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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印尼에 부는 ‘K북’ 바람… 전문 번역가부터 키우자

    印尼에 부는 ‘K북’ 바람… 전문 번역가부터 키우자

    “세계 4위의 인구대국으로 대학생을 제외하고 초·중·고교 학생이 5000만명입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중산층이 주목받고 있지요. 이들의 교육열 또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의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교육문화부 카종 마리잘 차관보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학생들의 읽기 습관을 키우기 위해 교육문화부에서는 지난 7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수업시작 전 ‘15분 동안 책읽기’를 시작했다. 읽기 문화가 확산되면 자연히 출판시장은 커질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출판계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만 8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구 2억 5000만명의 나라, 300여 인종이 500여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나라 인도네시아가 침체기에 있는 한국 출판 경제에 활기를 줄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교육시장의 빠른 성장과 한국에 대한 관심 증대로 한국어 교재, 어린이 학습만화,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로 꼽힌다. 김석기 자카르타 한국문화원장은 “우리와 비슷한 정서, 높은 교육열을 지닌 데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해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제작한 교재들, 현지 한국인이 쓴 교재가 있지만 다양하지 않고 품질이 낮아서 한국의 고급 출판물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문화와 한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인도네시아 사람이 1000만명이 넘고 한글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자카르타에만 한글학원이 100여개가 넘는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국립 인도네시아대학 등 3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돼 있으며 지난 해 국립 인도네시아교육대학에 한국어교육과가 신설됐다. 지난 2일부터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인도네시아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대된 한국관에는 연일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관련 서적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의 대학원에서 석사를 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노르소 프앗나(22·삼보르나대 수학과)는 “한국문화원에서 기초를 배운 뒤 사설 학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꾸준히 들어왔고, 좀 더 다양한 교재를 보고 싶어 전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다락원의 정규도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아직 정확히 파악이 안 된 상태지만 인구 규모로만 봐도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영어로 된 한국어교재의 판권 수출과 함께 영어로 된 교재의 직접 수출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락원 출판사는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그룹인 콤파스그라미디어의 출판 자회사 엘렉스미디어를 통해 영어본 한국어 교재를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올해 말 출간 예정이다. 이 출판사는 중국에도 영어본 한국어 교재를 연간 3억원 정도 수출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등록 회원사 중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순정아이북스의 김순정 대표는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 상류층은 인문학과 문학이 살아 있고 중·하류층에선 오락용 코믹 시장이 인기다. 교육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이다. 김 대표는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문화를 충분히 이해하는 인도네시아인이 없고 , 인도네시아어를 잘하고 인도네시아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는 한국인도 없기 때문에 양질의 번역서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콘텐츠를 번역해 출간하려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 번역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자카르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빙하는 흐른다…발길을 홀린다

    빙하는 흐른다…발길을 홀린다

    스위스가 새 여행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스위스 그랜드 투어’다. 스위스 전역을 연결하는 이 루트는 무려 1600여㎞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숨 막히도록 빼어난 자연과 옛사람들이 척박한 땅에 일궈 놓은 삶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그 가운데 비교적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스위스 남녘 곳곳을 훑었다.스위스는 철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다. 어지간한 곳까지 마을버스처럼 기차가 들어간다. 여행지가 어느 산골에 있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한데 풍경은 ‘타이밍의 예술’일 때가 많다. 계절적으로도 그렇고 하루 중에도 그렇다. 반드시 아침이나 저녁에 가야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기차로는 원하는 곳에 제 시간에 닿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미리 가 있어야 하는데, 여러 곳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여행자로서는 불만일 수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자동차와 오토바이다. 스위스의 매력은 도시보다 바깥에 있다. 푸른 초원, 수정 같은 호수,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험산을 찾아 구불구불 알프스의 고갯길을 달려야 제맛이다. 그랜드 투어의 핵심이 여기 있다. 핸들 잡은 운전자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라는 것이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이 올해와 내년을 ‘그랜드 투어의 해’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스위스 그랜드 투어의 총길이는 1643㎞다. 길을 새로 낸 건 아니고 여행자의 일정에 맞도록 스위스관광청에서 동선을 최적화했다. 이 길을 달리면 문화가 전혀 다른 4개 언어권을 지난다. 길 주변에는 44개의 명소가 있고 11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있다. 물론 안전 운전은 필수다. 그림 같은 절경을 보느라 ‘전방 주시 태만’해서는 곤란하니 말이다. 부디 운전대 꽉 잡으시라. 이번 여정에선 로잔을 들머리 삼았다. 취리히에서 곧장 남쪽으로 내달아 오른쪽으로 도는 코스를 돌아 보기로 했다. 이 길의 핵심은 태고의 정적이 흐르는 빙하 따라 걷기와 자연에 깃든 선인들의 체온을 느끼며 걷는 포도밭 하이킹이다. 빙하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자연환경이다. 알레치 빙하를 여정의 가장 앞줄에 세우려는 건 그런 까닭이다. 알레치 빙하의 제원을 먼저 살피자. 길이 22㎞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6만 년 전쯤 생성된 지형이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빙하 아래 가장 깊은 곳은 무려 900m에 달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빙하 트레킹을 즐기다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라도 만나면 어찌 될까. 모골이 송연해진다. 실제로 빙하는 매우 위험한 자연이다. 전망대에서 편하게 감상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알레치 빙하의 무게는 270억t에 달한다고 한다. 이 빙하가 다 녹을 경우 전 세계 인구가 6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의 물이 된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변화로 빙하의 양은 지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진행된 대기오염은 약 30년 뒤부터 빙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대기오염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2100년쯤 알레치 빙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빙하를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빙하 위를 걷는 건 아니고 산정에서 빙하를 따라 내려가는, 이른바 다운 힐을 즐기기 맞춤한 코스다. 길도 험하지 않다. 등산화만 갖춰 신는다면 복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길은 수월해도 둘러친 풍경은 정말 대단하다. 아름답다거나 빼어나다는 수사보다 장엄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들머리는 베트머알프 마을이다. 해발 4000m를 넘나드는 고봉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다. 맹장 아래 약졸 없다던가. 마을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 해발 1950m다. 지리산 천왕봉(1915m)보다 높다. 걸어 오르기는 일정상 어렵고, 아래쪽 베텐 기차역에서 케이블카로 올라야 한다. 알레치 빙하를 굽어볼 수 있는 베트머호른 전망대까지 가려면 다시 리프트를 타야 한다. 등산로는 베트머호른 전망대 옆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빙하의 강을 오른쪽에 두고 비탈길을 내려간다. 부분적으로 암릉 구간이 있긴 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볕은 따스하게 몸을 감싸고, 알프스의 맑은 산소 알갱이는 피부를 간질인다. 눈앞에는 엽서에서나 보던 알프스가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짹짹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천적이 나타났을 때 마멋이 내는 일종의 경계음이다. 마멋은 베트머알프 일대에 서식하는 설치류다. 겨울 동면을 앞두고 부지런히 먹어 둬야 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사람의 발걸음이 꽤 신경 쓰이는 거다. 베트머알프 마을까지는 3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그랜드 투어에선 모두 5개의 이름난 패스(고갯길)를 지난다. 그 가운데 험하고 멀기로 수위를 다투는 고갯길이 푸르카 패스다. 안내판에 적힌 사전적인 설명은 ‘글레치 마을과 안데르마트 마을을 잇는 고갯길’이다. 한데 굳이 목적지를 염두에 두고 찾을 필요는 없다. 푸르카 패스에 가는 것만으로도 운전의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푸르카 패스는 해발 2429m를 지나는 산악 도로다. 그랜드 투어 일정 중 가장 고도가 높다. 영화 007 시리즈 ‘골드핑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형상의 산악 도로를 따라 추격 장면을 찍었다. 발 밑으로는 천길 낭떠러지다. 이런 길이 10㎞ 정도 이어진다. 오르는 내내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차를 세우고 굽어보면 일망무제의 풍경에 또 한번 머리가 아득해진다. 현지 가이드는 푸르카 패스가 기원전부터 있었던 길이라고 했다. 험하고 돌투성이였던 길을 다듬어 1867년 첫 마차가 지나갔고, 1921년엔 차가 처음으로 이 길을 지났다고 한다. 산장 호텔 벨베데르는 쉬어 갈 겸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호텔 주변 도로에 서면 마터호른 등 알프스의 영봉들을 굴비 꿰듯 죄다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푸르카 패스 맞은편은 그림젤 패스(2100m)다. 이 길도 만만찮게 험악하다. 푸르카 패스가 동서를 잇는다면 그림젤 패스는 남북을 연결한다. 길은 여름 시즌에만 운영된다. 우리처럼 ‘제설 작업’ 하며 오르내리는 수준의 길이 아니다. 고개 아래 글레치 마을은 푸르카 패스와 그림젤 패스가 교차하는 작은 산간 마을이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앞으로 론 빙하가 흘렀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와 반비례해 커진 것도 있다. 호수다. 론 빙하가 있던 산자락은 호수가 장악했다. 보기엔 예쁠지 몰라도 호수는 사실 ‘빙하의 눈물’이나 다름없다. 스위스 남부 곳곳을 적시며 흐르는 론 강도 여기서 발원한다. 작은 산간 마을인데도 어김없이 트레일은 조성돼 있다. 정말 ‘하이킹의 천국’답다. 이제 막 강으로서의 일생을 시작하는 우윳빛 론 강을 따라 자박자박 걷는 맛이 각별하다. 한적한 시골 마을 생모리스엔 마을 이름과 같은 수도원이 있다. 1500년 전에 세워진 건물로 추앙받는 선교자들을 위한 장소다. 중세 금세공업자들이 만든 걸작 성물 예술품 등 기독교의 보물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원 정문엔 김대건 신부 등 한국의 순교자 이름도 한글로 적혀 있다. 수도원 중앙의 분수대는 주변 산에서 흘러 오는 맑은 물인 데다 성수로도 알려져 있으니 한 모금 마시고 나오는 것도 좋겠다. 니더발트는 작은 산간 마을이다. 샬레(오두막집) 스타일의 집들이 여태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리츠 계열 호텔의 설립자인 세자르 리츠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글 사진 로잔·시에르(스위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빙하는 흐른다… 발길을 홀린다

    빙하는 흐른다… 발길을 홀린다

    스위스가 새 여행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스위스 그랜드 투어’다. 스위스 전역을 연결하는 이 루트는 무려 1600여㎞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숨 막히도록 빼어난 자연과 옛사람들이 척박한 땅에 일궈 놓은 삶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그 가운데 비교적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스위스 남녘 곳곳을 훑었다. 스위스는 철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다. 어지간한 곳까지 마을버스처럼 기차가 들어간다. 여행지가 어느 산골에 있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한데 풍경은 ‘타이밍의 예술’일 때가 많다. 계절적으로도 그렇고 하루 중에도 그렇다. 반드시 아침이나 저녁에 가야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기차로는 원하는 곳에 제 시간에 닿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미리 가 있어야 하는데, 여러 곳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여행자로서는 불만일 수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자동차와 오토바이다. 스위스의 매력은 도시보다 바깥에 있다. 푸른 초원, 수정 같은 호수,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험산을 찾아 구불구불 알프스의 고갯길을 달려야 제맛이다. 그랜드 투어의 핵심이 여기 있다. 핸들 잡은 운전자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라는 것이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이 올해와 내년을 ‘그랜드 투어의 해’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스위스 그랜드 투어의 총길이는 1643㎞다. 길을 새로 낸 건 아니고 여행자의 일정에 맞도록 스위스관광청에서 동선을 최적화했다. 이 길을 달리면 문화가 전혀 다른 4개 언어권을 지난다. 길 주변에는 44개의 명소가 있고 11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있다. 물론 안전 운전은 필수다. 그림 같은 절경을 보느라 ‘전방 주시 태만’해서는 곤란하니 말이다. 부디 운전대 꽉 잡으시라. 이번 여정에선 로잔을 들머리 삼았다. 취리히에서 곧장 남쪽으로 내달아 오른쪽으로 도는 코스를 돌아 보기로 했다. 이 길의 핵심은 태고의 정적이 흐르는 빙하 따라 걷기와 자연에 깃든 선인들의 체온을 느끼며 걷는 포도밭 하이킹이다. 빙하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자연환경이다. 알레치 빙하를 여정의 가장 앞줄에 세우려는 건 그런 까닭이다. 알레치 빙하의 제원을 먼저 살피자. 길이 22㎞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6만 년 전쯤 생성된 지형이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빙하 아래 가장 깊은 곳은 무려 900m에 달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빙하 트레킹을 즐기다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라도 만나면 어찌 될까. 모골이 송연해진다. 실제로 빙하는 매우 위험한 자연이다. 전망대에서 편하게 감상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알레치 빙하의 무게는 270억t에 달한다고 한다. 이 빙하가 다 녹을 경우 전 세계 인구가 6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의 물이 된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변화로 빙하의 양은 지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진행된 대기오염은 약 30년 뒤부터 빙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대기오염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2100년쯤 알레치 빙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빙하를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빙하 위를 걷는 건 아니고 산정에서 빙하를 따라 내려가는, 이른바 다운 힐을 즐기기 맞춤한 코스다. 길도 험하지 않다. 등산화만 갖춰 신는다면 복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길은 수월해도 둘러친 풍경은 정말 대단하다. 아름답다거나 빼어나다는 수사보다 장엄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들머리는 베트머알프 마을이다. 해발 4000m를 넘나드는 고봉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다. 맹장 아래 약졸 없다던가. 마을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 해발 1950m다. 지리산 천왕봉(1915m)보다 높다. 걸어 오르기는 일정상 어렵고, 아래쪽 베텐 기차역에서 케이블카로 올라야 한다. 알레치 빙하를 굽어볼 수 있는 베트머호른 전망대까지 가려면 다시 리프트를 타야 한다. 등산로는 베트머호른 전망대 옆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빙하의 강을 오른쪽에 두고 비탈길을 내려간다. 부분적으로 암릉 구간이 있긴 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볕은 따스하게 몸을 감싸고, 알프스의 맑은 산소 알갱이는 피부를 간질인다. 눈앞에는 엽서에서나 보던 알프스가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짹짹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다. 천적이 나타났을 때 마멋이 내는 일종의 경계음이다. 마멋은 베트머알프 일대에 서식하는 설치류다. 겨울 동면을 앞두고 부지런히 먹어 둬야 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사람의 발걸음이 꽤 신경 쓰이는 거다. 베트머알프 마을까지는 3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그랜드 투어에선 모두 5개의 이름난 패스(고갯길)를 지난다. 그 가운데 험하고 멀기로 수위를 다투는 고갯길이 푸르카 패스다. 안내판에 적힌 사전적인 설명은 ‘글레치 마을과 안데르마트 마을을 잇는 고갯길’이다. 한데 굳이 목적지를 염두에 두고 찾을 필요는 없다. 푸르카 패스에 가는 것만으로도 운전의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푸르카 패스는 해발 2429m를 지나는 산악 도로다. 그랜드 투어 일정 중 가장 고도가 높다. 영화 007 시리즈 ‘골드핑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형상의 산악 도로를 따라 추격 장면을 찍었다. 발 밑으로는 천길 낭떠러지다. 이런 길이 10㎞ 정도 이어진다. 오르는 내내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차를 세우고 굽어보면 일망무제의 풍경에 또 한번 머리가 아득해진다. 현지 가이드는 푸르카 패스가 기원전부터 있었던 길이라고 했다. 험하고 돌투성이였던 길을 다듬어 1867년 첫 마차가 지나갔고, 1921년엔 차가 처음으로 이 길을 지났다고 한다. 산장 호텔 벨베데르는 쉬어 갈 겸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호텔 주변 도로에 서면 마터호른 등 알프스의 영봉들을 굴비 꿰듯 죄다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푸르카 패스 맞은편은 그림젤 패스(2100m)다. 이 길도 만만찮게 험악하다. 푸르카 패스가 동서를 잇는다면 그림젤 패스는 남북을 연결한다. 길은 여름 시즌에만 운영된다. 우리처럼 ‘제설 작업’ 하며 오르내리는 수준의 길이 아니다. 고개 아래 글레치 마을은 푸르카 패스와 그림젤 패스가 교차하는 작은 산간 마을이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앞으로 론 빙하가 흘렀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와 반비례해 커진 것도 있다. 호수다. 론 빙하가 있던 산자락은 호수가 장악했다. 보기엔 예쁠지 몰라도 호수는 사실 ‘빙하의 눈물’이나 다름없다. 스위스 남부 곳곳을 적시며 흐르는 론 강도 여기서 발원한다. 작은 산간 마을인데도 어김없이 트레일은 조성돼 있다. 정말 ‘하이킹의 천국’답다. 이제 막 강으로서의 일생을 시작하는 우윳빛 론 강을 따라 자박자박 걷는 맛이 각별하다. 한적한 시골 마을 생모리스엔 마을 이름과 같은 수도원이 있다. 1500년 전에 세워진 건물로 추앙받는 선교자들을 위한 장소다. 중세 금세공업자들이 만든 걸작 성물 예술품 등 기독교의 보물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원 정문엔 김대건 신부 등 한국의 순교자 이름도 한글로 적혀 있다. 수도원 중앙의 분수대는 주변 산에서 흘러 오는 맑은 물인 데다 성수로도 알려져 있으니 한 모금 마시고 나오는 것도 좋겠다. 니더발트는 작은 산간 마을이다. 샬레(오두막집) 스타일의 집들이 여태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리츠 계열 호텔의 설립자인 세자르 리츠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글 사진 로잔·시에르(스위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015 공직박람회] 문화콘텐츠 인재·창업 인큐베이팅… 글로벌 마케팅 판로 개척

    [2015 공직박람회] 문화콘텐츠 인재·창업 인큐베이팅… 글로벌 마케팅 판로 개척

    #1. 당신은 20대 청춘이다. 지난달 두 편의 영화를 봤다. 1000만 영화 한 편과 독립다큐영화였다. 또 몇 년 전 처음 접한 뒤 꼬박 두 달에 한 편 이상씩은 보고 있는 소극장 연극의 기억이 있다. 막간 암전 때 어슴푸레 보이는 무대 위 형광색 스티커조차 친숙하다. 다음주 친구와 함께 대학로 소극장을 찾아 배우들의 가쁜 숨소리를 다시 들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토요일 오후엔 인사동 미술 전시회를 차분히 둘러본 뒤 집에 돌아와 다음달 초 열리는 한류 가수 A의 콘서트 공연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용돈은 빠듯하기만 한데 보고 싶은 영화, 공연, 책 등은 너무 많다. 따지고 보니 문화예술생활을 즐기는데 한 달 평균 5만 8000원 정도 썼다. 올 초 서울문화재단의 문화향유실태조사 통계에 근거해 재구성한 내용이다. #2. 당신은 문화콘텐츠기획과 관련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무려 18년간 한류 공연의 원조가 된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못지않은 공연기획안을 마련 중이다. YG, SM, JYP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려 케이팝과 한류 대중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주머니 속에는 여기저기서 손 벌려가며 빌린 돈 얼마가 고작이다. 당장 사무실 얻을 돈도 충분치 않다. 게다가 기발한 기획안을 만들었다 해도 그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뭔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당신의 삶에 필요한 이유들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들이 당신을 위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아니면 당신이 직접 당신과 같은 국민을 위해 해야할 일이거나. 문화는 이제 일상 속에서 남는 시간을 때우는 단순한 여가 생활의 차원을 넘어섰다. 인간다운 삶의 질을 담보하는 ‘문화 복지’로서 접근이 모색되고 있다. 재화가 한정된 국내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부터 강조했듯 ‘문화콘텐츠는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소프트파워는 교육, 학문, 예술, 과학, 기술 등의 이성적, 감성적, 창조적 분야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문화융성’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다. 올초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아카데미, 문화창조벤처단지, 케이팝상설공연장 등으로 이어지는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소프트파워로서 문화가 갖고 있는 산업진흥의 측면을 극대화한 부분이다. 문화콘텐츠 관련 인재들을 교육하고, 제반 창업 관련 내용을 인큐베이팅하고, 생산된 문화콘텐츠 결과물을 국내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마케팅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8000~9000원 하는 영화를 5000원에 볼 수 있고,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 티켓을 최대 50%까지 할인해서 살 수 있다. 미술관·박물관 등도 무료 또는 할인받아 입장할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시민은 있어도, 한 번만 참여한 시민은 없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지난해 19.0%에 불과하던 인지도는 1년 남짓 사이 40.2%로 껑충 뛰었고, 참여하는 기업도 19개에서 47개로 늘었다. 단지 참여프로그램이 883개에서 1853개(2015년 7월)로 늘어서만은 아니다. 80%에 이르는 만족도와 96.5%의 재참여 의향 등 긍정적 평가의 결과물이다. 문체부는 기업, 학교 등이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확대·운영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날 플러스(+)’로 제도를 확대했다. 문체부의 업무 영역은 넓고 방대하다. 문화뿐만 아니라 체육, 관광, 종교, 미디어, 국민소통 등 어느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분야를 맡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예술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고등학교, 전통예술중·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국어원, 국립한글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해외문화홍보원, 국립국악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중앙극장,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정책방송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는 소속기관들을 두고 있다. 매년 5~9급 공개경쟁채용을 통해 20명 남짓, 경력경쟁채용으로 50~100명 정도의 신임 공무원이 문체부에 배치된다(표 참조). 인사혁신처가 맞춤형 부처 배치를 시작하면서 그전에 뜨거웠던 문체부 지원 열기는 상대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여전히 1~3지망을 받고 있지만, 합격자들이 해당 부처의 구체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아예 지망하지 않는 등 현실적으로 자체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5급, 7급, 9급 일반행정직 모두 필기 60%, 어학성적 30%, 자기소개서 10%의 배점 기준을 갖고 있다. 특히 지원 부처의 배속 가능 여부는 어학성적에서 많이 갈리게 된다. 상·중·하로 나눠 30점·24점·18점을 준다. 예컨대 토플의 경우 590점 이상은 상, 530점 이상은 중, 그 아래는 하가 된다. 토익은 870점 이상은 상, 700점 이상은 중, 그 아래는 하다. 어학점수가 ‘하’에 해당하거나 없다면 ‘상’과 비교해서 12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무리 문체부 근무를 원하더라도 쉽지 않게 된다. 다만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의 어학성적에 대한 기준치는 없다. 일부 참고는 되지만 부처 배치의 당락을 결정 짓는 기준이 없다. 기술직은 자기소개서와 자격증으로 합격자의 부처 배치를 가른다. 문체부 정책홍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지난해 공직박람회를 찾았던 이들을 보면 주로 고등학생부터 20대 대학생까지 다양했는데, 문체부의 업무와 기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넓고 다양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는 분위기였다”면서 “이번 공직채용박람회를 통해 국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문체부의 역할에 대한 공무원준비생들의 이해가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3~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5 공직채용박람회’ 때 정책브리핑 사이트(www.korea.kr)에 미리 접속한 뒤 문체부 부스를 방문하면 컵, 책, 문구류, USB 등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韓中 정상회담] 첨밀밀·아리랑 들으며 시진핑 “함께 장작 모으면 불 커진다”

    [韓中 정상회담] 첨밀밀·아리랑 들으며 시진핑 “함께 장작 모으면 불 커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년 지기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했다. 연한 하늘색 상의에 남색 바지를 입고 베이징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화사한 분홍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로 갈아입었다. 두 정상은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대청으로 함께 걸어가면서도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 주석이 두 손으로 큰 동작을 그리며 뭔가를 설명하자 박 대통령이 파안대소했다. 2일 정상회담에는 시 주석의 핵심 브레인이 모두 배석했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오른팔’ 왕후닝((王滬寧) 당 중앙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앉았다. ‘은둔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은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에 이어 시 주석까지 3대에 걸쳐 ‘책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해상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관장하는 ‘업무영도소조’의 조장을 맡았다. 시 주석 왼쪽에는 ‘왼팔’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이 앉았다. 리 주임은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으로 늘 그림자 수행을 한다. 두 사람 옆에 각각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오른쪽으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이 앉았고 왼쪽으로 김장수 주중대사, 김성우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시 주석은 “한국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중국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 장작을 모으면 불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고 하면서 ‘함께’를 특별히 강조했다. “한·중 양국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싸웠다. 마침내 두 민족은 목숨 걸고 맞서 싸워 해방을 이뤄 냈다”고 하는 식이다. 6번째 정상회담은 짧은 시간에도 평소보다 대화의 양을 늘리는 등 압축적이고도 긴밀하게 이뤄졌다. 통상적인 순차통역이 아닌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이 이뤄진 34분 동안 아주 많은 정보가 왔다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순차통역으로 치면 1시간 넘는 회담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만을 특별하게 배려한 뒤이은 오찬도 정상회담의 연속이었다. 1시간 4분 동안 진행된 오찬에서 중국은 중앙민족가무단이 두 나라의 노래를 번갈아 연주하면서 양국 간 문화적 유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첫 번째 곡은 지난해 7월 시 주석 내외가 방한했을 때 연주했던 시 주석의 부인이자 유명 가수 출신인 펑리위안(彭麗媛)의 대표곡 ‘희망의 들판에서’였다. 다음 곡으로 우리의 ‘아리랑’과 ‘첨밀밀’,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 ‘당신에게 장미 한 송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제곡, ‘야래향’(중국곡), 박 대통령의 애창곡인 거북이의 ‘빙고’ 등이 이어졌다. 오찬은 정상회담과 달리 순차통역으로 진행됐다. 오찬에는 식전 냉채, 연밥백합탕, 대파해삼찜, 꽃등심 스테이크, 황금 죽순과 아스파라거스, 레몬향 대구롤, 딤섬 등이 메뉴로 나왔다. 또 ‘중국의 보르도’(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 항구도시)로 불리는 화베이(華北) 지역에서 생산된 레드·화이트 와인이 각각 곁들여졌다. 오찬 메뉴판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으며 박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이심전심 무신불립’(以心傳心 無信不立), 시 주석 사진 밑에는 ‘번영창조 미래개척’(繁榮創造 未來開拓)이라는 글귀가 한글과 한자로 적혀 있었다. 무신불립은 시 주석이 지난해 7월 방한 당시에도 사용한 표현으로, 시 주석은 당시 언론 기고문을 통해 선린우호(善隣友好) 견지 및 상호 신뢰 증진을 제안한 뒤 논어에 등장하는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란 성어를 소개하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 발언 내용이 오역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먼저 번역한 정상회담 모두발언 자료에는 시 주석이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우리 대사관의 최종 번역 자료에선 해당 발언이 아예 빠졌다. 정상회담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고 서둘러 번역 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 발언이 과도하게 의역됐던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번역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베이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70세에 깨우친 한글, 행복한 시인을 낳다

    70세에 깨우친 한글, 행복한 시인을 낳다

    ‘눈을 비벼도 보이지 않고/ 크게 소리 질러도 울리지 않고/ 어깨를 펴도 더욱 오그라들고/ 그냥 코딱지만 했었다/ …나는/ 꿈을 꾸는/ 행복한 배추흰나비.’(백복순 할머니의 시 ‘배추흰나비’) 올해 70세인 백복순 할머니는 평생 한글을 몰랐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정류장을 알 수 없어 다른 승객에게 항상 “몇 정거장 지나서 내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깜빡 손가락 꼽는 것을 놓치면 하차역을 놓치는 탓에 자리를 양보해도 꼭 출입구 앞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올 3월 한글교실 문을 두드렸다. 금천구 성인문해교실이다. 그는 “세상에 글 모르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가보니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노래를 좋아한 백 할머니는 글을 배우자 시를 쓰기 시작했다. 70년을 살았는데 한글을 알고 나니 새롭고 각별한 세상이 시의 소재다. “차곡차곡 시를 쓰다 보니 시인 같다고 칭찬도 많이 해줬다”고 그는 수줍게 웃었다. 얼마 전 큰 상을 받았다. 금천구는 백 할머니가 ‘2015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고 1일 밝혔다. ‘배추흰나비’다. 구 관계자는 “전국 5658개 출품작 중 선정된 작품이라 의미가 있다”면서 “할머니가 한글을 알고 애벌레에서 배추흰나비가 된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성인문해 학습자들이 꿈을 이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서경덕 교수 ‘윤동주 동영상‘ 전 세계 배포

    서경덕 교수 ‘윤동주 동영상‘ 전 세계 배포

    “지식인으로서 독립에 대한 열망과 고뇌, 자기성찰을 시로 승화시킨 민족시인 윤동주의 삶을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1일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 제4탄 ‘윤동주’ 편을 유튜브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인도하면 간디, 미국하면 링컨처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영웅들이 존재한다. 그런 영웅들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바꿔 놓듯이 우리 영웅들도 전 세계에 널리 홍보하고자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8분 분량의 이번 동영상은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 및 대표 시를 통한 문학 정신 소개와 항일 저항시인으로서의 삶을 조명해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제작했다. 현재 영어 동영상은 유튜브뿐만이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이집트, 중국 등 대륙별 주요 30개국을 선정해 각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포털 사이트 및 동영상 사이트에 동시에 게재해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 교수가 기획한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는 지난 2월 제1탄 안중근 의사를 시작으로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윤종신과 김윤진, 송일국 등 스타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에 이어 이번에는 배우 문정희가 내레이션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이에 문정희는 “윤동주 시인을 영어 동영상으로 외국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영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영웅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뒀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서 교수와 동영상 제작 후원을 하는 메가스터디는 앞으로 10편까지 이번 영웅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며 CD세트로도 제작해 전 세계 한글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사진 영상=서경덕 교수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 ‘윤동주’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 ‘윤동주’

    올해 광복 70년을 맞아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배우 문정희가 의기투합해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 제4탄 ’윤동주’편을 유튜브에 공개했다고 1일 밝혔다.8분 분량의 이번 동영상은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 및 대표 시를 통한 문학정신 소개와 항일 저항시인으로서의 삶 조명 등을 엮어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제작했다. 이번 영상을 기획한 서 교수는 “인도하면 간디, 미국하면 링컨처럼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영웅들이 존재한다. 그런 영웅들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바꿔 놓듯이 우리의 영웅들도 전 세계에 널리 홍보하고자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서 교수는 “올해는 광복 70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이다. 지식인으로서 독립에 대한 열망과 고뇌, 자기성찰을 시로 승화시킨 민족 시인 윤동주의 삶을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어 동영상은 유튜브 뿐만이 아니라 미국,프랑스,이집트,중국 등 대륙별 주요 30개국을 선정하여 각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포털 사이트 및 동영상 사이트에 동시에 올려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 영상에 내레이션을 재능기부 한 배우 문정희는 “윤동주 영어 동영상을 통해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영상을 통해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영웅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녹음했다”고 전했다. 현재 윤동주 시인까지 4탄째 공개한 ‘한국인이 알아야 할 영웅 이야기’는 제1탄 안중근 의사를 시작으로 유관순 열사 및 윤봉길 의사도 집중 조명했으며 특히 윤종신,김윤진,송일국 등 스타들의 참여로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편 서 교수와 동영상 제작 후원을 하고 있는 메가스터디는 향후 제10탄까지 이번 영웅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 할 계획이며 CD세트로도 제작하여 전 세계 한글학교에도 보낼 예정이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세종마을’

    [서울 핫 플레이스] ‘세종마을’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다. 쉴 새 없이 변화한다. 새 건축이 들어서 명소가 된 DDP가 있는가 하면, 조선의 500년 역사를 품고 있어서 입소문이 나는 곳도 있다. 이대역과 신촌역처럼 높은 임대료로 사람이 떠난 거리도 있고, 문화예술인들이 몰려 살며 새로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25개 자치구는 ‘우리 동네 핫플레이스’를 발굴해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신들! 우리들! 어디로 가고 싶은가? ●경복궁 서쪽에 있어 서촌이라구요? ‘세종마을’이에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 볼거리도 많고 힐링도 할 수 있는 곳 없을까. “에이~ 서울이 다 거기서 거기지. 그런 데가 어디 있어”라고 대부분이 답할 것이다.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에 오감을 만족시키는 ‘핫플레이스’가 숨겨져 있다. 만남을 시작한 연인,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를 꿈꾸는 직장인, 여유를 느끼며 조용히 걷고 싶은 중년 부부 등 모두에게 추천할 곳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세종마을’이다. 세종마을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태종으로 등극하기 전 왕자에 불과했던 이방원이 경복궁 주변에서 살던 1397년 셋째 아들을 얻었으니 세종이다. 흔히 경복궁 동편을 ‘북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서촌’이라 부르는 지역이다. 서울시에서도 서촌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나 경복궁을 기준으로 서쪽 지역을 ‘서촌’이라고 부른다면, 그 반대편인 북촌은 ‘동촌’이라 칭해야 맞다고 종로구의 역사학자들은 반박한다. 즉 조선시대 사대문 안에 형성된 마을의 이름은 경복궁 기준이 아니라, ‘도시 방위(方位)’를 기준으로 이름을 붙여야 하니, 경복궁을 기준으로 ‘서촌’이라 부르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세종마을’은 2011년 5월에 종로구가 이름 붙였다. ‘세종마을’이든 ‘서촌’이든 이곳에 조선의 역사와 전설 같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서시 읊고… ‘청운문학 도서관’ 한옥 방에 누워 마음의 양식 쌓고… 세종마을에는 항일 시인 윤동주의 숨결이 있다. 집결지는 ‘윤동주 문학관’이다. 고인의 육필 원고와 시집 등 133점을 전시하고 있다. 문학관 건물은 원래 수도가압장이었다. 흉물에 가까웠지만,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2012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입구에서 보면 평범한 현대식 건물처럼 보이지만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놀라운 공간의 미학을 보게 된다. 2전시실은 천장이 하늘로 열려 있다. 뻥 뚫린 천장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한 시인의 삶을 더듬어보게 한다. ‘열린 우물’이라고 불린다. 3전시실은 윤동주 시인이 갇혔던 후쿠오카 형무소를 재현했다.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에 작은 나무의자 몇 개가 놓여 있다. 답답하다. 그러나 곧 벽면에 이내 감동적인 영상이 나타난다. ‘서시’를 시작으로 한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다. 매 시간 네 차례씩 상영된다. 문학관 뒤편에는 ‘시인의 언덕’도 있어 잔디밭에 앉아 공연 등을 볼 수 있다. 문학관을 나와 담쟁이넝쿨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면 고즈넉한 기와집들이 눈에 띈다. 생각지 못한 명칭에 놀란다. ‘청운문학 도서관’. 지하 1층에서 책을 빌려 올라와, 한옥 방에 앉거나 누워 볼 수 있다. 만여 권의 책이 있다. 방문을 열면 산이 보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다리 쭉 뻗고 책을 읽노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담장에는 사연이 있다. ‘돈의동 뉴타운’이 들어서며 철거한 한옥에서 3000여 장의 기와를 가져와 쌓았다. 근처 전통문화 체험공간 ‘무계원’도 서울시 등록 음식점 1호였던 ‘오진암’에서 목재와 돌들을 가져와 건물을 복원했다고 한다. 담장은 새것이지만 100년쯤 된 역사를 품은 것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눈앞에… 인왕산 ‘수성동 계곡’서 사진 한장 찰칵 무계원까지 돌아보고 나면 인왕산 자락길에 ‘수성동 계곡’이 나온다. 물소리가 아름다워 수성동이다. 조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이곳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배산임수, 뒤로는 산, 앞으로는 계곡이란 풍수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정선의 작품 중 ‘수성동’을 구현하려고 일부러 그림과 같은 위치에 돌다리도 조성해 놨다. 인왕제색도와 똑같은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다. 경주에만 석굴암이 있을쏘냐. 인왕산에도 ‘석굴암’이 있다. 잠시 인왕산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인왕산 자락 바위 밑에 터를 잡은 작은 암자지만, 바로 앞에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실제로 석굴 속에 부처가 있고 바로 앞 작은 연못에 연꽃도 피어 있다. 850m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므로 하이힐 산책은 금물이다. ●윤동주 하숙집터·이상의 집으로 이어지는 골목들 속 보물찾기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통인시장 인근이 제격이다. 수성동 계곡을 뒤로하고 통인시장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른편에 ‘윤동주 하숙집 터’가 있다. 담벼락에 붙은 안내판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하숙집에서 연희전문대를 걸어서 통학하던 윤 시인의 고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골목 왼편에는 구립 ‘박노수 미술관’이 있다. 박노수 화백은 간결한 운필, 파격적인 구도와 채색으로 한국 미술계의 거장으로 불린다. 배우 이민정씨의 외할아버지로도 잘 알려졌다. 미술관은 박 화백이 실제로 거주하던 자택을 활용해 만들어 작품전은 물론, 생전의 작업실과 그가 아끼던 수석 정원 등을 볼 수 있다. 통인시장을 마주하고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상의 집’이 나온다. 시인 이상의 집터를 활용해 카페 겸 전시공간을 만든 것으로 통유리로 세운 깔끔한 건축이 특징이다. 한글 간판은 지난해 서울시 간판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 앞에는 6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대오서점’이 있다. 지난해 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해 인증서가 붙어 있다. 안에 들어가면 잠시 둘러보는 것만도 2500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골목 끝 대로변에는 영화 ‘수상한 그녀’의 촬영지가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젊은 시절로 되돌려준 사진관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청운반점이라는 중국음식점이다. 이 인근에는 중요한 역사적 포인트 지점이 있다. ‘세종대왕 나신 곳’이라는 표지석이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에서 1980년대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마을 이름의 의미를 떠올리며 눈도장 한 번씩 찍고 가자.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세종마을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명물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세종마을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가 있다. 50여년 전 연탄불에 떡을 구워 10원에 4개씩 팔던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할머니가 불판에 기름을 둘러 비법 양념을 버무린 떡볶이를 달달 볶아 준다. 처음 먹자마자 놀랄만한 맛은 아니다. 뒤늦게 배꼽 잡고 웃는 개그처럼, 집에 가면 생각나는 게 기름 떡볶이의 매력이다. 아들에게 비법을 전수하며 3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정할머니네’는 떡볶이를 시키면 깻잎전도 얹어 준다. 여러 집 중 어느 집이 더 맛있나 비교해 먹어볼 만하다. 통인시장 먹거리 탐방의 재미를 더해 주는 건 ‘도시락 카페’다. 엽전을 구입한 뒤 시장을 돌며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와 먹어 인기가 많다. 조용히 맛을 지켜가는 작은 가게도 있다. ‘요기요 김밥’이다. 주인 할머니는 과거 청와대에서 13년간 주방 보조로 음식을 하던 분이다. 메뉴는 김밥 하나다. 햄 대신 싱싱한 야채와 큼지막한 계란부침이 들어간다. 정성스런 손맛의 김밥에, 직접 담가 판매하는 식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청와대 하면 또 유명한 곳이 있다. 통인시장 입구에는 청와대에 납품하는 빵집으로 알려진 ‘효자 베이커리’가 있다. 인기 있는 빵들을 1~5등까지 순위를 붙여 처음 온 손님에게 시식을 권유한다. 식당에 앉아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싶다면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가면 된다. 통인시장에 전통의 손맛을 이어가는 노익장들이 있다면, 이곳은 요즘 씩씩한 청년 장사꾼들이 터를 잡고 있다. 감자집과 꼬치집이 대표적이다. 젊고 싹싹한 청년들이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며 거리시식도 선보인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걸쭉한 입담으로도 인기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제각’·‘궁박’ 등 어려운 한자·일본식 표현 민법서 사라진다

    ‘제각’·‘궁박’ 등 어려운 한자·일본식 표현 민법서 사라진다

    ‘최고’(催告·촉구), ‘제각’(除却·제거) 등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어 표현들이 민법 조항에서 싹 사라진다. 민법은 국민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기본법인데도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민법의 주요 용어 133개와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등 조문 1057곳을 정비한 민법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최고’ 등을 비롯해 ‘궁박’(窮迫·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요(要)하지 아니한다’(필요하지 않다), ‘비치(備置)하여야’(갖춰 두어야) 등 일본식 표현을 바로잡았다. 넓이 단위인 ‘정보’와 ‘평’도 제곱미터(㎡)로 통일했다. ‘몽리자’(蒙利者·이용자), ‘구거’(溝渠·도랑), ‘언’(堰·둑), ‘후폐(朽廢)한’(낡아서 쓸모없게 된)’,‘해태(懈怠)한’(게을리 한) ,‘인지’(隣地·이웃 토지)’ 등 일상에서 거의 쓰지 않는 한자어도 개선했다. ‘상당한’(적절한), ‘이의를 보류한 때에’(이의를 단 경우에는)처럼 뜻이 불분명하거나 ‘표의자’(의사표시자), ‘복임권’(복대리인 선임권)처럼 지나치게 축약된 용어도 쉽게 쓰기로 했다. 남성 중심적 표현인 ‘친생자’와 ‘양자’를 ‘친생자녀’와 ‘양자녀’로 바로잡고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는 ‘소가 취하, 각하되거나 청구가 기각된 경우’로 정확하게 바꿨다. 새 민법은 원칙적으로 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했지만 ‘추인’(追認), ‘소급’(遡及), ‘부종성’(不從性)처럼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한자를 함께 적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600자는 알아야” vs “국어기본법 어겨”

    교육부가 2018년부터 3학년 이상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등의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지지 단체와 반대 단체의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 속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은 24일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주최한 ‘초등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적정 한자 수는 300~600자”라며 “한자 관련 사교육이 유발되지 않도록 평가를 하지 않는 방안 등 별도 지침 마련을 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진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초등 교과서의 한자 병기 방식은 ▲본문 한자어 옆 괄호 속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날개나 각주에 한자어의 한자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 ▲각 단원 끝에 주요 학습개념을 제시하면서 그 개념이 어떤 한자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 등 4가지다. 하지만 한글단체 추천 토론자로 나온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교육부가 국가·사회적 요구가 아닌 한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가 정한 초중등교육법과 국어기본법까지 어겨 가며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희정 서울 유현초등학교 교사도 “한자를 병기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교사들은 초등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이유로 학생의 학습 부담(39.2%), 충분히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시간 확보 어려움(29.5%)을 꼽았다”고 지적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이사장은 “교육부 정책은 ‘한자교육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초등 한자교육 강화정책’”이라며 “초등학생에게 쏠려 있는 사교육 유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는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단상 앞에서 시위하면서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됐다. 방청석에서는 한자 병기를 지지하는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한자교육으로 국가 경쟁력 고취하자’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한자 병기를 주장했다. 앞서 공청회장 앞에서는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관계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공청회 진행 중에도 방청석에서 양측 관계자들의 욕설이 섞인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편 교육부는 위원회가 의견 수렴 뒤 제시할 방안을 토대로 다음달 초등학교의 한자 활성화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600자는 알아야” vs “국어기본법 어겨”

    교육부가 2018년부터 3학년 이상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등의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지지 단체와 반대 단체의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 속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은 24일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주최한 ‘초등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적정 한자 수는 300~600자”라며 “한자 관련 사교육이 유발되지 않도록 평가를 하지 않는 방안 등 별도 지침 마련을 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진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초등 교과서의 한자 병기 방식은 ▲본문 한자어 옆 괄호 속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날개나 각주에 한자어의 한자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 ▲각 단원 끝에 주요 학습개념을 제시하면서 그 개념이 어떤 한자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 등 4가지다. 하지만 한글단체 추천 토론자로 나온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교육부가 국가·사회적 요구가 아닌 한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가 정한 초중등교육법과 국어기본법까지 어겨 가며 한자교육 활성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희정 서울 유현초등학교 교사도 “한자를 병기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학습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교사들은 초등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이유로 학생의 학습 부담(39.2%), 충분히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시간 확보 어려움(29.5%)을 꼽았다”고 지적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이사장은 “교육부 정책은 ‘한자교육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초등 한자교육 강화정책’”이라며 “초등학생에게 쏠려 있는 사교육 유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는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단상 앞에서 시위하면서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됐다. 방청석에서는 한자 병기를 지지하는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관계자들이 ‘한자교육으로 국가 경쟁력 고취하자’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한자 병기를 주장했다. 앞서 공청회장 앞에서는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관계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공청회 진행 중에도 방청석에서 양측 관계자들의 욕설이 섞인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편 교육부는 위원회가 의견 수렴 뒤 제시할 방안을 토대로 다음달 초등학교의 한자 활성화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박현갑의 시사 궁금증 풀이 3] 초등학생 한자교육 어디까지?

    [박현갑의 시사 궁금증 풀이 3] 초등학생 한자교육 어디까지?

    교육부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자교육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 ‘2015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서 인문-사회적 소양 함양을 위해 한자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24일에는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초등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도 열었다. 정부는 이날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다음 달 초등학교의 한자 활성화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입장과 현 실태, 바람직한 활성화 방식을 짚어본다. ●”우리말 이해 능력 떨어져”vs”독해 능력 세계 1~2위” 교육부는 이날 한자교육 공청회 자료를 통해 한자교육 필요성으로 어휘의 의미명료화로 학생들의 국어능력 향상과 함께 한자교육 부족으로 인한 우리말 이해 능력 부족, 부정확한 맞춤법 표기, 한자 문화권 국가 간의 이해와 교류 증진의 어려움도 들고 있다. 한글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한자 병기에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을 늘리고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등교사 1000명 중 65.9%가 한자병기를 반대한다는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발표자료도 있었다. 독해의 측면에서 볼 때 낱말은 문맥 속에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자 표기 및 한자 지식이 초등학생들의 읽기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게 반론의 근거다. 한글 전용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문ㆍ독해력)이 낮으니 한자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제 학업성취도 수치를 근거로 근거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한국의 15살 독해력은 세계 1~2위이고, 국제성인역량평가에서도 한국 16~24살 독해력은 22개 회원국 중 3위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55~65살 읽기 능력은 20위이니 독해력이 낮은 층은 한글전용 세대가 아니라 한자(병기) 세대라는 것이다. 반면 국립국어원에서 낸 2010년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에서는 바람직한 한자교육 실시 시기에 대해 초등학교부터라는 응답이 68.5%로 나올 정도로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긍정적이다. 또 지난해 강현석의 학교현장, 국가 사회적 요구사항 조사연구에서는 초중고 교사의 77.5%와 학부모 83%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왔다. ●국어기본법에는 한글표기가 원칙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되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한글 중심이 원칙인 것이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에는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와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新造語)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한자를 병기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현행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는 교과서의 한자표기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범교과 학습 주제로 포함하면서 부터이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 한자 병기지침의 근거라 할 수 있는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을 2011년 9월에 마련했다. 이 기준의 ‘공통 편찬상의 유의점’ 에는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문자를 병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유의점 조항은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교육부가 국어기본법과 시행령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은 거의 다 한자를 배우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5930개교의 98%인 5809개교에서 한자교육을 하고 있다. 한자병기가 된 초등학교 교과서로는 초등 3학년에서 6학년의 도덕 사회 수학교과서가 있다. (표 참고) 국어는 한자병기가 안되어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의 이상수 교육연구관은 “한글 표기 뒤에 괄호를 넣고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필자들이 하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나 아침활동이나 점심 시간, 교과시간을 연계해 이뤄지고 있다. 한편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중·고교의 경우, 중학교에서는 거의 다 한문을 선택하고 있으며 고교에서는 차이가 난다. ●몇 학년, 어느 교과에 적용하나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표기 보완방침을 분명히 밝힌 이상, 병행시 어떤 식으로 한자교육이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현재까지의 운용실태 등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도덕교과의 경우, 현재도 초등 3, 4학년 교과서에도 한자가 일부 병기되어 있으나 한글 관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자교육 실시에 대한 거부감이 거센만큼 고학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표기방식과 적정 한자수는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한국교원대 공청회에서 밝힌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방식 대안은 이렇다. 본문 안 한자어 옆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날개나 각주에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 단원 말미에 주요 학습을 제시하면서 한자를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 등이다. 적정 한자수에 대해서는 300자~600자를 제시하고 있다. 한자교육 실시를 선호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일선 교사는 300자 이하, 학부모는 300~450자, 관련 단체의 연구자는 600자 내외 주장을 하고 있다. 참고로 중학교에서 권장하는 한자 수는 900자이며 고교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900자를 제외한 900자를 배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중고교과정을 통해 총 1800자를 학습하는 셈이다. 한자를 가르친다 하더라도 초등학교시험에서는 출제하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가 지난 4월 중순 밝힌 설명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자 기준으로 검토하되, 학교 시험 등에 출제하지 않도록 명시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한글 표기를 기본 전제로 해야 한자어가 우리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이지만 한글이라는 우리 문자가 있는 만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것은 교과서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글로 표기하도록 필진들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남침’이라는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해 남한이 북한을 침입했다는 황당무계한 학생들의 설문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남침 대신 ‘북한이 쳐들어왔다’로 하면 표기하면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않나.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김진숙 연구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 연구원은 “‘즐문토기(櫛文土器)’를 ‘빗살무늬토기’로 바꾼 것과 같이 한자어로 되었으되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아 교과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한자어 교과 개념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이 교과 교육계에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교육부는 한자 문화권 국가간의 교류증진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자교육 부족을 들고 있으나 여기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같은 한자어 문화권이라도 한·중·일마다 의미는 다르게 사용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북경’(北京)이라는 단어를 두고 중국에서는 베이징으로, 우리는 북경으로 읽는다. ‘선생’(先生)도 우리는 선생, 일본은 센세라고 읽을 뿐이다. 우리말 기차도 중국에서 자동차이며 중국에서 말하는 기차는 화차(火車)다. 학장(學長)이라는 의미도 우리는 대학교의 단과대의 책임자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학교의 남자선배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선배는 중국에서는 죽은 앞세대 사람을 말한다. ●외래어 표기개선은 나아가 한자 병기뿐만 아니라 영어와 외래어 표기에 대해서도 고민할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영어교육 덕분인지 우리말 감탄사 ‘와!’보다 영어식 표기인 ‘와우!’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인터넷 사용의 일상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로 콘텐츠, 블로그, 이모티콘, 포스트 잇, 웰빙 등의 신종 외래어도 우리 언어생활에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이를 우리말로 바꿀 것인지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통영서 개최

    여성가족부가 주최하는 ‘제15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가 경남 통영시 국제음악당에서 33개국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28일 개최된다.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코리아 70년, 한인 여성과 함께 열어갑니다’를 주제로 광복 후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한인 여성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를 점검한다. 오는 26일 열리는 개회식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축사하며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새 시대·새 희망을 여는 화합과 소통의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1930년대 10대 소녀로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오희옥 지사가 대담자로 참석해 여성 항일 독립운동가의 삶 등을 밝히는 특별세션이 진행된다. 이 세션에는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과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시집을 지은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이 각각 좌장과 발표자로 참석한다. 특별세션 후에는 소통·화합, 역사, 양성평등, 문화, 복지 등 5가지 소주제별로 토론하는 글로벌여성리더포럼이 진행된다. 소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글로벌여성리더포럼은 올해 처음 신설됐다. 행사 2일차인 27일에는 소그룹 형태로 모여 국내외 여성이 교류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프랑스 오페라한글학교 교감으로 재외동포 2세에 한국어를 지도하고 있는 유승희 씨, 태국에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로 활동하는 홍지희 씨 등이 참가해 자신의 성공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또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 국적인 팜티느아 씨는 한·베트남가족협회 여성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28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 진행된다. 이번 행사의 부대행사로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사진 50여점과 일본군 위안부 주제의 평화나눔콘서트 ‘2015 합창’ 수상작 등이 전시된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는 2001년 여성부 출범과 함께 재외 한인 여성의 정체성을 높이고 국내외 한인 여성 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영화보러 갈까

    ”박물관에서 영화를” 서울역사박물관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로 상영한다고 21일 밝혔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목소리로 장면을 설명해주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자막을 넣어 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영화다. 이번 영화 해설에는 배우 정겨운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영화 관람을 원하는 시민은 박물관 1층 대강당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선착순 입장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 엄마·자녀 함께 배우는 ‘우리말’…성북, 다문화가족 한글교실 운영

    성북구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가서 따로 배우는 ‘다문화 가족 한글교실’을 운영한다. 오는 9월 9일부터 12월 23일까지 매주 수요일 성북여성교실에서 열리는 한글교실은 다문화 가족 엄마와 7~8세 아이를 위한 교실을 분리해 효과적으로 한글 교육을 한다.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교육에 참여하지만 배우는 과정은 달라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성북구는 기대했다. 어린이 한글교실은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하는 것이 목표로 한글 교육, 받아쓰기 지도, 책 읽어 주기 등을 한다. 어머니 한국어교실에서는 자녀의 알림장을 읽고 이 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 교육을 진행한다. 어머니반은 한국어 전문 강사가 지도하고 어린이 한글은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단어카드 놀이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방법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참여하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부부 의사소통 및 대화 방법 등 부부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6] 징비록 특별전과 안동 유림 패션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6] 징비록 특별전과 안동 유림 패션

    KBS TV 역사 드라마 ‘징비록’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끝나기를 기다린 것은 아니겠지만 때맞춰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주 ‘징비록’ 특별전을 시작했다. 일반 공개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초청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개막식이 열렸다. 민속박물관 전시회의 개막식은 대개 조촐하게 치러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휴관일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각종 차량이 박물관 앞마당을 온통 점령했다. ‘징비록’의 지은이이자 주인공인 서애 류성룡(1542~1607)의 향리인 안동에서도 대거 올라온 듯 전세버스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류성룡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무게를 반영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흥미로웠던 대목은 단체로 참석한 안동 유림의 패션이었다. 정갈하게 손질한 모시 두루마기에 중절모, 그리고 새하얀 고무신 차림이었는데, 그 모습 자체에서 품위와 권위가 느껴졌다. 조선시대 유림이 아닌 21세기 안동 유림의 여름 ‘드레스 코드’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안동의 전통이란 한때 존재하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별전은 기획전시실에 마련됐다. 둘러보면 ‘징비록’과 관련된 각종 유물이 매우 좋은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전시 유물 대부분은 특별전의 공동주최자인 한국국학진흥원이 관리하고 있는데, 안전하게 보존하고자 풍산 류씨를 비롯한 각 문중이 소장 유물을 위탁했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되 과학적 사고와 실천에도 적극적인 안동 유림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징비록’ 그 자체다. 국보로 지정된 서애의 1604년 친필본과 이후의 목판본, 그리고 ‘징비록’을 찍어낸 조선 후기 책판을 모두 볼 수 있다. 친필본에서 정치적으로 미묘한 대목은 목판본으로 찍어내며 생략하기도 했다고 사실은 처음 알았다. 서애와 친분이 깊었던 오리 이원익(1547~1643)의 종가가 소장한 19세기 한글본 ‘징비록’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영의정으로 임진왜란을 극복하다’, ‘이순신을 등용하다’, ‘명나라 군대와 평양성을 탈환하다’, ‘병으로 사직을 청하다’, ‘오직 나라를 위해 힘쓰다’ 등의 몇가지 주제로 나뉘어 졌다. 임진왜란의 극복 과정을 알게 해주는 다양한 역사적 문헌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만, 관람객의 발길은 아무래도 서애의 갑옷과 투구, 그리고 말안장이 있는 곳에 가장 오래 머무는 듯 하다. 서애가 임진왜란 당시 도체찰사가 되어 현장에서 군사업무를 총괄할 때 직접 썼던 것들이라고 한다. 함께 전시된 ‘정원전교’(政院傳敎)는 글자 그대로 승정원에서 서애에게 왕명을 전달한 문서를 모아놓은 것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12월 4일 왕의 전교를 보면 ‘경으로 하여금 군사를 검찰하게 하였으나, 현재 일컬을 만한 직책이 없어서 일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많을 것이다. 지금 경울 도체찰사로 삼으니 여러 군사를 총괄하여 흉적을 섬멸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징비록’ 특별전은 9월 30일까지 열린다. 매주 화요일 휴관. 글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美 예일대 학생에 ‘가나다라’ 어르신 한글선생님 모십니다

    용산구가 미국 명문대인 프린스턴·예일대 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SAY(Seniors and Youth) 프로그램’에 참여할 노인들을 모집한다고 17일 밝혔다.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과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화상매체를 통해 한국어로 대화한다. 2014년 9월에 시작했다. 그간 프린스턴대에서 교양수업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한글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노인들은 연륜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글은 물론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면서 문화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3기 프로그램부터 기존에 참여하던 프린스턴 대학생 8명과 함께 예일대 학생 8명이 추가로 참가한다. 이들은 노인 16명과 1대1로 대화를 한다.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노인 16명을 모집한다. 모집 기간은 21일까지다. 서울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이 대상이며 비교적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고 외국인 학생들과 편안하게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수업은 9월부터 12월까지 주 1회씩 총 10회 과정이다. 장소는 한남동 용산노인종합복지관 4층이다. 수업은 총 16개의 주제로 진행한다. 한국인에 대한 인상, 여행, 음식문화 등 한국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시작으로 소비생활, 한국의 대중문화, 세대차이, 직업, 연애, 결혼, 한국문화, 직장문화 등 한국인의 생활 전반을 다룬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현장 블로그] 한글전용 예찬했던 황우여, 이제 와서 한자병기 앞장?

    2018년 고등학교 1학년(현재 중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고르라면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 한자 병기’와 ‘역사교과서 국정 교과서화’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부가 한자 병기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고 한글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에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현재 교육부의 ‘투톱’, 즉 장관과 차관이 각각 한글 전용론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론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35년 전인 1980년 8월 한글학회 기관지인 ‘한글새소식’ 96호에 당시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에 재직 중이던 한 판사의 ‘법 언어로서의 한글’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됐습니다. “나 자신이 10년 동안 판사직에 있으면서 모든 난해한 그리고 그토록 정확성을 요구하는 판결문을 오직 한글로만 표현해 왔는데 이러한 표현 문제로 당사자에게 오해를 일으키거나 상급 법원으로부터 잘못됨이 지적된 적이 내 기억에 없다.” 한글 전용론을 예찬한 이 판사의 이름은 ‘황우여’.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황 부총리는 지난 5월 국어·교육단체 대표들을 만나 “독일어 옆에 괄호로 라틴어를 따로 쓰지 않는다”며 한자 병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반대론자입니다. 국정화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입니다. 김 차관은 영남대 교수 시절인 2009년 6월 발표한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 방안 연구’ 논문에서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 “검인정 교과서는 선진국(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제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 베트남, 러시아 정도입니다. 교육부는 과목별 토론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해 완성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다음달 확정, 발표할 계획입니다. 교육부 ‘투톱’의 소신이 새 교육 과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개명신청 하루 430명꼴, 사연은

    개명신청 하루 430명꼴, 사연은

    ‘근성 야구’의 대명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27) 선수의 지난 2007년 입단 당시 이름은 손광민이었다. 유망주로 꼽혔지만 고질적인 손목·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옆에서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모친이 권했다. “‘아섭’(兒葉·땅 위에서 최고)으로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니. 부상 없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더라.” 그는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2009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명(改名)을 신청,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이후 손 선수는 팀을 넘어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 겸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를 ‘성공 모델’로 삼은 야구 선수들의 개명 신청도 이어졌다. 손 선수 이후 롯데에서만 6명의 선수가 이름을 바꿨다. ●대법 “행복추구권” 2005년부터 폭넓게 허용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들이 이름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게 계기가 됐다. 당시 대법원은 개명을 신청한 구모씨 재판에서 “개인의 이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는 개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범죄를 은폐하거나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기준이 됐다.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2005년 한 해 7만 2833명이었던 개명 신청인은 2009년 17만 4902명까지 치솟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16만여명, 하루 평균 430여명이 개명을 신청했다. 개명 허가율도 1990년대 70% 안팎에서 최근에는 95%가량으로 상승했다. 개명 신청 사유는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잘못 기재된 단순 실수가 가장 많았다. 한자 ‘넓을 홍’(弘)을 ‘큰물 홍’(洪)으로 쓰거나 한글 이름 방그레를 방그래로 쓴 경우 등이다. 의미나 발음이 나쁘거나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개명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동개, 김치국, 강도년, 경운기, 강호구 등이 실제 개명이 허가된 이름이다. 강호순 등 흉악범과 이름이 같아 개명하려는 신청인들도 상당했다. ●男 민준>현우>정우… 女 수연>지원>서연 ‘인기’ 한편 올해 6월 기준으로 개명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이름으로 남자는 민준, 여자는 수연이었다. 남자는 민준에 이어 현우·정우·서준·도현 순으로, 여자는 수연 외에 지원·서연·서영·서윤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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