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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에 역사 접목… 관광도시로 탈바꿈…구민 공감에 자부심” [2022 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북한산에 역사 접목… 관광도시로 탈바꿈…구민 공감에 자부심” [2022 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강북구는 1960년대 서울 팽창으로 생겨난 도봉구에서 1995년 분화돼 신설된 구다. 이런 강북구에서 1995년 시의원으로 시작,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한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우리 구는 사실 서울 도시계획 차원에서 보면 거의 무계획적인 도시였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으로 형성된 곳과 달리 강북은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도시의 장래가 불투명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북한산이라는 유일한 자원은 오히려 고도제한 등 개발에는 제약 요인이었다. 박 구청장은 북한산에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혔다. 그는 지난달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초부터 ‘역사문화관광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도시계획 측면에서 기반 시설을 확충해 왔다”며 “3선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계획들이 하나씩 이뤄져서 역사문화관광도시에 공감하는 구민이 많아진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3선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강북이 취임 초와 가장 달라진 점을 꼽자면.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가 생겼다는 점일 것이다. 역사문화관광벨트의 원동력은 강북구 천혜 자연환경 북한산, 3·1운동 발상지 봉황각, 민주화 성지인 국립4·19민주묘지, 강북에 안장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16위 등 역사문화 유적이었다. 구는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유적을 엮어 우이동에서 국립4·19민주묘지를 지나 삼각산동을 축으로 하는 관광벨트를 조성했다. 관광벨트는 윤극영 선생 가옥, 우이동 만남의 광장, 근현대사기념관, 너랑나랑우리랑 스탬프 힐링투어 등을 통해 도심 속 체류형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이젠 많은 분들이 우이신설선을 통해 쉽게 북한산으로 찾아온다. 4·19카페거리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백운대를 본다. 카페뿐 아니라 주변에 맛집도 많아져서 젊은이들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해졌다.” -민선 5~7기 해 놓은 사업 중 내세우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 “산이 주는 에너지와 함께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 대자연을 보면 그동안 골머리 앓게 했던 것들이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되며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한다. 이런 경험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알려 주고 싶어 ‘청소년 희망원정대’를 추진하게 됐다. 2012년 강북구와 엄홍길휴먼재단,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이 협약을 맺어 지금까지 운영한다. 지역 중학생 60여명으로 원정대를 구성해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등 근교 산행으로 또래들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우정을 쌓아 간다. 지치고 힘들 땐 엄홍길 대장과 친구들이 힘을 북돋아 준다. 지난달 25일 제9기가 수료식을 끝내고 희망원정대를 졸업했다. 오는 4월엔 10기가 발대식을 갖는다. 꿈나무 키움 장학재단을 10년간 운영해 온 것도 자랑하고 싶다. 아이들이 재능과 소질이 있음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여타 장학재단과 달리 아이들이 재능을 꽃피울 때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계속 지원받으려면 매년 재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총 149명을 지원했다. 올해 5명을 새로 뽑았고, 25명이 계속 장학금을 받게 됐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우리 구에 미래를 밝힐 인재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들이 매년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무대를 보면 이렇게 보람찬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다.” -거창한 것들보다는 꾸준하고 따뜻한 사업들을 꼽으신 게 인상적이다. 지역 내 학교 주변 유해업소 완전 퇴출도 오랜 시간 고생한 끝에 이룬 걸로 알고 있다. “2015년부터 학교 주변 유해업소 근절 운동을 했으니 6년 만에 100% 퇴출된 셈이다.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해 놓고 실제로는 퇴폐주점 형태로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들을 말한다. 지역 내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처음엔 구청 직원들이 단속을 나가도 그때만 문 닫고 점검에 응하지 않더라. 지역 사회가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강북경찰서의 협조를 받았다. 학부모와 학생, 시민단체도 근절 운동에 참여했다. 그 결과 지역 내 180곳의 청소년 유해업소가 모두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임기 내에 4·19혁명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 영국, 미국, 프랑스의 시민혁명인 세계 3대 혁명 못지않게 4·19혁명이 가지는 의의가 크다. 이젠 4·19혁명을 포함해 세계 4대 혁명이 돼서, 4·19 정신을 널리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4·19혁명 기록물이 반드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야 한다. 그동안 등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학술회의도 개최한 결과 2017년 문화재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에 선정됐다. 내부 제도 개선을 이유로 멈춰 있던 등재 심사가 재개돼 드디어 지난해 11월 4·19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최종 결과는 2023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결과를 임기 내 보지 못해 아쉽지만,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등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코로나19 확산이 3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소상공인을 비롯해 3년 동안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 보니 역사문화관광도시 추동력도 주춤해졌다.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빨리 극복이 돼 구민이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때문에 임기 대부분 정책을 수세적, 방어적 차원에서 추진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임기가 끝난 뒤 계획은. “구민들과 상의해 보겠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12년간 개인적인 생활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 우리 구민들께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너무 잘 도와주셨고, 구정과 구민의 마음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앞으로도 구정에 적극 참여하면 구민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봄 알리는 ‘달래’ 본격 출하”…서산 달래가 전국 60%

    “봄 알리는 ‘달래’ 본격 출하”…서산 달래가 전국 60%

    “달래는 서산이죠”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충남 서산 달래가 본격 출하되고 있다.서산시는 28일 롯데마트, 킴스클럽 등 전국 150개 대형 유통매장에 서산 달래 출하가 한창이라고 밝혔다. 달래는 매년 겨울 들어 4월까지 생산한다. 서산 달래는 전국 생산량의 60%인 1000여t에 이른다. 운산면, 해미면, 음암면을 중심으로 400여 농가가 100㏊의 비닐하우스에서 달래를 재배해 연간 3~4 차례 출하한다. 서산 달래는 유기물이 많은 황토에서 넉넉한 일조량과 하우스 안으로 스며드는 해풍을 맞고 자라 영양은 물론 특유의 풍미가 일품이다. 서산 달래는 2013년 전국 처음 특허청에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 받고 있다.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으로 안동간고등어, 한산모시 등이 등록돼 있다. 특유의 향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는 달래는 비타민, 무기질, 칼슘 등이 풍부해 원기회복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맹정호 서산시장은 “옛날에도 서산에서 많이 기르던 달래가 20여년 전에 하우스 재배법이 보급되면서 생산량이 크게 늘고 유명해졌다”며 “서산 달래는 올해 농림식품부의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 빅데이터로 위험도로 개선…교통사고 사망자 76% 감소

    빅데이터로 위험도로 개선…교통사고 사망자 76% 감소

    교통사고 다발 지역을 대상으로 사고 요인을 분석해 도로환경을 개선한 결과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도로교통공단은 2019년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을 진행한 227곳의 교통사고 분석 결과 2016~2018년 연평균보다 사고 건수는 33.2%, 사망자 수는 75.6% 줄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인명 피해 교통사고가 한해 3~5건 이상 발생한 지점을 선정해 사고요인을 분석하고 도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사고 통계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년 전국 400개 지점, 16개 구간 중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맞춤형 개선책을 수립한다. 공단은 주요 개선 사례로 대전 서구 갈마네거리 교차로를 꼽았다. 갈마네거리에서는 사업 실시 이전 3년간 연평균 28.7건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신호등·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시인성 개선 등 사업을 추진한 결과 사고 건수가 연 13건으로 54.7% 줄었다. 충북 청주 흥덕구 신촌교차로 역시 급커브와 한산한 통행량으로 신호위반 사고 등이 연평균 6.3건 발생하던 곳이었으나 교통섬을 설치하고 이격식 미끄럼방지 포장 등을 추진해 사고 건수가 연 1건으로 감소했다.
  • 서울 서남·서북·동남권에 206만㎡ 규모 녹지

    서울시가 서남권과 서북권, 동남권 등 공원과 녹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총 206만㎡의 공원과 녹지를 2026년까지 조성한다고 24일 밝혔다. 여의도공원(23만㎡)의 9배 규모다. 서울 5개 생활권역별 녹지 점유율과 공원율을 살펴보면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구)이 각각 39.1%, 20.8%로 가장 낮다. 이에 시는 서남권에 300억원을 집중 투입해 총 10만㎡ 규모의 거점 공원 15곳을 조성한다.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서북권은 봉산, 안산, 백련산 등 주민들이 평소 즐겨 찾는 산림형 공원과 대표 산책로인 북한산 둘레길, 안산 무장애길 등 다양한 길을 연결하고 녹지를 추가 확충한다. 특히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과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 숲에 각각 ‘테마형 복합힐링공원’(78만㎡)과 ‘치유의 숲’(23만㎡)을 조성해 서북권 대표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는 축구장 28배 규모(19만 9000㎡)의 수변공원인 ‘위례호수공원’(가칭)이 생긴다. 각종 수경시설, 물 놀이터, 체육 시설, 유아숲체험원, 수변 산책로 등이 들어선다.
  • 예술이네, 광화문광장·노들섬

    예술이네, 광화문광장·노들섬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광화문광장 일대가 거대한 미디어아트 무대로 변신한다. 노들섬은 공공미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예술섬’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23일 ‘디지털 감성문화도시’ 실현을 위한 문화정책 10대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비전 2030’을 바탕으로 한다. 시는 서울 도심을 디지털 문화 중심지로 조성한다. 2027년 ‘뉴 세종 디지털 아트센터’로 재탄생하는 세종문화회관에 조명·영상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도심 속 전시관’으로 운영한다. 매년 12월에는 KT빌딩, 해치광장 등 광화문의 주요 건물을 활용한 ‘광화문 미디어 파사드 축제’도 진행한다. 수변 공간은 시민들의 문화 쉼터로 조성한다. 2026년까지 노들섬과 선유도공원, 난지공원을 이어 새로운 공공미술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다양한 문화 시설도 올해 연이어 문을 연다. 건립 50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한 삼청각은 다음달에, 국내 최초 예술책 문화 공간인 ‘서울아트책보고’는 8월에 개관한다. 미술관과 기록원이 결합한 예술 공간인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는 9월부터 운영한다. 시는 ‘2000년 역사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역사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한다. 2027년까지 의정부·경희궁·한양도성 단절 구간(4.9㎞) 등을 단계적으로 디지털로 복원한다. 2026년에는 풍납동 토성 발굴 현장을 디지털로 체험하는 공간도 연다.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을 통합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 OTT 근로계약서 말도 못 꺼내… “찍히면 밥줄 끊겨요, 참는 거죠” [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

    OTT 근로계약서 말도 못 꺼내… “찍히면 밥줄 끊겨요, 참는 거죠” [K드라마, 카메라 뒤 사람들]

    영화 판로 잃은 제작사들 K드라마로 넷플릭스 제작비 늘어도 캐스팅 치중 프리랜서 관행 악용…계약 조건 몰라 장비 설치나 이동은 근무시간서 제외 부당함 목소리 내면 블랙리스트 올라 팀장이 추천해야 입봉… “바뀐 것 없어”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대형 한국 영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한국 영화 극장 매출액은 2019년의 17.9%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도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30.1%로 떨어졌다. 판로를 잃은 영화 제작사와 스태프들이 일감을 찾아 스며든 곳이 K드라마다. 일례로 지난해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둔 ‘오징어 게임’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으로 이름을 알린 황동혁 감독이 2009년 쓴 영화 시나리오가 넷플릭스를 만나 9부작 드라마로 탄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잇단 흥행으로 일각에서는 K드라마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만, 카메라 너머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서울신문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으로 출렁이는 현장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 스태프 20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 중 10명은 현재 OTT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거나, 최근까지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인력 블랙홀 된 OTT, ‘노동 환경 개선’ 없어 “OTT가 돈을 쏟아부어 제작비가 늘어났다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제작사는 현장 스태프에게 프리랜서 계약을 요구해요. 4대 보험 가입이나 주52시간근무제를 포기하라는 거죠. 스태프 입장에서 좋아진 건 일자리가 늘어난 것 딱 하나 정도예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참여 중인 신지원(이하 가명)씨의 말이다. 넷플릭스가 드라마 제작비를 전폭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면 밖 현장 스태프들이 체감하는 일터는 여전히 척박하다. 드라마 회차당 제작비가 기존 6억~7억원에서 20억원대로 뛰었지만 대부분이 화려한 캐스팅 비용으로 들어갈 뿐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막내급 기술 스태프 이주영씨는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준다던데 현장은 그대로”라면서 “제작사는 늘 ‘예산이 모자란다’며 스태프한테만 우는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은 영화판을 떠나게 된 스태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촬영에 임한다고 입을 모은다.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된 영화 업계와 달리 K드라마는 스태프를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대우하는 관행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 때는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맺던 제작사들이 OTT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이 관행을 악용해 스태프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2018~2019년 영화·드라마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잇따라 인정했다. 영화 산업 쪽은 이전부터 CJ ENM 같은 대형 투자배급사가 참여하는 노사정협의체에서 합의한 표준근로계약서가 정착됐다. 반면 방송사나 제작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드라마 스태프에게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하도급·업무 위탁 등의 계약 관계를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업계 관행이 이렇다 보니 국내 드라마 업계의 ‘큰손’이 된 넷플릭스도 외주 제작사들이 스태프에게 요구하는 부당한 계약 관계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근로계약서 실종·반쪽짜리 52시간근무제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촬영장에서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일하는 스태프가 적지 않았다. 팀장급 스태프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하고 받은 일당을 팀원에게 나눠 주는 이른바 ‘턴키 계약’이 주를 이룬다. 막내급 기술 스태프 박수현씨도 “하루 15만원을 주겠다”는 말만 듣고 일을 시작했다. 연장 근로나 야간 근로에 대한 추가 수당은 받아 본 적이 없다. “아르바이트처럼 근로계약서는 쓰겠거니 했는데 계약 조건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4대 보험 가입도 안 해 줘요. 말을 꺼내면 실장이 ‘이제 너 안 쓰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경력이 짧고 업계도 좁은데 찍히면 다른 팀으로 가기도 어려우니까 참아야죠.” 수현씨는 씁쓸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드라마 제작현장에 도입된 주52시간근무제는 ‘반쪽짜리’로 운영된다. 대개 월급이 아닌 일급으로 책정되는 스태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동시간이나 촬영 전후 장비를 설치하고 정리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을 계산할 때 쏙 빠진다. 이렇게 꼼수를 써도 대부분 현장은 연장 근로시간 제한을 위반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주 최대 연장근로 시간은 12시간”이라며 “주 52시간을 맞추더라도 연장근로 시간이 12시간을 넘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짚었다. ●“넷플릭스 아닌 짭플릭스” 자조도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내는 순간 제작사들이 공유하는 스태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복수의 스태프들은 “오야지(팀장)가 맘에 안 들면 제작사가 다음부터 팀 전체를 안 부르고, 팀원인 조수만 찍히면 팀장급 스태프한테 ‘그 사람은 현장에서 말이 많더라. 안 쓰면 좋겠다’는 지령이 내려진다”고 전했다. 힘들어도 꾹 참고 버티는 스태프에게 다음 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 평판이 곧 밥줄인 셈이다. 신씨는 “이 업계는 90% 이상이 인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을 구할 때 서로 전화 돌려서 추천을 받는다”며 “목소리를 크게 내는 순간 ‘귀찮은 애’로 찍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팀장급)-세컨드-서드-막내’라는 팀 구조 또한 스태프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에 참여 중인 이주영씨는 “팀장급 스태프가 추천을 해 줘야 입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촬영이 길어져 세컨드나 서드가 제작사에 항의하면 팀장급이 ‘참으라’며 찍어 누르는데, 그럼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OTT 드라마가 늘면 제작 현장이 눈에 띄게, 선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관행이 그렇게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팀장급 기술 스태프 박대현씨는 한숨을 내쉰다. “우리끼리 ‘넷플릭스가 아니라 짭플릭스에서 일한다’는 얘기를 해요. 기존의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바뀐 게 없으니까요.” 특별기획팀 특별기획팀
  • “이재명도 윤석열도 모르겠다”…재외선거 첫날 日 ‘한산’

    “이재명도 윤석열도 모르겠다”…재외선거 첫날 日 ‘한산’

    “여당도 야당도 비호감이지만 아이에게 투표는 권리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투표하러 왔어요.” 일본 도쿄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40대 여성 김모씨는 고민 끝에 20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 첫날인 23일 미나미아자부 주일한국대사관 재외투표소를 찾았다. 대선 후보들의 의혹투성이라 투표하기 힘들었다고 한 김씨는 “어릴 때 부모와 투표장에 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함께 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투표가 시작됐고 약 2시간 동안 일본 거주 한국인 150여명이 투표를 마쳤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엄마, 나이 지긋한 어르신, 대학생 등 연령층은 다양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투표소 입장 전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은 필수였다. 이어 방역을 위한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투표소에 입장하면 여권 등으로 신분 확인을 한 뒤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를 했다. 재외국민 투표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오전 8시~오후 5시에 진행된다. 투표소는 한산한 편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내 재외 선거권자는 20만명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20대 대선 재외선거 신청자 수는 2만 8816명으로 14%에 불과했다. 19대 대선 때와 비교하면 신청자 수가 9193명 감소했다. 이처럼 재외 선거 신청자 수가 감소한 데 대해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학생과 기업인들의 해외 입국이 막혀 신청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점,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거론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도쿄 거주 한 기업인은 “누굴 뽑아야 하나 고민하다 투표 신청 기간을 놓쳤다”라고 말했다. 교토 거주 또 다른 50대 여성은 “5년 전에는 일찌감치 마음이 정해졌었는데 지금은 하도 논란들이 많으니 아직도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좀 더 고민하고 마지막 날에 투표장에 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투표를 마쳤다. 강 대사는 “투표율이 높을지 잘 모르겠다. 투표는 당연한 권리이므로 직접 참여하길 바란다”며 “투표일이 며칠 남아있는데 저희도 더욱 독려하겠다. 많이 참여해달라”라고 당부했다.
  • OTT 뜨자 근로계약 실종…“K드라마 빛날 때 우린 척박해졌다”

    OTT 뜨자 근로계약 실종…“K드라마 빛날 때 우린 척박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대형 한국 영화는 최근 몇년 사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한국 영화 극장 매출액은 2019년의 17.9%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고, 한국 영화 시장 점유율은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30.1%로 떨어졌다. 판로를 잃은 영화 제작사와 스태프들이 일감을 찾아 스며든 곳이 K드라마다. 일례로 지난해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둔 ‘오징어 게임’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으로 이름을 알린 황동혁 감독이 2009년 쓴 영화 시나리오가 넷플릭스를 만나 9부작 드라마로 탄생했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잇단 흥행 성공으로 일각에서는 K드라마의 ‘장미빛 미래’를 그리지만, 카메라 너머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서울신문은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으로 출렁이는 현장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 스태프 20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중 10명은 현재 OTT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거나, 최근까지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인력 블랙홀된 글로벌 OTT, ‘노동 환경 개선’ 낙수효과는 없었다 “OTT가 돈을 쏟아부어 제작비가 늘어났다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제작사는 현장 스태프에게 프리랜서 계약을 요구해요. 4대 보험 가입이나 주 52시간 근무제를 포기하라는 거죠. 스태프 입장에서 좋아진 건 일자리가 늘어난 것 딱 하나 정도예요.”(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참여 중인 신지원(이하 가명)씨) 넷플릭스가 드라마 제작비를 전폭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면 밖 현장 스태프들이 체감하는 일터는 여전히 척박하다. 드라마 회차당 제작비가 기존 6~7억원에서 20억원대로 뛰었지만 대부분이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가는 탓에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막내급 기술 스태프 이주영씨는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준다던데 현장은 그대로”라면서 “제작사는 늘 ‘예산이 모자라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OTT 콘텐츠는 제작비의 10~20%가 수익률로 보장됐지만, 워낙 제작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넷플릭스 드라마의 경우 드라마의 ‘지식재산권’(IP)을 넷플릭스가 전부 다 갖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초대박이 나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히트를 쳐 약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오징어게임이 단적인 예다.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고 해당 드라마를 제작한 싸이런픽쳐스는 흥행에 대한 추가 수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판서 밀려나니..실종된 근로계약서꽁꽁 얼어붙은 영화판을 떠나게 된 스태프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촬영에 임한다고 입을 모은다.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된 영화 업계와 달리 K드라마는 스태프를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개인사업자)로 대우하는 관행이 지배적이다. OTT 드라마 제작사들이 이 관행을 악용해 부당 계약을 종용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2018~2019년 영화·드라마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잇따라 인정했다. 그러나 방송사나 제작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하도급·업무 위탁 등의 계약 관계를 계속해서 요구해왔다. 이에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등은 지난해 9월 KBS와 자회사인 제작사 몬스터유니온 등 5개 드라마 제작사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사건처리 기한이 5개월째 연장되는 동안 해당 드라마 중 절반이 종영되면서 고용노동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사건을 뭉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산업에선 CJ E&M 같은 대형 투자배급사가 참여하는 노사정협의체 합의를 거쳐 표준근로계약서가 만들어졌다. 드라마 업계도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위해 2019년 전국언론노조 등이 4자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지난해 드라마제작사협회가 합의를 거부하고 방송사들이 줄줄이 빠지면서 파행됐다.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지부장은 “4대 보험을 적용하려면 그만큼 재원이 더 필요한데 방송사들은 제작비를 더 못 올려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근기법 위반 눈감은 넷플릭스 업계 관행이 이렇다보니 국내 드라마 업계에 ‘큰손’이 된 넷플릭스는 제작사들이 스태프에게 요구하는 부당한 계약관계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신문이 드라마 스태프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OTT 드라마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112명 중 52명(46.4%)은 ‘다른 드라마 제작환경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안명희 전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영화에서는 근로자로 일하던 사람들이 드라마를 찍을 때는 계약서도 안쓴다”며 “영화 스태프끼리 우스갯소리로 ‘알바하러 간다’며 드라마를 찍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촬영장에서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일하는 스태프가 적지 않았다. 팀장급 스태프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하고, 받은 일당을 팀원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턴키 계약’이 주를 이룬다. 막내급 기술 스태프 박수현씨도 “하루 15만원을 주겠다”는 말만 듣고 일을 시작했다. 연장 근로나 야간 근로에 대한 추가 수당은 받아 본 적이 없다. “아르바이트처럼 근로계약서는 쓰겠거니 했는데 계약 조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4대 보험 가입도 안 해줘요. 말을 꺼내면 실장이 ‘이제 너 안 쓰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경력이 짧고 업계도 좁은데 찍히면 다른 팀으로 가기도 어려우니까 참아야죠.” 수현씨는 씁쓸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드라마 제작현장에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반쪽짜리’로 운영된다. 대개 월급이 아닌 일급으로 책정하는 스태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동시간이나 촬영 전후 장비를 설치하고 정리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을 계산할 때 쏙 빠진다. 이렇게 꼼수를 써도 대부분 현장은 연장 근로시간 제한을 위반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인 최은실 공인노무사는 “주 최대 연장근로 시간은 12시간”이라며 “주 52시간을 맞추더라도 연장근로 시간이 12시간을 넘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짚었다. 인맥으로 인력 추천…현장서 한번 찍히면 낙인제작사나 방송사가 공유하는 스태프 블랙리스트는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다. 복수의 스태프들은 “오야지(팀장)가 맘에 안들면 제작사가 다음부터 팀 전체를 안 부르고, 팀원인 조수만 찍히면 팀장급 스태프한테 ‘그 사람은 현장에서 말이 많더라. 안 쓰면 좋겠다’는 지령이 내려진다”고 전했다. 연출 스태프 신지원씨는 “이 업계는 100% 인맥 사회라 사람을 구할때 서로 전화돌려서 추천을 받는다”며 “목소리를 크게 내는 순간 ‘귀찮은 애’로 찍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성으로 이뤄지는 드라마 제작 특성상 평판이 곧 밥줄로 연결된다. 부당하고 힘들어도 꾹 참고 버티는 스태프에게 다음 프로젝트의 문이 열리는 셈이다. ‘퍼스트(팀장급)-세컨-써드-막내’로 구성된 팀 구조 또한 스태프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경력 기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서열과 위계는 견고하다. 기술 스태프 이주영 씨는 “팀장급 스태프가 추천을 해줘야 입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촬영이 길어져 세컨이나 써드가 제작사에 항의하면 팀장급이 ‘참으라’며 찍어누르는데, 그럼 참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글로벌 OTT 드라마가 늘면 제작 현장이 눈에 띄게, 선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조명·의상 등 영상 스태프 노동자 6만명이 모인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가 지난해 10월 파업을 결의하자, 넷플릭스·디즈니 등이 속한 영화·방송제작자연합(AMPTP)는 매일 10시간 휴식과 금·토·일 54시간 휴식 등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관행이 그렇게 쉽게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팀장급 기술 스태프 박대현씨는 한숨을 내쉰다. “우리끼리 ‘넷플릭스가 아니라 짭플릭스에서 일한다’는 얘기를 해요. 글로벌 기업이라는데 뭐든지 한국식이니까요. 오징어게임이 성공한 뒤로 넷플릭스가 ‘한국인들은 미국처럼 안 해도 특별히 불만도 안 갖고 일 잘하네’라고 눈치를 챈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별기획팀
  • 먼지 한 톨도 ‘왕실 유산’… 문턱 낮추고 품격 높이는 유물지기의 자부심 [공무원 어디까지 아니]

    먼지 한 톨도 ‘왕실 유산’… 문턱 낮추고 품격 높이는 유물지기의 자부심 [공무원 어디까지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 경내에 자리잡은 국립고궁박물관은 왕실 문화유산 전문 박물관이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은 2만 9665㎡다. 국보 82점, 보물 161점을 비롯해 7만 8237점이나 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160만명이 방문했다. 올해 총예산 규모는 194억원이다. 학예직 28명을 포함해 145명이 일하고 있다. 왕실 문화재를 소개하고 전시하는 일을 맡고 있는 김충배 전시홍보과장을 인사혁신처 도움으로 지난 21일 만나 고궁박물관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왕실 문화재를 다룬다는 자부심과 부담감이 클 것 같다. “고궁박물관은 ‘왕실’ 문화재를 다루는 곳인데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전시라는 건 국민들을 위한 서비스인데 무겁게만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품격을 낮출 수도 없다. 그래서 2020년 취임할 때 세운 목표가 ‘문턱은 낮추고 품격은 높이자’였다. 고궁박물관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바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다. 하지만 그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는 단점이 있다. 고궁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경복궁을 찾았다가 들른다고 할 수 있다. 고궁박물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SNS와 입소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가령 기획 전시를 할 때 관람객들이 사진을 멋있게 찍을 수 있는 주요 지점을 여러 곳에 두는 식이다.”-전시홍보과장은 어떤 자리인가.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전시하고 알리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박물관 운영은 네 바퀴로 굴러 간다고 할 수 있다. 전시와 유물 관리가 앞바퀴라면 조사 연구와 교육은 뒷바퀴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을 강조하는 추세다. 수장고에 있는 수많은 유물을 단순히 보여 주기만 하는 건 전시가 아니라 진열이다.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소장품을 선별하고 배치해야 제대로 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유물 전시는 어떻게 진행되나. “특별전을 한번 하려면 1년 전부터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전시 자체는 보통 2개월 걸리는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4개월까지 늘렸다. 서화류는 2개월 이상 전시하면 유물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전시품을 미리 두 배로 준비해서 교대로 전시했다.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준비에 훨씬 더 품이 많이 든다. 주제를 선정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그에 맞는 유물을 선정하고 영상 기획과 촬영을 한다. 전시를 위한 디자인과 설치업체 용역 발주와 설계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전시를 위해 유물을 옮길 때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부담스럽진 않나. “수장고에서 꺼내서 유물을 배치하는 건 사나흘 안에 최대한 신속하게 마친다. 유물을 배치할 때는 박물관 전체가 야근하는 날이라고 보면 된다. 혹시라도 유물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긴장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시하는 입장만 생각하면 때라도 닦아 내고 조명도 더 밝게 하고 싶을 수 있지만 조명이나 복원까지도 엄격한 지침을 따라야 한다. 혹시라도 훼손이나 파손이 발생하면 즉시 현황을 기록하고 문화재위원회에 보고한다. 복원 여부는 문화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문화재는 기본 원칙이 현상보존인데, 훼손된 것도 그 자체로 현상이고 복원이라는 게 자칫 또 다른 현상훼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을 잘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백화점을 찾는다. 상품을 어떻게 전시하고 배치하는지 관찰한다. 최근에는 코엑스몰에 갔다. 기둥을 활용해 전시하는 게 흥미로웠다. 다른 박물관 전시도 자주 찾는다. 고궁박물관 전시실도 둘러봐야 하니까 하루에 보통 1만 5000보는 걷는다. 너무 많이 걸어서 얼마 전 뒤꿈치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겼을 정도다. 학부 시절 전공한 문화인류학에서 중시하는 기본 연구방법론이 참여 관찰인데 그게 전시 기획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일하다 고궁박물관으로 옮긴 이유는. “학부 1학년 때 선배들을 따라 충남 안면도 고남리 패총 발굴에 참여했다. 자연스럽게 신석기 시대로 전공을 정하게 됐다. 그 뒤 남한산성 행궁이나 수원 화성, 경기 연천군 신답리 고구려 무덤 발굴 작업도 했다. 토지공사가 운영하던 토지박물관에서 조사 연구 업무를 담당했다. LH로 통합되면서 진주에 새로 만든 토지주택박물관에서 전반적인 전시와 기획을 맡게 됐다. 사실 2020년에 고궁박물관으로 간다고 하니까 LH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데 굳이 왜 자리를 옮기느냐는 얘길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나로선 박물관 전시 기획을 제대로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개방형 직위로 임기 동안 승진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업적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개방형 직위 채용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다. “역량 평가가 가장 힘들었다. 과장으로서 역량이 있는지 검증하는 건데, 특정한 상황을 제시한 뒤 브리핑을 하게 한다거나, 여러 정보를 준 뒤에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부하 직원들과 면담을 하면서 고충을 듣고 처리하는 역할극 시험도 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축산 업무 담당 과장이라고 가정하고 가축 전염병이라는 돌발 상황에 얼마나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지 보는 평가였다. 부서별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어떻게 인력을 차출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과제에서도 진땀을 뺐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참 대단하다는 존경심이 들더라.” -앞으로의 전시 계획은. “오는 5월 목표로 궁중 현판전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왕실의 사람들’을 주제로 한 전시도 예정해 놓았다. 외국 고궁박물관과 교류전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내년엔 모로코 왕실 유물 전시를 추진 중이다. 마침 올해가 한국·모로코 수교 60주년이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는 대만 고궁박물관 교류전을 꼭 해 보고 싶다.” 
  • 모핑아이, 국내 최초로 NFT 플랫폼 후원 모금

    모핑아이, 국내 최초로 NFT 플랫폼 후원 모금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국내 최초로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을 통한 대학생 히말라야 학술원정 모금에 나섰다.NFT·메타버스 스타트업 모핑아이는 자사 NFT 거래 플랫폼 ‘이브아이’(EVE I)를 통해 후원금 1억원을 모아 한국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는 히말라야 학술원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NFT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인식표를 부여한 디지털 자산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해 무분별한 복제를 막아 준다. NFT를 통한 모금은 투명성과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대학산악연맹은 오는 7~8월 한국 대학생 히말라야 학술 원정등반에 나선다. 국내외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받아 16명의 대원을 확정했고, 심장병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과 서울대 의료팀·지원팀도 참여한다. 이번 히말라야 원정대는 모핑아이의 이브이 플랫폼을 통해 모인 1억원을 후원받을 예정이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박상원 배우가 후원의 뜻을 밝힌 가운데 후원자들은 금액별로 엄 대장의 히말라야 사진이나 박 배우의 친필 글귀가 쓰여진 후원증명서를 NFT로 발급받을 수 있다. 후원에 나선 모핑아이는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융합 기술로 탈중앙 투자와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11월 NFT 발행뿐만 아니라 판매·구매·관리 등이 가능한 종합 NFT 플랫폼 이브아이 베타 버전을 오픈했다. 모핑아이는 이번 후원 이벤트를 계기로 ‘후원 DAO’를 조직해 향후에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기영 대표는 “모금활동의 투명하고 건강한 새로운 장을 NFT를 통해 진행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그동안 진행했던 10여개 프로젝트 외에도 국내외의 다양한 잠재력있는 훌륭한 크리에이터들과 수요자들에게 NF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창의와 재미, 공정한 경제적 생태계의 장점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 [서울포토]코로나19로 한산한 거리

    [서울포토]코로나19로 한산한 거리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가는 가운데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번화가가 코로나19 확산 감염위험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2.20
  • “해상풍력 발전 철회하라” 어업인 생존권 시위

    “해상풍력 발전 철회하라” 어업인 생존권 시위

    부산수협조합협의회 소속 어업인들이 16일 오전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 ‘어업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열고 일방적 해상풍력 발전과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방침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으로 황금어장이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며 이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경남권역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도 이날 통영시 한산대첩 광장에서 총궐기대회를 연 뒤 어선 200여척으로 해상시위를 벌이는 등 전국 9개 권역 주요 항·포구에서 총궐기대회가 개최됐다. 부산수협조합협의회 제공
  • “갈등 통합할 준비된 후보”…경북도민 1만명, 이재명 지지선언

    “갈등 통합할 준비된 후보”…경북도민 1만명, 이재명 지지선언

    청년, 여성, 소상공인, 시민운동가 등 경북도민 1만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경북도민 대표자 30여명은 지난 14일 안동 임청각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경북의 각계각층을 대표한 다양한 세대와 직군의 도민들이 참석했다. 먼저 청년세대를 대표한 권다빈(22)양은 “청년이 꿈을 꾸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이 후보처럼 청년노동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같이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농민 대표로 참석한 전민철(55)씨는 “이 후보가 농업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원천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동력이라 선언한 것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농어촌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인 농민의 삶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후보의 소신을 지지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여성 대표로 참석한 정숙경(59)씨는 “여성이 행복하고 양성이 평등한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능할지 이 후보는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관에 여성을 많이 기용하고 기용하고, 경력단절과 육아부담에서 해방된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식당을 운영하며 소상공인 대표로 참석한 조석한(43)씨는 “지역에 사람이 줄고 거리가 나날이 한산해져 간다”며 “이 후보는 누구보다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한 인식이 깊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지지선언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골목에 사람이 늘고 장사 좀 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시민운동가, 예술인 등을 대표한 시민들이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지선언문을 통해 “이 후보는 갈등과 분열이 아닌 세대와 계층, 젠더 갈등을 완화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갈 준비된 후보”라며 “청년을 위한 청년기본소득, 청년주택, 청년월세지원, 병사월급 200만원 등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는 준비된 후보”라고 밝혔다.  
  • [기고] 함께 즐기며 지키는 우리의 한복/강경환 문화재청 차장

    [기고] 함께 즐기며 지키는 우리의 한복/강경환 문화재청 차장

    한복에 대한 기록은 4~5세기 고구려 고분 벽화에 처음 등장한다. 쌍영총 벽화 속 인물들은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에 긴 겉옷을 입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의 기본 구조가 이때 이미 형성돼 있음을 보여 준다. 이후 한복은 형태나 입는 방법 등이 유연하게 변화하며 우리 선조들의 다양한 가치와 마음을 오롯이 담아 왔다. 이렇듯 우리 고유 옷이자 소중한 전통문화인 한복이 얼마 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낳았다. 근래 중국의 지속적인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복은 옷을 짓고, 계절·용도에 따라 다양한 옷과 장신구를 맞춰 입고 의례를 행하는 우리 전통문화의 총체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한산모시짜기, 침선장 등 한복을 만드는 다양한 기술들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인간문화재를 비롯한 전승자들의 활동을 지원해 왔다. 또한 한복을 입고 즐기는 문화, 즉 한복 입기를 신규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대표적 전통문화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며, 최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막걸리 빚기, 갯벌어로, 떡 만들기 등도 이 같은 공동체성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국제적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최근 유네스코는 무형유산의 보존과 가치 증진을 위한 가교로서 공동체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무형유산의 경우 인접 국가 간 교류와 상호 영향으로 인한 유사성이 종종 나타나는데, 이와 관련해 ‘무형유산은 가장 활성화된 나라의 것이다’라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물론 종주국 논의에 있어 역사성과 고유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고운 한복을 갖춰 입고 궁궐을 관람하는 대학생들, 송편을 빚어 나누는 할머니와 손주 모두가 무형유산을 지키는 든든한 지킴이라는 것이다. 문화재청 또한 무형유산의 일상 활용과 향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전승공동체를 무형문화재 전승주체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법을 마련했다. 올해는 무형문화재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 동호회, 마을들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내년부터는 수많은 전승공동체들이 무형문화재를 마음껏 연구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전통문화는 공동체 정체성의 핵심이자 문화·관광자원으로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소중한 자원인 만큼 무형유산이 ‘살아 있는 유산’(living heritage)으로서 후대에 잘 전승될 수 있는 상생의 길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씨줄날줄] 지게꾼의 1억원 기부 이유/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게꾼의 1억원 기부 이유/박록삼 논설위원

    “조금만 기다려 봐.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기부도 하고, 좋은 데 쓸 거야.” 사람들이 흔히 하거나 듣는 말 중의 하나다. 실제로 가슴속에 담아 두고 있는 생각일 테지만 실천의 순간은 영 다가오지 않는다. 수입은 늘 부족하고, 그래서 생활은 늘 여유가 없다. 1년에 한 번 길거리에 등장하는 자선냄비나 사랑의열매 소액 기부 앞에서도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남한산성 앞에서 평생 김밥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 5000만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는 김밥 할머니 박춘자(92)씨 같은 분의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그제서야 그 이타적인 삶을 조금이나마 흉내내 보려고 할 뿐이다.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으로 불리는 임기종(65)씨는 TV에 여러 차례 나온 유명 인사다. 임씨는 비룡폭포까지 1시간 반 걸려서 40~60㎏ 무게의 지겟짐을 날라 주고 6000원을 받는다. 비선대까지는 8000원, 흔들바위까지는 2만원이다. 설악산 정상 대청봉까지는 왕복 10시간 걸려 25만원을 받는다. 58㎏, 158㎝ 자그마한 체구지만 130㎏에 달하는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지게에 싣고 오른 적도 있다고 했다. 5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진짜 화제가 된 것은 수십 년째 이어진 기부 덕이다. 25년째 장애인요양시설, 독거노인, 장애학교 등에 기부했다. ‘첫 기부’의 의도는 ‘불순’했다. 혼자서는 아무 생활도 할 수 없는,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이 있다. 2급 정신지체장애 아내도 돌볼 수 없어 20여년 전 어쩔 수 없이 보호시설에 맡겼다. 그리고 내 자식을 잘 챙겨 주길 바라는 ‘아부하는 마음’으로 과자와 빵을 사다 주곤 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해맑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바뀌었다. 많지 않은 돈이라도 생길 때마다 간식거리를 사 갔고 기부처는 점점 늘어났다. 이제 그 금액이 1억원에 달한다. 김밥 할머니나 설악산 지게꾼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공통점이 있다. 지독히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성실함 그 자체다. 자신한테 쓰는 것에는 인색해지고, 남에게 주는 것에는 기뻐한다. 남을 돕고 함께 생활하는 힘은 경제적 여유가 아닌, 정신적 여유에서 나온다는 평범한 교훈이 확인된다. 거듭 부끄러워지는 이유다.
  • “송파둘레길 시즌2로 경제 활력… 잠실5단지 재건축 반드시 재상정”

    “송파둘레길 시즌2로 경제 활력… 잠실5단지 재건축 반드시 재상정”

    ‘5단지 보류’ 대응 계획 이달 수립 ‘정비계획안 통과’ 市 약속 지켜야 사람·문화·자연 조화된 거여·마천 10년 내 잠실 같은 명품 주거지로 한예종캠퍼스 유치 유일한 과제 후보 지역 그린벨트 해제만 남아 “서울을 이끄는 송파를 넘어 서울, 그 이상의 송파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송파를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또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취임 이후 서울 유일의 21㎞ 순환형 수변산책로인 송파둘레길을 완성하고, 배움을 원하는 주민 누구에게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자체 플랫폼 ‘송파쌤’을 구축했다. 그동안 발전 혜택에서 소외된 거여·마천지역(거마지역)과 풍납동 등을 중심으로 지역균형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박 구청장이 우선순위로 고려한 것은 주민들의 의견이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등 주민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집무실에서 박 구청장을 만나 송파의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둘레길을 풍납토성길 등 명소와 연결 -임기 동안 가장 애정이 가는 사업이 있다면. “송파둘레길 완성을 꼽고 싶다. 주민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많이 와서 걷는다. 코스별로 특색이 있다. 성내천은 아기자기하고, 탄천은 자연을 보는 느낌이다. 현재 송파둘레길 ‘시즌2’ 사업이 한창이다. 송파둘레길과 오금공원 배수지, 풍납토성길, 위례 휴먼링을 연결하고 있다. 지역 곳곳의 공원, 석촌호수, 남한산성 진입로, 전통시장 등 다양한 관광 자원과 명소를 촘촘히 거미줄처럼 연결해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 이렇게 되면 송파의 모든 길은 둘레길로 통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화두로 삼았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거마지역의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은 신도시 조성 수준의 대규모 개발이다. ‘사람·문화·자연이 어우러진 신 명품도시’를 추구하며 생태환경 명소화, 명품주거단지 조성, 도로·교통체계 확충, 복지·문화시설 다양화가 추진된다. 10년 내 잠실 못지않은 명품주거지역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풍납동의 경우 서울시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마중물 예산 200억원을 활용해 2025년까지 주민 거점시설 3곳이 조성된다. 그러나 최근 시가 도시재생 재구조화 방침을 밝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시 측에 예산 확대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설명회, 설문조사, 현장 간담회 등 의견 수렴 절차에 많은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 원안 유지해야 -서울시가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과 관련해 공공분양 등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주민 반발이 크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토지임대부주택 등을 통해 반값아파트를 공급하는 정부 정책에는 당연히 찬성한다. 대상지가 옛 성동구치소 부지라는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이다. 성동구치소 부지는 2018년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1300가구 중 700가구를 공공 주택으로 하고, 나머지는 민간 분양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공청회,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신뢰가 형성돼 있다. 700가구 공공 분양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양보한 사안이다. 주민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많은 불편과 희생을 감수했다. 이제 와서 나머지 600가구도 공공 분양을 하겠다고 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신뢰의 관점에서 봤을 때 원안대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최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는 듯 보이다가, 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났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은 2003년부터 추진된 잠실 지역 주민들의 대표 숙원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1월 25일 열린 심의에서 또다시 ‘보류’ 결과가 나왔다. 현재 실망한 주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구청장으로서 전면에 나서 서울시를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해 온 만큼 아쉬움이 크다. 다시 주민들과 힘을 합쳐 빠르면 이달 안에 보류 의견에 대한 조치 계획을 수립해 수권소위 재상정을 추진할 것이다. 서울시는 조속한 시일 내 정비계획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주민들이 노후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숙원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 재건축을 활성화해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어도 조합이나 건설사 측에 과도한 개발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지, 사업을 무조건 누르기만 하면 주민들이 고통받는다.” ●통합캠퍼스는 자치구 중 송파만 가능 -임기 동안 청년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송파구 청년 인구는 20만여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1위다. 정책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현재 17층 규모로 ‘방이동 청년허브빌딩’을 조성하고 있다. 사무·회의·주거공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곳으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쉴 자리, 놀 자리, 일할 자리 등을 전부 제공하는 모델로 자리잡으면 다른 곳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게 각종 위원회에서 신규 위원 위촉 시 청년을 우선 검토하도록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청년 위원 15% 구성을 목표로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송파구로 이전해야 할 이유는. “송파구는 한예종 통합캠퍼스 조성이 가능한 서울 내 유일한 곳이다. 다양한 공연장, 전시관 등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부하다. 지하철 5개 노선이 지나고, 3개의 고속도로가 인접한 교통의 요충지이다. 유치 예정지인 방이동 일대에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하면 생태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 한예종 학생과 교직원 중 90% 이상이 송파구로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숙제는 후보지(방이동 445-11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다. 법적으로도 해제에는 문제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무적 판단만 남았다. 공약으로 내건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구는 ‘한예종 이전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상반기에 문화체육관광부, 한예종, 서울시 등에 ‘한예종 유치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 조선시대 묘지석이 미국서 돌아왔다…무덤 주인은 누구

    조선시대 묘지석이 미국서 돌아왔다…무덤 주인은 누구

    1990년대에 후손들이 보관하다 분실한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미국에 흘러간 18세기 묘지석이 약 25년 만에 귀환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그동안 소장해 온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白磁靑畵李基夏墓誌) 18점을 한산이씨 정익공파 문중에 기증해 지난 8일 한국에 돌아왔다고 10일 밝혔다. 묘지석, 지석이라고도 하는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은 돌이나 도자기 판을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장례를 치를 때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다.이 묘지의 주인공인 무신 이기하(1646∼1718)는 형조참판과 훈련대장을 역임했다. 고인을 추모하며 만든 묘지에는 가족사, 정치적 업적 등에 관한 내용이 기록됐다. 글을 지은 인물은 이조좌랑을 지낸 이덕수(1673∼1774)다. 그의 문집인 ‘서당사재’에도 이기하 묘지 글이 수록됐다. 재단은 묘지에 ‘숭정 갑신 후 91년 갑인 8월 일 구워 묻다’(崇禎甲申後九十一年甲寅八月 日 燔埋)는 문구가 있어 영조 10년인 1734년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사적으로는 백토를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청화 안료로 글씨를 쓴 것으로 분석됐다. 묘지 오른쪽 면에는 무덤 주인 관직과 이름은 물론 몇 번째 장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 숫자가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오른쪽 단면 글씨를 보면 묘지들이 온전히 한 질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글자 색상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18세기 조선 상층부를 중심으로 제작된 백자 묘지의 전형적 사례”라며 “색조가 안정된 청화 안료를 사용한 묘지는 관요(관아가 운영한 가마)였던 분원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이기하 묘지는 그의 무덤을 1994년 경기도 시흥에서 이천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수습됐다. 새로운 묘에 묻지 않고 한산이씨 문중 원로가 보관하던 묘지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고, 1998년 클리블랜드미술관에 기증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5∼2016년 이 미술관에서 한국 문화재 실태조사를 진행해 이기하 묘지의 존재를 확인했고, 2020년 보고서 발간 준비 과정에서 원소장자가 한산이씨 문중임을 파악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이어 클리블랜드미술관은 재단과 협의를 거쳐 묘지를 한산이씨 문중에 돌려줬고, 대표인 이한석씨는 묘가 현재 충남 예산에 있는 점을 고려해 공주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박물관은 4월 초 기증 행사를 열고 특별전을 통해 유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해외 기관이 묘지를 우리나라에 돌려 보내준 것은 처음”이라며 “미술관이 전문가답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평가했다. 재단은 앞서 2017년에도 일본에 건너갔던 ‘이선제 묘지’의 개인 소장자를 설득해 국내 기증을 이뤄냈다. 당시 재단은 1998년 김해공항 감정관이 이 묘지의 반출을 막으려고 그린 그림을 근거로 도난품임을 입증했다. 일본인 소장자는 불법 반출 사실을 모르고 묘지를 구매했으나, 유물이 ‘한일 우호의 끈’으로 남기를 기원한다며 기증을 결정했다. 1454년 상감 기법으로 제작된 분청사기인 이선제 묘지는 지금 국립광주박물관에 있으며 2018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 눈 맞은 설악, 일렁이는 물결에 잊는 시름… 속세 초월한 멋

    눈 맞은 설악, 일렁이는 물결에 잊는 시름… 속세 초월한 멋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팝 밴드 ‘푸른하늘’의 ‘겨울 바다’ 중, 1998년) 속초,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시(市)다. 아니 한반도 최북단 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시 영역의 절반 이상이 바로 그 유명한 설악산 국립공원이다. 나머지 반은 동해 푸른 물빛을 자랑하는 해변을 향한다.이젠 길도 반듯해져 가깝기도 하다. 직선거리 160㎞(도로 190㎞)로 서울에서 출발하면 2시간대면 도착한다. 도로 거리가 215㎞에 이르는 강릉보다 가까우니 서울과 가장 가까운 동해안 도시라 할 수 있다. 근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해변에 호텔과 리조트, 펜션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공급 객실 물량이 속초 시민을 다 재우고도 남는다. 지난해 5월 속초시 동명동 신축 아파트 한 채(131㎡, 40평)가 16억원(분양권)에 팔렸을 정도다.‘기린 발굽’ 인제(麟蹄)군 북면을 지나 미시령을 넘으면 바로 속초다. 미시령은 굉장히 험준한 고갯길이다. 해발 고도 826m로 대관령(832m)이나 한계령(1004m)보다는 낮지만 눈이 잦고 급경사 구간이 길어 위험한 도로였다. 2006년 미시령 터널이 생겨나고, 2017년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가 완전히 연결되며 속초가 수도권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철도 소식도 들린다. 각각 부산, 춘천에서 출발하는 동해북부선과 춘천속초선이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철로를 놓고 있다. 인구밀도는 꽤 높은 편이다. 관광객도 늘 수천 명 이상 와 있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차가 막힌다. 속초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도처에 있다. 속초 자체는 좁지만(강원도 최소 면적 지방자치단체) 그 안에 서랍처럼 빼곡히 들어선 즐길거리가 많아 1박 2일 일정으론 살짝 부족해 뵌다. 천하제일경이라는 금강산과 견준다는 설악산을 품고 시내 바로 앞에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가 있다. 영랑과 청초, 두 석호(潟湖)까지 안았으니 없는 게 없다. 여기다 억센 바다와 함께 싸우며 살아온 어민과 함경도 실향민 문화가 뒤섞여 다양성을 표출하는 도시다.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좀 망설여지지만 온천과 워터파크도 많다. ‘핫플레이스’답게 예쁜 카페, 베이커리, 맛집도 들어서서 우직한 자연미에 도시 인프라의 디테일(세세함)을 채우고 있다. 겨울에 제 이름을 찾은 설악(雪岳)은 좀더 늠름해졌다. 하얀 망토를 두른 산은 영랑호와 청초호, 동해를 내려다보며 정초의 겨울을 지키고 섰다. 갯내음과 눈부신 아침 빛이 버티고 선 미시령터널의 끝을 지나자 눈 맞은 속초와 눈이 맞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처럼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설악의 오른쪽 어깨엔 거대한 수석(壽石)을 닮은 울산바위가 버티고 섰다. 흰 비단을 두른 듯 고결하고도 씩씩한 자태로 여행객을 맞는다. 전해지는 말처럼 울산에서 올라와 금강산에 가지 못해 설악에 주저앉은 바위가 아니다. 바람이 몰아치면 웅웅 우는 소리가 난대서 울산바위다. 설악의 기세는 역시 겨울에 눈을 뒤집어써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울산바위도 마산봉도 수바위도 모두 나뭇잎을 떨어내고 흰 눈이 맺혀야 그 잔근육이 잘 보인다.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해 기름칠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설악의 ‘육체미’를 감상하려면 멀찌감치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에 가야 한다. 미시령터널을 지나자마자 뷰포인트가 하나 나온다. 이곳에선 울산바위가 잘 보이는데 아침나절에 가야 산 그림자에 갇히는 ‘역광’을 면한다. 멀리 엑스포 공원 쪽 바다까지 가서 산을 바라봐도 좋다. 이 역시 아침녘에 나가야 한다. 푸른 바다 위로 새하얀 산봉우리가 삐죽삐죽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해가 뜬 직후라면 붉은 기운을 받아 핑크색이 되기도 한다. 아직까진 해가 늦게 뜨니 설렁설렁 다녀도 볼 수 있다. 역시 겨울이 좋다.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도 좋고 화암사 뒷길 코스로 눈길 산행을 가도 멋들어진 설악의 바위들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야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설악의 품에 와락 달려들지 않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설악은 그만큼 넉넉한 인심을 지녔다. 다시 순백으로 뻗은 길은 곧바로 저 멀리 바다로 곤두박질친다. 해발 500~600m에서 순식간에 0m 이하 남양(藍洋)으로 잠기는 푸른 길이다. 일종의 관성이다. 속초의 바다 풍경은 여느 곳과 다르다. 워낙 작은 도시라 설산이 바다에 면해 있는 풍경이 근사하다. 강릉만 가도 이 같지 않다. 청호동 아바이마을. 피란 온 함경도와 강원도 이북 아바이들이 눌러앉았다. 섬도 땅도 아닌 외딴 끄트머리 땅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70여년 느릿한 추억을 부여잡고 거친 바다와 싸워 가며 살아온 실향민 마을이다. 줄을 묶어 갯배로 오가며 생선을 말리고 식해를 담가 팔며 살았다. 관광객들이 득실한 갯배 선착장 주변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변했다. 생선구이집과 냉면집, 순댓국집 일색이던 곳에 십여년 전부터 영문 간판 화려한 카페와 베이커리도 착착 들어섰다. 남미에서 온 원두를 볶고 녹진한 유럽풍 과자를 만들어 판다. 하지만 뒤로 돌아들면 여전히 좁은 골목 속에 옛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주워 오고 얻어 온 잡어를 다듬어 식해를 담그는 할머니, 자식보다 오래된 자전거를 끌어다 놓고 기름칠하는 할아버지는 여전히 오롯이 남은 청호동의 실제 모습이며 주인공들이다. 겨울 바람이 몰아쳐도 그닥 냉랭하지 않다. 겨울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하는가 보다. 동장군이라지만 뜨거운 가리탕(갈비탕) 한 그릇과 아바이순대 한 접시로도 썩 물리칠 수 있는 허약함이 엿보인다. ‘아바이’가 전해 준 활력과 온기 덕이다. 동명동 영금정에 가면 속초 바다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물가 넓은 바위를 스치면 거문고를 연주하는 소리가 난대서 붙은 이름이다. 시내와 가깝고 식사할 곳도 많으니 이곳저곳 들러보기 편하다. 학사평 두부 한 사발에 가득 차오른 마음… 속세 초월한 맛 이젠 호수를 돌아볼 차례다. 바다와 붙은 청초호는 딱히 호수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최근 청초호변 칠성조선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는데 바다와 호숫가에 자리한 폐조선소 특유의 분위기가 매우 멋지다. 카페도 겸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순례 코스가 됐다. 1950년대부터 목선과 어선을 만들어 오던 옛 조선소답게 목선과 장비들을 전시해 놓았다. 예전에 신라 화랑이 ‘워크숍’을 왔다는 영랑호는 소요한 호수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했다. 장천천이 흘러들어 맑은 물을 채워 줬다가 영랑교 밑 수로를 통해 동해로 흘러나간다. 이곳은 와글와글하지 않아 산책 코스로도 좋다. 8㎞의 순환도로를 걷다 보면 효자 호랑이 설화가 전해지는 범바위와 관음암 등 기기묘묘한 볼거리를 챙겨 볼 수 있다. 다시 설악산 쪽을 올려다보면 갈 곳이 많다. 척산온천과 설악온천(한화워터피아)이 있는 노학동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갤러리와 국립산악박물관 등 박물관, 영화(드라마) 세트장 등이 나온다. 국립산악박물관은 정말 제자리에 위치를 잡은 것 같다. 설악산에다 요즘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 속초에 자릴 잡았으니 말이다. 박물관에는 우리 산과 세계의 산, 그리고 이를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도읍을 정하기 위해 북한산을 올랐던 비류와 온조, 그토록 금강산을 가고 싶어 했던 중국과 왜의 대작들, 한라산을 유람한 임제, 그리고 히말라야 등 세계의 지붕에 선 여러 산악인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녹슨 철제 아이젠과 피켈 등 그들이 썼던 장비와 등반일지, 건조식량 등 산악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여러 전시물을 챙겨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아래쪽 학사평엔 두부 요리를 잘하는 집들이 촌락을 이루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뭉근히 굳혀 낸 ③두부 한 사발이면 몸도 마음도 실하게 차오른다. 시내 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에선 다양한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 닭강정을 비롯해 씨앗호떡, 치즈호떡, 마카롱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채로운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점과 함께 맛있는 식당도 많아 눈요기 배요기를 하러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양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남쪽에는 대포항과 외옹치항 등 정감 어린 항구들이 즐비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오랜 기간 철책으로 묶였던 초병 순찰길이 근사한 해변 트레일 데크로 변신한 곳이다. 조도가 바라보이는 속초 해변에서 출발해 데크길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바다 풍경을 눈에 담기 좋다. 해안을 둘러보던 초소가 있던 곳은 뷰포인트로 딱이다. 뺨에 부딪히는 겨울바람은 차갑지 않고 되레 알싸한 갓김치 첫맛처럼 청량하게 다가온다. 대포항도 많이 변했다. 과거 항구를 뒤덮었던 포장마차촌은 대대적으로 정비가 이뤄져 건물 속으로 들어갔지만 새우튀김과 오징어회 등 명물 음식맛은 여전하다. 호텔 밀집 지역과는 살짝 떨어져 있지만 식사와 안줏거리를 찾아 일부러 이곳을 오는 이들도 많다.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 버려, 잊어 버리고.” 바다결핍 위중증에 늘 시달리는 서울 수도권 사람들에게 ‘겨울 바다’ 노랫말과 가장 어울리는 곳 속초. 요즘 속초는 새하얀 설산과 붉은 태양, 노란 햇살, 푸른 바다, 검은 밤하늘 등 오방색으로 갈아입고 아직 겨울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뻘쭘한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팔팔 끓는 한우 뚝배기 속에 문어 풍덩 바다 내음 품은 생선과 색색 나물 조화     ●먹거리=‘도문집’은 ①칼국수와 만두로 유명하다. 동해안 항구도시에서 으레 먹는 장칼국수 대신 멸치 육수에 감자 가루, 김을 넣고 팔팔 끓여 낸 깔끔한 국물이 좋다. 40년 넘게 장사를 하며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직접 빚은 만두 역시 대표 메뉴다. 630-5150(이하 지역번호 033).●매우 특별한 국밥을 맛보고 싶다면 ②‘속초 문어 국밥’이 좋다. 한우양지와 참문어를 삶아 시원하고 고소한 문어국밥을 차려 낸다. 먼저 팔팔 끓는 뚝배기 위에 올린 문어를 집어먹은 뒤 밥을 말면 된다. 다진양념은 굉장히 매우니 조금만 넣는 것이 이롭다. 638-8837. ●도치알탕은 겨울 제철 음식으로 딱이다. 꼬득한 살과 알이 가득한 탕은 김치를 넣고 끓여 시원하다. 그리 건더기가 많아 보이진 않지만 알이 한가득인 국물을 떠서 밥을 말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든든하다. 영랑호 인근 포장마차촌의 ‘당근마차’는 도치알탕 이외에도 자연산 백고동으로 무쳐 낸 골뱅이무침과 도루묵구이가 유명하다. 곁들여 주는 간장새우장도 밥도둑이다. 632-3139.●대게는 값비싸지만 그래도 올해 먹어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동명항 ‘스타대게’는 홍게와 ④대게, 생선회를 푸짐한 곁들임 안주와 함께 차려 내는 곳. 게도 싱싱하고 튀김 등 안줏거리도 맛이 좋다. 638-7208.●함경도 출신 모친에 이어 2대째 제철 생선을 구워 내는 ⑤‘옥이네 밥상’은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라 해도 될 만큼 상차림이 근사하다. 꾸덕꾸덕 말린 가자미와 고등어, 볼락 등을 구워 갖은 나물과 젓갈과 함께 먹는다. 구운 생선을 상추에 싸서 표고버섯 쌈장을 넣고 입안에 넣으면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멍게비빔밥도 경남 거제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637-3166.
  • [길섶에서] 29만원봉(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길섶에서] 29만원봉(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산봉우리는 크고 높거나 사연이 깊지 않은 한 모양새를 빗대 불리는 경우가 많다. 용봉, 매봉, 학봉 등이 그렇다. 서울의 진산 북한산에도 그런 봉우리가 있다.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 중 서쪽 끝에 위치한 해발 300여m의 봉우리가 그렇다. 풀 한 포기 없이 너른 바위로 이뤄진 이 봉우리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대머리봉’으로 유명하다. 머리 숱이 많지 않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빗대 ‘전두환봉’이라고도 하고, 그가 생전 법정에서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텼던 양상을 풍자해 ‘29만원봉’으로도 불린다. “앞으로 나를 섬기라”는 당나라 황제의 회유를 자결로 거절했던 양나라 장수의 평생 좌우명은 ‘표사유피, 인사유명(豹死留皮 人死留名·표범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이었다고 한다. 사람이란 죽어 명예로운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죄 한마디 없이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전두환씨, 그 이름이 북한산에서 불명예스럽게 회자되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 임신 중 백신, 누구를 위한 건가요

    임신 중 백신, 누구를 위한 건가요

    지난달 7일 임신부들이 즐겨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2차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일주일 만에 7개월 된 태아를 유산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첫 임신이라는 작성자는 “접종 사흘째 검사에서 아이와 양수가 줄었다고 하더라. 7일째에는 태동이 없어 병원에 갔더니 태아 심장이 멈췄다고 했다. 임신 25주 5일차였다”며 “이 시기 태아 사망이 흔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임신부들은 수백개의 댓글을 통해 백신 부작용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일부는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말아 달라. 임신부와 난임자는 방역패스에서 면제해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그러나 정부는 임신부들을 방역패스 예외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감염된 임신부 위중증률이 일반인의 9배라는 해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또 백신 접종이 조산, 유산, 기형아 등 임신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 임신부들은 주치의와 상담하고 백신을 맞으라고 권했다.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임신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을까. 3일 보건복지부가 있는 세종시 내 산부인과 4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문의한 결과 단 한 곳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똑 떨어지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자칫 문제가 생기면 난감하다는 것이다.A산부인과는 “맞을 거면 임신 12주 이후를 권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인 선택”이라면서 “정부에서도 책임지지 못하는데 괜히 백신을 권유했다가 태아에 문제가 생기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산부인과에서는 임신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모르겠다. 코로나 초기에는 임신부에게 백신을 금지했고 ‘단유할 생각이면 백신을 맞아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다 미국 따라가더라.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겨도 인과성도 없다고 할 텐데 어떻게 백신을 맞으라고 권하겠나”라고 답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18일 기준 백신을 맞은 임신부 중 30명 정도가 근육통 등 일반 이상반응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부 90%(38만 9477명)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부작용 규모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 번이라도 접종한 임신부 4만 1964명 가운데 4.9%(2056명)는 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0시 기준 여성의 백신 이상반응 건수는 28만건(전체 44만건)으로 남성보다 1.8배 더 높은 가운데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이상자궁출혈’은 3366건 신고됐다. 특히 임신부들은 백신 접종은 고위험군이어서 맞아야 한다면서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고위험군이 아니어서 배제되는 정부 정책의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사는 접종에 확답을 주지 않고, 방역패스는 면제되지 않아 “아무 곳도 갈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험이 높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방역패스 면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인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수정·착상 무렵 고열은 태아 발달에 좋지 않고, 임신 중후반기에는 태아의 성장으로 횡경막이 밀려 올라가 가뜩이나 숨이 찬 상태에서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감염 위험을 설명했다. 다만 개인 의견을 전제로 “어떤 새 부작용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백신은 선택권을 줘야 하고 대부분 임신 등록을 하기 때문에 방역패스 QR코드에 반영만 하면 현장에서 쉽게 구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장은 “백신의 여러 이점이 있지만 임상 정보가 없는 임신부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외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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