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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에 자극받았나…지동원도 질세라 두 골

    손흥민(21·함부르크)의 분발에 자극받았을까.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이 15일 아우크스부르크의 SGL아레나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장, 전반 28분 선제골과 후반 10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팀은 2-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월부터 아우크스부르크의 유니폼을 입은 지동원은 2월 23일 호펜하임전(2-1 아우크스부르크 승)에서 분데스리가 1호골을 쏘아올린 이후 정규리그 6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2011~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선덜랜드)를 통해 유럽리그에 데뷔한 지동원이 유럽 무대에서 한 경기 두 골을 터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등권(16∼18위)에 빠져 있는 아우크스부르크(6승9무14패·승점 27)는 지동원 덕에 리그 잔류 마지노선(15위)인 뒤셀도르프(승점30)와의 간격을 3까지 좁혔다. ‘원샷 원킬’. 주어진 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모두 골로 연결했다. 전반 28분 페널티 지역 모서리 부근에서 공을 잡은 지동원은 넘겨줄 동료를 찾는 척하다 재빨리 직접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태클을 시도한 수비수의 발을 스친 뒤 골망을 크게 출렁였다. 전반 44분 상대 골문 앞에서 높이 뜬 공을 트래핑한 뒤 텅 빈 골문에 슈팅을 차 넣고도 발이 너무 높았다는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숨을 토해낸 지동원은 후반 10분 모라베크가 배달한 공을 왼발로 차 넣어 2-0 완승을 마무리했다. 손흥민과 지동원은 독일 일간 빌트가 선정한 29라운드 ‘베스트 11’에서 막스 크루제(프라이부르크)와 함께 최고의 공격수로 뽑혔다. 한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는 이날 런던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첼시와의 FA컵 4강전에서 사미르 나스리와 세르히오 아게로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이겨 2년 만에 대회 정상을 넘보게 됐다. 맨시티는 결승에 선착한 위건 애슬레틱과 다음 달 11일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더불어 FA컵에서도 4강에 올라 내심 두 개의 우승컵을 노리던 첼시는 유로파리그에만 전념하게 됐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北 대화 제의 거부 이후] 韓·美 “대화”에 北위협 소강… 유엔제재 강화 땐 미사일 쏠 수도

    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가운데 수개월간 안보 위협을 계속해 온 북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태양절을 정점으로 최고조에 이른 긴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정치일정이나 주변국 상황 변화에 따라 김정은 지도부가 언제든 ‘미사일 카드’를 다시 빼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우리나라 정부가 북한 측에 잇달아 대화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국, 중국,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며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 북한 측의 도발 위협이 잠시 주춤해진 것 같다”면서 “미국과의 대화는 북한이 제일 바라는 것인데 이 정도면 체면치레는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부교수도 “케리 장관의 방한 결정과 함께 북·미 간 양자회담이 가시화되면서 북의 도발 움직임이 잠잠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절이 지났다고 해서 북한의 안보위협 국면이 종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정치·외교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금융제재 등 북한을 실질적으로 옥죌 수단을 구사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미사일 발사는 애초 한국보다는 미국 등 국제사회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서 “현재는 유엔이 대북 제재 결의안만 채택했을 뿐 실질적인 제재에는 착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로 교수도 “미국이 북·미 대화를 위해 얼마나 정확하고 진지한 의제를 가지고 나오느냐에 따라 미사일 발사를 실행에 옮길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면서 “미국이 임기응변으로 시간을 벌며 유엔 제재를 강화하거나 압박하려 한다면 북한의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향후 정치 일정상 오는 25일 조선인민군 창건 81돌, 다음 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등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미국과 중국 등 국제 사회는 일단 북한 문제를 관망하는 태도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겸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미국 등 주변 강국들이 북한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는 이미 다 던졌기 때문에 이제 북한의 반응을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 등의 문제도 함께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상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6자 회담 등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끌고 나오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통미봉남(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전략)하려고 하겠지만 미국이 대북관계에 있어 한국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북·미, 4자, 6자 등의 순으로 대화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측에 대화를 제의하며 유연한 태도를 보인 우리 정부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 측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병로 교수는 “북한의 대화 제의 거절에 유감으로 맞받아칠 게 아니라 인도주의 대북 지원을 허용하는 등 무언의 화해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거절은 과거처럼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수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과 더불어 개성공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물밑접촉도 계속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신뢰 구축에만 매몰된다면 다면적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두고 십이령을 넘나든 이력과 간담을 가진 부상들도 벼랑길에서 실족하여 열 길 계곡 아래로 나동그라져 졸지에 열명길에 들거나, 평생 고질을 얻어 신세를 망친 사례도 허다하였다. 길이 얼마나 험했으면 샛재의 성황사를 비롯해서 고개치마다 성황단을 두고 내왕길의 안녕을 빌기까지 했을까. 울진 포구의 염부들과 내성의 보행객주들이나 포주인들이 정한조 행수 일행을 “소금 장수 행수 상단”으로 부르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의 일이었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반수 권재만과 도감 정한조를 제외한 행중의 수하 원상들 20여 명과 담꾼 40여 명은 모두 삼십대 나이를 크게 넘지 않았다. 심지어 황구의 소년도 둘이나 있었다. 이십대이거나 십대이거나 모두 혈기 방장하고 강단 있는 장한들이어서 흥부 장시나 현동 저자와 내성 장시의 협잡꾼들이 섣불리 덧들이지 못했다. 원상들이 돈독한 결속력을 가지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르는 십이령은 오래전 흥부와 내성의 부상들이 개척한 것이고, 그 쇳덩어리나 다름없는 소금섬을 지고 한 번도 쉬지 않고 한 고개를 넘을 수 있는 근력을 가진 부상들도 이들뿐이었다. 때문에 언제부턴가 울진 포구 염전에서 거둬들인 소금은 전매품처럼 이들이 독차지해서 내륙의 장시와 거래하게 되었다. 이들이 다른 소소한 병문친구나 횡행하는 무뢰배들과 다른 점은 보기 드물게 부상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금 상단 행중은 십이령에서 실족한 길손을 만나면 지체 없이 구완하고, 보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행려병자를 구급하였다. 샛재를 떠나 숫막이 여럿인 말래의 도방 거리*에서 한숨을 돌린 정한조 일행은 곧장 염호들이 즐비한 수산천 어름의 염막을 찾았다. 그곳에는 육십 줄에 접어든 소금 도가 포주인 송석호가 삽살개 한 마리를 기르며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소싯적부터 염전에 종사하여 반평생을 오직 토염 생산에만 종사한 사람이었다. 염막을 경영하며 적지 않게 화식하여 거관(巨款)을 거두어 부호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오래전 상배를 당했는데도 재취를 하지 않고 홀아비로 늙어 가고 있었다. 수산천이나 흥부 염전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그가 돈꿰미를 헤아리는 꼴을 엿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색하였다. 적잖이 식산한 것은 틀림없겠는데, 언제 보아도 입성은 하방 천인처럼 꾀죄죄하였고, 한겨울에도 풍창파벽에 군불조차 지피지 않은 냉골에 부들만 깔고 기숙하였다. 방에는 거처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털 빠진 개가죽과 구멍 뚫린 부들자리, 휘장도 없고, 이불도 없고, 모포도 없고, 평풍도 없고, 등잔조차 보이지 않았다. 깨진 화로에 불씨도 없었다. 그가 사시사철을 막론하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된추위가 맴도는 냉골에서 떠나지 않고 기거하는 것은 숨겨 둔 엽전 꿰미에 혹여 녹이 슬까 염려하기 때문이란 소문들이 염전 일대에 파다하였다. 그러나 다른 소문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수하에 거느린 염부들이 모두 잠든 사이에 놋쇠 대야를 갖다 놓고 숨겨 두었던 엽전 꿰미를 꺼내 엽전 하나하나를 대야에 떨어뜨려서 그 쨍그랑쨍그랑하는 소리를 혼자서 즐긴다는 것이다. *도방 거리:임소나 접소처럼 보부상을 통제하던 기관이 아니다. 각도에 왕래하던 보부상들의 숙박 처소였다. 부상은 부상 도방, 보상은 보상 도방이 있었는데 대개 장시나 포구 주변에 있었다.
  • 김응용 한화 감독 “어~ 현진이는 없고, 동열이는 잘나가고… “

    김응용 한화 감독 “어~ 현진이는 없고, 동열이는 잘나가고… “

    한화와 NC는 언제쯤 시즌 첫 승을 신고하게 될까.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두 팀의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8일 현재 한화가 7연패, NC가 5연패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꼴찌 한화는 이미 창단 이후 개막 최다 연패에 빠졌고 NC도 신생팀 창단 첫해의 개막 연패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팀의 마수걸이 승리가 시즌 초반 관심을 끄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먼저 승리를 챙긴 팀은 한숨 돌리겠지만 여기서도 밀리는 팀은 9개 구단으로 출발한 올 시즌 사상 첫 9위의 수모를 견뎌야 한다. 두 팀의 연패 탈출 시점을 점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예단하기를 꺼린다. 두 팀의 전력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약점을 간파한 다른 팀들이 승수 쌓기의 제물로 삼겠다고 덤빌 판이니 더욱 어렵다. 두 팀의 초반 연패가 길어지면서 올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화는 주중 3연전(9~11일)을 대구에서 치른다. 개막 2연패 뒤 2연승의 상승세로 돌아선 ‘디펜딩 챔피언’ 삼성과의 버거운 승부가 예상된다. 한화는 마운드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간판 류현진(LA다저스)과 박찬호(은퇴)의 공백이 크다. 방망이는 다른 팀에 견줘 결코 약하지 않지만 선발, 불펜을 가릴 것 없이 마운드가 약세다. 이 탓에 7패 가운데 4패가 역전패였다. 실제로 한화는 팀 타율 .260으로 6위에 올랐지만 평균자책점은 무려 7.30으로 가장 많다. 수치상으로도 한화의 투타 불균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화는 3연전 첫날 유창식을 선발로 투입한다. 유창식은 지난 3일 KIA전에 등판해 4이닝 동안 8안타 4볼넷으로 8실점으로 부진했다. 선발 맞상대는 윤성환이다. NC는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창단 첫 승에 도전한다. 지난 3일 롯데전에서 7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찰리에게 기대를 건다. 하지만 LG 역시 투타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연패를 끊기가 쉽지 않다. NC는 신생팀의 고질적인 숙제를 드러냈다. ‘공·수·주’에서 자랑할 만한 강점이 없고 고비를 넘어가는 위기관리 능력도 떨어진다. NC는 팀타율이 .224로 9위이고 평균자책점은 .491로 여섯 번째로 높다. 외국인 선발 삼총사가 주도하는 마운드보다 타격 부진이 더 심각한 문제다. 결국 이호준 등 베테랑 타자들이 제 몫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실책 없는 수비도 절실하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소극장 “객석 70% 채워야 본전”… 정부지원은 별 따기

    소극장 “객석 70% 채워야 본전”… 정부지원은 별 따기

    최근 공연계를 식겁하게 한 일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뮤지컬센터에서 공연 개막을 사흘 앞두고 공연장 출입이 전면 통제된 것이다. 시공사와 시행사의 갈등이 고조된 탓이다. 이 건물 시공사인 D기업은 건물주 A기업에서 받지 못한 공사비 미지급분 140억여원에 대해 1일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겠다고 고지했고, 배우와 스태프들의 공연장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제작사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낸 공연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다행히 공연은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공연장 사용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사용방해의 금지를 명하는 기간은 뮤지컬 공연의 종료일까지로 한정한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이 문을 닫았다. 연출가 김민기가 이끄는 극단 학전의 보금자리로, 17년 동안 5000회가 넘는 공연을 열어 온 대학로의 명소였다.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의형제’, ‘빨래’까지 다양한 뮤지컬을 올리면서 소극장 뮤지컬의 산실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래서 단순히 극장이 하나 사라진 것쯤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소극장을 중심으로 생성된 대학로에서 소극장 학전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 대학로에 불어닥친 또 하나의 위기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연극계에서는 “1920년대 신연극이 시작된 이후 계속 위기라는 말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형식으로 불거진 대학로 공연계를 향한 압박은 “새로운 생존 방안을 찾을 때”라는 것을 보여 준다. 현재 대학로에 있는 중·소극장은 130여개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이 150~200석 규모의 극장이다. 이곳에서 매일 공연이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순수연극은 많지 않다. 순수연극을 하기에는 극장 대관료가 너무 비싸다.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운영하는 대학로예술극장이나 아르코예술극장은 하루 대관료가 공연과 연습이 각각 30만원 선이다. 서울연극협회가 지원하는 설치극장 정미소나 실험극장 예술공간서울의 경우는 2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대부분 소극장은 대관료가 50만~60만원에 이른다. 이것도 150석 규모에, 객석이라고는 계단식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는 수준의 극장이 이 정도다. 기본 3주 공연을 하려면 대관료만 1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평균 티켓 가격을 2만원으로 봤을 때 하루 관객 30명만 들면 대관료를 뽑을 수 있지만, 소극장 작품이라도 공연 제작비가 상당 규모라 객석 점유율을 70%는 넘겨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출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들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코미디나 로맨스, 성인물 비중이 커지는 이유다. “연극 한 편을 올리기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1년 동안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한 한 극단 대표는 “순수연극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사회 의식을 녹여낸 연극을 올려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드물다. 3주 정도 공연하면서 매일 절반 정도 객석을 채웠는데도 수익은커녕 대관료만 겨우 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 출연료, 무대비용, 진행비 등 나머지 제작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소극장 대관료를 낮추도록 강요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건물주가 소극장을 자체 운영하는 경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소극장은 임대해 들어간 경우다. 최근 10년 사이 대학로 일대 지가가 2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임대료는 더 뛰었다. 2년 전만 해도 월 임대료 500만원 정도였던 한 소극장은 계약 갱신 시점을 앞두고 800만원으로 올랐다. 연간 운영비가 1억원을 육박하게 된다. 문 닫는 소극장이 속속 생기는 이유다. 배우 김갑수가 운영하던 배우세상소극장(2006년 개관)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5월 문을 닫았고, 새 주인을 맞았다. 배우 겸 연출가 고(故) 박광정이 꾸렸던 극단 파크의 거점이었던 정보소극장(1993년 개관)도 지난해 말 운영주가 바뀌었다. 각각 배우 중심의 연극을 내세우고, 순수연극의 전초기지라는 의미 있는 공간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대관료와 임대료의 수직 상승과 맞물려 대학로 공연계는 늘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연예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로 생태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공단체의 지원은 필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009년부터 예술전용공간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공연장이 공연단체에 대관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지원 형식이다. 작품 선정에 공연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원 폭도 턱없이 좁다. 공연예술 분야의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창작 팩토리 사업의 경우 지난해 연극, 무용, 오페라 등을 통틀어 43개 작품만 선정됐다. 서울연극협회에 소속된 극단이 25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좁은 문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정책분과이사는 “정부가 2009년에 마련한 지원정책은 순수예술의 지원 여부를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었다. 자생력이 약한 순수예술계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없다면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공연장의 의미와 성격, 역사성을 따져서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일로예술극장(서울 중구 저동), 산울림소극장(서울 마포구 서교동)처럼 순수공연예술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는 곳을 먼저 지원해 꼭 가야 할 공연장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식이다. 단체나 연극동인 등 협동조합 형태로 극장을 운영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공연예술계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김민섭 세실극장 대표는 “꾸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연극계의 본질이 사라지고 자본과 상업주의에 휩쓸리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형 뮤지컬이나 대극장 연극, 스타들에만 관심과 후원이 집중되는 현상은 순수예술계가 극복해야 할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새로운 시대정신과 연극 양식 추구를 기치로 내걸고 시작한 소극장 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 창작 인큐베이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MLB] 아쉬운 첫 퀄리티스타트

    첫 패전이었지만 퀄리티스타트로 치른 괜찮은 데뷔전이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과3분의1이닝 동안 10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5개를 솎아내며 3실점으로 역투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번째 선수로 데뷔한 그는 역대 열네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박찬호(은퇴)와 최희섭·서재응(이상 KIA)에 이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네 번째 한국인이 됐다. 그러나 팀이 0-3으로 져 패전의 멍에를 썼다. 상대 좌완 선발 매디슨 범가너가 그를 도울 다저스 타선을 완전히 잠재운 탓이었다. 범가너는 8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낚으며 단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8일 오전 5시 10분 피츠버그전이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0-1로 뒤진 7회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의 실책과 안타로 만들어진 1사 2, 3루의 위기에 로날드 벨리사리오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셀러스의 홈 송구 실책으로 주자 둘이 홈을 밟아 실점이 3으로 불었다. 하지만 야수 실책인 탓에 자책점은 1점에 그쳤다. 투구수 80개 가운데 55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진 류현진은 최고 구속 148㎞를 찍었고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긴장한 탓인지 직구 제구가 흔들리며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냈다. 특히 7명이나 포진한 상대 우타자들의 몸 쪽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류현진은 볼넷 없이 2루타 이상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고 병살타 3개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그는 경기 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실점이 적은 게 다행”이라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던진 공이 안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첫 실점과 하위 타선에 내준 안타가 아쉬웠다”며 “오랜만에 크게 긴장했고 진 것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음 경기에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1회 앙헬 파간에게 빗맞은 안타, 마르코 스쿠타로에게 번트 안타를 내줘 순식간에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파블로 산도발을 중견수 뜬공,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버스터 포지를 3루수 병살로 처리해 한숨 돌렸다. 2회에도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에 몰렸지만 안드레스 토레스를 병살타로 유도하고 브랜든 크로퍼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낚아 불을 껐다. 불안감을 보이던 류현진은 4회 1사 후 포지 등에게 연속 3안타를 내주며 결국 1실점했다. 5회를 병살타 등 무실점으로 넘긴 류현진은 6회 산도발, 포지, 헌터 등 중심 타선을 제물로 첫 삼자범퇴를 일궜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에게 잘 던졌다고 말해 줬다”며 “투구 내용이 시범경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데뷔전에서) 아주 잘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볼 스피드에 변화를 주는 모습이 좋았다”면서도 “변화구의 각도가 좋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A J 엘리스도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많은 교민을 비롯해 4만 5431명이 그의 투구를 지켜봤다. 류현진이 6회 3루 땅볼을 때린 뒤 전력 질주하지 않자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무조건 내 잘못”이라며 “팬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숙였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택시 ‘불법 사납금’ 피눈물 “안 낸다 버티면 해고당해”

    “사납금제 거부한다고 해고당했습니다. 사장이 왕인데 사납금제 안 하면서 버틸 기사가 누가 있겠습니까.” 택시기사 윤대현(61·가명)씨와 심성수(63·가명)씨는 28일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 것은 2009년 4월 1일. 새로 온 사장은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적용하던 회사에 그해 10월 1일부터 사납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법이 사납금제를 금지하고 있었지만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조와의 새로운 교섭 체결 없이는 임금 체계를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은 묵살했다. 기사들에게는 개별 근로 계약을 강요했다. 매일 10만원 이상의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사납금제는 택시 기사들에게는 고역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매일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돈줄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택시기사가 이용자에게 받은 요금 전액을 사용자에게 납부하고 사업자는 이를 바탕으로 월급 형태로 급여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20여명이 버텼다. 회사는 “좋은 차를 주겠다”거나 “배차를 하지 않겠다”며 회유와 협박을 시작했다. 회사 건물에 있던 노조 사무실을 컨테이너로 옮기더니 용역을 불러 집기를 부쉈다. 급기야 지게차로 컨테이너 전체를 바깥으로 옮겼다. 윤씨 등이 고소해 이후 법원에서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 사납금제를 거부하는 기사는 일곱 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기껏해야 벌금 수십만원을 냈을 뿐이다. 마지막에는 윤씨 등 네 명만 남았다. 남은 사람들에 대한 보복은 더 심했다. 경기도에 사는 심씨가 2시간여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에 있는 회사에 도착하면 “2분이 늦었다”며 배차를 하지 않았다. 윤씨의 차를 매각하고 윤씨를 예비기사로 돌려 배차를 줄였다. 못해도 150만원이 넘던 월급이 어떤 달에는 50만원대로 떨어졌다. 참지 못한 한 명은 퇴사했다. 다른 사람은 승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심씨는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윤씨는 근로계약 체결 거부와 폭행, 폭언, 업무방해, 정리해고 등 일곱 가지 사유로 2011년 4월 해고됐다. 노동청과 법원은 윤씨의 해고 사유 중 여섯 가지는 근거가 없거나 회사 측의 억지라고 판단했다. 한 가지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마저도 해고의 이유로 삼기에는 과중하다고 봤다. 남은 네 명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와 함께 2011년 5월 서울남부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이들에게 각각 1150만~153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끝났을까. 윤 변호사는 “1심만 1년 8개월이 걸렸는데 상대방이 항소했다. 대법원까지 가면 지금보다 몇 년은 더 걸릴 텐데 확정 판결 전에는 배상액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윤씨와 심씨는 마땅한 직장도 없다. “사납금제가 불법이고 전액관리제가 합법 아닙니까? 법 지키겠다는 사람은 해고당하고, 불법 업주는 봐주는 게 택시업계의 현실입니다.” 지친 윤씨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반쪽짜리 KPGA 일정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21일 올해 투어 일정을 발표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일정이지만 옹색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보다 1개 대회 늘어난 15개 대회로 짜여졌다. 그러나 곳곳에 ‘허수’투성이다. 밀리언야드컵을 뺀 순수 프로 대회는 14개. 이 가운데 순수한 국내 대회는 9개뿐이다. 그나마 2개 대회는 아직 대회 장소와 총상금 등이 ‘미정’이다. 국내 선수들에게 “올해 투어를 이렇게 하겠노라”고 펼쳐 놓은 밥상이 실제로는 담다가 만 밥그릇이고, 반 토막 난 생선인 셈이다. 개막전은 지난해와 같이 발렌타인 챔피언십이다. 4월 25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개막된다. 그동안 말이 많았다.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대회에 국내 투어 선수들이 발만 조금 담그는, 거의 남의 나라 투어 대회였기 때문이다. 총상금 33억원이 걸려 있고 제법 주머니가 두둑할 만도 하지만 지난 다섯 해 동안 국내 챔피언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 5월 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 10월 CJ인비테이셔널과 코오롱한국오픈 등 제법 총상금 규모가 굵직한 대회들도 원아시아투어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탓에 국내 선수들이 상금을 챙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KPGA 투어가 그리 풍성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올해처럼 ‘머리 떼고 꼬리 떼고 나니 남은 건 앙상한 뼈다귀뿐’은 아니었다. 2년 가까이 치른 내분 탓이다. 전 박삼구 회장이 7년여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퇴진하면서 협회는 신임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관을 무시한 신임 회장 선출과 맞소송, 관련 직원들의 교체 등 여러 차례 홍역을 겪고 난 터라 늘리기는 고사하고 온전한 투어 일정을 유지하기란 애당초 기대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프로 골퍼의 첫 번째 목적은 골프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다. 지난 2월 태국에서 열린 윈터투어에서 “프로 12년차인데, 지난해 집에 가져간 돈은 고작 600만원 안팎이었다”는 한 중고참 프로 골퍼의 한숨이 KPGA의 현재 모습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준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서 많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 반을 생활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겉으론 입주 초기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해졌을 뿐 입주 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들 한다. 주거형태도 가족까지 몽땅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한다. 출퇴근자와 나홀로 둥지족들이 많다 보니 근무 형태나 여가문화 트렌드는 많이 달라졌다. 세종청사 출범 6개월, 이주 공무원들의 달라진 생활문화와 그들만의 애환을 소개한다. 세종청사 입주로 겪은 가장 큰 변화라면 이동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청사주변에 먹거리나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인근 도시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조치원이나 공주, 유성까지 가고오는 데만 40분~1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출퇴근 공무원들은 ‘원정 점심’까지 감안 하면 하루 대여섯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원거리 출퇴근이나 원룸생활 등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회식이나 근무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과천·인천·안양 등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셔틀버스를 놓치면 하루가 완전히 꼬인다. 출근 셔틀버스는 지역에 따라 출발 시간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서울 신도림이나 인천 등 수도권 한복판에서는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서울 목동에서 매일 출퇴근 한다는 한 사무관은 “셔틀버스 출발지인 신도림까지 나오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하루 평균 5시간 넘게 버스에서 갇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10~20분 전부터 하던 일을 접는다.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출발하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와 과천시 인덕원 등 일부 노선은 오후 8시와 9시에도 출발하는 차량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한번 떠나면 끝이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목 베개도 필수품이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목 베개를 꺼내 두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서만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KTX나 승용차 이용자를 제외하고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거리 출퇴근자들에게는 ‘야근’이나 ‘연장근무’란 말은 다른 나라 얘기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때는 그냥 남녀 휴게실에서 잔다. 휴게실은 부처별로 마련돼 있는데 이층침대 형태로 24명(남녀 각 12명)까지 잘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에게 야근을 강요할 수 없어 휴게실을 이용하는 빈도는 사실상 매우 낮다. 나홀로 둥지족들도 많다. 가족이 내려오지 않은 공무원은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2~3명씩 공동생활을 한다. 이런 공무원들을 지칭해 ‘세종총각’ ‘세종댁’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장거리 출퇴근자들 때문에 부서별 회식도 주로 점심으로 돌린다. 저녁에 일정을 잡았다가는 뭇매(?)를 맞게 되는 분위기다. 저녁 회식이 줄어들면서 대신 여가 활동에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나홀로 둥지족들은 썰렁한 집에 일찍들어가기보다 처지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 헬스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 이른 아침과 퇴근 후 청사 체력단련실은 운동 마니아들로 항상 북적인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가장 번거롭고 심란해 하는 게 국회 출장이다. 그런데도 부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행을 하게 하는 분위기다. 정책이나 법안을 충분히 이해시켜 각 부처가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번거로운데 자료만 보내달라”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직접 올라가는 것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 15일 출근길에 만난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국회에 가서 협의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는 중”이라며 “10분 설명하기 위해 오가며 하루 일과를 다 허비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부처의 한 과장은 이틀 전 10명의 본부 과장이 줄줄이 국회에 올라가 설명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요즘 ‘취미’가 서울과 오송을 오가는 ‘KTX 예약하기’”라며 웃었다. 그는 세종시에 숙소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회의가 있다 보니 서울 명동 은행회관이나 정부서울청사로 더 자주 ‘출근’한다. 그렇다고 세종청사에 들르지 않을 수도 없다. 하루만 빠져도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가 된다. 얼마 전에는 세종청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 회의를 하고 저녁 때 약속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왔다가 다시 막차를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에서 있는 조찬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종시에 내려온 지 이제 넉 달인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에 벌써 지쳐간다”면서 “국감 시즌이면 아예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장비를 담당하는 사회부처의 한 주무관은 “서울 출장이 너무 잦다 보니 연말까지 사용해야 할 출장비가 다음 달이면 바닥날 것 같다”며 “어떻게 예산을 전용해야 모자란 출장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세종시에 내려온 공무원들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안부와 조직·인원 협의나 청와대 보고, 타 부처와의 회의 등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을 오르내리는 ‘셔틀근무’가 피곤하다고들 하소연한다. 특히 조직·인사와 공무원들의 처우관리를 하는 행안부가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서 ‘이래라저래라’한다며 속을 끓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국회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세종청사 내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분원이나 서울출장소를 마련하고 화상회의 등 물리적인 공간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부처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야 위엄이 선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사를 벗어나면 세종시는 대도시로서의 기본조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의료시설이다. 세종청사 주변에서 의료시설이라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에 소아과와 내과 딱 두 곳뿐이다. 종합병원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전이나 조치원 등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월요일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전화했더니 세종시에는 치과가 드물다고 하더라”면서 “이곳에서는 아프면 생고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또 다른 여성 사무관은 최근 한밤중에 일어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한밤중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해 난감했다”면서 “인근에 병원이 없어 아이를 싣고 무작정 대전시내 큰 병원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급성 장염이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여러 날 오가느라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청사에서는 이런 불편해소를 위해 청사 내 간이 진료실을 마련했다. 또 종합병원 등과 연계해 순회 진료도 정례화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불만을 해소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청사 부처 노조위원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세종시 이전계획 원안 고수’를 고집했는데 요즘은 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불편한 점이 부각될 때마다 ‘문제 없다’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세종시와 행안부 말만 믿고 언제까지 인내하며 생활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데스크 시각] 힘내라고는 했지만…/최용규 메트로부장

    [데스크 시각] 힘내라고는 했지만…/최용규 메트로부장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얼굴을 내밀지는 못하지만 30년 넘게 만나는 친구들 모임이 있다. 궁핍했던 시절, 상고에서 만나서 그런지 형제 이상으로 끈끈하다. 다들 나이 쉰이 넘었지만 소주 한두 병은 게 눈 감추듯 하는 주량에다 마음을 오그라들게 하는 거침없는 독설, 진한 풍자가 이골이 난 그들. 가끔 움찔하게 했지만 사실 내겐 청량제였다. 돈이 뭔지를 일찍부터 알아서일까. PC가 낯설던 1980년대 중반, 컴퓨터 사업에 뛰어들어 남보다 먼저 기반을 다진 L, 상대를 나와 지방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J. 자수성가한 그들은 제법 부티가 났고,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라며 월 회비를 반으로 깎아줄 만큼 인정도 많았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사업을 접겠다는 J의 느닷없는 발언에 기자·교사 등 월급쟁이 친구들은 “100% 관급공사만 하는데 무슨 엄살이냐”고 받아친다. 연거푸 들이켠 소주잔에 얼굴이 불콰해진 J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며 역정을 낸다. 좀체 화를 내는 법이 없던 친구다. 건설업을 때려치우겠다는 J의 사정은 이렇다. 이명박 정권 때 인우 보증서를 없애 다 박수쳤는데 요즘 와선 그게 족쇄가 됐단다. 공사이행보증서를 발급받으려고 보증보험사에 갔더니 5000만원을 현금으로 맡겨야 보증서를 끊어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마련해 보증서를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보증서가 없으면 관급공사를 할 수 없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빚을 내 보증보험사에 바쳐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인우 보증서를 없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건설업계에 불황이 덮치면서 망하는 회사가 속출하자 보증보험사가 해괴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단속하는 관은 없다. J는 “인우 보증서 폐지가 자금력이 달리는 건설업자에겐 독이 됐다”고 한탄했다. 또 무서운 게 물가다. 현재 관급공사는 최저낙찰제다. 공사비를 가장 낮게 써낸 업체에 공사를 준다. 설계가의 75% 선에서 공사를 딴 원청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수주한 금액의 86% 정도로 공사를 준다. 하도급 업체에서 보면 설계가의 64% 내지 65%로 받는 셈이다.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선에서 공사를 받으면 5% 정도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때보다 유류세와 인건비가 24% 정도 올라 공사를 하면 할수록 밑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저히 버티지 못하겠다는 게 건설업자 J다. 잠자코 J의 말을 듣던 L이 “그나마 너는 나보다 낫다”며 한숨을 푹푹 쉰다. 모임이 재산이라는 L. 동창회 모임 등 회비를 내는 모임만 20개가 넘는 친구다. 그런 그가 사업을 집어치우고 인천에 있는 처남 유리공장 관리인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토록 애지중지했고, 자랑으로 삼았던 ‘재산’(인간관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L은 “한계상황에 온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J는 “정부가 당장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위(대기업)가 무너진 IMF 외환위기 때는 아래까지 내려오는 데 그래도 완충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위를 떠받치는 아래가 완전히 무너졌다.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면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조기에 마련하겠다”는 경제수장 후보자의 현실인식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역까지 배웅하는 그들에게 “좋아지겠지. 힘내라”고 했지만 참 어색했다. ykchoi@seoul.co.kr
  •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지난 9일 아침,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한 도시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승무원이 나눠주는 8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를 무심히 받아들었다가 아연실색했다. “평양, ‘제2차 조선전쟁’ 위협”이란 타이틀로 1면 전체를 할애한 기사는 금방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텔레비전을 켜니 중국관영 CCTV 뉴스채널은 물론, CNN 등 세계 여러 방송이 주요 뉴스로 관련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쪽배를 타고 다가오는 김정은을 향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두 손을 치켜들고 미친 듯 환호하는 일단의 장병과 주민들. 광신 집단의 행태를 뛰어넘는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익숙한 비웃음이나 지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시청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남의 나라 일인데도 말이다.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종편 뉴스채널을 연결하고 국내 여러 신문을 검색했다. 역시 헤드 뉴스는 모두 북의 협박과 그에 대한 상보였다. 하지만 남이 아닌 우리의 일인데도 남들의 보도보다 훨씬 가벼웠고 긴박감도 떨어졌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한편 생각하니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들은 바로도, 우리는 종전 이후 단 한 차례도 북의 침략에 진정으로 분노하고, 결집된 국민의 의사로 보복을 거론한 적조차 없었다. 청와대 습격을 위한 침투에도, 아웅산 묘역의 그 참혹한 테러에도, 심지어는 무고한 민간인을 향한 연평도 포격에도. 과연 이건 담대함인가, 둔감함인가? 답은 이틀 후인 월요일 아침에 나왔다. ‘안보 위기에도 주말 골프장 메운 군 장성들’, 이게 무슨 소린가. 북의 위협보다 더 두렵고 기막힌 이 담대함이라니! 결코 둔감함으로 볼 수 없기에 담대함이라 말했지만 실상은 그도 아닌 듯싶다. 천안함 피폭사건 이후 어쩌다 마주친 북쪽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다. 듣는 순간 분노보다 낯이 뜨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래서 망각하려 애썼지만 이젠 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신들 군대는 어찌 기래, 얻어 맞았으면 제대로 복수를 하든지. 밖에서 두드려맞고 집에 돌아가 형에게 징징거리는 못난이처럼….” 대한민국 군대, 특히 어깨 위에 별을 단 수뇌부는 이 조롱에 뭐라 답할 것인가. 아주 가깝게는 이른바 ‘노크 귀순사건’ 때도 우리는 지휘관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기보다 눈물이나 글썽대는, 그야말로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명색 군인이, 그것도 장군이 말이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도 그랬지만 이번 3차 핵실험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지 않은가. ‘머리 위에 인 핵’이란 수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북은 공공연히 핵 전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눈앞에 직면한 고조되는 위협에도 군인이라는 이들이 한가하게 골프라니! 한두 번 겪은 공갈도 아닌데, 심리전 압박 운운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근거 없는 분석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인이 할 말은 아니다. 진정한 군의 자세는 적의 사소한 공갈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 적을 뜨끔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서 만만하게 보인 결과가 종전 후 지난 60여년 동안 끊이지 않은 적의 도발이었다. ‘군의 강경한 대응이 국민의 불안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따위는 이제 핑계조차 되지 못한다. 오히려 군이 너무 안일해 국민들까지 ‘머리 위에 인 핵’에도 무심한 지경이 됐다. 경제적 불안 운운도 군이 거론할 일은 아니다. 군은 오직 전쟁에 대비하는 집단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지켜야 할 뿐이다. 강력한 군과 거기서 비롯되는 굳건한 안보,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당한다는 본때는 오히려 경제 안정과 대외적 신뢰의 발판이 될 터이다. 더구나 작금의 첨예한 동북아 정세에서 ‘징징거리는’ 군의 자세로는 외교적 협상에서도 불리한 전제 여건이 될 뿐이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국군을 사랑하고 믿는다. 그러나 일부 개념 없는 지휘부의 일탈이 그 사랑을 외면과 분노로 돌아서게 한다. 적의 위협 앞에서도 골프장 아니면 체력단련이 안 되는 군이라면 이참에 뿌리째 바꿔야 한다. 차라리 군 전용 골프장부터 폭격하라고 말하고 싶다. ‘골프장 출입금지 지시는 없었다’ 따위의 변명으로 조직을 보호하려는 자세는 더 염려스럽다. 창피함을 모르는 것을 넘어 뻔뻔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 ‘잿더미 집’ 이틀째 삽질 해봤지만 한숨만…

    ‘잿더미 집’ 이틀째 삽질 해봤지만 한숨만…

    1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시꺼멓게 변한 마을 뒷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불은 하루 전에 꺼졌지만, 잿더미에서 나는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을회관을 지나 야트막한 뒷산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폭격을 맞은 듯한 김득렬(56)씨의 무너진 집이 나왔다. 토요일 오후 9시쯤 집으로 날아든 불길을 피해 체육복만 걸친 채 뛰쳐나왔다는 김씨는 지붕과 가재도구 모두 사라지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곳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삽으로 타다 남은 잿더미를 치워보지만, 역부족이다. 김씨는 “폭격 맞은 듯 내려앉은 집을 그냥 두지 못해 이틀째 나와서 잿더미에 몇 번 삽질을 해봤지만, 답이 없다”며 “사람의 손으로 도저히 치울 수가 없어 중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집에서 산자락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주인 조차 없는 폐허가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양철판은 마구 구겨진 채 널브러져 있고, 뼈대만 남은 집은 손만 대도 무너질 것 같았다. 전쟁 때 포격을 맞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가재도구에서도 타는 냄새가 남아 있다. 수십 년간 마을 뒷산을 지켰던 아름드리 소나무는 숯덩이로 변해 있었고, 잡목과 어린 나무는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소방헬기가 뿌린 물은 잿더미와 섞여 질퍽했다. 산자락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피해는 마찬가지였다. 엄주현(59)씨의 집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든 불씨에 안방과 창고 등을 모두 태웠다.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울산 울주군 전체 26가구에 이른다. 현재 이재민들은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에서 이틀째 생활하면서 지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산불은 ‘자연재해대책법’상 인적재난으로 분류돼 정부와 지자체의 피해 보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 농촌마을이라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영복(62) 신화마을 이장은 “이번 산불이 신화마을(130가구 중 15가구 피해)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면서 “나이가 많은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새로 집을 짓기도 힘든 형편인 만큼 정부가 지원을 해주든지, 아니면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축산농가의 피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신화마을에서 농로를 따라 800m가량 이동하자, 이하우(45)씨의 축산농가가 나왔다. 이씨가 키우던 350마리의 개 가운데 170마리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 개들도 연기를 많이 마셔 폐렴 등 후유증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학생 아이들 뒷바라지와 생활비 마련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주군의 중간 조사 결과, 이번 산불로 폐사한 닭, 개, 소, 염소 등 가축은 450마리에 이르고, 양봉도 150통이나 손해를 입었다. 자식처럼 기르던 가축을 잃은 축산농가는 생계가 막막하다. 소규모 사육으로 가축공제보험(국가 50%+농가 50%)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와 울주군은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금 5억원을 산림복구에 긴급 투입할 계획이다. 울주군은 이날 현장을 돌며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동식 주택 지원 등 피해 복구대책을 논의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화재는 인적재난이라 정부와 지방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고,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산불을 낸 사람이 잡히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는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울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사흘간 땅굴 대피 훈련”…자취 감춘 북한 주민들

    “사흘간 땅굴 대피 훈련”…자취 감춘 북한 주민들

    “북한 주민들이 오늘부터 사흘간 땅굴 대피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당분간 북한 사람들 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된 11일,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긴장감이 팽배했다. 평소 압록강철교를 통해 줄지어 왕래하던 북한과 중국 트럭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 주민들이 이날부터 사흘간 대피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그나마 유지되던 북·중 교역마저 끊길까 그는 전전긍긍했다.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한국인 무역상 박모(63)씨도 “북한 주민들은 미국이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면서 “한·미 군사훈련 때문에 주민들이 식료품까지 죄다 싸들고 땅굴로 대피한 만큼 단둥의 북·중 무역은 당분간 극심한 침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1~2월에 무역 계획 수립, 품의 등의 절차를 거쳐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거래선에 주문량을 알려오곤 했지만 올해는 영 딴판이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점으로 북한 측 주문이 절반 이상 끊긴 뒤 3차 핵실험, 유엔 대북제재, 한·미 합동군사훈련, 북한주민 대피훈련 등이 이어지면서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평소 북한인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즐겨 찾던 단둥 얼징(二經) 거리도 인적이 드물었다. 상점들은 일요일인 전날 평소 폐점시간보다 2시간 앞서 오후 4시쯤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시징제(西經街) 대형마트 내 귀금속 브랜드 저우다푸(周大福) 매장의 한 직원은 “올 들어 북한 손님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둥 시내 대부분의 북한 식당도 한산했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 교역물품 감시도 대폭 강화됐다. 단둥 세관에서 5㎞ 떨어진 화위안루(花園路) 검역 창고의 경우, 하루 물동량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세관에 앞서 실질적인 검역 절차를 밟는 곳으로 이날 창고에는 경운기, 철강, 식료품 등이 적재된 수십대의 대형 트럭들이 주차돼 있었지만 관계자는 “평소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라고 귀띔했다. 창고에서 만난 중국인 건설 자재 무역상사 직원은 “검역관들이 과거에는 화물 10개 중 1~2개만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다면 지금은 3~4개를 검사하는 등 두 배로 검역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부터 단둥 세관의 통관 심사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검역 물량과 시간 역시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날도 2인 1조의 세관 직원들이 화물 출입국 서류를 확인하고 컨테이너 안을 살펴본 뒤 물건과 서류가 일치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북·중관계의 ‘이상기류’ 여파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 건설이 북한과 중국 측 구간에서 비대칭적으로 이뤄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중국 측이 맡은 공사 구간의 교량은 벌써 우뚝 솟아오른 반면 북한 측 구간은 여전히 기반 공사에 머물러 있었다. 신압록강대교는 단둥 랑터우(頭)에서 신의주 신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로 공사 구간은 교량 3㎞를 포함해 양국의 교량진입로 등 모두 12.7㎞에 이른다. 츠(遲)씨 성의 중국 측 공사 관계자는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전액을 출자해서 만드는 다리로 우리는 추위가 끝난 지난 9일부터 공사를 재개했지만 북한 쪽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디(佳地) 광장 류경호텔 21층에 있는 북한 선양(瀋陽)총영사관 단둥 지부에서 만난 한 여성 간부는 안보리 대북 제재와 관련, 짜증 섞인 목소리로 “추가 제재든 뭐든 맘대로 하라고 해라”면서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든 뭘 하든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맞설 것이다. 물러설 일은 절대 없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글 사진 단둥(랴오닝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안철수 “새로운 정치 위해 가시밭길 가겠다”

    안철수 “새로운 정치 위해 가시밭길 가겠다”

    미국에 머물던 안철수(얼굴)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오후 귀국해 “새로운 정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며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투표 뒤 출국한 지 82일 만이다. 안 전 교수는 이날 오후 샌프란시스코발 대한항공 KE204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든 것이 제 부족함이고 불찰이었다. 부족함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대선 패배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한숨을 덜어 드리는 게 제가 빚을 갚는 일이다. 그 길을 위해 한 발씩 차근차근 나아가며 다시 시작하겠다”며 정계 복귀의 각오를 밝혔다. 그는 ‘안철수 신당’ 창당에 대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노원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안 전 교수는 정계 복귀의 첫 공식 일정으로 12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이어 이번 주 내 보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안 전 교수는 귀국에 앞서 캠프 인사들을 통해 노원구 상계동에 전세 아파트를 마련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신세계’는 남자 로망 다룬 종합선물세트… 최민식 덕분에 흥행했죠”

    “‘신세계’는 남자 로망 다룬 종합선물세트… 최민식 덕분에 흥행했죠”

    영화배우 최민식이 밀어주고, 하정우가 믿고 따르는 남자. 황정민은 그를 돕겠다며 출연료를 깎았다. 관객 330여만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에 돌입한 영화 ‘신세계’의 제작자 한재덕(43) ‘사나이픽처스’ 대표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베를린’의 프로듀서를 거쳐 창립 작품인 ‘신세계’를 흥행시키며 한국형 누아르를 부활시킨 그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의리파로 통한다. 지난 8일 한 대표를 만났다. 전혀 영화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건물. 5층에 올라 반신반의하며 ‘사나이픽쳐스’라고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는 문을 열자 직원들이 반갑게 맞는다. 카펫도 깔리지 않은 회색 시멘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무실은 마치 홍콩 누와르 영화에 나올 법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다. 영화 ‘신세계’를 흥행시킨 소감부터 물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편집본을 보고 배우들의 연기로 트집 잡힐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세계’가 흥행한 것은 다 (최)민식 형님 덕분입니다. 한국에서 누아르 장르가 흥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투자받기도 어려웠고 캐스팅도 난항을 겪었거든요. 민식이 형이 강 과장 역할을 맡겠다고 하시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렸죠.” 한 대표는 “사실 강 과장의 비중이 크지 않고 민식 형님은 ‘범죄와의 전쟁’이 이미 흥행을 했기 때문에 굳이 이 작품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는데 출연을 결정했고 그와 함께 출연하고 싶어했던 황정민이 캐스팅됐다”면서 “드라마 출연을 고려 중이던 이정재도 민식이 형이 직접 전화로 캐스팅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민식은 영화가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자 세 배우를 한 데 모아 “우리가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데 투자가 안 된다면 창피하지 않겠느냐”면서 각자의 출연료를 조금씩 낮췄다. 한 대표는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최민식과는 영화 ‘올드보이’ 때 톱스타와 초짜 제작 PD로 처음 알게 된 사이. 그가 이처럼 배우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우들이 얼마나 난다 긴다 하는 영화 제작자들을 많이 알겠어요. 제 딴에 머리를 굴려봐야 손바닥 안이죠. 그냥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싫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등치고 장난쳐서 추접스럽게는 영화를 찍지 말자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는 예산이 부족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몸값을 가장 먼저 깎는다. 이런 ‘큰 형님’ 같은 자세에 윤종빈 등 20~30대 젊은 감독들도 그를 믿고 따른다. ‘부당거래’ 때 황정민과 류승범도 영화의 성공을 위해 몸값을 낮췄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배우가 출연료를 스스로 깎는 것은 이례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출연 문제 때문에 ‘베를린’의 출연이 무산될 뻔했던 하정우의 마음을 돌린 것도 그다. 그에게 영화사 이름을 ‘사나이픽처스‘로 지은 이유를 물었더니 “상스럽고 못 배운 것 같은 느낌 그대로다”면서 “적어도 애들이 어른 흉내 내는 것 같은 후진 작품을 만들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다”면서 웃었다. ‘신세계’는 남자의 야망과 권력, 의리 등 남자의 로망을 다룬 종합선물세트다. 그가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로당에서도 대장이 되고 싶어할 정도로 나이를 먹어도 ‘폼생폼사’하는 것이 남자들의 심리입니다. ‘신세계’는 남자들의 판타지이자 대리만족이죠. 저는 ‘신세계’를 한국 누아르 영화의 교본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사는 11일 관객 300만 돌파 기념으로 배우 마동석과 류승범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를 공개했다.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삭제된 장면이다. 한 대표는 기존의 3편으로 알려진 ‘신세계’ 시리즈가 사실은 총 4편으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이정재)이 조직의 최고가 되는 프리퀄, 강 과장과 신세계 프로젝트에 얽힌 이야기, 강 과장과 자성의 후임 격인 마동석과 류승범이 등장하는 이야기 등 총 3편을 박훈정 감독과 기획해 놓은 상황입니다. 배우들도 어느 정도 출연 의사는 밝혔지만, 속편 제작 여부는 최종 스코어에 달렸습니다. 예산이 워낙 커서 투자를 받으려면 500만명이라는 상징적인 스코어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속편을 꼭 보고 싶네요.” 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프로야구] 괜찮은 신입생, 쓸 만한 전학생… 답답한 선생님

    [프로야구] 괜찮은 신입생, 쓸 만한 전학생… 답답한 선생님

    새내기 NC는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한화는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나서는 제9 구단 NC는 10일 마산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시범경기 이틀째 경기에서 넥센에 7-4로 역전승했다. 첫선을 보인 전날 4안타 빈공에 장단 9안타를 맞고 실책까지 쏟아냈던 NC는 이날 2차전에서 장단 14안타를 폭발시키며 첫 승을 신고했다. 기대를 모은 외국인 선발 찰리 쉬렉은 4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4안타 1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찰리는 1회 정수성에게 안타를 맞는 등 손쉽게 1점을 내줬다. 2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찰리는 3회 2사 후 정수성·서건창에게 연타를 맞고 2사 1, 2루에 몰렸지만 이택근을 삼진으로 요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4회 박병호를 삼진으로 낚은 뒤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0-1로 뒤진 5회 마운드를 이형범에게 넘겼다. 하지만 전날 선발 등판했던 아담 윌크는 3과 3분의1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4실점(2자책)으로 다소 아쉬웠다. 전날 방망이가 침묵했던 NC는 1-2로 뒤진 6회 1사 2, 3루에서 자유계약 이적생 이호준의 2타점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고 4-3으로 앞선 8회 2루타 2개 등 4안타로 3점을 뽑았다. ‘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이끈 한화는 제자 선동열 감독의 KIA에 1-4로 져 2연패했다. 전날 최희섭에게 2점포 등 장단 18안타를 두들겨 맞고 3-13으로 고개 숙인 한화는 이날도 4안타 빈타에 허덕였다. 류현진(LA다저스) 대신 영입한 대나 이브랜드는 4이닝 동안 홈런 1개 등 5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반면 KIA 선발 소사는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3안타 1실점으로 막았고 마무리 앤서니도 1과 3분의1이닝을 삼진 2개 등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회 박기남과 7회 차일목의 1점포 등 장단 7안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켰다. 롯데에서 이적한 톱타자 김주찬은 2루타 등 3타수 2안타로 제 몫을 했다. SK는 사직에서 장단 12안타로 11안타의 롯데를 6-3으로 따돌리고 1승씩 나눠 가졌다. SK 선발 문승원은 3이닝 3안타 무실점, 롯데 선발 송승준은 3과 3분의2이닝을 삼진 5개 등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LG는 대구에서 2-6으로 뒤진 8회 장단 5안타로 6점을 뽑아 삼성을 9-6으로 꺾고 첫 승(1무)을 거뒀다. 한편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이 벌어진 4개 구장에는 5만 6792명이 찾아와 경기를 지켜봤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서산 부석사 불상 반환 불교방식으로 해결”

    “서산 부석사 불상 반환 불교방식으로 해결”

    일본에서 반입된 서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반환 문제가 한·일 정부 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불교계가 반환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 주목된다. 원 소장처인 충남 서산 부석사와 서산시 지역 사회단체들이 불상 제자리 봉안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불교계와 전 외교관, 문화재 반환 시민단체들이 봉안위원회를 발족, 환수운동에 돌입했다. 그런가 하면 부석사와 부석사 본사인 수덕사를 비롯한 사찰들이 불상 반환을 위한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나서 범불교적 환수운동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불교계는 지난달 26일 대전지법의 불상 이전 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해 쓰시마 절에서 도난당해 한국에 반입된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등 불상 2점의 반환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교계는 특히 관음보살좌상 반환을 반대하는 일반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조직법 표류로 주무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자 불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와 전직 외교관·국회의원, 문화재 환수운동 시민단체로 구성될 ‘봉안위원회’(가칭)는 앞으로 불상 반환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불교계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좌상의 원 소장처인 서산 부석사 주지를 비롯한 불교계 주요 인사와 김원웅 전 국회의원, 김경임 전 주튀니지 대사 등 전직 의원·외교관, 조선왕실의궤·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들이 참여해 이번 주중으로 봉안위원회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다. 봉안위원회는 다음 주 관세음보살좌상이 소장됐던 쓰시마 관음사를 방문해 불상 한국 반환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서산시 부석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지역 모든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서산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제자리 봉안운동 협의회’를 구성,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한편 각 시 단위로 구성될 추진협의회의 모태 역할을 선언했다. 부석사 본사인 수덕사도 성명을 발표, 관세음보살좌상 한국 반환의 당위성을 천명한 뒤 전국 사찰로 서명운동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봉안위원회’가 발족하면 반환과 관련한 전국적인 연대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는 특히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양국 정부 간 협의에는 국제법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른바 ‘여법하게’(부처님 뜻대로) 반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 유출 경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반환 협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관음보살좌상을 포함해 약탈 문화재 환수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교통상부·문화재청 등 관계 당국의 해결 수순보다는 한·일 불교계 간 이해와 협조에 우선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교계는 1996년 서산 부석사 주지가 관세음보살좌상을 소장하고 있던 일본 관음사 주지에게 불상의 원 소장처가 서산 부석사임을 통보한 것을 비롯해 모두 4차례에 걸쳐 일본 관음사로부터 불상을 되돌려받기 위한 운동을 벌여 왔다. 문화재 환수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 이상근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 “이번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 반환운동은 단지 빼앗긴 불상 하나를 되돌려받는 차원을 넘어 훼손된 민족 정체성과 정신의 회복 차원에서 상징성이 큰 사안인 만큼 상생과 화합의 관점에서 불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무혐의 철석같이 믿었는데… 황망” 강동희 감독 영장 방침에 동부 쇼크

    7일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소환된 강동희(47) 감독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소속팀 동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동부는 “(구속) 결정이 아닌 만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 성인완 동부 단장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란 소식이 전해진 7일 오후 “그저 황망스럽다”고 한숨을 내쉰 뒤 “강 감독이 이미 구속된 최모씨와 개인적 친분은 있지만 승부조작 부분에 대해선 무혐의를 밝힐 수 있다고 되풀이 말해 왔기 때문에 철석같이 믿었는데 이럴 줄 몰랐다”고 난감해했다. 구단 차원의 대책에 대해선 “직접 상황을 확인하고 난 뒤 마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성 단장은 “일단 언론 보도로만 영장 청구 방침이 전해졌기 때문에 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며 “강 감독에 대한 영장이 실제로 청구될지, 또 구속으로 이어질지 등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 감독이 구속되는 최악의 경우 코치진이 팀을 이끌고 남은 경기를 치러야겠지만 이 역시 오늘(7일) 밤 상황이 진척되는 것을 보고 결정할 일”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순철 사무국장도 “소문은 무성하지만 강 감독 구속에 대한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서 가는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프로농구연맹(KBL)은 8일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사옥에서 긴급이사회를 열어 강 감독 의혹과 관련된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데스크 시각] ‘토착비리 온상’ 지자체 체질개선 급하다/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토착비리 온상’ 지자체 체질개선 급하다/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며칠 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모처럼 반가운 보도자료 하나를 내놨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비리 관행을 방지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는 내용 모음이었다. 공공기관들에 이런저런 제도개선책을 들이밀며 쓴소리 훈수를 드는 게 평소 권익위의 역할이고 보면 이날 보도자료는 뜨악하기까지 했다. 모르쇠로 버티기라면 일가를 이뤄온 지자체들이 스스로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니. 입이 쓰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해도 소귀에 경읽기일 때가 허다했던 터다. 몇몇만 추려 보자면 이렇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산하기관들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별도의 감사부서(경영감사과)를 새로 만들었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10월 산하기관들에 대한 경영평가뿐만 아니라 조직, 회계 등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출연기관 등의 관리 및 운영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다. 강원도 역시 마찬가지. 그동안 산하기관들에 대한 경영평가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으나 올해부터 정식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인사비리를 불렀던 비공개 특채 규정을 완전폐지하고 임직원을 전원 공개경쟁방식으로 채용하기로 선언한 기관들도 꽤 많았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산하 출자·출연기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내놓은 개선책들이다. 물론 순도 100%의 자발적 움직임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권익위는 ‘예산 까먹는 하마’로 둔갑한 지자체 출자·출연기관들의 방만한 운영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이어 제도개선책을 만들어 지자체들에 일제히 권고했고, 일부 지자체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어지간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지자체들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은 반갑다. 그러나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대목은 지자체 운영의 핵심인 지방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단속할 견제장치 마련에는 극도로 몸을 사린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들이 의원행동강령 제정에는 너나없이 고래심줄처럼 버티고 있는 상황이 단적인 예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것은 2011년 2월. 기존의 공무원행동강령을 선출직인 지방의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많아 지자체들이 각자 특성에 맞도록 조례로 정해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행동강령이 마련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들은 콧방귀만 뀐다. 현재까지 의원행동강령을 조례로 만들어 집안단속을 하기로 한 곳은 전국 244개 지방의회를 통틀어서도 열 손가락 남짓이다. 이마저도 거의가 기초의회들이다. 강령의 조례 제정을 권고·독려하는 권익위의 관계자들은 “덩치가 큰 광역의회들이 먼저 움직여줘야 파급력이 클 텐데도 서로 눈치들만 살피고 있다”고 한숨을 쉰다. 지방의회들의 한결같은 반대논리는 그저 옹색하게 ‘자치권 침해’일 뿐이다. 문제는 이 장치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 이상 비리 의원이 적발되더라도 자체 징계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자체=토착비리의 온상’이라는 민망한 등식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논문에 따르면 민선 지자체가 출범한 1995년 394건이었던 지방 공무원들의 범죄 건수는 2010년 1188건으로 16년 만에 세 배나 뛰었다. 지자체가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길은 하나다.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앞다퉈 체질 개선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가장 손쉬운 방책이 의원행동강령의 조례 제정이다. sjh@seoul.co.kr
  • 코트 지킨 강동희 “물의 일으켜 죄송… 검찰서 소명”

    코트 지킨 강동희 “물의 일으켜 죄송… 검찰서 소명”

    “검찰에 출두해 명백히 밝히겠다.” 프로농구 승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강동희(47) 동부 감독이 6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경기 직전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 감독은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팬과 농구인들에게 죄송하다. 언론 등에 나온 모든 의혹은 검찰에서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동부 구단 관계자는 “강 감독이 어제 한숨도 못 잤다. 질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강 감독은 7일 오전 10시 의정부지검에 출두할 예정이지만 이날 경기를 직접 지휘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선수단과 다른 차량을 타고 경기 시작 20분 전 체육관에 도착했다. 선수단은 김영만 코치가 인솔하는 구단 버스를 타고 경기 시작 1시간 40분 전에 코트에 들어섰다. 보통 감독은 경기 두 시간 전 도착해 전술을 다듬고 훈련을 지도한다. 라커룸에서 취재진과 갖는 간담회를 생략했고, 중계방송에 나가는 사전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경기 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기자회견에도 나오지 않았다. 프로농구연맹(KBL)은 강 감독을 배려해 달라는 동부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체육관 경비업체는 강 감독 주변에 경호원을 집중 배치해 혹시 있을 팬들의 난입에 대비했다. 한편 승부조작 의혹 파장 탓인지 6일 농구장을 찾은 팬은 매우 적었다. 삼성-KT전이 열린 서울 잠실체육관은 1416명이 입장해 올 시즌 프로농구 전체 경기 중 가장 적은 관중수를 기록했다. 오리온스-동부 전이 열린 경기 고양체육관도 1921명에 그쳐 올 시즌 최소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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