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홍장표 거취 발언, 상식적 얘기했다고 생각”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7일 “상식적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이뤄진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홍 원장 거취 관련 언급을 야권에서는 직권남용이라고 하는데, 당시 발언의 취지와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총리는 “야당이나 이런 데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건 제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그분들 역시 상식선에서 얘기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 총리는 지난달 28일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홍 원장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뀌어야지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홍 원장은 지난 6일 사의를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KLI) 원장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사용하기로 한 조치(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를 두고 시·도 교육청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도 의견을 밝혔다.
한 총리는 “최종적으로 그렇게 할지는 오늘 결정하지 않았고, 몇 가지 대안을 놓고 토론을 했다”면서 논의 취지가 재정 경직성을 탈피해 유연성을 갖추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재정 운용에 있어서 경직성이 너무 많은(강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안 되고, 혜택을 받는 사람한테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재정은 항상 유연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초·중고교 학생 숫자는 급속히 줄고 있는데 항상 법에 따라 (재정이) 의무적으로 내려가게 돼 있는 것은 재정 경직성을 계속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며 “정말 필요할 때 재정이 유연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걸 어렵게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총리는 현재의 대내외 경제 상황과 관련해 “현재 경제 어려움의 특징은 경제 전문가도 다 왜 그런지 알고 있고 국민도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당연히 수요 때문에 물가가 다 오르는 상황이 됐는데, 거기에 지정학적인 우크라이나 문제, 미중 간 문제, 미러 사이 문제 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완전히 왜곡돼 있고, 아직 코로나19 후폭풍도 수습이 안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물가 상승 대응책으로 “금리를 조금씩 올려서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그게 리세션(경기 침체)으로 연결될지는 불분명하다. 아마 한국은 리세션으로 연결되지 않을 거라 본다”고 내다봤다.
한 총리는 “할당관세를 통해 외국으로부터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긴급하게 들여오는 조치를 하고 있고, 대통령께서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다음 주부터 현장에 많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대응책 추진을 멈추면 안 된다”며 “중장기 개혁은 국회와 야당과 협조해가며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덩어리 규제’ 개선을 위해 신설한 ‘규제혁신추진단’ 지원자 수가 대거 미달돼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 탓에 지원자가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 총리는 ‘급여인상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임금이나 근무형태 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지금 상태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드린다고 하면 재정도 시범을 보여야 하는데”라면서 퇴직 공무원의 전문성을 살린 조언을 받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해 지출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