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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어두운 상점들의 도시/전민식 작가

    [금요칼럼] 어두운 상점들의 도시/전민식 작가

    얼마 전 좀 섬뜩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출근 시간인 듯한데, 사람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지나가는 사진이었다. 겨울인 데다 배경의 흑백 톤 때문인지 마스크를 쓴 사람들 풍경이 좀 기괴하고 낯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바뀐 세상의 풍경이 실감나지 않았다.  전업작가로 살고 있는 데다 전염병이 기승을 부려 집 밖엘 잘 나가지 않는 편인데 수년 만에 선배와 서울 한복판에서 약속이 잡혔다. 반가운 이였고 늘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라 만나게 되었다. 막상 만나려고 생각하니 전에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제약들이 나를 따라붙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9시 이후 영업금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반드시 마스크 착용,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곤 항시 마스크 착용….  크게 불편한 일이 아니니 지키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선배와 만나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고 앞으로의 일들을 이야기한 후 우리는 어김없이 9시에 식당에서 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 바로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2차라는 건 생각해 볼 수도 없었다. 거리엔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우리가 식당 앞에 서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사람들이 썰물처럼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죄다 마스크를 쓴 채, 별 말도 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데 그 순간 섬뜩했던 사진이 떠올랐다. 마스크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좀 어두운 골목을 지나는데 그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어떤 특별한 장소를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1997년 상영된 ‘가타카’(Gattaca)라는 영화의 한 장면,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출근해서 똑같은 책상에 앉아 똑같은 장비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 때문이었다.  안전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당연한 조치이지만 전 세계를 분란 속에 빠뜨린 전염병 하나가 사람들의 개성과 정체성을 앗아가 버렸다. 이후 전염병은 우리를 무기력의 세상으로 밀어넣고 말았다. 얼굴을 반쯤 가린 마스크 때문에, 눈앞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의 멋이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았다.  지난겨울 어느 날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결혼식은 뒤로 미룬다지만 장례식까지야 미룰 수 없어 상을 치른다. 문상객 없는 조용한 장례의 시간이었다. 떠들썩해야 할 자리에 손님은 사라지고 상주와 적막감만 맴돌았다. 이 시대의 역병은 소멸시켜야 하지만 웃음, 슬픔, 눈물, 행복, 불행 같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것들까지 걷어가고 말았다.  어쩌다 서울 나들이 나가 출판사 사람들이나 작가들 만나는 일이 사라졌고, 한 작품을 놓고 신나게 떠들어대는 독서 모임 또한 사라졌다. 창작수업은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으며 반가운 사람들 만나 한 잔 더 걸칠 수 있는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어둠은 빛을 먹고 자라지.’  내가 쓴 어느 소설의 첫 번째 문장이다. 빛이 없으면 어둠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소설을 통해 터널은 언젠가 끝난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다. 터널 밖으로 나가면 환한 봄이 있고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가골목을 지나게 되었다. 한창 불야성이어야 할 골목이 어두웠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스산했다. 어쩐 일인지 가로등도 꺼져선 쇠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모두의 노력으로 터널의 끝에 곧 도달할 것이다. 적막한 이 풍경들은 나의 세대에는 물론 다음 세대에도 두 번 다시 맞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들을 빨리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죽음을 사색하다… 삶을 사유하다

    죽음을 사색하다… 삶을 사유하다

    독일 유명 예술가 잠든 도로텐슈타트 묘지제임스 터렐의 작품 있는 작은 예배당 북적 한적한 묘지뷰 선호…가족·연인들 쉬어가 “어느 공원으로 갈까?” 카페나 밥집은 아직도(!) 갈 수가 없으니 매번 가는 곳은 공원이다. 집 앞 언덕 위 작은 공원으로 가거나 판코에 있는 뷔거 공원을 가거나, 날이 정말 좋으면 집에서 먼 샤를로텐부르크의 슐로스 파크까지 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간 곳 역시 공원이었다. 사람들도 다 공원으로 모인다. 잘 알려진 공원일수록 사람도 많다. 다닥다닥 앉을 일은 없지만, 가끔 인적 드문 곳으로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땐 공원 대신 ‘공동묘지’로 간다.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베를린에선 놀이터 만큼이나 친근한 곳이다. 베를린 도심 안에 꽤 많은 공동묘지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이렇게 묻는 것이다. “이번엔 어느 묘지로 갈까?”●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 도로텐슈타트 유럽의 큰 도시 안에서는 관광 명소를 가듯 묘지를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걸 14년 전 파리에 처음 갔을 때 알았다. 베를린에서 열흘을 보낸 뒤 파리로 갔는데, 친구가 많았던 베를린과 달리 파리에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외롭고 심심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화이트 와인을 병째 나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고 센 강변엔 키스하는 연인들 천지였다. 처음 간 파리는 로맨틱한 도시였지만, 홀로 여행하는 자에겐 끔찍이 외로운 도시였다. “파리는 이제 절대 혼자 오지 않겠어.”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때 머물던 민박집에서 가까운 곳에 ‘페르 라셰즈’란 공동묘지가 있었다. 파리에서 가장 큰 묘지이자 쇼팽, 오스카 와일드, 에디트 피아프, 짐 모리슨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잠든 곳이다. 시내 중심가로 나가기 전 잠깐 들르려고 갔다가 그곳에서 아침나절을 모두 보냈다. 외롭고 기가 죽어 있던 나는 조용하고, 사람도 없고, 아름다운 정원 묘지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이는 파리에서 왠지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유럽의 묘지를 가게 되었다. 으스스한 기분이나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유명한 공원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갔고, 묘지의 대부분은 실제 잘 가꿔진 공원이기도 했다. ‘페르 라셰즈’ 묘지 안에 있는 길이며 이정표, 나무들, 묘비들이 지금도 떠오른다. 모두 속삭이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베를린의 묘지도 그렇다.베를린에서 가장 먼저 가 본 묘지는 ‘도로텐슈타트’ 공동묘지였다. 당시 머물던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산책하듯 가볍게 갔다. 1763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다. 18~19세기 독일 당대의 유명 예술가와 학자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철학자 헤겔부터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가 하인리히 만, 건축가 카를 프리드리히 신켈 등의 묘비를 찾을 수 있다. 유명 인사들의 묘비 앞에는 베를린시에서 수여한 붉은 명예 석판도 박혀 있다. 베를린에서 태어났거나 활동하고 사망한 유명인사들이 이곳에 잠든 것을 영광으로 기린다는 표식이다. 메인 입구의 안내판에는 유명인들의 묘지를 표시한 지도도 있다. 지도에 표시된 25개의 숫자를 보며 유명인들의 묘비를 찾아다닐 수도 있다.각각의 묘비 장식도 아름답다. 고대 로마 스타일의 석관처럼 만들어진 묘부터 대리석이나 화강암에 얼굴 부조를 넣은 묘비, 단단한 오벨리스크, 네오 고딕 양식의 주철로 된 십자가, 소박한 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 세워진 묘비들은 새하얀 대리석에 모던한 사각형으로, 마치 현대 조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묘비 위에 놓고 간 작은 돌들을 보면 얼마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이었는지 가늠이 된다. 도로텐슈타트 묘지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높은 벽 너머의 다른 부지에는 작은 예배당이 있다. 독일어의 ‘독’자도 못 알아들으면서 몇 년 전 이곳 예배당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참석을 원하는 사람은 온라인 예약을 해야 했는데, 이유는 예배당 안에 설치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빛과 공간의 마술사’라 불리는 그는 당시 새로 보수를 마친 작은 예배당 안을 경건하고 신비로운 빛으로 장식해 놓았다. 이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줄도 길었다. 예배 내용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림자가 전혀 드리워지지 않는 빛의 구도와 끊임없이 변하는 색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작품은 지금도 설치돼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예배당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터렐 특유의 빛과 색을 다시 마주할 날이 오면 좋겠다.●베를린 동네마다 있는 다양한 묘지공원 베를린의 묘지를 다니며 느낀 건, 이 도시에선 죽음의 공간이 매우 일상적이란 사실이었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묘지들이 가까이 있기도 하거니와, 새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의 전망이 ‘묘지 뷰’인 곳도 많다. 그렇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 오히려 ‘묘지 전망’의 집이 더 비싸게 팔린다. 앞을 가리는 건물이 전혀 없고 탁 트인 녹음이 내다보이는 전망을 누구나 원하기 때문이다. 수세기를 지나는 동안 베를린의 묘지는 마구 자란 나무들이 울창하고, 작은 숲을 이루는 또 다른 공원이자 유적이 됐다.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묘지 안을 산책한다. 점심시간엔 샌드위치를 사 들고 와서 먹는다. 아이들을 풀어놓고 놀게 하고, 10대들은 묘지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떤다. 사랑하는 사람의 묘비 앞에 백합을 놔두는 등 잘 관리되기도 하지만, 더이상 운영되지 않아 공원으로 변한 묘지도 많다. 남자친구와 자주 가는 라이제파크도 딱 그런 곳인데,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의 잊혀진 무덤 위에 매번 누워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심 한복판에는 여전히 연고도 없이 죽은 군인이나 장교들이 묻힌 묘지가 있는가 하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는 더이상 무덤을 만들지 않고 추모의 공간으로 유지하는 곳도 있다.가 본 곳 중엔 베딩에 있는 세인트 엘리자베스 묘지도 특별했다. 터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답게 이 묘지 주변에는 터키인들의 주택이 많았다. 집에서 크게 틀어놓은 흥겨운 터키 음악이 묘지 안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묘지 안에서는 동그란 안테나가 집집마다 달려 있는 공공주택이 바로 보였다. 걸어 놓은 빨래가 펄럭이고, 터키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노란 차양의 발코니가 귀여운 아파트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름이면 이 묘지에 누워 있는 주인들은 활짝 열린 창 너머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주민들의 소음에 분주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묘지 안을 한참 걷다가 빗물을 담아 놓는 커다란 돌 항아리를 보았다. 물 안에 커다란 나무토막이 들어 있었는데 “누가 여기에 나무토막을 빠뜨려 놨지?” 하고 얼른 빼내야 할 것 같은 모양새였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항아리엔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물 항아리 안에 새들이 자주 빠집니다. 새들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넣어둔 나무이니 빼지 마세요.” 묘지 안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작은 딱따구리의 딱딱딱 소리와 뾰로롱 하는 방울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새소리를 들으려 숨죽여 있으면 사위는 조용해지고, 어느새 묘지를 감싸고 있는 고요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가 보고 싶은 묘지 중엔 베를린 서남쪽에 위치한 그루네발트 묘지가 있다. 그루네발트 숲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이곳은 베를린에서 오랫동안 ‘자살 묘지’로 불렸다. 처음엔(18세기 말) 하벨강에서 떠내려오는 시신들을 묻는 곳으로 쓰이다 점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시신도 알게 모르게 묻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일반 묘지에 묻힐 수 없었다. 어디에서도 이들의 시신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루네발트 묘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시신도 받게 되자 스스로 삶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이 근처로 찾아왔다고 한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국의 전위적인 록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집 앨범에 여성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니코’도 이곳에 묻혀 있다. 그는 이른 나이에 자전거 사고로 죽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해 이곳에 묻힌 엄마의 곁에 있기 위해 이곳에 함께 잠들었다.●죽음 때문에 더 빛나는 인생 오랜만에 도로텐슈타트 묘지에 들렀다. 운 좋게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묘지 안의 하얀 자작나무 길을 걸어 묘비 사이로 들어가니 연보라색 크로커스가 한가득 피어 있었다. 낮게 핀 꽃들 속에는 벌써 많은 벌들이 찾아와 윙윙 거렸다. 묘지의 한가운데에서 봄의 생기가 치솟는 순간이었다. 해가 잘 드는 나무 벤치에 앉아 정면에 있는 봉안당을 바라봤다. “나는 죽으면 어디에 묻히게 될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살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혹시라도 남자친구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서울로 돌아갈 것 같았다. 막연히 한국 어딘가에 묻힐 거라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왔으니까. 혼잣말 같은 내 질문에 남자친구는 대답했다.“아니, 돌아가지 않을걸. 그때는 여기에 너의 삶이 있을 테니까. 한국에 돌아가도 부모님은 더이상 계실 수 없을 거고…, 형제자매가 있어도 같이 살진 않을 텐데. 물론 친구들이 있지만 누가 남아 있을지 모르고. 무엇보다 그동안 이곳에서 깊어진 인연들이 있겠지. 이곳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생각지 못한 인연도 생기고 말이야.” 다 늙어서 돌아갔을 때, 반겨줄 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텐데도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반대로 살아왔다. 서울에 있을 땐 외국에서 살고 싶고, 외국에선 서울을 그리워하고. 가족과 살 때는 독립이 하고 싶고, 혼자 살 때는 엄마 밥을 먹고 싶어 하고. 회사를 다닐 땐 때려치우고 싶고, 그만두고 나면 ‘그래도 그때가 편했지’ 생각하고 등등등.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말처럼 “우리는 늘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무시하고” 산다. “그렇게 삶을 소진하다가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이곳의 삶에 좀더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개구리 삶은 그만 살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살아야겠다고. 그러면 내가 묻히고 싶은 곳을 그때는 알게 되지 않을까.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땅속 60m까지 내려가 보고 듣고… 노원, GTX보다 빠른 현장 챙기기

    땅속 60m까지 내려가 보고 듣고… 노원, GTX보다 빠른 현장 챙기기

    내년 6월 C노선 착공 앞두고 현장 방문통근시간 단축·민원이 변수 등 설명 들어“관계기관 조율통해 요금 등 편익 높일 것”“윙~. 지하 60m 구간까지 내려갑니다. 지하에서는 180m 길이 본선 터널 굴착 현장을 보시겠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서울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민간투자사업 제5공구 현장. 터널 굴착 공사 현장으로 내려가는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땅속 60m까지 내려갔다. 공사 현장에는 발파한 흙더미를 나르는 덤프트럭이 지하에서 지상까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주히 움직였다.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구청 관계자들은 안전모와 전용 신발을 신고 본선 터널에 도착했다. 현장 관계자는 “이곳은 서울역 정거장으로 총 180m짜리 구간”이라면서 “이곳부터 열차는 가장 빠른 직선화 구간을 지나 용산구 후암동을 거쳐 남산 하얏트호텔까지 이어지며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 구청장은 “GTX 사업이 처음 시행되는 것인데 공사를 직접 맡아 긴장도 되시겠지만 보람도 있으시겠다”고 격려했다. 이날 오 구청장은 노원구를 관통하는 GTX C노선 진행 절차에 참고하기 위해 A노선 공사현장을 특별히 방문했다. GTX A노선 관계자에 따르면 A노선은 운정 신도시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총 82.123㎞ 구간(정거장 5곳, 차량기지 1곳)으로 2019년 6월 30일부터 착공해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개통되면 운정 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20.25분, 서울역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26.25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통근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기 때문에 도심 외곽에서 중심부로 접근성이 확실히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오 구청장이 “공사 일정에 변수는 없나”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민원이 가장 큰 변수로, 강남구 청담동 민원 때문에 공사 일정이 11개월 지연됐다”고 전했다. 오 구청장은 이날 공사현장 방문을 계기로 양주 덕정과 수원을 잇는 GTX C노선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GTX C노선은 수익형민자사업(BTO)으로 추진되며 10개 정거장으로 구성된다. 오는 5월까지 민간사업자 공모를 추진하고 이후 평가를 거쳐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사업비는 약 4조 3857억원으로 추산된다. GTX C노선이 개통되면 덕정∼삼성 구간은 82분에서 27분으로, 수원∼삼성 구간은 71분에서 26분으로 이동시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오 구청장은 “GTX C노선이 내년 6월 착공 예정인데 A노선 공사현장을 실제로 보니 실감이 난다”면서 “다만 요금이 일반 지하철 요금보다는 비쌀 것 같은데 관계기관과의 조율을 통해 주민들의 편익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주저하지 말자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주저하지 말자

    14개월이라는 긴 코로나19의 유행 한복판을 지나서 드디어 지난 1일 1차 백신 접종을 했다. 전날부터 많이 설?던 것 같다. 휴일 아침이었지만 잠도 깊이 못 자고 평상시보다 더 일찍 눈을 떠 밝아 오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예진표를 작성하고 예진을 담당하는 의사를 만나고 예방접종을 받았다. 급성 이상 반응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찰구역에서 15분간 대기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시간 정도 지난 후부터 접종 부위인 왼팔의 상완부가 약간 뻐근한 증상이 시작됐고 이 증상은 하루 정도 지속된 후 완전히 회복됐다. 첫 접종은 무난히 지나간 것 같다. 같은 날 접종을 같이 받았던 20대 간호사들은 전신 근육통과 미열이 있어 나보다는 조금 더 힘들게 지나간 듯하다. 2월 26일부터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종사하는 의료진과 65세 미만의 입소 또는 입원환자에 대한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8일 0시 기준 이상 반응 신고 건수는 모두 3915건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33건, 경련이나 중환자실 입원을 포함한 중증 의심 사례 5건, 사망 사례는 11건이다. 우리보다 먼저 예방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선 2020년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백신 후 사망신고가 196명(접종자 1750만명) 있었다. 백신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은 확인된 게 없었다. 이 기간과 전년도 같은 기간을 비교해 보면 요양원에서 발생한 사망률 통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영국 역시 2월 21일까지 화이자백신 접종자 중에서 212명(접종자 940만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중에서 244명(접종자 840만명)에 이르는 사망신고가 있었지만 백신과의 연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했다. 지난 1월쯤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전문가들과 회의를 하면서 코로나19와 지내온 지난 1년보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올해가 더 힘들 것 같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4차 대유행이 벌어진다면,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대응을 동시에 하기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게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백신 접종 이상반응 신고가 이어지면 지난해 독감접종 때처럼 과도한 공포심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3차 유행이 완전히 잠잠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언제든 확진자가 급증할 수도 있어 부담스럽기만 하다. 예방접종 후 사망자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작년의 독감백신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 유행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백신 접종을 순조롭게 해 나간다면 올해 말 또는 내년에는 한결 나은 상황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무너져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희망의 싹이 솟아나고 있다. 백신 접종 순서가 왔을 때 꼭 예방접종하시기를 부탁드린다.
  • 국내 최대 마약 조직 일당 검거… 필로폰 2만명분 압수

    국내 최대 규모 마약조직의 지휘부와 조직원 40여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8일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상인 50대 A씨와 일당 40여명을 구속하고, 일부는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마약을 만들어 유통시킨 걸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 700g가량의 필로폰도 압수했다. 약 2만 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거래금액으로 따지면 5억원가량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마약을 들여와 개인에게 판매하고, 일부는 순도를 높이기 위한 중간 제조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마약 거래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6개월 추적 끝에 지난달 서울 양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확보된 필로폰 외에도 이들 일당이 국내에 들여온 필로폰 양이 수백kg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일당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주한 수단대사관 차량, 강남대로서 택시 추돌 뒤 뺑소니

    주한 수단대사관 차량, 강남대로서 택시 추돌 뒤 뺑소니

    주한 수단대사관 소속 차량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3분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강남역에서 교보타워사거리 방면으로 달리던 제네시스 차량이 차선 변경 중 앞서가던 쏘나타 택시의 왼쪽 뒤 범퍼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 승객이 경상을 입었다. 택시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사고 현장을 촬영했지만, 제네시스 차량은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네시스 차량에 부착된 외교 번호판을 조회하니 수단 대사관 소속으로 확인됐다”며 “대사관 직원은 면책특권으로 처벌은 어려울 수 있어 보험사를 통해 피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연락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 고속도로 갓길에 아기 앉힌 카시트, 이를 본 출근길 남자는

    미 고속도로 갓길에 아기 앉힌 카시트, 이를 본 출근길 남자는

    고속도로 한복판을 달리는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미국 루이지애나주 록포트에서 교대 근무를 위해 트럭 운전대를 잡은 루크 듀프레인(23)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는 “뒤를 돌아보니 그 남자가 아기를 (갓길에) 놓으려 하고 있었다. 해서 난 아기를 되찾으러 가려고 유턴을 해 잔디까지 밟으며 돌아갔다”고 말했다. 문제의 아빠 딜론 테레본네(27)가 아기, 아내를 뒤에 태우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운전하다 아기 엄마에게 주먹을 날린 뒤 홧김에 아기를 도로에 버리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라포르셰 패리시 보안관실은 밝혔다. 그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불법 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말싸움이 시작되자 테레본네는 차를 갑자기 멈춰 세우고 뒷좌석 문을 연 뒤 아내의 머리에 주먹을 날리고 목을 졸랐다. 아기 엄마는 가까스로 차 밖으로 피해 달아났다. 그러자 그는 SUV에 다시 올라 달리기 시작했다. 1마일쯤 달렸을 때 다시 차를 세운 그는 아기의 카시트를 떼내 갓길에 버려 놓고 다시 운전해 떠났다. 듀프레인은 아기를 다른 차량이 덮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트럭이 일종의 방벽이 되게 세웠다. 그가 차를 세우자 두 여성이 달려왔다. 한 명은 목격자였고, 다른 한 명은 멀리서 남편의 행동을 지켜보다 미친 듯 달려온 엄마였다. “그 엄마는 숨이 턱에 차있었다. 그 숙녀(목격자)가 911에 신고를 해 (달아난 남편의) 차량을 설명하는 것을 내내 듣고 있었다. 난 모든 것이 안정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최대한 오래 머물렀다.” 아기 엄마는 “할 수 있는 한 빨리 고속도로를 따라 내달렸다. 하느님께서 돌봐 목격자들이 그 장면을 봤고 내가 하기 전에 그들이 아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온종일 남편을 찾았는데 그는 고햐인 아베빌레에 돌아와 그곳에서 체포됐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본 그 남성(듀프레인)이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 아기를 되찾았다. 몇 초 뒤 난 아이를 품에 안았다.” 테레본네는 라포르셰 패리시 감옥에 보석 없이 수감됐다. 당국은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엄마와 아기 모두 다친 곳이 없다고 했다. 듀프레인은 영웅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며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면 당연히 할 일이라고 했다. “난 그들과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아이를 위해 재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모든 분들이 내게 건넨 친절한 말들에 감사드린다. 좋은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느낄 뿐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조선시대 왕의 길 ‘돈화문로’, 제2의 인사동으로 살아난다

    조선시대 왕의 길 ‘돈화문로’, 제2의 인사동으로 살아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돈화문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들을 찾겠습니다.” 서울 도성 한복판에 자리한 돈화문은 창덕궁의 정문이자 돈화문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돈화문로는 조선시대에 왕이 행차해 백성을 직접 대면하던 길로 ‘왕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왕은 돈화문로에서 백성의 소리를 들었다. 종묘와 별궁에 행차하고 사신을 마중할 때도 지나갔다. 종로구는 유구한 역사가 깃든 왕의 길 돈화문로 일대를 사람과 상권이 동반 성장하는 활력 넘치는 도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제2의 인사동으로 조성하고자 올해 말까지 돈화문로 활성화에 나선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3일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이 일대를 대표해 온 축제와 행사는 온라인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지역경제 침체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돈화문국악당, 떡박물관, 색동박물관 등 주요 문화시설과 연계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종로구는 지역상인, 건물주, 각종 협의체 대표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2019년 구성한 ‘돈화문로 문화보존회’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 문화보존회는 그간 돈화문로 일대 주요 가로 정비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축제를 주관했다. 매월 2회 정기 및 수시 이사회 회의를 열어 돈화문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내고 있다. 다음으로 전통 문화유산과 각종 콘텐츠를 결합해 돈화문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색 있는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돈화문로 문화축제’, ‘가족과 함께하는 돈화문로 나들이’ 등을 열고 이 일대에 자리한 우리소리도서관, 우리소리박물관, 돈화문국악당 등과 연계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5월에는 돈화문로 국악 대축제, 9월에는 대한민국 국악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이달부터 11월까지는 돈화문로 활성화를 위한 주민공모사업을 한다. 지난해에는 돈화문로 지역의 주요 장소와 각종 흥미로운 아이템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서순라길을 대표하는 공예산업을 소개했다. 올해 공모사업 심사는 1차 서면, 2차 보조금심의위원회 순으로 이어진다. 선정된 단체에는 최대 800만원을 지원한다. 김 구청장은 “임금이 백성의 삶을 들여다보던 돈화문로는 도심 속에서 한국 전통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대표적 지역”이라며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차라리 날 쏘세요” 미얀마 경찰 앞 무릎 꿇고 애원한 수녀님

    “차라리 날 쏘세요” 미얀마 경찰 앞 무릎 꿇고 애원한 수녀님

    “쏘지 마세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마세요. 원하면 나를 쏘세요.”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가 지난달 28일 미얀마 북부 도시 미치나에서 중무장한 경찰 병력을 앞에 두고 도로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애원하며 두 손을 든 채 울부짖은 한 수녀의 사연을 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 안 로사 누 따웅 수녀는 물러서라는 군경의 위협에도 “교회와 국민,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됐다”면서 “나는 가톨릭 수녀이자 미얀마 국민으로서 다른 국민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시위대로의 진격을 멈추고 총을 내려놓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누 따웅 수녀는 또 경찰에 쫓기던 시위대에 수녀원을 피신처로 제공하는 한편 부상자들의 응급 치료에도 도움을 줬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수녀님에 의해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수녀님의 진심어린 요청으로 군인들의 폭력을 제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갔다”며 목격담을 전했다. 누 따웅 수녀의 용기있는 행동이 처음 알려진 것은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수녀의 사진을 올리면서다. 보 추기경은 사진설명으로 “누 따웅 수녀가 자유와 인권을 달라고 항의하는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누 따웅 수녀가 눈물로 간청하면서 100명의 시위대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미얀마 군경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서 전국의 시위자 가운데 최소 18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쳐 지난달 1일 군사 쿠데타 발발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날이었다. 누 따웅 수녀가 거리에 나서기 전 이곳에서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으며 이를 직접 목격한 누 따웅 수녀가 참다못해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보 추기경이 공개한 사진들은 이탈리아 유수의 가톨릭 전문 매체들에 잇달아 실리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 교인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로마의 한 한국인 사제는 “마치 5·18 광주민주항쟁과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 경찰이 2일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또다시 실탄을 발사, 최소 3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의 실탄 발포는 지난달 28일 ‘피의 일요일’ 이후 이틀 만이다.특히 이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미얀마 군정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찰스 마웅 보 추기경 트위터 캡처
  • 英 대학교 한복판서 터진 2차대전 폭탄 1000㎏(영상)

    英 대학교 한복판서 터진 2차대전 폭탄 1000㎏(영상)

    영국 도심 한가운데서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약 1000㎏의 폭탄이 터졌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아침 잉글랜드 데번카운티 엑서터에 있는 엑서터대학 캠퍼스 서쪽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이 발견됐다. 경찰과 군 당국은 현장에서 약 1000㎏에 달하는 폭탄을 확인한 직후 대학생 1400명 및 인근 2600가구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폭탄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조치가 어렵다고 판단한 전문가들은 다음날인 27일 오후 6시 10분경, 폭탄을 폭발시켰다. 도심과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에서 상당량의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장면은 드론으로 생생하게 촬영됐다.  폭탄이 터지자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연기와 잔해가 솟아올랐다. 현지 언론은 폭발음이 약 10㎞ 떨어진 지역에서도 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비록 폭탄은 제거됐지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다음날까지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현지 군 대변인은 “안전 평가 작업이 주말 안에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계선 내부의 모든 빌딩과 주택의 출입을 차단한다”고 밝혔다.일부 주민들은 28일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탄을 강제로 폭파하면서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일부 주택에는 금속을 포함한 잔해물이 떨어져 유리창이 깨지거나, 지붕이 파손돼 대대적인 공사를 필요로 하는 피해도 있었다. 해당 지역에서 약 10㎞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SNS에 “이곳까지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남겼고, 대피 가구의 한 주민은 “폭발의 충격으로 창문이 고장났다. 모두 안전하기를 바라며 대피한 엑스터대 학생들과 주민들이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목적지 도로 한복판”···택시에서 내려 사라진 20대女

    “목적지 도로 한복판”···택시에서 내려 사라진 20대女

    “친구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 20대 여성이 택시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에서 택시를 잡은 A씨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하차한 뒤 연락이 끊겼다. A씨의 거주지는 서울 노원구다. 경찰은 “A씨 가족의 실종 신고를 받아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4일 오전이다. 신고를 받은 영등포경찰서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의 동선을 파악하고 한강경찰대와 공조해 A씨를 찾고 있다. 실종된 A씨, 외투·휴대전화만 발견 한 행인이 A씨의 외투와 휴대전화를 발견해 인근 지구대에 가져다줬고, 이를 알게 된 A씨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실종 직전 A씨를 태운 택시기사는 “처음 목적지로 설정한 곳이 가드레일이 쳐진 도로 한복판이어서 인근 상가에서 내려줬다”며 “내릴 때는 여느 손님처럼 ‘감사합니다’고 말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직 뚜렷한 혐의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A씨의 유류품이 발견된 지역은 CCTV가 설치돼있지 않은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납치 등 강력사건이거나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서울광장] 결국 ‘1호 접종자’는 없었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결국 ‘1호 접종자’는 없었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오늘부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백신 접종 1호는 누구냐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결론은 허무했다. 1호는 따로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전국 500여곳에서 동시다발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굳이 따지자면 접종이 시작되는 아침 9시에 백신을 맞는 사람은 모두 1호인 셈이다. ‘1호 접종자’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의외다.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한 다른 나라에서는 없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가 돼야 한다는 논쟁이 뜨거웠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을 1호로 맞아야 한다는 주장은 유승민 전 의원이 처음 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소모적인 정쟁거리로 비화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대통령이 백신 1호 접종자가 될 거로 보는 사람은 많았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서다. 최고지도자가 제일 먼저 손을 들 거라는 기대감도 그래서 나왔다. 물론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냉정하게 보면 개인의 선택이라 강요할 일도 아니다. 다만 외국에서는 국가지도자가 선도적으로 백신을 맞은 선례가 잇따랐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진해서 첫 접종자가 됐다. 국민의 3분의1이 백신 접종을 꺼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다. 총리가 나선 덕인지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다. 벌써 국민의 절반이 백신을 맞았다. 완전한 일상 복귀를 4월로 잡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다. 작년 12월엔 78세의 고령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백신을 맞았다. 1호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이다. 정치지도자가 위기의 순간 전면에 나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의무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뜻을 내비쳤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백신을 기피하는 상황이 돼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저는 그것(우선접종)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90% 이상이 백신을 맞겠다고 밝힌 설문조사를 근거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한데 이 조사는 요양병원 종사자 등 1차 접종 대상자들에게 돌린 내용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또 다르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성인의 절반 이상(50.8%)이 자기 순서가 오더라도 백신 접종을 연기하거나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늘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65세 이상 노인 리스크가 있다는 우려로 국내에서도 65세 미만으로 대상자를 바꾼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대통령이 1호 접종자가 됐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가짜뉴스’를 일축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여야 간 서로 물어뜯는 정치공방으로 변질됐다. 유 전 의원의 제안에 정청래 의원은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과 모독”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으라는 제안이 왜 국가원수 모독인지는 모르지만, 곧이어 야권에서는 “그럼 국민이 실험 대상이냐”는 반박이 나왔다. 정 의원은 이번엔 “유승민씨, 그러면 당신과 내가 먼저 백신을 맞자”고 엉뚱한 역제안을 했다. 이후 코미디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친문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대통령을 대신해 자기들이 백신을 맞겠다고 경쟁하듯 앞다퉈 손을 들었다. 백신이 ‘독배’도 아닌데 서로 몸을 던져 대신 맞겠다고 나서는 건 국내 정치권에서만 처음 보는 이상한 현상이다. 여당 의원들이 기를 쓰고 대통령의 1호 접종을 막으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위험한 게 아니냐는 오해만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 ‘백신의 정치화’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거꾸로 백신 문제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밀어넣는 꼴도 됐다. 대통령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의중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다.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사회적 갈등과 불신만 키우는 백신 정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정치가 방역정책의 발목을 잡는 잘못을 반복해서도 안 된다. 방역 당국은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면 오는 11월에는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려 백신 접종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sskim@seoul.co.kr
  • “중국 바이러스!” 美 히스패닉, 애꿎은 한인 남성 무차별 폭행

    “중국 바이러스!” 美 히스패닉, 애꿎은 한인 남성 무차별 폭행

    20대 한인 남성이 미국 LA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증오 범죄에 휘말렸다. 23일(현지시간) NBC뉴스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서 한인 남성을 겨냥한 무차별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피해 남성은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지난 16일 밤, 공군 예비역 데니 김(27)씨가 히스패닉 남성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시비를 걸어온 히스패닉 용의자들은 “칭총(아시아계 미국인을 비하하는 은어)”, “중국 바이러스”라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함께 주먹을 휘둘렀다. 김씨는 “죽여버리겠다고 달려든 남자들은 내게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날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내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 모든 게 흐릿한데 난 그저 내 목숨을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얼굴을 맞은 김씨는 코뼈가 골절되고 눈 주변에 피멍이 들었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친구가 달려와 말린 덕에 더 큰 부상은 면했다.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김씨의 친구는 용의자들이 자신에게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었다고 전했다.공군 예비역인 그는 살면서 많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군 복무 중에도 인종과 관련한 미묘한 차별을 경험했다. 늘 겉돌았다.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하원 의원 미겔 산티아고는 “명백한 증오 범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김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미전역의 아시아계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지 교민들은 20대 젊은 남성까지 증오 범죄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 내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더욱 급증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아시아 인권단체 연합기구인 ‘아시아 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한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는 하루에 한 건꼴로 발생했다. 위원회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 동안 미국 50개 주 가운데 47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접수된 증오 범죄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한인 대상 증오 범죄 사건은 모두 42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증오범죄 사건(2800건)의 15% 수준으로, 중국계(41%)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증오범죄가 잇따르자 한국계 연방의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케이티 포터(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함께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아시아·태평양 주민에 대한 반대 정서를 표출하거나 인종차별과 인종적 편협함을 드러내는 모든 표현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증오범죄에 신속하고 강력한 조사와 함께 가해자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도록 촉구했다. 스틸 의원은 “차별은 미국 문화의 근본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커뮤니티를 겨냥한 차별과 증오행위는 중단돼야 하고,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LA경찰국은 한인타운 폭행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인근 CCTV를 확보해 30대 히스패닉 남성 2명을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은 용의자 체포에 주력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139년 된 집 통째로…미국 샌프란시스코서 이사 진풍경

    139년 된 집 통째로…미국 샌프란시스코서 이사 진풍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2층짜리 집 한 채가 통째로 트럭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AP 통신, 머큐리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아침 프랭클린 807거리에 있던 2층짜리 집 한 채가 원형을 그대로 대형 트럭에 실려 6블록 떨어진 풀튼 635거리로 옮겨졌다.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진풍경에 당시 도로 주변에는 구경꾼 수백 명이 몰려나와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담았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건물째로 이사에 나선 이 집은 1882년에 지어져 139년 세월을 버틴 고풍스러운 건물이다. 영국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졌고 큰 유리창, 갈색 현관문에 침실 6개를 갖췄다. 이동 거리는 0.5마일(약 800m)에 불과했지만, 파손 우려 때문에 천천히 옮겨지면서 4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이사 전문가 필 조이는 현지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를 통해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특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차로 집을 통째로 옮기는 작업을 위해 15개가 넘는 관계 기관들로부터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집의 이동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이동 중 도로 주변의 나무들이 잘리고 교통 표지판의 위치가 바뀌는 등 피해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집의 소유주는 수수료와 이사 비용으로만 약 40만 달러(약 4억 4000만 원)를 지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안철수 “퀴어축제는 도심밖에서”…일파만파 파장(종합)

    안철수 “퀴어축제는 도심밖에서”…일파만파 파장(종합)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9일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금태섭 예비후보와의 전날 TV 토론의 퀴어 축제 관련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며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 의견도 있다. 그래서 미국 사례를 들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전날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금 후보의 질문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를 들며 “그곳은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남부 지역에서 열린다”며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는 안철수 후보의 인권감수성이 개탄스럽다”며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서울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마치 선택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각성하고 상처입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질타했다.안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를 잘못 예로 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퀴어 축제 장소는 6월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에서 열리고, 퍼레이드 도착지가 시청 광장이란 것이다. 시청 광장은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복판이다. 10월에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는 시내 중심가가 아닌 시내 남쪽 카스트로 스트리트에서 열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소수자 행사는 시청 광장에서 이루어진다. 한편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은 2014년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최음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으나 대만이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또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명시하려 했으나 시민위원회의 반발 등으로 이도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권의식으로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논평은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마치 서울 변두리 산동네가 보기 싫다던 박정희를 위해 극악무도한 철거바람을 강행했던 유신정권이 생각난다”면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꼬집었다. 박 후보는 지난 14일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 변하는 만큼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퀴어 축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안철수 “퀴어축제는 도심밖에서”…일파만파 파장

    안철수 “퀴어축제는 도심밖에서”…일파만파 파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9일 “퀴어 축제 장소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금태섭 예비후보와의 전날 TV 토론의 퀴어 축제 관련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누구보다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며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 의견도 있다. 그래서 미국 사례를 들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전날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금 후보의 질문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를 들며 “그곳은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남부 지역에서 열린다”며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었다.이와 관련,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는 안철수 후보의 인권감수성이 개탄스럽다”며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서울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마치 선택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각성하고 상처입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를 잘못 예로 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 퀴어 축제 장소는 6월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에서 열리고, 퍼레이드 도착지가 시청 광장이란 것이다. 시청 광장은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복판이다. 10월에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는 시내 중심가가 아닌 시내 남쪽 카스트로 스트리트에서 열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소수자 행사는 시청 광장에서 이루어진다. 한편 고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은 2014년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으나 대만이 2019년 우리보다 앞서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또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명시하려 했으나 시민위원회의 반발 등으로 이도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을지로 지하도~대림상가 지하연결통로 18일 개통

    을지로 지하도~대림상가 지하연결통로 18일 개통

    서울 을지로 지하도와 청계천 대림상가를 잇는 지하연결통로가 18일 개통한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길게 늘어선 세운상가군 7개 건물 가운데 지하도와 연결되는 최초의 보행통로로 세운상가 일대가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지하보행길과 처음으로 연결된다는데 의미가 있다.또한 오는 9월에는 세운상가 일대 보행길이 마무리돼 전 구간 개통된다. 종묘 앞 세운상가에서 퇴계로 진양상가까지 총 1㎞에 걸친 7개 건물 전체가 공중보행길로 완성된다. 이렇게 되면 남북 역사도심 명소와 동서 도심이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사통팔달 보행축이 완성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남북 역사도심 명소는 종로와 종묘에서 시작해 세운상가를 거쳐 남산까지 보행으로 이어진다. 도심 동서 보행축인 을지로 지하도와 청계천 산책로와는 지하·지상 모두로 연결된다.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청계천 등 방문객의 발길이 세운상가 일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앞서 2017년 세운상가 보행재생 1단계 구간(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 420m 공중보행길을 개통한 바 있다. 오는 9월 2단계 구간(대림상가~삼풍상가~호텔PJ~인현상가~진양상가) 580m를 연결하는 공중보행길이 개통되는 것이다.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을지로지하도와 대림상가의 보행로 연결은 하나의 상가건물과 지하도를 연결하는 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며 “한양도성 역사도심 한복판에서 동서간의 을지로 지하길로부터 종묘~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 간의 하늘길이 이어지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9월 완성되는 1㎞ 입체 보행네트워크가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올여름엔 폭염 올까… 공기청정 강화 에어컨 ‘디자인 승부’

    올여름엔 폭염 올까… 공기청정 강화 에어컨 ‘디자인 승부’

    겨울의 한복판이지만 가전업계에서는 요즘 ‘에어컨 대전’이 치열하다. 에어컨이 ‘철 없는’ 사계절 가전으로 자리잡은 데다, 장마가 한 달간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여름엔 폭염이 예상되면서다. 지난해 200만대 수준이었던 에어컨 시장이 올해는 250만대로 확대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16~2019년 규모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기청정 면적, 2019년부터 냉방면적 추월 에어컨이 계절을 가리지 않는 가전이 된 것은 공기 청정 기능 강화가 주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4일 “에어컨의 공기 청정·제습 기능 등이 점차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많은 고객들이 거실에는 에어컨을 놔 공기청정기 대용으로 쓰고 공기청정기는 방에다 놓는 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3년 당시 하우젠 에어컨에 처음 공기 청정 기능만 따로 수행하는 ‘청정 모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에어컨의 청정 면적이 냉방 면적보다 넓어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무풍에어컨에 e헤파 필터를 탑재하면서 에어컨의 최대 냉방 면적은 25평(82.64㎡)이었는데 최대 청정 면적은 34평(112.39㎡)으로 청정 기능을 수행하는 면적이 더 넓어진 것이다. 올해 신제품인 삼성전자 ‘무풍갤러리’는 기존의 공기청정 기능에 더해 PM1.0 필터, e헤파 필터를 활용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유해 세균을 99% 이상 살균하고 바이러스를 99% 이상 없애 주는 ‘청정안심필터’를 새로 적용했다.LG전자의 신제품인 ‘휘센 타워’의 공기 청정 기능도 더 개선됐다. 공기 청정 면적은 기존 20평대에서 30평으로 더욱 넓어졌다. 한국공기청정협회로부터 에어컨용 공기청정기 표준인 CAC 인증도 받았다. 또 신제품의 UV나노 기능은 UV 유기발광다이오드(LED)로 바람을 내보내는 팬을 살균해 대장균, 표피포도상구균 등 유해세균을 99.99% 제거해 준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일제히 출시된 주요 업체들의 신제품들은 특히 수려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구 같은 디자인을 표방한 ‘무풍갤러리’뿐 아니라 비스포크 디자인을 적용한 ‘무풍클래식’을 내놨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에 적용돼 인기를 얻었던 5가지 색상을 무풍클래식 바람문 패널에 적용했다. 색상은 스카이블루, 펀그린, 핑크, 새틴 그레이, 새틴 베이지 등으로 다른 비스포크 가전들과 색을 조합해 내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다. LG전자는 ‘휘센 타워’에 6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웨딩 스노, 로맨틱 로즈, 카밍 베이지 등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을 입은 휘센 타워는 상단에 자리한 원형 모양의 무드라이팅에 쿨 화이트, 웜 화이트, 내추럴 등 3가지 색상의 간접조명을 더해 실내 분위기를 색다르게 바꿔 준다. 어떤 거실 인테리어와도 조화를 이루며 공간에 스며들 수 있도록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형상화한 원과 간결한 직선으로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위니아딤채, 고객 취향 반영 컬러 8종 내놔 위니아딤채는 다양한 색으로 자신의 공간을 표현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 2021년형 위니아 웨이브 에어컨 ‘컬러 에디션’ 8종을 내놨다.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이탈리아 트레비 분수의 색을 담은 트레비 그린, 북유럽 오로라에서 따온 노르딕 그린 등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 영감을 받은 8가지 컬러 가운데 선택할 수 있어 고객들이 심미적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 강남 한복판 당나귀 세마리 또 출물…도로 유유히 활보

    서울 강남 한복판 당나귀 세마리 또 출물…도로 유유히 활보

    13일 오후 1시 2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역 사거리 인근에서 당나귀 3마리가 거리를 누비다 약 40분 만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도로 한복판에 당나귀들이 돌아다닌다는 시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강남구 신사역 인근 도로를 활보하던 당나귀 3마리를 오후 2시 5분쯤 전부 포획했다. 재산피해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나귀들이 도로를 누빈 시간은 10여분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나귀들은 인근 식당 주인 A씨가 애완용으로 기르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순찰차로 도로를 활보하던 당나귀들을 외진 곳으로 몰아서 모두 생포해 주인에게 인계했다. 경찰은 동물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A씨에게 경범죄처벌법으로 통고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사실은 없지만 추가 피해가 파악되면 A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당나귀들은 지난 2017년에도 축사를 벗어나 가로수길을 누비다 20분 만에 붙잡힌 이력이 있다. 이 당나귀들은 식당 옆 축사에서 지내며 오가는 손님들의 관심을 받던 근방의 ‘유명 동물’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日도쿄 한복판서 숨진 모녀…수개월 동안 아무도 몰라

    日도쿄 한복판서 숨진 모녀…수개월 동안 아무도 몰라

    수십층 높이의 도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즐비한 일본 호화 맨션타운의 한구석 낡은 아파트에서 전기와 수도가 끊긴 채 곤궁한 생활을 해 온 80대·50대 모녀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망한 지 여러 달이 지난 후였다. 경찰은 생활고를 못 견딘 딸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화려한 불빛 속 외딴섬으로 살았던 모녀의 비참한 죽음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의 현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10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지난해 6월 5일 도쿄도 주오구 하루미 지구의 아파트에서 어머니(당시 84세)와 딸(당시 54세)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숨져 있던 딸을 ‘용의자 사망’의 상태로 지난 9일 입건했다. 모녀의 시신은 “악취가 진동한다”는 주민 신고로 경찰이 집안에 들이닥치면서 발견됐다. 어머니는 머리를 무언가에 맞아 숨져 있었고, 딸은 저체온증으로 동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둘 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사망 시점은 4~5개월 전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집안 우산꽂이에서 어머니의 혈흔이 나온 점으로 미루어 딸이 어머니의 머리를 우산꽂이로 내리쳐 살해하고 자신도 얼마 후 추위와 배고픔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모녀는 물려받은 재산을 조금씩 헐어 생활하며 이 집 저 집 전전하다 2년여 전 50년 이상 된 이 낡은 아파트까지 오게 됐다. 20대 때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딸을 어머니가 부양하는 형태였다.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나빠져 사망 4개월 전부터는 월세를 못 냈고 전기·가스와 수도도 모두 끊긴 상태였다. 어머니의 은행계좌 잔고는 고작 5000엔(약 5만 3000원)이었다. 모녀는 이웃 주민들과 교류도 없었고, 행정 당국에 복지 지원 요청도 하지 않았다. 집 안에서 유서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아 어머니 살해 경위나 딸의 사망 과정은 영원히 미궁으로 남게 됐다. 지난해 12월에도 오사카시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과 그의 40대 딸이 굶주림에 따른 영양실조로 숨진 지 여러 달 만에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집 안 냉장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2인 이상 빈곤가구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 가구의 고립사, 곤궁사 예방에는 당국의 지원 노력이 활발한 반면 2인 이상 가구는 가족끼리 서로 의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 등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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