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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꿈틀대는 환율 공포

    또 꿈틀대는 환율 공포

    수입업체 임원들과 유학생을 둔 부모들의 ‘환율 공포’가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고 있다. 달러당 1500원선이 뚫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1600원까지 급등할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한·일 통화 스와프(교환) 만기 연장, 해외교포펀드 조기 가시화,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 추가발행 등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 한복판에는 3월 위기설이 자리한다.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의 외채가 130억달러이고, 3월 말에 결산하는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일시에 빼내가면서 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일 것이라는 게 3월 위기설의 핵심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17일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는 약 3조 8000억원으로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해 9월의 20% 수준”이라며 “3월 위기설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외환위기 때는 유동외채(단기외채+만기 1년이내 장기외채)의 대부분이 국내 시중은행들이 빌린 돈이었지만 지금은 절반가량이 외국계 은행 차입금”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외채 위기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확언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실시한 20억달러 외화공급 입찰에서 응찰규모(32억달러)가 일주일 전보다 10억달러 감소한 점을 들어 시중 은행들의 달러화 부족이 심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은행권이 조달한 외화는 총 88억달러다. 지난해 연말 거의 전무했던 것과 대조된다. 1년 이하 단기외채가 지난해 9월 말 1896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500억달러 안팎으로 감소한 것도 제2금융위기설을 희석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더 많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낸 ‘외환시장 3대 궁금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이 현실화되면 원화환율이 1500원선을 넘을 수도 있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선임딜러도 “환율이 급하게 올라오기는 했지만 은행권의 외화유동성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며 1500원선 붕괴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론도 있다. 이진우 NH선물 기획조사부장은 “지난해 9월 한국 외환시장에서 한번 재미를 본 역외 공격세력이 완전히 물러났다고 보기 어렵고, 미진한 구조조정 등 근본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쓰나미가 한번 더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3월 중순 이후 원·달러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새 경제팀의 대응이다. 지금까지는 시장 개입을 피해왔다. 전임 강만수 장관과는 확연한 차이다. 그러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재정부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 “지금까지는 외환정책을 연성으로 했지만 이제는 강성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당 1500원선까지 치솟는 기미가 엿보이면 외환당국의 본격 개입이 나올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 견해”라고 전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 자금 등을 입찰할 때 해외차입 실적이 많은 금융기관에 담보비율(현재 대출금의 110%) 인하 등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미현 이두걸기자 hyun@seoul.co.kr
  • [김수환 추기경 선종] 현대사 고비마다 버팀목으로… 한국 민주화 큰 횃불

    [김수환 추기경 선종] 현대사 고비마다 버팀목으로… 한국 민주화 큰 횃불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 안의 성직자에 머물지 않고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긴 ‘큰 횃불’로 인정받는다. 1970년대 유신체제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던 인사들의 인권과, 정의를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였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서 양심의 울림과 행동을 끈질기게 이어갔던 투사였다. ●박정희 독재정권 비판 시국 메시지 김수환 추기경이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68년 삼도직물 사건부터. 당시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불거진 이 사건을 놓고 추기경은 주교단 공동성명을 통해 교회가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정당함을 전격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정의 차원에서 낸 최초의 성명서로 기록된다.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정의와 인권에 개입하기 시작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3선개헌과 유신헌법 선포, 긴급조치 등 독재와 부정부패가 극성일 무렵 성탄절 미사를 통해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고 나선 것은 유명하다. 당시 KBS를 통해 방송된 미사 강론에서 “비상 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유익한 일인가.”라고 비판했으니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1971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시절 ‘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는 공동사목교서를 발표한 데에 이어 이듬해 ‘평화의 날’을 맞아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선포, “불의와 부정부패, 부조리, 인권탄압, 독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인독재체제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그 유명한 시국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그 이듬해인 1972년 8월이었다. “인권과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선 정치적 민주화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을 위한, 인간의 모습을 갖춘 정치”를 거듭 촉구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이다.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이른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1974년 구속된 사건은 유신체제하 독재정부와 천주교회의 대립 차원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할 때마다 추기경은 “우리 민족이 처한 아픔이자 교회의 아픔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직선제 주장 이후 한국 천주교회는 1979년 유신 체제가 붕괴될 때까지 국가권력과의 대립을 거듭해야만 했다. 1976년 명동 3·1절 기도회, 1978년의 전주교구 7·18기도회 등에서 사제들이 잇달아 구속되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와중에서 모든 신자들에게 ‘광주를 위한 특별기도’를 요청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 부산의 미 문화원 사건, KBS시청료 납부 거부운동, 언론통제 등 군부독재에서 빚어진 사회문제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1980년대 들어서도 1986년 군사정권에 개헌실시를 촉구한 데 이어 1987년 6월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를 비판, 대통령 직선제 실시를 주장했다. 그 끝에 나온 6·29선언과 대통령 직선제 실시는 결국 문민정부를 등장시킨 큰 발판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글로벌 시대] 서울-두 도시 이야기/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글로벌 시대] 서울-두 도시 이야기/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서울은 세계 대도시 중 하나이자, 12번째 경제 대국의 수도로서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여느 주권국가들의 인구를 넘어서는 약 1100만 인구의 도시이기에, 서울시 정부와 각 행정기관의 임무는 주권국 정부의 막중한 책임과 비례한다고 하겠다. 유권자의 책임과 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모든 정책 결정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가장 유능한 행정 수반이라 할지라도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은 차세대의 바람직한 의견, 권리, 기대,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것이 도시계획이다. 불행히도 1980년대에서 90년대 서울의 급속한 팽창을 보면 안목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남의 급속한 발전은 졸속 도시 계획의 한 표본이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면,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역삼동 한복판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교통 체증을 인내해야 하는지 직접 체험해 보시라. 비즈니스 중심지와 삼성·역삼동의 강남 상업지역 사이를 오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서울이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디킨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분리된 도시 파리와 런던처럼 각각의 특징, 각각의 추종집단과 충성심을 이끌어낸 두 도시 이야기가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양극에서 같은 날 파트너나 고객과 미팅이 예정된 사업가가 있다면, 어지간히 일정을 잘 조정하지 않고는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승용차의 대체 수단이자, 도심 교통 정체의 가장 큰 주범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서울 지하철은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늘 만원이며, 수용공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지하철이 도착해야 하는 시간에 맞추어 가고자 하는 바로 그 곳에 데려다 주고 있는가. 서울 지하철 노선에서 양극 사이를 얼마나 쉽게 왕래할 수 있는지 살펴보라. 절실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노선은 극히 드물다. 역삼역에서 시청까지 간다고 하자. 가려면 두 번 환승해야 하고, 14개의 역을 지나야 한다. 각 역 사이가 3분 간격이라고 하고 노선 변경에 약 5분이 걸린다고 할 때, 총 소요시간은 52분이 된다. 대기 시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두 개의 도시가 맞지 않는가! 대부분의 글로벌 도시는 도심을 축으로 하여 그 주변 구와 권역들이 모여 있기에 도심 접근성 면에서 어느 지역이든 차이가 별로 없다. 도심이 강이나 언덕으로 나뉘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서울도 1980년대까지는 이와 같았다. 즉, 이러한 이분화는 근래의 일로서, 두 그룹의 시민으로 나뉘어졌으며, 상대적으로 강북보다 강남이 부유함으로 인한 반감을 불러왔고, 또한 자산의 차이, 교육의 질, 기타 사회적 가치에 불균형을 가져왔다. 한마디로 바람직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도시의 두 반구를 다시 엮을 수 있을까. 대중교통망 확충이 하나의 분명한 방법이다. 강남과 강북의 교통을 보다 빠르고 쉽게 만들어 준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비용이 든다. 강을 잇는 다리나 터널 또한 그렇다. 사기업과 민·관 협력을 통한 인프라 프로젝트로 성공을 거둔 타국의 사례가 많다. 전세계 경제 위기의 상황이기는 하나 재정적 해결책은 찾을 수 있다. 솔직히 나는 강북사람이고 싶다. 나에게 있어, 강북은 서울을 더욱 ‘실감’하게 해주는 곳이며, 600년 역사의 도시 근간이 ‘좋은’ 도시 계획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구도심 진입과 진출을 빠르고 쉽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구 단위에서는 시민의 리더이자 도심계획가로서 분리된 도시를 재건하고 다시 서울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 [발언대] 법치확립과 섬김, 경찰의 존재이유/지영환 경기경찰청 수사관·법학박사

    [발언대] 법치확립과 섬김, 경찰의 존재이유/지영환 경기경찰청 수사관·법학박사

    일전에 창녕박물관에서 금상감명문원두대도(金象嵌銘文圓頭大刀)란 신비스러운 칼을 본 적이 있다. 칼자루 중심부에 가야 사람들의 심장 같은 ‘고대의 하트’가 장식돼 있었다. 서양 문화의 산물인 줄만 알았던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하트 문양을 보며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부터 가슴에 ‘하트’를 새기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우리나라 법질서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번 용산 참사의 근본원인도 불법폭력시위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새총 발사용 골프공 1만개, 휘발유 80통, 시너 20ℓ들이 60통, 화염병 400개, 염산병 50개 등을 만들고 뿌리고 사람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면 살인행위나 다를 바 없다. 이런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법집행 현장에서 잘못될까 걱정돼 경찰이 몸을 사린다면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적법한 집회와 극렬 불법폭력시위를 밝은 눈으로 구별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에 공권력이 무너지면 강호순 연쇄살인과 같은 실시간 강력 범죄 차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용산 철거 현장에서 불법시위자들을 검거하는 과정에 예기치 못하게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은 참으로 비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는 용산 참사같은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치안 패러다임도 보호와 봉사로 전환해야 한다. 공권력이 불법폭력시위 범죄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경찰은 친근성·신뢰성도 지녀야 한다. 경찰은 의사가 수술복을 입고 오직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듯이 경찰복을 입고 법집행을 해야 한다. 불법시위 집회현장에서도 국민이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경찰은 이명박 정부의 섬김의 국정철학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깨끗하고, 따뜻하고 든든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데서 경찰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지영환 경기경찰청 수사관·법학박사
  • 베이징 한복판서 ‘동성커플 웨딩촬영’ 논란

    중국의 동성 커플들이 베이징 한복판에서 단체로 웨딩화보를 촬영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인근에 위치한 유명 관광지 첸먼(前門)에서는 곱게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커플들의 웨딩촬영이 있었다. 그러나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것이 동성 커플들의 웨딩촬영이었다는 사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촬영에 임한 이들은 행인들의 웅성거림과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장미를 선물하거나 가벼운 키스를 나누는 등 애정을 과시했다. 합동 웨딩 촬영에 동참한 한 커플은 “공개적인 커밍아웃과 행사 참여를 통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찬반의 댓글을 나누며 다양한 의견을 비치고 있다. 포털사이트 163.com의 일부 네티즌들은 “동성애는 반인류적 행위다. 이런 공개적인 행동은 삼가야 한다.”(58.38.*.*), “받아들일수가 없다. 이들은 사회를 문란하게 할 뿐”(60.195.*.*), “하늘은 인간을 만들 때 성을 구분지은 것은 이성애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들은 분명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58.59.*.*) 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서로 사랑하는데 무슨 죄가 있나. 이들을 지지한다.”(60.211.*.*), “사회가 이들을 지지하고 인정해야 한다.”(222.212.*.*), “동성애는 더이상 희귀한 현상이 아니다.”(117.10.*.*) 등의 댓글을 통해 동성애자들의 웨딩 촬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편 동성애자들의 공개 웨딩촬영에 관한 네티즌들의 댓글이 9000여개 가까이 이어지면서 찬반공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광장] 여백이 없으면 광장이 아니다/김종면 편집위원

    [서울광장] 여백이 없으면 광장이 아니다/김종면 편집위원

    광장의 사전적 의미는 너른 마당이다. 공포감마저 안겨줄 정도로 탁 트인 공간이 바로 광장이다. 오는 7월 완공되는 광화문광장은 과연 그 이름에 값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주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청사진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엔 기존의 이순신 장군 동상 외에 세종대왕 동상, 육조거리, ‘메모리얼 수로’(가칭) 등 열 가지가 넘는 명물들이 빼곡히 들어선다. 어디에 눈길을 줘야 할지 모를 판이다. 이순신 동상 뒤편에 세종대왕 좌상을 세우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해묵은 이순신 동상 철거 주장이 다시 불거지는가 하면, 일각에선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 동상도 세워 이순신·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삼각으로 배치하자고 주장한다. 중국에 있는 안중근 의사 동상을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오자는 목소리도 있다. 영웅이 없는 시대, 영웅을 그리워함일까. 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의 동상 건립 논란이라니, 멋쩍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순신은 1968년 서울 세종로에 동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후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구국 지도자의 모습으로, 도성을 지키는 수문장의 이미지로 40여년 세월을 지켜 왔다. 군사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 해도, 얼굴이 표준영정과 다르다 해도, 심지어 일본도를 들고 있다 해도 이순신 동상의 도저한 상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순신 동상은 이미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우리는 으레 이순신을 충무공이란 시호로 기억한다. 여해(汝諧) 이순신 하면 어리둥절해하는 이들이 많다. 여해는 이순신의 자(字)다. 여해라는 말은 중국의 순임금이 여러 신하 가운데 우임금을 가리키며 “오직 너(汝)라야 세상이 화평케(諧) 되리라.”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 이순신의 어머니는 아들이 우임금처럼 나라를 구해 화평세상을 만들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여 줬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때는 ‘무(武)로써 충(忠)을 다한’ 충무공보다 ‘세상을 화평케 한’ 여해가 더 피부에 와닿는다. 그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면 이순신이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한자리에 있는 것은 우습다. 민족의 양대 영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선 의미도 죽고 그림도 되지 않는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국가적 영웅의 동상을 나란히 늘어놓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영국 트라팔가 광장엔 넬슨 제독이, 몽골 수흐바토르 광장엔 혁명영웅 수흐바토르가 있을 뿐이다. 세종대왕 동상이 꼭 세종로에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 제일의 임금으로 조선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에 좌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최근 경복궁 내 전각들이 잇따라 복원되고 있는 데 맞춰 알맞은 자리를 찾아 세우면 된다. 연간 300만명이 넘는 경복궁 관람객에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순신 동상이 세종로를 압도하는 마당에 군색하게 들어서는 세종대왕 동상은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플롭 아트(plop art)’ 신세가 될 우려가 있다. 이순신, 세종대왕, 정도전, 안중근…. 세종로 혹은 광화문의 상징 인물은 하나면 족하다. 광화문광장은 역사의 위인을 한데 모셔 기리는 판테온이 아니다. 광장이라면 비어 있는 맛이 있어야 한다. 여백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이미 광장이 아니다. 광장을 숨쉬게 하라.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 [女談餘談] 분노가 사라진 사회/구혜영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분노가 사라진 사회/구혜영 정치부 기자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5일째다.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만 6명이다. 살기 위해 망루로 올라갔던 철거민 중 일부는 죽어 내려왔다. 주검마저도 자유롭지 못했다. 아버지를 잃은 19살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가 ‘아버지’라고 울먹였다. 참사 이후 만난 사람들은 다들 처연했다. 가슴에 박힌 상처를 꺼내 보이며 그렇게 불길한 세월을 달래고 있었다. 1988년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분신한 동생을 대신해 투쟁의 한복판에 삶을 던진 한 인권활동가는 “다시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용산참사’ 사망자들의 빈소가 있는 병원에서 밤을 새우느라 그렇지 않아도 검은 얼굴, 핏기라곤 하나도 없었다. 1980~90년대 반미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부미방)의 주역이었던 한 선배는 “부미방의 불은 꺼졌지만 내 마음의 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 구속됐던 후배 하나는 이번 ‘용산참사’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또다시 소환장을 받았다. “보석 허가를 내줬던 판사가 사표를 냈다.”며 그 후배는 머쓱해했다. 이번엔 끝까지 버텨야 한다며 선배들은 술잔을 건넸다. 새벽 2시에 영등포 후미진 노래방에서 갑자기 ‘광주출정가’ 노래가 생각이 안 난다며 자는 선배를 깨워낸 후배도 있었다. “야, 죽어라고 봄이 안 온다. 어쩌면 좋냐.”던 친구도 차디찬 겨울을 나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엊그제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연신 청계광장 주변을 걷던 한 선생님은 1987년 얘기를 꺼냈다. 사슴같이 예쁜 눈을 가졌던 고 박종철이 떠오른다며. 그래도 그때는 분노라도 오래갔다고 혼잣말을 했다. 사람이 6명이나 죽었는데 이대로 잊혀져도 되는 거냐며 두렵다고 했다. 온 사회가 무덤 같단다. ‘걸인 한 사람이 한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 모두의 탓이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분노가 사라진 사회, 이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죄인일 수밖에 없는 시절을 건너고 있다. 구혜영 정치부 기자 koohy@seoul.co.kr
  • “게임, 개그소재로 안성맞춤”

    “게임, 개그소재로 안성맞춤”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기계산업진흥회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하니 컬트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 공연에 사용될 온갖 소품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 만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내 ‘절묘한 타이밍’팀의 첫 인상은 왁자지껄, 시끌벅적로 대표된다. 그러나 ‘개그’ 두 글자 앞에서는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그들에게 개그는 삶 그 자체인 것이다. 한현민, 이규태, 정진욱, 이재형이 속한 이 팀은 게임빌의 인기 모바일게임 ‘절묘한 타이밍2’를 개그 코너로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을 개그 소재의 일부분으로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그야말로 하나의 게임을 통째로 사용한 개그 코너는 없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이들은 게임을 가리켜 ‘개그의 소재로 안성맞춤’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그는 관객과 개그맨이 절묘하게 어울려야 빛을 내는데 게임의 쌍방향성이 이를 더욱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접착 액션게임의 대명사 ‘괴혼’에 관심을 보이면서 자신들의 개그 컨셉과 맞다면 게임을 개그 소재로 삼을 의향도 내비쳤다. ‘멤버 중 누가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냐’고 묻자 한현민이 지목을 받았다. 온갖 게임에 능한 그는 아내와 연애시절 데이트 코스로 게임방을 찾을 만큼 게임을 즐겼다. 게임이 일종의 사랑의 징검다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 ‘절묘한 타이밍’과 개그 속 내용은 어떻게 다를까? 이들이 꼽은 공통점은 의상을 포함한 전체적인 분위기다. 차이점은 지구 정복을 꿈꾸는 게임 속 내용과 달리 소리를 절묘하게 활용한 웃음코드에 있다. 이들은 오는 4월로 예정된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방송에서 선보이지 못한 다양한 웃음을 선보일 각오로 연습은 매일 열기로 넘친다. 밤을 새워 연습에 임하다 보니 인터뷰 때 목소리가 쉰 멤버도 있었다. “게임은 또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가상 세상이지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저희도 사람들에게 항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웃음 바이러스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대학졸업 후 어려운 청소년 위해 일할래요”

    “대학졸업 후 어려운 청소년 위해 일할래요”

    40대 후배들이 60대 선배의 고교 졸업을 축하했다. 한복 입은 65세 늦깎이 졸업생은 고개를 숙이며 살짝 웃었다. “고마워요…고마워요.”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한림 실업고등학교의 졸업식 풍경이었다. 한림 실업고는 서울에서 몇 안 되는 학력인정 주부학교다. 한복 입은 할머니는 1957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최청자(65)씨였다. 충남 부여에서 자란 최씨는 1남 6녀 가운데 셋째였다. 형편이 어려웠던 최씨 부모는 하나뿐인 아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나머지 딸들은 초등학교 교육만 마치게 했다. 당시는 누구에게나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중학교에 못간 최씨는 속상하고 친구들이 부러워 주위와 인연을 끊고 살았다. “그때 유일하게 연락하던 친구와 수녀가 되자고 약속했었어요.” 최씨가 손에 새긴 작은 문신을 보인다. “이게 그때 그 친구와 맹세하면서 새긴 겁니다.” 그러나 최씨는 수녀가 되지 못했다. 철 모르는 동생들 때문이었다. 양장 기술을 배워 돈을 벌기 시작했다. 못 배운 게 한이 돼 억척같이 번 돈으로 막내 여동생은 직접 고등학교까지 보냈다. 24살 때 경찰인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학교에 다시 가라.”고 했다. 그런 남편은 1992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12년 고단한 병치레 끝에 숨졌다. 남은 네 자녀(1남3녀)를 책임지게 된 최씨는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들에게 그걸 되풀이하게 할 수 없어서… ” 공사장에서 밥 짓는 일, 식당에서 설거지하기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최씨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건 같이 수녀가 되자고 약속했던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최씨는 지난 2005년 학교에 입학해 4년 동안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과정 내내 1등급을 받은 우등생 최씨는 올해 동서울대 실버복지학과 새내기가 된다. 이외에도 모두 4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나이 많다고 안받아줄까봐 무작정 여기저기 입학원서를 냈는데 이렇게 합격해 버렸네.” 최씨가 웃음 지었다. 졸업장을 손에 든 최씨는 “나 같은 사람이 어디 대학에 간다고 꿈이나 꿨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나같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복지사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창규 박성국기자 nada@seoul.co.kr
  • [NOW포토] 윤진서 ‘단아한 한복 어울리는 미소’

    [NOW포토] 윤진서 ‘단아한 한복 어울리는 미소’

    정일우, 윤진서가 출연하는 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현장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9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드라마 세트장에서 열렸다. 서울신문NTN 유혜정 기자 kicoo2@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길섶에서] 수묵풍경/최태환 논설실장

    가로변에서 가로수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흐린 하늘에 안개가 인다. 곡선의 가지들이 잘려나간 가로수 행렬이 수묵화 밑그림처럼 편하다. 작가 조환의 풍경 수묵이 떠오른다. 데생이 동화처럼 담백하고 넉넉했던 그다. “데생은 현대미술의 영혼이다.” 중세 어느 화가의 지적처럼 색채는 어쩌면 자연의 몸을 감추는 덫칠인지 모른다. 가리는 것 없는 속살의 겨울 풍경이 그래서 더 친근감을 주는 것인지 모른다. 친구는 이제 흑과 백의 개량 한복을 입고 싶다고 했다. 색채와 욕망을 털어내고 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자신도 모르게 속살까지 박힌 덫칠이 거추장스러운 모양이다. 땅을 밟으니, 제법 쿠션이 느껴진다. 새 해인가 싶더니 천지는 어느덧 새 절기를 맞을 준비다. 우리는 가지치기와 같은 소박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하루의 무게를 새삼 생각한다. ‘하루는 만 년이고/순간은 이제 겁이다/하루의 끝은 어디인가/하루는 끝이 없다/어디서는 해가 뜨고/어디서는 해가 진다.’(정현종의 ‘하루’) 지인의 부음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최태환 논설실장
  • 2·8독립선언 90주년 7일 도쿄서 기념식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자 재일 유학생들이 도쿄에서 독립을 선언,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2·8독립선언 제90주년 기념식이 7일 오전 11시 재일본 한국YMCA(이사장 김용성) 주관으로 도쿄 한국 YMCA에서 열린다. 기념식에는 정부대표로 김양 국가보훈처장을 비롯, 김영일 광복회장, 권철현 주일대사, 허맹도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중앙본부 부단장 등 주요 인사와 광복회원, 교민 등 2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2·8독립선언은 한국 학생 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재일 유학생들이 임시로 결성한 ‘조선청년독립단’ 명의로 최팔용, 송계백 선생 등 11명의 대표위원이 서명하고 유학생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19년 2월8일 도쿄 한복판에서 조국 독립을 세계 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2·8선언은 국내 3·1운동의 도화선이 됐으며, 1920년대 청년·학생의 항일투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책꽂이]

    ●문화통합론과 북한문학(박태상·권영민 지음, 한국방송통신대 펴냄) 일순 꽁꽁 얼어 붙은 엄혹한 시기의 한반도, 정치의 영역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문화(문학)가 해낼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한 몫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남북은 차이보다는 더 많은 동질성을 갖고 있는 만큼 ‘문화공조를 통한 통합모델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문학, 이론에 원전 텍스트 분석을 통해 그 성과와 한계 등을 실사구시적으로 지적했다. 9900원. ●미네르바(명운화 지음, 북포스 펴냄) 처음에는 무서우리 만치 정확한 경제 예측 능력으로 뜨거운 각광을 받았고, 이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박탈당한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된 ‘미네르바’를 소재로 한 팩션(팩트+픽션) 소설이 나왔다. 인터넷 논객 ‘김래호’가 등장해 IMF 환란을 예견하고,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리라는 것을 적시한다. 현실과는 다르게 소설 속의 미네르바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경제정책분과 위원’으로 일하거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명운화는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작가다. 9800원.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안도현·김연수 등 23명 지음, 마음의숲 펴냄) 안도현, 정끝별, 김연수, 문태준, 박민규, 백가흠, 나희덕, 이혜경, 공선옥 등 한국 문단의 젊은 시인, 젊은 소설가들의 글을 모두 끌어 모았다. 담너머로 엿보이는 시인의, 소설가의 번다한 일상을 엿보는 듯도 하고, 장롱 밑에 감춰 뒀던 사진앨범을 몰래 꺼내 보는 기분도 드는, 그리 길지 않은 글 23편이 실린 ‘종합선물세트’다. 1만원. ●숨비소리(홍명진 지음, 삶이보이는창 펴냄) 제주에서 태어나 해녀가 된 뒤 고향을 등지고 타향살이를 해온 한 여인의 일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어머니 세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시대, 4·3 사건, 베트남 전쟁 등 현대사의 한복판을 살아온 그는 역사와 시대를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한 몸에 억압과 폭력을 고스란히 기억해 놓았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 위로 올라온 뒤 참았던 숨을 내뿜을 때 나는 소리를 말한다. 홍명진은 2001년 ‘바퀴의 집’으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터틀넥 스웨터’로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재등단했다. 1만원.
  • “경찰도 땅값 내시오” 관행에 제동

    “경찰도 땅값 내시오” 관행에 제동

    ‘경찰도 땅값을 내시오.’ 지난 24년간 구유지를 무단 점유해온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변상금’을 물게 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 노원구는 2일 경찰이 무단 점유해 사용하고 있는 상계동 도봉면허시험장의 일부 부지에 대한 변상금 30억원을 부과하고, 다음달부터 토지 사용료(연간 7억5000만원)를 받겠다고 밝혔다. 특히 변상금을 부과해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향후 경찰측 대응이 주목된다. 경찰 등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시·군·구유지를 무단 점유해 사용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아 앞으로 지자체의 ‘땅값 받기’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이다. ●24년간 무상 사용 계약도 안 맺어 도봉면허시험장 부지는 모두 6만 7420㎡. 경찰청이 73%, 서울시 18%, 노원구가 9%를 소유하고 있다. 경찰청은 서울시와 토지 무상 사용계약을 맺었지만 노원구와는 별도 계약없이 지난 24년간 구유지를 무단 점유해 왔다. 그럼에도 관공서의 관행으로 받아들여져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사이에 사정이 달라졌다. 도봉면허시험장의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도심 한복판(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주변)에 있는 면허시험장 부지의 개발 필요성이 부쩍 커진 것이다. 2002년 37만 7000명(학과·기능시험 포함)이었던 면허시험 응시생은 2006년 16만 9000명으로 처음 20만명을 밑돌더니, 2007년 16만 3000명, 지난해는 16만명으로 줄었다. 사설 운전학원의 등장과 출산율 감소로 응시자가 해마다 줄어든 것이다. 주민들의 개발 민원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경찰청이 24년간 구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청과 구의회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민 43만명이 면허시험장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상계동 주민 김승민(가명)씨는 “그동안 구청과 구의회가 구재산을 돌보지 않은 것은 사실상 직무 유기에 해당된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구재산권을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달부터 토지사용료도 물리기로 노원구는 경찰청이 도봉면허시험장 부지 이전을 거부하면 변상금(토지 임대료의 120%) 30억원을 물리기로 했다. 경찰청이 24년간 무단 점유해 왔지만 변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기간이 최대 5년(소멸시효 기간)인 탓에 징수금 규모가 크게 줄었다. 변상금 부과는 경찰청 초유의 일이다. 다음달부터는 토지사용료도 물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갈등 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수 차례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성과가 없다.”면서 “올 상반기안에 타결되도록 변상금 부과에 덧붙여 재산 압류 등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노원구를 지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전에) 진척이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노원구의 강경한 태도에 한발 물러섰다. 대체부지를 확보해 주면 이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면허시험장 부지 축소에 동의했다. 하지만 부지 축소 규모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노원구는 면허시험장 부지(6만 7420㎡)를 3만㎡ 이내로, 경찰청은 4만㎡ 규모로 맞서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상금을 부과한다는 소식을 듣고 좀 당황스럽다.”면서 “이의신청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점유한 서울 시·구유지는 모두 20만 4696㎡. 도봉·강남·강서·서부 면허시험장과 경찰서 5곳, 기동대 7곳, 지구대 9곳, 치안센터 98곳 등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다시 쓴 초대장/배익천

    [엄마와 읽는 동화] 다시 쓴 초대장/배익천

    ‘흐흥, 흐흥! 지태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일 이맘때면 선물 더미에 파묻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게 아닐까?’ 오직 그게 걱정이었다. ‘방학과 함께 맞는 생일, 초등학교 마지막 생일을 정말 멋지게 보내야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언제나 내 편인 엄마는 오늘부터 바쁘시겠지?’ 지태는 바쁜 어머니를 어서 보고 싶었다. 빨리 걸었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굼벵이처럼 느렸다.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쁜 걸음으로 문 앞으로 가 섰다. 딩동! 딩동! 벨이 울려도 기척이 없다. ‘시장 가셨나?’ 들뜬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지태는 가방을 고쳐 메고 힘없이 벽에 기대 섰다. 1001 아파트 호수를 이마에 붙이고 있는 회색 문이 갑자기 솟을대문처럼 보였다. 지태는 장난기가 일었다. 텔레비전 연속극의 한 장면처럼 짐짓 뒷짐을 지고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이리 오너라!” 금방 어머니가 깔깔 웃으며 나올 것 같아 몸이 배배 꼬였다. “니가 오니라!” “어!” 어머니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 목소리였다. 배배 꼬이던 몸이 기름에 튀긴 꽈배기처럼 빳빳해졌다. “이리 오너라!” 얼떨결에 다시 나온 말은 화난 목소리처럼 컸다. “아이구! 도련님이시군요. 죄송해요. 조금 전에도 어떤 아이가 장난질을 했기에…….” 삐이걱, 대문을 밀고 나온 아이는 머리카락을 궁둥이까지 땋아 내린 지태 또래의 아이였다. 반쯤 열린 대문 안에서 꽃향기가 더운 바람처럼 쏟아져 나왔다. 벌렁벌렁, 지태의 코는 저절로 벌렁거렸다. “도련님, 서당 다녀오십니까?” 대문 밖으로 나온 아이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이라니? 나는 지금 학교에서 온단다.” “도련님, 오늘도 서당에서 말썽부리셨지요? 마님께서 조금 전에 훈장님 전화를 받고 아주 슬프게 울고 계신답니다.” 아이는 지태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자기 말만 했다. “서당과 훈장님은 뭐고, 전화는 웬 전화냐?” 지태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이리 오세요. 오늘은 마님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실 테니까요.” 아이가 지태의 손을 잡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고린내가 나는 신발장이며 복닥복닥 들어앉은 가구는 간 데 없고 대문 안은 넓은 흙마당이었다. 마당 저 끝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보이고, 군데군데 서 있는 나무는 환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이는 지태를 장독대 곁으로 데리고 갔다. 크고 작은 장독이 넘어가는 햇빛에 맨질맨질 빛나고 있었다. 장독대 둘레에는 웃자란 상사화가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듯 잎사귀를 늘어뜨리고 제비꽃이 무리지어 다소곳이 피어 있었다. “도련님, 왜 남의 귀한 도련님을 자꾸 때리세요?” 아이가 반반한 장독대 축돌 위에 지태를 앉히며 나무라듯 말했다. 지태는 가슴 한복판으로 서늘한 물줄기 하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지태네 반 아이들이 알고, 선생님이 아는 일이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까맣게 모르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걸 선생님이 말씀하셨단 말인가? 그래서 어머니가 울고 있단 말인가?’ 지태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일 선물 더미 속에 파묻혀 숨도 못 쉴 것 같은 즐거운 마음에 얼음물이 끼얹어졌다. 갑자기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마치 남의 집 아들처럼, 술만 취했다하면 머리고 뺨이고 가리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새우처럼 몸을 오그렸다. 퍽, 퍽, 퍽. 귓속 가득 주먹 맞는 소리가 들어왔다. “죽어요. 죽어! 이러다 아이가 죽어요.” 어머니의 비명 소리다. “죽어, 죽어! 다 죽어!” 어머니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아버지 주먹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지태는 아버지에게 맞은 주먹을 아이들에게 다 돌려주었다. 조금만 거슬리면 주먹부터 날렸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머리고 뺨이고 가리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날렸다. 시원했다. 새우처럼 오그라들었던 몸과 마음이 쭉 펴지는 것 같았다. 울고 있는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지태 편이던 어머니다. 지태가 또 두들겨 맞을까봐 아무 것도 아버지에게 이르지 않던 어머니다. 그런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울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 엄마에게 데려다 줘.” “마님은 아직도 울고 계십니다. 오래오래 우실 것입니다. 도련님은 오늘도 귀한 집 도련님들을 많이 울리고 왔으니까요.” “아니야, 오늘은 아무도 때리지 않았어.” “꼭 주먹으로 때려야 때리는 게 아닙니다. 마음으로도 얼마든지 때릴 수 있지요. 도련님은 오늘 동우 도련님에게 생일 선물로 울트라 슈퍼 디럭스를 사오라고 했지요?” “네가 그런 것도 아니?” “왜 몰라요. 별의 커비에 나오는 거잖아요. 그게 얼만지 알아요?” “삼, 삼, 삼만…….” “그래요. 삼만 원도 넘어요. 그러면 동우네 마님께서 무얼 하시는지 아세요?” 지태는 잘 알고 있다. 동우 어머니는 우유 배달을 한다. 1교시가 끝나는 시간이면 학교에도 배달을 한다. 선생님 책상 위에도 우유 하나를 올려놓고 간다. “그 우유 하나를 배달하면 100원 남는다고 쳐요. 3만원이 되자면 몇 개를 배달해야 할까요?” ‘100원이 열이면 1000원, 100이면 10000원…….’ 지태는 눈덩이 굴리듯 머릿속에서 숫자를 굴렸다. ‘300개!’ 말없이 교실을 빠져나가는 동우 어머니 뒷모습이 떠올랐다. 코끝이 찡했다. 아버지의 주먹을 맞았을 때처럼 온몸이 오그라들었다. “동우 도련님은 지금도 떼를 쓰며 울고 있어요. 그걸 사달라고요. 그래서 동우네 마님도 함께 울고 있어요.” 지태는 가슴 깊은 곳에 살얼음이 어는 것처럼 시렸다. “어디 그 뿐이세요? 상수 도련님은 왜 오지 말라고 했어요?” “너, 지금 뭘 보고 말하니?” 지태는 가슴이 뜨끔했다. 아이는 오늘 낮에 지태가 반 아이들에게 돌린 생일 초대장 내용을 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수는 모든 아이들이 싫어하는 아이야.” “그렇지만 도련님이 상수 도련님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상수 도련님처럼 가난하고 공부도 못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될 수는 없어. 우리 집은 이미 엄청난 부자고, 나도 공부를 엄청 잘해. 그리고 모두들 나를 좋아해.” “천만에요. 도련님을 좋아하는 건 도련님의 주먹 때문이에요. 억지로 좋아하는 거란 말이에요.” “아니야. 내일 와 봐.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올 거야. 손에손에 선물을 들고.” 지태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슴에 얼었던 살얼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한 명도 안 올지도 몰라요.” “설마?” “두고 보세요. 닌텐도 디에스는 있어도 닌텐도 윌은 없으니 그걸 사오라고요? 울트라 슈퍼 디럭스보다 엄청 비싼 그걸 사올 도련님이 어디 있겠어요?” 지태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동우의 울트라 슈퍼 디럭스는 물론이고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 속에는 닌텐도 윌이 한 개쯤은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다 알아요.” “뭘?” “도련님이 도련님보다 센 주먹 앞에서는 맥도 못 추고 쩔쩔맨다는 것을요.” “그건 무슨 말이니?” “기억 안 나세요? 지지난 수요일 도련님이 준표 도련님 주먹 한 방에 풀썩 쓰러진 거, 그리고는 이제까지 쩔쩔매고 있다는 거, 도련님들이 다 보고 다 알고 있지요. 그리고 모두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지요. 자기들도 도련님을 그렇게 한 방에 쓰러뜨려야겠다고.” 지태는 으스스 추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 깊은 곳에 또다시 사르르 살얼음이 얼었다. 무서웠다. 준표 주먹은 무서웠다. 아버지 주먹처럼 무서웠다. 아이들이 저마다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작은 주먹들이 점점 커지더니 태권브이 주먹처럼 지태 눈앞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살려 줘. 살려 줘!” 지태는 손바닥을 쫘악 편 채 두 팔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진정하세요, 도련님!” 아이가 지태를 어깨동무하며 살풋 껴안았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다시 쓰면 돼요.” “뭘?” 지태가 아이의 가슴 속에서 귓속말처럼 물었다. “초대장을요.” “정말?” “그래요. 그리고 끝에 한 줄 더 쓰세요. ‘내 주먹은 이제 영원히 잠자는 주먹’이라고요.” “하지만 어쩌지? 생일은 바로 내일이고, 지금은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데…….” “자. 걱정 말고 쓰세요. 마음으로. 제가 모두 전해드릴 테니까요.” 지태는 아이의 가슴에 안겨 초대장을 다시 썼다. 달싹달싹, 마음의 연필로. -친구들아, 미안해. 아까 전해준 내 생일 초대장은 가짜야. 모두 농담이야. 선물은 아무 것도 필요 없어.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모두 와 줘. 우리 집에는 울트라 슈퍼 디럭스도 있고 닌텐도 디에스도 있어. 모두 재미있게 놀자. 그리고 내 주먹은 이제 영원히 잠자는 주먹이야. 영원히. 그럼 내일 봐.- 달싹달싹 초대장을 다시 쓴 지태가 아이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너는 누구니?” 아이가 흠칫 놀랐다. 그러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저, 저요? 저는 복숭아꽃이에요.” 아이가 방긋 웃었다. 아이의 입에서 분홍빛 꽃잎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 둘, 셋, 넷……. 그것들은 친· 구· 들 · 아 · 미 · 안 · 해 하고 꽃잎 하나하나마다 분홍빛 글자를 물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이도 꽃잎과 함께 사라졌다. -매력적이어서 남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용서와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지.- 어디선가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복숭아꽃 꽃말을 설명하시던 선생님의 예쁘고 고운 목소리다. 복숭아꽃이에요, 하던 바로 그 목소리다. “아니, 지태야!” 땡,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어머니 목소리가 지태를 확 덮쳤다. “어, 엄마! 안 울었어?” “이 뚱딴지!” “엄마!” 1001. 아파트 호수를 이마에 붙이고 있는 회색 문 앞에서 지태가 가만히 무릎을 꿇었다. 까만 주름치마, 어머니 두 다리를 꼬옥 잡고. 복숭아꽃 향기가 사방으로 은은하게 퍼졌다.(*) ●작가의 말 아이들을 가르치는 맨 처음의 선생님은 부모님이다. 폭력적인 아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 뒤에는 폭력적인 부모와 맹목적인 사랑이 숨어 있다. 사랑에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용서와 희망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아이는 축복을 받은 것이다. ●약력 ▲1950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남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 ‘별을 키우는 아이’, ‘잠자는 고등어’, ‘내가 만난 꼬깨미’ 등 ▲대한민국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등 받음 ▲부산MBC ‘어린이문예’ 편집 주간, 동의대 문창과 겸임교수
  • 獨 통일 전 살림 그대로 남겨진 주거처 발견

    獨 통일 전 살림 그대로 남겨진 주거처 발견

    독일 통일 전 동독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간직한 20년 전 주거처가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BBC’ 온라인판은 “구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Leipzig)시에서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2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파트 한 칸이 발견됐다.”고 독일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초라한 아파트 부엌에는 구 동독 시절에 쓰이던 식료와 잡화로 가득했으며 외제라고는 서독에서 생산된 데오드란트 병이 전부였다.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은 198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가리키고 있어 이곳에 살던 사람이 언제쯤 집을 비웠을지 가늠케 했다. 건물을 개조하기 위해 내부를 조사하다가 이 아파트를 발견한 건축가 마크 아레츠(Mark Aretz)는 “아파트 문을 열었을 때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했을 당시 가졌을 법한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의 흥분을 전했다. 또 “아파트 안에 남아있던 문서와 편지를 살펴볼 때, 이곳에 살았던 사람이 24살 남성인 것 같다.”며 “동독 정부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독일은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1990년 10월 통일됐다. 사진=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www.faz.net)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사미인곡(KBS1 오후 7시30분) 돌연 일본 이종격투기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하고 떠났다가, 3년만에 다시 돌아온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을 만나본다. 지난 2008년 1월7일에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채 살아남은 임춘월씨. 힘든 상황에서도 밝은 웃음과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춘월씨도 만나본다. ●아침드라마 아내와 여자(KBS2 오전 9시) 연하는 선자를 핑계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만 같은 태환에게 화가 치밀어 태환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태환은 자신이 연하의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해 집을 나가 버린다. 그러나 여진과 결혼하라며 치매증세를 보이는 선자의 모습에 준하와 가족들 모두 당혹스러워한다. ●돌아온 일지매(MBC 오후 9시55분) 친아버지에게 자신이 아들이 아니라는 단호한 말을 듣게 된 일지매는 인간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고, 포도청에서 탈출해 동굴 속에 숨어 살며 농가에 내려가 닭서리를 하며 지내게 된다. 일지매와 함께 탈출한 왕횡보는 자신의 나라인 청으로 도망치고, 첩자를 놓친 구자명은 150 0리에 걸친 왕횡보 추격에 나선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 S 오후 8시50분) 테니스공에 푹 빠져버린 개, 대오. 4년 전 우연히 신도들이 절에 가져 온 테니스공,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번 물자 그 후 단 하루도 테니스공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테니스공을 아무리 멀리 던져 버려도, 몇 시간이 걸려서라도 꼭 찾아오고야 마는 대오. 대오는 왜 테니스공에 푹 빠지게 된 걸까? ●다큐프라임-원더풀사이언스(EBS 오후 9시50분)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것은 모두 믿을 만한 것일까?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에서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기억의 재구성’ 편에서 인지 과학에서 바라보는 인간 기억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오기억(잘못된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태국 남부의 핫야이에서 처음으로 한국 문화 체험 행사가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이곳의 한 대학 김밥 만들기 행사에서 동포들이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이 잡지나 텔레비전에서만 봐오던 ‘김밥’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했다. 또 동포들이 전통 한복과 개량 한복 등 자신들의 한복을 전시하여 주목 받았다.
  •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4) 멕시코 출신 천주교 자양동 성당 주임 추규응 신부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34) 멕시코 출신 천주교 자양동 성당 주임 추규응 신부

    서울 광진구 자양3동 553의 339, 뚝섬유원지역 옆 천주교 자양동 성당은 ‘외국인 성당’으로 더 잘 알려진 본당. 외국인 신자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아니라 주임 신부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천주교계에서 유명한 성당 이름이다. 서울지역 217개 천주교 본당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신부가 주임을 맡고 있는 성당. 이곳에서 신도들과 가족처럼 어울려 나누며 살아가는 주임은 다름아닌 멕시코 출신의 추규응(65·본명 가브리엘 카시자스) 신부이다. 어릴 적부터 선교사의 꿈을 키워 선택한 나라 한국은 이제 추규응 신부에겐 고향이나 다름없는 특별한 인연의 땅. “주님이 원하는 그 날까지 모든 사람과 하느님의 은총을 나누고 살겠다.”는 소신의 선교사제이지만 신앙을 포함한 모든 것에 앞서 사람이 우선이라는 신념과 원칙을 변치 않고 지키며 한국인으로 남아 있는 눈 푸른 신앙인이다. 아파트가 사방에 병풍처럼 휘둘러선 빌딩 숲에 마치 작은 섬처럼 오똑하니 자리잡은 자양동 성당. 허름한 작은 문 턱을 살짝 넘어드니 성당 왼편에 성모상이 손을 벌려 객을 먼저 맞는다. 눈을 들어 성당 구석구석을 훔치고 있자니 성경을 옆에 낀 작달막한 체구의 사제가 총총걸음으로 성당을 들어선다. “손님을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미는 손이 차갑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걸으라.’는 의사의 간곡한 주문을 지키려 시간 날 때마다 인근 한강공원을 찾는단다. 6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 중인 사제치곤 건강해보인다. “아무 문제없이 평안하다.”는 환자 사제의 웃음 띤 얼굴. 교적 신자 5000명 가운데 주일 미사 참석률이 60%를 웃돈다는 성당의 면모가 읽힌다. 지난 1월4일 주임 신부가 됐지만 이 성당 보좌신부로 일한 지는 4년째. 전 주임신부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주임을 맡게 됐지만 보좌신부나 주임신부나 다를 것이 아무 것도 없단다. “그저 살아온 대로 살아갈 뿐이지요. 오히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멀어질까 두려울 따름입니다.” 쉬는 신자(냉담자) 없는 교회 만들기가 꿈이라는 노 사제. 그래서 자리에 앉아 큰소리만 치는 주임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찾아갈 수 있는 모든 곳으로 발품을 판다. 1975년 성수동 본당의 작은 공소로 시작한 성당. 이젠 신도 수 5000의 굵직한 성당으로 우뚝 섰으니 그동안 생겨난 공동체가 오죽 많을까. 보좌신부 시절부터 초등부와 중고등부,청년부를 이끌며 사목해온 사제이니 신자들이 얼마만큼 그를 필요로 하는지 묻지 않아도 뻔할 터. 주임 신부가 되어서도 평일 아침 미사와 주일 미사는 물론 빈첸시오회, 연령회, 요셉회 등 성당의 크고 작은 신행, 봉사단체 모임이며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이른 아침 고백성사와 미사부터 시작해 하루종일 이런저런 모임 챙기기에 바쁘다. 1969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추 신부는 어릴 적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기도할 때마다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을 꼭 하느님의 종으로 불러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을 만큼 유별난 신앙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멕시코의 작은 농촌 쿠아우티틀란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버릇처럼 선교사가 되겠다는 말을 해 고향에서 ‘테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테레사 수녀의 이름에서 딴 멕시코식 애칭이다. 그가 멕시코 본국의 교구 사제로 살아가길 바랐던 어머니와는 달리 정작 추 신부는 동양의 선교사가 되길 원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14살 때 동양에서 선교사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어머니는 “정 뜻이 그렇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그 말을 남긴 지 6개월만에 사별했다. “나 때문에 어머니가 빨리 세상을 뜬 것만 같아 가슴에 못이 박혔지만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제 길을 가야했습니다.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 못해 죄송했지만…” 중고등학교 소신학교를 멕시코에서 다녔지만 신학대는 한국에서 마친 독특한 이력의 사제. 멕시코시티 선교회 신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무렵 먼저 한국을 다녀간 선교사들로부터 한국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주저없이 한국행을 자원, 혜화동 서울신학대를 거쳐 광주 대교구 김대건신학대를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았다. 한국 신학대를 졸업하고 멕시코로 건너가 사제서품을 받는 자리에서 ‘빨리 한국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원을 했다고 하니 한국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사람들과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멋졌어요. 계획한 일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던져 열심히 사는 모습이며 노인 공경, 특히 명절 때 먼 길을 마다않고 고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훈훈한 정은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사제서품 후 곧바로 한국 생활을 시작해 거친 본당만도 전남 고흥을 비롯해 서울 자양동, 광주 쌍촌동,전남 순천 조곡동 등 5~6곳. 그동안 멕시코 과달라하라 소신학교 성소 지도신부와 멕시코 선교회 신학대 부학장,로마 우르바노 대학 신학 사목위원, 멕시코 선교회 운영위원장 소임을 맡기도 했지만 마음은 늘상 한국을 향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멕시코에서의 일을 마친 뒤 간청 끝에 12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순천 조곡동 본당 주임을 맡은 지 얼마 안돼 혈변을 보곤 이상하게 여겨 병원을 찾아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빨리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한국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한국을 고집했지만 결국 주위의 권유에 떼밀려 멕시코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6개월만에 억지를 부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술 받을 때며, 퇴원 후 멕시코에서 항암치료를 받던 무렵 자신의 쾌유를 위해 한국의 조곡동 성당 신자들이 밤낮 끊임없이 기도를 이어갔다는 소문을 나중에야 전해들었다고 한다. 지난 연말 병원을 찾아 재검사 끝에 “대장암 발병 징후가 없다.”는 소견을 듣고 가장 먼저 한국의 신자들을 떠올렸다는 추 신부. 5년간의 투약 탓에 당뇨, 고혈압 합병증을 얻었지만 두려운 게 없단다.“나를 위해 기도하는 신도들이 있고 내가 있어야 할 존재의 이유, 즉 한국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됩니다.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인터뷰 동안에도 노 사제를 찾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결국 모임에 잠시 다녀오겠다며 신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어려운 고비가 닥칠 때마다 의지하곤 한다는 성경 구절을 찾아보았다. “…내가 그들을 위하여 비옵나니 내가 비옵는 것은 세상을 위함이 아니요. 내게 주신 자들을 위함이니이다…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그들을 위하여 내가 나를 거룩하게 하오니 이는 그들도 진리로 거룩함을 얻게 하려 함이니이다…”(요한복음 17장) 어느 순간 돌아와, 성경을 읽어내려가는 기자의 뒤에 섰던 노 사제가 말을 보탠다. “사제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그 부름에 응한 대리인들이 아닐까요.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랑을 나누는 것 뿐입니다. 당연히 차별하지 않은 채 사랑하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건 봉사할 준비를 해야 하지요. 한국은 제가 그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 땅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추규응 신부는 ▲1944년 멕시코 쿠아우티틀란 출생 ▲1967년 멕시코시티 선교회 신학교 철학과 졸업 ▲1969년 9월 한국 입국 ▲1973년 광주 대교구 김대건신학대 졸업 ▲1974년 멕시코에서 사제서품 ▲1975년 한국 재입국 ▲1975~1978년 전남 고흥본당 주임 ▲1978~1979년 서울 자양동 본당 사목 ▲1979~1982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소신학교 성소 지도신부 ▲1982~1984년 광주 쌍촌동 본당 주임 ▲1984~1988년 멕시코시티 선교회 신학대 부학장 ▲1988~1990년 로마 우라바노대학서 신학사목 ▲1990~2002년 멕시코 선교회 운영위원장 ▲2002년 12년만에 한국 귀환 ▲2003년 대장암 진단, 멕시코서 수술후 한국귀환 ▲2003~2004년 순천 조곡동 본당 주임 ▲2004~2008년 자양동 본당 보좌신부 ▲2009년 1월 자양동 본당 주임신부
  • “윌 스미스와 사진찍자” 모형 포토존 화제

    “윌 스미스와 사진찍자” 모형 포토존 화제

    윌 스미스가 서울 한복판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세븐 파운즈’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 윌 스미스 모형이 설치된 것. 두 개의 고급스러운 의자와 함께 검정 양복을 입은 모형은 얼핏 보면 실제 윌 스미스라고 착각할 정도다. 모형이 설치되자마자 사진을 찍으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개봉예정작 ‘세븐 파운즈’ 홍보의 일환으로 설치된 이 포토존은 약 한 달간 유지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2일 열린 시사회를 통해 ’가슴 뜨거운 감동드라마’ 라는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세븐 파운즈’는 일곱 명의 운명을 바꿔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2월5일 개봉 예정.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소녀시대, ‘한복 자태’ 깜찍발랄 새해인사

    소녀시대, ‘한복 자태’ 깜찍발랄 새해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돌그룹 소녀시대가 한복을 입고 설날인사를 전했다. 9명 소녀들은 각기 다른 개성의 한복과 깜찍 발랄한 포즈로 한껏 매력을 발산했다. 최근 발표한 타이틀곡 ‘지’(Gee)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소녀시대는 “오랜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했는데 많은 관심과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2009년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다.”며 새해인사를 전했다. 이어 “우리를 보며 밝고 행복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활동하는 소녀시대 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 SM)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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