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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 지휘하나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정국 간여가 지나치다.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7개월 앞두고 새로운 정치구도를 짜는데 이처럼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치 선진국에선 보기 힘든 현상이다. 민주화가 이뤄진 후 우리 정치권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전·현직 대통령이 정쟁의 한복판에 서는 일은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또 국정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정치 발언을 쏟아냈다. 지역주의를 강력히 비판하자 열린우리당을 사수할 의지를 비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대세를 따르겠다.”고 언급, 하루만에 범여권 대통합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관측을 불렀다. 한편에선 친노(親盧) 인사들이 만든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전국 조직을 확대하면서 정치결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특히 어제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을 일으켰다. 당으로 복귀시켜 당사수파의 입지를 강화시킬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유 장관이 노 대통령의 ‘대세론 수용’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논란 자체가 노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 깊숙이 간여함으로써 발생한 부작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 대통합 필요성을 거론하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 면담 등 정치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통합은 지금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논의해 결정할 일이지 전직 대통령이 중심에 설 사안은 아니다. 자칫 지역주의를 심화시킬까 우려된다. 전·현직 대통령이 범여권 대선후보를 점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발상 역시 미망일 뿐이다. 전·현직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중하길 바란다. 역사의 최종평가는 대통령 퇴임 후 정치세력 유지·확대에 좌우되지 않는다. 재임 시절에 경제·외교 등 정책 성과에 집중하고, 퇴임 후엔 한발 물러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지도자가 박수를 받는다.
  • ‘리틀 노’의 컴백…우리당 2차 핵분열?

    “왜 지금 복귀하는 거냐.” “내가 좀 물어보자. 그럼 언제 복귀해야 한다는 거냐.” “당에서 복귀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지 않나.” “정치인 유시민 입장에서 좀 생각해 봐라.” 21일 기자와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문답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는 당 사수를 노린 노무현 대통령의 ‘그랜드 디자인’에 의한 게 아니라, 유 장관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자의적 선택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합 신당이 다 이뤄진 뒤 복귀하는 것은 머쓱하지 않겠느냐. 유 장관으로서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서 정치적 지분을 챙기고 싶지 않겠느냐.”고 했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도 “5월 초라면 모를까 노 대통령이 이미 ‘통합이 대세’라고 언급한 마당에 유 장관이 돌아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유 장관의 측근 김태년 의원도 “당의 핵분열을 야기하려는 사람들한테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 장관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정황에서라면, 노 대통령이 유 장관을 대선주자로 ‘키워주기 위해’ 당 복귀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는 관측도 빈약해진다.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들어 대통령과의 ‘불화설’까지 제기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레임덕 문제로까지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은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도 아니고,‘왕의 남자’도 아니다. 난 누구의 대리인도 아니고 유시민이다.”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유 장관이 막후에서 끊임없이 당 사수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노심(盧心)의 한복판에 ‘유시민 대선후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은 여전히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범여권 관계자는 “2·14 전당대회에서 정한 대통합 시한인 6월14일까지 대통합이 안 되면 친노진영은 열린우리당 중심의 리모델링 수순으로 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 장관이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 장관의 한 측근도 “유 장관이 대선출마에 대한 생각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지자들이 워낙 강경하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지난 2월에도 ‘대통합 추진’을 사실상 용인해놓고 실제로는 당 사수 행보를 보였듯이 지금 대세론 발언도 연막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도 “대통령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이 맞다면, 유 장관과의 불화설을 시사하는 듯한 청와대의 설명도 일종의 연막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상연 오상도기자 carlos@seoul.co.kr
  • [김석의 Let’s wine] 와인다움을 찾아주는 작은 배려 디캔팅

    수줍음이 유독 많은 꼬마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는 법을 일깨워주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한복판으로 향한다. 그 순간 아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멈칫하지만, 어느덧 서서히 분위기에 맞춰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와인을 마시기 전,‘디캔터’에 와인을 따라 옮기는 ‘디캔팅’은 이런 것이다. 와인에서 당장 느낄 수 없는 내재된 그 무엇을 찾아주는 와인에 대한 ‘배려’다. ●디캔팅으로 다시 태어나는 와인 와인을 공부하다 보면 디캔팅이라는 말을 사진과 함께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디캔팅의 정확한 의미는 위에서 간단히 언급했듯, 디캔터라는 독특한 용기에 옮기는 행위를 일컫는다.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서는 주인공이 명주실을 뽑듯 멋지게 ‘디캔팅’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디캔팅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와인다운 맛과 향을 선사하게 하는 이유는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순간을 되새겨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와인 향을 맡을 때 잔을 여러 번 돌리고 코로 가져가거나, 맛을 볼 때 한 모금 머금고 입 안을 적신 뒤, 입술을 모아 공기를 흡입하는데 이는 바로 ‘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와인 속에 배어 있던 맛과 향의 성분들을 하나하나 일깨우기 위함이다. 보통은 와인마다 마시기 좋은 적정 시기가 있는데 아직 그만큼의 시기가 오지 않아 와인이 너무 어려(young), 향은 열리지 않고 타닌만 강한 경우, 공기와의 접촉을 늘려 향을 깨우기 위한 디캔팅을 진행한다. 이럴 때 디캔터의 좁은 병 사이로 폴폴 올라오는 풍부한 향에 디캔팅을 하던 이도 디캔팅을 보던 이도 함께 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또한, 묵은 와인의 병을 불빛에 비추어 가라앉은 이물질이 눈에 띌 때 거치는 디캔팅은 이물질을 깔끔하게 제거해주고 투명함을 갖춘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와인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침전물로 해가 되지는 않지만, 마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먼저 병을 불빛 아래에서 보고, 가라앉은 침전물이 눈에 띈다면 디캔팅을 할 준비를 하면 된다. ●시원하게 마시는 와인은 안해도 돼 그러나 디캔팅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와인이 디캔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실제 디캔팅이 필요한 와인은 많지 않다.‘신의 물방울’ 만화가 큰 인기를 얻고, 디캔팅의 묘미를 만화를 통해 본 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디캔팅이 필요없는 와인에도 디캔팅을 굳이 요구하는 장면들도 종종 목격 될 정도다. 특히,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제외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은 굳이 디캔팅을 요하지 않는다. 디캔팅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먼저 침전물이 있는지 빛 아래에서 병을 비추어 확인하고, 근처에 조명등을 두고 조심스럽게 병을 연다. 디캔터를 와인의 병목에 대고 안정적으로 따르면서 와인을 거의 옮겼을 때쯤 침전물이 병목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이면 침전물이 흘려 나오기 전에 멈추도록 한다.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 모양의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병을 비스듬히 담는 도구로 병의 각도가 조절되어 손 떨림 없이 디캔터에 옮겨 담을 수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부회장 (금양인터내셔널 전무)
  • 식탁이 쿨~하다

    식탁이 쿨~하다

    라일락 꽃 향기를 흩날리던 때가 엊그제인데 벌써 여름 분위기가 완연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계절의 첫 단추를 식탁에서 풀어보면 어떨까. 시원하고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한, 그런 기분좋은 식탁 말이다.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라도 좋다. 싱그러운 여름에 색다른 기쁨을 줄 행복한 그릇을 만나 보자. 여름 식탁에 올릴 그릇은 색과 질감의 조화가 우선이다. 지나치게 강한 색, 화려한 문양의 그릇은 한두 개 포인트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씨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단색 제품과 투명한 유리 제품을 섞어 쓰면 시원하면서도 멋있는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핀란드의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브랜드 이탈라와 크레이트앤배럴, 이케아 등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시크릿가든앤코(www.sgnco.co.kr)’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입맛 떨어지는 여름에는 밥상도 소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에는 대나무, 아이비, 꽃 등의 자연을 이용하면 싱그러운 느낌을 더해준다.‘우리그릇 려’의 박은숙 관장이 추천한 작가 이천수의 그릇은 흙에서 바로 꺼낸 듯 어딘가 이지러지고 둥글려진 모서리이지만 오히려 무심함이 멋스럽다. 국수를 담는 면기와 여러가지 반찬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접시가 여름에 특히 실용적이다. 특히 흙으로 만든 그릇은 보온·보냉 기능이 뛰어나 찬 음식은 더 차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드시 값비싼 명품 그릇을 써야만 식탁이 고급스럽고 화려해지는 것은 아니다. 먹고 남은 전복 껍데기부터 로얄 코펜하겐까지 다양한 종류의 그릇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이효재(디자이너·한복집 ‘효재’ 대표)씨는 아무리 비싼 그릇이라도 제대로 어울리는 음식을 담았는지, 또 그 날의 기분에 어울리는지에 따라 그릇의 가치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 층이 좋아하는 화려한 패턴의 세라믹 그릇들은 가볍고, 색이 다채롭다는 점이 좋다. 이렇게 화려한 그릇은 실용성보다 장식성을 우선하는데 식사를 겸한 와인 파티 등 사람이 많은 날 사용하면 빛을 발한다. 화려한 패턴으로 유명해진 프렌치불의 디너용 접시. 톡톡 튀는 색깔과 문양의 접시는 장식용으로도 좋지만 특별한 날의 뷔페 상차림에 이용해도 좋다. 들고 다니며 먹는 음식은 가벼운 세라믹 소재가 그만이다. 요즘은 그릇을 세트보다 단품으로 구입하는 추세다. 서울 남대문 C동 그릇도매상가(02-776-9311) 3층은 계절별로 유행할 제품을 가장 빠르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잘 나가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도 이 곳에서 구입하는 제품들이 많다고 한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일식 밥그릇과 면기는 5000∼1만원 내외로 저렴해서 인기가 높다. 다양한 종류의 수입 제품들도 있으나 계절별로 자주 바뀌니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최은선 스타일칼럼니스트 aleph@nate.com ■ 강한 색에 화려한 문양은 포인트로만…단색에 유리제품 Good~ ●보타닉 문양은 티·커피 테이블에 화려한 꽃과 식물 패턴의 포트메리온이나 로열 덜튼 등은 주로 유럽풍 앤틱 테이블을 동경하는 주부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화려한 문양 때문에 텁텁함을 느낄 수 있으니 여름에는 야외에서 차나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보타닉 문양 제품의 가격은 커피잔 세트(1인 기준)가 1만∼3만원대, 디너용 접시가 1만∼5만원대로 다양한 편이다. ●단색과 덜 무거운 유리 소재로 고급스럽게 북유럽 디자인은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단색 컬러가 특징. 모던한 디자인으로 여름에 시원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연출하기에 좋다. 로얄 코펜하겐의 가장 오래된 디자인인 ‘블루 플루티드 플레인’은 커피잔 세트(1인 기준)가 14만원대이며, 디너용 접시가 18만원대이다. 이탈라의 시원한 울트라 마린 컬렉션의 물잔은 1만원대, 디너용 접시는 2만∼5만원 정도다. ●핸드메이드 그릇은 섬세한 느낌, 투명한 컬러 선택 손맛이 느껴지는 핸드메이드 그릇은 감각적일 뿐 아니라 음식의 보온·보냉 기능이 뛰어나 여름에 사용해도 좋다. 단 가급적 진한 색깔, 투박한 질감을 피할 것. 여름에는 섬세한 핸드메이드 디자인의 접시와 면기들이 인기다. 도예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전시, 판매하는 ‘우리그릇 려’와 신세계 리빙 멀티 숍인 피숀은 핸드메이드 제품의 유행을 살필 수 있는 곳.‘우리그릇 려’에서 여름에 가장 많이 팔리는 면기는 6만∼12만원선, 디너용 접시는 15만원선이다. 섬세한 질감과 독특한 꽃 모양으로 인기 많은 피숀의 ‘자르스’는 디너용 접시가 4만원선이다.
  • [Metro] 운현궁서 전통복식 패션쇼

    서울시는 ‘전통복식 패션쇼’를 19일 오후 7시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 연다. 전통복식 패션쇼에서는 삼국시대의 복식, 조선 중·후기의 궁중 복식, 사대부 및 서민들의 복식·장신구와 전통복식을 오늘날에 맞도록 제작한 개량한복 등을 선보이게 된다. 패션쇼는 TV 드라마 ‘용의 눈물’과 ‘주몽’의 복식 제작과 자문을 맡았던 한복디자이너 그레타 리의 작품과 연출로 진행된다. 드라마 ‘황진이’에 출연한 탤런트 김영애도 특별출연한다. 행사일 운현궁은 무료 입장이다. 문의는 운현궁 사무소(02-766-9090)로 하면 된다.
  • 중구 초고층빌딩 분위기 잡기

    중구 초고층빌딩 분위기 잡기

    중구의 초고층 빌딩 추진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에 대한 설득 작업이 전방위적인 데다 외곽의 ‘분위기 확산’에도 적극적이다. 건설교통부에도 초고층빌딩 건축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17일 중구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초고층 빌딩(조감도)이 지어지면 월 19만 6000명의 관광객이 늘어나고, 연간 53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동일 구청장은 초고층 빌딩 ‘전도사’ 정 구청장은 외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초고층 빌딩을 화제로 꺼낸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서울시정 목표인 ‘관광객 1200만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랜드마크 빌딩이 꼭 필요하다는 점부터 서울 도심의 높이(90m) 규제까지 골고루 거론한다. 초창기에는 오해도 적지 않았다. 허무맹랑한 도전을 한다고 해서 ‘돈키호테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초고층 빌딩에 대한 필요성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정 구청장은 지난 11월 초고층 빌딩 담당 직원들과 함께 두바이, 타이완, 말레이시아 등 3개국의 초고층 빌딩을 시찰했다. 현장 방문을 통해 문제점과 파급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정 구청장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빌딩, 버즈 두바이, 타이베이 101빌딩을 보니 부러웠습니다. 실제로 보니까 (제가)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죠. 특히 타이완은 101빌딩으로 월 관광객 30만명의 수요를 창출하며, 도심 발전의 견인차를 하고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초고층 빌딩 추진을 위한 외부의 바람몰이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서울시의 결정이 여론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10일에도 초고층 심포지엄을 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제해성 아주대 교수는 “국가경쟁력의 순위는 초고층 건축물의 건립 순위와 비례하고 있다.”면서 “특히 초고층 건축물은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국가 이미지를 격상시키고, 도심지에 공공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정 구청장은 세운상가에 들어설 초고층 빌딩의 층수(220층 이상)를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빌딩 경쟁이 심해서 노출이 되면 높이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시가 지자체별 형평성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초고층 빌딩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어야 의미가 극대화된다.”고 밝혔다. ●관광 수입만 1980억원 추정 중구는 내부적으로 22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세운상가에 들어서면 방문 관광객이 월 19만 6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관광 수입은 연간 1980억원, 초고층 빌딩의 주변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53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개발 단계에서 발생하는 고용 유발효과는 5만 3000명, 개발 후에는 3만 9000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내사산’(남산·북악산·인왕산·낙산) 내부의 높이 규제 때문에 낙후되고 있는 서울 도심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초고층 빌딩”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아하!이그림] 겸재의 ‘어초문답’

    [아하!이그림] 겸재의 ‘어초문답’

    서울 성북구 성북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간송미술관(02-762-0442)은 일년에 딱 두번 전시회를 엽니다. 매년 5,10월에 2주씩 소장문화재를 전시하고, 나머지 날에는 한국미술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열린 봄 특별전에는 10만여명에 이르는 구름떼 관람객이 몰렸다고 하는데, 고운 여름한복을 입은 최완수 연구실장은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13~27일 열리는 72회 이번 봄 정기전은 ‘우암 송시열 탄신 400주년 기념 서화전’입니다. 하지만 100점의 전시작품 중 우암의 것은 글씨 단 한 점입니다. 전시회 하이라이트는 겸재 정선의 그림 31점입니다.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의 정신적 뿌리에는 우암 송시열의 조선성리학 이념이 있었다는 것이 간송미술관측의 설명입니다. 그럼 진경산수화가 과연 이전의 조선 그림과 어떻게 다른지 한번 볼까요. 나라에서 설치해 화가를 양성하고 회화를 관장했던 화원에서 활동한 이명욱의 ‘어초문답(사진 왼쪽)’은 중국 그림을 그대로 베낀 것입니다. 같은 중국 그림을 베껴서 비슷한 조선의 그림이 여럿 있지요. 어부와 나무꾼이 묻고 대답한다는 뜻의 ‘어초문답’에서 성리학의 뜻이 허다하게 밝혀져 동양화의 낭만적 소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겸재의 ‘어초문답(오른쪽)’은 중국 그림을 베낀 것이 아니라 주변의 조선 사람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 나무꾼과 달리 조선의 나무꾼은 나뭇짐을 한짐 다 해놓고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중국 어부는 고기를 꿰서 주렁주렁 들고 가는데, 조선의 어부는 망태까지 갖추었습니다. 나무와 시냇가도 눈에 익은 풍경이라 겸재가 흔하게 보던 조선 산수를 그림 속에 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완수 실장은 “역관이 겸재의 집 앞에 줄을 설 정도로 그의 그림은 중국에서 고가에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동양화의 정수를 뽑아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의 그림에 명나라 사람이 환장했을 정도로 그는 ‘국제적 화가’란 것이 최완수 실장의 평가입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유럽의 쿠바’ 트랜스드니에스테르

    ‘유럽의 쿠바’ 트랜스드니에스테르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나치 독일 격퇴 62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사이에 위치한 한 작은 나라에서도 화려한 축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소련 정부의 훈장을 주렁주렁 매단 수천명의 참전 용사들이 탱크를 앞세워 도시 한복판을 의기양양하게 행진했다.“파시즘에 맞서 싸우다 소련은 2700만명의 목숨을 잃었다.”고 회고하는 정보장교군 출신 크리스틴코(81)의 얼굴에는 소비에트 시대에 대한 향수가 가득했다. 망치와 낫이 그려진 국기와 레닌 동상 등 옛 소련의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유럽의 쿠바’로 불리는 트랜스드니에스테르 자치공화국이다. 인구 55만명으로 자체 통화와 여권, 우편제도, 국경 통제소를 갖추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존재하지 않는 국가다.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친서방 성향의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뒤 러시아의 지원아래 자치정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루지야에서 떨어져나온 아브하즈와 남오세티아, 우크라이나에서 분리한 크리미아와 더불어 친러시아 자치공화국으로 꼽히는 트랜스드니에스테르가 미국과 EU에 대항하는 러시아의 최전선 보루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트랜스드니에스테르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국제법상 존재하지 않는 외교적 변방지라는 위치를 악용해 무기와 마약밀매, 인신매매 등의 거점지가 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고르 스미로프 대통령이 15년간 장기집권하면서 부정부패와 조직범죄도 창궐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에트 시대의 무기 공장을 운영해 암시장에서 팔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가 미국과 대치수위를 높이면서 트랜스드니에스테르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기지 구축을 추진하는 등 동유럽을 장악하는 데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또 소련군 동상 철거를 둘러싼 에스토니아 사태를 계기로 옛 연방국가들에서의 반서방-친러시아 세력을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마리’ 17일, ‘황진이’ 새달 6일 첫선

    ‘마리’ 17일, ‘황진이’ 새달 6일 첫선

    ‘끝나지 않은 그녀를 둘러싼 거짓과 진실’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알지만 그녀를 알지 못한다.’ 이달 17일과 새달 6일 잇따라 관객을 찾을 외화 ‘마리 앙투아네트’와 한국영화 ‘황진이’의 홍보문구다.16세기 조선과 18세기 프랑스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역사책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온갖 장르의 예술작품에 등장했던 그녀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귀가 닳도록 들어온 두 여성에 관한 영화는 그래서 ‘파격’을 시도했다. 정치적 역학관계에 휘말린 마리 앙투아네트는 현실도피를 위해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를 둘렀다. 현실에 저항하는 황진이는 질식할 것 같은 유교적 엄숙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블랙을 사용한 과감한 배색으로 저항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익숙한 인물을 낯설게 보게 만드는 영화예술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18세기에 캔버스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제치고 의상상을 수상했다. 의상감독을 맡은 밀레나 카노네로는 이로써 세번째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귀여운 소녀 같으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우아한 ‘베르사유의 장미’를 원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자 ‘마카롱’의 색을 따 만든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트 던스트)의 드레스들은 깜찍, 발랄, 경쾌한 느낌이다. 구두는 ‘섹스 앤드 더 시티’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마놀로 블라닉이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요즘 신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캔버스화도 등장한다. 인터넷 강국답게 네티즌들 사이에서 ‘옥에 티가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벌써 캡처 사진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10대들과 소통하게 만들고 싶었던 코폴라 감독의 귀여운 장난이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선보인 영화는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비판하는 쪽은 역사적 배경묘사에 소홀했다는 것. 영화는 “빵을 달라!”는 성난 군중들을 향해 “케이크나 먹지 그래.”라고 던진 한마디로 사치와 허영에 찌든 ‘골빈 여자’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앙투아네트를 위한 ‘변명´이다. 그녀는 14세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프랑스로 시집을 왔다. 영화는 이국 땅에서 겪었을 법한 심적인 고통과 외로움 등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남편의 무관심, 주변의 뒷담화에 시달리다 임신을 못하면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친정어머니의 걱정 가득한 편지를 받아들고 오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사랑에 굶주린 그녀가 현실도피의 방책으로 파티와 사치, 도박, 불륜에 빠져들 수밖에 더 있었을까. 전개는 다소 지루하다. 하지만 화려한 의상과 소품, 실제 베르사유궁을 들여다보노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한복에도 블랙 &화이트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북한작가 홍석중의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 ‘황진이’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황진이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알던 황진이는 뛰어난 미모와 재능으로 뭇 남성들을 치마폭 안에서 가지고 놀았다 하는 정도. 하지만 영화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놈이(유지태)’에게만 순정을 바치는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여기에다 그녀는 마치 여성·사회 운동가 같은 모습이다.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계급사회의 모순에 대항해 스스로 천민인 기생의 길을 택한 주체적인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렇듯 자유롭고 당당한 황진이를 표현하는 데 의상과 메이크업, 장신구가 한몫 단단히 한다. 디자이너 정구호는 예상을 뛰어넘는 한복 스타일을 창조해 냈다. 분홍, 빨강 등 화사한 색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검은색을 주로 하고 여기에 초록과 보라, 청색 등 현재 유행하고 있는 색상을 과감하게 섞어 놓았다. 전에 볼 수 없었던 ‘모던한 황진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에 블랙 시스루 한복을 입은 황진이의 강렬한 자태에서 넘보기 힘든 위엄이 엿보인다. 특별한 감각을 입고 태어난 의상은 몸에 걸치는 순간 그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송혜교는 거동과 표정에서 차갑고 도도한 16세기 여장부를 제대로 연기해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들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호날두의 플레이에 박수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짜릿한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지성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거의 ‘홈팀’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용호상박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유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티켓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대혈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두 팀 모두 19일 FA컵 결승전을 통해 시즌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맨유와 첼시가 막판까지 펼치는 아름다운 혈투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위대한 스타들이 그라운드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맨유 영광의 살아 있는 역사 라이언 긱스, 악동 이미지를 벗고 어디서나 골을 향해 슛을 날리는 웨인 루니, 골문은 물론 축구의 경건함마저 지키고 있는 골키퍼 반 데 사르 등이 맨유의 상징이다. 그런가 하면 잉글랜드 축구의 캡틴으로 떠오른 존 테리, 미드필드의 모든 것에 더하여 매혹적인 남성미까지 갖춘 프랭크 램퍼드 등이 첼시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를 기억해야 하는가. 다름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22세의 이 미소년에 대해 국내팬은 물론이고 잉글랜드의 전문가들도 그를 각별히 주목했다.호날두는 독일 월드컵에서 극심한 야유의 대상이 됐다.8강전 때 잉글랜드의 루니가 심한 반칙을 범했는데 호날두가 그 순간 비신사적인 윙크를 했다는 이유다. 프랑스와 맞붙은 4강전에서 호날두는 공을 잡을 때마다 수많은 관중으로부터 야유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잘못을 범한 것은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밟은 루니에게 있었다. 호날두가 놀라웠던 것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면서도 대범한 태도로 그 모든 야유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팬을 휘어잡는 최고의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했다.그는 그라운드의 규칙과 상식을 깨는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다. 예측 불허의 드리블과 급격한 코너링을 선보이는 호날두는 무엇보다 그 놀라운 테크닉을 오로지 골문을 지향하며 펼쳐 낸다는 것이다. 겉멋이 든 쇼맨십이 아니라 진정으로 골문을 지향하는 밀도 높은 집중력의 경지를 호날두는 보여 준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클럽이 좌충우돌하는 현대 유럽 축구,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의 팀과 선수가 맞붙는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첼시를 중심으로 하는 열정의 드라마가 끝나 가는 그 한복판에 바로 호날두가 있다. 이른바 ‘공격 축구’가 육박전처럼 변질되는 상황에서도 호날두는 축구의 핵심이 상상력임을 증명해 왔다. 시즌 막바지 경기와 FA컵 결승에서 호날두의 아름다운 상상력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8) 태안 마애삼존불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8) 태안 마애삼존불

    충남 태안에 있는 백제시대 마애삼존불은 중앙의 아담한 관음보살을 이례적으로 우람한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가 좌우에서 협시하는 모습입니다. 보살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전에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서원하고 실천하는 존재이지요. 이미 진리를 깨달아 절대적인 존재가 된 부처보다는 당연히 위계가 낮습니다. 그러니 삼존불은 보통 가운데 여래가 크고, 양옆의 보살은 작습니다. 그럼에도 백제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삼존불을 만든 것은 관음도량(觀音道場)으로 상징성을 살리기 위한 파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안반도는 당진(唐津)이라는 땅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백제시대 중국을 오가는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당시에 뱃길로 큰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었겠지요. 중생에게 두려움 없는 마음을 베풀고, 고통에 빠지면 구원의 손을 내미는 관음보살이라는 존재가 뱃사공들에게는 커다란 용기를 주고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애삼존불이 있는 백화산(白華山)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반도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284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관음보살은 작고 흰꽃이 피는 바닷가 봉우리에 살고있다고 경전은 기록하고 있으니 관음도량으로는 최적지이지요. 흰꽃이 피는 산이라는 백화산(白華山=白花山)이란 이름도 그래서 지어졌겠지요. 나아가 김주성 전주교대 교수는 관음도량으로서 백화산과 마애삼존불이 전북 부안 죽막동 유적이 갖고 있던 백제의 국가적 제사터로 기능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변산반도 끝자락의 높은 벼랑 위에 자리잡은 죽막동에서는 1991년 대규모 해양 제사유적이 발견되었지요. 이곳에선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항해의 안전을 비는 제사가 이뤄졌지만, 불교가 보편화되면서 결국 부처와 보살이 토속신의 역할을 대체했다는 것입니다. 태안 마애삼존불은 큰 바다를 오가는 뱃사람들이 안전을 기원하고자 만들었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풍랑으로 죽음의 고비를 맞았던 백제 귀족층이 살아돌아온 데 대한 고마움을 담아 조성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태안 삼존불은 백제시대 대중국 교섭의 양상과 불교가 백제 사회를 파고 들어 토속신앙을 대체해 나가는 과정의 일단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백제가 불교라는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독자적인 신앙 형태를 정립하고, 불교미술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백제의 문화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과잉 민족주의/황성기 논설위원

    민족처럼 신비한 마력을 갖는 말도 없다.5000년 단일민족 국가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에게 한민족이란 울타리는 거기에서 빠져나가기도, 타인이 범접하기도 불가능한 철옹성이다. 국제결혼 증가로 피가 섞이고, 우리가 필요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쓰고 있는 판인데도 한민족이란 핏줄 집착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피가 다르거나 피부색이 같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이나 경계가 줄긴 했어도 마음 속 이질감은 결코 버리지 않는 것이 한민족이다. 귀화하고 한국인이 됐더라도 쉽사리 ‘우리’에 끼워주지 않는 것도 독특한 심성이다. 민족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배타성은 민족이란 가면을 쓰고 무형의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한류 스타 이병헌이 일본 출판사 후소샤에서 사진집을 냈을 때 일이다. 하필이면 역사왜곡 교과서를 낸 출판사냐고 네티즌들이 거칠게 몰아붙인 것이다. 판권을 가진 회사가 출판사를 선택했을 뿐인데도 네티즌들은 이병헌을 민족 배반자로 만들었다. 설날이나 추석때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TV에 출연하면 흡족해 하면서도 가수 비가 중국에서 중국 옷을 입고 공연했다고 딴지를 건다. 한국말이 유창한 서양인 귀화자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조선족은 하찮게 여기는 이중성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나서 화제다. 우리 사회에서 부단히 일어나고 발견할 수 있는 개인에 내재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거대 담론으로서의 민족주의다. 민족주의를 ‘상상된 공동체’라고 보는 최 교수는 일제시대 같은 억압과 차별의 역사적 시기에만 정당성과 합리성을 가진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집단적 경험과 개인적 삶의 가치와 의미가 증대함에 따라 민족주의는 빠르든 늦든 해체의 과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민족주의를 정치적 이슈 생산의 기저이념으로 삼은 노무현 정부를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으며 친일파 청산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긴 하다. 그의 결론은 통일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세력을 겨냥한다. 민족문제를 민족주의적으로 접근해서는 통일 실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경고는 민족이 범람하는 시대에 음미해볼 만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길섶에서] 이사 스트레스/황성기 논설위원

    얼마 전 이사를 했다. 가정을 꾸린 뒤로 몇번이나 이사를 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셈을 해봤더니 무려 15번이다. 매년 한 번꼴로 짐을 꾸리고 풀기를 되풀이했다. 지난 6년간은 그나마 3년씩을 두 집에서 살았으니 그 이전에는 11개월에 한 번씩은 이사를 다녔다. 누군들 자주 이사를 하고 싶겠냐마는 아이가 태어나 분가를 한다거나, 전근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옮겨야 했거나, 막상 이사를 해보니 회사까지 너무 멀었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했다. 사는 집이 제 집이 아니고, 혹은 어차피 다시 짐을 싸기로 예정된 집에는 도통 애착이 생기지 않았다. 그나마 3년씩 살았던 두 집은 정이 들었던 터라 떠나기 아쉬웠다. 지금 집은 서울 시내 한복판이다. 아침에 나서면 직장에 도착한 샐러리맨들로 가득한 모습이 아직은 낯설다. 아이들 웃는 얼굴, 푸른 나무를 보기 힘들긴 해도 회사까지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점 하나는 마음에 든다. 얼마나 오래 살지는 모르겠다. 집을 알아보고,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이사 스트레스가 당분간은 없겠지 하며 새 집에 정을 붙이기로 해본다. 황성기 논설위원
  • 패션·보석으로 부활하는 조각가 문신

    조각가 문신은 1995년 세상을 떴지만 그가 남긴 2000여점의 드로잉은 옷, 스카프, 넥타이, 보석 등으로 재탄생했다. 회화와 조각 작업을 주로 해온 문신이 남긴 드로잉은 개미, 사마귀, 나비의 날개 등과 한국적인 문양이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텍스월드에서 문신의 문양으로 만든 패션작품은 지난달 세계 최고상을 수상했다. 한복업체 칸과 신소재 섬유업체 닥센은 문신의 문양으로 길이 10m의 스카프 등 섬유·패션작품 100여점을 제작했다. 특히 영국 최대 의류업체인 막스&스펜서사가 문신 패션작품을 소장품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자연 속의 식물, 곤충, 혹은 새를 닮은 듯한 좌우대칭의 생명체를 표현한 그의 조각은 보석 작품으로도 거듭난다. 문신의 조각에 보석을 붙여 최고가가 7억원이 넘는 작품들이 다음달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 문신의 여러 조각작품 가운데는 서울 올림픽공원의 묵주알을 연상시키는 25m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올림픽의 단합’이 유명하다. 파리에서 전시해 큰 호평을 받은 ‘조각가 문신-패션으로의 부활전’은 이달 31일까지 숙명여대 문신 박물관에서 열린다.(02)710-9280.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공기오염 심각한 도심 초등학교들

    어린이 4명 가운데 1명꼴로 천식과 아토피로 고생하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생률도 세계 최고인 나라. 우리나라 어린이 보건의 현주소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건강이 이렇듯 단기간에 급속히 악화된 예는 세계에서도 전쟁·기근과 같은 특수상황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EBS에서 4일 오후 9시50분에 방영되는 특집 다큐멘터리 ‘아이들은 숨쉬고 싶다’에서는 환경파괴의 최대 희생자가 된 어린이들의 현주소와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뜻밖에도 아이들에게 가장 열악한 공간은 다름 아닌 ‘학교’였다. 재건축·재개발로 주변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많은 학교들이 도심 한복판, 고가도로 옆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 위치하게 된 탓이다. 제작진은 전국 5개 초등학교에서 환경진단을 실시, 이산화질소·포름알데히드·이산화질소 등 대기 중 오염물질 함량에 대한 정밀조사를 했다.‘위기의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친환경학교로 가꿔 가기 위해 노력하는 곳들도 많다. 학교가 나서서 어린이 환경개선 프로그램을 만들어 성공한 미국 워싱턴 학교들의 ‘건강한 학교’ 프로그램 내용도 살펴본다. 이 프로그램은 생활 속의 작은 실천과 정부의 의지가 어우러져야 우리 아이들의 환경권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아슬아슬… ‘왕의 남자’ 한강1㎞ 17분만에 횡단

    아슬아슬… ‘왕의 남자’ 한강1㎞ 17분만에 횡단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 장생(감우성 분)을 대역한 권원태(40)씨가 처음으로 한강 횡단에 성공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대표 행사인 ‘제1회 세계줄타기대회’가 열린 3일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권씨는 22m 높이 철골 구조물 위에 섰다. 이 구조물에는 굵기 30㎜, 길이 1㎞의 철제줄이 매달려 있다. 쇠줄은 한강 망원지구까지 이어졌다.9개 나라에서 줄타기 명인 18명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1번인 권씨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흰색 한복에 자주색 두건을 두른 권씨는 길이 8m 스테인리스 봉(무게 10㎏)을 잡고 줄 위에 섰다. 순간 강 건너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출발한 지 13분. 권씨가 세계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세계기록은 중국의 아딜리가 보유했던 횡단거리 662m. 권씨는 17분07초만에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이날 출전한 5명 가운데 권씨를 비롯,3명이 한강 도하에 성공했다. 대회는 5일까지 계속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Hi Seoul 하이라이트] “내가 대장금”

    [Hi Seoul 하이라이트] “내가 대장금”

    하이서울 페스티벌 나흘째인 1일 많은 가족 나들이객들이 왕실 문화를 재현하는 고궁을 찾았다. 궁중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경희궁 운현궁 경복궁은 아침부터 관람객으로 붐볐다. 특히 경희궁에서 열린 ‘대장금 수라경연’이 관심을 모았다. 필기시험을 통과한 20개팀이 수라간 나인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30분 동안 탕평채와 죽순채를 요리했다. 대부분 한식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었다. 한국관광대 김은영씨는 “한식에 관심이 많았지만, 궁중요리를 배울 기회가 없어 책을 통해 익혔다.”면서 “궁중요리를 동료, 선배들에게 배우고 싶어 출전했다.”고 말했다. 젊은 나인들의 열정에 수라간은 금세 달아올랐다. 경연을 지켜보던 김은숙(45)씨는 “젊은 학생들이 날렵한 솜씨로 궁중요리를 하다니 놀랍다.”고 감탄했다. 국내외 취재진 20여명도 열띤 취재를 벌였다. 장원은 전주대 전통음식문화관광학과 최주선·김보라씨가 차지했다. 이들은 부상으로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궁중요리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경희궁에서는 또 ‘김홍도와 함께하는 도화서 체험행사’가 펼쳐졌다. 김홍도로 분장한 화가가 전통의장 깃발을 스케치하면 아이들이 물감으로 색칠했다. 궁중에서 먹던 떡을 전시·판매하는 ‘궁떡, 쿵떡 8일간의 궁중 떡 기행’에서는 떡메치기와 인절미 시식이 이어졌다. 아빠와 경희궁을 찾은 김동희(10)군은 “TV에서 보던 상궁과 내시를 만나 재미있다.”고 말했다. 왕실 문화 재현은 6일까지 이어진다. 왕세자 영재교육(2·3일), 왕궁근위대훈련(4일), 이웃나라 사신 맞이(6일) 특별행사로 진행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7) 베트남 (상)

    [이젠 포스트 BRICs] (7) 베트남 (상)

    |하노이·호찌민(베트남) 윤설영 특파원|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수도 하노이 시내에 이르는 탕롱노이바이 고속도로. 베트남에서 기자를 가장 반갑게 맞이한 것은 다름아닌 다국적 기업들의 입간판이었다. 산요 파나소닉 LG 삼성 도요타 인텔 후지쓰 도시바 BMW 소니에릭슨 노키아 등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어림잡아 100개는 돼 보였다. 조금 더 지나자 입간판에서 본 기업들의 공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밤 중인데도 불을 켠 공장 사이로 곳곳에서 지게차가 열심히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 김영웅 관장은 “최근 중국이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철회하고 저부가가치 산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베트남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 성장…26년째 상승 베트남 경제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브릭스’,‘VISTA’,‘TVT’,‘넥스트11’ 등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합성어) 이후 주목받는 나라를 가리키는 신조어는 모두 베트남을 포함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8.17% 증가,5년째 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8년 동안 플러스 성장을 해온 중국에 이어 26년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640달러에 불과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012년까지 1200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시장도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월 304.23으로 출발한 호찌민시 증권거래소 지수(VN-Index)는 올 1월10일 1023을 넘어서면서 3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선출된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국가 주석이 최우선 공약으로 내놓은 부패 척결과 인프라 건설도 착착 진행중이다. 호찌민 상공회의소 전 녹 다오 부의장은 “수출은 매년 20% 이상 늘면서 전체 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중국도 곧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베트남 사람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국가도 서방국으로까지 확대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에 따르면 2006년 외국인 투자액은 78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투자국도 타이완,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 아시아권서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수출관련 법령이 정비된데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따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면서 불안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안희완 베트남 경제연구소 소장은 “2007년은 베트남호가 WTO라는 돛을 달고 오대양으로 나가는 해다.1995년 아세안에 가입하면서 역내 경제에 편입됐고 지난해 11월 WTO에 가입하면서 이제 세계 경제로 편입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 베트남 법인의 이재성 법인장은 “1인당 GNP가 1000달러일 때 산업 수요는 배로 뛰는데 그 시기가 바로 2009년”이라면서 “그 때쯤이면 석유, 화학, 자동차 공장이 완성돼 베트남도 2차 중화학공업의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인프라 부족…전기도 쉬 끊겨 베트남 경제가 넘어야할 산도 많다. 전력, 도로, 석유정제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부분 수력발전이어서 건기에는 호찌민 시내에서도 하루 한두번 전기가 끊기기도 한다. 또 산유국이지만 정제시설이 없어 원유를 수출해 재수입하느라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다. 신흥국가의 특징 중 하나인 빈부격차도 성장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호찌민 상공회의소 다오 부의장은 “WTO 가입에 따라 세계표준에 맞는 법률제도 정비를 무엇보다 서두르고 있다.”면서 “인프라에 못지않게 인적 자원이 중요한 만큼 의무교육제도를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now0@seoul.co.kr ■ 베트남 사람들은 |하노이·호찌민(베트남) 윤설영 특파원|전 녹 다오 호찌민시 상공회의소 부의장은 투자처로서 베트남의 강점으로 ▲풍부한 자원과 지리적 이점 ▲질 좋은 노동력 ▲안정된 정치사회 환경을 꼽았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중국과 가깝다. 중국 다음의 아시아 투자처로 베트남이 1순위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다.3000㎞가 넘는 긴 바다도 수출입을 용이하게 하는 조건이다. 호찌민시의 사이공강은 수심이 12m나 돼 큰 배가 드나들기에도 좋다. 산유국인 베트남은 가스, 철, 마그네슘 등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또 인구가 8500만명으로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으면서도 60% 이상이 26세 이하의 젊은이다. 손재주가 좋고 빨리 보고 배운다. 기본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무척 부지런하다. 새벽 4∼5시만 되면 오토바이를 끌고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집앞을 쓰는 모습은 다른 동남아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교육열도 상당히 높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쯤에는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오토바이가 밀려든다. 이곳 고3생은 우리나라 고3 못지않은 공부량에 파묻혀 산다. 직장인 중에는 야간대학이나 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멈추지 않는다.1960∼70년대 한국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와 비교해 안정된 정치·사회적 배경도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공산당 1당 체제로 쿠데타 등 정치적 위험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이 적고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외국인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기조는 유지된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화교나 군부세력이 전혀 힘을 못쓰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1994년부터 97년까지 삼성전자 베트남 지점장을 지낸 뒤 인도, 두바이 등 성장시장을 거쳐 올 2월 베트남으로 돌아온 삼성비나 박제형 법인장은 “왜 베트남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인구가 많아 내수시장으로서 성장가능성이 충분하고 인건비가 싸 수출기업으로서도 매력이 있습니다.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데다 WTO가입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텐데 오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문화권이라 사고방식도 비슷하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한국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전한 나라”라는 호찌민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한다. snow0@seoul.co.kr ■ “경제 막 걸음마 땐 수준이지만 제도·절차는 세계 기준에 맞춰” |호찌민(베트남) 윤설영 특파원|호찌민 경제대학 무역학과 학과장 보 탄 뚜교수는 현 베트남 경제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라고 비유했다. 뚜 교수는 “아기일 때는 몇달 만에 쑥쑥 자라는 게 눈에 보이지만 저처럼 쉰살이 되면 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자라지 않고 성숙해 가죠.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안정적인 단계가 올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뚜 교수와의 일문일답. ▶WTO 가입이 베트남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우선, 절차와 제도가 세계 기준에 따라 바뀌면서 간단해졌다. 둘째, 외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가속화돼 국내 기업이 많은 자극을 받을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베트남 기업의 외국진출 기회도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베트남은 원료의 60∼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세율이 낮아지면 전체 제품의 가격도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절차가 간단해져 시간비용이 줄고 고질적인 뇌물관행도 사라질 것이다. ▶부정적인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나? -WTO에 가입했지만 1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다. 그동안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불리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또 경험이 없고 규모가 작은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미 파산한 사람들도 꽤 있다. 외국제품들의 시장 독점이 심해져 소규모 사업자의 몫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미 음료시장의 경우 80∼90%를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차지하고 있다. 영화산업도 한국영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 금융, 건설·부동산 등으로 개방분야가 확대되면 베트남 토종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심해질 것이다. ▶베트남 경제가 거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학자 입장에서 일정 부분 거품이 보이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컵에 맥주를 따르면 당연히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다. 계속해서 거품을 최소화하고 맥주로만 잔을 채울 수 있도록 정부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snow0@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잔상 이용해 캐릭터 움직이죠

    [신나는 과학이야기] 잔상 이용해 캐릭터 움직이죠

    목련꽃과 벚꽃이 지고, 향기로운 라일락과 화려한 색이 돋보이는 철쭉이 봄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라일락과 철쭉이 가득한 과천의 정보과학나라에서 과학의 향기를 맡아보자.1층의 과학놀이동산에는 22가지, 지하 1층의 과학체험동산에는 41가지의 전시물이 있다. 모든 전시물을 관람객들이 직접 조작하거나 체험해 볼 수 있어 과학을 온 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만화영화의 원리를 보여줘! 우리가 본 물체가 사라진 뒤 뇌는 10분의1초에서 30분의1초 동안 그 상을 기억하고 있다. 이것을 ‘잔상’이라고 하는데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그림을 보면 연속되는 동작으로 인식한다. 만화 영화는 동작의 그림을 1초에 20장에서 30장씩 연속으로 비춰서 나타낸다. 원통 안쪽에 불연속적인 그림들을 배열하여 놓고 그것을 돌리면서 관찰하면 연속적인 동작을 볼 수 있다. 원통이 돌아가는 속도를 조절하면 만화 영화속 캐릭터의 동작 속도가 달라진다. ●무아레 무늬, 궁금하다!궁금해! 물결모양인 무아레 무늬는 일상 생활에서 모기장이나 레이스 커튼, 여름 한복이 두 장 겹치는 경우에 볼 수 있다. 즉 주기적인 줄 무늬가 겹쳐져 생기는 것이다. 같은 모양, 같은 굵기의 선이나 도형을 일정한 간격으로 그린 투명한 판을 두 겹으로 겹치고, 이 중 하나를 이동시키면 밝고 어두운 무늬가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간격이 서로 다른 직모용 빗을 준비하여 겹친 후 움직이면 집에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신기한 홀로그램 왼쪽에서 보면 호랑이처럼 보이다가 오른쪽에서 보면 사자처럼 보이는 홀로그램은 어떤 원리일까. 레이저 광원에서 직접 오는 빛과 물체에서 반사된 빛은 경로차가 생겨 위상이 달라지므로 물체의 명암에 따른 간섭 무늬를 만든다. 이 간섭 무늬를 필름에 기록하는 기술을 ‘홀로그래피’, 이 필름을 ‘홀로그램’이라고 한다. 레이저 광원을 홀로그램에 비추면 기록된 상이 반대 쪽에 나타난다. 이러한 홀로그램은 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용카드나 지폐에도 사용된다. ●바람놀이, 공을 띄우자! 위로 솟아오르는 공기 위에 공을 올려놓으면 공이 옆으로 밀리지 않고 위로 뜬다. 왜 공이 옆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바람의 중심 축은 공기 흐름이 빨라서 공기 흐름이 느린 바깥쪽보다 압력이 작다. 따라서 공에는 바람의 중심으로 향하는 압력이 가해지므로 공은 계속해서 바람 속에 갇히게 된다. 공기와 같은 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이 작아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정보과학나라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5번 출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정보과학나라에 도착한다. 홈페이지는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http://www.gclib.net)에 연결되어 있다. 전화는 (02)3677-0885이다. 다음 달 12일에는 과학실험 탐구 마당과 사이언스 매직 쇼 등의 행사가 열린다. 김경은 만화영화원리 동작중학교 교사
  • [책꽂이]

    ●입술(이명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서울 영등포시장의 삶의 활기를 구성진 입담으로 들려주던 작가가 등단 10년 만에 낸 첫 소설집.‘꽃을 던지고 싶다´ ‘삼오식당´ ‘나의 이복형제들´ 등 작가가 발표한 장편소설은 모두 영등포시장을 배경으로 했다.`하현´ ‘미니 초코파이´ ‘래 날래 까우리로 까이라?´ 등 9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시장´을 다룬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로 나뉜다. 시장의 소멸 속에서 작가가 새롭게 찾은 문학적 영토가 엿보인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우울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화해´와 ‘용서´이다. 작가는 “왜 쓰는지 더는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저 ‘삼인칭의 세계´로 나는 곧장 걸어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삼인칭의 세계´서 만날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각오로 들린다.9500원.●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김서령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창작집. 등단작인 ‘역전다방´과 표제작 등 9편의 단편을 묶었다. 불행이 누적되다 결국 비정한 삶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등 ‘소설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하는 수작들이다. 어린 나이에 천애고아가 되어야 했던 여고 삼수생(작은 토끼야…), 아이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다방 여종업원(역전다방), 아이를 언니에게 떠맡기고 새 삶을 찾아 먼 나라로 떠나간 젊은 엄마(무화과 잼 한 숟갈) 등. 때로는 ‘신파적´인 작품속 인물들을 작가는 서로 마주치게 하고, 서로 기대어 살도록 만든다. 섬세한 사건들과 심리묘사로 인물 각각의 개체적 특이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가적인 힘이 넘친다.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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