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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번역기도 모르는 ‘사흘’…온라인 논쟁 확전

    구글번역기도 모르는 ‘사흘’…온라인 논쟁 확전

    ‘나흘’ 입력해도 ‘four days’ 결과다음달 17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벌어진 ‘사흘’ 논쟁이 구글번역기 논쟁으로 확대됐다. 23일 구글번역기에 한글로 ‘사흘’을 넣어 번역하면 4일이라는 의미의 ‘four days’로 나온다. ‘나흘’을 넣어도 마찬가지로 ‘four days’라는 결과가 나온다. 사흘과 나흘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공서의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토요일인 광복절(8월 15일)에 이어 월요일인 다음달 17일까지 사흘 동안 휴일이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론 기사 댓글 등에서 ‘광복절부터 사흘 연휴’란 표현이 맞지 않다며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그들은 해당 기사에 “토, 일, 월 3일 아닌가요? 왜 사흘 연휴죠?”, “뉴스 오보 아닌가요?”, “오타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냈다. 심지어 21일과 22일에는 ‘사흘’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로 올라오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국어사전을 보면 ‘사흘’은 ‘세 날’ 즉, ‘3일’을 뜻한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숫자 ‘4’를 연상하게 하는 ‘사’ 단어가 포함돼 ‘사흘’을 ‘4일’로 착각해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 말로 날짜를 세는 순서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다. 네티즌들은 각종 보도와 SNS,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사흘을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부끄럽다”, “구글 번역기도 모르는 사흘은 문제가 있지 않나” 등의 의견을 남겼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 컷 세상] 그 마음, 참 예쁘다

    [한 컷 세상] 그 마음, 참 예쁘다

    봄, 꽃, 달, 해, 별, 사랑, 친구, 가족, 선물, 축하, 바다, 행복. 그리고 ´참 예쁘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의 한글 수업에 참석한 한 어르신의 공책 뒤 서투른 글씨체로 적힌 단어들. 한글을 배우면 제일 먼저 쓰고 싶었던 단어였을까. 어르신의 만학을 응원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한 컷 세상] 그 마음, 참 예쁘다

    [한 컷 세상] 그 마음, 참 예쁘다

    봄, 꽃, 달, 해, 별, 사랑, 친구, 가족, 선물, 축하, 바다, 행복. 그리고 ´참 예쁘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의 한글 수업에 참석한 한 어르신의 공책 뒤 서투른 글씨체로 적힌 단어들. 한글을 배우면 제일 먼저 쓰고 싶었던 단어였을까. 어르신의 만학을 응원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다시 불 붙은 어르신들의 학구열

    [서울포토]다시 불 붙은 어르신들의 학구열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인체육시설 등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이 단계적으로 문을 여는 20일 서울 중랑구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한글수업을 받고 있다.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은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식당을 오늘부터 재개방했다. 2020. 7. 20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한국 등 27개국서 설문조사해보니… “고령일수록 마스크 미착용” (연구)

    한국 등 27개국서 설문조사해보니… “고령일수록 마스크 미착용” (연구)

    코로나19는 가벼운 증상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누구에게나 위험하지만 특히 나이든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입원 치료를 받다가 사망할 가능성이 고령자가 젊은 층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27개국의 국민 7만2417명을 대상으로 한 국제 연구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코로나19 예방책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각국의 참가자들에게 필요할 경우 자가 격리 조치를 할 것인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특정 예방책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을 하고, 그 답변을 나이대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노인들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의사에게 권고를 받았을 때 자가격리하겠다는 의지가 중년 못지않았지만 집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들 노인은 대중교통을 피하고 작은 모임이나 집에 손님을 초대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각국의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감염 예방 대책이 노인층에 대해서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감염 위험이 큰 노인들이 의외로 예방책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이들이 이를 지키도록 촉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에서 도시 봉쇄가 해제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외출할 때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대중교통은 물론 매장이나 마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11세 미만 아동 또는 특정 장애인 제외)해 위반하면 벌금을 물게 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24일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해 위반자에게는 최대 100파운드(약 1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고 그리스에서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해수욕장에서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 3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조사 대상이 된 국가로는 우리나라 외에도 한글 자모음 순으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대만, 덴마크, 독일, 말레이시아, 멕시코, 미국, 베트남,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스페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방, 영국,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캐나다, 태국, 프랑스, 핀란드, 필리핀, 호주 그리고 홍콩까지 총 27개국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7월 2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더워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더워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징게맹갱 외에밋들’이라 부른다. ‘김제 만경 너른 들’이란 뜻의 사투리다. 한자는 약간 다르지만 ‘광활’이란 보통명사가 전북 김제에선 같은 의미의 지명으로도 쓰인다. 얼마나 넓고 평탄한 땅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평선이 귀한 나라에서 막힘없이 열린 땅은 자체로 진귀한 볼거리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 어디쯤에선가 벼가 꼿꼿이 몸을 일으키고, 해바라기가 방긋 웃고, 백련은 살그머니 머리를 내민다. 시계추를 조금만 뒤로 돌려도 어느 논배미 하나 일제의 수탈과 탄식의 역사를 비껴가지 못했던 곳. 이제 그 땅 위로 평화와 풍요가 머문다.‘징게맹갱 외에밋들’이 만경강과 만나는 곳에 외줄기로 이어진 길이 있다. ‘새만금 바람길’이다. 만경강 둑방길, 서해를 지키던 초병들이 다니던 오솔길, 갈대숲을 지나는 갯벌길, 봉수대로 오르던 산길 등을 이어붙여 조성한 길이다. 만경강 하류의 진봉면 소재지에서 시작해 새만금 간척지와 만날 수 있는 심포리 거전 갯벌까지 10㎞ 정도 이어져 있다. 코스는 세 개로 나뉘었지만, 갈 길 바쁜 여행자들은 ‘새창이다리’에서 출발해 삼국시대 포구로 사용되던 전선포와 백제시대 창건된 망해사(望海寺)를 잇는 1코스 ‘과거의 길’을 걷는 게 보통이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많다. 만경강과 인접한 완주와 김제, 군산 등이 자전거 도로로 연결돼 있다. 다만 ‘새만금 바람길’ 구간만큼은 걷기 전용이다.●둑방길·오솔길·갯벌길·산길 이은 ‘새만금 바람길’ 들머리 구실을 하는 ‘새창이다리’의 옛 이름은 만경대교다. 군산 대야면과 김제 청하면을 잇는 콘크리트 다리로, 1933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 조성 목적이야 자명하다. ‘징게맹갱 외에밋들’에서 수확한 쌀을 군산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1988년 바로 위에 새 만경대교가 들어선 이후 인도교로만 쓰이고 있다. 새창이다리 약 4㎞ 아래엔 노을전망대가 있다. 해발 고도가 2m쯤 되려나. 겨우 둔덕이라 할 정도의 높이지만 사방이 툭 트여 전망대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팔각정과 안도현 시인의 ‘만경강 노을’ 시비 등이 전망대 주변에 조성돼 있다. 저물녘에는 이름만큼이나 환상적인 노을이, 노을전망대에서 망해사까지는 갈대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망해사는 지평선의 끝자락, 그리고 막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400년 이상 살아온 팽나무 두 그루와 작고 소담한 경내 풍경이 인상적이다. 절집 위의 진봉산 꼭대기엔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징게맹갱 외에밋들’과 종착지에 다다른 만경강의 장쾌한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이맘때 청하산 아래 연밭에선 하소백련이 절정을 이룬다. 하소는 새우(蝦) 모양의 늪(沼)이다. 이름을 풀자면 ‘새우 모양의 늪에 핀 하얀 연꽃’이란 뜻이다. 늪이 깃든 산의 이름도, 이 일대의 행정명도 청하, 푸른(靑) 새우(蝦)다. 이름치고는 퍽 독특하다. 벽골제는 김제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달달 외웠던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 중 하나다. 약 1700년 전인 백제 비류왕(330) 때 ‘징게맹갱 외에밋들’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됐다. 당시만 해도 최첨단 농수공급시스템이었던 벽골제는 둘레가 44㎞에 달할 만큼 거대한 규모였다고 한다. 현재는 4㎞ 정도의 둑과 비석 등이 남아 있다. 벽골제 관광지 안에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들이 조성돼 있다. 차분히 돌아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밤의 벽골제도 독특하다. 쌍용 조형물 등 여러 시설물에 경관조명이 켜지면서 빛의 정원으로 변한다.●지평선 끝·수평선 시작의 절경 간직한 망해사 김제 동남쪽의 모악산 일대는 어딘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곳이다. 그 발치에 불교, 기독교를 비롯해 증산도 등 토착신앙의 성지들이 매달려 있다. 먼저 모악산 바로 아래 있는 대찰 금산사부터. 통일신라 때 창건돼 미륵신앙의 성지로 추앙받는 사찰이다. 절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미륵전(국보 62호)이다. 겉모양은 3층, 내부는 통층인 건물이다. 충남 부여 무량사의 극락전도 통층 구조지만 미륵전보다 한 층 낮다. 미륵전 안에는 높이 11.82m의 미륵불, 8.79m의 협시불 등 거대한 미륵삼존입불이 모셔져 있다. 미륵불 아래에는 거대한 철 좌대가 있다. 만지면 소원을 이뤄 준다는 영험한 좌대다. 현재는 출입이 금지됐지만, 사찰 측에서 일반에 공개할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미륵전에는 층마다 미륵불의 세계를 나타내는 전각명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다. 1층은 대자 보전(大慈寶殿), 2층은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은 미륵전(彌勒殿) 등이다. 미륵전 주변은 문화재의 보고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만나는 불전, 석탑, 석등, 방등계단 등이 모두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보면 틀림없다. 본전인 대적광전도 웅장하다. 서울 종묘처럼 단층 구조이면서 옆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개창 시기 이 절집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다. 한때 보물(476호)이었으나 1986년 화재로 전소되면서 안타깝게도 지위를 잃었다. ●문화재의 보고 금산사… 남녀평등의 금산교회 금산사에서 조금 내려오면 금산교회다. 익산의 두동교회와 함께 ‘남녀칠세부동석’의 ‘ㄱ’ 자 건물로 유명한 곳이다. 금산교회에선 유교적 제약이 엄연했던 일제강점기에도 여자와 남자가 함께 예배를 봤다. 비록 출입문이 나뉘었고, 천장 대들보의 상량문도 여자 쪽 언문(한글)과 남자 쪽 한문으로 다르지만, 평등한 공간을 지향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머슴이 목사가 되고 상전이었던 지주가 그를 받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전해 온다. 더 아래 금평저수지 오른쪽엔 ‘동곡약방’이 있다.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이 1908년 약방을 차리고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환자를 돌봤다는 곳이다. 이 일대 농가들이 동곡서원, 황극후비소 등 증산도 관련 건물로 바뀌는 등 성지화되고 있다. 금평저수지 맞은편엔 증산법종교 본부 영대와 삼청전이 있다. 등록문화재(185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증산법종교는 강증산의 외동딸 강순임이 창건한 증산도의 한 교파다. 영대는 강일순 부부의 무덤을 봉안한 묘각, 삼청전은 증산미륵불을 봉안한 건물이다. 글 사진 김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평선장바지락죽은 바지락죽 전문점이다. 회무침과 전 등 바지락 요리를 주로 낸다. 김제 시내에 있다. 수미원우렁쌈밥은 이름처럼 쌈밥만 내는 집이다. 곁들여 나오는 제육볶음 등은 특이할 게 없지만, 김제 쌀로 지은 밥과 싱싱한 채소를 맛보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만경읍에 있다.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는 만경읍 시골마을에 터를 잡은 카페다. 마을 당산목 위에 지은 트리하우스를 보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벽골제 경관조명은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오후 5시부터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벽골제농경문화관 등 벽골제 관광지 안의 실내 시설은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 “한예종 옮겨와 GBC와 연계… 송파를 예술 클러스터 핵으로”

    “한예종 옮겨와 GBC와 연계… 송파를 예술 클러스터 핵으로”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바뀌는 도시가 송파구다. 불과 2000년대 초만 해도 ‘강남 3구’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발전이 더뎠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에 이어 영동대로와 잠실 일대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과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송파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놀이동산을 갈 때나 찾던 송파가 명실상부 ‘글로벌 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유치가 송파가 글로벌 도시로 변신하는 데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 구청장에게 송파의 미래를 들어봤다. -송파구의 브랜드 전략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글로벌 도시로 자리잡는 송파에 맞는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998년부터 사용한 상징은 소나무를 형상화한 것인데 과거의 모습을 잘 보여 주지만,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송파의 모습은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1년 정도 전문가들과 논의해 새 도시브랜드 이미지(CI)와 새 캐릭터 ‘송송파파’를 만들었다. 송파구의 새 도시브랜드는 발전 방향과 미래비전을 압축해 상징화한 것으로 ‘서울’, ‘선도’, ‘송파’, ‘사람 인’을 뜻하는 한글 초성자음 ‘ㅅ’을 활용해 만들었다. 캐릭터 ‘송송파파’는 ‘송파’의 자음을 활용해 주민들의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하트(‘ㅅ’)와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ㅍ’)를 형상화해 만들었다.”-새로운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지난해 송파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만 272만 9000명이었다. 앞으로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마이스(MICE) 시설이 들어서고 영동대로 지하개발 계획이 본격화되면 송파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게 되고, 점점 더 글로벌 도시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화 전략은 도시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세계인들이 송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송송파파’ 캐릭터의 이름을 정할 때도 발음하기 쉬우면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했다.”-한예종 유치전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예종이 있는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 부지 일부인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예종 이전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면서 우리 송파구도 한예종 유치에 나섰다. 송파구가 한예종 이전을 추진하는 지역은 방이동 운동장 부지(방이동 445-11) 주변이다. 1979년 운동장을 짓기로 용도는 정해졌지만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그대로 방치됐다. 경기 고양시·과천시, 인천시 등이 유치를 선언한 상태다. 송파구는 한예종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현재 운영하고 있고 이달 초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와 한예종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한예종을 송파구가 유치해야 하는 이유는. “질문을 ‘한예종 입장에서 송파구로 와야 하는 이유가 뭔가’로 바꿔서 생각해 보자. 한예종은 예술문화 분야의 최고 엘리트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 학생들이 교육받고 또 어떤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전시·공연을 할 수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송파구에는 올림픽공원, 다양한 장르의 미술관과 박물관, 콘서트홀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또 잠실 일대에는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전시·컨벤션 시설과 공연장 등이 이미 갖춰진 곳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게 학생들 입장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예종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이전 부지로 송파구를 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한예종 학생회가 2016년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87.6%가, 지난해 3월 설문에서는 80.3%가 송파구 이전을 희망했다.”-송파구는 얻는 게 없나. “한예종의 송파구 유치는 현재 추진 중인 문화·예술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삼성동에 건설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제2롯데월드로 연결되는 축에는 전시·공연장이 배치되면서 문화·예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물적 인프라는 이미 갖춰진 상태다. 하지만 아직 이런 인프라를 채울 소프트웨어는 마련되지 않았다. 한예종이 들어와 다양한 공연과 전시 활동을 하게 되면 부족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송파구는 많이 발전한 편이다.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선 한예종 유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맞다. 송파가 경쟁 후보지들보다 많이 발전한 곳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성의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송파는 앞서 제시한 공연·전시 인프라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도시다. 한마디로 물리적 공간으로서 한예종 학생과 교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세계에 그들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입지적 장점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최고의 문화예술 엘리트 양성 기관인 한예종의 입지 선정은 정치 논리로 결정될 게 아니라, 그곳에 한예종이 들어섰을 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로 결정돼야 한다. 한예종이 미국 줄리어드나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같은 곳이 되기 위해선 송파구에 자리잡는 게 맞다고 본다.”-복지와 교육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구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교육과 장애인복지 분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교육은 ‘송파쌤’(SSEM·Songpa Smart Education Model)이라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는 오금동의 발달장애인복지관에서 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반려견과의 교감을 통한 치료나 제과, 음악, 체육교육 등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 2년 동안 추진할 사업은 뭔가. “문화와 교육 관련 사업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교육은 송파쌤을 중심으로 인물도서관, 미래교육센터 등을 늘려 갈 계획이다. 문화와 관련해선 한예종 유치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송파를 문화예술의 허브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박성수 송파구청장 ▲광주시 출생(1964)▲서울 종암초, 서울사대부중, 서울 용문고, 서울대(82학번) 법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 법학 석·박사 ▲제33회 사법시험 합격(1991)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1994) ▲인천지검 검사(1994~1996), 서울중앙지검 검사(1997~2000), 서울북부지검 검사(2001~2005), 수원지검 검사(2005)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행정관(2005~2007), 청와대 법무비서관(2007~2008) ▲사법연수원 교수(2008~2010) ▲울산지검 부장검사(2011~2012)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2015~2016), 송파갑 지역위원장(2012~2018) ▲노무현재단 감사(2018~) ▲민선 7기 송파구청장(2018~) ▲송파문화재단 이사장(2019~) ▲부인과 2남 ▲저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 짜파구리 먹고 달고나 만들기… 벨기에 ‘케이 홀릭’

    짜파구리 먹고 달고나 만들기… 벨기에 ‘케이 홀릭’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짜파구리’를 만들고, 한국에서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를 마시는 이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한국문화를 집에서 즐기는 벨기에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집에서 즐기는 한국문화’ 콘텐츠 공모전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한 공모전에는 모두 33편의 영상이 접수됐다. 우승의 영광은 한글을 공부하고, 떡볶이와 달고나 커피를 즐기며 한국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모습을 담은 닉 길 데파에프에게 돌아갔다. 그는 케이팝 스타들을 멋지게 그린 팬 아트를 선보이기도 했다.2등을 차지한 레슬리 마스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한국문화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아빠,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엄마, 태권도를 하는 큰딸, 모모랜드의 ‘뿜뿜’ 안무를 따라하는 작은딸,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축구하는 아들까지. 여기에 모두 모여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모습까지 담았다. 이 밖에 능숙하게 잡채 조리법을 선보인 아일린 감바, 스트리트 뷰를 활용해 한국의 산을 감상한 뒤 그림을 그린 알릭스 드 종주가 3등에 올랐다. 김재환 벨기에 한국문화원장은 “특히 짜파구리가 등장한 동영상이 많았는데, 영화부터 음식까지 벨기에 내에서 한국 문화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면서 “한국문화는 현지인들이 향유하는 일상문화”라고 밝혔다. 동영상 콘테스트 수상작은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볼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는 영화… 일본판 같은 ‘한국판 인베이전’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는 영화… 일본판 같은 ‘한국판 인베이전’

    대한민국 땅에서 동해를 ‘Japan sea’라고 표현한 영화가 버젓이 상영되고 있다. 러시아산 ‘인베이전 2020’(포스터)이 문제의 영화다. 문제의 대사는 영화 초반에 짧게 지나간다. 주인공인 율리아와 아버지 레베데프 장군의 대화 도중 레베데프 장군이 ‘동해’를 ‘Japan sea’(일본해)라고 표현한다. 자막에는 ‘동해’로 표기됐지만, 관객들은 이 부조화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단순 해프닝이라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핵심은 고의성 여부다. 영화는 러시아에서 제작하고 미국의 컬럼비아픽처스가 국제 배급을 맡고 있다. 러시아어 원판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현했다면 문제는 다소 단순해진다. 러시아 제작사에 대사를 ‘동해’로 바꿀 것을 요구하거나, 수입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국내 관계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으로 끝낼 수 있다. 한데 영어 더빙판에서만 ‘Japan sea’로 바뀌었다면 큰 문제다. 일본 자본(소니픽처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거대 영화사에서 한일 양국의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영화사가 제작, 배급한 작품에 동북아 역사 인식에 대한 편향적인 해석을 주입할 가능성 역시 농후해진다. 실제 컬럼비아영화사는 2002년 개봉한 ‘스파이더맨’의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 장면에서 삼성 광고판을 고의로 지워 비난을 산 전력도 있다. ‘인베이전 2020’은 12세 관람가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감한 데다 개봉작도 많지 않아 관객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그나마 볼거리가 많다는 평을 받는 이 영화에 가족과 청소년 관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짐작건대 영화를 본 관객 중 상당수가 이 대사의 문제점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기 나라에서 상영되는 영화에서조차 편향된 역사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어떤 식으로든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할 이유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영어 더빙판을 수입, 배급한 것도 의문이다. 어차피 한글 자막을 넣을 거라면 원판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영화팬들에게도 좋고, 흥행에도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어쩌면 배급사는 국제 배급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Japan sea’라는 단어를 듣길 바랐던 건 아닐까. 이에 대해 배급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배급사인 조이앤시네마는 “‘Japan sea’라는 대사를 사전 인지했지만 관람객들을 위해 장면 삭제는 어려웠고, 한글 자막으로 ‘동해’라고 정확히 표기했다”고 밝혔다. 대사 하나를 가지고 문화제국주의 문제로까지 확대한다면 ‘오버’라거나 ‘음모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니가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라면 영화 제작부터 배급에 이르는 과정에서 언제든 자국의 이익이 개입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다. 시스템에서 철저하게 걸러내지 못한 탓에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땅 어디에선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말하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우리 아이 한글 해독 어려워하는데… 초등 저학년 단계서 치유하세요

    우리 아이 한글 해독 어려워하는데… 초등 저학년 단계서 치유하세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연령대의 자녀가 한글 학습을 어려워하면 학부모들은 ‘난독증’을 의심하곤 한다. 현 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한글 습득을 시작하도록 설계돼 있음에도 유아기에 한글을 떼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초등학교 입학 전후 시기에 한글 습득이 느린 자녀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상담 131건 중 절반 이상 난독증 진단 서울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서울교육청 산하 서울학습도움센터에도 자녀가 혹시 난독증이 아닌지 문의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학습도움센터에 최근 ‘난독 전담팀’이 신설되고 지난달 2일 관내 학교에 안내된 뒤, 지난달 15일까지 약 2주간 총 131건의 상담 문의가 접수됐다. 센터는 난독 전담팀 연구원들의 상담과 진단을 거쳐 총 63명을 난독증으로 진단했고, 이 중 8명은 전문 치유센터에 연계했다. 이민선 서울학습도움센터 실장은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지능과 읽기 검사 결과, 학업성취, 교육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난독 여부를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난독증은 지능은 평균 범주에 속하나 한글 해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해당한다. ‘난독증 선별 체크리스트 표준화 및 한국 난독증 학생 통계추정 연구(2015)’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약 4.6%가 난독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글 학습을 막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에서는 한글 자모와 소리를 대응해 한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쉽게 말해 기역(ㄱ)과 아(ㅏ)를 학습하더라도 두 자모를 결합한 ‘가’라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임의로 만들어 낸 ‘비(非)단어’를 읽도록 했을 때 양상이 명확히 드러난다. 초등학교 고학년 단계에서의 난독증은 한글을 빠르고 정확히 읽는 ‘유창성’ 부족으로 나타난다. 적절히 띄어 읽지 못하거나 조사(助詞)를 빠뜨리는 등의 양상도 난독증의 특징이다. 학부모들 중에는 단순히 글을 읽는 데에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한글 습득의 속도가 느리다고 난독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센터는 귀띔한다. 난독 전담팀의 김선경 연구원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녀의 한글 지도를 막 시작한 단계에서 자녀가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상담을 의뢰하기도 한다”면서 “아직 충분한 학습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학년의 경우 진단검사를 했을 때 문장을 정확히 읽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정에서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함께 짚어 가는 방식으로 읽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능 문제로 한글 해독 어려운 경우도 있어 난독증은 신경생물학적인 원인으로 한글을 눈으로 인식하고 소리로 내는 음운 처리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다. 가정환경과 정서 등의 요인으로 전반적인 학습 의욕이 낮은 ‘학습부진’과는 구분된다. 다만 지능이 정상 범위에 미치지 못해 한글 해독이 어려운 경우에는 난독이 아닌 지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지능지수가 70~84 사이라면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며 69 이하는 지적장애로 구분된다. 김 연구원은 “자녀의 한글 학습에 조급해할 필요는 없지만, 난독증을 발견하고 개입할 적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난독증을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다. 김 연구원은 “한글 해독을 어려워하는 자녀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난독 여부를 진단하고 적절한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육청은 서울학습도움센터에 신설한 ‘난독·경계선 지능 전담팀’을 통해 난독증과 경계선 지능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한다. 특히 난독 전담팀은 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해 공신력 있는 난독 진단과 지원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서울에서는 난독증 학생을 공교육 안에서 진단 및 지원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민간 치유기관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했으며 기관마다 다른 진단으로 혼선을 겪기도 했다. ●난독증 아닌 학생도 한글 학습 도움 제공 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읽기 능력 진단을 통해 난독증이 의심되는 학생을 찾아내고 센터에 심층 검사를 신청한다. 센터의 난독 전담팀 연구원들이 해당 학교로 찾아가 대상 학생에게 ‘비언어 읽기’ 등 읽기 검사를 진행하고 교사와 학부모 상담을 토대로 난독증 여부를 진단한다. 난독증으로 진단받은 학생은 센터와 연계된 전문 치유기관에서 장기적·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난독증이 아닌 학생도 필요한 한글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난독증 학생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기초학력 책임교육’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실장은 “‘읽기 유창성’은 개선이 가능하지만 자·모음의 소리를 모르는 경우에는 읽기 학습 자체를 진행할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면서 “교육청의 체계적인 진단을 통해 조기 개입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 초3·중1 학생 ‘기초학력 진단’ 새달 말까지 시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결손’이라는 고민이 커졌다. 학년 초에 하던 진단검사나 상담 등 기초학력 진단 활동이 개학 연기로 미뤄졌고, 예년과 같은 등교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초학력 결손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도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원격수업은 가정에서 학습 도움을 받는 학생과 보호자로부터 방치된 학생 간 학습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로 기초학력 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교육청은 정상적인 등교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3월 신학기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해 기초학력 결손 학생을 찾아낼 계획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각각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이 시기에 기초학력 결손 여부를 전수검사를 통해 빠짐없이 찾아내고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들 학년이 6월에야 등교 개학을 하면서 기초학력 진단검사 역시 8월 말까지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지필평가 형태의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을 활용하거나 학교가 자체 개발한 도구 등을 활용한다. 지필평가가 아닌 교사의 관찰과 상담을 통한 진단도 가능하도록 허용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지필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정상적인 등교 수업이 어려워졌음을 감안해 초등학교에서는 가정에서 온라인으로도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학생에게는 전화나 온라인 등 원격으로 지도하는 방법도 열어 놓았다. 보다 심층적인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서울학습도움센터 및 지역별 학습도움센터에서 다방면의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한편 최근 서울학습도움센터에 ‘난독·경계선 지능 전담팀’이 신설돼 난독이나 경계선 지능이 의심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진단과 지원을 제공한다. 각 학교에서 지원 대상 학생을 찾아내 센터로 연계하지만, 가정에서도 자녀가 한글 읽기에 어려움을 겪거나 배움이 느린 경우 전담팀에 문의하면 상담과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는 낡은 집과 좁은 골목만이 아니라 애틋한 정과 추억을 함께 밀어 버린다. 아파트에 집착하는 대가로 상실하는 감성의 가치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진화하는 아파트의 편리함에 매혹당한 탓이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다 뜯어고치듯 서울은 옛 모습을 잃고 있다. 서울역 서쪽의 만리재 언덕도 지난 10여년 동안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지도에서 서울역과 충정로역, 애오개역을 이어 줄을 그으면 거의 정삼각형이 되는 지역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정면으로 맞선 사대주의 학자 최만리가 나고 자란 곳이다. 만리재라는 이름도 최만리에서 나온 것이다. 재개발 바람은 서민의 애환이 구석구석 녹아 진한 여운을 풍기던 동네 분위기를 바꿔 버렸다. 언제 적 만리재를 말하느냐는 듯 시가 10억원이 넘는 번듯한 아파트들이 군데군데 치솟아 있다. “만리동 고갯마루에 소의초등학교가 있었다. 교문 옆에 아이스케키 통을 놓고 그 위에 걸터앉아 ‘두 개 시-버-언!’ 하고 소리를 질렀다. … 아이스케키 통을 둘러메고는 만리동 고개를 내려와 서울역광장을 돌아 남대문을 거쳐 명동까지 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만리동 고개로 되돌아오곤 했다.”빈민 활동 선구자인 김진홍 목사는 ‘황무지가 장미꽃같이’에서 이렇게 썼다.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은 도심과 가장 가까운 주거지인 이곳에 몸을 겨우 눕힐 수 있는 땅뙈기를 구해 타향살이를 시작했었다. 지게꾼과 구두닦이, 행상이라는 일자리가 있었던 서울역이 지척이었다. 걸어서 20분이면 닿는 남대문시장에서 난전을 펴고 장사를 해서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만리재는 조선시대 때부터 마포와 서소문밖을 이어 주던 소통로(疏通路)였다. 걸어 오르려면 숨이 차는 큰 고개 만리재를 넘어 내려가면 작은 고개 애오개(아현)가 나온다. 애오개에는 일제강점기에 경성감옥이 있어 자식 옥바라지를 하려고 가파른 길을 넘어 걸어가던 눈물의 모정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성감옥 자리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부지방검찰청이 들어서 법토(法土)의 맥을 잇고 있다. 양쪽 사람들은 정월 보름이면 서로 위험한 돌팔매질 놀이를 했다는데 무슨 원한 관계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세시풍속일 뿐이다. 애오개 쪽이 이기면 경기도의 농사가 잘되고 만리재 쪽이 이기면 평안도나 경상도 등 외도(外道)의 농사가 잘된다는 속설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만리재 쪽은 왜 피 터지게 싸우며 이기려고 했을까. 개발이 어려운 언덕바지라는 점이 땀과 눈물의 ‘트라이앵글’을 이만큼이나마 지켜 냈다. 삼각형 지역 속의 손기정기념관, 환일고등학교 십자관, 성니콜라스성당 등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몇몇은 파괴의 위기를 딛고 살아남았다. 굴곡진 현대사를 품은 건축물들은 방문객들을 잠시 감성에 젖게 한다.충정로역 근처에는 오래된 작은 아파트들이 유난히 많다. 사람 나이로 미수(米壽·88세)가 된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아파트에 비하면 1969년생 미동아파트는 이제 51세로 젊은 축에 속한다.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안쪽 좁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성요셉아파트가 나타난다. 1971년 완공이니 미동아파트보다 두 해 아래다. 비탈길에 절묘하게 자리잡았는데 맨 아래쪽은 6층이고 맨 위쪽은 2층이다. 방앗간, 김밥집, 미용실, 세탁소 등의 작은 1층 상가들은 변두리 동네 어귀의 가게들처럼 정겹다. 인접한 약현성당의 성도들을 위해 지었다는 이 아파트에는 지금도 수도자들이 거주한다고 한다. 중림동 일대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 아파트는 보존하기로 결정돼 안팎의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 중이다. 동네를 칙칙하게 만든 주범이었던 아파트 바로 앞 무허가 창고를 ‘앵커시설’로 재개발, 지난 5월 16일 문을 열었다. 2층짜리 건물에는 ‘심야살롱’, ‘도시서점’이 입주해 도시재생사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 하지만 보존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탐방객들에게마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성요셉아파트와 붙어 있는 남쪽 언덕에 약현성당이 있다. 약현(藥峴)은 조선시대에 약을 재배하는 밭이 있던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영향이었을까. 이 지역에는 약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었거나 지금도 있다. 잊혀져 가는 종기 치료제 ‘이명래고약’ 본점도 원래 중림동에 있었다. 이명래고약의 개발자는 이명래가 아니라 충남 아산에서 활동한 에밀 피에르 드비즈라는 프랑스 신부라고 하니 뜻밖이다. 서울에 살던 천주교도인 이명래가 박해를 피해 아산으로 내려갔다가 드비즈 신부를 만나 제조법을 전수받고 민간요법을 더해 발전시킨 게 이명래고약이다. 이명래고약은 현대 의약에 밀려 2011년에 생산이 중단됐다. 충정로역 바로 옆에는 제약회사 종근당이 있다. 철공소 견습공, 쌀 배달원으로 일하다 21살 때부터 약품 외판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팔았던 고 이종근은 1941년 이곳에 궁본약방을 세웠고 1956년 종근당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자 고딕 양식 건물인 약현성당이 1998년 취객의 방화로 전소됐을 때 숭례문 화재만큼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당시 모습은 잃었지만 15억원을 들여 원형에 더 가깝게 복원됐다. 잘 꾸며진 정원을 갖춘 약현성당은 결혼식장으로도 사랑을 받고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애용되는 명소가 됐다. 서학(西學)을 믿었다는 혐의로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당시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98위의 순교자를 모신 성당 내 서소문순교자기념관은 방문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만리재는 마라토너 손기정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곳이기도 하다. 소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5000m 경기에서 어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압록강 건너 중국 회사에 20리 길을 매일 뛰어서 다녔던 소년은 마라톤 특기생으로 양정고보에 입학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금메달 손기정과 동메달 남승룡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설움이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식 사진을 보면 손기정은 가슴의 일장기를 나무 화분으로 가리고 있다. 시상식장에선 애국가가 아닌 일본 기미가요가 연주됐다. 손기정은 인터뷰나 축하 인사 때마다 ‘손긔정’이라는 한글 사인을 해주고 간단한 한국 지도나 ‘KOREAN’을 그리거나 써줘 한국인임을 알렸다.목동으로 옮긴 양정고등학교 교정은 공원화됐다가 마라톤의 성지,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재단장해 지난달 문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입구에는 ‘남승룡 러닝센터’를 지어 업적을 함께 기리고 있다. 손기정이 갖고 온 나무 화분(월계수는 독일 기후에서는 자라지 않아서 월계수가 아니라 미국 대왕참나무 화분이다)은 교정에 심어 84년 세월 동안 거목으로 자랐다. 손기정기념관의 바로 위에는 1895년에 문을 연 봉래초등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 교동초등학교보다 1년 뒤지는 유서 깊은 학교다. 만리재 고개 정상의 짙푸른 녹음은 과거에 이곳이 제법 깊은 산속이었음을 알려 준다. 잘 조성한 산책로는 여름의 열기를 이겨 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힘들여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민들은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산책로들이 휘감은 고개 정상이 식수를 공급하는 저장고라는 사실은 주민들도 다 모를 것 같다. 1956년에 조성해 출입금지 지역으로 관리하던 곳을 철조망을 걷어 내고 ‘만리배수지공원’이라는 휴식과 운동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으니 행정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배수지공원 언덕 아래에 환일고등학교가 있다. 기독교 감리교 계통의 학교로 1947년 균명중학교로 개교했다가 1957년 화재로 전소됐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학교 십자관은 화재 후 철근콘크리트와 석조를 섞어 지은 건물로 63년이 흐른 지금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찍어 낸 벽돌을 쌓아 올린 게 아니라 제각기 모양이 다른 돌을 마치 정교한 축대를 쌓듯이 짜맞춰 건축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건축물은 흔하지 않다. 1974년에는 학교 이름을 환일중고등학교로 바꿨다. 우리에게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고 하일성씨가 체육교사로 재직한 학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의초등학교에서 애오개역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한국정교회 서울 성니콜라스대성당이라는 숨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정교회는 동유럽에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다. 우리나라 신도는 3000여명쯤 되고 전국에 6개의 성당이 있다. 교세가 약한 것은 민족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1900년 최초 전래된 정교회는 러시아가 러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신부와 신도들이 떠났고, 몇 안 되는 국내 신자들은 고아처럼 남겨졌다. 1906년 러시아 선교사가 다시 도착했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교회는 심한 박해를 받게 됐다. 이후 고립무원의 상태로 일제강점기를 넘긴 정교회는 유엔군 참전국의 일원인 그리스군 종군 사제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교회를 재건했다. 아현동에 부지를 마련해 대성당을 완공한 것은 1968년이었다. 반구형 돔을 얹은 비잔틴풍 건축물은 조창한 전 경희대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 두 개밖에 없다. 독특한 돔 지붕을 보고 산동네 아이들은 ‘대머리교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현4구역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성당은 옮겨질 뻔한 위기를 넘겼다. 만리재의 추억은 개발의 압력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편안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과 맞바꾼 것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삭막함이므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군데군데 박힌 지난 시간의 흔적은 아련하기만 하다. 박제해 둘 수도 없었던 그때는 멀리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만이 기억할 것이다. 글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sonsj@seoul.co.kr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제7회는 11일 오전 10시 남산산책 편입니다.
  • 근현대사 아픔 딛고 ‘역사문화도시’로 도약 시동

    근현대사 아픔 딛고 ‘역사문화도시’로 도약 시동

    용산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임시정부 주요 요인의 유해가 모셔진 효창공원과 함께 전쟁기념관, 미군기지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성장현 구청장은 문화관광이야말로 지방정부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용산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역사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용산박물관은 용산 곳곳의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지는 삶과 문화를 보존하고 후대에 남기는 박물관으로 꾸려진다. 2개항 전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미군 주둔, 재개발 등 근현대사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한다. HDC 현대산업개발이 철도병원 본관을 리모델링해 기부채납한다. 잔여부지에는 주거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민선6기 시작과 함께 역사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2021년 연말 개관을 목표로 지난달 기준으로 총 1642점의 유물을 수집해 놓은 상태다. 구는 기존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쟁기념관은 물론 리움미술관, 용산공예관 등 박물관 인프라를 연계한 역사박물관 특구 지정도 계획하고 있다. 용산에서 나고 자란 대표적 독립투사인 이봉창 의사 기념관도 건립 중이다. 10월 10일 이봉창 의사 서거 88주기에 맞춰 준공식을 개최한다. 효창동에 자리한 이봉창 역사공원에 건립된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 국가보훈처와 공동으로 효창독립 100년 공원 조성사업도 추진한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이동녕·차리석·조성환 선생 등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 백범기념관, 효창운동장이 위치한 효창공원 일대를 독립운동 기념 공간으로 조성한다. 성 구청장은 홍범도 장군 유해를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효창공원으로 봉환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홍 장군은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성 구청장은 “카자흐스탄에서 장군의 유해를 모셔와 대전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보다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투사가 잠들어 계신 효창공원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제1회 아라가야전국서화대전

    제1회 아라가야전국서화대전

    경남 함안군은 함안문화원이 주관하고 경남도와 함안군이 주최하는 제1회 아라가야전국서화대전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한글·한문부, 문인화부, 서각부문으로 나누어 오는 9월 2일 부터 11일 까지 작품을 공모한다. 함안군 홈페이지에서 출품원서를 내려받아 작품과 함께 함안문화원으로 우편 접수하면 된다. 심사를 거쳐 대상(경남도지사상) 1명(상금 500만원), 최우수상(군수·군의회의장·문화원장상) 3명(상금 각 200만원), 우수상 10명(상금 각 50만원), 아라가야서화문화상 5명(상금 각 50만원)을 선정해 상을 준다. 심사결과는 오는 9월 29일 개별 통지하고 문화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입상작품은 오는 11월 10일 부터 13일 까지 함안실내체육관에서 전시하고 전시 첫날인 11월 10일 오후 2시 함안실내체육관에서 시상식을 한다. 아라가야전국서화대전은 함안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하고 말이산고분군 유네스코등재를 기원하기 위해 경남도·함안군 보조사업으로 올해 처음 개최한다. 서화대전 자세한 내용은 함안문화원(055-583-1023)으로 문의하면 된다. 함안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수지, 화보를 지배하는 ‘분위기 여신’

    수지, 화보를 지배하는 ‘분위기 여신’

    수지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화보를 공개했다. 수지는 2일 유튜브 라이프&스타일 채널 모노튜브가 내 놓은 첫 번째 매거진을 통해 화보를 선보였다. 이번 화보는 30여 장의 포트레이트 속에 빼곡히 담겼다. 지난 10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무대에서 증명해온 수지의 다채로운 매력들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표현됐다. 클로즈업 된 사진은 수지가 가진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의상과 포즈의 사진, 분위기 있는 흑백 사진 등 수지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 사진들이 화보를 가득 채웠다. 이번 화보는 지난 10년 동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자신만의 촛불을 조용히 밝혀온 수지의 순간순간을 포착한 모노튜브의 첫 번째 시도가 될 전망이다. 10주년을 맞이한 수지의 초상을 담은 첫 번째 모노튜브 매거진은 2일부터 모노튜브샵 사이트에서 예약 구매할 수 있다. 모노튜브 매거진에 실린 모든 기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을 위해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표기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떠나요 ‘33섬’으로… 코로나 걱정 없이 힐링여행

    코로나19로 지쳐 가는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0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을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매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을 뽑아 발표하는 행안부는 올해는 코로나19 속에서도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소규모로 안전하게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걷기 좋은 섬, 풍경 좋은 섬, 이야기 섬, 신비의 섬, 체험의 섬 등 5개 주제로 33개 섬을 뽑았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기 제격인 걷기 좋은 섬으로는 12곳이 선정됐다. 경남 거제시 이수도는 둘레길 주변에 전망대가 설치돼 천혜의 자연환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기 안산시 풍도는 해안산책로와 야생화 군락지가 있어 트레킹하기 좋다. 풍경 좋은 섬에는 바닷가 모래사장과 노을 등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6곳이 추천됐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에는 관매해변과 기암 등으로 이뤄진 관매 8경이 있고, 경남 통영시 비진도에서는 해수욕장과 해송 숲이 어우러져 피서를 즐기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역사나 전설 등과 연관된 이야기섬으로는 4곳이 뽑혔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는 중종반정으로 쫓겨난 연산군 유배지와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만든 송암 박두성의 생가가 있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는 고산 윤선도 관련 유적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있다. 특별한 자연환경을 가진 신비의 섬은 4곳이 선정됐다. 충남 보령시 장고도는 썰물 때면 명장섬까지 2㎞의 백사장길이 펼쳐지고, ‘순례자의 섬’으로도 알려진 전남 신안군 기점·소악도는 밀물 때면 섬과 섬을 잇는 노두길이 잠겨 5개 섬으로 변한다. ‘체험의 섬’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집라인과 바지락 채취 등을 해볼 수 있는 전북 군산시 무녀도, 창원해양공원이 있어 해양생물과 관련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경남 창원 우도 등 7곳이 포함됐다. 찾아가고 싶은 섬 33곳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국가 핵심 기술 관리, 이렇게 허술했다니

    우리 군 무기체계와 핵심기술을 연구개발해 온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민간 중소기업만도 못한 관리 체계를 갖고 있었다. 어지간한 민간 회사도 갖추고 있는 보안검색대와 보안요원도 없었고, 수천대의 연구용 PC 가운데 62%에는 아예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다. 35%는 등록조차 되지 않은 ‘유령 PC’였다. ADD에서 사용한 외장하드 등 저장매체 수천 대 역시 기본적인 보안기능이 없어 외부 PC에서도 접속이 가능했다. 2006년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도입한 문서암호화체계(DRM)는 업그레이드 돼있지 않았고, 그나마 한글파일 등 일부 문서에나 적용됐다. 엑셀, 도면, 실험 데이터 등은 무방비상태였다. 방위사업청의 중간 감사 결과만으로도 국가 핵심 기술이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기본 인프라가 이 지경이니 유령 PC에서, 보안 기능없는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로 자료를 내려받은 뒤, 무사하게 건물 밖을 나오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자료 유출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전직 수석연구원 2명은 각각 35만 건, 8만 건의 각종 자료를 빼돌려 해외로 출국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와 별도로 사업 자료를 무단으로 복사하거나 USB메모리 사용 흔적을 삭제하는 등 보안규정을 위반한 재직자 23명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ADD 내 보안관리 부서는 퇴직 예정자에 대해 보안점검을 실시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기술보호 부서에선 퇴직자의 자료 유출 정황을 인지하고도 임의로 종결 처리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이 관련 감사를 벌인 뒤 “현재 유출된 자료가 몇 건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빼돌린 기밀자료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아직 식별되지 않고 있다. ADD는 퇴직자들에 대한 취업제한 기준도 허술했다. 퇴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자를 ‘본부장급 직위’ 이상으로 높여놓아 상당수가 취업심사를 받지 않았다. ADD 내부에서 자료 유출 의혹이 지난 4월에 제기됐는데, 방사청은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간 내부적으로 쉬쉬하던 문제가 지금에야 드러난 것”이라고 하니 더욱 놀라게 된다. ADD는 대한민국 군사기밀의 ‘저장 창고’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우주 개발을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로켓 나로호의 핵심 부품을 수백만원을 받고 고철 덩어리로 팔았다가 열흘 만에 다시 사들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발사체 핵심 기술이 고철 값에 외부로 유출될 뻔했다는 얘기다. 당국은 뭔가 총체적으로 잘못돼 있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이 말도 안되는 일을 제대로 조사해 바로잡아야 한다.
  • [금요칼럼] 도동서원과 한훤당 고택카페/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도동서원과 한훤당 고택카페/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예전에는 누가 취미를 물으면 ‘절 구경 하기’라 대답했는데 요즘에는 서원 구경이 더 잦다. 지난해 ‘한국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도 없지 않다. 낙동강 일대는 특히 흥미롭다. 안동에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과 서애 류성룡의 병산서원이, 남쪽 달성에는 한훤당 김굉필의 도동서원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원 구경은 허망할 때가 적지 않았다. 지금 서원이란 선현에 대한 제사를 제외한 다른 기능은 사실상 멈춰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그런데 서원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할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서원은 아름답지만 재미는 적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도동서원 일대를 둘러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 도동서원은 낙동강이 서남쪽으로 돌아드는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 동북향으로 앉혀 있다. 한훤당 무덤이 있는 뒷산은 대니산(戴尼山)이다. 공자의 자(字)가 중니(仲尼)이니 ‘공자를 받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한훤당은 인간의 기본 도리를 담은 소학(小學)에 심취해 소학동자(小學童子)로 불린 인물이다. 주희가 편찬을 명한 것으로 알려진 소학은 양반집 어린아이가 8세가 되면 손에 잡는다는 기초 경전이지만, 조선 사림에게는 남을 다스리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먼저 다스리는 이치를 담은 최고의 경전이었다는 것이다. 조금의 과장은 없지 않겠지만, 그래서 한훤당은 나이 설흔이 돼서야 다른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소학을 세상을 통치하는 원리를 담은 대학(大學)보다 유용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이런 정도의 배경 지식만 갖추어도 도동서원의 모습은 달라 보였다. 낙동강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유형 유산으로 서원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소학 정신의 발신지’라는 무형의 정신 유산 또한 잊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런 가르침이 서원에서 부족하게 느껴졌던 ‘오늘날에도 유효한 그 무엇’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니 서원에서 그동안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상식도 없이 찾아가곤 했던 ‘내 탓’이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도동서원을 찾는 사람 가운데는 젊은층이 많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한훤당 고택카페가 벌써부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카페를 목적지로 찾은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도동서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니산 동쪽 끝에 있는 고택은 서흥 김씨의 종가다. 김굉필의 후손이 1779년 지었다고 하니 한훤당(1454~1504)의 손때가 묻은 집은 아니다. 특유의 정갈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훤당 고택카페는 커피 손님이 많았지만, 미숫가루호두스무디, 가래떡추러스, 흑임자빙수처럼 전통에 바탕을 둔 먹거리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카페의 이름은 한글로 ‘소가’라 써 놓았는데, 손님들은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사랑채인 광재헌에 걸린 편액을 보고 곧 소학세가(小學世家)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학의 가르침을 대대손손 이어 가는 집안이라는 뜻이겠다. 한훤당 고택처럼 대표적인 도학자 집안의 유서 깊은 종가를 카페로 만들겠다는 종손의 결심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카페를 찾는 손님의 상당 부분은 필자처럼 서원 구경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이라 감히 짐작해 본다. 카페는 이제 여름이면 고택음악회가 열리는 지역의 문화적 명소로 떠올랐다. 이렇게 카페는 한훤당의 가르침을 알리고 도동서원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하는 일종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게 문화재 활용의 진정한 모범 사례가 아닐까 싶다. 한훤당 후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 USB에 기밀 담아 유출… 보안 뚫린 국방과학硏

    USB에 기밀 담아 유출… 보안 뚫린 국방과학硏

    방위사업청, USB 사용기록 전수 조사 수석연구원 2명 퇴직 전 자료 대량 복사 보안관리 총괄부서 3년간 보안 점검 ‘0’ 기술 보호 부서는 유출 알고도 눈 감아 핵심 군사 기밀을 다루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기밀 자료가 대량으로 유출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퇴직 예정자들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대량의 기밀 자료를 내려받았지만, ADD는 관련 사실을 파악조차 못해 보안 시스템이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DD 감독 기관인 방위사업청은 이날 2016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ADD 퇴직자 1079명과 재직자에 대한 USB 사용기록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직 수석연구원 2명이 퇴직 전 대량의 기밀자료를 USB나 외장하드 등에 옮긴 뒤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쉽게 기밀을 외부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ADD 보안 시스템이 심각한 허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사청 감사 결과 전체 연구시험용 PC의 62%에 해당하는 4287대에 ‘정보유출방지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았다. PC에 USB나 외장하드를 연결하면 이를 감지하는 시스템이 거의 먹통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무단 반입되거나 관리가 허술해 시스템 설치가 되지 않은 PC로 자료를 내려받았다. 2006년 도입한 ‘문서암호화체계’도 한글 문서(HWP) 등 일부 형식에만 적용돼 엑셀, 실험 데이터 등의 문서는 암호화 처리가 되지 않아 USB에 복사 및 열람이 가능했다. 이 밖에 연구소는 보안검색대와 보안요원을 운용하지 않았다. 또 퇴직 예정자에 대한 보안점검 규정이 있었음에도 ADD 내 보안관리 총괄부서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보안점검을 하지 않았다. 국방기술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는 퇴직자의 자료 유출 사실을 알고도 눈을 감아줬다. 이번 감사가 ‘맹탕 감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ADD는 퇴직자들이 빼돌린 기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식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이미 기밀 유출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퇴직 연구원까지 합하면 약 100만건의 로그 기록(파일을 열람하거나 저장할 때 남는 기록)이 발견됐다. 한편 ADD가 방산 비리를 척결한다며 퇴직자 취업제한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방산업체 등에 재취업할 수 있는 ‘꼼수’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국방과학연구소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DD는 취업제한 대상을 본부장 이상에서 팀장급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취업제한 기간(3년) ‘무보직자’는 유관 기관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 2014∼2019년 ADD 본부장급 퇴직자 12명 중 8명은 특정 직위에서 물러난 뒤 3년 이상 무보직 연구원 등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후 5명이 방산업체 등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에 취업했다. 팀장급 이상 퇴직자 156명 가운데 83.3%인 130명이 ‘무보직 근무’를 통해 취업제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검색대’ 없어 뻥 뚫린 국방과학연구소…USB로 기밀 담아 출국

    ‘검색대’ 없어 뻥 뚫린 국방과학연구소…USB로 기밀 담아 출국

    출국한 퇴직자 2명 수사의뢰 뒷북한국형 무기체계 및 핵심기술 개발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국방기밀 자료가 대량 유출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2016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ADD 퇴직자 1079명 및 재직자에 대한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직 수석연구원 2명이 퇴직 전 대량의 자료를 휴대용 저장매체(USB)로 전송한 뒤 외국으로 출국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원 2명에 대해서는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황이어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들은 ADD 정보유출방지시스템(DLP)에 35만건과 8만건의 접속 흔적을 남겼다. 출국자 중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대학 연구소에 취업한 사람도 있는데, 유출한 기밀자료가 ‘취업 보증수표’가 됐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2일까지 실시한 감사 결과를 보면 ADD 내부 보안체계는 곳곳에서 허술했다. 공공기관 건물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청사 출입구의 보안검색대가 없고, 검색요원도 두지 않았다고 방사청은 25일 밝혔다. 이런 과정을 거쳐도 기밀이 누설되는 사례가 적발되는데 ADD는 이런 기초적인 보안 대책도 갖추지 않았다. 군사 기밀을 다루는 국방부와 합참, 방사청 청사만 보더라도 출입구에 보안검색대가 있다. 이 검색대에 가방 등 소지품을 넣으면 컴퓨터와 저장매체가 들어 있을 경우 경고음이 나고, 검색요원이 소지품을 꺼내 일일이 확인한다. 심지어 출입증 사진과 출입자의 얼굴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없었다. 의도적으로 출입증을 복제하거나 변조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등 구조적인 취약점이 드러났다. 대량의 기밀자료를 휴대용 저장매체로 빼돌리는 것을 막는 체계도 구축되지 않았다. 보안 기관에서는 내부 컴퓨터에 휴대용 저장매체를 연결할 경우 보안통제센터에서 즉각 이를 감지하게 되어 있다. 특히 퇴직 예정자에 대해 보안점검을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ADD 내 보안관리 총괄부서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재직자 중에도 자료를 무단 복사하거나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 흔적 삭제,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도 다수 적발됐고, 이 가운데 23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아울러 ADD는 통합전산망에서 분리되고, 정보자산으로 등록하지도 않은 연구시험용 PC를 2416대나 사용하는 것으로 적발됐다. 이는 ADD 전체 PC의 35% 규모이다. 연구시험용 PC 중 62%에 달하는 4278대에는 보안프로그램(DLP)도 깔려 있지 않았다. DLP는 PC에서 자료를 다운하거나 복사할 때 기록이 남거나 사용자의 이름 또는 사번이 기록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PC에서 작업하면 사용자를 찾아낼 수가 없다. 여기에다 보안 기능이 없는 일반용 저장매체 3635개를 아무나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이 저장매체는 연구소 밖의 외부 PC에서 접속이 가능해 기밀자료를 담아 와서 외부 PC로 옮겨도 막을 수 없는 구조다. ADD가 기밀자료 무단 반출을 막고자 2006년 9월 구축한 문서암호화체계(DRM)도 제구실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DRM은 기밀자료 무단 반출을 위해 전자파일을 자동으로 암호화하는 체계인데, 한글문서(HWP)와 파워포인트(PPT), 워드(DOC) 문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중요한 파일인 엑셀, 도면, 소스코드(핵심문서 접속코드), 실험데이터 등은 암호화되지 않아 빼돌려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DD 관계자는 “한 퇴직자가 퇴직 전 정보유출방지시스템에 접속한 흔적이 68만여건”이라며 “현재 유출된 자료가 몇 건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DD를 감독하는 방사청 관계자는 “ADD 내부에서 자료 유출 의혹이 4월에 제기됐는데, 방사청은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ADD는 ‘자주국방의 초석’을 기치로 1970년 8월 창설됐다. 일부 퇴직자들의 일탈 행위로 올해 창설 50주년의 ADD 역사에 최대 기밀 유출 의혹이란 오명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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