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개혁동지” 백악관서 동반조깅(김대통령 방미여로)
◎외국정상으론 처음 트랙 3.2㎞ 달려/김대통령 “짧은 일정속 많은일 했다”/정담 주고 받느라 공식만찬 45분 길어져
김영삼대통령은 8박9일간의 방미일정을 마무리짓고 미워싱턴을 떠나기 직전인 24일 아침(이하 현지시간)에도 백악관에서 클린턴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하는 등 한미우호를 거듭 다졌다.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23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뒤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방미성과를 결산했으며 저녁에는 클린턴대통령이 주최한 공식만찬에 참석했다.
▷백악관 조깅◁
○…김대통령은 24일 귀국에 앞서 클린턴 미대통령과 백악관 뜰에서 조깅으로 방미일정을 마무리.
○손흔들며 담소 나눠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7시45분(현지시간)부터 약 15분동안 클린턴대통령과 백악관 뜰에 마련된 4백m 트랙을 8바퀴 조깅.
흰색 점퍼에 빨간 모자 차림의 김대통령은 역시 흰색 점퍼에 파란색 모자를 쓴 클린턴대통령과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조깅했는데 달리는 도중 기자들에게 함께 손을 흔들며 다정한 포즈를 취하기도.
김대통령은 『지난 7월 서울에 이어다시 함께 뛰게되어 기쁘다』며 『재생고무트랙이 달리기 편하다』고 인사.
또 김대통령이 평소 새벽 5시에 조깅하는 습관이 생각난듯 『조금 일찍 뛰는게 좋다』고 얘기를 건네자 클린턴대통령은 『나는 7시20분쯤 딸을 학교에 보내고 난뒤 뛴다』고 설명.
클린턴대통령은 『젊어서 운동을 많이 해야 건강에 좋다』는 김대통령의 말에 『젊을때 체중이 많이 나갔었는데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
김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은 조깅을 마친뒤 천천히 걸으면서 트랙을 두바퀴 더돌며 의료보험문제를 화제로 담소.
「우정의 조깅」으로 이름 붙여진 이날 백악관 조깅은 클린턴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과 가진 첫 조깅이어서인지 20여명의 미국기자들도 나와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백악관 공식만찬◁
○…김대통령 내외는 23일 저녁 클린턴대통령이 취임이후 처음으로 국빈에게 베푼 백악관 공식만찬에 참석.
김대통령은 이날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백악관에 도착,입구에서 클린턴대통령과 힐러리여사의 영접을 받고 곧바로 예정에도 없이관저로 안내돼 약 10분간 양정상 내외만의 시간을 가져 돈독한 우의를 과시.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만찬사를 통해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에 대한 김대통령의 지도력과 1백만 한인사회의 역할을 치하한뒤 『지난 7월 방한시 김대통령과 조깅을 하면서 한국지도자의 따뜻함과 정력,인내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하고 『한국민족의 계속적인 번영과 한반도 평화통일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건배를 제의.
○예정없는 관저 안내
김대통령은 만찬답사에서 『나는 변화하는 시대의 개혁의 동지로서 클린턴대통령에게 각별한 연대와 우정을 새롭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청와대에서 했던 것처럼 내일 백악관에서 조깅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소개해 좌중에 웃음.
이날 만찬에 김대통령은 블랙타이 만찬복을,손여사는 노란색 한복을 입고 참석했으며 만찬장인 스테이트 다이닝룸은 초대된 한국측 27명을 비롯,1백40명이 촘촘히 앉을 정도로 비좁은데다 헤드테이블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김대통령과 힐러리여사,클린턴대통령과 손여사는 떨어진 테이블에착석.
○…이날 만찬은 두정상 내외간 정담이 계속되는 바람에 당초 예정시간을 45분이나 넘긴 11시15분까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진행.
○제시 노만 공연관람
두정상 내외는 국빈만찬을 끝낸뒤 기자회견장이었던 이스트룸으로 자리를 옮겨 유명한 여자오페라가수 제시 노만의 공연을 20여분간 관람.
조지아 출신으로 피바디에서 수학했고 영국 왕립음악아카데미 명예회원이기도한 제시 노만은 이날 번스타인과 거쉬인작곡의 「Falling in Love」 「Lonely Town」등 모두 6곡을 열창,국빈만찬의 분위기를 돋구었다.
▷수행기자 간담회◁
○…김대통령은 23일 하오 캐피틀 힐튼호텔에서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방미일정을 결산.
○“쉴틈 없어 머러 멍해”
김대통령은 『이번 방미는 너무 짧은 일정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이뤄졌다』면서 『특히 기자 여러분들이 하루 1∼2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일할 수 밖에 없었던데다 시차까지 겹쳐 고생이 많았다』고 위로한뒤 『나 자신도 한시도 쉴틈없이 왔다갔다 하느라 머리가 멍하다』고 조크.
김대통령은 이어 『이번 여정에 몇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면서 LA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배경,재미교포 사회의 의식전환,APEC 지도자회의,한미정상회담,NDI민주주의상 수상,아메리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참석과 연설 순으로 그 의미등을 평가.
김대통령은 특히 『재미교포사회가 과거에는 따로따로 놀았으나 이번에 하나로 합심해서 격려해 준데 대해 무한한 힘과 용기를 얻게 됐다』면서 『오늘의 국제화시대에 동포들이 미국화돼 가는 것을 보고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
김대통령은 『APEC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적으로까지 한국의 정치개혁에 대해 물어오더라』고 소개하고 『우리나라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실감하고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이번 APEC의 성과는 역사적으로도 대단히 큰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피력.
김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이 예정된 시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데 대해 『북한핵개발 저지라는 절대절명의 문제,7천만 생명에 관한 문제를 충분히 협의하느라 그랬다』고 설명하면서 『한미가정말로 하나가 되어 안보문제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한다는데 합의했으므로 조금도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주문.
김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모든 것 때문에 변화와 개혁을 중단하거나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여러분도 이부분(개혁)을 빼고 다른 부분(외교)만 취급하지 말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
▷한미정상회담◁
○…클린턴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각료회의실인 「캐비닛룸」에서 23일 상오11시10분부터 열린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의 단독및 확대정상회담은 예정시간(65분)을 훨씬 넘겨 1시간55분동안 진행.
○옛친구 다시 만난듯
정상회담시간이 이같이 길어진 것은 당초 35분으로 예정됐던 단독회담이 1시간30분동안 계속됐기 때문으로 이바람에 확대회담은 당초 예정시간 30분에서 25분간으로 축소.
먼저 우리측에서 정종욱외교안보수석·장재용외무부미주국장,미측에서 고어부통령·크리스토퍼국무장관·레이크안보보좌관이 배석한 가운데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두 정상은 시종 화기애애하고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북한핵문제를 비롯한 양국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
이어 열린 확대정상회담에는 우리측에서 한승주외무장관·한승수주미대사·박관용비서실장·이양호합참의장·박재윤경제·정종욱외교안보·이경재공보수석·장재용외무부미주국장이,미국측에서 고어부통령·크리스토퍼국무장관·애스핀국방장관·레이크안보보좌관·로드국무부동아태차관보·레이니주한대사·크리스토퍼보좌관이 배석.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손명순여사와 힐러리 여사는 블루룸에서 별도 환담을 갖고 7월 서울회담때 만난 「구정」을 되새기며 반갑게 인사.
▷손여사 워싱턴요양원 방문◁
○…힐러리여사와 백악관환담을 마친 손여사는 이날 낮 숙소인 영빈관에서 한글학교교사 20여명을 접견한데 이어 워싱턴요양원(양로원)을 방문,입원자들을 위로.
○휠체어 밀어주기도
이날 요양원에 도착한 손여사는 입원자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홀리스원장으로부터 요양원현황을 청취.
손여사는 이어 노인들이 숙박하는 1·2층 각방을 돌며 입원자들의 뺨을 부비면서『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격려했으며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위해 휠체어를 붙잡아주기도.
손여사는 이 요양원의 브라운이사장으로부터 요양원안내책자를 선물받고 금일봉을 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