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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조건부 출범하는 ‘임채진 검찰’의 과제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대선 향방에 주요 변수로 꼽히는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임채진 총장이 검찰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전임 정상명 검찰총장이 이임식에서 피력했듯이 검찰이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리는 ‘임채진 검찰’이 정 전 총장의 당부처럼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조속히 밝힐 것을 당부한다. 정치권은 BBK 주가조작 사건의 주모자 김경준씨측이 어제 ‘이면계약서’ 원본을 검찰에 제출함에 따라 장외공방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면계약서가 조작됐다며 ‘위조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은 대선후보 등록이 끝나는 26일 이전까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에 관련됐다는 수사중간결과를 내놓으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결과를 내놓으라는 요구다. 우리는 그동안 검찰에 대해 조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거듭 주문해 왔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지휘봉을 새로 쥐게 된 임 총장은 검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팀을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오로지 진실 추구 하나여야 한다. 검찰이 정치권의 외풍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임 총장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임 총장은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올라 ‘조건부 총장’이라는 제약을 안고 있다. 그래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날이 곤두서 있다. 불신과 신뢰 회복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임 총장은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불신의 찌끼를 반드시 털어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검찰로서의 위상을 되찾는 길이다.‘임채진 검찰’의 수사 칼날을 지켜보겠다.
  •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 걸라”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 걸라”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23일 검찰 총수가 바뀌었다. 대선을 불과 26일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수사가 진행 중인 미묘하고 민감한 시점에 총수가 바뀐 것이다. 이날 정상명 총장은 퇴임식을 가졌고, 임채진 신임 검찰총장은 업무를 시작했다. ‘임채진 총장 체제’는 그만큼 부담을 갖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검차장과 BBK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장도 바뀐다. 임 총장은 엄청난 파고를 몰고올 대형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검찰수사의 중립성을 인정받아야 할 때 적합한 인물이란 평가다. 그래서 검찰 수뇌부 교체가 수사 방향이 변경되거나 수사 진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사를 매끄럽게 지휘해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BBK 의혹 사건과 대선후보 고소·고발 사건 수사에 대해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에 따라 서로 다른 압박을 검찰에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상 차기 정권을 결정짓는 것과 마찬가지인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는 정치권의 언급은 임 총장을 누르는 중압감을 반영한다.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처리해 나가는 것도 과제다. 임 총장 자신의 이름도 삼성 로비 대상 명단으로 공개된 상태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퇴임사에서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면서 “진실 추구만이 존경받는 길임을 명심하고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라.”고 당부했다. 정 총장은 “공명정대한 자세와 진실에 대한 열정이 검찰의 첫번째 덕목”이라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귀거래사를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해질무렵 금강하구·을숙도·천수만

    해질무렵 금강하구·을숙도·천수만

    늦가을 해질 무렵 금강 하구. 사람들의 시선이 붉은 낙조가 드리운 금강호를 응시한다. 먼 갈대숲에서 갑자기 ‘푸드덕’ 소리와 함께 가창오리떼가 날아오른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한꺼번에 비상해 장엄한 군무를 시작한다. 수십만마리의 오리떼는 원형과 타원형으로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 장관에 보는 이들은 넋을 잃고 탄성을 토해낸다. 이곳 저곳에서는 셔터 누르는 소리가 이어 들린다.30여분간 아름다운 비행을 선보인 ‘겨울의 진객(珍客)’은 땅거미와 함께 이내 산등성이 너머로 자취를 감춘다. ●인기 만점 탐조여행 철새의 계절이 왔다.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자연을 만끽하려는 탐조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금강 하구둑을 막아 생긴 금강호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 중의 한 곳이다.50여종 70여만마리의 각종 철새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쇠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가창오리 등 오리류가 많다. 먹이가 풍부하고 갈대밭이 우거져 있다.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의 새 서식지로 조류학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인근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의 촬영 무대가 될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특히 나포면 십자들녘은 ‘인간과 철새가 아름다운 동거’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추수를 하지 않고 벼를 논에 남겨 놓아 또다른 볼거리다. ●체험행사 풍성 전북 군산시는 ‘군산세계철새축제’ 기간을 맞아 다양한 관광상품을 마련했다. 지난 21일 시작돼 25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4회째. 올해 축제는 ‘자유와 꿈을 향한 비상, 가족과 함께 떠나는 철새여행’을 주제로 열린다. 철새와의 만남, 체험의 장, 이해의 장 등으로 구성됐다. 해마다 60만∼7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만큼 유명 철새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탐조회랑에서는 철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올해 축제는 탐조투어, 생태체험 등을 더 늘렸다. 군산시가 200억원을 들여 만든 철새조망대는 새 명소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11층 56m의 조망대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장관을 볼 수 있다. 금강과 서해, 인근 평야지대, 철새들의 비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망대 10층에 자리잡은 회전식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를 하면서 금강주변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생태체험관에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철새들이 날아가거나 모여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 준다. 새를 테마로 한 사진, 보드게임, 퍼즐을 할 수 있는 ‘플레이존’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체험학습관에서는 알공예, 새모양 쿠기와 초콜릿 만들기, 새모형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알모양의 건물도 눈길을 끈다. 새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부화 과정을 단계별로 볼 수 있는 관찰관이다. 야외 공연장에서는 인간문화재의 매 사냥, 앵무새 말 흉내내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무료 탐조투어도 운영된다. 탐조투어 코스는 철새조망대와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배수갑문까지 다녀오는 4시간짜리와 나포십자들, 금강하구둑 주변을 살펴 보는 2시간짜리로 나뉜다. 군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동양화 펼쳐진 낙동강 낙동강 하구 을숙도 일대에는 이맘때이면 시베리아 등지에서 온 청둥오리 등 수십여종, 수만마리의 철새가 장관을 이룬다. 이곳 철새도래지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최근 사진작가, 탐조가가 많이 찾고 있다. 이곳 철새는 11월초에 찾아와 이듬해 3월초쯤 시베리아로 떠난다. 을숙도 남쪽 끝과 서쪽에 있는 탐조대에서 새를 감상할 수 있다. 갈대밭 사이나 부표 위에서도 탐조가 가능하다. 배를 타고 하구의 모래톱에 나가서도 철새를 구경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흰꼬리수리나 솔개가 모래밭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이곳엔 겨울철 진객인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청둥오리, 기러기, 검은목논병아리 등 148여종 7만∼8만여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 청둥오리가 17%를 차지한다. 부산시가 최근 을숙도 철새공원을 새로 단장하고 지난 6월 을숙도에 에코센터를 건립해 찾는 발길이 많아졌다. 이곳에서는 철새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철새생태 및 연구를 한다. 에코센터 이원호(32) 연구사는 “올해는 큰고니 등 40여종 2만∼3만여마리의 철새가 왔다.”며 “연말에는 7만∼8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4일에는 녹색도시부산21 추진협의회 주최로 ‘제4회 낙동강 하구 겨울철새 탐조대회’가 열린다. 에코센터는 내년 2월말까지 탐조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 연말까지 무료이며 내년 1월부터 참가비를 받는다. 다음달 초부터 2개월간 철새먹이주기 행사도 진행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막바지 다다른 서산 충 남 서산 천수만 철새기행전이 막바지다.25일로 행사 일정은 끝난다. 탐조투어 버스를 타고 볼 수 있는 철새는 10여만마리 정도다.11월 초에는 40만마리가 찾는다. 탐조투어 버스는 서산AB지구 가운데에 있는 간월도에서 떠난다. 길이 35㎞,1시간30분 걸린다.A지구 담수호 간월호를 돌면서 높이 3m, 길이 30m 정도 되는 볏짚 탐조대에 잠깐 서 철새를 구경한다. 탐조대는 중간에 3개가 설치돼 있다. 요즘 많이 보이는 철새는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황오리, 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등이다. 평일에 1000명, 주말에는 1만명의 탐조객이 찾고 있다. 투어 요금은 1인당 5000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말똥가리 등 맹금류가 많이 찾는다. 이곳을 찾는 철새는 300여종 40만여마리. 뜸부기, 호사도요, 황새, 말똥가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2급 49종이 포함돼 있다. 김현태(38) 서산농공고 교사는 “천수만은 세계 가창오리의 99%가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많을 때는 가창오리만 30만여마리에 이른다. 천연기념물도 황조롱이, 노랑부리저어새, 원앙, 재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등 37종이 있다. 서산AB지구는 1980년대 간척사업으로 생긴 농지로,4700만평에 이른다.A지구에는 간월도,B지구에는 부남호가 있다. 간월호는 800만평 규모다. 주변에는 서산마애삼존불, 수덕사, 안면도 등 좋은 관광지가 있다. 어리굴젓과 6쪽마늘 등 특산물도 유명하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간월도에는 회와 굴밥 등이 있다.(041)669-7744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군산 먹거리·볼거리 전북 군산시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항구도시다. 군산시 해망동 내항 주변에는 크고 작은 생선 횟집이 즐비하다. 어느 집에 가나 신선한 회뿐 아니라 기본으로 주는 해산물이 풍성해 훈훈한 전라도 인심을 맛볼 수 있다. 군산 횟집 등 대형 횟집은 군산항을 조망하면서 광어, 도미, 우럭 등 싱싱한 횟감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서해안에서 잡아올린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은 군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계곡가든, 유성가든 등 꽃게장 백반으로 유명한 식당이 많다. 가볼 만한 곳으로 새만금방조제를 꼽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의 방조제를 달려 보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월명공원에 오르면 군산항과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멀리 충남 장항까지 내다 보인다. 월명산 끝자락에는 은파시민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배를 타고 고군산군도를 여행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예로부터 ‘선유8경’이라 해 자연이 창조해 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금강변에 있는 소설 ‘탁류’의 작가 백릉 채만식문학관도 한번 둘러볼 만한 곳이다. 군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탐조 여행 주의 사항 조류 도감과 필기 도구를 챙겨가면 탐조에 도움이 된다. 망원경이나 쌍안경, 방한복과 장갑, 모자는 필수다. 철새는 경계심이 많아 200m 정도만 접근해도 날아가기 때문에 자세히 보고 싶다면 이같은 탐조 장비를 갖춰야 한다. 을숙도 에코센터의 이원호 연구사는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거나 향이 진한 화장은 감각이 예민한 철새들을 자극할 수 있다.”며 피할 것을 조언했다.
  • 서울 도심에 지역홍보센터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정보를 총망라한 ‘전국 방방곡곡 대한민국 지역홍보센터’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다. 행정자치부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층에 관광·문화·투자·특산품 등의 지역정보를 전시·홍보·판매하는 지역홍보센터를 개관한다고 20일 밝혔다. 센터에서는 지역 문화를 체험하거나 특산품·투자 등의 정보를 원하는 방문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도우미도 상주하며 외국 관광객이나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1대1’ 상담도 이뤄진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그린시티로 건설되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그린시티로 건설되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친환경’이 대세인 시대다. 친환경 식품을 먹고 친환경 자동차를 탄다. 찜질방 중에서도 황토로 만든 방이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에 콘크리트로 세워진 건물 중에도 친환경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환경피해 최소화 이른바 ‘그린빌딩(Green Building)’으로 불리는 친환경 건축물은 자원 재활용, 환경공해 저감, 폐기물 감축 등으로 설계되고 건설돼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처할 건축분야 대안으로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그린빌딩은 현재 국내에도 119개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전체를 친환경 시설물로 채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면 믿어질까.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572만㎡)는 국내 최초로 미국의 그린빌딩협의회가 선정한 친환경도시 인증(LEED-ND) 시범 프로젝트로 선정돼 이 기준에 따라 건설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성공 관건인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일찍이 눈을 뜬 ‘환경’을 화두(話頭)로 삼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하나의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LEED와는 달리 한 지역 전체를 친환경 건축물로 건설하는 LEED-ND 시범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5곳만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에서 3곳(중국 2곳, 한국 1곳)이 진행 중인데,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아시아뿐 아니라 5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업무 효율성 배가 미국내 많은 기업은 두배가 넘는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LEED 인증 건물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고려할 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LEED 인증을 받은 그린빌딩의 효율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 사례가 나와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파워&라이트사는 그린빌딩에 입주함으로써 직원 병가율이 13∼25% 줄었고, 인슈렌스 컴퍼니사는 생산성이 16% 늘어났다. 또 미국 동부 3720명의 회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린빌딩 특성을 지닌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결근율이 35%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조례에 반영해 그린빌딩을 건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친환경적 기능을 추가하려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LEED 인증을 위해 친환경적 설계, 친환경 자재 사용, 에너지 절약방안 등에 소용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외자유치 위해 비용 감수 송도국제업무단지는 쾌적한 환경을 통해 다른 국제도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감수하고 있다.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송도가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외국인 거주에 필요한 교육·의료·문화·레저 등 모든 기능이 집약된 토털 솔루션 도시로 개발돼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교와 병원이 건립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게일사와 국내 포스코건설의 합작법인인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3년간 3000여개의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결정 요인을 분석해 왔다. 이 결과 입지 주변의 정주 환경이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NSIC는 지난달 18일 환경 분야에 국제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C), 한진그룹과 송도국제업무단지를 친환경 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NSIC는 LEED-ND 시범 프로젝트와 관련, 미국 서스테이너빌리티 컨설턴트의 감독을 받고 있으며, 환경 자문인 위트만 스트레티지 그룹과 브라이트 그린이 프로젝트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어떤 시설물이 들어서나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서는 시설들을 보면 친환경도시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다. 최첨단 건축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과감하게 재원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컨벤션센터 지난 2005년 3월 착공된 컨벤션센터(15만 5900㎡)는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건물 자재와 제품을 재사용하고 있다. 즉 새로운 자재의 추출 및 가공 과정에서 야기되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해 들보·기둥·바닥재·판넬·벽돌 등을 재사용한다. 아울러 절약형 수도꼭지를 사용함으로써 표준 수도꼭지보다 21%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통해 전시 공간 9900㎡를 기둥이 하나도 없는 무주 공간으로 건설하는 등 뛰어난 건축 미학과 구조를 선보이고 있다. ●중앙공원 66만㎡ 부지에 2009년 8월 완공될 중앙공원은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심장부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최초의 도심 해양공원으로 녹지공간과 함께 인공수로, 보트하우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거주자는 물론 방문자들에게 최고의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인천 앞바다에서 해수를 끌어들여 만드는 수로는 길이 1.8㎞, 폭 12∼110m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수로로 조경 기능은 물론 수상택시 등을 운영함으로써 관광자원과 교통수단 기능도 지니게 된다. 공원 내에는 박물관·생태관 등 문화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 65층 초고층 빌딩으로 세워져 송도국제업무단지의 랜드마크가 될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1∼33층은 사무실 및 상업시설이,34∼64층은 호텔과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이 빌딩은 페인트·카펫·벽지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함유량이 낮은 자재를 사용한다. 또 건물의 실내와 실외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입주자의 75%가 낮에는 자연 조명을 활용할 수 있다. 태양광을 통해 신체리듬을 조절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 또 입주자 90%에게 조망권이 확보된다. ●송도국제학교 내년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 3월 착공된 송도국제학교는 친환경 세제 등 친환경적인 재료만 사용한다. 음용수 이외 화장실이나 관리용수로는 수거된 빗물이나 재활용된 폐수, 그레이워터 등을 사용한다. 또 벤젠·포름알데히드 등이 적게 함유된 자재를 사용해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한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첨단기술 활용해 기업진출 줄잇는 도시 만들 것” 송도국제업무단지를 친환경 도시로 개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C)’ 조지 데이비드 회장은 19일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송도를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UTC는 올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기업 중 가장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3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친환경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송도 개발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UTC는 빌딩 및 도시 건설에 필요한 환경친화적인 첨단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이같은 기술이 설계 때부터 반영되면 도시 전체의 에너지 효율 제고 및 환경보존 효과는 매우 뛰어날 것이다. 새로 건설될 도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30%나 적은 에너지로 운영되면서도 삶의 질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송도는 UTC가 이룬 기술의 성과를 도시 전체 규모로 구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친환경 기술의 예를 들어달라. -우리가 만드는 엘리베이터는 하강 시 전력을 비축해 다시 이용해 일반 엘리베이터 사용 전력의 4분의1 만으로도 가동할 수 있다. 또 현장에서 소모되는 열을 에어컨 등을 가동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전체 에너지효율을 배가시킬 수 있다.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버스에 필요한 연료전지도 UTC의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이다. ▶연료전지란 어떤 개념인가. -한국 도시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디젤 버스는 소음과 냄새 등이 심하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대중 교통을 연료전지로 운영할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고 이미 기술적으로 검증됐다. 우리는 미국 우주프로그램에 참여해 연료전지 기술을 제공했다. 송도 프로젝트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송도의 잠재력은 무엇인가. -송도는 인천공항까지 20분밖에 안 걸리고 서울도 매우 가깝다. 국제공항에 이렇게 가까이 있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송도를 친환경 도시로 만들면 일하고 거주하는 데 매력적인 장소로 떠올라 동북아시아에 본사를 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송도 진출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선넘은 ‘독설 경연장’

    선넘은 ‘독설 경연장’

    19일 국회 정론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최재천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과 14범’에 대해 문제제기한다.”고 운을 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낭했다.‘염치없는’,‘반헌법적’이라는 말도 보탰다. 대선을 30일 앞둔 정치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내는 ‘독설’의 현장이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의 한복판, 전시상황이다.‘정치공작’ ‘낯두꺼운’ ‘거짓말쟁이’ 같은 말은 차라리 애교로 읽힌다. 대선에 다가갈수록 더 독하게 쏘아붙여야 남는 장사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성립돼 있다. 정치인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이유다. 통합신당에선 평소 말싸움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까지 독설 대열에 합류했다. 말쑥한 외모와 매너의 김효석 원내대표는 19일 “전두환·노태우도 자기 비리를 감추기 위해 쿠데타한다는 말은 안 했다. 이명박 후보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못한 사람이냐.”고 쏘아붙였다. 하루 전인 18일엔 ‘백봉신사상’ 5회 연속 수상에 빛나는 김근태 통합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명박 후보를 가려켜 “바보이거나 멍청이 사업가”라고 혹평했다.BBK 김경준씨를 한나라당이 자꾸 사기꾼이라 칭하는데, 그러면 그 사기꾼과 동업한 이명박 후보는 뭐가 되느냐며 한 말이다. 평소와는 다른 거친 그의 발언에 통합신당은 환호했다. 한나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형준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는 구강 청결제를 사용해 더러워진 입을 씻으라.”고 일갈하며 앙갚음했다. 이명박 후보를 비난하는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도 “국민에게 배신종합선물세트밖에 줄 것이 없는 정동영씨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장일 부대변인은 통합신당 정봉주 의원을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 20만달러 수수설’을 폭로한 설훈 전 의원에 빗대 “‘설봉주’는 김경준 사이비 교주의 입만 바라보는 맹목적인 신도”라고 촌평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 요즘 떠도는 말은 “땅투기꾼…좀도둑…치사하고…소름끼친다…구걸…부패의 본거지들…표 도둑질” 같은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뿌리’가 같은 한나라당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의 설전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총재님’으로 모신 이회창 후보를 이제 “이회창씨”라고 부른다. 박형준 대변인은 아예 “창=범여권 2중대”라고 말해 반발을 샀다. 이회창 후보측 이혜연 대변인이 “(이명박 후보의) 위장취업, 탈세, 땅투기, 주가조작 연루 등 중대한 도덕적 하자를 보고도 (우리가) 입을 다물어야 ‘여권의 2중대’라고 비난하지 않을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격하게 비난했고,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위장취업과 탈세는 좀도둑처럼 치사한 일”이라고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정치권의 ‘질서’를 규정한 국회법은 25조에서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女談餘談] 회사앞 지하도를 안 건너는 이유/안미현 산업부 차장급

    심각한 ‘길치’임에도 운전을 결심한 것은 회사 앞 지하도 때문이었다.1990년대 말이었다. 시사주간지에 근무하던 무렵이라, 마감 때면 새벽 2∼3시에 귀가하곤 했다. 집 방향의 택시를 잡으려면 지하도를 건너야 했다. 서울 광화문에 횡단보도가 없던 시절이었다. 16차선 도로 밑으로 뚫린 지하도는 꽤 길다. 예나 지금이나 노숙자들의 단골 쉼터다. 눈이 작은 데도 겁이 많은지라, 지하도를 건널 때면 늘 가슴이 쿵쾅거렸다. 여주인공이 지하도를 건너다가 성폭행당하는 내용의 영화(Irreversible)를 보고난 뒤부터는 형체없는 공포감이 더욱 극대화됐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한밤중에 지하도를 건널 일이 줄어들었다. 신호등이 생긴 뒤에는 좀 돌더라도 일부러 횡단보도를 이용했다. 비단 무서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지하도를 건너면 늘 머릿속이 복잡해져서였다. 그런데 며칠 전 늦은 밤, 무심코 그 지하도를 다시 건너게 됐다.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외풍이 덜한 한복판 기둥과 기둥 사이의 목좋은 곳에, 지붕(덮개)까지 완벽하게 ‘사각 골판지집’을 지은 이들이 있다. 터줏대감 노숙자들이다. 옷가지든 담요든 덮을 거리도 제법 두툼하다. 물론 간신히 몸만 누일 공간이기는 매한가지다. 덮개 없이 상자 몇 개를 헐어 벽이라도 확보한 이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벽조차 없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신문지 몇 장 깔고 드러누운 이들도 적지 않다. 잔뜩 구부린 등이 내 등인 것 같아 마냥 한기가 밀려온다. 이곳에서마저 빈부가 갈리나 싶어 가슴이 아려온다. 동시에, 돌아가 몸을 뉠 따뜻한 방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안도감도 잠시.‘돌아갈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삶이 그들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 성찰인지, 냉소인지 모를 묘한 감정이 다시 도진다.‘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고 하지만 정부는 뭐하나 싶어 화까지 치민다. 머릿속이 또 복잡해진다. 안미현 산업부 차장급 hyun@seoul.co.kr
  • 종암동에 온천 터졌다

    종암동에 온천 터졌다

    성북구 종암동 3의91 일대에서 알칼리성 온천수맥이 발견됐다. 12일 성북구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온천은 관련법 규정에 의한 적정수량, 수온, 수질검사 등 각종 검사에서 온천수에 적합한 것으로 판정돼 ‘온천발견신고처리’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온천수가 발견되기는 드문 일이어서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구는 지난 8월 이곳의 토지주로부터 온천수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온천 전문기관에 온천수 여부 검사를 의뢰해 검사결과 적정수량, 수온, 수질검사 등 각 분야에서 온천법 규정에 적합한 것으로 판정이 됐다. 또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수질검사에서도 100㎖당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아 ‘온천발견 신고공’의 법적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에 발견된 ‘종암동 온천’은 지하 800m상의 심정온도 섭씨 33.1도 일반온도 27.1도로 일일적정 양수량은 309t이며, 주요 성분은 중탄산염 나트륨으로 알칼리 성질을 띠고 있다. 구는 앞으로 관련 절차를 거쳐 온천지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길섶에서] 은행밥/황성기 논설위원

    일본인 지인의 부인이 서울 시내 한복판의 집 근처에 무더기로 떨어져 있는 은행 열매를 주워 만든 밥이라며 두 공기 분량과 함께 은행 한 봉지를 줬다. 홋카이도의 도마코마이란 시골에서 태어난 그 부인은 어릴 적부터 산나물을 캐러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은행열매가 한창 떨어질 무렵, 남편과 나란히 서울에서의 은행줍기도 그리 부끄럽기는커녕 즐겁게 할 수 있었단다. 어린 시절 살던 곳이 부산이긴 해도 코 닿는 곳에 구덕산이란 야트막한 산이 있어 곧잘 친구들과 방과 후에 놀러다녔다. 농촌이나 산골에 사는 아이들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산딸기를 따 그 자리에서 먹거나 버섯을 캐고, 도토리를 줍기도 한 기억이 있다. 회사 근처 은행 잎에 노란 물이 들어가고, 열매도 거의 다 떨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 밑에 뒹구는 게 은행이었다. 받았던 밥을 며칠 전 해동시켜 먹어보니 서울산 은행밥이 제법 맛이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맛인 줄 알았더라면 체면 버리고 어릴 때처럼 열매라도 잔뜩 주울 걸 그랬다 싶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낮엔 치과의사 밤엔 가수 이지영

    1인 다역의 삶, 그것도 하나도 소화하기 어려운 치과의사이면서 가수 생활까지 병행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괴력의 소유자 아닐까. 말만 들어도 이같은 호기심이 부쩍 이는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치과 의사 이지영(35)씨다. 그녀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은 치과의 원장님이자 앨범을 두 장 낸 가수다.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에게 도전은 취미이자 습관이기 때문이다.KBS 2TV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은 바로 이처럼 한편의 패기 넘치는 연극 같은 이지영씨의 삶을 들여다본다. 방송은 12일부터 닷새 동안 매일 오후 7시30분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학창시절 한번 수학문제를 붙잡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책상 앞에 앉아 문제만 풀었다는 이씨. 오래 앉아있어서 엉덩이가 짓물러도 공부가 재미있기만 했다는 그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이제 서른 중반에 접어든 그녀는 치과의사, 서울대병원 치주과 외래교수, 가수, 방송인, 작가 등 열거하기 숨이 찰 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프단다. 그림개인전도 열고 싶고 의학지식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의 MC도 하고 싶단다. 지금도 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가수, 그리고 갖가지 방송출연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바쁠수록 흥이 나고 더 힘이 난다.”며 미소짓는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패리스 힐튼 “비빔밥이 제일 좋아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7일 방한한 세계적인 호텔 체인점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인 그녀는 가수, 영화배우, 모델, 그리고 향수제작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톱스타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각종 스캔들을 일으켜 할리우드의 이슈 메이커가 된 그녀! 사생활을 과도하게 노출시키는 파파라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들도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고 유명인사라면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나대로 내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방문이 처음인 그녀는 “호텔에서 바라본 서울은 자연과 도심이 잘 어울어져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며 “시간이 생기면 고궁과 애견샾이 즐비한 거리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비빔밥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며 “가기전에 비빔밥을 꼭 다시 먹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여성의 패션스타일에 대해서는 “쿨 스타일”이라고 답하며 “어제 한복 디자이너가 선물한 핑크색 한복을 입어보았는데 정말 예뻤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패리스 힐튼은 4박 5일간의 내한 일정을 마치고 11일 출국할 예정이다. 글 /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영상 /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 강력한 리더십의 감독 원한다

    마침내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많은 이름이 거론됐다. 주제 무리뉴 첼시 전 감독에서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까지 외국인을 비롯해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나 김학범, 조광래 같은 국내파도 거론됐다. 축구협회는 이르면 다음 주중으로 최종 선택을 할 예정인데, 그동안 거론됐던 이들 외에도 제라르 울리에 전 리옹 감독과 마이클 매카시 울버햄프턴 감독, 밀란 마찰라 바레인 감독 등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유럽 한복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감독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 보이는 이 시점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마지막 분수령이다. 신임 감독은 한국의 축구 문화가 아직 미성년의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중도 하차한 코엘류 감독은 선수들이 ‘포백 수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축구협회가 여론에 쉽게 휘둘리는 상황을 버티지 못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핌 베어벡 감독은 한국 축구의 고독한 산책자가 되고 말았다. 신임 감독은 자신이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으로 취업을 하게 된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는 다 자라지 않은 미성숙한 조건에서 온갖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 때문에라도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선임될 필요가 있다. 독불장군을 뜻하는 게 아니다. 리더십은 다양하게 존재하거니와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운영되도록 강력한 지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 원만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수단 시스템과 전술에 있어서는 바윗장 같은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체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실천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비체계적인 성장 과정 탓에 경기를 풀어 나가는 안목과 공간 파악 능력이 약하다. 하지만 뛰어난 승부 근성과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 새로운 축구에 대한 욕망도 강하다. 신임 감독에게는 완성된 선수들을 조율하는 것보다 원석을 다듬어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드는 창조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다시 꿈을 꾸자.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은 가시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성취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신임 감독은 합리적인 시스템 속에서 야심차게 자신의 철학을 관철한다.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 선수들은 새로운 지평에 눈을 뜨게 되고 그 성과들이 자연스럽게 K리그의 자산으로 남는다. 바로 이러한 꿈을 위해 우리는 신임 감독을 박수로 환영할 일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김정일 공산주의 딜레마 잘 알아”

    “김정일(국방위원장)은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눈과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공산주의의 딜레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배우 최은희(75)씨가 5일 출간된 에세이집 ‘최은희의 고백’(랜덤하우스)에서 김정일 위원장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최씨는 1978년 홍콩에서 납치돼 평양에 도착한 뒤 김정일이 입은 옷 그대로 북한에온 자신을 위해 화장품까지 챙겨 주는 호의를 베풀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현관 앞 응접실에 크고 작은 종이박스와 나무박스들이 40∼50개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양복감, 한복감, 코트감, 망사 등 온갖 춘하추동 옷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내가 쓰던 화장품까지 들어 있어 김정일이 나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씨는 “남한에서 배우생활을 할 때도 그렇게 사치해본 일이 없는 나는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었다.”며 특히 김정일은 집에 만들어 놓은 영사실에서 남한 TV방송을 빠짐없이 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책에서 은막 스타로서 살았던 화려한 삶 이면에 가려진 두번의 결혼과 이혼, 육아, 재결합까지 여자로서의 솔직한 인생담을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해방 전 처음 무대에 오를 당시의 감회부터 6·25 전쟁기간 중 피란 생활, 군사정권에서 힘겨운 영화활동, 납북과 북한 생활, 미국 망명까지 우리 근현대사의 얼룩이 고스란히 담겼다. 12살 연상의 첫 남편에게 상처를 받은 뒤 운명적으로 만난 고 신상옥 감독과 허름한 여인숙에서 했던 결혼식, 신 감독이 신인 배우 오수미와의 스캔들로 아이 둘을 낳자 헤어지고 각각 북한으로 납치된 사연도 눈에 띈다. 북한에서 어렵게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이혼의 원인을 제공했던 오수미와의 질긴 인연도 비껴가지 않았다. 오수미가 낳은 아이들을 데려와 키우지만 오수미는 교통사고로 숨져 직접 그 유골을 수습한 최씨는 “같은 여성으로서 그의 삶을 되새겨 보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현대적 여성대표 아니다” 반발도

    5만원권의 초상인물로 신사임당이 선정됨으로써 47년 만에 여성이 화폐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그러나 대표성을 두고 여성단체들이 계속 반대하고 있고,5000원권의 도안모델인 이이와 함께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모자(母子)화폐 모델’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거세다. 한국은행 이승일 부총재도 5일 “언젠가 화폐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있으면 아마 신사임당과 율곡의 모자 문제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 26일간 ‘모자상’ 지폐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지만 화폐발행의 역사에서 여성인물이 등장한 사례는 과거 딱 1차례 있었다.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를 담은 이 지폐는 실명의 위인이 아닌 일반인이 도안의 모델로 채택됐다. 이 ‘모자상(母子像)’ 지폐는 우리나라 화폐 사상 유통기간이 가장 짧았다. 발행된 지 한달이 못된 6월10일 제3차 통화조치로 새로운 화폐가 발행되면서 폐기됐기 때문이다. 모자상 지폐는 희소성이 더해져 사용 흔적이 없는 신권 형태는 수집가들 사이에 1장당 2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선 선정과정 투명성 문제제기 47년 만에 여성인물이 재등장하게 됐지만, 여성계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신사임당 반대’ 운동을 펼쳤던 문화미래 이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현대 여성이 살아가는 데 의미를 주는 인물이 뽑혀야 여성계 대표로서 의미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일부 여성단체측은 “여론 수렴과정에서 여성 인물 중 유관순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신사임당이 선정됐다.”며 선정과정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5000원권의 초상인물이 사임당의 아들인 율곡 이이로 결과적으로 모자(母子)가 함께 화폐에 등장하게 됐고,5000원권의 보조 소재도 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초충도(草蟲圖·풀과 곤충)여서 지폐도안의 통일성이 저해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사임당은 이름은 인선이고 호가 사임당으로 150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조선 중기 여류 문인 및 서화가다. 남편 이원수와의 사이에 네 아들과 세 딸을 두었는데 이 중 셋째 아들이 이이로 조선의 대학자가 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10) 공주 계룡~정안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10) 공주 계룡~정안

    충남 논산시 상월에서 공주시로 넘어온 옛길은 계룡면 경천에 다다른다. 이곳에 섰던 5일장은 한때 공주에서 가장 컸다. 저녁 때 도착한 이 시장터는 한가한 분위기에 파리만 날렸다. 이곳에서 20년째 경천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영수(70)씨는 “옛날에 시장이 섰을 때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면서 “10여년 전 시내버스가 들어온 뒤로 5일장이 죽었다.”고 말했다.1000평은 됨 직한 장터는 차들만 몇대 주차돼 있고 텅 비어 있다. ●마을에 승병 영규대사의 묘 그 전에는 신원사, 갑사는 물론 신도안에서 왔다고 한다. 이들 지역은 계룡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복판인 이 시장으로 모두 몰려들었다. 장이 서면 철물점에 농기구를 사려는 손님이 들끓었다. 국밥집마다 손님이 넘쳐났고 술집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둥그런 시장 주변을 따라 죽 늘어서 있던 가게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이씨는 “그때를 기억해서인지 5일장이 섰던 2일과 7일에 떠돌이 옷장수 2명이 찾아온다.”고 씁쓰레하게 웃는다. 일제 때 경천에 면사무소가 있었으나 1930년 월암리로 이전했다. 이씨는 “정석모(전 내무부 장관) 아버지가 면장할 때 옮겼어.”라며 아쉬워했다. 옛길은 국도 23호와 갈라져 소로로 내달린다. 계룡초등학교 담을 끼고 바로 좌회전해 농로를 따라가면 유평1리가 나온다. 이 마을에 임진왜란 때 최초로 승병을 일으킨 영규대사(?∼1592년) 묘가 있다. 이 마을 출신이다. 영규는 서산대사의 제자다. 조헌과 함께 금산전투에서 부상을 당한 뒤 옆 마을인 월암리로 피신했다 숨졌다. 묘는 충남도기념물 15호이다.1810년 순조 때 세워진 비석도 있다. 주민 박상희(70·여)씨는 “동네 주민들이 1년에 한번 제사를 지내준다.”고 전했다. ●‘정감록´ 흔적이 배인 땅 길은 계룡면 사무소 앞에서 국도 23호와 합쳐진다.3㎞쯤 달리면 널티고개가 나타난다. 경사가 완만하다. 이 고개에 물이 넘치면 ‘정씨 왕조’가 세워진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정감록에 나오는 왕조를 일컫는다. 널처럼 속이 비었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민들은 ‘무넘이’라고 불렀다. 고개가 관통하는 동명리 이장 유병상(67)씨는 “정씨 왕조 얘기는 잘 모르지만 우리와 인근 마을에 농수를 대기 위해 기산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는 관이 고개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처럼 닦인 국도를 타고 10㎞쯤 내달리면 금강 앞이다.1㎞ 전방에서 빠져 시내쪽으로 가다 보면 소학동이 나온다.‘효자향덕비(孝子向德碑)’가 이 마을에 있다. 향덕은 통일 신라 경덕왕시절인 755년 부모가 가난과 유행병으로 시달리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봉양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기록에 있는 최초의 효행사적으로 알려졌다. 왕이 향덕의 효행을 알고 벼 300석과 집 등을 하사했다. 이후 ‘효가리(孝家里)’라고도 불려졌다. 비석 앞에는 480년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높이 11m, 둘레 3.3m로 매년 주민들이 마을의 평안을 빈다. ●“귀향온 사람 나루터 건너자 목 베어” 금강변을 따라 난 도로로 1㎞쯤 넘어 가면 공주대교 앞 장기대나루가 나타난다. 공주대교 밑에 만든 게이트볼장에 있던 팔순 가까운 할아버지는 “30년 전만 해도 노를 저어 강을 건너주는 나룻배 한 척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한양에서 귀양 오는 사람들이 나루터를 건너면 목을 많이 쳤다.”며 “옛날에는 강 옆 산에 시신을 묻은 고린장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강에 펌프장이 설치돼 있다. 나루터에는 수백년 된 팽나무가 있었다. 나룻배를 묶어두고 손님들이 쉬어가던 나무다. 교량이 건설되면서 공주대로 옮겨 심었으나 얼마 안가 죽었다. 이곳에서 시내를 지나서 7㎞쯤 떨어진 곳에 우금치가 있다. 이 고개는 전봉준 장군이 1894년 관군 및 일본군과 싸운 동학혁명전투 중 최대 격전지다. 공주대 윤용혁(역사교육과) 교수는 “주력 동학군은 이인쪽을 통해 공주로 올라왔지만 일부는 공주 구간 옛길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동학혁명은 우금치 전투의 대패로 결국 실패했다. 금강을 건넌 옛길은 공주대와 신관초교를 거치지만 지금은 길이 잘 구분되지 않았다. 정안천 주변을 따라가던 길이 국도 23호와 만나는 곳은 조선조 숙박시설이 있었던 모란 마을이다. 얼마 안가 국도변에 붙어 있는 ‘석송정’이 나온다. 마을 이름도 정안면 석송리다. 이 정자는 인조가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내려올 때 잠시 쉬어 갔던 곳이다. 이를 기념해 지방 유림들이 세웠다. 인조가 이곳을 지날 때 지방 유림들이 백성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세금 감면을 해줬다고 한다. 훼손된 것을 1985년 공주시가 복원했다. 정자 주변에 인조가 ‘석송동천(石松洞天)’이라고 새긴 바위가 있다. ●비운의 혁명가 김옥균 생가터에 비석만 잠시 국도와 헤어진 옛길은 ‘비운의 혁명가’ 김옥균(1851∼94년)과 만난다. 그가 6세까지 산 정안면 광정리 생가터다.1884년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끝나고 자객 홍종우에게 암살된 것처럼 생가터는 썰렁하다. 유허비와 안내판만 잔디에 서 있을 뿐이다. 10여가구가 있었다던 마을은 사라졌고 ‘감나무골’로 불리듯 붉게 익어가는 감나무 몇 그루만 서있다. 그의 묘는 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있다. 김옥균 생가터에서 나오면 옛길은 곧바로 국도와 합쳐진다.3∼4분을 달리면 길은 또다시 국도와 갈라져 차령고개로 오른다. 차령산맥의 모태가 되는 지점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훈요10조에서 ‘차령고개 이남, 금강 밖은 등배(반역)의 산세이므로 그 지역 인물을 등용하지 마라.’고 한 곳이다. 지금은 국도가 따로 나 차들이 드물다. 울창한 숲만이 옛 위용을 알려준다. 차령고개 밑 정안면 인풍리 주민 조주형(67)씨는 “옛날엔 숲이 더 우거졌었다.”면서 “50년 전만 해도 천안 행정리 5일장에 가려면 고개에 도둑떼가 많아 혼자 소를 끌고 가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주변에 ‘도둑골’이라는 마을까지 있었다고 한다. 차령고개는 당초 ‘금북정맥’으로 불렸으나 일제가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차령고개는 공주와 천안의 경계 지점으로 정상에 오르자 천안시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태조 이성계 금강변 신도안에 도읍 구상 충남을 가로지르는 금강은 한양을 끼고 도는 한강에 이어 항상 한 나라의 수도로 떠오른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도 금강변 공주·연기지역에 행정도시 건설이 추진되지만 수도로 거론된 역사는 백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는 주몽의 아들인 온조가 위례성에서 건국하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한강유역인 현재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이나 풍납토성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고구려에 의해 개로왕이 죽고 밀리면서 백제 문주왕이 475년 다음 수도로 정한 곳이 금강변 웅진, 충남 공주다. 지금은 금강의 ‘금’자가 비단 금(錦)을 사용하지만 웅진의 곰웅(熊)자를 딴 웅수(熊水)에서 ‘곰강’으로 불리다 금강으로 변했다고 한다. 백제 중흥의 기틀을 다져놓은 무령왕에 이어 즉위한 제26대 성왕이 538년 이전한 수도는 ‘사비’이다. 충남 부여로 역시 금강변에 위치한다. 부여를 통과하는 금강은 별도로 ‘백마강’으로 불린다. 당나라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호국룡이 된 무왕을 낚았다는 전설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백말로 용을 낚았다고 전해지는 바위인 조룡대(釣龍臺)는 고란사 앞에 있다. 백제는 660년 사비시대를 끝으로 멸망하고 만다. 금강변이 다시 수도로 떠오른 건 조선 건국 때. 초기에 태조 이성계는 계룡산 자락인 신도안을 수도로 정했었다. 금강에서 가까운 곳이다. 한양에 밀려 공사가 1년 만에 중단됐지만 아직도 주춧돌 등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이곳에서 ‘정씨 진인이 나타나 새 왕조를 세운다.’는 예언서가 등장했다.‘정감록’이다. 선조 때에 발생한 정여립(1546∼89년)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이 있다. 정감록의 파괴력이 지속되면서 무속인이 신도안으로 몰렸다.1975년에만 해도 상제교, 태을교 등 104개 신흥종교 시설이 있었으나 계룡대를 조성하는 ‘620사업’으로 거의 사라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금강변 공주·연기를 행정 수도로 검토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이곳을 행정수도로 정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일부 국민들의 반대로 ‘행정도시’로 격이 낮아졌지만 이 사업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전북 장수군에서 충남 서천 금강하구둑까지 394㎞를 흐르는 금강.2014년까지 대통령 직속기관 4개,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총 49개 중앙행정기관이 들어서는 행정도시 ‘세종시’가 백제의 옛 영광을 재현할지 기대되고 있다. 공주대 윤용혁 교수는 “한반도 중심인 한강을 둘러싼 싸움에서 밀리면 다음으로는 천상 금강이 가장 적지다.”며 “대외적으로 교통이 좋은 강을 끼고 있고 넓은 평야지대 등 수도로서는 조건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졸지에 3위로 밀린 ‘위기의 鄭’

    졸지에 3위로 밀린 ‘위기의 鄭’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3위로 주저앉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내친 김에 이명박 후보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정 후보는 2일 인터넷신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국민의 개탄과 분노를 자아낼 역사의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 전 총재 출마설로 불거진 현 정치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차떼기’ 사건의 중심에 섰던 분을 대선 정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 것이 이명박 후보”라고 이 후보도 싸잡아 비판했다. 정 후보는 “한 분은 선거부패·정치부패의 상징이고 한 분은 낡은 부패의 상징이다.”라며 “드디어 부패와 반 부패의 (새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고 해석했다. 그의 강공은 위기감의 반영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 전 총재가 2위로 올라서고, 자신은 3위로 밀려나자 초비상이 걸린 분위기다.‘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현역 대 예비역’간의 대결로 선거 구도가 전개될 조짐을 보이자 적극 차단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노무현 vs 이명박’의 기본 구도 아래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 후보에 맞서기 위해 ‘두 이(李)’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전략이기도 하다. 기자들이 경선의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지지율이 부진한 이유를 묻자 정 후보는 “현재까지 당내 내분을 겪고 있는 이 후보와 달리 나는 조속히 당내 내분을 통합했다.”고 상대적인 우위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돌출 요인과 상관없이 제가 만들고 싶은 나라를 위해 비전과 꿈을 중심으로 지지자들과 적극적으로 호소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조선도공 후예 도고 서울대 초빙교수 “아직도 핏줄이 당긴다”

    조선도공 후예 도고 서울대 초빙교수 “아직도 핏줄이 당긴다”

    임진왜란 때인 1598년 전북 남원에서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400년 이상 흘렀다. 그 핏줄을 이어받은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62)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뿌리찾기에 나섰다. 그는 규슈 가고시마현 미야마 마을에 정착, 지금도 14개 가마에서 그릇을 굽고 있는 조선도공들 가운데 박씨의 후손이다. 한·일관계는 물론 뒤엉킨 현대사의 한복판에 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도고 교수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할아버지 시게노리 2차대전 때 외무대신 역임 도고 교수의 할아버지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개전과 패전시 외무대신을 역임한 도고 시게노리다. 아버지도, 그도 고위외교관 출신으로 3대 외교관 집안이다. 도자기노예인 조선도공 박씨 집안 3대가 일본의 고위 외교직을 차례로 역임한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시게노리는 원래 박무덕이었다. 부친 박수승 대까지 도자기노예 후예로서 모진 삶을 이어갔다. 그런데 메이지유신으로 차별이 심화됐다. 수승은 박씨란 성을 자신의 대에서 끊고 귀화했다.1882년생 시게노리가 5살 때이다. 수재 시게노리는 고향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에 들어가 독일문학을 공부했다. 그 뒤 외교관 시험에 합격했다. 독일 외교관시절 만난 그의 아내는 독일여자였다. 아이가 다섯 있던 그녀의 사별한 남편 게오르그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기본 설계한 건축기사다. 시게노리는 독일과 소련 대사를 역임한 뒤 태평양전쟁 발발 당시인 1941년 외무상에 발탁되었다. 군부에 맞서 전쟁을 피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외무상을 그만뒀으나 종전 직전인 45년 4월 외무상에 재기용됐다. 그때 일왕에게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라고 강력 주장, 조기종전으로 일본사람의 전멸을 피하게 했다는 칭송도 받았다. 시게노리는 A급 전범으로 20년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개전 반대 노력 등을 전범재판소가 평가, 사형은 피했다. 도고 교수는 “다섯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막연한 기억밖에 없다. 어머니, 형과 함께 가끔 스가모형무소로 면회갔을 때 낭하에서 검붉은 환자복을 입고 걸어나오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시게노리는 미군병원에서 1950년 7월 숨졌다. 시게노리는 겉으로는 도공 박씨의 후손이라는 것을 숨겼지만 가보지 못한 조선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국장 시절 조선에서 최초로 외교관 시험에 합격, 일본 외무성 과장으로 부임했던 직원에게 자신도 조선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토로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시게노리는 현재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있고, 무덤은 도쿄시내 아오야마묘지에 있다. ●DJ납치, 주한미군철수와 아버지 시게노리는 외동딸만을 두었다. 딸과 결혼한 자신의 비서관 출신 사위를 호적에 양자로 입적시켜 도고 후미히코라고 하게 된다. 후미히코의 한국사랑은 유별났다.1973년 한일 각료회의 때 외무성 심의관으로 한국을 방문, 김대중납치사건을 처리했다. 문세광의 74년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뒤 한국을 재방문, 사건수습에 진력했다고 한다. 외무성 차관 때도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차관 사임 뒤 부부가 한국을 다시 방문해 판문점과 휴전선 부근의 남침용 땅굴을 보고, 한국의 안보 상황을 체험했다.77년 카터 전 미 대통령 시절에는 주미 일본대사로 카터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자 워싱턴 조야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설득, 한·일 공동외교를 폈다. 부친이 한국과 공동외교전을 폈다는 사실에 대해 도고 교수는 “거의 모르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아버지는 사무차관 때 중국 및 한국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 오래 전부터(400여년전) 한국과 연결됐다.”고 독백처럼 말했다. 후미히코는 20여년 전, 부인은 10여년 전 숨졌다. ●남원의 박씨 집안 후손… 뿌리를 찾아나섰다 후미히코는 태평양전쟁 말기 노약자 소개정책에 따라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을 뒀다. 형 시게히코는 워싱턴포스트지 도쿄특파원을 하다 최근 퇴직했다. 특파원 시절에는 한국도 여러번 방문, 따뜻한 가슴으로 여러편의 기사를 작성해 신문에 실었다.“현재 퇴직후 공부중”이라고 한다. 도고 교수는 도쿄대학 출신 엘리트외교관이었다.17년간 러시아관계 일을 맡아 러시아어, 영어에 능통했다.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두마디만 할 수 있다. 두 아들(각각 34·30세)은 현재 일본의 회사에 재직중이다. 형도 아들만 둘이다. 도고 교수는 “내 핏속에는 독일인 피도 4분의1이 흐른다. 일부 조선인의 피도 흐른다.”며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본이 나의 유일한 조국”이라며 단호했다. 그러나 핏줄찾기 열의는 대단하다. 최근의 일본인들에게 핏줄의식은 없지만 자신에게는 “조금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네덜란드 대사로 부임하기 전 고향 미야마 마을을 찾았다고 밝힐 때는 고향·핏줄을 중시하는 조선도공의 영향이 느껴졌다. 그의 조상들이 남원서 왔다는 것은 형의 ‘조부 시게노리’라는 책에 실려 있다.“한국에 있는 4개월 동안 반드시 가보고 싶다.”면서 남원과 ‘춘향전’,‘광한루’ 등이라고 적은, 소중하게 갖고 온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형 시게히코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조선시대 도자기 사발을 가보로 모신다. 자신도 미야마의 조선도공 출신 심수관씨로부터 받은 몇 개의 도자기를 도쿄 미나토구 한국대사관 근처 자택에 “소중히 보관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과 연결된 끈들이다. ●현대사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도고 교수는 2002년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촉망받던 고위 외교관리였다.1997년 유럽아시아 국장이었다.98년 11월 조선도공들의 가고시마 정착 400주년 기념식장에 당시의 한·일 각료회의에 참석한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김종필 한국 총리 등과 동석하는 큰 영광도 누렸다. 그 해에 ‘시게노리 기념관’이 생겨나는 등 고향 미야마 마을은 온통 조선도공의 열기였다고 회상한다. 특히 양국 총리와 외무장관 등이 시게노리의 동상 등을 방문했을 때는 마을의 지도자와 한국측 참석자들이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를 “아주 독특하고 역사적인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그는 복잡한 일본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측근인 외무성의 사토 마사루가 2차대전 뒤 일·러간 현안인 북방4개 섬 일본 반환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다가 2002년 구속되면서다. 그도 네덜란드대사 부임 8개월 만에 해임돼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사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까지 4년 이상 일본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조국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4개 섬 일괄반환론 틀 안에서 4개 섬의 귀속을 인정해주면 러시아가 언제까지 보유해도 무방하다는 ‘가나와 제안’을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안 되면 우선 2개 섬 반환을 확실히 하고,2개 섬은 다음에 교섭하는 단계론을 펴다 우익 학자와 시민단체들의 맹렬한 공격에 사토가 구속되고 실무 추진 당시 상사였던 그는 해임됐다. 도고 교수는 “북방영토가 일본의 영토라는 원칙은 전후에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단지 교섭 방법론이 문제였다.”며 당시에는 자신도 네덜란드에서 귀국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돌아 일본행을 포기하고 네덜란드에 눌러앉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망명은 저널리즘적인 표현이다. 그저 일본이 싫어서 귀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무성을 퇴임한 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에서 2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2년, 타이완 단코대 4개월,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6개월 등의 교수를 거쳤다. 지난 7월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부인과 함께 일본 도쿄에 주민등록을 해 영주키로 했다. ●“한국학생들 매우 논리적” 그는 미국에서 맺은 인연으로 이번 학기 초빙교수 자격으로 서울대에서 일주일에 3시간짜리 한 강좌를 맡고 있다. 한국 학생 20명과 외국학생 10명에게 한·일관계 등 동북아 외교 현안을 정면으로 가르친다. 도고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감성적이지 않다. 매우 논리적이다. 이들이 한국지도부에 들어가는 날 한·일 양국관계는 매우 밝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학자, 시민단체 등 새로운 형태의 한·일 교류가 활발한 것도 반기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 정권이 한·일 관계를 잘 해갈 것이라며 급한 국내과제를 해결, 일본 내부 반발을 해소해 정권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최근 정치·경제적으로 ‘자신감’을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신감이 북한·일본과의 관계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대통령선거 뒤 한·일 양국이 정상간 셔틀외교를 재개하길 바랐다. 아울러 ‘일본은 없다’,‘혐한류’ 등 책이 출판돼 양국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도고 교수는 일본이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동북아시아 평화시대를 열어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사회가 우경화됐다지만 우경화되거나 반한사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흐름상으로 한반도는 통일될 시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도고 가즈히코 교수 ▲1945년 나가노현 출생(태평양전쟁말기 노약자의 소개정책으로 인해 모친이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거주중) ▲68년 도쿄대학 교양학과 졸업 ▲68년 4월 외무성 입성 ▲72년 모스크바 일본대사관 근무(모두 3차례 대사관 근무를 포함 소련과장과 유럽아시아국장 등으로 17년간이나 러시아관계 일을 맡음) ▲91년 워싱턴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98년 외무성 조약국장 ▲99년 유럽아시아 국장 ▲2001년 네덜란드대사 부임 ▲02년4월 네덜란드대사 해임 ▲02년5월 일본을 떠나 유랑 ▲07년7일 5년 만에 일본 귀국 ●최근의 저서 ‘북방영토 교섭비록’(일어) ‘일본외교 1945∼2003’(영어)
  • [Let’s Go] ‘철새들의 낙원’ 충남 서산 천수만

    [Let’s Go] ‘철새들의 낙원’ 충남 서산 천수만

    해거름. 노을이 만든 붉은 하늘과 한낮의 기운이 여전한 파란 하늘이 팽팽히 대립하는 시간. 그 경이로운 하늘위로 먹물 번지듯 검은 물체들이 퍼져 간다. 가창오리 수십만마리가 펼치는 화려한 군무다. 전 세계적으로 이 계절에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철새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창오리뿐 아니라 기러기, 두루미 등 내나라 땅을 찾은 겨울 진객들이 벌이는 춤사위와 만나는 것은 초겨울 여행의 백미. 철새들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서둘러 탐조길에 나섰다. 장소는 ‘물 반 철새 반’이라는 충남 서산의 천수만. # 초겨울 여행의 백미 탐조여행 천수만은 충남 서산시를 중심으로 태안군 안면읍과 보령시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철새 도래지다. 면적이 자그마치 여의도의 18배에 달한다. 천수만 A,B지구에서 가을걷이 후 남은 많은 양의 낙곡이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하는 데다, 모래톱과 갈대밭 등 은신처가 많은 천수만이 천혜의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철새들에게는 낙원인 셈이다. 천수만습지연구센터 한종현 교육간사에 따르면 이곳을 찾은 철새들은 가창오리 30만마리, 기러기 6만∼7만마리 등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먹잇감 삼아 10여종의 맹금류도 곧이어 들이 닥친다. 여기에 천수만 상류 해미천에서 주로 관찰되는 세계적인 희귀종 노랑부리저어새 등을 합쳐 40여만마리의 철새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 하루 두 번 열리는 철새들의 에어쇼 탐조여행의 으뜸가는 볼거리는 역시 군무. 동틀 무렵과 일몰을 전후해 하루 두 차례 수면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는 가창오리의 ‘에어 쇼’는 감동적이다. 합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모양의 그림을 그려낸다. 군산시 금강철새 생태관리과 한성우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가창오리들이 에어쇼를 벌이는 동안 비행 간격이 최소 30㎝에 이를 때도 있다고 한다. 순식간에 선회 곡예를 벌이면서도 서로 부닥치는 일이 없는 민첩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 한 학예연구사는 “시베리아 등이 고향인 가창오리는 야행성입니다. 겁도 많죠. 낮에는 포식자를 피해 호수 한가운데서 쉬다가 해질 녘에 먹이를 찾아 나서며 이처럼 군무를 펼치는 겁니다. 산란 장소인 시베리아 등에서는 이런 장관을 연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껏 재주를 부린 가창오리가 천수만 인근의 논에 사뿐히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이번엔 수만마리의 기러기들이 저 유명한 ‘V‘자형 편대비행으로 천수만 하늘을 수놓는다. 가창오리와는 반대로 호수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밤을 보내려는 것. 철새들의 군무는 천수만에 완전한 어둠이 깔릴 때쯤 비로소 막을 내린다. # 기본적인 탐조장비는 갖춰야 한종현 교육간사는 “탐조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15만∼20만원대의 텔레스코프 가격이 부담스럽다면,1만∼2만원이면 살 수 있는 쌍안경 등 최소한의 장비는 갖춰야 합니다.”라고 주문했다. 두꺼운 방한복과 장갑, 모자는 필수. 조류도감 한 권쯤 들고 간다면 금상첨화다.‘기다림의 미학’도 절실하다. 한 간사는 “철새는 경계심이 많아 100∼200m만 접근해도 날아가 버려요. 탐조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욕심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새들을 날리는 탐조객들을 종종 봅니다. 새는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 동물입니다. 한겨울을 보내기 위해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탐조객들 때문에 낙곡을 제대로 주워 먹지 못하면 밤새 추위를 이기지 못해 죽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철새맞이 행사 풍성 천수만과 간월도 일원에서 25일까지 ‘2007 서산천수만 세계 철새기행전´이 개최된다. 행사 기간 중 천수만 A,B 지구의 차량출입이 통제된다.seosanbird.com, 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 사무국 041)669-7744. 부석사에서는 철새 탐조와 템플스테이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busuksa.com,041)662-3824. 전북 군산시 금강호 일대에서는 21∼25일 제4회 군산세계철새축제(www.gunsanbirdfestival.net)가 열린다. 가창오리를 비롯해 100여종 70여만마리의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철새조망대∼나포십자들녘∼조류관찰소∼금강하구를 돌아보는 겨울철새 탐조여행과 철새조망대∼비응도 관광어항∼야미도를 둘러보는 새만금 관광투어도 펼쳐진다.063)453-7213∼4.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에서는 9∼13일 제1회 철새축제가 열린다. 조류보호협회 창원시지회 회원 15명으로 구성된 탐조가이드가 탐조포인트 10여곳에서 철새 이름과 생태를 설명해 준다. 창원시는 내달부터 주남 저수지 전용 홈페이지(junam.kr, 주남저수지.kr)에 철새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올릴 예정이다. 강원도 철원군 또한 수많은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기러기는 물론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흰꼬리수리 등 희귀 맹금류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철원군청에서는 11월 중순경 철새탐조 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철원군 동송읍 고석정국민관광지에서 현장 접수한다. 인솔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어른 1500원. 주차료 4000원.033)450-5558. 철원자연생태학교에서도 탐조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등학생 1만원. 강사료는 별도. 반드시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011)368-2484. 글 사진 서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나라 “왜 이 시점에…”

    김경준씨가 대선 정국의 한복판으로 들어온다. 그동안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간의 BBK공방이 검찰수사로 구체화될 수밖에 없어 김씨 귀국 소식에 여·야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31일 “BBK문제는 이미 걸러진 내용으로 달라질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김씨 귀국 자체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제적 범죄자를 여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날 오후 부산 필승결의대회를 마치고 대회장을 빠져나가던 이명박 후보는 김씨 귀국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경원 대변인은 김씨의 귀국과 관련,“법에 따라 송환 절차를 밟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3년반 동안 송환을 거부하고 한국 법에 따른 재판을 회피한 김경준이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왜 귀국하는지 의심스럽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2002년과 같이 대선에 개입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검찰의 ‘정치적 잣대’ 적용을 경계했다. 범여권은 김씨 귀국을 환영할 뿐만 아니라 검찰의 대선전 진상조사 완료를 강조하며 이명박 후보측을 압박했다. 김씨를 최대한 대선전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대변인은 “2002년 이석희씨의 경우 6일만에 송환되었다. 진실규명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송환해야 한다.”면서 “검찰은 명명백백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 후보의 가면무도회가 막을 내리는 느낌”이라는 말로 이 후보가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음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미 국무부가 내린 김경준 한국 송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송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여러 의혹에 대해 대선 이전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상우 구동회기자 cacao@seoul.co.kr
  • [그의 삶 그의 꿈] 전통음식 외교사절로 부활한 대장금

    [그의 삶 그의 꿈] 전통음식 외교사절로 부활한 대장금

    고궁으로 초대받은 유엔 외교사절단 삼계선, 오절판, 더덕찹쌀구이, 해물잡채, 연저육찜, 월과채, 잣국수, 행적, 전복수삼냉채, 어채, 궁중떡볶이, 감로빈, 보슬단자, 포도화채, 당근정과……. 이름만 들어도 용포 입고 수라상 앞에 앉은 기분이다. 이 한국 전통음식들이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를 보름 동안 점령했다. 자신들의 음식문화에 저마다 길들여진 세계인들에게 한국 음식의 진정한 맛과 멋을 보여 주었다.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제4회 한국 음식 페스티벌’이 열렸다. 지난 7월 16일부터 27일까지 약 2주일 동안 세계 각국의 유엔 대사들과 외교사절들 외에도 많은 뉴요커들이 한국 음식의 맛과 멋을 감상했다. 음식도 어엿한 한 나라의 문화. 이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궁에의 초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의 궁중 요리들이 하루 20여 가지씩, 행사 기간 동안 200여 가지가 뷔페식으로 차려졌다. 처음엔 200명 내외의 손님들이 다녀갔다. 한국 음식의 맛과 멋에 매혹된 외국인들이 행사 끝무렵엔 500명을 훌쩍 넘었다. 음식을 맛본 그들이 원더풀과 환타스틱을 연발했다.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한국의 전통 요리를 꼭 다시 맛보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유엔의 현 사무총장은 한국인 반기문. 그 분이 수장으로 있는 유엔 본부에서 한국 전통음식을 세계인에게 소개한 8인의 요리사를 이끈 이가 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윤숙자. 생에 기록될 만한 보람된 행사를 치루고 미국에서 막 돌아온 분을 만났다. 안내를 받고 들어서니 자신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환하게 웃으신다.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 이름만으로 선생의 이미지를 빌리자면 청경채 같다. 입고 있는 하얀 한복이 참 잘 어울린다. 문학소녀에서 전통음식의 세계로 “외국이었기 때문에 우수한 식품 재료를 지속적으로 구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뉴욕 한국문화원의 도움으로 행사를 무난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뉴욕 한국문화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그리고 조리했던 유엔 본부 식당의 조리실은 양식 위주의 용기들이어서 높이가 다 높아 고생했어요. 느낀 보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소감을 묻자, 상큼한 대답이 돌아왔다. 계속 물었다. 이것저것, 두서 없이. “고향이 개성입니다. 어머니는 교사셨는데, 원칙을 강조하는 엄격한 분이셨고, 요리를 아주 잘 하셨어요. 다들 그랬겠지만, 저도 소녀 시절엔 문학소녀였지요.” “문학 뿐만 아니라 요리도 사실은 감수성의 결정체가 아니던가요? 제가 보기엔 요리 실력도 유전적으로 물려받으신 것 아닌가요?” “그런 것 같아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요리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전통조리학과가 춘천에 있는 한 대학에 생겼는데, 거기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전통요리의 대가셨던 고 왕준연 선생님께도 배웠죠.” 떡ㆍ부엌살림박물관 “이곳 8층까지 올라오기 전에 아랫층에 <떡박물관>과 <부엌살림박물관>이 있어서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고향이 시골인데, 눈에 익은 것들이 많아서 잠시 어린 시절 고향으로 돌아갔다 왔습니다.” “머지 않아 사라질 수도 있을 것들을 모아 놓았는데,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요.” “현실의 부엌 풍경과는 많이 다르던데요?” “부엌도 삶의 공간이니 삶의 변화, 생활의 변화가 부엌에도 오는 건 당연하겠죠. 끊임없이 ‘편리’를 추구하지만 그 ‘편리’가 좋기만 한 건가는 모두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해요.” 말씀 대로 한 세대가 가기 전에 사라질 지도 모를 것들. 저 달그락거리고 낡아 있는 삶의 뿌리들. 우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진지하게 되물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온갖 먹거리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보아야 할 것 같다. 한국 전통음식을 세계인의 먹거리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만든 이의 철학과 정성과 마음도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선생은 농림부에서 위촉한 한국농식품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우리 전통음식을 세계에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음식은 길들여지지 않으면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아요. 이런 점에서 지난 유엔본부 행사와 같이 외국인들에게 지속적인 ‘우리 음식 맛보이기’도 중요하고, 우수한 조리인을 양성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지요. 지역, 문화적인 특성에 따른 세계인의 입맛 연구도 뒤따라야 하겠구요. 조리법의 표준화를 이루어내는 일도 과제의 하나예요. 음식 이름은 같은데 집집마다 맛이 다르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 선생은 조리법 책자의 올바른 해외 번역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실적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음식 전도사로서의 소명감이 느껴진다. “우리 민족의 좋은 덕목 중의 하나인 은근과 끈기도 음식 문화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해요. 발효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음식들은 기본 재료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거든요. 오래 기다릴수록 맛의 깊이가 더해지죠. 선조들의 지혜는 시간과 속도의 시대인 현대에도 배울 점이 많아요.” “옛날보다 오래 살지만 그에 비례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은 특히 심각한데, 저는 ‘식食이 곧 약藥’이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좋은 음식은 건강을 담보하는 가장 큰 도우미이자 보증수표가 아닌가 하거든요.” 맛깔스러운 말씀들을 듣지 않고 받아먹은 듯한 느낌. 기분 좋게 배가 부르다. 포만감이 주는 행복을 느낀다. 선생의 말씀대로 음식은 과학이며 철학이며 만병통치약이다. 나설 때 손에 들려주신 떡 상자를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몰래 열어본다. 너무 예뻐서 차마 입에 넣을 수 없을 것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음식은 눈맛이기도 한 거로구나. 다시 떠올리는 선생의 모습이 다시 그렇다. 글 최준 시인, 사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제공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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