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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중동부 섭씨40도 폭염 기승

    ?워싱턴 최철호특파원?섭씨 40도가 넘는 이상 폭염이 미국의 중부와 동부지역에 3일째 이어지고 있다.지난 3일부터 시작된 37.7도(화씨 100도)가 넘는 이상 열기는 뉴욕을 비롯한 워싱턴등 동북부 지역은 물론 내륙 중서부지역인 미주리주,일리노이주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계속됐으며 북쪽으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까지 미쳤다.이 때문에 40.5∼46도(화씨 105∼115도)이상에 발효되는 폭염경보가 워싱턴을 비롯한 동부도시 곳곳에 내려졌고,시당국은 소화전을 틀어 놓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를 계속했다.독립기념일인 4일 무더위로 야구경기를 중단했던 뉴욕에서는 5일에도 38.8도(화씨 101도)로 무더위기록을 갱신했으며 워싱턴 부근 포트 벨보아는 무려 40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130명이 더위에 탈진해 병원을 찾았으며 뉴욕에서도 정오무렵에만 70여명이 병원을 찾았는데 한밤중에도 37도가넘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면서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입원하는 사태가 이어졌다.기상학자들은 적도부근에서 발달한 고온다습한 기단의 이상발달로 올해가 무더위에 관한한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일단 무더위가 이번 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외출자제를 당부했다.
  • [사설]‘MBC난입’의 심각성

    한 특정 종교집단의 MBC 난입사태는 43년 방송사상 초유의 일로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일시적 기계고장이 아닌 외부 집단의 난입으로 방송이 중단되거나 파행으로 방송이 진행되다니 어느 나라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만약 특정 종교단체가 아니고 불순분자로 간주되는 다른 세력이 국가기간 시설망인 방송보안 시스템을 뚫었다고 가정한다면 얼마나 아찔한 일인지 짐작하기 힘들다.더구나 1,000여 신도들이 방송사 로비와 4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찬송과 구호로 소란을 피운 행태는 여느 시정잡배만도 못한 어처구니없는소행이 아닐 수 없다.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경찰의 기동력도 점검해볼문제다.한밤중 방송사 주변에 1,000여명이 움직이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이보다 더 큰 불상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낭패감을 준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한 종교집단의 목사가 극단적인 신비주의에 빠져있다거나 스스로의 신격화·도박문제 등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로부터 이단판정을 받았다는 등의 사생활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종교집단이 자신의불이익을 은폐하기 위해 방송사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과 이를 다스리지 못한 단체장으로서의 무책임은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지나친 은폐와항의는 오히려 자신들의 부당성을 강하게 긍정하는 일이며 이런 의혹심이 취재의 대상으로 선택된 것으로 분석된다. 종교의 자유가 있듯이 보도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것이 민주사회다.사회의비리와 부패,불의와 무질서,혹세무민과 폭력 등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위해 타파해야 할 빼놓을 수 없는 취재대상이다.그러나 하필 종교만이 종교관련 프로그램이든 기사든간에 그때마다 발칵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이상하다.만약 신앙심이 투철하고 정당하다면 어떤 내용이나 보도에 전전긍긍할필요가 없을 것이다.차후에 오보와 잘못된 내용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거나설명할 기회를 갖는 것이 온당하다. 언론 자유가 보장된 자유민주국가에서 물리적 힘에 의해 국민의 전파가 유린당한 사태는 어떤 사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방송사측도 이번 프로그램이방송가처분신청중에 있으면서신도들의 항의 전화를 받고 있었던 만큼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한다.언제나 정당한 것이 유지되고 부당한 것이 투명하게 시정되는 것이 건강한 사회다. 종교인은 언제 어디서나 종교인다운 귀감을 보여야 한다. 이성과 냉정으로 사태를 수습하되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런 만행이 다시는 통할 수 없도록 극단에 치달은 행태를 사주한 주모자등 관련자들을 적발해 엄정히 사법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 [독자의 소리]‘자율방범대’로 농작물 도난 방지를

    최근 농촌에서 한밤중에 농작물을 대량으로 차량에 실어 도주하는 범죄가빈발하고 있는데도 농가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범죄예방 차원에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설 경비업체에 경비를 의뢰하고 있긴 하다.사람의 체온을 감지해 비상벨이 작동되는 열선 감지기 등을 설치해 보지만 워낙 민감해 고온일 때나 동물에도 작동돼 경찰과 경비업체에서 신고출동을 해 보면 기기 오작동으로 판명되는 일이 많다. 또 출입문 사이에 자석을 붙여 자석이 떨어지면 비상벨이 작동되게 하는 기기도 고가품인 데다 월 관리비도 워낙 비싸 농가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에서도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절도범 검거는 쉽지가 않다.마을 단위의 자율방범대 같은 조직을 편성해 순번제로 방범순찰을 돈다든지 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농민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야 할 것이다. 오병석[경기지방경찰청 분당경찰서 종합상황실]
  • 고은著 ‘화가 이중섭’

    천재적인 화가 이중섭의 삶은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처럼 철저하게 비극적이었다.유럽은 고흐의 예술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가난과 절망에 몰아넣어던 ‘죄의식’에서 ‘고흐 신화’를 만들었다.우리나라에도 가장 한국적인 화가중의 한 사람인 비운의 화가 ‘이중섭 신화’가 있다. 그 신화 속에 이중섭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지난 1월21일부터 3월9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이중섭 유작전’에 9만명이나 몰려,그의 작품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이중섭 열풍 속에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책 ‘화가 이중섭’이 민음사에서 나왔다.어느 비극 소설보다 더 비극적인 삶을 살다 40세에 요절한 이중섭의 삶과 예술이 시인 고은의 탁월한 필치로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이 책은 지난 1973년 이중섭의 조카 이영진씨 등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고은씨가 쓴 최초의 이중섭 평전 ‘이중섭 그 예술과 생애’를 일부 보완,다시출판한 것이다. 식민지 시대였던 1916년 평남 평원군 부유한 농가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순수하고따듯한 영혼의 소유자였다.어린이 같은 그의 순수함은 현실의 삶을살아가는데 어떤 힘도 되지 못했지만 가난과 병마 속에 고달프게 살았던 삶의 흔적들과 화가로서의 열정과 좌절은 ‘신화’가 되어 남아 있다. 그는 한국전쟁을 피해 일본에 가 있던 일본인 부인 마사코(결혼후 이남덕으로 개명)와 아이들이 그리워 밤이면 아내와 아이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혼자 대화를 했다.첫아들을 잃었을 때에는 한밤중에 일어나 아들이 먹을 천도를 그려 놓았다.수도육군병원에서 그의 거식증을 정신질환이라고 하자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입원환자의 모습을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렸다.그러나 한밤중에 일어나 자기 작품은 가짜라며 불태우고 예술을한답시고 세상을 속였다고 자학하기도 했다. 그는 1956년 9월6일 적십자병원에서 죽었다.그의 시신은 무연고자로 분류되어 병원 영안실에서 3일간 방치됐다.침대에는 그동안 밀렸던 18만원의 입원비 계산서가 붙어 있었다. 그의 잔인하게 찢겨진 생애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한 곳은 1951년에 살았던서귀포였다.그는 그 곳에서 대표작 ‘황소’를 비롯 ‘서귀포가 보이는 풍경‘ 등을 남겼다.그러나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그나마 본격적인 작품보다는 우편엽서나 담배갑 속의 은박지 등에 그린 작품이 많다.서귀포에는 그가 머물렀던 초가가 단장되고 ‘이중섭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이창순 기자 c
  • 난민촌 이산가족찾기 애탄다

    ┑스코페(마케도니아)연합┑ “가족을 찾습니다.” 마케도니아 스코페 외곽난민촌에는 80년대 우리나라의 이산가족찾기 캠페인을 연상케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난민촌 내 나토 사무소 뒷벽에는 10일부터 가족을 찾는 난민들의 사연 쪽지가 다닥다닥 나붙기 시작했다.이제는 국제적십자사도 피난중에 부모를 잃은어린이들의 명단을 게시했다. 이 ‘만남의 벽’에는 많은 사람들의 기구한 사연들이 촘촘히 나붙어 있고벽 주변에는 가족을 찾으려는 간절함과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묘한 조화를이루고 있다.쪽지를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뛰어가는소녀,혹시 가족이 못볼까봐 여러장을 붙이는 중년의 남자도 있다. 고향을 떠나 프리슈티나에서 대학에 다니던 프라쉬니쿠 에크렘(22)씨는 부모와 두 여동생을 찾고 있다.그는 2주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 행방을 찾지못하고 있다.난민촌에서 알아보니 피난 떠난 것은 분명한데 아직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 8명의 명단을 붙이던 이스메 크란스니쿠(48)씨는 국경 블라체에서 한밤중에 난민촌으로 이동하던 중 가족들과 떨어졌다면서 울먹였다. 그러나 가장 좋은 수단은 전화.난민들 대부분이 마케도니아나 알바니아에 친척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연락을 해두면 다른 가족의 행방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난민들은 취재기자들을 보면 먼저 핸드폰부터 빌려 달라고 호소한다.프랑스의 한 자원봉사단체는 프랑스 텔레콤의 지원으로 난민을 위한 무료전화 1대를 설치했다.통화시간이 1인당 1분으로 제한돼 있는데도 전화 걸려는 난민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 특별기고-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중국 후한시대 양진(楊震)이라는 관리가 있었다.그는 학문과 타고난 인격때문에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청백리였다.양진이 태수라는 벼슬자리에 있던 어느날 밤 아래 있는 관리 한 사람이 찾아와 전에 입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며 뭉칫돈을 꺼내 놓았다.시체말로 정치헌금일 수도 있고 뇌물일 수도있었다. 가난한 태수 양진에게는 뭉칫돈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명분도 그럴싸했다.달라고 해서 가져온 것도 아니고 보는 이도 없는 한밤중 은밀한 내방이었으니까 슬며시 눈만 감으면 그만인 상황이었다.그러나 양진은 돈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면서 거절했다.그러자 난처해진 관리가 귓속말로 소곤거렸다.“태수님,너무하십니다.어찌그리 소인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십니까.염려하지 마시고 거두어 주소서.밤이 깊었는데 누가 보겠습니까?아무도 모르는 일이오니 받아주십시오.” 그말을 들은 양진은 조용히,그러나 단호히 말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어서 썩 물러가지 못할까.” 이것이 저 유명한양진의 사지(四知) 이야기다.그날밤 관리는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별 촌놈 다 보겠네”라며 돈보따리를 움켜쥔 채 양진의 단칸방을 빠져나갔을 것이 뻔하다.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등 30년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펴낸 앨빈 토플러는 ‘권력이동’에서 ‘칼·완력·보석·돈 그리고거울·정신은 하나의 상호 관련된 체제를 형성한다.총은 돈을 벌게 해줄 수있고 또는 희생자의 입에서 비밀정보가 나오게 만들 수 있다.그리고 돈이 있으면 정보나 총을 살 수 있으며 정보를 사용해 자기가 얻을 수 있는 돈을 늘리거나 또는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도 있다’고 갈파했다. 돈과 권력은 상호관련이 있어서 언제나 밀월을 즐긴다.문제는 권력이 타락하면 검은 돈이 춤추고 검은 돈이 춤을 추면 권력의 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그동안 우리네 정치사에는 ‘너 이놈,썩 물러가지 못할까’라고 호통치는양반들이 없었다.호통은커녕 오히려 ‘너 이놈,썩 가져오지 못할까’라며 총구를 겨누고 돈을 모았던 그네들 때문에 흙탕물이 되곤했다. 가관인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뻔한 일들을그럴싸한 구실로 포장하는가 하면 국민을 들먹거리고 애국을 들먹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어사 박문수가 탐관오리를 포박한 후 여죄를 추궁하자 구차스런 변명을 늘어놓았다.그러자 박문수의 추상 같은 호령이 떨어졌다.“너 이놈,하늘 무서운줄 모르느냐.”양진이 말한 천지(天知)와 박문수가 말한 그 하늘 아래 우리모두는 존재한다.어디 그뿐인가.너와 내가 그 하늘 밑에 상존하고 있다.그러니까 천지(天知)·지지(地知)의 절대상황 앞에서 ‘아는 바 없다’ ‘전혀모르는 일이다’ 하고 잡아떼는 것은 여간 강심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유념해야 한다.그리고 시작도 끝도 깨끗해야 하며 마무리는 더욱 말쑥해야 한다.‘하늘이 알고땅이 알고’라는 준엄한 역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金勳 중위 사망의혹 파문­국방위 발표 중간조사 요지

    ◎金 중사 20∼30회 ‘敵과 내통’/한밤중 北軍 초소에 1∼2시간식 다녀와/헌병대,‘자살 권총’ 金 중위 것인지 확인안해 ▷판문점 내통사건◁ 먼저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3인의 참고인으로부터 金勳 중위가 소대장으로 있던 경비중대 2소대의 부소대장 金영훈 중사는 지난 97년 여름 무렵부터 판문점 근무시 야간을 이용해 MDL(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초소를 찾아가 적군과 접촉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진술에 따르면 부소대장 金중사는 5일간 계속되는 판문점 근무중 1∼3회 정도 야간을 이용해 북한군 제1초소를 다녀왔다. 북한군 초소에서 1∼2시간 동안 머문 후 복귀했으며 金중사가 20∼30회 정도 초소를 찾아간 것으로 판단한다. 적군 초소를 찾아가기 전에 고기를 구워간 경우도 있고,우리 신문을 가져간 경우도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적군 초소에서 돌아올 때,술에 취한 경우도 있었고 북한에서 생산된 맥주 인삼주는 물론 독일제 약품도 가져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소위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金중사의 신병확보를 국방부에 요구했다.이에 따라 국군기무사령부는 金중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조사중이라고 발표했다. ▷金중위 사인◁ 그간 1군단 헌병대는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권총,즉 사건에 사용된 권총인 M­9베레타 권총이 金중위의 권총인지 여부를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金상호 일병의 권총을 金중위가 휴대했던 권총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수사 기초를 무시했고,초동수사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결정적 부분으로서 육군본부의 재수사과정에서도 입증하지 못했다. 육군본부 검찰은 지난 2월9일자 총기수불대장을 근거로 金중위 권총이 입고되었으며,이에 따라 OP 올렛근무를 위해 金중위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金일병의 권총을 소지하고 들어갔다는 2월20일자 총기수불대장만을 제시했다. 그러나 판문점 근무 투입 직전의 총기수불대장을 보면 2월9일 입고되었던 총번 1140862번 金중위 권총을 2월14일 金중위가 수령하여 판문점 근무에 들어갔음을 확인했다. 판문점 근무가 끝나는2월19일 부소대장인 金중사의 소지 권총이 입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金중위의 권총이 이후 입고되었다는 증거자료는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金중사는 전날 입고된 권총을 아침 7시에 수령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따라서 金중위는 분명히 사고발생 당일 자신의 소지권총인 총번 1140862번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총번 1140865번 권총은 金중사의 권총이 입고된 관계로 순번에 따라 金중사가 수령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또 사건현장에서 경비대대장인 러펜버그 중령이 金중위의 수첩을 임의로 가져갔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국방부에 대해 즉시 이 수첩의 반환을 미국에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총기에서 金중위의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金중위의 시신 부검 결과 위의 내용물 상태로 보아 사망추정 시간이 식후 2∼3시간 경과했다는 법의학적 증거 등에 미루어 군 수사당국의 자살단정 결론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결론◁ 소위는 두 차례의 수사과정에서 전혀 수사하지 못한부분,수사가 잘못된 상당 부분,수사가 왜곡된 부분 등을 군 수사당국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원점에서 철저하게 재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 댐 관리소­시도 상황실 의사전달 ‘먹통’/홍수통제 손발 안맞는다

    ◎직통전화 없어 폭우 10시간뒤 ‘뒷북 경보’/수위변화 즉시 전달… 신속대응 체계 시급/댐방류전 통보할 관련기관도 90곳 넘어 재해예방을 위한 홍수 통제과정에서 유관 기관간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13일 충남도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홍수조절기능을 갖춘 다목적 댐의 방류량 결정에 방재실무를 맡고 있는 시·도의 의사전달이 사실상 배제된 상태에서 홍수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방재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와 댐관리사무소간의 직통전화마저 가설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폭우로 한때 범람위기를 맞은 금강 하류지역의 방재대책을 총지휘한 충남도의 대처상황은 이를 대변한다. 11일 밤부터 시작된 대청댐 상류지역의 집중호우로 초당 5,300t의 유입량을 기록하자 수자원공사 대청댐 관리사무소측은 금강홍수통제소와 1시간여 동안의 협의를 거쳐 12일 하오 3시부터 수문 6개를 모두 열어 초당 1,500t씩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대청댐측은 6시간뒤인 하오 9시부터 방류량을 2,000t으로 늘렸다. 충남도 재해대책본부가 금강 하류인논산시 강경지역에 홍수경보를 내린 시각은 같은 날 하오 7시. 대청댐이 수문을 연 뒤 4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시간당 90㎜의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상오 9시 상황을 감안하면 거의 10시간 이상 지난 뒤의 ‘뒷북 경보’다. 대청댐의 방류량 2,000t을 기준으로 물마루가 덮치는 시점은 공주지역 9시간,부여군 규암면 15시간35분,논산시 강경지역 20시간35분 뒤인 점을 감안하면 홍수통제 기능이 제 역할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댐 관리사무소측도 할말은 있다. 대청댐 관리사무소는 직통전화 3대와 자동응답(ARS)전화 한대를 갖추고 있지만 12일 하룻동안 모두 400여통의 전화가 걸려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하류지역의 재해를 담당하는 시도는 방류량을 줄이는 쪽만 생각하지만 상류지역 주민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방류를 요청하고 있어 상황판단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댐사무소측이 방류량을 통보하는 대전시와 충·남북,전북지역의 유관기관만 93곳에 이른다. 상주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던 안동댐관리사무소와 경북도 사이의 전화연락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동댐과 경북도대책본부,하류지역 자치단체 간에 직통전화가 가설돼 있지 않아 긴급상황을 주고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각 지점별 계획수위와 위험수위,현재수위를 파악하고 지류의 유입량,예상강우량,금강하구둑 지점의 서해안 만조시간 등을 감안해 대청댐에 경위를 알아보고 방류량 조절을 요청하려 해도 도저히 통화를 할 수 없었다”며 “대청댐측이 방류량을 결정한 뒤 팩시밀리와 전화로 연락해 오면 그때서야 2시간 이상 정밀분석을 한 뒤 각 시군 재해대책본부에 지침을 내리고 이를 한밤중에 주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방류 결정권자인 수자원공사 및 각 지역 홍수통제소와 일선 시도간의 원활한 협의채널이 서둘러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민 쉼터’ 우범지대로/공원·놀이터 밤이면 불량 10대 점령

    ◎술판·난동·폭행… 패싸움까지/밤 더위 식히러 나갔다가 봉변 일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지만 한밤중에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밤이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패싸움은 물론,강도나 성폭행 등 강력사건도 간혹 발생,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불만이다. 지난 4일 밤 11시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고교생으로 보이는 10대 6명이 담배를 피우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바닥에는 이미 소주병과 맥주병 10여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얼마 후 이들 가운데 2명이 비틀비틀 걸음을 걸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주변 사람들을 향해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선뜻 그들을 나무라지는 못했다. 자녀들과 함께 더위를 피하러 나온 金모씨(45)는 “우리 아이도 배울까봐 겁이 난다”면서 “경찰이 단속은 커녕 주의 한번 주는 것을 못봤다”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시민공원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나 주택가 공원 등도 비행 청소년들의 ‘소굴’로 바뀌고 있다. 마음 편하게 쉴만한 ‘쉼터’는 거의 없다. 어두워지기만 하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출입을 꺼린다. 서울 강남의 한 파출소 직원은 “어린이공원에서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는 신고가 일주일에 몇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도심 소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에서는 아침마다 수십개의 빈 술병과 담배꽁초가 발견된다. 10대들이 밤에 몰려 다니며 마시고 피운 술과 담배다. 지난 달 29일 새벽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국립의료원 옆 훈련원공원 벤치에서는 梁모군(16) 등 10대 3명이 본드를 들이마시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달 25일 밤 서울 송파구 삼전동 삼밭공원에서는 洪모군(19) 등 10대 2명이 金모씨(31·여)를 마구 때리고 20여만원을 빼앗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구 중계 3동 근린공원 관리인 우모씨(49)는 “밤이면 10대들이 술을 마시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지만 숫자가 많다보니 제대로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 극장가 새 풍속도 심야 영화 관람

    ◎‘록키 호러…’‘킹덤’ 매진사례/주말 자정∼새벽 젊음의 열기/밤의 문화공간으로 급부상 주말 ‘심야 영화관람’이 극장가에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았다.대개 금·토요일 자정에 시작해 새벽녘에 끝나는 심야 영화관에는 밤문화를 즐기려는 영화팬들로 늘 북적인다. 심야영화의 대명사 격인 ‘록키 호러 픽쳐 쇼’가 서울 동숭씨네마텍과 코아아트홀에서 개봉한 20일.두 군데 모두 자정 상영분의 예약이 전날 끝났는데도 관객이 몰려 코아아트홀(180석)측은 계열사인 인근 시네코아(350석)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시네코아에서는 상영시간 내내 객석을 가득 메운 영화팬들이 손뼉치고 노래하며 춤추고 환호하는 등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즐겼다.일부는 등장인물을 흉내낸 분장을 하고 영화 속 대사와 동작을 따라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심야상영을 한 영화관은 동숭·시네코아 말고도 서울에서 허리우드·씨네맥스·신영·옴니 등 7군데.‘록키 호러 픽쳐 쇼’의 경우처럼 모든 극장이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나름대로 밤에 영화보는 맛을 만끽한다.극장 측이 ‘심야 관객’을 분석한 데 따르면 △혼자 또는 커플보다 친구 4∼10명이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편을 2시간쯤 보기보다는 2∼3편을 묶어 새벽 6시쯤 끝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심야 극장 좌석 점유율은 대개 70%를 넘어 낮시간대를 상회한다. 그러면 심야상영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록키 호러…’홍보사인 바른 생활의 김광수 대표는 “그동안 젊은이들이 밤을 새우며 즐길 만한 문화공간이 없어서”라고 풀이했다.게다가 한밤중이라는 특수성이 공포영화 같은 경우 관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구실도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심야상영은 지난 82년 ‘애마부인’에서 시작됐다.그때는 에로영화가 주로 밤극장에 올랐고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이 출입해 퇴폐의 온상처럼 변질되는 바람에 곧 퇴장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열린 제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활의 계기를 맞았다.주최 측이 4시간30분짜리 영화 ‘킹덤’을 자정에 상영한 것.처음에는 낮에 극장을 잡을 수 없어 밤에 상영한 것인데 뜻밖에 300석 극장에 수천명이 모여드는 이변을 낳았다.주최 측은 부랴부랴 상영회수를 늘렸고 열성적인 영화팬들에게 한밤중에 ‘킹덤’을 보는 것은 의무사항처럼 돼버렸다. 이후 ‘킹덤’이 97년 마지막 날 자정 시네코아에 오른 뒤 상영기간 내내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심야상영은 ‘호러 페스티벌’‘나이트 영화제’같은 이름을 달고 일종의 이벤트로 자리를 굳혔다.이제는 7월11일 개봉하는 ‘어딕션’처럼 밤에만 상영하는 영화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영화홍보사 이손기획의 손주연 대표는 “아트영화는 현실적으로 극장을 잡기가 힘들었다.그러나 심야상영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밤에 아트영화를 장기간 상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 소떼는 통일을 쟁기질하러 갔다(박갑천 칼럼)

    소는 빨강색에 흥분한다는 말이 있다. 스페인이 국기로 하는 투우에서 투우사가 빨강천을 펄럭이는데 따라 달려드는 걸 보면서 나온 말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역시 속설일뿐이다. 소나 말은 색채감각이 없으므로 이세상 물건을 흑백영화 보듯한다. 그러니까 투우도 빨강색이 거우는게 아니라 빨강천이 펄럭이는데 자극받아서 날뛴다. 이는 중국전국시대말기 제(齊)나라 田單이 쓴 이른바 화우계(火牛計)에서도 알수 있다. 그는 1천여마리 소한테 5색용을 그린 붉은비단옷을 해 입히고 양쪽뿔에 칼을 꼬리엔 기름묻은 갈대 다발을 매단 다음 한밤중에 거기 불을 붙여 적진으로 내닫게 하지 않던가. 만약 소가 빨강색에 흥분했다면 붉은색 비단옷을 어찌 입혔겠는가. 그래서 鄭周永 회장이 몰고간 소떼도 조용히 15분만에 ‘붉은땅’으로 발을 들여놨다고 보기로 하자. 소떼의 북상. 문득 우정지의(牛鼎之意)라는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소와 솥의 뜻’이라는 이말은 “먼저 남의 뜻에 맞는 행동(말)부터 한 다음 그를 바른길로 인도함”을 이르면서 쓴다. [사기](맹자·순경열전)에 나오는 말로 騶衍이라는 사람이 그를 설명하고 있다. “伊尹은 솥(鼎)을 짊어지고 가서(요리사로서 湯王에게 등용되어)탕왕을 격려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왕이 되게했으며 百里奚는 수레밑에서 소를 먹여 진목공(秦穆公)에게 등용되면서 그를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먼저 상대방 뜻에 영합한 다음 그를 대도(大道)로 인도하라”. 정회장이 소를 끌고간 것도 그렇다. 북녘의 뜻에 좇아 믿음부터 심어놓고서 그들을 차츰 개방사회로 이끌겠다는 공존공영의 너울가지 아니겠는가. 소는 논밭을 갈아 사람일손을 도와왔다. 그러니 올라간 소떼도 통일의 논밭을 갈면서 평화와 번영의 씨앗 뿌리기를 남녘겨레들은 바라고있다. 하지만 우보(牛步)라고 했거니,성급히 서두를 일이 아님을 가르치기도 하는 것이 소걸음. 그 뚜벅뚜벅은 견실함을 상징한다. 소타기를 좋아하여 아호까지 기우자(騎牛子)라 했던 고려·조선의 문신 李行이 “말(馬)과는 달리 달빛아래 소가 느릿느릿 가는 것을 좋이한”(權近의 [陽村集])까닭도 바로 그것 아니었던가. 한가지 걱정은 있다. 남녘농장에서 편히 놀고먹던 처지인지라 쟁기·수레 끌려면서 찜부럭내지나 않을지. 하지만 본디 착하고 부지런한 동물. 이내 굼슬거운 밑꼴로 되돌아가는 것이리라.
  • 용인 등잔박물관(생활속의 박물관·미술관:1)

    ◎천년의 밤을 사른 애잔한 불꽃…/1,000년된 신라토기부터 백자 사기 놋 다양한 소재/210여점 등기구 오롯이 낭만으로 돌려준 그 기억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韓龍雲 ‘알 수 없어요’) 가물거리는 약한 등불을 달래 밤을 새워 지펴주던 그 등잔들이 오늘 우리의 역사같은 끈질긴 불꽃을 다시 태우고 있는 현장.이제는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등잔들을 고스란히 끄집어내 모아놓은 ‘한국등잔박물관’(설립자 金東輝)은 이제 낭만으로 그 불꽃을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고 있다. 1천년간 우리네 밤을 사르던 옛 등기(燈器)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 박물관은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 258 숲속,고려말 충신 정몽주 묘소에서 300m쯤 북쪽으로 앉아 있다.수원성을 닮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우뚝 선 이건물은 원통형 회백색 벽돌건물로 돼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등대처럼 보인다.이곳에 1천년된 신라 토기 등잔부터 120년전 사용되던 등잔까지 210여점의 등기구들이 각양각색의 자취를 보이고 있다. 한 민속품 수집가의 고집에 의해 지난해 9월 문을 열게된 이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등기구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건평 290평중 전시면적만 해도 130평.여기에 지하 70평짜리 문화공간과 3층엔 30평짜리 휴게실까지 있어 박물관을 찾은 이들이 다과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중앙계단을 경계로 1∼2층에 갖가지 등기구들이 진열돼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도록 돼있다. 1층 ‘생활속의 등잔’ 코너에서는 식생활공간 마루 사랑방 안방 등 주거공간별 생활용품과 함께 등기구를 놓아 각 등기들이 어떻게 사용됐는가를 쉽게 보여준다.2층에 위치한 ‘역사속의 등잔’과 ‘아름다움속의 등잔’ 코너는 신라·백제·고려시대때 쓰이던 등부터 100∼400년전쯤 조선 전·후기의 다양한 등기까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어디에서 누가 쓰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오랜 풍상속에서 찌들고 볼품 없어진 관솔과 벽에 걸어두는 괘등,밤길 행인들이 들고 다니던 제등,방안에 놓아두던 좌등들이 서로의 자태를 자랑하며 지난날의 아름다움을 뽐냄이 낯익은 모습으로 다가선다.옛 등잔들은 재료에서도 토기나 백자 놋 사기 등 다양함을 보여준다.형태도 종지나 탕기 등 다양한 모양을 갖추고 있고 솜·노끈·한지 등 심지의 종류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등잔걸이 역시 놋쇠나 철 청동 유리 등 다양한 재질이 눈에 띈다.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나무로 만든 것이 묵직하면서도 조상들의 숨결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박함을 그대로 전해준다.이밖에 등잔을 받쳐주는 받침대나 등잔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등재받이 굽·받침대에 매듭이나 줄구슬,새김 등 무늬를 넣어 장식한 것도 있다. 백제시대 토기등잔에서부터 고려의 염주문 청동촛대,무쇠에 은을 입힌 촛대와 조선시대의 원추형 백자촛대,안방과 사랑방에서 방을 밝혀주던 목제 좌등도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볼거리들이다.여기에 맷돌·절구·짚신과·죽부인·청사초롱 등 등기구를 받쳐주는 물품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옛 정취를 불러 일으킨다. 金옹은 이 박물관을 단순한 등기구 전시장에 머물지 않도록 하겠다는 욕심을 보인다.그야말로 우리 생활문화의 전통을 널리 알리고 활용할 종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우선 개관 1주년을 맞는 오는 9월 지역 문화활성화 방향을 모색해보는 토론회와 기념공연 등을 연다.이를 계기로 정기적인 공연이나 전시회·세미나 등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설립자 金東輝옹/“있는 그대로의 멋 알게됐으면…”/의사시절 틈틈이 수집 민속품만 500여가지/사재털어 건립 자부심 한국등잔박물관 설립자인 金東輝옹(80)은 평생동안 우리 민속품 수집에 매달려온 전직 산부인과 의사.수원 출신으로 1940년 수원에서 산부인과병원을 개업,87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혈액원에서 퇴임할 때까지 47년간 재직하면서 틈틈이 모은 민속품만 해도 500여점이 된다. 金옹은 “등기구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된 것은 어린시절 머리맡 등잔밑에서 바느질을 하던 어머니에 대한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한밤중 늦게까지 등잔에 의지해 바느질을 하시던 어머니에 대한 어릴적 기억이 생생합니다.등잔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는 독특한 멋을 갖고있는 민속품입니다.처음엔 그냥 좋아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차츰 사명감을 갖게까지 됐다”고 수집 동기를 설명했다. 전국의 골동품상이나 개인 소장가 등 등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마다않고 찾아 다니는 金옹의 등기구에 대한 애착과 수집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여러차례 등기구 전시도 열게 됐다. “전시를 계속하다 보니 유물 손상도 적지않고 무엇보다도 항상 이 등기구들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金옹은 20년전 일선 은퇴후 여생을 보내려고 마련해둔 현 박물관 부지에 자신의 병원을 정리해 세운만큼 순전히 사재로 만들어진 박물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또 “박물관 전시품과 공간구성은 이미 오래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지낸 崔淳雨씨에게 자문을 구한만큼 박물관 건립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다“며 “관람객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혀져가는 우리만의 멋을 간직한 등잔을 부담없이 감상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우리 멋을 알고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랄뿐”이라고 덧붙였다. ◎등잔박물관 가는길/수원·양재역에 노선버스/목∼일요일 상오 10시 개관 분당과 광주·수원 등 3군데 방향에서 찾아갈 수 있다. 분당쪽에서 들어가다 보면 광주와 수원으로 갈라지는 능골삼거리에서 수원쪽으로 방향을 잡아 100m쯤 직진하면 왼쪽으로 정몽주 선생 묘소로 향하는 좁은 샛길이 나온다.이 갈림길에서 주차장까지는 걸어서 5분정도 거리. 수원에서는 660번 좌석과 60번 일반버스가 수원역∼장안공원∼매향동∼풍덕천∼능원리까지 운행하는 버스편이 있고 서울에서는 양재역∼분당∼능골삼거리까지 운행하는 500번,천호동∼가락시장∼성남∼분당∼능골삼거리를 다니는 17·17­1·17­2·119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능골삼거리에서 차량으로 소요시간은 약 5분정도. 개관시간은 목∼일요일 상오 10시부터 하오 5시까지.관람료는 성인 3천원,초등학생 1천원.연락처 0335­34­0797.
  • 평론가 김현자씨 등 共著 『한국여성시학』

    ◎여성詩에 나타난 ‘정체성 갈구’/모성·육체·외출의 모티브 통해 남성적 질서로부터의 일탈 꿈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여성작가의 자리는 오랫동안 빈 칸으로처리돼 왔다.그러나 그들은 이제 더는 자신들이 주변인 또는 타자로 인식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여성작가들은 자기 안에 내재한 욕망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인식의 주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으려는 여성작가들의 노력은 여러 층위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이러한 의식은 여성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고유한 구성요소이면서도 늘 반란을 꿈꾸게 하는 ‘모성’과 ‘육체’ 그리고 자기만의 방 찾기라는 ‘외출’의 모티브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출간된 ‘한국여성시학’(김현자 등 지음,깊은샘)은 이 세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우리 여성문학 특히 여성시학의 현단계를 점검한 연구서로 관심을 모은다. 이 책에서는 먼저 여성의 생물학적 모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자칫 성차별적인 모성 담론의 근거가 될 수있음을 지적한다.그것은 여성의 불평등과 억압의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주체적인 자아로 자기 세계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망을 순치시키고,여성을 성적·정치적·사회문화적 주변인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양상을 이 책에서는 김승희의 ‘엄마의 발’이라는 시를 예로들어 살핀다.“세상의 딸들은 하늘을 박차는 날개를 가졌으나/세상의 여자들은 아무도 날지 못하는 구나/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착하신데/세상의 여자들은 아무도 행복하지 않구나” 이 시에서는 본능적인 모성성과 자아정체성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모성의 미덕이라고 할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저편에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한 여성의 비극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또한 여성의 ‘육체’를 ‘불화와 화해의 시학’이란 주제 아래 다룬다.여성시인들은 결핍되고 열등한 몸,허구화한 몸으로서의 자기 육체를 거부한다.그것은 성적 매력이 강조되거나 성적 폭력 아래 놓인 몸,도구나 사물로서의 몸,모성의 현현체(顯現體)로서의 몸 등 주체적인 몸이 아니라 거짓 욕망에 이끌린 몸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 여성 시인들은 자해(自害)와 가사(假死)라는 신체분해의 극단어법과 통과의례적인 죽음이라는 상징적인 방법을 끌어안는다.“한밤중 흐릿한 불빛 속에/책상 위에 놓인 송곳이/내 두개골의 살의처럼 빛난다/고독한 이빨을 갈고 있는 살의/아니 그것은 사랑”(최승자 ‘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 시인 최승자는 자신의 몸을 종종 ‘사산(死産)의 자궁’에 비유하는 한편 일종의 의사(擬似)죽음 속으로 자기 몸을 몰아넣는다. 시인은 이처럼 허구화한 자신의 몸을 상징적으로 분해,남성적 질서의 삶으로부터 일탈을 꿈꾼다. ‘마녀되기’조차 감수하는 시인의 이러한 시도는 과감한 자기변형의 형태를 보여주는 미국의 현대 여성시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시세계를 연상케 한다.이런 여성 시들은 비록 비(非)리얼리즘적인 환상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새롭다.그 시적인 통렬함은 여성 억압의 깊이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끊임없이 ‘지금’의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존재다.특히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역사는 ‘워킹(walking)의 역사’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자신의 집을 찾기 위해 인형의 집을 나선 노라나 자기만의 방을 찾아 나선 울프의 주인공은 낯익은 예다. 하지만 그 외출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때로는 육체의 쓰라린 고통을 동반하는 시지프스의 끝없는 산행 혹은 밀랍 날개가 태양에 녹아 내려버리는 이카루스의 비상의 형태로도 나타난다.천양희 시인의 시 ‘새에 대한 생각’은 지금의 여기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꿈과 몸짓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드러낸다. “새장의 새를 보면/집 속의 여자가 보인다/날개는 퇴화하고 부리만 뾰족하다/…참을 수 없이 가볍게 날고 싶지만/삶이 덜컥,새장을 열어 젖히는 것 같아/솔직히 겁이 난다” 시를 쓰는 행위는 곧 문화를 쓰고 읽는 행위다.그런 만큼 더 화해롭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여성의 의식이 성숙되고,그것을 시로 구체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럴 때 비로소 여성시는 단순히 여성들만의 삶을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 여성문화의 향방을 제시해 주는 담론으로 승화될 수 있다.
  • 北 노동자 18명 러서 탈출/아무르州 북한농장 감옥 창살 뜯고

    ◎현지 한국 선교사 통해 망명 요청 러시아 극동지방의 아무르주 소재 북한농장에서 일하던 북한 농업노동자 18명이 지난해 8월 농장감옥에 갇혀 있다가 쇠창살을 부수고 집단탈출한 사실이 12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감옥을 탈출한 북한 노동자 2명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일시 귀국한 우리나라 선교사를 통해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 대표인 尹鉉 목사(70)에게 “남한 망명을 도와달라”는 호소문을 보냄으로써 밝혀졌다. 북한 안전요원들의 추적을 피해 러시아내 모처에 은신중인 이들 노동자 가운데 2명은 현재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 모스크바 사무실에 난민자격 신청을 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4용지 6장 분량의 이 호소문에 따르면 이들 북한 노동자들은 3년동안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혹사당했으며 이를 견디다 못해 각각 농장을 뛰쳐나왔다가 북한 안전보위부원들에게 붙잡혀 쇠창살이 있는 농장내 감옥에 수개월씩 갇혀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지난해 8월11일 한밤중에 감옥의 쇠창살을 부수고 집단 탈출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국으로 가는 것이 소원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난민수용소라도 가고 싶다”며 “이도 저도 안되면 각국 기자단과의 회견을 갖고 우리의 억울한 사정을 폭로한 뒤 자결하겠다”며 절박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 밤샘조사 최소화해야(社說)

    대법원이 한 공무원 피의자의 뇌물수수혐의 상고심에서 “수사기관이 이틀동안 잠을 재우지 않아 심신(心身)이 불안한 상태에서 이뤄진 피의자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파기 판결을 내렸다. 이틀씩 잠을 재우지 않았다면 이는 고문행위나 진배없어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은 대법원의 판결은 지당한 일이다.그러나 비단 이 사건처럼 ‘고문 상황’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밤샘 조사는 수사기관의 관행처럼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밤샘 조사에는 여러가지 피치못할 현실적 이유가 있으리라고 본다.피의자를 낮에 검거하여 조사하다 보면 밤샘 조사가 불가피해지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또 밤새 피의자를 보호할 시설이 충분치 못하고 검찰·경찰을 오가는 보호 절차도 복잡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따라 피의자도 선량한 시민과 같은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거대한 공권력(公權力) 앞에 한 개인은 너무도 작고 힘없는 존재이다.특히 피의자 신분으로 사법기관에 불려왔다면 한밤중이라는 시간이 주는 위압감은 밝은 대낮과는 엄청나게 다르다.잠을 잘 권리의 침해인데다 지레 겁을 먹게 마련이어서 환경 변화와 긴장감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당당하게 진술하기 어렵게 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물론 증거가 훼손되거나 공범들의 증거조작 가능성 등 때문에 밤샘 조사가 불가피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밤을 새더라도 기억이 또렷할 때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고 수사를 신속히 매듭짓는 것이 피의자를 편케 해주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두뇌기능이나 정서적으로 인간이 정상 활동을 하는 낮 시간에 조사를 하는 것이 공정수사,인권존중 차원에서 바람직스런 일이다.사법관행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밤샘 조사는 최소화해나가는 노력이 요청된다.
  • 김 당선자의 KIST 방문/박건승 과학정보부 기자(오늘의 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한국 과학기술의 산실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찾았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KIST를 방문한 것은 지난 83년 6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후 15년만의 일이다.역대 대통령 가운데 KIST를 가장 많이 찾은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유난히 과학기술 진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여덟차례나 KIST를 찾았다.아무런 예고 없이 한밤중에 불쑥 나타나 연구원들과 격의없이 대화한 뒤 호주머니를 뒤져 막걸리 값을 내놓기도 했다.사회 전반의 무관심 속에 사기가 땅에 떨어진 요즘의 과학기술인들로서는 참으로 그리운 시절이 아닐 수 없다.과학기술인들은 역대 통수권자중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공이 큰 사람으로 역시 박 전 대통령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 전 대통령도 80,83년 두 차례에 걸쳐 KIST를 방문했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중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김당선자의 이날 KIST 방문은 32돌 기념식 참석을 위한 의례적인 일인데도 과학기술계는 한껏 고무되었다.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재임중 KIST 방문 횟수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이미 체득한 터였다. 과학기술은 결코 하루 아침에 결실을 내는 법이 없다.‘기술가지’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기술나무’를 이루고,또다시 ‘기술정원’을 이뤄야 한다.그 나무와 정원을 빨리 가꾸기 위해서는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여기에는 자상하고 능숙한 정원사가 필요하다.그 정원사는 다름아닌 최고 통수권자의 몫인 것이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원자탄 개발이나 아이젠하워의 고속도로 건설,케네디의 인간 달 정복,레이건의 ‘별들의 전쟁’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2차대전이후 드골 대통령이 ‘프랑스의 영광’을 내걸고 원자력·해양·우주항공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국가재건을 이룩한 것도 본보기로 삼을만 하다. 대통령은 분명 과학기술 도약의 향도다.재임중의 단기 치적에 구애받는 대통령에게 과학기술 투자는 갈등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반면 국가의 미래 개척을 중시하는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지원 확대에 파격적일 수 밖에 없다. “21세기는 과학기술 시대”라는 따위의 겉치레 말보다 과학기술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통수권자의 격려와 관심만으로도 과학기술인의 사기는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김당선자의 KIST 방문이 과학기술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 신윤복 ‘월하정인’의 남녀(한국인의 얼굴:125)

    ◎떳떳하지 못한 남정네­여인/한밤중 만남 음흉하게 묘사 혜원 신윤복은 그림 뿐 아니라 글씨와 시문에도 조예가 깊었던 모양이다.그가 그림에 써넣은 글발인 제사나 글씨를 보면 제법 매끄럽다.그림의 내용과 주제를 설명한 사제는 그림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간송미술관 소장의 속화 ‘월하정인’도 그림과 사제가 썩 잘 어울린다. 이 속화는 떳떳하지 못한 남정네와 여인의 내밀한 만남이 묘사되었다.가는 길이 뻔한 은근짜 한쌍의 수작이 역력한 이 그림에는 6·3·4자씩의 삼행시가 들어있다.‘밤은 깊어 삼경인데,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아네(월심심 야삼경·양인심사양인지)’라는 내용의 시다.삼경은 하오11시쯤에서 다음날 상오 1시쯤에 이르는 한밤중이다. 그 야심한 삼경에 남정네를 따라 나선 여인은 필경 여염집 규수는 아닐 것이다.길을 나서기전에 의기가 투합했을 터이나,어느집 담모퉁이에 이르러 여인은 짐짓 새치를 부리는 눈치다.몸이 단 것은 남정네다.그래서 왼손을 마고자속에 집어넣고 무엇을 꺼내 여인을 달랠 눈치다.남정네 얼굴에는 약간 낭패스러운 표정이 어렸다.그러나 호롱불빛을 받은 여인네 얼굴은 벌써 발그레 상기 되었다. 여인네는 쓰개치마인 처네를 머리에 썼다.처네말기로 이마와 왼쪽 눈과 눈썹을 약간 가렸으나,혜원이 즐겨 그리는 미인형얼굴이다.눈과 눈썹이 약간치켜 올라갔다.앵두 한 알을 겨우 물을 수 있을 만큼 입은 작지만 코는 오뚝하다.그런데 한 번쯤 내숭을 떠느라 새침떼기가 되었다.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남정네를 뿌리칠 자세는 아니다.몸은 비틀어 남정네를 외면은 했으나,오이씨같은 버선발에 신은 신발코 끝을 남정네 쪽에 두었다. 어자피 따라나선 참이라 끝장을 보기는 볼 참이다.치마통을 올려 허리에 매달 듯 묶어 놓아 여인네 흰 속곳자락이 다 들어났다.여인네를 곁눈질 하는 남정네 눈길이 음흉해질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남정네는 어느 양반집 자제인 듯 하나 체면쯤은 일찍 접어두었다.그저 여인이 살랑살랑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급할 뿐이다. 이 그림에는 여색을 내세워 에로티즘을 강조한 혜원의 필치가 그대로발산하고 있다.그는 남녀의 질퍽한 놀이나 은밀한 밀회는 물론 심지어는 성희나 정사까지 농도 짙게 표현했다.성애를 위한 유혹의한 순간을 포착한 ‘소년전홍’이나 일하고 돌아오는 하녀를 붙들어 보는 주인양반을 묘사한 ‘춘색만원이 그런 그림이다.
  • ‘말’을 찾아서/김희진 국립국어연 학예연구관(굄돌)

    “얼음이 풀리는 강물은 어떻게 흐르는지 그 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졸졸졸’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저는,차가 있는 친구를 한밤중에 불러내어 북한강 기슭으로 함께 달려갔습니다.한참을 강가에 자리 잡고 귀 기울여 물소리를 들어 보았습니다.멀리서 오는 봄의 밤 강물은 ‘소살소살’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8일 국립국어연구원에 초청되어 “‘혼불’과 국어사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소설가 최명희씨의 말이다. 마땅한 형용사 하나를 쓰고 자사전을 이리저리 모조리 훑어 ‘풍연하다’를 찾아 흐뭇했고,작중 인물에게 어울리는 택호를 정하고자,땅 이름 사전을 몇 번이나 뒤진 끝에‘아느실’을 발견하여 기뻤다는 그의 경험담은,‘혼불’을 쓰는데 왜 17년이 걸렸고,‘혼불 사전’이 필요할 만큼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 왜 그리 많은지를 이해하게 한다.정지용 시인도 어떤 편지글에서“꾀꼬리도 사투리를 쓰는 것인지 강진골 꾀꼬리의 소리는 다른듯 하고,또 같은 곳의 같은 꾀꼬리라도 때에 따라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데,꾀꼬리 보학에밝지 못하고 발음 기관이 에보나이트판이 아니어서 정확하게 기록하지 못하여 안타깝다”고 하였다. 적확한 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어찌 문필가에 그치랴.시사 만화를 그리는 한 화백도 그림에 들어맞는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자신의 머리털을 움켜잡고 몸부림치고 싶다고 실토한다.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애가 표정과 손짓으로 뭔가 의사를 표하는데,아이 생각을 제대로 짚지 못한 어른이 “응? 이렇게 하자고? 저렇게 하자고?”하고 엉뚱한 해석을 보이면,아이는 처음 몇 번은 “아니,아니”하며 도리머리를 흔들다가 종국에는 짜증이 분노로 변해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어린애 의중을 정확하게 헤아리듯 그 정황에 딱 맞는 말을 찾아쓰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그래도 ‘그 말’을 찾아내는 일은 말할줄 아는 이의 도리가 아닐까?
  • “처리절차 복잡” 수사관들 불만/개정 형소법 시행 첫날

    ◎피의자 영장 실질심사 신청후 번복 잦아 곤혹/일선경관들 “시범 실시후 확대했어야” 지적도 피의자측이 신청할 때만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첫날인 13일 상당수 일선 수사관들은 처리절차가 너무 번잡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피의자들은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모르는 등 혼란이 잇따랐다. 수사관들은 이날부터 구속 대상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신청서를 별도로 작성,피의자의 확인을 받았다.피의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연락,실질심사를 원하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가족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첨부했다. 피의자가 신청 여부를 번복하면 수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야 했다. 절차가 이처럼 복잡하다보니 상당수 수사관들은 한두군데 경찰서에서 시범 실시한 뒤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순서를 밟았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은 이날 구속 대상 피의자들에게 영장실질심사제도를 설명하고 신청서와 확인서를 받는 등 관련 절차를 대체로 지켰다. 하지만 한밤중에 들어온 일부 피의자들은 술에 취해 수사관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가족의 연락처도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연락을 받고 나온 일부 가족은 주민등록등본 등 관련서류를 갖고 오지 않아 수사관이 직접 동사무소를 찾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한 직원은 “구속대상 피의자 5명 가운데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2명만이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다”면서 “대부분 피의자들이 진술을 자주 번복하게 마련인데 신청 여부를 번복하면 다시 수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전과 12범의 누범자가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구속이 확실한데도 서류처리,호송,심리라는 절차를 일일이 밟아야 한다”면서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가 강화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경찰의 부담만 커졌다”고 말했다. 경찰 인력의 낭비가 크다는 것이 일선 수사관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한편 대검찰청은 이번 주초에 새로운 제도의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점검,개선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 줄리아니 시장(외언내언)

    뉴욕 특파원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뉴욕에 있게 되면 이런저런 인연으로 뉴욕에 오는 사람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근년에는 방학을 이용해 영어연수를 오는 학생들을 자주 맞게 돼 있다. 한 학생을 맨해튼 컬럼비아대 부근에 방을 구해주고 돌아왔는데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왔다.밖에서 총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총탄이 방안으로 날아 들어오지만 않으면 그냥 자라고 일러 주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이번엔 무슨 전쟁이 난 것처럼 소란한데 괜찮겠느냐는 것이었다.그 학생이 밤중에 총소리를 듣고도 전화를 걸지 않게 된것은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였다. 뉴욕이란 그런 도시다.세상의 모든것이 다 있는 세계 제일의 도시답게 범죄 또한 세계 제일이다.그런 뉴욕의 범죄발생률이 최근 무려 44%나 줄었다고 한다.하나의 ‘기적’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의 업적이다.그가 4년전 시장선거에 나서서 ‘범죄 추방’을 내세웠을때만 해도 많은 뉴요커들은 선거때만 되면 흔히 해보는 정치인들의빈말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장이 되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 추방에 나섰다.그는 먼저 뉴욕 범죄의 뿌리인 마피아를 부수는 일부터 시작했다.마피아의온갖 협박 속에서도 그는 1차로 뉴욕최대의 수산 시장인 펄튼 어시장에서 마피아를 추방하는데 성공했다. 마피아가 독점하고 있던 청소업계에도 경쟁자를 끌어들여 청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줄리아니의 이같은 과감한 범죄추방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다른 범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갔다. 뉴욕 시민들은 그런 줄리아니를 지난 4일 있었던 시장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재선시켰다.한 사람의 능력과 용기가 알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거로 공직자를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대통령에 누구를 뽑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바로 우리 자신의 이해와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바로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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