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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에 선 이방인 정체성을 음미하다

    경계에 선 이방인 정체성을 음미하다

    “큭큭큭” 사연을 듣노라니 웃지 않을 수 없다. “거 왜, 이민자들 대상으로 처음에 영어 교육을 하잖아요. 어린애들 보는 책을 읽어 오게 한 뒤 발표를 시키고는 그 책 주인공 이름을 학생 이름으로 정해줘요. 서로 이름 발음하기가 힘드니까. 그때 제가 받은 책이 ‘버팔로 빌 코디’였어요. 그 책을 발표하니까 선생님이 ‘네 이름은 이제부터 코디’라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미국에선 코디, 그러면 소가죽 벗겨서 뒤집어쓰고 다니는 사람이래요.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도 사람 가죽 벗기는 흉악범 이름을 ‘코디’라고 부르잖아요. 그래서 미국에선 ‘코디 최입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머리를 붙잡아요. 벗겨 갈까 봐. 한국에 들어와서는 이름 때문에 이상한 일 생길 건 없겠지 했는데 이젠 다들 실실 웃어요. 알고 보니 한국엔 ‘최 코디’(개그맨 정준하의 매니저)가 있더군요.” ●이름 때문에 韓·美서 웃음거리 돼 오는 5월 14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후기식민주의의 두 번째 장’을 여는 작가 코디 최(50) 얘기다. 웃고만 넘길 수 없는 게, 이름을 둘러싼 이런 사소한 해프닝이 그가 집중하는 작품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후기식민사회(포스트 콜로니얼)에서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질문과도 맥이 통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이 같은 질문을 품고 있다. 장자의 글, 그러니까 한문으로 된 글을 영어로 번역하되 한글로 다시 적어둔 네온 작품 시리즈가 그렇다. 한국 젊은이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유명 패션 잡지들을 찢은 뒤 거칠게 뭉쳐서 헐어버린 심장 모양으로 만든 작품도 같은 주제다. 몽환적인 금빛 물결이 일렁대는 ‘기프트’는 한국인들이 미의 기준으로 꼽는 서양인의 금발을 형상화했다. 작품 배경을 물었더니 역시나 호미 바바,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바크 등 포스트 콜로니얼 계열 학자들 이름이 줄줄 나온다. ‘기프트’ 역시 마르셀 모스(‘증여론’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회학자)가 쓴 용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썼다. ●‘생각하는 사람’ 경계인 설움 표현 아니나 다를까, 대학 전공을 물었더니 사회학이란다. 그것도 고려대 사회학과 80학번. 시대 분위기에다 학교에다 학과까지 대입하면 그림이 나온다. “맞아요. 우리 동기들은, 졸업한 애들보다 졸업 못한 애들이 더 많아요.” 코디 최는 마침 가족이 이민 가게 되면서 1982년 미국행 도피를 택했다. 암울함을 피하리라 생각했건만, 아메리칸 드림은 어불성설이었다. 사회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었으나, 사회조사방법론 수준에 그치고 있던 미국식 사회학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려치우고 먹고살기 위해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이렇게 살 순 없다 싶어 택한 게 야간 미술 대학이었다. “뭔가는 해야겠고, 다른 전공하면 너무 공부를 세게 시킬 것 같아서…. 그림 그리는 거니까 공부를 조금 덜 해도 되겠지 해서 택한 게 미술입니다. 하하하.” ●이번 전시 한국서 느낀 이질감 표현 도피에 도피를 거듭했는데, 이게 그만 그를 다른 길로 인도했다. 영어도 짧고 문화에도 익숙지 못했던 코디 최로서는, 차라리 사회학보다는 미술을 통해서 더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정진해 내놓은 작품이 1986년작 ‘골든 보이’다. 여기서 등장한 미제 소화제 펩토비스몰을 더 발전시킨 게 바로 1996년작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이다. 분홍색 소화제 펩토비스몰 수만통으로 적신 화장지를 뭉쳐다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것. 모든 게 낯설어서, 먹는 것마저 소화제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었던 이민자, 곧 경계인의 설움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작품, 미국인들은 정작 좋아할까. “안 그래도 반응이 좀 엇갈려요. 일반 관객들은 아무래도 거부감을 보이죠. 중심에 있는 이들은 변방의 고통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글 쓰는 평론가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공감해 줬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요.” 그게 후기식민주의 1장이었다면, 한국에 와서도 또 한번 느낀 이질감을 표현한 게 이번 전시다. 그래서 2장이다. 코디 최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았으면서 아직도 시민권을 받지 않았다. “단지 귀찮아서”라는 게 이유인데, 혹시 포스트 콜로니얼한 정체성을 깊이 음미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02)515-949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길섶에서] 환상/이춘규 논설위원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학교에서 걸어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야트막한 산으로 소풍을 갔다. 고향집에서도 보인다. 드넓은 들판이 시작되는 곳에 능선들이 성곽처럼 이어져 있다. 그때 산 정상과 능선에서 보았던 거대한 무덤들은 수수께끼였다. 옛 왕릉일지 모른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랜 세월 정말 왕릉인지가 궁금했다.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며칠 전 산에 올라가 봤다. 커다란 무덤들은 그대로 있었다. 새로 세워진 비석이 많았다. 한자·한글로 비문들이 새겨져 있다. 비문에는 무덤 주인의 생전 신분과 사회 공헌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는 내용이 많았다. 무덤 주인은 그동안의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분들도 아니었다. 왕릉도 없었다. 이장·면장·기초의회 의장·지방관리 등이 주인공이었다. 조금 특별한 이웃의 무덤이었다. 40년 이상 간직했던 환상이 와르르 무너졌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탓에 마음속의 환상을 스스로 깨버렸다. 환상은 깨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좋다는데….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1만 1172명이 한글사랑 새긴다

    “어릴 적 가정형편 때문에 한글을 제대로 깨치지 못해 아이들을 출가시킨 뒤 노인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초등학생이 된 설렘으로 한글을 배우는 중인데 손자 손녀들에게 할머니의 한글사랑을 보여 주고 싶어요.” 서울시가 한글글자마당 조성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공모에 대구 서구 중리동에 사는 팔순 할머니가 쓴 사연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공원의 ‘한글 글자 마당’ 조성에 참여할 국민 1만 1172명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글자 마당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글 초성(19자), 중성(21자), 종성(28자)으로 조합 가능한 1만 1172자를 1만 1172명의 국민이 한 자씩 쓰고 돌에 새기는 사업이다. 시는 범국민적으로 동참하게끔 지역에 편중됨 없이, 다양한 계층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시 홈페이지와 우편접수, 관계기관의 추천으로 선정했다. 참여자는 내국인 1만 657명(95.4%), 재외동포 369명(3.3%), 다문화가정 구성원 66명(0.6%), 국내 거주 외국인 55명(0.5%), 새터민 25명(0.2%)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시 홈페이지에서 배정받은 글자를 써 사진을 찍거나 스캔해 보내면 된다. 참여자가 직접 쓴 글씨는 글자의 배치·형태 등 디자인 작업을 거쳐 10×10㎝의 돌에 새겨 7월쯤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공원 내 QR 코드를 스마트폰 등으로 찍으면 참가자별 글자와 사연도 확인할 수 있다. 전영석 균형발전추진과장은 “한글 글자마당은 참여자의 소중한 글씨와 사연이 담긴 곳으로, 한글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글자를 새긴 돌을 한글마당 바닥에 깔 것인지, 비스듬히 세울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청소노동자에게 영어 가르치는 대학생들

    청소노동자에게 영어 가르치는 대학생들

    지난 11일 서울 서강대의 한 강의실. 아주머니들이 손자뻘 되는 대학생 강사를 따라 서툰 영어 발음을 해 보인다. 보조강사 역할의 대학생들은 아주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발음이나 철자 등을 세세히 일러 준다. 아주머니들은 이 대학의 청소를 맡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 올 1월 홍익대에서 170명이 해고됐다가 투쟁 끝에 2월에 일자리를 되찾은 이후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 차례로 파업 투쟁을 거쳐 시급과 식사수당을 올리고 명절 상여금을 신설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학문의 전당에서 열악한 노동을 강요해 왔다는 자성과 함께 노동자들이 각성해 투쟁 끝에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15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 찾은 이 대학 사회과학대 학생회의 영어 수업은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학생들은 1월부터 청소노동자 80명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 40분에 시작하는 강좌에는 평균 20명이 참석하고 있다.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만 아니라 보조강사가 함께 개인 교습까지 한다. 영어 노래도 배우고 게임도 즐기면서 재미있게 강좌를 진행한다. 아직 영어 철자를 읽는 데 미숙하고 눈이 침침한 노인들을 위해 알파벳에 한글 표기를 붙여 놓은 표도 준비했다. 학생들은 어려운 처지의 청소노동자들을 돕는 봉사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내 구성원으로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는 연대활동이란 것. 등록금 투쟁 때문에 삭발한 김윤영(22) 학생회장은 “지난해에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올해 초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중한 학내 구성원으로 이분들을 바라보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학생들은 먼저 어머니들께 인사도 건네고 친한 척도 한다.”며 웃었다. 학생회는 지난 2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트롯트 무대를 마련하는 등 연대의 폭을 넓히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 수업을 통해 머리보다 가슴으로 더 많은 것을 담아 간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아주머니는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학생들과 함께한다는 게 더 보람된 일”이라며 “새벽부터 청소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구제역 종식 이후 여전히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축산 농가를 조명한 특집, 일본 MK택시를 열정으로 감동시킨 택시 기사 정태성씨, ‘진경호의 시사 콕-카이스트의 비극’, ‘이종원의 눈’ 등이 방송된다.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박희태 국회의장 고교시절 은사 문병

    박희태 국회의장 고교시절 은사 문병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고교 시절 은사인 김계곤(86) 전 한글학회 회장이 입원하고 있는 한 요양시설을 찾아 문병했다. 김 전 회장은 박 의장이 1950년대 초 경남고 재학 시절 말본(옛글)을 가르쳤던 스승이다. 김 전 회장은 2년 전 사고로 경추 부분을 다친 뒤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부터 상태가 나빠져 경기 일산의 한 요양원에 입원, 가료 중이다. 박 의장은 최근 김 전 회장의 입원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일정을 마치자마자 오후 일정을 뒤로하고 경기 일산에 있는 요양시설로 달려가 옛 스승을 만나 팔베개 한쌍과 금일봉을 전달하고 환담했다. 박 의장은 김 전 회장에게 “많은 제자들이 선생님의 건강 회복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빨리 떨치시고 일어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어 “선생님이 보내 주신 ‘우리말 큰사전’을 항시 서가에 꽂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제자인 박 의장의 방문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학교 다닐 때부터 모범생인 박 의장이 큰 인물이 될 줄 알았다.”며 “국회의장인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野 퇴장 속 한·EU FTA비준동의안 재상정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2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재상정했다. ●민주 “명백한 오류 고쳐야” 야당 의원들은 수정 제출된 비준안 한글본에서 영문본의 ‘영주권’ 표현이 ‘상시 거주’로 번역되고, ‘하도급 계약’을 뜻하는 단어가 법률 용어에도 없는 ‘종속 계약’으로 오역된 점을 문제 삼았다. 상정하기 전에 정부가 다시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한·EU 비준안을 두번이나 처리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면서 “명백히 오류가 있는 걸 알면서 국회가 어떻게 이를 인정해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도 “지금까지 번역 오류 과정을 보면 사실 ‘행정부 봐주기’ 아니냐. 비정상적 방식을 찾지 말고 정상적으로 국회가 요구하는 사안을 고쳐 다시 제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국익 위해 적시 발효를” 반면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적시에 발효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더 있을지 모르는 문제는 정부 측이 신속히 정리해 주고 국회에서는 큰 차원에서 국익, 국제적 조약 시기에 맞춰 비준안을 상정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재 의원도 “빈협정 79조를 보면 개정해야 할 사안에 커다란 팩트가 틀린 게 아니라 단순한 번역 오류에 대해서는 당사국이 합의할 경우 정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동의안을 먼저 상정한 뒤 오류를 수정하자고 요구했다. 여야의 입씨름이 계속되자 외통위 남경필 위원장은 “한·아르헨티나 형사사법공조조약도 심각한 번역 오류가 있었으나 조건부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며 동의안을 상정했다. 한나라당은 동의안이 상정된 만큼 14일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15일 외통위에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상정에 반발, 오후 회의에 불참하는 등 향후 일정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FTA비준안도 재상정키로 한편 2008년 여야 충돌 끝에 어렵게 외통위를 통과했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번역 오류로 철회 뒤 재상정하기로 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외교부 일반조약·협정문 전면 재검독

    외교통상부가 번역 오류 파문을 빚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이외에 일반조약·협정문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조약·협정문 번역을 전담할 전문팀을 구성, 별도 운영하기로 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10일 “이번 FTA 협정문 오류 문제를 계기로 FTA는 물론, 기존 조약과 협정에도 번역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전면 재검독을 통해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20~30년 전까지, 주로 다자협정 및 조약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번역 오류가 통상 분야에 그치지 않고 정무와 일반 분야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철저한 재검독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FTA 협정문과 같이 심각하거나 규모가 큰 번역 오류는 아니지만 일반조약·협정에서도 바로잡아야 할 오류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로 한글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양국 간 체결된 조약·협정문에 대해서도 국회 제출을 미루고 재검독을 실시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재검독 과정에서 번역 오류뿐 아니라 맞춤법과 법률용어 변화에 따른 수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류가 발견될 경우 사안별로 자체 수정하거나 상대국 정부에 협의 또는 통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현재 국제법률국을 중심으로 재검독을 실시하고 있으나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번역 오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전담팀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 ‘맘 신드롬’ 되돌아온 열풍

    美 ‘맘 신드롬’ 되돌아온 열풍

    미국의 ‘맘(Mom) 신드롬’이 한국을 역(逆)강타하고 있다. 미국에서 출시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국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가 하면, 이 책 영문판과 신경숙의 다른 소설들까지 덩달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루 1192권 팔려 국내 베스트셀러 재진입 8일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집계에 따르면 ‘엄마를 부탁해’(창비 펴냄) 한글판과 영문판 ‘플리즈 룩 애프터 맘’(Please Look After Mom, 크노프 펴냄)이 각각 국내 도서와 외국 도서 종합 일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 7일 하루에만 ‘엄마를’이 1192권 팔려 6위에 오르는 등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도 재진입했다. 이는 2009년 3월부터 9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며 거칠 것 없는 기세를 보였던 ‘엄마를’ 전성기 때의 하루 최고 판매량(950권)을 뛰어넘는 기세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주간 종합 순위 19위에서 8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전체 판매량 170만부를 넘어서 200만부도 넘길 기세다. 연극에 이어 같은 제목의 뮤지컬도 곧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엄마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美 아마존닷컴 종합순위 33위 미국 반응도 뜨겁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출간되자마자 아마존닷컴(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00위권에 진입하더니 8일 현재 3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미국 독자들의 ‘독후감 배틀’이 치열하다. ‘2인칭 시점이 산만하고 헷갈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2인칭 화자의 서술이 인상적이다.’ ‘힘이 넘치면서도 문장이 섬세하다.’ ‘한국이 얼마나 가족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게 됐다.’ 등등 호평이 압도적이다. 오히려 아마존닷컴이 평가의 균형감을 갖추느라 애쓰는 모양새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신경숙의 다른 책 ‘기차는 7시에 떠나네’ ‘풍금이 있던 자리’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비롯해 ‘리진’ 프랑스어판, ‘엄마를’ 스페인어판 등도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中종교연구의 바이블’ 마침내 한글로

    책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중국의 사회 생활과 조직에서 종교는 어떠한 기능을 담당하였을까.’  ‘중국 사회 속의 종교’(중국명저독회 옮김, 글을읽다 펴냄)는 비록 ‘중국 종교 연구의 바이블’이라는 극찬까지 받고 있지만 무려 5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숨가쁘게 급변하는 현대 중국 사회를 읽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저자 양칭쿤(楊慶堃·1911~1999)은 중국 베이징 옌징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광저우 링난대학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한 중국인이지만, 피츠버그대학에서 정년을 맞고 명예교수로 활동하는 등 주요 학문 연구 활동은 미국에서 한 학자다.  책이 보여 주는 미덕 및 학문적 독창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보편적 시각으로 중국 사회와 사회 속 종교에 접근하면서도 중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가 품었던 의문의 시작은 유럽과, 인도, 중국 등 주요 문명 체계 중에서 유독 중국은 종교의 지위가 모호하다는 사실이었다. 뚜렷한 제도 종교가 없다는 점에서 서구로부터는 종교가 없는 것으로 취급받거나 기존의 도교, 불교, 유교 등도 기복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신앙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사회주의 중국으로 탈바꿈한 뒤에는 종교 자체를 부정해 왔으니 외부에서 회의적 시각을 보내는 것도 수긍할 만하다.  20세기 초반 중국의 철학자 호적(胡適)은 중국을 종교 없는 국가로, 중국인을 종교에 현혹되지 않는 민족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양칭쿤은 “농촌, 도시를 불문하고 산재한 사묘와 신단은 중국 종교 신앙의 보편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불교와 도교는 독립적인 신학 체계와 교단을 갖춘 제도 종교이며, 민간 신앙 역시 종교적 기능과 가치를 지닌 분산형 종교”라고 말했다.  책의 생애 역시 저자의 인생 곡절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1961년 영어로 먼저 쓰였다가 2005년에야 중국어로 번역됐고, 이번에 우리말로 다시 옮겨졌다. 중국어판에 빠져 있던 마지막장 ‘새로운 신앙, 공산주의’도 다시 복원했다.  책이 첫머리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은 따로 있지 않다. 다만 책 전체에 걸쳐 중국인들이 대단히 종교적 인간임을, 또한 중국 사회 내부에 깊이 뿌리내린 종교적 관습은 이념도 사상도 훌쩍 뛰어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3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내마음의 아리아’ 펴낸 안동림 前 청주대 교수

    [저자와 차 한잔] ‘내마음의 아리아’ 펴낸 안동림 前 청주대 교수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평생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삶이 없을 듯하다. 그런 기준으로 따지자면 안동림 전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는 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전공한 영문학자, 장자를 흠모하는 한학자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멘토로 특히 유명하다. 중학교 1학년 때 음악 선생님에게서 배운 노래들을 통해 음악에 빠져든 이후 그는 평생을 클래식 음악과 벗하며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는 비평가도, 전문가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가 쓴 책 ‘이 한장의 명반 클래식’은 클래식 입문자들이나 애호가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그가 평생 즐겨 들어 온 오페라 아리아 명곡 63곡을 뽑아 ‘내 마음의 아리아’(현암사 펴냄)를 내놓았다. 지난 5일 서울 성북동의 한 북카페에서 선생을 만났다. 선생이 팔순을 맞은 날이기도 했다. 특별한 가족 행사가 있는지를 여쭸더니 “그런 것 번잡해서 싫다.”고 한다. 오랜 지기인 평론가 이순열 선생과 단골 국밥집에서 만나 얼큰한 우거지국밥을 맛있게 먹고, 차 한잔 마시며 새 책을 평하고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도 충분하단다. “오페라는 줄거리만 보면 통속 소설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배신하고…. 그런 오페라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있기 때문이죠.” 60여년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어 온 선생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거치는 단계는 대략 이렇다. 관현악에서 출발해 협주곡, 실내악 등 기악곡을 거쳐 결국은 성악곡에 빠지게 된다. 성악곡의 대부분은 오페라 아리아다. “인간의 목소리를 능가하는 악기는 없기 때문입니다. 음악·미술·문학·연극이 총화된 오페라가 클래식 음악의 보석이라면 아리아는 다이아몬드에 해당합니다.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의 오페라 아리아는 결국 음악 사랑의 종착역인 셈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선생에게 오페라 아리아는 언제나 절실한 향수(鄕愁)로 와 닿는다. 평양 태생인 그는 전쟁 통에 고향을 떠나 살면서 가난하고 외로운 젊을 날을 보내야 했다.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았던 고독한 마음을 달래 주었던 것은 바로 오페라 아리아였다. 마음속에 보석처럼 담아 두었던 아리아들을 이번 책에 담담하게 풀어냈다. 푸치니의 라보엠 중 ‘그대의 찬손’과 ‘제 이름은 미미입니다’처럼 클래식 초보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대중적인 아리아부터 그가 콧노래로 즐겨 부르는 레하르의 오페레타 명랑한 과부 중 ‘빌리야의 노래’와 가장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중 ‘카탈로그의 노래’까지. 요란한 것을 싫어하는 그답게 화려한 수식과 달콤한 감상을 배제하는 대신 꼭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담았다. 오페라의 핵심 내용과 함께 아리아 원문 가사와 한글 번역, 작곡가와 명연주 및 명가수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친절하게 곁들였다. 책 발매에 맞춰 음반사 EMI는 책에 소개된 아리아들을 담은 동명의 음반을 출시했다. 선생은 이번 책을 통해 오페라가 개화기 이후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통용돼 온 엉뚱한 아리아 번역을 원전에 최대한 근접하게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예컨대 ‘청아한 아리아’가 아닌 ‘거룩한 아리아’(베르디의 아이다 중)로,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를 ‘바람에 날리는 깃털같이’(베르디의 리골레토 중)로 바꿨다. 또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어 표기를 현재 통용되는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원어 발음에 최대한 근접해서 썼다. 독자들이 클래식음악과 아리아의 원래 내용과 참맛에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책은 지난 3월까지 2년여에 걸쳐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캐스트에 연재했던 내용들을 수정 증보한 것이다. “인터넷 세대에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 시작했던 일”이라며 “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가 지치고 외로운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듯이 독자들도 각자의 마음 속 아리아를 발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3만 5000원.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검투사/박홍기 논설위원

    로마 제국은 피의 향연을 즐겼다.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싸움에 로마인들은 환호했다. 가장 자극적인 오락거리였다.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엔 검투사들의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검투사, 즉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검투 경기장에서 검을 들고 싸우는 사람이다. 라틴어로 검을 의미하는 글라디우스(gladius)에서 나왔다. 로마 보병이 쓰던 검의 총칭이다. 검 길이는 70~75㎝ 정도다. 로마군은 잘 짜여진 규칙에 따라 전투를 벌인 만큼 긴 검보다 짧은 검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로마제국 당시 가장 큰 노예 반란을 다룬 영화 스파르타쿠스(1960년)와 제국의 황혼기를 그린 글래디에이터(2000년)는 검투사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지만 자유라는 씨앗을 틔웠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는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군 출신 검투사 막시무스를 통해 로마의 쇠퇴를 보여줬다. 검투사는 대부분 자유를 빼앗긴 전쟁포로나 노예, 범죄자 출신들이다. 생명도, 가족도, 보수도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었다. “기꺼이 채찍에 맞고, 불에 태워지고, 칼에 찔려 죽겠다.”라는 맹세만 있었다. 결투에서 진 검투사의 운명은 군중이 쥐고 있었다. 황제가 관중의 뜻에 따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 자비를 주고, 아래로 내리면 죽음을 당해야 했다. 살기 위해 싸우고 이겨야 했던 것이다. 기원전 105년 콜로세움 완공을 기념하는 100일간의 축제에서는 검투사 20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투시합은 404년쯤 황제의 칙령으로 완전히 폐지됐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검투사로 불린다. 승부사 근성과 호락호락하지 않은 협상 스타일 때문이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울 협상 때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전생에 어떤 일을 했기에 통상협상처럼 힘든 걸 해야 하나.”라고 하자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김 본부장이 “우리는 전생에 검투사였다.”라고 말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김 본부장이 그제 국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한·유럽연합(EU) FTA 협정문 한글본에서 무려 207건의 오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책임을 모면하거나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사과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협정문 오류는 세계적 망신”이라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결국 검투사 김 본부장의 존망은 인사권자의 엄지손가락에 달린 셈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경기2청, 미군에 한국어 가르친다

    경기2청, 미군에 한국어 가르친다

    경기도 제2청이 미군 장병들의 한국 생활을 돕기 위해 동두천 미군 교육센터에서 한국어 강좌를 실시한다. 5일 도2청에 따르면 도2청은 미2사단 장병 60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부터 오는 5월 26일까지 매주 2회에 걸쳐 한국 생활에 필요한 한글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006년부터 한·미 우호 협력과 미군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으며 미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호칭 배우기부터 발음 연습, 전통 예절 등의 한국어 수업이다. 특히 전통 한국 영화 교육으로 미군 장병들이 한국 문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교육할 계획이며, 많이 하는 몸짓 언어와 생활에 꼭 필요한 분리수거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박인복 군관협력담당관은 “한국어 강좌를 통해 경기북부의 미군들이 한국인들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사설] 나라 망신 FTA 엉터리 번역 엄중 문책하라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한글본에 오류가 무려 207군데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가 자체적으로 재검토한 결과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맺는 협정문에, 그것도 국내 기업체가 앞으로 EU 지역과 교역할 때 교과서로 삼아야 할 한글본에 오류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한민국 외교부가 협정문 하나 제대로 번역해 낼 능력이 없는 조직이란 말인가. 지난 1년 사이 외교부는 여러 차례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유명환 당시 장관이 제 딸을 통상전문계약직(5급)에 특채했으며, 그 과정에서 온갖 위법·편법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우리 사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또 지난달에는 중국 상하이 영사관에 근무하는 영사 여러 명이 한 중국인 유부녀와 놀아나면서 자료를 유출하고 비자를 멋대로 발급해 준 치부가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황당하기까지 한 ‘협정문 엉터리 번역’이라니 외교부는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외교부는 이같이 번역 오류가 많이 발생한 데 대해 시간이 촉박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해명을 하지만 이 또한 ‘누워서 침 뱉는’ 격일 따름이다. 협정문 영문본을 공개한 지 1년 반 만에야 오류를 잡아낸 게 과연 시간 부족 때문인지, 그동안 엘리트 집단으로 자처해 온 외교부에 맞춤법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나 시스템 하나 없었다는 것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엉터리 번역의 원인은 실력이 모자라거나, 무성의하거나 둘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라도 나라의 녹()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이 시점에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감사를 엄격히 실시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그 결과에 따라 철저히 문책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 사회, 좁게는 외교부 기강이 바로 설 것이다. 덧붙여 외교부 조직과 채용 방식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를 주문한다. 외교부에 무사안일이 만연한 까닭은 철밥통 조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너무도 크고 높게 들리기 때문이다.
  • 207곳서 번역 오류… 누더기 FTA 협정문

    207곳서 번역 오류… 누더기 FTA 협정문

    외교통상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207곳의 오류가 발견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제기한 오류 160개보다 많은 것이다.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한·EU FTA 협정문 재검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번역 오류의 책임을 물어 국·과장급에게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한글본 번역 오류와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감사 결과 책임의 경중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협정문에서 무더기 오류가 최종 확인된 만큼 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이미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고 수정안을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협정문은 한글 번역 오류로 인해 국무회의 의결 세번, 국회 제출 세번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본부장은 “올해 들어 대외 무역여건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업계가 기대하는 대로 오는 7월 한·EU FTA가 잠정 발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후 10여개의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4월 국회에서 협정문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2월 중순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가 협정문 번역 오류를 처음으로 지적했을 때 바로 수정을 했어야 했다는 질문에는 “당시 협정문 영문본을 공개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지적한 부분만 고치면 될 줄 알았는데 오류가 계속 나오면서 (번역 전체를 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총 15개의 장(chapter), 1279쪽 분량의 협정문에서 총 207건의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잘못된 번역 128건, 잘못된 맞춤법 16건, 번역 누락 47건, 번역 첨가 12건, 고유명사 표기 오류 4건 등이다. ‘이식(transplant)’은 ‘수혈’로 잘못 번역됐고, ‘광택재’를 ‘고아택재’로, ‘공작기계’를 ‘공자기계’로 표기하는 등 한글 오타도 있었다. 특히 고유명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경제개발협력기구’로 잘못 옮기기도 했다. ‘즉시 포장(immediate packings)’을 단순히 ‘포장’으로 잘못 번역한 경우는 83곳에 달했다. 외교부는 EU 측과 한글본 오류를 잡는 것을 협의문의 ‘개정’이 아닌 ‘정정’으로 합의한 외교공한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번역 인원과 작업 시간 부족 ▲외부 전문가 검증 과정 생략 ▲체계적인 검독시스템 미비 등을 번역 오류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KT에 제2 아이폰 붐?···CES 최우수 모토로라 ´아트릭스´ 출시

    KT에 제2 아이폰 붐?···CES 최우수 모토로라 ´아트릭스´ 출시

     KT가 ‘CES(미국소비자가전박람회) 2011’에서 최우수 스마트폰으로 선정된 모토로라의 ‘아트릭스’를 국내시장에 내놓는다.  KT는 3일 ‘아트릭스’(ATRIX, MB-861)를 HD멀티미디어 독(Dock)과 함께 패키지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출고가는 HD멀티미디어독(15만원 상당)을 포함해 80만원대다.  아트릭스는 1GHz 듀얼코어 CPU, 1GB DDR2메모리가 탑재돼 PC와 다름없는 처리능력을 가졌다. 다양한 형태의 독(Dock)을 통해 무한대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KT는 설명했다. 아트릭스를 랩독(lap dock)에 꽂으면 노트북처럼, HD멀티미디어독에 꽂으면 TV나 PC모니터에 연결돼 음악이나 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또 아트릭스는 콘텐츠나 개인정보가 유실되지 않도록 비밀번호 입력이 아닌 ‘지문인식’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폰으로서는 유일하게 5GHz 와이파이 수신 칩을 내장하고 있어 기존 와이파이 대비 최대 8배 빠른 프리미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아트릭스의 배터리 용량은 1930mAh로 기존 스마트폰 대비 20%가량 향상됐다. 보다 선명한 qHD(540X960)급의 고품질 4인치 대화면, 500만 화소 카메라와 LED플래시, 16GB내장메모리, 외장메모리 확장기능도 갖췄다.  KT는 구글과 협력,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레마켓 추천’ 앱 코너를 만들어 ‘아트릭스’와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고객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더욱 쉽게 찾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레마켓 추천’에서는 ‘유클라우드’ ‘트위터’ ‘구글한글 키보드’ 등 스마트폰 이용에 필수적인 앱뿐 아니라 ‘올레콕콕’ ‘서울버스’ ‘윙스푼맛집’과 같은 국내 고객의 이용패턴에 적합한 앱을 추천해 지속적으로 보강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조목조목 짚어 본 통일 이후 ‘통합’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치사에서 평화통일 3단계와 통일세 구상을 주요 대북 메시지로 제시한 이후 각계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터져나왔다. 또 얼마 전 ‘후계자’ 김정은의 급부상으로 촉발된 북한의 정정 불안 때문에 통일이 목전에라도 다가온 듯 철저한 준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활발하게 전개된 논의에 비해 통일 이전의 ‘통합’이나 이후의 구체적인 전개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관념적 시각에서 통일 문제를 보거나, 정치·경제 중심의 좁은 잣대로만 논의가 전개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통일 이후 통일을 생각한다’(박명림 외 6명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통일의 준비 과정과 통일 이후 발생될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책은 남북통일이 ‘결론’이 아닌 통일 문제의 ‘시작’이란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정치·경제는 물론 교육과 언어,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통일 이전과 통일, 그리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는 “통일이 온전했던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닌 60여년간 독자적으로 생존해 온 두개의 한국을 단일국가로 새롭게 ‘건설’하는 과정”이라며 “남북이 ‘통합’에 대한 준비 없이 제도통일 과정에 돌입하면 극단적인 사회재분열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한의 경제 통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독일 등 외국의 경험을 원용해 살펴보고, 통일을 위해 필요한 비용과 구체적인 조달 방법 등에 대한 방안을 찾는다. 독일이 동·서독 간 화폐 교환비율을 1대1로 상정한 결과와 통일 이후 발생한 소유권 분쟁, 동독의 시장경제체제 전환 과정 등을 우리의 상황과 등치시켜 비교·검토한다. 임홍빈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한의 ‘한글맞춤법’과 북한의 ‘조선어규범집’ 등 두 체제의 어문 규정을 통해 분단 이후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과정과 남북 언어의 현황을 점검한다. 아울러 통일 한국에서는 남한을 기준으로 어문 규정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김재용 원광대 국문학과 교수는 먼저 북한 문학계의 현실을 이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남북 문학 교류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도 남북 음악계의 이질성이 향후 ‘문화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의 1-4-6-4의 기간학제와 남한의 6-3-3-4 기간학제 등 교육체계의 이질성도 문제다. 이종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과 북이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교육이 당성, 혁명성, 계급성을 구비한 사회주의식의 인재양성에서 벗어나 보편적 전인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 7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영화 첫 주연 송새벽 “이런 날도 오네요”

    영화 첫 주연 송새벽 “이런 날도 오네요”

    요즘 충무로에 이보다 더 극적인 배우가 있을까. 영화 데뷔 2년, 단 네 작품 출연 만에 주연을 거머쥔 송새벽(32) 얘기다. 첫 주연작 ‘위험한 상견례’는 31일 정식 개봉 전에 유료 시사회만으로 1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주말 예매율도 1위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유료시사 10만명 넘어 →조연으로 나왔던 영화 ‘방자전’ 이후 몰라보게 세련돼졌다. 연예인 티도 제법 나고. -그동안 맡았던 영화 속 캐릭터 때문에 그렇지, 나도 알고 보면 세련된 남자다. 하하. 농담이다. 오늘 인터뷰한다고 차려입어서 그런 거다. →데뷔하자 마자 각종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휩쓸고, CF 출연까지 ‘초고속 승진’이 따로 없다. 인기를 실감하나. -아니다. 혼자 또는 여자친구(연극배우 하지혜)와 길거리를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 본다. 며칠 전 여자 두분이 저를 유심히 쳐다보길래 이제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나 했더니 “송새벽 닮았다.”고 수군거리며 지나가 버렸다. 지난해 갑자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짧은 시간에 상도 많이 주셔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처음 주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 -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라.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연극에서 주연은 맡아 봤지만, 상업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보니 흥행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졌다. 재밌게 촬영했는데, 막상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니 예민해지더라. →‘위험한 상견례’는 송새벽을 위한 맞춤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본인의 장기인 코미디 장르인 데다 주인공 현준이 전라도 사투리에 다소 어눌한 말투를 구사한다. -그런가. 나는 오히려 사투리가 가장 신경쓰였다. 현준은 광주(광역시)가 고향이지만 나는 전북 군산 출신이다. 전북은 말이 좀 느린 편이고, 전남엔 전라도 특유의 억양이 있다. 두 가지가 섞일까봐 걱정이 좀 됐다. 전남 출신의 연기자 선배들과 대본을 보면서 사투리를 따로 연습했다. →전작과의 차별화가 신경쓰였을 것 같은데. -이전 영화들과 이야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연기 차별화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었다. 일단 그동안 변태에 찌질남, 여자를 배신하는 역할만 맡다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캐릭터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극 중 현준은 나이트클럽 후계자이지만, 경상도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순정만화 작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라도 남자의 센 이미지를 좀 유하게(부드럽게) 표현해 보고자 애썼다. →영화는 지역감정의 골이 깊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전라도 총각 현준과 경상도 처녀 다홍(이시영)의 좌충우돌 결혼기를 다루고 있다. 지역감정에 대한 생각은. -80년대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라 개인적으로 지역감정을 경험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극 중 현준과 다홍의 아버지처럼 고향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역감정은 예민한 부분인데, 영화가 이것을 유하게 풀어낸 느낌이 좋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가벼운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눈물이 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양가 어른들이 오랜 세월 지역감정으로 인한 상처와 설움으로 괴로워하다가 나중에 오해를 깨닫고 화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더라. ●천연덕스러운 코미디 10년 연극 내공 덕 →무심한 듯 천연덕스럽게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10년 넘게 연극에서 쌓은 내공 덕분인가. -순발력과 인물 분석 등 내 연기의 모든 것은 연극에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대본 읽기 연습할 때 사람들이 많이 웃는 편이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너무 빵 터지니까 뭘 잘못했나 싶어 “제가 실수했나요?”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다행히 재밌어서 웃었다고 하더라. →실제 성격도 유머러스한가. 아니면 설정인가. -아이돌 스타도 아니고 무슨 설정을 하겠나.(웃음) 그냥 평범한 편이다. 크게 활달하지도 않고 조용하지도 않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다만 (연기) 역할을 분석할 때는 이 인물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에 집중하고, 캐릭터에 대해 연민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캐릭터가 코미디 쪽으로 굳어지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나. -그동안 출연한 작품이 코미디에 가까운 장르일 뿐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때문에 연기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많은 분들이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 ‘방자전’의 변학도 모습을 재미있게 기억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나는 한번도 코미디를 염두에 두고 연기해 본 적 없다. 말 그대로 역할과 상황에 충실했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 계획을 짠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예전에 일이 들어오지 않아 무대나 조명, 엑스트라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물론 나중엔 다 연기 공부가 됐지만…. 그래서 이쪽 일이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니까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 →좀 상투적 질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묻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륜에 비례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은 33점이지만 내년엔 34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아,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 같다. 빵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송새벽. 디지털 세대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죽 ‘촌놈 성향’으로 살아가고 싶단다. 동틀녘 밝아오는 새벽이라는 독특한 한글 이름처럼 그의 영화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숫자로 본 판결문

    우리 법원이 한 해 선고하는 판결은 몇 건일까? 소요되는 판결문 용지는 얼마나 될까? 한 해 선고되는 판결 건수는 대법원도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판결문 작성관리시스템’에 등록된 현황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시스템에 등록된 판결문은 총 97만 3053건으로 100만건에 육박했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전국 법원에서 하루 평균 3846건의 판결을 쏟아낸 셈이다. 소요되는 판결문 용지 양도 엄청나다. 지난해 전국 법원은 총 5000상자(상자당 2500장)의 판결문 용지를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1250만장이 소요된 것이다. 판결문 용지는 위·변조를 막기 위해 특수 처리돼 있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다. 한 상자 가격은 2만 6400원으로, 용지 1장당 10원을 약간 웃돈다. 흔히 쓰이는 A4 용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웬만한 책보다 두꺼운 판결문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대법원은 2008년 8월부터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으로 등록된 판결문의 페이지를 세고 있는데, 가장 분량이 많은 사건은 2008년 8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가 다단계 사기사건 피고인인 이모(52)씨에게 내린 판결이다. 이씨는 상품을 사주면 고율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상품 구입비 150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판결 요지를 설명한 본문은 38쪽에 불과했지만, 범죄 사실과 피해자 등을 기록한 별지가 1636쪽에 달했다. 본문이 가장 길었던 판결문은 2008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변양호(56) 전 재정경제부 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었다. 이 판결문은 본문 422쪽과 별지 597쪽 등 총 1019쪽에 달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FTA, 번역오류 논쟁을 넘어야/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FTA, 번역오류 논쟁을 넘어야/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번역 오류 문제가 불거져 우리 FTA 정책 일정 전반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EU FTA에 대한 비준을 상반기에 완료하고, 한·미 FTA 비준 모드로 전환해야 할 바쁜 시기에 번역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문제의 발단은 정부의 부주의 탓이다. 서명, 확정된 국문본에 원산지 기준의 숫자(number)가 잘못 기재되어 있고, ‘초과’로 할 것을 ‘이하’로 번역해 놓는 등 명백한 오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외교기능인 영사업무에 대한 경시 풍토로 인해 호된 국민적 질타를 받고 뒤늦게 영사 기능을 대폭 강화했던 외교부로서는 또 기본적 업무인 조약문 번역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질타 받는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가 최근 맺고 있는 FTA는 영문본과 더불어 국문본이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고 규정한 데 있다. 특히 한·EU FTA는 23개 언어로 서명되었는데, 각 언어본이 모두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단순히 영문 번역의 실수 여부를 떠나, 한번 서명된 국문본은 독립적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당사국이 의도한 바가 왜곡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번역 오류 문제가 발생한 뒤 정부는 대국민 의견수렴 창구를 개설하고, 민간기관에 번역 감수를 의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조약 번역 문제와 같은 전문 이슈에 대해 대국민 의견 제시 홈피를 개설한 것은 유례가 없다. 민간기관에 번역 감수를 의뢰하는 것은 책임을 민간기관에 넘기는 데는 효과적이나, 우리 현실상 통상조약에 대한 최고의 전문성과 실무경험은 정부부문에 있음을 고려할 때 난센스다. 한글본에 대한 의견수렴 및 감수절차가 끝난 뒤 다른 언어(불어·독어·이태리어·스페인어·폴란드어·몰타어 등 21개 언어) 각각에 대해서도 의견수렴과 감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면, 정부가 어떻게 답변할지 묻고 싶다. 시민단체가 불어·스페인어 등의 전문가를 동원해 협정문 오류를 연쇄적으로 지적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언어가 상이한 국가 간 협정을 맺을 때 완전무결한 번역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해 협정 문안을 협상하게 된다. 국제협상에서 영어가 기본 문안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EU, 한·미 FTA는 물론 우리가 맺은 모든 FTA가 영어를 사용하여 입장조율이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국의 협상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하는 문안은 영문본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해당 조약 자체에 영문본·타 언어본이 상충할 때 영문본이 우선한다는 원칙을 명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칠레, 싱가포르 등과 우리가 체결한 초기 FTA에도 이러한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협상문안에 대한 한글 번역본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한글본이 적어도 영문과 동일한 효력을 지녀야 함을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약 적용에 있어서의 영문본 우선원칙이 친미주의나 한글 경시 풍조와 연결되는 것인 양 오해한 데서 비롯된 촌극이다. 문제는 당시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이런 주장을 수용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한·미 FTA에 영문본 우선원칙을 규정하지 않았고, 그런 태도가 한·EU FTA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정부가 한·EU FTA의 23개 언어에 대한 번역 오류를 끝까지 검토할 책임을 스스로 떠안은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기왕 시작했으니, 시한을 정해 문안을 검토한 후 명백한 번역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명백한 오류가 아닌 사항은 의역과 직역 문제 등 끊임없는 논쟁 속에서 시간을 무한정 소비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한·EU, 한·미 간 추가 문서 합의를 통해 영문본 우선원칙을 규정해 넣음으로써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한·EU FTA 번역 문제를 물고 늘어짐으로써 한·미 FTA 비준과정을 내년으로 넘겨 국내 선거일정과 접목시켜 좌초시키려는 전략 구사를 중지해야 한다. 이미 무수한 소모적 논쟁을 통해 미국과의 FTA가 바람직하다는 국민적 합의는 형성되었다. 더 이상의 지연은 국가 전체의 기회비용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117세 종이 판결문 “이제 온라인서 만나요”

    117세 종이 판결문 “이제 온라인서 만나요”

    글씨 크기 12포인트, 줄 간격 250% 양식으로 작성되는 법원의 판결문은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 형태는 한낱 종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거둘 수도 있고 국가의 정책을 바꾸기도 한다. 법관들은 ‘혹 비뚤어지게 서명되지는 않을까.’ ‘인주가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특수 처리된 판결문 전용지에 날인과 간인을 한다. 역사의 기록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은 5월 전자소송제도가 민사소송에까지 전면 확대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법관들은 이제 전자파일로 판결문을 작성하고, 공인인증서로 전자 날인을 하게 된다. 소송 당사자도 온라인을 통해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후 판결문 변천사를 판결문의 ‘가상의 입’을 통해 들어 봤다. 나의 생일은 1895년 5월 4일입니다. 고등재판소가 갑오개혁 이후 공포된 ‘재판소구성법’에 따라 처음으로 저를 만들었습니다. 충청도 청풍읍의 평민 황거복 등이 “동학당(東學黨)에 들어가 ‘안녕’을 해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소는 범죄 증명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비율은 2.2%(2009년 기준)에 불과한데, 저의 첫 모습이 바로 무죄 판결이었습니다. 민사사건에서 가장 오래된 저의 모습은 한성재판소가 1895년 10월 18일 선고한 사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때의 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내용의 주문과 판결 이유 등은 담고 있지만, 원고와 피고의 주장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한지에 세로로 붓글씨를 써서 저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한자였고, 조사만 한글을 썼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어로 작성됐습니다. 광복을 맞은 후에도 저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판사로부터 판결 초고를 받은 서기가 뒷면에 먹지를 대고 베껴 당사자에게 보낼 정본을 만들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사는 서기가 내용까지 써 준 판결문에 서명날인만 한다.”는 오해가 일반인 사이에 퍼졌습니다. 1946년 4월에 타자기를 이용한 방법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타자기도, 타자를 칠 사람도 부족해 많이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1962년 1월 1일 저는 큰 ‘변신’을 하게 됩니다.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형식이 바뀌게 됐죠. 또 한자 사용을 금지하고, 한글만 쓰도록 했습니다. 우리 글로 저를 만들자는 ‘당연한’ 조치인데도, 엄청난 반발이 일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8가지 이유를 들어 ‘불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법령이 국·한문 혼용이고, 법률 술어는 한자여서 한글로 풀어쓸 수 없다. 법원 문서는 내용이 복잡한데 한글로만 작성하면 의미가 와전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각의 이름이 있죠? 저는 사건번호가 이름입니다. ‘2011도 OOOO’ 등과 같은 번호가 저를 구분하죠. 대법원이 1964년 ‘판결서 양식 예시’를 제정, 제게 사건번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했습니다. 판결 주문과 이유 등의 형식을 갖추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1992년부터는 컴퓨터로 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글꼴은 신명조, 글자 크기는 12포인트, 줄 간격은 250%가 공식 양식으로 정해졌습니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해 원본은 판사가 직접 작성하게 됐고, 제가 사전에 유출될 염려도 사라졌죠. 어떤 판사들은 제게 표를 넣기도 하고,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손해배상액을 계산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부터는 저를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는 게 의무화됐습니다. 제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저를 범죄에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부동산소유권 이전 등기를 명령하는 저를 위조해 담보로 제출하고 돈을 빌리는 사기범이 나타났습니다. 위조된 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이에 법원은 2006년 8월부터 저에게 바코드를 부착하고, 복사방지마크를 표시했습니다. 2008년부터는 법원 엠블럼이 들어간 특수용지로만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 용지는 장당 10원 남짓하지만, 복사하거나 스캔할 경우 엠블럼을 보이지 않게 합니다. 100살이 넘는 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비판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어식 표현을 쓴 경우가 많았고, 문장이 지나치게 길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1948년부터 1994년까지 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 문장에 평균 394.1자의 글자가 사용됐습니다. 문장당 글자가 50자 정도일 때 가장 읽기 쉽다는 게 국어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차임(월세)’ ‘복멸하고(뒤집어엎고)’ ‘형해화되고(있으나 마나 하게 되고)’ ‘설시하다(설명하다)’ 등의 표현은 일반인들이 저를 피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법원도서관 등이 중심이 돼 이 같은 표현을 순화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종이로 된 저는 오는 5월부터 점차 사라집니다. 전자소송제도가 민사소송까지 확대되고, 전자소송으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종이가 아닌 온라인으로 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종이로 된 저는 영원히 없어질지 모릅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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