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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생환 부의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개관식 참석해 축사

    김생환 부의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개관식 참석해 축사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지난 3월 28일 오후 2시 ‘시민의 공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개관식 행사에 참석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환영사와 함께 도시건축 관련 분야 전문가 및 시민 등 관계자 200여명이 함께 했다. 김생환 부의장은 축사에서 “긴 겨울이 가고 초록이 싹트는 봄날, 새로운 시민 공간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오랜 준비를 끝내고 문을 열게 되어 무척 기쁘다”는 감회와 함께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위치가 서울시의회 앞마당이다 보니 전시관 건립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고 뜻깊은 공간마련을 위해 힘써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 전했다. 또한 김생환 부의장은 “이번 전시관 건립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아있던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역사의식과 지속가능한 도시를 준비하기 위한 미래비전이 함께 담긴 결과물이고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의 도시건축 정책을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길 바라며, 보다 안전한 서울, 보다 쾌적한 서울, 보다 아름다운 서울을 위해 우리 시의회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개관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지상 1층~지하 3층 연면적 2,998㎡ 규모로 조성됐다. 지상은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이라는 취지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시민광장이, 지하 3개 층은 국내 첫 도시건축 전시관이 들어선다. 지하 2층에는 시민청, 지하철 시청역까지 연결되는 지하 보행로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빠들 뮤비 속 그 장소로… 방탄 순례단

    오빠들 뮤비 속 그 장소로… 방탄 순례단

    방탄소년단(BTS)은 단순한 인기 아이돌 그룹을 넘어서 어느덧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에 산재한 팬들에게 위안을 주고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아이돌’을 통해 한복과 탈춤 등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도 했던 방탄소년단은 그간 뮤직비디오 등 촬영지로 국내의 숨겨진 장소를 발굴해 오기도 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촬영지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사진 한 장, 영상 한 컷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국내외 팬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 방탄소년단의 흔적이 스민 대표적인 촬영지를 돌아봤다. 지도에서 양주, 강릉, 제천, 청주, 부안 등 다섯 곳을 선으로 이어 보니 숫자 7 모양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크게 틀고 이 ‘BTS 로드’를 따라 여행길에 올랐다.●‘봄날’ 뮤비 첫 장면 그대로… 양주 일영역 ‘봄날’ 뮤직비디오 첫 장면의 눈이 내리는 간이역. 뷔가 플랫폼 아래로 내려오더니 몸을 웅크려 철길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멀리서 봄을 싣고 달려올 기차를 기다리는 듯하다. ‘BTS 로드’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근교의 일영역이었다. ‘아미’라면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가장 먼저 떠올릴 곳이다. 경기 양주 장흥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교외선상에 놓인 기차역으로 벽제역과 장흥역 사이에 있다. 1961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가 2004년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지됐다. 이름 없는 수많은 간이역 중 하나였지만 2017년 방탄소년단 ‘봄날’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사시사철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일영역에 도착하자 안쪽에서 휴대전화로 재생한 듯한 ‘봄날’ 음악과 함께 밝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친구 세 명이 다양한 포즈를 지으며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타타’(뷔가 만든 캐릭터) 인형과 ‘아미밤’ 덕분에 한눈에도 팬임을 알 수 있었다. 3년 전부터 방탄소년단 팬이 된 서은지(34)씨는 “뮤직비디오를 감명 깊게 봐서 오게 됐다. 팬들에게는 뜻깊은 장소”라며 웃었다. 팬이 아니라도 작은 간이역의 소박한 분위기를 느끼며 예쁜 사진 한 장 남기기에 손색없는 곳이다.일영역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장흥조각공원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형형색색 개성을 뽐내는 40여점의 조각들 사이로 쉬엄쉬엄 걷기 좋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공원 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제4회 뉴드로잉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화가 장욱진의 예술정신을 재해석한 신진작가 80명의 작품 155점을 1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2층 상설전에서는 독창적인 조형세계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욱진 삶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유 네버 워크 얼론’ 커버 속 버스정류장 재현… 주문진해변 ‘봄날’의 여운을 마저 느끼기 위해 다음 목적지 강원 강릉으로 이동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로 한참을 달리다 양양에서 남쪽으로 꺾어진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다 도착한 곳은 주문진해변이다. 1.5㎞ 해변이 길게 이어진 이곳은 강릉 최북단 해변이다. 주문리와 향호리에 걸쳐 있어 북쪽 일부를 향호해변으로 따로 부르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 ‘봄날’이 들어 있는 ‘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 재킷 촬영을 이곳에서 진행했다. 해변 주차장 근처에 ‘BTS 앨범재킷 촬영장소’라는 안내만이 큼직하게 서 있다. 강릉시는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에 앞서 방탄소년단 앨범 사진 속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 국내외에서 찾아온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애써 찾아온 해변에 파도치는 바다와 백사장만 있었다면 괜스레 허무했겠지만, 똑같이 재현된 포토존 앞에 서자 사진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맑은 바다에 높게 일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다 주문진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산시장 입구에 이르자 여유로운 해변과 대비되는 활기가 끼쳐온다. 대로변 양옆으로 늘어선 건어물 가게에서는 상인들이 쥐포, 황태채 등을 권하며 손님들을 부른다. 멸치, 홍합, 조갯살부터 큼직한 가오리까지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이 바싹 말라 있다. 안쪽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서자 현대화되지 않은 진짜 전통시장이다. 복어, 오징어, 대게, 전복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수산물이 싱싱하다.●강릉까지 왔는데… 오죽헌·공방마을·카페거리는 들러야 강릉 시내 쪽으로 이동해 강릉의 역사를 대표하는 오죽헌에 들렀다. 5000원권 지폐의 인물 율곡 이이와 5만원권을 장식하는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태어난 집으로 조선 중종 때 건축됐다. 사랑채 툇마루 기둥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기 새겨져 있다. 몽룡실이라고 이름 붙은 별당 건물의 방 한 칸은 신사임당이 이이를 낳은 곳이다. 신사임당 영정이 모셔져 있다. 너른 마당에는 율곡송, 율곡매, 사임당 배롱나무 등이 수호목 역할을 하며 수백년간 자리를 지키는 등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오죽헌 옆 율곡기념관에서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오죽헌에서 나와 바로 앞 예술창작인촌(공방마을)을 둘러본다.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파는 가게와 예쁜 카페들이 모인 곳인다. 가게 수는 많지 않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지만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여행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언제부턴가 ‘커피의 도시’로 불리게 된 강릉에는 곳곳에 커피향 가득한 멋진 카페가 많다. 골목골목에서 나만의 ‘인생 카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영 포에버’ 속 질주 장면 배경 모산비행장 아쉬운 발걸음으로 강릉을 뒤로하고 충북 제천으로 떠난다. 방탄소년단이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려 한다. 방탄소년단이 최근까지 이어온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직전 ‘윙스’ 이야기가 양주 일영역과 강릉 주문진해변 등에 걸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보다 앞선 ‘화양연화’ 시리즈의 무대들을 둘러볼 차례다.제천 모산비행장은 제천 시가지 북쪽 끝에 자리 잡은 면적 18만여㎡의 시설로 육군 5019부대가 관리한다. 동서 정방향으로 뻗은 활주로는 약 1.1㎞ 길이로 곧게 뻗어 있다. 군사시설로 건설됐고 전투기가 뜨고 내렸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관제탑 없이 활주로 부지만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쉬어갈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쓰이고 있다. 비행장 한 편에 인공구조물 설치 금지, 폐기물·쓰레기통 무단 방치를 금지하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 안내판이 서 있을 뿐이다. 다만 군사시설이라 내비게이션에서 ‘모산비행장’으로는 검색되지 않고 위성지도에는 논밭으로만 표시된다. ‘의림지동주민센터’로 검색해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활주로에 들어서자 ‘에필로그 :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를 통해 익숙한 풍광이 펼쳐진다. 꿈을 가두는 철조망 미로를 헤치고 빠져나온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이곳에서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라고 노래하며 힘차게 질주했다. 넓은 비행장 하늘 한복판에는 마침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수백 마리의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서쪽으로 저무는 저녁 해는 키의 세 배가 넘는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청춘의 상처를 보듬는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이 머리에 스치며 어딘가 애달픈 정취를 자아낸다. 시민들은 한가로운 오후 한때를 보낸다. 동네 어르신들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활주로 주변을 돌며 운동하고, 개를 끌고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머금고 활주로를 내달린다. 아빠는 어린 아들의 손에 드론 조종기를 쥐어 준다.●3분 거리 의림지·의림지파크랜드 들러 보기 모산비행장에서 차로 3분이면 닿을 거리에 제천 대표 관광명소인 의림지가 있다. 걸어서도 20여분이면 갈 수 있다. 의림지는 둘레 18㎞, 수심 8~13m의 저수지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로 통한다.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오리들이 잔물결을 내며 조용히 떠다니는 의림지 맞은편에서 방탄소년단의 ‘아이 니드 유’ 등 신나는 노래들이 시끌벅적하게 들려온다. 의림지파크랜드 바이킹에서 나오는 소리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두 팔을 하늘로 쭉 뻗어 만세를 부르고 즐거운 비명을 연신 내지른다. 1998년 개장한 놀이공원은 허름한 외관으로 마치 시곗바늘이 그 시절에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범퍼카, 회전목마, 디스코팡팡 등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행복한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낫 투데이’ 청주연초제조창 복합단지로 탈바꿈 청주로 발걸음을 옮긴다. 평택제천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차례로 갈아타고 2시간쯤 달려 옛 청주연초제조창에 다다른다. ‘유 네버 워크 얼론’ 수록곡 ‘낫 투데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주차장과 건물 옥상이 이곳 연초제조창이다. 다만 낡은 옛 건물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비즈니스 복합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바로 옆에 지난해 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헛걸음은 아니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 경성 전매국 청주연초공장으로 개설된 뒤 58년간 담배를 생산했다. 이후 14년간 방치되다 공장 일부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연면적 1만 9855㎡,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된 미술관은 수장공간 10개, 보존과학공간 15개를 구비하고 있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기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관하는 역할만 했던 수장고를 일부 개방해 관람객들이 수장된 상태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미술관들이 대개 백화점에 가지런히 전시된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이곳은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쇼핑하듯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5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개관특별전 ‘별 헤는 날: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국내 유명작가 15명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15분짜리 싱글채널 비디오 ‘정상에 선 사나이’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등정한 산악인 고상돈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당시엔 전문 산악인이라는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고상돈은 이곳 연초제조창에서 일하며 등산활동을 이어 갔다. 영상은 일제의 담배 전매제도 도입, 국내 첫 양담배 생산, 직지심경 등 여러 이야기를 거미줄처럼 엮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인 청주관은 현재 기획전시실을 포함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진 수암골에서는 보다 소박한 미술 이야기가 이어진다. 청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동네 골목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제인’ 등 여러 드라마의 주요 무대로 각광받았고 특색 있는 카페들이 하나둘 들어섰다.●‘세이브 미’ 뮤비 배경 포토존 마련된 새만금홍보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전북 부안 새만금홍보관이다. 방탄소년단의 현란한 칼군무가 원테이크 기법으로 그려져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세이브 미’ 뮤직비디오가 새만금에서 촬영됐다. 홍보관 마당에는 이곳을 찾아오는 팬들을 위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포토존 뒤편 울타리에는 멤버들의 이름과 ‘방탄 보라해’ 등 메시지가 빼곡히 적힌 리본이 줄줄이 매달려 있어 이미 많은 팬들이 다녀갔음을 알려 준다.부안에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부안영상테마파크에 들러 봐도 좋겠다. 수많은 영화, 드라마가 촬영됐는데 최근작으로는 ‘물괴’, ‘왕이 된 남자’, ‘백일의 낭군님’ 등이 있다. 4만 6000여㎡ 넓은 부지에는 경복궁·창덕궁 등 왕궁부터 기와촌, 평민촌, 공예촌, 저잣거리, 방목장 등 다양한 장소가 조성돼 있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조선시대 한양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글 사진 양주·강릉·제천·청주·부안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열린세상] 지식이 권력이다/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열린세상] 지식이 권력이다/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세계의 도서관 중 가장 높은 24층 106m 높이를 자랑하는 중국 상하이도서관의 중앙 정원에는 큼직한 공자상이 서 있고, 그 옆에는 조경술을 활용한 ‘구지’(求知·지식을 추구하라)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세계의 도서관을 많이 가보았지만 이곳처럼 지식의 가치를 강조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복도를 걷다 보니 ‘아는 것이 힘이다’(지식이 권력이다) 같은 의미의 문장을 세계 20여개 언어로 새겨 놓은 커다란 벽이 나타났다. 한국어는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대형 화분을 밀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식은 결코 힘이다’라고 잘못 새겨져 있기에 고쳐 주었다. 아무튼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면에서는 잊히지 않는 곳이다. 옛날부터 지식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현대는 지식·정보혁명의 시대이므로 지식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졌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05년 전미국도서관대회 기조연설에서 “현시대는 지식이 권력이 되고 성공의 관문이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도서관과 지식의 중요성을 아는 인물이다. 미국인들은 도시를 조성할 때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의 위치를 먼저 정할 정도로 지식의 전당인 도서관을 중시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이 장기적 발전에 실패한 것은 유목민족의 특성상 늘 옮겨 다니느라 지식을 축적, 재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제도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감옥 생활을 절호의 독서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지식의 힘’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무장해 논리와 지성이 결여된 한국 정치에서 독보적 위상을 확보했으며, 결국 그 힘으로 대통령에까지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만년에 몇 시간씩 신장 투석을 할 때도 책 읽어 주는 사람을 통해 독서를 할 정도로 왕성한 지식욕의 소유자였다. 가난하여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닌 링컨은 책만 보면 닥치는 대로 읽은 덕에 오히려 명연설을 할 수 있었고, 그 힘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의원 시절에는 의회도서관에서 마음껏 독서를 했으며, 도서관에서 터득한 군사학 지식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내면의 힘이 됐다고 한다. 미국 4대 대통령 매디슨은 “지식은 영원히 무지를 지배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통치자가 되려는 국민은 지식이 주는 힘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한복판 권력의 심장부 크렘린 바로 앞에는 러시아의 지적 무기고 역할을 하는 국가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크렘린을 위해 ‘지식 서비스’를 해 주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권력과 지식은 밀접하게 공존하고 있다. 크렘린과 국가도서관은 지하도로 연결돼 있다. 세종과 정조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왕실 도서관인 집현전과 규장각을 각각 운용했다. 세자(세손) 시절 선왕으로부터 ‘건강을 해치니 책을 그만 읽어라’는 금서령(禁書令)을 받을 정도로 지독한 독서광이었으며, 학문이 신하들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태종이 양녕을 폐세자한 후 충녕을 세자로 지명하면서 교지를 통해 밝힌 이유는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밤새도록 독서를 한다’(好學終夜讀書·호학종야독서)는 것이었다. 정조 때 최고 지식인들의 집합소였던 규장각이 최고 권부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개혁은 ‘칼로 하는 개혁’과 ‘붓으로 하는 개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조는 규장각을 활용해 학문과 지식의 힘으로 개혁했다. 칼을 이용한 개혁은 주관적, 과거지향적인 반면 붓을 이용한 개혁은 객관적, 미래지향적이다. 이런 바람직한 개혁은 정조 자신이 뛰어난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식에는 비약이 없다. 어느 누구라도 날마다 하나둘씩 축적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기하학의 대가 유클리드에게 왕이 비결을 묻자 “학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 달리 비결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젊은 시절 얻은 지식은 두고두고 평생을 써먹는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 결코 녹슬지 않을 최고의 무기인 ‘지식근육’으로 무장하라.
  • 역사학계 “나경원, 반민특위 망언 징계하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난 14일 “해방 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는 발언에 대해 19일 역사학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발언과 함께 ‘망언’으로 규정하며 규탄에 나섰다. 한국고고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29개 학술단체는 성명을 통해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벌어진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만든 헌법기구”라며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좌초되고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무산된 것을 국민 대다수는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치인들의 망언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기록해 민주적 공동체의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학의 존립 근거를 허문다”며 “국회는 망언을 내뱉은 정치인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을 가장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는 민주평화당의 김정현 대변인은 이날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워낙 많기 때문에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오는 22일 일제잔재문화청산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체계적으로 친일 비판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민주평화당은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 이후 ‘나 원내대표의 정신 분열이 의심된다’,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 등의 강경한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반발했지만, 민주평화당은 ‘토착왜구의 사실관계 입증에 혼신을 다하겠다’는 논평을 재차 내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전날 “(한국당은) ‘토착왜구 세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왜구는 퇴치 대상이다. 토착왜구가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을 휘젓고 있는 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직접 나서서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시장 한복판에서 젓가락으로 휴대전화 훔치는 도둑

    시장 한복판에서 젓가락으로 휴대전화 훔치는 도둑

    겉옷 주머니에 들어있는 휴대전화를 훔치기 위해 한 도둑이 ‘젓가락’을 사용하는 황당한 모습이 포착됐다. 17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에는 시장 한복판에서 휴대전화를 훔치는 도둑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은 중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영상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성이 파를 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돈을 내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이는 여성의 뒤로 한 남성이 조심스레 다가온다. 주변을 살피던 남성은 다시 여성의 뒤로 돌아오더니 주머니에서 젓가락을 꺼내 든다. 도둑은 여성이 상인에게 건네받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젓가락을 여성의 주머니에 넣는다. 상인은 여성에게 도둑이 달라붙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기 싫은 듯 조용히 도둑질을 지켜보기만 한다. 도둑은 여러 차례 젓가락질을 시도하더니 조심스레 휴대전화를 꺼내는 데 성공한다. 도둑은 훔친 휴대전화를 재빠르게 안주머니에 넣은 후, 여성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돈마저 줍고 도망가버린다. 여성이 자신의 휴대전화가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길을 가는 모습으로 영상은 끝난다. 사진·영상=Dave Slade/유튜브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정동영 “자유한국당 ‘토착왜구 세력’ 모습 보여…왜구는 퇴치 대상”

    정동영 “자유한국당 ‘토착왜구 세력’ 모습 보여…왜구는 퇴치 대상”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18일 선거제 개혁에 소극적인 자유한국당을 향해 “토착왜구는 퇴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년 동안 민주평화당은 당운을 걸다시피 하고 당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선거제 개혁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왔다”며 “평화당이 선두에 서서 노력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선거제도 개혁은 물밑에서 잠겨 있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당이 강조한다. 국회의원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한 제도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번 국회의원 총선 때마다 50% 이상의 신인이 등장하고 새로운 사람이 오면 나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며 “절반 이상 물갈이가 되고 많을 때는 70%까지 물갈이가 된 국회도 있었지만 그러나 도루묵”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결국 사람을 바꾸는 것이 정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명확한 결론”이라며 “여기에 지금 기득권 야당, 자유한국당이 걸림돌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은 반개혁세력의 민 낯을 보이고 있다”며 “5·18 모욕처벌죄에 관한 태도는 물론이고 5·18 모욕하는 당사자 세력이 한국당이다. 그 연장에서 정치개혁에 저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정선 대변인이 시원하게 일갈했듯이 ‘토착왜구 세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구는 퇴치 대상”이라며 “토착왜구가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을 휘젓고 있는 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평화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여야 4당 가운데 가장 먼저 의원총회를 열어 전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 추인 여부를 논의했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19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평화당 내부에서 전날 합의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와 추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제시한 부분 연동형 비례제에 끌려 들어가는 합의를 도출한 것은 합의를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버닝썬 뒤 봐줬나… 두 얼굴의 엘리트 경찰

    버닝썬 뒤 봐줬나… 두 얼굴의 엘리트 경찰

    승승장구하던 엘리트 총경이 ‘버닝썬 사건’ 한복판에 등장했다. 사업가와의 유착 의혹을 받는다.
  • ‘나 혼자 산다’ 성훈 “뜻밖의 3개 국어” 이시언-기안84 반응은?

    ‘나 혼자 산다’ 성훈 “뜻밖의 3개 국어” 이시언-기안84 반응은?

    ‘뉴얼’ 성훈은 알고 보니 얼간이가 아니라 뇌섹남이었다? 오늘(15일) 방송될 MBC ‘나 혼자 산다’(기획 김구산, 연출 황지영, 이민희)에서는 남다른 매력으로 이시언, 기안84의 부러움을 산 성훈의 뇌섹 모멘트가 공개된다고 해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세 사람은 홍콩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야시장부터 맛집까지 구석구석 찾아간다. 그러나 남다른 백치미(美)를 자랑하는 이들인 만큼 홍콩 한복판에서도 당당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상인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고 해 빅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성훈은 다양한 해외 활동을 통해 습득한 3개 국어로 이때까지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똑똑함을 선보인다. 기본적인 영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해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가 하면 대장이라며 앞장을 서던 이시언의 자리를 넘보기까지 했다고. 그러나 성훈의 활약에 이시언과 기안84는 놀라움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폭풍 감탄을 하면서도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가 과연 뉴얼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고 해 얼간이들의 피터지는 신경전이 오늘(15일) 방송 역시 레전드 꿀잼을 예감케 하고 있다. 상상치도 못했던 성훈의 화수분 같은 매력은 오늘(15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은 정크 DNA…정말 쓸모없을까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은 정크 DNA…정말 쓸모없을까

    정크 DNA/네사 캐리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440쪽/1만 8000원 우주의 85%는 암흑물질이라는 수수께끼의 물질로 차있지만 우리는 아직 암흑물질의 정체를 모른다. 생물학에도 암흑물질과 비슷한 난제가 있었다. 우리 유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크(쓰레기) DNA다. 2001년 처음으로 인간 유전자 지도를 해독한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됐을 때 과학자들은 한 가지 당황스러운 사실에 직면했다. 인간 DNA의 거의 98%에 달하는 서열이 알고보니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쓸모없는’ 서열이었던 것이다. DNA는 생명체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이지만 그 자체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분자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DNA에서 RNA가 전사되고 RNA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는데, 이 단백질이 실제로 우리 몸에서 일을 하는 기계이자 행동 분자들이다. 그렇다면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나머지 DNA들은 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한때는 이 서열들이 정말로 ‘정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생명과학 연구가 진척되면서 과거에 주목받지 못했던 정크 DNA가 사실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저자는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후성유전학 교양서를 출간했던 생물학자다. 이번 책 ‘정크 DNA’에서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정크 DNA’라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생물학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크 DNA는 비록 단백질을 직접 암호화하지는 않지만, 염색체의 말단에서 세포시계의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 세포 분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동원체, 자체로 효소 기능을 가진 리보솜 RNA, X 염색체의 비활성화와 같은 수많은 현상에 관여하고 있다. 저자의 ‘자동차 조립 공장’ 비유에 따르면 100명의 공장 직원 가운데 실제 조립을 하는 직원은 2명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머지 98명의 존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전체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자금을 조달하고 자동차를 판매한다. 정크 DNA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크 DNA’는 한때 우리가 무신경하게 넘겼던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 연구의 한복판으로 진입하는지, 과학적 이해가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를 함께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분자생물학 입문서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교양 생물 수준을 넘어서는 지식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임정, 온전한 조국 독립 꿈꿨는데… 통일이 진정한 광복 완성”

    “임정, 온전한 조국 독립 꿈꿨는데… 통일이 진정한 광복 완성”

    이런 삶을 살아온 이가 있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이하 임정) 청사 옆에서 도산 안창호(1878~1938) 등의 축하를 받으며 태어났다. 상하이~항저우~난징~창사~광저우~류저우~치장~충칭으로 이어지는 중국 대륙을 임정과 함께 풍찬노숙하며 횡단했다.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김(金)씨 대신 진(陳)씨로 성을 바꿔 학교를 다녔고, 백범 김구(1876~1949)와 김치에 거친 밥을 겸상했다. 석오 이동녕(1869~1940)과 성재 이시영(1869~1953)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소년이었다. 1930년대 중국 영화 황제 미남배우 김염(1910~1983)이 드나든 집에서 자란 이 소년은 훙커우공원 폭탄의거의 윤봉길(1908~1932)이 “내 아들과 동갑”이라고 사탕 사주며 예뻐했다. 엄마 손잡고 약산 김원봉(1898~1958)의 부인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인 박차정(1910~1944)이 폐병으로 세상을 뜨기 전 병문안 다니곤 했다.이 소년은 열아홉 되던 해 광복을 맞았다. 올해로 91세인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의 이야기다.만주군 장교에서 일제 패망 직후 광복군으로 신분을 바꾼 박정희(1917~1979)와 거의 같은 시기 미군 수송선을 타고 임정 식솔과 함께 상하이에서 부산으로 왔다. 귀국 뒤 이승만(1875~1965)에게 세배를 갔고, 결혼식 주례는 해공 신익희(1894~1956)가 섰다. 의용군으로 끌려가다 겨우 도망쳤더니 아버지는 전날 납북돼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말았다. 조선일보 수습 1기 기자로 일하며 모스크바 3상회의에 대한 역사적 오보를 바로잡는가 하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 뒤 훗날 무죄로 판결난 조용수(1930~1961)와 함께 민족일보 창간멤버로서 진보언론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의 삶 곳곳에는 현대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숱한 인물들이 출몰한다. ●모스크바 3상회의 역사적 오보 바로잡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역사의 한복판에서 부침을 함께한 김 회장. 대한제국 법무대신 등을 지내다 가솔을 이끌고 임정으로 망명한 뒤 독립운동에 나섰던 동농 김가진(1846~1922)이 그의 할아버지고,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김의한(1900~1964)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정정화(1900~1991)가 그의 아버지, 어머니다. 2019년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은 감회는 누구와 비교할 바 아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임시정부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충칭 임정 청사를 방문해 당시의 삶과 활동을 설명할 정도로 기력이 좋았지만, 지금은 거동이 좀더 불편해졌고, 청력도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기억은 또렷했고, 또박또박 짚어내는 임정의 가치와 정신은 청춘처럼 빛났다. -올해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은 소회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임정은 조국의 독립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반쪽짜리 독립은 아니었습니다. 분단은 진짜 독립이 아닙니다. 분단이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입니다. 1946년 제가 귀국할 때만 해도 분단이 이렇게 오래가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70년 동안 분단이 고착됐으니 짧은 시간 내에 통일은 어려울 듯합니다. 일단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모습 자체가 통일의 과정이지요.” -젊은 사람들은 물론 많은 사람이 임정 100주년의 의미나 혹은 독립운동 자체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 듯합니다. 그런 반응을 접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감흥이 없는 게 당연하지요. 그렇다고 젊은 세대를 탓할 것은 아닙니다. 국가와 정치가 하기에 달려 있는 부분이고 그만큼 잘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밝히고 있듯 임정의 법통을 이어 왔습니다. 광복 이후 그 부분을 좀더 정확히 밝히고 임시정부의 목표와 강령을 실천했다면 그렇지 않았겠죠. 정치를 통한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교육을 통해 이를 후세와 공유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임정 수립일인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다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한때 건국절 등 논란이 일기도 했던 만큼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대통령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시대인 만큼 어쩔 수 없죠. 교육기관 등을 통해 항일투쟁의 역사, 친일 인사들의 행적, 일제의 침략 역사 등을 정확히 배울 수 있게 하고 임정의 가치를 잘 공유하면 됩니다.” ●남북관계 복원 난관… 곧 좋은 소식 있을 것 기대 -통일이 광복의 완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북미 정상회담 흐름 등 한반도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달 베트남 회담에서 확인됐듯 여전히 뿌리 깊은 북미 상호 불신을 드러낸 부분 또한 있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일로고요. “일단 남과 북이 서로를 통일의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소년 시절 서구에서 유학하는 등 서구문화의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안목 또한 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완전히 망쳐 놓은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작업인 만큼 난관이 있더라도 곧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야 우리의 통일에 관심이 없겠지만, 자신의 명망을 높이는 일이거나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니 북미 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를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일본이야 기대할 부분이 별로 없고, 당분간 집권당도 안 바뀔 것 같고…. 훼방하지 않도록만 우리가 잘 관리해야죠. 내 생전에 통일까지는 아니라도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남북의 모습은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 회장은 임정의 정신과 교훈을 얘기하며 평화와 통일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임정은 공화주의를 지향한 좌우합작 정부였다. 좌익, 우익, 아나키스트, 유림까지 모두 모인 용광로 같은 곳이었다. 우익 인사인 백범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평양을 찾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임정의 정신이 통일 지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선포식’도 치러질 예정인데 이 기념관 건립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그 선양사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는 아무개 선생, 아무개 선생 등 개별 후손 중심으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후대로 넘어갈수록 먹고살기 바쁘고 관심도 시들해져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국가가 체계적으로 독립운동 관련 자료도 한데 모으고 개별 독립운동가들의 뜻과 업적을 기릴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2021년 완공 예정인데,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꼭 그러셔야죠. 그런데 조심스럽습니다만, 말씀하신 임정의 진정한 독립 정신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 채 과거 독재정권과 타협하는 일도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어요. 시대가 그랬고, 교육이 그랬으니까요. 또 후손들이라고 아버지, 어머니와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물론 타협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광복회를 만들어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권력 주변으로 많이 포섭했습니다. 유공자 서훈도 원칙과 기준 없이 남발하다시피 했고요.” 실제 김 회장의 조부(동농 김가진)는 항일 비밀조직인 조선민족대동단을 결성해 활동했고 망명 뒤 임정 고문, 북로군정서 고문을 맡았으며, 그의 장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장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아직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약산 김원봉 또한 독립유공 서훈이 없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임병직 전 외무부 장관은 가장 높은 서훈인 대한민국장을 받아 원칙과 기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했다. 지난 13일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포상 보류자 2만 4737명에 대해 재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투명하면서도 체계적인 서훈이 내려질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임정 건국강령 21세기 복지국가정책 닮은 꼴 임정이 1941년 발표한 건국강령은 21세기 복지국가들이 표방하는 정책과 다를 바 없다. 1948년 제헌의 내용적 기초가 됐으며 2019년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실천적 과제를 담고 있다. 의료비 면제, 학비 면제, 최저임금제, 노동자 대표 경영관리 참여권 보장, 실업보험, 사형제 폐지, 노동자와 이익을 나누는 이익균점제, 몰수 재산 무산자 이익 위한 국영기관 이전 등을 주 내용으로 삼았다. 김 회장과의 얘기가 깊어질수록 100년 전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를 우리가 잘 만들어 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youngtan@seoul.co.kr
  • 발뺌 더이상 못하게… 백령도서 ‘중국발 미세먼지’ 증명한다

    발뺌 더이상 못하게… 백령도서 ‘중국발 미세먼지’ 증명한다

    오염원 적은데도 인천보다 농도 높아 북서풍 영향… 전문가도 통로로 추정정부가 미세먼지 주요 발생지로 중국을 지목하고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미세먼지 원인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추진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에서 백령도를 거쳐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세먼지 성분 및 생성원인 물질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다음달부터 10개월에 걸쳐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은 자국 때문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하는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백령도의 경우 공장이나 발전소가 없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 수도 극히 적은데도 미세먼지 농도는 인천 도심보다 높은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던 지난 3일 백령도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25㎍/㎥로 인천 도심 한복판인 남동구 구월동 70㎍/㎥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4일에도 백령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18㎍/㎥로 구월동 115㎍/㎥보다 높았다. 옹진군 관계자는 “백령도가 겨울철이나 봄철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의 유입 통로여서 미세먼지가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환경 전문가들도 중국에서 발생하는 북서풍이 백령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이며 백령도를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이동하는 통로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령도에 미세먼지 관측 전초기지인 대기오염집중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는 환경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이 섬에 유입되는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세계 최초의 중국 인공지능(AI) 공원 가봤더니

    세계 최초의 중국 인공지능(AI) 공원 가봤더니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 이후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2025’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서 제조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양회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연구개발과 응용을 심화하고 신흥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도록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협 위원으로 양회에 참가한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미래 스마트 사회의 발전 기반인 AI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며 “지난 20년은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졌고 앞으로 20년은 휴대전화 의존도가 낮아지고 AI가 거의 모든 업종에 심각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바이두가 만든 세계 최초 AI 공원에 가보라고 제안했다.중국이 세계 최초 AI 공원이라고 내세우는 하이뎬 공원은 원래 2003년 문을 연 오래된 공원에 자율주행차 등 각종 인공지능 장치들을 설치해 지난해 12월 개장했다. 하이뎬 공원이 있는 곳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중관춘 한복판이다. 중관춘은 중국을 비롯한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창업공간, 전시관, 대학 등이 모여 있는 거대한 산업단지다. AI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달리기 트랙에 설치된 카메라였다. 카메라에 일단 얼굴인식을 한 다음 1㎞의 트랙을 달린 뒤 다시 모니터에 얼굴을 인식하면 달린 거리, 소모 열량, 평균 속도 등이 표시된다. 공원에서 가장 인기 높은 것은 바이두가 개발한 AI 무인 자율주행 버스 ‘아폴로’다. 세계 첫 상용 자율주행 버스인 아폴로는 한번 충전으로 100여㎞를 달릴 수 있다. 이 버스는 공원 서문과 놀이터 사이를 오가며 메신저인 위챗으로 예약한 뒤 탈 수 있다.증강현실을 이용해 태극권을 배우는 장치도 인기였다. 한 중년 여성이 스크린 앞에서 AI 장치가 일러주는 대로 태극권 동작을 따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로 옆에는 발로 작동하는 피아노 건반도 있었다. 공원에 마련된 미래체험관은 역시 위챗으로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한데 로봇 등이 설치돼 있었다. 중국은 올해 말까지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를 잇는 구간에 시속 350㎞의 AI 탑재 고속열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베이징과 장자커우는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중국은 세계 최고의 올림픽 개최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AI 탑재 열차를 설치했다. 총연장 174㎞에 이르는 이 고속철 선로는 3개월 안에 완성돼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행이 이뤄진다. AI 열차에는 중국판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로 불리는 ‘베이더우’ 시스템에 센서 기술, AI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탑재돼 기관사 없이 자율 운행이 가능하다. AI 열차에는 승객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는 로봇을 포함해 다양한 AI 관련 기술이 적용된다. 글·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라디오스타’ 이이경, ‘묻지마 폭행’ 당해 의식불명 고백 “느낌 쎄했다”

    ‘라디오스타’ 이이경, ‘묻지마 폭행’ 당해 의식불명 고백 “느낌 쎄했다”

    배우 이이경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고등학교 시절 의식불명에 빠진 사연을 전한다. 오는 13일 오후 방송되는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김종국, 이이경, 유세윤, 쇼리 네 사람이 출연하는 ‘왜그래 종국씨’ 특집으로 꾸며진다. 이이경은 고등학교 시절 ‘의식불명’에 빠진 사연을 공개할 예정이다. 길 한복판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는 그는 “느낌이 쎄-했다“고 전하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해 모두를 경악케 했다. 또한 이이경은 UV 노래에 심의 의혹을 제기하며 눈길을 끈다. 스스로 UV 팬임을 밝힌 이이경은 노래방에서 ‘설마 아닐거야’라는 노래를 부르던 중 가사가 너무 세서 당황했다고. 생각지도 못한 가사 해석에 스튜디오가 초토화됐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유노윤호의 뒤를 잇는 ‘열정맨’의 탄생을 예고했다. 활동하는 축구팀만 무려 5개라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불어 김종국의 축구팀에도 매주 게스트로 나가 뛴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에 김종국은 그를 팀에 영입하기 위해 회비를 내라고 하자 급 연락 두절된 사연을 폭로하며 그를 당황케 했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이번 방송에는 김종국을 비롯해 이이경, 유세윤, 쇼리 네 명의 게스트가 역대급 케미와 넘치는 입담을 보여줬다고 전해져 기대를 모은다. 과연 이이경이 급 연락 두절된 이유는 무엇인지, 의식불명에 빠진 사연은 무엇인지 오는 13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라디오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반갑다 파란 하늘…둘레길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반갑다 파란 하늘…둘레길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봄기운이 완연한데도 최악의 미세먼지로 나들이하기가 두려웠던 일주일였다. 마침내 연일 숨을 막히게 했던 초미세먼지가 물러나고 주말을 맞아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창가엔 몽우리 진 노란 산수유와 백목련 등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마쳤다. 미세먼지와 추위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겨울의 묵은 먼지를 툭툭 털고 나만의 여유로움을 찾아 봄맞이 여행을 떠나보자.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의왕 왕송호수공원, 안양 제1경인 망해암 일몰을 볼 수 있는 비봉산,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는 군포 수리산은 도시생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 충분한 경기 남부의 대표적인 3곳이다.-고즈넉한 시골 정취 만끽하며 걷기 좋은 왕송호 둘레길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왕송호수’는 이른 아침 신비스런 물안개와 호수를 온전히 물들이는 해넘이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의왕 8경 중 하나인 ‘왕송호의 일몰’을 담아내고 있는 호수 위를 노닐고 있는 철새의 모습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최장길이가 1.5km에 이르는 왕송호(의왕 월암동, 초평동)의 진정한 가치는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전된 자연환경과 생태에 있다. 주변에 논과 밭, 흙길이 많은 왕송호는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즈넉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사색하며 걷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호수를 따라 도는 둘레길이 조성돼 새로운 걷기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갈대, 부들, 습지식물, 철새와 곤충 등 다양한 자연과 만나게 된다.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드넓은 호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조류와 어류, 수서곤충, 습지식물 등의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왕송호는 생태계의 보고다. 수면이 넓어 붕어, 잉어, 가물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 청둥오리, 쇠기러기 등 겨울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여름철새, 나그네새 등 100여 종에 이르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어 탐조객과 사진 애호가를 유혹한다. 언 땅이 녹고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이 되면 호숫가에는 조개나물과 할미꽃이 만발해 봄의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여름철 호수 주변에는 콩배나무와 떡신갈나무가, 제방에는 나비모양의 보라색 꽃을 피우는 활나물, 산과 들에 흔한 솔새 등의 산야초가 군락을 이뤄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호수 주위 4,3km 도는 레일바이크와 길이 450m의 집라인 등 신나고 짜릿한 다양한 레저시설은 왕송호의 또 다른 줄거움이다. 왕송호수 주변에는 자연·생태의 학습장인 ‘자연학습공원’, ‘왕송맑은물처리장’, ‘조류생태과학관’, 우리나라 철도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철도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시설들이 있어 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나들이객, 청춘남녀에게 최적의 여행지다. 전철 1호선 의왕역에서 철길을 따라 도보로 20여분이며 갈 수 있다. 왕송호수를 중심으로 주요 고속도로의 부곡, 월암, 동군포, 서수원, 동안산 등 IC가 있어 접근성도 좋다.-안양의 제1경 일몰이 아름다운 비봉산 망해암 산행길 안양예술공원(경기 안양시 석수동)을 사이에 두고 삼성산(480m)과 남쪽으로 마주하고 있는 비봉산(295m) 정상 부근에는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전통사찰 망해암이 있다. 전철 1호선을 타고 관악역에서 안양역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매달 리 듯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곤 하는 언뜻 눈에 띄는 곳이다. 산 정상의 좁은 대지와 절벽을 이용, 서향으로 들어선 망해암에서 바라본 일몰은 안양 8경 중 1경으로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화선지에 수묵이 스며 퍼저나가 듯 서쪽 하늘에 낮게 걸린 구름 사이로 퍼져 나온 빛이 온통 만물을 붉게 물들이면 그 풍경은 가히 신비롭다. 가도가도 끝없는 산에 비해 크게 힘들여 오르지 않고도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는 편안한 산이다. 망해암에서 20여분 더 올라가면 비봉산 정상에 이른다. 비봉산은 일몰뿐만 아니라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몇 해 전 정상에 새로 설치된 전망대에서 서면 사방이 탁 틔어 마음이 상쾌해지고 온갖 잡념이 사라진다. 북동으로 지척에 있는 관악산(632m)과 삼성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으로 안양시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청계산, 바라산, 백운산이 서로 자태를 뽐내며 줄지어 서 있다. 매년 이곳에서 많은 시민이 해맞이, 해넘이를 하며 소망을 기원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장소다. 정상부근까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도로가 포장돼 20여분이면 승용차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에 묻혀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초반 오르막에 있는 삼성 사와 만 장사, 보덕사 등의 사찰을 둘러 올해 소망을 빌어보고, 도로 옆 샛길로 빠져 숲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간혹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라이더를 만나기도 한다. 맑은 공기 마시며 여유롭게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망해암에 이르고 이마에 맺힌 땀은 봄이 눈앞에 왔음을 느끼게 한다. 1호선 안양역에서 내려 도보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안양천 양명교를 지나 경수대로를 건너면 비봉산 초입에 다다른다. 안일교를 건너 대림대학을 거쳐 오르는 길도 있다. 비봉산 정산까지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지만 정상부근까지 포장된 임곡로를 따라가며 가파르지 않아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안양예술공원에서 오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진달래가 군락을 이룬 수리산 산행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리산은 봄이 오면 온통 붉게 물든다. 최고봉 태을(489m)을 중심으로 슬기(469m), 관모(426m), 수암(395m) 등 주봉이 동서를 이루며 평지에서 갑자기 솟아올라 우뚝 서 자태를 겨루고 있다. 군포, 안양, 안산시 3개시의 경계를 가르는 수리산은 도심 한복판에 버티고 서 지형적으로 안정감과 방향감을 주며 주변 도시를 포근히 감싸 안고 있다. 규모가 크고 붕우리가 많은 수리산은 능선이 여러 갈래로 굽이쳐 산세가 수려하다. 전망이 좋고 소래포구와 송도까지 바라볼 수도 있어 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도권에서 전철을 타고 다녀올 수 있는 산행코스 중 하나로 코레일이 추천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하는 3~4월이면 4호선 수리산역과 경부선 명학역은 봄의 정취를 즐기려는 산객으로 붐빈다. 여러 갈래의 산행길이 있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용진사 입구(군포중앙도서관)에서 성불사, 임간교실을 거쳐 슬기봉까지 가는 산행길은 1시간으로 하산까지 2시간이면 가능하다. 산행길이 너무 짧아 성에 안 차며 수리산역에서 임도5거리, 주봉을 거쳐 수리약수터로 내려오는 4시간 30여분이 소요되는 등산길도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군포시 수릿길을 걷는 것도 좋다. 수릿길은 ‘수리산 둘레길’, ‘수리산 임도길’, ‘자연마을 길’, ‘도심테마길’ 4개를 주제로 이뤄진 다양한 코스가 있다. 산자락에 조성된 수리산 둘레길과 수리산 임도길의 풍경소리길과 구름산책길, 바람고개길은 울창한 송림과 산림욕장 등의 편의 시설을 갖춰 여유롭게 봄기운을 느끼며 걷기에 좋다. 수리산과 철쭉공원을 잇는 인근 초막골생태공원도 산에 오르지 않고 산책하기에 매우 편한 곳이다. 글·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빅이슈’ 한예슬X주진모, 사진 한 장 위한 사투 “결국 강물 투신”

    ‘빅이슈’ 한예슬X주진모, 사진 한 장 위한 사투 “결국 강물 투신”

    드라마 ‘빅이슈’가 첫 방송부터 영화 같은 스케일의 파격적인 연출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 배우들의 인생캐 경신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 드라마 ‘빅이슈’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스캔들과 그 스캔들을 쫓는 긴박한 파파라치 현장이 담겨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차 VIP 객실에서 벌어지는 유명 아이돌의 도박 현장을 몰래 촬영하기 위해 기차에 오른 지수현(한예슬)은 우연히 경찰에게 쫓기던 노숙자 몰골의 한석주(주진모)를 발견, 사고로 오지 못한 파파라치를 대신해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던 상태. 이에 한석주는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는 조건을 걸고 지수현의 제안을 수락했고, 이후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질주하는 기차 위에서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결국 경호원과 육탄전을 벌이던 한석주는 기차 아래 암흑 같은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고,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 과거를 떠올렸다. 과거 아픈 딸의 병원비 때문에 특종이 급했던 사진기자 한석주가 김원장(조덕현)이 불법으로 여배우 오채린(심은진)에게 주사를 투여하고 성추행을 벌이는 현장을 찍게 됐던 것. 이를 알게 된 김원장이 딸의 치료를 빌미로 아내 배민정(최송현)에게 연락, 한석주의 보도를 막으려 했지만 끝내 한석주는 사진을 내보냈다. 한석주의 사진 한 장이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오채린의 집 앞에서 인터뷰를 따려고 서성이는 기자 지수현의 모습이 펼쳐졌던 터. 회사에서 굴욕적인 냉대를 당했던 지수현이 현장에서 역시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이를 악무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한 스캔들 사건에 얽힌 두 사람의 얄궂은 운명이 긴장감을 자아냈다. 더욱이 마지막 엔딩장면에서는 기차에서 뛰어내린 한석주를 찾아 나섰던 지수현이 과거 김원장으로부터 스캔들 주인공인 오채린의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자 고민 끝에 싸늘하게 결심하던 순간을 회상함과 동시에, 강물에 빠졌던 한석주가 갈대숲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는 모습이 담겨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에서는 비밀스러우면서도 파격적인 파파라치 세계의 이야기를 강렬하게 그려나간 장혁린 작가, 순간의 한 컷을 위해 목숨을 건 파파라치의 긴박함과 박진감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표현한 이동훈 감독, 주진모와 한예슬 등 배우들의 인생캐 경신을 예고하는 호연이 3박자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중독성 강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주진모는 한순간에 모든 걸 잃고 나락에 떨어진 홈리스의 모습부터 과거 잘 나가던 엘리트 사진 기자의 면모까지 격변하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 ‘믿보배’의 저력을 입증했다. 딸을 찾겠다는 절박함 하나로 지수현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목숨을 던지기까지 하는 ‘사생결단 부성애’와 특종이 될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기자로서의 열정 등 한석주의 다양한 면모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담아낸 것. 더욱이 주진모는 사진 한 컷을 담고자 환기구에 기어 들어가는가 하면, 기차 지붕 위에서 육탄전을 벌이고, 철교 위에서 뛰어내리는 위험천만한 액션 연기까지 소화, 본격적으로 펼쳐질 한석주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지수현 역의 한예슬은 그동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 던진 채 시크하면서 매혹적인 분위기로 등장, 색다른 매력을 가감 없이 발산했다. 극중 편집장 지수현은 특종을 놓칠 위기에서 노숙자의 모습을 한 한석주를 발견, 사진을 찍어주면 딸을 찾아주겠다는 파격적인 거래를 건네는데 이어, 과거 회상에서는 클리닉 김원장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이며 위악적인 변신을 예고하는 면모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목소리 톤부터 눈빛까지 모두 바꾼 한예슬은 과감한 도전을 서슴지 않는 지수현의 감정선 변화를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인생캐 경신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SBS 새 수목드라마 ‘빅이슈’ 3, 4회분은 7일(오늘)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이유 여진구, 홍자매 ‘호텔 델루나’ 출연 “‘주군의 태양’ 초기안”

    아이유 여진구, 홍자매 ‘호텔 델루나’ 출연 “‘주군의 태양’ 초기안”

    배우 이지은(아이유)과 여진구가 tvN ‘호텔 델루나’의 캐스팅을 확정했다. ‘홍자매’의 신작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tvN의 새 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오충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는 엘리트 호텔리어가 운명적인 사건으로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되면서 달처럼 고고하고 아름답지만 괴팍한 사장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생기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호텔 델루나는 서울시내 한복판에 낡고 오래된 외관을 지닌 호텔로 떠돌이 령(靈)들에게만 그 화려한 실체를 드러내는 독특한 곳이다. 귀신이 머물고 가는 호텔이야기는 지난 2013년 작성된 것으로 홍작가들이 집필한 ‘주군의 태양’의 초기 기획안이며, 이번에는 ‘닥터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오충환 감독과 의기투합한다. 먼저 이지은이 연기할 장만월은 큰 죄를 짓고 길고 긴 세월 동안 델루나에 묶여있는 호텔 사장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지긋지긋하게 델루나에 ‘존재’하고 있는 중이다. 고고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괴팍하고, 심술 맞고, 변덕이 심하고, 의심 많고, 욕심까지 많으며 사치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지난 해 tvN ‘나의 아저씨’의 차갑고 거친 여자 이지안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작을 만든 이지은. 안방극장에 강렬했던 연기의 잔상을 남기며, 차기작에 대한 방송가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선택한 ‘호텔 델루나’를 통해 또 한 번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이지은이기에 기대와 신뢰가 동시에 생긴다. 이어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 역에는 여진구가 캐스팅됐다. 강박, 결벽, 집착 등을 모두 갖춘 성실한 완벽주의자다. 이성적이고 냉철한듯 하지만 사실 마음이 연약한 쉬운 남자다. 혹독한 자기 관리로 완벽한 스펙을 만들어 다국적 호텔 기업의 최연소 부지배인 자리를 꿰찼다. 그렇게 잘나갈 줄만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호텔델루나의 지배인이 되어 귀신 손님을 모시게 된다. 지난 4일 12%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tvN ‘왕이 된 남자’에서 폭군 이헌과 광대 하선, 상반된 두 인물을 통해 1인 2역 연기의 완벽한 정석을 보여준 여진구.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믿고 보는 연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어왔던 그가 이번엔 초엘리트 호텔리어로 변신, 매력 넘치는 연기로 흥행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언제나 차기작을 기대케 하는 두 배우가 ‘호텔 델루나’를 통해 델루나의 사장과 호텔리어로 만난다. 제작진은 “배우 이지은과 여진구가 각각의 캐릭터에 최고의 연기와 매력을 더해 작품에 시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제작진 역시 기대가 크다”며 “2019년 여름, tvN이 선보이는 특별한 이야기, ‘호텔 델루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tvN ‘호텔 델루나’는 하반기 방송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대한독립 만세’ 함성이 울려 퍼졌다. 뉴욕 한국문화원에서는 처음으로 3·1운동 기록물 전시회가 열리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앞 다그 함마르셸드 광장에서 100년 전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열렸다. 영하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임에도 3·1운동 정신을 되살리고자 하는 400여명의 한인 동포의 열기가 이어졌다. 여성 참가자들은 흰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유관순(1902~1920) 열사의 100년 전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그대로 재현했다. 또 이마에 태극기 문양을 새긴 머리띠를 두른 어르신, 고사리손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어린이 등은 한목소리로 아리랑과 ‘3·1절 노래’를 합창했고, 이어 기미독립선언문 낭독도 이어졌다. 이들은 맨해튼 1번 애비뉴 47번가부터 수십m 떨어진 주유엔 한국대표부가 있는 45번가까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행진도 했다. 특히 뉴욕 퀸스에 거주하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 손녀 유혜경(54)씨가 유관순 열사의 대역을 맡아 만세 삼창의 선창을 맡았다. 유씨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 손녀로서 만세운동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유씨는 유관순 열사 친동생인 유인석씨의 손녀다. 또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 재학 중인 한인 2세 생도들과 이날 만세운동 재현에 필요한 태극기와 한복, 머리띠, 유관순 열사 영정 등을 지원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천안시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뉴욕 한국문화원에는 치열했던 100년 전 3·1운동 역사 기록물이 전시됐다. 문화원은 4월 26일까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전시 주제는 ‘함께하는 대한민국 100년’으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독립운동 시작, 미주 이민과 독립운동, 3·1운동 배경·과정·영향, 임정 수립·활동 등으로 치열했던 항일운동 역사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은 2일 정오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을 헤이그 시내 이준열사기념관에서 열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문 대통령 “색깔론은 친일 잔재” 3.1절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 나경원 반박

    문 대통령 “색깔론은 친일 잔재” 3.1절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 나경원 반박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에 대해 “색깔론을 친일과 등치시킨 것은 역(逆)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이를 친일 잔재라고 했다”면서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에 입도 벙긋하지 못 하게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단한 역색깔론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사회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던 세력을 모두 사면하고, ‘백두칭송위원회’가 광화문 한복판에서 버젓이 활동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문재인 정부이니 당연한 수순인가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아직도 사회에서는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는 도구로 ‘빨갱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 잔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좌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다”면서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면서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빨갱이’는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 찍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빨갱이라는 말은) 해방 후에도 친일 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다”면서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됐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3·1’ 혁명·촛불·메타역사·여성… 구국의 100년 다시 읽다

    ‘3·1’ 혁명·촛불·메타역사·여성… 구국의 100년 다시 읽다

    3·1운동 100주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00년간 3·1운동은 숱한 분석의 대상이었으나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민족 대 반민족, 수탈 대 저항 등의 낡은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재조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주체들을 재조명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을 재구성하는 일 등이다. 출판계에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기념 저작들을 4가지 키워드로 알아봤다.●3·1운동인가, 3·1혁명인가 3·1운동에 관한 학계의 첨예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3·1혁명론’이다. 책 ‘3·1혁명과 임시정부’(두레)에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인구의 10분의1 이상이 만세시위에 참여했으며, 군주제를 폐지하고 근대적인 민주공화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3·1운동에 ‘혁명’이라는 ‘정명’을 붙여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학, 문학, 종교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8인이 머리를 맞댄 책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창비)에서는 보다 심화된 논의가 이뤄진다. 식민지 조선인들이 정치적인 목표로 내걸었던 대한독립이 3·1운동으로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혁명으로 부를 수 없다는 입장(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조교수)과 ‘3·1운동보다 규모가 작았던 1919년 이집트 독립운동에도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입장(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등이 맞부딪친다. 혁명을 새로운 시대에 대한 지향이나 욕망, 유토피아에 대한 해방감, 그걸 표현하는 축제로 봐서 3·1운동이나 촛불에도 모두 ‘혁명’을 붙일 수 있다는 의견(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도 있다. ● ‘촛불’ vs 촛불 100년 역사를 뛰어넘어 오늘날 ‘촛불’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다. 책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에서 이기훈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촛불시위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과 3·1운동의 ‘내가 대표다’라는 선언 사이에 100년의 차이가 있지만 3·1운동은 공화와 주체의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촛불은 그 정치 원리의 구현이자 정점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언론인 손석춘씨가 펴낸 소설 ‘100년 촛불’(다섯수레)은 촛불은 갑자기 출현하지 않았으며, 3·1운동을 기점으로 한 100년의 역사가 만들어 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계약직 노동자로 평범한 삶을 영위해 온 소설 속 화자는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한 시아버지로부터 대한민국 역사 속 굵직한 인물·사건들과 얽힌 4대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600쪽가량의 두꺼운 책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적 사건들이 촘촘히 담겼다. ●메타역사적 관점에서의 비평적 3·1운동 읽기 한국역사연구회가 3년의 준비 끝에 펴낸 ‘3·1운동 100년’(전5권·휴머니스트)은 메타역사적 관점에 따라 비평적 역사 읽기를 시도했다. 3·1운동의 기억이 남과 북, 한국과 일본이라는 공간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변동에 따라 그 위상과 해석이 달라지는 역사적 주제임에 주목한 것이다. 3·1운동의 세계사적 의의가 갖는 과장된 측면을 짚어내고, 해방 직후 사회주의자들과 북한, 일본의 3·1운동에 대한 인식 흐름을 살폈다. 정설화되고 있는 ‘고종독살설’에 대한 문제제기와 ‘3·1운동=서울 파고다 공원’이라는 상식을 깨는 북부 지방 도시들의 만세시위 등 3·1운동 사건사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 준다. ‘3·1운동 100년’에서는 당대를 겪은 다양한 주체들의 시선을 담았다. 도쿄 유학 중 혁명을 꿈꾸며 귀국한 청년, 경남 산청 출신의 유림 청년, 서울 한복판에서 3·1운동을 비판한 YMCA 총무 윤치호, 시위 탄압을 진두지휘한 일본군 사령관, 서양인 선교사 등 여러 관점에서 3·1운동을 재구성했다.●소외 됐던 여성에 대한 조명 문학에서는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여성 문학, 페미니즘 문학에 주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2014년부터 ‘김말봉 전집’을 발간해 왔던 소명출판은 이번에 7, 8권을 내놨다. 기자로 활약했던 김말봉(1901~1961)은 ‘보옥’이라는 필명으로 193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동아일보에 연재한 ‘밀림’, 조선일보에 연재한 ‘찔레꽃’ 등이 히트를 하며 일약 통속소설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김말봉의 단편소설과 미완성 장편, 시, 수필, 칼럼, 기사 등이 수록됐다. 그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쓴다’는 신조를 가진 대중소설가임과 동시에 1940년대 공창폐지위원장으로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신여성, 운명과 선택’(에오스)은 1910~1940년 한국 근대문학에 불꽃을 피운 여성작가 7인의 선집이다. 백신애, 이선희, 나혜석, 강경애, 김명순, 임순득, 지하련 등 해방 이전 사망했거나 해방 이후 월북해 상대적으로 빛을 못 봤던 작가들이 중심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하노이의 경복궁… 흥망성쇠 담긴 유산

    하노이의 경복궁… 흥망성쇠 담긴 유산

    베트남 하노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탕롱(Thang Long, 昇龍)왕궁은 서울로 치면 경복궁에 해당한다. 1009년 리궁윈(李公蘊)이 리 왕조를 수립한 후 수도를 지금의 하노이인 탕롱으로 옮겼고 탕롱왕궁에서 정사를 보기 시작했다. 이후 하노이는 왕도로 번성했고 탕롱왕궁은 베트남 역사의 중심이 되었다. 1802년 응우옌 왕조가 성립되면서 수도를 후에로 옮길 때까지는 말이다. 응우옌 왕조는 리 왕조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탕롱왕궁의 일부를 허물고 프랑스 건축양식으로 작은 성을 축조했다. 19세기엔 베트남도 서구열강의 표적이 되었고 1884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 식민지 기간에 다시 탕롱왕궁이 행정 중심지가 됐지만 더 많은 것이 파괴되고 말았다. 1897년 프랑스는 군사 기지를 만들기 위해 탕롱왕궁의 성벽을 대부분 파괴했고 그나마 군용 관측탑으로 쓸 수 있는 하노이 깃대와 북문과 남문 정도만 남겼다. 북문의 탄흔은 당시 상황을 말해 준다. 대신 프랑스는 하노이에 바로크 양식의 오페라하우스와 롱비엔 다리, 하노이 역 같은 프랑스 건축물을 지었다. 탕롱왕궁은 ‘하노이의 경복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방문자가 많지 않아 언제나 조용하다. 왕궁 전체를 아우르는 노란색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金星紅旗) 한가운데 별 색깔과 닮았다. 탕롱왕궁으로 들어가는 정문엔 아치형의 입구가 다섯 개 있다. 가장 큰 가운데 문은 황제가, 중간 크기의 문은 왕족이, 끄트머리의 작은 문은 하급관리가 드나들었다. 들어서면 아치가 가로로 수십 개 이어진 콜로니얼 양식의 노란 건물이 나타난다. 주변에서 발굴된 도자기나 지붕 일부분 같은 유물을 모아 놓은 전시실이다. 지하벙커로 들어가면 베트남 전쟁 때 지휘사령부로 쓰인 사무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포탄과 군복, 당시의 전화기까지 전시돼 있다. 황제의 집무실이자 침소로 쓰였던 궁전은 프랑스 부대가 포병본부를 짓는다고 모조리 파괴해버렸다. 용 조각만 덜렁 남은 황제의 계단은 화려했던 시절이 떠올라 쓸쓸하다. 이리저리 흩어진 노란색 건물에는 베트남의 흥망성쇠, 중국과 프랑스 문화, 미국과의 투쟁의 역사가 오롯이 담겼다. 외곽에선 아직도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탕롱왕궁은 중세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진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탕롱’은 ‘승천하는 용’을 의미한다. 베트남은 중국의 제후국이었던 까닭에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정선 이씨와 화산 이씨가 탕롱왕궁을 차지했던 리 왕조의 후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베트남이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박항서 감독의 공이 가장 크지만. 지금 세계의 눈과 귀가 베트남 하노이로 쏠리고 있다. 하노이가 세계평화를 위해 만난 동서양의 두 용(龍)을 훨훨 날게 할 무대가 될지 기대된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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