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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학 올림픽’ 한국 사상 첫 金… 런던의 낭보 잇다

    ‘언어학 올림픽’ 한국 사상 첫 金… 런던의 낭보 잇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전 세계 언어 영재들의 경연장인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언어학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간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열린 제10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김홍순(가운데·17·민족사관고)군이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고 5일 밝혔다. 우리나라 학생이 개인전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대회 첫 참가 이후 처음이다. 김지욱(오른쪽·16·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군과 최홍범(왼쪽·17·민족사관고)군은 개인전 은메달을 각각 얻었다.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는 중·고교 언어 영재를 발굴·육성할 목적으로 2003년 불가리아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번 대회에는 27개국 39개 팀 135명이 참가했다. 희귀 언어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언어들의 어원을 찾고 어순을 분석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한국언어학회 총무이사인 정현성 한국교원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이번 대회는 한글과 다른 나라 언어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우리말의 우수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한글도 언어일 뿐 대중 요구 따라야

    ‘한자를 쓰면 안 되고 한글만 써야 한다.’ ‘외래어는 모두 고유어로 바꿔야 한다.’ ‘자랑스러운 한글을 세계에 수출하자.’ 우리 사회엔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 집착과 일방의 구호가 난무해 왔다. 이런 한글 지상주의는 한글과 한국어를 동일시한 인식에 바탕을 둔다. 최근 들어 ‘한글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는 것도 그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한글 민주주의’(최경봉 지음, 책과함께 펴냄)는 과도한 민족주의적 차원의 한글 우월주의에 반기를 들어 ‘열린 한글 사용’을 정색하고 주장한 책이다. 우리 말의 역사와 미래를 천착해 온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지론이 담긴 역작이다. 저자의 메스는 우선 역사적 경험과 상처를 겨냥한다. 말이란 생득적이지만 문자는 선택의 대상이며 그러한 선택은 언제나 역사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세종대왕은 새 문자에 ‘훈민정음’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한문’에 대비해 ‘언문’이라고 불렀다. 이후 근대화가 되어 민족과 국가의 의미가 새로워지면서 ‘속되다.’라는 뜻을 품은 언문이란 표현을 용납할 수 없었고 대신 ‘국문’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국가가 일본에 병합되고 국문과 국어가 일문과 일본어를 뜻하는 이름이 되자, 조선인들은 ‘국문’을 대신할 이름을 찾았고 대한제국의 글, 또는 문자란 뜻으로 사용되던 ‘한문’을 풀어쓴 ‘한글’이 탄생한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한글’은 독립 의지를 일깨우는 이름이자 ‘민족 얼’의 상징이기도 했다.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말을 지키는 길이었던 상황에서 말과 글을 구분함은 무의미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글과 한국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역사적 경험과 상처를 걷어내자고 거듭 강조한다. ‘한글이 없어진다면 민족의 정체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인식에 대한 의문 제기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한글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 대신 우리 삶에서 언어와 문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향한다. 물론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언어와 문자는 해당 공동체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생활의 도구이기에 언어와 문자의 선택과 유지에는 구성원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선택에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이렇게 결론짓는다. “편리성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언어를 사용하는 대중의 몫이며 어문정책은 대중의 요구를 반영해서 발전 방향을 정해야 한다.” 1만 3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청년백수 생존기·뒷산 정복기… ‘고급생활형’ 잡지 200여종

    청년백수 생존기·뒷산 정복기… ‘고급생활형’ 잡지 200여종

    잡지다. 그러니까 뭔가 고급스럽고 우아한 삶의 형태들을 제시해 욕망을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하는 매체 말이다. 그런데 표지엔 군복 바지, 작업용 점퍼를 걸친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아 별로 멋스러울 것도 없는 웬 사내가 서 있다. 배경이라도 초현실주의 같은 풍경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는데, 눈이 간간이 흩뿌려진 채 정리되지도 않은 나무들이 뒹구는 모양새는 딱 인근 동네 야산 같다. 왠지 불길하다. 첫 장을 펼치면 브로마이드가 들어 있다. 예쁘고 잘생긴 남녀 배우가 아니라 기름진 반찬 사진이다. 자린고비의 정신을 이어받아 밥 한 숟갈 뜨고 브로마이드 한번 보란다. 표지사진에 연결된 커버스토리를 읽어나가는 순간, 표지에서 느낀 불안감이 현실로 확인된다. 동네 뒷산 정복기다. 온 국민이 에베레스트 등산가라도 되는 양 온갖 기능이 다 들어 가 있는 수십만원짜리 기능성 옷과 당장 집 따윈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다버릴 것처럼 다양하게 준비된 야영 도구 따윈 없다. 눈 속에 묻어 귤 얼려 먹는 방법, 폐타이어를 이용해 운동하는 방법, 비닐을 임시 텐트로 쓰고 또 썰매로도 활용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 이렇게 설명한다 해서 잡지가 아주 난잡할 것이라 짐작할 필요는 없다. 선정한 주제와 접근 방식은 이렇지만, 편집은 아주 고급스러운 잡지 뺨친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이 정도쯤은 갖추고 살아줘야지라고 주장하는 각종 럭셔리 잡지 편집방식을 교묘하게 비틀어둬서다. 그러니까 한글과 한국 풍경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아주 그럴듯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19일까지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독립출판물마켓 ‘어바웃북스’(ABOUT BOOKS)에 나온 잡지 ‘록셔리’(Rock’Xury)다. 어바웃북스는 홍대 앞 몇몇 서점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유통되던 독립출판물들을 한데 모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는 행사다. 이번에는 200여종의 잡지가 나왔다. 독립출판물이란 몇몇 아마추어들이 기획, 제작, 유통까지 맡아 만든 출판물을 가리키는 말로 주류 출판 시장 시스템에 따르지 않고 창작자들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책이다. 일종의 세련된 팸플릿 정도라고 보면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가령 ‘월간 잉여’는 88만원 세대를 ‘잉여’로 비유한 데서 따왔다. 그래서 백수들의 문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다. 동시에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이 복지국가에 대해 쓴 글도 함께 실려 있을 뿐 아니라, 도서출판 부키에서 장하준의 책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책 광고도 실어뒀다. 인디밴드 멤버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계간지 ‘칼방귀’는 음악에 대한 비평에서 제법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올해에는 특히 일본 독립출판물 16종을 모은 ‘플러스 16진’(+16 ZINE)도 함께 마련됐다. 출판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독립출판물의 역사가 오래됐으나 인쇄비용이 만만치 않아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출판물 가운데 3·11 대지진 사태 이후 그 충격을 일본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소화해 내고 있는지 다룬 것들이 눈에 띈다. (02)330-6223.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법부 공백 22일 만에 일단락

    국회는 1일 본회의를 열어 고영한·김신·김창석 등 3명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고 후보자의 경우 찬성 226명, 반대 39명, 기권 5명이었다. 김창석 후보자는 173명이 찬성하고 94명이 반대, 3명이 기권했다. 김신 후보자는 찬성 162명, 반대 107명, 기권 1명이었다. 상대적으로 반대가 많은 김신·김창석 후보자의 경우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임 대법관 4명의 임기가 만료된 지난달 10일부터 지속된 사법부 공백사태가 22일 만에 일부 수습됐다. 지난달 27일 자진 사퇴한 김병화 후보자의 자리만 공석으로 남게 됐다. 대법원은 조만간 김병화 후보자 대신 새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민주당 자유 투표로 결정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논란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었던 임명동의안 처리는 지난달 26일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전날 박 원내대표의 검찰 자진 출석으로 논란이 해소되면서 큰 잡음 없이 의결됐다. 민주당은 김신·김창석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종교 편향, 친재벌 성향 판결 등을 이유로 인사청문심사 보고서에 부적격을 명시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를 당론으로 명시하지 않고 자유 투표로 결정했다. 이는 앞서 제일저축은행 수사개입과 위장전입, 아들 병역특혜 등 각종 의혹으로 야당의 거센 반대를 받아 온 김병화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세 후보자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보고서를 채택했고 거부 시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르면 오늘부터 6년 임기 시작 본회의 임명안이 처리되자 대법원은 본격적인 취임식과 재판부 구성 등 신임 대법관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다. 휴가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이르면 2일 전자결재를 통해 임명하면 6년의 대법관 임기가 공식 시작된다. 취임식은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오는 6일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동명이인의 의원들이 있어 한글과 한자로 된 이름을 가려내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선진통일당의 각 김영주 의원, 새누리당에는 이재영 의원이 각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으로 있다. 5분 자유발언을 통한 여야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의 8월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 “국회가 제왕적 특권 원내대표 ‘박지원 구하기’ 방탄국회가 됐다.”며 8월 임시국회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무리한 소환 요구에 자진 출석해 모든 문제를 풀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 합의를 지키고 8월 국회 소집에 응하라.”고 반박했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내년 첫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궁금증 7문7답

    내년 첫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궁금증 7문7답

    내년 4월 1차 시험을 시작으로 국립외교원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이 처음 실시된다. 2014년 폐지되는 5등급 외무직 공채시험을 대체할 외교관 선발시험이다. 1일 서울신문이 수험생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7가지 질문을 골라 행정안전부·외교통상부 등 주관기관으로부터 답변을 들어봤다. ①2013년에는 5등급 외무직 공채(옛 외무고시)와 외교원 시험에 모두 응시할 수 있나? 내년 외무고시는 2월 초 1차, 3월 초 2차, 6월 초 3차 순으로, 외교원 시험은 4월 말 1차, 8월 초 2차, 11월 초 3차 순으로 실시된다. 일정이 달라 복수응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외무고시는 2014년 완전히 폐지된다. ②외교원시험의 3가지 전형에 복수 지원이 가능한가? 일반전형, 지역전형, 전문분야전형 등 세 전형은 1~3차 시험이 같은 날 치러지기 때문에 복수 지원할 수는 없다. 일반전형은 ‘실무능력을 갖춘 글로벌 외교인력’, 지역전형은 ‘중동·아프리카·중남미·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아시아지역의 정세와 언어에 능통한 전문인력’, 전문분야전형은 ‘▲군축·다자안보 ▲에너지·자원·환경 ▲국제통상·금융 ▲개발협력 ▲국제법 등 특정분야에 능통한 전문인력’ 선발이 각각의 목표다. ③고졸·대학 졸업예정자도 지원 가능한가? 학력 차별은 없나? 학부 성적이나 전공이 선발에 반영되나? 국내대학 출신과 외국대학 출신에 대한 차별은 없나? 20세 이상이면 학력·전공 제한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또 학부 성적도 반영되지 않는다. 2010년 5월 외교통상부가 시험방안으로 ‘학부 성적을 반영한다.’고 했으나 이 방안은 폐기됐다. 하지만, 지역전형이나 전문분야전형에서는 선발 분야와 관련된 학위 또는 연구 경력이 경력으로 인정될 수 있다. 또 같은 시험을 거쳐 성적 순으로 합격자가 결정되므로 출신대학에 대한 차별은 없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④제2외국어 평가는 듣기·말하기·쓰기·읽기 4개 영역이 있는데, 말하기가 포함된 시험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나? 제2외국어는 가능한 한 넓은 범위의 어학시험을 인정한다. 반드시 말하기가 포함된 시험을 응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⑤해외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영어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나? 국내대학·해외대학 출신 간 선발시험 과정에서의 차별은 없다. 해외대학 출신도 영어와 제2외국어 공인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공직적격성평가(PSAT)에 응시할 수 있다. ⑥국제기구나 관련 분야에서의 활동 및 경력 등이 가산점으로 인정되나? 국제기구나 관련분야에서의 활동 및 경력이 가산점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전형과 전문분야전형에서는 이런 것이 경력으로 인정될 수 있다. ⑦지역전형은 해당 언어로 2차 시험 답안을 작성해야 하나? 2차 시험은 3개 전형 모두 한글로 답안을 작성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런던통신] 英회사 태극기-인공기 풍자 광고 비밀은…

    [런던통신] 英회사 태극기-인공기 풍자 광고 비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 여자 축구 북한 대표팀의 예선전에서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전광판에 나타난 소동과 관련해 태극기와 인공기가 동시에 등장한 풍자 광고가 국내외 매체의 주목을 끌었다. 영국의 안경 관련 최대 회사인 ‘스펙세이버스’(Specsavers)는 소동 있은 지 이틀 만인 27일 인디펜던트, 가디언, 더타임즈, 데일리메일, 데일리텔레그라프 등 수많은 매체에 풍자 광고를 게재했다. 내용은 ‘스펙세이버스’에 갔다면 인공기와 태극기를 눈으로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재치 있는 메시지인데, 한글 문장과 관련하여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27일 한 국내매체는 태극기 아래 한글 문장을 “영어와 한국어 문장 배열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비문이 돼 버렸다.”고 보도했지만, 그 비밀은 구글 번역기에 있었다. 광고의 문구 ‘에 갔으면 좋았을텐데요 specsavers’를 그대로 구글 번역기에 넣으면 ‘It would be great to go to Specsavers’라는 라는 정확하고도 일반적인 내용의 문장이 나온다. 광고주가 영국 안경점의 4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스펙세이버스(Specsavers Optical Group Ltd)고, 그들의 인하우스 마케팅 팀의 담당자는 미디어에 여러 번 회자될 정도로 크리에이티브로 유명하다. 한국인과 단 1분이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문장을 굳이 비문으로 넣은 이유가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으나, 해당 광고의 타겟이 영어권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광고 문구 상의 한글을 보고, 내용에 호기심이 생긴 영어권 사람들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행동은 인터넷 번역기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최종적인 메시지는 번역 결과 ‘It would be great to go to Specsavers’인 것이다. 윤정은 런던 통신원 yje0709@naver.com 
  • 국민銀 고객서명 위조 논란 누구 말이 맞나

    대출계약 만기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던 국민은행이 고객 서명과 대출 금액을 위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은행 측은 고객 서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조작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대출 서류 위·변조 논란이 국민은행에 국한된 게 아니라고 보고 모든 은행에 대출 서류를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모(65·여)씨는 국민은행이 대출 계약서의 서명과 대출금액을 위조했다며 지난해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자신은 2400만원 대출 조건으로 계약서를 썼는데 나중에 보니 금액이 1억 9200만원으로 고쳐져 있고 서명도 누군가 대신 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대출은 2006년 재건축조합 이주비 대출 건이었다. 국민은행 측은 “대출 한 건을 취급하려면 신청서, 약정서, 담보 제공서 등 여러 서류가 필요한데 서류마다 서명이 다른 부분이 자체 감사 결과 확인됐다.”면서 “은행 직원이 이씨가 속한 재건축조합 사무실로 직접 가 대출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서명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금액이나 서명을 은행원이 고쳤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조합원 8명이 각각 2400만원씩 대출 받으려다가 여의치 않자 이씨가 대표로 1억 9200만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7명이 공동으로 담보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씨 측은 “대출 신청서에는 한글로 ‘이천사백만원’이라고 쓴 뒤 두 줄을 긋고 나서 그 위에 숫자로 ‘192,000,000원’이라고 써 넣었다.”며 “누군가가 (이씨도 모르게) 대출 금액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은행원은 금액을 수정할 때 반드시 숫자뿐 아니라 한글이나 한자로 병기한다.”며 “대출 금액 수정 사실을 이씨 자신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자체 파악되지만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릴 것”이라고 맞섰다. 금감원 측은 “(은행들의 대출 서류 자체 점검 결과가 들어오는 대로)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해 추가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신문·서울시의회 공동 6월 의정모니터] “도서관 등에 민원서류 발급기 설치를”

    [서울신문·서울시의회 공동 6월 의정모니터] “도서관 등에 민원서류 발급기 설치를”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하는 6월 의정모니터에는 모니터요원들이 현장 곳곳에서 발굴해 온 시정 개선 의견 53건이 접수됐다. 모니터 심사위원회는 23일 이를 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산하기관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5건을 우수 의견으로 선정했다. 이슬이(23·마포구 아현1동)씨는 “아이의 도서대출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갔다가 민원서류 준비 부족으로 숱하게 헛걸음을 한다.”며 “도서관과 은행 주변에 무인 민원서류 발급기를 설치하면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은숙(34·마포구 연남동)씨는 “아파트 단지가 아닌 일반 주택가에는 주민들이 암묵적으로 쓰레기 봉투를 모아두는 자리가 있지만 무분별한 투기, 쓰레기 주변에 몰린 고양이나 벌레 때문에 비위생적 환경이 연출된다.”며 “장소를 정해 쓰레기 봉투를 깔끔하게 넣어둘 수 있는 적재함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도시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안도 많이 눈에 띄었다. 정순애(56·양천구 목6동)씨는 “길거리 안내 표지판을 보면 한글·한자·영어 등이 표시돼 있는데, 사실상 한자 표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글 세대에게는 별도 한자 표지판이 의미가 없고,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만큼 중국인들을 위한 간체자 표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정이(32·마포구 염리동)씨는 “도시경관과 관광편의 개선을 위해 전봇대 광고스티커 등을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주요 관광지와 지하철역 출구 등에 외국인을 위한 주변지역 검색대를 설치하자.”고 밝혔다. 의정모니터 운영에 대한 의견도 접수됐다. 안종만(72·강북구 인수동)씨는 “모니터 심사위원회에서 단순의견으로 분류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는 절박한 민원일 수 있다.”며 “그런 의견은 해당 지역구 시의원에게 통보해 구의원 협력, 현장 답사 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면 주민 불만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北, 김정은母 고영희 묘 평양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故) 고영희의 묘가 평양 시내에 설치되고 묘비에 실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 조선인인 고영희의 실명이 북한에서 공표된 것은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북한 경제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고영희의 묘가 생일인 지난달 26일 전후 평양시내 대성산 부근 동촌호수 인근에 설치됐다고 전했다. 석조 묘의 묘비에는 고영희의 사진과 함께 “선군조선의 어머님” “고영희”라는 한글로 새겨져 김 제1위원장의 모친이라는 것을 명백히 했다. 또 “1952년 6월 26일 출생, 2004년 5월 24일 사망”으로 생년월일과 사망일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하지만 묘비에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 출신이라는 것은 기록되지 않았다. 이 신문은 지난 5월 조선노동당 중견 간부들에게 고영희의 활동상을 담은 영상이 내부 공개된 데 이어 이번 묘비 설치는 고영희에 대한 신성화 작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조선노동당 간부들의 성묘가 줄을 잇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나도 당당한 서울주민… 가슴 뿌듯”

    “나도 당당한 서울주민… 가슴 뿌듯”

    웬만한 서울 토박이보다도 더 서울을 잘 알 정도로 서울을 사랑하는 무로야 마도카(30). 평소에도 서울을 더 잘 알기 위해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이런저런 소식과 정보를 찾곤 하던 그가 어느 날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한글 서예 매력에 끌려 한국과 인연 주소지나 직장이 서울에 있는 서울 ‘주민’이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는 자격조건에 서울을 제대로 알고 싶기도 하고, 다양한 서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추첨에선 떨어졌지만 무로야가 보여준 관심과 열의에 서울시는 감동했고, 박원순 시장이 추천하는 25명 가운데 한 명으로 주민참여예산위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서울 주민이라는 걸 인정받았다는 기분도 들고요.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합니다. 부모님과 친구들도 많이 응원해 주고요.” 무로야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과의 인연은 서예를 통해서 이어졌다. 서예에 관심이 많던 그는 한글 서예가 주는 매력에 끌려 한글을 익혔고 그 인연으로 2002년에는 한국에 어학연수를 오기도 했다. 한·일 교류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로 참여한 뒤 줄곧 한국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부터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로야가 예산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직장과 연관된 문화관광위원회를 분과위원회로 신청했지만 경제산업위원회에 배정됐다는 무로야는 19일 “예산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고 시에서 예산학교를 통해 모르는 것도 많이 가르쳐 줘서 아주 좋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제안해보고 싶어” 그는 “중요한 건 전문성보다도 애정과 관심, 배우려는 열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예산사업을 많이 제안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행정용어 순화어’ 告示 사흘만에 취소 논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관보에 고시한 행정용어 순화어를 사흘 만인 6일 어물쩍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용어 순화어 목록에 오류가 있다.’고 문화부가 밝힌 취소 사유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직 내부에서는 “관보가 일기장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김혜선 문화부 국어정책과장은 “이 고시에서는 ‘국가브랜드’를 ‘국가상표’로 바꿔 놓는 등 당장 우리 과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려고 고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고시 내용을 너무 쉽게 취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어심의위원회는 국어기본법 13조에 따라 국어학·언어학 분야 전문가 6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어문규범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다. ●“관보에 실린 고시 취소는 부적절” 행정안전부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도 “물론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취소할 수도 있지만 사흘 만에 관보에 실린 고시를 취소하는 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면서 “적어도 관보에 게재하려면 보다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보는 각 정부기관은 물론 전자관보 형태로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중하지 못한 관보 게재·취소 행위를 따로 제재할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또 취소 과정에서 부처 내외의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용어 순화어를 기획하고 선정한 행안부 관계자는 “취소할 때 문화부에서 (우리 쪽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관계자도 고시 취소와 관련해 “사정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도 “전임 과장이 덜컥 고시를 했는데 최근 부임해 보니 ‘이건 정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화부 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 계획도 차질 이번 행정용어 순화어 고시는 각 부처가 국어책임관을 두고 공문서를 어문규정에 따라 한글로 작성하도록 2005년에 국어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됐다. ‘가이드라인’을 ‘지침’으로,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내용을 연말까지 중앙부처 결재 시스템인 ‘온나라’에 탑재해 입력한 단어가 자동 변환되도록 하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할 계획이었다. 이번 고시 취소 결정으로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행정용어 순화어’ 告示 사흘만에 취소 논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일 고시한 행정용어 순화어를 사흘 만인 6일 어물쩍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용어 순화어 목록에 오류가 있다.’고 문화부가 관보에 밝힌 취소 사유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직 내부에서는 “관보가 일기장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김혜선 문화부 국어정책과장은 “이 고시에서는 ‘국가브랜드’를 ‘국가상표’로 바꿔 놓는 등 당장 우리 과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려고 고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기구인 국어심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고시 내용을 너무 쉽게 취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어심의위원회는 국어기본법 13조에 따라 국어학·언어학 분야 전문가 6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어문규범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다. ●“관보에 실린 고시 취소는 부적절” 행정안전부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도 “물론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취소할 수도 있지만 사흘 만에 관보에 실린 고시를 취소하는 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면서 “적어도 관보에 게재하려면 보다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준국어대사전 등재 계획도 차질 관보는 각 정부기관은 물론 전자관보 형태로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신중하지 못한 관보 게재·취소 행위를 따로 제재할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또 취소 과정에서 부처 내외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용어 순화어를 기획하고 선정한 행안부 관계자는 “취소할 때 문화부에서 (우리 쪽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관계자도 고시 취소와 관련해 “사정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도 “전임 과장이 심의했던 것이 고시됐는데 최근 보니 ‘이건 정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화부 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번 행정용어 순화어 고시는 각 부처가 국어책임관을 두고 공문서를 어문규정에 따라 한글로 작성하도록 2005년에 국어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됐다. ‘가이드라인’을 ‘지침’으로,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내용을 연말까지 중앙부처 결재 시스템인 ‘온나라’에 탑재해 입력한 단어가 자동 변환되게 하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할 계획이었다. 이번 고시 취소 결정으로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최광식 문화 “내년 한류 예산 5000억 추진”

    최광식 문화 “내년 한류 예산 5000억 추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 확산을 위해 내년도에 관련 예산 5000억원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이 제조업 중심에서 문화사업으로 전환되는 때이며 한류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한류 관련 예산은 2500억원이다. 문화부는 50여개 ‘한류 사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K팝 공연장 건립, 전통문화의 창조적 활용 사업, 한류 아카데미 확대, 재외 한인문화회관 지원 등에 예산을 집중 배정한다. 또 ‘스포츠 한류’의 선봉인 태권도와 관련해서는 평화봉사단 파견 등 세계화 사업 지원 예산을 늘린다. 의료 관광과 고궁·역사문화 관광 상품화에도 지원을 확대한다. 한글을 가르치는 해외 세종학당도 더 늘려나겠다는 복안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번엔 IT혁명이다”… ‘아랍의 봄’ 이끈 튀니지, 한국과 손잡다

    “이번엔 IT혁명이다”… ‘아랍의 봄’ 이끈 튀니지, 한국과 손잡다

    ‘자스민 혁명’의 나라 튀니지에서 또 하나의 혁명이 싹을 틔우고 있다. 아랍 세계의 민주화를 촉발시킨 튀니지가 한국과 손잡고 아프리카 대륙의 정보기술(IT)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튀니스 중심부의 공공조달감독원. 1년에 43조원에 이르는 국가 물품과 사업을 조달하는 이 기관에서 삼성SDS의 엔지니어들이 튀니지 총리실, 통신기술부, 교육부 등 주요 기관 관계자들과 전자조달 시범 시스템 설계를 위한 막바지 회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번 사업은 중동, 아프리카 국가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전자 정부 프로젝트다. 칼레드 조마니 공공조달감독원 사무총장은 “이번 사업을 모든 아랍, 아프리카 국가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스민 혁명 이후 다른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정부 사업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마니 사무총장은 “이번 1단계 사업이 튀니지의 2단계, 3단계 전자 정부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의 전자조달을 비롯한 전자정부 시스템은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웃 나라인 알제리와 리비아는 물론 요르단, 르완다, 카메룬, 우간다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튀니지가 아프리카 대륙의 IT 사업을 선도하게 된 데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감독 역할을 맡은 삼성SDS의 송종인 수석보는 “튀니지가 아프리카에서 유엔 전자정부 지수 1위”라고 설명했다. 튀니스에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사이버 대학도 있다. 송 수석보는 “자스민 혁명 당시 알려진 대로 튀니지인들 사이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전자조달 시스템에도 SNS를 연동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한 이번 프로젝트의 총 규모는 570만 달러(약 60억원). 그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 이어질 전자정부 시스템은 규모가 10배까지 커진다. 특히 관세나 금융 관련 시스템은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또 이번 사업을 통해 지리적, 문화적 이유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중요한 거점을 마련하게 된 것도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요한 성과다. 튀니지 정부 조달 시스템은 아랍어와 불어, 영어, 한글 등 네가지 언어로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튀니지의 정부 관계자 10명과 IT 전문가 10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카이스트에서 글로벌 IT기술 전문가 과정 연구원으로 유학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민 메차렉은 “한국이 밑바닥에서부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튀니지도 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튀니지 IT 사업 지원은 전자조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같은 날 방문한 튀니스 서남부 무르주 공원 내의 국립환경보호청. 입구에 ‘대기오염 모니터링 센터’라는 한글 간판이 보인다. 튀니지 전국 15개 지역의 오존과 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취합, 분석하는 시스템이 이곳에서 작동되고 있다. 시스템 장비는 유지, 보수 때문에 가까운 유럽에서 들여왔지만 운영 소프트웨어는 안세라는 한국 업체가 만든 것이다. 시스템 관리 책임자인 하센 크치는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 웨어가 안정적이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튀니지에는 한국 교민이 200명 남짓이고 한국인 관광객도 아직은 거의 없다. 그러나 튀니지 문화재청은 박물관과 카르타고 및 로마 유적지에 대한 한국어 안내자료를 만들고 있다. 튀니지 문화재청에 파견된 국제협력단의 배윤정씨는 “튀니지는 이미 한국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튀니스(튀니지)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1)만화 비평서 냈던 시인 함성호

    [만화는 내 사랑] (11)만화 비평서 냈던 시인 함성호

    만화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집이나 사무실로 찾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책장에 어떤 만화책이 꽂혀 있나 눈길을 주게 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함성호(49) 시인의 집이자 사무실인 소소재(素昭齋)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웬걸, 서재에서 만화책을 찾아보기 힘든 게 아닌가. “만화는 만화당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냄새 퀴퀴한 소파, 라면 끓이는 냄새와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이중 책장, 복작복작한 분위기에서 봐야 제맛이죠.” 그런데 만화당이라니? 그가 나고 자란 강원도 속초에서는 만화가게를 만화당으로 불렀다고 했다. 함 시인의 추억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만화책을 뒤적이다 저절로 한글을 깨우쳤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약주를 드신 아버지가 늦게 귀가해 만화책을 빌려 오라고 하면 밤길을 달려 만화당에 갔어요. 영업이 끝난 가게 문을 두드려 주인을 깨우곤 했죠. 하도 꼼꼼하게 고르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던 적도 많아요.” 그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아버지가 특히 좋아했던 김기태 작가의 칼싸움 만화와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이근철 작가의 전쟁 만화를 꼽았다. “당시에는 만화가들의 그림체가 지금보다 더 개성 넘치고 다양했어요. 이근철 작가는 인물 얼굴을 길쭉하게 그리는 모딜리아니나 뒤뷔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정말 독특한 그림을 보여줬죠.” 함 시인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허영만 작가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깊이가 있고 독자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취재가 잘된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전세훈·전인호 작가의 관상 만화 ‘신의 가면’을 좋은 작품으로 추천했다. “사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만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만화가 황당무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에는 만화만 봐도 웬만한 교양을 다 습득할 수 있잖아요.” 그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웹툰도 많이 본다. 새로운 표현 방법과 만날 때마다 열광한다고. 그는 정병식 작가의 ‘가족 사진’에 대해서는 스크롤에 따라 변화하는 시선 처리에 정말 감탄했고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의 경우 처음엔 몰랐던 감동이 해가 갈수록 서서히 생겨나게 하는 진정성이 엿보인다고 소개했다. “요즘 한국 만화는 일본과는 다른 범주로 다양하게 나가고 있어요. 한국만의 독특한 게 있지요. 우리 만화는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데 아주 탁월하다고 봐요. 기록화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고 당시 삶을 가늠하듯 요즘 우리 만화가 나중에 대단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순수미술이 하지 못하는 일이죠.” 그는 창작에는 비평이 따라 줘야 하는데 우리 만화에 대한 비평이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함 시인은 만화 비평서를 낸 얼마 되지 않는 국내 글쟁이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회화적인 시각에서 만화를 바라본 ‘만화당 인생’을 2002년에 냈다. 우리 만화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작품까지 다뤘다. 잘 안 팔려 ‘저주받은 걸작’이 됐다고 하는 그에게 비평서를 또 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부정적인 반응이다. “평생 즐겁게 만화를 봤는데 만화 보는 자체가 일이 되니까 가끔 짜증도 나더라고요. 올 초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만화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파업으로 중단하게 되니 너무 좋은 거 있죠. 허허허.” 그 대신 ‘페이퍼’ 등 대중잡지에 그렸던 카툰을 모아 작품집을 하나 낸다고 슬며시 말을 꺼낸다. 어쨌든 역시 만화 사랑 인생이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ㅂㄱㅎ,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ㅂㄱㅎ,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세웠다. ‘국민행복’과 ‘소통’을 상징하는 이모티콘도 만들어 젊은 층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의 변추석 홍보미디어본부장은 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대적 과제인 ‘변화’와 박 전 위원장의 정치 철학인 ‘민생’, 유권자들이 원하는 ‘개인화’ 등의 키워드를 하나로 함축된 것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밝혔다. ●‘변화·민생·개인화’ 키워드 함축 박 전 위원장은 전날 트위터에 출정식 일정을 알리면서 “누구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잠재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고 말했다. 변 본부장은 슬로건과 함께 사용할 PI(President Identity)도 공개했다. 빨간색 말풍선 안에 하얀 글씨로 된 박 전 위원장의 이름 한글 초성으로 웃는 얼굴 모양을 표현했다. 국민행복을 뜻하는 스마일 표시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변 본부장은 “평소 머릿속에 있던 박 전 위원장의 이미지는 자기 절제가 강하고 엄숙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직접 만나 보니 생각보다 소박하고 친근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평소에 가진 이미지와 실제 차이가 크다는 점을 느꼈고 이것을 좁히는 게 홍보미디어본부장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고 국민에게 다가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도 PI를 처음 대하고는 “굉장히 좋아했다.”고 변 본부장은 전하면서 “정치가 실질적으로 변했다고 해도 외형적으로 나타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방법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ㅂㄱㅎ 초성으로 웃는얼굴 표현 10일 출정식과 관련, 변 본부장은 “출정식 콘셉트는 국민에게 다가가기, 명랑하고 즐거운 분위기, 진정성의 세 가지 가치 아래 소박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오가는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당초 비가 오거나 많은 인파가 몰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무진들이 실내에서 할 것을 제안했으나 박 전 위원장이 “많은 사람들이 올 텐데 누구는 들여보내고 누구는 안 들여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광장을 선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의 화병(火病)/최광숙 논설위원

    조선의 개혁 군주인 정조는 사거(死去)하던 해인 1800년 6월 28일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뱃속의 화기(火氣)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 않는다.”며 악화된 통증을 호소했다. 지방 의관 정운교와의 대화에서는 “두통이 있을 때 등에서 열기가 솟구치니 이는 다 가슴의 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조는 말년에 많은 질병으로 고생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화병(火病)이다. 그는 화기를 다스리기 위해 황근을 1근 먹었으며, 항상 얼음물을 마시고, 차가운 온돌에 등을 붙이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화병은 11살 때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와 맞닿아 있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어려서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올랐다고 한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에 보면 사도세자 역시 화병을 앓았다. “화증(火症)을 덜켜 내오셔” “그 일로 울화(鬱火)가 되어서”라고 혜경궁 홍씨는 남편의 병증을 자세히 기록했다. 화병은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한스러운 일을 겪으며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몸과 마음의 고통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의 정신질환이라고 밝혔다. 한글 발음 그대로 ‘Hwa-byung’으로 표기된다. 화병 환자의 90% 이상이 중년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기죽어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오랜 기간 화와 분노를 적절하게 풀지 못해 걸린, 약자의 설움이 가득 담긴 병이다. 화병은 아니지만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화를 지니고 산다고 볼 수 있다. 몇년 전 화를 푸는 치유법을 담은 틱낫한 스님이 쓴 ‘화(anger)’가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요즘 출판계에서 혜민·법륜·정목 스님 등 스님 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 낼 일이 많은 세상,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많아서일 게다.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이 “울화통 터지는 세상, 국민의 화병을 고쳐드리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우리는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화병을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강퍅한 살림살이, 취업난, 실업난 등으로도 충분히 고달픈 삶인데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실세들의 추악한 돈 거래와 정치권이 하는 꼴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 중 진정 국민의 화병을 고쳐줄 명의가 있기는 한 건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특파원 칼럼] 韓中수교 20년에 보는 ‘역사 갈등’/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韓中수교 20년에 보는 ‘역사 갈등’/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한국에서도 단오절을 지내죠? 주로 뭘 하나요?” 지난 단옷날(6월 24일) 즈음 홍콩 언론사에 근무하는 한 중국 본토인 기자가 건넨 질문이다. 베이징(北京)시 신문판공실이 외신 기자들(홍콩, 타이완, 마카오 포함)을 베이징의 관광 명소인 이화원으로 초청해 경주용 배인 용주(龍舟) 타보기, 나뭇잎으로 싸서 찐 찹쌀밥인 쫑즈(?子) 만들기 등 단오 풍습을 체험하는 행사를 통해 단오가 중국의 전통 명절임을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행사의 취지는 물론 중국 기자의 질문에도 한국에 단오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불편한 심기가 여실히 묻어 있었다. 실제로 적잖은 중국인들에게 단오란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기리는 데에서 유래한 전통 명절이라기보다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하는 초강력 기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1년간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공부했던 중국 대학원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 중 하나 역시 단오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유래한 한국 고유의 명절은 도대체 뭐가 있느냐.’는 공격적인 이슈로 이어질 만큼 강릉단오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을 중국 문화의 약탈범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한국의 단오는 중국의 굴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옷날의 성격에 맞게 개발한 지역 민속 축제를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중국의 명절을 한국에 빼앗겼다고 우려할 필요도, 더더욱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일부 중국 학자들도 이같이 주장하지만 악화된 정서를 돌이키기엔 역부족이다. 당장 지난 3일 ‘고대 중국 화폐에 한글로 보이는 두 글자를 찾아냈다.’고 밝힌 한국의 한 주역 연구가의 주장이 전해지면서 반한 감정이 들끓었다. 한국에선 눈길도 끌지 못한 이 학설이 중국에선 “한국이 중국 고화폐에 한글이 있다고 또 우긴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일 하루에만 ‘한국의 중국 문화 도적질’이란 비난성 댓글이 무려 2000만건도 넘게 올라왔다. 앞서 한자(漢字), 공자(孔子) 등 한국인이 보기에도 황당한 출처 모를 문화 기원에 관한 오해가 응어리처럼 깊게 축적된 탓이다.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한·일정보협정 문제는 외교문제를 넘어 반한 여론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큰 돈을 벌면서도 틈만 나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뒤통수를 치려 한다.’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쉽게 조성된다. 2007년 신화통신 계열의 신문이 실시한 국가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은 중국인이 싫어하는 국가 1위에 처음 꼽힌 이후 지금도 네티즌들로부터 주요 비호감 국가로 거론된다. 물론 한국인의 중국 혐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역사 문제로 따지자면 할 말이 더 많다. 중국이 한국의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킨 동북공정이나, 동북공정을 완성하기 위한 만리장성 늘리기 공정이 대표적이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민족·영토 통합용으로 내놓는 주장이라지만 역사를 입맛대로 왜곡하는 행위는 몰상식하다. 분단의 아픔을 초래한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위대한 승리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역사 문제는 민족의 자존심이나 긍지와 연결돼 있어 이성을 마비시키고 민족주의를 고조시킨다. 협상의 여지가 없어 해소되지도 않고 작은 계기만 있어도 거대한 혐오의 불길로 번지기 쉽다. 올해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 20주년을 맞지만 양국 관계는 성숙되기보다 역사 문제로 서로 반감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단옷날에 대한 중국인의 질문에 뭐라 말하면 현명한 답이 될까. 인식이란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양국이 역사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수교 20주년을 맞아 곰곰이 생각해 본다. jhj@seoul.co.kr
  • [씨줄날줄] 강기훈의 탄원/임태순 논설위원

    조선 중기 한글소설 구운몽(九雲夢)은 고대소설로는 보기 드문 명작이다. 꿈에서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는 중층적 서사구조에 공(空)과 선(禪), 충(忠)의 불교·도교·유교 사상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교중기’(轎中記) 또는 ‘일야제지’(一夜製之)와 같은 가벼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교중기는 저자인 서포 김만중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오다 소설을 사오라는 어머니 부탁을 잊고 부랴부랴 가마에서 썼다는 구전 이야기다. 일야제지는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실려 있는데 “구운몽은 서포가 귀양갔을 때 대부인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하룻밤에 지었다고 세상에 전해진다.”는 내용이다. 서포가 중국에 사신으로 간 적이 없고 아무리 대천재라도 장편소설을 하룻밤에 쓸 수 없는 만큼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한 국무위원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는 말은 아부의 대표적 사례로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자유당 시절 야당의원이던 유옥우(작고) 의원이 이익흥(작고) 내무부 장관이 경기도 지사 때 낚시를 하던 이 대통령이 실례를 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국회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며, 뒷날 법정소송을 벌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유 의원도 야당을 탄압하는 내무장관이 미워 한 방 먹였다고 실토했다. 이 장관은 다행히 명예회복을 했지만 그에겐 아부꾼이라는 오명이 평생 붙어다녔음은 물론이다. 친일 등 그의 삶의 궤적과 행태로 봐선 그가 욕을 먹는 것도 당연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강기훈씨의 변호인단이 3년째 재심 개시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대법원에 판단을 서둘러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 전민련 사회국 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하자 검찰이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써줬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진위 여부는 물론 운동권의 도덕성을 놓고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다. 강씨는 유서는 김씨 본인의 것이라는 필적감정결과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다. 강씨로선 이념을 위해 남의 생명까지 이용했다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싶을 것이다. 특히 그는 암 투병 중이라고 한다. 대법원의 결정이 서둘러 내려져 명예회복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방사청 “FX사업 10월까지 시험평가…11월 선정 목표”

    방위사업청은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사업 후보사인 록히드마틴, 보잉,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등 3개 업체가 제안서 접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8일 제안서 접수 결과 록히드마틴과 EADS사가 제출 요건인 일부 한글본을 누락시킴에 따라 지난달 20일 실시한 재공고 입찰에 따른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5일 “지난번 접수한 제안서에 록히드마틴 F35A와 EADS 유로파이터의 한글본 누락 부분 및 보잉 F15SE의 보완내용을 추가했다.”며 “철저한 검증과 협상을 통해 국익에 가장 유리한 기종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서 접수가 끝남에 따라 차기전투기 사업은 9일부터 일주일간의 제안서 평가를 거친 후 시험평가에 들어가게 됐다. 방사청은 297개 항목의 제안서 평가를 마치고 이달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시험평가를 실시한다. 시험평가는 자료평가와 실물평가로 이뤄지며 작전운용 성능 등 523개의 세부항목을 검증하게 된다. 방사청은 시험평가에서 전투용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기종의 업체와 기술, 계약조건이나 가격, 절충교역 등을 놓고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11월까지 기종을 선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난 3일 국회 차원에서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부처로서 예산승인을 받았고 사업을 진행하라는 허락을 받은 이상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면서도 “시험평가와 가격협상과정이 남아 있으나 쉽지 않은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이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사업이 차기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유동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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