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핵사찰 압력 가중된다
◎정부의 북한 핵개발 저지 방향/미·IAEA등과 다각협력 모색/총리회담서 거론… 강제사찰기구 설립 동참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한 평화공존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재처리공장등 핵관련시설을 폐기하고 핵사찰을 받는 것이 핵심 관건이라는 게 정부의 일관된 기본 시각이다.
북한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한반도의 평화공존은 난망할 뿐더러 자칫 동북아 정세까지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한 평화통일의 시기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반세기동안 계속된 소모적인 긴장·대립관계가 영구히 지속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개발 저지에 모아질 수밖에 없으며 현재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 범위나 방식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핵무기 존재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NCND) 기존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사정에다 워낙 미묘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측에 핵안전협정에의 서명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에 즉각 응할것을 촉구하고 있는 대목에서 정부의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정부의 노력은 ▲남북 고위급회담등을 통한 정부의 단독대응 ▲부시 미대통령의 핵무기폐기선언등과 관련,남북간 핵문제논의 여건 조성 ▲미·일등 우방국과의 공동 대응 ▲IAEA등 국제기구를 활용한 대북 압력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22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주요의제로 삼아 공식 논의할 방침이다.민주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먼저 남북한이 논의하는 게 순리라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면서 공개석상으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미군의 핵철수와 자신들의 핵사찰문제를 연계시키고 있는 상태여서 회담의 성과를 성급히 기대할 수는 없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주한미군 핵철수와 북한의 핵사찰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위해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한미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또 부시 미대통령의 전술핵 폐기선언과 최근 워싱턴포스트지가 거론한 주한미군의 공중핵철수문제를 증명할 구체적인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북한이 핵사찰거부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장애요인들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게 정부측 외교노력의 기본 골격인 셈이다.
이 문제는 오는 11월 차례로 방한하는 베이커국무장관,체니국방장관과의 논의에서 명확한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이며 부시대통령의 방한때 공식화될 것 같다.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핵문제는 전기가 마련되고 남북관계도 급속한 진전을 보이리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IAEA등 국제기구와 핵문제에 대해 꾸준히 공동 보조를 취할 방침이다.
최근 IAEA 회원국간에 제기되고 있는,핵무기 개발이 의심되는 북한등 일부국가에 대해 관련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지닌 특별기구의 설치문제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우리정부는 지난 9월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때부터 이 문제에 관해 협의해 왔으며,앞으로도 계속 긴밀한 협조속에 대응해 나갈것은 틀림없다 하겠다.
◎핵 철수뒤 미의 대한 방위 전략/장거리핵 동원 핵우산 계속 제공/패트리어트등 첨단방어무기 공급도 늘려
워싱턴이 한국에서 핵무기를 모두 빼기로 결정했다는 미언론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크게 두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려는 정치적 압력이라는 점이다.
조지 부시미대통령은 지난 9월27일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모든 지상및 해상기지 전술 핵무기를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그러나 공중발사 핵무기의 철수계획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공중발사 핵무기의 한국 잔류를 강력히 시사했고 이에대해 평양은 『남한에서 미핵무기 철수가 완료될 때까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핵안전협정 서명 지연전략을 고수했다.
미국이 공중발사 핵무기까지 뺄 경우 이는 북한의 핵사찰 수락지연 구실을 제거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워싱턴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1∼2년내에 원폭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북한의 이러한 핵무기 개발을 동북아의 가장 위험한 안보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둘째는 한국을 방위하는 데 전술핵무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군사적 판단이다.즉,장거리 핵미사일과 괌 주둔 B52기의 폭탄으로도 한국을 방위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비싼 유지비를 들여 가면서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군사전문가들은 한국과 같은 인구밀집 전역에서의 핵무기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걸프전때 사용된 최신의 고성능 재래식 무기로도 한국방위를 위한 군사적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남한의 군사력 증강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핵무기 필요성도 감소돼 핵무기 완전철수의 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전한 워싱턴 포스트지와 뉴욕 타임스지의 보도가 남북한총리회담 개막 직전에 터져 나온 사실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핵철수 요구를 충족시킨 이번 결정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협상에 돌파구를 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한의 한반도 비핵지대화 주장에 대해 얼마전부터 미국은 『남북한 두 당사자가 협의,결정할 문제』라는 새로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따라서 워싱턴의 이번 결정은 남북한간 비핵화 논의의 활성화와 진전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이 핵안전협정 서명으로 화답할 경우 다음 수순은 미국의 대북한 관계개선 조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정부의 핵무기 완전 철수 결정이 한국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주에 이뤄졌으며,부시대통령은 한국 지도자들이 이 결정을 한국에 대한 미안보공약의 약화로 오해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때까지 핵무기 완전 철수의 승인을 꺼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은 핵무기 철수의 보완책으로 한국에 대한 핵우산 보호를 계속하면서 한국군과 주한 미군에 대한 고성능 재래식 무기의 공급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이 가운데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패트리어트 방어미사일체제의 대한 판매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더욱 신중하게 추진될 전망이다.미국은 지난 89년 마련한 주한미군 3단계 감축계획에 따라 1단계로 오는 92년말까지 주한미군 4만3천명중 7천명을 감축할 방침이다.93∼95년간의 2단계 감축규모는 한국과 협의를 거쳐 결정토록 돼있다.전쟁 억지력으로 큰 몫을 담당했던 전술핵이 몽땅 배제된 상황에서의 미군 감축은 사실상 동결이나 다름없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지 모른다.11월 하순의 딕 체니 미국방장관과 부시 미대통령의 잇따른 방한은 핵철수 뿐만 아니라 2단계 미군감축규모가 한미 양국간에 공식적으로 협의·결정되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