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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확률 제로’ 깬 삼성 노련미

    13일 잠실체육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마흔을 먹어도 40분을 뛸 수 있다. 필요할 때만 딱딱 움직이면 되는데 우린 안 되고 삼성의 베테랑들은 된다. 체력으로 압도해야 하는데 거꾸로 밀린다. 저쪽은 가드 3명이 돌아가면서 뛰는데 우린 (박구영) 혼자 하니까. (부상으로 빠진) 김현중이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삼성 안준호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3차전에서 강혁과 애런 헤인즈의 2대2 플레이가 잘됐다. (테렌스 레더 의존도가 높다고) ‘삼성 레더스’란 말이 있다는데 이날은 ‘삼성 헤인즈’ 아니었나. 공격 옵션은 다다익선”이라며 입담을 뽐냈다. 물론 “우리가 (울)산에 약하다. 5차전 가면 힘들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2쿼터에 모비스가 먼저 힘을 냈다. 천대현(9점)의 3점포 두 방과 빅터 토마스(27점)의 골밑슛 등으로 연속 12점을 쌓아올려 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35-25까지 달아난 것. 하지만 삼성은 레더(30점 14리바운드)의 골밑슛으로 성큼 따라붙었다. 전반이 끝났을 때 38-35, 모비스의 리드. 그러나 삼성의 역전은 시간문제였다. 3쿼터 들어 레더는 물론 강혁(12점 6어시스트)과 이상민(4점 5어시스트) 등의 고른 득점으로 삼성이 63-55로 뒤집은 채 쿼터를 마감했다. 경험의 차이는 4쿼터에 극명하게 엇갈렸다. 모비스의 어린 선수들은 고비마다 실책을 범했다. 반면 ‘노련한 사냥꾼’ 삼성은 한 번 물어뜯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다. 이상민의 가로채기에 이은 헤인즈(22점)의 덩크슛 마무리로 경기종료 2분 53초를 남기고 76-64로 달아나면서 모비스의 숨통을 끊었다. 삼성이 4강PO 4차전에서 모비스를 82-72로 꺾었다. 1차전 패배 뒤 3연승.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챔프전에 선착한 삼성은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정규리그 4위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은 삼성이 최초. 반면 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팀으로는 처음으로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은 동부(2승 1패)-KCC전 승자와 18일부터 챔프전(7전4선승제)에서 맞붙는다. 안준호 감독은 “‘36고지’(정규리그+PO 승수)까지 왔다. (챔프전 4승을 보태) ‘40고지’를 밟고 싶다. 여정이 남아 있고 목표에 대한 한이 있다. 우리 팀의 강점을 살려 마지막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웃으라고 했다. 잘했다고 칭찬해줬다.”면서 “어린 친구들이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다. 올 시즌 좋은 경험을 한 데다 다음 시즌 경험 많은 양동근과 김동우가 복귀하는 만큼 노련미 부족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참꽃이 피면/이상배

    [엄마와 읽는 동화] 참꽃이 피면/이상배

    이런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가 무엇일까?” 그 답은 ‘보릿고개’입니다. 보릿고개가 어떤 고개일까요? 이 동화는 보릿고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강남 갔던 제비 오고 꽃 피고 새 울어도 우리네 농군 박 서방은 웃을 줄 모르네. 해 다 지고 저문 날에 저녁 연기 사라지고 찬물 켜고 문 닫아 걸고 초저녁잠만 자네 어히야, 어히야 태산보다 높은 이 보릿고개를 어히 넘어갈꺼나. 태산보다 높다는 보릿고개는 해마다 봄이 오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가뭄이 오래도록 계속되었습니다. 농부들은 새봄이 오는 것이 겁이 났습니다. 올해도 가뭄이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한편으로는 양식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보릿고개. 바로 그 배고픔의 긴 고갯길이 닥쳐온 것입니다. 그해, 은행골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그해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또래들로 그중 여러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은 어린 농부가 되었습니다. 저마다 몸에 맞는 지게를 하나씩 맞췄습니다. 또래들은 농부가 되어 지게질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쇠꼴쯤은 한 짐씩 해 나르던 일이라 스스로 멜빵을 알맞게 줄이고 등받이를 두껍게 받쳐 편안하게 손질까지 해 두었습니다. 어린 농부들이 할 일은 여러 가지입니다. 겨우내 재워 둔 두엄을 져 나르고 가까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나무하러 갈 때는 혼자 가지 않고 여럿이 함께 갔습니다. 하지만 나무 한 짐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먹을 양식보다도 땔감이 먼저 떨어져 가까운 산에는 할 나무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먼 산으로 나무하러 가자.” “어른들이 데려가 주지 않잖아.” “먼 산에 가면 좋은 솔가리가 무지하게 많다는데.” 또래들은 작은 나뭇짐을 받쳐 놓고 떠들고 있습니다. 먼 산! 그곳은 해마다 봄이 오면 어른 일꾼들이 나무를 하러 가는 산입니다. 가까운 산에는 아무리 뒤져도 솔가리 나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오리도 넘는 백마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나무꾼들은 새벽밥을 먹고 먼 산 나무를 떠납니다.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꽁보리밥에 고추장 반찬을 싼 도시락을 지게뿔에 댕그라니 매달고 집을 나섰습니다. 나무꾼 행렬은 길었습니다. 집집마다 솔가리 나무라도 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래들은 어른 나무꾼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데려가 주지….” 마을 고갯길을 넘으면 커다란 저수지가 있습니다. 나무꾼 행렬은 저수지 둑을 지나 산길로 접어듭니다. 집집의 식구들은 저수지 둑까지 배웅을 나갔습니다. 나무꾼들이 가는 먼 백마산 봉우리는 그곳에서도 잘 보였습니다. 아침 안개에 싸여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백마산의 상상봉은 또래들의 꿈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신기하고 신비스러운 것들이 숨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른 나무꾼들은 나무하러 갔다 와서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마산이 명산은 명산이지. 물 좋고 나무 흔하고, 오고 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문제지 나무 한 짐 하는 건 순식간이지.” 나무꾼들은 매일같이 먼 산을 다녀오면서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에 떠난 나무꾼들은 석양 무렵이 되어서 돌아옵니다. 또래들은 저수지 둑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 나무꾼들 중 아버지 아니면 삼촌이나 형이 끼여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꾼들은 떠날 때처럼 나란히 행렬을 지어 왔습니다. 닭쌈이나 씨름을 하던 또래들 중 누군가 먼저 본 동무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온다, 저기 온다!” 또래들은 마치 장에 갔다 돌아오는 엄마를 반기듯 뛰어갑니다. 나무꾼들은 숨이 차 씩씩거리며 둑으로 올라섭니다.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나무꾼들의 그을린 얼굴이 놀빛 속에서 더 붉게 보였습니다. “쉼세.” 맨 앞의 나무꾼이 소리치자 뒤따르던 나무꾼들이 한쪽 편을 향해 나뭇짐을 받쳤습니다. 노을진 둑에 나뭇짐이 긴 행렬을 이루었습니다. “휙휙.” 나무꾼들은 휘파람을 불 듯 긴 숨을 토해 냈습니다. 또래들은 제각기 아버지, 삼촌, 형들의 나뭇짐을 찾기에 바쁩니다. “아부지!” 누군가 부르면, “오냐. 별일 없었지?” “야!” 하는 인사가 오고 갑니다. 또래들은 인사가 끝나기 바쁘게 나뭇짐을 살핍니다. 멀고 먼 백마산에서 온 나뭇짐에는 선물이 한 아름 있었습니다. “옛다, 백마산에는 참꽃이 한창이다.” 참꽃으로 부르던 진달래 한아름. 커다란 꽃다발이 나뭇짐에 쿡 박혀 왔습니다. 또래들은 참꽃다발을 받는 순간 환성을 터뜨렸습니다. 먼 산에서 따 온 참꽃은 향기도 달랐습니다. 한 잎 한 잎 따서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한 것이 맛이 좋았습니다. 저수지 뒤 숲에서 꿩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먼 산 나무도 마지막입니다. 농부들의 발길은 먼 산이 아닌 밭이나 논으로 가야 됩니다. 바로 마지막 먼 산 나무 길에 오르던 날, 은행골의 또래들은 큰 나무꾼들을 따라 백마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농군이 되려면 백마산엘 다녀와야지.” 또래들은 새벽부터 법석을 떨었습니다. 낫과 갈퀴를 챙기고, 어머니에게 점심밥과 반찬을 꾹꾹 눌러 싸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날의 나무꾼 행렬은 더 길었습니다. 어머니, 할머니들이 따라 나와 어린 나무꾼들의 먼 길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어른 나무꾼들이 낸 나뭇길을 앞서 걸으며 웃고 떠들고 신이 났습니다. 어른 나무꾼들은 발걸음도 흥겹게 노랫가락을 뽑았습니다. 백마산이 어디메뇨 새벽 어둠 찬바람에 길 떠나는 나무꾼아 어히야, 어히야 이 다리 다 휜다. 어린 나무꾼들에게 백마산은 정말 벅찬 산이었습니다. 시오리 길이라고 하지만 구불구불 오르막에 가파른 길은 삼십 리도 넘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또래들은 뒤떨어지지 않고 앞서 갔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고 말로만 듣던 백마산. 어린 나무꾼들은 백마산에 다다르자 ‘아!’ 하는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몇 아름이 넘는 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진 산 속은 대낮에도 동굴처럼 어두컴컴했습니다. 듣던 대로 솔가리가 지천이었습니다. 고운 솔가리를 갈퀴로 긁어모은 다음 단단하게 전을 쳤습니다. 한 차례 땀을 흘리고 나니 어느 새 알맞은 나뭇짐이 되었습니다. “자, 점심들 먹세.” 너른 양지쪽에 모여 앉아 점심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보리밥에 고추장, 된장 반찬이지만 맛은 꿀맛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어른들은 여기저기 양지바위에 누웠습니다. “계절은 왜 이리 좋을꼬. 꽃 피고 새 울고….” 나무꾼들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낮잠을 청했습니다. 어디선가 꿈결인 듯 깊은 산울림이 울려오고, 새들은 제 세상인 듯 재잘재잘 지저귀었습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계곡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계곡은 온통 참꽃밭이었습니다. 마치 불을 싸지른 듯이 붉디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또래들은 어질어질 꽃향기에 취하도록 뒹굴며 놀았습니다. 이윽고 한숨씩 자고 난 나무꾼들이 돌아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지름길로 처음부터 가팔랐습니다. 이마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이 눈과 입 속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나뭇짐 행렬은 점점 더뎌지고, 어린 나무꾼들의 나뭇짐에 찔러진 참꽃다발은 흐트러졌습니다. 쉬는 참이 몇 번이나 거듭되었습니다. 이제 지름길 중 가장 험한 고갯길을 넘으면 내리막길입니다. 좁은 길 한쪽은 깊은 낭떠러지였습니다. “힘들 내!” 중간 중간에서 어른 나무꾼들이 소리쳤습니다. “이 고개만 넘으면 힘든 길은 다 왔다.” 어린 나무꾼들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먼 산 나무 길이 이렇게 힘든 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눈은 쓰리고, 입안은 짜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어깻죽지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입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은 읍내 장날입니다. 오늘 한 솔가리 나무는 모두들 내일 장에 나가 팔아야 합니다. 그러니 자주 쉬면 나뭇짐이 흐트러져 모양이 나빠집니다. 어린 나무꾼들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먼 산 나무를 다녀오는 것이 진짜 농사꾼이 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른들은 근심 띤 얼굴에 말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닥쳐온 보릿고개 때문입니다. 어린 또래들이 농사꾼이 되겠다는 꿈은 아버지, 어머니의 그 근심 어린 얼굴을 조금이라도 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들은 또래들이 농사꾼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모두 쉬었다 가세.” 길잡이가 쉴 곳을 정하고 소리쳤습니다. 여기저기서 지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 “엇, 조심해!” 누군가 급하게 소리치는 순간,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어린 나무꾼이 벼랑 쪽에 나뭇짐을 받치다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졌습니다. 어린 나무꾼은 나뭇짐과 함께 훌떡훌떡 재주를 넘듯 굴러 떨어졌습니다. “쟤 태수 아냐. 태수야, 태수야!” 나무꾼들이 목이 터지게 소리치며 아래로 내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태수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린 나무꾼 태수는 그 고갯길 양지쪽에 고이 묻혔습니다. 그 후, 봄이 되면 그곳을 지나는 나무꾼들은 어린 나무꾼의 일을 되새기며 참꽃 꽃다발을 놓아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세월이 흐른 뒤 태수의 조그만 묘지는 나무꾼들이 편히 쉬어 가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되면, 아버지는 그 시절의 어린 나무꾼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어린이 여러분, 보릿고개가 얼마나 높았는지 마음 속으로 가만히 헤아려 보세요. ●작가의 말 ‘보릿고개’는 지난날,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시골 농가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때(4~5월)를 이르던 말이지요. 옛날 우리 할아버지 시대에는 정말 가난하였습니다. 누구나 농가의 생산자가 되어 땀흘려 일하고 아꼈으며, 또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금은 넘치는 풍요 속에서 무엇이든 귀한 줄 모르고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성경의 말씀처럼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라는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 할아버지들의 옛 삶에서 살아가는 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약력 ▲1982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동화 ‘엄마 열목어’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펴낸 책으로 ‘꽃이 꾸는 나비꿈’, ‘눈물꽃’, ‘북치는 소년’, ‘옛날에 울아부지가’, ‘아리랑’, ‘도깨비 아부지’, ‘별이 된 오쟁이’ 외 여러 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 [석면 탤크 파동] 환자 “혈압약 장기복용… 암 걸리나”

    [석면 탤크 파동] 환자 “혈압약 장기복용… 암 걸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이 함유된 1121개 의약품에 대해 판매·유통 금지 및 회수 명령을 내린 다음날인 10일 시중 병원·약국은 물론 복용자들은 복용과 판매 여부 등을 놓고 큰 혼란을 겪었다. 석면 함유 의약품을 장기 복용한 환자들의 불안감이 가장 컸다. 5년 전부터 혈압강하제(고혈압 치료제)를 매일 복용해온 이진석(57·서울 성북구)씨는 “그동안 섭취한 석면이 체내에 쌓여 암으로 악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돼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진희(29·여·서울 강북구)씨는 “건강을 위해 8년 넘게 비타민제나 칼슘제를 먹어 왔는데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석면을 대량 먹은 셈”이라고 걱정했다. 회사원 김미진(27·여·경기 광주)씨는 “평소 두통이 잦아 두통약을 늘 소지하고 다니며 먹었는데 혹 석면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몰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양대병원을 찾은 김경옥(55·경기 광주) 씨는 “석면이 몸에 좋지 않다니 걱정은 되지만, 회복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약이라면 먹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J약국의 김모 약사는 “왜 석면 함유 제품을 팔았느냐며 항의하는 손님이 부지기수다. 석면이 포함되지 않은 약품도 환불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난처해했다. 강남구 A약국의 김모 약사는 “식약청 리스트에 오른 제품의 처방을 중지하고 대체약품을 처방하라고 하는데 수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고, 문제 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난감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약사회 관계자는 “식약청의 애매모호한 발표가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도 석면 함유 의약품을 확인하고 대체약품을 확보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대체약품은 물론 30일간 유통 유예를 허가한 약품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약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환자들의 불안심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연 이민영기자 oscal@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입시학원인 줄 알았더니 성매매업소? ’방송사고’ 이정민 “거울공주 됐어요” 휴대전화 데이터요금 폭탄 제거될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연금보험은 ‘꼬치꼬치’ 물어야
  • [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털면 문제 없는 사람 있나” 봉하마을 주민들 한숨

    [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털면 문제 없는 사람 있나” 봉하마을 주민들 한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8일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주변은 평소와 다름없이 보였다. 관광객들은 사저를 좀 더 가까이서 보려고 바짝 다가가 집안을 쳐다보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의 모습은 확연이 줄었다. 봉하마을 관광안내센터에 따르면 봉하마을을 찾는 관광객수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늘어나 요즈음 평일 하루 2000명에 이른다. 사저안도 바깥에서 보기에는 평소처럼 조용한 가운데 별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사저 주변을 경비하는 경찰의 경비근무는 사과문 발표 전보다 인원이 보강되는 등 강화된 모습이었다. 사과문 발표 뒤 혹시라도 노 전 대통령이 바깥으로 모습을 보이거나 특별한 입장 설명이 있을 것에 대비해 많은 취재진이 봉하마을에 몰려들었다. 일부 방송사는 중계차를 대기해 놓았으며, 카메라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향해 설치돼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한 마을 주민은 “그렇게 털면 문제가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김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공직사회 “청렴 강조하더니…”

    한때 행정부 ‘수반’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금수수 파문과 관련해 공직사회도 충격에 휩싸였다. 혁신, 청렴을 누구보다 강조해 왔던 노 전 대통령이었기에 높은 기대만큼 실망도 깊었다.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는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씨가 돈을 받았다.’며 사과 입장을 밝힌 뒤 여기저기서 공무원들의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가슴이 많이 아프다.”면서 ”한때 공직자 대표이자 행정부 수반이었는데 또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전직 대통령 비리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착잡하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의제설정·대안제시에 심혈 쏟길/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의제설정·대안제시에 심혈 쏟길/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서울신문은 3월31일자 ‘정치 & 정책’면에서 ‘잔인한 4월’ 정가를 한마디로 이렇게 진단했다. 추경예산을 비롯, 각종 경제·민생 현안이 즐비한 임시국회를 앞두고 검찰의 사정바람과 재·보선에 따른 계파 갈등에 휩싸인 여의도에선 확실히 봄을 체감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냉기마저 느껴지는 이 계절에 봄꽃 소식이 그리운 심사가 어디 여의도에만 국한될까. 김연아 선수의 낭보로 열린 월요일 아침의 흥겨움에 가슴이 훈훈했던 것도 잠시. 지난 한 주 서울신문의 지면은 우울하고 불안한 소식들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박연차 로비와 배우 장자연 관련 소식, 개성공단 직원 억류,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적발, 학력진단평가 갈등 재연, 석면 검출 공포, 북한의 로켓 발사 등 우울하고 불안한 소식들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나쁜 소식이 곧 좋은 뉴스(Bad news is good news)’라는 역설은 언론매체가 쫓는 뉴스가치가 원래 그런 부정적인 것이라는 보도관행을 쉽게 설명하려는 방편으로 대학의 언론학 수업에서 종종 인용하는 대목이긴 하지만,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사정에 해도 참 너무한다는 긴 한숨이 절로 나올 법하다. 그나마 연중기획 ‘나눔 바이러스’를 통해 전하는 전국의 미담 소식(3월31일자 10면)이나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세우는 산악인 엄홍길 기사(4월2일자 29면)가 조금이나마 언 손과 발을 녹여준다. 하지만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공익에 부합하는 공적 논쟁 사안이라면 의당 언론이 의제 설정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책진단’ 면을 통해 화급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속사정을 취재한 기사(3월30일자 5면)나 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결정 논란(3월31일자 2, 9면)에 눈이 간다. 다만 두 논란 모두 대립되는 의견을 너무 균형 있게 다루려 한 나머지 양쪽의 입장을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기계적 중립에 머문 인상이 짙다. 대안이나 해결방안을 발굴해서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면을 장식하는 박연차 로비 사건이나 고 장자연 관련 후속 보도에 독자들은 벌써 신물이 날지도 모른다. 제대로 해결된 것은 하나 없으면서 날 바뀌면 새 의혹이 꼬리를 물고 사태가 급변하다 보니 신문 제작진의 입장에선 이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나 연일 보도가 집중된다고 해서 매번 독자들에게 그 정보가 속속들이 인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과도하고 무분별하게 집중되는 보도 사안에 대해 수용자들은 오히려 ‘으레 그럴 것’이라는 스키마적 해석이나 ‘또 이런 식이냐’는 주변적 단서를 통해 피상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국의 발표에만 의존하는 소방수적 보도태도나 너무 앞서가는 추측성 보도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선지 비록 3회에 걸친 짧은 기획이었지만 여성주의 관점을 바탕으로 관계 전문가의 견해를 다각도로 소개하면서 장자연 사건을 진단하고 평가한 사회비평 연작기사(3월30일∼4월1일)는 참신하게 느껴진다. 이에 비해 해외 재산 은닉 적발 및 추징 관련 보도(3월31일자 1, 4면)의 경우, 오히려 그 비중이 낮게 처리된 느낌을 준다. 물론 박연차 로비 사건과의 개연성이 드러나는 대목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세포탈은 탈세액 규모나 관련자가 누구인가의 문제보다 국가기강을 흔드는 중범죄라는 근본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그 심각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본다.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엔·달러 5개월만에 100엔 돌파

    지난해 9월 이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엔화가치는 지난 2월 일본의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이 마이너스 12.1%로 선진국 가운데 최악이라는 발표가 나온 뒤 급락하기 시작했다. 엔고로 수출경쟁력이 추락, 무역수지가 악화됐고 국내 소비도 냉각됐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 무역보복 등을 피하려는 일본 정부·기업의 ‘엄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가치는 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1달러당 101엔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해 11월4일(100.54엔) 이후 5개월 만에 달러당 100엔대가 무너진 뒤 이날 도쿄시장에서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은 것이다. 반면 원화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 3월초 100엔당 장중 16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화환율은 6일 5개월만에 1300원선이 깨져 1294.79원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무려 20% 이상 원·엔 환율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급격히 개선되던 무역수지에 악영향도 예상된다.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인 자동차, 반도체, 전자, 조선 등 주력수출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반면 엔화 대출이 많은 중소기업 등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엔화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장중 1유로당 137엔대까지 밀리며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호주나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도 맥을 못추는 등 전방위 약세다. 따라서 일본의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 추락하던 일본경제의 체력회복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뒤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등 영향으로 나홀로 강세를 유지했던 엔화가 경기악화, 앤캐리 청산의 종식,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추세적인 약세로 반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엔화를 팔아 달러 등으로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 재개 움직임도 있다.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 경제는 엔화가치가 강하고, 원화가 약할 때는 수출경쟁력이 높았다. 반면 원화가 강세일 때는 수출이 약했다. 따라서 원·엔 환율 움직임과 1년여의 시차를 두고 한국경제는 호황·불황으로 갈렸다.”면서 “원화가 어느 정도 약세를 이어 가야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양국 주력수출산업이 상당 부분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엔·원 환율 흐름은 한국경제에 민감한 요소인 것이다.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北 로켓 발사]시민·네티즌 반응

    북한이 5일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시민들은 충격 속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상당수 시민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될지 모른다며 걱정이 적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대응을 삼가야 한다는 주문도 있는 반면 북한의 이번 행위에 상응하는 제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인철(46) 씨는 “설마했는데 정말 로켓을 발사한 걸 보니 한숨만 나온다.”면서 “경제가 최악인데 외국이 한국을 교역 상대로 꺼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려했다. 회사원 유환선(41)씨는 “북한 주민을 위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로켓 발사인지 모르겠다.”면서 “로켓은 주변국의 또 다른 폭력에 정당성과 명분만 실어줄 뿐이다.”고 주장했다. 시민 이영섭(55)씨는 “북한은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어떤 용도의 로켓인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황유철(37)씨는 “인공위성이나 미사일이나 탑재물만 차이가 있을 뿐 발사기술은 동일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사태를 지켜봤다. ‘jstar’라는 네티즌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발사된 로켓이 장거리인 만큼 발사 뒤에 숨은 계산을 차분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우주학과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한국이 러시아에 수천억원을 주고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발사체를 북한이 자력으로 발사했다니 기술력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면서 “한국도 기술력 개발에 더 힘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네티즌 ‘bbna’는 “북한이 미국 출신 여기자 2명을 억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해 로켓을 쏘아올린 것 같다.”고 관측했다. 시민단체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정부의 대응법을 둘러싸고 엇갈린 주문을 내놓았다. 평화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사실은 유감이다.”라면서도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6자회담 틀 전체도 흐트러뜨릴 수 있다.”며 신중한 대처를 촉구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홍근수 대표는 “인공위성 발사는 유엔결의 1718호의 제재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를 해칠 수 있다.”면서 “만약 미사일로 전용이 우려된다면 북·미 쌍방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측은 “북한의 도발에 유엔과 6자회담을 통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일단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오달란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지하생활에 빛이 있어야 한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하생활에 빛이 있어야 한다/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알 게 된 이래, 싫어했던 책이 있다. 소주 한 두병의 그저 그런 페시미즘에 빠져 들 때, 자꾸만 까만 수렁을 떠올려 잊으려던 소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속속들이 어두운 글. 출구도 없는 심연으로 끌어 내리는 책. 첫 구절부터 자못 불쾌하다.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병, 심술, 비호감. 마지막부터 이야기해 보자. 이 무명(無名)의 지하 생활자는 확실히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그것도 그저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송두리째 무시된다. “나는 그들이 상대해 주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보이려고 애썼다. 그래서 이따금 일부러 구둣발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그들은 끝내 나한테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나는 여덟시부터 열한시까지 그들이 앉은 맞은편 벽 밑을 쉬지도 않고 왔다 갔다 했다.” 이처럼 “아무런 가치도 없는 더러운 파리” 취급을 받기에, 지하 생활자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의 괴로움” 에 젖어 든다. 그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전적으로 매달리며, “웃음가마리가 되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실에서 40년 동안 당신들의 말을 문틈으로 몰래 엿듣고 있었다.” 하지만 참으로 역겨운 것은 이 ´모욕과 냉소에 짓밟힌 생쥐´의 ´냉랭하고 독기 찬 증오´ 이며 ´악의 가득한 복수심´ 이다. 그는 홍등가에서 만난 여인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너는 노예라는 둥, 영혼을 팔고 있다는 둥, 싸구려 술집을 전전하다 마침내 홀로 병들어 죽게 될 거라는 둥 연민을 가장한 사악한 말로, 한 여인을 수치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린다. 그리고 힘들면 찾아 오라는 말을 믿고 자신의 집을 방문한 그 여인을 돈 주어 내쫓음으로써, 그녀의 영혼을 완전히 매장해 버린다. “넌 내가 실제로 원했던 게 뭔지나 알아? 너 같은 건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라는 거야!” 읽을 때마다 치미는 구토. ´저주스러운 벌레´ 의 ´형언할 수 없이 메스꺼운´ 이야기. 도 스토예프스키의 책은 분명히 허구의 극단이다. 40년 동안 ´구석진 곳에 틀어 박혀 돈도 없이 모든 현실과 인연을 끊은 채, 지하의 세계에서 증오와 원한을 쌓아 올린´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섬뜩한 것은 이 책의 실현 가능성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15~29세의 청년 실업자는 36만 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취업준비생과 아르바이트생,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의 ‘청년 백수’는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바 청년실업 대란이다. 이들 대부분이 지하·반지하 생활자라는 것이다. 대학가 주변을 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이, 수많은 대학생들과 ‘청년 백수’들이 어둡고 좁고 습기 찬 지하·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지상으로의 탈출을 꿈꾸며,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거나 학비·학원비를 벌기 위해 각종 열악한 아르바이트를 감내한다. 그러나 내일이 없다면! 일할 미래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영원히 지하세계에 머물러야 한다면! 최근 씁쓸한 기사를 읽었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라며 딸을 ‘폭행’한 어머니와 이를 ‘가정 폭력’으로 신고한 딸의 이야기. 딸은 “엄마가 대학생활 내내 공무원시험 준비를 강요하고, 최근 취직한 친구들까지 거론하며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100m 접근금지 처분’까지 요구했다. 누군가에겐 이 일이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사건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딸의 말과 행동에서, 나아가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의 한숨과 눈빛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저 음습한 지하 생활자가 시나브로 느껴진다면, 이는 나만의 망상일까. 빛이 있어야 한다. 굴욕감과 자학심이 더 커지고, 증오와 복수심이 더 깊어지기 전에, 단연코 지하생활에 빛이 있어야 한다. 김현식 한양대 사학과 교수
  •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겼지만 ‘허무’한 허정무호

    ‘코리안 더비’가 열린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0 승리로 마침표를 찍은 오후 10시쯤 본부석 옆 관중석에선 “허정무, 똑바로 하라고 해.”라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중년 남성이 외친 말이었다. 승리는 했지만 ‘허정무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2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팬존에는 ‘한국축구의 현주소’라는 등 비슷비슷한 제목의 글들이 110여건 쏟아졌다. 먼저 맞대결 ‘슈팅 21개 vs 9개’란 데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슈팅을 전반 12개, 후반 9개 때려 겨우 1점을 뽑았다. 결승점이 된 후반 42분 김치우(26·FC서울)의 슛을 빼고 나머지 20개는 골문을 한참 벗어나거나 골키퍼에게 안겨준 것이었다. 무릎을 꿇긴 했지만 북한은 좀 달랐다. 전반 4개, 후반 5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자못 위협적이었다. 후반 2분 정대세의 헤딩슛은 골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골라인에 살짝 걸치면서 판정 논란까지 불렀다. 후반 19분 박남철의 발리슛 등 한국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안겼다. 이는 빈약한 골 결정력과 허술한 수비력을 일컫는 대목이다. 워낙 공격이 시원찮다 보니 황재원과 이영표 등 수비수들이 최전방까지 나가 슈팅을 날려야 할 처지에 몰렸고, 수비마저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다 90분을 어렵게 마칠 수 있었다. 슈팅을 많이 날리고도 문전을 그다지 위협하지 못했다는 것은 완전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문전까지 착착 패스를 이어가지 못한 채 수비진에 막히니 전진은커녕 백패스만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팬들이 내내 한숨을 내뱉는 까닭이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 부재’라고 평할 수 있다. 그나마 후반 33분 김치우를 들여보내 분위기를 바꾸며 세트피스 전략에 성공한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허 감독이 그토록 외치던 거의 유일한 해결방법으로, 그만큼 믿음이 가지 않는 전력이라는 방증이다. 김치우는 오른쪽발 킥을 도맡았던 기성용(20·서울)과 함께 왼발을 쓸 위치에서 제격이라는 사실을 이번 경기에서 확실히 보여 줬다. 한국은 최근 4경기 연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5골을 넣었다. 지난달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2-1승)과 2월11일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1-1무)에선 프리킥, 같은 달 4일 바레인과의 평가전(2-2무)에선 코너킥으로 득점을 올렸다. 허 감독이 사령탑으로 데뷔한 이래 대표팀이 낚은 34득점 가운데 16골이 세트피스 때 터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대한민국을 빛내자 “이번엔 축구장에 얼음 깔라는 것 아니냐.”는 어느 축구인의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아르헨 첫 女대통령은 ‘지각 대장’ 구설수

    아르헨티나의 첫 여성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대통령(사진). 미모의 이 대통령이 상습적으로 약속시간에 늦거나 아예 바람을 맞혀 국제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 카타르 도하에선 제2회 남미·아랍국가 정상회의가 열렸다.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정상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로 했지만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그와 사진을 찍기 싫어 일부러 행사장에 나가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쌓인 화려한 전과(?)를 보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불참을 한 것인지 아니면 또 지각을 해 사진촬영을 포기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들 정도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약속을 어긴 건 지난해 5월부터 약 10개월 새 벌써 5번째다. 2008년 5월 15일 페루에선 제 5차 남미·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열렸다. 개막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기로 했지만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약속시간을 한참 넘겨서야 나타났다. 회의를 개막하지 못한 채 정상들은 그를 기다려야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또 지각을 했다. 기다리다 못한 19개국 정상이 사진을 찍고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서야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냈다. G20 정상들은 다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지각대장’ 대통령은 올해도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2월 9일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스페인을 국빈방문했다. 카를로스 1세 스페인 국왕부부는 자국을 첫 방문한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 하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만찬장에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나타난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왕’을 기다리게 하는 무례를 범했다고 스페인 국민들은 버럭 화를 냈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 원수가 국가이미지에 먹칠을 할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숨 돌린 민주공천

    4·29 재·보선 공천 딜레마에 빠졌던 민주당이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경선 참여 결정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까스로 모면했다. 하지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행(行)에 따른 분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에 민주당은 1일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정세균 대표에게 정 전 장관 공천 문제를 일임키로 했다. 정 대표의 ‘결단’에 최종 결정을 맡긴 것이다.정 대표는 간담회에서 “재·보선 결과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자리를 던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한 전 대표의 경선 참여 선언에 힘을 얻은 분위기다. “경선 룰에 문제가 있지만, 당을 위해 경선에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한 전 대표의 입장이 정 대표의 ‘선당후사(先黨後私)’ 원칙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정 전 장관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정 대표의 한 측근은 “공천 배제 입장은 확고하다. 변경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정 대표가 전주로 직접 찾아가 당에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정 대표는 정 전 장관과의 회동에 앞서 당내 여론을 추가로 듣기 위해 중진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1일 저녁에는 대표 특보단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특보 12명 가운데 3명이 공천 불가피론을 밝혔고, 1, 2명이 이에 찬성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공천 불가’라는 원칙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나는 이래도 두들겨 맞고, 저래도 두들겨 맞는다.”며 공천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정 전 장관 쪽은 “공천 배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또 다시 거론했다. 이와 관련,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 7명이 2일 조찬 회동을 갖고 중재안을 모색하기로 해 주목된다.한편 정 대표가 3일 제주 4·3항쟁 61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을 예정이어서 한때 정 전 장관과의 조우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2일이나 4일 제주를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꿔 제주 회동은 무산됐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은 “너무 정치적 현안의 중심에 놓여 있어 당장 정 대표와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깔깔깔]

    ●아내의 속마음어떤 사람이 임종이 가까워 아내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노라고 유언했다.“여보, 당신은 참 좋은 분이세요.”아내는 슬픈 듯이 한숨을 쉬고는 이렇게 권유했다.“무슨 마지막 소원 같은 것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그러나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냉장고에 있는 햄을 한 접시 먹고 싶은데.”“아. 그건 안돼요. 조문객들에게 대접할 거란 말이에요.”●수수께끼개미네집 주소는?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러지리. 타이타닉의 구명보트에는 몇 명이 탈 수 있을까? 9명(구명보트)고기 먹을 때마다 따라오는 개는? 이쑤시개
  • WBC영웅들 “주말에 만나요”

    한국야구의 ‘위대한 도전’을 이끈 김인식(6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의 아쉬움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김 감독은 대표팀과 함께 25일 밤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에서 “하필이면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고 졌다는 게 분해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지시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러지 못해 결과가 안 좋으면 가르치는 사람의 책임이다.”면서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어 “우리 선수들은 정확한 선구안뿐만 아니라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근성과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이 우수했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강국 선수들을 월등히 앞섰다.”고 평가했다. 주장 손민한(롯데)은 선수를 대표해 “선수들이 똘똘 뭉친 팀워크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WBC에서까지 한국야구의 기량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자랑스럽고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공항에서 해산, 26일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뒤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대부분이 하루나 이틀 정도 쉰 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주말 시범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은 27일 시범경기부터 곧바로 나설 전망.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김태균, 이범호, 류현진 등의 소속팀인 한화측 관계자는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주말 홈 시범경기에 WBC 영웅들을 부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의 김성근 감독은 대표팀 6명(박경완·정대현·이승호·정근우·최정·김광현)에게 모두 롯데와의 원정경기가 열리는 부산으로 내려올 것을 지시했다. 하루빨리 복귀하는 게 되레 본인들에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청와대 오찬 덕에 부산의 ‘현장’에 즉시 투입되는 상황은 면했지만 이튿날 문학구장에서 가질 팀 훈련은 물론 시범경기에도 예외없이 출전하게 된다.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15) 청계산 국사봉~옛골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15) 청계산 국사봉~옛골

    청계산(618m)은 서울시, 경기도 성남시·과천시·의왕시에 걸쳐 있는 수도권 남부의 명산이다. 산세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이지만 정상인 망경대와 석기봉 일대는 우람한 암봉이 솟아 강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전에는 근처 관악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몇 년 전부터 웰빙 열풍을 타고 등산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이효리와 전지현 등의 인기 연예인들이 청계산을 즐겨 찾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계산의 대표적인 등산로는 서초구 원지동 원터골을 들머리로 옥녀봉과 정상에 올랐다가 옛골로 내려오는 길이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옥녀봉 오르는 길에 2500여 개의 계단이 있어 만만치 않다. 호젓하고 부드러운 산길을 원한다면 성남시 금토동의 ‘정일당 강씨 사당’을 들머리로 국사봉과 정상을 거쳐 옛골로 내려오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길에는 우리 역사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에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청계산 남쪽에 숨어 있는 ‘정일당 강씨 사당’ 옛골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쯤 가면 성남시 금토동이 나온다. 청계산의 오지에 해당하는 이 곳은 국사봉과 이수봉에 부드럽게 안겨 있어 포근하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정일당 강씨 사당’을 알리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길을 따르면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계곡으로 들어서게 된다. 작은 계곡에는 진달래가 하나 둘 피었고, 밤나무와 상수리 등이 우거져 운치있다. 인적이 뜸한 이 길을 20분쯤 걸으면 강씨 사당에 닿는다. 조선후기 여류 문인인 정일당 강씨(1772~1832)는 강희맹의 후손으로 경서에 통달하고 해서를 잘 썼다고 전해진다. 사당 앞 벤치에 앉으니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내밀고 있다. 아직 산은 회색빛이지만, 그 안 조금씩 생기 있는 봄빛을 머금고 있다. 사당 옆 약수터에서 물 한 잔 들이켜고 완만한 오르막을 20분쯤 오르면 강씨 무덤이다. 무덤은 볕이 잘 들고 건너편 조망이 좋다. 무덤 위로 난 오솔길을 따르면 능선을 만나고 이어 ‘루도비꼬 성지’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화살표 방향으로 50m쯤 내려가니 바위굴이 보인다. 루도비꼬 볼리외(1840~1866) 신부가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은거했던 동굴이다. 그는 프랑스 출신으로 1865년 충남 내포로 들어와 포교 활동을 하다 병인년 천주교 박해(1866년) 때 순교했다고 알려졌다. 두세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에서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다시 능선 마루금을 따르니 국사봉 정상이다. 국사봉은 청계산의 가장 남쪽 봉우리로 고려말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분개한 조윤, 이색, 변계량 등이 고려의 국권회복을 도모하고 나라를 걱정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사봉에서 북쪽으로 이수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전형적인 육산이라 걷는 맛이 좋다. 이수봉은 조선 전기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1450~1504)이 무오사화의 변고를 예견하고 청계산에서 은거하며 생명(壽)의 위기를 두(貳)번 넘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나무가 우거지고 주변에 벤치가 많아 한숨 돌리기에 좋다. 이수봉부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평지처럼 순한 길은 석기봉 입구 공터까지 이어진다. ●정여창의 죽음을 예감한 금정수 공터에서 능선을 5분쯤 따르면 갑자기 전망이 시원하게 뚫리면서 석기봉이 나온다. 암봉인 석기봉은 풍광이 뛰어나고 전망이 장쾌하다. 정상인 망경대가 군부대가 들어선 관계로 출입이 통제되었기에 석기봉이 청계산 정상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서쪽으로 과천시내와 경마장이 잘 보이고 그 뒤로 관악산이 우뚝하다. 석기봉에서 망경대 방향으로 3m쯤 내려오면 벼랑 쪽으로 밧줄이 묶여 있다. 줄을 잡고 급경사를 50m쯤 내려오면 금정수를 만나게 된다. ‘과천현신읍지’에 ‘청계산 정상에 금정수가 있는데, 깎아지른 백 척 바위 절벽 사이로 맑은 물이 솟아나며 물빛은 황금색을 이룬다.’는 기록이 있다. 무오사화를 피해 청계산으로 들어온 정여창은 이곳 금정수에 은거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여창이 다시 사화에 연루되어 사약을 받자 금정수의 샘물이 핏빛으로 변했고, 훗날 정여창을 비롯하여 억울한 학자들의 정치적 복권이 결정되자 샘물이 다시 황금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금정수를 구경하고 망경대를 왼쪽으로 우회하면 혈읍재가 나온다. 이곳에서 동쪽 계곡길을 따라 40분쯤 내려오면 옛골에 닿으며 산행이 마무리된다. 성남시 금토동을 들머리로 국사봉, 이수봉, 석기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오는 길은 약 8㎞, 4시간쯤 걸린다. <여행전문작가> ■ 가는 길과 맛집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로 나와 4432번 버스를 타면 원터골과 옛골로 갈 수 있다. 성남시 금토동은 옛골에서 11-1번 마을버스를 탄다. 옛골의 할머니집(010-7120-9201)은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조그만 막걸리집이다. 안주는 여름철이면 직접 재배한 쌈 야채들이 올라오고, 그밖의 계절에는 직접 만든 묵사발을 내놓는다. 묵사발 3000원, 묵쌈 8000원, 막걸리 작은 주전자 5000원.
  • 경찰… 영이 안선다

    경찰… 영이 안선다

    ‘유흥업소 업주들과의 유착, 근무 중 오락실에서의 강도짓, 택시기사 폭행치사….’ 최근 현직 경찰관들의 ‘막가는’ 비위사건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일 경찰관의 오락실 강도사건에 이어 21일에는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이모(45) 경위가 택시운전기사 양모(47)씨와 요금시비 끝에 다투다 양씨가 숨졌다. 시신 부검 결과 1차적인 사인이 지병인 급성 심근경색으로 밝혀졌지만, 경찰은 다툼 과정에서 숨졌다고 보고 이 경위를 폭행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강희락 경찰청장과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법질서 확립’과 ‘강한 경찰론’을 내세웠지만 수뇌부 교체 10여일만에 일선 경찰관들의 잇따른 비위 사건이 터지자 경찰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뇌부의 영(令)이 안 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경찰 내부의 현주소를 말해준다는 반성론이 혼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청장이 이 경위의 택시운전기사 폭행치사 사건을 보고받고 지방청장 및 부속기관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지휘관들이 경찰관 비위근절 및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전방위적인 쇄신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22일에는 비리내사를 전담할 직무감찰 기구를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날 단행된 총경급 인사에서도 안미시술소 유착 등으로 치안 불신을 가져온 강남서장 등 강남지역 경찰서장 6명을 모두 물갈이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일회성 구호 내지 으름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청장이 와서 시위 단속 등에 강력하게 나서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 황망할 따름”이라면서 “정복을 입고 수갑까지 사용한 오락실 강도 사건이나 쓰러진 택시기사를 방치하고 도망치려 했던 사건 모두 죄질이 나쁘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민들이 경찰을 어떻게 볼지 우려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이번 사태가 터진 데는 경찰 내부의 기강 해이와 함께 장기간 수뇌부 공백사태와 일선 지휘관 인사 지연 등도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말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퇴임한 이후 김석기 총장 내정자가 용산참사로 물러나기까지 무려 39일 간의 공백기가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경찰의 이중적인 법적용 관행도 경찰 비위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면서 일반인들에 대한 처벌에는 엄하고 내부 비위에는 눈감아주는 잘못된 관행이 비리불감증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병철 박건형 이재연기자 kitsch@seoul.co.kr
  • 한때 헤지펀드를 경영했던 사람이 이젠 피자 배달

    한때 연봉 75만달러를 받던 헤지펀드 최고경영자(CEO)가 시간당 7.96달러를 받으며 피자를 배달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켄 카프먼(45).그의 인생은 한때 완벽한 것처럼 보였다.꿈속의 소녀 같은 여인과 결혼했고 UCLA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20년 동안 주식 중개인 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골프장 한 가운데 3000평방피트 자택에서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세계를 돌며 화려한 휴가를 지냈지만 이제는 집 근처 클리어워터시의 한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고 ABC 뉴스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주식중개 일에 자신을 얻은 그는 미국경제의 앞날을 확신하며 2005년 자신 소유의 헤지펀드를 차렸다.저축 50만달러를 털어넣은 것은 물론,당시 여느 미국인이 그랬던 것처럼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하지만 투자자 모집은 여의치 않았고 얼마 안 있어 회사를 접기로 했다. 그리고 기나긴 구직 전쟁이 시작됐다.”예전에는 내가 그 회사에 얼마나 필요한 인물인지 설명하곤 했는데 이제는 살려주십시오 하는 처지가 됐어요.” 그러나 성과가 없자 당장의 푼돈이라도 벌어야 했다.그래서 그가 마이크 도다로가 운영하는 피자 가게에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몰고 와 이력서를 내밀었을 때 도다로는 깜짝 놀랐다.지나치게 화려한 카프먼의 이력 때문이었다.내키지 않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를 배달원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그의 가족은 푸드 스탬프(연방정부가 지급하는 무료 급식 쿠폰)로 연명하고 있다.두 아들의 사립학교 등록금 3만달러를 부담할 수 없는 빠듯한 생계다.하지만 어떤 독지가가 내년에 학교 등록금을 부담해주겠다고 해서 한숨 돌리고 있다. ”예전에는 카트에 물건을 담기만 했지 가격이 얼마인지도 따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이들 가족은 푼돈이라도 아끼면서 좋은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집은 팔렸고 이제 아내 스테파니는 값나가는 옷은 중고용품으로 팔고 몇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을 걸쳐야 한다. 곧 팔려나갈 집에는 가족들이 타던 제트 스키가 차고에서 트랜스미션이 고장 났지만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냥 세워둔 메르세데스와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송은이, 육사출신 훈남과 맞선

    송은이, 육사출신 훈남과 맞선

    개그우먼 송은이가 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에 출연한지 6개월 만에 첫 맞선을 봐 화제가 되고 있다. 송은이는 ‘골드미스가 간다’가 방송됐던 6개월 동안 유일하게 한 번도 맞선을 못봐 ‘송집사’라는 별명으로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지난 회 방송분에서 송은이가 ‘골드미스 매거진’ 만들기에서 시청자 투표로 1위를 차지하게 되는 영광을 차지해 22일 방송되는 ‘골드미스가 간다’(이하 ‘골미다’)에서 맞선녀로 뽑혔다. 맞선 당일 송은이는 평소보다 더 초췌한 모습으로 미용실에 나타났다. 송은이가 “전날 밤 잠 한숨 자지 못했다.”며 긴장하는 보습을 보이자 모두의 걱정을 사기도. 첫 맞선하는 송은이를 응원하기 위해 ‘골미다’ 멤버 양정아 장윤정 신봉선이 총출동해 긴장한 마음을 달래줘 송은이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맞선 준비에 임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메이크업과 의상을 다 갖춘 송은이의 변화된 모습에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여성스럽고 예쁘다. 송은이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날 송은이는 춘천 소양호 유람선에서 육사 출신 훈남과 첫 만남을 가졌다. 평소답지 않게 잔뜩 긴장한 나머지 송은이는 맞선남을 만난 지 20분이 지나도록 이름을 물어보는 것을 깜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송은이와 맞선남은 춘천 인근 클레이 사격장에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학생자질 수치화해 평가하려니…참”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능력을 수치화해서 평가하려니 참… 죽을 맛입니다.”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19일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에서 열린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서류평가 스킬업(SKILL UP) 워크숍’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등 전국 27개교에서 온 55명의 입학사정관들로 가득 찼다. 비공개로 진행된 워크숍에서 각 대학의 사정관들은 전형의 첫 관문인 서류평가 때 겪게 되는 고민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사정관들은 “서류전형에서 학생들의 자질을 수치화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개인 역량 등 정성적 요소를 평가할 때 객관성을 담보하려면 적절히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서울지역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등을 토대로 평가하는 서류전형에는 사정관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높아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면서 “이날 토론에서도 이를 계량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경희대 입학사정관인 김정아씨는 “전체 입시생들의 능력을 알아야 우리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과 비교 평가할 수 있는데 기준이 되는 자료가 없어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류 자료의 진실성을 우려하는 사정관들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 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 운영에 대한 고민은 많은데 롤모델로 삼을 만한 대상은 없는 것도 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관들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입학사정관제 열풍에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방국립대학의 한 사정관은 “서울 지역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100~1000여명까지 인재를 뽑겠다고 발표한 뒤 지방에서도 사정관제를 통해 선발 인원을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10명이 채 되지 않는 입학사정관들이 수백명의 학생들을 평가하기가 곤란해 분위기 때문에 무작정 많은 학생을 뽑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심란해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추경예산 핵심은 ‘교육 뉴딜’/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열린세상] 추경예산 핵심은 ‘교육 뉴딜’/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무르팍도사’에 고정 출연하는 올라이즈밴드의 우승민. “이제 떴으니 돈 좀 생겼겠네.”라는 기자의 말에 대답하길 “못 벌 때나 잘 벌 때나 월말 통장 잔고가 3만원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경제관념 없는 일부 젊은이들만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 것이 아니다. 40~50대 멀쩡한 중산층·서민 어버이들도 ‘찡’하고 가슴에 울려오는 게 있다. 월급은 으레 들어오는 그날로 사라지는 것인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이너스 통장 부채까지 늘어가면 한숨도, 주름도 늘어난다. 주범은 자식이다. 아니다. 자식이 그 돈으로 사탕 사먹는 것도 아니질 않은가.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에 퇴근하며 열심히 벌어봤자 입시학원 수납계와 과외선생 주머니로 직통이다. 자식을 위해 빈털터리가 될 것인가, 안정된 노후를 위해 자식을 황야에 발가벗겨 내던질 것인가. 두 가지 선택 중에 하나뿐인 인생. 헐! 비참하다. 그런데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하나 들린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육 부문 추경예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그 자리에서 “이번 정부 추경예산을 통해 학력격차 해소 및 학교시설 환경 개선 등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성공적 교육개혁과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력미달 학생 지도를 위한 학습보조 인턴 교사 등 학교·학생 간 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하겠다.”고도 말했단다. 대찬성이다. 그런데 나는 알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까봐 걱정이 든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못 알아들으면 지지를 못 받고, 지지 받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바로 정책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훈수를 좀 둬야겠다. 한총리의 말을 통역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을 4대강에만 뿌리지 않겠다. 추경예산은 결국 국민이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므로 건설업계에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공교육에도 투자하겠다. 구체적으로는 낡은 교육시설을 새로 짓거나 뜯어고치고, 이동수업이 가능하며 해당 교과에 맞는 학습 교육시설을 갖춘 ‘교과교실’을 만들겠다. 또 교사를 보조해서 수업을 돕는다든지, 학습부진아동을 일대일 지도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학습보조 인턴교사제를 도입하겠다. 그러면 학생들에게도 좋고, 일자리 만들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무보수 통역을 한 김에 훈수 한번 제대로 둬보자. 아예 이렇게 덧붙이면 좋겠다. “이번 추경예산의 요체는 ‘교육 뉴딜’이다. ‘교육 뉴딜’은 국민의 4대 불안, 즉 노후, 고용, 자녀, 주거 불안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첫째, 공교육을 크게 키우고 사교육비 지출을 확 줄여서 국민 노후가 위협받는 일을 막을 것이다. 둘째, 전국 학교에 학습보조 인턴교사를 대대적으로 채용해서 고용불안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셋째, 방과후 보충학습 프로그램 지원, 유러닝(u-learning) 환경 정비 등 학교 교육의 질을 크게 높여서 우리 자녀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넷째, 교육 뉴딜의 혜택이 소외지역에 먼저 돌아가게 해서 자녀교육 때문에 이사 가지 않도록,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 이번 추경은 국민과 정부·여당의 관계 정립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추경편성을 어떻게 기획하는지를 보면 이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 확실하게 감이 올 것이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말처럼 이번 추경은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추경의 핵심을 금융안정뿐 아니라 실업 대책, 서민·중산층 살리기 등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 뉴딜’의 성패가 그 잣대가 될 것이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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