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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문서·법령 아직도 어렵다

    공문서 및 법령 문장과 용어가 너무 어렵다.한자와 오·탈자는 물론 중문과 복문으로,한 문장이 20줄이 넘는 경우도 있어 난해하다.9일 555돌 한글날을 맞아 범정부 차원의대책을 다시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검찰·경찰 등 소위 법률적인 민원이 많은 기관의법률 용어 및 문장은 민원인들이 한두번 읽어 이해하기 힘들다. 최근 형사소송건으로 경찰서와 검찰청을 방문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최숙희씨는 “온통 ‘암호’와 같은 문건을보면서 몇번이나 정독을 하고서야 겨우 전후 내용을 알 수있었다”면서 “일반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공문서를 보노라면 아직도 정부의 권위주의 냄새가 곳곳에서 묻어난다”고 혀를 찼다.또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모르지 않을텐데행정편의 및 권위주의의 잔재와 이권단체의 밥그릇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같은 현실을 직시,공문 순화작업을 펼치고는 있다.그러나 몇몇 부처가 개별적으로 공문서 순화작업을 하고 있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행정자치부가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는 관행을 보면 공직에 한글순화 작업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를 잘보여준다.행자부에서 공문을 내려보내면 자자체는 행정관서만 바꿔 그 내용을 그대로 공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분야 관련 전문가들은 “공문서와 법조문의 언어순화는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생산성으로 연관된다”면서 “정부는 차제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공문서를 쉽게 쓰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특별연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립국어연구원 임동훈(林東勳)박사는 “임용시험에 법률및 영어과목 이외에 공문서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어문규범 시험을 넣고 공무원 연수코스에 공문서를 쉽게 쓰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30대이하의 신세대 공무원들은 이질적인 인터넷 언어문화에서정상적인 언어문화를 건너뛰고 곧바로 잘못된 행정언어문화로 이어지는 등 구조적인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면서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
  • [씨줄날줄] 한글날과 국경일

    한글날 아침이다.지난해 이날에도 이 자리에 ‘다시 한글날에’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한글의 우수성을 한번 더 확인하고 우리사회가 한글을 제대로 대접하려면 한글날을국경일로 되살리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아울러 당시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이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에 기대를 걸었다.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 말글살이를 더 나아지게 하는 성취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법률 개정안은 여태껏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그 까닭은 행자위 소속 국회의원 서너 명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삼는문제에 극력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두 가지로 각각 재계와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나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면 ‘노는 날’이 늘어나 생산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이다.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6월28일 성명을 내 한글날의 국경일 지정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그때 내세운 논리가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금액은 7,463억원 정도”라면서 “일하는 분위기를 저해하고 인건비 증가로 수출원가 부담이 가중된다”고 강변했다.하지만 이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지금 ‘주5일 근무제’도입을 논의하는 마당에 한글날 하루 쉬는 게 경제에 큰 악영향이나 미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논리이다.핵심은 한글날이 국경일로서 기념할 만한가,아닌가라는 가치판단에 달려 있다. 또 하나 국경일 제정에 반대하는 주장은 정부가 내세운다. 지난 6월 국회 행자위에 출석한 행정자치부 차관은 “국경일은 개국과 건국에만 관련된 기념일이기 때문에 한글날은해당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그야말로 해괴한 논리다.‘국경일에 관한 법률’제1조는 국경일을 ‘국가의 경사로운 날’로 규정했을 뿐 개국·건국에 관련한 날이라고한정짓지 않았다.‘국가의 경사로운 날’인지 아닌지는 국민 여론이 판단할 문제일 뿐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삼자는 데 찬성해 서명한 의원은 당적구분 없이 108명에 이른다.법률 개정안을 행자위에 더 묵히지 말고 이제는 본회의에 상정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처리해야 한다.그리고 최종 판단은 국민에게 맡길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한글에 빠져 모국어 잊겠어요”

    “쓰면 쓸수록 정이 가는 글자입니다.한글에 푹 빠졌어요” 한국어를 전공하는 중국대학생 5명이 555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학회 초청으로 8일 서울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을 찾았다.이들은 말로만 듣던 한글 창제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며한글 예찬을 늘어 놓았다. 지난 9월14일 한글학회와 상하이외국어대학이 주최한 ‘2001년 중국대학생 한국어 연설대회’에서 입상한 린이(林藝·22·상하이외대),따이쿤(戴坤·20·낙양외대),판리우(範柳·21·옌볜과기대),양화윈(楊華芸·22·대련외대),서중윈(徐中雲·22·산동대학 위해분교)이 주인공들.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은 한글에 관해 웬만한 한국사람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한글은 발성기관의 모습과 발음 원리,음양오행을 철저히 분석해 만든 글자입니다. 분명한 목적과 계획을 갖고 배우기 쉽게 만들었기 때문에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다른 글과는 엄연히 구별되지요.”린이는 한글의 우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설대회에서 으뜸상을 차지한 판리우는 한글을 배우면서부터는 어려운 한자대신일기 등을 모두 한글로 쓰고 있다. “한자 쓰는 법을 잊을까 걱정”이라는 판리우는 “28개의기본글자로 무려 399억 개의 음절을 만들 수 있는 한글의무한한 창출력에 반했다”고 말했다.이들은 중국 본토에 부는 한류(韓流) 열풍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따이쿤은“요즘 중국 청소년들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가요 배우기”라면서 “한국어 배우기가 쉽게 잊혀지는 유행가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30여개 대학이 한국어 학과를 개설해 놓고 있으며,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이 3,000여명을 넘는다. 이번에 학생들과 함께 온 상하이외대 한국어학과 강효성(康曉城·50) 교수는 “중국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표준국어대사전’ CD롬 출시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어연구원(원장 南基心)은 99년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을 2년만에 전자사전으로 내놓았다. 이 전자사전은 국어연구원이 사전을 출간한 두산동아와 함께 2년동안 개발하여 CD-롬 타이틀 1장으로 출시한 것이다. 전자사전은 7,000여쪽 50만 단어 및 관련 삽화 등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정보를 모두 담았고 전자사전 고유의 다양한 검색기능을 갖추었다. 조남호 학예연구관은 “다른 전자 사전이나 인터넷에서 검색가능한 국어사전도 있지만 이들은 단순히 단어를 찾아보는 정도의 기능만 갖춘 것”이라며 “이번 전자사전은 다양한 검색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표제어 검색기능은 정확한 표기를 모르고 한두글자만 아는 단어를 검색할 때 활용할 수 있다.또 특정한말이 들어간 속담이나 관용어도 찾아낼 수 있다. 한자나 영문자 등 외국어로 된 단어 검색 기능을 갖추었고 ‘상세 검색 조건’을 두어 정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아울러 전자사전으론 처음으로 우리 옛 글자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수록된 옛 글자는 1만2,000개에 이르고표제어는 옛글자 입력기를 이용해 불러올 수 있다. 전자사전 CD는 두산동아에서 판매하며 정가는 10만원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홈페이지 12일 개설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회장 李容富 서울시의회 의장)는 시·도의회의 활동상을 비롯,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와관련된 각종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협의회 홈페이지(www.ampcc.go.kr)를 12일부터 개설하기로 했다. 한글과 영문으로 제공되는 이 홈페이지에는 각종 정보를교류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여론광장을 비롯해 협의회 소개,협의회 및 각 시·도의회 활동상황,중앙정부 및 각자치단체의 조례와 법령 등을 담아 누구든 손쉽게 찾아볼수 있도록 했다.또 여론광장에 접수된 의견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네티즌에게 결과를 회시,주민 참여를 유도하기로했으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와 논의도 적극 권장해 나갈 방침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기고] 한글 천대하는 공직사회

    어렵게 공무원 시험을 통과하고 처음 하는 일은 아마 기안(起案)일 것이다.기안문을 작성하다 보면 ‘예산 지변과목’이라는 용어를 만나게 된다.아니 ‘지변(支辨)’이무슨 뜻인가? 주위에 물어봐도 정확한 뜻을 아는 이가 별로 없다.눈치껏 ‘지출’과 비슷한 뜻인가 보다라고 짐작할 수밖에.대다수 공무원들은 이처럼 암호 같은 용어들을배우면서 이제 공무원이 됐음을 실감한다. 몇 년 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연방 정부 관리들에게모든 공문서를 쉽고 간결한 일상 용어로 쓰라고 지시한 바있다.공문서가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일은아닐 것이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외국에 비해 좀더심각한 데가 있다. ‘종점부 가각 확장’이나 ‘다수인이 이용하고 있는 통행로,구거 등이 있는 경우’라는 공문서의 문장을 접할 때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가각(街角)’은 ‘길모퉁이’로,‘구거(溝渠)’는 ‘도랑’으로 쉽게 바꿔 쓸 수 있는데도 관습적으로 ‘가각’과 ‘구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요즘에는 ‘상징 그림’이나‘소책자’라는 말 대신에 ‘엠블렘’이나 ‘브로셔’라는 영어까지 마구 쓴다. 공문서가 어려운 것은 단어 때문만이 아니다.문장은 더심각하다.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외하더라도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예에서부터 단어들의 연결이 잘못된예,조사와 어미가 잘못 쓰인 예 등이 너무 많다. ‘공연장,집회장,전시장 시설을 설계 또는 감리 실적이있는 업체’라는 문장에서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가? ‘시설을’이란 목적어에 호응하는 서술어가 없다.‘시설을 설계하거나 감리한 실적이 있는 업체’라고 해야 할 것을 명사를 나열하고 그 사이에 토씨만 붙여 쓰기 좋아하는 공문서의 습성 때문에 잘못이 생긴 것이다. 공문서가 이처럼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우리말을 바르게 쓰려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말을 바르고 정확하게 구사하는 능력은 공무원의 기본 소양이다.국민들을 대신해서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서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말을 익히고 가꾸는 데 애를 써야 할 것이다.그리고 정부도 공문서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공무원을 뽑을 때 획일적으로 영어 점수 위주의시험을 보게 하기보다 그 사람의 우리말 구사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탄력적인 시험을 보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현직에 있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어문규범 익히기,문장 쓰기 등의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법령문을 위시해 어려운 공문서들을 차츰 쉽고 바른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국민들이얼마나 그 나라 말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가가 바로 그나라의 국력을 재는 척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임동훈 국립국어연구원
  • 전하진 한컴사장 사임…네띠앙 경영 전념키로

    한글과컴퓨터 전하진(田夏鎭)사장이 26일 한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네띠앙 경영에 전념키로 했다. 한컴 관계자는 “전 사장이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물러나게 됐다”면서 “최근 대표를 맡은 자회사 네띠앙 경영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컴측은 “회사가 올해 상당한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투자사들의 부진에 따른 지분평가손실로 경상이익 적자를 기록,재무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전 사장은 앞으로 네띠앙 경영에 총력을 기울여 모체인 한컴의 재무안정을 꾀할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당분간 최승돈(崔承敦) 기술상무(CTO)가 대표이사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에듀토피아/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놀이와 학습을 접목시킨 유아용 교육사이트가 인기를 끌고있다. 한글, 수리, 영어 등을 단순 학습하는 형태를 벗어나놀이 형식으로 창의력을 배양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유아놀이학습 사이트 지니키즈 (www.genikids.com)에는 부모와 함께 풀어나가는 창의력 게임들이 풍부하다.열대어 기르기,우리나라 지도퍼즐,모래성 쌓기,식탁 꾸미기 등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림을 연출할 수 있는 창의력 게임 200여개가 마련돼 있다.서울대 심리학과 출신들이 발달심리학에 근거해 컨텐츠를 개발했다. 한솔교육에서 운영하는 재미나라(www.jaeminara.co.kr)는한글학습과 영어학습을 위한 낱말과 문장들을 게임으로 구성해 서비스한다.기존 한솔회원들은 연간 사용료 1만8,000원을 내면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에듀팜(www.edufarm.com)은 유아들의 수리학습에 중점을둔 사이트다.수학적 개념을 게임으로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연령별로 게임을 구분,자녀의 수준에 맞춰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특히 구구단을 재미있게 익힐 수있는 게임이 흥미롭다. 와삭(www.wasac.com)은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공부를할 수 있는 사이트다.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 언어의 4가지 기능을 총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꾸며졌으며,학습스케줄에 따라 매일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된다.기초과정과 발전과정,응용과정 등 단계별로 프로그램이 나눠져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조동혁 한솔그룹 부회장 한컴, 사외이사로 영입

    (주)한글과컴퓨터는 대기업과의 업무협력을 통한 글로벌 경영을 표방하기 위해 한솔그룹 조동혁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로써 한컴은 전하진사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조 부회장 등 사회이사 4명의 이사진을 21일 임시주총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 [50대 국가요직 탐구] (30)문화관광부 문화정책국장

    지난해 행시 43회 일반행정직 합격자 84명 중 상위 10위권에 든 4명이 문화부를 지원했다.행시성적이 뛰어난 사람이문화부를 선택한 지는 이미 여러해 됐다.‘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문화관광부의 인기가 공직사회에서 한껏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정책국은 ‘인기 짱’인 문화관광부에서도 ‘알짜’다. 2실6국 중 가장 선임부서이다.실제로 공무원의 ‘왕별’인 1급 실장인 기획관리실장과 종무실장 등에 오른 사람 중 문화정책국장을 지내지 않은 사람은 없다.문화정책국장은 ‘진급의 십자로’인 셈이다. 이런 문화정책국은 문화 발전을 위한 기본 정책과 언어 저작권 도서관 및 박물관 등에 대한 정책을 세우는 일을 한다. 문화정책과·국어정책과·도서관박물관과·저작권과 등 4개과가 업무를 맡고 있다. 문화정책국의 탄생은 한국 문화정책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정책국은 문화부가 독립 부서로 태어난 지난 90년 1월 생겼다.문화공보부 시절엔 주로 정책개발보다는 공보활동 중심의 정권 홍보에 무게를 실었다.물론 이종인 전 문화발전연구소 소장과 같은 ‘문화 애정파’들이 정책개발을 위해 헌신적노력을 기울였지만 체계적 활동은 미비했다고 볼 수 있다. 김치곤 초대 국장이 90년 1월5일 부임해 11개월 동안 국을정비한 뒤 현재의 이돈종 국장까지 10대째 이르고 있다.이중 신현웅·김순규 국장 등이 차관까지 진급했다. 2대 국장인 신현웅 전 문화부 차관은 문화부내 여러 부서를 거쳐 ‘문화부통’으로 통한다.업무를 추진할 때 무리하지않는 타입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다만 92년 재임 당시문예진흥기금 운영을 놓고 홍역을 치른 바 있다.조직 중심의 사고보다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무 국장은 너무 꼼꼼해 부하직원들이 무척 힘들었다고한다.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와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을 추진했다.반면 김용문 국장은 애주가로 너그럽고 호탕한 스타일이어서 직원들이 좋아했다고 한다.95년 3월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에 실무자로 참여했다가 ‘상호 대여’결과가 나오자 학계 등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또 정기영 국장은 문화재 분야에 해박해 복잡한 문화재정책의 줄기를 세우는 데 기여했다. 30여년 동안 문화행정 외길을 걸은 김순규 국장은 ‘문화복지 전도사’로 불린다.96년 1월 국장에 부임한 지 한달만에‘문화복지’개념을 확정하고 그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문화 복지 기본 구상’기획에 참여하고 ‘문화의 집’건립에 나서는 등 문화복지 정책에서 굵은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문화부 업무에 밝은데다 주관이 강해 직원들의기획안에 손을 많이 대기로 유명했다.기획관리실장 때 ‘입장권 통합 전산망’관련 특혜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미국 근무시절 미국변호사 자격을 딴 박문석 국장은 등단까지 한 ‘늦깎이 시인’이다.지난 98년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시부문 동상으로 입상한 여세를 몰아 지난해 ‘오늘의문학’ 신인작품상을 받아 정식 등단했다.국장시절 일본 대중문화 개방방침을 확정,발표했다.표지판이나 공문서 등에‘한자병용 방안’을 발표해 한글학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 이돈종 국장은 합리적이면서도 소신이 분명한 편이라는평가를 듣는다.업무를 밀어붙이는 힘이 세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한다. 올 문화정책국의 현안은 문화시설 기반을 다지는 데 있다. 올해를 ‘지방문화의 해’로 지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이를 위해 박물관·도서관·문화원 등의 지원에 신경을쏟고 있다.하지만 극장 등 공연관람료에 의무부과하던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올해 말 폐지돼 재원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문화부내 비중이 산업·레저로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위상이 낮아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종수기자 vielee@
  • 대학생이 닮고 싶은 인물에 이건희 회장·김은혜 앵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은혜 MBC 앵커가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국내 현존인물 남녀로 각각 선정됐다.김재원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일과 직업의 세계' 수강생 250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을 조사한 결과 현존인물로 이건희 회장과 김은혜 앵커가 각각 15.2%,24.6%의 지지를 받아 남녀 부문 1위에 올랐다고 10일 밝혔다. 김교수는 매학기말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닮고 싶은인물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닮고 싶은 남성인물 다음 순위는 안철수 바이러스연구소의안철수 사장(12.2%),LA다저스 박찬호 선수(7.7%),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4.4%),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3.7%)등이 상위에 올랐다. 여성인물로는 KBS 황현정 앵커가 24.1%의 지지를 얻어 김은혜 앵커와 근소한 차로 2위에 올랐으며 탤런트 송윤아씨(13. 5%),프로골퍼 박세리 선수(6.8%),성악가 조수미씨(4.8%) 등이 뒤를 이었다. 주현진기자 jhj@
  • 사퇴밝힌 홍윤선 네띠앙사장

    “할 일을 다했으니 지금이 제가 회사를 위해 떠날 때라고생각합니다” 포털업체 네띠앙(www.netian.com)을 2년간 이끌어온 홍윤선(洪允善) 대표이사가 10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21일부터는 모회사인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田夏鎭)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홍 대표는 “지난 2년간 회사가 부침을 겪으면서 대주주와의 갈등도 있었지만,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업이 정리된 상태”라며 “올들어 수익모델이 어느정도 구축돼 한글과컴퓨터와의 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미련없이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네띠앙은 올들어 개인홈페이지 서비스인 ‘마이웹’을 제공하는 등 웹ASP(응용소프트웨어임대)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제품과의 사업연계를 추진중이다.홍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구축이나 서비스 제공에는 자신있지만 웹ASP를 위한 솔루션 분야는 전 사장이 전문가”라면서 “씨앗을 뿌린 사람보다 잘 키우는 사람이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네티켓 전도사’로 활동해온 홍 대표는 “인터넷업체로서 한계는 있었지만 네티켓 운동에 참여한 것은보람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인터넷의 순기능을 알릴 수있는 활동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몇달간 쉴 계획”이라며 “사업을 다시 한다면 탄탄한 수익모델로 정공법을 쓸 수 있는 비즈니스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배달말사전 편찬위 창립

    배달말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韓甲洙 한글재단 이사장)가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익선동 운현신화타워 101호에서 창립대회를 연다. 이동재(李銅載)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표준말 국어사전들이 우리 언어의 깊은 뜻을 사실대로 밝혀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학·어학·철학 등 각 분야 학자들이 모여 우리 언어와 역사를 정확히 설명하는 배달말 사전을 편찬할 것”이라고 말했다.연락처 (02)745-4597 한갑수 위원장은 원본(原本)훈민정음풀이,바른말고운말사전,국어대사전 등을 펴낸 원로 한글학자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올바른 역사 우표에 담아 전파”

    “그릇된 인식속에 통용되고 있는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게 현실입니다.” 지난 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수원 화성(華城)과,대한해협을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한고지도가 우표로 제작되도록 주도한 이종학(李鍾學·74·전독도박물관장)사운연구소장.비록 우표를 통한 역사 교정운동이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고 4일 밝혔다. 이 소장은 독도 관련 고지도 등을 수집해온 서지학자이자,수원성을 원래이름인 화성으로 되찾게 한 주인공.지난달22일 본인이 발간한 ‘일한병합시말(日韓倂合始末)’의 영역본을 전세계 주요인사 500여명에게 발송할 때 사용하기위해 우표 제작에 나섰다고 한다.‘일한병합시말’ 영역본은 1910년 일제가 한국을 강제로 병탄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로,해외보급을 위해 이 소장이 사비를 들여 특별히 출간한 것이다. 우표는 일본서 발행되는 재일교포사회의 시사지인 ‘월간 아리랑’의 편집자인 박은경씨가 도안한 것으로,영문·한글 각각 두 종류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조선해 명칭찾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합니다.조선해 고지도를 우표로 제작한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촉매 역할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이 바다를 동해로,일본은 일본해로 부르고있으며,한국은 일본해에 대항해 ‘동해’로 국제적 명칭을정하고자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해는 방위개념일 뿐더러 일본측에서 볼때 동쪽바다도 아니어서 설득력이 없다”는 이 소장은 “동서양의 고지도를 통해보면 ‘조선해’로 불려왔으니 원래의 명칭인 조선해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8) 궁핍했던 시인 이용악

    “북쪽은 고향/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다시 풀릴 때/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마음은 눈감을 줄 모르다” 절창 이용악(李庸岳·1914∼1971)의 시 ‘북쪽’이다.같은 고향을 노래하는 데도 곰살스럽지 않게 식민지의 비애가 묻어나면서도 기개와 투지가 넘친다.민족정서를 노래한 시인 중 드물게 건장한 구리빛 얼굴의 농투사니 심경에 바탕한 남성적 세계를 형상화한 이용악은 여성적인 김소월과 대조를 이뤄 오히려 이 시인이야말로 우리의 민족시인이라는 주장이 확산되어갈 지경이다.그가 노래한 ‘북쪽’은 바로 함경북도 경성(鏡城),파인 김동환과 같은 곳이다.지연만으로도 이용악은 충분히 삼천리사와 가까울 수 있는 처지인데 거기에다 그 특유의 마당발식 사람됨까지 겹쳐 북도 출신 문학인의 재경(在京) 친목회장 격이었다. 누구나 서울 오면 그를 앞세워 고향 선배에게 찾아 다녔음이 여러 편지에서 드러난다.꼿꼿하기로 소문난 황순원조차도 평양에서 상경하면 최정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이용악형과 함께 찾아 뵈올까 했으나 그날 사와 댁에 계실 것같지 않다는 이형의 개의(改意)”로 만나기를 포기하고 하향했다고 전한다. 황순원의 발신지는 평양시 무림리 156-6.숭덕학교 교사로3.1운동에 관련되어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아버지의 기개를 이은 듯한 고결한 시인이자 작가였던 황순원은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뒤 평양에 머물다가 1943년고향인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로 낙향하여 학대받던 한글로창작에 전념하며 상처 없이 8·15를 맞은 깨끗한 문사였다. 평양에서 낙향 직전에 보낸 이 편지로 이용악은 최정희의일정을 꿰고 있다는 것과 황순원을 비롯한 서도(평안도)와북도 문인들을 연계지어 주는 중개역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것도 잡지사와 작가를 연계시켜 주는 단순한 뚜쟁이가 아니라 집필 상담도 해주는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다. 장사꾼이었던 아버지가 객사한 뒤 어머니의 국수 떡 계란을 팔아 연명했다니 이용악 집안의 어려움은 알만하다.일본 유학시절에는 온갖 품팔이를 다 해본 이 시인은 가난의무서움을 알기에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에 민망할만큼 애절하게 취업을 청탁하고 있다.“매신(每日新報) 건(件) 지금으로부터 잘 운동하면 될 것 같은데 김선생(파인)께서힘써 주셨으면 얼마나 감사하겠습니까. 아무튼 수일 내로이력서 다시 써서 김선생께로 보내 볼 작정이 올시다”고이용악은 숫제 사정조다. 다른 한 편지에서는 “김동진(金東進)씨”를 언급하면서 “김선생께선 그후 만나실 기회가있으셨는지” 구체적으로 묻는데, 김은 바로 평양출신 언론인으로 1940년 11월부터 매일신보 상무로 있었던 인물이다.입사하기만 하면 친일파로 낙인찍혔던 매일신보에 그렇게 기를 쓰고 들어가려 했던 이용악의 소망은 좌절당했는데,대체 그가 얼마나 호구지책이 어려웠기에 이 지경이었을까.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1939)한 이용악은 물 불 가릴 틈새 없이 생활난에 허덕이며 ‘인문평론’같은 별로 평판이좋지 않던 잡지에 몸담았다가 서울 생활이 어려워져 귀향한 것이 1942년이었고,그가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는 다 이때 쓴 것들이다. 바로 이 해에 최정희 주변에는 어떤 일이있었던가. 편지에 보면 우선 김동환과 신원혜 부부의 장남영사(英士·1926년생)가 죽었는데,파인은 매우 침통해 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용악은 최정희에게 “최선생 조차곁에 없다면 김선생께선 도저히 이번 슬픔에서 헤어나지못할 것입니다.잘 위로해 주시길 바랍니다”고 했는데,신원혜의 존재를 거의 의식하지 않은 천진스런 시인의 눈치가 엿보인다. 이용악 서간문의 발신지는 청진시 신암동이나,잠시 “극히가난한 월급 봉투를 받고 있던” 청진일보사였다. 그러나이 시인이 아이를 가지고도 “내지인(일본인)이 아니면 배급도 주지 않는다”는 가난 속에서 “입고 있던 와이셔츠등속이랑 뜯어서 기저귀를 만들었답니다.그러나 댁(최정희)에서 애기 낳을 때 쯤에는 혹은 얻을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란 구절은 너무 서럽다. 콩트처럼 이런 가난한 시인의 집에 도둑이 들어 단 한 컬레뿐인 ‘백화(白靴)를 훔쳐 가버렸는데,“용악이 보다도더 비참한 사람이겠습니다.덕분에 며칠이고 들어앉아 독서나 해야 밑지지 않겠습니다.취직되면 구두 한 켤레야 사겠죠”란 구절에 이르면 이용악의 인간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판세에 최정희에게 아기(지원)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봐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의 설래발은 여전히 널리 펼쳐져 있었던 것 같다. 이 각박한 시대에 우리의 민족시인이용악이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채근담(菜根譚)’과 헤세의 ‘데미안’을 탐독했었다는 삽화는 그의 문학론 이해에 새 조명을 쏘게 해준다. 이 고난의 시기에 이용악이 쓴 시 ‘길’(‘국민문학’ 1942.3)은 자칫하면 “싱가포르 함락이라는 ‘지극히 복된기별’을 듣고 별을 우러러 ‘즐거운 백성’된 것을 노래함으로써 일제의 침략 전쟁을 합리화했다는 엉뚱한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실은 “고통스런 시대를 살아가는 식민지 지식인의 부끄러운 자기 확인의 사회적 의미”(윤영천,‘이용악론;민족시의 전진과 좌절’)로 보기도 한다.사족이지만 이용악은 이 혹독한 가난의 체험 때문에 8.15직후상경하여 ‘조선총독부 도서관(국립도서관의 전신)’ 일본인 관장 관저가 적산가옥으로 접수된 걸 불하받는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조선문학가동맹에 적극 가담,활동했으나,정부수립 전후해서는 정인택(鄭人澤) 등과 정릉 이웃에 살다가 6.25 직전에는 서대문형무소에 수감,전쟁중 현덕·설정식 등과 월북한 그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관계는 얽히고 설키기 마련이어서 이용악이 그토록 들어가고자 했던 매일신보사의 ‘사진순보(寫眞旬報)’에 근무했던 작가 정인택은 직장 관계로 꽤나 친일작품을 지저분하게 남긴 심리주의적 경향의 작가로 이상·안회남(安懷南) 등 서울내기 중 몰락한 집안 출신들과 가까웠다.안회남은 ‘금수회의록’의 작가 안국선의 외아들로 우국지사인 아버지 때문에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고독한 작가로 술을 즐겼다.진도로 유배당한 안국선이 현지 처녀와 결혼,방면 후 서울에서 얻은 아들이 바로 회남이다.지사 기질을이어받은 회남에게 식민지 교육은 배포가 안 맞아 아버지의 타계와 비슷한 시기인 고교 4학년 때 등록금을 유용한채 자퇴,문학과 술과 연애라는 일제 통치 아래서의 전형적인 절망의 문학병에 빠져들었다. 최정희에게 언제나 술타령 구절이 들어있는 편지를 보냈던곳은 종로구 체부동 시절로 안회남이 1940년대 초반 충남연기군 전의면으로 낙향하기 직전에 쓴 글들이다. 편지에는 친하게 지냈던 작가 현덕(玄德),이석훈(李石薰)이 등장하고,원고료를 받으면 “아내가 월여를 두고 조르던 전기다리미를 하나 사고는 최정희에게 점심을 사겠다”는데 그메뉴가 “정식을 취하시든지 또는 50전 영화 구경 50전 맥주 50전 런치를 취하시든지”하라는 제안은 당시 문인들의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엽서는 오히려 노골적인 사과내용을 담아낸다. “저녁에 댁에 간 것은 저의 잘못이올시다.용서해 주시옵소서.술이 대취했습니다”고 정중히 사과하는 안회남의 자세는 다른 문인들과는 달리 지사형 작가로서의 풍모가 드러나 있다. 이용악을 중심축에 둘 때 그 양쪽에 배치되어야 할 인물은당연히 같은 고향인 재주꾼 김종한과 문단에 별 기반을 못잡은 박찬모(朴贊謨)일 것이다. 원산 북선매일신보를 발신지로 한 박찬모의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연 ‘용악형’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현덕인데,작품 경향으로 볼때 용악과 현덕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통한다.“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이번 삼독째 덤벼 중권을 읽는 참에 독소전단(獨蘇戰端)의 보(報)를 받았다는 것이 요즈음 마치 살아나게 되는 것 같은 자극입니다”는 구절은 이 젊은 작가가시골에 몸은 두고서도 세계정세를 정확히 독파하고 있구나싶은 대목이다.세계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독일의패배는 예견된 필연이었다. “딱 엎드려 동면을 하고 싶은가 하면 느닷없이 어디 부딪쳐 보고 싶어 못 견디겠고”라고 이어지는 구절은 심상찮은 암시다. 아들 자랑과 가정을들먹이는 대목은 역사의 격랑 속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자괴감을 달래려는 속내를 드러낸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9월의 문화인물 허균·허난설헌

    조선시대 중기의 오누이 문인 허균(許筠·1569∼1618)·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이 문화관광부 선정,‘9월의문화인물’이 됐다.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교산(蛟山) 허균은400여년 전에 평등사회를 꿈꾸며 당대의 정치·사회제도를비판하고 개혁하려 노력했다.“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오직 두려워할만한 자는 백성 뿐”이라고 갈파하며 왕조사회의 이념에 맞섰고 바른 정치를 이끌어나갈 호민(豪民)인 민중이 힘을 보여줄 것을 권고했다. 그의 누이인 난설헌 허초희는 여성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이보장되지 않던 시대에 탁월한 시를 남겼던 시인이다.비록 27세에 요절했지만 사후에 나온 213수 시집의 탁월함으로 대표적인 조선시대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문화부는 두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서 ‘허균·허난설헌 국제학술대회’,‘홍길동 만화그리기’,‘홍길동 가장행렬’(이상 22일),‘홍길동 인형극전’,‘허균·허난설헌 백일장’(23일) 등 기념사업을 실시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에밀레종 10년만에 울린다

    에밀레종이 10년만에 울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31일 국보29호 성덕대왕 신종(일명 에밀레종)을 오는 10월 신라문화제(8∼10일)때 타종하기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문화재청이 그동안 실시한 정밀조사에서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 국립경주박물관 정문 맞은편에 있는 에밀레종은 해마다 12월 31일 서울 보신각종과 함께 제야의 종소리를 냈으나훼손이 우려돼 91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타종이 중단됐었다. 박영복(朴永福) 경주박물관장은 “타종하다 종이 깨져 가치를 잃어버린 미국의 자유종과 창원사 신라종 전례가 있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며 “문화재청이 당초 타종을10월 3일 개천절로 제안했으나 한글날을 전후해 타종하기로 날짜를 바꿨다”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사라지는 것을 찾아] 백지위의 사색 ‘원고지’

    신춘문예 응모작을 준비를 하는 예비작가나 원고 마감을 앞둔 전업 작가들에겐 ‘백지의 공포’로 다가온다는 원고지. 네모 한칸 한칸에 혼이라도 집어넣듯이 글을 채워나가다 또다른 영감이 떠오르면 거칠게 원고지를 찢어버린다.그러길여러번 글쓰는 작업을 마칠 때쯤이면 어느새 방안에는 구겨진 원고지가 수북이 쌓이게 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전업 작가나 신문 기자들조차 컴퓨터를 이용해 원고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육필 원고와 함께 잉크,펜,만년필 등도 점점 기능이 무뎌져 가고 있다.요즘 이른바 컴퓨터 세대들은 예전에 펜과 원고지로 글을 썼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부산의 향토사학자 최해군(崔海君·76)옹은 지금도 원고지와 만년필을 고집하고 있다. 또 부산대 임종찬(57·국어국문학과)교수는 “한장한장 넘어갈 때의 쾌감 때문에 원고지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컴퓨터에 의한 글쓰기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지를 고집하는 이들은 “컴퓨터가 문명의 이기(利器)임에는 틀림없으나 오랜기간 습관 때문에 종이와 펜을 가지고 쓰는 것이편하다”고 말한다.임교수는 “핑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컴퓨터를 이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문장이 단조롭고 기계화돼글이 무미건조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한글 타자기가 등장한 것은 40여년 전이지만 통계로 볼 때 80년대 초까지도 신문·잡지사 등에서 공모하는신춘문예와 외부 원고를 타자로 쓴 것은 채 10%도 넘지 않았다.당연히 육필원고가 압도적이었다. 당시 가장 흔했던 것이 200자 원고지.신문사에선 나름대로만든 원고지도 있었지만 전업 작가들은 400자나 1,000자 같은 원고지도 많이 썼다. 이같은 전업작가나 선배 기자들의 육필 원고는 판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휘갈긴 악필도 많았다.특히 한자를 섞었을 경우에는 고전문을 해독하는 것처럼 어려움도 뒤따라 상당한 노하우가 있어야 했다. 신문사의 수습이나 초년병 기자가 쓴 원고지는 데스크의 교정과정에서 온통 붉은 사이펜으로 색칠 되기도. 그러나 80년대 후반기부터 컴퓨터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원고지는 서서히 퇴조했다.또한 90년대 들어 PC통신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종이와 펜이 푸대접을 받게 됐다. 도서출판 ‘해성’의 김성배 사장은 “요즘도 어쩌다 육필원고를 대하게 되는데 정성은 이해가 되면서도 촌스럽거나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원고지는 이제 학교에서 글짓기 시간에나 접할 수 있을뿐글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단위로 전락돼버렸다. 요즘도 원고를 청탁할 때나 글을 응모할 때 ‘원고지00장 내외로 보내세요’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하지만 이마저 ‘A4용지,B4용지∼’ 등의 말로 대체되고 있어 머지않아 원고지는 사전속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를 운명에 놓였다. 부산 이기철기자 chuli@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민족의 문자 ‘한글’의 의미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시기는 대략 300만년 전이라고 한다.인간은 이 긴 세월의 대부분을 원시적인 생활을 하면서살아왔다.이러한 원시생활을 지속해 오다가 약 5,000년 전에 새로운 문명의 길을 연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문자의 발명이었다.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구상의 주인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는 말을 할 수있었다는 것이고,둘째는 문자를 발명했다는 것이다. 문자의 발명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 넘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였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가 되었다.조상들이 이룩한 지적 성과를 문자를 통해 축적하고 이를 활용·발전시킴에 따라 인류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오늘날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문자에 의한 지식의 축적이 만들어준 선물인 것이다. 수천년 동안 한자 문명권에서 살아온 우리는 555년 전에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우리가 우리의 문자를 갖게된 것은 민족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지구상에는 수천의 문자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자들은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가감되어 완성된 문자들이다.이에 비해 훈민정음은 창제자,창제연월일,그리고 창제정신을명확히 알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문자라는 점에서 훈민정음의 창제가 가지는 문화사적 의의와 우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한글의 주인인 우리보다 외국의석학들이 더 인정하고 있다.미국 하버드 대학 라이샤워 교수는 “한글은 아마도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모든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체계일 것이다”라고 했으며,네덜란드 라이센 대학 포스 교수는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알파벳을 발명하였다”라고 하였고,영국의 언어학자 셈슨은 “한글을 인류가 쌓은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의 하나로 손꼽아야한다”라고 극찬하였다. 우리의 글이 세계적 문자로 발돋움 하려면 우선 한글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려는 자세와 그 가치에 상응하는 국가적 배려가 필요하다.국가적 배려라면 우선한글의 위상에 걸맞게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일일 것이다.그 다음은 한글의 기능적 가치를 살려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문자로 거듭 가다듬는 일이라 하겠다.금년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반포한지 555돌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말과 글은 민족의 흥망과 운명을 같이한다.민족 문화의 정수인 말과 글을 번창하게 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7,000만한민족은 같은 말과 글을 쓴다.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는 한글과 바른 우리말로 분단의 벽을 허물고 통일의 꿈을 영글게 하자.말은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는 그릇이다.최근에 세계화를 위하여 영어를 공용어로쓰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것을 잃고 세계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우리 문화의 정수인 우리말과 글을 지키면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안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 한글대장경 37년만에 완간

    최근 동국역경원(원장 월운 스님)이 한글대장경의 마지막 권인 ‘장경음의수함록'(藏經音義隨函錄)을 발간함으로써 한국불교계가 오랜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한글대장경이 37년만에 총 318권으로 완간됐다. 이에따라 대한불교 조계종은 오는 9월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완간을 축하하는 회향법회를 성대하게 치룬다. 한글대장경은 조계종이 지난 1962년 도제양성,포교와 함께종단의 3대사업으로 추진해온 불사.조선시대이후 한글대장경은 간헐적으로 시도돼왔지만 대부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 이번에 완간을 보게 됐다. 한글대장경 간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4년 3월 동국대애 역경원이 설치되면서부터.이듬해 6월 한글대장경 1집‘장아함경’이 첫 선을 보인뒤 매년 8책씩 간행돼 73년까지 총 67책의 한글대장경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보였다.그러나90년대초까지 소강상태에 들다가 93년부터 활동을 재개,94년 26권의 한글대장경이 간행된 것을 비롯해 97년까지 4년간총 116책이 간행됐고 마침내 318권의 한글대장경 완간을 보게 됐다. 역경사업에는 조계종 큰 스님들과 불교학자 이종익 김달진씨 등이 번역했으며 조지훈 서정주 시인 등 문인들과 최현배이희승씨 등 국어학자들이 맞춤법과 문장 강의 등에 참여했다. 동국역경원은 앞으로 한글대장경의 전산화 작업에 주력,2010년까지 한글대장경 전체를 인터넷에 띄울 계획이다. 김성호기자 k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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