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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평창’이 ‘평양’에 묻히는 일은 없어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방식이 최종 확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합류하는 선수 12명을 비롯해 총 5개 종목 출전 선수 22명과 임원 24명 등 46명 규모의 북한 선수단을 승인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는 우리 선수 23명을 합쳐 35명이다. 단일팀의 영문 명칭은 ‘COR’, 국가 연주는 ‘아리랑’으로 결정됐다. 남북이 합의한 대로 개·폐회식 때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방안도 확정됐다.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은 우리 내부적으로 이견이 작지 않은 사안이었다. 특히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우 현 정부의 공정과 정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본다. 정부가 사전 공감 없이 명분에만 기대 일방적으로 추진한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소모적인 논란 대신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IOC는 스위스, 일본 등 다른 출전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북 단일팀을 승인하고, 이에 더해 예상보다 엔트리를 대폭 늘리는 등 전폭적인 성원을 보여 줬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스포츠 통합의 힘을 보여 주는 위대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스포츠계가 남북 단일팀에 보내는 지지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어제 경의선 육로로 방남하는 등 양측 선발대 파견 일정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북측 점검단은 1박2일간 강릉과 서울 공연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우리 측은 23~25일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 사전 점검을 위해 방북한다. 이어 북측 선발대가 25~27일 방남해 숙박 장소와 개·폐회식장, 경기장, 프레스센터 등을 점검한다. 개막식이 불과 18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양측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한다 해도 한시가 급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예술단 점검단 파견 일정을 한밤중에 갑자기 취소했다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하루 뒤에 보내는 북측의 태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아무리 평화올림픽이 중요하다고 해도 언제까지 막무가내와 안하무인식 행태를 감내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적으로 잘 치러져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해결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적어도 안전 걱정은 하지 않게 된 것만도 성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러다 자칫 ‘평양올림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금강산과 마식령이 평창, 강릉보다 주목받거나 ‘미녀 응원단’이 우리 선수들보다 환호받아선 안 될 일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어제 입장문을 통해 “비판 여론을 귀담아듣겠다”고 했다. 제대로 지켜지킬 바란다.
  • ‘싱글와이프’ 서경석, 어린 시절 생활고 고백...“아내 유다솜에게 미안”

    ‘싱글와이프’ 서경석, 어린 시절 생활고 고백...“아내 유다솜에게 미안”

    ‘싱글와이프2’에 방송인 서경석-유다솜 부부가 출연한 가운데, 서경석이 과거 털어놓은 어린 시절 일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지난 17일 첫 방송된 SBS ‘싱글와이프2’에서 방송인 서경석(47)은 아내 유다솜(34) 씨에게 “항상 미안하다. 연애할 때만 해도 매일 여행시켜줄 것처럼 했는데...”라며 미안함을 표했다.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결혼 후 겪은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서경석 아내 유다솜 씨는 “첫째를 낳고, 기다렸던 둘째에 대한 좋은 소식이 있었지만 결국 잘 되지 않았다”며 유산의 아픔을 전했고, 서경석은 그런 아내에게 “네 탓이 아니다”라고 위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방송과 함께 과거 서경석이 한 예능에 출연해 어린 시절 어려웠던 형편을 고백한 것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서경석은 지난 2013년 SBS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해 어린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유일하게 차를 가진 집이었다. 음악실이 딸린 3층 집에 살 정도로 부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갑작스레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남의 집에 얹혀살게 됐다”며 하루아침에 달라진 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밤중에 라면 하나 때문에 펑펑 운적도 있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어려운 어린 시절을 겪고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서경석은 지난 2010년 미술 전공 패션 디자이너 유다솜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13살 차이가 난다. 사진=SB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만취 50대 성매매 거절에 홧김 방화…종로 여관 6명 사망

    만취 50대 성매매 거절에 홧김 방화…종로 여관 6명 사망

    만취한 50대 남성이 여관에서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숙박을 거절 당하자 홧김에 불을 내 여관에 투숙하던 무고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경찰은 방화 피의자 유모(5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2층짜리 여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층에서 발생한 불은 1시간 뒤 진화됐으나 건물 1층에 있던 4명이 숨지고 2층에서 1명이 숨지는 등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 4명 가운데 2명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명이 21일 오후 끝내 숨져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화재 발생 직후 인근 업소 종업원 등이 함께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빠른 속도로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종로 여관 방화사건’ 피의자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존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다. 불을 낸 유씨는 112에 신고해 “내가 불을 질렀다”고 자신의 범행임을 말했고 경찰은 중식당 배달 직원인 유씨를 사건 현장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방화로 인한 참사의 원인은 성매매 거절에 따른 앙심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방화 피의자 유씨는 술을 마신 뒤 여관에 들어가 여관 업주에게 “여자를 불러달라”며 성매수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였다. 그뒤 홧김에 인근 주유소에서 2만원 상당의 휘발유 10ℓ를 구입해 여관으로 돌아와 불을 질렀다. 유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성매매 생각이 났고, 그쪽 골목에 여관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무작정 그곳으로 가 처음 보이는 여관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유씨는 범행에 앞서 오전 2시 6분 경찰에 전화를 걸어 “투숙을 거부당했다”고 신고했다. 여관 업주도 2차례 신고해 경찰이 3분 뒤인 오전 2시 9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말이 통하는 상태였고, 출동 당시 여관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런 극단적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여 자진 귀가조치로 종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유씨는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온 뒤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 1층 바닥에 뿌리고, 주머니에 있던 비닐 종류 물품에 불을 붙여 던졌다. 유씨가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씨에게는 방화나 주취폭력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불은 삽시간에 2층 여관의 10여개 방을 집어삼켰다. 주인이 ‘불이야’ 하고 외치는 소리에 인근 업소 종업원들까지 달려들어 소화기 12개를 사용해가며 함께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사건 발생 시각이 오전 3시로 투숙객이 깊이 잠든 한밤중이었고, 범행 도구로 적지 않은 양의 휘발유라는 인화물질이 사용된 데다 건물이 노후한 점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피해가 커졌다. 해당 여관은 연면적 103.34㎡의 지상 2층 규모에 옥상 가건물을 얹은 형태로, 1964년에 사용이 승인돼 지은 지 50년이 훨씬 넘었을 만큼 낡은 것으로 전해졌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었고, 건물 안에는 이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았지만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물을 뿌려줄 스프링클러는 건물 용도와 연면적상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구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옥상에 창고 용도의 가건물이 있어 투숙객들이 위쪽으로 대피할 수도 없었다. 경찰은 옥상 건물 설치에 위법성이 있는지도 추후 확인할 계획이다. 해당 건물에 후문이 있기는 했으나 평소 거의 쓰지 않아 투숙객이 찾기 어려웠고, 주변은 담으로 막힌 상태였다. 사실상 유일한 대피로인 입구가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투숙객들의 피신이 한층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경찰 관계자는 “휘발유가 불이 잘 붙고, 유증기 형태로 순식간에 공중으로 번진다”며 “옛날 건물인 데다 좁고 새벽시간대여서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많은 인명피해가 난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종로5가 방화로 인한 화재현장에 다녀왔다”며 “5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투숙을 거부했다고 휘발유를 뿌려 화재가 나다 보니 투숙객이 피할 틈도 없이 변을 당한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고 적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이날 현장을 찾아 경찰 관계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일본 열차에서 ‘개 짖는 소리’ 나오기 시작한 이유

    일본 열차에서 ‘개 짖는 소리’ 나오기 시작한 이유

    일본 여행을 떠났다가 열차에서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나도 놀랄 필요가 없다. 진짜 사나운 개가 열차에 함께 탑승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이 신문은 일본의 일부 구간 열차에 개 짓는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가 부착됐다고 보도했다. 정확히는 개 짖는 소리와 사슴이 콧김을 내뿜는 소리가 함께 섞인 것이지만, 언뜻 들으면 개 짖는 소리로 들린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 이 스피커는 사슴을 쫓아내기 위해 설치됐다. 최근 들어 밤에 사슴들이 철로로 모여들어 기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이를 방지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슴들은 한밤중 선로에 모여 있다가 다가오는 열차 소리에도 이를 피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슴과 개 짖는 소리와의 연관성을 발견한 것은 일본 철도 기술연구소(RTRI)다. 일본 철도 기술연구소는 개 짖는 소리와 사슴 울음소리를 뒤섞은 소리가 사슴을 멀리 내쫓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소에 따르면 개 짖는 소리만으로도 철로 인근의 사슴이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식은 사슴이 선로로 들어올 수 없도록 울타리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사슴은 일반적으로 짧고 날카로운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 다른 사슴에게 위험을 알리는 습성을 가졌다”면서 “사슴의 콧김 소리와 개의 울음소리를 결합하자 사슴을 쫓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사슴을 포함한 야생 동물이 열차와 충돌한 사고는 총 613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185건 증가했다. 충돌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최소 30분 이상 열차가 지연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연탄, 검은 보석의 빛과 그림자

    [이호준의 시간여행] 연탄, 검은 보석의 빛과 그림자

    1960~80년대, 그런 날들이 있었다. 학교 교실이 심연(深淵) 같은 슬픔 속으로 잠기는…. 지각 한 번 하지 않던 친구의 자리가 빈 날도 그런 날이었다. 선생님은 젖은 목소리로 친구가 다시는 학교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전해 줬다. 연탄가스 중독이었다. 신문에서는 겨울이 되면 거의 날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일가족 사망’과 같은 뉴스를 실었다. 천사 같던 연탄이 악마가 되는 순간이었다. 1960년대 이후 연탄의 급격한 보급 확대는 일종의 생활혁명이었다. 나무를 베어 내고 바닥을 긁어 내서 늙은 낙타의 잔등이처럼 헐벗은 산들은 갈수록 땔감을 공급하는 데 인색해졌다. 나라에서는 홍수 방지 등을 내세워 땔감 채취를 금했다. 그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 연탄이었다. 연탄은 하루 종일 방을 따뜻하게 해줬고 아무 때나 밥을 하고 국을 끓일 수 있는 매력적인 연료였다. ‘검은 보석’이라고 불릴 만했다. 무연탄은 화력도 좋고 값도 비교적 싼 편이었지만, 서민들에게 연탄 값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한두 장씩 사다 쓸 수밖에 가난한 사람도 많았다. 저녁 무렵 새끼줄에 연탄을 꿰어 들고 골목길을 올라가는 가장의 등 굽은 뒷모습을 보는 건 흔한 일이었다. 불편한 점도 꽤 많았다. 제때 갈아만 주면 백날이라도 곁을 지키지만, 깜박 시간을 놓치면 냉정하게 꺼져 버렸다. 한번 달궈지면 밤새 따뜻한 구들장과 달리 얇디얇은 시멘트 방바닥은 금세 식어 버렸다. 새벽녘 연탄불이 꺼진 뒤 아이들은 이불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번개탄을 파는 가게 문은 안 열리고, 주부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기 일쑤였다. 정말 무서운 것은 연탄가스 중독, 즉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한밤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앗아가는 연탄가스는 말 그대로 ‘검은 사신(死神)’이었다. 연탄가스 중독은 연탄이 불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가 체내에 흡입되면서 산소 부족에 의해 일어나는 질식과 그에 따른 사망을 말한다. 1980년대 초반, 1년에 18만여명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그중 4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도 있다. 연탄가스가 주로 새어 들어오는 곳은 방구들의 갈라진 틈새였다. 날림으로 지은 열악한 주택 환경이 원인이었다. 당연히 도시 영세민의 희생이 가장 많았다. 국내에서 연탄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대한제국 시절 일본인에 의해서라고 한다. 1960년대는 연탄산업의 전성기였다. 1963년 말에는 국내 연탄공장이 400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원히 서민들과 함께할 것 같았던 연탄도 세월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기름보일러가 보급되고 집집마다 도시가스 같은 연료를 쓰게 되면서 석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울러 연탄을 쓰는 가정이 감소하고 주택 환경이 개선된 데다 고압산소기 등 의료장비가 발달하면서 연탄가스 사망도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연탄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달동네에서는 여전히 ‘생존 연료’로 독거노인들 곁을 지키고, 난방비가 부담스러운 많은 가정이 연탄보일러로 겨울을 나고 있다. 농촌의 비닐하우스나 ‘연탄구이집’에서도 연탄은 소중한 연료다. 그러고 보면 연탄의 시대는 막을 내렸을지 몰라도, 연탄으로 상징되던 고난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찬바람 기웃거리는 어느 골목에는 내 가난한 어머니와 내 아픈 형제들이 기침을 깨물며 하얗게 탄 서러움을 연탄재처럼 쌓아 가고 있을지도….
  • ‘1박2일’ 정용화, 쿠바에 모닝 엔젤로 등장 “맞지 않으면 다행”

    ‘1박2일’ 정용화, 쿠바에 모닝 엔젤로 등장 “맞지 않으면 다행”

    10주년을 맞은 KBS2 ‘1박 2일’이 최고 시청률 23.2%를 기록하며 ‘최강 예능’의 힘을 증명했다.1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된 ‘1박 2일’은 전국 평균 18.2%, 수도권 평균 17.7%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일요일 예능 1위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23.2%(닐슨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았다. 최고의 1분을 기록한 장면은 차태현·김종민·정준영이 침블락 등산 복불복에 한 설명을 듣는 모습. 1년 내내 만년설을 볼 수 있다는 침블락에 도착한 세 사람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와 세 차례에 걸쳐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세 사람은 곳곳에서의 미션 수행 중 꼴찌에게는 등산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혼란에 빠졌다. 세 사람 중 누가 등산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차태현·김종민·정준영이 돌산 등반을 걸고 카자흐스탄에서 펼치는 리얼 야생 생존 게임이 담긴 예고편이 공개돼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방송된 ‘1박 2일’은 카자흐스탄으로 떠난 차태현·김종민·정준영과 쿠바로 떠난 김준호·데프콘·윤시윤의 활약을 담았다. 특히 밴드 씨앤블루의 정용화가 멤버들의 달콤한 잠을 깨워줄 ‘모닝엔젤’로 깜짝 등장해 김준호·데프콘·윤시윤이 있는 쿠바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용화는 제작진으로부터 ‘모닝 엔젤’로 멤버들을 깨워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심란해했다. 그가 아는 ‘모닝 엔젤’은 상큼한 여자 아이돌 또는 배우들의 모습이기 때문. 그는 “맞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걱정했다. 김준호, 데프콘, 윤시윤은 시차 부적응으로 한밤중인 상태였고, 정용화는 분무기와 함께 ‘모닝 엔젤’로서 임무를 완수했다. 놀란 멤버들은 화를 내다가도 정용화의 정체를 확인한 뒤 반가워했다. ‘1박 2일’은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20분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집사부일체’ 이승기, 배고픔 못 참고 전인권 집 탈출 감행

    ‘집사부일체’ 이승기, 배고픔 못 참고 전인권 집 탈출 감행

    ‘집사부일체’ 이승기가 탈출을 감행했다.오는 14일 방송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첫 번째 사부 전인권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루를 보내던 청춘 4인방이 한밤중 위기에 직면하는 모습이 공개된다. 이날 멤버들은 사부 전인권의 취침 시간에 맞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혈기왕성한 청춘 4인방에게 점심, 저녁까지 누룽지로만 식사를 한 뒤 일찍 잠을 자라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 사부 전인권을 따라 매 끼니를 누룽지만 먹었던 멤버들은 “자꾸만 배에서 꼬르륵거린다”며 배고픔에 잠을 설쳤다. 급기야 사부와 한 방에서 동침 중이던 이승기는 탈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이날 아침조차 먹지 않았던 육성재는 “뭘 배운다고 해서 배가 부른 건 아니다”라며 사부를 향한 반항심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잠든 사부를 뒤로 한 채 조심스레 방을 나선 이승기는 닥쳐올 위기를 예감이라도 한 듯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어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사부의 라이프 스타일을 거부한 ‘청춘 4인방’의 운명은 오는 14일 오후 6시 25분 SBS ‘집사부일체’에서 공개된다. 사진=SBS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신개념 공포 스릴러 ‘베러 와치 아웃’ 예고편 공개

    신개념 공포 스릴러 ‘베러 와치 아웃’ 예고편 공개

    ‘익살스러운 공포’라는 평을 받은 영화 ‘베러 와치 아웃’ 예고편이 공개됐다. ‘베러 와치 아웃’은 베이비시터와 소년만 남겨진 한적한 교외 저택에서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일어나는 예측불허 소동을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은 베이비시터 ‘애슐리’와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는 ‘루크’의 바람과 달리, “이번 겨울방학 혼자인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라는 카피가 방문객이 만들어낼 사건을 궁금케 한다.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의문의 전화와 수상한 인기척, 그리고 창문 깨는 소리가 한밤중에 집 안에서 벌어질 소동을 암시한다. 이후 집안에 들어온 수상한 인물에 맞서는 애슐리와 루크, 친구 개럿의 좌충우돌기가 눈길을 끈다. 다양하고 기발한 공격 장치들은 맥컬리 컬킨을 90년대 대표 아역 스타로 만든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연상케 한다. ‘베러 와치 아웃’은 제35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제5회 이타카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 수상을 비롯해 제21회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 유럽-아메리카 영화 금상 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특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공포 스릴러의 장르 비틀기를 완벽히 해냈다는 평을 받으면서 연출을 맡은 크리스 페코버 감독에게 영화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 ‘팬’(2015년)에서 피터팬 역으로 기대를 모은 리바이 밀러가 극과 극을 오가는 루크 역을, ‘더 비지트’(2015년)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에게 발탁된 신예 올리비아 데종이 애슐리 역을 맡았다. 영화 ‘베러 와치 아웃’은 오는 2월 개봉 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8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라디오스타’ 차태현X이윤지 정주리 김지우 정시아 “꿀잼 수다폭발”

    ‘라디오스타’ 차태현X이윤지 정주리 김지우 정시아 “꿀잼 수다폭발”

    “아기 가방, 아기 띠 없이 클럽에서 놀고 싶어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개그우먼 정주리가 넘치는 끼를 분출한 뒤 방송 소회를 묻자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얘기했다.‘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워킹맘 이윤지-정시아-김지우-정주리가 결혼, 출산, 육아를 겪으며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감정까지 마치 속풀이 하듯 다 쏟아내 시청자들의 무한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단지 ‘끼 많은 워킹맘’들인 이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고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한층 성숙해진 이들의 통제불가능 폭주기관차 같은 수다는 역대급 재미까지 안겼고, 시청률 역시 7.8%(닐슨 수도권, 2부)의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일 방송된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김구산, 연출 한영롱)는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특집으로 워킹맘 이윤지-정시아-김지우-정주리가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며 공감 가득한 얘기들로 시청자들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졌다. 방송 시작부터 “진짜 집에 안 가겠다”며 의지를 활활 불태우는 결혼 3년 차 이윤지를 비롯해 워킹맘들은 마치 반상회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통제 불가능한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안겼다. 연예인이지만 결혼, 출산, 육아를 겪으며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들과 감정들은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너도나도 출산의 고통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육아 고충에 대해 털어놓기까지 했다. 그중에서도 정주리는 출산 100일 만에 복귀한 이유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9년간 사귄 현재의 남편과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하게 됐을 당시의 상황을 전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있을 당시 화장실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했는데 볼일을 다 보기도 전에 ‘빡’ 선명하게 떠오른 두 줄로 인해 볼일을 다 볼 때까지 한 템포 늦춰 놀라야 했다는 포복절도한 이야기를 꺼낸 것. 리얼한 얘기가 이어진 가운데 그녀의 생입담도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정주리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두 아이를 낳았음을 고백하면서 “생으로 낳는 거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특히 정주리는 ‘상위 1%’ 급 독특한 남편의 에피소드로 시선을 강탈, 독보적인 입담을 과시했다. 그녀는 남편이 갑자기 새벽에 삭발한 얘기를 하소연하듯 꺼내며 평소에 잘 씻지 않는다고 4MC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4일간 씻지 않고 4시간 반신욕을 한다는 정주리 남편의 얘기에 MC들은 “기인에 속한다”면서도 “반신욕 할 때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그녀의 말에 “집 한가운데에 수족관을 놓으면 된다”고 재미있는 해법을 내놓기도. 여기에 주제가 주제인 만큼 자연스럽게 아이를 먹이고, 씻기는 일까지 상황들이 재연됐다. 세 남매의 아빠인 차태현까지 가세해 목욕에 관한 서로의 비법(?)을 알려주는 등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수더분한 아줌마, 아저씨 토크가 시청자들을 함박웃음 짓게 했다. 그런가 하면 김지우는 주체할 수 없는 ‘화 토크’로 웃음을 안기며 공감을 자아냈다. 평소 화를 잘 내지 못한다는 그녀는 남편 레이먼킴과의 첫 만남에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얘기를 꺼내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지우는 한 음식프로그램의 평가자였던 남편이 자신의 음식을 혹평하자 너무 화가 났다면서도 이후 뒤풀이에서 반해 두 번이나 바람을 맞았는데도 먼저 만나자고 했음을 밝혔다. 또한 신혼 초 중간부터 치약을 짜 쓰는 레이먼킴에게 치약을 던졌던 일화와 한밤중 꿀밤을 시전한 얘기까지 꺼내며 폭풍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양육하며 상대적으로 좀비, 혹은 골룸 같았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밝히는 한편, 맘카페에 올라온 자신의 목격담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독기 서린 다이어트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이윤지는 출산 후 신혼이 사라졌음을 고백하면서 술 꿈나무를 꿈꾸고 아이돌에게 빠진 자신의 모습을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10년 차 주부인 정시아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뒤 급한 마음에 옷을 주섬주섬 입고 빠르게 나오는 자신의 모습에 흠칫 놀라는 순간이 아줌마가 됐음을 느끼는 순간이라 밝혀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남편 백도빈과 시아버지 백윤식과 함께 육아와 살림을 나누며 도우미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아이들의 매니저처럼 살고 있음을 밝혀 엄지척을 들게 했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은 이 네 사람의 워킹맘이 눈물을 유발하는 얘기가 아니라 일과 육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의 애환과 고충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전해 오히려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막바지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시나’ 무대로 발산한 정주리의 모습에 “너무 잘한다”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는 이윤지. 마지막으로 소원을 묻자 너도나도 잠을 좀 잤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쏟아진 가운데 이윤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고, 이윤지가 울자 함께 울던 정주리는 “아기 가방, 아기 띠 없이 클럽에서 놀고 싶어요”라며 반전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시청자들 역시 끼 많은 이들 워킹맘들을 응원하며 폭풍 공감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방송에는 그동안 스페셜 MC로 녹화에 참여했던 차태현이 고정 MC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음을 밝혀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차태현의 고정 MC 소식과 함께 시청률 역시 7%대를 돌파하며 의미를 더했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 1-2부는 각각 수도권 기준 7.1%,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라디오스타’ 김지우, 워킹맘 분노 폭발 “여자는 죄인이야” 발언 왜?

    ‘라디오스타’ 김지우, 워킹맘 분노 폭발 “여자는 죄인이야” 발언 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배우 김지우가 ‘일-살림-육아’를 책임지는 워킹맘의 분노를 폭발시키며 무한공감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녹화 초반부터 ‘화를 못 낸다’며 조곤조곤 얘기를 이어가던 김지우는 남편인 레이먼킴의 해외 촬영 소식에 분노가 폭발해 한밤중 ‘기습 꿀밤’을 시전했던 일을 고백하는 등 시선을 강탈할 예정이다.오는 3일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기획 김구산, 연출 한영롱)는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특집으로 워킹맘 이윤지-정시아-김지우-정주리가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며 공감 가득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이날 방송에는 차태현이 스페셜 MC로 참여했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김지우는 모유를 수유한 아기들이 100일이 지나면 잠을 잘 잔다는 얘기를 언급하면서, 본인은 모유 수유 100일의 기적을 겪지 못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지우는 “100일이 지나도 잠도 못 자고 좀비였다”면서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평소 화를 잘 못 낸다는 김지우는 출산 80일이 경과했을 당시 레이먼킴의 해외 촬영 스케줄로 인해 분노를 폭발했다고 밝혔다. 김지우는 지난 2013년 셰프 레이먼킴과 결혼해 2014년 루아나리 양을 출산했다. 김지우는 “남편이 정글로 해외 촬영 가기 전에 술 한 잔 마시고 자고 있는데 머리를 빡 때리고 도망갔어요”라고 한밤중 기습 꿀밤(?)을 감행했던 사실을 고백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지우는 “전 (당시) 혼자서 집에서 죽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는데, 이후에는 셰프라는 직업적 특성으로 주부습진이 있는 레이먼킴을 위해 자신이 집에서 모든 요리를 하고 발 각질 관리까지 해준다는 등 사랑꾼의 면모를 보이기도. 특히 김지우는 출산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당시 SNS에 ‘여자는 일-살림-육아까지 하면서도 죄인이야’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서도 설명한다. 김지우는 회식 때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워킹맘들의 분노 게이지를 올리는 사회적 편견이 담긴 말을 해 분노가 치밀어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고, 이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또한 14.5kg의 딸을 한 팔로 거뜬히 안는 슈퍼맘인 그녀는 ‘맘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때문에 출산 후 70kg까지 불어난 몸무게를 악착같이 48kg까지 뺀 에피소드도 들려줄 예정. 여기에 딸의 생명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의사에게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지우는 에일리의 ‘보여줄게’를 선곡해 멋진 무대로 워킹맘의 근성이 무엇인지 직접 무대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3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라디오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길섶에서] 밤의 향기/황수정 논설위원

    단정하게 포장된 깻잎 묶음을 펼치자니 후각이 감감하다. 엄동에 칠팔월 들녘의 들깨향이야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명색이 깻잎 아닌가. 코끝에 갖다 대고 흔들어 봐도 들깨밭 근처에나 갔다 왔나 싶게 맹맹하다. 시골집 뒤란에는 봄여름 내내 들깨가 우썩우썩 자랐다. 장독대를 둘러치고 위세 좋게 너울거렸는데, 살펴보면 고작 두세 포기가 장차게 품을 벌린 거였다. 더위에 짓무른 한여름밤에도 집안 공기는 들깨향이 은근했다. 바람 한줄기라도 문득 불면 마루 깊숙이 누운 우리 집 사람들은 한밤중에 들깨들이 어쩌고 있는지 말 안 해도 알았다. 그때는 해가 지면 칠흑의 밤이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낮밤 인공조명을 쐬면 들깨는 향기를 잃는다 한다. 밤의 고요를 빼앗겨 제 향기를 털리는 것은 깻잎만일까. 별을 잊고 달빛을 놓치는 불면의 도시. 절대 고요의 밤에 등짐 내려놓고 다리 한번 뻗어 보지 못한다. 어두워져도 마음을 뉘어 재울 줄 모른다. 밤이 밤다워야 들깨는 들깨다워지는데. 칠흑의 밤에 머리가 젖도록 까맣게 잠겨 보고 싶은데. sjh@seoul.co.kr
  • 어릴 적 집나간 고양이, 10년 만에 병들어 돌아와

    어릴 적 집나간 고양이, 10년 만에 병들어 돌아와

    오래 전 가출해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도 멀어진 고양이가 무려 10년 만에 돌아온 믿기 힘든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언론은 어릴 때 집나가 이제는 노년이 돼 돌아온 고양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어디선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의 이름은 파일럿이다. 그의 사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일럿은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에 사는 젠 톰슨 가족과 살다 한밤중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가족은 사방팔방으로 파일럿을 찾아나섰으나 그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당연히 가족들은 파일럿이 코요테 등 산짐승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안타까움 속에 그리움만 남긴 채 애써 기억을 지웠다. 이렇게 잊혀진 파일럿의 소식이 다시 가족에게 전해진 것은 10년이 훌쩍 지난 10월 31일. 북캘리포니아의 한 동물병원에서 파일럿이 치료 중이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은 것.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간 톰슨 가족은 깊은 화상에 발가락 일부가 절단된 파일럿을 발견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파일럿은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입어 산에 쓰러져 있다가 운좋게 이곳 동물병원으로 실려왔다. 이후 동물병원 관계자가 파일럿에게 이식된 마이크로 칩을 발견하면서 톰슨 가족에게 연락하게 된 것이다. 한창 젊었을 때 집 나간 고양이가 노년의 병든 고양이로 돌아온 셈이다. 주인 젠은 "화상을 입은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분명 10년 전 집나간 파일럿이었다"면서 "나와 딸을 알아보는 것 같아 너무나 기뻤다"며 웃었다. 이어 "파일럿과 헤어진 후 다시 만난 과정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든 파일럿을 잘 치료해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톰슨 가족은 적잖은 치료비를 위해 기부사이트인 '고펀드미'에 이 사연을 올렸으며 놀랍게도 기대치를 훌쩍 넘어 6500달러(약 7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엄마의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내가 기억할게”

    “엄마의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내가 기억할게”

    “가시나, 내가 니를 어찌 잊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덤에 가서도 나는 니 생각할 거다!”치매에 걸린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장담했다. 몇 년 전 어느 볕 좋은 봄날이었다. 엄마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딸의 말은 가슴속에서만 맴돌았다. “내 인생의 가장 오랜 친구, 엄마. 이젠 내가 엄마를 기억할 거야.” 치매 환자의 기억은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소멸된다. 신간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판미동)는 지금은 딸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치매 엄마와 함께한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경남 하동에서 헛기침만 해도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한다는 400년 고택의 종부였던 여든둘 엄마와 막내딸 하윤재(45)씨. 2007년 12월 엄마의 나물 무침 맛에 이상을 느낀 하씨는 병원에 갔다가 엄마의 치매를 선고받는다. 책은 그 후 두 사람이 함께한 아프고 슬프고 행복한 일상을 담고 있다.하씨는 첫 장편영화 데뷔를 앞둔 감독이다. 그녀가 2009년 연출한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은 단편영화제의 칸이라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는 등 10여개국에 초청됐다. 15분짜리 영화가 감독의 엄마를 모티브로 했다는 걸 안 외국 영화인들은 하씨와 엄마의 삶에 관심을 드러냈다. 영화 속 주인공 엄마는 자식들에게 헌신하다 봄이 오면 꽃구경을 가자던 친구마저 떠나보내고, 치매 환자인 엄마를 돌본다. 끝내 오지 않는 봄날을 기다리다 화분 속의 꽃처럼 시들어 가는 영화 속 엄마는 하씨 엄마와 꼭 닮았다.하씨에게 치매는 ‘상상할 수 있는 공포’였다. 어린 손녀 앞에서 벽에 똥칠하는 모습을 보였던 친할머니에 대한 잔상, 치매로 15년 동안 고통을 겪다 숨진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 등이 36배속으로 하씨를 강타했다. 하씨는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엄마에게 약 한번 잊었다고 다그치고 괴롭혔다”면서 “혼자만 분주해져 멀쩡한 엄마의 영정사진을 찍고, 가기 싫다는 사람들을 설득해 가족여행을 떠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스스로 괴로워했다”고 말한다. ‘치매=가정파괴범’이라는 하씨 말대로 가족들은 변질해 가는 일상에 짓눌린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무게감에 짓눌려 있지는 않다. 여성 영화감독의 세밀한 시선은 일상의 잔잔함과 유쾌함으로 향하고, 때때로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아는 성숙함으로 이어진다. 엄마의 치매 연차가 늘수록 걱정이 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살림 주도권을 쥐게 된 하씨가 여기저기 쌓인 살림도구 중 욕실에 있던 빨간 고무다라이를 버릴 때 10년 체증이 내려가는 듯 후련했다고 쓴 대목에선 웃음이 나온다. 딸의 기억 속에 엄마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종부로 식솔들을 책임져야 했고, 그 와중에 오남매를 낳고 키웠다. 늘 단단해 보인 엄마에게 하씨는 기저귀 사용법을 알려 주고, 집 나간 엄마를 찾아 헤매며 마음을 졸인다. 새벽 3시 엄마가 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들은 하씨는 벌떡 일어나 쫓는다. 무엇엔가 홀린 듯 짧고 불규칙적인 보폭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엄마. 하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엄마 옆에 붙어 “엄마 어디 가?”라고 다정히 말을 건넸다. 엄마는 외계인과 교신하다 들킨 듯 움찔한다. “답답해서 운동 나왔다, 와?” 금세 눈물이 고인 하씨가 “밤하늘에 별이 와 이리도 많노. 어찌 저리 반짝거릴까?”라고 말을 돌리고, 엄마는 한참 동안 밤하늘을 보다 중얼거렸다. “반짝거리긴 뭐가 반짝거리노. 시커먼 하늘 때문에 버들버들 떨고 있구만.” 자다가 변을 지린 채 어쩔 줄 몰라 당혹해하는 엄마의 기저귀를 갈아 주며 그 옛날 엄마가 자신에게 한 것처럼 등을 쓸어내려 주던 딸은 한밤중에 정신이 든 엄마가 속삭이던 말을 잊지 않는다. “자식이 여러 명이어도 그중 유독 인연이 깊은 자식이 따로 있는기라. 그냥 업보라고 생각해라.” 책은 엄마와 보낸 10년을 통해 치매는 ‘결과’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란 걸 웅변한다. ‘기억을 잃어 가는 엄마’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에 대해 얘기한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는 글귀가 품고 있는 사랑과 책임을, 그리고 서로를 잇고 있는 엄마와 딸의 특별한 기억들 말이다. “문득문득 깨닫게 돼요. 세상 끝난 줄로만 생각했던 일상 틈틈이 유쾌하고 따스한 시간들이 스며 있다는 사실을요. 세심하게 보살핀 시간만큼 엄마의 치매 속도가 더뎌져 다행이에요. 유난 떨며 찍었던 영정사진은 옷장 안에서 뽀얗게 먼지만 쓰고 있어요(웃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바다서 실종 29시간 만에 구조된 남성의 이야기

    바다서 실종 29시간 만에 구조된 남성의 이야기

    몇 년 전 바다에서 실종된 지 29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한 남성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6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투데이’ 프로그램의 ‘트루 그릿’(True Grit) 마지막 회에는 4년여 전 인도양 한가운데 빠졌다가 살아남은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두 아이의 아버지 브렛 아치볼드(54). 그는 지난 2013년 4월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기 위해 전세 보트를 빌려 여행을 하던 중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바랏주(州) 인근 믄타와이 해협에서 실종 29시간 만에 수색대에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자신의 경험을 책(Alone: Lost Overboard in the Indian Ocean)으로도 발간한 아치볼드는 투데이 쇼와의 인터뷰에서 “그때 사고를 떠올리기만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아치볼드의 말로는 여행 중 어느 날 밤 그와 친구 몇 명이 극심한 식중독을 앓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밤중에 갑자기 배가 아팠다는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고 어지러워 발을 헛디뎠는데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구도 그가 바다에 빠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치볼드는 “난 죽을 거로 생각했다”면서 “살아남을 거란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신이 사라진 사실을 친구들이 깨닫고 사고 지점까지 찾아오려면 최소 7시간은 걸릴 거라고 계산을 통해 추정했다. 그는 바다에 둥둥 떠서 신(God)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내 말은 큰 분노에 차 있었다. 소리를 질렀는데 심지어 두 번 다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그러는 동안 내가 살면서 좋은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난 내가 훌륭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 직면하자 그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 후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선 헤엄을 치는 동안 외우고 있는 휴대전화 속 연락처들을 읊었고 엘튼 존의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그는 근육경련과 탈수증은 물론 해파리들의 공격을 견뎌야 했다. 결국 그는 환각 증상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는 “바다에서 색상이 없는 무지개 같은 것이 나왔는데 성모 마리아로 보였다. 기괴했다”면서 “그 모습이 진짜가 아님을 알았다”고 떠올렸다. 아치볼드는 근처에 전세 보트 한 대가 나타난 것을 보고 기적적으로 구조되리라 생각했다.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그 배는 심지어 지금 이 방(인터뷰하는 곳) 길이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면서 “그러고 나서 그들은 떠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물속에 무언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무언가는 바로 상어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다행히 상어는 흥미를 잃고 사라졌다. 이후 그는 더는 헤엄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숨이 막혀 물 위를 쳐다보니 검은색 십자가 형상이 보여 다시 수면으로 헤엄쳤다. 그 무언가는 바로 그를 찾기 위해 꾸려진 수색대에 합류한 보트 배런조이호의 돛대였다. 호주인 선장 토니 에서링턴이 운 좋게 바다 위에 떠 있는 무언가를 보고 다가왔던 것이다. 이로써 아치볼드는 실종 28시간 30분 만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날 수색대에 참가한 한 의사는 만일 아치볼드의 구조가 한 시간만 더 늦었더라면 그는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치볼드는 바다에 표류하는 동안 체중 5.89㎏이 빠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금세 기력을 회복했고 바로 다음 날 자신이 탔던 배로 돌아갔다. 아치볼드는 자신이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살아남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인생은 짧으므로 만일 당신이 인생을 제대로 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면서 “난 28시간 동안 후회한 끝에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투데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반체제 인사 1주일새 146명 비밀감옥행… 장소·시간, 내·외국인 안 가린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반체제 인사 1주일새 146명 비밀감옥행… 장소·시간, 내·외국인 안 가린다

    뙤약볕이 숨막히게 내리쬐던 여름의 한복판인 지난 8월 13일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위린(楡林)시 교외의 자택에 연금 상태에 있던 인권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53)의 행방이 묘연하다. 미국으로 도피해 살고 있는 그의 부인 겅허(耿和)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를 통해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형 가오즈이(高智義)가 ‘오전 8시쯤 동생 방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자고 소리쳤지만 인기척이 없었다며 현지 공안(경찰)에 신고해 당국이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태’라는 소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0월 18~24일)를 앞두고 중국 내에서는 민주주의 운동가 등 요주의 반체제 핵심 인사들이 차례로 ‘여행’ 등의 명목으로 중국 당국에 끌려가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그가 베이징으로 압송돼 모처에 격리됐을 것이라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가오즈성을 찾아다니던 인권변호사 사오중궈(邵重國)와 리파왕(李發旺)도 중국 공안 당국에 끌려간 뒤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불법 기공단체 파룬궁(法輪功) 수련자와 지하교회 신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로 변호한 까닭에 ‘중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가오즈성은 2006년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다. 가까스로 실형을 모면했던 그는 2010년 3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한 직후 자취를 감췄다가 다음해 12월 집행유예 취소와 함께 중국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형기 만료로 2014년 8월 풀려난 가오즈성은 2015년 9월 다시 미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수감 중에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밝힌 직후 당국에 끌려가는 등 신산(辛酸)의 고초를 겪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과 공산당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인권변호사나 민주주의 운동가, 블로거, 페미니스트, 예술가 등 중국의 각계 민주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헤이위’(黑獄·비밀감옥)에 가두고 있다며 미 CNN방송 등이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탄압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CNN 등에 따르면 중국에선 2015년 7월 9일 중국 첫 여성 인권변호사인 왕위(王宇·46)가 베이징에서 남편·아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된 것을 시작으로 동료 반체제 변호사와 가족 등이 연달아 구금되는 이른바 ‘709 단속’이 벌어졌다. 홍콩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중국인권변호사관주조’(CHRLCG)는 ‘709 단속’ 당시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최소 146명의 변호사와 그 가족 등이 공안 당국에 붙잡혔다고 밝혔다. 지난달 현재 모두 701명이 단속됐고 이 중 321명이 구금 상태에 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에 따르면 왕위는 톈진(天津)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인권변호사 쑤이무칭(隋牧靑·50)도 이때 단속돼 사라진 반체제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한밤중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가 긁혔다’는 연락을 받고 집 밖으로 나갔다가 공안에 붙잡혀 5개월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출감 뒤 미국으로 도피한 천타이허(陳泰和·46)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식 배심원 제도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는 공안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가 체포돼 중국 광시(廣西)좡족자치구 구이린(桂林)의 헤이위에서 단순 절도범과 살인범 등 다른 죄수들과 함께 구금돼 생활했다. 그는 “감방 하나에 수용돼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용변을 보기도 어려웠다”며 “식사를 할 때도 젓가락이 없어 밥을 손으로 집어 먹었다”고 폭로했다. 외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스웨덴 국적으로 베이징에서 중국 변호사를 돕는 시민단체를 설립해 활동하던 페테르 달린(37)은 지난해 1월 현지 공안 당국이 그를 잡으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 집에 들이닥친 공안 20여명에게 여자친구와 함께 붙들려 끌려갔다. 공안은 “그가 왕위의 아들을 미얀마로 빼돌리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다가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나자 그의 시민단체가 중국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씌워 불법 구금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세 사람은 붙잡혔을 때 가구가 거의 없고 창문에 검은 커튼이 쳐진 방에서 24시간 불이 켜진 채 지냈다고 헤이위에 대해 비슷한 증언을 했다. 밤에는 공안들이 들이닥쳐 공갈·협박을 하기 일쑤였다. 달린은 “신문자들은 마치 나쁜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나를 다뤘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읽을거리 하나 제공되지 않았으며 화장실 사용조차 철저히 감시당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경찰 훈련시설로 옮겨져 계속 신문을 받았다는 쑤이 변호사는 “나흘 밤낮 동안 잠을 자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닷새째 되니 이러다 죽겠다 싶어 협조를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쑤이 변호사와 천 교수, 달린 등은 모두 공안 당국의 요구대로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 등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한 뒤에야 겨우 풀려났다. 반체제 인사는 또 다른 헤이위인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2012년 12월 공안 당국에 끌려간 왕페이젠(王培劍) 지량(計量)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왕 교수는 수업 시간에 톈안먼 사태의 시위 진압 방식과 인권 탄압을 비판하면서 공산당 일당 독재는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당국은 곧바로 왕 교수가 수업 중에 민감한 정치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신이상이나 정서불안 때문이라며 강의를 중단시켰다.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옹호자들’(CHRD)은 체포된 왕 교수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제7 인민병원에 수용됐다며 최근 수년 동안 지식인과 민원인이 정치적인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과는 달리 끝내 헤이위에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걸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에 먹물을 뿌린 쑨빙(孫兵·44)은 수감 중 폐암에 걸렸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숨졌다. 베이징에서 무장경찰로 복무한 쑨빙은 제대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2014년 3월 6일 낮 12시쯤 톈안먼 앞 마오 초상화에 먹물을 뿌리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으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마오 초상화를 훼손함으로써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1년2개월간 복역했다. 베이징 둥청(東城)교도소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그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만기출소 때 말기까지 상태가 악화됐다. 출옥 후 베이징에서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공안 당국이 그를 고향 후베이(湖北)성으로 강제 압송했고, 외국 병원에서 치료받으려던 시도 역시 저지당했다. 출국 수속을 밟았지만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지방으로 압송당하는 바람에 베이징병원에 입원도 못해 사망에 이르는 빌미가 된 것이다. 앞서 7월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민주화의 상징 류샤오보(劉曉波·61)도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돼 치료를 받다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부속병원에서 타계했다. CNN은 “중국 정부에 각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한밤중 청주 도심 술집에 난입한 멧돼지로 한바탕 소동

    한밤중 청주 도심 술집에 난입한 멧돼지로 한바탕 소동

    한밤중에 한 술집 안으로 멧돼지가 난입했다. 이로인해 식당 물품이 파손되고 손님이 다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29일 새벽 0시 45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의 한 주점에 무게 100㎏가량의 멧돼지 1마리가 들어왔다. 멧돼지는 50㎡ 규모 술집을 15초간 휘젓고 다니며 식탁과 유리창을 마구 부순 뒤 달아났다. 당시 주점에는 주인과 손님 2명이 있었다. 손님 A(45)씨는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멧돼지를 식당의자를 들어 밀쳐 막았고, 이 과정에서 손가락 등에 부상을 입었다. 주점 주인(34)은 “조용했던 가게에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나고 시커먼 멧돼지가 뛰어들어왔다”면서 “손님이 많지 않았고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깨진 유리에 부상을 입은 멧돼지는 피를 흘리며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도망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은 포획용 그물을 이용해 잡으려 했지만 멧돼지는 20분 동안 출입문과 차량을 들이받고는 그물을 뚫고 인근 야산으로 도망쳤다. 경찰은 멧돼지가 이날 밤 금천동 일대 도심을 돌아다니다 용정동 주점에 난입한 것으로 추측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7일만에 반체제 인사 146명의 행방이 묘연한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7일만에 반체제 인사 146명의 행방이 묘연한 중국

    뙤약볕이 숨막히게 내리쬐던 여름의 한복판인 지난 8월13일,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위린(楡林)시 교외의 자택에 연금 상태에 있던 인권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53)의 행방이 묘연하다. 미국으로 도피해 살고 있는 그의 부인 겅허(耿和)는 당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형 가오즈이(高智義)가 ‘오전 8시쯤 동생 방에 가서 아침식사를 하자고 소리쳤지만 인기척이 없었다며 현지 공안(경찰)에 신고해 당국이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태’라는 소식을 전달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0월18~24일)를 앞두고 중국 내에서는 민주주의 운동가 등 요주의 반체제 핵심 인사들이 차례로 ‘여행’ 등의 명목으로 중국 당국에 끌려가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가 베이징으로 압송돼 모처에 격리됐을 것이라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가오즈성을 찾아다니던 인권변호사 사오중궈(邵重國)와 리파왕(李發旺)도 중국 공안당국에 끌려간 뒤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불법 기공단체 파룬궁(法輪功) 수련자와 지하교회 신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로 변호한 까닭에 ‘중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가오즈성은 2006년 국가정권전복 선동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다. 가까스로 실형을 모면했던 그는 2010년 3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한 직후 자취를 감췄다가 다음해 12월 집행유예 취소와 함께 중국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형기 만료로 2014년 8월 풀려난 가오즈성은 2015년 9월 다시 미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수감 중에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밝힌 직후 당국에 끌려가는 등 신산(辛酸)의 고초를 겪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과 공산당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인권 변호사나 민주주의 운동가,블로거, 페미니스트, 예술가 등 중국의 각계 민주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헤이위’(黑獄·비밀감옥)에 가두고 있다며 미 CNN방송 등이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탄압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CNN 등에 따르면 중국에선 2015년 7월 9일 중국 첫 여성 인권변호사인 왕유(王宇·46)가 베이징에서 남편·아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된 것을 시작으로 동료 반체제 변호사와 가족 등이 연달아 구금되는 이른바 ‘709 단속’이 벌어졌다. 홍콩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중국인권변호사관주조’(CHRLCG)는 ‘709 단속’ 당시 1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최소 146명의 변호사와 그 가족 등이 공안당국에 붙잡혔다고 밝혔다. 지난달 현재 모두 701명이 단속됐고 이중 321명이 구금 상태에 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에 따르면 왕유는 톈진(天津)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인권 변호사 쑤이무칭(隋牧靑·50)도 이때 단속돼 사라진 반체제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한밤중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가 긁혔다’는 연락을 받고 집밖으로 나갔다가 공안에 붙잡혀 5개월 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출감 뒤 미국으로 도피한 천타이허(陳泰和·46)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식 배심원 제도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는 공안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가 체포돼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 구이린(桂林)의 헤이위에서 단순 절도범과 살인범 등 다른 죄수들과 함께 구금돼 생활했다. 그는 “감방 하나에 수용돼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용변을 보기도 어려웠다”며 “식사를 할 때도 젓가락이 없어 밥을 손으로 집어먹었다”고 폭로했다. 외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스웨덴 국적으로 베이징에서 중국 변호사를 돕는 시민단체를 설립해 활동하던 피터 달린(37)은 지난해 1월 현지 공안당국이 그를 잡으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 집에 들이닥친 공안 20여명에게 여자친구와 함께 붙들려 끌려갔다. 공안은 “그가 왕유의 아들을 미얀마로 빼돌리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다가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나자, 그의 시민단체가 중국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씌워 불법 구금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세 사람은 붙잡혔을 때 가구가 거의 없고 창문에 검은 커튼이 처진 방에서 24시간 불이 켜진 채 지냈다고 헤이위에 대해 비슷한 증언을 했다. 밤에는 공안들이 들이닥쳐 공갈·협박을 하기 일쑤였다. 달린은 “심문자들은 마치 나쁜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나를 다뤘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읽을거리 하나 제공되지 않았으며 화장실 사용조차 철저히 감시당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경찰 훈련시설로 옮겨져 계속 심문을 받았다는 쑤이 변호사는 “나흘 밤낮 동안 잠을 자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닷새째 되니 이러다 죽겠다 싶어 협조를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쑤이 변호사와 천 교수, 달린 등 모두 공안당국의 요구대로 국가정권전복 선동죄 등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한 뒤에야 겨우 풀려났다. 반체제 인사는 또다른 헤이위인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2012년 12월 공안당국에 끌려간 왕페이젠(王培劍) 지량(計量)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왕 교수는 수업 시간에 톈안먼 사태의 시위 진압 방식과 인권 탄압을 비판하면서 공산당 일당 독재는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당국은 곧바로 왕 교수가 수업 중에 민감한 정치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신이상이나 정서불안 때문이라며 강의를 중단시켰다.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인권옹호자들(CHRD)’은 체포된 왕 교수가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제7 인민병원에 수용됐다며 최근 수년 동안 지식인과 민원인이 정치적인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과는 달리 끝내 헤이위에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걸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에 먹물을 뿌린 쑨빙(孫兵·44)은 수감 중 폐암에 걸렸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숨졌다. 베이징에서 무장경찰로 복무한 쑨빙은 제대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2014년 3월6일 낮 12시쯤 톈안먼 앞 마오 초상화에 먹물을 뿌리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으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마오 초상화를 훼손함으로써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징역 1년2개월 복역했다. 베이징 둥청(東城)교도소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그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만기출소 때 말기까지 상태가 악화됐다. 출옥 후 베이징에서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공안당국이 그를 고향 후베이(湖北)성으로 강제 압송했고, 외국 병원에 치료받으려던 시도 역시 저지당했다. 출국 수속을 밟았지만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지방으로 압송당하는 바람에 베이징병원 입원도 못해 사망에 이르는 빌미가 된 것이다. 앞서 7월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민주화의 상징인 류샤오보(劉曉波·61)도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돼 치료를 받다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부속병원에서 타계했다. 그도 공안당국이 위중한 상태까지 사실상 방치하고 출국 치료까지 막아 결국 사망했다. CNN은 “중국 정부에 각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지난 24일 팩스를 통해 “중국 사법당국은 용의자에 대한 모든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언론이 중국 사법 주권과 사실을 존중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CNN이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소음방지 헤드폰 쓰고… 칼퇴 위해 열일하는 스웨덴

    [해외에서 온 편지] 소음방지 헤드폰 쓰고… 칼퇴 위해 열일하는 스웨덴

    올 초부터 스웨덴 해사청 소속 라이즈빅토리아연구소에서 e내비게이션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내비게이션은 기존 아날로그식 선박운항체계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디지털 체계로 전환해 선박사고를 줄이고 선박운항 효율을 높이며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해사 분야의 새로운 국제규범이다.# 해사청 연구소서 선박 e내비게이션 개발 유럽연합(EU)은 지난 10여년동안 국제항해선박을 대상으로 e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검증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민관연 합동으로 한국형 e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EU의 e내비게이션 시스템 개발을 이끌고 있는 스웨덴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한국형 e내비게이션 사업의 연계가 서로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한국형 e내비게이션 사업에 EU 시스템에 없는 기술과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이지만 한국형 e내비게이션 사업은 세계 최고와 비겨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적용 가능한 유용한 시스템임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스웨덴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외부로 알려진 기술과 정책뿐만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사람들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 과정까지 접해 볼 수 있었다. 낯선 조직 속에 혼자 들어가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긴밀한 유대감도 생기고 속사정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대비 안 하면 얼어죽는다”… 계획적 스웨덴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를 위해 일한다’는 말이 있는데 ‘스웨덴 사람들은 집에 빨리 가기 위해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다가 각자 퇴근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간다. 오후 5시쯤 되면 남아 있는 직원은 10명이 채 안 되고, 오후 6시쯤 되면 남아 있는 직원은 거의 없다. 물론 사무실에 있는 동안엔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일한다. 소음방지용 헤드폰을 쓰고 일하고, 시끄러운 전화 소리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사무실 유선전화기도 모두 치웠다. 모든 직원이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한 사무실에서 업무는 물론 개인사까지 공유하는 우리 조직문화에 비해 삭막한 느낌도 있지만 업무의 밀도나 생산성 면에서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북구의 거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다 보니 다들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문화가 생활화돼 있다. 미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대비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얼어 죽기 십상이었다던 어느 스웨덴 부부의 말이 공감이 간다. 스웨덴 사람들이 무뚝뚝하다는 평도 있지만 접해 보니 상당히 친절하고 여유가 있는 편이다. 넓은 영토에 적은 인구,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중립국으로서 전쟁을 치르지 않은 채 오랫동안 평화를 누려온 역사, 게다가 육아·교육·의료·실업·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어 개인들이 생활에 불안해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여유가 나오는 것 같다. # 내년 징병제 부활… 안보 상황 따라 유연 대응 스웨덴도 최근 새로운 안보 위기의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스웨덴은 냉전 종료와 소련연방 해체로 실질적 외부 위협이 사라지자 2010년 모병제로 전환하고 병력도 2만명 이하로 줄였다. 2013년 이래 러시아 전투기의 빈번한 접경지역 훈련과 크림반도 합병, 스톡홀름 앞바다에서 발견된 국적 미상의 잠수함 사건 등으로 취약한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스웨덴 정부와 의회는 내년부터 다시 징병제를 실시한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시비동맹 정책도 새로운 안보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입장이나 이념에 고착되지 않고 바뀐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들의 여건에 맞춰 합리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스웨덴의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아이폰X 출시 ‘없어서 못 판다’…첫날부터 물량 부족

    아이폰X 출시 ‘없어서 못 판다’…첫날부터 물량 부족

    아이폰X가 24일 국내 출시 첫날부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첫날부터 물량 부족으로 매장에서 아이폰X를 구입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았다.추운 날씨에도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등장했다. 출시 첫날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던 아이폰8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날 출시된 아이폰X의 초기 개통량은 이달 3일 출시된 아이폰8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이폰8의 초기 개통량은 전작인 아이폰7의 60∼70%였다. 가격이 155만원(256GB) 수준으로 아이폰8 대비 고가의 제품이면서 초도물량이 15만대 수준으로 부족한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반응이 좋은 상황이라고 이통사 관계자는 전했다. 오프라인 대리점에도 사전 예약자들을 포함해 아이폰X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이날 오후 광화문 KT스퀘어에는 평일임에도 평소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아이폰X을 구매하거나 체험해보기 위해 발걸음했다. 적은 물량 탓에 예약하지 않은 고객들이 매장 재고 상황에 따라 당장 구매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KT스퀘어 직원은 “사전예약자를 제외한 개통 문의 고객만 30명이 넘었다”며 “사전예약자 우선으로 물량을 드리고 있어 상당수 고객들이 빈 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개통 모델 가운데는 256GB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택하는 고객은 10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폰X의 공시 지원금은 3만 4000∼12만 2000원대로, 25% 요금할인액이 지원금보다 5배 많다. 이통사 관계자는 “고가 제품 특성상 30대 고객의 구매가 많고 수능 수험생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말부터 다음주까지 수험생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날 오전 0시 아이폰X의 판매를 시작한 애플 전문 유통매장 프리스비 강남스퀘어점에는 한밤중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오픈 시점까지 200명이 넘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1호 고객은 수능을 끝내고 바로 달려온 수험생이었고 수험생 자녀와 부모들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며 “오전 2시가 넘어서도 고객이 계속 찾아올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오전 8시 개장한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도 전날 오전 5시부터 1호 대기자가 등장해 오픈 전까지 30명이 줄을 섰다. 이통 3사도 이날 오전 8시 일제히 출시 행사를 열었다. KT 개통 1호 주인공은 이달 18일부터 ‘6박 7일’동안 기다려 국내 출시행사 사상 줄서기 최장 기록을 세운 손현기(26)씨였다. KT는 1호 개통고객에게 데이터선택 76.8 요금제를 2년 무상 지원하고 애플워치3, 기가지니 LTE, 벨킨 액세서리 세트 등을 제공했다. 2∼3호 고객에게는 애플워치3와 벨킨 정품 무선 충전 패드, 초청고객 100명 전원에게는 기본 액세서리 세트가 제공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줄서기 없이 추첨 고객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었다. SK텔레콤은 중구 센터원에서 ‘미리 만나는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개통 행사를 열어 초청된 80명의 고객에게 애플 에어팟, 목도리 등을 선물하고 추첨을 통해 아이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선물을 전달했다. LG유플러스는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서 사전예약 고객 10명을 초청해 애플워치, 아이폰 라이트닝 독을 선물했다. 이날 국내 고객에게 첫선을 보인 아이폰X은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과 3차원 스캔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능인 페이스ID를 탑재했다. 이통사 출고가는 64GB 모델이 136만 700원, 256GB는 155만 7600원이다. 스마트폰 사상 ‘역대급’ 비싼 가격에도 이통사 온라인 예약이 잇따라 매진되며 사전 예약에서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색상은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총 2종이다. 이통 3사는 제휴 할인 카드를 이용할 경우 월 최대 2만∼3만원을 할인하고 분실, 파손 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아이폰X 구매자가 일정 기간 사용하던 기기를 반납하고 최신 아이폰으로 기기변경을 하면 남은 할부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이통사별로 월 1100∼3190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헛헛하지만 따뜻한 이주 빈민들의 삶…

    헛헛하지만 따뜻한 이주 빈민들의 삶…

    내 마음의 낯섦/오르한 파무크 지음/이난아 옮김/민음사/652쪽/1만 6800원오랜 시간 머물렀던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이주민들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다. 낯선 이웃, 새로운 일터, 넉넉지 않은 살림 형편, 늘 마음 한 편에 자리잡은 불안함…. 그럼에도 새롭게 둥지를 튼 보금자리의 온기를 뭉근하게 지킬 수 있는 건 가족과 연인의 사랑 덕분이다. 터키를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새 장편소설 ‘내 마음의 낯섦’은 이렇듯 도시로 이주한 빈민의 생생한 삶을 터키의 현대사와 함께 풀어낸다. 이스탄불의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한 작가가 그간의 작품에서 이스탄불을 중상류층의 공간으로 다뤄 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빈민들의 터전에 주목한 점이 사뭇 인상적이다. 1950~60년대 돈을 벌기 위해 이스탄불을 찾은 이민자들이 지은 ‘게제콘두’(무허가 집)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아파트로 변모하는지, 그 당시 빈민가의 삶이 어땠는지 등 작가의 꼼꼼한 취재 덕분에 방대한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다.소설은 이스탄불에서 터키의 전통 음료인 ‘보자’를 파는 거리상인 메블루트와 그 가족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선한 마음의 소유자인 메블루트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놓여 있다. 시골을 떠나 이스탄불에 온 메블루트는 어느 날 사촌의 결혼식장에서 ‘라이하’라는 이름을 지닌 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메블루트는 사촌 쉴레이만의 도움으로 자신이 첫눈에 반한 라이하를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 한밤중에 도망친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확인한 소녀의 얼굴은 그가 사랑에 빠진 미녀가 아니었다. 사실 메블루트가 반한 소녀는 라이하의 동생인 사미하. 사미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쉴레이만이 메블루트의 도피 계획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메블루트를 속인 것이다. 자신이 흠모했던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얼떨결에 결혼하게 된 메블루트가 당황하고 좌절할 것이라는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메블루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채 라이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녀와 삶을 꾸리게 된 자신을 행운아라고 여긴다. 복잡다단한 삶 속에서도 매사 감사해할 줄 아는 메블루트의 삶을 보고 있자면 그의 삶 자체가 그가 길거리에서 파는 ‘단맛도 나고 신맛도 나는’ 보자와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1968년부터 2012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메블루트와 주변 인물의 삶의 여정을 좇다 보면 자본주의에 따른 이스탄불의 급격한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십년간 이 도시의 골목길을 닳도록 걸어다닌 메블루트는 “도시는 더이상 거대하고 친숙한 집이 아니라 더 많은 콘크리트와 거리, 마당, 벽, 인도, 상점들이 추가된 신이 없는 장소로 변해 버렸다”고 생각한다. 영혼의 안식처였던 도시가 옛 얼굴을 잃는 것을 볼 때마다 허무함을 느끼는 메블루트는 곧 작가를 대변한다. 국내에 소개된 파무크의 모든 작품을 번역한 이난아 한국외국어대 터키어과 교수에 따르면 “파무크의 작품 대부분에서 생태주의 관점을 읽을 수 있는데 이는 이스탄불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점점 초록빛이 사라지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없이 차가운 도시의 풍경과는 다르게 매순간 자신이 머문 곳에서 자족할 줄 알며, 사랑을 잃지 않는 인간 군상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온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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