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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지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금연캠페인

    을지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금연캠페인

    을지대학교는 30일 성남캠퍼스 뉴밀레니엄센터 대강당에서 ‘제 6회 금연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31일 밝혔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을지대학교가 담배 연기 없는 지역사회 구현과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기념식에서는 대학과 지역사회에 금연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한 이들을 시상하고, 금연에 성공한 학생들에게 금연장학금 50만원과 금연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시상식 이후에는 외부 강사의 금연 특강, 을지대학교 금연홍보대사와 댄스동아리(DNG), 건강증진동아리(팀EU)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행사들로 꾸며졌다. 홍성희 총장 “이번 행사가 학생은 물론, 지역사회에 금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금연의 생활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을지대학교는 지난 25일부터 남한산성입구와 캠퍼스 내에 부스를 마련해 학생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서 작성 ▲금연클리닉 상담 ▲CO측정 ▲혈압측정 ▲니코틴 및 신진대사 분석 등 금연캠페인을 벌여왔다. 보건복지부와 성남시 3개 보건소(수정, 중원, 분당)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행사는 31일 분당 야탑광장에서 금연 퍼포먼스를 끝으로 종료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밤새 푹 끓여 양반 속 달래준, 최초의 배달 해장국

    밤새 푹 끓여 양반 속 달래준, 최초의 배달 해장국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부드럽고 담백해서 부모님 보양식으로 그만이예요.” ‘효종갱’을 즐겨찾는다는 주부 정희선(55)씨는 30일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해장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효종갱이라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지역의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남한산성 안에는 갱촌이 있었다. 국을 끓이던 곳이다. 새벽에 도성의 양반들이 숙취 해소를 위해 배달을 시켜 먹었다.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 자를 써 효종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남한산성에서 밤새 끓여 새벽녘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의 종이 울리면 사대문 안 대갓집으로 배달되었다는 기록이 문헌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해장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옛 별미 복원 주인공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새벽 종 울릴 무렵 대갓집 배달가는 국 항아리 조선시대 말 문신이자 서예가 최영년(1856~1935)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효종갱에 대해 “광주 성내 사람들이 잘 끓인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소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을 풀어 온종일 푹 곤다. 밤에 국 항아리를 솜이불에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 종이 울릴 무렵에 재상의 집에 도착한다. 국 항아리가 그때까지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효종갱은 소갈비, 건해삼, 전복, 배추속대, 콩나물, 표고버섯 등을 넣고 끓인 것으로 맛과 영양 면에서 최고라고 손꼽을 만한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효종갱을 해장국의 으뜸으로 꼽는 이유는 갈빗국에다 영양가 높은 해물과 버섯을 넣고 오래도록 끓여내어 소화에 매우 좋고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기 때문이다. 효종갱을 끓이는 데 조미료의 역할을 하는 토장은 된장으로 이 또한 중요한 식재료였다. 구전과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효종갱을 둘러싸고 남한산성 내 주민들이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 먹었으나 조리법이 체계적이지 않고 많이 변형된 채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에 따라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2009~2011년 옛 문헌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신미혜 을지대 식품산업외식과 교수, 남한산성 내 상인들과 체계적인 조리법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 8월 역사 문화적 고유성을 보전하기 위해 ‘남한산성 효종갱’으로 상표출원을 냈다. 상표출원 등록을 계기로 남한산성 효종갱 상표에 대한 명의를 산성 내 음식점에서는 자유롭게 사용해 영업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효종갱 대중화와 상품화에 옷소매를 걷어붙였다. 경기 광주지역에서 남한산성면의 ‘고향산천’, ‘한마당’, ‘월성관’, 초월읍의 ‘거궁’, 그리고 ‘뉴서울 컨트리클럽(CC)’에서 효종갱 맛을 즐길 수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한국의 집’에서도 판매한다.●전통문화 계승 사명감으로 조리법 재현 남한산성 도립공원 로터리 인근에 자리한 ‘고향산천’에서는 전통 레시피와 맛을 고스란히 재현한 효종갱을 자랑한다. 고가의 재료와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 등 어려움에 부딪혀 지속하지 못한 식당이 대부분이지만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 음식을 계승한다는 사명감에 힘입어 지금까지 정성껏 효종갱을 끓여내고 있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에 토란, 콩나물, 표고버섯, 배추속대 등을 재료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끓인다. 콩나물이나 배추속대 등을 미리 삶아 놓았다가 끓이는 게 손이 더 가더라도 풍미를 더하는 비법이다. 익혀 둔 소갈비와 전복을 재료들과 함께 뚝배기에 담고 송이와 건해삼, 계란 지단에 대파를 얹어 완성하는 효종갱은 양반가에서 먹던 해장국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은은한 송이 향이 먼저 식욕을 돋운다. 배추속대와 콩나물, 소화 잘 되는 채소들은 푹 잘 끓여져 부드럽게 넘어가고 갈비나 전복, 해삼 등은 적당히 익어 씹는 맛이 있다. 조선시대 소달구지에 실려 배달되던 양반 해장국 효종갱은 주인 부부의 정성스러운 노력에 힘입어 지금까지 그렇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성백일(53) 고향산천 대표는 “언론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후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다 보니 효종갱을 찾는 손님층은 다양하다. 3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숙취 해장을 위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방송을 보고 찾아 온 손님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처음 시작해서는 지금보다 맛이 떨어지고 홍보도 되지 않아서 끓여놓고도 버리기 일쑤였다”며 “이젠 효종갱만 먹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졌고 예전에 접한 적 없는 맛이라며 좋아한다. 불도장 맛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미혜 을지대 교수와 남한산성 먹거리 연구회가 효종갱이란 음식을 찾아내 복원했으나 힘들고 어려워 여러 식당들이 포기했지만, 저희는 남한산성 전통 음식을 복원·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사명감을 갖고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효종갱은 일단 소화가 아주 잘 되는 야채 위주로 되어 있다. 사골육수를 우려낸 국물에 전복, 갈비, 건해삼 등을 넣고 끓여 고객 건강까지 생각하는 음식”이라며 “예전에는 송이를 넣고 끓였다고 하는데 오늘날엔 송이가 너무 비싸 ‘슬라이스’하여 음식의 맛을 높여주기 위에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갈비·해삼·전복… ‘슬로푸드’ 개념의 보양식 효종갱을 재현·복원한 신미혜 을지대 교수는 “소갈비, 해삼, 전복, 송이 등 당시 귀한 최고의 식재료로 만든 보양식으로 알려졌다”면서 “오랜 시간을 끓여서 만든 슬로 푸드 개념의 음식으로, 약리 효과가 높은 양념과 식재료들을 넣어서 양반들의 숙취 해소를 위한 해장국뿐 아니라 조상들의 식약 동원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재료인 소갈비로 탕을 끓인 후 된장을 넣음으로써 느끼한 맛과 냄새를 없앤다. 소고기의 단백질과 된장의 아미노산이 조화를 이루어 개운한 맛을 유지한다. 갈비 국물에 영양가 높은 해산물과 버섯을 넣고 오래도록 끓여 담백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산을 많이 함유한 콩나물, 식이섬유가 풍부해 정장(整腸·장을 깨끗하게 함)에 좋은 배추속대, 타우린과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전복과 해삼, 항암 작용을 하는 송이와 표고버섯이 들어가 최상의 음식 궁합”이라고 강조했다. 또 “소갈비를 밤새 고았기 때문에 뼈 육수가 일종의 고체화를 일으켜 장거리 배달을 해도 국물이 거의 식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내륙이어서 해삼과 전복 등 해산물은 건어물을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취업난에… 꽉 찬 도서관·썰렁한 축제

    취업난에… 꽉 찬 도서관·썰렁한 축제

    대학 축제 기간인 29일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이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위). 반면 음식을 판매하는 축제 현장은 지나가는 학생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아래).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취업난에… 꽉 찬 도서관·썰렁한 축제

    취업난에… 꽉 찬 도서관·썰렁한 축제

    대학 축제 기간인 29일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이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위). 반면 음식을 판매하는 축제 현장은 지나가는 학생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아래).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北 석탄 실은 선박, 40일 넘게 바다 떠돌며 방황”

    “北 석탄 실은 선박, 40일 넘게 바다 떠돌며 방황”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동탄호가 입항을 거부하면서 40일 넘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해역을 맴돌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VOA는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며 동탄호가 지난 1일부터 말레이시아 최남단 해상에 머물다 약 3주만인 25일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동탄호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쪽 해상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지난 28일 기준으로 자카르타 항구에서 242㎞ 떨어진 지점에 머물고 있다. 동탄호는 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항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있던 석탄을 옮겨 실은 뒤 말레이시아 케마만항으로 이동했지만 입항허가를 받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을 처음 실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8일까지 46일 동안 어느 항구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방송은 자신들이 확보한 석탄의 ‘선하증권’에 화주가 러시아의 한 회사, 수화인은 인도네시아에 주소를 둔 회사로 명시됐다고 밝혔다. 이전에 확보한 선하증권에는 석탄의 화주와 수화인 모두 같은 주소를 사용하는 중국 난징의 한 회사로 돼 있었는데 이번 항해를 앞두고 새로 발행된 것으로 추정했다. 화물도 북한산 무연탄 2만 6500t에서 연료탄 2만 6400t으로 변경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반성 없는’ 신경숙… 반길 수 없는 복귀

    ‘반성 없는’ 신경숙… 반길 수 없는 복귀

    ‘방심에 따른 실수’ 해명에도 여론 싸늘 권력 비호 받는 모양새에 설득력 잃어지난해 11월 20일, 북한산 중흥사. 먼 타국에서 돌아간 허수경 시인의 49재가 있었다. 시인의 문우들과 독자들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소설가 신경숙(56)이었다. 동갑내기 문우의 제단 앞에 조용히 합장한 그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신경숙이 돌아왔다. 최근 발간된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는 작가의 신작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가 실렸다. 소설은 절친에게 닥친 비극에 절망하는 주인공 ‘나’와 친구의 교감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허 시인과 작가를 연상케 한다. 작가는 앞서 공개한 글 ‘작품을 발표하며’에서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서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썼다. 2015년 6월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작가가 이렇게 긴 소회를 털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좋지 못하다. 독자들은 ‘방심에 따른 실수’라는 해명이 여전히 부족하다 느낀다. 문단에서는 창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문학평론가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돌아온 신경숙’에 대해서는 이제 더 말할 게 없다”면서도 “하지만 창비와 백 선생(창비 명예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해서는 여전히 용서가 안 된다. 반성하지 않는 모든 것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백낙청은 멀고, 신경숙은 가까운 기자는 작가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그의 말마따나 글로서 존재 증명을 하는 것이 작가라지만, ‘그때 그 지면’으로 그렇게 돌아오면 안 되는 거였다. 작가는 창비에서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했고, 문제의 단편 ‘전설’도 창비에서 낸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에 실렸다. 당시 백 명예교수 등은 작가 편에 서서 “의도적인 베껴 쓰기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이는 곧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글을 써서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갚아 나가겠다”고 했지만, 권력의 비호를 받는 듯한 지금의 모양새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등단한 지 얼마 안 된, 한 어린 시인은 말했다. “글 쓰는 이에게 문예지는 무대이다. 무대에 서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늘 시달렸다”고. 문예지는 그런 공간이고, 창비 같은 메이저 출판사의 문예지는 더욱 그렇다. 작가가 오른 무대에,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서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작가는, 그 무거움을 알까. 소설 말미, ‘작가노트’에 그는 적었다. “젊은 날 내게서 멀리 떠난 친구가 더 멀리 떠났다.” 소설 ‘외딴방’을 읽고 고등학교 문학 시험을 쳤던 기자에게는 표절 논란이 그랬고, 이번 일로 작가가 더 멀리 떠난 것만 같다. 여전히 그의 글을 보고 싶지만, 이렇게는 아니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특목고 준비는 6세부터?”…선행학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둘은1학년]“특목고 준비는 6세부터?”…선행학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지난 금요일, 아이들을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나서 시내에 나갔다.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한산했다. 문제집을 파는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 예닐곱이 진지한 표정으로 국어독해, 수학 문제집을 고르고 있었다. 한쪽엔 초등학교 교과서도 팔았다. 한 권에 5000원 정도였다. 지난 3월 학부모 총회 때 딸의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3월 말부터 교과서 수업에 들어갑니다. 교과서는 집에 보내지 않고, 숙제도 없습니다. 수학익힘책도 학교에서 저와 같이 풉니다. 아무 신경 쓰지 마세요. 대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수학익힘책을 집에 보내드릴 테니 우리 아이들 많이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세요.” 부모가 자녀에게 교과서를 미리 공부시키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 같았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렇게 쉽게 교과서를 구할 수 있다니…. 부지런하고 꼼꼼한 엄마들은 이미 교과서를 사서 봤을 것이다. 난 한참 멀었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별 탈 없이 학교에 적응했다. 혼자 학교에 가고, 끝나면 집에 오고, 친구들과도 잘 논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처음에는 아주 기본적인 화장실 스스로 가기, 실내화 갈아신기 같은 것만 잘해도 감지덕지했는데, 이제 딸의 공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선행학습.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일이 돼버렸다. 처음엔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울 게 뭐가 있다고, 열심히 뛰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 보통은 공부도 어릴 때 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반대의 뜻도 통한다. 어린 나이에 배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부도 머리가 굵어지면 쉽게 이해한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초록색 성문기초영문법을 보기 시작했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학원 선생님은 네댓 번 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이해되지 않는 외국말을 달달 외우라는 소리가 싫어서 결국 학원을 관뒀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그 책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슥슥 잘 읽혔다. 이렇게 쉬운 걸 왜 4년 전에 억지로 배우려 했을까. 선행학습에 대한 불신이 큰 나지만 자식 키우는 처지가 되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다. 이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적어도 한글은 깨우치고 학교에 가야지. 초등학교 1~2학년이면 영어 알파벳이랑 음가(파닉스)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3학년 되면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배운다는데, 그전에 수영을 배워놓으면 더 좋겠지. 요샌 줄넘기도 필수라는데 동네 문화센터 줄넘기 강좌라도 듣게 해야 할까. 선행학습이란 무엇인가. 교육당국은 학생 스스로 또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학교 수업 진도보다 최소 1개월 이상 미리 공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학교 수업 준비를 위해 1~2주 먼저 공부하는 ‘예습’과는 다르다.교육과정평가원이 2013년 발간한 ‘학교교육 내 선행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중 86.2%가 영어 또는 수학 선행학습을 경험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학부모) 9720명을 조사한 결과다. 학교급으로 보면 초등학생의 84.1%, 중학생의 87%, 고등학생의 89.5%가 선행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설문을 분석해보니 ▲학급 내 성적이 높을수록 ▲진학 희망 고등학교가 특목고 또는 자사고일 경우 ▲월평균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어머니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선행학습 시간이 길었다. 3월 초에 만난 대학선배 언니 A가 해준 기막힌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는 둘째를 올해 초등학교에 보냈다. A는 어렵사리 유명한 수학학원 강사 전화번호를 구했다. (유능한 사교육 강사 연락처를 확보하는 게 학부모의 정보력이라고 한다.) A는 강사에게 둘째 교육을 의뢰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강사가 그러더란다. “어머니, 너무 늦으셨네요. 특목고 가려면 6살 때부터 준비해야 해요.” 선행학습은 사교육을 받는 주요 목적 중 하나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초등학생 가운데 39.7%가 선행학습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학교수업 보충이 86.2%로 가장 많았고 보육(17.6%), 진학준비(15.9%) 등의 순이었다.다만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는 2007년부터 시작됐는데 그해에는 초등학생의 65.6%가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았다. 반면 학교수업을 보충할 목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초등학생은 2007년 49.6%에서 1.7배 이상 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선행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기 때문은 아닐까. 사교육에서 성행한 선행학습은 공교육을 무력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사교육을 통해 미리 교과 내용을 학습한 학생에게 학교 수업이 재미있을 리 없다. 그런 학생이 많으면 교사들도 기본 개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선행학습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주입식 선행학습에 익숙해진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선행학습이 대학입시를 위한 속도 경쟁을 부추겨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나왔다. 오죽하면 법으로 선행학습을 금지했을까. 지난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선행학습을 전제로 한 학교 수업 ▲교육과정을 벗어난 범위와 수준의 시험 출제 ▲대입전형 논술 시험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 벗어난 문제 출제 등을 금지했다.법 시행 이후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유발을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아침 저녁 보충수업과 방학 특강을 통해 교과과정을 미리 배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방과후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은 원칙적으로 금지다. 다만, 지난 3월 국회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개정된 덕에 초등학교 1·2학년도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됐다.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교과에 포함되기에 초 1·2 대상 영어 수업은 선행학습에 해당된다. 하지만 국회는 교육현장과 학부모 요구를 받아들여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했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대한 학부모 반응은 둘로 갈린다. 선행학습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반기는 쪽도 있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더 안 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부모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어느 쪽이든 공교육법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걸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은 수학 시간이 제일 싫다고 한다. 지난주에 들고 온 수학익힘책을 보니 한자리수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있다. 예컨대 ‘5와 3의 합은 8입니다. 5와 3의 차는 2입니다’ 이런 걸 배우는 모양이다. 손가락 10개로 더하고 빼기를 해결하는 딸에게 딱 맞는 수준이다.딸은 선행학습은커녕 ‘후행학습’마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딸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 가끔 10이 넘어가는 두자릿수 덧셈을 시켜볼 때가 있다. 그러면 딸은 빽 소리를 지른다.(손가락 10개로 셈을 할 수 없어서다. 잘 구부러지지 않는 발가락을 동원하다가 성질을 낸다.) 돈을 셀 때 1000원을 1만원이라고 하고, 100원을 10원이라고 하기에 세자릿수 읽기를 가르쳐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딸은 어김없이 화를 낸다. “엄마, 학교에서 배울 거잖아. 왜 엄마가 가르치려고 해?” 그럼 학교에서 배운 덧셈과 뺄셈을 복습해보자고 붙잡아 앉히면 또 저항한다. “아니, 학교에서 배운 건데 왜 엄마랑 또 해? 싫어!” 속에서 천불이 난다. 공부하지 않겠다는 고집만큼은 아주 자기주도적이다. ‘됐다, 됐어.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속으로 뇌까려봤자 아쉬운 쪽은 나다. 어느새 서점에서 사온 덧셈 연산 책을 펴놓고 어르고 달래며 3장만 풀어보자고 애원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복직’ 입니다.
  • 구의역 채운 “너의 잘못 아니야”…살아남은 김군들의 안부를 묻다

    구의역 채운 “너의 잘못 아니야”…살아남은 김군들의 안부를 묻다

    승강장 한켠 추모 포스트잇으로 가득 사고 당시 김군 가방에 있었던 것처럼 샌드위치 등과 ‘천천히 먹어’ 메모 놓여 3년동안 비정규직 청년 사고 잇따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목소리 커져“너의 잘못이 아니야. 잊지 않을게.”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한 켠은 수십장의 메모지로 가득차 있었다. 한산한 모습의 승강장이었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은 메모지로 가득한 ‘추모의 벽’ 앞에서 한참 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28일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당시 19세)군이 이곳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전동 열차에 치어 사망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고등학교 졸업 석 달 만에 목숨을 잃은 김군의 가방에는 기름때 묻은 장갑과 각종 공구, 미처 뜯지 못한 삼각김밥과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김군의 사망을 계기로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함께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3년 전 김군의 가방을 기억한 시민들은 “천천히 먹어”라는 메모와 함께 샌드위치, 김밥, 주스를 추모의 벽 앞에 놓아뒀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계급으로 나누고, 도구로 사용하는 세상에 살다 가게 해서 미안하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들어라”와 같이 김군의 짧은 생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긴 내용도 있었다. 추모를 위해 일부러 구의역을 찾았다는 취업준비생 김재현(25)씨는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나 차별받지 않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원칙을 강화하고 이를 지키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스크린도어 정비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인 1조로 일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바꿨다. 김군이 속했던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에서 서울교통공사로 편입됐다. 이런 조치로 인해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사고가 일어났던 2016년에 비해 68% 정도 줄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16년 하루 평균 9.3건 정도 고장났지만 2017년 3.7건, 2018년 3.0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4월 기준으로 2.2건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다른 분야에서의 또 다른 김군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에는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고,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 10명 중 4명(37.8%)은 업무상 재해를 경험했다. 이는 업무상 재해를 경험한 원청 정규직 노동자(20.6%)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용균씨나 지난달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김태규씨 등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장에서 원청과 하청 구분 없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인식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구의역 채운 “너의 잘못 아니야” 살아남은 김군들의 안부를 묻다

    구의역 채운 “너의 잘못 아니야” 살아남은 김군들의 안부를 묻다

    승강장 한켠 추모 포스트잇으로 가득 사고 당시 김군 가방에 있었던 것처럼 샌드위치 등과 ‘천천히 먹어’ 메모 놓여 3년동안 비정규직 청년 사고 잇따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목소리 커져“너의 잘못이 아니야. 잊지 않을게.”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한 켠은 수십장의 메모지로 가득차 있었다. 한산한 모습의 승강장이었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은 메모지로 가득한 ‘추모의 벽’ 앞에서 한참 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28일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당시 19세)군이 이곳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전동 열차에 치어 사망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고등학교 졸업 석 달 만에 목숨을 잃은 김군의 가방에는 기름때 묻은 장갑과 각종 공구, 미처 뜯지 못한 삼각김밥과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김군의 사망을 계기로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함께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3년 전 김군의 가방을 기억한 시민들은 “천천히 먹어”라는 메모와 함께 샌드위치, 김밥, 주스를 추모의 벽 앞에 놓아뒀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계급으로 나누고, 도구로 사용하는 세상에 살다 가게 해서 미안하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들어라”와 같이 김군의 짧은 생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긴 내용도 있었다. 추모를 위해 일부러 구의역을 찾았다는 취업준비생 김재현(25)씨는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나 차별받지 않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원칙을 강화하고 이를 지키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스크린도어 정비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인 1조로 일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바꿨다. 김군이 속했던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에서 서울교통공사로 편입됐다. 이런 조치로 인해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사고가 일어났던 2016년에 비해 68% 정도 줄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16년 하루 평균 9.3건 정도 고장났지만 2017년 3.7건, 2018년 3.0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4월 기준으로 2.2건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다른 분야에서의 또 다른 김군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에는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고,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 10명 중 4명(37.8%)은 업무상 재해를 경험했다. 이는 업무상 재해를 경험한 원청 정규직 노동자(20.6%)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용균씨나 지난달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김태규씨 등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장에서 원청과 하청 구분 없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인식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에베레스트에 2~3시간 줄, 산소통 도둑에 말리는 이와 입씨름

    에베레스트에 2~3시간 줄, 산소통 도둑에 말리는 이와 입씨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고도 8848m) 정상 부근에 400명 가까이 몰리는 날도 있고 지난 일주일 새 일곱 명이나 대기 줄에 2~3시간씩 묶여 있다가 탈진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영국 남성 로빈 하인스 피셔(44)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일찍 정상을 밟고 하산하다 정상 아래 150m 지점에서 졸도해 의식을 잃고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를 돕던 셰르파 가이드도 몸이 좋지 않아 더 낮은 캠프로 옮겨져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전날에도 아일랜드 남성 케빈 히네스(56)가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북쪽 티베트 쪽으로 하산하다 해발 7000m 텐트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번 주에만 인도인 넷, 네팔, 오스트리아, 미국인 한 명씩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아일랜드 남성 시머스 롤리스는 지난주 실종돼 아직까지 주검을 수색 중인데 성과가 없다. 올 봄시즌에만 벌써 네팔 히말라야 8000m 이상에서 숨진 사람만 스무 명에 이르러 정상에 도달한 이나 목숨을 잃는 이 모두 지난해 통계를 넘을 것 같다고 BBC는 전했다.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의 사진은 24일 국내에도 널리 소개됐다. 우리네 북한산 백운대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모습은 세계 최고봉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드러내 보인다. 재정이 부족한 네팔 정부는 일인당 1만 1000달러(약 1300만원)를 받고 등반 허가를 내주며 체력적 준비도 덜 된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정상에 데려다주는 상업 등반 회사는 일인당 7000만~8000만원을 챙기고, 필생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이 빚어낸 ‘웃픈(웃기도록 슬픈)’ 에베레스트 모습이다. 23일 하루에만 정상을 밟은 이가 120명이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세븐 서미츠 트렉이라고 제법 이름이 알려진 회사의 밍마 셰르파 사장은 24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늘 사람으로 북적거린다”며 보통 20분에서 90분까지 줄 서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했다. 제트기류가 심하게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이삼일 계속되다 날이 좋으면 한꺼번에 산에 달라붙어 대기 시간이 엄청 길어지게 된다.다른 사진 둘이다. 지난 4월 9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바로 위 쿰부 빙폭 모습이다. 여기에서도 사람들이 한 줄로 선 채 올라간다. 2012년 독일 산악인 랄프 두지모비츠가 촬영해 많은 이들이 보고 깜짝 놀란 사진도 있다. 8000m 고봉을 여섯이나 오르고 1992년에야 이 산의 정상을 밟았던 두지모비츠는 “줄을 서다 산소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산길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1992년 하산 도중 산소가 부족해 “누군가 내 머리를 나무 망치로 두들기는 느낌을 받았다. 한치 앞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천만다행으로 체력을 회복해 무사히 내려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시속 15㎞의 바람을 맞으며 산소마저 없다면 해낼 수 없다. 체온마저 뺏긴다”고 덧붙였다.그토록 소중한 산소통을 슬쩍 집어가는 이도 있다. 정상을 세 차례 밟은 마야 셰르파는 “그 높이에서 산소통을 훔치는 것은 누군가에게 죽으라는 것과 같다. 정부는 셰르파들이 규칙을 지키는지 단속할 수 있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정상을 밟은 뒤 남편 노르부 셰르파와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안드레아 우르시나 지머먼은 체력 준비도 안 된 아마추어 산악인들의 욕심이 셰르파들의 목숨마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노르부는 체력을 소진한 산악인이 부득불 정상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8600m 지점에서 말싸움을 벌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큰 말싸움을 했다. 당신 자신은 물론이고 두 셰르파의 목숨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똑바로 걷지도 못했다. 결국 그를 로프로 묶어 끌고 내려왔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온 뒤에야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일곱 차례나 정상을 밟은 노르부는 비교적 한적한 티베트 쪽보다 남쪽 네팔 루트가 더욱 북적이는 이유로 정상을 앞두고 마지막 릿지에 고정 로프가 딱하나인데 내려오는 줄과 올라가는 줄이 오직 이 로프 하나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내려오는 이들이 더욱 위험한데 많은 이들이 올라가는 데만 신경을 써 “동기나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려오면서야 자신이 훨씬 길고 북적이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랜 세월 하산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사람들이 집중력을 잃어 하산 길에 많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특히 오르내리며 많은 정체가 빚어지는 에베레스트에서는 더욱 그렇다. 진짜 정상은 베이스캠프에 돌아오는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와야 당신이 이룬 모든 것들을 진짜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가이드들은 체력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등반 시간을 적절히 선택하고, 위험을 줄이며 먼 길을 가야 정상에 이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르부는 7000m급과 8000m급 봉우리를 올라 경험을 쌓으면 스스로의 몸이 고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아주 일찍” 출발해 정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머먼은 티베트 쪽으로 올랐지만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며 덜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날을 택일했다고 털어놓았다. “세계의 지붕에 나홀로란 심경으로, 남편과 함께 있던 순간의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는 새벽 3시 45분 정상에 이르러 기다렸다가 남편과 함께 일출을 봤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경진년에 진흥왕 행차”… 울진 성류굴서 명문 또 나왔다

    “경진년에 진흥왕 행차”… 울진 성류굴서 명문 또 나왔다

    ‘560년 6월 50명 보좌 받으며 배로 이동’ 2.3m 높이에 가로 35㎝·세로 40㎝ 음각 문헌에 없는 내용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사료 가치 매우 높아…국보 지정 가능성”최근 신라시대 금석문이 대거 발견된 경북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에서 신라 제24대 임금 진흥왕(재위 540∼576)이 560년에 다녀갔다는 암각 명문이 새롭게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암각문의 내용을 분석한 전국의 역사학 교수 5명은 기존 역사 해석을 위한 주요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울진군은 심현용 울진군 학예연구사와 신라사 전공 이용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함께 판독한 “庚辰六月日(경진육월일)/柵作父飽(책작익부포)/女二交右伸(여이교우신)/眞興(진흥)/王擧(왕거)/世益者五十人(세익자오십인)”이라는 성류굴 명문을 23일 공개했다. 문구는 “경진년(560, 진흥왕 21년) 6월 ○일,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가셨다(행차하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로 해석된다고 울진군은 설명했다. 이번에 확인된 명문은 삼국사기 등 문헌에 나오지 않는 자료로, 울진 성류굴에 신라 화랑뿐만 아니라 임금이 다녀갔으며 당대 정치·사회 변화상을 알려주는 획기적인 기록으로 평가된다. 명문이 있는 장소는 지난 3월 21일 성류굴 입구 320여m 안쪽에서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조선시대를 아우르는 국내 최초 동굴 내 각석(刻石) 명문 30여개가 무더기로 확인된 제8광장이다. 이번 명문은 지표 기준으로 약 2.3m 높이에 가로 35㎝, 세로 40㎝인 굴곡진 면에 음각했다. 글씨는 예서(고대 서체인 전서를 간략하게 만든 서체) 분위기가 있는 해서(정자체)다. 명문은 세로 6행으로 1행에 5자, 2행 5자, 3행 5자, 4행 2자, 5행 2자, 6행 6자로 모두 25자를 새겼다. 글자 크기는 가로 7∼8㎝, 세로 7∼12㎝ 정도인데 ‘眞興王擧’(진흥왕거)라는 네 글자는 다른 글씨보다 유독 크게 써서 강조했다. 심 연구사는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조에는 진흥왕 20년(559)부터 22년(561)까지 기록이 비어 있다”며 “성류굴 명문은 공백기로 남은 진흥왕 대(代) 역사상을 알려주는 엄청난 자료”라고 주장했다. 심 연구사는 이어 “앞으로 울진에서 진흥왕 순수비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며 “성류굴 신라 명문들은 울주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에 버금가는 신라 금석문의 보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진들은 “진흥왕 연대와 기록자의 이름 외에도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가득하다”면서 “국보 지정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진흥왕은 북한산과 마운령, 황초령에 순수비를 남긴 것으로 유명한 신라시대 정복 군주다.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에 위치한 성류굴은 1963년 5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석회동굴이다. 울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울진 성류굴서 신라 진흥왕 명문 발견…1460년 전 제작

    울진 성류굴서 신라 진흥왕 명문 발견…1460년 전 제작

    “동굴 내부 잔교 만들어 들어간듯… 50명 보좌”경북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에서 신라 제24대 임금 진흥왕(재위 540∼576)이 560년에 다녀갔다는 명문이 나와 주목을 끈다. 진흥왕은 북한산과 황초령 등에 순수비를 남긴 신라 군주다. 울진군은 심현용 박사와 이용현 박사가 함께 판독한 “庚辰六月日(경진육월일)/ 柵作익<木+益>父飽(책작익부포)/ 女二交右伸(여이교우신)/ 眞興(진흥)/ 王擧(왕거)/ 世益者五十人(세익자오십인)”라는 성류굴 명문을 23일 공개했다. 문구는 “경진년(560, 진흥왕 21년) 6월 ○일,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가셨다(행차하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로 해석된다고 울진군은 설명했다. 이 명문은 지난 3월 신라시대 문자자료가 무더기로 확인된 제8광장이라는 곳에서 발견됐다. 명문은 세로 6행으로 1행에 5자, 2행 5자, 3행 5자, 4행 2자, 5행 2자 ,6행 6자로 모두 25자를 새겼다. 글자 크기는 가로 7∼8㎝, 세로 7∼12㎝ 정도인데, ‘眞興王擧’(진흥왕거)라는 네 글자는 다른 글씨보다 유독 크게 써서 강조했다. 조사단은 “이를 통해 경진년, 즉 560년(신라 진흥왕 21) 6월에 진흥왕이 울진 성류굴에 행차하여 다녀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진흥왕의 이동에는 선박이 활용됐고, 행차에는 50인이 보좌했으며, 행차와 관련하여 동굴 내부를 잇는 잔교가 설치됐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은 삼국사기를 비롯한 기존 문헌에는 보이지 않던 것으로, 신라사를 새롭게 구성하고 울진 성류굴의 역사적 위상을 밝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울진군은 평가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삼각산 품에 안긴 효자마을… ‘응팔’ ‘둘리’ 덕에 더 정겹네

    삼각산 품에 안긴 효자마을… ‘응팔’ ‘둘리’ 덕에 더 정겹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4회 삼각산과 쌍문동’ 편이 지난 18일 쌍문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지하철 4호선 쌍문역 3번 출구 앞에 모인 참가자 40여명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남정현 가옥에서 ‘분지’의 작가 남정현(87)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참가자들이 미래유산의 현장이자 작가의 집필 모습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집안까지 개방했다. 2016년 방영 당시 20%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무대 쌍문시장과 감포면옥을 기웃거리면서 식지 않는 드라마의 여운을 느꼈다. 함석헌기념관에서 반독재 민주운동가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을 곱새겼다. 기념관은 선생이 만년에 6년간 살던 집을 개조한 서울미래유산이다. ‘아기공룡 둘리’의 고향을 증명하는 둘리뮤지엄을 거쳐 덕성여대에서 투어를 마무리했다. 덕성여대 캠퍼스에는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자연과학대, 예술대, 중앙도서관이 서울미래유산 목록에 올라 있다. 삼각산을 품은 3채의 붉은 벽돌 건물이 눈부셨다. 서울도시문화지도사 김은선 해설사가 쌍문동의 어제와 오늘을 열정적으로 들려줬다.오늘의 북서울을 이루는 도봉구와 강북구는 한성부 동부 숭신방에 포함된 성저십리(성 밖 십리) 지역이며, 노원구와 중랑구 일부는 경기 양주에 속했다. 도봉구 쌍문동은 경기 양주군 노해면 쌍문리였다. 노해면은 일제강점기 노원과 해등촌을 합쳐 만든 의미 없는 합성 지명이다. 쌍문동이라는 지명은 효자 계성을 기리기 위해 세운 두 개의 효자문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지역 내 효문중·고교도 효자마을이라는 지역정체성을 강조하려고 지었다. 2007년 쌍문동이라는 지명이 촌스럽다고 하여 효문동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고 한다. 쌍문동은 서울과 강원도~함경도 동북지방을 잇는 길목에 위치했다. 조선시대 한양과 전국을 연결하는 10개의 큰 길이 있었다. 한양~의주 간 1070리길이 의주1대로라면 한양~경흥 간 2110리길은 경흥2대로였다. 이 길을 통해 함경도의 북어와 땔감과 약재가 유입됐고, 함흥차사와 김종서의 여진정벌군이 오갔다. 서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주요 간선도로의 경유지와 거리, 경유 지역을 정리한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지지’ 중 정리고(程里考)에 따르면 경흥대로는 동대문에서 15리 떨어진 수유현과 32리길 누원을 지나 금화현~금성현~영흥부~함흥부~북청부~길주목~회령부~경원부~경흥을 거쳐 최북단 서수라까지 장장 2190리길이 이어졌다.동북방을 오가는 길의 한양 쪽 마지막 쉼터는 안암동 보제원이었고 다음 쉼터인 누원점(다락원)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북서울 일대에 역이나 여관은 없었다. 관원이나 상인은 보제원이나 다락원에서 서울을 들고나는 마지막 여정을 챙겼다. 북서울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라기보다 물품과 봉수(熢燧)가 지나가는 곳이었다. 조선 후기 누원점에는 난전 단속을 피하려는 서울상인들이 진을 친 동북방 제일 큰 시장이 열렸다. 정조6년(1782년) “어상이 왕래하는 요충지 누원점의 매점매석이 심해 백성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남아 있을 정도다. 현재의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환승역 도봉산역이 누원점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서울창포원과 평화문화진지(대전차방호벽), 다락원체육공원, 서울YMCA다락원캠프장 등이 옛 영화를 말해 준다. 북서울 일대는 고려 남경(南京)의 후보지였다. 고려 숙종(1101년) 때 오늘의 서울지역에 남경을 설치하려고 후보지를 물색한 결과 노원, 해촌, 용산, 북촌 일대가 꼽혔다. 고려사에 “노원역, 해촌, 용산 등에 나아가서 산수를 살펴봤으나 도성을 건설하기에 합당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삼각산 면악의 남쪽은 산형과 수세가 옛 문서와 부합되니…도성을 건설하기를 청합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상계주공아파트가 들어선 노원은 마들평야라고 불리던 노원역 일대이고, 해촌은 창동 일대이며, 면악의 남쪽은 경복궁 뒤 청와대 지역이다. 조선의 도읍지는 고려 남경 터를 계승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북서울에는 경흥대로 노선을 흡수한 경원선 등 세 갈래의 철도궤도가 부설됐다. 1910년 착공, 1914년에 개통된 경원선은 용산역을 출발해 왕십리~청량리~창동~의정부를 거쳐 원산까지 223㎞를 달렸다. 경춘선과 금강산철도도 건설됐다. 기차역이 생긴 창동은 서울교외 관광중심지로 발돋움했다. 봄에는 우이동 벚꽃놀이, 가을에는 도봉산 망월사 단풍놀이가 유행하면서 우이동 관앵(觀櫻)열차와 망월사 하이킹열차가 각각 운행했다. 경성역에서 창동역까지 50분 거리여서 한적한 시골동네에 관광 인파가 북적였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북서울 너른 들에는 전재민과 피란민을 수용하기 위한 난민수용소, 이주정착촌, 저소득층 임시거주지가 집중 조성됐다. 1970~80년대 들어 도봉지구와 창동지구에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시작되고 상계·중계·창동지구의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아파트 숲으로 빠르게 변해 갔다. 인구가 폭증하면서 1973년 성북구에서 도봉구가 분구한 데 이어 1988년 노원구, 1995년 강북구가 따로 살림을 차렸다. 노원구 중계동 ‘104마을’은 1967년 도심개발 당시 철거민들의 집단이주 정착지 흔적이다. 1985~1987년 세상을 놀라게 한 상계동 철거민 투쟁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무허가주택 세입자들이 재개발사업자와 건설사, 가옥주인 조합원들과 충돌한 도시빈민 투쟁사로 기록됐다. 삼각산은 서울의 뼈대를 이루는 조상산(祖上山)이다. 백운대·인수봉·만경대를 이루는 ‘세 개의 신령한 뿔’이 삼각산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산을 북한산이라고 부른다. 조선 말까지 멀쩡하던 지명을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교수 이마니시 류가 ‘북한산 유적조사보고서’를 조선총독부에 제출하면서 지명이 변경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1983년 영문도 모르는 정부가 삼각산을 포함한 서울 북쪽지역을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게 결정타였다. 삼각산을 북한산이라고 지칭하면 안 되는 이유는 삼각산은 산의 이름이지만, 북한산은 산의 이름이 아니라 땅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옛 지명 한양(漢陽)은 7세기 신라 때부터 이 지역의 지명인 한산(漢山)이라는 땅의 남쪽, 한강(漢江)이라는 강의 북쪽에 있는 양지바른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를 풍수지리학에서는 ‘산남수북지’(山南水北地)라고 풀이한다. 북한산이란 한산의 북쪽 지역을 이르고, 남한산이란 한산의 남쪽 지역을 이른다. 산 이름 삼각산을 제쳐 두고 지역 이름을 부르는 것은 산의 영험함과 정기의 상실을 초래한다.삼각산 깊고 너른 품에 안긴 쌍문동은 효자마을이라는 정체성에, ‘아기공룡 둘리’ 애니메이션과 ‘응답하라 1988’ 드라마로 명성을 얻었다. 1983년 쌍문동에 살던 김수정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둘리는 쌍문동을 넘어 도봉구의 마스코트가 됐다. 지역의 대표 캐릭터답게 둘리뮤지엄, 둘리스토리공원, 둘리미니어처공원이 건립됐다. 거리와 역, 버스정류장, 담벼락엔 온통 둘리 그림과 조형물로 채워졌다. 우이천변엔 둘리가 발견된 곳 표지판도 세워졌다. 도봉구는 2011년 만화주인공 고길동씨와 둘리를 구성원으로 하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했다. 2015년 11월 6일부터 2016년 1월 16일까지 tvN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의 3번째 후속작 ‘응답하라 1988’은 조용한 동네 쌍문동을 다시 화제의 전면으로 불러냈다. “너무 잘살지도 못살지도 않는 동네,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정겨운 이름 때문에 드라마 무대로 쌍문동을 캐스팅했다”고 담당PD는 말했다. 만약 2007년 효문동으로 동명을 바꿨더라면 드라마의 무대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세 개의 뿔’ 삼각산의 기운이 쌍문동의 뒤를 받치는 듯하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혈연 아니면 친자관계 아냐” vs “동의한 인공수정, 친자로 봐야”

    “혈연 아니면 친자관계 아냐” vs “동의한 인공수정, 친자로 봐야”

    父 “제3자 인공수정, 친생자로 볼 수 없어” 전문가 “자녀 입양한 것으로 해결해야” 자녀 측 “신분 불안정… 상속권도 잃어” 산부인과학회 “예외 인정하는 건 부적절”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남편의 친자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22일 대법원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지금까지는 부부가 명백하게 함께 살지 않는 상황에서 임신한 경우에만 친생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는 36년 전 수립된 판례를 따르고 있다.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게 명백하게 확인되면 친생을 부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공수정에 동의했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친생관계를 부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혼한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고 낸 소송의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쟁점은 제3자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과 예외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였다. 원고 측 안성용 변호사는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남편의 동의 없는 제3자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아내의 부정행위로 혼외자를 출산해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명확한 경우, 이혼·별거로 가족이 파탄 난 경우에 해당한다면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 적용해 제척기간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나온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학적으로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게 명백히 밝혀진다면 친생관계를 부인할 수 있게 해주고 대신 제3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는 부부가 입양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피고 측 최유진 변호사는 “원고는 제3자 인공수정 출산에 동의했다가 이후 변심해 친생부임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예외 범위를 확대하면 자녀의 신분이 불안정해지고 아버지에 대한 부양청구권과 상속권을 잃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맞섰다. 피고 측 참고인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하면 출생과 동시에 자녀의 아버지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일부 예외를 인정한 1983년 판례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수정 시술만 동의한 것(원고 측)이라는 의견과 시술에 동의하는 것이 미래의 친생자관계와 자녀 양육까지 동의하는 것(피고 측)이라는 의견도 맞섰다. 대법원의 요청으로 각계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과학적으로 혈연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게 확인된 경우로 한정해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제3자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한 경우는 신의칙과 금반언(선행된 주장에 모순된 발언을 할 수 없음)의 원칙에 따라 남편의 친생부인 주장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원칙적으로 법률상 부부의 동의로만 제3자 인공수정 시술이 이뤄진다”면서 “판례 변경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이령길 9.2㎞ 함께 걸어요

    서울 강북구가 오는 25일 오전 10시 북한산 우이령 일대에서 ‘구민 한마음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사전신청 없이 누구나 행사 당일 현장에 방문하면 참여할 수 있다. 대회는 오전 9시 30분 산행 간식 나눠주기, 번호표 배부, 식전 공연, 개회식, 스트레칭 등 사전준비 후 시작된다. 우이동 만남의 광장을 출발하는 왕복 9.2㎞ 코스다. 우이령길은 1968년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의 청와대 침투로로 이용된 탓에 1969년부터 군부대와 전투경찰이 주둔하면서 2009년 7월 개방 이전까지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던 곳이다. 지금도 하루 방문객을 1000명 이내로 묶고 출입도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지만 이날 대회 참가자는 번호표만 부착하면 모두 허용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성 北 유엔대사 “북한 화물선 압류한 미국, 국제법 위반”

    김성 北 유엔대사 “북한 화물선 압류한 미국, 국제법 위반”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를 비난하면서 “미국은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미국법을 근거로 와이즈 어니스트를 미국령 사모아로 견인해간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와이즈 어니스트가 북한의 주권기관이며 “보편적인 국제법적 원칙”에 의거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국가의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소송을 제기하며 이 선박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1일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된 선박을 넘겨받아 압류한 뒤, 11일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인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과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이중 등록된 선박으로 북한산 석탄 2만5000t가량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서한을 보내 “미국이 우리 무역짐배(화물선)를 미국령 사모아에 끌고가는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를 감행한 것은 날강도적인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내 놓은 것”이라면서 유엔 사무총장이 긴급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영자 오리고기, 남한산성 시골집 “뺏어먹을까봐 여기 지었다”

    이영자 오리고기, 남한산성 시골집 “뺏어먹을까봐 여기 지었다”

    ‘전참시’ 이영자가 소개한 오리고기 맛집이 화제다. 18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서 이영자는 대학 강연에 오르게 된 매니저 송성호 팀장을 위해 남한산성의 오리고기집을 찾았다. 이영자가 안내한 남한산성의 한 식당에 펼쳐진 메뉴는 오리로스와 더덕구이. 오리고기와 더덕을 곁들여 먹은 송 팀장은 “더덕의 향과 오리의 식감이 환상의 조합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이영자는 “왜 남한산성을 여기에 지었는지 알겠다. 누가 (오리로스) 뺏어 먹을까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의 먹방을 지켜보던 전현무는 “인간적으로 여긴 알려달라”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영자는 자신의 맛집 리스트가 알려지면서 손님이 몰리는 상황을 우려한 듯 “안돼”, “가지 마”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전참시’에 등장한 이영자 오리고기집은 남한산성에 위치한 ‘시골집’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을 위한 운동장과 메뉴가 따로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 식당은 오리 요리 뿐만 아니라 흑염소, 토종닭 요리가 주 메뉴다. 더덕구이 외에도 감자전, 도토리묵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앞서 ‘생방송투데이’, ‘찾아라 맛있는TV’, ‘생방송 오늘저녁’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닭볶음탕과 닭백숙을 선보인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전참시’ 이영자, 송팀장 데려간 남한산성 “오리고기+더덕구이 환상”

    ‘전참시’ 이영자, 송팀장 데려간 남한산성 “오리고기+더덕구이 환상”

    이영자가 강연을 앞둔 자신의 매니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5월 18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매니저 특강을 위해 11년 간의 매니저 생활을 돌아보는 송성호 팀장과 그의 매니저를 자처한 이영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임송 매니저는 이영자의 대기실로 찾아와 송 팀장에게 자신이 다닌 대학교 매니지먼트학과에서 특강을 해줄 것을 제안한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송 팀장은 주저했지만 이영자는 “이런 계기가 없으면 내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가 없다. 차는 5년에 한 번씩 점검하는데 우리도 한 번 점검해보자”라며 조언했다. 이영자의 말에 힘을 얻은 송 팀장은 제안을 수락했고, 두 사람은 강의 준비를 함께 시작하게 됐다. 인적이 드문 산에서 집중이 잘 된다는 송 팀장의 말을 들은 이영자는 조용한 산에서 생각을 정리한 뒤 오리 고기를 먹고 오자고 제안했다. 예정된 스케줄을 마친 이영자와 송 팀장은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이영자는 송 팀장에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20대인만큼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볼 것을 권유하며 송 팀장의 20대에 대해 물었다. 송 팀장은 “20대 때는 돈을 많이 모으고 싶었다. 돈이 많아서 행복 하고 싶었다”라며 “‘저 사람은 돈을 어떻게 모았지?’ ‘나는 지금 아르바이트해서 80만원, 100만원 버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주차 아르바이트, 서빙도 했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 당시 매니저월급 80만원이었는데, 20만원 차비, 20만원 밥값, 10만원 적금하니까 없더라. 돈 때문에 관두는 매니저가 의외로 많다”라면서 “그런데 선배님들이 저를 많이 붙잡아줬다. 나는 더해도 되는 사람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남한산성에 도착해 각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이영자는 기자가 된 것처럼 송 팀장의 매니저 인생을 묻는 질문 들을 이어갔다.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두 사람은 송 팀장이 먹고 싶어 했던 오리 고기를 먹으러 갔다. 이영자는 오리로스와 더덕무침을 주문했다. 잘 익은 오리고기에 더덕구이를 싸서 먹은 송 팀장은 “더덕의 향과 오리 식감이 환상의 조합이었다”며 폭풍 먹방을 선보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北선박 압류’ 유엔 결의 아닌 美국내법 적용… BDA 사태 재연?

    ‘北선박 압류’ 유엔 결의 아닌 美국내법 적용… BDA 사태 재연?

    2005년 北계좌 동결과 맞먹는 ‘대북 압박’ 美 “언급 사항 없다” 北 자극 피하려 회피미국의 북한 선박 와이즈어니스트 압류·몰수가 북미 갈등의 초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제사회가 동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안이 아니라 처음으로 ‘미 국내법’을 꺼내 들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소위 ‘내 맘대로’ 국내법 적용으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미 법무부가 와이즈어니스트 몰수를 위해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민사소송 소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압류 근거는 국내법인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이다. 국가 안보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자산 압류 등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다. 제재 범위가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면이 있어 대북사업을 검토하던 국내 금융권도 해당 법 때문에 손을 뗐다는 얘기도 있다. 송이무역회사가 운행하는 와이즈어니스트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산 석탄을 수출하고 덤프트럭, 굴착기, 쇄석기 등을 수입하는 데 이용됐다. 이 회사 대표 권철남이 석탄 운송 비용을 지불하며 뉴욕 소재 금융기관과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 75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도 적시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해 4월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서 규정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는 이유로 2만 5000t 가량의 석탄을 싣고 가던 와이즈어니스트를 억류했다. 지난 9일 미국은 해당 선박을 미국령 사모아에 압류했다고 발표하고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해당 선박이 유엔제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지만 압류 및 몰수 근거는 국내법에서 찾았다.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에 따르면 석탄 등 금수품목은 ‘압류 및 처분’이 가능하지만 선박은 ‘억류’만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법을 근거로 몰수까지 추진한 이번 조치는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으로 평가된다. 미 정부는 몰수 처분 후 해당 선박을 매각할 수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도 대화만 추진하려 한다는 미 내부의 여론과 북한 모두에게 BDA 때처럼 모든 가능한 근거를 동원해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김계관 부상이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했던 BDA 사태도 미국이 국내법을 근거로 마카오 BDA 은행에 대해 ‘돈세탁 은행 지정’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BDA 은행은 북한 계좌의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직전 도출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대신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국내법을 다른 나라들이 지킬 것을 강박하고 있는 미국의 후안무치한 행위야말로 주권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된다”며 반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그간 미국은 교착상태마다 대북압박을 가했지만 북한 입장에서 이번 몰수 카드는 비핵화 협상 판을 깨려는 것으로 인지할 수 있다”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번 조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와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돌려보내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했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조선 교육기관’ 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된다

    ‘조선 교육기관’ 서원 9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된다

    “보편적 가치의 성리학 탁월한 증거 부합” 불교 이어 유교도 인류 유산으로 인정 이변 없는 한 최종 등재… 한국 14건 보유조선시대 성리학을 전파하던 교육기관인 서원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어 14번째 등재가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에 대한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 권고’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통지받았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의 서원’은 아르제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6월 30일 개막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최종 등재될 전망이다. 서원은 조선시대 지역에 은거하던 사대부가 후학을 양성한 사설학교로 강학(학문을 갈고 연구함)과 제사의 기능을 가진다. 설립 주체가 중앙정부가 아닌 유림이라는 점에서 관학(官學)과 차별화된다. ‘한국의 서원’은 풍기군수 주세붕이 중종 37년(1542) 경북 영주에 성리학의 선구자 문성공 안향 선생 사묘를 건립하면서 유례한 소수서원을 비롯해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총 9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6년 4월 이코모스의 반려 조치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한 뒤 재도전해 3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당시 이코모스는 한국의 서원이 지난 독창성과 연속유산으로서의 연계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서원의 보편적 가치를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하고 건축적 정형성을 갖춘 점 등으로 설명하고 연속유산으로서의 논리를 강조한 등재신청서를 다시 작성해 지난해 1월 이코모스에 제출해 재심사를 받았다. 재심사 과정에서 이코모스는 특히 심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 가운데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에 ‘한국의 서원’이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석굴암·불국사’ 등 불교 관련 유산에 이어 유교 유산도 인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크다. 이수환 영남대 국사학과 교수는 “건축적인 측면과 함께 역사성을 더욱 부각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고,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며 “서원은 현재 우리 한국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유교적 가치의 원형을 이루고 있고, 성리학을 각 지역마다 전파시킨 역사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코모스는 심사평가서에서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전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추가적 과제 이행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동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사무국 간사는 “이들 서원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고 보존 상태도 다른 문화재 가운데서도 우수한 편”이라며 “유네스코 권고안에 따라 통합적 관리 및 조직 체계화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해인사 장경판전·종묘(1995년), 창덕궁·수원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을 포함해 세계유산 14건을 보유하게 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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