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로 잠기고 어선 발 묶여… 제주 ‘최고 비상태세’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맨 처음 상륙한 제주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밤새 바윗돌을 날려 버릴 정도의 바람이 몰아쳤고, 집채만 한 파도가 계속 섬을 때렸다. 바닷길과 하늘길은 물론 버스도 끊겼다. 5일 오전 10시 기준 제주 지점별 일 최대순간풍속을 보면 한라산에서는 삼각봉 초속 34.5m, 사제비 29.1m, 윗세오름 27.6m 등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지난 2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제주 121.9㎜, 서귀포 220.2㎜, 성산 193㎜, 고산 258.5㎜, 가시리 276㎜, 대정 259㎜, 태풍센터 234㎜, 대흘 226㎜ 등을 기록했다. 한라산에는 삼각봉 579.5㎜, 윗세오름 540㎜ 등 최대 5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날 오전 11시부터 이날까지 소방안전본부에는 주택 침수, 도로 침수와 차량 고립, 하수구 막힘 등 기상 상황 관련 5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인해 목장에 고립된 소가 구조되기도 했으며, 제주시 한경면의 한 주택 담벼락이 쓰러져 안전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5일 오후 2시 이후로는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모두 결항됐다.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중 298편은 전날 미리 운항 일정을 취소했으며,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나머지 138편 중 27편(출발 17, 도착 10)이 추가로 결항 결정됐다. 바닷길의 경우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9개 항로 여객선 12척 모두 운항이 통제됐다. 도내 항·포구에는 어선 약 2000척이 대피했다. 이날 밤 10시 이후 심야버스 14개 노선 19대의 운행도 중단됐다. 또한 도내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 또는 휴업에 들어갔다. 도내 유·초·중·고·특수학교 전체 310곳 중 유치원 108곳, 초등학교 101곳, 중학교 41곳, 고등학교 29곳, 특수학교 3곳 등 총 282곳(91%)은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유치원 10곳,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1곳 등 28곳(9%)은 휴업했다. 6일에도 248곳(유 96, 초 86, 중 38, 고 25, 특수 3)은 원격수업을 하고 22곳(유 7, 초 8, 중 6, 고 1)은 휴업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40곳(12.9%)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비상 최고단계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도는 태풍경보가 발효되자 재난 문자를 통해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사고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