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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IT혁명이다”… ‘아랍의 봄’ 이끈 튀니지, 한국과 손잡다

    “이번엔 IT혁명이다”… ‘아랍의 봄’ 이끈 튀니지, 한국과 손잡다

    ‘자스민 혁명’의 나라 튀니지에서 또 하나의 혁명이 싹을 틔우고 있다. 아랍 세계의 민주화를 촉발시킨 튀니지가 한국과 손잡고 아프리카 대륙의 정보기술(IT)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튀니스 중심부의 공공조달감독원. 1년에 43조원에 이르는 국가 물품과 사업을 조달하는 이 기관에서 삼성SDS의 엔지니어들이 튀니지 총리실, 통신기술부, 교육부 등 주요 기관 관계자들과 전자조달 시범 시스템 설계를 위한 막바지 회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번 사업은 중동, 아프리카 국가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전자 정부 프로젝트다. 칼레드 조마니 공공조달감독원 사무총장은 “이번 사업을 모든 아랍, 아프리카 국가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스민 혁명 이후 다른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정부 사업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마니 사무총장은 “이번 1단계 사업이 튀니지의 2단계, 3단계 전자 정부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의 전자조달을 비롯한 전자정부 시스템은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웃 나라인 알제리와 리비아는 물론 요르단, 르완다, 카메룬, 우간다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튀니지가 아프리카 대륙의 IT 사업을 선도하게 된 데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감독 역할을 맡은 삼성SDS의 송종인 수석보는 “튀니지가 아프리카에서 유엔 전자정부 지수 1위”라고 설명했다. 튀니스에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사이버 대학도 있다. 송 수석보는 “자스민 혁명 당시 알려진 대로 튀니지인들 사이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전자조달 시스템에도 SNS를 연동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한 이번 프로젝트의 총 규모는 570만 달러(약 60억원). 그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 이어질 전자정부 시스템은 규모가 10배까지 커진다. 특히 관세나 금융 관련 시스템은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또 이번 사업을 통해 지리적, 문화적 이유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중요한 거점을 마련하게 된 것도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요한 성과다. 튀니지 정부 조달 시스템은 아랍어와 불어, 영어, 한글 등 네가지 언어로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튀니지의 정부 관계자 10명과 IT 전문가 10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카이스트에서 글로벌 IT기술 전문가 과정 연구원으로 유학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민 메차렉은 “한국이 밑바닥에서부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튀니지도 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튀니지 IT 사업 지원은 전자조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같은 날 방문한 튀니스 서남부 무르주 공원 내의 국립환경보호청. 입구에 ‘대기오염 모니터링 센터’라는 한글 간판이 보인다. 튀니지 전국 15개 지역의 오존과 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취합, 분석하는 시스템이 이곳에서 작동되고 있다. 시스템 장비는 유지, 보수 때문에 가까운 유럽에서 들여왔지만 운영 소프트웨어는 안세라는 한국 업체가 만든 것이다. 시스템 관리 책임자인 하센 크치는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 웨어가 안정적이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튀니지에는 한국 교민이 200명 남짓이고 한국인 관광객도 아직은 거의 없다. 그러나 튀니지 문화재청은 박물관과 카르타고 및 로마 유적지에 대한 한국어 안내자료를 만들고 있다. 튀니지 문화재청에 파견된 국제협력단의 배윤정씨는 “튀니지는 이미 한국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튀니스(튀니지)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ㅂㄱㅎ,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ㅂㄱㅎ,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세웠다. ‘국민행복’과 ‘소통’을 상징하는 이모티콘도 만들어 젊은 층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의 변추석 홍보미디어본부장은 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대적 과제인 ‘변화’와 박 전 위원장의 정치 철학인 ‘민생’, 유권자들이 원하는 ‘개인화’ 등의 키워드를 하나로 함축된 것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밝혔다. ●‘변화·민생·개인화’ 키워드 함축 박 전 위원장은 전날 트위터에 출정식 일정을 알리면서 “누구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잠재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고 말했다. 변 본부장은 슬로건과 함께 사용할 PI(President Identity)도 공개했다. 빨간색 말풍선 안에 하얀 글씨로 된 박 전 위원장의 이름 한글 초성으로 웃는 얼굴 모양을 표현했다. 국민행복을 뜻하는 스마일 표시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변 본부장은 “평소 머릿속에 있던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는 자기 절제가 강하고 엄숙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직접 만나 보니 생각보다 소박하고 친근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평소에 가진 이미지와 실제 차이가 크다는 점을 느꼈고 이것을 좁히는 게 홍보미디어본부장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고 국민에게 다가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도 PI를 처음 대하고는 “굉장히 좋아했다.”고 변 본부장은 전하면서 “정치가 실질적으로 변했다고 해도 외형적으로 나타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방법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ㅂㄱㅎ 초성으로 웃는얼굴 표현 10일 출정식과 관련, 변 본부장은 “출정식 콘셉트는 국민에게 다가가기, 명랑하고 즐거운 분위기, 진정성의 세 가지 가치 아래 소박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오가는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당초 비가 오거나 많은 인파가 몰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무진들이 실내에서 할 것을 제안했으나 박 전 위원장이 “많은 사람들이 올 텐데 누구는 들여보내고 누구는 안 들여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광장을 선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1)만화 비평서 냈던 시인 함성호

    [만화는 내 사랑] (11)만화 비평서 냈던 시인 함성호

    만화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집이나 사무실로 찾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책장에 어떤 만화책이 꽂혀 있나 눈길을 주게 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함성호(49) 시인의 집이자 사무실인 소소재(素昭齋)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웬걸, 서재에서 만화책을 찾아보기 힘든 게 아닌가. “만화는 만화당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냄새 퀴퀴한 소파, 라면 끓이는 냄새와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이중 책장, 복작복작한 분위기에서 봐야 제맛이죠.” 그런데 만화당이라니? 그가 나고 자란 강원도 속초에서는 만화가게를 만화당으로 불렀다고 했다. 함 시인의 추억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만화책을 뒤적이다 저절로 한글을 깨우쳤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약주를 드신 아버지가 늦게 귀가해 만화책을 빌려 오라고 하면 밤길을 달려 만화당에 갔어요. 영업이 끝난 가게 문을 두드려 주인을 깨우곤 했죠. 하도 꼼꼼하게 고르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던 적도 많아요.” 그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아버지가 특히 좋아했던 김기태 작가의 칼싸움 만화와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이근철 작가의 전쟁 만화를 꼽았다. “당시에는 만화가들의 그림체가 지금보다 더 개성 넘치고 다양했어요. 이근철 작가는 인물 얼굴을 길쭉하게 그리는 모딜리아니나 뒤뷔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정말 독특한 그림을 보여줬죠.” 함 시인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허영만 작가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깊이가 있고 독자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취재가 잘된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전세훈·전인호 작가의 관상 만화 ‘신의 가면’을 좋은 작품으로 추천했다. “사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만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만화가 황당무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에는 만화만 봐도 웬만한 교양을 다 습득할 수 있잖아요.” 그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웹툰도 많이 본다. 새로운 표현 방법과 만날 때마다 열광한다고. 그는 정병식 작가의 ‘가족 사진’에 대해서는 스크롤에 따라 변화하는 시선 처리에 정말 감탄했고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의 경우 처음엔 몰랐던 감동이 해가 갈수록 서서히 생겨나게 하는 진정성이 엿보인다고 소개했다. “요즘 한국 만화는 일본과는 다른 범주로 다양하게 나가고 있어요. 한국만의 독특한 게 있지요. 우리 만화는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데 아주 탁월하다고 봐요. 기록화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고 당시 삶을 가늠하듯 요즘 우리 만화가 나중에 대단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순수미술이 하지 못하는 일이죠.” 그는 창작에는 비평이 따라 줘야 하는데 우리 만화에 대한 비평이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함 시인은 만화 비평서를 낸 얼마 되지 않는 국내 글쟁이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회화적인 시각에서 만화를 바라본 ‘만화당 인생’을 2002년에 냈다. 우리 만화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작품까지 다뤘다. 잘 안 팔려 ‘저주받은 걸작’이 됐다고 하는 그에게 비평서를 또 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부정적인 반응이다. “평생 즐겁게 만화를 봤는데 만화 보는 자체가 일이 되니까 가끔 짜증도 나더라고요. 올 초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만화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파업으로 중단하게 되니 너무 좋은 거 있죠. 허허허.” 그 대신 ‘페이퍼’ 등 대중잡지에 그렸던 카툰을 모아 작품집을 하나 낸다고 슬며시 말을 꺼낸다. 어쨌든 역시 만화 사랑 인생이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의 화병(火病)/최광숙 논설위원

    조선의 개혁 군주인 정조는 사거(死去)하던 해인 1800년 6월 28일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뱃속의 화기(火氣)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 않는다.”며 악화된 통증을 호소했다. 지방 의관 정운교와의 대화에서는 “두통이 있을 때 등에서 열기가 솟구치니 이는 다 가슴의 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조는 말년에 많은 질병으로 고생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화병(火病)이다. 그는 화기를 다스리기 위해 황근을 1근 먹었으며, 항상 얼음물을 마시고, 차가운 온돌에 등을 붙이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화병은 11살 때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와 맞닿아 있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어려서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올랐다고 한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에 보면 사도세자 역시 화병을 앓았다. “화증(火症)을 덜켜 내오셔” “그 일로 울화(鬱火)가 되어서”라고 혜경궁 홍씨는 남편의 병증을 자세히 기록했다. 화병은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한스러운 일을 겪으며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몸과 마음의 고통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의 정신질환이라고 밝혔다. 한글 발음 그대로 ‘Hwa-byung’으로 표기된다. 화병 환자의 90% 이상이 중년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기죽어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오랜 기간 화와 분노를 적절하게 풀지 못해 걸린, 약자의 설움이 가득 담긴 병이다. 화병은 아니지만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화를 지니고 산다고 볼 수 있다. 몇년 전 화를 푸는 치유법을 담은 틱낫한 스님이 쓴 ‘화(anger)’가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요즘 출판계에서 혜민·법륜·정목 스님 등 스님 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 낼 일이 많은 세상,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많아서일 게다.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이 “울화통 터지는 세상, 국민의 화병을 고쳐드리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우리는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화병을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강퍅한 살림살이, 취업난, 실업난 등으로도 충분히 고달픈 삶인데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실세들의 추악한 돈 거래와 정치권이 하는 꼴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 중 진정 국민의 화병을 고쳐줄 명의가 있기는 한 건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특파원 칼럼] 韓中수교 20년에 보는 ‘역사 갈등’/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韓中수교 20년에 보는 ‘역사 갈등’/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한국에서도 단오절을 지내죠? 주로 뭘 하나요?” 지난 단옷날(6월 24일) 즈음 홍콩 언론사에 근무하는 한 중국 본토인 기자가 건넨 질문이다. 베이징(北京)시 신문판공실이 외신 기자들(홍콩, 타이완, 마카오 포함)을 베이징의 관광 명소인 이화원으로 초청해 경주용 배인 용주(龍舟) 타보기, 나뭇잎으로 싸서 찐 찹쌀밥인 쫑즈(?子) 만들기 등 단오 풍습을 체험하는 행사를 통해 단오가 중국의 전통 명절임을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행사의 취지는 물론 중국 기자의 질문에도 한국에 단오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불편한 심기가 여실히 묻어 있었다. 실제로 적잖은 중국인들에게 단오란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기리는 데에서 유래한 전통 명절이라기보다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하는 초강력 기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1년간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공부했던 중국 대학원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 중 하나 역시 단오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유래한 한국 고유의 명절은 도대체 뭐가 있느냐.’는 공격적인 이슈로 이어질 만큼 강릉단오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을 중국 문화의 약탈범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한국의 단오는 중국의 굴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옷날의 성격에 맞게 개발한 지역 민속 축제를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중국의 명절을 한국에 빼앗겼다고 우려할 필요도, 더더욱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일부 중국 학자들도 이같이 주장하지만 악화된 정서를 돌이키기엔 역부족이다. 당장 지난 3일 ‘고대 중국 화폐에 한글로 보이는 두 글자를 찾아냈다.’고 밝힌 한국의 한 주역 연구가의 주장이 전해지면서 반한 감정이 들끓었다. 한국에선 눈길도 끌지 못한 이 학설이 중국에선 “한국이 중국 고화폐에 한글이 있다고 또 우긴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일 하루에만 ‘한국의 중국 문화 도적질’이란 비난성 댓글이 무려 2000만건도 넘게 올라왔다. 앞서 한자(漢字), 공자(孔子) 등 한국인이 보기에도 황당한 출처 모를 문화 기원에 관한 오해가 응어리처럼 깊게 축적된 탓이다.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한·일정보협정 문제는 외교문제를 넘어 반한 여론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큰 돈을 벌면서도 틈만 나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뒤통수를 치려 한다.’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쉽게 조성된다. 2007년 신화통신 계열의 신문이 실시한 국가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은 중국인이 싫어하는 국가 1위에 처음 꼽힌 이후 지금도 네티즌들로부터 주요 비호감 국가로 거론된다. 물론 한국인의 중국 혐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역사 문제로 따지자면 할 말이 더 많다. 중국이 한국의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킨 동북공정이나, 동북공정을 완성하기 위한 만리장성 늘리기 공정이 대표적이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민족·영토 통합용으로 내놓는 주장이라지만 역사를 입맛대로 왜곡하는 행위는 몰상식하다. 분단의 아픔을 초래한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위대한 승리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역사 문제는 민족의 자존심이나 긍지와 연결돼 있어 이성을 마비시키고 민족주의를 고조시킨다. 협상의 여지가 없어 해소되지도 않고 작은 계기만 있어도 거대한 혐오의 불길로 번지기 쉽다. 올해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 20주년을 맞지만 양국 관계는 성숙되기보다 역사 문제로 서로 반감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단옷날에 대한 중국인의 질문에 뭐라 말하면 현명한 답이 될까. 인식이란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양국이 역사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수교 20주년을 맞아 곰곰이 생각해 본다. jhj@seoul.co.kr
  • 19대, 문 열자마자 재탕·선심·정략성 법안 경쟁적 발의

    19대, 문 열자마자 재탕·선심·정략성 법안 경쟁적 발의

    19대 첫 임시국회가 5일 문을 연 뒤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재탕·선심·정략성 법안이 많아 부실 입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대 국회 임기 개시 이래 이날까지 한 달 남짓 접수된 의원 발의 법안은 모두 489건. 같은 기간 18대 국회 131건, 17대 국회 80건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내실이 의욕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당수가 앞선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탕’했거나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선심성 법안들이다. 민주통합당이 임기 첫날 대표 법안으로 발의한 공휴일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등이 발의했던 것이다.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에는 공휴일 다음 날까지 쉬도록 하는 내용이다. 어버이날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한 달 동안 24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18대 국회에 제출했다가 폐기된 복지 관련 법안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불임 치료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지난해 초 발의할 때의 제안 설명까지 그대로 갖다 썼다. 관련 통계도 2009년과 2010년에 머물러 있다.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 민원성 법안은 대부분 18대 국회에 이은 ‘릴레이’ 법안이었다. 새누리당 차명진 전 의원이 2009년 발의했던 수도권 계획관리법은 19대 국회에서 이재영(경기 평택을)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도권 정비계획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간 규제완화 논란에 휩싸였었다. 이 의원은 또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주변 지역 지원법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새누리당 이윤성 전 의원이 16대와 17대에 연속으로 발의했고 황우여 대표도 특별법으로 제출했었다. 경기 수원에 있는 공군비행장을 이전하거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군공항 이전 및 지원법 개정안은 지역 출신인 민주당 김진표·신장용 의원이 앞다퉈 발의했다. 경기고등법원을 설치하도록 하는 각급 법원설치와 관할 구역에 관한 법도 신장용·이찬열 의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등 수원 지역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강원 철원·화천·인제·양구 출신인 한기호 의원은 접경 지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제외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해관계에 따른 정략적인 법안들도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98명의 서명을 받아 이날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8·15 사면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최재천 의원은 매수죄의 적용 요건을 강화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이어서 ‘곽노현 구하기법’으로도 불린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선출직들에게 재·보궐 선거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권 출마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씨줄날줄] 강기훈의 탄원/임태순 논설위원

    조선 중기 한글소설 구운몽(九雲夢)은 고대소설로는 보기 드문 명작이다. 꿈에서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는 중층적 서사구조에 공(空)과 선(禪), 충(忠)의 불교·도교·유교 사상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교중기’(轎中記) 또는 ‘일야제지’(一夜製之)와 같은 가벼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교중기는 저자인 서포 김만중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오다 소설을 사오라는 어머니 부탁을 잊고 부랴부랴 가마에서 썼다는 구전 이야기다. 일야제지는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실려 있는데 “구운몽은 서포가 귀양갔을 때 대부인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하룻밤에 지었다고 세상에 전해진다.”는 내용이다. 서포가 중국에 사신으로 간 적이 없고 아무리 대천재라도 장편소설을 하룻밤에 쓸 수 없는 만큼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한 국무위원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는 말은 아부의 대표적 사례로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자유당 시절 야당의원이던 유옥우(작고) 의원이 이익흥(작고) 내무부 장관이 경기도 지사 때 낚시를 하던 이 대통령이 실례를 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국회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뒷날 법정소송을 벌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유 의원도 야당을 탄압하는 내무장관이 미워 한 방 먹였다고 실토했다. 이 장관은 다행히 명예회복을 했지만 그에겐 아부꾼이라는 오명이 평생 붙어다녔음은 물론이다. 친일 등 그의 삶의 궤적과 행태로 봐선 그가 욕을 먹는 것도 당연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강기훈씨의 변호인단이 3년째 재심 개시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에 판단을 서둘러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 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하자 검찰이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써줬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진위 여부는 물론 운동권의 도덕성을 놓고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다. 강씨는 유서는 김씨 본인의 것이라는 필적감정결과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다. 강씨로선 이념을 위해 남의 생명까지 이용했다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싶을 것이다. 특히 그는 암 투병 중이라고 한다. 대법원의 결정이 서둘러 내려져 명예회복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방사청 “FX사업 10월까지 시험평가…11월 선정 목표”

    방위사업청은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사업 후보사인 록히드마틴, 보잉,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등 3개 업체가 제안서 접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8일 제안서 접수 결과 록히드마틴과 EADS사가 제출 요건인 일부 한글본을 누락시킴에 따라 지난달 20일 실시한 재공고 입찰에 따른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5일 “지난번 접수한 제안서에 록히드마틴 F35A와 EADS 유로파이터의 한글본 누락 부분 및 보잉 F15SE의 보완내용을 추가했다.”며 “철저한 검증과 협상을 통해 국익에 가장 유리한 기종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서 접수가 끝남에 따라 차기전투기 사업은 9일부터 일주일간의 제안서 평가를 거친 후 시험평가에 들어가게 됐다. 방사청은 297개 항목의 제안서 평가를 마치고 이달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시험평가를 실시한다. 시험평가는 자료평가와 실물평가로 이뤄지며 작전운용 성능 등 523개의 세부항목을 검증하게 된다. 방사청은 시험평가에서 전투용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기종의 업체와 기술, 계약조건이나 가격, 절충교역 등을 놓고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11월까지 기종을 선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난 3일 국회 차원에서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부처로서 예산승인을 받았고 사업을 진행하라는 허락을 받은 이상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면서도 “시험평가와 가격협상과정이 남아 있으나 쉽지 않은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이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사업이 차기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유동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독자의 소리] 세대 융합형 학교 만들자/충남 보령시청 교육협력담당 신기철

    전국의 초등학교 수는 1986년 6535개교(분교 포함)에서 지난해 말 현재 5882개교로 줄었다. 1971년 최고 58만명이었던 학생 수도 40년 만에 31만여명으로 줄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학교 수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획일적인 잣대로 급격하게 줄이지 말고 대안을 찾아보자. 시골에 있는 학교는 지역 주민의 정신적 모태와도 같은 곳이다. 무조건 통폐합할 것이 아니라 이들 학교를 활용하여 지역 주민에게 평생교육을 함께 가르치는 세대 융합형 학교로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260만명이 한글을 제대로 모른다고 한다. 이들은 학령기에 빈곤, 건강, 성차별 등의 이유로 기초교육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늦었지만 학력취득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그들에게도 초등학교 동창회를 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멋진 교육정책일 것 같다. 충남 보령시청 교육협력담당 신기철
  • [김문이 만난사람] 고아출신 ‘한국의 폴포츠’ 성악가 최성봉

    [김문이 만난사람] 고아출신 ‘한국의 폴포츠’ 성악가 최성봉

    참으로 기구한 ‘남자의 일생’이 있다. 살아온 흔적과 기억, 경험이 어디로 갈까.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진하다. 3살 때 이름도 없이 누군가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그리고 2년 후 구타와 학대를 못 이겨 고아원을 탈출했다.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걷다가 다다른 곳이 대전 용전동 유흥가의 중심지였다. 처음 만난 사람이 ‘껌팔이 형’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유흥가에서 껌과 박카스를 팔았다. 떠돌이 유기견처럼, 길고양이처럼 살았다. 잠은 주로 나이트클럽 건물 계단에서 잤다. 그것도 무슨 죄인지 나이트클럽 삐끼형한테 걸리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이럴 때면 버스 터미널로 피신해서 잤다. 이마저도 직원한테 들키면 공중화장실에서 잤다. 껌이 팔리지 않는 날이면 쓰레기봉투를 뒤져 먹다 남은 족발이나 통닭조각에 붙은 살점을 뜯어먹으면서 허기를 겨우 채웠다. 어쩌다가 껌을 팔아 모처럼 컵라면을 사서 공중화장실에서 먹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이면 17~19살 된 형들에게 매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놓으라며 두들겨 팼다. 그래서 아무리 껌과 박카스를 팔아도 늘 주머니는 비고 퍼런 피멍이 가시지 않았다. 어느 날 포장마차 아줌마가 지어주는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다가 14살 때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 이때 지문조회를 해 보니 ‘최성봉’이라는 것이었다. 서글펐다. 스스로 인간이고 싶었다. 이후 어릴 때 꿈이었던 성악을 배우고 싶어 야학을 했다. 그리고 검정고시 시험을 치렀다. 대전예술고에 진학하면서 성악공부를 하게 됐다. 최성봉(23)씨. 지난해 tvN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연이 알려졌다. ‘한국의 폴 포츠’,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의 주인공에 비교하며 CNN, ABC, CBS, 뉴욕타임스, 타임,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영국 로이터통신, 독일의 슈피겔 등 전세계 언론에서 그를 주목했다. ●14세때 경찰서 붙들려가 이름 ‘최성봉’ 처음 알아 요즘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전히 바쁜 공연과 불우 청소년을 위한 희망의 전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최씨는 일주일에 4~5회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연습을 한다. 만나자마자 그는 “오늘 연습하려고 했지만 어제 늦게 자는 바람에 좀 피곤하다.”고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라이온스 세계대회에서 공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관객이 3만여명 모인 공연장에서 ‘넬라 판타지아’를 불렀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관객들을 상대로 또 한번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11일 런던올림픽 출정 한국 대표단 결단식 행사 때에는 애국가를 단독으로 부를 예정이다. 9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1회 유튜브페스티벌 행사에 참가해 영국의 폴 포츠와 함께 역사적인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서 그는 릭 애슬리와 폴 포츠에 이어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돼 있다. 그만큼 예우를 해 주는 무대여서 벌써부터 설렌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서전 ‘무조건 살아 단한번의 삶이니까’를 펴냈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한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씨가 구술하고 작가가 썼다. 자연스럽게 책 얘기부터 나왔다. 얘기는 솔직하면서도 달변 수준이었다. “글은 15살 때 처음으로 더디게 배웠습니다. 글쓰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문장으로 이어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고급단어를 좀 배우고 있죠. 책은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많이 안 팔린 것 같아요.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저는 외국에서 인기가 더 있으니까 영문판을 내면 더 팔리겠지요.(웃음) 유학도 가야 하고….” ●자신보다 안타까운 삶에 위로 받기도 지난 6월 21일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최하는 ‘나눔 톡 콘서트’에서 불우 어린이를 상대로 ‘그대 아직 절망할 때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호스피스병원에서도 여러 차례 강연했다. 기구한 삶, 아픈 상처를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그를 초청하는 일이 많아졌다. “제가 강연할 때 마음이 약한 사람은 막 울어요.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분이 저를 보면서 ‘이런 아이도 살았는데 나는 신세한탄만 했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땐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살려고 산 것이 아니라 죽지 못해 살았거든요.” 강연 요청은 기업체 등에서도 많이 온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에서 가서도 인생 역정을 강연했다. 그의 강연 만족률은 항상 1위로 기록된다. 아무런 메모나 원고도 없이 살아온 얘기만 솔직하게 늘어놓은 다음 ‘넬라 판타지아’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강연과 공연을 하면서 돈은 얼마나 모았을까. “서초동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를 아껴 주시는 분들이 마련해 준 공간이지요. 돈요? 솔직히 강연 나가면 돈받기 미안해요. 불우 청소년, 호스피스 병동 같은 데서 몇십만원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받으면 거기에 그냥 돈을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미국이나 스페인 등 해외공연할 때에는 개런티를 제대로 받는다고 했다. 사전에 출연료가 맞지 않으면 거절할 정도다. 이 대목에서 고민 하나를 털어놓는다. 국내외 공연을 할 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속사나 매니저를 두고 활동하고 싶은데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왜냐 하면 어릴 때부터 어처구니없이 당한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해서 부인이 매니저하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주변에 있는 여자팬들은 대부분 연륜이 많은 분들이다.”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힘겹게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부연한다. “거친 세상에 내던져져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 저는 나쁜 짓도 많이 했고 제가 상처받은 만큼 남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살아왔습니다. 막장 인생, 하류 인생으로 살아온 제가 하루아침에 다른 얼굴을 하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한다는 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인생과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희망을 말하려고 합니다.” ●어릴적 당한일 수없이 많아 매니저 두기 결정 못 내려 고아 껌팔이에서 여러 매체에서 오르내리는 유명인이 된 지금, 다른 사람들이 ‘행운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는 지금도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은 희망의 전도사, 음악으로 세상과 교류하고 싶을 따름이란다. 잠시 피아노를 친다. 복잡한 클래식 악보는 못 읽지만 자신이 즐겨 부르는 노래, 성악 곡은 대부분 칠 수 있다고 했다. 15살 때 피아노를 처음 구경했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다가 어릴 적 어떤 노래를 좋아했느냐고 물었다. “어린 시절 껌을 팔다가 들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요즘도 혼자 부르고 있습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입니다. ‘여자 친구가 전화 안 받아 삐졌네’라는 노래는 공감이 안 되는데 ‘사랑으로’는 지금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라는 가사가 말입니다.” 나머지 노래도 이어진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음악을 통해 다리 하나를 건넌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절망이 있는 곳을 찾아가 노래를 부르는 일뿐입니다.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듯이….”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걸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최성봉은 누구 신인발굴 프로 출연… 동영상 사상 최단 5000만회 조회 서울 출생이다. 5살 때 고아원에서 도망 나와 10년 동안 대전 유흥가에서 껌팔이를 하면서 살았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유흥가 계단에서 잠을 잤다. 주변의 어른은 조폭, 양아치, 노점상인 등으로 말보다 욕을 먼저 배우면서 자랐다. 낮보다 주로 밤에 활동했다. 폭력을 견디며 유년기를 보냈다. 조폭에 쫓겨 야학으로 숨어들었고 기초 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14살이라는 것, 이름이 최성봉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야학에서 한글을 익혔고 껌팔이 시절 들었던 성악에 매료돼 지금의 은사 박정소 선생을 만나게 됐다. 이때부터 신문팔이, 공사장 잡부 등으로 밥벌이를 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까지 마친 다음 대전예술고에 진학했다. 친구들처럼 성악 레슨을 받고 싶어 밤샘 아르바이트로 레슨비를 벌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내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첫 방송 동영상이 최단 기간 500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공연과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제9회 촛불상을 수상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무조건 살아 단 한번의 삶이니까’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친환경·최첨단 ‘뉴 시티’… 웰컴 투 세종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친환경·최첨단 ‘뉴 시티’… 웰컴 투 세종시

    [생태환경도시] ▲자연과 사람이 숨쉬는 명품도시 4대강 사업으로 더욱 아름다워진 금강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도시다. 함강습지, 미호습지 등 280만㎡에 이르는 인공·자연생태습지가 조성된다. 강변을 따라 30㎞의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가 조성되고 한글공원, 봄내공원 등 다양한 테마형 공원 및 생활체육공원 조성으로 시민들의 쉼터를 제공한다. 도심형 수상레저활동이 가능하도록 세종보 상류에 4개의 마리나 시설도 들어설 계획이다. ▲쾌적한 ‘5無도시’로 조성 전봇대·쓰레기통·담장·광고입간판·노상주차가 없도록 설계됐다. 도시 간선도로 전체에 공동구를 설치해 전선·통신·난방·쓰레기관을 지하화했다. 폐기물 자동수송시스템(자동 클린넷)을 구축해 쓰레기통과 쓰레기차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저탄소 녹색도시 세계 최고 수준의 저탄소 녹색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계획·건축물 등 6개 분야별 이산화탄소 감축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1990년 대비 70%다. 도시계획 분야는 개발예정지역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고 중심지역 도심도 총면적의 52%를 공원, 녹지, 친수공간으로 설계해 환경친화성을 높이도록 했다. 분당 신도시 녹지율(27%)과 비교하면 얼마나 쾌적한 도시인지 가늠할 수 있다. 바람길을 고려한 도시계획으로 도시의 열섬화를 최소화하고 공공건축물의 옥상녹화, 자연지반 유지, 도로 투수포장 등으로 생태면적률을 50%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그린네트워크 환경생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연환경 및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녹지축과 하천축을 총괄하는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주 녹지연결축(국사봉-원수산-전월산)과 주 하천 연결축(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류지점을 생태거점지역으로 설정해 생태를 복원하고, 주 녹지연결축에서 발원해 지방하천으로 연결되는 계곡을 녹지-하천연결 거점으로 설정해 녹지와 하천생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교육문화도시]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공교육 중심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유지한다. 유치원 66개, 초등학교 41개,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20개, 특수학교 2개가 들어선다. 대학이 들어설 부지도 별도로 구분돼 있다. 품격 높은 문화시설도 조성된다.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등을 다양하게 설치한다.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적인 공공보건시설을 짓고 수준 높은 민간의료시설도 유치할 계획이다. 다양한 계층이 누릴 수 있는 복지시설 또한 충분히 들어선다. [스마트시티] ●첨단 U시티 첨단정보통신기술과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도시공간에 접목해 주민의 삶과 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 기업도시뿐 아니라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유비쿼터스 도시 조성이 기대된다. 업무·소관별로 운영하는 교통상황실, 방범, 방재, 환경관리, 시설물관리센터 등을 하나로 통합 운영해 시민의 안전과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게 했다. 도시 전역에 초고속인터넷망과 무선망을 깔아 원격진료, 맞춤형 행정정보제공, 기상정보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나는 도서관에서 놀아요(구리시립도서관 어린이 작가들 지음, 이야기공작소 펴냄) 구리시의 토평도서관과 인창도서관에서 개설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 80명이 창작한 동시, 소설, 평론 등을 모았다. 어린이의 생각들이 알토란같이 탱탱하다. 1만 2000원. ●우리집은 한자 어휘력 놀이터(김정미·강민 지음, 이지스퍼블리싱 펴냄) 국어 실력이 학과목 성적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글을 깨치는 데 한자어를 잘하면 수월한 측면이 있다. 생각과 표현력을 길러 준다. 1만 3800원. ●보르네오 섬에서 열린 이상한 경주(발렌티나 피아첸자 글·그림, 재미마주 펴냄) 우선 석판화 같은 그림이 눈길을 확 잡는다. 그리고 나무늘보, 거미원숭이, 큰박쥐, 여우원숭이, 주머니쥐 등 다양한 아열대 동물이 개성 있는 얼굴과 특징을 보여 준다. 재밌다. 1만 3000원.
  • [커버스토리] 14조 무기도입 ‘과속 경고’

    [커버스토리] 14조 무기도입 ‘과속 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이 29일로 만 10주년을 맞았다. 이후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무력도발을 잇따라 자행했고,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맞춰 강군(强軍) 육성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한국을 세계 군수시장에서 두 번째의 ‘큰손’으로 만들었다. 1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8조 3000억원 규모의 공군 차기전투기(FX)사업, 1조 8384억원 상당의 육군 대형공격헬기사업, 5538억원 규모의 해군 해상작전헬기사업을 올해 안 기종 선정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군 당국은 이 밖에 KF16 전투기 성능 개량에 1조 8000억원,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에 5000여억원,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확보에 3800여억원을 투자하려고 한다. 29일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74억 300만 달러(약 8조 3000억원)의 무기를 수입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3월 발표한 국제무기거래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입 비중은 6%로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육군 대형공격헬기와 해군 해상작전헬기사업은 지난 5월 10일 제안서를 받았으며 육군 대형공격헬기의 경우 현재 미국 보잉사의 AH64D(아파치), 벨사의 AH1Z(바이퍼), 그리고 터키우주항공(TAI)의 T129 3개 기종이 경쟁하고 있다. 2개 업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해상작전헬기 후보 기종은 미국 시코스키사의 MH60R과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AW159다. 그러나 무기도입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은 2016년부터 60대를 들여오는 공군의 FX사업이다. 예산 규모로만 따지면 창군 이래 최대 규모 액수를 놓고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세 기종이 각축을 벌인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형 무기도입사업 계약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가 국방예산에 대한 고려 없이 첨단무기 구매를 다급히 시도하고 해외 무기 공급국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무기가격을 올리는 등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매자인 우리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업자에게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있다. FX사업의 경우 지난 18일 제안서 접수를 시작으로 9월까지 시험평가를 거쳐 협상을 진행하고 10월에 구매 기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방사청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EADS 측이 한글본 제안서 일부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을 재공고하고 다음 달 5일 다시 제안서를 내게 됐다. 이에 따라 10월 기종을 결정하겠다는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노대래 방사청장은 지난 20일 “록히드마틴의 F35전투기를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0점을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록히드마틴이 시험비행을 거부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도 속수무책으로 업체에 끌려다닌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막대한 첨단무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이전, 즉 절충교역에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계약조건상 기술 이전에 대한 구속력이 약하다.”면서 “전투기 도입을 통한 기술 습득으로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美 최첨단 전투기 제조사, 한글 안쓰고 버티더니

    美 최첨단 전투기 제조사, 한글 안쓰고 버티더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이 29일로 만 10주년을 맞았다. 이후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무력도발을 잇따라 자행했고,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맞춰 강군(强軍) 육성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한국을 세계 군수시장에서 두 번째의 ‘큰손’으로 만들었다. 1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무기도입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8조 3000억원 규모의 공군 차기전투기(FX)사업, 1조 8384억원 상당의 육군 대형공격헬기사업, 5538억원 규모의 해군 해상작전헬기사업을 올해 안 기종 선정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군 당국은 이 밖에 KF16 전투기 성능 개량에 1조 8000억원,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에 5000여억원,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확보에 3800여억원을 투자하려고 한다. 29일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74억 300만 달러(약 8조 3000억원)의 무기를 수입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3월 발표한 국제무기거래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입 비중은 6%로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육군 대형공격헬기와 해군 해상작전헬기사업은 지난 5월 10일 제안서를 받았으며 육군 대형공격헬기의 경우 현재 미국 보잉사의 AH64D(아파치), 벨사의 AH1Z(바이퍼), 그리고 터키우주항공(TAI)의 T129 3개 기종이 경쟁하고 있다. 2개 업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해상작전헬기 후보 기종은 미국 시코스키사의 MH60R과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AW159다. 그러나 무기도입 사업의 가장 큰 핵심은 2016년부터 60대를 들여오는 공군의 FX사업이다. 예산 규모로만 따지면 창군 이래 최대 규모 액수를 놓고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세 기종이 각축을 벌인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형 무기도입사업 계약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가 국방예산에 대한 고려 없이 첨단무기 구매를 다급히 시도하고 해외 무기 공급국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무기가격을 올리는 등 횡포를 부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매자인 우리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업자에게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있다. FX사업의 경우 지난 18일 제안서 접수를 시작으로 9월까지 시험평가를 거쳐 협상을 진행하고 10월에 구매 기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방사청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EADS 측이 한글본 제안서 일부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을 재공고하고 다음 달 5일 다시 제안서를 내게 됐다. 이에 따라 10월 기종을 결정하겠다는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노대래 방사청장은 지난 20일 “록히드마틴의 F35전투기를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0점을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록히드마틴이 시험비행을 거부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도 속수무책으로 업체에 끌려다닌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막대한 첨단무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 이전, 즉 절충교역에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계약조건상 기술 이전에 대한 구속력이 약하다.”면서 “전투기 도입을 통한 기술 습득으로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5급 외무직 수석합격 나근왕씨의 공부 비법

    5급 외무직 수석합격 나근왕씨의 공부 비법

    “제가 쓴 영어 번역문이 우리말로 쓴 괜찮은 글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고, 나만의 스케줄을 짜서 공부한 것이 합격 비결입니다.” 5등급 외무직 공채(옛 외무고시)에 수석합격한 나근왕(25)씨가 27일 합격비결을 털어놨다.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인 나씨는 외교학과 입학을 계기로 1학년 때부터 외시를 준비했다. ●2차 논술 시험, 논리력 키우려 외교부 보고서 챙겨봐 합격비결치고는 의외로 평범했다. 그는 ▲꾸준한 연습과 복습 ▲자기식 공부법 찾기 ▲시험장에서 마인드 컨트롤(심리조절)이 합격비결의 전부라고 밝혔다.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에서는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자신의 오답 패턴을 파악했다. 나씨는 “내가 어떤 식으로 틀리고 있는지, PSAT이 요구하는 사고구조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서 자신의 사고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내 사고구조를 PSAT형으로 바뀌었는지를 ‘비법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면서 비슷한 실수를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2차 논술형 시험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팩트 나열보다 글의 전반적인 논리구조를 세우는 일”이다. 국제정치학의 뼈대는 대학 학과수업으로 잡았다. 관련 연구서나 논문도 읽어야 한다. 특히 외교부 보고서를 꾸준히 챙겨보면서 그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답안지를 작성할 때는 핵심 키워드가 돋보이도록 해야 한다. ●‘영어 잘한다’ 자만은 금물… 더 많은 시간 할애해 공부했죠 국제법은 공부해야 할 양이 많다. 수험생활 초, 나씨는 무작정 외우려고만 했지만 번번이 어려움만 겪었다. 그는 “디테일한 팩트나 법리를 단순히 외울 것이 아니라 판례나 모의케이스를 적용하면서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간파하면 좀 더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가장 좋은 교과서는 기출문제다. 그는 “경제학 전반의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로 기출문제만큼 좋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보통 외무직 공채 수험생들은 “나는 영어는 자신 있어.”라면서 영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씨는 거꾸로 영어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영어 단어나 숙어를 많이 외운다고 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면서 “번역은 하나의 완성된 글을 쓰는 거니까, 번역문만 떼어 놓고 보더라도 하나의 독립적인 글로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글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와 한글의 문형 차이가 무엇인지를 연습할 때마다 파헤쳐 분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른 계층 ·배경의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외교관 되고파” 나씨는 합격의 가장 큰 요인을 “수험기간 동안 남의 스케줄이 아닌 내 스케줄을 짜서 내 방식대로 공부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고시학원에 다니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준비했으면 합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계층,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서 “외국과 소통을 잘하는 외교관이 아닌, 우리 국민과도 더 잘 소통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안랩 “한글파일 악용한 악성코드 발견”

    안철수연구소(안랩)은 한글(HWP)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이용한 악성코드 유포 사례를 발견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28일 안랩 보안대응센터에 따르면 ‘국방융합기술.hwp’라는 파일명의 한글 파일이 이메일에 첨부돼 국내의 특정 조직들을 대상으로 발송됐다. 이 파일을 열면 악성코드가 사용자 PC의 하드웨어 정보, 윈도 운영체제 정보, 로그인 사용자 정보, 파일 업로드 및 다운로드, 감염된 시스템의 IP 주소 및 프록시(Proxy) 서버 주소 등을 수집해 외부로 전송한다. 해당 악성코드는 한글과컴퓨터에서 배포 중인 보안 패치를 통해 차단할 수 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나 좀 살려주시게” 흥선대원군, 명성황후에게 목숨 구걸

    “나 좀 살려주시게” 흥선대원군, 명성황후에게 목숨 구걸

    1873년 실각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은 1882년 임오군란으로 재집권하는가 싶었지만 친청파인 명성황후의 역습으로 그해 청나라에 납치됐다. 유폐된 톈진(天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흥선대원군은 1882년 정치적 라이벌인 명성황후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한글 편지를 보낸다. “그동안 망극한 일을 어찌 만 리 밖 책상 앞에서 쓰는 간단한 글월로 말하겠습니까. (중략) 다시 뵙지도 못하고 (내가 살아 있을) 세상이 오래지 아니하겠으니 지필을 대하여 한심합니다. 내내 태평히 지내시기를 바라옵나이다.” 이종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27일 “흥선대원군이 편지봉투에 ‘뎐 마누라 젼(前)’이라고 써 놓은 편지가 그의 부인 민씨가 아니라 며느리인 명성황후에게 보낸 편지였다.”고 ‘조선시대 한글편지 공개 강독회’에서 주장했다. 이는 1973년 11월 문학사상 14호에서 정양완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마누라’를 아내로 해석한 기초를 부정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뎐 마누라 젼’의 ‘뎐’은 대궐 전(殿) 자이며 ‘마누라’는 지체 높은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 사용된 말”이라며 “(순조 임금의 딸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 여사의 글에도 ‘뎐 마누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중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편지의 사연으로 보아도 대원군의 부인이 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마께서는 하늘이 도우셔서 환위(還位)를 하셨거니와 나야 어찌 생환하기를 바라오리까.’라는 편지 내용에서 ‘환위’는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지방으로 피신했다가 왕궁으로 돌아온 일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또한 안부를 물을 때는 임금의 안부를 먼저 묻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편지에서 흥선대원군은 아들인 고종의 안부보다 실권자인 명성황후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면서 “당시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덕유산 칠연계곡…일곱 개의 연못·폭포가 한 줄로

    덕유산 칠연계곡…일곱 개의 연못·폭포가 한 줄로

    덥습니다. 한여름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더위는 벌써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가뭄까지 겹쳐 어지간한 개천들은 말라깽이 칠십 할머니 젖가슴만도 못하게 쪼그라들었지요. 이럴 땐 수량 풍부한 계곡에 들어 시원하게 탁족(濯足)을 즐기는 게 최고일 겁니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덕유산은 안으로 젖줄기 같은 계곡을 여럿 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북 무주의 칠연계곡입니다. 일곱 연못 사이에 일곱 폭포가 있다고 해서 이른바 ‘칠폭칠연’(七瀑七淵)의 정취로 이름난 곳입니다. 명성으로야 구천동계곡을 따라가겠습니까만, 세상엔 2등만의 풍경도 있는 거지요. 한여름의 구천동이 갖지 못한 적요함, 그리고 작고 예쁜 폭포와 연못 등 독특한 풍경들을 품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기껏 무주까지 와서 구천동계곡은 건너뛰고, 칠연계곡으로 가란다. 그게 무슨 얘기냐는 푸념이 나올 만하겠다. 그렇다면 늘 가던 곳만 갈 거냐는 반문 역시 성립하지 않을까. ‘무슨 산=어느 계곡’이란 정형화된 등식으로 스스로를 얽매는 건 옳지 않다는 거다. 칠연계곡의 정체성은 뭔가. 단답형으로 규정하긴 어려우나, 빼어난 탁족처라 한다면 무리가 없지 싶다. 흐르는 물에 발을 씻으며 더위를 쫓기 좋은 곳이다. 선조들은 탁족을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초탈한 삶의 비유로도 썼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사람은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좋겠다. 물놀이 즐기기 적당한 얕고 너른 개울이 드물기 때문이다. 대신 작고 예쁜 소(沼)들이 많다. 소 주변에서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늘어지게 오수를 즐기거나, 책을 읽기 딱 좋다. 칠연계곡의 소들은 거개가 작다. 위험해 뵈는 곳도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라도 물이 도는 곳은 위험할 수 있다. 덥다고 수영금지 표지판이 붙은 소에 무턱대고 뛰어들지 말라는 뜻이다. 아울러 소 주변은 매우 미끄럽다. 오르내릴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 칠연계곡의 들머리를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용추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옳다. 폭포치고는 비교적 흔한 이름인 데다, 차도에 인접해 있어 스쳐 지나기 십상이지만, 깊은 산자락에 꼭꼭 숨어 있었다면 ‘비경’ 소리를 들었을 만큼 빼어난 자태를 하고 있다. 용추폭포를 품고 있는 마을은 사탄동이다. 부디 이름만으로 ‘종교적인 핍박’을 하진 마시라. 한자로는 모래 사(沙)에 여울 탄(灘)을 쓴다. 한글로 풀면 모래여울 마을이라는 예쁜 이름이다. 사탄동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통안마을이다. 통안마을 위로는 ‘점방’(작은 가게) 하나 없다. 마실 물 등은 이 마을에서 준비해 가야 한다. ●늘어선 활엽수림… 짙푸른 숲그늘 이러구러 숲길로 접어든다.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곧바로 칠연계곡이 이어진다. 신갈나무와 고로쇠나무, 물박달나무 등이 계곡을 어루만지며 늘어서 있다. 아그배나무와 함박나무 등 잎이 도드라진 나무들도 간간이 얼굴을 내민다.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중요 동·식물)은 구상나무지만 눈에 띄는 나무는 죄다 활엽수다. 당연히 숲그늘도 짙푸르다. 침엽수에 견줘 피톤치드는 적겠으나, 그만큼 쉴 곳이 많다. 바람 소리도 곱다. 침엽수의 뾰족한 잎을 스치는 새된 소리에 견줘 훨씬 부드럽고 상큼하다. 물은 더없이 맑다. 그 안에 깃대종인 금강모치 등이 산다. 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 어디서 들어 왔는지 무지개송어와 산천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금강모치 등 작은 물고기들이 이들의 주요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최근 덕유산 국립공원 측이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퇴치작전에 돌입한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계곡을 왼편에 두고 산길을 오른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여울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계곡 밖의 들녘은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상황. 하지만 칠연계곡을 흐르는 물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칠연계곡은 덕유산의 서쪽 사면을 타고 흐른다. 동쪽으로 흐르는 구천동계곡과 반대 방향이다. 명성의 차이만큼, 방문객의 발걸음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덕유산의 물줄기인데도, 칠연계곡 탐방안내소 관계자들이 은근히 건너편의 구천동에 경쟁 의식을 갖는 이유다. 풍경도 낫고, 덜 알려져 조용한 데다, 송어 양식장 등 물을 흐릴 수 있는 시설도 없다며 자랑이다. 탐방지원센터에서 10분가량 오르면 문덕소다. 칠연계곡에서 첫 번째 만나는 비경이다. 제법 규모가 크고 깊은 못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너른 반석 위를 지난 물이 세차게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하얀 포말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계곡 훑고 온 바람, 이마에 땀 거둬가 문덕소에서 20분 남짓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나무다리를 건너면 동엽령과 중봉을 거쳐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이르는 산행코스가 이어진다. 길 오른편의 나무계단 쪽 길로 들어서야 칠연폭포와 만날 수 있다. 이곳부터 칠연폭포 끝자락까지는 10여분이면 족하다. 칠연폭포는 한 줄로 이어지는 일곱 연못 사이에 일곱 폭포가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른바 ‘칠폭칠연’의 풍경이다. 계곡의 이름 또한 이 폭포에서 비롯됐다. 칠연폭포는 한눈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숲 사이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이어져 있다. 그래서 신비감도 더하다. 칠연폭포가 펼쳐지는 구간엔 두 곳의 전망대를 조성해 뒀다. 폭포 쪽으로 내려가려면 미끄러짐에 유의해야 한다. 물기 많은 바위들은 빙판이나 다름없다. 길을 막아 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길을 낸 것도 아니다. 일렬로 늘어 선 폭포의 중간쯤 되는 곳의 너럭바위에 앉아 위아래를 훑어본다. 계곡을 훑고 온 바람이 이마의 땀을 거둬 간다. 얕은 폭포를 지나 온 계곡물은 작은 소로 빨려 들어간다. 이 과정이 일곱 차례 반복된다. 과장 좀 보태면 금강산 상팔담의 축소판이다. 세숫대야를 20배쯤 확대한 것 같은 연못들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다. 숲에 인적은 드물다. 칠연폭포가 길의 끝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숲은 늘 섬뜩할 정도로 적막하다. 나무의 삭정이가 부러지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랄 판이다. 무더위도 덩달아 무릎을 꿇는다. 하산길에 칠연의총(七淵義塚)에 들러도 좋겠다. 조선 말기 일본군과 싸우다 숨진 의병장 신명선과 의병 150여명이 묻힌 곳이다. 칠연계곡 초입, 그러니까 안성탐방지원센터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나온다. 이 의병부대는 1907년에 거병해 무주와 진안 등지에서 일본군 수비대를 격파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일본군 토벌대의 추격을 받아 칠연계곡에서 옥쇄(玉碎)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 사진 무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덕유산 나들목으로 나온 뒤, 죽천교차로에서 우회전해 19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어 죽천삼거리에서 좌회전, 727지방도를 따라 10분가량 곧장 올라가면 용추폭포 앞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덕유산 탐방안내소 바로 아래 통안마을에서 안성터미널까지 오전 9시·11시 30분, 오후 1시·2시·4시 30분·6시(이상 통안마을 출발 기준) 하루 6회 군내 버스가 오간다. 적상산이나 나제통문 등 무주 북부의 명소들을 먼저 찾을 경우 무주 나들목으로 빠지는 게 낫다. ▲맛집 무주의 대표 먹거리는 역시 어죽이다. 물 맑은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낸다. 읍내 군청 앞의 금강식당(322-0979)과 ‘육지 속의 섬’ 내도리로 건너가는 앞섬다리 부근의 앞섬마을(322-2799), 뒷섬마을의 큰손식당(322-3605) 등이 이름났다. ▲잘 곳 무주읍 당산리의 무주이리스호텔(324-3400), 설천면 삼공리의 제일산장(322-3100), 설인관광펜션(322-0558) 등이 깨끗하다고 입소문난 업소들이다. 좀 더 안락한 잠자리를 원한다면 무주리조트나 티롤호텔 등도 좋겠다.
  • 불치병 걸린 美 ‘K팝 순애보 소녀’ 샤이니와 꿈같은 만남

    불치병 걸린 美 ‘K팝 순애보 소녀’ 샤이니와 꿈같은 만남

    그룹 샤이니가 불치병에 걸린 미국의 ‘K팝 순애보 소녀’ 도니카 스털링(15)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20일 서울 청담동 SM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방문해 샤이니와 만난 도니카는 “꿈에 그리던 샤이니를 만나게 되어 반갑고, 좋은 경험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샤이니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로 꼽은 태민을 위해 한글로 직접 쓴 편지도 전달했다. 근육의 기능이 퇴화하는 난치성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도니카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지만 K팝을 들으면서 삶의 희망을 키워왔으며 평소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혀왔다. 태민은 “도니카가 우리를 보러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다. 우리 음악을 들으며 기운을 낸다는 말에 감동했고, 앞으로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키는 “오늘 도니카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기쁘다. 뉴욕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도니카를 꼭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니카는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진행된 슈퍼주니어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방문해 슈퍼주니어 멤버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슈퍼주니어는 자신들의 음반과 직접 준비한 선물을 증정하고 도니카가 좋아하는 ‘쏘리 쏘리’를 즉석에서 불러주는 등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문화인프라 투자 계속돼야 한다/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열린세상] 문화인프라 투자 계속돼야 한다/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한 나라의 국력은 문화로도 표출되는가. 당연히 그렇다. 미국을 대체할 슈퍼파워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그 발전이 비약적이다. 근래 중국의 대표 문화건축물을 꼽자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완공된 ‘국가대극원’이다.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연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총 건축 연면적은 21만 7500㎡, 예술의전당의 1.7배 규모다. 작년부터 국가대극원은 각국 유수의 예술공연시설 대표들을 초청하는 문화포럼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우리의 문화인프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1986년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국립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서예박물관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이 1988년 서초동에 문을 열었다. 이어 1993년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한가람미술관이, 2005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현 위치인 용산에 자리잡았다. 돌이켜 보면 1980년대 고도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문화인프라에 대한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시설들을 건설할 당시 접근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나아가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하고는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접근 편의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서초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역 사이에는 대검찰청, 서초경찰서, 국립중앙도서관, 공정거래위원회가 8차선 도로를 앞에 두고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눈썰미 좋은 독자라면, 도서관을 제외한 모든 기관들이 진입을 위한 횡단보도와 좌회전 차선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국립중앙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3000여명이다. 이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매일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화시설에 대한 상대적 홀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프랑스는 미테랑 대통령 재임 14년 동안 대규모 문화인프라를 확충하는 ‘그랑 프로제’(Grand projet)를 추진했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 ‘국가재정의 낭비, 허영과 오만함을 드러내는 무모한 시도’라는 거센 반대와 비난이 일었다. 그러나 문화를 통해 프랑스의 재기를 꿈꾸는 미테랑의 철학과 비전은 확고했다. 그 결과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미테랑도서관으로 불리는 국립도서관, 바스티유 오페라극장과 음악당을 포함한 라빌레트 공원단지, 라 데팡스의 새 개선문 등 현재 프랑스를 상징하는 문화시설들이 이때 만들어졌다. 시라크 대통령 말기인 2006년에는 국립 인류문화사 박물관인 케브랑리 박물관이 개관되었다. 현재 이들이 문화도시인 파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음은 당연지사다. 우리도 다시 문화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 연말에 광화문 한복판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될 예정이고,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서울관이 소격동에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글박물관이 용산공원 내에 건설 중이고, 국립중앙도서관 세종시 분관도 내년 하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도 본격적으로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이명박 정부가 문화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공적자금으로 건립된 적지 않은 문화시설이 콘텐츠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러나 지역의 척박한 문화 환경을 감안하면, 현장의 문화 수요를 고려한 적정한 문화인프라 제공이 필수적이다. 제2의 도시 부산에는 작년에 개관한 영화의전당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다. 세계적인 도시 수도 서울의 경우도 예술의전당의 음악당 이외에는 세계적 수준의 콘서트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복지재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나마 진행되는 문화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문화인프라는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무엇에 열정이 있는지, 무엇을 꿈꾸는지를 담고 있는 정신과 혼, 자부심의 그릇이다. 미래를 향한 혜안과 비전, 결단성을 가진 투자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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