(申)양이 각서를 쓰지 않으면 뜨거운 주전자물을 머리에 붓는 등 그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했다. 그 때 그가 신(申)양의 머리에 부운 물에 신(申)양은 화상을 입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이렇게 난폭한 민(閔)은 항상 주머니에 명함대신에 요인들과 찍은 사진 3장을 넣고 다녔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할때는 사진을 내보이며 요인들의 팔과 같은 일꾼이라고 속여 청와대를 무상으로 출입한다고 큰 소리쳐 왔다는 것. 딸의 이런 생활을 까마득히 모르던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여인은 신(申)양이 지난해 12월 29일 수면제를 먹고 음독자살을 기도했을 때야 뒤늦게 알고 경찰에 고발했다. 지금은 K병원에 입원해 있는 신(申)양은 『더 이상 상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 때의 감금생활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고 부르르 떨었다. 경찰이 민(閔)의 집을 수색한 결과 그의 「캐비니트」 속에서 신(申)양 이외에도 다른 여자로부터 『배반하면 죽여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발견, 경찰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민(閔)은 경찰신문에 1건의 전과도 없다고 딱 잡아떼어 그의 사기술을 활용하려다 지문조회결과 68년 6월28일자 서울 서대문서에서 폭행혐의로 구속된 것을 비롯, 전과 5범으로 판명됐다. 민은 경찰에 검거되던 날도 전화로 당직형사계장을 찾아 『나같이 높은 사람이 어떻게 경찰에 출두할 수 있겠느냐』면서 담당형사가 직접 찾아와 조서를 받도록 하라고 호통을 칠 정도로 허풍을 떨었다. 장석영(張錫英)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월25일호 제3권 4호 통권 제 69호]
  • 美쇠고기 수입 ‘물렁뼈 주의보’

    ‘물렁뼈를 제거하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이후 한·미 수출입 업체들 사이에 ‘물렁뼈 주의보’가 내려졌다. 미국 수출업체들은 광우병 파동으로 3년 동안 중단됐던 한국에 대한 수출이 지난 11일부터 재개되자 한숨을 돌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물렁뼈가 수출에 대한 또다른 걸림돌로 등장하면서 선적 작업을 미룬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판은 예상보다 지연될 전망이다. 15일 농림부와 한·미 육류업계에 따르면 미국 수출업체들은 한국에 첫 상륙하는 미국산 쇠고기에 한정해 실시될 대대적인 ‘전수검사(全數檢査)’를 두려워하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수입금지 대상인 물렁뼈 등 뼈성분이 검출돼 수출 중단 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길이나 타이슨푸드 등 메이저 업체를 포함한 상당수 업체들은 ‘일단 시범케이스는 피하자.’며 선적을 늦추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한·미간에 맺은 수입 위생조건에는 물렁뼈를 포함해 모든 ‘뼈가 제거된’(Deboned) 살코기만 수입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미국측 주장이다. 미국 수출업체 관계자는 “갈비에서 딱딱한 뼈를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살 부위 이곳 저곳에 조금씩 달라붙어 있는 물렁뼈 등 뼛조각을 완전히 발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마치 살을 베되 피 한방울 안 흘리고 베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국내 쇠고기 수입업체들도 물렁뼈가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업체들은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까?’라는 분위기 속에 수입을 서두르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다. 국내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한 쇠고기가 검역에서 퇴짜를 맞으면 해당 컨테이너 물량은 모두 폐기·반송되고 미국 수출작업장도 수출 승인이 취소되는데 누가 먼저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입하더라도 뼈 성분이 거의 없는 등심 위주로 조금씩 주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미 업체들 사이에서는 피해 보상 책임을 둘러싼 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입업체 관계자는 “미국 수출업체가 ‘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당신네가 책임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해 황당했다.”면서 “당분간 수입을 보류하겠다고 응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추가 협상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이 다시 중단되면 미국의 요청으로 뼈가 포함되도록 수입 위생조건이 고쳐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며, 그때까지 수입을 늦추려는 업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유공자등록 못돕는 정부

    올해 초,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조모(77)옹은 요즈음 하루가 1년 같다. 지난해 하나뿐인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뒤 생계마저 막막해진 상황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정부측의 결정이 번복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조옹은 지난 1954년 군복무중 고막을 다쳐 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같은해 12월 의병 전역했다. 국가보훈처는 당시 조옹이 군병원에 입원한 기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발병 경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병상일지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옹은 “병상일지는 나라에서 관리해야 하는데도, 그게 없다고 공무 관련 질환으로 인정할 수 없다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빠듯한 살림에 소송은 무슨….”이라며 한숨지었다. 14일 법제처와 행정심판위원회에 따르면 보훈 관련 행정심판 신청은 2003년 885건,2004년 1029건, 지난해 1209건, 올해 9월 현재 1118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조옹처럼 군복무중 부상을 당한 후유증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사례다. 그러나 행정심판위가 신청자의 손을 들어준 보훈사건 인용률은 2003년 4.4%,2004년 4.5%,2005년 3.3%, 올해 2.1%에 그치고 있다. 조옹의 사례처럼 객관적인 입증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기각한 대표적 이유다. 때문에 보훈사건 인용률은 올해 전체 행정심판 인용률 15.8%는 물론,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인용률 17.5%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라고 주장하는 쪽에 입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면 유공자로 받아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자료에 대한 관리 소홀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 때문에 예산만 탓할 것이 아니라, 희생자 편에서 국가유공자 등록요건 등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서울고법은 6·25 전쟁 당시 다쳤지만 병상일지가 소실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성모(77)씨가 보훈처를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병상일지는 국가가 보존·관리책임을 지는 문서로서, 성씨가 전투 도중 다쳐 입원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병상일지 소실을 이유로 부정해서는 안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하기도 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프로야구] 현대 “선두 보인다”

    현대가 3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삼성을 2.5게임차로 맹추격했다. 현대는 14일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5-2로 승리,1위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선두 탈환의 꿈을 부풀렸다. 현대는 지난 6월1일을 마지막으로 이후 단 한번도 1위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한때 2위와 8경기차를 유지하며 여유 있게 선두를 달렸던 삼성은 비상이 걸렸다. 현대 서한규의 호수비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3-2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현대는 7회 초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대타로 나온 롯데 김승관은 12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좌익수 쪽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현대 유격수 서한규는 ‘딱’ 소리와 함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공은 그대로 서한규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전 일보 직전까지 갔던 롯데의 상승세는 서한규의 수비 하나로 꺾이면서 이후 힘없이 무너졌다. 한숨을 돌린 현대는 공수교대 뒤 서튼의 2점 홈런으로 승리를 굳혔다. 현대 선발 전준호는 시즌 13승째를 올렸다. 롯데는 4연패. ‘괴물신인’ 류현진(한화)은 시즌 18승에 도전했지만 타선의 극심한 난조로 완투패를 당했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7안타를 맞았지만 단 1실점에 그칠 만큼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삼진도 무려 9개나 뽑아내 시즌 탈삼진 193개(1위)를 기록했고, 방어율도 2.27(1위)로 되레 좋아졌다. 류현진은 올 시즌 3차례 더 등판할 것으로 예상돼 시즌 20승 달성 가능성은 다소 불투명해졌다.SK는 선발 윤길현이 7과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쾌투했다.8회 2사 1·2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현대의 세 번째 투수 정대현은 1과3분의1이닝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광주에서는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고춧가루부대’ LG가 KIA에 4-1로 이겼다. 전날 두산에 4위를 내줬던 KIA는 이날 패배로 승차가 한 게임으로 벌어졌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길섶에서] 안지랭이로 가는 길/우득정 논설위원

    여름의 끝자락이 가을의 문턱을 넘던 9월초 어느 날, 어머니는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꼭두새벽부터 우리를 깨웠다. 어머니는 벌써 주먹밥과 고구마를 삶아 보자기에 싸 두셨다. 오늘 어머니는 형과 누나, 그리고 나를 ‘안지랭이’로 데려간다고 했다. 겨우내 우리를 괴롭혔던 부스럼병은 이미 온몸으로 번져 밤이면 이불이 피로 얼룩이 질 정도로 어댔다. 분말가루약을 구해 바르기도 하고 탱자를 우려낸 물로 씻기도 했으나 전혀 차도가 없었다. 어느날 어머니는 옛날 나라님이 부스럼병으로 고생하다가 안지랭이에서 멱을 감은 뒤 나았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몇번 버스를 갈아탄 끝에 아득하게만 보였던 산이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섰다. 거기서 우리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흙길을 걷기 시작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겨우 딱지가 앉은 무릎에 다시 피가 흐르면 어머니는 연신 안타까운 한숨만 내쉬었다. 계곡이 온통 긴 그림자로 뒤덮일 무렵, 자그마한 웅덩이에 도달했다. 그날 이후 신기하게도 부스럼은 사라졌다. 요즘에서야 어머니의 간절한 정성이 우리를 낫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프로야구 2006] ‘고무팔’ 11K 삼진쇼

    ‘고무팔’ 리오스(두산)가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을 기록하는 ‘삼진쇼’를 앞세워 시즌 12승째를 올렸다. 리오스는 12일 마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선발등판해 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쾌투,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롯데 선발타자 전원으로부터 삼진을 뽑아내는 등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은 올 시즌 처음이자 역대통산 19번째. 두산 홍성흔은 0-0이던 4회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중월 130m짜리 홈런을 터뜨려 승리를 도왔다. 5위 두산은 53승53패2무가 돼 이날 삼성에 패한 4위 KIA(53승52패3무)에 반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최근 극심한 타격침체로 선두자리를 위협받았던 삼성은 오랜만에 터진 타선의 힘으로 KIA를 6-3으로 물리치고 한숨을 돌렸다. 오승환은 시즌 41세이브째를 기록, 한 시즌 최다 기록에 2세이브만을 남겨놓게 됐다.박준석기자pjs@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채소밭 잔치 놀러오세요”

    여기는 할아버지의 채소밭. 양배추, 방울 토마토, 당근, 감자, 호박이 쑥쑥 키재기를 하는 밭에 무성한 잡풀들을 어째야 하지? 채소잎을 마구 갉아먹는 무당벌레들은 또 어째? ‘채소밭 잔치’(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펴냄)는 한장한장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기쁨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는 그림책이다. 강렬한 원색, 익살맞은 붓터치의 수채화가 어른들의 잠자던 동심까지도 몽롱하게 일깨울만하다. 알록달록 꿈틀꿈틀, 운동감 왕성한 색과 선의 조화에 유아 독자라면 덮어놓고 매료당하고 말 터. 잡초와 무당벌레떼를 없애버리려 마음먹었던 할아버지. 하지만 문득 마을잔치 생각이 나자 이것저것 밭일을 다 팽개친 채 부리나케 마을로 달려가 버린다. 이 책의 참맛은 그 다음 상황부터이다.“우리도 잔치를 벌이자!” 할아버지가 떠나기 무섭게 채소밭은 유쾌한 난장판으로 돌변한다. 무당벌레, 방울 토마토, 덩굴여지, 감자, 참마, 우엉…. 채소밭 식구들이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데, 싸우고 뛰고 구르고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등에 28개의 점이 찍힌 이십팔점 무당벌레는 방울토마토 잎을 갉아 포스터를 만들지 않나, 그런 무당벌레가 얄미워 방울토마토는 버럭버럭 역정을 내지 않나…. 해프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치판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또 어느새 서정의 우물에 푸욱 잠기게도 된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할아버지가 흥에 겨워 돌아오는 달밤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다. 감자 위에 양배추, 양배추 위에 빨간 당근이 채곡채곡 포개져 곡예를 벌이는 잔치마당에 할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천둥 고함을 지르지나 않을까. 애당초 마음처럼 잡초와 무당벌레들을 내쳐버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어린 마음들이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눈깜짝할 사이의 즐거운 반전이 놓였다. 달밤의 난장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툭 내뱉는 할아버지의 순한 한 마디,“우리 밭에 달님이 떠올랐구먼∼.” 짧은 글, 좁은 행간에서 배어나는 은유의 묘미가 배가 부르도록 푸짐하다. 상생(相生)의 의미가 절로 가슴에 스며드는, 정말 요령많은 그림책이다.4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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