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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체장 관사 반납 ‘앗이슈’

    최근 전국 광역자치단체장의 관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시민단체 등은 “관사를 내놓으라.”며 목청을 높이고,시·도는 “실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맞받고 있다. 민선 자치시대가 열리면서 대부분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관사를 주민복지시설 등으로 용도를 변경,호응을 얻었다.이에 힘입은 시민단체 등은 IMF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광역단체의 관사 폐지를 들고 나왔다.특히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때 쟁점으로 부각된 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 별장을 개방하자 자치단체마다 관사반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도지사 관사는 제2집무실 시민단체 등은 관사가 호화롭고,부부가 살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다.특히 군사독재시대의 권위적인 상징물이므로 개혁시대를 맞아 이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도 관계자들은 “관사를 단순한 주거공간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2의 집무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공휴일 등 일과시간 후 결재 및 업무파악은 물론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지휘소로서 유관기관 회의 및 간담회가 열린다.그리고 외국사절이나 해외 자매결연 단체의 방문인사 접견 및 투자설명회 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지방분권이 강화돼 도지사의 역할이 커지고,자치외교 등이 빈번해져 관사의 활용도가 높아지므로 이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들 가운데 관사가 없는 곳은 인천·대전·울산시뿐이다.울산시는 심완구 전 시장의 지시로 가장 먼저 어린이 집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인천시도 최기선 전 시장이 지난 98년 지방선거 당시 관사 폐지를 공약,2001년 역사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가 현재는 학술연구원으로 활용중이다.대전시는 지난해 지방선거때 염홍철 시장의 공약에 따라 어린이 집으로 단장,지난달 9일 개관했다. ●일부 지자체는 관사를 시민들의 품으로 나머지 지자체들은 관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나 크기는 58평에서 400여평까지이고,형태도 아파트와 주택 등 갖가지다. 부산시장 관사는 대지 5435평에 연면적이 402평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6공시절부터 제기된 ‘지방청와대’ 철폐 여론에 따라 93년 부산민속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가 다시 관사로 사용중이다.민속관 운영 초기에는 대통령이 머물렀다는 호기심 때문에 관람객이 많았으나 전시물 부족과 주차난 등으로 관객이 크게 줄어들어 98년 선거에 당선된 안상영 시장이 다시 입주했다. 지난해 선거때 안 시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달 30일 시장관사 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회의가 열렸으나 ‘폐지’와 ‘존치’ 등으로 의견이 엇갈려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용도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지사 관사는 매각에 실패한 케이스.대지 4500여평,연면적 530평으로 시가 50억원에 이르는 도지사 관사를 99년부터 매각하려 했으나 원매자가 나서지 않자 최근 도의회로부터 관사로 사용토록 승인을 받았다. 경남도의 경우 관사 존폐여부를 도의회의 결정에 따를 방침이다.경남지사 관사는 대지 2990평,연건평 210평으로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다.대지 면적의 절반 정도는 언덕과 진입로 등으로 실제 활용되는 면적은 1500평에 불과하다.1층은 168평으로 연회실(50평)과 집무실(22평),로비(18평),거실(11평)이 있고,지사 부부가 쓰는 침실과 주방이 붙어있다.2층은 침실과 발코니,주방 등 28평이다.대통령이 지방순시때 이용하기도 했다.지하(14평)는 보일러실.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겉보기엔 으리으리하지만 내부는 보잘것 없다는 평이다.신축 후 20년동안 거의 수리를 안했으며,카펫과 벽지 등도 낡아 썰렁하기 그지없다. 김혁규 지사는 매월 1∼2차례 관사에서 외국사절 및 자매도시 인사를 접견하거나 외국투자자를 초청,투자설명회를 갖는다.간부들은 수시로 서류를 갖고 오며,한밤중에 지휘보고를 위해 방문하는 시장·군수도 있다.지난해의 관리비는 2010만원이 소요됐다. 충남지사는 행정·정무부지사와 7명의 실·국장과 함께 관사에서 생활한다.1932년 부지 2789평에 건립된 10채 중 지사관사는 116평이다.한때 도사(道史)박물관 등으로 용도변경을 검토하다 포기했다.또 충북지사 관사는 신·구관으로 현재 사용하지 않는 구관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강원지사 관사는 대지 354평,연건평 116평으로 김진선 지사가 2001년 춘천지검 검사장관사를 매입해 사용하고 있으며,경북지사 관사는 도청 구내에 건립된 2층 건물로 연건평 237평이며,방만 8개이다.반면 조해녕 대구시장과 박광태 광주시장은 아파트를 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지방화시대에도 시·도지사 관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그 나름의 타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시민단체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하루빨리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는 것도 ‘경영행정’일 것이다. 전국 정리 이정규 기자 jeong@ ■외국의 사례 이웃 일본은 도·부·현 지사의 관사를 두고 있으나 대부분 일반에 개방된다. 도야마 현은 약간의 사용료를 받고 지사관사를 문화행사장으로 제공한다. 연말연시(12월19일∼1월3일)를 제외하고 연중 개방하며,홋카이도 지사 관사도 일반인의 견학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주지사 관사도 대부분 개방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누구든지 신청만 하면 관사내 정원과 거실,집무실,서재 등을 구경할 수 있다.다른 주 지사 관사도 비슷하다. 홈페이지에는 관사의 역사를 소개하고 견학을 위한 안내도 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독일은 아예 관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만 관저가 있을 뿐 국회의장이나 장관은 물론 주지사 등은 모두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주 경남도의회 의원 민선 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상당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관사를 폐지,도서관이나 기타 공익시설로 용도를 전환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던 것은 사실이다.이를 기화로 일각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의 관사도 다른 용도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이를 이해할 수 없다. 새 정부 들어 지방분권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만큼 지방정부의 수장인 시·도지사의 역할도 막중해질 것은 뻔하다. 자치외교가 활발해지면서 외교사절이나 해외 자매결연 단체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질 것이고,해외 투자자들을 초청한 투자설명회 등도 자주 열어야 된다.외국인을 상대하는 시·도지사는 지역의 대표로서 권위와 품위를 지녀야 하기 때문에 관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시·도지사의 관사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제2의 집무실이다.우리도 외국과 같이 관사를 아끼면서 자랑할 수 있는 지역의 명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제주도지사 관사의 경우 그 의미에 맞지 않게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데 문제가 있다.그 예로 지난 지방선거 기간중 관사에서 만찬이 수시로 열리는 등 선거운동 장소로 쓰여진 사실을 들 수 있다. 탈권위주의 시대에 공공목적으로,상시적으로 사용될 것이 아니면 다른 차원으로의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그렇다고 매각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민 편의를 위한 야외예식장이나 야외전시장 등 열린 문화공간으로의 제공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엄연히 자택을 소유하고 있는 민선지사가 도민의 혈세로 관리되는 관사에 거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일부에서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내·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상담을 위해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으나 자칫 ‘밀실상담’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도지사 관사의 관리주체는 자치단체의 주인인 도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제주 김영주 기자 chejukyj@
  • 이집이 맛있대요/김치찌개

    가장 한국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인 김치찌개.시큼한 김치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끓여낸 맛이 일품이다. 묵은 김치의 신맛이 김치찌개의 ‘영원한 동반자’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달래준다.또한 얼큰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식욕까지 돋워준다.점심 시간에 손님들이 줄을 서거나 미식가들 사이에 소문난 김치찌개 집들을 찾았다.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옆의 굴다리식당(02-712-0066).이기동(71)·김정숙(69) 노부부가 23년째 운영하는 이 집의 김치찌개는 예술적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도 나온다.서울 독산동의 한 정육점에서 생 돼지고기를 들여온다.찌개용으로 살과 비계가 반반씩 붙은 것으로 쓴다.돼지고기를 마늘·생강 등의 양념 다대기와 큼직하게 썬 김치를 넣어 푹 끓여 고기의 느끼함을 없앴다. 맛의 비결은 잘 담근 김치.온갖 양념에 버무린 찌개용 김치에는 젓갈을 쓰지 않고 액젓과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날씨가 따뜻해진 요즘에는 찌개용 김치를 1주일에 두번씩 담는다.한번 담으면 300포기다. 별다른 육수를 쓰지 않는데도 국물 맛이 담백하고 약간뻑뻑하다.김치찌개에는 계란말이 등 6가지의 반찬이 나온다.찌개와 밥 인심이 친절 못지않게 넉넉하다.단골도 많고,제육볶음(6000원) 또한 일품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쪽 광화문집(02-739-7737)의 김치찌개 역시 유명하다.찌개를 한번 끓여낸 뒤 두부와 다른 양념을 넣고 졸이듯 끓여가며 먹는데 고기 안까지 간이 배어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의 옷 상가에서 유명한 유정(02-2232-5727)은 24시간 영업해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찾아갈 수 있다.동대문을 이용하는 전국의 상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택시 기사들 사이에 소문난 송림식당(02-457-5473)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역과 구의역 중간의 기사 식당가에 있다.신 김치에 돼지고기를 조금 넣어 끓여낸다. 서울 청담1동 영동고교 아래의 현대식당(02-540-7205)은 샐러리맨뿐만 아니라 신세대와 연예인 등으로 붐비는 곳이다.생고기를 듬뿍 썰어 넣어 뚝배기에 담아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석촌호수 방향으로 나와 배명고교로 빠지는 큰 길에 자리한 똑다리 김치찌개(02-420-3962)는 택시 기사들이 줄을 서는 곳.김치찌개 하나만 하는 전문점이다.고기가 쫄깃한 것이 특징.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강성남기자 snk@
  • 3분에 한대꼴 이착륙… 관제 초비상 / 진땀흘린 제주공항

    제주 국제공항이 5일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홍콩과 중국 등 동남아지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를 피해 제주로 몰렸던 국내외 관광객 3만 7000여명이 이날 한꺼번에 제주를 빠져 나가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지금까지 제주공항 이용기록은 지난해 4월7일의 2만 2001명이 최고다.이로써 1946년 1월 민간항공기가 첫 취항한 이래 57년 만에 가장 많은 공항 출발이용객을 기록하는 등 제주공항과 관련된 여러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공항 관제사들을 비롯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공항경찰대 등 공항 관계자들도 긴장 속에 진땀나는 하루를 보냈다. ●하루 수용능력의 2배 하루 수용능력이 2만명인 출발대합실과 항공기 탑승을 위해 기다리는 격리대합실은 티켓을 확인하거나 먼저 자리를 배정받으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공항면세점도 밀려드는 고객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오후 3시부터는 귀경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부터 출발장 입구까지는 물론이고 신분검색대,X레이검색대,탑승구까지 정체 현상을 빚는 등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은 원활한 수속을 위해 이날 처음으로 국내선 대합실에 8개의 임시 탑승수속 카운터를 설치,운영하기도 했다.면세점도 개설 이래 가장 많은 5500여명이 찾아 5억원 가까운 매출실적을 올렸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승객이 폭주하면서 수용능력을 초과한 제주공항은 큰 혼잡에도 다행히 안전사고는 없었다.이날 하루 동안 제주공항을 오간 여객기 수는 총 333편.평일의 200편을 크게 초과한 수치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주출발 국내선 정기편 105편 외에 특별기 48편 등 153편을 투입해 제주를 떠나는 관광객들을 실어날랐다.또 이날 국내선 154편과 국제선 왕복 26편이 이·착륙했다. ●사스여파… 밤10시까지 333편 오전 7시 김포발 대한항공 KE1289편을 시작으로 오후 10시10분 일본 후쿠오카(福岡)발 대한항공 KE2782편이 마지막으로 착륙하는 등 시간당 평균 22편이 뜨고 내렸다.오후 2시 이후 시간대에 비행기가 집중적으로 몰려 평균 4∼5대의 비행기가 5∼10분 간격으로 활주로를 이착륙했다.특히 이착륙 활주로를 비행기가 동시에 뜨고 내리는 경우도 9차례나 돼 자칫 관제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로 인해 공항내 동서활주로(3㎞)와 남북활주로(3㎞),유도로(3.5㎞) 그리고 항공기 17대 수용능력의 계류장 등은 이착륙과 탑승하는 승객들로 거의 쉴틈이 없었다. 다행히 제주공항은 이날 강한 옆바람이 없어 관제탑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활주로에 옆바람이 불면 이착륙 방향을 바꾸느라 최대 5분가량이 소요돼 이날처럼 관제가 몰리면 수용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우려됐었다. 공항 관제탑은 이날 타워 4명,레이더 4명 등 8명의 정원을 13명으로 늘려 교통정리에 들어갔으며 공항경찰대도 기동순찰조를 늘리는 등 비상근무로 하루를 보냈다. 허익만 관제탑장은 “이날 하루 15시간 동안의 관제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비번자들이 모두 출근하는 등 모처럼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부시의 전쟁 / ‘脫바그다드’ 수만명 피란행렬

    5일 새벽 미군이 3시간 동안 ‘무력시위’를 벌이고 떠난 뒤 이라크 수도는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그러나 바그다드 도시 중심가에서는 연합군의 진격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외신들은 덧붙였다.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포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붉은 삼각 휘장을 두른 공화국수비대 병사들이 연합군 공격에 대비,참호를 파고 탄약을 비축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러나 시민들의 피란행렬이 이어지면서 거리의 인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6일 바그다드 전역에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의 통행금지를 발표했다. ●후세인 장남 지휘 페다인 도심집결 이라크 전투병들과 집권 바트당원들이 남쪽 진입로 주변에 대공포와 박격포를 줄을 지어 배치했다.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가 이끄는 민병대 페다인이 검은 옷을 입고 개전 이후 처음으로 바그다드 중심부로 집결했다.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든 공화국수비대원들은 바그다드 남부 발라디야 지역을 순찰했다.석유를 채워 넣은 참호에서 솟아오른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기도 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에서는 이라크군이 전투에서 파괴된 미군 장갑차 위에서 손에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다.16살 군인 메키는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식료품등 판매 주요 시장 텅비어 바그다드 서부지역에서는 탱크와 민병대,병원을 가든 채운 부상자들로 전쟁의 분위기가 짙게 감돌았다.거의 모든 상점들이 셔터를 내렸고 시민들이 식품을 사가는 주요 시장도 텅 비었다.다만 시민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주유소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배터리와 손전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5군데 환전소는 문을 열었으나 개점휴업 상태였다.신기한 일은 환율이 전날 달러당 3800디나르에서 3300디나르로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어둠이 깔리면서 이틀째 끊겼던 전기는 티그리스강 동부지역에서부터 복구됐다.하지만 포탄의 섬광과 몇몇 카페의 네온사인,아파트 창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거리를 비췄다.전화마저 끊겨 5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는 완전히 고립돼 버렸다. 한밤중에 도심의 한 트럭에서 남쪽을 향해 몇 발의 로켓포가 발사,거대한 폭발음으로 시민들을 깨웠으나 거리는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6일에는 중심가에 박격포 포탄 12발이 떨어졌다. ●고위 바트당원 피란행렬 합류도 바그다드 남쪽으로 이어지는 도로상에는 겁에 질린 바그다드 시민 수만명을 태운 차량 행렬이 10㎞에 걸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이 가운데 시리아로 피란길에 오른 블라디미르 티토렌코 이라크 주재 러시아 대사 등 러시아 외교관 일행은 이동중 총격을 받아 일부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의 월터 로저스 특파원은 집권당인 바트당원들과 고위관리들도 요르단과 시리아로 향하는 민간인 피란행렬에 슬쩍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이라크 남서부로 향하는 도로 검문소에서 일하는 병사들은 “지위가 높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여행용 가방에 돈다발을 넣어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외신 ejung@
  • 부시의 전쟁 / ‘제시카 일병 구하기’ 美 한밤중 전격 작전

    1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미 특수부대원들이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혔던 19세 여군을 구출했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미국 대륙이 술렁거렸다. 쿠웨이트에 주둔한 미 중부군의 빈센트 브룩스 부사령관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라크군에 생포됐던 미군 1명이 특수군 작전으로 구출됐다.”고 발표했다. 구출된 미군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의 입대 2년차인 제시카 린치(사진) 일병.지난달 23일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부근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접어들면서 이라크군의 매복에 걸려든 미 육군 507 화기정비 중대 15명 중 1명이다. 작전에 나섰던 부대원 15명 중 2명은 전사하고,5명은 포로로 잡혔다.사망자와 포로들의 모습이 아랍계 위성TV 알자지라에 방영돼 미국인들을 경악케 하기도 했다.제시카 일병 등 8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로 분류됐었다. ‘제시카 일병 구하기’작전은 1일 한밤중에 전격적으로 시작됐다.미 육·해군 특수부대인 레이저와 실(SEAL)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아 제시카 일병이 나시리야의 ‘사담병원’에 수용돼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것이다.이 병원은 사담 페다인 민병대의 거점으로 유프라테스강 북쪽 2㎞ 지점에 위치해 있다. 특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병원을 급습하던 1일 밤,해병대는 이라크군을 교란시키기 위해 민병대와 바트당 지역 본부에 폭탄을 쏟아부었다.제시카 일병은 포로로 잡힐 당시 2,3발의 총상을 입어 다른 미군 포로와 격리 수용돼 있어 구출이 한결 수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MSNBC방송은 나시리야의 한 주민이 방송기자에게 “미군 여성이 사담병원에 있다.XXX병실에 살아 있다.”는 영문 쪽지를 건네줘 작전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뉴욕타임스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이 구출작전을 지휘했으며 작전과정이 비디오로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보안상 이유로 제시카 일병의 정확한 소재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가족들에게 전화로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아버지 그레그 린치는 “딸이 살아있다고 믿었지만 목소리를 이렇게 빨리 들을지 몰랐다.”며 울먹거렸다.그는 고향인 웨스트버지니아주 팔레스타인 지역에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리본’을 달아놓고 딸을 기다려 왔다.미군 관계자는 “사담병원에서 시체 11구도 수거했다.”며 “미군포로 구출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
  • 다큐영화 ‘하늘색 고향’ 김소영 감독“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 恨 되살렸죠”

    작은 체구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제작기간 4년말고도,백방으로 극장을 잡기 위해 뛰어다닌 게 2년.영화를 찍기 시작한지 6년이 지나서야 일반극장에서 개봉하게된 다큐멘터리 영화 ‘하늘색 고향’의 김소영(35)감독은 말그대로 ‘의지의 한국인’이다. “감개무량이란 말로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가슴을 떨면서 시사회에 왔다는 김 감독은 잔뜩 상기돼있었다.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한인들의 아픔을 담은 ‘하늘색…’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인내의 시간을 보낸 그녀로서는 당연했다. 김 감독은 지난 97년 한 일간지에 실린 신순남 화백의 ‘레퀴엠’작품을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강제이주 당한 고려인의 아픔이 강렬하게 저를 사로잡았어요.그렇다고 무작정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날 수는 없었죠.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전시장 벽면을 장식한 작품에 압도당했죠.노인네도 저렇게 하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시작하긴 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된 7개월간의 촬영은 산 넘어 산이었다.촬영이 없는 날에는 일일이 편지를 쓴 뒤 라면박스를 들고 한인교회를 찾아가 모금활동을 벌였다.한국기업에 찾아가 제작비를 얻어내기도 했다.그렇게 해서 한 푼 두 푼 모여진 액수가 1억원. 하지만 돈보다 중요했던 건 한인들의 따뜻한 관심이었다.통역은 물론,앞다퉈 식사와 숙박을 제공했다.스태프가 다치기라도하면 한밤중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를 데려왔다.“이분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완성해야 했습니다.” 영화는 ‘레퀴엠’을 중심으로 1937년 강제이주 당한 한인들의 인터뷰,자료화면 등을 엮었다.스탈린은 당시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국경지대에 사는 한인들을 일본의 스파이로 규정짓고,중앙아시아의 벌판으로 쫓아냈다.“한국인하면 해외동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이제 역사의 편린이자 희생양이었던 그들을 감싸안을 때입니다.누구 말마따나 동북아시대를 열려면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어요?” 앞으로도 잊혀졌지만 복구되어야 할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찍고 싶다는김감독.비상업영화에 극장을 내어 주지 않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조차 그녀의 열정을 꺾지는 못할 것이다.‘하늘색…’은 지난해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아시아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되기도 했다.개봉은 21∼24일 아트큐브. 글·사진 김소연기자 purple@
  • 성과 부진자 처리 어떻게...‘실적 꼴찌’ 살려야 1등기업 된다

    최근 대기업들이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우수 인재를 스카우트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발탁자와 승진자들이 기뻐하는 뒤안길에는 어느날 갑자기 임원자리에서 ‘해고’된 사람들의 낙담이 있다.밀려난 사람의 등에는 ‘성과부진자’라는 딱지가 붙어있다.기업생존을 위해서는 성적부진자의 정리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을 두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LG경제연구원의 박지원 연구원(경영컨설팅센터 인사조직그룹)이 성과부진자 관리방안을 진단해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심 인재’는 기업 HR(인사관리)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이를 반영하듯,많은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확보·육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핵심인재가 경영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는 시점에서,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인재의 역량도 중요하지만,무엇보다 구성원 전체의 역량이 증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또 핵심 인재 관리와 함께 성과 부진자들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예컨대 핵심인재 관리로 유명한 GE(제너럴일렉트릭)는 전 구성원 가운데 하위 10%에 해당하는 성과 부진자의 관리 방안을 수립,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소수의 핵심 인재에 대한 투자와 관심만으로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스타 플레이어의 활약도 중요하지만,기업은 축구나 야구팀처럼 모든 포지션의 구성원들이 기대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만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해외 선진 기업에서는 성과 부진자 관리를 통해 기업 성과가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이미 나오고 있다. 성과부진자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이 이들의 일까지 떠맡게 되는 데 있다.따라서 성과 부진자를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성장률을 10%까지 높일 수 있었던 선트러스트 뱅크나 3년간 시장 점유율을 3배나 끌어올린 하이테크 기업 ‘애플러(Applera)’가 그 예이다.인적 자원이 곧 기업 경쟁력이 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도 조직 구성원의 역량 고도화를 위해 적절한 성과부진자 관리 방안을 모색해 볼필요가 있다. 성과 부진자 관리는 핵심인재 관리보다 더 민감한 이슈이며,평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꺼리는 부분 중의 하나다.특히 한국 기업들의 경우 상당수가 온정주의에 젖어 있어 지금까지 성과 부진자를 방치해 온 면이 있다.그러나 이러한 방치가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성과 부진자 관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기업들이 성과 부진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포인트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성과 부진자에 대한 명확한 관리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하나는 성과 부진자들의 잠재 가능성을 인정하고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는 것이다.객관적으로 뛰어난 인재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능력 제고에 초점을 둔 최대의 맞춤 신사복 유통 할인업체 ‘맨즈웨어하우스’가 전자에 속한다면,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통해 매년 하위 10%를 상시 퇴출시키는 GE는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GE의 ‘상시퇴출제도’는 원활한 조직 신진대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인재 관리 성공 사례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다만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미국의 기업들조차도 GE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했다가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상시퇴출제도를 도입하면 고용불안감 및 사기저하,조직에 대한 신뢰 상실과 우수 인재의 유출,단기 업적주의의 팽배와 도전적·창의적 행동 저하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했다.GE의 인사 정책 수립을 총괄하는 윌리엄 코너티 역시 “이러한 GE식 조직 관리는 아시아적 가치가 남아 있는 기업에 그대로 적용했을 경우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성과 부진자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문화 및 정서를 고려하고,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용 방안을 사전에 충분히 연구하고 정립할 필요가 있다.특히 한국 기업의 경우,GE의 냉정한 퇴출 제도보다는 맨즈웨어하우스와 같이 전 구성원의 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구성원들의 긍지를 높여주고,애사심과 헌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한국 기업의 상황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퇴출과 역량 제고라는 두 가지 방안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다.따라서 두 가지 관리 방안을 적절하게 활용하되,기업의 기본적인 인재 철학을 잘 반영하여 어느 쪽에 중점을 둘 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성과 부진자를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패자 부활이 가능하도록 역량 제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사실 성과 부진자의 구분은 구성원 중 누가 잘하고 못하느냐를 가리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모든 구성원들이 전략적 방향에 맞게 움직이면서 성과를 높이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이를 위해서는 우선 성과 부진자들이 상사나 사내 상담자를 통해 코칭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이 과정에서 상사나 상담자들은 성과 부진자들의 성과가 저조한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동시에 성과 부진자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부여하고 신뢰를 표명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성원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다른 길을 찾아주는 코칭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기존 업무와는 다른 적성이나 소질이 발견된다면 상사나 상담자는 충분한 면담을 통해 그들에게 적합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다른 분야의 능력과 적성을 갖고 있는 성과 부진자를 계속 같은 직무에 배치하는 것은 결국 조직이나 성과 부진자 당사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셋째,패자 부활전에서도 실패한 구성원에 대해서 기업은 적절한 퇴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기업은 그 특성상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 구성원에게 한없는 아량을 베풀 수 없다.퇴출 제도를 마련할 때는 퇴출 대상자인 성과 부진자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전직지원 서비스(Outplacement Service)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GM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80% 이상이 전직 및 재취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이러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에는 구직 지원 활동 뿐만 아니라,퇴출자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외국 CEO 의 직장낙오볍 관리법 미국 등 서구 자본주의 기업가들은 성과부진자들을 어떻게 다룰까.근로자들에 대한 대우는 노동수급에 따라 이쪽에서 저쪽 극까지를 오갔다.노동자들이 태부족이어서 일손이 귀할때는 보스도 부하들을 살살 다뤘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칼자루가 경영자 손에 쥐어진다. 성과부진자들에 대한 가차없는 처리로는 20세기 초반 NCR의 창업주 존 패터슨의 악명이 높았다.이 회사의 한 전직 임원은 “회사 잔디밭위에서 내 책상과 의자가 불타는 것을 본 순간 해고당했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스타TV 등을 소유한 미디어 그룹 ‘뉴스코포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느닷없이 한밤중에 성과부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고를 통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경영자 샌디 웨일이 시티그룹의 CEO로 취임한다는 소문이 들려오자 사내의 임직원들은 벌벌 떨어야 했다.연장된 임기까지 채운뒤 회사를 떠날 때 그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연설을 남겼다.“이제 여러분들은 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을수 있게 됐다는 걸 아실 겁니다.” 골드만 삭스의 회장 행크 폴슨은 지난달 다음과 같은 연설로 전 임직원들을 걱정시켰다.“우리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15∼20%의 사원들이 80%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뒤집어 말하면 80∼85%의 직원들은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극언이었던 셈이다. GE(제너럴 일렉트릭)는 ‘상시퇴출제도’라는 민감한 인사관리정책을 무리없이 정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말 그대로 하위 10%의 성과부진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퇴출시킴으로써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제도다.잭 웰치 전회장은 스스로 “나는 정원사(gardener)”라고 불렀다.기업총수로서 유능한 인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물과 비료를 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그러나 그는 이어 “나무와 풀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되는 잡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냉정한 극약처방같지만 부단한 사후관리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성공 포인트로 평가받고 있다.물론 정반대의 경영전략도 있다.일본 전자제품업체인 샤프는 요즘에도전 직원들의 종신고용 전략을 강조한다.마치다 사장은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다음은 (해고대상이)자기 차례라고 생각하는 지금이야말로 종신고용을 확립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기술우위에 필요한 숙련된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종신고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어느 전략이 유효한가는 경영자의 스타일에 달려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일본 온천욕 묘미 맛보기/아오모리,노천탕의 천국

    |아오모리(일본) 박준석특파원|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깊은 겨울 산속.마치 선녀들이 내려올 것 같은 비경 속에서 즐기는 노천 온천욕의 묘미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우리나라엔 아직 드문 편이지만 일본에선 이같은 ‘노텐부로’(露天風呂·노천온천)가 즐비하다.특히 1년 가운데 6개월이 겨울인 아오모리현(靑森縣)은 그야말로 온천의 천국이다. 일본 사람들은 하얀 눈을 맞으며 즐기는 노천 온천욕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친다.온천은 대부분 24시간 개방돼 있는데,한밤중에 혼자 잠에서 깨어나 쏟아질 듯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은 신비감마저 준다. ●고가네자키(黃金崎) 불로불사(不老不死) 온천 동해 연안에 위치한 온천.해안 바다쪽에 바짝 붙어 있어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쏟아져내리는 해수가 벗은 몸을 기분좋게 때려준다.본관과 신관 2개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온천수의 수질이 각각 다르다. 아래쪽의 본관은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일본의 전통 온천.언덕에 자리잡은 신관엔 해안의 노천탕과 웅대한 동해를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남녀 별도의 노천탕이 있다. 본관 온천탕은 류머티즘,신경통,피부병에 효능이 있고 신관은 관절염 요통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JR전철 고노(五能)선 헤나시역에서 도보로 15분 걸린다. ●오와니 온천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으로,불도를 닦던 한 스님이 발견했다고 한다. 엔치라고 불리는 이 스님은 불도를 닦던 중 이곳에서 병으로 쓰러졌는데,꿈속에서 한 동자로부터 온천에 들어가면 병이 낫는다는 계시를 받고 그대로 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오와니 온천은 요양 또는 농한기의 휴양지로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다.오와니 온천축제는 이러한 전설에 연유해 거행되는,일본내에서도 희귀한 축제다.관절염,요통,찰상,치질,신경통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JR전철 오우(奧羽)본선 오와니온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아오니(靑荷) 온천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았다.1928년 시인 니와 요우카쿠가 개척한 곳으로 구로이시(黑石)시의 산속에 위치한 니지노코 호수에서 산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있다.류머티즘성 질환이나신경마비,피로회복 등에 특히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 인근의 목조건물로 된 여관도 이곳의 명물.산속의 외딴 곳에 파묻힌 듯 세워져 있는 이 여관은 굵은 들보와 구석구석까지 검은 광택을 발하고 있는 판자벽이 소박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등잔불 여관’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데,저녁노을이 질 무렵이면 방마다 등잔불을 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는 자동차 통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님을 위해 스노 모빌을 준비하고 있다.일일이 스노 모빌의 운전요령을 지도해준다.스노 모빌을 이용하지 않고 스키를 탄채 직접 온천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난(弘南)철도 구로이시역에서 고난 버스를 이용해 아오니온센(靑荷溫泉)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pjs@kdaily.com ★여행가이드 ●아오모리현은? 일본 혼슈(本州)의 최북단에 있다.현(縣) 인구는 147만여명.모두 67개의 시정촌(市町村·8개의 시,34개의 정,25개의 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오모리현은 현내 중앙에 있는 오우산맥에 의해 기후가 크게 달라진다.겨울에는 습한 공기가 산맥에 부딪쳐 산맥 왼쪽의 쓰가루지방에 눈을 내린다.계절 변화가 뚜렷하며 평균기온은 섭씨 10.1도.연평균 765㎝에 이를 정도로 눈이 풍부하다. ●항공편 및 가는 길 아오모리행 직항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일주일에 3회(수·금·일요일) 뜬다.소요시간은 2시간50분 정도.도쿄를 거쳐가기도 하는데,도쿄에선 비행기로 70분쯤 걸린다.도쿄에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풍경을 감상하며 아오모리까지 가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기차는 4시간,버스는 9시간 정도 소요된다. ●먹거리 아오모리는 사과와 해산물 등 먹거리가 풍부한 편이다.붉은 빛이 도는 이곳 사과는 맛이 시원해 일본에서도 최고의 인기 품목.특히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사과주스는 꼭 한번 마셔볼 만하다. 금방 잡은 가리비를 자갈 위에서 굽는 가리비구이,꿩고기와 버섯 그리고 산채 등을 넣고 작은 솥에 넣어 만든 밥인 마타기메시,주산호에서 잡은 가막조개를 넣어 끓인 가막조개 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의 미각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인근 바다에서 잡은 대구를 가득 넣어 찌개로 끓인 ‘잣파지루’가 있다.또 명마의 산지로 유명한 고노헤를 중심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말고기 회는 신선한 말고기를 생으로 요리한 저칼로리,고단백질의 음식으로 그 맛이 일품이다. 아오모리 시내엔 ‘한일관’‘대동강’ 등 한국음식 전문점도 몇 군데 있다.4명 기준으로 소주를 곁들여 갈비를 시켜 먹으면 2만엔(약 20만원) 정도 나온다.도쿄 등 대도시보다는 싸지만 한국보다는 비싼 편이다. 공항과 관광안내소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웰컴카드를 발행해 주는데,이 카드를 이용하면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 일정액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자세한 정보는 일본 북동북3현 서울사무소(02-771-6191∼2)나 홈페이지(www.kitatohoku3ken-hokkaid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젊은이들의 신메카] ③ 북촌

    ‘북촌’을 사람들은 ‘세월이 그대로 풍경이 된 마을’이라고 부른다.청계천과 종로의 위쪽에 위치했다고 해서 ‘북촌’이란 이름이 붙었지만,행정구역상으로는 북한산 자락 아래 동서로 펼친 가회동·삼청동·원서동·재동·계동·사간동 일대를 말한다. 북촌은,남산 기슭에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산 ‘남촌’과 달리,서울의 정치·행정·문화의 요지였다.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의 수천 평에 이르는 대저택이 1930년대까지 남아 있던 곳이다.그 후로 50∼80평으로 나뉜 중소 규모 한옥들이 밀집하게 됐는데,그 한옥 밀집지역이 외국인들과 젊은이,문화종사자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목수’신영훈 원장이 운영하는 원서동의 ‘한옥문화원’이다. 이 문화원이 개설한 ‘내 집을 지읍시다’‘한옥건축 전문인 과정’등의 강좌는 늘 수강생으로 꽉꽉 차는데 그 가운데 30% 정도는 건축학과 학생,고미술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문화재 관계자 등이다.‘한옥짓기 실습’과 같이여름·겨울의 집중강좌에는 방학 중인 젊은층이 절반을 넘기도 한다.외국인모습도 간간이 보이는데,대전에 사는 독일인 프랑크 길라스는 강의를 들은뒤 북촌의 낡은 한옥을 사서 직접 개조하기도 했다.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북촌은 좁은 골목길에 맞닿은 처마들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기와집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그래서 TV 인기드라마 ‘야인시대’를 이곳에서 촬영한 데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팀들이 다투어 한밤중에 불을 밝혀 주민들의 민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북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서울의 전통이 살아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전통문화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때문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북촌문화센터’ 말고도 ‘북촌포럼’ 등 시민단체들이 대거 생겨나 북촌마을 한옥지킴이를 자임하고 있다.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생가에 모 디자인연구소가 현대식 신축 건물을 들이려는 것을 6개월째 막은 것은 다 이들 덕분이다. 지난 5월 인사동에서 안국동으로 갤러리를 옮긴 뒤 북촌지키기 시민단체에 가입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관장은 “유럽 도시를 여행해 보면 ‘150년된 거리’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발전과 개발에 떠밀려 우리 전통문화를 홀대했지만,이제라도 보존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촌이 전통문화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킨 원인의 하나로,서울시가 북촌사업팀을 두고 2001∼2006년 844억원을 투입해 벌이는 ‘한옥 보존사업’을 무시할 수 없다.‘역사문화미관지구’보존사업의핵심은 한옥을 구입해 수리할 경우 공사비의 3분의2 범위에서 3000만원까지,공방·박물관 등을 운영해 한옥을 일반인에게 개방할 경우 최고 6000만원까지 무상 지원한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지난해 초 평당 400만원이던 땅값은두배로 껑충 뛰기도 했다. 한병용 북촌사업팀장은 “76년이래 민속경관지로 있다 99년 한옥보존지구가 폐지돼,이곳에도 다세대주택 등이 난립하게 됐다.서울에 한옥 밀집지구는이곳밖에 없어 보존이 시급해졌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서울시는 북촌 지역에 사는 장인들의 공방을 개방형 한옥으로 만들어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2004년까지 점차적으로 실현할 예정이다.북촌에 살면서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좋은 관심거리고,어린 학생들에게 교육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신중현 옻칠공방,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황혜성의 ‘궁중음식 연구원’,무형문화재 오죽장 15호인 윤병훈 옹의 ‘언강죽장전시관’,전통염색·매듭을 전수하는 조일순,민화와 부적 등을 전시하는 ‘가회박물관’,서울시 무형문화재인 궁장 권무석의 ‘활공방’,임수현의 ‘전통인형공방’,옹기를 전시하는 ‘징광옹기’등이 대표적이다.공방 제품의 가격은 수천만원대까지 있어 일반인이 구입하기는 어렵다.이밖에 금현국악원에서는 원장현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수석이 대금 거문고 태평소 등을 가르친다. 북촌은 골목길에 명소들이 들어앉아 있기에 걸어서 구경해야 제격이다.곳곳에서 개조·신축 공사 중이라 망치소리가 요란하지만,굽이굽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해질 무렵 도심에서 사라진 새의 지저귐이나 날갯짓이 요란하다는것을 느낄 수 있다.그시작은 우선 현대건설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북촌문화센터’에서 하는 것이 좋다.5분짜리 영상으로 북촌의 역사와 전통문화를개괄해 준다. 북촌문화센터에서 오른쪽으로는 창덕궁쪽으로 올라가 불교미술박물관,고희동 생가,궁중음식 연구원,중앙중고교,가회박물관,언강죽장전시관,가회동 31번지 한옥 밀집지구 등을 돌아보고 안국동 쪽으로 나와 갤러리 사비나에 들르면 좋다. 왼쪽으로는 언강죽장전시관,가회박물관,가회동 31번지 정독도서관과 그 안의 종친부,오원고미술관,아트선재센터,헌법재판소의 재동백송,유양옥 화백이그린 벽화 ‘우리 동네’를 보면 된다.중앙고와 정독도서관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국가에서 보전건물로 지정했다. 아쉬운 점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저(민속자료 87호),백인제 사저(민속자료 22호),산업은행 관리가옥 등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99칸 고관대작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한옥의 구조와 아름다움,운치를 느끼기에 아주 좋은데도 말이다. 주거전용 지역이라 북촌에서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개조한옥인 ‘용수산’‘한내리’등에서 전통 한식을 맛볼 수 있다.외국인을 주대상으로 하는서울게스트하우스·유스패밀리는 자녀들의 한옥 체험에 이용할 수 있다.일박에 2만원선,관광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문소영기자 symun@
  • [男男女女] 사랑 떠나도 봄날은 온다

    12월은 유독 이별이 서러운 계절이다.연말연시라고 연일 이어지는 흥겨운 술자리,행복한 사람에게는 더욱 행복한 크리스마스,희망을 강요하는 새해의 첫 태양.울고 있는 사람에게는 조명을 들이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게다가 여름에 비해 감소되는 일조량 탓에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의분비까지 줄어들어 12월의 이별은 사람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5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가입했어요.당장 결혼할 수 없는 내 처지를 기다릴 수가 없다네요.우린 겨우 스물여덟살인데….” “그는 사시를 준비했고,저는 일반 직장에 취직할 예정이었어요.2차 시험에 떨어진 그는 제가 위로해 주길 바랐지만 저도 취업 면접이 있었기 때문에신경이 날카로웠죠.결국은 선물까지 서로 돌려주면서 정떨어지게 헤어졌어요.2년 사귀었는데 말이죠.” “결혼을 생각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귄 사람이었어요.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나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했죠.그러던 그가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이 겨울에 이별을 통보하더군요.” 올 겨울 청천벽락같은 이별을 맞은 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다시는 내게 사랑이 오지 않을 것 같아요.아니 적어도 사랑을 믿지 못할것 같아요.” 사랑은 복권처럼 찾아오는 행운 같은 것일까?아니면 기회를 놓치면 사라져버리는 시간 같은 것일까? 고등학생 때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꿈꿨다.결국은 같은 보습학원에 다니던 남학생을 ‘운명의 상대’라고 점찍어 놓고 그 주위를 맴돌았다.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일기장에 적었고,전교 5등 안에 든다는 그와 같은 대학에 가려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그때 내 모습은 아마 일종의 스토커였을지도 모른다.같은 대학에 나란히 합격한 뒤 그에게서 “대학에 들어가면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을 듣게 됐다.그러나 대학에 들어간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한 선배에게 반해 ‘운명 같은 사랑’을 스스로 막내렸다.그가 상처받지 않았냐고? 천만에 그 친구는 내 철없는 순정을 평생의 자랑거리로 삼으며 잘 살아간다. 돌이켜 보면 그 친구에게 바친 그 열정만큼 학교생활에 충실했다면학업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었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나는 한밤중에 고즈넉한 벤치에 앉아 그의 하교길을 기다리던 일,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도망쳐 밸런타인 초콜릿을 고르던 일,예쁘고 고운 머플러를 사려고 명동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거의 짝사랑이었기에 그가 해준 일은 없지만,나는 그 친구 덕에 너무나도고운 추억을 갖게 됐다.우습게도 지금도 그것이 고맙다. “한번쯤은 실연에 울었던,눈이 고운 사람 품에 안겨서 뜨겁게 위로받고 싶어.”라는 노래가사가 있다.거울을 꺼내 이 겨울에 헤어진 당신의 눈동자를보라.같은 처지의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면,그것으로 지나간 사랑은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이송하기자
  • 문화오지 봉화찾은 ‘찾아가는 민속박물관팀’

    ‘찾아가는 문화활동’은 드물게 성공적으로 정착한 문화정책의 하나다.물론 ‘찾아오는…’이 아니라 ‘찾아가는…’이라는 이름부터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아직은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찾아가는 민속박물관’은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가 특히 반긴다.솟대와 색지상자를 만들어 보고,전통문화의 이면에 담긴 속깊은 얘기도 쉽게 풀어 들려준다.지난주에는 경북 봉화의 초등학교 두 곳을 찾아갔다.‘찾박팀’(찾아가는 민속박물관팀)이 들려주는 봉화에서의 2박3일을 소개한다. 12월9일 월요일.황보명 학예연구사는 솟대 재료들이 담긴 상자들을 소형 승용차에 실었다.이번 찾박팀은 황보 연구사와 이기원·김미겸씨.차 안은 상자 사이에 사람이 끼어 앉은 형국이다.히딩크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그랬듯,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도 한 명이 여러가지 업무를 맡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기본이지만,황보 연구사는 운전기사 노릇까지 해야 한다. 민속박물관을 출발한 뒤 4시간을 달려 봉화읍에 닿았다.길을 물어 찾아간곳은 내성초등학교.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다음 장소를 점검하고,재료상자들을 내려놓았다.차안의 공간도,시간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그러나 대화는 여전히 어떻게 할 일을 분담하여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것뿐. 10일 아침 내륙 산간의 겨울바람은 매서웠다.그러나 4∼6학년생 220여명이기다리는 내성초등학교 강당은 들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체험학습의 날’이라며 하루종일 수업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닌가.찾박팀은 개구쟁이들에게는 산타클로스였다. 오전은 솟대만들기.민속박물관은 올해 백령도를 비롯한 10군데의 이른바 문화 소외지역 초등학교를 찾았다.점심은 예외없이 학교급식.“그 멀리까지 가서 겨우 급식이냐.”며 안됐다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반나절 사이에 친숙해진 선생님·아이들과 둘러앉아 먹는 점심에 맛을 붙인지 오래다.오후에는 심화숙 회장 등 전통한지공예가협회 회원들이 합류하여 색지상자를 만들었다. 11일은 읍내에서 30분쯤 더 달려가야 하는 춘양초등학교.일제시대 태백산맥 목재의 반출기지로 알려진 산촌이니,문화를 맛볼 기회는 더욱 적을 것이다.새로 지었다는 학교건물은 그러나 도회지 사립학교가 부럽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찾박팀이 가는 학교의 공통점은 아이들보다 선생님들이 더 열심이라는 것.춘양초등학교에서도 그랬다.선생님들은 “우리들부터 모르니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느냐.”면서 “내년 봄에 다시 와서 교사들을 위한 강습회를 열어 달라.”고 옷소매를 잡아끌었다.교장선생님은 교장선생님 대로 “솟대를 잘 만든 사람은 상을 줄 것”이라면서 “당장 솟대 전시회를 열어야겠다.”고 신이 났다. 서운해하는 170여명의 아이들과 어렵게 헤어져서 차에 오르자 주위는 이미어두컴컴했다.“서울에 도착하면 한밤중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라디오를켜니 “봉화가 오늘 전국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는 아나운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동철기자 dcsuh@
  • 수해 우려지역 TV 자동 켜진다/관악구,16곳에 ‘재해경보 방송시스템’설치

    수해가 우려되면 안방의 TV가 자동으로 켜져 주민들을 대피시킨다. 관악구는 5일 침수예상지역 통·반장 가정과 관련부서 등 16곳에 ‘TV재해경보방송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밝혔다.이 시스템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재해경보방송을 KBS에 요청하면 해당지역 주민의 TV를 자동으로 켜 최대한의음량으로 재해상황을 알려준다.한밤중 등 재해를 당하기 쉬운 취약시간대에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피해를 줄이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첨단 IT기술이다. 구는 내년 장마기간까지 시범운영한 뒤 결과를 종합 분석,지역내 전 지역으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이경형 칼럼] 양 김, DJP, 盧·鄭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두 사람이 한밤중에 포장마차에서 ‘러브 샷’으로 ‘도원의 결의’를 하는가 했더니 금방 전면 재협상이니,무산 위기니,협상 재개니 하고 있는 것이다. 단일화 협상은 왜 변덕이 죽 끓듯 하는가.그것은 기본적으로 단일화 자체에 대한 진지함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당위성과 단일화를 이룩한 뒤 국민 앞에 내놓을 지향성에 대한 고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노·정 단일화는 ‘반 이회창’정서를 ‘나’에게 몰아달라는 얕은 득표 전술에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각기 출마해서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에게 패할 것이 십중팔구니,여론조사든 뭐든 해서 상대방을 눌러앉히고 내가 나서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지난 1987년 대선 때 ‘YS-DJ’의 단일화 실패와 5년 전 ‘DJP 단일화’의 나쁜 점만 골라 반복하려는 것 같다.이른바 ‘1노 3김’ 대선 당시 김영삼-김대중 양 김의 단일화실패는 표면적으로는 ‘내가아니면 노태우를 이길 수 없다.’며 자신 쪽으로 단일화를 주장한 아집이 원인이었다.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각기 영남과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여 정치적 맹주가 된 뒤 그 다음 기회에 대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 같은 50대인 노·정 후보도 이번 대선에 패하더라도 출마를 해야만 향후 정치적 고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앞으로 1년 반만 있으면 17대 총선(2004년 4월)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의 세(勢)를 유지할 수 있고,이를 기반으로 다시 대권 도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것이다. 노·정 단일화가 ‘DJP 단일화’보다 더 설득력이 없는 것은 당시 ‘DJP’는 하다 못해 내각제 추진이라는 명분을 연결고리로 삼았다.지금 단일화는 그런 ‘깃발’조차도 없이 단일화를 외치고 있다. 김대중 현 정권을 창출한 ‘DJP’단일화가 선거 전략적 차원에서 성공한 것은 적어도 선거 당시에는 ‘단일화-공동정부-내각제 개헌 합의’를 내걸고,일종의 연정(聯政)형태로 포장을했기 때문이다.집권 전반기 장관직을 나눠가지는 등 외형적인 공동정부는 이룩했지만,연정이 갖는 정책 노선의 조정이나 정책의 융합은 이루지 못해 결국 정치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여기서 노·정 단일화가 얻어야 할 교훈은 두 가지다.하나는 ‘자기를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다른 하나는 단일화 이후 정책 노선 조정의 설계도를 제시하는 것이다.이것들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는지를 정직하게 자문해 보고,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단일화 이벤트’를 그만두는 것이 국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않는 길이다. 노·정 진영이 유권자 여론조사 방법으로 단일화를 하기로 한 것은 사실 희한한 일이다.하지만 시간적으로 급박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일단 용인한다고 치자.그럴 경우 두 사람의 그동안 지지도 추이를 보게 되면,그 결과도 오차범위 안에 들거나 근소한 차이로 우열이 판가름날 개연성이 크다.두 사람은 비록 영점 몇 퍼센트의 차이가 나더라도 승복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문제는 노·정 진영이 근소한 차이의 승패가 주는 정치적 의미를 제대로 읽을 것인지 의문이다.대통령 후보가 되고 안 되고를 보면 분명 이것은 ‘승자 독식’게임이다.그러나 단일화 이후의 정책 노선은 두 사람간의 지지도가 근접하면 할수록 ‘노무현 노선’과 ‘정몽준 노선’을 정확하게 절반씩 나눠 융합하는 정책을 만들어 대선 기간 중에 내놓아야 한다. 두 후보가 정치개혁,남북문제,시장경제,사회복지 등 제 분야에서 ‘진보와 온건’의 새로운 정책 좌표를 찍어야 한다.그래야만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의 맹목성을 순화시킬 수 있다.단일화의 패자에게 감투를 절반씩 나눠주겠다는 식으로 봉합한다면 그것은 또 한번 국민을 속이는 짓이 된다. 이경형/ 논설위원실장 khlee@
  • 고의로 선로에 놓은 돌멩이 한밤 대형 열차사고 부를뻔

    승객 180여명이 탄 여객 열차가 한밤중 탈선 직전 멈춰선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17일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밤 10시8분쯤 호남선 북송정역을 1.1㎞ 앞둔 지점(대전 기점 182.9㎞)에서 열차의 진출입 방향을 조절해주는 선로전환기에 돌이 끼어 있는 것이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서울역을 출발한 새마을호 열차(8량)가 승객 185명을 태우고 광주로 가던 중이었는데,선로전환기 옆에 설치된 신호기에 빨간불(정지신호)이 들어와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기관사가 열차를 멈추고 신호소에 연락,선로 이상을 밝혀냈다. 선로전환기에 돌이 끼여 레인이 벌어져 있는 상태에서 열차가 그대로 진행했을 경우 탈선에 따른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철도청은 설명했다. 철도청은 사고 직후 신호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검색한 결과 이날 오후 9시24분쯤 중년 남자가 고의로 돌을 선로전환기에 올려놓는 장면을 확인,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굄돌] 한밤중에 찾아온 행복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며칠전 밤 11시가 넘어,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의 방에서 귀에 익숙한 동요가 흘러나왔다.잠이 오지 않자 노래 부르기를 선택한 것이다.온 집안에 울려퍼지는 구슬픈 가락에 실린 청아한 목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숨소리를 죽이고 있다가,노래가 끝나자마자 ‘와 우리아들 너무 잘 부른다.’는 칭찬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아들이 신이 났는지 또 부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재창에 잠을 청하던 안사람이 ‘피는 못 속인다.’는 말과 함께 킥킥거리며 웃는다.아들이 부르는 노래가 초등학교 시절 우리 부부의 18번이었기 때문이다(어려서부터 한 동네에서 같이 자란 우리 부부는 남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당화…”를 불렀다). 안사람이 ‘야 그거 엄마 아빠 18번이야.’라고 외치면서 아들과 같이 부르기 시작했고 나도 거들었다.시험공부를 하느라 자기 방에서 두문불출하는 딸도 흥얼거렸을 것이리라.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여유,그리고 기쁨.아들의 자장가 사건은 우리에게 가정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했다. 회사에 갔다 오면 자녀에게 늘 지친 모습만 보인 것,집에 와서도 아이들의 관심사보다는 스포츠 중계와 흥미 있는 드라마에 우선순위를 둔 것,유일하게 밥상 공동체를 갖는 아침에도 아이들에게 잘 잤냐는 의미 없는 인사말만 던지고 곧바로 신문으로 눈을 돌린 일 등등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리고 보니,아이들과 함께 노래방에 같이 간 적이 언젠지 모를 정도가 됐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늘 부르던 ‘뽕짝’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와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신나게 불러야겠다. ▶ 박철준 뜨인돌출판사 부사장
  • 영화 ‘밀애’는/ 어느날 남편의 숨겨둔 애인이… 여성의 시각서 찍은 격정멜로

    ‘밀애’는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찍은 첫 상업영화다. 전경린의 인기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삼은 덕분에 별 탈없이 극적 내러티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결혼 8년째,여덟살난 딸 하나를 둔 미흔(김윤진)부부에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크리스마스 전날 밤 남편의 숨겨둔 여자가 찾아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남편의 애인이 미흔을 만신창이로 능멸하는 화면으로 격렬히 운을 뗀 영화는 6개월 뒤 한적한 시골마을로 무대를 옮긴다.도망치듯 이사온 그곳에서도 여전히 상실감에 휘청대던 미흔은,결혼제도를 냉소하며 성에 탐닉하는 유부남 의사 인규(이종원)를 만난다.인규는 사랑에 빠지지 않고 만남을 즐기자는 ‘시한부 게임’을 제안한다.멈칫거리던 미흔은 상실감을 보상 받기라도 하려는 듯 위험한 게임에 들어간다. ‘격정멜로’를 선언한 영화는 그때부터 숨가쁜 도돌이표를 찍는다.한밤중 잠옷바람에 창을 뛰어넘어 인규의 집을 찾는 미흔,대낮에 아내를 따돌린 채미흔과의 은밀한 만남을 갈급하는 인규.상처받은 미흔의 영혼에 꾸준히 연민을 보이는 드라마 얼개 때문일까.남녀의 불륜에는 신기하게도 동정표가 쌓여간다. 상실과 허무에 휩싸인 김윤진의 심리묘사가 놀랍도록 사실적이다.감독은 여성주도적 시각에서 작정하고 멜로영화를 찍은 듯하다.아니나 다를까.“모두를 다 버리고 홀로 선 마지막 장면의 미흔이 가장 젊고 생기 넘치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감독이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 영화는 요령부득이다.결혼제도를 환멸하고 불신하는 인규의 배경은 알 길이 없다.미흔의 무엇에 이끌려 인규가 그토록 절절한 사랑을 틔웠는지에 대해서도 영화의 설득력은 한참 떨어진다. 황수정기자
  • 남과여/ ‘행복한 부부 비결’ 기혼 3인의 정담 “첫 만남처럼 행동하면 행복해지죠”

    결혼한 세쌍 중 한쌍이 이혼하는 시대.가정은 위기에 빠졌다.결혼이 정녕코 ‘사랑의 무덤’이란 말인가.옛날처럼 대부분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살아가는 사회가 되려면,이 시대의 남녀가 갖춰야 할 결혼생활의 기초 자세는 무엇일까.‘사랑&파라독스’의 저자 임경선(30·여)씨,‘한국 남성과 여성을 위한 사랑매니지먼트’의 저자 이정숙(48·여)씨,월간 ‘페이퍼’에‘연애의 기초’를 연재하는 박정선(29·남)씨 등 세명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정숙-저를 제외하고는 다들 신혼 같은데,자기 소개를 먼저 하면 어떨까요.저는 결혼을 1970년대에 했고,두 아들이 미국에서 대학에 다닙니다. ▲박정선-재작년 9월에 결혼했고 15개월 된 딸이 있습니다.아내는 70년 생으로 4살 연상이고,MBC프로덕션 해외사업팀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임경선-지난해 3월에 결혼했어요.남편은 66년생으로 6년 연상이고,저희도 맞벌이 부부예요.아이는 내년에 낳을 예정이에요. ▲이-결혼해 보니 장점과 단점이 뭐던가요. ▲박-장점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이죠.그거 하나예요.그런데 단점은 너무 많아요.5위까지 손꼽아 볼까요.우선 용돈이 팍 줄었어요.총각 때는 부모가 해주시던 일을 결혼하니까 이제는 내가 다 해야 해요.셋째는 혼자서 뭔가 해야 할 때 방해가 돼요. 예전에는 방문을 잠그고 일하면 됐는데 지금은 모든 방문이 열려 있거든요.넷째는 잔소리를 많이 들어요.연애할 때는 안 그러더니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더군요.다섯째 친구들하고 술자리를 갖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마치 결혼한 남자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 같군요. ▲임-주변에서 ‘결혼하라.’는 압력이 사라진 것하고,완전한 내 편이 있다는점이 좋아요.내 편이라는 의미는,이를 테면 고부갈등이 있을 때 남편은 잘잘못을 떠나 우선 내 감정을 고려해 준다는 것이죠.감정적으로 챙겨주는 거예요.제가 “남편이 아내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해 줘야 아내가 시댁을 존중하게 된다.”고 남편을 설득했어요.단점은 둘 사이에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외에 별로 없어요. ▲이-임경선씨는 책에서 자신을 남자에게순종적인 여자(도그 워먼)로 비유하더니,사실은 남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여자(캣 워먼)처럼 사시는군요. ▲박-순종적인 여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 아닐까요.재벌가에 시집간 어느 여자 탤런트는 순종적인 아내·며느리 상을 보여주지만,만약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캣 워먼처럼 살았겠지요. ▲이-어른들은 ‘기 싸움’이라고 하죠.비슷한 맥락으로 부부관계에서 첫 포지셔닝이 중요해요.여자(남자)가 직장일과 집안일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둘 것인가,이를 테면 휼렛패커드의 피오리나 회장의 경우 남편이 서포터 노릇을 자임해서 비서가 됐잖아요. 남편이나 아내와 갈등하게 되면 어떻게 해결하죠? ▲임-저녁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그런지 갈등은 주로 밤 10시 이후에 많이 생기대요.그 때는 부엌 식탁에서 새벽 3∼4시까지 꼬박 날을 새면서 얘기를 해요.왜 속이 상했는지 다 털어 놓죠.부부싸움의 발단이 사실 모호해서 결론없이 끝날 때가 많아요. 그래도 대화를 해야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잖아요.5∼6시간씩 마라톤 대화를 하고 나면 심신이 피곤해져서 새벽에는 꼭 껴앉고 토막 잠을 자요. ▲박- 우린 한번도 싸워 본 적이 없어요.말과 논리로 여자를 설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그래서 할 수 없는 일도 해준다고 해 놓고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때가 많아요. ▲이-싸움을 키우는 전략 같은데요.여자들은 남편의 사소한 약속도 모두 기억해요.약속이 지켜지길 기다리다가,어느날 화풀이를 하죠.물컵을 식탁에 내던지듯이 내려놓는다든지,이유없는 짜증을 낸다든지.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약속을 지켜라.’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요. ▲박-생활습관도 바꿔야 해요. 양말을 뒤집어 벗는 버릇은 결혼 5개월만에 바꿨어요.하지만 아내가 출장을 떠나면 결혼 2년이 지난 지금도 뒤집어서 벗게 돼요.남자들이 아내한테 사랑 받으려면 좋은 습관이 필요해요.저는 아들 낳으면 양말 똑바로 벗으라고 훈련시킬 겁니다. ▲이-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세요? 우리는 ‘돈으로 노동력을 사자.’고 합의했어요.대신 남편 친구나 동료들이 한밤중에 처들어와도 언제나술상을 봐줍니다.전 일상적인 노동 대신 ‘고맙다.’고 할수 있는 노동만 하기로 했어요. ▲박-청소기 돌리기,힘이 많이 드는 목욕탕·베란다 청소는 제가 해요. ▲이- 요즘 30∼40대는 이혼이나 불륜이 화제의 주요 소재예요.아직도 결혼한 남녀의 역할이 불공평해서 그런 것 같아요.요즘 여자들은 참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친정도 애써 키운 딸이 대우받지 못하는 걸 참지 못하니까,부당하다고 느끼면 ‘헤어지라.’는 말을 쉽게 하고요. ▲박- 남자들에게 문제가 있어요.‘의리’의 문제죠.처음에 남자는 맘에 드는 여자를 보면,‘여자친구는 아니더라도 밥이나 함께 먹어봤으면’하는 소박한 꿈을 꾸죠.그러다가 친해져서 결혼하면 ‘재떨이 비어 와.’하고 호령해요.여자들은 남편과 늘 설레기를 바란다는데,첫 만남처럼만 행동하면 여자들은 행복하겠죠.그래서 우리 부부는 너무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요.옷갈아 입을때도 문걸어 닫지요.또 사랑없는 결혼이 문제가 있어요. 여자들 중에는 순결 문제로 첫 남자를 포기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경우가 있잖아요. ▲임-여자들 중에 ‘시한부 연애’콤플렉스를 겪는 사람이 많아요.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면 그 여자의 장점을 발견해 하나씩 쌓아가며 인간관계를 키워가는 반면,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의 단점을 발견해 깎아나가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시키지 못하는 거죠. 문소영기자 symun@
  • [충무로 산책] 여배우의 노출연기

    “이미연이 벗었다며? 이병헌까지?” 요즘 충무로에 두셋만 모이면 으레 나오는 얘기다.촬영장에서 자존심 내세우기로 소문난 톱스타 이미연이 오는 25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중독’(제작 씨네2000)에서 전라로 열연했다는 소식 때문이다.함께 엮이는 입방앗거리는 또 있다.새달 8일 개봉하는 변영주 감독의 ‘밀애’(제작 좋은영화)의 남녀 주인공,이종원과 김윤진도 처음으로 전라 연기를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벗는 연기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일축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사정을 알면 그렇지가 않다.정상급 여배우들은 정사장면에 대역을 내세우는 게 관행으로 굳어온 터다.톱스타가 아니더라도 노출연기에 극도로 몸을 사리는 배우는 여전히 많다.최근 개봉한 ‘마법의 성’에서는 모 여배우가 제작발표회에까지 나왔다가 적나라한 노출연기 때문에 끝내 출연을 포기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대역 없이 노출연기를 하기로 한 배우들이 촬영현장에서 극도로 예민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시동생과 형수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중독’에서 주인공 이병헌과 이미연의 정사는 5분여 분량.이를 위해 한밤중 7∼8시간을 되풀이 찍었지만 정작 세트 안에는 감독조차 출입엄금.촬영감독만 들어가고 감독은 밖에서 화면 모니터링만 했다.‘밀애’도 마찬가지.5분여 정사장면을 위해 꼬박 일주일을 매달린 영화에서 김윤진과 이종원은 감독,촬영감독,동시녹음 담당자만 출입을 허락했다. ‘중독’은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등급을 받았다.최종 편집본에 당초 예상했던 만큼 충격적인 배우 노출은 없다는 얘기다.중요한 건 배우들의 달라진 자세다.여배우의 노출에는 분명 ‘용기’가 전제된다.이미연이 영화에서 받은 기본 개런티는 3억원.최고의 대우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의무’를 다했다.연기의 금기를 깨나가는 톱스타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관객에겐 틀림없이 즐거운 경험이다. 황수정기자 sjh@
  •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萬華鏡’] 산으로 간 경찰

    “아버님 제가 이세상에서 바라는 것은 한낱 풀잎의 이슬처럼 아침에 맺혔다가 사라지는 허망한 권력이나 부귀영화가 아닙니다.이제 거짓된 나를 버리고 진실한 나를 찾아,번뇌가 없는 진리의 세계에서 모든 중생들을 구하여 열반에 들게 할 것입니다.” 결혼해 아들까지 둔 인도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궁전을 떠나면서 남긴 출가기이다.아들이 출가할 것을 염려해 궁정에 가두다시피 한 부왕에게 마지막 말을 이렇게 남긴 싯다르타는 마부만을 데리고 한밤중에 궁전을 떠났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마저 뒤로한 채 속세를 떠난 싯다르타의 그때 나이는 29세였다.싯다르타의 어린 시절을 전하는 설화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왕실 유원지로 놀러나간 싯다르타가 유원지 길목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생로병사를 느껴 출가할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한다. 이런 극적인 출가기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게 전해지지만 와세다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제하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를 지내다 출가한 효봉 스님 이찬형(1888∼1966)의경우는 대표적인 예로 남아 있다.‘엿장수 중’‘판사중’‘절구통 수좌’로 불리는 효봉스님은 후에 총무원장을 거쳐 통합종단초대 종정에 오른 인물이다.평양복심법원(지금의 고등법원)에 재직,법조인으로서 앞길이 훤히 트였던 그는 판사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사형선고를 내린 날 밤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있느냐.’는 회의를 안고 전국 방랑의 길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 99년 한 중견법관이 퇴직할 때,15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소송관계인들에게 혹 끼쳤을지도 모를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유언장을 공개한 일화는 효봉 스님의 예와 맞물려 회자됐다. 명예퇴직서를 제출한 뒤 홀연히 출가,입산한 김기영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의 이야기가 화제다.다음 정기인사에서 지방경찰청장 물망에도 올랐다는 뒷이야기까지 얹혀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김 차장은 “그간 승려의 길을 못가고 세속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친 사랑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온 만큼,이제는 본래 갈 길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부친이 승려이고,불교에 귀의하겠다는 생각을 주변에 전하는 등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요즘 세태에 맞서 무언의 회향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성호기자kimus@
  • “빚 갚으라”독촉 사돈 살해 범행 탄로날까 시체 불태워

    충남 천안경찰서는 4일 4억원의 빚을 독촉하는 사돈과 사채업자 등 2명을 살해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태운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박모(27·사채업·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씨 등 일당 4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에게 3억원을 빌려준 사돈 윤모(27)씨가 최근 빚을 갚을 것을 독촉하자 지난 6월5일 경기도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로 윤씨를 불러낸 뒤 이튿날 친구 박모(28·안산시)씨 등 3명과 함께 윤씨를 충북 충주시 노은면 가신리 야산으로 끌고가 목을 졸라 살해,암매장한 혐의다.이들은 윤씨 가족의 실종신고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7월11일 윤씨의 시체를 꺼내 평택 부근 고속도로 다리 밑으로 옮겨 시너를 뿌리고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은 8월8일에도 자신에게 1억원을 빌려준 강모(33·사채업·시흥시)씨를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뒤 시체를 평택 박씨의 외삼촌 집으로 옮겨 한밤중 가족들이 잠든 사이 마당에서 태운 혐의도받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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