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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訪北이산가족 선물은 이렇게

    “이런 선물 가져가도 되나요?” 가슴설레는 8·15이산가족 교환방문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상봉을 앞둔 이산가족들의 손길이 바빠졌다.특히 방북단 100명은 반세기만에 만나는 북의 가족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정부는 선물 품목을 일일이 규제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이산가족 각자가상식적인 선에서 선물을 준비토록 당부하고 있다. 정부의 선물 가이드라인을살펴본다. [해서는 안될 선물] 너무 비싸거나 부피가 큰 선물은 곤란하다.손으로 들고갈 수 있을 정도면 적당하다.정치적·이념적 색채가 담긴 선물도 자제해야한다.영문(英文)이 새겨진 옷이나 태극기가 그려진 옷,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의 책자나 비디오테이프는 가져가선 안되는 선물이다.북한과 우리는 TV방영시스템이 다른 만큼 TV수상기는 가져가봐야 쓸모가 없다.위조지폐나 먀약,독약,총기류,동·식물,흙 등은 당연히 금지 품목이다. [권장하는 선물] 북의 가족과 찍은 옛 사진이나 최근 촬영한 가족사진은 가장 훈훈한 선물이 될 것이다.손목시계 전자계산기 반지 넥타이 영양제 속옷신발 화장품 생필품 등은 크게 부담이 안가면서 북의 가족이 유용하게 쓸 수있는 품목이다.인삼제품이나 담배,라이터 등 기호품도 좋다.음악테이프도 괜찮다. [현금 소지는] 방북단은 북한에서 쓰거나 북의 가족에게 줄 현금을 적당한선에서 갖고갈 수 있다.단 은행 등에서 달러로 바꿔가야 한다. [옷차림은] 단정한 정장차림이어야 한다.한복도 좋다.상비약은 본인이 직접챙기는 게 낫다. 김상연기자 carlos@
  • 北에서 오는 이산가족 맞을 남쪽가족들

    북측이 이산가족 100명의 명단을 통보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남쪽의이산가족들은 선물을 준비하는 등 상봉의 기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미수(米壽;88세)의 어머니는 날마다 집안 청소를 하며 환갑을 넘긴 딸과의 만남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지난 50년 고향 충남 청양에서 인민군에 징집돼 헤어진 형님 리상두씨(68)를 기다리는 이상기(李相起·60·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씨의 2남1녀 형제들은 요즘 매일 전화를 주고 받는다.이씨는 “지난 일요일에는 형제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형님과 형수님께 한복을 마련해 드리기로 했다”면서 “충남 천안에 사는 누님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잔치를 열겠다’며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씨는 “자식과 조카,손자손녀를 합해 80명이 넘는식구들이 일사불란하게 형님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흐뭇해 했다. ‘북한의 여성 예술인 제1호’인 현대무용가 김옥배씨(68·여)와의 상봉을기다리는 여동생 숙배(金淑培·64·여·경기도 분당 서현동)씨는 “어머니도 살아 계시고 형제들도 있으니까 100명 안에 꼭 들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동네 최고 미인이었던 언니에게 줄 금목걸이를 마련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김씨는 “88세 되신 어머니는 언니를 집으로 데려와 당신 손으로따뜻한 밥 한술 지어주시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어머니가 날마다 집안을손수 청소하며 언니를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전영찬(全永燦·55·서울 성북구 장위1동)씨도 가족과 함께 영화배우 형님전덕찬씨(72)를 맞을 준비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전씨는 “얼마 전 4남매와 가족들이 모였을 때 큰 형수가 북에 계시는 형님이 꿈에 나타나 ‘이번에는 만나러 가겠수다’라고 했다고 말해 온 식구가 웃음꽃을 터뜨렸다”면서 “미술을 전공하는 막내딸은 큰아버지 초상화를 그려드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4남2녀 가운데 둘째 오빠 리종필씨(69)를 맞을 누이동생 이종완(李種婉·66·여·충남 아산시 건곡동)씨는 “신문과 TV 뉴스를 보면서 초조하게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100살 드신 어머니는 ‘북에 살아있는 둘째 아들이내려온다’고 종이에 써서 보여드려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이씨는 “어머님을 모시고 4남매가 모두 고향 충남 아산에서 잔치도 벌이고 고향땅에 모신 아버님 묘소에도 찾아가겠다”고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문화도시 문화거리](4)전통·현대 어우러진 수원

    수원 도심 한복판에 서있는 장안문 등 화성(華城)을 마주하면 과거로 여행한다는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팔달산과 평지를 끼고 있는 화성은 계곡과 지형의 높낮이,굴곡에 따라 성곽이 둘러져 있어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그대로 드러난다.화성 전체를 통들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방화수류정에 올라 능수버들과 적송이 어우러진 용못을 내려다 보노라면신선이 따로 없다.유일한 하천인 수원천이 지나가는 화홍문 일곱개의 돌수문은 미적 문외한 이라도 무지개의 고운 빛깔을 금방 연상하리만큼 아름답기그지없다.두시간 남짓 걸리는 화성순례를 마치고 나면 잠시 꿈길에 들었다나온 기분이다. 정조의 지시로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인 화성.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은 이렇듯 수원의 자랑이면서도 지역 문화예술의 모태가 된다.문화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수원에 화성이 없으면 문화예술도없었을 것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대부분의 행사들이 이 화성을 중심으로열리고있다.물려받은 유산을 자기것으로 만들어 독특한 문화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8월이면 수원거리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이끼 푸른 성곽에서 수원의 하늘과 별,달,잔디밭,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진다.지난 6일 끝난 2000수원 화성국제연극제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자연,성(城),인간을 주제로 한 행사에는 8개국 35개 단체가 두루 참여해 화서문에 마련된 특설무대 위에서 각국의 연극,음악,무용 등 공연예술의 재미를선보였다. 96년 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로 기획된 화성국제연극제의 김성열(金聖悅) 예술감독은 “문화의 중앙집중화 현상으로 지방이 갖는 상대적인 빈곤감을 해소하고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했다”고 말한다. 오는 12∼15일까지 열리는 수원여름음악축제와 10월의 ‘화성문화제및 능행차 연시(演示)’도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축제로 사랑받고 있다.온가족이 함께 하늘을 지붕삼아 야외에 펼쳐지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감상하다 보면무더위 걱정은 뒷전이다. 수원에서 이같은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게된 데는 나름대로탄탄한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데 기인한다.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에 버금가는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시내 중심에 있고 바로 맞은 편에는 국내 최대규모의야외음악당이 있다. 지난 4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조수미,정명훈 등이 이 무대에서는 등 크고작은 국내외 공연과 전시회가 연중 열리고 있다.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이자 진보적 사회사상가였던 ‘나혜석’의 이름을 딴 거리와 곳곳에 만들어진 ‘차없는 거리’에선 신명나는 거리축제행사가 펼쳐지고 아파트 단지나 동네를 찾아가 공연하는 작은음악회는 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얼마전까지 금난새씨가 지휘자로 있었던 수원시향도 주민들의 문화예술 눈높이를 한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원시는 지역의 대표적인 명물이 된 갈비와 문화예술과의 절묘한 만남도시도하고 있다.다름아닌 ‘갈비 먹고 공연도 보고’란 패키지 투어다.규모가 큰 문화예술행사가 열릴 때면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버스로 출발,화성을 둘러보고 갈비로 저녁식사를 한 뒤 음악제를 관람하는 코스를 운영한다.비용은 2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지난 4월 열린 수원국제음악제 개최기간동안 이 투어를 이용한 김희정씨(33·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서울 사람들이 수원을 찾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며 만족해 한다. 수원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 경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21세기 경쟁력있는 문화관광 도시로 발전할수 있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문화관광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컨벤션시티 21사업과 화성관망탑·영상테마파크조성사업 등이 지역 문화예술이 설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동시에 성숙된 문화의식을 돋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인터뷰] 심재덕 수원시장. 몇년전만해도 수원은 문화불모지나 다름없었다.화성이란 문화재 말고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부하지 않았다.지리적으로 서울의 관문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200여년전 도시형성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상업을 바탕으로 도시가형성된 역사적 배경도 커다란 이유였다. 그런데 수원사람들은 이즈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문화시민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이렇게 만든 사람중 하나로 심재덕(沈載德)시장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87년부터 95년까지 수원문화원장을 지낸 심시장은 초대민선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정조가 머물렀던 화성행궁 복원과 성곽 잇기 사업에 나서는 등 평소구상해온 밑그림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위원회 집행위원회에서 화성의 보존대책 미흡을 문제삼아 총회에 상정을 보류할 기미를 보이자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달려가며칠동안 집행위원들을 끈질기게 설득,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20세기가 기술과 물질 중심의 산업사회라면 21세기는 지식과 정보,문화와예술이 어우러지는 문화자본주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시정이 문화예술쪽에 치우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잘라말했다.심시장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독창성있고 성숙한 고유한 문화를 가진 도시만이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철기자. *'선진화장실 문화' 선도. ‘수원의 공중화장실에 가면 향기가 나요’ 요즘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사업의 원조는 수원시다.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개최지로 선정된 97년부터 사업이 시작됐다.시를찾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문화도시 이미지와 시민들의 높은 질서의식을보여주자는 취지에서다. 도심 곳곳의 화장실은 카페에 온듯한 실내분위기에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도서나 잡지,시정소식지 등 읽을 거리도 준비돼 있다.수원시내에는 이런 공중 화장실이 37개나 있다.장안구 광교산 입구의 반딧불이 화장실은 2002년 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가 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화장실’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반 화장실을 대상으로 으뜸화장실 콘테스트를 열어 제일 아름답고 청결한곳도 선정하고 있다.지금까지 75곳이 뽑혔다. 수원 김병철기자.
  • 이산가족 방문단 100명 상봉 준비에 들뜬 하루

    오는 15일 꿈에 그리던 북한땅을 밟을 이산가족 방문단에 선정된 100명의이산가족들은 가슴졸이며 기다렸던 ‘낭보’에 밤잠을 설쳤다.일요일인 6일에는 북한에 가져갈 선물을 고르며 들뜬 하루를 보냈다. 이들이 갖고갈 선물은 손목시계,속옷,한복,족보,과자,카메라,현금 등 다양했다.하지만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과 설렘은 100명 모두 똑같았다. 광복군 출신으로 김구 선생과 함께 해방 직후 서울에 들어온 박영일씨(76·서울 양천구 목동)는 6일 북한에 있는 누나 혜준씨(78)와 동생 임준씨(64)에게 줄 첫번째 선물로 족보를 챙겼다. 박씨는 “재산을 모두 갖다 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1,000달러 이내에서 선물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비싼 선물보다는북한에 있는 후손들에게 조상을 알려주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다”고 족보를 선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동생 경희(60),여동생 경수씨(66)를 만날 임경옥씨(69·경남 김해시 외동)는 “50년전 헤어진 동생들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 밤잠을 설쳤다”면서“경희에게는 카메라를,경수에게는 한복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덕씨(72·여·대구시 달서구 진천동)는 평양에 사는 큰언니 순덕씨(75)에게 드릴 선물을 고르기 위해 6명의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강씨는 “남쪽에있는 손자들처럼 북한에 있는 언니의 손자들도 초코파이를 좋아할 것 같다”면서 “초코파이와 생전의 부모님 사진,달러, 의약품 등을 갖고 갈 계획”이라며 기뻐했다. 허리 통증으로 10일 전 입원한 김금지씨(70·여·서울 강동구 둔촌동)는 병원에서 방북단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50년 넘게 기다려온 오빠를 만날 기회를 겨우 잡았는데 몸이 아파불안하다”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오빠를 꼭 만나겠다”고 투병 의지를 불태웠다. 김씨는 오빠 어후씨(74)에게 줄 선물로 자녀의 결혼식과 자신의 환갑때 찍은 비디오테이프와 손목시계,손자들이 부른 노래 테이프 등을 준비하라고 간병중인 며느리에게 일렀다. 장정희씨(70·여·서울 양천구 신월7동)는 쌓였던 긴장이 풀리고 궂은 날씨가 이어져서인지 동생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다 몸살이 났다.코트와 쌍가락지,영양제 등을 준비한 장씨는 “고향에 가기 전까지동생들에게 줄 모시적삼을 꼭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부인 이옥녀씨(72)와 딸 현실씨(51)를 만날 김사용씨(7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는 가난 때문에 남들처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공공근로와 행상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김씨는 “아내와 딸에게 근사한 옷을 선물하고 싶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답답하다”면서 “남은 기간 곰곰이 생각해꼭 필요한 선물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방북단 탈락 26명…”다음엔” 희망 안버려 이산가족 방북단 100명이 확정된 지난 5일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지의 생사가 확인된 126명 가운데 최종명단에 끼지 못한 실향민들은 또다시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준비했던 선물보따리를 도로 풀었다. 우원형(64·禹遠亨·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뜬눈으로 지샌 뒤 6일 새벽경기도 파주시 수양사를 찾았다. 이번에도 북한에 살아 있는 여동생을 만날 수 없는 슬픔을달래기 위해서다.아들 병희(丙熙·32)씨는 “경기도 개풍군이 고향인 아버지께서는 126명의명단에 든 뒤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면서 “여동생에게 줄 한복과 의약품도 준비하셨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평남 신천 출신 강재필씨(74·여·전남 광주시 북구 인동)는 “북한에 사는조카들을 만나 돌아가신 부모님과 오빠의 생전 사진이라도 건네받으려 했다”면서 “100명이라도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너무 좋은 일아니냐”고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북한에 가족을 만나러 가는 분들 모두 한을 풀고 왔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이번에 못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개풍군이 고향인 장홍진(張洪珍·59·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북한에 계신 누님을 만날 날을 손꼽으며 기쁨에 들떠 있었는데 다음 기회를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달러,약,옷가지 등 누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는데…”라고 섭섭한 심정을 피력했다. 그는 “나보다 20∼30살이나 많은 분들이 주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연장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옳다고 위안했다”면서 “다음에 방북단을 선정할때 탈락자들에게 우선순위를 준다는 얘기도 들리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문화도시 문화거리](3)역사·전통 숨쉬는 진주

    촉석루를 한번 쳐다만 보아도 진주의 절반을 안 것이고,촉석루에 올라 그 아래 펼쳐진 경개를 바라봤다면 진주를 모두 안 것이라는 옛말이 있다.그만큼촉석루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목사 김시민과 의로운 기생 논개의 충절이 더해진 진주의 상징이다. 그러나 촉석루 만으로 진주를 다 알 수 있다 함은 글자 그대로 ‘옛말’이아닐 수 없다.진주의 어제는 보았을지 모르지만,오늘과 내일은 그곳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문화도시로서 진주의 미래를 촉석루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촉석루에 올라보자.“저기 계단에 놓여있는 팻말은 필경 ‘출입금지’를 알리는 거겠지”라고 생각이 미치는 순간 ‘신발을 벗으세요’라는 반가운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삼복더위에도 백수십명의 시민들이 이 곳을 찾아 한담을 나누고 있는 것은 단지 시원한 남강 바람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촉석루 건너 칠암동의 강변풍경도 인상적이다.진주성 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이내옥관장은 광주 출신이지만 진주사랑이 남다르다.그는 진주시민들이 남강변을 강변 다운 풍경으로 가꾸고 있는 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얼마나 많은 도시들이 재정 수입 몇 푼 올리자고 아름다운 강변을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버렸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이곳에는 2.9㎞에 이르는 ‘남가람 문화의 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천수교에서 진주교까지가 ‘역사의 거리’,진주교에서 진양교까지가 ‘예술의 거리’이다.조각공원과 야생화·만국화 단지가 들어선 ‘예술의 거리’에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자리잡고 있다.국악단과 무용단·관현악단·합창단등 4개 진주시립 예술단체가 활동한다.문예회관앞 남강 둔치에는 백조를 형상화했다는 야외무대도 세워지고 있다. 남가람 문화의 거리가 현대적 문화를 대표한다면,진주성과 천수교 사이의 고미술거리에는 옛 사람들의 체취가 가득하다.20여 곳의 골동품상점이 밀집한이곳의 지명은 서울의 고미술거리와 똑같은 인사동(仁寺洞).한적해 보이는겉모습과는 달리 적지않은 명품들이 거래되고 있어 일본에까지 소문이 났다. 진주성,진주박물관을 한데 엮은 역사문화단지 개발이완료되면 ‘인사동’이 화제에 올랐을 때 “서울을 말하는 거야,진주를 말하는 거야”라는 물음이뒤따를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진주의 젊은이들에게 “문화의 거리가 어디냐”는 질문을 던지면,십중팔구는 대안동 젊음의 거리를 떠올린다.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안동은 서울로치면 명동이나 압구정동쯤에 해당할까.보수적인 도시라지만 이곳에 차없는거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의 특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소규모 퍼포먼스나 음악공연 등 젊은 취향의 각종 문화행사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소규모 집회도 벌어진다.이처럼 남가람 문화의 거리와 인사동 고미술거리,대안동 젊음의 거리는 진주성과 촉석루를 가운데 둔 삼각축을 형성한다. 그러나 대안동에서 만난 전주산업대생 서희철씨(23)는 “진주가 역사도시라는 자부심은 있지만 젊은층을 위한 문화적 배려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진주의 문화가 아직은 역사적 유산에 더 영향을 받고 있고,문화거리들도본 궤도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회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젊은 세대일수록 이런상황에 불만족을 표시한다. 가수 남인수와 손목인,작곡가 정민섭과 이봉조 등 뛰어난 대중예술인들이 이곳 출신이라는 것이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진주시가 이들을 기념하는 향토박물관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들이 과거 엄청난 명성을 날렸다해도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유품전시에 그치기보다는,살아숨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뜻을 존중하는 일은 아닐까.작은 기념관을 가진 야외무대를 만들어 미래세대까지 포용하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매년 10월 개천예술제 행사의 하나로 열리는 남인수가요제에 이어 ‘정민섭 기념 진주 록 페스티벌’이나 ‘이봉조 재즈 페스티벌’등으로 첨단 대중문화를 즐기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도 되새기는 젊은축제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진주 서동철기자 dcsuh@. *이렇게 가꿉시다서울 인사동거리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자연스럽게 형성된 우리 전통민속과 생활 속살을 들춰 보고 싶어하는관광객 특유의 호기심을 자극해서일 것이다.화석화된 박물관이나 전시 목적의 인위적인 민속마을과는 달리 독특한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존심 높은 예향이자 역사의 도시 진주에도 북장대 성벽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동품거리가 있다.진주 인사동에 있는 이 거리는 고미술품 상인들이 생업을 목적으로 하나둘 모여들면서 생겨난 자생적인 거리라는 점에서 서울 인사동과 흡사하다. 이런 자생적 거리의 활성화의 기본 틀은 거리의 주체인 상인들로부터 찾아내는 것이 옳은 수순이다.그들은 고미술품을 생업으로 삼는 프로들이기 때문에 문화의 생명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고,어떻게 하면 문화의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열리고 있는 상설 고미술품 경매의 활성화와 전통 고미술품 전시장의 개설이 가장 시급한 시설계획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거리의 표지판이나 정비계획도 중요하지만 전통거리 형성을 위한 활성화의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마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지금의 문화복지회관을 민속박물관으로 용도를 바꾸고,도자기·고서화·고가구·한복·전통차·붓·종이·벼루 등의 문방사우에서부터 미술과 관련된 화랑 등이 자리할 수 있는기반 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시 조례를 고쳐서라도 세금 혜택,시설 개보수와 입점에 따른 재정지원이나 저리 융자 등의 정책적인 배려는문화 있는 거리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 활기있는 거리를 위한 차없는 거리의 설정,고미술 문화거리에 어울리는 축제의 발굴과 같은 마인드도 필요하다.축제는 고미술 벼룩시장과 같은 주말 장터와 연중 특정일에 고미술품과 풍물이 어울리는 예술 축제를 열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미술품을 사러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시민들이 거리를 기웃거리다 전통차 한잔 들며 급하디 급히 변해 가는 세상살이에 여유도 가져보고,여행객들에게는 전통미 배인 추억거리를 한 점 사갈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그런 거리가 문화 거리가 아닐까.
  • 독자의 소리/ 도로에 물 넘칠때 차량 통제 했으면

    저는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에 살고 있는 여고생입니다.길가에 있는 저희 집에서는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갑자기 쏟아진 많은 비 때문에 큰 피해를입었습니다. 차가 물이 찬 도로를 그대로 달리는 바람에 물이 가게안으로 밀려들어왔기 때문입니다.그럴 경우 경찰이 차량 통제를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그런데 경찰은 경찰서에 물이 차고 있다며 물이 차오르는 시내 한가운데에서 차가 마구 달려도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해 도로 한복판으로 나가 차량을 통제하려 했습니다.몇몇 사람들은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차를 돌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를 피해 그대로 차를몰아,결국 도로변 가게들은 모두 침수되고 말았습니다.버스가 지나가면 물이허리춤까지 차올랐습니다. 수해 등 재난 때 경찰은 어떻게 주민들을 도와야 하는 것일까요.궁금하기만합니다. 이모니카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 주부봉사모임 ‘문화를 나누는 사람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옷로비사건때 남자들은 여자들을 싸잡아 손가락질했다.할 일이 없으니까 모여 밥 먹고 ‘나훈아 쇼’보고 쇼핑이나 몰려 다니다가 저꼴 난 것 아니냐고. 그러나 밥먹고 공연보러 다니다 자원봉사단체를 만드는 여자들도 있다.사단법인 ‘문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문나사’는 98년 2월 ‘이렇게 좋은 연주회며 연극을 우리끼리만 보기는 너무 아까워’ 만들어진 주부자원봉사모임.이 모임의 주부들은 매달 한차례 빈민지역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문화의 향기를 함께 나눈다. 지난 24일 오후5시 동부이촌동 온누리교회 신관4층 강당에서는 ‘문나사’정기공연이 한창이다.이날은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인 관악구 난곡동 어린이100여 명이 초대됐다. 첫 번째 순서는 어린이 전문극단 ‘사다리’의 ‘무엇이 될까’공연.신나는 노래,율동과 함께 플라스틱 막대기와 고리로 연신 만들어내는 온갖 물건들의 형태에 아이들은 홀린듯 눈을 뗄줄 모른다. 그 다음 순서는 신세대 국악인 김용우의 ‘쉽게 배워보는 우리 민요’. 요즘아이들 최고의 꿈은 백댄서라는데 웬 국악? 아니나 다를까 한복입은 아저씨가 장구까지 들고 나타나자 아이들은 금세 심드렁한 반응이다. 그러나 그가 ‘보도듣도 못한’ 춤사위로 어깨를 덩실거리며 흥겨운 가락을먼저 뽑자 아이들은 이내 자세를 고쳐앉는다.“남생아 남생아 촐래촐래가 잘 논다…”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신바람이 난다. 강당 뒤켠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문나사’ 회원들은 모두들 흐뭇한 표정이다.바로 이 순간 이 맛 때문에 출연진들을 섭외하러 뛰어 다니고 조명과 음향을 손수 준비하느라 힘이 들어도 고된 줄을 모른다. 모임을 처음 만든 윤화자 대표(60)는 진작부터 자원봉사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그러나 26살때 ‘직장을 갖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해 정신없이 3남매를 키워놓고 숨을 돌리고 보니 40대 중반. 본격적으로 해볼만한 일을 찾았다.호스피스도 했지만 6개월간 돌보던 암환자가 세상을 뜨니 너무 허무했다.차라리 어린 새싹들을 돌보는 것이 더 보람있겠다 싶었다.그러다가 평소 마음이 맞는 주부 20여명을 모았다.300여 명의 후원자중엔 남편 민병국(변호사·62)씨도 합류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남을 돕는다지만 사실 기쁨을 얻는 쪽은 우리들이예요.나처럼 평범한 주부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줄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창립회원이자 전 YTN아나운서를 지낸 김순영씨의 말이다. ‘문나사’회원들이 공연봉사자를 모시는 방법은 한마디로 ‘무대포식’.소리꾼 김용우씨만 해도 우연히 라디오프로(현재 EBS 낮12시 ‘우리가락 노래가락’진행)를 듣고 그에게 무작정 찾아가 출연약속을 받아냈다.성악가 박인수교수,가수 이동원씨도 모두 이런 식으로 섭외했다.고맙게도 제의를 받은거의 모든 이들이 흔쾌히 응해줬다. “칼릴 지브란 시에 이런 귀절이 있더라구요.‘내가 어떤 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다면 그에게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오늘도 ‘문나사’회원들은 이 시귀를 새기며 그늘진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가슴에 문화라는 한그루 나무를 심어가고 있다. 허윤주기자
  • 南北·美 연쇄회담 이모저모

    [방콕 오일만특파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사흘째인 28일 사상 첫북·미 외무장관회담이 개최되고 한·미 양국회담도 열리는 등 남북의 활발한 외교전이 펼쳐졌다. [북·미 회담] 한·미,북·미 외무장관회담이 열린 방콕 샹그릴라호텔은 1,000여명에 가까운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언론의 집중표적이 됐다. 오후 2시 50분(현지시간) 시작된 북·미 외무장관회담은 예정시간인 30분을훨씬 넘겨 1시간 20여분이나 계속됐다.회담 직후 올브라이트 장관은 기자들에게 “백 외무상은 매우 친절하며 외교적인 언변을 구사하는 인물”이라고평가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노란색의 드레스에 벌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눈길.외교부 관계자는 “노란색은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고 벌 브로치는북한에 대해 화해(꿀)와 미사일견제(침)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 회담에 참석한 미 고위관리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개발 포기 문제를 언급했으나 백 외무상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얻어내지못했다”면서 “다만 백 외무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에 이 문제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고 전했다. [남북 우호 분위기 과시] 백 외무상은 전날 ARF 외무장관 회의에서 남북 장관이 나란히 옆자리에 앉았던 소감을 묻자 “남북이 그렇게 합심하면 좋은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족자주 원칙에서 조선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인식을 공유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남북은 방콕주재 남북 대사관 채널을 통해 “ARF 본회의장에서 남북 두 장관이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자”는 데 미리 의견일치를 봤다는 후문. [외무장관 여흥] ARF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을 위해 이날 저녁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여흥시간에서 이정빈 장관이 이끈 한국 대표단은 ‘개량한복’을입고 고난도의 사물놀이를 무대에 올려 23개 참가국들로부터 뜨거운 찬사와갈채를 받았다.
  • ‘유스페스티벌 2000’ 새달 11-15일 팡파르

    아시아의 10대들은 누구이며,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한국 일본 홍콩 타이완 등 동아시아 4개국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스스로 정체성을 되짚어보는 대규모 문화축제가 서울에서 열린다. 오는 8월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올림픽공원∼명동∼영등포 일대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유스페스티벌2000’이 그 무대.‘아시아야 같이 웃자’란 부제가 달린 이 행사는,어른들이 멍석을 깔아놓으면 마지못해 엉거주춤 참여했던 이전의 청소년 축제와 달리 아시아지역 10대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하는 진정한 ‘그들의 잔치’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8월 광화문 도심한복판에서 ‘유스페스티벌1999’를 기획해 2만여명의 청소년을 동참시킨바 있는 프로젝트 기획단 ‘체인지21’이 여러 청소년단체와 손잡고 ‘아시아비전21’로 조직을 확대개편해 이번 행사를 꾸민다. ‘AC21’에는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미지센터,청소년거리위원회,청소년미래신문,전국만화동아리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AV21’의 기획자 김종휘씨는 “4용(龍)으로 일컬어지며 비약적 경제성장을 겪어온 동아시아의 10대들은 대량 생산체제의 입시제도교육을 강요당해온공통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교류함으로써 다양한 가치와 대안적 문화공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축제는 총 4개 행사로 진행된다.8월11일 낮12시 명동YWCA대강당에서 열리는‘아시아 유스포럼’에서는 ‘아시아의 10대로 살아가기’란 주제아래 각국의 청소년문제에 대한 영상물상영과 대안적인 10대 문화그룹들의 사례발표를 통해 현재 아시아의 10대 문화를 심도있게 조명한다.조한혜정(연세대 교수)시아 린칭(타이완 청소년문제전문가)닙 조이스(홍콩 시립대 교수)이와부치고이치(일본 도쿄 국제크리스천대 교수)등 전문가들이 참가해 현실을 진단하고,대안을 모색한다. 8월12∼15일 올림픽공원과 명동에서는 메인공연인 ‘유스페스티벌’과 ‘아시아영넷’이 동시에 펼쳐진다.12일 밤 전야제 격인 올림픽공원의 ‘유스페스티벌’은 ‘아마추어만화페스티벌’‘해적방송,채널을 훔쳐라’등 9개의다양한 프로그램과 10대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함께 열린다. 같은 시각 명동 미지센터 일대에서는 야외전광판을 통해 올림픽공원의 축제상황이 생중계되고,명동 한복판 특설무대에서는 10대들이 끼와 재능을 과감히 발산한다.이와함께 13일 영등포 하자센터에서는 낮부터 밤까지 ‘아시아유스파티’가 열린다.타이완 댄스그룹 TBC와 국내 힙합그룹 피플크루의 합동공연,한국 일본 홍콩의 10대 스쿨밴드,클럽밴드들의 난장이 펼쳐진다. 행사는 공식적으로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후원하는것으로 돼있지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않았던’지난해 축제때와 마찬가지로 모범적인 민관합동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02)776-2619이순녀기자 coral@
  • [네티즌 칼럼] 춘향이 변학도 싫어한 이유

    요즘처럼 먹고 살기 바쁜 때에 세상을 제대로 살펴보기란 무척 힘들다.예전에 편지를 쓰면서 잊고 지냈던 부모님이나 선후배,친구들한테 할 말,안 할말을 쓰고 했는데,지금은 이메일 하나로 “야,잘 지내냐?” 뭐 이런 식의 몇줄 글이 전부이니 말이다.가볍고 빠른 것이 최상인 시대가 됐다.하기야 글이란 세상과 인간을 무척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일인지 모르겠다.나역시도 생각없이 산지 오래돼 할 말을 글로 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 됐다.세상사보다는 돈 버는 일에 급급한지 오래돼 무슨 이야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첫 운을 떼야 할 지도 헷갈리는 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세상소식을 접한다.인터넷에서 본 미국 LA타임스19일자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조급성과 요행심리도 속도와 위험부담이 요구되는 정보시대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그리고 한국의 인터넷열기가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만남에서부터 심지어 잠자리에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최근의 연애풍속도도 시발점이 ‘인터넷’이다.채팅에서 “너 나올래?”,“거기서 만나자”가 돼서 소위 ‘번개’를 하는 남녀들을 자주 목격한다.서울도심 한복판의카페에서 네티즌들의 모임이나 만남을 볼 때마다 예전 연애에서 보는 풋풋함이나 부끄러움,수줍음 따위의 ‘느림’의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가 없다.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 ‘반말’하고 담배도 나눠 피고 술잔을 부딪치는 문화는 21세기 인터넷이 만든 또다른 ‘빠름’의 문화가 아닐까.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연애관의 변모에 따라 새로운 풍속도나 인식이 자리잡히고 있다.가령 “변학도가 아저씨가 아니었다”면의 이어지는 말은 “춘향이가 그리 버티지는 않았을 거”라는 신세대의 인식을 기성세대는 알까? 오늘날의 춘향,그러니까 신여성들은 그렇다.아무리 놀라운 일도 이미 인터넷에서 알아차리고 더 빠르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인간관계도 즉흥적으로 성립되거나 끊는 경우가 잦다.가벼운 만남,빠른 이별,성과 결혼에 대한 이중성이 기성세대의 그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이것은 남자,여자 모두 해당하는말이다. 춘향이가변학도가 싫은 것은 춘향에게 이도령 하나뿐인 ‘일부종사’ 때문이 아니라 변학도가 아저씨이기 때문이다.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요즘여성들의 가치관이다.즉 자신이 싫어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아저씨’라는단어를 ‘나이가 많은 남성’을 가리키는 인칭 정도로 이해하는 ‘리얼 아저씨’가 있다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상당히 힘들게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대 여성에게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은 곧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아무런매력이 없는 남성을 가리키는 단어다.그 반대인 아줌마도 마찬가지다. 초고속 스피드의 인터넷은 춘향이나 이도령의 “내 사랑은 오직 너밖에”를 날려버린 셈이다. 조무형 클럽69 대표 rainboat@chollian.net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오늘 개봉

    기교부리지 않은 소박함이 오히려 빛을 발할 때가 있다.류승완 감독(27)이 16㎜ 필름으로 찍은 하드보일드 액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바로 그런영화다.류 감독은 93년 박찬욱 감독 밑에서 영화에 입문한 뒤 독학으로 단편만 찍어온 ‘신인’이다.그러나 본격 장르영화로 데뷔하면서도 그의 카메라는 불필요하게 관객을 의식하려들지 않았다. 영화는 4편의 독립된 극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뭉쳤다.하나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이어나가되,4편은 모두 장르가 제각각이다.액션으로 시작했다가 호러로바뀌는가 싶으면, 주인공들이 화면밖을 향해 중간중간 방백을 던지는 다큐멘터리가 되고 결국 마지막은 익숙한 갱스터로 장식한다. 열아홉살 청춘들이 당구장에서 패싸움을 벌이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공고생 성빈(박성빈).정작 싸움을 부추긴 건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는 석환(류승완)이었지만,얼떨결에 성빈이 살인자가 되는 것으로 1부 ‘패싸움’편은일단락된다. 2부는 7년형을 마치고 출감한 성빈이 가족과 사회의 냉대속에방황하는 와중에 그가 죽인 친구의망령에 시달리는 ‘악몽’편이 바통을 잇는다.상대 패거리에 몰매를 맞다 성빈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태훈(배중식)이 3부 ‘현대인’에서는 주인공이 된다.그리고 이제는 어엿한 형사가 되어 태훈을 끈질기게 좇아다니는 석환과 함께극을 세미다큐로 끌어간다.마지막 4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편은 배신과분노로 얼룩진 폭력의 끝점을 보여주는 지점이다.석환의 동생 상환(류승범)이 성빈의 폭력조직에 가담하고,지난날 살인현장에서 패싸움을 주동했던 석환에게 배신감을 느껴온 성빈은 상환을 조직싸움의 칼받이로 내몰며 처절한복수극을 펼친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푸른 톤의 화면이 냉소에 찬 메시지들을 날것으로 전달한다.출세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경찰이 됐다는 석환의 한숨섞인 방백. “꿈이요? 꿈은 무슨 꿈입니까.무사안일주의,공무원주의…”단선적으로 나열된 듯한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저열하거나 가난해보이진 않는다.갓 서른도 안 된 젊은 감독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치고받는 폭력영화를 만든데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인생이란 마음먹은대로 굴러가주지 않는 거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감독은 말했지만,그게 전부는 아닐 터.역설적이게도,“삶에 배반당하는 건 너나없이 마찬가지…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열심히 독려해주는 영화다.코믹연기가 압권인 상환역은 감독의 친동생이 연기했다.15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 “한국문학 웃음 속엔 진한 눈물의 향기가”

    문학하는 사람들은 흔히 시대와의 불화를 이야기한다.한국의 현대문학은 식민지·분단현실,반독재,민주주의 등을 주된 관심사로 삼았고 그것은 늘 논의의 한복판을 지켜왔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상황이 몰고온 주제 자체에 빠져 구체적인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에스프리나 문학적 감성 등은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원로 국문학자 김영수씨(66·청주대 명예교수)가 펴낸 ‘한국문학 그 웃음의 미학’(국학자료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단계 한국문학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웃음의 미학을 확립하는 일이다.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한국 문학에 다채롭게 나타나는 웃음의능선을 따라가며 해학의 현장을 확인한다.그리고 해학이라는 잣대를 통해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살핀다. 웃음에 대한 저자의 지적 섭렵은 ‘춘향전’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비판한‘미학없는 해학론’(1970)에서 비롯된다.그러나 그로 하여금 웃음의 본질을 새삼 되새기게 한 것은 문학평론가 김현이 ‘예술기행’에서 밝힌 “동양인이 자주 웃는것은 서양인들이 너무 착취를 해,그 고통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구절이다.저자는 한국인 특유의 이러한 ‘역설의 철학’에서 웃음의묘미를 발견한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원형적인 웃음과 멋을 상생의 원리로 승화시킨다. 저자는 희대의 ‘주술적인’ 시인 서정주,흥부보다 놀부가 인간적이라는 최인훈,‘거대한 뿌리’의 김수영,‘너무도 희극적인’ 최인호 등 유머에 능한작가들의 작품을 골계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그들이 빚어내는 웃음 속에는 한결같이 진한 눈물의 향기가 배어 있다는 게 저자의 말.한 예로 최인호의 작품 ‘술꾼’의 경우,그 절망의 희화적 수법은 바로 눈물의 웃음이다.골계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최인호의 상상력은 가장 가난한 거지가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을 짓는 역설의 미학을 구축한다.그런가하면‘잠자는 신화’에서는 성기도난 사건으로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최인호를 웃음과 눈물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천길 우수를 보여주는‘자유혼의 작가’로 평가한다. 저자는 21세기는가벼운 재치와 유머로 반짝이는 작가,농담으로 진담을 할줄 아는 작가,농담같이 살아가는 인생이 힘을 얻는 세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그런 점에서 보르헤스가 환상에서,유미리가 꿈에서 문학의 활로를 찾은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특히 ‘유사고고학적 환상’을 구사하는보르헤스의 논법은 얼핏 황당해 보이지만 섬광같은 기지야말로 문학이 적자생존의 ‘감동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웃음에 관한 이야기는 자칫 통속성에 물들거나 경박성에 빠지기 쉽다.저자는 나름의 학문적인 엄정성을 지켜가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경쾌한 에세이 형식을 띤 이 책은 해학의 정신을 통해 문학적 자기혁명을 꿈꾸는 통문화적 성격의 작가론이자 작품론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외언내언] 중국식 쓰레기 치우는 법

    어제 아침 배달된 각 조간신문 국제면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대부분 독자의 시선을 머물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같다.아니 가벼운 충격을 느꼈을 법도하다.그 사진은 중국 마약밀매범들이 총살형을 당하기 위해 인민해방군들에의해 큰 운동경기장 한복판으로 끌려가는 순간을 담았다.잔뜩 찌푸린 범인얼굴이 클로즈업돼 있고 엄숙한 표정의 군인들 뒤로는 수많은 관중이 총살형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캡션(사진설명을 위한 기사)에는 26일베이징(北京) 푸저우(福州) 등 중국 주요도시에서 모두 52명의 마약밀매범이 총살당했으며 사진은 푸저우에서의 처형 직전 모습으로 돼 있다. 중국에선 살인,마약밀매,강간 등 성폭행,인신매매범들을 가차없이 총살로다스린다.범죄형 인간이 무사히 살기 힘든 곳이다.특히 개방·개혁으로 빈부격차가 커진데다 마약·매춘 등 그들이 말하는 자본주의형 범죄가 늘어나자더욱 단호하게 처형을 진행중이다.홍콩·타이완 범죄자도 많은 편이다.기자는 10여년 전 특파원으로 베이징에 머물면서 TV를 통해 마약밀매·강간살인범이 사형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형장의 시멘트 담장 밑에 5∼6명의 죄수들이 담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자 가까운 거리에서 등에 장총을 겨눠 처형하는 광경이었다.12억인구가 보거나 전해듣는 것은 물론이다.재판을 할 때도파렴치범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된다.교도관들은 그들의 뒷머리를 우악스럽게 내리눌러 바닥만 보게 한다.세상 똑바로 볼 자격도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 서방의 국제인권옹호단체에서는 해마다 거르지 않고 이러한 중국당국의 처사가 너무나도 인권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난한다.그러나 건전한 중국인들이나 중국 언론매체의 반응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즉,이들 파렴치범은쓰레기같은 존재들이고 쓰레기는 치우지 않고 그냥 두면 둘수록 썩어서 악취를 풍길 뿐 아니라 나쁜 병균을 퍼뜨려 모두가 병들게 되니까 빨리 치워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이다.TV에 의한 사실상의 공개처형 방영이 주는 공포감이 범죄발생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사회로 눈을 돌려보자.살인,성폭행,마약밀매가 거의 날마다 신문 사회면을 차지한다.몇해 전만 해도 흉악범이 나타나면 ”저놈을 그저,광화문 네거리에서…”라며 많은 사람들이 공분을 감추지 않았다.그러나 이젠 사회윤리가 무너지고 나라 전체의 기강을 좀먹게 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려도 모른체하기 일쑤다.어떤 때는 흉악범을 권총으로 쏜 경찰관이 오히려 범인 인권침해로 지탄받는 인권과잉문제까지 나온다.‘미친 개에게는 몽둥이‘라고 했다.흉악범은 일벌백계의 엄벌로 다스려야지 느슨하게 하면 그야말로 미친 개처럼 또 멀쩡한 사람들을 물어 병들게 할 것이다.중국 마약밀매범 처형사진을 보았을 치안당국자들은 ‘실종된 민생치안’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강력·흉악범 소탕전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한다. 禹弘濟논설주간hjw@
  • 신간 맛보기

    ■특별한 한국인(박영규 지음·웅진닷컴)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메시지.한국의 외환위기가 ‘졸부의 예견된 몰락’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중국에 아편전쟁을 일으킨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행태가 바로 졸부식이라고 반박한다.당쟁으로 나라가 망했다는 등의 자기 비하적인 속설을 조목조목 뒤집는다.벤처와 핸드폰 열기의 뿌리 등 우리 역사와 문화를 통해 드러난 자부할만한 품성을 제시한다.한글 등을 통해 문화대국 가능성을 지적하고 대통령에게 한복 착용을 권한다.자신이 꿈꾸는 학교설립 계획도 소개.7,000원. ■해피 섹스(김이윤 지음·이프) 가명이지만 성직자(목사)가 쓴 섹스 이야기.남성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향유할 수 있으나,여성은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금기시된 성은 이제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인간의 성을억압하는 사회·종교적 분위기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없으며,더 쾌락적인 섹스를 찾아 방종하기보다는 파트너에게서 소유욕을 버려 몸과 정신이 고루 해방된 남녀가 함께 나누는 성이 진정한 해피 섹스라고 주장한다. 롯의 근친상간 등 성서에 나오는 사례를 제시하며 하느님도 섹스를 억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8,000원. ■카뮈(올리비에 토드 지음·책세상) 부조리와 반항정신의 소유자 알베르 카뮈의 전기다.저자는 ’난폭한 1954년 4월-사이공 함락’ 등의 책을 낸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카뮈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카뮈의 여성문제를 상세히 다뤄 눈길을 끈다. 카뮈의 아내 시몬 이에와 프랑신 포르를 비롯해 마리아 카사레스,패트리샤블레이크,카트린 셀러즈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전기문학의 일대기적인 진술방식에서 탈피,알제리사태·한국전쟁 등 세계사적인 사건도 함께 다뤘다. 김진식 옮김.1권 2,1000원,2권 2,6000원. ■지식과 사회의 상(데이비드 블루어 지음·한길사) 과학지식의 사회적 성격을 분석한 최초의 저작 가운데 하나다.영국의 과학사회학자인 저자를 비롯,반스·셰이핀·매켄지 등으로 대표되는 에딘버러학파는 토마스 쿤을 필두로한 경험주의 과학철학과 뒤르켕의 지식사회학,비트겐슈타인의 후기철학 등을 토대로 새로운 과학사회학 이론을 만들어냈다.이른바 ‘과학사회학의 스트롱 프로그램’이 그것이다.전통적인 지식사회학이 과학지식을 연구대상에서제외한 것은 잘못으로,과학지식도 사회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게 그 요지다.김경만 옮김 1만8,000원.
  • 창작오페라 ‘황진이’ 中대륙 상륙

    작년 4월 초연당시 커다란 화제가 됐던 한국오페라단 창작오페라 ‘황진이’가 중국무대에 진출한다.한중수교 8주년을 맞아 8월24,25일 베이징 북경세기극원에서 기념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말 중국 문화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한ㆍ중수교 이후 국내 오페라 작품이 중국 무대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상 시인이 대본을 쓰고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이 곡을 붙인 오페라 ‘황진이’는 조선 중종시대 자유분방하게 삶을 살다간 명기 황진이의드라마틱한 생애와 예술세계를 그린다.영화감독 이장호씨가 오페라 연출을맡았다. ‘구성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정적’이라는 당시의 지적에 따라 볼거리를더욱 보강하고 대본도 많이 손을 봤다.중국공연을 맞아 아기자기한 재미를더하려고 애썼다는 게 한국오페라단의 설명이다.작곡을 맡은 이영조원장은한국적 장고리듬으로 흥을 더하는 한편 중국공연인 만큼 이태백 시조 ‘장진주가’ 2편을 곁들여 현지관객들의 호응도를 높일 작정이다. 한복연구가 이영희씨는 화려한 한복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겠다는의욕으로 기꺼이 의상 제작작업을 맡았다. 한국오페라단 박기현단장은 “2001년4월에는 일본공연이 예정돼 있다”고 밝히면서 “해외에 널리 자랑할만한 한국적 창작오페라를 앞으로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당시 황진이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김영미와 김유섬을비롯해 메조소프라노 김정희,바리톤 유승공,테너 임산,베이스 김명지,한국예술종합학교 합창단 등 국내에서 170명 가량이 참가한다. 중국의 오페라전문 ‘중앙가극원 오케스트라’가 협연하고,무용가 김매자선생의 한국무용을 전수받은 중국인 무용단 30명이 합류하는 등 한중문화교류의 새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허윤주기자 rara@
  • 차범석의 방북 인상기(상)

    대한매일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수행했던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인 극작가 차범석씨(76)의 방북기를 두 차례에 나누어 싣는다.원로 예술가의 따뜻하면서도 정감있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14번 차를 타시라우.” 안내원의 표정은 무표정했다.가슴에 단 인공기 배지의 검붉은 색과 나의 가슴에 단 햐얀 태극기 배지와는 대조적이었다. ◆여기가 평양인가=평양의 순안 공항에 내린 것은 6월13일 오전 10시30분.따가운 햇살이 눈부시기는 했지만 500∼600명쯤 되어 보이는 환영인파의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봐서 여성들이 태반이었음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저마다 손에 든 진홍색과 분홍색 꽃이 강렬한 햇살에 반사되면서 한층 더 붉게 보였다.나는 그것이 생화가 아닌 조화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엷은 비닐제품이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여기가 평양인가 싶다.산세도 하늘도 들판도 그리고 꼭같이 생긴 사람들을가까이 보면서 새삼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하나라도더 보고,더 얘기하고,더 가까이 가리라는 생각에 부풀었다. ◆남남북녀=우리가 탄 차는 외제 고급차,벤츠였다.14호 차에는 나와 이화여대 장상(張裳) 총장,그리고 안내인 김승현씨가 있었다.그녀의 용모는 30대로 밖에 안 보이는 젊음에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여성이었다.어딘지 친근감을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대학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그 곱다란 얼굴을 훔쳐보았다.남남북녀(南男北女)가 결코 헛소리는 아닌가 싶다. 출발하기 전에 소양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평양에서 만나게 될 안내원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보요원인 만큼 말조심하라는 지시가 문득 생각났다.그리고 이쪽에서 먼저 말을 걸거나 그쪽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은 자제하는 게 현명하리라는 충고가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김여인은 시종 미소와 부드러운 말씨로 우리를 대했다.말할 때마다‘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동지’로 시작되는 유창하고 명료하고 논리적인 화술은 웬만한 연극배우를 능가할 정도였다.뿐만 아니라 우리 동족끼리 힘을합하여 통일을 해야지 않겠는 가 라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말하니 나 역시 반대할 이유라곤 없었다.“그럼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닙니까?”◆물결치는 환영인파=연도에 도열한 평양시민의 대열은 강처럼 이어지고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남쪽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는다는 상투적인인사가 이니라 금방이라도 얼싸안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여인들의 표정이자못 감동적이었다.환호를 지르다가 급기야는 울음보를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옷차림은 우리가 보기엔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패션이었다.치마 저고리 차림이며 그것도 위아래가 한 색깔이었다.남한에서 30여년전에 유행했던 한복이었다.치마 저고리의 동정도 좁고 길었다.그런데 고무신을 신은 여성은 없었다.가끔씩 양장을 입은 여인이 보였지만 소박한 부라우스에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뜨겁고 억새고 광적이었다.외치는 구호는 ‘김정일’의 연호였다.손에 든 조화를 흔들면서 목이 터져나갈 듯 김정일을 연호하는그 표정이 흡사 예배당에서 광신도가 외쳐대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우리 상식으로는 먼길을 찾아준 ‘김대중’을 연호하는 게 순리일진데 그들은 ‘김정일’을 외치고 있어 의아스럽게 여겨졌다. 위대한 지도자께서 뜻밖에도 이 자리에 납시었다는 현실 앞에서 흥분과 감사와 자긍심에서였을 것이다.그리고 이 역사적인 상봉은 애오라지 김정일 장군의 뜻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6월 12일의 출발 스케줄이 갑작스럽게 하루 연기되었을 때 우리들의 동요와 의혹과 억측이 문득 떠올랐다.수수께끼에쌓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게 아닌가 라는 기우(杞憂)아닌 기우도 떠올랐다. ◆남북 두 지도자의 역정=그날 밤 일본 NHK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김정일의 정체를 분석하기 위해 각국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방영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언론인 문명자(文明子)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분은 철저하게 보통사람이예요.소박하고 자상하고…그러면서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보통사람인 김정일이 저토록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와 숭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고 교육받아왔던 ‘김정일론’은 한마디로 불가사의한 사람 아니면,특별하고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그 고정관념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란 매우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그런 일이 어디 북한뿐인가.지난 날 선거 때마다 색깔론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려가며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혔던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많은 인생 역정도 따지고 보면 꼭 같은 경우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에 손을 잡게 된 두 분 지도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첫째 성씨가 김(金)씨에다,둘째 잘못된 인식과 평가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셋째 두 분 모두가 정치가로서는 드물게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깊다고 한다면 나의 독단일까. 인구 200만의 평양시민 가운데 60만명이 거리로 나와 우리에게 보내준 그정열.그것도 어린 학생들이 아닌 성인들이었고 설령 고위층의 지시로 동원된 환영 행사였을지라도 그 눈과 입과 손짓에서 발산하는 웃음과 눈물과 힘은진심이었을 것이다.그것마저도 의심한다면 우리는이미 화해와 통일을 의심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믿어보자.우리의 믿음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그것은 수치도 파렴치도 아니잖는가.지구상에서 가장 먼나라에 들어선 우리는 누구인가.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절절하게 읊었던 고은(高銀)시인의 말 그대로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약 40분동안 차창 밖을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우측에 자리한 장상 총장은 우측을 향해서,좌측에 앉은 나는 좌측의 평양 시민들에게 그저 힘이 소진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것만이 나의 모든 정성이라고 믿었다. ◆주암산 초대소=우리 일행은 숙소로 안내를 받았다.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4시부터 있을 환영공연과 만찬회에 나가야 했다. 우리 특별수행원의 숙소는 ‘주암산 초대소’로 모란봉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거진 노송(老松)에 에워쌓인 곳에서 대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풍치는 천하에 자랑할 만 했다.화강석으로 구축된 2층 건물로 나의 객실은 1층 35호실로 응접실과 침실이 있는 스위트룸이었다.마루바닥은 융단이 아닌 왕골돗자리가 전면으로 깔려 있어 맨발의 촉감이 시원했다.그런데 그 공간이 어찌나 넓은지 혼자 지내기엔 약간 불안감을 줄 만큼 허전했다.냉장고 안에는과일과 음료수가,그리고 침실 화장대 옆 작은 원탁에는 차(茶)와 북한 특산의 세가지 술이 사이좋게 놓여있었다.마시고 싶으면 마음대로 마시라는 무언의 권유가 역력하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에 소낙비 격이라고나 할까.호젓한 산사(山寺)에 들어선 나의 감회는 다시 한 번 술렁거렸다. “정말 내가 평양에 와있는가.이것으로 통일의 물꼬가 트인다고 믿어도 되는건가.55년 동안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지냈던 우리가 이렇게 쉽게손에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도 되는가.”◆신명나는 춤과 노래=오후 4시 우리는 모란봉 만수대예술극장으로 초대를받았다.‘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문화성’이 주최하는 예술공연이었다.북한의 음악이나 무용을 이미 여러차례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 나로서는 그다지 기대가 가는 편은 아니었다.획일적이며 기계적이어서 한마디로 말해 판에박은 듯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리라. 그러나 이날 밤의 공연은 지금까지의 그것하고는 다른 모습으로 내 가슴을두들겼다.그 특징의 하나로 전통의 현대화이며 그것을 위한 창작성의 뛰어남이다.그것은 다음날 관람했던 학생소년예술소조 종합공연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있는 일관된 몸짓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만난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작위성이나 의도적인 역점은가시고 전통을 보다 친근하고 애착심을 가지게 했다.그 예가 민속음악의 재인식이다.아리랑,천안삼거리,옹헤야,노들강변,양산도,그리고 고향의 밤 등우리에게 친숙한 민요와 동요까지 재편곡한 연주는 자칫 잘못하면 치기로 전락될 수 있는 것을 성숙시킨 것이이다.전통악기의 개량도 성사시켰고 무용도 최승희의 기법에 바탕을 두되 서양발래나 중앙아시아의 민속무용의 기법을접목시켰다.그래서 그 기법은 체육에 가깝다는 폐단도 있고 춤 예술 이전에곡예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예술이 누구를 위해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점에서 그것은 철두철미하게 관객을 위해 있고 관객과 혼연일체가되어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음악이나 춤이 관객에게 신명과 춤을안겨줘야 한다는 극히 상식적이고도 근원적 의미가 북한의 극장에는 뿌리내린지 오래다.정치적 이념도 그러하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것’을창작하는 일이다.서양의 그것에 물들거나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의 장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체예술이 바로그들의 꿈이자 정체성일 게다. 나는 내가 지금껏 해왔던 작품세계와 나의 위상을 되돌아보면서 평양의 밤하늘을 쳐다보았다.그곳에도 별은 반짝이고 있었다.서울 하늘처럼 말이다. 車 凡 錫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극작가
  • 중견기업 자금 악화설 일부투자자 오해로 와전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일부 중견기업의 자금악화설은 금융당국과주채권은행의 강력한 부인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금악화설의 한복판에 있는 쌍용양회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16일 “대우로 넘어간 쌍용자동차를 쌍용그룹 계열사로 혼돈한 일부투자자들이 쌍용차에 대한 긴급자금지원을 쌍용그룹 자금난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쌍용양회의 올해 만기차입금은 약 3조원.이중 회사채가 1조8,000억원,기업어음(CP) 3,000억원이다.관계자는 “쌍용정유를 매각하면서 3,400억원을 상환하는 등 올들어 2금융권 여신을 꾸준히 상환하고 있다”면서 “회사채 차환과 CP 연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위성복(魏聖馥)조흥은행장은 지난 15일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자 “서울 삼각지 창명여고터와 대구 석회석공장 등 부동산 5,000억원어치를 미국계 벌처펀드 ‘론스타’에 매각하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쌍용정보통신의 주가급등으로 4,500억∼6,000억원의 평가익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쌍용양회가 자구계획으로 1조5,000억원정도는 충분히 마련할수 있다고 채권단은 판단한다. D그룹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금융비용부담률이 14%대에 육박한 점이자금위기설로 작용했다. 또다른 D그룹은 회사채 등급이 ‘BBB+’인데다 주력사의 부채비율도 166%로 우량하다는고 주채권은행측은 설명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문제는 일부 기업의 자금난이 아니라 자금시장 경색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5월 들어 투신권에서 8조2,000억원,종금사와 은행권 신탁계정에서 약 7조원이 빠져나가 이들 금융기관의 회사채및 CP매수여력을 축소시켜 채권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현재 금융시장 불안설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채권금리가 안정돼 있는 것은 거래자체가 없기 때문.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BBB’인 회사의 회사채도 할인이 안되는 자금경색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올 들어 회사채 순발행은 계속 마이너스이며,CP 순발행마저 5월 들어 1조7,522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기업들의 돈줄이 얼마나 막혀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신용경색해소를 위해 시장루머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이 즉각적으로 진위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한편 마찰적 자금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박현갑 안미현기자
  • 남북 화해시대/ 양승현기자 訪北記

    벅차오르는 설레임과 흥분,약간의 긴장감으로 뒤범벅이 된 첫 방북.특별수행원과 기자들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한 것은 정확히 13일 오전 10시20분.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 일행보다남과 북을 잇는 ‘하늘길’을 9분 먼저 열었다. ◆순안공항 첫 취재의 행운/ 공항에 도착하자 수행원과 기자들이 항공기에서내릴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취재가 빡빡하겠구나’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가까스로 10인승인 작은 버스를 타고 환영행사장에 도착하니 김대통령의 전용기도 이미 안착해 있었다.그때서야 공항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조화(꽃술)를 손에 든 한복 차림의 수만 환영 인파들,인민군 육·해·공군 의장대…. 바로 그 때였다.평양시민들의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손에 든 조화가 세차게 흔들리면서 공항은 갑자기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아주 순식간이었다. 아직 김대통령이 탑승해 있던 전용기 앞문은 채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어,뭐지?’ 공항 입구 저편에서,한 150m 정도 됐을까,갈색 인민복차림에 퍼머머리를한 낯익은 사람의 뒷짐을 지고 카펫 위를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었다.환영인파의 ‘결사옹위,김정일’ ‘만세’ 소리에 느릿한 박수로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이를 보자 평양 시민들은 발을동동 구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예상깬 파격 의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생각으로 수첩에 적기 바빴다.혹시나 했지만,정부관계자 누구도 확인해 주지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그 때까지 출영 사실을 알지 못했다.‘기자로서 정말행운이구나’는 벅찬 감회도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카펫 중앙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누구도 곁에 다가가지 않았다.통상적인 공항 환영행사 때에 흔히 볼 수 있는 의전에 관해 조언하는 이조차 없었다.그는 유일한 중심이었고,그가 결심하고,판단하고,행동하는 그모든 것이 곧 의전이고 격식이며,관행이 되는 듯 했다.김위원장 스스로 표현했듯이 그는 ‘오랜 은둔생활’을 파격(破格)의 방식으로 청산하고 한국기자에게 처음으로 불과 1m50㎝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대중’ 연호는 없어/ 일부 언론에서 환영인파들이 ‘김대중’을 연호했던 것처럼 보도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시했다.그는 조금의 거침도,약간의 막힘도 없이 행동했다.시민들이 외쳐댄 ‘결사옹위’가 독특한 억양으로 ‘김대중’을 연호하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켰을 뿐이다. 2박3일 평양 체류기간 내내 기자를 안내한 리윤철씨(38)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제가 담당하는 기자선생이 장군님을 처음 취재하고,악수까지 나눴다고 전해지면서 제가 우리 안내원들 사이에 으뜸이 됐습니다”고 했다.김위원장은 북측에 이러한 카리스마의 지도자다. 김위원장은 뒤에 우리측 인사에게 “내가 공항환영 행사에 나가는 것을 김용순비서가 말렸는데 나갔다.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주변에서 ‘빨간불’을켠다.내가 새 총으로 이 빨간불을 모두 깨트리면서 나갔다”고 말했다.기자의 첫 느낌은 ‘어릴 때부터 받은 지도자 수업이라는 게 정말로 무섭구나’였다. ◆초조한 기다림/ 14일 오후 목란관 만찬은 서울에서 궁중음식 재료를 공수,요리사 20명과 그릇만을 북측의 도움을 받아 김대통령이 초청한 자리였다.공식,특별 수행원들이 모두 와 있었다.이 때에도 오후 3시에 시작된 단독정상회담이 무려 3시간50분 동안 계속됐기 때문에 김위원장이 나올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대기실에서 기다린 지 10여분이 지난 오후 7시 외교부 의전담당자가 “김위원장이 오실 것같다”면서 “두 분이 나란히 여러분을 앞을 지나가시면 박수로 환영해달라”고 요청했다.7시5분 입구가 떠들썩해지면서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예상을 깨고 김위원장은 일렬로 기다리던 우리측 수행원들을 보자 차례로 악수를 청했다.“회담이 잘됐구나”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김정일위원장과 처음으로 악수/ 재빨리 특별수행원 사이로 끼어들었다.“대한매일 양승현기잡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힘찬목소리로 “반갑습네다”며 악수했다.기자가 서있는 것에 대해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취재현장에서 기자로는 처음으로 그와 악수를 나누는 행운을얻은 것이다. 그의 손은 작은 편이었으나 손마디가 굵고 탄력이 느껴졌다.그는 만찬장도압도했다.‘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계를 설정해 놓고서는 자기식의 자유로움과 격의없음을 거침없이 표현했다.앞테이블에 앉은 양복 차림의 박재경장군 등 군장성들을 헤드테이블로 불러내 김대통령에게 직접 술을 따르게 하고,남측 특별수행원들이 권하는 술잔을 “여러 차례 마셨습니다”면서도 ‘원샷’이었다.옆자리의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고은(高銀) 시인의 ‘대동강 앞에서’라는 즉석 시낭송도 그가 빚어낸 작품이었다. [양승현 정치팀
  • [新 김정일 연구](2)’먹는 문제’ 해결사

    찬바람이 밖에서 매섭게 몰아치던 지난 96년12월27일.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김정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집회 비밀연설을 통해 당간부들을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식량난으로 굶주림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당 일꾼들이 앉아서 회의만 하고 있고 뭣들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러면서 “지금처럼 정세가 복잡한 때에 내가 경제실무사업까지 맡아보면서 걸린 문제들을 풀어줄 수 없다.수령님은 생전에 나에게 절대로 경제사업에 말려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질책의 강도를 높여갔다. 그로부터 약 1년1개월이 지난 98년1월16일.김정일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연형묵 전 총리가 당 책임비서로 있는 자강도의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현지지도에 나섰다.김일성 사망이후 위기타개와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군부 다스리기에만 매달려오던 그가 이례적으로 직접 민생과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김정일은 종전처럼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군부 추스리기에 나서는 한편 그해 3월9일 성진제강기업소를 시찰하는 등 경제부문에 대한현지지도의횟수를 점차 늘려갔다.과학기술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1월11일엔 연초 첫 나들이로 평성에 있는 과학원을 시찰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1월24일.두툼한 방한복에 털모자를 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찬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평북 태천군 들판에 나타났다.그가 엄명을내려 추진하고 있는 토지정리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올들어 김정일은 무려 8차례에 걸쳐 토지정리사업장을 비롯해 발전소,양어장,기계공장 등을 시찰하면서 독려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다.이처럼 그가 경제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식량난 해결과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체제안정을 이룩할 수 없음을 절감한데다 당과 군부를 완전히 장악해 권력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에 이젠 경제부문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김정일의 독려로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9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식량사정 역시 눈에 띄게 나아졌다.이에 힘입어 북한측은 경제회복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또 김정일이 이번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종 여유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그러나 아직도 북한에서 식량은 크게 부족한 상태이다.더욱 공장을 돌리려 해도 전기가 부족해 산업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먹는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면서 종자혁명,감자농사혁명,두벌농사(이모작)및 양어사업의 전군중적 운동을 다그치고 있다.이와함께 증산과 농사의 기계화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토지정리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김정일은 ‘토지정리는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대자연개조사업이며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이라며 토지정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감자농사혁명에 쏟고 있는 그의 관심과 독려도 대단하다. 김성진.그는 감자가 많이 나는 백두산 인근 산골짜기인 양강도 대홍단군 당 책임비서에 지나지 않는다.그렇지만 북한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거의 없다.지난 98년 10월 그곳을 현지지도한 김정일이 ‘동무야말로 진짜배기 혁명가,참된 당일꾼’이라고 극찬하고 그를 따라 배울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이 때 김정일은 ‘감자는 흰 쌀과 같다’며 감자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이처럼 김정일은 토지정리사업과 감자농사를 통해 식량난 타개를 추구하면서 정보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획경제의근간인 연합기업소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 김정일은 경제사령관으로 전환기 북한경제의 한 중심에 서 있다.그러나 농업구조와 군수중심의 산업구조의 과감한 개혁과 개방,시장경제의 도입없이는 곧바로 한계에 부닥치고 말 것이다. 유은걸기자 eky73002@
  • 金위원장 공항 배웅…3차례 포옹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내외는 2박3일간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을 마치고 15일 오후 5시25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무사히 돌아왔다.앞서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는 남북 두 정상이 뜨거운 포옹을 나눠 더욱 가까워진 모습을 다시 과시했다. □공항 환송 김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군악대의 연주 속에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들은 환송나온 평양 시민들의 환호에 간간이 손을 들거나 박수로 답례했다.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평양시민 들은 빨간 꽃술을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공항 환영행사에서는 ‘만세’와 ‘김정일’을 번갈아 외쳤었다. 공항에는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연형묵(延亨默)자강도당 책임비서,조명록(趙明祿)조선인민군총정치국장 등 북측의 핵심 실세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연형묵 비서는이날 공항에 처음 모습을 보였다. 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출발할 때처럼 승용차를 함께 타고 공항에나온 두 정상은 헤어지기 아쉬운 듯 세 번에 걸쳐 뜨거운 포옹을 했다.김 국방위원장은 “또 만납시다”라고 다음을 약속했다.김 국방위원장은 또 이희호(李姬鎬)여사와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는 등 2박3일 동안 ‘짧은 정’을 나누었다.이 여사도 북한측 대표단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김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 트랩 위로 올라가 기내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김국방위원장은 자리를 뜨지 않고 트랩 밑에서 손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배웅을했다.김 국방위원장 옆에 도열해 있던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도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었다. □송별 오찬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남한측 수행원과 북한측대표단들은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오찬을 함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특히 두 정상간에 남북공동선언문 합의라는 ‘큰 작품’을 만들어낸 때문인지 감격에 찬 분위기가 계속됐다. 김 대통령과 이 여사를 뒤따라 만찬장에 들어선 김 국방위원장은 헤드테이블에 착석하면서 김 대통령의 의자가 자신과 똑같은 팔걸이없는 의자로 놓여 있자 바로 뒤에 서 있던 군복 차림의 의전장을 불러,“김 대통령께 팔걸이 있는 의자를 갖다주시오”라고 지시했다.그는 특히 “애초부터 준비하지않고”라고 세 차례나 관계자를 질책했다.끝까지 김 대통령에 대한 깍듯한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조명록 총정치국장은 오찬사에서 “두 분이 천리혜안으로 민족 이익을 첫째로 해 민족 앞에 역사적 결단을 내려주었다”고 말해 두 정상과 참석자들의박수를 받았다. 이어 우리측 임동원(林東源)대통령특보가 일어서 “7,000만 민족의 염원에평양도 울고 서울도 울었다”면서 “특히 공항에서 김 대통령이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새삼 감회에 젖은 표정을지었다. 김 대통령은 임 특보의 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격에 겨운듯 시종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답사가 끝난 뒤 두 정상은 서로 잔을마주치며 건배를 했다. 전날 서명서에 사인한 뒤 ‘원샷’으로 축배의 잔을 들었던 김 국방위원장은 “모두들 김정일 위원장이 술 실력이 날카롭다고 하더구먼”하며 “어제10잔이나 마셨다”고 전날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김 대통령이 “네 차례에걸쳐 먹었다”고 하자 김 국방위원장은 “내가 나이가 젊으니까”라고 겸손해 하며 김 대통령에게 독주 대신 포도주를 권했다. 그는 또 헤드테이블의 이기호(李起浩)청와대경제수석을 향해 “아침에 닭공장 시설을 보라고 했는데 잘 보았느냐”면서 “외국에 많이 다녀봤을 테니까다른 곳과 대비해 어떻더냐”고 물었다.이에 이 수석은 “연간 100만마리를생산하는 규모의 대규모 시설로 자동화됐더라”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그렇더냐”며 흡족해 했다. 이날 오찬에서 남한측 기업인들은 김 국방위원장에게 “앞으로 협력을 기원하는 뜻에서 술을 한잔씩 권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이에 김 국방위원장은 남측 기업인들에게 술을 한 잔씩 돌렸다.참석자들은 박지원(朴智元)문광부장관의 제의로 함께 일어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 □오전 일정 김 대통령은 아침 7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KBS 위성채널을 통해남북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시청한 뒤 핵심 참모들로부터 일정을 보고받고전날의 남북 정상회담 합의서 서명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 대통령은 기분을 묻는 박준영(朴晙瑩)대변인에게“전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협상 과정에서 혼혈의 힘을 쏟은 데다 김 위원장의 초청만찬에서 포도주 서너잔을 마셔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이 여사와 함께 닭고기를 고운 국물과 된장찌개,흰밥으로아침식사를 한 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 정원을 산책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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