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선택/스크랩/기사저장/읽어주기/전자신문 실용화 멀지않다
◎2천년대 정보혁명의 총아를 미리보면/잡지크기 PC수신기가 지면역할/지하철기내등 어디서나 사용 가능/국내신문사의 컴퓨터 화상편집은 뉴미디어의 초보
연휴를 맞아 낚시터를 찾은 김대어씨는 잠시 낚시대를 놓고 휴식을 하며 가방을 뒤져 잡지만한 크기의 컴퓨터 플랫패널(휴대용 수신기)을 꺼내 든다.스위치를 켜자 「한라산∼백두산 관통로 개설」이라는 내용의 「통일신문」 1면이 나온다.스포츠팬인 김씨가 지면을 소개하는 1면 오른쪽 윗부분의 체육란에 전자펜을 갖다 대자 「백두산골리앗 한국시리즈 우승」의 표제아래 「오한방선수 역전 3점홈런」이란 소제목이 눈에 들어온다.기사를 다 읽은 뒤 「오한방선수」에 다시 전자펜을 대니 홈런치는 순간의 10초 남짓 생생한 디지털 컬러사진과 함께 오선수의 기록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종이·잉크 사라져
2000년 실용화를 목표로 지금 미국에서 한창 개발중인 차세대 전자신문의 가상 모습이다.이 가상현실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로,하버드대 정보정책연구소 책임자 안토니오오틴저가 「컴퓨니케이션」(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의 합성어)이란 표현으로 일찍이 예단했던대로 신문과 종이의 동거시대가 바야흐로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신문은 과거 뜨거운 아연판을 사용했던 고열식체계(Hot Type)의 제1세대에서 냉열식 체계(Cold Type)를 도입한 제2세대로 변화해왔다.그 뒤 70년대 후반 미국등에서 시작된 컴퓨터에 의한 시스템(CTS)을 제3세대신문이라고 한다면 컴퓨터와 통신위성을 이용한 전자신문은 제4세대신문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전자신문은 지난 82년 미국의 USA 투데이가 통신위성망을 통해 전국 14개도시에 같은 신문을 동시에 전송하면서 비롯됐다.
최근 들어선 국내 신문사들도 경쟁적으로 컴퓨터 온라인시대를 열어가고 있다.취재기자가 원고지 대신 노트북컴퓨터로 데스크에 기사를 전송하면 데스크는 컴퓨터화상을 통해 이를 편집부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신문이 제작된다.한걸음 더나아가 하이텔이나 천리안등의 통신망을 이용,기사를 각 가정에 제공함으로써 독자는 신문이 아닌 단말기화면을 읽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기자들이 쓴 원고는 기사의 종류별로 고유 번호가 붙여져 중앙기억장치에 입력되며 독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출력시킬 때 조판,인쇄,배달등의 과정을 거치는 종이신문보다 3∼10시간이나 일찍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하지만 USA 투데이나 국내 신문사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전자신문의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할 뿐이다.
○식당 예약도 거뜬
미국이 7년뒤 실용화한다는 계획 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자신문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가능할 뿐 아니라 기능도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나이트 리더 정보디자인 연구소(IDL)가 개발중인 휴대용 전자신문은 독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집면에서 기존 신문과 거의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플랫패널은 가로 22㎝,세로28㎝ 즉 A4용지 크기의 얇은 판에 무게는 5백g 정도.1면 왼쪽에는 기사가 있고 오른쪽의 네모칸에는 경제,체육,날씨등 지면소개란이 표시돼 있다.읽고 싶은 분야의 네모칸에 작은 전자펜을 대면 기사가 화면 가득히확대되어 나타난다.기사뿐만 아니라 컬러사진,지도,통계표,삽화등도 들어 있다.또 기사를 스크랩하고 싶을때 전자펜을 화면 위쪽에 대면 플로피디스크에 자동으로 저장된다.신문을 읽을 여유가 없을 경우엔 컴퓨터가 마치 라디오처럼 소리내어 읽어주기도 한다.신문내용은 하루에 몇번씩 바뀌고 지나간 2주일치의 저장이 가능하다.기존 신문과 같이 지면 제약을 받지 않고 얼마든지 기사분량도 늘릴수 있다.사진은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스냅이 아닌 10초 남짓 움직이는 디지털화면으로 나온다.광고도 기존의 신문과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식당광고의 경우 전자펜으로 신호만 주면 실내 정경과 메뉴가 나오고 신문 화면을 통해 예약도 할수 있다.배달문제 역시 간단하다.가정마다 설치된 리시버부스에 전자신문을 꽂아두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조간신문이 완전히 입력돼 있다. 신문을 여럿 구독하는 가정도 수신장치는 1개만 있으면 된다.길거리에서 석간신문을 사 보고 싶을 땐 자판기처럼 된 신문판매부스에 전자신문수신기를 집어 넣었다 빼면 새 기사가 입력된다.휴대용 전자신문은 기사를 유선이나 인공위성을 통한 무선으로 수신하게 되므로 배터리만 끼우면 비행기 안이든 전철 안이든 어디서나 읽을수 있다.IDL측은 실제로 2000년쯤이면 디지털화면의 선명도를 지금의 인쇄지면 수준으로 끌어 올릴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기능도 무궁무진
그렇다면 전자신문이 몰고 올 정보혁명의 파고는 얼마나 높을까.
연세대 김영석교수(신문방송)는 이 상황을 한마디로 『독보적 지위를 누려온 기존 신문의 최대 위기』로 표현하면서 『전자신문의 출현은 조만간 독자들이 정보를 얻기위해 기존 신문에 더이상 기대지 않을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신문은 라디오,텔레비전같은 전파미디어에 정보전달의 즉시성과 「보고 듣는 맛」에 있어 상당부분 자리를 내놓았지만 정보의 다양성과 심층성,그리고 「글로 읽는 맛」에 있어 여전히 우월적인 자리를 지켜왔다.하지만 전자신문은 신문과 같이 오락기능보다 정보전달기능을,또 정보의 다양성,전문성,선택성을 기본 특성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기존 신문이 전자신문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매체로서 위치를 잃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한국통신개발원 연구위원 정윤식박사는 『미디어발달사에서 뉴미디어는 기존매체와 기능분화를 통해 늘 공존의 길을 모색해 왔다』고 전제하고 『신문도 기술혁신을 도모함으로써 수용자 욕구를 충족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결국 전자신문의 출현이 기존 신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을수 있겠지만 분명한 점은 전자신문 시대의 도래를 막을수는 없다는 사실이다.이 때가 오면 기자들도 컴퓨터시스템을 의식한 입체적인 취재와 편집,고도의 전문지식과 분석력이 필요하며 기사분량도 더 길고 상세해져야한다.
○언론계에 대변혁
현재 미국신문들은 영업비용의 60% 가량을 종이잉크값,인쇄판매비용에 쓰고 있어 전자신문 개발을 소홀히 할수 없는 입장이며 더구나 뉴테크놀러지도 무섭게 발전하는 추세다.따라서 선진국의 경우 휴대용 전자신문이 실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2000년쯤이면 제작,판매,광고등 신문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에 어떤 형태로든 새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